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에 해당되는 글 2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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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21.02.27 [황금전장] 제 28장 하늘이 너를 내게 보냈구나.
  3. 2021.02.26 [찬황존신보] 제 46장 혈궁과 삼패의 궤멸 2
  4. 2021.02.25 [황금전장] 제 27장 거룩하신 제왕의 미천한 종
  5. 2021.02.24 [황금전장] 제 26장 찾아온 미녀
  6. 2021.02.23 [황금전장] 제 25장 소녀의 술 주정
  7. 2021.02.22 [애드핏] 드디어 애드핏이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1
  8. 2021.02.21 [황금전장] 제 24장 왕들의 왕
  9. 2021.02.20 [황금전장] 제 23장 미혼처를 술통에 넣고...
  10. 2021.02.19 [황금전장] 제 22장 여자면서 여자가 아닌,
  11. 2021.02.17 [황금전장] 제 21장 술에 취한 미녀
  12. 2021.02.16 [황금전장] 제 20장 멍청이로 만드는 독
  13. 2021.02.14 [황금전장] 제19장 어허 이런 변이 있나?
  14. 2021.02.13 [황금전장] 제 18장 나 하나 잡아죽여서 모두 <해피>해지겠다?
  15. 2021.02.12 [황금전장] 제 17장 이건 혹시 결혼반지?
  16. 2021.02.11 [황금전장] 제 16장 암흑철수, 죽음의 성물
  17. 2021.02.10 [황금전장] 제 15장 백만냥이다. 먹고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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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2021.02.08 [다음카페] 설을 맞아 팬카페 <와룡소>의 열람등급을 조정합니다.
  20. 2021.02.07 [황금전장] 제 13장 이상한 장갑
  21. 2021.02.06 [황금전장] 제 12장 잘라라!
  22. 2021.02.04 [황금전장] 제 11장 고금제일마의 유물
  23. 2021.02.03 [황금전장] 제 10장 생사일보, 사람 미치게 만드는 무공
  24. 2021.02.02 [황금전장] 제 9장 그 아우에 그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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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원수함의 뒷부분. 이곳의 갑판은 중간보다 한단 정도 높다.

원수함 꽁무니 뒷쪽에 새집처럼 달려있는 술통.

턱! 술통의 모서리를 잡는 가녀린 손

권완; [으으으!] 신음하며 겨우 고개를 내밀고

권완; [여... 여기는 어디지?] [내...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걸까?] 아직 눈이 풀린 상태로 두리번거리고

안개 속을 흘러가는 원수함의 뒷부분

까마득한 아래쪽에서 일어나는 포말

권완; [머... 머리 속이 뒤죽박죽이야!] 머리가 아파서 손으로 머리를 쥐고

권완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여러 장면들. 청풍이 벽력탄을 터트리던 장명, 돌아보며 시가지로 달아나는 청풍과 독고사룡을 추적하던 자신의 모습. 모퉁이를 돌자 갑자기 나타나는 벽. 그 벽을 뚫고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 확 다가오는 거대한 술통. 술통 속으로 쳐박히는 자신의 모습. 술에 빠져 술을 들이키던 모습. 술통 밖으로 기어나오던 모습. 양조장 주인에게 멱살잡이를 하던 장면. 술통 속에 웅크리고 자던 모습. 청풍이 쪼그리고 앉아서 자신의 입 가에 묻은 토사물을 닦아주던 장면 등등

권완; [공청풍... 공청풍...!] 이를 악물고. 눈은 여전히 풀린 상태

권완; [그 원수가... 그 짐승이 근처에 있어!] 억지로 술통 밖으로 기어 나오고

권완; [다시 놓치기 전에.... 잡아죽여야해!] 이를 바득 갈며 술통 밖으로 몸을 빼고.

그러다가 술통을 벽에 박아놓은 곤오용봉채를 발견하고

권완; [무기가 필요했는데 잘 됐어!] 두 손으로 곤오용봉채를 확 잡아뽑고

덜컥! 곤오용봉채가 뽑히자 술통은 그대로 아래쪽으로 추락하는데. 권완의 몸은 허공에 떠있다.

첨벙! 까마득한 아래쪽의 물로 떨어지는 술통

번쩍! 번쩍! 갑판 위에서 경비 서던 무사들의 눈이 빛나고

물에 떠내려가는 술통.

권완; [내 인생을 무참히 짓밟은 인간! 복수 외에 내가 살아갈 목적은 없어!] 슈욱! 청풍을 떠올리며 위로 높이 날아올라간다.

경비 서던 무사들이 눈을 번쩍이며 돌아본다

배의 꼬리 부분. 한단 높은 곳으로 선녀처럼 하늘거리며 갑판으로 날아내리는 권완

<적이다!> <침입자다!> 일제히 권완 쪽으로 돌아서는 무사들

사락! 깃털처럼 갑판 위로 내려서는 권완

<쳐라!> <경보를 울려라!> 가까이 있던 무사들이 일사분란하게 무기를 휘둘러 권완을 공격해온다. 도끼와 창이 바람을 가르는 아주 강력하고 살벌한 공격이다. 하지만

권완은 계단을 내려오며 양손에 든 용봉채를 바깥에서 안으로 그으며 교차시키면서 앞으로 걸어가고. 순간

슈캉! 부악! 양쪽에서 달려들며 휘두르던 무기들이 급 가속하면서 권완이 아니라 서로를 공격해간다.

[헉!] [몸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위험해!] 자신들의 무기가 동료를 공격하자 기겁하는 무사들

카카캉! 좌우에서 열을 지어 돌진하던 무사들이 서로를 공격하고. 무기들이 일제히 충돌하며 불꽃을 피운다. 마치 자크가 채워지듯이 연쇄반응처럼 맞은 편의 서로를 공격하는 무사들의 무기

[큭!] [헉!] 충격 받아 반대 방향으로 퉁겨지거나 부상을 입고 나뒹구는 무사들

[조심하라! 요사한 술법을 쓴다!] [무형의 기운으로 사물을 조종하는 힘을 지녔다!] 무사들 경악하며 물러서려 하지만

퍼퍽! 퍽! 권완이 사쁜거리며 지나가는 좌우의 무사들은 날아든 섬광에 맞아 나뒹굴고. 권완이 용봉채로 공격을 했다.

아직 권완의 공격이 미치지 않는 곳의 무사들은 급히 물러서고

[철궁(鐵弓)으로 원거리에서 저격하라!] 무사 한 명이 외치고

슈욱! 무사들 대열 뒤편에서 일제히 날아오르는 십여명의 무사들. 그들은 무기가 활인데 사람 키만한 강궁에 세 대 씩의 긴 화살을 재워 권완을 겨누고 있다

[쏴라!] [낙혼철시(落魂鐵矢)는 철벽도 뚫는다!] 허공에 뜬 채 일제히 활을 쏘는 무사들

삼십여대의 화살이 미사일처럼 권완에게 날아간다. 하지만

권완이 용봉채를 좌우로 휘두르자

파파팟! 파팟! 용봉채가 가리키는 대로 옆으로 흘러가 바닥에 박히는 화살들

[낙....낙혼철시도 통하지 않다니...!] [우리가 상대할 수 있는 계집이 아니다!] [총관님과 가주님들이 오셔야만 한다!] 뒤로 물러서는 무사들

권완; [공청풍! 공청풍은 어디 있나요?] 외치고

[공청풍?] 어리둥절하는 무사들

권완; [그를 데려와요! 나는 그에게 물어볼 말이 있어요!] 아름답고도 오싹한 표정으로 말하며 걸음을 옮긴다. 당혹하고 두려워하며 물러서는 무사들. 헌데

그 장면을 까마득한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인물이 있다

쿵! 허공에 뜬 거대한 군마. 갑옷을 입은 말인데 말 위에는 망토를 두른 가면을 쓴 인물이 서있다. <베르세르크>에서 <해골의 기사>같다. 틀린 점은 얼굴에 쓴 가면이 해골이 아니라 난릉왕이라는 점. 바로 난릉왕이 등장했다

허공에 뜬 말의 발아래 거대한 원수함

그 원수함의 갑판 후미에서 벌어지는 일이 작게 보이고

[....!] 무언가 생각하는 난릉왕

 

#76>

청풍;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다구요.] 서문숙과 마주 앉아서 신세 타령을 하고 있다. 서문숙은 침대에 앉아있고 청풍은 맨 바닥에 팔짱을 끼고 앉아있다.

청풍; [내가 뭐 해결사란 직업을 갖고 싶어서 가졌나요?] [아버지가 억지로 시킨 일인데 그나마 잘해도 욕먹고 성에 차지 않으면 혼나고....!] 분노에 치를 떨고.

서문숙; (황금전장이 용담호혈(龍潭虎穴)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고금제일인으로까지 불리는 절대마존 소의장의 마공까지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서문숙; (황금전장에 대해 다시 원점부터 탐색해봐야겠도다.)

청풍; [그래도 난 항상 공평했어요. 받은 게 있으면 반드시 그만큼 돌려줬으니까요.]

청풍; [내 양심을 저울에 올려놓고 재보거나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할 수 있어요.]

서문숙; (좀 경박하긴 해도 복이 많고 자질은 발군이다.)

서문숙; (이 나이에 벌써 절대마존의 무공을 익혀냈으니 잘만 가르치면 십년후에는 천하를 짊어질 동량이 되겠지!) 웃으면서 청풍의 넋두리를 듣고 있는 서문숙

청풍; [이번 일만 해도 정말 억울한 게....!] 말하는데. 삐이이! 갑자기 날카로운 경보음이 들린다. 흠칫하며 입을 다무는 청풍. 직후

[침입자다.] [적이 탑승했다!] 어디선가 다급한 외침이 들리고

쿵쿵쿵! 철컹! 철컹! 중무장을 한 무사들이 달려가는 소리가 들린다.

청풍; [노야! 밖에 뭔 사단이 난 모양인데요.]

서문숙; [그런 것 같구나.] 끄덕이며 일어나고. 청풍도 일어나고

서문숙; [아마도 이번엔 진짜 왕이 보낸 자거나 왕 본인이겠지.] 문간으로 간다. 엄숙한 표정

청풍; (왕...!) 놀라며 따라가고

청풍; (난릉왕이란 자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속을 알 수 없는 저 노친네까지 아연긴장하는 것일까?) 문을 열고 나가는 서문숙의 뒤를 따라 나간다

복도로 나서는 서문숙과 청풍.

두두두! 뒤에서 무장한 무사들이 십여명 달려오고.

청풍은 서문숙 뒤로 붙어서 따라가며 흘깃 뒤를 보고.

[원수님! 적이 침입했습니다.] [현재 갑판에서 아군과 교전 중이라고 합니다.] [적은 한 명입니다.] [대단한 고수로 총관께서 상대하기 위해 올라가셨다고 합니다.] 달려지나가며 보고하는 무사들. 멈추지 않고 지나친다.

고개 끄덕이며 걸음 옮기는 서문숙, 당당하여 방금 전까지의 늙은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청풍; (일사분란하네.) (진짜 군대와 다를 바가 없어!) 지나치는 무사들 보며 생각할 때

서문숙; [본 원수(元帥)가 올라갈 때까지 제장(諸將)들은 적을 그 자리에 억류만 시키고 교전을 삼가라!] 위엄있게 외치고

<교전을 삼가라!> <현 상황을 유지하라!> 연달아 명령을 전하는 소리가 들리고

그 사이에 계단에 이르는 서문숙과 청풍

<제가의 가주님들께서도 직접 참전하시길 청하십니다.> 어디선가 보고가 들어오고

서문숙; [적은 단 한 명이다. 또한 가주들 중 누군가를 노리는 자객일지도 모른다.]

서문숙; [제가의 가주들은 위치를 고수하고 움직이지 마라!] 위엄있게 명령하며 계단을 올라간다

<봉명!> <제가의 가주들께서는 현 위치에서 대기하시오!> 복창하는 소리

서문숙; [근처에 접근한 배가 있는지 보고하라!]

<진행방향 오리(五里)! 경신방(鯨神幇) 소속으로 보이는 상선(商船)이 느린 속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문숙; [적의 후속이 타고 있을지도 모른다. 총관은 표적과의 교전준비를 갖추고 원수함의 지휘를 넘겨 받으라!]

<속하 양홍경! 원수님을 대신하여 본함을 지휘하겠습니다.> 복창하는 소리가 들리고

청풍; (군대 같은 게 아니라 진짜 군대다!) 놀라고

앞쪽에 갑판으로 나가는 문이 보이고 계단이 넓어졌다. 계단 좌우에 중무장한 무사들이 도영하고 있다.

청풍; (왕, 원수, 장군등의 직책도 그렇고.... 대체 이들의 정체는 뭘까?) 밝은 입구쪽으로 나가는 서문숙을 따라가며 좌우에 도열한 무사들을 보고

청풍; (황실의 군대는 아닌 게 분명한데... 누가 이들의 충성을 받는 걸까?) 생각하며 서문숙과 함께 갑판으로 올라선다.

청풍과 서문숙이 올라선 입구는 배의 중간쯤에 자리하고 있는 선실의 문이다. 갑판 아래에서 그 선실 문을 통해 갑판으로 나오게 되어 있다. 그들 앞쪽 드넓은 갑판 위에서는 백여명의 무사들이 진을 친 채 누군가를 막아선 모습.

서문숙이 나타나자 물살처럼 갈라지며 고개 숙이는 무사들.

서문숙; [적은?]

무사1; [저 계집입니다!] 나이 든 무사가 앞을 가리키고

청풍; (계집?) 놀라고

급히 서문숙 옆으로 고개를 내밀어 앞을 보고

쿵! 갑판 중앙에 표연히 서있는 권완. 두 손에 든 용봉채를 아래로 향하게 든 채 뭔가 생각하는 듯 고개를 약간 옆으로 숙이고 있다. 주변에는 혈도가 짚인 무사들 여럿이 쓰러져 있다. 좀 떨어진 곳에서는 무사들이 혈도가 짚인 동료들을 외곽으로 끌어내고 있고

청풍; (이... 이쁜이잖아!) 눈이 띠용.

그때 고개를 천천히 드는 권완

청풍; (이크!) 급히 서문숙 뒤에 숨고

청풍; (실수했다! 혈도라도 찍어둘 걸!) 서문숙 뒤에 숨어서 죽상을 하고. 그때

서문숙; <네가 말한 권씨세가의 여아냐?> 전음으로 묻고

청풍; <그 새 깨어날 줄은 몰랐어요. 소란 피워 죄송해요!>

서문숙; <괜잖다! 노부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 [어린 처자를 상대로 이 무슨 소동이냐?]

움찔하는 무사들

서문숙; [모두 원 위치로 돌아가라!] 호통을 치며 앞으로 나가고.

군례를 취하고 사방으로 흩어져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무사들.

청풍은 급히 옆의 선실 그늘로 들어가 숨고

그 사이에 권완 앞으로 가는 서문숙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서문숙을 보는 권완

서문숙; [경계할 거 없다. 노부는 널 도와주고 싶다!]

권완; [절 도와주시려면 공청풍을 내놓으세요!] [그 짐승이 이 배에 타고 있다는 걸 알아요!]

서문숙; [듣는 이목이 많으니 자리를 옮기도록 하자.] 말하며 손을 내밀어 권완의 손목을 잡아가지만

권완; [물러서세요!] 용봉채를 교차하며 기합을 지르고

부악! 권완의 몸에서 강력한 소용돌이가 일어나서 서문숙에게 몰려가고

서문숙; [진정 하거라!] 손을 저어 그 소용돌이를 해소하려 하지만

텅! 가슴에 강력한 충격을 받는 서문숙

허공으로 둥실 떠밀려가는 서문숙.

<원수님을 밀어버리다니...! 내공으로는 천하최강인 분인데...!> 모든 무사들이 경악하고

화락! 하지만 깃털처럼 가볍게 내려서는 서문숙.

서문숙; (이건 무슨 무공인가?) (순식간에 노부의 몸속으로 저 아이의 기운이 흘러들어와 조종하려고 했다!) 놀랄 때

권완; [공청풍! 그자를 비호하는 자도 용서치 않겠어요!] 살벌하게 외치며 앞으로 발을 내딛고. 용봉체 하나로 서문숙을 겨누며. 하지만

쩡! 갑판에서 갑자기 빛으로 이루어진 덩굴들이 자라나서 권완의 몸을 휘감고 올라간다

권완; [흑!] 기겁하며 벗어나려 하지만

지지지! 단번에 권완의 몸을 위감는 빛으로 이루어진 덩굴.

청풍; (저건...!) 놀랄 때

권완; [술... 술법(術法)....!] 신음하며 휘청하고. 눈에서 빛이 사라진다

따당! 용봉채를 떨구며

바닥에 깃털처럼 힘없이 쓰러지는 권완

<그러면 그렇지!> <아무렴, 저런 풋내 나는 계집이 원수님의 상대가 될려고...!> 안도하는 무사들

청풍; (어떻게 한 거지? 무공을 쓰는 기척은 전혀 없었는데....!) 안도와 함께 당혹하며 숨어있던 곳에서 나오고. 서문숙에게 다가간다

서문숙; [너에 못지 않은 재원이로구나. 과연 권일해가 여식을 잘 뒀어!]

청풍; [이쁘기도 환장하게 이쁘죠!] 헤벌레

서문숙; [퍽이나 좋겠다! 그렇게 예쁜 처자가 죽이겠다고 쫓아다니는데....1] 쓴웃음 지으며 돌아서고

청풍; [헤헤! 쫓고 도망 다니다 보면 뭐 정이 들 날도 있겠죠!] 머리 긁적

서문숙; [방으로 데려오너라. 노부가 알아듣게 설득을 해보마!] 선실의 문으로 들어가려 하고

청풍; [그래주시면 은혜가 백골난망입죠!] 희희낙락하며 손을 부비면서 굽신거리는데

따각! 따각! 따각! 갑자기 어디선가 말발굽 소리가 들리고

[!] 선실로 들어가려던 서문숙의 눈이 부릅떠지고

청풍; [어! 여긴 강물 위인데 웬 말발굽소리?] 놀라 돌아보고. 그때

[노야!] 주변에서 긴장한 무사들이 외치며 선미 쪽을 본다

서문숙도 홱 고개 돌려 돌아본다.

쿵! 따각! 따각! 허공에서 말발굽소리를 내며 천천히 선미로 걸어내려오는 난릉왕과 거대한 군마. 난릉왕이 탄 말은 마치 허공에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내려오는 것 같고. 말발굽 소리도 군마의 발걸음을 따라서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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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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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안개 속. 강물 위를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는 청풍.

촤르르! 추악! 하는 소리가 안개 저 안쪽에서 들린다.

청풍; (무슨 소리지?) 흠칫하며 소리 들린 쪽을 보고

청풍; (혹... 혹시 소문대로 이무기나 용이 나타난 걸까?) 침 꼴깍 삼키며 긴장하는데

쿠오! 갑자기 전명의 안개 속에서 거대한 벽같은 것이 나타난다

청풍; (배...?) 팟! 놀라면서 뒤로 물러서고

쿠쿠쿠! 안개를 가르며 나타나는 원수함의 거대한 모습. 마치 눈 앞으로 검은 절벽이 다가오는 것 같다. 수면에서 갑판까기 높이가 30미터 이상. 길이는 150미터 이상. 범선의 양쪽 하단에서는 백여개의 긴 노들이 뻗어나와 지네의 발처럼 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청풍; (뭐... 뭐야 이 배는?) 입이 쩍

쿠쿠쿠! 놀라는 청풍의 앞쪽을 마치 우주전함처럼 지나가는 원수함. 배 위 난간에 일정한 간격으로 중무장한 무사들이 서있는 게 보인다. 하지만 무사들은 하늘만 경계하고 있어서 안개가 낀 강물 위에 서있는 청풍을 발견하지 못한다.

청풍; (이토록 거대한 배가 존재했다니... 배가 아니라 차라리 물 위에 떠다니는 성이로구나!) 까마득히 높은 배 위를 올려다보며 얼이 빠져있고.

갑판 위에 서서 경계하는 무사들의 상반신 일부만 보이고

청풍; (클 뿐만 아니라 전체가 삼엄한 살기에 뒤덮여있다. 이건 단순한 상선이 아니다!) 눈 빛내고

쿠쿠쿠! 그 사이에 배의 거대한 모습이 안개를 가르며 지나가고. 그와함께 주변에 서려있던 안개도 갈갈이 찢겨져서 흩어지고

안개가 흩어지며 밝은 보름달과 별이 나타난다. 양쪽으로 멀리 거뭇한 강의 양쪽의 뚝이 보이고

청풍; (너무 거대한 배가 가르고 지나가는 바람에 안개가 흩어졌다!)

청풍; (아니, 저 배가 안개를 뿌리고 다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배 위에 나란히 설치되어 안개를 뿌리는 제무기를 보고

쿠쿠쿠! 그 사이에 완전히 청풍의 앞을 지나치는 원수함

청풍; (마치 다른 세상에서 튀어나온 듯한 배같다!) (궁금한데 그냥 보낼 수는 없지!) 팟! 술통을 짊어진 채 날아오르고

배의 꽁무니 쪽으로 날아오르며 술통을 짊어진 소매에서 곤오용봉채를 뽑고

콱! 허공에 뜬 채 술통을 바로 세워서 술통 안쪽을 곤오용봉채로 궤뚫어 선체에 박는다.

선체에 박혀 고정되는 술통

푹! 술통에 매달린 채 또 하나의 곤오용봉채도 뽑아서 술통 안쪽을 뚥고 벽에 박아 단단히 고정시킨다. 술통은 마치 새집처럼 원수함의 꽁무니에 박힌다.

술통 위로 올라서는 청풍

들여다보니 술통 속에서는 여전히 권완이 세상 모르고 자고 있다.

청풍; (우리 이쁜이는 여전히 꿈나라를 헤매고 있군!) 흡족한 표정

이어 돌아본다

안개 속을 떠가는 배의 꽁무니. 좌우로 안개가 요동치며 흐른다

청풍; (마치 구름을 타고 가는 것같네!) 감탄하고. 그때

꼬르륵! 배에서 소리가 난다

청풍; (아우! 배 고파라!) 한손으로 배를 움켜잡고 오만상

청풍; (그러고 보니 지난 이틀 동안 변변한 식사도 못했잖아!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은 것도 무리가 아니야!) 한숨

청풍; (이쁜이가 잠든 사이에 살짝 염탐 좀 해보자!) 입맛 다시고

청풍; (운 좋으면 먹을 걸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 선체의 벽을 원숭이처럼 기어 올라가고

조심스럽게 고개 내밀고 갑판 위를 살핀다.

조각처럼 미동도 않고 있는 무사들.

청풍; (군기들이 제대로 들어있군!) 감탄하고.

청풍; (그래 봤자 내 그림자도 못 볼 거다!) 슈욱! 생사일보를 펼쳐서 흐릿하게 변하고

슈악! 갑판 위로 흘러가고.

갑판의 좁게 난 틈으로 스며들어가는 청풍. 아무도 눈치를 못 챈다

 

#74>

원수함 내부의 복도.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는 서문숙의 방 근처.

슈욱! 천장을 통해 그 복도 한쪽에 나타나는 청풍.

청풍; (이 근처에서 뭔가 달콤한 냄새가 났는데....!) 두리번

그러다가 기겁. 멀지 않은 곳에 무장한 무사들이 서있다. 불과 3-4미터 거리다.

청풍; (이크야!) 슈욱! 다시 얇게 변해서 벽에 난 틈으로 들어간다.

흠칫하며 청풍이 있던 곳을 돌아보는 무사 1

무사2; <왜 그러나?> 전음으로 묻고

무사1;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갸웃

슈욱! 어둑한 서문숙의 방 내부로 나타나는 청풍. 방구석에 놓인 침대에 서문숙이 누워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한다.

청풍; (에효! 숨도 쉬지 않고 있어서 경비를 서고 있는 줄도 몰랐잖아!) 놀란 가슴 쓸어내리고

청풍; (혹시 들킨 건 아니겠지?) 귀를 벽에 대고 바깥의 동정을 살핀다. 바로 그때

[넌 누구냐?] 갑자기 청풍의 귀에 들리는 음성. 서문숙이다.

청풍; (으헉!) 기겁하며 돌아볼 때

콱! 벽을 뚫고 들어오는 검. 하마터면 청풍의 얼굴을 찌를 뻔 했다. 기겁하는 청풍

복도에서 무사1이 검을 벽에 찔러넣고 있다.

무사2; <원수님! 무사하십니까?> 검을 뽑을 자세로 문을 노려보며 전음을 보내고. 그때

서문숙; [염려할 것 없다. 잠시 물러들 가 있거라!] 누운 채 말하고

서로를 돌아보는 무사들

무사2가 고개 끄덕이며 검에서 손을 떼고

무사1도 벽에 박았던 검을 뽑고

[존명!] [분부 받들겠습니다!] 문에 대고 포권하는 무사들

이어 복도의 다른 쪽으로 간다

청풍; (젠... 젠장! 하필이면 숨은 게 사람이 있는 방일 건 뭐람!) 죽상하며 침대 쪽을 돌아보고

서문숙; [쯧쯧! 노부가 아직 숨을 쉬고 있는지 보러 온 것이냐?] 여전히 침대에 누운 채 웃으며 말하고

청풍; (꾸밈이 없는 태연함... 평범한 노인이 아니군!) + [저... 노야가 이 배의 주인이신가요?] 경계하며 묻고

서문숙; [주인은 아니지만 주인인 척하고는 있지.] [그래 왕(王)께선 안녕하신가?]

청풍; [한 번 물었더니 두 번이나 되물어야 할 대답을 하시는군요.] 어리둥절

청풍; [주인이나 마찬가지란 건 무슨 뜻이죠? 또 왕이란 건 누굴 말하는 건가요?]

서문숙; [허허허! 왕께서 교육을 철저히 시켜서 보냈구나!] 웃으며 느릿하게 몸을 일으킨다.

서문숙; [늙은이를 속일 생각 따위는....!] 말하다가 흠칫하며 청풍을 보고

서문숙; [아니군!] 혀를 차고

꼬르륵! 동시에 청풍의 뱃속에서 소리가 나고

서문숙; [넌 누구냐?] + 청풍; [밥 좀 있어요?] 동시에 말하고

서문숙; [밥?] 어이없는 듯 실소.

청풍; [사실은 배가 고파서 뭐 좀 얻어먹을까 해서 들른 거거든요.] 멋쩍게 머리 긁적

서문숙; [지금 당장 줄 수 있는 밥은 없구나.] 침대 옆의 탁자로 손을 뻗고. 탁자에는 과자가 수북하게 들어있는 접시가 있다

서문숙; [대신 과자가 조금 있는데 이거라도 먹겠느냐?] 접시를 내밀고

청풍; [감지덕지죠!] 급히 다가가 접시를 받고

서문숙; [차도 있으니 함께 먹거라!] 앉은뱅이 책상을 고개짓 하고. 글 쓰던 그 책상에는 차주전자와 잣잔이 있다.

청풍; [잘 먹겠습니다!] 주저앉아서 허겁지겁 과자를 먹는다

볼이 미어 터지게 집어넣는 청풍을 인자한 표정으로 보는 서문숙. 그때

[컥!] 눈이 튀어나오려는 청풍

컥컥! 과자를 너무 많이 집어넣어서 목이 메이는 청풍. 눈물 찔끔하며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리고

청풍; [물... 물...!] 엉금 엉금 기어서 앉은뱅이 책상으로 가고

이어 주전자를 들어 입에 들이붙는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는 서문숙

청풍; [아후! 배고파 죽을 뻔했다가 목이 메어 죽을 뻔 했네!] 주전자 내려놓으며 소매로 입 닦고 헥헥

청풍; [그래도 정말 맛있네요 이 과자!] 다시 과자를 집어들고

청풍; [엄청 단 게 꿀맛이 따로 없어요!] 과자를 입에 넣으려는데

서문숙; [팔십년 넘게 살았지만 너처럼 독(毒)을 좋아하는 아이는 또 처음 보는구나.] 아무렇지 않게 웃고

청풍; [독이라구요?] 과자를 입에 넣으려다가 눈이 띠용하고

청풍; [정말 이 과자에 독이 들어있어요?] 겁에 질려 달달 떨고

서문숙; [어디 과자뿐이겠느냐?] [네가 들이킨 찻물에도 내장을 녹이고 뼈를 삭이는 극독이 들어있다!] 웃으며 탁자에서 효자손을 집어들고

청풍; [으헥!] 과자를 떨구며 울상. 물러앉고

서문숙; [하여간 왕께서 이번엔 신경을 아주 많이 쓰셨구나.] [다 죽어가는 늙은이를 죽여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그리 집착하시는지 원...!] 효자 손으로 등을 긁고

청풍; [해독약! 해독약 좀 주세요 네?] [전 아직 장가도 못 갔다구요!] 무릎 꿇고 불쌍한 표정으로 애원하며 두 손을 내밀고

서문숙; [쯧쯧! 노부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이 네 사명인 것이냐? 하는 짓이 어찌 그리 모자라느냐?] 혀를 차는데

청풍; [전 아무것도 몰라요! 왕이 누군지도 모른다구요! 제발 해독약이나 주세요!] 눈물 콧물 흘리며 애원하지만

서문숙; [해독약은 없다. 포기하고 죽을 때나 기다려라!]

청풍; [말도 안돼요!] 벌러덩 드러눕고

청풍; [난 그냥 배가 고팠던 것뿐이라구요!] 바닥에 누워 발버둥 치며 억울해하고

서문숙; [한동안 소식이 없길래 왕께서도 마음이 좀 변하셨는가 했더니만....] [쯧쯧! 아까운 녀석 하나만 핏물로 변하는군.] 태연히 등을 긁고

서문숙; [난릉의 술을 이만큼 배우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청풍; [노인장은 지금 실수하고 있어요. 난 왕인지 뭔지 아무것도 모른다구요.] [내가 아는 왕은 만두가게 왕씨밖에 없어요.] 바닥에 누워 곧 죽어가는 표정으로 징징

서문숙; [몸이 녹기 시작하면 모르는 것도 알게 될 게다.]

청풍; [다 죽어서 아는 게 무슨 소용이에요?]

청풍; [그런데 내 몸은 언제 녹죠?]

