'2021/03/25'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21.03.25 [무림일기] 2화 절색이다!
  2. 2021.03.25 [천병신기보] 제 7장 패천신륜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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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절색(絶色)이다!

 

 

밤이 깊었다.

하지만 북경 외성(外城)의 동쪽에는 불야성이 형성되어 있다.

독특하고 화려한 건물들이 저마다 내건 형형색색의 등불들이 별천지를 이루고 있다.

이곳은 북경 최대의 환락가다.

동대로(東大路)라 불리는 거리는 금릉(金陵)의 진회하(秦淮河)에 못지않은 규모와 빼어난 미기(美妓)들로 유명하다.

이십일 년 전에 시작되어 십팔 년 전에 끝났던 <정난(靖難)의 변()>의 결과로 북경은 천하의 중심지가 되었다.

조카를 몰아내고 제위(帝位)에 오른 영락제는 일단 금릉을 도읍으로 삼았었다.

하지만 제위에 오른 직후부터 꾸준히 천도(遷都) 준비를 했으며,

마침내 영락십육년(永樂十六年)에 자신의 권력 근거지인 북경으로의 천도를 단행했다.

천도 이전까지 북경은 연경(燕京), 북평(北平)등으로 불렸었다.

명나라의 수도가 된 덕분에 북경 일대 환락가들 중에서도 최대규모인 동대로는 유래 없는 번영을 구가하고 있는 중이다.

늦은 밤임에도 동대로의 넓은 거리는 하룻밤의 쾌락을 찾는 한량, 부호들과 그들을 유혹하는 분칠한 여인들로 가득하다.

이 거리의 여인들은 단 한 종류뿐이다.

좋게 말하면 남자들에게 기쁨을 주고 대가를 받는 것이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자신의 몸뚱이를 팔아서 먹고사는 창기(娼妓)들만이 동대로에 존재하는 것이다.

 

처음 그 여인을 보았을 때 사내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어느 기루에서 호객(呼客)을 위해 내보낸 기녀일 것이라고...

잎이 무성한 나무 그늘 아래 조각상인 듯 서있는 아름다운 여인,

하지만 수작을 붙여볼 생각으로 그 여인에게 다가간 순간 사내들은 몸속의 피가 일거에 얼어붙는 듯한 오한(惡寒)을 느껴야만 했다.

훤칠한 몸에 수수한 옷을 걸친 여인의 눈빛은 너무도 깊고 투명하여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그 서늘한 눈빛에 접하는 순간 사내들은 자신의 머릿속이 얼음송곳으로 후벼 파이는 듯한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어떤 위협적인 행동이나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내들은 자신도 모르게 여인에게서 멀어졌다.

덕분에 번잡한 동대로에서도 여인이 서있는 나무 그늘 근처는 한산했다.

여인은 철접이다.

가지와 잎이 무성한 나무의 그늘에 동화되듯이 서있는 철접은 길 건너편 건물을 보고 있었다.

철접이 보고 있는 건물은 동대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루다.

현란한 등이 내 걸린 기루 입구는 하룻밤 인연을 찾는 사내들과 그들을 유혹하는 기녀들로 북적인다.

(시바타는 누구보다 노회(老獪)하니 내 뜻을 알아차리고 잘 처리하는 중일 것이다.)

철접은 웃음소리 낭자한 기루 입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늙은 인자 시바타와 용차랑을 기루로 들여보내놓고 기다리는 중이다.

철접이 동대로를 찾아온 이유는 내일의 거사를 앞두고 용차랑으로 하여금 여자 경험을 하게 해주기 위해서다.

용차랑에게도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철접의 뜻은 다른 곳에 있었다.

난생 처음 기녀들과 어울려 못 마시는 술을 마시고 분방하게 즐기다보면 용차랑은 곯아떨어져서 내일 있을 거사에는 끼지 못할 것이다.

철접의 뜻을 알아차렸을 늙은 인자 시바타는 기녀들을 사주하고 있을 게 확실하다.

술과 여자로 용차랑을 쉴 새없이 공략하여 인사불성으로 만들어버리라고...

(지로(次郞)에게는 못할 짓을 한 기분이다. 누구보다 순진하고 겁이 많은 그 녀석이 얼마나 놀라고 있을까?)

