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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1장

 

               무참한 여인들 (2)

 

 

 

“당신... 당신이 어떻게 이런 짓을...”

누군가 만화선자를 굶주린 짐승들에게 던져준 천외천궁주에게 악을 썼다.

지후(地后).

바로 천외천궁주의 부인인 그녀였다.

“이게 다 부인의 헛된 망상이 초래한 결과라는 걸 아직도 모르겠소?”

천외천궁주는 음산하게 웃으며 지후에게 다가갔다.

“그런... 그런 말도 안되는...!”

지후는 딸 단목자혜와 함께 서서 치를 떨었다.

“부인! 고집부리지 말고 날 따라 궁으로 돌아가는 게 어떻겠소?”

천외천궁주가 짐짓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

“닥쳐요! 다른 사람은 속일지언정 난 못 속여요!”

지후는 부르르 몸을 떨며 소리쳤다.

“자진해서 못가겠다면 억지로라도 데려가는 수밖에 없겠구료.”

천외천궁주는 미끄러지듯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때였다.

“멈춰라-------”

휘르르르...

두 부부 앞으로 한 청년이 내려섰다.

봉두난발에서 풍기는 술냄새.

바로 대천제군이었다.

“지후! 걱정마십시오! 제가 왔습니다!”

그는 사뭇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지후와 단목자혜의 눈에는 실망의 기색이 어렸다.

어떻게 보아도 대천제군은 술주정뱅이였기 때문이다.

대천제군을 본 천외천궁주는 냉소를 금치 못했다.

“네놈이 대천제군이라는 얼간이이더냐?”

“무엇이!”

대천제군은 발끈하여 소리쳤다.

“에잇! 죽어라-----”

위----- 잉!

일순 대천제군의 몸은 성스러운 불광(佛光) 속에 휩싸였다.

“허어! 무아(無我)일맥의 패엽불강(貝葉佛罡)인가?”

천외천궁주는 코웃음치며 즉시 우수를 내밀었다.

콰------ 앙!

강맹한 일장이 그대로 불광을 깨뜨리며 들어가 대천제군을 후려쳤다.

“크------- 윽!”

대천제군은 피를 토하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겨우 멈춰서는 대천제군을 향해 천외천궁주는 조소를 흘렸다.

“흐흐흐 네놈이 천황성수를 무림에서 몰아내 주어 본궁주의 수고를 덜어준 댓가로 단번에 죽여주마!”

대천제군은 천황성수라는 이름이 나오자 더욱 길길이 뛰었다.

“어림없다! 풍운개벽대정신강(風雲開闢大霆神罡)-------”

콰르릉-----

풍운이 변색하는 듯한 극강한 강기가 천외천궁주를 쓸어갔다.

하지만

“삼정(三鼎)의 무공으로는 어림없다!”

냉소하는 천외천궁주의 몸이 서기로운 광휘를 일으켰다.

콰------ 앙!

대천제군이 천외천궁주를 내쳤다싶은 순간,

“크------ 악!”

사방에서 피보라가 날렸다.

대천제군은 박살이 나 너덜너덜해진 가슴을 부여안고 부르짖었다.

“크..... 내가 이렇게 약하진 않았는... 데!”

쿵-----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뒹군 대천제군의 몸은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절명한 것이다.

과실을 범했다 치더라도 어쨌든 그는 이검엽 이전에는 무림 제일의 후기지수였다.

그런 그가 너무나도 허무하게 죽고 만 것이었다.

“으... 으...”

지후는 실망과 낙담이 어우러져 비칠거렸다.

천외천궁주는 의도적으로 다정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부축했다.

“부인, 이제 그만 궁으로 들어 갑시다!”

“에익!”

지후는 그의 손길을 뿌리치며 천허존신강기를 일으켰다.

콰르릉------!

그야말로 사력을 다한 공격이었다.

스스스...!

하지만 그녀가 발휘한 천허존신강기는 천외천궁주의 몸에 닿자 눈 녹듯 스러졌다.