서문숙; [시간이 지나면 속에서부터 녹기 시작할 게다. 내장이 녹아내리며 피와 함께 칠공으로 흘러나오겠지.] 등 긁는 걸 멈추고

청풍; [으으으!] 겁에 질리고

서문숙; [그래도 금방은 죽지 않는다. 심장도 조금, 위장도, 신장도, 비장도 간도 조금씩 녹기 때문이다.] 효자손을 탁자에 다시 던져놓고

청풍; [정말 비겁하군요.] [남자라면 정정당당하게 대결을 해야지 독으로 사람을 해치는게 부끄럽지도 않나요!]

서문숙; [너는 젊었고 노부는 늙었는데 무엇이 정당하단 말이냐?] [노부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고 너는 산 날이 얼마 되지 않는데 뭣인들 공평하겠느냐?]

청풍; [무고한 사람을 해쳤으니 노인장도 머잖아 지옥으로 가게 될 거예요.] [흥! 살 날도 얼마 안 남은 사람이 선행은 고사하고 독살이라니.......]

서문숙; [너는 이 배에 몰래 오른 것만으로도 죽을 죄를 범했다.]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죽는 것은 매 한 가진데 무슨 상관이 있느냐?]

청풍; [그럼 늙어죽게 해줘요. 어떻게 죽든 마찬가지라면요.]

서문숙; [그렇게 해줄 생각이니까 그만 일어나라. 교활한 녀석아!] 웃고

청풍; [어! 내가 중독되지 않은 걸 어떻게 알았어요?]

서문숙; [고양이 과자를 먹고 중독되는 놈이 어디 있단 말이냐?] [할 얘기가 있으니 어여 일어나거라!]

청풍; [헤에~!] 바보같이 웃으며 일어나 앉고.

서문숙; [왕이 보낸 녀석은 확실히 아니구나.] [노부의 수단에 걸린 줄 알았다면 왕이 보낸 녀석이 아니라 왕 본인이라도 어쩔 수 없었을 텐데.....] 청풍의 아래 위를 보고

청풍; [제가 방금 먹은 게 고양이가 먹는 과자였어요?] 떨떠름한 표정

서문숙; [늙은이가 무슨 재주로 단 것을 먹으면서 이빨이 성하길 바라겠느냐?]

서문숙; [비록 고양이 과자지만 재료는 최고급이니 사람이 먹어도 된다.]

청풍; [그럼 남은 건 좀 가져가도 될까요?] 접시를 흘깃

서문숙; [대범한 건지 멍청한 건지 원.... 넌 정말 이상한 녀석이구나.] 한숨

서문숙; [헌데 난릉의 술은 어떻게 배웠느냐? 왕이 아닌 또 다른 난릉의 일맥(一脈)이 있었느냐?]

청풍; [자꾸 난릉, 난릉하시는데..... 난릉의 술이 뭐죠?]

서문숙; [네 녀석이 벽을 뚫고 들어온 그 술법 말이다.]

청풍; [아! 그거!] 피식

청풍; [그냥 무공인데요? 난릉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는......]

서문숙; [무공이라고?] 눈 번쩍

청풍; [참 노인장도... 무공이 아니고 뭐겠어요?] [내가 도술을 배운 것도 아닌데 무공 말고 뭘 할 수 있겠어요.]

서문숙; [노부는 그런 무공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더구나 그런 고심한 무공을 네 일천한 공력으로 어떻게 펼칠 수 있다는 것이냐?]

청풍; [내 공력이 얕다는 걸 알아차렸군요.] 멋쩍게

청풍; [사실 전 진득하게 앉아 있는 성미가 되질 못해서 내공을 쌓을 틈도 없었어요.]

서문숙; [그렇다 치고... 그 무공의 이름이 무엇이냐?] [노부는 세상에 그런 무공이 있다는 걸 믿을 수가 없구나.]

청풍; [남의 무공내력을 그냥 물어봐도 되는 겁니까?] 시큰둥

서문숙; [어린 녀석이 죽이지 않고 살려뒀더니만.....!] [좋다! 네가 그 무공의 이름을 말해준다면 선물을 하나 주마.]

청풍; [선물? 무슨 선물인데요?] 눈 반짝

서문숙; [내 고양이를 주마.]

청풍; [기르던 고양이를 주겠다구요? 하하하!] 어이없어 웃고

서문숙; [고양이라고 얕보지 마라. 사람보다 난 면이 한 두가지가 아닌 영물이다.]

청풍; [뭐 맨입으로 알려달라는 것보다는 낫군요. 좋아요 알려드리죠!] 입맛 다시고

청풍; [제가 아까 펼친 무공은 생사일보(生死一步)라는 겁니다.] [됐죠? 고양이 어디 있어요?] 내놓으라고 손을 내밀고

서문숙; [생사일보?] 갸웃

서문숙; [어디선가 들어본 것도 같은 이름인데... 노부에게 한 번 보여줄 수 있겠느냐?]

청풍; [시범까지 보여 달라구요?] 어이없고

서문숙; [한 번만 보여주면.......]

청풍; [또 뭘 줄 건데요?]

서문숙; [노부의 제자로 삼아주마!]

청풍; [하아!] 어이없고

서문숙; [얕보지 마라! 이래 뵈도 제자 삼아달라는 것들이 수백, 아니 수천은 된다!]

청풍; [됐어요! 그렇잖아도 사부가 열둘이나 있어서 골치 아픈 신세라구요.]

서문숙; [사부가 열둘이나 된다고?] 놀라고

청풍; [뭐 공짜로 과자를 얻어먹었으니 생사일보를 한번 보여줄게요!] 일어나고

서문숙; [네 녀석도 독한 성격은 못되는구나!]

청풍; [그럼 잘 봐요. 천천히 보여줄 테니까.] 걸음을 옮기고. 순간

슈욱! 청풍의 몸이 종이처럼 얇게 펴져서 방의 반대편으로 옮겨간다

[!] 순간 서문숙이 눈을 부릅 떠지고.

슈욱! 방의 반대편으로 나타나는 청풍

서문숙; [이.... 이건...!] 경악하고

청풍; [잘 못 봤어요? 기왕 선심 쓴 거 한 번 더 보여드리죠!] 슈악! 다시 움직이고

앉은뱅이 책상과 그 위에 놓인 주전자를 스치고 지나가고

슈악! 다시 원래 자리로 나타나는 청풍

쩍! 퍼억! 직후 앉은뱅이 책상과 그 위에 얹혀져 있던 차주전자가 매끈하게 잘려서 무너진다

서문숙; [대단하구나!] 벌떡! 자기도 모르게 놀라서 일어나는 서문숙

청풍; [이게 생사일보예요. 보법이면서 동시에 천하무적의 공격수단이기도 하죠!] 으스대는데

서문숙; [이 녀석!] 두 손으로 청풍의 어깨를 움켜잡는다

청풍; (피할 수가 없었다!) 경악하는데

서문숙; [절대마존(絶代魔尊) 소의장(蘇義藏의 무공이 당대에 나타나다니...!] [하늘이... 하늘이 세상을 위해 너를 노부에게 보냈구나!]

서문숙; [하늘에 뜻이 있어 너를 내게로 보냈어!] 으하하하하! 흥분하여 웃어 제끼고

청풍; (이 영감이 실성했나?) 어이없고

<하늘이 보내긴 누굴 보내?> 청풍의 어깨를 잡고 웃어대는 서문숙의 모습 배경으로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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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6장

 

               혈궁과 삼패의 궤멸 (2)

 

 

 

절곡(絶谷),

나는 새(鳥)라도 쉽사리 접근하기 힘든 깊고 깊은 계곡이다.

마치 지옥의 입구같은 절곡의 끝에는 의외로 수만 평은 됨직한 원형의 분지가 있다.

그 분지를 가득 메우고 음산한 혈기(血氣)에 뒤덮인 궁(宮)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실 혈기가 감싸고 있는 듯이 보이는 것은 자욱한 혈무(血霧)요, 피보라였다.

창! 차창----

콰르릉---- 펑!

쐐------ 에---- 액! 파츠츠츳-----!

쾅! 콰릉------!

“와----- 아------!”

“크----- 악!”

“크------ 으---- 아------ 악------!”

아수라(阿修羅)가 만드는 지옥도(地獄圖)인가?

절곡 끝의 분지에 자리한 궁(宮) 일대에서는 무려 이만(二萬)에 달하는 인물들이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가공할 혈전(血戰)이었다.

궁을 방어하는 무리는 오천(五千)에 달하는 혈포인(血袍人)들이었다.

혈포인들을 공격하는 자들은 여러 부류였다.

팔구천(八九千)에 달하는 백포인(白袍人)들,

천(千)여 명의 요녀(妖女)들,

이천(二千)여의 잡다한 인물들,

그리고 수천 명의 악귀(惡鬼)같은 모습의 인물들이었다.

혈세사패의 무리들이 혈포인들을 합공(合攻)하고 있는 것이다.

실로 처절한 사투였다.

“크-----악!”

“크---- 아----- 악!”

꽈르릉---- 콰쾅-----!

쐐----- 애----- 액!

차차------창---- 창------!

비명과 비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요란한 폭음, 금속음이 절곡을 메웠다.

숫적으로는 열세였으나 혈포인들 개개인의 무공은 혈세사패보다 우월했다.

다만 공격하는 혈세사패 수하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몰리고 있을 뿐이었다.

장내에는 피의 시신이 산(山)처럼 쌓이고 피가 내를 이루고 있었다.

실로 인세(人世)의 종말들 보는 듯한 아비규환의 지옥도였다.

한데 그때였다.

“우... 우... 우... 우...”

돌연 한 줄기 장소성이 궁의 깊은 곳으로부터 들려왔다.

화악!

이어 한 줄기 혈영(血影)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혈영은 전신에 핏빛 장포를 걸친 노인이었다.

쉬------- 익!

단번에 수십 장 높이로 솟구쳐 전세를 살펴본 혈포노인의 얼굴이 무시무시한 살기로 물들었다.

“혈세사패(血洗四覇)! 네놈들이 감히 혈궁(血宮)을 치다니! 간이 부었구나!”

혈포노인은 음산무비한 일갈을 터뜨렸다.

절곡에 자리한 궁은 혈궁이었다.

그렇다면 혈포노인은 혈궁의 궁주인 혈종(血宗) 아니겠는가?

쉬------ 익!

혈종은 곧장 혈세사패의 무리들에게로 폭사해갔다.

콰르릉...

직후 일성 폭음과 함께 엄청난 혈강(血罡)이 장내를 휩쓸었다.

콰르르... 콰,... 응...

“크------- 악!”

“아----- 아------ 악!”

“크----- 아------ 악!”

놀랍고 끔찍한 일이었다.

혈종이 쏟아낸 혈강이 휩쓸자 혈세사패의 인물들은 추풍낙엽같이 피를 뿌리며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크하하핫... 가거랏! 염라전으로...”

혈종은 광소를 터뜨리며 양손을 뻗었다.

스스스! 화악!

혈종의 양손에서 피 안개같은 것이 확 뿜어져 나왔다.

순간 그자 근처에 있던 혈세사패의 수하들은 비명을 지르며 목을 움켜쥐었다.

“크----- 아! 독... 독(毒)이다.”

“아아악-----”

“크------ 으----- 악!”

삽시에 백여 명의 혈세사패 수하들이 피부가 시커멓게 변색되어 나뒹굴었다.

실로 가공할 독의 위력이었다.

혈종은 엄청난 살기를 발산하여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핫... 모두 모두 죽이리라.”

그는 양손을 내저었다.

그때마다 백여 명이 무더기로 짚단 쓰러지듯 넘어졌다.

실로 가공할 독공이었다.

그때였다.

“호호호홋...”

돌연 혼백을 빼앗을 듯이 요란한 교소가 터짐과 동시,

“크크큿... 혈종!”

음산한 외침과 함께,

휘르륵...

혈종의 주위로 삼인(三人)의 인영이 내려섰다.

그들이 나타난 순간 혈종은 만면에 더욱 살기를 발산했다.

“크하하... 네놈들이었군!”

나타난 삼인은 다름 아닌 천살백제, 지옥천공. 요지선녀였다.

즉 혈세사패의 수뇌들인 것이었다.

단지 그들 가운데는 환공강의 주인인 환영비마만이 없었다.

천살백제가 입을 열어 음침하게 말했다.

“혈종! 순순히 검황종의 검경을 내놓아라!”

그 말에 지옥천공과 요지선녀의 얼굴에 탐욕의 빛이 어렸다.

혈종은 그 말에 노갈을 터뜨렸다.

“미친 소리! 검황종의 검경이라니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냐?”

그러자 요지선녀가 요사스럽게 몸을 흔들며 웃었다.

“흣흣흣... 천하가 다 아는 일인데 시치미를 떼다니 혈종답지 않군요.”

지옥천공도 음침하게 한 마디했다.

“혈종! 검황궁의 검경을 혼자 독차지 할 수 있을 줄 알았느냐?”

그들의 말에 혈종은 마침내 만면에 흉폭한 살기를 드러냈다.

“크크크... 네놈들이 본 혈종을 위해하기 위해 별 수작을 다 꾸미는구나! 좋다! 오랏! 받아주마!”

수르르르...

혈종의 전신 핏빛장포가 부풀어 오르며 그의 전신에서 시뻘건 혈기가 일어났다.

“갈!”

천살백제가 먼저 기형장도를 발출했다.

번쩍!

쐐------ 애----- 액----!

가공할 도기(刀氣)가 전광처럼 떨었다.

“으핫핫핫... 감히!”

콰르릉!

혈종은 뭉클한 혈기를 뻗으며 도세를 막았다.

“흣흣흣흣... 여기도 있다!”

“흣흣흣... 지옥이 너를 부른다!”

콰르릉... 콰릉...

사인(四人) 대격돌.

엄청난 혈전이 벌어졌다.

혈세사패의 주인과 천하를 주름잡는 혈궁의 궁주 혈종이 삼대 일로 맞붙은 것이었다.

콰르릉------- 콰------- 앙!

파츠츠츠츠... 콰릉...

콰르르...

엄청난 경풍, 강기의 소용돌이가 일어 지면에 구덩이가 파이고 흙먼지가 십 장 높이로 치솟았다.

막상막하의 접전이었다.

혈종의 무공은 실로 대단했다.

그는 삼패의 주인들의 협공을 막힘없이 받아내고 있었다.

콰------- 콰릉-------

치열한 격전이 자욱한 흙먼지와 폭풍 속에서 숨 가쁘게 전개되었다.

어느덧 날이 저물고 있었다.

천살백제는 싸움의 와중 속에서 힐끗 장내를 살펴보았다.

어느덧 대혈전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혈세사패와 혈궁의 수하들은 거의 만오천명(萬五千名)이 시신으로 화해 있었다.

혈궁 일대는 말 그대로 시산혈해를 이루고 있었다.

창... 차차차... 창...

꽈릉... 콰... 쾅...

“으------ 아----- 악!”

“크----- 아------- 악!”

싸움은 끝이 없을 듯 계속되고 있었다.

살아남은 자는 고작 천여 명의 혈궁도, 오천여 명의 혈세사패 수하들이 전부였다.

상황을 파악한 천살백제는 내심 중얼거렸다.

(빙궁(氷宮)까지 끌어들였어야 했는데... 게다가 환공강의 주인인 환영비마(幻影飛魔), 그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다니...)

천살백제는 두 눈 가득 살기를 띄었다.

(이제 끝을 내자. 너무 오래 끌었다.)

스스스...!

다음 순간 그의 신형이 옆으로 이동했다.

동시에 그는 도(刀)를 기이하게 비껴들었다.

그것은 베는 것도, 찌르는 것도 아닌 괴이한 자세였다.

파파팟!

이어 엄청난 도강(刀罡)이 장도로부터 폭사되었다.

“헉!”

혈종은 느닷없이 폭사된 도강에 기겁을 하도록 놀랐다.

그는 전력을 다해 방어했다.

콰르릉-------!

일성폭음과 함께,

“크------- 윽!”

그는 가슴이 화끈함과 동시에 분수같은 피가 솟는 것을 느끼며 휘청거렸다.

“앗...!”

“아니...!”

그 갑작스런 변화에 합공하던 지옥천공과 요지선녀도 놀라 경악성을 발했다.

위------- 잉!

뒤미처 천살백제의 장도에서 웅후한 파공성과 함께 찬란한 광채가 눈부시게 일어났다.

아!

그것은 부챗살처럼 쫘악 펼쳐지더니 일순간에 봉황(鳳凰)의 형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네... 네놈...!”

혈종은 아연하여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나 그런 중에도 그는 전력을 다해 쌍장으로 혈강을 내쳤다.

“크------ 악-----!”

그에게 뻗치던 도기(刀氣)는 여지없이 그의 혈강을 관통하고는 혈종의 가슴을 꿰뚫고 말았다.

“끄----- 끄... 으... 큭!”

혈종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끄득거리며 천살백제를 노려보다가는 뒤로 넘어갔다.

쿠------- 웅!

그는 말없는 사목(死木)이 되었다.

그는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 허망한 사신(死身)이 되고 만 것이다.

“...!”

“...!”

놀라운 사실에 지옥천공과 요지선녀는 너무나 아연하여 멍하니 넋을 잃고 말았다.

천살백제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장도를 늘어뜨린 채 천천히 그들 양인을 돌아보았다.

요지선녀가 문득 공포스러운 기색을 하며 더듬거렸다.

“그... 그대... 천살백제가 아니... 으------- 악!”

말을 끝내기도 전에 요지선녀의 입에서는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녀는 눈앞에 갑자기 봉황이 나타나 나래를 편다싶은 순간 번쩍하는 도광(刀光) 아래 고혼이 되고 말았다.

그녀의 요염한 허리가 여지없이 두 동강 나고 만 것이다.

일대요녀(一大妖女)의 죽음치고는 너무도 허무했다.

지옥천공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으... 으... 우리 모두... 네게 속았... 구나!”

그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요지선녀를 벤 가짜 천살백제, 즉 이검엽은 말없이 도를 비껴들었다.

매우 괴이한 자세였다.

“그... 그것은...!”

지옥천공은 그 자세에서 무엇인가를 느낀 듯 안색이 홱 변했다.

바로 그 순간,

“잘 가시오!”

번------- 쩍!

파츠츠츳------!

가공할 도기(刀氣)가 작렬하듯 전광처럼 뻗었다.

그 순간 지옥천공도 전력을 다해 반격했다.

“우------- 얍!”

지옥유명강(地獄幽冥罡)이 펼쳐진 것이다.

콰콰콰------- 쾅----!

폭음이 작렬하고,

“크------- 악!”

비명이 터졌다.

동시에 지옥천공의 심장에서 피분수가 치솟았다.

그는 가슴을 부여안고 휘청거렸다.

“지... 지옥명살... 조사(祖師)의... 무공이... 었군.”

이검엽은 침중하게 말했다.

“그렇소. 어기천강산(御氣天罡散)이라는 것이오.”

지옥천공의 얼굴에 의혹이 어렸다.

“그대... 는... 누구... 요?”

이검엽은 장도를 내리며 담담히 물었다.

“그대는 검황종을 기억하시오?”

지옥천공의 얼굴에 죽음이 내렸다.

“그... 그랬었나...?”

쿠------- 웅!

그는 거목이 쓰러지듯 뒤로 넘어졌다.

그때였다.

“사부님의 원수!”

쐐------ 액!

갑자기 이검엽의 측면에서 노도같은 강기가 쇄도해 왔다.

이검엽은 그 공격이 누구의 것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이러고 싶지는 않으나... 어쩔 수 없군.)

번------- 쩍!

그의 손에 들린 도가 한 차례 섬광을 그렸다.

항거할 수 없는 도강이 먼저 쇄도한 강기를 종잇장처럼 찢으며 파고들어갔다.

“크------ 흑!”

한 차례 비명과 함께 한 명의 청년이 장도에 가슴이 갈라져 나뒹굴었다.

그는 바로 지옥마군자(地獄魔君子)였다.

“끄윽...”

지옥마군자는 가슴이 갈라진 채 눈을 부릅뜨며 신음을 토했다.

이검엽은 천천히 얼굴에 쓰고 있던 복면을 벗었다.

드러난 그의 얼굴을 본 지옥마군자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대... 였군.”

이검엽은 영준한 얼굴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안타까운 듯 말했다.

“귀공과 본인은 때를 잘못 타고 났소.”

“동감... 이오.”

지옥마군자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문득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대와... 술을 한번 거나하게 마셔보지도 못한 것이... 유감천만... 내생에는 필히... 친구로... 태어나길...”

그것이 마지막 말이었다.

지옥마군자의 고개가 힘없이 꺾였다.

마침내 생(生)을 마친 것이다.

(부디 극락왕생하시오.)

지옥마군자의 시신을 내려다보며 이검엽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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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짙은 안개 속에 떠있는 원수함. 너무 거대하여 마치 항공모함 같다. 돛은 펼치지 않았다

갑판에는 여전히 갑옷을 입고 무장한 무사들이 석상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서서 사방을 감시하고 있고. 배의 뒤쪽이 약간 높다.

긴 복도. 등불만 걸려있고 사람은 안보이는데

 

필마행장석(匹馬行將夕) - 필마로 가는 길 저물어 가건만

정도거전난(征途去轉難) - 길은 갈수록 험하기만 하구나

 

어디선가 누군가 호탕하게 부르는 노래 소리가 들리고

어느 방에서 권일해가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모습

 

부지변지별(不知邊地別) - 변방이라 다른 것은 모르겠으나

기아객의단(祇訝客衣單) - 다만 홑옷을 입은 것이 우습도다

계냉천성고(溪冷川聲苦) - 흐르는 시냇물은 차갑기만 한데

산공목엽건(山空木葉乾) - 나뭇잎 떨어진 산은 텅 비어있구나

막언관색극(莫言關塞極) - 관샛길 다 왔다고 말을 말아라

우설상만만(雨雪尙漫漫) - 눈 속에 묻힌 길 아직 까마득하도다

-고적(高適)의 사청이군입거용(使淸夷君入居庸)

 

손가락으로 허리에 찬 긴 칼을 두드리며 박자를 맞추는 권일해. 탁자 위에는 빈 술병들이 뒹굴고 있고. 탁자 옆에는 권일해의 제자 한검호가 안절부절 못하며 시립해 있다.

노래를 마치고 다시 술병을 들어 병나발을 부는 권일해

한검호; [사... 사부님! 밤이 이미 늦었습니다.] 바깥의 눈치를 보고

한검호; [그만 취침하셔야 내일 아침 회의에 차질이 없을 것입니다.]

권일해; [다만 홑옷을 입은 것이 우습고 눈 속에 묻힌 길은 까마득하기만 하구나.] 신경쓰니 않고 다시 노랫 귀절을 중얼거리는 권일해

한검호; [다른 세가의 가주들이 사부님을 곱지 않게 보십니다.] [지금 이러시면 내일은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애원

권일해; [으하하하하하] 앙천광소를 터뜨리고.

선실이 터져나갈 듯 웃음소리가 메아리치고. 한검호가 귀를 막으며 고통스러워한다.

권일해; [밖을 막아서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엿듣는 도적은 안쪽의 벽마다 다 붙어있는 것을! 으하하하하하!]

한검호; [사부님!] 애원하고

권일해 웃음을 뚝 그치더니

권일해; [주방에 가서 술이나 더 가져오너라. 오늘은 취해서 세상을 잊어버리고 싶다.]

한검호; [이미 술이 과하셨는데...!]

권일해; [어서!] 다시 병나발을 불고

한검호; [예...!] 거역하지 못하고 한숨

문쪽으로 가는 한검호

권일해; [황보 그놈은 겁쟁이야! 복성세가에서 인물이라면 사마 밖에 없지.] [그렇고 말고...!] 문을 여는 한검호 뒤쪽에서 술 마시며 혼자 말 하는 권일해

한검호; (사부님!) 한숨 쉬며 복도로 나선다. 선실 밖의 복도에는 여전히 아무도 없고

한검호; (여기는 전쟁터다! 가장 살벌하고 흉험한 전쟁터!) 문을 닫고

한검호; (부드러운 말속에 담겨진 촌철살인(寸鐵殺人)들...) (스치는 눈길 하나에도 번갯불이 번득이고 탁자를 건드리는 작은 소리도 벽력이 될 수 있다.) 아홉 가주들이 원수인 서문숙 앞에 앉아서 치열하게 설전을 벌이던 장면을 떠올린다

<찻잔을 한 치 밀어놓고 한 치 당기는 것으로 기세가 달라졌었다. 가벼운 침묵 속에서도 피가 흘렀고 내장이 불탔었다.> 아홉 가주들이 눈이 백열된 채 서로를 말로 공박하는 장면

한검호; (십 년 전 대사형이 사부님을 수행했다 돌아온 후, 두 달 동안이나 피를 토하며 운신을 하지 못했었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한숨 쉬며 복도를 걸어가고

한검호; (십대세가의 가주들이 모두 모이는 제가회의(諸家會議)는 지켜보는 사람조차 내상을 입힐 정도로 흉험하다.)

한검호; (하물며 직접 회의에 참석하여 다른 가주들과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신 사부는 과연 어떤 상태일지 짐작할 수도 없구나!)

한검호; (앞으로 얼마나 더 이어질지 모르는 격전.... 그저 두렵고 막막하기만 하다.)

한검호;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원수함을 빠져나가 세가로 돌아고 싶을 뿐이다.) 삼거리인 복도 끝으로 가고. 헌데

[!] 갑자기 오싹 소름이 돋는 한검호

한검호; (뭐... 뭐지? 이 오싹한 한기는?) 몸을 움츠리며 멈춰선다. 직후

쿵! 막다른 곳인 복도에 거대한 호랑이 앞 부분의 그림자가 나타난다. 어마어마하게 커서 마치 집채만한 호랑이의 형상. 그림자가 천장에까지 이른다

한검호; (호... 호랑이?) 경악하며 급히 허리에 찬 칼에 손을 대고

한검호; (원수함 속에 어떻게 맹수가 돌아다닌단 말인가?) 뒷걸음질 치는데

슥! 모퉁이를 빠져나오는 호랑이의 앞발. 헌데

[!] 그 직후 눈 부릅 한검호

슥! 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건 큼직한 고양이다. 대충 진돗개만한, 고양이 치고는 상당히 큰 고양이인데 온몸에 호랑이 같은 얼룩무늬가 새겨져 있다. 호랑이를 축소시켜놓은 듯한 모습의 고양이다

한검호; [뭐야? 고양이였잖아?] 안도하며 칼에서 손을 떼고

한검호; [휴우! 십년감수했군!] 이마의 땀을 닦고

소리없이 다가오는 고양이

한검호; [깜짝 놀랐잖냐 야옹아!] 한 무릎 꿇고

한검호; [소리 좀 내고 다녀라. 불빛에 비친 그림자 때문에 호랑이로 착각했다!] 쓰다듬으려 하지만

슥! 한검호의 손을 자연스럽게 피해서 지나치는 고양이. 여전히 소리를 내지 않는다. 머쓱해지는 한검호

한검호; [거 참 붙임성 없는 녀석이로구만!] 쓴웃음 지으며 일어서고

한검호; (서문원수께서 기르시는 고양이인가?) 생각하며 다시 걸음 옮기려 하고

[!] 오싹! 직후 온몸에 소름이 돋는 한검호. 등 뒤로 거대한 야수의 그림자가 떠오른다

홱 돌아보는 한검호

돌아보며 걸어가고 있는 고양이

비틀 물러서면서 자기도 모르게 칼에 다시 손을 가져가는 한검호. 하지만

다시 앞을 보며 소리없이 걸어가는 고양이

비틀하며 벽에 기대는 한검호.

그 사이에 맞은편의 골목으로 사라지는 고양이

한검호; (뭐... 뭐지 저 고양이는?)

한검호; (사나운 호랑이가 등 뒤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71>

강물 위에 깔린 짙은 안개.

찰박! 찰박! 그 속을 걸어오는 청풍. 한쪽 어깨에는 술통을 짊어졌고

술통 속에는 권완이 잠들어 있다.

청풍; [젠장! 길을 잃었잖아!] 물 위를 평지처럼 걸으며 궁시렁. 비온 후 아스팔트 위를 걷듯이 청풍의 발이 지나가는 곳에는 발자욱이 생기고 물살이 튄다.

청풍; [안개가 너무 짙어 방향을 종잡을 수 없어!] [이래서는 배로 돌아가는 건 고사하고 강변으로 나가는 것도 쉽지 않겠어!] 청풍의 주위로는 안개가 물살처럼 갈라진다.

징! 징! 손가락에 낀 반지들 중 벽수환이 빛을 발하고

청풍; (벽수환이 물기를 밀어내주는 덕분에 안개도 접근을 못하기는 하는데...!) 자기 주위로 가는 실처럼 흘러가는 물 기운들을 보고

청풍; (방향을 바꾸다가는 밤새 한 곳만 뺑뺑 돌 수도 있다.) (지금은 일직선으로 걸어갈 수 밖에 없다!) 생각하며 걸음을 옮기고

 

#72>

다시 원수함.

부도신궁; [원수님께 아룁니다.] [예상했던 대로 권씨세가는 힘을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전히 갑옷을 입은 부도신궁 양홍경이 한쪽 무릎을 꿇고 진짜 장군처럼 예를 갖추며 보고한다. 투구는 벗어서 옆구리에 끼었고. 한 팔을 가슴에 댄 자세.

이곳은 서문숙의 집무실. 책장과 책이 많아서 서재같은 분위기. 서문숙은 앉은뱅이 책상 앞에 책상다리 하고 앉아서 펼쳐진 빈 공책에 무언가를 쓰고 있다. 책상 위에는 차주전자와 찻잔도 있고. 서문숙 뒤쪽에는 침대가 하나 놓여있고

부도신궁; [권가주와 이야기를 했던 다른 가주들도 모두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고개를 들고 팔은 내린다

서문숙; [숨기고 있는 힘이라...!] 붓을 멈추고 천장을 본다

서문숙; [권씨세가에 그만한 여력이 있었던가?]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부도신궁; [황금전장에서 거금을 빌려 썼다는 보고입니다만....] 서문숙의 안색을 살피며

서문숙; [황금이 만들 수 있는 힘은 한계가 있다. 힘이 만들 수 있는 황금도 한계가 있고....!] 붓을 들지 않은 손으로 탁자를 두드리고

서문숙; [헌데... 권일해의 무공은 확실히 발전했더군! 이제는 노부와도 차이가 있어 보이지 않을 정도야.]

부도신궁; [그가 비록 강해졌다 해도 아직 원수님과 견줄 정도는 아닙니다.]