철접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시바타의 손에 이끌려 기루로 들어가면서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송아지같은 표정으로 돌아보던 동생의 얼굴이 떠오른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자들은 철이 완전히 들기 전부터 이성을 경험한다.

()에 일찍 눈을 떠야만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릴 수도 있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용차랑 또래의 소년 인자들이라면 대부분 여자와 동침해본 경험이 있다.

소년 인자들은 첫 경험을 위해 유곽(遊廓)이나 사창가(私娼街)에 가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같은 인자 마을의 나이 든 여자들이 첫 경험을 하게 해준다.

아무래도 매춘부들은 돈 버는 것이 목적이다.

소년들로서는 딱히 배울 게 없다.

그에 반해 같은 마을에서 함께 살며 소년들이 자라는 것을 봐온 여자들은 성심성의껏 소년들에게 여자에 대해 알려주게 된다.

여자의 몸이 남자와 어떻게 다르며 또 어떤 기교를 써야 완전하게 정복할 수 있는지 등등을 가르치는 것이다.

소년들도 평소에 알고 지내던 여자가 상대라면 겁을 먹거나 긴장하지 않고 첫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심지어 집안의 나이 든 여자들이 소년들에게 여자에 대해 알게 해주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삼 년 전에 죽은 철접의 첫째 동생 용태랑이 그렇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용태랑은 집안의 어떤 여자를 통해 첫 경험을 한 것같았다.

용태랑은 두 살 위의 누이인 철접을 닮아 결벽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깔끔하기가 여자들보다 더 한 데다가 더럽거나 추한 것은 절대 두고 보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런 용태랑이 유곽에 가서 창녀를 사는 건 애초에 무리였다.

그렇다고 이가류 내의 여자들과 관계를 갖기도 쉽지가 않다.

만에 하나 상대 여자가 용태랑의 아이를 배기라도 할 경우 문제가 생긴다.

이가류 후계자 자리를 놓고 잡음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용태랑의 나이는 어느덧 약관을 바라보게 되었다.

장차 이가류를 이어야할 후계자가 성인이 되었는데도 여자를 모르는 건 심각한 문제다.

심지어 용태랑이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는 남색가(男色家)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이가류 내에 퍼지고 있었다.

이가류의 당주가 될 사내가 남색가라 소문나면 심각한 상황이 야기될 수도 있다.

다른 인자들로부터 경멸을 당하면 제대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당주인 용사무가 결단을 내렸다.

집안의 여자들 중 한 사람이 용태랑의 첫 경험 상대가 되어주라고 지시를 한 것이다.

집안 여자라면 용태랑도 결벽증이나 후계자 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관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결과였다.

대가족인 용씨 집안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여자들이 오십여 명이나 있었다.

그 여자들 중 사내 경험이 없는 처녀들은 용태랑의 첫 경험 상대에서 제외 되었다.

남녀관계에 대해 뭘 알아야 용태랑을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나이가 많은 여자 역시 배제되었다.

서른 명 남짓 남은 여자들 중 제비뽑기로 결정된 누군가가 용태랑의 첫 상대가 되었다.

물론 그 여자가 누군지는 끝내 비밀로 붙여졌다.

용태랑은 집에서 그 여자와 하룻밤을 보냈다.

그동안 철접과 어린 아이들은 잠시 친척 집에 가있었다.

다음 날 철접이 귀가했을 때 용태랑은 더 이상 순진한 소년이 아니었다.

겉모습은 변함이 없지만 어쩐지 어른의 분위기가 났었다.

집안의 어른들 중 누구도 용태랑의 첫 경험 상대가 누구였는지 내색하지 않았다.

그래도 철접은 어렴풋이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다.

인자 마을의 어른들도 대부분 용태랑의 상대를 눈치 채고 있는 것 같 았다.

하지만 누구도 그 여자가 누군지는 내색하지 않았다.

인자들의 삶은 한치 앞도 예측하기 어렵다.

늘 죽음을 염두에 두어야하는 인자들에게 인륜도덕은 그리 대단한게 아니다.

이런 분위기인지라 인자 마을의 소년들은 대개 일찌감치 이성에 눈을 뜨게 된다.