사력을 다했다한들 그녀의 성취는 천외천궁주의 그것에 일할에도 채 못 미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흐윽.....!”

직후 지후는 교구를 휘청하며 쓰러졌다.

소리없는 지력이 혼혈을 찍은 것이다.

“으우하하하핫-----!”

천외천궁주는 앙천광소하며 무너지는 지후의 몸을 받아 안았다.

“어머니!”

단목자혜의 비명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X X X

 

“흐흐... 부인! 왜 이러시오!”

야밤의 침실,

탄탄한 사내의 동체가 강압적으로 여인을 찍어 눌렀다.

“비켜랏! 네놈이 감히... 아악!”

여인의 발버둥은 너무도 무기력했다.

그녀는 사내의 완력에 간단히 제압당하고 말았다.

후------- 욱!

사내는 입으로 등잔을 불어 껐다.

불빛이 스러진 방안,

창으로 스미는 월광(月光)은 오히려 포근한 빛으로 그들을 비춰 주었다.

“흐흐... 부인!”

사내의 입술이 거칠게 여인을 훑어갔다.

“안... 안돼...!”

여인은 필사적으로 반항했다.

하지만 꿈틀거리는 본능(本能),

의지와는 무관하게도 그녀는 달아오르고 있었다.

“허억!”

사내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여인의 나신 위에 올랐다.

“아...!”

여인의 팔은 어느새 사내의 목을 휘감아 갔다.

뒤엉켜진 남녀,

“아학!”

마침내 악문 여인의 이빨 사이로 자지러드는 듯한 신음이 새어나왔다.

합일(合一),

드디어 그들은 본격적인 행위를 시작한 것이다.

사내는 지칠 줄 모르는 듯 거듭거듭 숨가쁘게 율동했다.

“아... 아... 학...!”

여인은 허우적거렸다.

그녀의 교수는 사내의 등을 마구 쥐어뜯었다.

사내는 마치 굶주린 야수와 같이 끝없이 여체를 탐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제발... 그만...!”

여인은 어느덧 지쳐 가고 있었다.

그러나 사내는 막무가내였다.

행위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듯, 그자는 지칠 줄 모르고 여체를 농락했다.

 

다시 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달이 기울고 있었다.

“으헉... 헉...!”

사내의 거친 숨소리는 여전했다.

“으... 음...!”

여인은 거의 실신지경이 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그 사이에 새벽의 여명(黎明)이 방안으로 스며들었다.

그러자 방안의 광경이 훤히 드러났다.

알몸으로 뒤엉킨 채 몸부림치는 남녀...

한데 일순,

“아------ 악!”

사내에게 깔려있던 여인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지나친 쾌락으로 혼미해져있던 그녀의 눈에 너무도 끔찍한 얼굴이 들어온 것이다.

자신의 몸 위에서 헐떡이고 있는 사내는 너무도 뜻밖의 인물이었다.

“안돼!”

여인은 단말마같은 비명과 함께 사내를 확 밀어내었다.

“억!”

방심하고 있던 사내는 여인에게서 밀려나 나뒹굴었다.

와장창-------!

사내를 밀쳐낸 여인은 창문을 부수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발가벗은 채 미친 듯 뛰어나온 여인,

놀랍게도 그녀는 지후(地后)가 아닌가?

사내에게 시달린 흔적이 역력한 그녀의 나신,

그녀는 처절히 부르짖었다.

“설... 설마... 당신일 줄이야!”

한편 방안에서는 밤새 지후를 유린했던 사내가 황급히 의복을 걸치고 있었다.

“실수했군. 역용이 풀린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당황한 사내,

그자는 패도적인 분위기의 중년 사내였다.

바로 천주산에서 형인 백의인을 모살한 청의인이었다.

지후는 남편을 해친 원수에게 짓밟혔던 것이다.

실로 가혹한 운명이었다.

“호호호홋-------”

지후는 발가벗은 채 미친 듯이 웅장한 전각들 사이로 달려가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과 몸을 섞은 지후는 미쳐 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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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一 章

 

           血壁, 血宗, 血精極魔坑

 

 

 

우르르르르...!