서문숙; [이십 년 전만 해도 권일해는 우직하고 힘만 센 젊은이었다,] [재능이 특출난 것도 아니어서 무공이 크게 발전할만한 인재는 못 됐어.] 다시 붓을 먹물에 묻히고

서문숙; [당시의 능력에서 이 할 또는 삼 할이 발전의 한계라고 생각했거늘....] [십 년 전에는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더군. 괄목할 만했지.] 빈 책에 글을 또 쓰기 시작한다

서문숙; [노부는 권일해가 뼈를 깎는 노력을 했구나 싶었지만 그게 다였다. 한계에 달한 것으로 보였단 말이네.]

묵묵히 듣는 부도신궁

서문숙; [하지만 이번에는 또 달라졌어. 다듬어졌고 자유자재의 경지에 들어선 것 같더구먼.]

서문숙; [바다처럼 넓어졌지. 잔잔하지만 그 속에 강대한 힘을 숨기고 있어.]

말없이 듣고 있는 부도신궁

서문숙; [권씨세가.... 권일해...!] 붓으로 몇 자를 더 쓰더니

서문숙; [닻을 올리게! 이동해야 할 시간이다.] 붓을 놓고

급히 고개 숙이는 부도신궁.

이어 일어나서 한쪽으로 간다. 그곳에 나팔같이 생긴 전음통이 있다. 배에서 음성 신호를 다른 곳으로 전하는 전음통.

전음통의 뚜껑을 열어젖히고 소매에서 뿔로 된 한 뼘 가량의 호각을 꺼내는 부도신궁

삐이! 호각을 물고 전음통에다 세차게 부는 부도신궁

 

뿌우! 부도신궁이 분 호각 소리가 배 안에 퍼져나간다.

배의 기관실에서 긴장하는 승무원들.

갑판의 무사들도 눈 빛내고

기관실에서 이런 저런 기관장치들을 가동하는 승무원들

끄릭! 끄릭! 기관이 움직이는 소리들이 여기저기 들리기 시작한다.

끽! 끽! 옆으로 누워있는 거대한 수레바퀴를 돌리는 무사들.

그그긍!원수함 선수 좌우에 내려져있던 거대한 쇠사슬이 기관에 의해 끌어올려지고.

촤아! 물속에서 끌어올려지는 집채만한 무쇠 닻.

철컹! 철컹! 이어 원수함의 아래쪽에서 수많은 창이 생기더니

그곳에서 긴 노가 빠져나온다. 한 쪽에 백여개. 그 때문에 마치 지네발처럼 보이고

배안에 나란히 앉아서 노를 젓는 무사들. 석가래같은 노 하나를 다섯명이 경사진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함께 젓는다.

촤아! 촥! 거대한 노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거대한 배는 안개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시 서문숙의 집무실

서문숙; [괄목상대...] [십 년 후에는 권일해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짐작하기 어렵군.]

서문숙; [그의 소원대로 권씨세가가 천하제일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지.] 글을 쓰며 혼잣말로 중얼

부도신궁; [하오나... 권가주는 제왕의 후사(後嗣:대를 잇는 자식)가 이어져 내려오고 있음을 믿지 않는 자입니다.] 전음통 옆에 두 손을 앞으로 모르고 시립한 채

서문숙; [잘 되었지 않은가?] 웃고

서문숙; [그런 그가 천하에 명성을 떨치고 우뚝 선다면 다른 자들이 선뜻 움직이지 못할 게야. 십대세가의 저력을 달리 보게 될 테니까.]

부도신궁; [다른 자들이라 하오시면......] 눈 번쩍

서문숙; [물론 사왕(四王)들이지.]

부도신궁; <사왕!> 긴장하여 얼굴이 굳어지고

서문숙; [사왕의 야심은 너무 커!] [그들을 자제시키기 위해서라도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어!] 책을 덮는다

帝王世紀라는 큰 글이 보이고 그 아래로 第二十二代 元帥 西門叔 書라는 작은 글

서문숙; [권일해가 대단해진 이유가 있을 게야. 그 이유를 찾아봐.]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고

서문숙; [그리고... 권일해가 모르게 도와주도록 해.] 침대로 비틀 비틀 걸어간다. 전형적인 늙은이다

서문숙; [힘도 능력도 없는 것들이 딴지를 거는 꼴은 보기가 싫으니....] 침대에 눕는다.

부도신궁; [분부 거행하겠습니다 원수님!] 포권하고

서문숙; [딸이 아무리 재녀라 해도 아비를 대단하게 만들지는 못하지. 대단하게 보일 수는 있어도...!] 혼자 말로 중얼거리며 이불을 끌어올려 몸을 덮는다. 눈을 감고

고개 숙여 보이는 부도신궁

문 쪽으로 돌아서는 부도신궁

부도신궁; (원수께서도 많이 늙으셨다!) 소리없이 한숨 쉬며 문을 열고 나간다. 문 밖에는 갑옷으로 중무장한 무사들이 지키고 있고

부도신궁; (어느덧 다음 대 원수를 생각하실 때가 된 것인가?) 문을 닫는다

고개 숙여 인사하는 무사들

부도신궁; [바다로 간다! 전 승무원에게 알려라!]

[존명!] 대답하는 무사들

[바다로 간다!] [반복한다! 바다로 간다!] 전음통을 열고 외치는 무사 한 명.

<바다로 간다! 바다로 간다!> 멀리서 복창하는 소리가 서문숙에게도 들리고. 어둑한 방안에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서문숙

서문숙; (거룩하신 제왕의 미천한 종 서문숙...) (영원히 눈을 감기 전에 제왕의 존안을 뵈올 수 있을 런지...!) 한숨 쉬는 서문숙의 눈 가로 눈물이 흐른다.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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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다시 황금전장

용설약; [공가의 대공자님이시겠죠? 반가워요!] 밝은 달빛 아래 꽃나무와 전각을 배경으로 사뿐 사뿐 다가오는 용설약. 요사할 정도로 아름답다. 실제로 이 여자가 본편의 최고 미인. 권완도 예쁘지만 소녀 분위기고. 이 여자는 완숙한 미인이다. 옷도 화려하고 도발적이고 배시시 미소를 지은 얼굴도 죽인다. 용설약의 수중에서 찰랑 찰랑 움직이는 얇은 검. 검의 표면에 용이 새겨져 있다.

공대벽; (이 여자!) 표정이 굳어지고. 그때

신; [조심하십시오 대공자!] 휙!

공대벽의 앞으로 날아내려 막고

신; [죄송합니다. 치룡편(治龍鞭)의 마기(魔氣)가 가리고 있어서 찾아내질 못했습니다.]

귀; [치룡편이 틀림없나?] 신과 나란히 서서 공대벽의 앞을 가리며 묻고. 시선은 용설약의 수중에 들린 얇은 연검에 향하고

신; [신기보(神器譜)의 기록과 완벽하게 부합하네.] [칠마기(七魔器)의 하나인 치룡편일세!] 긴장하고

용설약; [호호호! 황금전장의 종들답게 물건을 보는 안목이 뛰어나군요!] 웃으며 다가오고. 연신 구불렁거리는 얇은 연검에서 빛이 산란한다.

용설약; [그럼 제게 저항할 수 없다는 것도 아시겠네요?] 요사하게 웃고

귀; [물러서라!] 쩡! 손바닥에서 검을 뽑아내 휘둘러 용설약의 앞쪽 바닥에 금을 긋고

귀; [그 선을 넘는 즉시 베겠다.] 검을 겨누며 앞으로 나서고. 신은 공대벽을 보호하기 위해 멈춰서있고. 부악! 갑자기 귀의 기세가 폭발하듯 일어나며 주위 방원 일장의 공기가 확 밀려난다.

용설약; [절 죽이시겠다구요?] 걸음을 멈추며 배시시 웃고

용설약; [그럼 여길 베세요.] 고개를 들어 자기 목을 가리키고

용설약; [반드시 여길 베어야 해요. 다른 곳은 베어도 소용없답니다.]

용설약; [전 목이 잘리기 전에는 죽지 않거든요!] 다시 걸음을 옮겨서 귀가 그어놓은 선을 넘으려 하고

귀; [멈추라고 했다!] 입 매무새가 흉폭하게 꿈틀거린다. 하지만

용설약; [어서 베세요!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을 거예요.] 목을 조금 앞으로 내밀고 선을 넘는다.

슈학! 그리고 용설약의 발이 선을 넘는 순간 그녀의 몸에서 뱀같은 기운이 수없이 확 일어나 귀를 향해 밀려든다

[!] 눈 부릅 떠지는 귀

용설약; [호호호! 무얼 망설이시나요?] 웃는 용설약의 모습이 돌연 완전히 새카맣게 변하고. 오직 눈만이 요사스럽게 빛난다. 온몸에서 검은 색 촉수같은 것이 넘실거리고. 마치 몸에서 수많은 뱀이 뻗어나와 흐느적거리는 마녀같다. 순간

[!] 귀는 자기도 모르게 주춤하며 물러서고. 직후

신; [조심하게!] 낮게 말하고

퍼뜩 정신을 차리는 귀. 그런 귀의 몸을 검은 색 촉수같은 것이 이리저리 휘감고 있다

귀; [요망한!] [갈(喝)!] 몸에 힘을 주며 사납게 외치고

펑! 순간 귀의 몸을 휘감고 있던 검은 머리카락 같은 기운들이 귀의 몸 속에서 폭발한 기운에 터져나간다.

그래도 충격 받아 비틀하며 물러서는 귀

용설약; [호호호! 과연 제왕공가의 비밀호위답군요.] 웃고

귀; [계집!] 쩡! 분노하여 손바닥에서 뽑은 검으로 용설약을 공격하려 하고. 그때

공대벽; [물러서십시오!] 귀에게 엄숙하게 말하고.

흠칫하며 돌아보는 귀

무섭도록 근엄한 공대벽의 얼굴

[!] 숨이 막혀서 고개 숙이며 옆으로 물러서는 귀

용설약; [이번엔 당신이 직접 시험해보시겠어요 대공자님?] 교태롭게 웃고

공대벽; [감당할 수 없소 지소저.] 서늘하게 웃고

용설약; [그들이 내 이름을 말했군요.] [바보같은 것들!] 샐쭉

용설약; [하긴 이제 알아도 상관없겠죠.] 찰랑! 연검을 흔들어 어지러운 빛을 산란시키고. 연검에서 수많은 용이 튀어나오는 것 같고

<유사시에는...!> <우리 몸으로 치룡편을 막도록 하세!> 손에 땀을 쥐며 서로를 보며 고개 끄덕이는 신과 귀

공대벽; [<그>가 소저를 보냈소? 아버님과 넷째 동생을 죽이라고?]

용설약; [<그>가 어떻게 나를 보낼 수 있었겠어요?]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내게 명령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랍니다.]

용설약; [한데 <그>가 누구죠?]

공대벽; [난릉왕!]

용설약; [난릉왕을 아는군요. 그를 직접 만났었나요?] 표정이 밝아지고

공대벽; [그대들이 아버님과 넷째를 암살하려는 이유가 무엇이오?]

용설약; [당신 아버지를 죽이는 건 황금전장의 머리를 베는 거고 당신의 넷째 아우를 죽이는 건 꼬리를 자르는 게 되기 때문이죠.] 생글생글 웃고

찡그리는 공대벽. 분노하는 귀와 신

용설약; [호호호! 당신 아버지는 너무 완고해서 쓸데가 없다면서요?] [반면 당신네 넷째는 제멋대로에 고집불통이면서 특출한 능력이라고는 고작 빚 받는 재주뿐, 아무 짝에도 소용없다던 걸요?]

공대벽; [말을 삼가시오 소저!] 노려보고.

용설약; [황금전장의 대공자와 이공자, 삼공자야말로 알짜배기죠.] [우리가 어찌 세 분을 마다하겠어요?]

공대벽; [아버님과 막내가 그렇게 쉽게 당할 것 같았소?]

용설약; [벌써 끝났나요? 이제 시작인데....] 놀라는 표정

공대벽이 다시 찡그릴 때

용설약; [이런! 내가 미리 말하지 않았군요.]

용설약; [당긍의 칠대살수한테 다 청부했어요. 그들은 당신 아버지와 동생을 끝까지 추적할 거예요.]

용설약; [칠대살수가 다 죽든지 당신 아버지와 동생이 다 죽든지 하겠죠.] [뭐 당신 아버지가 안 죽으면 할 수 없는 일이고.......]

공대벽; [요망한 것!] 검미가 하늘로 향한다. 부악!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갑자기 거역할 수 없는 절대의 위엄이 뻗어나오고

용설약; [엄마야!] 펄쩍 뛰면서 뒤로 물러나고

귀와 신도 놀라 눈 부릅 뜨고

용설약; [난... 난릉왕의 말이 사실이었군요. 당신이 당신 아버지보다 더 낫다는 말이....] 가슴이 벌렁거린다는 듯이 왼손으로 앙가슴을 누르고.

그런 용설약을 노려보는 공대벽의 몸에서 추상같은 위엄이 서리고.

[흑!] 용설약의 예쁜 얼굴이 하얗게 질려 비틀 물러서고

[!] [!] 신과 귀도 놀라 감히 공대벽과 나란히 서있지 못하고 두 걸음씩 뒤로 물러선다.

<소주께서도 주군과 같은 힘을!> <아니, 부드럽기만 한 주군과 달리 숨을 멎게 하는 패기(覇氣)마저 실려있다!> 흥분하는 두 사람.

용설약; [숙... 숙녀를 이렇게 놀래키는 법이 어디 있어요?] 손으로 가슴을 눌러 뛰는 심장을 억지로 진정시키고. 하얗게 질린 모습

용설약; [더구나 전 미녀(美女)잖아요.] 애처로운 표정으로 애원하지만

공대벽; [내 아버님을 가볍게 말한다면...!] 눈을 부라리며 단호하고 무섭게 일갈

공대벽; [용서하지 않겠다!] 벼락같이 외치고. 순간

부악! 공대벽의 몸이 갑자기 확 커진다. 하늘 끝까지 자라며 사방이 삽시에 어두워진다

[헉!] [소... 소주!] 경악하며 비틀하며 올려다보는 신과 귀

용설약; [흐윽!] 역시 얼굴이 하얗게 변해서 올려다보며 비틀하고

쿠오오! 사방이 어두워지고 오직 산처럼 거대해진 공대벽의 모습만이 사방을 가득 채운다.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공대벽의 두 눈이 번갯불같이 빛을 뿜어내며 내려다보고

용설약; [당신들... 당신들은...!] 사색이 되어 비틀 비틀

타당! 손에서 치룡편이라는 얇은 연검이 떨어져 뒹굴고

용설약; [너... 너무도 무서운 핏줄이군요.] [천하에 적수가 없다고 날뛰던 난릉왕이 당신 아버지에게 무참히 패한 이유가 이런 힘 때문이었군요.] 다리가 후들 후들 떨려서 겨우 버티고 서며 올려다보고

쿵! 털썩! 견디지 못하고 공대벽의 뒤에 무릎 꿇는 신과 귀.

공대벽; [여자!] 거대한 오른손을 쭉 뻗어 용설약을 가리키고.

[!] 눈 부릅뜨며 숨을 멈추는 용설약. 마치 거대한 석가래같은 손가락이 자신을 겨누고 있다

공대벽; [말하라! 네가 누구인지를!]

용설약; [나는... 나... 나는....!] 사색이 되어 달달 떨고

공대벽; [말! 하라!] 다시 한 번 사납게 외치고

꽈과광! 순간 벼락이 용설약의 정수리로 떨어지고. 실제 벼락이 아니라 충격을 받은 모습

휘청! 눈이 하얗게 백열되어 몸이 허리와 무릎이 반대 방향으로 꺽이는 용설약

용설약; [제.... 제왕!] 신음하며 뒤로 쓰러지고

털썩! 바닥에 나뒹구는 용설약

바들 바들 떨리는 용설약의 몸과 손. 코와 입으로 피가 흐르고

용설약; [왕.... 왕들의 왕이시여....!] 털썩! 고개 옆으로 떨구며 기절한다

신과 귀는 공대벽의 뒤에 엎드린 채 달달 떨며 그런 용설약을 훔쳐보고

야하고 아름다운 자세로 쓰러진 용설약.

[....!] 횃불같은 눈으로 그런 용설약을 내려다보는 거대한 공대벽. 이윽고

슈욱! 공대벽의 산같던 몸이 다시 원래대로 줄어들고

소리없이 안도하는 신과 귀

<각성!> <드디어 소주께서 제왕공가의 진정한 힘을 각성하셨네!> 흥분하여 서로를 곁눈질하는 신과 귀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용설약의 모습을 침통하게 보는 공대벽

<소... 소인 상춘우! 감히 대인에게서 왕들의 왕, 제왕(帝王)의 모습을 보았나이다.> 엎드린 채 울부짖듯 외치던 상춘우의 모습을 떠올리는 공대벽

공대벽; (그 한마디가 나를 깨웠다!)

<한 인간이 나를 향해 제왕이라고 부르짖은 그 한 마디가 내 핏속에 잠들어있던 본성을 일깨운 것이다!> 용설약을 내려다보는 공대벽의 모습이 멀어진다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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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드넓은 강. 안개가 자욱한데.

안개를 뚫고 범선 한척이 진행한다. 선수에는 커다란 등을 달아서 앞길을 밝히고 있다. 하늘에는 보름달

그 배의 선실에 손님들 사이에 끼어 퍼져 자고 있는 청풍.

갑판 한쪽에 놓인 술통. 술통 속의 권완도 곤히 잠들어 있고

[선장님! 안개가 점점 짙어집니다!] [이래서는 보름달도 별로 도움이 되질 못하겠습니다.] 잠이 든 청풍의 귓전으로 누군가의 말이 들리고

청풍; (음냐! 그러기에 왜 한 밤중에 배를 띄우냐고! 훤한 대낮 놔두고....) 선잠이 든 채로 중얼거리고

[뱃머리에 감시를 보강하라. 시야가 나빠져서 암초에 좌초할 수도 있다!] [예 선장님!] 선실 위쪽의 조타실에서 선장과 나이 든 선원들 몇명이 소곤거리고 있다.

젊은 선원들이 뱃머리로 달려가 앞쪽을 살피고. 긴 장대들도 들어서 유사시에는 암초를 밀 준비를 한다

선원1; [어제도 청룡방(靑龍幇)의 배가 이 부근을 지나다 뭔가와 부딪히는 바람에 구멍이 생겨 좌초할 뻔 했다고 합니다.] 중년의 선원이 선장에게 말하고

선원1; [근처 어부들 말로는 용이나 이무기가 산다더군요.] [유독 이 일대만 안개가 짙은 것도 그 때문이라 하고...]

선장; [목소리를 낮춰라. 선객들을 불안하게 해선 안 된다.]

선원1; [죄송합니다.] [하지만 다른 배들처럼 안개가 걷힐 때까지 근처 포구에서 기다리는 게 좋을 뻔하지 않았는지요?]

선장; [이런 악조건이 우리한테는 오히려 좋은 기회다.]

선장; [수적(水賊)들도 안개 속에서는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테니 목적지까지 어렵지 않게 그 <물건>을 운송할 수 있을 것이다.]

선원1; [그렇긴 합니다만...!]

선장; [너희들 생각에 수적들을 만나는 게 낫느냐 이무기나 용이 있는 곳을 지나가는 게 나으냐?]

선원들; [그야...!] [수적들은 아무래도...!]

선장; [나 역시 피도 눈물도 없는 수적들은 피하고 싶다.]

선장; [게다가 이무기인지 용인지에게는 바칠 제물(祭物)을 준비해두었다.] [창고에 있는 죽은 흰 말 한 필과 독한 술 한 통이 그것이다.]

선원1; [좋은 생각입니다.] [이무기나 용은 백마와 술을 좋아한다고 하니 그걸 바치면 무사히 지나가게 해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 안도하고

선원2; [그럼 갑판에 있는 저 술통이 바로...!] 한 놈이 술통을 가리키고

선장; [내려가서 술통 뚜껑을 열어둬라!] 끄덕

선장; [술냄새를 풍기고 말의 피를 강물에 뿌리면 이무기든 용이든 우리가 자신에게 바칠 제물을 준비해왔다는 것을 알 것이다!]

선원2가 서둘러 갑판으로 내려가고

선장; [제물로 바칠 술에 사람 입김이 닿으면 부정 탄다. 고개를 돌리고 뚜껑을 따라!]

선원2; [조심하겠습니다!] 두툼한 칼을 하나 뽑아들고 술통으로 가고

이어 고개를 돌린 채 한손으로는 술통을 더듬고 다른 손에 든 칼로 술통의 뚜껑을 딴다. 위쪽의 둥근 판을 통째로 들어내는 것. 술통 속에는 권완이 쪼그린 채 자고 있지만 선원2는 고개를 돌리고 술통을 따는 바람에 보지를 못한다

선원2; [냄새가 좋습니다. 정말 좋은 술인 모양입니다.] 킁킁! 술통에서 번져 나오는 냄새를 맡으며

선장; [반각쯤 놔뒀다가 물에 던진다.] [백마 시체도 끌어내서 준비해라!]

[예 선장님!] [손님들이 깨지 않게 조용히 움직여라!] 선원들 우르르 내려오고

청풍; (별짓들 다한다!) (요즘 세상에 이무기나 용이 어디 있다고...!) 비몽사몽

청풍; (이무기에게 바칠 술이 있으면 나한테나 한잔 주지!)

 

#66>

깊은 밤. 하늘에 뜬 보름달은 밝지만 금릉 전체에는 불이 꺼져 있고.

황금전장의 뒷문. 불도 밝혀지지 않은 어둑한 문으로 커다란 마차 한 대가 조심스럽게 나간다. 마차를 모는 것은 죽립을 눌러쓴 상춘우다. 그리고 마차 주위를 위지삼수등이 역시 죽립을 쓰고 무장한 채 주위를 경계하며 움직인다.

마차의 문이 열리며 공당한이 고개를 내밀어 밖을 살핀다. 마차 안에는 수많은 책상자가 빼곡히 실려있고. 겨우 한 사람 앉을 자리에 공당한이 앉아있다.

공당한; (형님! 어머님!)

공당한; (천지신명이시여! 두 분을 보우하소서!) 집을 향해 포권하고. 그때

상춘우; [셋째 공자님! 어디로 모셔야할런지요?]

공당한; [노산(盧山) 동림사(東林寺)!] 건성으로 대답하고

상춘우; [무사히 모시라는 대공자님의 분부가 계셨으니 소인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봉행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안심하시길!] 고개 숙이며 말하고

공당한; [인명은 재천!] [하늘이 내게 맡긴 사명이 있다면 때가 되기 전에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을 것이오.]

공당한; [그러니 나를 위해 여러분이 위험을 무릅 쓸 필요는 없소!] 바로 앉고

공당한; [다만 내가 어리석고 게을러 천명을 거스를까 두려울 뿐....!] 의연한 표정

상춘우; (이분도 대인이다!)

상춘우; (어떤 핏줄이기에 공씨의 후손들은 하나같이 용같고 봉황같은 것인가?) 멀어지는 마차.

 

공대벽과 귀가 지붕 위에 올라서서 공당한이 떠나는 모습을 보고 있다.

마차를 호위한 채 멀어지는 위지삼수 일행

귀; [저들을 셋째공자님과 함께 보내도 정말 괜찮겠습니까?]

공대벽; [한 사람의 운명은 생사(生死)로 재어보는 법입니다.] 웃고

귀; [하지만 저들은 주군을 해치러 온 살수들입니다.]

공대벽; [셋째를 해치러 오지는 않았습니다.] 웃으며 돌아서고

귀; (소주가 어딘지 모르게 전과는 좀 달라 보이는군!) 고개를 갸웃.

공대벽; [내려갑시다!] 훌쩍 날아서 마당으로 내려가고.

따라서 내려가는 귀

공대벽; [셋째의 길은 검이 아니라 붓에 있습니다. 험한 일은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뒷짐 짚고 걸음을 옮기고

귀; [예...!]

귀; [그보다 소주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공대벽; [말씀해보십시오.]

귀; [방금 떠난 그자들을 어제 낮에 모두 보았습니다.]

공대벽; [신도 보았다고 하더군요.] 끄덕

귀; [헌데... 그들이 숨어있던 객점에서 노복도 기척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의 여고수와 마주쳤습니다.] [그것도 아주 젊은...!]

공대벽; [귀께서는 그 젊은 여고수가 지금 신이 찾고 있는 처녀일 것으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눈 번쩍

귀; [이제 생각하니 틀림없다는 확신이 듭니다.]

공대벽; (오만할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귀가 인정하는 고수고 신이 있는 줄조차 모르고 놓친 고수!) 눈 번쩍

공대벽; (세상에 그만한 고수가 살수들 속에 섞여 있을 리는 만무하다.) 주먹 불끈

공대벽; (심제회!) (심제회의 인물이 상춘우 일행을 길잡이 삼아 잠입했다!)

공대벽; (아버지를 노렸다면 난릉왕 본인이 아니더라도 그에 필적하는 실력자가 틀림없다!) + [신을 부르십시오.]

귀가 흠칫하는데

공대벽; [심제회에서 보낸 자입니다. 혼자 그자를 쫓는 것은 위험합니다.] 급히 말하고

귀; [예!] 삐익! 대답하며 손을 입에 대고 이상한 소리를 낸다

공대벽; (집무실!) 급히 걸음을 옮기고

공대벽; (아버지를 노렸다면 그자도 아버지의 집무실 근처에 있을 것이다!) 날 듯이 걸어가고

삐익! 삑! 손을 입에 댄 채 소리를 내며 따라가는 귀.

공자무의 집무실.

그곳으로 달려오는 공대벽과 귀.

[!] 그러다가 눈 부릅 멈춰서는 두 사람

[호호호! 이제야 겨우 돌아오셨군요!] 누군가 웃으며 그늘에서 나서고

용설약; [사람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시는 건 예의가 아니랍니다!] 달빛을 받으며 사뿐사뿐 맵시 있게 걸어오는 절세미녀. 치마의 옆단이 갈라진 지고운의 야하고 화려한 옷을 입었지만 얼굴은 다르다. 그야말로 절세미녀. 심제회의 부회주이며 절세고수인 용설약. 손에는 채찍처럼 낭창거리는 연검이 들려 구불렁거리며 달빛을 되비추고 있다. 길이가 보통 검보다 길다. 검이라기보다는 채찍처럼 보이고

 

#67>

안개 속을 떠가는 배.

여전히 선실에서 잠이 든 청풍.

갑판에서는 선원들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널빤지에 올려진 하얀 말의 시체를 옮기는 자들. 두 명의 선원은 권완이 잠들어있는 술통을 들어 올리고 있다.

두 명의 선원이 술통을 함께 높이 들었다가

휙! 던지고

첨벙! 물에 빠지는 술통.

[술통은 됐고... 이번엔 백마다!] [조심해서 옮겨!] 말이 얹혀진 판자를 배 난간으로 옮기는 선원들

청풍; (아이 참 그 인간들 소란스럽네!) 선잠이 든 채로 짜증내고

청풍; (잠 좀 자자! 잠 좀!) 뒤척이는데

판자에 얹혀진 말의 시체를 강물에 밀어넣는 선원들

첨벙! 말의 시체도 강물에 빠지고.

[휴우! 끝났군!] [제물까지 바쳤는데 우리 배에 집쩍대진 않겠지!] 땀 닦으며 안도하는 선원들

[그나저나 술통은 좀 아까웠어!] [글쎄 말이야! 아주 냄새가 좋은 술이었는데....] [쩝! 신성하게 쓸 제물만 아니면 조금 맛이라도 봤을 거구만.] 안개 속을 보며 입맛을 다시고.

청풍; (내가 괜히 아까워지네.) (그렇게 좋은 술을 쓸데없는 짓에 허비하다니...!) 입맛 다시고

청풍; (내 술통에도 술은 들어있지 않지만 냄새만큼은 죽였는데....!) + [!]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눈 부릅

청풍; (설마!) 벌떡 일어나 밖을 보고

쿵! 술통이 있던 곳이 텅 비어있다. 선원들이 뒷정리를 하고 있고

청풍; [이런!] 이를 갈며 벌떡 일어나고. 그때

[꺅!] 멀리 안개 속에서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린다.

[헉!] [뭐지?] [여자 비명이잖아!] 갑판 정리하던 사람들 기겁하며 돌아보고. 순간

청풍; [이쁜아!] 슈하악! 몸이 긴 천처럼 풀어지며 비명이 들린 안개 속으로 날아가는 청풍. 그리고

[용(龍)...!] [헉! 용이다!] 길게 천처럼 풀려서 날아가는 청풍의 모습을 보며 선원과 선장들 기겁한다. 실제로 철처럼 길게 풀려서 날아가는 청풍의 모습이 용이 꿈틀대며 날아가는 것 같다.

[아이구 용왕님! 용서해주십시오!] [제물을 바쳤으니 제발 저희들은 잡아먹지 마세요!] [장... 장강용왕(長江龍王)님께서 현신하셨다!] 선원들 사색이 되어 엎드려서 싹싹 빌고

 

#68>

안개가 자욱한 강물 위

[이쁜아! 어디 있니 이쁜아?] 휘이! 강물 위를 엷게 펼쳐져서 달리며 외치는 청풍.

그러다가 눈 번쩍 청풍

강물 위에 반쯤 잠긴 채 둥둥 떠가는 술통이 보이고

청풍; (찾았다!) 슈욱! 눈 번쩍이며 술통으로 날아가고

청풍; [이쁜아!] 술통 옆 물 위에 내려서고.

청풍; [괜잖은 거야? 살아있어?] 급히 술통 입구를 잡고 들어올리고. 하체가 무릎까지 물에 잠기지만 더 이상은 안 잠긴다

촥! 물에서 쑥 뽑혀서 쳐들리는 술통.

청풍; [다행히 물이 차지는 않았...!] 술통을 두 팔로 끌어안고 말하다가 흠칫. 자신이 물 위에 서있다.

청풍; [어! 내가 물 위에 서있을 수 있잖아!] 놀라서 돌아본다

쿠오! 출렁! 청풍이 서있는 부분의 수면이 사발처럼 움푹 꺼져 있는데 청풍의 하체는 무릎까지는 물 속에 잠겼지만 더 이상 물에 잠기지 않는다. 마치 투명한 막이 청풍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 같은 형상이고

청풍; [난 등평도수(登萍渡水)나 일위도강(一葦渡江)을 펼칠 수 있을 정도로 공력이 심후하진 못한데...!] 당혹. 그러다가 흠칫

징! 손가락에 끼고 있는 네 개의 반지 중 하나가 빛을 발하고 있다. 성령환에서 반지들을 빼내어 손가락에 끼고 있다. 하나는 권완에게 끼워준 상태고

청풍; [피수주(避水珠)를 갈아 만든 벽수환(碧水環)의 작용이구나!] 깨닫고

청풍; [벽수환이 물을 밀어내서 내 몸이 갈아앉는 것을 막아주고 있어!] 안도하고.