하지만 철접이 알기로 용차랑은 여전히 여자를 모른다.

형인 용태랑은 지나치게 결벽한 성격이라 첫 경험이 늦었었다.

반면 용차랑은 이가류 종가의 자손답지 않게 겁이 많고 순진하여 여자들을 무서워했다.

이가류 내의 여자들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종가의 막내아들인 용차랑을 유혹하려했다.

그러나 여자들이 도발을 할 기미만 보여도 용차랑은 기겁하며 도망치곤 했다.

계집아이보다도 여린 성품의 소유자인 용차랑에게 여자들은 기승스럽고 탐욕스러운 괴물로 보이는 듯 했다.

그런 용차랑이 무서워하지도 않을뿐더러 전적으로 의지하는 단 한명의 여자가 철접이다.

철접 역시 나이 차이가 열두 살이나 나는 용차랑을 동생이 아니라 조카나 아들인 듯이 대해왔다.

 

(내가 직접 지로에게 경험을 시켜주었어야 했을까?)

철접은 조금 아쉽고 후회가 되는 기분이었다.

인자들의 세계에서는 남매가 부부가 되는 게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조직이다 보니 바깥세상의 인간들과 인연을 맺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낯을 많이 가리고 겁도 많은 용차랑은 어쩌면 철접에게 은밀한 기대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가류의 나이 많은 여자들의 유혹과 호의를 뿌리쳐 왔을 테고...

하지만 철접은 어린 동생 용차랑과 도저히 마지막 일선을 넘을 수가 없었다.

철접은 이가류 내의 일로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서 용차랑이 갓난아이일 때부터 도맡아 키워왔었다.

열두 살이나 어린 동생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일은 전적으로 용씨일족의 장녀인 철접의 몫이었던 것이다.

너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생과 민망한 짓을 할 용기가 철접에게는 없었다.

(지금까지야 그랬지만 어차피 내일 이맘때면 고깃덩어리가 되어 있을 몸뚱이... 지로의 소원을 들어 줄 걸 그랬나?)

철접은 소리없이 한숨을 쉬었다.

조카나 아들같이 키워온 어린 동생이 창녀를 상대로 허우적거리고 있을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후회의 감정이 밀려든다.

(결국 나는 처녀 귀신이 될 운명이었다.)

철접의 차가운 얼굴에 쓸쓸한 미소가 지나갔다.

이가류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철접은 아직 처녀의 몸이다.

그녀도 인간인지라 여자로서의 욕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육체가 원한다고 해서 자신의 몸뚱이를 아무 사내에게 내맡기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철접은 서른 살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여전히 사내를 모르는 처녀의 몸이다.

물론 처녀로 죽는 것에 대한 미련 따위는 없다.

다만 내일이면 죽어서 썩어질 몸뚱이임에도 사랑하는 동생의 소원을 들어줄 용기를 차마 내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바로 그때였다.

"절색(絶色)이다!"

누군가의 탄성이 심란해하는 철접의 귓전을 천둥처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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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七 章

 

                 師祖遺物 覇天神輪을 얻다.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

능천한은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괴인(怪人)!

그는 바로 수라천극존이었던 것이다.

육십여 년의 세월을 패천멸절십팔뢰(覇天滅絶十八牢)에서 보내야 했던 비운의 마종(魔宗).

[풍운(風雲)... 한꺼번에 일어난다.]

능천한은 나직하게 한숨을 쉰다.

천하가 가공할 풍운에 휘말려 들어감을 알기 때문이다.

[이곳을 빠져 나가려면 묵황굉벽뢰(墨荒宏霹雷)를 익히지 않을 수 없고...]

문득,

중얼거리던 능천한의 시선이 한쪽으로 고정되었다.

그곳은 방금 전 수라천극존이 묵황굉벽뢰를 내쳤던 곳이었다.

한데,

[빛이 흘러나오다니...]

능천한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묵황굉벽뢰에 맞아서 쩍 갈라진 석벽 틈으로 기이한 광휘가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 빛은 새파란 보광(寶光)이었다.

(저 보광에 지독한 날카로움이 흐른다. 무엇이 저런 예기(銳氣)를 흘리는가?)