--- --- 우웅!

대지가 몸살을 앓는 듯,

거대한 울림이 망막하게 펼쳐진 산하(山河)를 뒤덮었다.

크크크크...!

크르르르...!

그 거대한 울림에는 분위가 있었다.

천하(天下)를 피()로 씻으려 하는 지옥(地獄)의 마기가...!

우우--- --- 우웅!

울림은...

쩍 갈라져 지옥의 입구같이 보이는 극히 음침한 절곡에서 흘렀다..

깎아지른 듯한 두 개의 석벽이 마주친 절곡 안에서...

절곡 안은 그대로 유계(幽界)였다.

칙칙한 마기...!

습함과 어둠으로 드리운 죽음의 냄새(死香)...!

번뜩이는 귀화(鬼火)!

산더미같이 쌓인 해골(骸骨)...

크크크크크크... 키키...!

지옥의 울림은 그 절벽사이의 절곡에서 울려 나와 대지를 뒤흔들었다.

한데,

!

사람이 있었다.

해골이 아닌 생명을 지닌 사람이 한명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한 명의 인물이 시뻘건 혈벽(血壁) 앞에 오체복지하고 있었다.

괴이하고 섬칫하도록 시뻘건 빛인 석벽(石壁)!

혈벽(血壁)!

혈벽(血壁)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일인이 있었다.

얼굴은 땅에 처박아 모습을 알 수 없는 백의노인이다.

노인의 머리는 백의만큼이나 하얗다.

[...!]

백의노인은 오체복지한 채 절대적인 어떤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르르르르르...!

크그그그그그긍,...!

공포스러운 진동!

그 진원지는 백의노인이 꿇어 엎드려 있는 혈벽(血壁) 안쪽이었다.

혈벽(血壁)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무시무시한 마기(魔氣)로 인해 진동하고 있는 것이다.

문득,

쿠쿠--- --- --- 쿠쿵!

지축이 무너질 듯이 뒤흔들렸다.

그와함께,

쿠르르르르--- 르릉!

백여 장 높이의 혈벽(血壁)이 서서히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 !

파츠츠츠--- 츠츠츳!

혈광(血光)!

끔찍한 핏빛 혈광(血光)이 갈라진 혈벽(血壁)사이로 쏟아져 나왔다.

그믐날 밤의 모닥불빛같이...!

터져 솟구치는 화산의 용엄같이...!

엄청난 핏빛 혈광이 갈라진 혈벽에서 쏟아져 나오지 않는가?

()!

죽음()을 부르는 지옥(地獄)의 혈광(血光)!

그것이었다.

츠츠츠...!

우르르르르...!

노도가 쏟아지듯 혈광이 쏟아졌다.

모든 사악(邪惡)함이 깃든 혈광이 폭포같이 흘렀다..

[...!]

혈벽 앞에 오체복지하고 있는 백의노인의 몸이 더욱 쭈그러들었다.

지극한 공포로 그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렸다.

그리고 문득,

한소리 웅혼한 일성이 터졌다.

그 목소리는 쩍 갈라지는 혈벽(血壁)사이에서 흘러 나왔다.

[쌍극천효(雙極天梟)! 고개를 들라!]

섬칫함이 배인 목소리,

그러나,

그 목소리에는 섬칫함 외의 어떤 마기(魔氣)도 서려 있지를 않았다.

극마지경(極魔之境)에 든 자가 발한 목소리였을까?

자세히 보면,

혈벽에서 흘러나오는 혈광(血光) 속에는 시뻘건 혈기(血氣)에 싸인 괴인이 둥실 떠 있었다.

혈기에 가려 전혀 모습은 알아볼 수가 없고,

다만, 강렬한 핏빛의 안광이 횃불같이 번뜩이고 있었다.

[오오... 혈종(血宗)이시여...!]

쌍극천효(雙極天梟)라 불린 백의노인이 감루를 흘리며 혈인을 우러러 보았다.

혈종(血宗)!

혈종(血宗)이라니...!

혈광 속의 괴인(怪人)!