청풍; [내공을 더 주입해볼까?]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며 눈을 부릅뜨고

징! 반지가 더 밝은 빛을 내고

슈욱! 다음 순간 술통을 든 청풍의 몸이 완전히 물 위로 떠오른다.

청풍; [생각한 대로야! 공력을 주입하면 벽수환이 물을 밀어내는 힘이 더 강해진다.] 흥분

청풍; [이대로라면 물 위를 평지처럼 걸을 수 있겠어!] 술통을 든 채 물 위를 걸어보는데

[으으으!] 신음 소리와 함께 권완이 산발하고 술에 취한 부스스한 모습으로 술통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두 손으로 술통의 모서리를 잡고

청풍; [정신이 들어 이쁜이?] 반색하는데

권완; [우욱!] 산발한 권완이 고개를 확 들이대며 토한다

청풍; [으악!] 팟! 비명 지르며 술통을 놓고 뒤로 홱 날아가서 피하고

첨벙! 다시 물에 떨어진 술통. 반쯤 잠기고

[웩! 웩!] 술통 모서리를 두 손으로 잡고 고개를 밖으로 내민 채 물에다가 토하는 권완

청풍; [아휴! 위기일발이었어!] 좀 떨어진 물 위에 서서 보며 이마의 땀을 닦고

청풍; [하마터면 그대로 뒤집어쓸 뻔 했잖아!]

권완; [으으으!] 다 토하고 힘이 빠져서 축 늘어지고. 상체를 술통 밖으로 내놓은 자세

청풍; [그래도 기특하네. 술통 밖에다가 토할 생각을 하고...!] 한숨 쉬며 다가가고. 이하 물 위를 평지처럼 걷는다

권완; [죽일 거야... 죽일 거야...!] 눈이 풀린 채 옹알 옹알

청풍; [그래 그래! 나중에 죽이더라도 시방은 정신 좀 차려라!] 술통 옆 수면 위에 쪼그려 앉고

청풍; [시집도 안간 처녀가 이게 무슨 꼬락서니야?] [원수지간인 내가 니 뒤치닥꺼리를 해줘야겠니?] 소매로 토사물이 묻는 권완의 입 주변을 닦아주고.

그러다가 흠칫하며 권완의 얼굴을 보고

청풍; (이러니 저러니 해도 환장하게 이쁘긴 하네!) 눈이 풀려서 더 예쁘게 보이는 권완의 턱과 입을 소매로 닦아주며 침 꼴깍

권완; [미... 미운 자식! 못된 인간....!]

권완; [이...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책임져! 책임지라고!] 귀엽게 술주정하고

청풍; [너 자꾸 이러면 정말 콱 책임져 버린다!] 헤벌쭉하고

그러다가 다시 고개 떨구며 잠이 드는 권완

청풍; [불길해! 불길해!] [아무래도 나 요 이쁜이한테 홀려버린 것 같애!] 권완의 두 팔을 다시 술통 속으로 밀어 넣어주고

술통 속으로 허물어져 들어가는 권완

청풍;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한 정혼이지만 못 이기는 척 마누라로 삼아버릴까?] 술통을 다시 물에서 끌어올리고

청풍; [문제는 요 이쁜이가 날 잡아 죽이려고 작정을 했다는 점인데...!] 술통 속에 웅크리고 잠이 든 권완을 내려다보고

청풍; [에휴! 어쩌다 일이 이 지경으로 꼬였는지 모르겠다!] 술통을 번쩍 쳐들어 한쪽 어깨에 멘다. 옆으로 누인 상태. 그 바람에 권완의 머리카락은 밖으로 흘러나와 흔들거리고

청풍; [헤롱헤롱하는 지금이야 그렇다 쳐도 정신을 차리면 여러 모로 성가시겠어!] 궁시렁 거리며 물 위를 걸어서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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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로그에도 마침내 애드핏 승인이 떨어졌군요.

애드센스는 아직 통과하지 못했지만 곧 좋은 소식이 있겠지요. 

기왕에 애드핏이 적용되기 시작했으니 더 분발해서 재미있는 글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속적인 성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와룡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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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공자무 집무실 내부. 흐릿한 불이 켜진 아래 공대벽이 아버지의 탁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다. 의자는 회전의자같이 보인다.

<어이없는 것들이 숨어들었습니다!> 벽속에서 누군가 말하고

<무영동부의 장보도를 이용해서 잠입했는데... 귀부로 가지 않고 엉뚱한 곳을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공대벽; [<어이없는 것들>이라면 한 명은 아닐 테고... 모두 몇 명이오?]

<지금까지 확인된 자만 네명입니다.>

공대벽; [도둑이 아니라 살수들이로군!] 눈 번쩍하고

<속하들도 그리 생각합니다. 하여 신이 잡으러 갔으니 곧 그자들의 면면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공대벽; [그들 외에도 요망한 것이 더 숨어들어왔을 수도 있습니다.] [귀께서는 즉시 셋째에게 가십시오.]

공대벽; [셋째는 짐을 싸느라 아직 자지 않고 있을 것입니다.]

<속하의 임무는 대공자님을 지키는 것입니다. 대공자님을 홀로 남겨두고 셋째공자에게 갈 수는 없습니다.>

공대벽; [지금은 화급을 다투는 비상시입니다. 제 명령에 따르십시오.]

<하오나...!>

공대벽; [셋째는 아직 집 안에 있습니다.] [집 밖에서야 힘이 미치지 않아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집안에서는 보호해주어야만 합니다.] [즉시 가십시오!]

<존명!> 대답이 들리고

혼자 남아서 생각에 잠기는 공대벽

공대벽; (이십년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생각하고

공대벽; (난릉왕(蘭陵王)....!) (이번에도 그가 직접 왔을까?) 회상에 잠긴다

공대벽; (난릉(蘭陵)의 술(術)을 온전히 이은 자!) (아버지가 집을 비운 지금 그자가 찾아온다면 과연 내가 상대할 수 있을까?)

 

<난릉의 술이란 북제(北齊)의 명장이었던 난릉왕 고장공(高張恭)의 비술(秘術)을 말한다. 이것에 능통한 자는 천지간의 모든 귀신과 이매망량(魑魅魍魎)을 굴복시킬 수 있고 용(龍)과 신장(神將)을 간단히 불러내어 일을 시킬 수 있으며 호풍환우(呼風喚雨) 마저 뜻대로 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산 위에 선 난릉왕이 망토를 펄럭이고 있고. 그 주변에 용과 귀신과 신장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산 아래에서는 폭풍에 시달리고 귀신과 괴물들의 공격을 받아 달아나는 군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난릉왕 고장공은 무용(武勇)과 술법(術法)으로 천하에 적수가 없었으나 너무나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탓에 오히려 적이 두려워하지 않고 수하들에게는 위엄이 서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난릉왕은 전장에 나설 때면 항상 가면을 썼으니 이후로 난릉왕이 썼던 가면, <난릉의 탈>은 귀신조차도 두려워하게 되었다고 한다.> 절세의 미남이 난릉왕의 가면을 쓰려는 모습

 

공대벽; (이십년전, 본장을 찾아왔던 난릉왕은 물론 진짜 난릉왕 고장공이 아니다.)

공대벽; (다만 고장공이 남긴 난릉의 술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는 자신감으로 난릉왕을 칭하고 있을 뿐이다.)

공대벽; (그자는 아버지의 무림행적을 추적한 끝에 황금전장에 이르렀었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 앞에서도 끝내 난릉의 탈을 벗지 않고 버티었었다.)

공대벽; (그것은 난릉왕의 도력(道力)이 아버지의 심령공제(心靈功制)에 저항할 수 있을 정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날 밤,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난 나는 바로 이곳, 아버지의 집무실에 누군가 찾아왔음을 알아차렸다.> 잠옷 차림인 다섯 살 무렵의 공대벽이 건물 난간에 눈을 비비며 선 채 공자무의 집무실을 본다. 불이 켜진 집무실에 앉고 선 두 사람의 그림자가 보인다

<호기심에 나는 그만 와서는 안되는 곳에 왔고 보아서는 안되는 인간을 보고 말았다.> 열린 문간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며 눈이 동그래지는 어린 시절의 공대벽.

방안에는 공자무가 앉아있고 공대벽에게 반쯤 등을 보인 자세로 난릉왕이 서서 공자무에게 뭔가 말을 하고 있다. 난릉왕은 화려한 비단 옷을 입었고 얼굴에는 베니스 가면축제의 태양신같은 가면을 쓴 모습이다

난릉왕; [핏줄과 상황이 증명하고 있거늘... 끝내 부인하려 하시오 장주?]

공자무; [돌아가시오! 귀하는 사람을 잘못 찾아왔소!] 웃고

난릉왕; [장주를 두고 누구를 제왕공가(帝王孔家)의 후예로 생각할 수 있겠소이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격이외다!]

<아버지와 난릉왕은 내가 나타난 것은 아랑곳 않고 한동안 전음입밀을 사용하여 논쟁을 벌였다.> 소리는 내지 않지만 뭔가 격렬하게 논쟁하는 난릉왕과 공자무. 난릉왕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일어나지만 공자무는 태연하게 앉아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난릉왕이 갑자기 내 목을 움켜쥐는 일이 벌어졌었지!> 손을 뻗어 문간에 선 어린 공대벽의 목을 움켜잡는 난릉왕. 팔이 고무처럼 쭉 늘어나서 움켜잡았다.

난릉왕; [이래도 제왕(帝王)이 되지 않으시겠소?] 어린 공대벽의 목을 움켜잡아 쳐든 채 외치고. 다른 손에는 날이 휜 칼, 언월도를 뽑아든 상태다.

난릉왕; [미천한 신하의 오직 한 가지 소원은 제왕께서 다시금 그 위엄을 만천하에 드러내시는 것 뿐이외다!] 공대벽을 인질로 삼아서 공자무를 협박하는 난릉왕. 공자무는 이마를 찡그리며 보고 있고

 

욱신! 난릉왕의 손에 잡혔던 목에서 통증이 느껴져 손으로 만지는 공대벽

공대벽; (얼음같이 차가우면서도 숯불같이 뜨거운 손....)

공대벽; (비록 흉터는 남지 않았으나 그날 목 줄기에 느꼈던 난릉왕의 그 손길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우울하게 한숨

 

<이래도 제왕이 되지 않겠느냐며 아버지를 공박하던 난릉왕의 음성을 환청처럼 들으며 나는 기절해버렸지.> 난릉왕의 손아귀에 목이 쥐켜진 채 기절하는 어린 공대벽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버지가 날 치료해주고 계셨다. 바닥에는 다량의 피가 뿌려져 있었고....!> 피가 뿌려진 바닥에 누운 공대벽을 치료하고 있는 공자무. 공대벽의 목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다. 바닥의 피는 난릉왕의 몸에서 나온 것이다.

<나는 난릉왕의 손에 죽을 뻔 했고 난릉왕은 아버지 손에 죽을 뻔 했다. 그리고 그날 비로소 나는 아버지가 그저 사람 좋은 풍류한량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깨어난 어린 시절의 공대벽을 꼬옥 끌어안고 안도의 눈물짓는 공자무

 

공대벽; (난릉왕으로 인해 내 인생이 바뀌었다.)

공대벽; (그가 아버지에게 한 말.... <이래도 제왕이 되지 않으시겠소?>라는 말이 항상 내 머릿속을 떠돌며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쩍! 소쩍! 어디선가 소쩍새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공대벽; (저 소쩍새의 소쩍거리는 소리처럼...!)

공대벽; (헌데 제왕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일까? 이 나라에는 주실(朱室;명나라)의 황제가 어엿하게 군림하고 있거늘....)

공대벽;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제왕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깊은 생각에 잠긴다. 헌데

번쩍! 공대벽 뒤쪽의 어둠 속에서 사람 눈이 번쩍하더니

스윽! 아메바처럼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는 인간의 형상. 물론 상춘우다.

소리도 흔적도 없이 어둠 속에서 배어나오는 상춘우

등을 돌리고 앉은 공대벽. 공자무가 다른 곳으로 간 것을 알 리 없는 상춘우는 공대벽을 공자무로 착각한다

상춘우; (이번 청부도 성공이다!) 소리없이 오른 손에서 빠져나온 검은색의 칙칙한 검이 쳐들인다.

상춘우; (일단 노려진 이상 아무도 내 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공자무!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검으로 공대벽의 뒷모습을 노리고 검을 천천히 내뻗는다.

상춘우; (오래 두고 기억하는 것으로 당신에 대한 경의를 표하겠다!) 소리없이 공대벽의 뒷덜미를 궤뚫어간다. 헌데

멈칫! 갑자기 투명한 벽에 막에 막힌 듯 내밀어지던 상춘우의 검이 더 이상 진전을 하지 못한다

상춘우; [!] 올려다보는 눈 부릅 놀라고

쿵! 상춘우의 앞에 거대한 사람의 등이 생겨났다. 물론 공대벽의 등이다. 얼마나 높고 까마득한지 끝이 보이질 않는다. 고개를 완전히 젖히며 올려다보는 상춘우. 거대한 벽 그 자체다. 공대벽의 거대한 몸에 불빛이 가려져서 방안이 어두워진다.

상춘우; (태.... 태산!)

상춘우; (인... 인간이 어떻게 이토록 거대해질 수가....!) 털썩! 공대벽의 뒤에 무릎을 꿇는 상춘우. 검던 얼굴이 하얗게 변해있다.

거인의 등이 약간 흔들하더니

까마득한 위쪽에 자리한 거인의 고개가 약간 돌아가고

쩡! 강렬한 눈빛이 헤드라이트처럼 아래를 돌아본다. 그 아래쪽에 주저앉은 상춘우의 모습은 마치 개미같이 작다

천천히 돌아앉는 거인. 의자 자체가 회전의자처럼 돌아가고. 물론 이 거인은 공대벽이지만 검은 음영으로 처리. 얼굴에서도 아주 강한 눈빛만이 보이고

완전히 돌아앉아서 까마득한 아래쪽에 주저앉아있는 개미같은 상춘우를 내려다보는 거인의 강렬한 눈빛

상충우; [히익!] 기겁하며 무릎 꿇고 납작 엎드리는 상춘우. 완전히 압도당했다

[....!] 말없이 상춘우를 내려다보는 거인.

그 아래 개미만한 상춘우가 엎드려 이마를 바닥에 쳐박은 채 달달 떨고 있다. 손에서 삐져나왔던 칼은 이미 사라진 상태

상춘우; (죽... 죽일 수 없다!) (이 사람은... 아니 이분은 남의 손에 죽을 분이 아니다!) 땀을 비오듯 쏟아내며 달달 떨고.

상춘우; (말 한마디, 눈빛 한 번으로 날 죽일 수 있는 분이다!) (죽으라 명하시면 난 거역하지 못하고 혀를 물 수 밖에 없다!) 이윽고

공대벽; [그대는... 누군가?] 공대벽이 강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묻고

상춘우; [소인은... 소인은....!] 달달 떨고

상춘우; [적... 적포동의 살수 상춘우입니다!] 고개도 들지 못하며 달달 떨고

공대벽; [나를... 죽이러 왔는가?]

상춘우; [소인은.... 공대인(孔大人)의 부친과 넷째 아우님을 죽이고자 왔습니다.] 흘린 땀이 이마를 붙이고 있는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다.

공대벽의 이마가 꿈틀하고

슈욱! 산같이 거대했던 공대벽의 모습이 급격히 줄어들어 원래대로 돌아온다. 공대벽의 거대한 몸에 가려져서 어둡던 방도 원래의 밝기로 돌아오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공대벽이 묵묵히 상춘우를 내려다본다. 그의 발치에 상춘우는 훈도시만 찬 모습으로 이마를 바닥에 붙인 채 엎드려 달달 떨고 있는데 그의 몸도 어느덧 원래의 색으로 돌아와있다.

방안에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상춘우를 내려다보는 공대벽의 표정이 살벌해지고. 그의 몸에서 일어난 강한 아지랑이같은 기운이 상춘우의 온몸을 휘감는다

상춘우; (숨... 숨을 쉴 수가....!) 질식하는 표정. 얼굴이 시커멓게 죽는다. 위압당해서 숨을 쉴 수가 없다

공대벽의 손이 꾸욱 쥐어지는데.

상춘우; (죽... 죽는다!) 눈에서 빛이 사라지고. 바로 그때

<속하 신(神)입니다 대공자!> 문 밖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리고. 순간

움켜쥐었던 손에서 힘을 푸는 공대벽

허억! 압력이 풀려서 숨구멍이 터지는 상춘우.

공대벽; [들어오시오!] 침통하게 말하고

<예!> 덜컹! 대답과 함께 문이 열리고

신; [침입자들을 잡아왔습니다.] 양손에 두 놈씩의 멱살을 잡고 질질 끌고 들어온다. 위지삼수, 전정무, 종리전, 음리붕. 모두 혈도가 짚여 축 늘어졌다. 정신은 잃지 않았다

들어서다가 흠칫하는 신과 네 사람

의자에 위엄있게 앉은 공대복과 그 앞에 개처럼 엎드려 떨고 있는 상춘우의 모습

신; [저자가 이곳에까지 들어왔습니까?] [귀는 대체 무얼 하고 있길래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한 것입니까?] 분노하며 상춘우를 노려보고

공대벽; [별일 아닙니다. 마음 쓰실 것 없습니다.]

신; [천한 것들이 감히....!] 분노하며 네 사람을 바닥에 패대기치고

펑! 퍼퍽! 상춘우 근처로 나뒹구는 네 사람.

하지만 상춘우는 이마를 바닥에 붙인 채 그들을 돌아보지도 않는다

전정무; (죽으면 죽었지 자존심을 굽히지 않는 상형이 왜....!)

위지삼수; (주인 발치에 엎드린 얌전한 개같은 꼬락서니라니....) (저 사람이 정말 당금의 칠대살수 중 한명인 상춘우 본인이란 말인가?)

음리붕; [상형! 당신이 우리를 판 것이오? 이번 일을 모두 꾸민 주제에....] 분노하여 이를 갈며 외치는데

신; [주둥이 닥쳐라!] 콱! 위지삼수의 얼굴을 발로 밟아버린다. 옆에 있던 종리전은 겁에 질리고

신; [속하는 이것들을 낮에 한번 보았었습니다.] [시설을 꾸며놓고 뭔가 작당을 하고 있었는데 본장을 침탈할 준비를 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신; [눈에 띤 즉시 때려죽이려다가 대공자께서 달리 분부가 계실지 몰라 산 채로 잡아왔습니다!]

공대벽; [잘 하셨습니다. 지금은 여러 모로 번다하니 일단 창고에 가두어두십시오.] [어찌 처분할지는 날이 샌 후에 결정하겠습니다.]

신; [예!] 고개 숙이고

신; [가자! 망할 것들!] 다시 네 사람의 멱살을 한손에 두 개씩 잡아서 일으키려는데

상춘우; [대인이시여! 부디 굽어 살피시옵소서!] [소인들에게는 일행이 한 명 더 있습니다.] 급히 공대벽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말하고

위지삼수등의 멱살을 쥔 채로 흠칫 돌아보는 신

위지삼수들은 깜짝 놀라고

찡그리는 공대벽

신; [한 명이 더 있었다?] [그럼 낮에 객잔에 모여 있던 게 전부가 아니란 말이냐?] 눈 부릅뜨며 상춘우를 노려보고

상춘우; [그러합니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위지삼수; [상춘우! 이 개 같은 놈아!] 분노하여 외치고

위지삼수; [네 놈 따위를 대장부로 믿었다니....]

음리붕; [동료를 팔아먹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적포동이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위지삼수; [적포판관(赤袍判官)이 지옥 끝까지라도 따라가 네 놈을 죽일 거다.]

겁쟁이 종리전도 이를 바득 갈며 노려보고

신; [주둥이들 닥치지 못할까?] 양손에 쥐고 있는 네놈에게 스파크를 흘려넣고. 감전당해 발발 떨며 입 다무는 네 사람. 그때

상춘우; [지고운이라는 처녀입니다.] [변장술에 뛰어나니 주의해서 찾으셔야 할 것입니다.] 상체를 약간 든 채 신에게

신; [계집이라고?] 얼굴이 무섭게 굳어진다.

상춘우; [예! 무공이 약한 여자이니 아무쪼록 손에 사정을 봐주시기 바랍니다.]

위지삼수; [으하하하하!] 분노하여 웃고

위지삼수; [너같은 비겁자와 알고 지냈다는 것이 수치스러울 뿐이다 상춘우!] 비분강개하여 외치고

지직! 신이 다시 스파크를 가해서 위지삼수의 입을 다물게 하고

이어 공대벽을 바라보며 허락을 기다리는 신.

공대벽; [그들은 여기 두고 가서 찾아보십시오.] 끄덕

신; [존명!] 고개 숙이고

퍼퍽! 다시 나뒹구는 네 사람. 스스스! 사라지는 신

[으으으!] [상... 상춘우!] [부끄러움조차 잊은 것이냐?] 헉헉 대는 네 사람. 그때

상춘우; [대인! 소인은 감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대인의 부친과 형제를 노렸으니 죄가 죽고도 남습니다.] 공대벽에게 절하고

상춘우; [하지만 소인의 동료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오직 소인이 시키는 대로만 했을 뿐입니다.]

음리붕; [위... 위선 떨지 마라!]

음리붕; [그런다고 이제 와서 우리가 감격할 줄 알면....!] 악 쓰는 걸 전정무가 몸을 조금 움직여서 말리고

상춘우; [대인께서 저들을 살려주지 않으신다 해도 소인, 눈곱만큼도 원망하지 않을 것이나...] 그러거나 말거나 간절하게 공대벽에게 애원하고

상춘우;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저들을 풀어주시길 간청합니다.]

음리붕도 입을 다물고 공대벽의 눈치를 살피고

다른 자들도 혹시나 하는 긴장한 얼굴로 공대벽을 본다.

공대벽은 말없이 상춘우를 내려다보고.

상춘우; [소인에게 두 가지 소원이 있습니다.]

상춘우; [가장 큰 첫 번째 소원은 죽는 순간까지 대인을 곁에서 모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의 작은 소원은 제 벗들에게 벗으로서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대체 이건...!) (상춘우가 어쩌다 저렇게 변했지?) 당혹하는 위지삼수 일행

상춘우; [소인 첫 번째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두 번째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일찍이 대인을 뵙지 못했음을 한탄하며 자진하겠사옵고,]

상춘우; [그 반대가 된다한들 가슴속에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영광으로 여길 것이옵니다.]

위지삼수; [당대의 칠대살수중 한명인 상춘우가 언제 저런 필부가 됐는지 모르겠군.] [실패했으면 깨끗이 죽으면 그 뿐이지 구차하게 삶을 탐하다니......] 냉소할 때

공대벽; [머리를 들어보시오.] 이윽고 입을 열고

상춘우; [예...!] 조심스럽게 얼굴을 들어 공대벽을 보고. 그 모습이 마치 제왕을 대하는 충신과도 같다.

공대벽; [그대는... 내게서 무엇을 보았소?] 강렬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 순간 상춘우의 몸이 부르르 떨리고.

상춘우; [으으으!] 입이 달싹거리지만 금방 말을 뱉어낼 수 없다.

묵묵히 기다리는 공대벽.

다른 사람들도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아연긴장하여 보고. 이윽고

상춘우; [소... 소인 상춘우...!] 비지땀을 흘리며 겨우 입을 떨고

상춘우; [감히 대인에게서 왕들의 왕, 제왕(帝王)의 모습을 보았나이다.] 납작 엎드리며 피를 토하듯이 외치고

꽈과광!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는 위지삼수 일행. 그와함께

쿠오오! 그들의 눈에도 갑자기 공대벽이 산처럼 거대하게 보인다. 까마득히 높아진 공대벽이 개미만한 자신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제... 제왕!] [왕... 왕들의 왕!] 꼬르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거품을 물고 기절하는 위지삼수 일행. 오직 상춘우만이 납작 엎드린 채 감격에 떨고 있다

<제왕... 제왕!> 역시 충격을 받은 공대벽. 귀에서 웅웅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사람이 부르짖는 소리를 들었다. 소쩍새가 우짖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이 그 입으로 제왕이라 부르짖는 소리를 들었다.> 가슴 벅차서 두 주먹 불끈 쥔 채 떠는 공대벽.

공대벽; (이제야 알겠다! 내 핏줄의 비밀을... 내게 지워진 운명의 굴레를....!)

공대벽; (난릉왕이 찾던 <제왕>은 바로 나였다!)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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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해가 진다. 바다같이 넓은 포구.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있다.

그 중에 특히 큼직한 범선 한척. 일꾼들이 열심히 배로 짐을 지어 나르고. 손님들도 배에 오르고 있고.

일꾼들 틈에 끼어 큼직한 술통을 어깨에 짊어지고 올라가는 청풍. 가슴을 풀어젖혀 전형적인 부두 일꾼으로 보인다. 짊어진 술통은 사람 하나가 통째로 들어갈 정도의 크기다. 이 술통에는 술에 취한 권완이 들어있다.

선장; [빨리 빨리 움직여라!] [오늘밤은 보름달이니까 예정대로 출항한다!] [새벽까지 상해(上海)에 도착하려면 서둘러야한다!] 갑판에 서서 일꾼들을 독려하고

갑판으로 올라서는 청풍. 돌아보는 선장

청풍; [남가촌 양조장에서 보낸 술입니다만....!] 굽신

선장; [냄새 좋군!] [좋은 술을 보내라는 주문을 제대로 이행했어!] 킁킁! 술통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고

선장; [갑판 한쪽으로 옮겨 놔라!] [긴요하게 쓸 술이니까 잘 보이는 곳에 두도록!]

청풍; [예예!] 갑판으로 간다. 그러면서 곁눈질로 주위를 살피고

청풍; (아무도 눈치 못 챘겠지?) 갑판 구석으로 가고

청풍; (귀나 신도 내가 설마 일꾼으로 위장하고 배를 탈 줄은 몰랐을 거다!) 키득대며 갑판 구석에 술통을 내려놓는다.

청풍; (선원들 사이에 슬쩍 끼어들어서 상해로 가는 거다.) (거기서 배를 타고 해외로 나갈지는 한잠 자고 생각해봐야지!) 통통! 술통을 두들겨 본다

으음! 술통 속에 아기처럼 웅크린 채 잠이 든 권완

청풍; (그럼 잘 자 이뿐이!) 술통에 쪽 입을 맞춘다.

청풍; (술이 깨면 상해의 우리 집안 지점에 데려다 줄게!) 돌아선다

이어 선실로 들어가 선원들 사이에 끼어 일을 하는 청풍

 

#60>

황금전장. 해가 져서 어둑해지기 시작한다.

불이 밝혀진 공자무의 집무실. 귀와 신이 공대벽에게 보고하고 있다.

신; [시간을 좀 더 주십시오 대공자.]

신; [사방 오백리로 수색범위를 넓혀서 반드시 넷째공자님을 잡아오겠습니다!]

공대벽; [넷째를 찾는 일은 중단하겠습니다.]

귀; [하지만...!]

공대벽; [두 분의 눈을 피해서 도주했을 정도니 영악한 넷째가 쉽사리 남에게 그 물건을 빼앗기진 않겠지요.]

귀; [요행에 의지하기엔 그 물건의 중요성이 너무 큽니다!]

공대벽; [철궁의 노사들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누군가 권씨세가에도 마수를 뻗쳐 만성독약으로 식솔들을 중독시켰다는군요.]

공대벽; [권씨세가를 상대로 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자들이 누구겠습니까?]

귀; [심제회에 대해 아시고 계셨습니까?] 눈 번뜩

공대벽; [아버님이 남기신 서찰에 개략이 적혀있었습니다.] 끄덕이고.

귀; [그렇다면 그들이 얼마나 집요하고 무서운 자들인지도 아시겠습니다.]

공대벽; [다섯 살 무렵의 저를 죽이려 했던 자가 심제회의 회주(會主)라는 것을 압니다.] 목을 만지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귀와 신

공대벽; [심제회는 한시도 우리 집안에 대한 감시를 늦추지 않고 있었을 것입니다.]

신; [소주께서는 그들을 어떻게 상대하실 생각이신지요?]

공대벽; [나는 상인입니다.]

공대벽; [어느 누가 내 앞에 나타나든지 간에 그들과 흥정하는 것이 일입니다.]

공대벽; [만약 그들이 내 목을 사겠다고 한다면 살 만한 능력이 있는지를 먼저 가늠해봐야 하겠지요.] [하지만.....]. 눈 번쩍

공대벽;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내가 정녕 누구인지를 보여줄 것입니다!] 단호하게 말하고. 쿠오오! 공대벽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흘러넘치고

자신들도 모르게 공대벽 앞에 무릎을 꿇는 귀와 신

[소주께 충성을!] [왕들의 왕께 영광을!] 포권하는 두 노인. 아주 벅차고 감격한 표정이다

이번에는 공대벽도 위엄있게 고개를 끄덕일 뿐 두 노인을 일어나게 하지 않는다

공대벽; (심제회주!) 난릉왕을 떠올리며 창밖을 보고

공대벽; (내 목을 원한다면 다시 당신이 직접 와야할 것이오!)

#61>

바다같이 넓은 강물 위에 보름달이 떴다. 포구에는 불빛이 명멸하고.

그 포구를 등지고 떠나는 커다란 범선. 건장한 선원들이 돛을 조종하여 배를 강심으로 움직인다.

갑판 위. 청풍은 술통 옆에 기대앉아서 하늘의 달을 보고 있다.

청풍; (달빛 한번 처량하네!) 한숨

청풍; (욱하는 성질에 괜히 일을 크게 벌린 게 아닌지 싶다!)

청풍; (그냥 순순히 잡혀서 집으로 돌아갔으면 꾸지람 좀 듣고 몇 대 맞는 걸로 끝났을 텐데....!)

청풍; (형들과 아버지야 그렇다 쳐도 어머니는 보고 싶어!) 눈시울이 붉어지고 울상이 된다. 어머니 진군소를 떠올린다

청풍; (젠장할! 이 나이가 되어서까지 어머니가 보고 싶다니... 진짜 어른이 되려면 아직 멀었구나!) 눈시울을 닦고

그러다가 술통을 보고

술통에 귀를 대보는 청풍

술통 안에서 새근 새근 잠이 든 권완

청풍; (잠꼬대도 안하고 잘만 자네!)