능천한은 강렬한 호기심이 일어남을 느꼈다.

우르르르---

능천한은 돌 더미를 치우며 석벽이 갈라진 틈으로 다가갔다.

[크읏...!

능천한은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만큼 그 새파란 보광에 섞여 흐르는 예기는 지독한 것이었다.

그 빛만으로도 피부가 갈라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후욱...]

능천한은 크게 심호흡을 하였다.

[공력이 얼마만큼이나 늘었는지 시험해보자!]

능천한은 중얼거리며 석벽이 갈라진 틈으로 양손을 끼어 넣었다.

그리고,

[--- !]

힘차게 용을 쓰며 양 석벽을 쪼개내었다.

우드드득---

화강암이 그의 손에서 부서지고,

크크크--- ---

그르르르르---

석벽이 쩍 갈라져 나가기 시작했다.

쿠르르르--- ---

[휴우...]

능천한은 얼굴이 다소 상기된 채 손을 떼었다.

석벽이 사람 한 들어갈 정도로 벌어진 것이다.

[적어도 오갑자의 공력을 지니게 되었다. 수라천극존에 또 다른 은혜를 입었군.]

능천한은 나직이 한숨을 쉬며 갈라진 석벽틈으로 들어갔다.

[...]

안으로 들어서던 능천한은 멈칫했다.

그곳은 또 다른 석실(石室)이었다.

석실에는 아무런 장식도 없었다.

다만,

석실 중앙에 묵옥석(墨玉石)으로 깎아 만든 좌대(坐臺)가 하나 놓여 있을 뿐이었다.

한데,

그 좌대 위에는 한 명의 청수한 중년문사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능천한은 한눈에 그 인물이 오래 전에 좌화(坐化)한 시신임을 알아보았다.

(오래 전에 죽었을 텐데 안색이 생시 그대로라니... 금강불괴지경(金剛不壞之境)에 이르렀던 초절정의 고인이었으리라!)

능천한은 염두를 굴리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좌대 위의 인물은 일견하여 청수해 보이지만 일신에서 태산의 기도가 흐르고 있었다.

오래 전의 시신에서 그런 기도가 느껴진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후배 능천한, 선인(先人)의 선거(仙居)에 난입함을 사죄드립니다.]

그는 중년인의 시신을 향해 정중히 예를 올렸다.

[...]

굽혔던 허리를 펴던 능천한의 시선이 중년인의 무릎 위에 머물렀다.

중년인의 무릎 위에는 반쯤 뚜껑이 열린 옥함이 하나 놓여 있었다.

한데,

그 새파란 광휘는 그 옥함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엇이기에... 이런 예기를 발하는가?)

능천한은 의아해하며 조심스럽게 옥함을 집어들었다.

[!]

옥함을 열던 능천한의 두 눈이 크게 치떠졌다.

--- 이잉---

스스스스스---

옥함이 열리자 웅혼한 진동이 울려 나왔다.

새파란 광망이 별빛같이 쏟아져 나오는 옥함 안,

그곳에는 하나의 륜()이 들어 있었다.

()!

신륜(神輪)!

가히 신륜(神輪)이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는 강륜(鋼輪)이 거기에 있었다.

크기는 직경 한자 반 정도,

둥근 몸체에 청광(靑光)이 한성(寒星)같이 흐르는 네 개의 날()이 톱니바퀴같이 달려 있었다.

()의 두께는 종이짝보다도 얇았다.

그 네 개의 얇디얇은 날()에서 가슴이 터질 듯한 한망이 쏟아지는 것이다.

[... 신병(神兵)... 신병(神兵)이다!]

능천한은 가슴이 크게 뛰었다.

한눈에 륜()의 범상치 않음을 알아본 것이다.

[어떤 호신강기라도 물 베듯이 하는 신병(神兵)이 틀림없다.]

능천한은 떨리는 손을 륜()으로 가져갔다.

()의 몸체 중앙에는 작은 단추가 하나 있었다.

능천한은 손가락으로 그 단추를 눌러보았다.

--- ---

--- ---

그가 단추를 살짝 누르자 네 개의 날이 소리없이 륜의 몸체 속으로 접혀 들어갔다.