그가 혈종(血宗)이라는 끔찍한 이름을 가진 자인가?

고개를 들자, 비로소 백의노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백의노인, 쌍극천효(雙極天梟)!

그자는 육십 전후의 청수한 노인이었다.

모습은 청수하지만 그자의 두 눈은 음침함으로 깊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일견하여 지극히 심기가 깊고 간계가 뛰어난 자임을 알아볼 수가 있었다.

[혈종(血宗)이시여... 속하는 일갑자를... 혈종의 부르심을 기다리며 절치부심해왔습니다.]

쌍극천효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자는 진심으로 감격하고 있었다.

[쌍극천효(雙極天梟)! 잘 기다려 주었다. 이제 천하가 혈종(血宗)의 것이 될 것이고, 그대는 혈종의 제일출복이 될 것이다!]

혈벽(血壁)!

그 갈라진 틈으로 흐르는 혈광 속에서 웅혼한 들렸다.

[혈종(血宗)!]

쌍극천효(雙極天梟)는 감격하여 몸을 떨었다.

(... 극마극사지경(極魔極邪之境)에 드셨다. 천하에 혈종(血宗)의 적수가 없으리라!)

다시 혈광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쌍극천효(雙極天梟)! 천하를 제()할 대계(大計)를 말해보라!]

[분부... 받들겠사옵니다!]

쌍극천효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자의 두 눈은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혈종(血宗)께서 가장 먼저 하셔야 할 일은 일황룡(一皇龍)을 쓰러뜨리고 일비부(一秘府)를 얻으셔야 하고 십병(十兵)을 거두시며... 일기재(一奇才)를 얻으시던지 없애셔야 합니다!]

[일황룡(一皇龍), 일비부(一秘府), 십병(十兵), 일기재(一奇才)...]

혈광 속의 인물이 중얼거렸다.

쌍극천효가 영교하게 설명했다.

[일황룡(一皇龍)은 황산(黃山) 패천황룡(覇天皇龍)을 일컬음입니다. 그자는 백 년대의 천하제일고수(天下第一高手)로 패천자일맥(覇天子一脈)의 후인입니다!]

혈광 속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패천자일맥(覇天子一脈)이 나타났단 말인가? 혈종(血宗)과 상극(相克)인 패천자일맥이!...]

쌍극천효는 고개를 조아렸다.

[그렇습니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으나... 패천황룡은 패천자의 후예입니다!]

혈광 속의 인물,

혈종(血宗)이라 불리는 그자의 목소리에 살기가 흘렀다.

[이백 년 전의... 전철을 되밟지 않으려 하면 패천황룡(覇天皇龍)을 확실히 없애야겠군!]

쌍극천효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일비부(一秘府)는 자부(紫府)를 말함입니다. 지부에는 오절(五絶)이 있고 그 하나 하나가 절세일절(絶世一絶)이므로... 천하를 경륜하심에 있어 반드시 얻으셔야 할 것입니다...!]

[...!]

[십병(十兵)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실 것이고...!]

[그렇다. 본종의 극마지체(極魔之體)도 천지십병(天地十兵) 앞에서는 무력함을 안다!]

[황망스럽습니다!]

쌍극천효가 고개를 조아렸다.

[계속하라! 일기재(一奇才)?]

쌍극천효는 혈종의 말에 즉시 대답하였다.

[황산잠룡(黃山潛龍)이 일기재(一奇才)입니다!]

[...!]

혈벽 속의 혈광이 크게 파동을 일으켰다.

[황산잠룡이라면... 설마 패천황룡(覇天皇龍...!]

[그렇습니다. 일기재는 패천황룡(覇天皇龍)의 독자(獨子)인 패천잠룡(覇天潛龍)을 말함입니다!]

[패천잠룡(覇天潛龍)...!]

[그는 당년에 약관으로서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을 타고난 자였습니다!]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

혈종이 혈광에 묻혀 중얼거렸다.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

 

있다고는 전하나 이천 년 내에 나타나지 않았던 전설의 신맥(神脈)이다.