청풍; (나도 그만 자자! 깨어있어 봤자 잡생각만 많아질 뿐이다!) 술통 옆에 기대서 잠을 청하고

꾸벅 꾸벅 조는 청풍

지나가던 선원이 흠칫하며 그런 청풍을 보고

선원; [못 보던 얼굴인데...!] [아직 어린 걸 보니 새로 고용한 신참인 모양이군?] 청풍의 다리를 발로 툭툭 찬다

청풍; [뭐... 뭡니까?] 게슴츠레 눈을 뜨고

선원; [자려거든 선실로 들어가서 자!] [여기서 졸다가는 배가 흔들릴 때 강물로 굴러떨어질 수도 있어!]

청풍; [예...!] 졸린 눈으로 억지로 일어나고

하품하며 비틀 비틀 선실로 들어간다.

어둑한 선실에는 선원과 승객들이 여기저기 누워 잠자고 있다.

청풍도 그 중 한 구석에 끼어 눕고

청풍; (하루 종일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다녔더니 졸음을 걷잡을 수 없구만!)

청풍; (뭐 추격도 따돌렸으니 오랜만에 달콤하게 자볼까?) 곧 잠에 곯아떨어진다.

 

#62>

황금전장. 무사들의 삼엄한 경계

후원의 창고 같은 건물

츄릿! 칫! 어둠 속에서 섬광이 두 번 일어나고

벽에 타원형의 선이 생기고

털썩! 그 벽이 무너지며 통로가 나타난다

복면을 쓰고 소리없이 구멍을 통해서 나오는 상춘우 일행. 모두 야행복을 입었다.

맨 마지막으로 야한 차림의 지고운이 따라나선다. 물론 이 지고운은 진짜 지고운이 아니다. 여자주인공중 한명인 용설약이 지고운으로 변장한 모습이다. 심제회의 이인자인 용설약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미모로도 지고운이 상대가 안되는 절세미녀다.

그 무렵 상춘우와 위지삼수, 음리붕은 벽의 갈라진 틈과 문과 창문을 통해서 밖을 살피고 있다. 종리전과 전정무는 자신들이 나온 구멍을 창고에 있는 가구로 막고 있고

상춘우등이 살피고 있는 창고 밖에는 아무도 없고

지고운; [용케도 이런 비밀통로가 있는 걸 알아냈군요.] 둘러보고

지고운; [그런데 황금전장의 인간들은 무슨 목적으로 외부에서 자기네 안방까지 바로 이어지는 이런 비밀통로를 만들어놓은 걸까요?] 창문 옆에 붙어 서서 창살 틈으로 밖을 살피는 상춘우에게 다가가고

상춘우; [무영동부의 대를 잇기 위해서다!] 밖을 살피며 건성으로

지고운; [무영동부?]

지고운; [그건 또 뭐죠? 황금전장에 또 다른 비밀이 있는가요?] 눈 반짝할 때

상춘우; [청부를 이행하러 왔느냐? 호기심을 채우러 왔느냐?] 고개 돌려 노려보고

지고운; [죄송해요!] 찔끔하는 지고운

상춘우; [주변에 경비는 없다! 각자 맡은 표적을 찾아 나서라!] [임무를 완수하면 그 즉시 내가 미리 말한 곳으로 집결한다!]

[예!] [살아서 다시 봅시다!]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이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가는 위지삼수 일행.

지고운; [오라버니도 몸조심하세요!] 상춘우를 향해 추파를 보내며 맨 뒤에서 나가고

이어 밖에서 문을 닫아주는 지고운. 헌데

끼익! 닫히는 문 틈으로 안쪽을 들여다보는 지고운의 표정이 음산하다. 배시시 웃는데 눈빛이 섬뜩하고.

상춘우가 흠칫할 때

탁! 닫히는 문

상춘우; (지고운 저년...!) 찡그리고

상춘우; (기분 탓인가?) (알몸으로 독사를 마주 한 듯 오싹한 한기가 느껴졌다.)

상춘우; (내가 지고운을 과소평가했을지도 모른다!) (하긴 살수치고 자신의 밑천을 다 드러내보이는 어리석은 자는 없지!)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풀고

상춘우; (살수에게 있어 필살기는 목숨만큼이나 중요하다.) 칼을 내려놓고

상춘우; (필살기가 알려지면 청부수행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표적이 된 자들이 미리 그것에 대한 방비를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옷을 벗는다

상춘우; (위지삼수, 전정무, 음리붕, 심지어 겁쟁이 종리전에게도 숨겨둔 치명적인 필살기가 한가지쯤은 있을 것이다!) 웃옷을 벗어 버려 상체가 알몸이 되고.

상춘우;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살수들끼리는 서로의 필살기에 대해 묻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어 바지도 벗어서 훈도시 차림이 되는데, 훈도시는 검은 색이다.

상춘우; (언제 적으로 칼을 맞대게 될지 모르므로...!)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다

상춘우; (물론 나 역시 진정한 필살기는 다른 살수들 앞에서 한 번도 드러내 본 적이 없다.) 합장하고 눈을 감고.

상춘우; (나의 진짜 기술을 본 것은 이미 죽은 자들뿐이다.) 합장하고 소리없이 힘을 주는 그의 몸이 변하기 시작한다. 츠츠츠! 합장한 손바닥부터 먹물을 칠한 듯이 새카매진다.

팔뚝과 어깨, 얼굴과 가슴, 복부. 하체 순서로 먹물을 칠한 듯이 새카매지고

상춘우; (흑신염라인(黑神閻羅刃)의 비술!) 완전히 새카매지고. 헌데

틱! 틱! 상춘우의 어깨에서 팔뚝을 따라 톱니바퀴같은 밝은 선이 생겨나고

쩡! 쩡! 상춘우의 팔뚝에 수십개의 날카로운 칼날들이 일어난다. 칼날들도 검은색이다

칼날이 돋아난 양팔을 좌우로 벌려 힘을 주는 상춘우

쩡! 직후 상춘우의 움켜쥔 오른 쪽 주먹 손등에서 1미터 가량의 긴 칼날이 삐져나온다. 역시 검은 색의 칼이다.

상춘우; (준비는 끝났다!) 눈 번쩍

상춘우; (어둠으로 녹아들어가 공씨부자의 목을 딴다!) 일어난다

상춘우;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할 것이고 누구도 나의 염라인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스스스!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상춘우의 모습

 

#63>

황금전장의 후원. 불이 켜진 건물은 모두 세 곳이다.

불 켜진 방에서 비탄에 잠긴 채 남편의 초상화를 올려다보고 있는 진군소.

산더미 같은 책들이 쌓인 방에서 허둥대며 책들을 골라서 한쪽에 쌓고 있는 공당한. 병수재가 비지땀을 흘리며 그 책들을 상자에 넣고 있다. 이삿짐을 싸는 분위기다.

그리고 공자무의 집무실.

창문이 닫혀진 공자무의 집무실 앞을 짝을 지은 무사들이 지나간다. 헌데

스윽! 무사들의 그림자에서 아메바처럼 늘어나는 또 다른 그림자.

무사들은 자신의 그림자에서 아메바같은 그림자가 빠져나가는 것을 알지 못한다

건물의 그늘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아메바같은 그림자.

<저기다!> 건물의 그림자 속에서 사람의 눈이 번뜩인다. 어둠과 동화된 상춘우다

<저기가 풍류재신 공자무의 집무실이 틀림없다!> 불이 켜진 공자무의 집무실. 다른 건물들에는 모두 불이 꺼져 있다.

[하는 짓이 귀여워서 봐주는 줄 알아라! 지금 네 실력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번 청부 이행 못해!] 권일해(청풍)이 자기 목에 칼을 겨누며 노려보던 장면 떠올리는 상춘우

상춘우; (당신 말은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권일해!) 스윽! 아메바처럼 변해서 공자무 집무실의 그늘로 스며들어가는 상춘우

상춘우; (나는 살수다!) (정당한 대결이라면 평범한 존재지만 준비된 암살이라면 누구라도 죽일 자신이 있다!)

상춘우; (누군가 당신을 죽여 달라는 청부를 한다면 팔할 이상의 확률로 죽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

상춘우; (하물며 일개 장사치쯤이야...!) 스윽! 공자무 집무실로 스며들어가는 상춘우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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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사룡; [틀... 틀림없소!] [주군 집안의 비밀창고를 지키는 두 명의 옥지기요!] 겁에 질려 뒷걸음질치고

청풍; [으악!] 펄쩍! 날아오르고

청풍; [아... 아버지가 날 잡아오라고 귀(鬼)와 신(神)을 내보냈구나!]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고

독고사룡도 겁에 질려 급히 청풍의 뒤를 따라 날아가고

[!] [!] 미사일처럼 날아오다가 눈 번쩍하는 귀와 신

멀리 불이 난 시가지에서 날아가는 두 개의 그림자

<찾았다!> <넷째공자와 독고사룡이다!> 서로를 돌아보며 끄덕이는 귀와 신

쐐액! 더욱 속도를 높여서 유도미사일처럼 청풍과 독고사룡을 추적하는 귀와 신

청풍; (잡... 잡혀가면 끝장이다!) (이번에는 단순히 귀부에 쳐박히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야!) 사색이 되어 달아나고

그러다가 흠칫 옆을 보는 청풍.

독고사룡도 겁에 질려 힐끔거리며 자신과 나란히 달리고 있다

청풍; [아이 참! 나하고 같은 쪽으로 튀면 어떻게 해?] 짜증 내고

독고사룡; [그... 그럼 어쩌란 말이오 주군?]

독고사룡; [저들은 주군뿐만 아니라 노부도 잡으러 온 걸 거요!]

청풍; [그렇다고 같은 방향으로 튀면 함께 따라잡히잖아! 그렇게 머리가 안돌아가?] [당신 돌 대가리야? 그런 머리로 어떻게 신투 소리를 들었어?] 성질내고

독고사룡; (저 애송이가!) 화가 나지만

청풍;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일단 골목으로 숨었다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튀는 거야!] [나중에 강호에서 다시 만나자고!]

독고사룡; [알겠소이다! 헌데 이건 어찌할지요?] 자루를 들어보이고

청풍; [알아서 처리해!] 휘익! 골목으로 뛰어내리고

독고사룡도 골목으로 뛰어내리고

<골목으로 뛰어들었네!> <우릴 따돌릴 속셈이로군!> 눈 번쩍하며 따라가는 귀와 신

귀; <둘로 갈라져서 튀면 어느 쪽을 쫓아가야하는가?> 텔레파시로 말하고

신; <당연히 넷째공자를 추적해야지!> <그 말성꾸러기가 주군의 집무실에서 훔쳐간 물건의 중요성에 비하면 독고사룡쯤은 문제도 아니잖은가?>

귀; <그렇지!> 끄덕

이어 두 사람도 거리에 이른다. 쏴아아! 마신처럼 팔을 벌리고 거리 상공을 날아지나가는 두 사람. 길 가던 사람들이 놀라서 올려다보며 손가락질 하고

귀와 신의 눈에 멀리 앞쪽 골목을 함께 달려가는 청풍과 독고사룡의 뒷모습이 보인다.

귀; <어느 쪽이 말썽꾸러기인지 알아보겠나?>

신; <권일해와 그의 제자로 변장을 했던 터라 뒷모습만으로는 구분하기가 쉽지가 않군!>

그때 앞쪽의 골목길을 달리던 청풍과 독고사룡이 갑자기 갈림길에서 찢어져 서로 다른 방향으로 튄다

<혹시나 했더니 둘로 갈라졌다!> <난감하군! 누가 넷째공자인지 확인이 안된 상태인데...!> 당황하는 귀와 신.

귀; <일단 각기 한 놈씩 추격하도록 하세!>

신; <일대일로 추적하면 놓칠 가능성이 높아지긴 하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군!> 끄덕인다. 그 직후

청풍; [주군! 권소저 걱정은 말고 몸조심하시오! 노부가 권씨세가로 데려다주겠소!] 달리면서 목소리를 바꿔서 외치고.

[!] [!] 날아오던 귀와 신의 눈이 번쩍하고

독고사룡; (설마!) 흘끔 돌아보는데

쐐액! 갈라지려던 귀와 신이 다시 합쳐져서 독고사룡 자신을 향해 날아온다

독고사룡; (저... 저 악독한 심보!) 청풍이 낄낄 대며 웃는 모습 떠올리면서 이를 간다

독고사룡; (내 목소리를 흉내내서 귀와 신의 추격을 내쪽으로 몰리게 만들었다!) 사력을 다해 날아가고

독고사룡; (젠장할! 귀부에서 꺼내준 대가를 몸으로 치루라는 건가?)

독고사룡; (원하는 대로 해주마!) (그래야 신세를 졌다는 부담이 좀 가벼워질 테니...!) 쐐액! 사력을 다해 날아가고. 그 뒤를 귀와 신이 유도미사일처럼 날아간다

휘릭! 어느 집 지붕 위로 내려서는 청풍.

멀리로 독고사룡이 귀와 신을 달고 날아가는 것이 보인다

청풍; [미안해 독고영감!]

청풍; [하지만 종이란 건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니까 이해해주길 바래!] 낄낄 웃으며 돌아서서 다시 날아가고

청풍; [당분간 멀리 가서 짱 박혀있어야쥐!] 두 팔로 권완을 안은 채 낄낄 대며 날아간다

 

#55>

황금전장. 권씨세가의 사람들은 안보인다. 평온한 모습

공자무의 집무실. 공대벽이 공자무의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 쓰고 있다.

병수재의 부축을 받고 들어오는 공당한

공당한; [큰형님! 소제 돌아왔습니다!] 낭패한 모습. 마빡에는 퍼렇게 멍든 자욱도 있고

공대벽; [놓쳤느냐?] 붓을 놓으며 묻고

공당한; [그놈은 확실히 제가 생각했던 바로 그곳에 숨어있었습니다.]

공당한; [제 예상과 달랐던 점은 그놈이 글쎄 종이 아니라 그 집 주인으로 변장을 하고 있었다는......] + 공대벽; [됐다!] 손을 들어 말을 막고

공대벽; [이미 지난 일, 다시 거론할 필요없다.] [그리고 셋째 너는 더 이상 이번 일에 관여하지 마라.]

공당한; [형님!] 흠칫하고

공대벽; [즉시 네 방으로 가서 꼭 필요한 물건들만 챙겨서 짐을 꾸려라.] [시간을 다퉈서 네 거처를 옮겨야만 한다.]

공당한; [이게 무슨...... 넷째가 저지른 일이 그렇게나 큰일이었습니까?]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얼굴 굳어지고

공대벽; [그 애 잘못이 아니다.] 한숨

공당한; [넷째의 잘못이 아니라면......]

공대벽; [우리 집안의 숙명이다.] [공교롭게 일이 겹쳤을 뿐, 언젠가는 닥칠 일이 마침내 왔을 뿐이다.] 편지를 한통 집어들고

공대벽; [받아라! 아버지가 네게 남기신 편지다!]

공당한; [아버님이...!] 놀라며 두 손으로 받고

공대벽;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편지를 읽어 보거라. 네가 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적혀 있을 것이다.]

공당한; [큰형님께서 보내주신 두 사람이 넷째를 쫓아갔습니다.] [그들이 넷째를 데려온다면 다 해결되지 않습니까?]

공당한; [아무쪼록 제가 남아서 형님을 도와줄 수 있도록 허락해주십시오!] 포권하지만

공대벽; [나는 아직 너까지 지켜줄 수 있을 만큼 강하지는 못하다.]

공당한; [!] 무언가 깨닫고.

공대벽; [네가 갈 곳과 데려다줄 인편도 다 준비해두었다. 짐을 꾸리는 대로 떠나라.] [나나 어머니를 보고 떠날 필요도 없다.]

공당한; [그... 그렇게 위험한 상황이라면 어머니도 거처를 옮기셔야하지 않겠습니까?]

공대벽; [어머님은 아버님이 돌아오시기 전에는 절대로 여길 떠나시려 하지 않을 게다.] 한숨 쉬며 고개를 젓고

공당한; [오늘 떠나면 언제 큰형님을 다시 뵐 수 있겠습니까?] 애절한 표정

공대벽; [네가 있는 곳으로 내가 찾아가마. 그때까지 죽지 않고 살아 남을수만 있다면...!]

공당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감격

공당한; [천지신명께서 아버님과 큰형님을 보호하실 것입니다.] 두 손을 모아 포권한다.

말없이 일어나 공당한을 포옹하는 공대벽.

공대벽; (너야말로 천지신명의 가호를 받거라!) (내 아우야!) 공당한의 어깨를 다독이는 공대벽의 눈가에 눈물이 어린다

 

#56>

기암괴석이 울근불근한 깊은 산중.

귀; [놓쳤군.] 이를 부득 갈며 한쪽을 본다.

귀와 신이 서있는 곳은 높은 절벽 앞. 절벽에는 좁은 금이 가있는데 그 앞에 서있는 아람드리 나무 가지에 독고사룡이 짊어지고 다니던 자루가 걸려있다.

귀; [크아!] 분해서 손을 벼락같이 휘두르고. 손바닥에서 검날이 쭉 튀어나와 아람드리 나무를 베어버린다.

쩍! 베어져서 넘어지는 나무.

신; [쯧! 이런 간단한 속임수에 넘어가다니....!] 한숨 쉬며 손을 뻗자 나무에 걸려있던 자루가 그의 손으로 날아들어간다.

콰콰쾅! 지면에 무너지는 거목

신; [거래장부에 묻혀놓은 백리향(百里香)을 너무 믿은 게 탈이었네.] [넷째공자도 거래장부에 백리향이 묻혀져 있는 걸 알고 이걸 미끼로 썼어!] 자루를 열어 내용물을 보고

신; [우리가 여기서 머뭇거리는 동안 수십리 밖으로 달아났겠지!] 자루 안쪽을 살피고

귀; [그 물건은?]

고개 젓는 신

귀; [염병할!] 쾅! 발을 구른다.

드드드! 계곡 일대가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리고

귀; [흐흐흐! 넷째 공자고 나발이고 눈에 띠기만 해봐라! 손모가지부터 뎅강 잘라버리겠다.] 살벌하게 웃고

신; [잡을 기회는 있었네. 다만 우리가 어리석어 놓쳤을 뿐이고....!] 자루의 입구를 다시 닫고

신; [상춘우에게서 권일해와 그의 제자가 갑자기 들이닥쳤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알아차렸어야했네.] [그 즉시 권씨세가로 달려갔으면 간단히 잡을 수 있었겠지!]

귀; [기회는 한 번 더 있었어!] 화를 내고

귀; [두 놈이 눈에 띄었을 때 쫓아갈 것 없이 바로 어검술(馭劍術)로 검을 날려 죽여버렸어야 했어!] [그랬더라면 주군의 그 물건은 회수할 수 있었을 걸세!] 이를 부득 갈고. 쩡! 손바닥에서 튀어나왔던 칼날이 다시 들어간다.

신; [미우나 고우나 그 아이는 주군의 아들일세.] [물건을 회수하겠다고 죽일 수는 없잖은가?] 고개 젓지만

귀; [그 물건이 뭔지 알면서도 그런 소릴 지껄이나?] [그 개망나니 하나 때문에 무림이 피에 젖을 지도 모르는데?] 버럭 고함

신; [진정하게. 화를 낸다고 될 일이 아니잖은가.] 한숨

신; [가능성은 낮지만 좀 더 찾아보세.] [엉뚱하고 호기심이 많은 아이라 흔적을 남겼을 수도 있네!]

귀; [빌어먹을 망나니같으니...!] 이를 부득 갈며 돌아서고

신; [사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할 일이 아닐 수도 있네!] [넷째공자가 그 물건을 사용하지만 않는 이상 문제가 될 것도 없으니까 말일세.] 걸음을 옮기고

귀; [그러다가 그 물건이 만마천(萬魔天)이나 심제회(尋帝會) 손에 들어가면 일 나는 거지!] 스스스! 냉소하며 사라진다.

신; [행여나 그런 상상은 하지도 말게!] 역시 사라지고.

헌데 두 사람이 사라진 직후

슈욱! 절벽의 좁은 틈에서 유령처럼 스며 나오는 독고사룡

독고사룡; [휴우! 겨우 따돌렸군!] 안도의 한숨

독고사룡; [거래장부에 미세한 향기가 스며있다는 걸 뒤늦게 안 덕분에 미끼로 쓸 수 있었다.] 옆의 바위에 걸터앉고

독고사룡; [등하불명(燈下不明)이란 간단한 이치도 모르는 멍청이들....!] 낄낄 웃고

독고사룡; [그런데... 만마천이야 그렇다 쳐도 심제회라는 이름은 오늘 처음 듣는 걸!] [임금(帝)을 찾는 모임이라고?] 고개 갸웃

독고사룡; [무림에 나 독고사룡이 모르는 세력도 있었나?] [두 옥지기의 말투로 봐선 하루 이틀에 만들어진 신흥세력은 아닌 게 분명한데....!] 찡그리고

독고사룡; [어쨌든 잘 됐군! 세상에 나오자마자 심심하지는 않게 되었으니....!] 일어나고

독고사룡; [그럼 어디 마음껏 활개를 치고 다녀볼까?]

독고사룡; [으하하하! 세상에 기다려라! 나 독고사룡이 삼십년만에 다시 등장하셨노라!] 날아올라 사라진다.

 

#57>

금릉. 저녁 무렵. 해가 지려 하고 있다.

금릉의 빈민가.

객잔에 자리한 상춘우의 아지트. 검은 야행복을 입은 상춘우와 위지삼수, 종리전, 전정무, 음리방이 탁자에 둘러앉아서 무기와 암기들을 점검하고 있다. 모두 엄숙한 표정

문을 열고 들어오는 꽃무늬가 크고 화려한 옷을 입은 튀는 차림의 지고운. 치마의 한쪽이 길게 터져 있어 허벅지가 드러난다. 흘깃 돌아보는 상춘우. 좀 못마땅한 모습.

지고운; [소매는 준비 되었어요!] 교태로운 자태로 들어서며 문을 닫는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다리하나는 통째로 드러난다.

상춘우; [그런 차림으로 황금전장에 잠입할 작정이냐?] 찡그리고

지고운; [난 지금 여자라구요!] [나까지 오라버니들처럼 칙칙한 야행복을 입고 뛰어다닐 필요가 뭐 있겠어요?] 빈자리에 다리 꼬며 앉고. 터진 치마 밖으로 미끈한 다리가 드러나고. 그걸 훔쳐보며 침 꼴깍 삼키는 종리전.

지고운; [게다가 상오라버니 입으로 눈에 띠지 않고 황금전장에 숨어들어갈 방법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종리전에게 윙크하는 지고운. 기겁하는 종리전

지고운; [남의 눈에 띠지 않는다면 굳이 야행복으로 몸을 감출 필요도 없잖겠어요?] 교태를 부리고. 눈치 보는 종리전, 음험하게 웃는 음리붕

상춘우; [너는 대체 자신이 자객이라는 자각이 있긴 하는 거냐!] 화를 내지만 + 전정무; [뭐 괜잖지 않겠소?] 말리고

전정무; [오히려 허를 찌르는 수단이 될 수도 있소이다.]

위지삼수; [내 생각도 종리형과 같소.]

위지삼수; [우리가 실패할 경우 다 끝났다고 방심하는 공씨부자를 지매가 처리할 수 있을 거요!]

상춘우; [지금은 쓸데없는 일로 허비할 시간 없으니 복장에 대해선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 신경질 내며 도면을 펴고

상춘우;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오늘밤 결행할 청부에 대해 검토하자!]

모두들 도면으로 얼굴을 모으고.

도면은 거대한 장원의 아주 복잡한 설계도다.

상춘우; [황금전장은 천하제일의 전장답게 아주 넓고 복잡하다.] [경비 역시 몇겹으로 펼쳐져 있어서 들키지 않고 잠입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비수 끝으로 도면의 여기저기를 가리키고

상춘우; [하지만 이 장보도를 입수한 덕분에 겹겹이 쳐진 황금전장 내부의 경계망에 걸리지 않고 단번에 공씨일족의 거처까지 돌입할 수 있다!] 콕콕! 중앙 뒤쪽의 건물들을 비수로 건드리고

상춘우; [이곳은 공씨일족의 사적인 공간이라 오히려 경계가 거의 없다.] [즉, 여기까지만 들키지 않고 잠입하면 의외로 일이 수월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모두 고개 끄덕이고

상춘우; [결행 시간은 삼경(三更) 초!]

상춘우; [새벽녘이 잠행에 유리하다는 선입견 따윈 버려라!] [제대로 된 경비는 오히려 새벽녘에 삼엄한 법이다!]

상춘우;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휴식을 취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어라!]

상춘우; [오늘밤이 우리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강렬한 표정

모두 결연한 표정으로 끄덕

 

#58>

같은 객점

어느 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지고운. 이 방은 여자 방답게 아기자기하고 화사하다. 화장대에는 각가지 화장 도구와 구리거울도 놓여있고.

지고운; [어쩐지 여자로 첫 경험할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교태롭게 엉덩이를 흔들며 화장대로 가고. 화장대앞에는 중국풍의 동그란 도자기 의자가 놓여있다

지고운; [공자무.... 공청풍....!] 화장대 앞에 놓인 그 도자기 의자에 앉고. 엉덩이가 빵빵

지고운; [나같이 예쁜 자객 손에 죽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할 거야!] [옛말에도 기왕이면 꽃그늘 아래 송장이란 말도 있잖아?] 거울을 들여다보며 입술에 연지를 바르려 하고. 바로 그때

[자기가 정말 예쁘다고 생각해?]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말하고. 눈 부릅 지고운

[내가 보기엔 그저 박색을 겨우 면한 정도인 것 같은데 말이야!] 음산한 여자 형상이 뒤에 서서 웃고 있다. 웃는 입과 가늘고 길게 찢어진 한쌍의 눈만이 부각되어 보인다

지고운; (누... 누가 방안에 있었다!) 소름이 쫙 끼치고

[음양호리(陰陽狐狸) 지고운!] [네 얼굴과 옷을 좀 빌려줘야겠어! 너무 짜게 굴지는 않겠지?] 지고운의 어깨를 쓰다듬는 갸름한 손가락.

지고운; (젠장!) 가랑이를 벌린다. 터진 치마 밖으로 다리가 하나 나오면서 허벅지 안쪽에 숨겨놓은 비수가 드러난다

지고운; (나 때문에 오라버니들을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어!) 빠르게 그 비수를 뽑으려고 하지만

콱! 어깨를 쓰다듬던 갸름한 손이 날렵하게 지고운의 목덜미를 찍는다. 전기가 오르는 표정이 되어 고개 젖히는 지고운

지고운; [상... 상오라버니!] 기절하며 의자에서 옆으로 넘어지고

지고운; (미안해요!) 털썩! 바닥에 쓰러지며 기절한다

[호호호 너무 서운해하지 마라!] 그런 지고운을 내려다보며 웃는 여자의 실루엣

[역사에는 황금전장을 피바다로 만든 장본인이 너로 기록될 테니까!] 기절한 지고운을 발끝으로 툭툭 차고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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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권씨세가를 등지고 걸어가는 청풍과 독고사룡. 청풍은 기고만장해서 어깨가 저절로 들썩거린다

독고사룡; [이제 어디로 가실 겁니까 주군?]

청풍; [글쎄.... 풍파가 갈아앉을 때까지는 당분간 숨어 있어야하는데...!]

청풍; [이 기회에 바다 건너 왜국에나 가볼까?]

청풍; [거기 아가씨들이 속옷을 안 입고 다닌다는 소문도 확인해볼 겸 해서...!] 낄길 대며 말하는데 펑! 뒤쪽에서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반사적으로 돌아보는 청풍과 독고사룡

멀리 권씨세가의 대청 건물 지붕 위로 미사일처럼 날아오르는 권완. 지붕을 박살내고 날아올랐다.

청풍; [헉! 저... 저건 이쁜이잖아!]

독고사룡; [권소저가 천재는 천재인 모양이오! 벌써 마비에서 풀려났소!] 역시 놀라는데

권완; [공청풍!] 쐐액! 악을 쓰며 미사일처럼 날아온다

청풍; [으핵! 토껴!] 비명 지르며 달아나고. 독고사룡도 겁에 질려 청풍의 뒤를 따라간다

앞쪽의 시가지로 발에 땀나게 뛰어가는 청풍과 독고사룡이 권완의 눈에 보이고

권완; [죽여버리겠다!] 쐐액! 악을 쓰며 더욱 빠르게 날아가고

뒤돌아보며 시가지의 골목으로 뛰어들어가는 청풍과 독고사룡.

권완; [서라!] 슈학! 역시 골목길로 날아들어가고

독고사룡; [대단한 경신술이오!] 여유있게 청풍을 따라오며 뒤를 흘깃 돌아보고. 길 가던 사람들 기겁하며 담벼락에 달라붙어 피하고

독고사룡; [노복이야 어찌 어찌 따돌릴 수 있겠으나 주군은 권소저를 뿌리칠 수 없을 듯하오!]

청풍; [이 골목은 내가 빠삭해! 잡히는 일 따윈 절대 없어!] 바람처럼 골목길 모퉁이를 향해 달려가고.

청풍; [모퉁이를 도는 순간 도약해서 아무 쪽으로나 담장을 넘어!] 외치며 골목길 모퉁이로 바람처럼 방향을 틀어 달리고

독고사룡; (담장을 넘으라고?) 흠칫하면서도 골목길을 홱 돌아 달리고

[!] 직후 눈 부릅 독고사룡

골목길은 꺽이자마자 막다른 곳이다. 독고사룡 앞쪽에서 청풍은 이미 옆의 담장으로 도약하고 있고

독고사룡; (위험!) 팟! 독고사룡도 급정거하면서 도약해서 옆의 담장 위로 솟구친다

독고사룡; (주군이 미리 경고하지 않았으면 담벼락과 그대로 충돌할 뻔했다!) 휙! 담장 위를 달리며 생각하고

권완의 앞으로 확! 다가오는 골목 모퉁이

권완; (놓치지 않아!) 쐐액! 이를 갈며 바람처럼 모퉁이를 돌아가고

권완; (복잡한 시가지의 깊은 곳으로 숨기 전에 잡아야....!) + [!] 생각하며 맹렬한 속도로 골목길을 돌다가 눈 부릅

확 다가오는 막다른 골목

권완; (안돼!) 기겁하며 양팔로 얼굴을 가리고 앞으로 날아간다. 속도를 줄이려고 애쓰며 상체를 뒤로 젖히지만 달려온 속도가 너무 빨라서 멈출 수가 없다.