그러자 청망(靑茫)이 가시며 륜은 평범한 원형의 철판으로 변했다.

[훌륭하다.]

능천한은 흥분을 금치 못했다.

그때,

그의 눈에 신륜에 깔린 몇 장의 양피지 조각이 들어갔다.

[...!]

능천한은 신륜을 들어내고 양피지 조각들을 집어 들었다.

그 양피지에는 깨알같은 글들이 가득 적혀져 있었다.

능천한은 마음을 가다듬으며 글을 읽어갔다.

 

<패천신륜(覇天神輪)을 인연있는 자에게 남긴다.>

 

[패천신륜(覇天神輪)!]

능천한은 경악과 흥분에 휩싸이며 손에 들린 륜()을 새삼 살펴 보았다.

 

---패천신륜(覇天神輪).

 

이 얼마나 놀라운 이름인가?

천지십병(天地十兵)!

한 번의 현세(現世) 천하(天下)로 뒤집어 놓는다는...

천병보(天兵譜), 천병일천좌(天兵一天坐)의 절대신병(絶代神兵)!

그중 사대신병(四大神兵)에드는 패도긴병(覇道神兵)이 아닌가?

한번 떨쳐지면,

가공할 륜영(輪影)이 천지를 뒤덮고 부딪는 모든 것을 잘라낸다.

그것이 만년한철이든, 금강불괴지체나 절대호신강기이든 결과는 동일하다.

무엇이든 자를 수 있다.

그 전설(傳說), 그 신화가 능천한의 눈앞에 있는 것이다.

[으음...!]

능천한의 쿵쾅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서신을 계속 읽어나갔다.

 

<... 본인은 본래 일개 낙척문사에 불과했다. 한데 팔십 년 전 본인은 황산을 지나다가 우연한 기회에 어는 산동(山洞)에서 기연을 얻게 되었다.>

 

X X X

 

이백 수십 년 전,

한 명의 낙척서생이 호아산을 지나다가 날이 어두워져 어느 산동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낙척문사는 그 산동 안에서 뜻하지 않는 기연을 만나게 되었다.

,

그는 산동(山洞)의 안쪽에 흙으로 발라 감춘 또 다른 석실을 발견하였고,

그 석실에는 한 부의 죽간(竹簡)과 신륜(神輪)을 얻게 된 것이다.

죽간(竹簡)은 춘추 이전 시대에 쓰려진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죽간의 앞부분이 썩어나가 죽간의 제목은 알 도리가 없었다.

낙척문사는 그 죽간에 큰 흥미를 느끼고 죽간의 내용을 연구하게 되었다.

결국,

십 년의 세월이 흐른 후,

낙척문사는 죽간에서 가공할 절기를 얻어 절대고수로 변신하게 된다.

대공(大功)을 이른 후 낙척문사는 강호(江湖)로 나오게 된다.

 

---나의 실력이란 것이 어느 정도인가?

 

낙척문사는 자신의 실력을 측정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당시 중원 무림을 쥐고 흔드는 일백고수들을 차례로 방문하고 비무를 했다.

헌데 어이없게도,

천하를 떨어 울린다는 일백고수들이 누구하나 낙척문사의 손에서 십초를 버티지를 못했다.

중원무림이 아연하고 발칵 뒤집힌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낙척문사는 크게 실망을 하고 만다.

중원무림의 실력이라는 것이 나무도 형편없다고 느낀 때문이다.

 

---천하(天下)가 이리도 좁은가?

 

낙척문사는 탄식을 하며 다시 황산으로 돌아와 은거하고 만다.

그것이 그가 무림에 나간 지 꼭 일 년만이었다.

후일(後日)에 남의 말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낙척문사에게 별호를 붙여 준다.

 

---패천자(覇天子).

 

패천자(覇天子)라고...

원한 것은 아니나 낙척문사는 패천자(覇天子)라는 거창한 별호를 얻게 된 것이다.

[... 이분이 패천자(覇天子) 조사님!]

능천한은 크게 놀랐다.

그의 아버지 패천황룡은 패천자가 자신의 일신절기를 적어 남긴 패천무경(覇天武經)으러 대공(大功)을 이루었다.