천지문(天地聞)의 지극히 바르고 큰 기운(大正氣)을 받아 이루어진다는...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

이를 지니고 태어난 인간은 통천(通天)의 지혜를 지닌다.

그뿐 아니라,

어떤 어려운 기공도 일별함으로써 습득할 수 있으며,

만사(萬邪)와 만마(萬魔)가 그의 안광만으로도 사그라들고 만다.

이것이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인 것이다.

 

[...!]

[...!]

잠시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천극대정신맥을 지녔다면... ()과는 공존할 수 없는 자!]

[혈종(血宗)께서는...!]

쌍극천효가 묻자, 혈종의 냉혹한 일성이 혈광 속에서 터졌다.

[죽여라! 무슨 수를 쓰든 확실하게 죽여 없애도록!]

[존명(尊命)!]

쌍극천효는 머리를 땅에 박으며 몸을 떨었다.

혈종의 냉혹한 목소리가 혈벽 사이에서 울려 나왔다.

[중원천하가 넓음을 안다. 일황룡, 일비부, 천지십병, 일기재외에도 주목해야할 자들이 있을 터인데...!]

혈종의 말에 쌍극천효는 즉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마도(魔道)와 사도(邪道)는 혈종(血宗)의 평화에 있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으나 흑도녹림(黑道綠林)과 정도(正道)에 많은 강자들이 있습니다.]

[계속하라!]

[먼저... 구파일방에... 삼존(三尊)이 있습니다.]

쌍극천효는 입술에 침을 바르며 삼존(三尊)에 대해 설명하였다.

 

<정도삼존(正道三尊)>

 

패천황룡(覇天皇龍)이전 세대에 있어 무적최강으로 알려진 삼인(三人)의 절대고수를 말한다.

이들은 각기 소림(少林), 무당(武當), 개방(丐幇)에서 나왔다.

그 때문에 이들은 불존(佛尊), 도존(道尊), 개존(丐尊)이라고도 불린다.

 

---천해존불(天海尊佛).

 

그는 당대 소림방장인 법정선사(法正禪師)의 사백이 되는 인물이다.

전대 소림사의 장문인기도 한 그는 소림사 역사상 삼대고수(三大高手)에 드는 고승이다.

그의 항마신공(降魔神功)은 능히 만 근의 철괴(鐵塊)를 모래로 만들 정도라 한다.

 

---청허현도존(靑虛玄道尊).

 

무당 최강자이며 전설적인 도문(道門)인 청허문(靑虛門)의 전인,

또한, 전대의 천하제일지(天下第一智)이기도한 고인(高人)이다.

그의 도가기공은 천해천불의 항마절기와 쌍벽을 이루고,

그의 뇌리에는 천하만사(天下萬事)가 담겨져 있다.

 

---취존개(醉尊).

 

개방 역사상 최강자!

천년 개방절예가 그의 일신에 모여 백배 강하게 나타났다.

청허현도존만큼 지혜로운 현자이기도 한 그는 한곳에 머무르는 것이 싫어 하루만에 개방지존이라는 지위를 버렸다.

술과 해학!

이 둘도 벗을 삼아 천하를 떠도는 제일기인(第一奇人)이 그다.

 

이들이 정도삼존(正道三尊)!

구파일방의 성세를 최고고조로 높였던 인물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사십여 년 전부터 무림에서 그 모습이 사라졌다.

그 때문에 항간에는 그들이 이미 죽었을 것이라는 소문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정도삼존(正道三尊)외에 정파에서 가장 주목되는 자는 광양대제(廣陽大帝)라는 자입니다!]

쌍극천효가 말을 이었다.

[광양대제(廣陽大帝)...!]

[그자는 삼존과 동배분의 인물이며 또한 삼존 중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강자입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자 휘하에 있는 정파제일의 광양회(廣陽會)입니다.]

[...!]

혈종은 말없이 듣기만 하였다.

쌍극천효는 영교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정도에는 삼존과 일제 외에 일검성(一劍聖), 신주오기(神州五奇)가 있습니다.]