콰쾅! 양팔을 교차해서 앞을 가린 자세로 그대로 벽과 충돌하는 권완; 몸에서 저절로 방어막이 일어나 그 방어막이 벽을 박살낸다

펑! 가로 막았던 담벽을 시루떡처럼 박살내며 담벽 안쪽으로 밀려들어오는 권완. 상체를 뒤로 젖혀서 급정거하는 모습인다.

[헉!] [뭐야?] [누구냐?] 비명들이 터지는 담벼락 안쪽은 어느 집 마당이다. 이집은 술도가인데 박살난 담벼락 맞은편에는 집채만한 술통이 놓여있다. 와인을 저장하는 오크통을 몇십배로 부풀려놓은 듯한 모습이고. 그 술통 주위에서는 술도가의 일꾼들이 일하다가 기겁하며 돌아본다. 일꾼들이 사다리를 술통에 걸쳐놓은 채 물통을 서로 건네줘서 술을 거대한 술통에 옮겨 담던 중이다. 주변에는 소주를 내리는 커다란 기계들이 십여개 늘어서 있고 각 소주 내리는 기계에서 소주가 흘러나와 나무통에 고이고 있다. 소주를 내리는 기계들 아래에는 화덕이 설치되어 있어서 불을 때고 있다. 불을 때는 자, 소주 내리는 기계를 보살피는 자, 내려진 술을 거대한 술통에 릴레이로 건네주던 자들 등등. 일꾼들이 일하다가 기겁하며 돌아본다

권완 앞으로 확 다가오는 거대한 술통

권완; (멈춰야하는데...!) 박살난 담벼락 잔해들과 함께 앞으로 관성으로 날아가며 사색이 되는 권완. 직후

쾅! 미사일이 날아든 것처럼 거대한 술통과 충돌하여 그 안으로 뛰어 들어가버리는 권완

펑! 구멍이 난 술통 중간에서 술이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꼬르륵! 거대한 술통에 빠져 갈아 앉는 권완. 놀라 눈을 부릅뜬 자세로 입을 벌렸다

쿨럭! 쿨럭! 놀라서 벌린 입으로 술이 마구 밀려든다

권완; (술...!) 갈아앉으며 놀라고

권완; (이건 거대한 술통이었어! 마시면 안돼!) 꼬르륵! 다급히 입을 막는다.

[으헥! 술통이 깨졌다!] [안돼!] [엄마야!] 난리가 나는 장내. 사다리에 올라가 있던 자는 사다리가 쓰러져 나뒹굴고 주변의 일꾼들도 나자빠지고. 쏟아져 나오는 술이 그들을 뒤집어씌운다.

콰르르ㅡ! 콸콸! 깨진 술통에서 쏟아져 나오던 술 줄기들이 약해진다. 고여있던 술이 대부분 쏟아져 나온 것.

[뭐...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몰라!] [뭔가가 담을 뚫고 들어와서 술통을 부수고 들어간 것 같은데...!] 주저앉거나 물러난 일꾼들 놀라며 술통을 보고. 그때

턱! 깨진 술통의 중간을 움켜잡는 가녀린 여자의 손

쿨럭! 기침을 하며 겨우 술통에서 일어나는 권완.

[저... 저거!] [아직 어린 계집애잖아!] 일꾼들 어이없어할 때

비틀거리며 술통 밖으로 나오려는 권완. 하지만 술을 대량으로 들이킨 탓에 눈이 풀렸다

털썩! 술통 밖으로 나뒹구는 권완. 옷이 술에 젖어 아주 야하다. 하지만 아직 그렇게 볼륨있는 몸매는 아니다.

권완; (일.... 일어나야 되는데...! 그 짐승을 잡아야하는데....!) 술에 취해 몽롱한 표정으로 일어나려 애쓰고

[이 아가씨 누구야?]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지?] 그런 권완을 둘러싸고 웅성거리는 일꾼들. 권완의 야한 모습을 보며 침 삼키는 놈도 있고

그러다가 한 놈이 옆을 보며 깜짝 놀란다.

술통에서 쏟아진 술이 소주를 데우는 아궁이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술... 술에 불이 붙는다! 튀어!] 비명 지르며 달아나는 그놈.

모두들 깜짝 놀라 돌아보고. 직후

술이 아궁이로 흘러들어가고

펑! 폭발이 일어나면서 거센 불길이 확 치솟는다. 엄청나게 도수가 높은 술이라 불이 붙었다

[으악!] [안... 안돼!] [불이야!] 일꾼들 비명을 지르며 마당 안쪽의 건물로 달아난다. 그 배경으로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권완

 

#54>

담장과 지붕을 밟으며 나란히 달리는 청풍과 독고사룡.

독고사룡; [주군은 권소저를 너무 무서워하시는구려.] [생사일보로 상대하지 못할 적은 없는데...!] 달리면서 말하고

청풍; [그건 당신이 우리 집안 가훈(家訓)을 몰라서 그래!] 한숨

청풍; [여자에게는 무조건 져라! 대장부가 되어서 여자에게까지 이기면 집안이 망한다!] [이게 오백년 넘게 전해져온 우리 집안 가훈이라구!]

독고사룡; [허어! 큰주인께서 공처가로 소문이 난 것도 그 가훈 때문이겠습니다!]

청풍; [가훈도 있고 해서 우리 집에선 어머니가 최고 권력자야.] [아버지를 포함해서 아무도 감히 어머니의 권위를 손상시킬 엄두를 못 내.] 한숨

청풍; [우리 형제들은 못 말리는 개구쟁이로 자랐지만 그래도 어머니 직속인 시녀와 계집종들한테는 농담 한 번 걸어보지 못했어.] 분해하고

청풍; [하물며 여자한테 손찌검이라도 했다가는 어머니에게 맞아죽을 걸?]

독고사룡; [손속이 독랄한 여자고수를 만나 맞아 죽으면 어쩌려고 그런 가훈을...!] 혀를 차고

청풍; [어머니가 무척 아쉬워하시겠지.]

독고사룡; [그래도 자식 사랑은 있으신 분이구려!] + 청풍; [그게 아니라....]

청풍; [그런 대찬 여자를 며느리로 맞아들이지 못한 걸 아쉬워할 거란 소리야.]

독고사룡; [허어!] 기가 막힌 표정 짓고. 그때

펑! 갑자기 그들 뒤에서 폭음이 터지고

깜짝 놀라 돌아보는 청풍과 흠칫하며 돌아보는 독고사룡

화악! 그들이 지나온 쪽에서 거센 불길이 허공으로 맹렬히 치솟는다.

청풍; [아차!] 휘릭! 급히 지붕 위에 내려서고

독고사룡; [우리가 지나온 곳에서 불이 났소!] 역시 놀라며 청풍의 옆에 내려서고

불이 난 술도가 근처의 모습 크로즈 업.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골목 골목으로 튀어나온다. 불길이 하늘 높이 맹렬히 치솟고 있고

청풍; [지금 생각해보니까 이쁜이를 유인한 막다른 골목 안쪽은 양조장(釀造場)이었어.] 인상 이지러지고

독고사룡; [술통이 깨지거나 넘어지면서 도수 높은 술이 아궁이로 흘러들어가 불이 났겠습니다.] 눈 번쩍

청풍; [이쁜이는 무사할지 몰라!] 손을 들어 이마에 대고 목을 뺀 채 기웃거린다.

독고사룡; [어쨌든 정혼한 사이라고 걱정이 되시는 거요?] 웃고

청풍; [걱정은 무슨...!] 입술 삐죽. 그때

독고사룡; [안심하시오 주군. 권소저는 무사히 빠져나온 것 같소!]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고

또 다른 골목. 양조장의 정문이다. 그곳에서 권완이 비틀거리며 서있는 것이 보이고. 양조장의 일꾼들과 뚱보 주인이 그런 그녀를 에워싼 채 삿대질을 하고 있고. 집안에서는 사람들이 불을 끄느라 난리가 났고

청풍; [그렇긴 한데...!]

청풍; [어째 상태가 좀 안 좋아 보이네.] 흐느적 비틀거리는 권완의 모습을 배경으로

독고사룡; [술통과 부딪히면서 독한 술을 들이킨 듯하오.]

청풍; [그런 것 같지?] 목을 빼고 손을 이마에 댄 채 살피고

뚱보 주인에게 비틀거리면서도 고개를 조아리는 권완.

독고사룡; [주인인 듯한 자에게 연신 머리를 조아리는데.....] [저런! 사과가 안 통하는지 멱살잡이를 당하는구려!] 눈 치뜨고

뚱보 주인이 악을 쓰며 권완의 멱살을 잡는 모습이 보인다.

청풍; [아니 저 뚱땡이가 감히 누구한테 손을 대는 거야!] 팟! 분노하며 지붕을 박차고 양조장 쪽으로 날아간다

독고사룡도 청풍의 뒤를 따라서 날아가며 고개 저으며 쓴웃음 짓는다

양조장 앞. 권완의 멱살을 잡고 침 튀기는 뚱보 주인. 권완은 눈이 풀린 채 흐느적거린다

더 사나워지는 뚱보주인의 악다구니. 주변의 일꾼들도 살벌한 표정

참지 못하고 손을 젓는 권완

나뒹구는 뚱보주인.

돼지 멱따듯 비명 지르며 권완에게 삿대질을 하는 뚱보 주인

일제히 권완에게 달려드는 일꾼들

비틀거리면서 피하는 권완. 하지만 술이 취해 몸이 말을 듣지 않고

그 틈에 권완의 두 팔을 잡는 일꾼들

몸을 비틀지만 술기운 때문에 뿌리치지 못하는 권완

음험하게 웃으며 권완을 희롱하려는 일꾼들. 직후

[이 잡것들이!] 뻑! 빡! 유령같이 나타나서 연속동작으로 그놈들의 아구통을 돌려버리는 청풍

비명 지르며 나뒹구는 일꾼들. 다른 놈들은 놀라 물러서고

청풍; [누구한테 수작질들이야 엉?] 휘이! 멈춰서며 눈을 부라린다.

놀라는 놈들. 그때

눈이 풀려 쓰러지려는 권완

청풍; [안심해! 내가 왔어!] 그런 권완을 두 팔로 끌어안는 청풍

권완; [공... 공청풍...! 죽... 죽일 거야!] 눈이 풀려 해롱거리면서 안기고

청풍; [그래 그래! 나중에야 죽이든 살리든 우선은 정신 좀 차려!] 두 팔로 번쩍 안아들고.

[주군!] 휘이이! 독고사룡도 옆으로 내려서고

독고사룡; [사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위를 보고

청풍이 돌아보니 불길이 담장너머로 치솟는다. 사람들 비명 지르며 사방으로 달아나고

독고사룡; [다른 집으로 번지면 걷잡을 수 없는 대형 화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청풍; [그럼 꺼야지!] 휙! 날아오르고

독고사룡도 흠칫하며 날아오르고

청풍; [양조장을 안쪽으로 무너뜨려서 더 이상 불길이 번지지 않게 해! 이쪽은 내가 맡을게!] 휘익! 생사일보를 펼쳐서 오른쪽으로 달린다. 청풍의 모습이 천처럼 길게 늘어지고 기절한 권완은 그 천 끝에 얹혀진 모습으로 허공에 늘어진 채 날아간다

쩍! 독고사룡도 반대쪽으로 길게 늘어나며 달려가고

콰드득! 콰콰광! 두 사람이 반원형으로 달리자 건물과 담장등이 말끔하게 잘리고 원형으로 잘려진 안쪽의 건물들은 안쪽으로 무너진다.

[저... 저...!] [집과 담장이 매끈하게 잘려나가다니...!] 피한 사람들 놀라서 보고

휘익! 스스스! 서로 교차하는 청풍과 독고사룡

휘릭! 좌우의 다른 지붕으로 날아내리며 원래 모습으로 나타나는 청풍과 독고사룡

콰드드! 콰과! 원형으로 잘려진 안쪽의 건물들이 함몰하고. 그 바람에 불길도 건물 잔해에 파묻혀 기세가 줄어든다

청풍; [화재진압까지 하고... 오늘 참 별일 다 한다!] 한숨

[죽일 거야! 죽... 죽일 거야!] 두 팔에 안긴 권완이 연신 코 맹맹이 소리를 하고

청풍; [나 참... 어린 계집애가 대낮부터 술주정이라니...!] [에휴! 누가 데리고 살지 걱정이다 걱정이야!]

청풍; (그래도 환장하게 예쁘긴 하네!) 내려다 보며 침 꼴깍

술에 취해 옹알거리는 권완의 얼굴이 너무 예쁘다. 두 볼이 발그레해진 상태로 눈을 감고 옹알거리고 있다.

청풍; (술이 취해서 더 예쁘게 보이는 걸까?) 침 꼴깍. 그때 옆에서 독고사룡의 눈이 번쩍하며 권시세가 쪽을 본다

독고사룡; [주군! 새로운 손님들이 오고 있소!] 권씨세가 쪽을 가리키며 긴장하고

청풍도 흠칫하며 고개를 들어서 보고

쐐액! 멀리 권씨세가로부터 검고 흰 그림자가 미사일처럼 날아온다

청풍; [엄청난 경신술...! 설마 저치들은....!] 놀라고.

그 옆에서 독고사룡은 고개를 빼고 손을 이마에 댄 채 시력을 높인다.

날아오는 두 사람 크로즈 업. 바로 귀와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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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권씨세가의 주방. 시녀들이 어리둥절하며 겁에 질려 있고. 총관을 비롯한 중년무사들이 주방으로 달려온다.

총관; [최숙수!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외치며 주방으로 뛰어든다.

[!] 직후 눈 부릅 총관과 무사들

! 주방의 여기저기에 죽어있는 주방장과 요리사들. 입과 코로 피를 흘리는 자들도 있고 식칼로 목을 찔러 죽은 자들이 있고. 주방장은 목에 칼을 찔러 죽었다

총관; [... 이게 대체 무슨...!] 당혹

 

#51>

다시 대청.

쿠오오! 온몸에서 폭풍같은 기운을 토해내는 공당한. 부릅뜬 두 눈은 백열되어 있고.

권일해(청풍)은 오만상을 쓰며 몸을 뒤로 좀 젖히고 있고 그 뒤에서 권완이 창백한 안색으로 비틀. 철궁의 세노인과 병수재는 목을 움켜쥔 채 컥컥 거린다. 한검호(독고사룡)은 머리를 두 팔로 감싸쥔 채 바닥에 엎드려 달달 떨고 있다.

권일해(청풍); (저건...!)

쿠오오! 공당한의 몸에서 넘실거리는 기운이 마치 용이나 귀신들처럼 보인다

권일해(청풍); (공자왈 맹자왈 하는 먹물 나부랭이들 중에서도 귀신을 부르고 용을 부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자들이 나온다는 소문이 아주 헛것은 아니었구나!) 침 꼴깍. 그때

끄륵! 가장 약한 병수재가 숨이 막혀 눈이 돌아간다. 목을 쥐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고. 그걸 곁눈질로 보는 권완. 권완도 안색이 창백하긴 하지만 가장 상태가 좋다

! 사력을 다해 손뼉을 치는 권완. 순간

! 벼락 같은 기운이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는 공당한의 몸을 때린다.

움찔하며 정신을 차리는 공당한

공당한; [!] 화악! 공당한의 몸 주위에서 일어났던 기운들이 단번에 사라지고

공당한; [왜들 그러시오? 무슨 일이 있으셨소?] 어리둥절하며 돌아본다.

털썩! 털썩! 사색이 되어 자리에 주저앉는 철궁의 세노인.

콜록거리고 숨을 헐떡인다.

병수재도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한검호(독고사룡)은 여전히 머리를 감싼 채 달달 떨고 있다

공당한; [내가 뭘 어쨌다고...!] 주눅이 들어서 눈치를 보고

권완; [총관께서 돌아오시는군요.] 밖을 본다.

총관이 허둥대며 달려오고 있다. 부하들도 뒤따르고

권완; [총관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오해가 풀릴 것입니다.] 다시 자리에 앉고

총관; [가주님께 보고 드립니다!] 사색이 되어 포권하고

총관; [저희가 달려갔을 때 최주주는 이미 낌새를 채고 스스로 목을 찔러 자결했습니다.]

총관; [뿐만 아니라 주방에 함께 있던 삼십육 명의 다른 숙수(熟手;요리사)들도 모두 독약을 먹고 죽어버렸습니다.]

권일해(청풍); [자결을 했다?] 찡그리고

권완; [음모...... 우리 세가를 향한 악독한 음모가 진행되고 있었군요!] 싸늘

오사; [! 소저는 상투적인 수법으로 이 상황을 얼렁뚱땅 넘기려 하는군.] [우리가 철궁의 십이사라는 사실을 잊지 말게.] 이하의 말싸움에 권일해(청풍)과 일사만 참가하지 않고 관망한다.

권완; [호호호! 제가 해야할 말을 대신 하시는군요.] 싸늘하게

권완; [세분과 세분의 잘난 제자가 작정을 하고 본가를 없애버리려 음모를 꾸미셨겠지요!] [셋째 시숙께서 말씀하시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당할 뻔했네요.]

오사; [허튼 소리!] 벌떡 일어나고

삼사; [비열하게 독을 써서 사람을 해치려한 주제에 말이 많구나!] 역시 일어나고

권완; [셋째 시숙께서는 공청풍 그자가 세가에 숨어있음을 확신한다고 하셨죠?] 공당한에게 묻고

공당한; [그렇소.]

권완; [그가 정말 영친의 추적을 피할 목적만으로 세가에 잠입했을까요?] 냉소

공당한; [워낙 엉뚱한 놈이라 나로서는 막내의 꿍꿍이를 다 짐작할 수가 없소!]

권완; [그럼 제가 대신 말씀드리지요!]

권완; [공청풍은 이번 족보강탈사건을 확실히 해결할 방법으로 독을 선택한 거예요!]

권완; [세가의 식솔들이 전부 중독당해 죽어버리면 책임을 물을 사람도 없어지게 될 테니까요!]

삼사; [궤변이다!] [천재소리 듣더니 잘도 꾸며대는구나!]

오사; [요리사들도 자살한 게 아니라 입막음으로 죽여버린 것이 아니냐?]

총관; [뭐요?] 부릅. 다른 무사들도 분노하고

권완; [여러분들을 독살하려고 했다면 아버님께서는 왜 셋째 시숙께서 음식을 드시려는 걸 막았을까요?] 냉소하고

삼사; [가주의 시커먼 속을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 냉소

총관; [말을 삼가시오!] ! 칼을 뽑고. ! 차창! 다른 무사들도 무기를 뽑고

오사; [드디어 마각을 들어내는군!] [살인멸구를 할 작정이라면 쉽지 않을 것이다!] ! 역시 칼을 뽑고. 일촉즉발. 그때

권일해(청풍); [그만들 해!] ! 손바닥으로 탁자를 치고

모두들 놀라 돌아보고

권일해(청풍); [젠장! 더는 못 참겠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권일해(청풍); [전부 자리에 앉아!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들어!] 화를 내며 사람들을 노려보고

권일해(청풍)의 기세에 눌려 무기를 거두며 각자의 자리에 앉는다. 공당한과 권완도 앉고

권일해(청풍); [먼저 미보록 노사께 묻겠소.] [세가의 사람들이 중독된 독을 해독할 수 있소?] 삼사를 노려보고

삼사; [가주가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다만 상당히 긴 시간을 요하오.]

삼사; [지금 다시 살펴보건데 세가의 식솔들은 최소한 한 달전부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만성독약을 복용해왔소!] 가장 가까이 있는 총관을 흘깃 보고

삼사; [그만큼 중독의 뿌리가 깊어 해독도 쉽지가 않을 것이오!]

권완; [한 달전부터 독에 노출되었다구요?] 놀라고

삼사; [청풍이놈이 범인이 아니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지!] 끄덕

권완; [전 화식을 하지 않아 무사했군요.] 신음

권일해(청풍); [세분은 여기서도 의뢰를 받겠지요?] 세 노인쪽으로 가고

일사; [물론이오. 우리는 일을 맡을 때 장소를 가리지 않소.]

권일해(청풍); [그럼 세가의 중독된 사람들 모두를 해독해주길 의뢰하겠소.] 포권하고

일사; [중독된 사람들 전부를?] 흠칫

권일해(청풍); [저 사람도 원래는 저렇게 멍청하지 않았소. 세가의 일반 무사들도 마찬가지요.] 턱으로 총관을 가리키고

권일해(청풍); [본인은 이제서야 세가가 왜 이렇게 허술해졌는지를 알게 되었소.] [전부 다 멍청이가 되는 만성독약에 중독당해왔던 거요!]

[... 그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중독당했다니...!] 사색이 되는 총관과 무사들

일사; [노부가 알기로 세가의 사람은 대략 천이백 명 정도일 거요.]

일사; [그들 모두를 해독하려면 한 명당 백 냥씩 계산해서 십이만 냥은 내야하오.]

권일해(청풍); [드리겠소. 지금 당장.] 품속에서 전표 다발을 꺼내고

권완; (아버님이 어떻게 저런 거금을...!) 놀랄 때

권일해(청풍); [세가를 상대로 한 어떤 음모가 진행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소.] 만냥짜리 전표를 세고

권일해(청풍); [그리고 그 음모자는 결코 철궁이나 황금전장 또는 음...... 세분의 제자가 아닌 것도 분명하오.] 센 전표를 뽑아내고

삼사; [하지만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런 짓을......] 당혹

권일해(청풍);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십이사께서 배후를 밝혀주시오.] [사례로 십만냥을 더 지불하겠소!] 전표 이십여장을 일사 앞에 내려놓는다.

일사; [철궁의 능력을 믿어주니 고맙기는 한데...!]

일사; [가주의 말투가 좀 이상하구려. 마치 방관자가 된 듯하오이다.] 권일해(청풍)의 반응을 살피고

권일해(청풍);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하겠소.] 입구 쪽으로 걸어가고. 그곳에는 한검호(독고사룡)이 긴장한 채 서있다

대청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청풍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권일해(청풍); [사실 나는 여러분이 여태까지 알고 있던 그 사람이 아니오.] 문간에 서서 밖의 하늘을 보고

일사; [가주가 속을 깊이 감춘 사람이라는 건 익히 짐작하고 있었소.]

권일해(청풍); [오해가 이만큼 깊어지지 않았다면 정체를 밝힐 생각은 결코 하지 않았을 것이오.]

권일해(청풍); [하지만 상황은 어느덧 내가 정체를 밝히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방법이 되어 버렸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소!] 말을 마친 후 갑자기 빙글 돌아선다.

[!] [!] 순간 경악하는 각가지 표정들

! 권일해(청풍)의 얼굴이 어느덧 말끔한 청풍의 얼굴로 변해 버렸다.

[공청풍!] [제천대성!] [청풍이 너 이놈...!] [!] 모든 사람들의 경악.

권완; (저자.. 저 원수가 아버지로 위장하고 있었다니...!) 달달 떨고. 그때

공당한; [으하하하! 그럼 그렇지!] 미친 듯이 웃고

공당한; [네 녀석이 가면 어딜 가겠느냐?] [네가 제천대성이라면 난 석가여래(釋迦如來)! 뛰어봤자 내 손바닥 안이 아니냐!]

공당한; [! 그만 함께 돌아가자. 아버님께서 네가 가지고 도망친 물건 때문에 크게 진노하신 후 어디론가 떠나셨다.] 청풍에게 다가가고. 그때

퍼뜩 정신을 차리는 총관과 동료들

총관; [잡아라!] [저놈 잡아!] ! 청풍에게 몸을 날리고. 뒤이어 중년무사들이 일제히 청풍을 향해 몸을 날리고. 그때

청풍; [사부님들! 그리고 셋째형! 모두 수고 많았소이다!] 웃으며 손을 쳐들고. 손아귀에는 회색빛을 띤 굉천벽력탄이 들려있다. 강한 소리를 내는 벽력턴이다.

일사; [벽력탄?] 경악하며 벌떡 일어나고. 순간

청풍; [으하하하하! 잘들 계시오!] 콰득! 쳐든 구슬을 움켜쥐어 터트리고

급히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며 고개를 돌리는 한검호(독고사룡)

! 직후 벽력탄을 쥔 청풍의 손가락 사이에서 아주 강한 소리가 터져나온다

[!] [!] 청풍을 덮치던 권씨세가 무사들과 철궁삼사, 권완등의 눈이 부릅떠지고. 그들을 휩쓰는 음파의 파문.

 

#52>

! 건물을 밖에서 본 모습. 건물 전체가 들썩해서 다른 곳의 사람들이 놀라 돌아보는데

휘이이! 연기가 흩어지는 대청 내부.

청풍; [아뜨뜨!] 양손을 방정맞게 터는 청풍. 그 옆에 원래 얼굴로 돌아온 독고사룡이 양손으로 귀를 막은 채 서있다.

청풍; [별로 아프지는 않은데 꼴에 벽력탄이라고 정말 뜨겁구만!] 벌겋게 단 손을 입으로 호호 불고

! 드러나는 대청의 모습. 모든 사람들이 기절했다. 권씨세가의 무사들과 병수재, 공당한등은 바닥에 큰 대자로 널부러져 있고 철궁의 세 노인은 의자에 기댄 채 고개 젖히고 기절. 오직 권완만이 의자에 꼿꼿이 앉은 채 눈을 부릅뜨고 있고

청풍; [낄낄! 전부 혼이 나갔구만!] [굉천벽력탄이란 거 정말 쓸만한 걸!] 둘러보며 좋다고 낄낄 대고.

그러다가 권완에게 눈이 가고

눈을 부릅뜬 채 노려보고 있는 권완

청풍; [이크!] 겁에 질려 움찔하며 물러서고

독고사룡; [겁내실 것 없습니다. 눈을 뜨고 기절한 것뿐입니다.]

청풍; [나도 알어!] 코웃음

청풍; [누가 겁을 낸다고...!] 돌아서고.

쓴웃음 지으며 따라가는 독고사룡

청풍; [나 하나 때려잡아서 다 같이 행복해지겠다고?]

청풍; [모두 꿈 깨라 이거야!]

청풍; [으하하하! 백날 내 꽁무니 쫓아다녀 봐라. 내 그림자 끄트머리라도 밟을 수 없을 거다!] 기고만장하여 웃으며 나간다.

대청 밖에 서있던 무사와 시녀들 벙 떠서 그냥 보고 있고.

으하하하! 청풍의 웃음소리가 밖에서 들리고. 그걸 듣고 있는 권완의 두 주먹이 부들부들 떨린다. 완전히 기절한 건 아니고 몸만 마비 된 상태다.

권완; (용서 못해!) 이를 악물고

권완; (절대로!)

 

권씨세가의 정문을 당당하게 나가는 청풍과 독고사룡. 독고사룡은 좀 긴장하고 있지만 청풍은 태연하다. 문을 지키고 있던 무사들도 안에서 청풍이 나오는 걸 보면서도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고 있고

청풍; [! 수고들 해! 우리 두 번 다시 볼 일 없을 거야!] 손 흔들며 나가고

 

다시 대청 안. 아직 몸이 풀리지 않은 권완이 벌벌 떨고 있고

권완; (지금이 아니면 영영 놓쳐버릴 거야!) (하지만 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가 없다!) 다급하고 분노

권완; (그럴 수는 없어! 놓칠 수 없어!) 입술을 억지로 깨물고

권완; (주화입마를 각오하고서라도 기혈(氣血)을 거꾸로 돌려 마비를 풀자!) 소리없이 기합을 지르고

! 순간 권완의 온몸에서 뭔가 확 터져나가고

쿨럭! 피를 왈칵 토하는 권완. 덕분에 마비가 풀렸다.

권완; (죽인다!) 벌벌 떨며 몸을 일으키고

권완; [죽여버릴 거야!] ! 악을 쓰며 천장을 항해 미사일처럼 날아오른다

! 보호막에 둘러쌓인 채 천장을 뚫고 날아오르는 권완.

천장 부서진 파편들이 아래로 떨어지고

! 그중 하나인 나무토막이 공당한의 마빡을 친다

공당한; [에쿠!] 눈에 불이 번쩍하며 정신을 차리고

공당한; [으으으!] 헉헉 대며 올려다본다. 천장에서 그 위쪽의 지붕까지 둥그런 구멍이 뻥 뚫려서 하늘이 보이고

공당한; [... 젠장할...!] 헉헉

공당한; [... 막내 녀석이 그새 방귀뀌고 도망가는 무공까지 익혔을 줄이야...]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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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다시 권씨세가.

넓은 주방에서 땀을 흘리며 음식을 만들고 있는 수십 명의 요리사들. 시녀들도 바쁘게 움직이며 그릇을 닦거나 물건을 움직인다

주방장;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다!] [식은 음식은 다시 덥히고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음식은 다시 만들어라!] 중년의 뚱보 주방장이 다른 요리사들에게 지시하고

주방장; [가주님으로부터 언제 음식을 내오라는 분부가 내려질지 모르니 긴장을 늦추지 마라!]

[예 주주(主廚;주방장)님!] 대답하는 요리사들

한쪽 상에 즐비하게 놓이는 요리 접시들

그걸 살피는 주방장. 그러다가 다른 중년의 요리사와 눈이 마주치고

서로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두 놈

곁눈질로 시녀들을 살피고. 이어

중년의 요리사가 슬쩍 가려주는 틈을 타서 음식들에 작은 병에 든 액체를 조금씩 뿌리는 주방장

주방장; (이 짓을 그만두는 것도 이제 멀지 않았다!)

주방장; (아무쪼록 날 원망하지 마시오 가주!) (나라고 해서 영원히 주방에만 처박혀 살라는 법은 없질 않소?) 땀을 흘리면서도 사악하게 웃고

 

#49>

권씨세가의 대청.

공당한; [청풍! 이 못된 원숭이 놈아!] [목숨이라도 부지하고 싶으면 즉시 튀어나오너라!] 대청 앞에 서서 안에다 대고 고래 고래 고함치는 공당한. 주변의 권씨세가 무사들 황당한 표정. 병수재는 겁에 질려 있고

대청 안의 사람들 모두 황당해서 보고 있고

공당한; [아무렴 네 녀석의 간특한 재주로 나마저 속일 수 있을 성싶으냐?] 호통을 치고

총관; [저, 저 방자한 놈! 감히 또 쳐들어오다니...!] 분노하고

총관; [여봐라! 당장 저놈을 포박하여.....]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려는데 + 권완; [그만하세요.] 총관의 말을 끊고.