따라서,

패천자(覇天子)는 능천한에게 사조(師祖)가 되는 것이다.

[소손 능천한 사조님을 배견합니다!]

능천한은 패천자의 유체를 향해 공손히 절을 올렸다.

패천자는 패천황룡을 능붕비와 유사한 점이 많았다.

두 사람 모두 겉보기에는 부드러운 인상이나,

그 속에는 대해(大海)가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

부드러울 때는 한없이 부드럽다.

그러나 한번 노하면 천지(天地)가 뒤집어지고 만다.

이것은 어쩌면 능천한에게까지 이어지는 패천일맥(覇天一脈)의 전텅인지도 모른다.

[...!]

능천한은 계속 글을 읽어 나갔다.

 

<... 천수가 다해감을 느끼던 노부에게 한 가지 근심이 생겼다. 그것은 패천신륜(覇天神輪)의 예기(銳氣)가 지나쳐서 천하를 해랄 우려가 있음 때문이었다...>

 

능천한은 미소를 지었다.

[사조께서는 생불(生佛) 같으신 분이셨다.]

그는 패천자를 우러러보았다.

눈을 감고 있는 패천자의 얼굴에 금방이라도 미소가 감돌 듯이 보였다.

 

<이에, 패천신륜(覇天神輪)과 죽간에 적혀 있던 마지막 절대신초(絶代神招)를 노부와 함께 사장시킬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죽음에 이르러서야 천기를 알게 되었다. 천기는 노부의 후손이 노부와 인연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에 패천신륜을 남기나니... 부디 하늘의 호생지덕을 거슬리는 일이 없도록 명심할지어다.>

 

[사조님의 말씀 각골명심하겠습니다.]

능천한은 패천자의 유체를 향하여 고개를 숙였다.

양피지는 아직도 여러 장이 남아있었다.

능천한은 그중 뒤쪽의 서너 장을 먼저 읽어 보았다.

[!]

뒤쪽의 양피지를 읽던 능천한은 절로 탄성을 질렀다.

그곳에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초강(超强)의 절대 신초 한 가지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패천제육절식(覇天第六絶式).

<만겁패천초극류(覇天超極流).>

 

[패천제육절식(覇天第六絶式)은 오식(五式)이 아니고 육식(六式)이었다!]

능천한의 두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패천대륜오절식(覇天大輪五絶式).>

 

강기로도 륜()으로도 쳐낼 수 없는 천하제일의 패도절기가 이것이다.

그 무적의 오식(五式)에는 다음의 명칭들이 붙어있다.

 

---벽뢰섬(霹雷閃).

---만절환(萬絶幻).

---천중압(天重壓).

---겁멸파황류(滅破荒流).

---폭천혈강류(瀑天血).

 

한데,

놀랍게도 패천오절식 이후의 마지막 일초식이 있었던 것이다.

당금 천하에서는 폭천혈강류(瀑天血)를 받아내는 사람도 없는 실정이다.

하물며,

패천제육절 만겁패천초극류(覇天超極流)의 위력이야 오죽하겠는가?

사실,

패천자(覇天子)도 만겁패천초극류(覇天超極流)를 연마하지 못했다.

다만,

죽간(竹簡)에서 번역해 놓은 것에 불과한 것이다.

능천한은 몇 번이고 반복하여 만겁패천초극류의 구결을 읽어 보았다.

아무리 난해한 기공이라도 한번 보아 그 오묘한 이치를 알아낸다는 능천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천한은 만겁패천초극류의 외형만을 간심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만큼 만겁패천초극류는 지극히 현묘한 것이었다.

그것은 무공이전의 지극히 광대한 이치를 그 안에 담고 있었다.

[일시지간에 깨우치기는 불가능한 절대신초이다. 두고 두고 음미해 보아야 할 것같다.]

능천한은 만겁패천초극류의 초식을 적은 양피지를 깊게 간수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패천자가 적어 놓은 글에 시선을 보냈다.

[... 런 일이 있었다니...]

갑자기 능천한의 안색이 심하게 흔들렸다.

양피지의 나머지 부분,

그곳에는 상상치 못할 한 가지 전대비사가 적혀져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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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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