쌍극천효의 눈이 교활한 빛을 띄우고 입가에는 득의의 미소가 흘렀다.

[하오나... 일검성과 신주오기는 속하의 손으로도 없앨 수 있는 자들입니다.]

[흑도와 녹림에는 누가 있는가?]

혈종의 혈벽 안에서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모래를 씹는 듯 전혀 감정이 실려 있지를 않았다.

쌍극천효는 이마의 땀을 닦았다.

[흑도에는 흑룡천신(黑龍天神)이 있고 녹림에는 녹림대제(綠林大帝)가 있습니다.]

[회유할 수 없는 자들인가?]

혈종이 물었다.

[그들은 쌍황(雙皇)만큼 강한 자들입니다. 목숨이 끊일지언정 타인의 수하로 들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대의 생각은?]

혈종의 물음에 쌍극천효는 즉시 대답했다.

[역시 척살(剔煞)함이...]

갑자기 혈종이 그의 말을 끊었다.

[척살(剔煞)함은 하책이다. 자존심이 강한 자들이라니... 그 점을 이용하여 굴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쌍극천효는 등줄기로 식은 땀을 흐르는 것을 느꼈다.

(혈종(血宗)께서는 노부 못지 않은 심기를 지니신 분이다.)

쌍극천효는 일말의 두려운 감정이 일었다.

심기방면에 있어서만큼은 천하제일이라고 자부하던 그였다.

한데 혈종의 안목이 자신에 못지않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쌍극천효는 그런 내심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혈종의 분부하심, 각골명심하겠습니다.]

그는 혈벽을 향해 깊이 고개를 조아렸다.

[이제... 때가 되었다. 혈종오패(血宗五覇)를 잠에서 깨워랏! 일시에 천하는 혈종의 것으로 하리라!]

[혈종(血宗)...!]

쌍극천효가 격동하여 몸을 떨었다.

혈종은 웅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열흘 후! 본종의 현신이 있으리라. 그때까지 혈종오패의 전력을 모아놓아야 한다!]

[혈종! 심려 놓으소서...!]

그그그그그... !

열렸던 혈벽이 굉음을 내며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다.

[혈종이시여...!]

그모습을 보며 쌍극천효는 오체복지하여 감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스스스스... 츠츠츳!

점차, 칙칙한 혈기도 속으로 사그러져 갔다.

사그러지는 혈기사이로 혈종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쌍극천효(雙極天梟)! 그대를 믿는다. 본종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 --- --- !

크르르르르... ...!

혈벽은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가랏! 가서 본종의 현신을 기다려라!]

그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깊은 죽음의 적막의 절곡을 뒤덮었다.

그제야 쌍극천효는 몸을 일으켰다.

[후훗! 천하는 모르리라!]

그는 닫혀진 혈벽을 주시하며 기묘한 미소를 지었다.

[신기보(神奇譜) 제삼서열의 신기(神奇)가 이곳 지옥애(地獄崖)에 있음을...!]

이럴 수가...!

신기보(神奇譜) 제삼신기(第三神奇)라니...!

그것은 혈정극마갱(血精極魔坑)의 신기(神奇)가 아닌가!

 

---혈정극마갱(血精極魔坑)!

 

()와 사()가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극마지경(極魔之境)이 거기에 있다는 저주의 지옥마소(地獄魔所)가 아닌가?

그 혈정극마갱이 혈벽(血壁) 안에 있다니...!

너무도 놀라운 일이 아닌가?

[흐흐흣! 제일이 되기를 원치는 않는다. 야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타고 난 재주가 모자람을 알기 때문이다!]

쌍극천효의 두 눈이 극히 음사하게 빛났다.

[흐핫하! 그러나... 반년 후에는 제일은 못되어도 제이(第二)는 되어 있으리라!]

--- --- !

쌍극천효는 크게 웃으며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의 신형은 삽시에 까마득한 절벽을 치솟고 있었다.

그와 함께,

그그그그그... 그긍!

--- --- 우우우웅!

다시 마()와 피()를 부르는 진동이 지옥애(地獄崖)를 울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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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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