모두 권완을 돌아보고

권완; [정중히 안으로 모셔오세요.] [이미 공가의 사람이 되기로 한 제게는 시숙(媤叔;남편의 형제)이 되시는 분입니다.]

총관; [하, 하지만 너는 다만 공청풍을 잡아 죽이기 위해서 정혼을......!] 당황 + 권완; [물론 그렇지요.]

권완; [그러나 복수가 아무리 중하다 한들 어찌 인륜을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권완; [공청풍은 죽어 마땅하지만, 일단 그 댁의 사람이 되기로 한 이상 마땅히 해야 할 바 도리는 다해야지요.]

총관; [그... 그건 그렇다만.......] 당황하지만 말문이 막히고. 그때

삼사; [소저의 그 한 마디가 세가의 진정한 힘을 느끼게 하는구먼!] 손뼉 치며 칭찬하고

삼사; [제대로 훈도를 받은 명문의 규수가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아름다운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삼사; [소저 같은 재원과 정혼하게 되었으니 청풍이놈은 참으로 복이 있는 놈이야.]

삼사; [물론 복이 없는 놈이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겠지만...] + 권완; [시숙을 안으로 모시고 자리를 마련해드리세요!] 삼사는 본 척 않고 총관에게

총관; [아... 알겠다!] 뭐 씹은 표정이 되어 나가고

이어 공당한을 안내하여 안으로 들어온다. 병수재는 뒤에 남기고 당당히 고개를 들고 들어오는 공당한. 거드름을 피운다.

공당한; [우매한 거자(擧子;과거를 준비하는 서생)가 고명하신 권가주님께 문후 올립니다!] 두 손을 높이 들어 포권하고

권일해(청풍); [인사는 됐고... 자리에 앉기나 하시오!] 귀찮다는 듯 손짓하고

총관; [이리로...!] 마지못해 공당한을 삼사와 마주 보는 자리로 안내하려 하고. 권일해(청풍)의 좌측에 놓인 탁자의 맨 윗자리다. 권일해(청풍)에게서 멀지 않고

공당한; [환대해 주시는 것은 고맙지만 그전에 드릴 말씀이 있소이다!] 권일해(청풍)에게 말하려는데

권완; [어리석은 계집이 셋째 시숙께 인사 올립니다.] 공손히 허리 숙이며 인사하고

공당한; [시... 시숙?] [아니 이게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눈이 띠용하는데

권완; [아직 혼례는 올리지는 않았지만 아우님과 정혼하였으니 소녀는 오늘부터 공가의 계집입니다.]

공당한; [소... 소저가 넷째 그 망나니와 정혼을 했... 했단 말이오?] 이상야릇하게 일그러지는 표정.

일사; [노부가 영친으로부터 위임받아 진행한 일이니 틀림없는 사실일세.] 끼어들고

공당한; [나, 나는 고사하고 큰형님조차 아직 미혼이시거늘.....] [막내, 그 못된 놈이 장유유서(長幼有序)도 모르고... 어허! 이런 변이 있나!] 얼굴이 시뻘개져서 이를 부득 부득 갈며 분해한다

권일해(청풍); (장유유서 좋아한다.)

권일해(청풍); (내 입장이 한 번 되어보라지. 완전히 죽을 말이다 이거야!) (하여간 고리타분한 샌님 주제에 남의 속도 모르고....!) 노려보고

권완; [예의는 나중에 차리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좌정하시지요!] 총관에게 손짓하고

총관; [이리로 오시오!] 소매를 잡아끌어 공당한을 자리로 안내한다. [그놈이... 그 천둥벌거숭이가 형들보다 먼저 장가를....!] 공당한은 뭐 씹은 표정이 되어 구시렁대며 자리로 끌려가고

권일해(청풍); [세분의 일은 이제 끝난 듯하외다.] [그래도 기왕에 오셨으니 간소하나마 요기를 하고 가시오.] 세 노인에게

삼사; [흘흘! 권씨세가의 술맛이 좋다는 말은 들어왔소이다.] [기대가 되는 구려!] 입맛을 다시고

권일해(청풍); [손님이 늘었으니 술과 음식을 충분히 내오도록 하라.] 총관에게

총관; [최(崔)주주가 준비를 다 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포권하고.

이어 서둘러 나간다

권일해(청풍); [모두들 서있지 말고 자리에 앉아라!] 대청 안에 있던 중년 무사들에게

대답하고 빈자리에 앉는 무사들.

한검호(독고사룡)와 병수재도 탁자 양쪽 끝에 앉는다.

공당한; (망나니 같은 놈이 끝까지 날 물 먹이는구나!) 맥이 쭉 빠진 표정으로 앉아있고

공당한; (동생이 먼저 장가를 간 걸 친구들이 알면 날 얼간이라고 놀릴 텐데...!) 분해서 옷소매를 물어뜯는다. 권완도 권일해(청풍) 옆자리에 앉아서 그런 공당한을 보고

권완; [시숙께선 어인 일로 다시 세가에 걸음을 하셨는지요?]

공당한; [내 짐작으로 막내가 이곳에 숨어있을 게 틀림없어 잡으러 왔소이다!] 한숨

권완; [그래요?] 눈 번쩍

[제천대성이 본가에 숨어있다고?] 사람들 웅성거리고

철궁의 세 노인들 흠칫

권일해(청풍)와 한검호(독고사룡)도 움찔하고

권완; [시숙께선 왜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되었는지요?]

공당한;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오.] 시큰둥

공당한; [막내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건 아버지인데 그분의 추적에서 완벽하게 벗어날 수 있는 곳이 이곳 말고 또 어디 있겠소?]

삼사; [옳거니!] 무릎을 치고

일사; [허허! 듣고 보니 그렇군!] [청풍이 놈이 지금 세가 어딘가에 숨어있는 건 틀림없는 사실인 듯하네!]

오사; [역시 삼공자는 수재일세!]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다른 곳도 아니고 본가로 숨어들었다?] [간덩이가 제대로 부었군!] 웅성대는 무사들

한검호(독고사룡)은 겁에 질려 눈치를 보고

권일해(청풍); (저... 저 원수!) 권일해(청풍)도 이를 부득 갈며 공당한을 노려보고

공당한; [휴우!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닌 듯하오.] 한숨

권완;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요?] 찡그리고

공당한; [막내가 워낙 천방지축이고 제멋대로인지라 내 언제고 이런 일을 벌일 줄 알았소!]

권완이 흠칫할 때

공당한; [못된 놈 같으니... 역시 단순히 입만 맞춘 게 아니었어!] 그런 권완을 곁눈질하며 혼자 구시렁거리고

권완; [뭐... 뭐라고요?] 안색이 굳어지고

대화 나누던 사람들도 모두 놀라서 돌아본다.

공당한; [예로부터 정분이 난 후 성혼(成婚)을 한 사례는 많았고, 일단 성혼을 하면 저간의 허물도 다 덮어지는 법이긴 하오.]

권완; [지, 지금 무슨 말을......] 안색이 하얘지고

철궁의 노인들 고개 설레 젓고

공당한; [사실 부모의 야합(野合)으로 태어난 사람 중에서도 훌륭하게 된 분들이 여럿 있소.] 엄숙하게

공당한; [대성(大聖)으로 불리시는 공부자(孔夫子:공자님)께서도 부모의 야합으로 태어나신 분이오.]

공당한; [심지어 남편을 버리고 새 남자와 야반도주한 후 그 남자를 재상으로 만들어 정경부인(正卿夫人)이 된 이도 있소.]

공당한; [그러니 제수씨도 성혼 전에 막내 놈과 미리 정분이 났다고 해서 부끄러워할 것까진 없소이다.]

권완; [누... 누가 정분이 났다고....!] 분노로 부들부들 떨고

사람들 모두 기가 막혀서 입만 벌리고 있는데

공당한; [여기 계신 분들은 거친 강호에 몸을 담고 있는 탓에 성현의 금언(金言)을 보고 들을 기회도 적었을 것이오.] 자세를 바로 하며 준엄한 표정으로 둘러보고

공당한; [여자에게 비록 허물이 있다 해도 한 남자에 속하고 나면 다시는 지난 허물을 말하지 않는 법!]

공당한; [여러분들도 차후에는 소생의 제수를 대함에 있어 마음속에 털끝만치의 경멸도 있어서는 아니 되오.]

사람들 모두 어이가 없고

공당한; [이는 동생뿐 아니라 우리 집안 모두를 경멸함과 같은 것이니......] + 권일해(청풍); [그만하지 못해?] 참지 못하고 탁자를 손바닥으로 치며 버럭 고함을 치고

모두들 깜짝 놀라서 권일해(청풍)을 보고. 공당한도 움찔하며 돌아보고

권일해(청풍); [삼공자는 다시금 시비를 걸기 위해 찾아온 것인가?] 공당한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공당한; [아... 아무리 옳은 것이라도 옳음을 고집하면 옳지 않은 게 되는 법이오!] 눈치 보며 구시렁

공당한; [더 할 말이 남았지만 사돈께서 그만하라시니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고개를 숙인다.

권일해(청풍); (저... 저 인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고

권일해(청풍); (물에 빠져도 저 주둥이만은 동동 뜰 게 분명해!) 딴전을 부리는 공당한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권완; [고정하세요!] 그런 권일해(청풍)의 소매를 잡고

권완; [소녀는 괜찮습니다.] [다만 저로 인해 집안에 누가 생겼으니 죄스러울 따름입니다.]

권일해(청풍); [휴우! 그래! 참아야지 어쩌겠느냐?] 한숨 쉬며 자세 다시 바로 하고.

그때 시녀들이 총관의 지휘를 받아 음식들을 줄줄이 들여오기 시작한다

탁자에 차려지는 술과 음식들. 하지만 권완 앞에는 아무 음식도 차려지지 않는다

이윽고 음식을 다 차려놓은 시녀들이 물러나고

끝 자리에 앉아서 음식 냄새를 코로 맡는 한검호(독고사룡).

그러다가 눈이 번쩍하는 한검호(독고사룡)

권일해(청풍); [간소하지만 많이 들도록 하시오 세분 노사!] 철궁삼사에게 권하고

일사; [식전부터 들이닥쳐서 폐를 끼치게 되었소이다!] 포권하고

일사; [한데... 권소저에게는 어찌 음식이 없으신가?] 권완의 앞이 비어있는 것을 보고

권완; [생산하지 않는 자가 먹는 데 있어서 방탕하면 세상의 조화를 깨뜨리는 게 아닐는지요.]

권완; [게다가 소녀는 많이 먹어도 그 힘을 달리 쓸데가 없고 굳이 불로 익혀야 할 만큼 질긴 것은 먹지 않으니 화식(火食)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공당한; [역시 제수씨는 우리 집안사람이 될만한 분이시오.] 포권하고

공당한; [우리 공가에서는 남길 만큼 음식을 만들지도 않고 배가 부를 만큼 먹지도 않소이다.] [배부른 데도 먹는 것은 천지 간의 피조물을 헛되게 낭비하는 짓이기 때문이오.]

공당한; [게다가 아낄 수 있을 때 아끼지 않으면 언젠가는 궁핍함을 면치 못할 것이오.]

권완; [제가 행하는 바가 시댁의 뜻에 부합한다니 기쁘군요.] 싸늘하게 말하고

권일해(청풍); [자자! 대화는 나중에 나누도록 하고 우선 허기부터 채웁시다!] 웃으며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들고.

다른 사람들도 젓가락을 든다

권일해(청풍); [해가 중천에 뜨도록 아침을 못 먹었더니 뱃속의 식충이들이 아우성을 치는구려!] 음식을 입에 넣고 우물거린다. 바로 그때

<주군! 드시지 마십시오. 음식에 독이 들어있습니다.> 멀리서 텔레파시를 보내는 한검호(독고사룡)

[!] 음식을 씹다가 눈 부릅 권일해(청풍)

권일해(청풍); [어험!] 손으로 입을 가리고 헛기침을 하는 척하며 입에 들었던 음식을 소매 속으로 뱉고

[!] 술잔을 들던 일사의 눈이 번쩍하고

권일해(청풍); <무슨 독인가?> 입을 우물거려 먹는 척하며 한검호(독고사룡)에게 묻고

한검호(독고사룡); <금방 해를 끼치는 독은 아닙니다. 양도 아주 미세하고....!> <하지만 먹을수록 점점 지력(智力)이 떨어지게 만들며 심한 중독성이 있소이다.>

권일해(청풍); (얼씨구! 이것 봐라!)

권일해(청풍); (누군가 권씨세가를 해코지 하려 든다 이거지!) 생각하다가 깜짝 놀라 옆을 본다

공당한; [전통의 세가답게 음식도 맛깔나게 차렸구먼!] 큼직한 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으려 한다

권일해(청풍); [먹지 마!] 팟! 공당한을 향해 다급히 손을 저으며 외치고.

사람들 깜짝 놀라 보는데

텅! 권일해(청풍)이 휘두른 손에서 일어난 바람이 공당한의 손에 들려있던 젓가락을 날려서 고기를 떨어트리게 한다.

철궁의 삼사들의 눈이 번쩍하고

공당한; [가주! 이게 무슨 짓이오?] 분노하여 벌떡 일어나고.

이마 찌푸리며 권일해(청풍)을 보는 권완.

권일해(청풍); (젠장할! 급한 나머지 실수를 했다!) 실룩거리고. 그때

일사; [가주께선 우리 철궁십이사와 황금전장을 너무 우습게 아는구려.] 벌떡 일어나고

일사; [만성독약으로 중독시켜 우릴 주구(走狗)로 부릴 생각이셨나 본데... 너무 간이 큰 것 아니오?]

삼사; [흥! 우리의 눈을 피해 독이 든 음식을 뱉어버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소?] 역시 벌떡 일어난다. 오사도 일어나고

[만성독약?] [독이라고?] 사람들 웅성

권일해(청풍); (저 영감탱이들도 눈치를 때렸구나!) 실룩이고. 그때

삼사; [권씨세가의 역대 가주들은 무림에 환난이 닥칠 때마다 정의의 기치를 높이 세워왔거늘...]

삼사; [당대 가주께선 하류 잡배들이나 쓰는 독으로 무고한 사람을 해치려 하니 장차 조상들을 무슨 낯으로 대하려 하오?]

오사; [도룡신도란 명호를 독룡독도(毒龍毒刀)로 바꿔야겠군.] 비웃고

총관; [무례하오!] 벌떡 일어나고. 다른 무사들도 세 노인을 노려보며 일어나고

총관; [증거도 없이 가주님을 매도하는 건 용납을...!] + 권일해(청풍); [됐다!] 손을 저어 총관의 말을 막고

권일해(청풍); [총관! 자네는 당장 가서 주방장이나 잡아오게!] [아니. 주방에 있는 더러운 것들을 하나도 빼놓지 말고 잡아와!]

총관; [존... 존명!] 포권하고

총관; [가자!] 다른 무사들을 데리고 허둥대며 대청을 뛰쳐나간다.

우르르 빠져나가는 사람들. 대청에는 권일해(청풍)과 권완, 철궁의 세 노인과 공당한, 그리고 병수재와 한검호(독고사룡)만이 남았다.

오사; [흥! 마각이 드러나니까 희생양을 내세우시겠다?] [너무도 치졸한 수단이로군!] 코웃음을 치고

권완; [뭔가 오해가 있었을 것입니다.] 일어나고

권완; [저희가 무슨 이유로 여러분께 독을 사용하겠습니까?] [곧 독을 쓴 자들을 찾을 수 있을 테니 진노를 가라앉히시지요.]

오사; [소저는 음식에 손도 대지 않았고 소저의 부친은 독이 있음을 알면서도 우리에게 알리지 않았네.] 음식을 가리키고

오사; [이보다 더 명백한 증거가 어디 있겠는가?] [권가주! 어디 한 번 변명해보시구려.] 권일해(청풍)을 노려보고

공당한; [간교한 위인! 하는 짓이 마치 내 동생 같구나!] 역시 성을 내고

공당한; [아니! 내 동생보다 더 악독하구나.] 삿대질을 한다

권일해(청풍); (저 인간까지...! 누구 덕분에 무사했는데...!) 화가 나서 공당한을 노려보고

권완; [고정하세요 시숙!] 달래려 하지만

공당한; [인명은 무릇 하늘에 속한 것이거늘 감히 독으로 좌지우지하려 다니!] [그대들은 정녕 하늘이 두렵지 않은가!] 권일해(청풍)과 권완을 향해 호통을 친다. 꽈르릉! 호통치는 공당한의 뒤로 벼락이 치는 듯한 강렬한 기운이 터져 나온다

[!] [!] 순간 얼어붙는 권일해(청풍)과 권완.

다른 사람들도 모두 숨을 죽이며 공당한을 보고

쿠오오! 화를 내는 공당한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치솟는다. 두 눈이 백열 되고

권일해(청풍); (숨... 숨이...!) 자기도 모르게 목을 만지고

[!] 비틀 하는 권완

병수재와 철궁의 세 노인은 숨이 콱 막혀서 목을 쥐며 비틀거린다.

[히익!] 특히 한검호(독고사룡)은 공포에 질려 바닥에 엎어져서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있고

권일해(청풍); (젠... 젠장할! 셋째 형한테도 큰형 같은 능력이 있었을 줄이야!) 비지땀을 흘리고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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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 안에는 철궁의 세 노인이 입구를 향해 두 줄로 길게 놓인 두 개의 탁자 중 좌측의 탁자 상단에 나란히 앉아있다. 세노인 앞에는 족보와 전표들을 싼 보자기가 놓여있다. 두 줄의 탁자 사이에는 입구 쪽을 보고 크지 않은 탁자가 놓여있다. 그 탁자 너머에는 태사의와 작은 의자가 나란히 놓여있고. 대청에 권씨세가의 원로들은 안보인다. 대신 총관을 비롯한 중년인들 이십여명이 두 줄의 탁자를 에워싸듯이 살벌하고 위압적인 분위기로 서있다. 대청 안에 있는 무사들은 모두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사람들임을 주의. 이들이 권씨세가의 실세들이다.

권일해(청풍)과 권완이 안으로 들어온다. 한검호(독고사룡)은 문간에 서서 보고있고

총관; [가주님!] 입구 쪽에 있던 총관이 권일해(청풍)에게 포권하고

총관; [원로들께서는 공력을 상실한 후유증으로 참석하지 못하셨습니다.]

권일해(청풍); [그거 잘 됐군!] 냉소하며 상좌로 가고

앉아있던 철궁삼사가 일어난다.

권일해(청풍); [앉도록 하시오!] 의자에 앉고. 권완은 권일해(청풍)의 옆에 서고

철궁삼사도 앉고

권일해(청풍); [이번 일에 대해선 당사자인 내 딸에게 전권을 위임했소.] [세분은 할 말이 있으면 내 딸에게 하시오!]

일사; [바라던 바외다!]

권완; [세분 노사께 미리 말씀드리겠어요!] 앞으로 나서고

권완; [저의 단 한 가지 소원은 노야들께서 길러내신 공청풍이란 짐승을 붙잡아 살점을 뼈에서 남김없이 도려낸 뒤 태워 죽이는 것입니다!] 살벌한 표정으로 말하고

권일해(청풍); (... 살점을 몽땅 도려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태워죽이기까지 하겠다고?) 움찔

권완; [아무쪼록 노야들께서는 제가 사무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라옵니다.] 공손히 포권하고

삼사는 침 꼴깍, 오사는 찡그리는데

일사; [그럼 노부도 거두절미하고 말하겠네.] 일어나고

일사; [우선 이걸 받아주시게나.] 탁자 위에 얹혀진 보자기를 앞으로 내밀고

모두 보자기를 보고

일사; [짐작하고 있겠지만 이 물건들은 황금전장의 두 공자가 가져왔던 그것이네.] [세가의 족보. 그리고 차용증서 일체와 사백만냥의 전표가 들어있지.]

총관과 세가의 무사들 침 꼴깍

권완; [족보를 돌려주고 재물을 내놓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계시겠지요?]

일사; [물론이네!]

일사; [대신 권소저도 청풍이놈만 잡아 죽이면 황금전장에 어떤 원한도 품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시게나.]

권완; [호호호!] 갑자기 앙청광소. 엄청난 웃음소리

드드드! 대청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리고. 총관을 비롯한 권씨세가 사람들 비틀거리며 사색이 되고. 귀를 손으로 막기도 한다

철궁의 삼사들도 심각한 표정이 된다

권일해(청풍); (.... 가공할 내공!) (이거 어째 후환이 두려워지는 걸!) 침 꼴깍.

갑자기 뚝 웃음 그치는 권완. 표정이 아주 지대로 살벌하다

권완; [원하는 대로 해드리지요!] 바득

권완; [공청풍만 잡아죽일 수 있다면 황금전장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만큼 잊어주겠어요.] 싸늘하게 웃고

권완; [원한은 그 짐승과 함께 까마귀 배속에 들어가든지 물고기의 배속에 들어갈 테니까요.] 이를 바득 바득. 무시무시한 살기. 순간

권일해(청풍); [안돼!] 순간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며 외치고

모두 돌아보고.

문간의 한검호(독고사룡)도 당황하고

권일해(청풍); (아차!) 또 실수한 것을 뒤늦게 깨닫고

권완; [아버지!] 의구심이 담긴 표정으로 돌아보고

권일해(청풍); [, 내말은 그러니까...!] 억지웃음 지으며 다시 의자에 앉고

권일해(청풍); [황금전장을..... , 이 정도로 용서하면 안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억지로 둘러대고.

권씨세가 사람들 고개 끄덕이고

권완; [아버지의 분해하시는 마음을 소녀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공손히

권완; [하지만 이번일은 아무쪼록 소녀에게 맡겨주셨으면 합니다.]

권일해(청풍); [휴우! 알겠다!] 끄덕

권일해(청풍); [나는 개의치 말고 처리하도록 하거라!]

권완; [감사합니다!] 고개 숙이고

권완; [이제 말씀해보세요.] [어찌하면 신출귀몰하는 세분의 제자를 잡아죽일 수 있겠는지요?] 일사를 보며 싸늘하게

일사; [방법은 간단하네] 끄덕

일사; [소저가 청풍이놈과 정혼(定婚)하면 되네.]

권일해(청풍); [뭐랏!] 순간 앉은자리에서 일미터나 튀어 오른다. 눈은 터질 듯이 부릅떠지고

장내의 모든 사람들도 경악하고.

권완도 이마를 찡그리는데

권일해(청풍); [이 늙은이들이 지금 무슨 헛소리를...!] 다시 내려서며 일사에게 삿대질을 하는데

[파렴치한 늙은이!] [뭐가 어쩌고 어째?] [제자로도 모자라서 사부인 늙은이들까지 본 세가를 능멸하려느냐?] 총관을 비롯한 무사들도 격앙되어 외치고. 당장이라도 무기를 뽑을 자세들이고

[가주님! 허락해주십시오!] [속하들이 저 개 같은 늙은 것들을 다 죽여 버리겠습니다!] 권일해(청풍)에게 포권하며 외치는 무사들도 있고. 그때

권완; [조용히 하세요!] 일갈

단번에 조용해지는 실내. 모두 권완의 눈치를 살핀다

권완; [지금 제게 철천지원수인 공청풍과 결혼을 하라시는 건가요?] 일사를 노려보고

일사; [그러하네.] 끄덕

일사; [기름 바른 미꾸라지같은 그놈으로 하여금 자진해서 소저 앞에 나타나게 할 수 있는 건 그 방법뿐일세.]

찡그리며 생각하는 권완

일사; [자랑은 아니지만 노부들이 심혈을 기울여 기른 제자인지라 청풍이 놈은 추적하여 잡을 수 있는 놈이 아니네.]

총관; [....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그놈과 혼인하라는 건....!] 분노하는데

권완; [아버님!] 그새 다시 자리에 앉은 권일해(청풍)을 돌아보고

권일해(청풍); [.... 왜 그러느냐 완아?] 당황하여 대답하고

권완; [불효막심한 소녀가 공청풍과 정혼하는 것을 허락해주시옵소서.] 절하며 말하고.

권일해(청풍); [.... 그런...!] 경악하여 버벅대고

[아가씨!] [완아!] [아니 됩니다 아가씨!] 무사들이 비명 지르지만

권완; [공청풍은 그때까지 일면식도 없던 제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불측한 짓을 했습니다.] 살기를 뿜어내고

권완; [소녀는 정혼한 후 죽임으로써 그자로 하여금 이승에 태어났던 사실 자체를 후회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올려다보고

권일해(청풍); [그게... 그게 그러니까...!] 버벅대며 비지땀을 흘리고

장내의 사람들 모두 긴장하여 권일해(청풍)을 보는데

권완; [철궁의 노야 말씀대로 공청풍은 추적하여 잡을 수 있는 자가 아닙니다.] 일사를 힐금 돌아보고

권완; [일신의 재주도 재주지만 황금전장은 중원천지에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이 없는 거대한 조직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권완; [황금전장에서 비호할 경우 영영 그자를 찾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

권완; [그러나 저와 정혼을 하게 되면 호기심에서라도 한 번쯤은 제 근처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고...]

권완; [그때는 결코 저의 손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결연하게

권일해(청풍); [... 하지만 그러면 네 인생은....!] 비지땀.

권완; [공청풍에게 능멸당하는 순간 이미 전 산 사람이 아니게 되었어요!] 단호

침 꿀꺽 삼키며 그런 권완을 내려다보고

단호한 표정으로 마주 올려다보는 권완

권일해(청풍); (그러니까... 지금 요 이쁜이가 듣고자하는 건 나하고 정혼해도 된다는 아비의 승낙인데.....)

권일해(청풍); (그럼 지금 난 나하고 정혼하겠다는 여자에게 아버지 노릇과 서방노릇을 동시에 하고 있는 꼴....) (더군다나 나와 정혼하려는 이유가 나를 잡아 죽이기 위해서라니...)

권일해(청풍); (아이쿠 두야! 결혼이 역시 인륜지대사긴 대사구나. 이렇게 복잡하다니.)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며 괴로워하고. 그때

일사; [아무쪼록 깊이 생각해보시오 가주!] 나서고

일사; [이보다 더 나은 해결방법은 아마 찾기 힘들 것이오.] [게다가 이유야 어찌 되었든 사돈지간이 되면 황금전장에서도 충분히 예를 갖추지 않겠소?] 은근히

삼사; [이를 말이겠소? 앞으로 세가가 돈 문제로 속을 끓이는 일은 없을 것이오!]

권일해(청풍); (그러니까 뭐야?) 인상이 험악해진다

권일해(청풍); (나 하나 잡아 죽여서 모두들 <해피>해지겠다?) 이를 부득 부득 갈고.

권일해(청풍); (이 인간들이 보자보자하니까!) 일사등을 노려보며 두 주먹이 부들 부들

<가주께서 저리도 분노하다니...!> <하긴 자존심이 남다른 분이니 그럴만도 하지!> <크으! 불쌍한 가주님!> <우리 권씨세가가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까지 내몰렸단 말인가?> 영문을 모르는 총관과 무사들 함께 분노하고 눈물 닦는 놈도 있고. 그때

권완; [아버님!] 재촉하고

퍼뜩 정신 차리는 권일해(청풍)

권일해(청풍); (열불이 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지금에 와서 정체를 들통 낼 수야 없으니...!) 심호흡을 한 후

권일해(청풍); [내키지는 않는다만.... 승낙하마.] 한숨을 쉬고. 순간

권완; [감사합니다 아버님!] 권일해(청풍)에게 큰절을 한다.

권완; [낳아주신 은혜도 갚지 못했는데 심려만 끼쳐드리니 저같은 불효녀도 없을 것이옵니다!] 울고

권일해(청풍); [그만 하거라. 아무렴 애비 심정인들 너만큼이야 참담하겠느냐?] 한숨 쉬고

일사; [잘 결정하셨소 가주!] 포권하고

일사; [이로써 황금전장과 권씨세가는 사돈지간이 되었으니 지난날의 허물과 감정은 모두 잊어주시기를 바라겠소이다!]

권완; [그리할 것입니다.] 일어나고

권완; [황금전장에서도 제가 공청풍을 잡아 죽이는 일에는 일체 개의치 않을 것으로 알고 있겠어요!] 노려보고

일사; [물론이네!] 끄덕

일사; [청풍이 놈은 내놓은 자식이니 구워먹든 삶아먹든...!] 말하는데 + [으하하하!] 갑자기 누군가 대청 밖에서 웃어 제끼고

사람들 모두 놀라며 밖을 보는데

공당한; [청풍! 이 말썽꾸러기 녀석아! 당장 나오지 못할까?] [네놈이 여기 숨어있는 줄 다 알고 있다!] 대청 밖에 서서 부채를 겨누며 호통을 친다. 주변에는 권씨세가 무사들이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하며 서있고. 공당한 뒤에는 겁에 질린 병수재가 주변의 눈치를 보며 바짝 붙어서있다.

[... 저 놈은...!] [어제 저녁에 달아났던 황금전장의 셋째 아들놈 아닌가?] 총관과 무사들 밖을 보며 분노하는데

권일해(청풍); (... 저 인간!) 당황하고

권일해(청풍); (어떻게 이 시점에 나타난 건가?) (난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았는데...!) 당황하고.

 

#47>

금릉의 빈민가에 자리한 객잔

침대에 누워있는 상춘우. 알몸에 붕대를 칭칭 감았다. 벽력탄을 움켜쥐었던 손도 붕대로 감고 있고. 땀을 흘리고

누군가 여자의 손이 물수건으로 상춘우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닥아준다

움찔하며 정신을 차리는 상춘우

지고운; [정신이 드세요?] 절세 미녀로 분장한 지고운이 내려다보며 땀을 닦아준다. 가슴도 아주 빵빵하다.

상춘우; [소저는 누구신데...!] 흠칫하며 자신의 얼굴 위에서 털렁거리는 젖가슴을 올려다보는데

지고운; [저예요 상오라버니! 지고운!] 윙크하고

[!] 눈 부릅 상춘우

상춘우; [... 너였느냐?] 기겁하며 벌떡 일어나고.

상춘우; [!] 가슴을 누르며 고통스러워하고

지고운; [조심하세요.] [신이라는 작자가 교묘하게 고문을 해서 통증이 심할 거예요.] 부축하지만

상춘우; [... 됐다!] 몸을 사리며 물러나 앉고

지고운; [칠대살수 중 한명쯤 되시는 분이 겁은...!] 웃으며 교태롭게 침대 모서리에 앉고

상춘우; [... 그러고 보니 지난밤이 보름이었구나.] 떨떠름

지고운; [맞아요! 앞으로 보름동안 저는 여자 지고운이에요.] [따져보니까 그새 달거리도 할 거같아요!] 교태롭게

상춘우; (징그러운 괴물 같으니...!) 소름이 오싹 돋고

지고운; [어쨌거나 잘 됐지 뭐예요.] 두손으로 유방을 떠 받쳐보이고

지고운; [완전히 여자 몸이 되었으니까 황금전장에 잠입하는 것도 조금은 수월할 테니까요.]

상춘우; [그렇겠지!] 마지 못 해서 끄덕. 그때

위지삼수; [청부를 이행할 생각이슈?] 문을 열고 들어온다. 종리전, 전정무, 음리봉도 따라들어오고

위지삼수; [도룡신도 권일해에게서 허튼 짓 하지 않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하지 않으셨소?]

상춘우; [위지삼수!] 노려보고

위지삼수; [... 왜 그러시오?] 찔끔

상춘우; [청부가 취소되는 두 가지 경우를 말해봐라!]

위지삼수; [청부자로부터 직접 취소를 통보받거나 청부대상이 먼저 죽어버렸을 경우 아니오?]

! 그런 위지삼수의 마빡을 때리는 딱딱한 베개

위지삼수; [!] 비틀하고. 기겁하는 종리전. 상춘우가 베개를 던졌다.

위지삼수; [나한테 왜 이러는 거요 상형? 내가 틀리게 말하기라도 한 거요?] 화를 내지만

상춘우; [적포동의 율법을 그렇게 잘 아는 놈이 청부 이행 운운 하느냐?] 노려보고. 찔끔하는 위지삼수

위지삼수; [... 난 그냥... 상형의 몸도 정상이 아니고 하니까....!] 삭 죽고

상춘우; [우리는 살수다!] 단호하게

상춘우; [죽더라도 청부를 이행하다가 죽어야만 한다!] 의연하게.

모두들 엄숙해지고

상춘우; [권일해가 이번 청부에 대해 알아버렸으니 시간을 끌수록 실패할 가능성만 높아진다!]

상춘우; [준비했던 벽력탄을 빼앗긴 게 아쉽긴 하지만...] [오늘밤! 운명을 하늘에 맡겨보자!]

<드디어!> 침 꿀꺽 다른 놈들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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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다시 황금전장

촤라라락! 공당한이 동전들을 탁자 위에 흩었다가 줍기를 반복하고 있다. 공대벽이 그 앞에 앉아서 묵묵히 창밖을 보고 있다.

<만마천(萬魔天)의 천주 마서시(魔西施) 구령(瞿玲)! 네 아버지에게 암흑철수를 맡겨서 오늘날의 풍파를 야기한 그 불여우를 찾아갔을 것이다!> 어머니가 이를 갈며 하던 말을 떠올리는 공대벽

공대벽; (만마천이라면 대부분의 내막이 비밀에 쌓여있는 마도 무림의 하늘....!)

공대벽;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만마천의 당대 천주가 된 여인 사이에 염사(艶事)가 있으셨던 것일까?)

공대벽; (암흑철수같이 중요한 물건을 맡길 정도면 담백한 관계였을 리는 없는데....!)

공대벽; (내가 알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진정한 실체에서 극히 일부였을지도 모르겠구나!) 한숨. 그때

공당한; [형님!] 이윽고 점치던 동전들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돌아보는 공대벽

공당한; [어쩌면 이번 일은 형님이 걱정하시는 것만큼 심각한 일이 아닐 가능성이 많습니다.] 점을 친 동전들을 동전 주머니에 넣고

공대벽; [점괘가 그리 나왔느냐?]

공당한; [그렇습니다.] [놀라는 일이 벌어지고 소란은 피할 수 없으나 재앙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공대벽; [그나마 다행이구나!] 쓴웃음

공당한; [점괘뿐만이 아닙니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봐도 인과(因果)는 오히려 명확해집니다.]

공당한; [이 모두가 넷째로 인해 빚어졌으니 넷째를 찾아내기만 하면 됩니다.] [붙잡아서 훔쳐낸 물건 회수하고 권씨세가와 협의를 하면 순탄하게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공당한; [크게 양보하는데 타결되지 않을 협상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가 손해를 좀 감수하면 조용해 질 일을 굳이 암울한 상황으로 몰고 갈 이유도 없구요.]

공대벽; [네 말이 옳다.]

공대벽; [하지만 세가와의 협상은 그렇게 한다손 치더라도 넷째는 어디 가서 찾는단 말이냐?]

공당한; [맡겨주신다면 제가 가서 넷째를 붙잡아 오겠습니다.]

공대벽; [짐작 가는 곳이 있느냐?] 눈 번쩍

공당한; [십중팔구는 틀림없습니다만, 백 중 백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자신만만

공대벽; [십중팔구라....!]

공대벽; [휴우! 너나 넷째는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모르겠구나.] 한숨 쉬며 고개 젓고

공대벽; [무릇 생각이 세상을 앞지르면 선각(先覺)이라 하고 세상과 다르면 기인(奇人)이라 하거니와....]

공대벽; [유사이래 모든 선각과 기인들이 세상을 필요 이상으로 힘들고 어렵게 살았음을 잊지 마라!]

공당한; [형님의 경계하시는 말씀, 뼈에 새기고 장부(臟腑)에 간직하겠습니다.] 포권하며 고개 숙이고.

공대벽; [병수재를 데려가거라.] 말하며 옆에서 길쭉한 통을 하나 집어들고

공대벽; [그리고 혹시 위험이 닥치면 이 폭죽(爆竹)을 하늘로 쏘아올려라. 그 즉시 도와줄 사람이 달려갈 것이다.] 통을 내밀고

공당한; [! 형님!] 일어나서 두 손으로 공손히 받는다.

 

황금전장을 나서는 공당한. 부채를 부치며 느긋하게. 병수재가 불안한 표정으로 따라온다. 권씨세가 무사들은 철수했다.

병수재; [권씨세가의 무리들은 철수를 했습니다만....]

병수재; [또 무슨 꿍꿍이들을 꾸미고 있는지 불안합니다,]

공당한; [집사! 자네는 큰형님 대하기가 어떠한가?]

병수재; [무슨 말씀이신지요?]

공당한; [큰 소리를 내는 법이 없으신 데도 어렵고 두렵지 않은가 말일세!]

병수재; [그야 황금전장의 대를 이으실 대공자님이시니 당연한 게 아닐런지요?]

공당한; [장자(長子)라 그렇다는 건가? 그럼 모든 집안의 장자가 다 그러한가?] 찡그리고

병수재; [그런 건 아니고....] 머리 긁적

병수재; [설명하기 힘들지만 대공자님께 특별한 뭔가가 있는 건 분명합니다.]

공당한; [자네도 그렇게 느낀다 이거지?] 끄덕이는데

병수재; [하온데.... 소인을 대동하신 것을 보면 좀 먼 곳으로 가시는 듯 합니다만....] 눈치 살피고

공당한 [멀다면 먼 곳이지.]

병수재; [그럼 소인이 다시 들어가서 말이라도 끌고 나올런지요?]

공당한; [빨리 갈 방법이 있으니 그럴 필요는 없네.] 멈춰서며 양팔을 활짝 펼치고

병수재; [셋째 공자님! 책을 열심히 읽으시더니 신선처럼 허공을 나는 수법을 배우신 모양이군요.] 놀라고

공당한; [적송자(赤松子;신선)는 학을 탔고 헌원씨(軒轅氏;황제)는 용을 탔고 장과로(張果老;신선)는 나귀를 거꾸로 탔네만....]

공당한; [나는 그들보다 이룬 도()가 낮으니 하는 수 없이 자네를 타야겠네.] 웃고

병수재; [?] 어이가 없어 입 쩍 벌리고

공당한; [뭘 보고 있는가? 업지 않고?] 눈을 부라리고

병수재; [....!] 억지로 웃으며 공당한에게 등을 돌리고 몸을 낮춰서 업히기 쉽게 하고. 넙죽 업히는 공당한

병수재; (이건 뭐 귀여운 애도 아니고 분내 나는 여자도 아니고...) 궁시렁대며 일어나고

병수재; (말을 타고 가면 서로 편할 텐데 꼭 이래야만 하나?) 걸음을 옮기는데

공당한; [걸어서 어느 세월에 간단 말인가? 날아가게!] 마치 새에 탄 듯 상체를 꼿꼿이 세운 채 한손으로는 병수재의 어깨를 짚었다.

병수재; [....!] ! 울상 지으며 휙 날아오르고

이어 거리의 담장과 지붕들을 밞으며 날아간다

병수재; [하온데 목적지가 어디인지요?] 날아가며 묻고

공당한; [권씨세가!] 태연히 말하고

병수재; [히엑!] 놀라서 눈 부릅

! 그 바람에 떨어지고

공당한; [어허! 제대로 날지 못할까?] 부채로 병수재의 정수리를 두드리고

병수재; [... 죄송합니다!] ! 자세를 잡으며 담장 위로 내려서고

휘익! 다시 박차고 날아오른다

병수재; (젠장할! 말 노릇하는 것도 서러운데 사지(死地)로 가야하다니....!)

병수재; (아무래도 오늘은 일진이 사나울 것 같구나!) 멀어지고.

 

#44>

권씨세가

권완의 거처. 권일해(청풍)과 원로들, 그리고 철궁의 세노인들이 도착한다. 시녀들 급히 인사하고

권일해(청풍); [완아! 안에 있느냐?] 문앞에 서서 말하지만

반응이 없다

권일해(청풍); [완이가 안에 있기는 한 것이냐?] 시녀들에게 묻고

[...!] [분명 안에 계시옵니다.] 시녀들 겁에 질려서

권일해(청풍); [완아! 애비가 왔다! 대답을 하거라!] 다시 말하지만

여전히 대답이 없고

불길한 생각에 서로를 보는 권일해(청풍)과 노인들

방안에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권완. 휘휘! 권완의 몸 주위로 연신 실바람들이 휘감아돌고 있다. 아주 심각한 표정

[완아! 정말 괜잖은 것이냐?] 다시 들리는 권일해(청풍)의 초조한 음성

권완; (아버지!)

권완; (하필이면 기중표의 수련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에 이르렀을 때 찾아오시다니...!) 당황하며 비지땀을 흘리고

권완; (걱정이 되어서 난입하시기 전에 빨리 연공을 끝내야만 한다!) 온몸에 힘을 주고

부악! 몸에서 일어난 소용돌이가 더 강해진다. 세찬 돌풍이 권완의 몸에서 일어나고

드드드! 그 때문에 건물 전체에 진동이 일어나고

[!] [건물이...!] 노인들 깜짝 놀라고

노인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소!] [완이가 혹시 주화입마(走禍入魔)에 든 게 아닐지...!]

순간 그 말에 깜짝 놀라는 권필중

권필중; [아이고 완아!] 비명을 지르며 건물 입구로 달려가고

권필중; [내 귀여운 증손녀야! 할애비보다 먼저 죽으면 안 된다!] 콰창! 문을 박살내며 안으로 뛰어드는 권필중

드러나는 실내의 모습. 쿠오오! 온몸에서 바람을 토해내며 흐느적거리는 권완의 모습. 마치 신이 들린 듯한 모습이고

[완아!] [완이가 위험해!] 다른 노인들도 비명을 지르며 방으로 뛰어들어가고. 권일해(청풍)과 한검호(독고사룡), 철궁의 세노인만 당혹스런 표정으로 보고 있다. 시녀들도 그들 뒤에서 울며 동동 거리고 있는데

권필중; [정신차려라 완아! 할애비가 도와주마!] 권완의 뒤에 털썩 주저앉으며 등에 손바닥을 붙이는 권필중. 그때

권완; (... 그러시면 안됩니다 증조부님!) 다급한 표정으로 눈을 뜨며 외치려 하지만

! 권완의 등에 붙인 권필중의 손에서 빛이 난다. 내공을 주입하는 것. 헌데

빠지직! 권필중이 권완의 몸에 내공을 주입하는 순간 권완의 몸에서 강렬한 스파크가 일어나서 권완 자신과 권필중의 몸을 휘감는다

권필중; [!] 감전당하며 눈 부릅 입쩍.

권필중; (... 공력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어째서 이런 일이...!) 사력을 다해 손바닥을 떼려고 하지만

빠지직! 스파크가 더 강해져서 권필중의 몸을 휘감고

[!] [... 저건....!] [주화입마 현상이 대장로께도 전이되었다!] 노인들 기겁하고

권완; (기중표를 수렴(收斂;거둬들임)하는 단계에서 공력을 주입시키시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어!)

권완; (증조부님의 공력이 흡수되는 것을 나도 막을 수가 없다!) 이를 악물고 저항하지만

크아아아! 내공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비명 지르는 권필중

[대장로님!] [안돼!] [장로님을 구해라!] 나머지 노인들이 우르르 달려들고

권일해(청풍); (저러면 안될 것 같은데...!) 다급히 말리려 하지만. 늦었다.

! ! 권필중의 팔과 어깨를 잡아서 권완에게서 떼어내려는 노인들.

지지직! 순간 권필중을 휘감은 스파크가 노인들도 휘감는다.

감전되며 눈이 돌아가는 노인들.

[!] [정신차리십시오 대장로님!] [빨리 떼어내!] 나머지 노인들이 또 그 노인들을 잡아떼려고 하고

지지지! 역시 그 노인들도 스파크에 휘감긴다.

어이없는 광경. 가부좌를 틀고 앉은 권완과 권필중, 그들 뒤로 앉고 선 노인들이 감전당해서 벌벌 떨고 있다.

권일해(청풍); (저런 멍청이들...!) 한숨 쉬며 고개 절레 젓고

삼사; [허어! 권완이란 아이가 천재라는 소문이 사실인 것 같소!] 일사에게 비웃음을 지으며

삼사; [무슨 방법을 쓰는지는 몰라도 원로들의 공력을 몽땅 빨아들이고 있지 않소?]

삼사; [저 정도면 곧 내공으로는 천하무적이 되겠소!] 그러다가 움찔한다

권일해(청풍)이 노려보고 있다

삼사; [험험! ... 상황이 그렇다는 거니 노여워하지 마시구려!] 삭 죽고

[어떻게 해?] [어뜩해?] [아가씨뿐만 아니라 노야들께서도 변을 당하게 생겼어!] 시녀들 발 동동 구르고

권일해(청풍); [시끄럽다!] 버럭 고함지르고. 깜짝 놀라는 시녀들

권일해(청풍); [에잇! 젊은 것이나 늙은 것이나 하나같이 제 앞가림도 못하고....!] 화를 내며 방안으로 들어간다

권일해(청풍); [떨어지시오!] ! 발로 권필중의 가슴을 냅다 걷어찬다

! 그 바람에 뒤로 발라당 나자바지며 손이 권완의 등에서 떨어지는 권필중. 권필중을 붙잡고 있던 노인들도 도미노처럼 나자빠지고. 그때

[쿨럭!] 충격을 받은 권완이 피를 왈칵 토하며 앞으로 넘어지려 하고

권일해(청풍); [완아!] 급히 몸을 숙여서 권완을 부축한다.

권일해(청풍); [괜잖은 것이냐? 정신 차려라!] 권완을 끌어안고 외치고

권완; [... 아버지!] 헉헉 힘겹게 눈을 뜨고. 입가에 피가 맺혀서 더욱 애절하고 예쁘게 보인다.

권일해(청풍); (이렇게 보니 겁나게 예쁘구만!) + [오냐! 애비다!]

권일해(청풍); (여자는 아프거나 병에 걸리면 오히려 더 예뻐진다는 말이 사실이었어!) + [애비가 돌아왔으니 이제 넌 아무 걱정도 말거라!] 권완을 안은 채 이마의 땀을 씻어주고

권완; [... 죄송해요!] 헉헉

권완; [기중표의 연마가 막바지에 이른 상태에서 방해를 받는 바람에 그만....!] 쿨럭! 말하다가 다시 왈칵 피를 토하고

고개를 떨구며 기절한다. 순간

권일해(청풍); [완아!] 기겁하는 권일해(청풍)

권일해(청풍); [정신 차려라 완아! 죽으면 안된다!] 정말 다급해져서 울부짖고. 그때

일사; [고정하시오 가주!] 들어오고

일사; [신공을 수련중에 방해를 받아서 내상을 입었을 뿐이오!] [이것을 복용시키면 이내 쾌차할 게요!] 호두알만한 약을 한알 내민다. 돌아보는 권일해(청풍)

일사; [본궁의 셋째가 만든 천향옥로단(天香玉露丹)이란 내상약이오.] [약효만 따지자면 소림사의 대환단(大丸丹)에 못지 않을 거요!] 삼사를 힐끔 돌아보고

권일해(청풍); [고맙소!] 받고

권일해(청풍); [완아! 어서 이걸 먹고 정신을 차리거라!] 헤 벌린 권완의 입에 약을 넣어준다.

이어 바닥에 조심스럽게 누이고

손목을 잡아본다. 순간

! 권완의 손목을 잡은 권일해(청풍)의 손가락이 퉁겨지고

권일해(청풍); (몸속에 막강한 잠력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다만 단기간에 내공이 너무 급증한 탓에 속을 좀 다쳤다.) 생각하며 왼손 손목에서 신령석의 팔찌를 벗는다.

눈 반짝하며 보는 일사

일사; (저 팔찌와 반지....!)

권일해(청풍)이 팔찌의 한쪽을 비틀자 틈이 벌어진다.

그 틈으로 팔찌에 끼워져 있던 반지 중 하나를 꺼내고

권일해(청풍); (청목지환(靑木指環)은 내상을 치유하는 묘용이 있으니 도움이 되겠지!) 반지를 권완의 손가락에 끼워주고

권일해(청풍); (그나저나 기분이 묘하구만!) 반지를 끼워주며

권일해(청풍); (꼭 결혼반지를 끼워주는 것같잖아!) 침 꼴깍

권일해(청풍); (손도 뼈가 없는 듯이 보드랍고...!) 쥐고 있는 권완의 손을 조물락

권일해(청풍); (요렇게 예쁜 것이라면 평생 붙어 지내도 싫증이 안나겠다.) 권완의 손을 잡은 채 홀려서 권완의 예쁜 얼굴을 내려다보는데.

[으음!] 신음하는 권완.

이어 화색이 돈 얼굴로 천천히 눈을 뜬다

권일해(청풍); [완아!] 반색하며 들여다보고

권완; [죄송해요 아버지!] 억지로 웃고

권완; [소녀가 못나서 집안에 풍파를 불러일으켰어요!]

권일해(청풍); [그런 소리 말거라!] 와락 끌어안고

권일해(청풍); [너만 무사하다면 세가쯤 쫄딱 망해도 애비는 상관없다!]

감격하며 우는 권완

그런 권완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 크로즈 업

일사; (천향옥로단의 효능도 있었겠지만 저 반지를 끼는 순간 단번에 내상이 치유되었다!)

일사; (그렇다는 건 혹시...!) 눈 번뜩

 

#45>

금릉의 빈민가에 자리한 객잔

; [잘못 짚었군.] 반쪽 가면을 쓴 검은 옷의 노인. 바로 황금전장을 지키는 귀와 신 중 귀. 처음 등장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신()과 비슷하다. 다만 얼굴에 쓴 반쪽 가면이 얼룩덜룩 문양이 들어간 귀신 얼굴이란 것과 옷이 검은 것. 그리고 가면 아래로 드러난 입술이 아주 얇아서 차갑게 보인다는 점이 다르다. 특히 귀는 신과 달리 수염이 안났다. 주름이 져서 노인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이곳은 벽력탄이 터진 그 방이다.

상춘우; [방금 그 말은 오늘만도 벌써 두 번째 듣는 거요!] 힘없이 벽에 기대앉아서 올려다본다. 주변에는 여전히 위지삼수등이 기절한 채 널부러져 있고. 헌데 상춘우는 얼굴이 밤탱이가 되어 있다. 누군가에게 열나게 맞은 모습이다.

; [두 번째 듣는다라...!] [()이 먼저 다녀갔군!] 방안을 둘러보며

상춘우; [?] 코웃음 치고

상춘우; [모르는 걸 모른다 한다고 사람을 이런 꼴로 만들어놓는 작자가 신은 무슨...!]

; [신이니까 고문이 그 정도로 그친 줄 알아라!]

; [나 귀()에게 먼저 걸렸다면 지금쯤 창자가 배 밖으로 나와 있는 걸 보고 있었을 것이다.]

상춘우; [잘못 짚은 줄 알았으면 그만 가보시오.] 귀찮다고 손짓

상춘우; [신인지 뭔지하는 인간에게 너무 시달려서 정신줄을 놓을 지경이오!] 눈을 감고

그런 상춘우를 노려보는 귀. 하지만

; [!] 코웃음을 치며 돌아서고

; [미꾸라지 같은 개구쟁이 녀석!] [잡히기만 하면 데리고 돌아가기 전에 초주검부터 만들어 놔야겠다!] 스윽! 벽으로 스며들어 사라진다.

상춘우; [공청풍! 공청풍! 우리가 악연은 악연이구나!] [얼굴도 본 적이 없는 너 때문에 이런 꼴을 당하다니....!] 옆으로 쓰러지기 시작하고

상춘우; [난 돈 때문에 생면부지인 널 죽이려 하고...!] 털썩! 옆으로 쓰러지며 정신을 잃는다.

 

#46>

다시 권씨세가. 시간이 지나서 해가 중천에 떴다.

삼엄한 경계가 펼쳐진 대청.

건물 사이에서 그 대청을 향해 걸어오는 권일해(청풍)과 권완

권일해(청풍); [정말 움직여도 괜찮은 것이냐?] [애비 생각에는 좀 쉬는 게 좋을 듯 한데...!]

권완; [기력은 차고 넘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권완; [다만 증조부님을 비롯한 원로들께 큰 죄를 지은 것이 죄스러울 따름입니다.]

권일해(청풍); [죄스럽기는....!] [늙은이들이 살면 얼마나 산다고....] 코웃음

권일해(청풍); [세가의 자랑이고 미래인 네가 무사하면 됐다.] [영감탱이들이야 아홉이 아니라 구천구백구십아홉이 있어도 어디 너 하나만 하겠느냐?]

권완; [하지만...] + 권일해(청풍); [말만 많은 영감탱이들이 공력을 상실한 건 차라리 잘된 일이다.]

권일해(청풍); [힘이 빠졌으니 더 이상 허튼 짓들 않고 착실히 어린 아이들이나 가르치겠지!] [그럼 향후 우리 가문의 기세가 훨씬 더 왕성해질 것이다!]

권완; [...!] 말하면서도 약간 의구심

권완; (기분 탓인가? 아버지의 언동이 좀 가벼워지신 듯하구나.) 생각할 때

어느덧 대청이 앞에 보이고. 대청 입구에는 한검호(독고사룡)이 불안한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다

권일해(청풍); [철궁의 늙은이들을 상대할 때는 십분 주의해야한다.] 대청을 보며

권일해(청풍); [하나같이 사람 마음을 훔쳐보는데 도가 튼 너구리들이야.] 권완의 귀에 대고 속삭이고

권완; [독심술(讀心術)을 쓰는가요?] 눈 반짝

권일해(청풍); [독심술은 아니다.] 고개 젓고

권일해(청풍); [뚜껑이 닫힌 통이라도 두드려보거나 흔들어보면 물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알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권일해(청풍); [사람 몸에 담긴 마음 역시 오감(五感)을 칠정(七情)으로 흔들어보면 맺혀있거나 원하는 것이 뭔지 저절로 알 수 있지.]

권완; [무서운 심공(心功)이로군요,]

권완; [절세의 무공을 지녔어도 이러한 심공을 방비하지 않으면 지는 줄도 모르고 지겠어요!]

권완; [헌데 소녀는 아버님께서 이런 이치를 알고 계신 줄은 미처 몰랐어요.] 영특한 눈으로 보고

권일해(청풍); [그야 나도 배웠으니....!] ! 아무 생각없이 말하다가 기겁하며 두손으로 입을 가리고

권완; [배우셨다니요?] [우리 집안에는 그런 공부가 없는데....!] 의혹

권일해(청풍); [... 나중에 자세히 얘기해주마!] [그보다 지금은 철궁의 늙은 너구리들을 상대하는 데에만 집중하거라.] 억지 웃음

권완; [...!] 고개 숙이면서도 갸웃하고

권일해(청풍); (아효! 이 싼 주둥이...!) 손으로 자기 입술을 잡아 비틀고

권일해(청풍); (하마터면 꼬투리를 잡힐 뻔했잖아!)

권일해(청풍); (다 된밥에 재 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입조심해야겠어!) 대청으로 들어간다. 입구에 서있던 한검호(독고사룡)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이하 한검호(독고사룡)은 계속 입구 쪽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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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황금전장. 권씨세가의 무사들이 여전히 에워싸고 있지만 정문을 바라보는 곳에 설치 된 천막에는 원로들이 없다. 철궁십이사의 세 노인도 안 보이고. 모두 권씨세가로 갔다.

 

황금전장 내부. 공자무의 집무실. 삼엄한 경비. 공대벽이 다가오고

인사하는 무사들

안으로 들어가는 공대벽

난장판이 된 내부. 책상을 등진 채 공자무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의자를 놓고 앉아서 열려진 벽장의 금고를 보고 있다.

공대벽; [지시하신 대로 귀()도 내보내서 막내를 추적하게 했습니다.] 보고하지만 대꾸가 없는 공자무

공대벽; [그리고... 철궁의 세분 노야께서도 협상의 돌파구를 트신 모양입니다.] 공자무의 눈치를 살피고

공대벽; [방금 전 권씨세가의 원로들과 함께 권씨세가로 출발했다고 합니다.] 공자무에게 보고하지만

여전히 멍하니 앉아서 열려진 벽장만 보는 공자무

공대벽; [아버님!] 조심스럽게 부르고

공자무; [말해라! 듣고 있다.] 한숨

공대벽; [소자는 아버님께서 이토록 낙담하시는 것을 이제껏 본 적이 없습니다.]

공대벽; [대체 막내가 가져간 물건이 무엇인지요?]

공자무; [그 망할 놈이...!] 주먹 부르르 분노하고.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번져나오고. 그 살기가 방안을 가득 메운다.

공대벽; (사람 좋은 아버님이 이런 살기를....!) 침 꿀꺽 삼키는 공대벽

공자무; [휴우! 하긴 그놈만 탓할 일도 아니구나!] 한숨 쉬며 고개 설레 젓고. 스스스! 살기도 흩어지고

공자무; [만약 내게 불상사가 생긴다면 네가 내 뒤를 이어야 하니 이 일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겠지.]

공대벽; [불상사라니요. 듣기에 민망합니다.]

공자무; [청풍이 놈이 가져간 건 암흑철수(暗黑鐵手).]

공대벽; [암흑철수... 소자로서는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만....!]

공자무; [칠년천하(七年天下)란 말은 들어보았느냐?]

공대벽; [지금으로부터 팔백여년 전, 무림사에 단 한 번 있었던 정사마(正邪魔)를 총망라한 무림일통(武林一統)을 일컫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대벽; [하지만 당시 무림일통을 이루었던 분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고 하더군요.]

공자무; [아무도 모르는 게 아니다.] 고개 젓고

공자무; [진정한 강자들은 그분의 이름을 안다. 다만 감히 입에 올리지 못할 뿐이다!]

공대벽; (감히 입에 올리지 못하다니...!) (황제의 이름을 말하지도 쓰지도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가?)

공자무; [팔백여 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분의 이름을 입에 담는 사람은 없다.] [수십번의 세대가 지나갔음에도 그분의 존재는 여전히 위대하고 두렵기 때문이다.]

공자무; [대신... 그분은 본명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렸다!] [<제왕(帝王)>이라고....!]

[!] 순간 엄청난 충격을 받는 공대벽

<이래도 제왕이 되지 않으시겠소?> <이래도 제왕이 되지 않으시겠소?> 공대벽의 귀에 환청같이 들리는 누군가의 음성

<미천한 신하의 오직 한 가지 소원은 제왕께서 다시금 그 위엄을 만천하에 드러내시는 것 뿐이외다!> 화려한 옷을 입고 얼굴에는 베니스 가면축제의 태양신같은 가면을 쓴 인물이 어린 시절의 공대벽 자신의 목을 움켜잡고 칼을 휘두르며 말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4-5세 가량의 공대벽은 목이 조여져서 사색이 되고 있고. 이 가면 쓴 인물이 공씨일족의 적인 난릉왕이다.

욱신! 난릉왕의 손에 잡혔던 목에서 통증이 느껴져 손으로 만지는 공대벽. 그때

공자무; [...그리하여 마침내 정..마는 그분을 신처럼 받들며 영원한 충성을 맹세했다.] 멍하니 벽장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전에도 뭐라 말했으나 공대벽은 자기 생각에 빠져서 앞 부분은 듣지 못했다.

공자무; [당시 정..마는 맹세의 증거로 각각 하나씩의 신물을 만들어 제왕께 바쳤었다.]

공자무; [정파에서 바친 것은 제왕홀(帝王笏)이었고 사파에서는 사파 고수 팔만사천 명의 혈정(血精)으로 만들었다는 팔만사천사령옥대(八萬四千邪靈玉帶)였다.]

공자무; [마지막으로 마도에서는 죽음의 권능을 지녔다는 암흑철수(暗黑鐵手)를 바쳤다.]

공자무; [이 세 가지 신물을 제왕께서는 한시도 몸에서 떼어놓은 적이 없었다.]

공자무; [넷째가 가져 간 것이 바로 그중 하나인 암흑철수다. 모든 마도인에게 죽음의 권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공대벽; (헌데 암흑철수가 어떻게 우리 가문, 아니 아버님 수중에 있게 된 것일까?)

공자무; [따지고 보면 다 내 불찰이었다.]

공자무; [우리 일족 외에는 그걸 만질 수도 사용할 수도 없다는 사실을 믿고 너무 방심했다.] [아예 눈에 띠지 않도록 좀 더 깊은 곳에 숨겼어야만 했다.]

공대벽; (암흑철수를 우리 일족만이 만지고 쓸 수 있다고?) (그렇다는 건 설마....!) 뭔가 깨닫고 흥분하는데

공자무; [첫째야.]

공대벽; [예 아버님!] 흠칫 정신 차리고

공자무; [너는 이 일을 누구에게도 발설해선 안 된다.] [만약 내게 안 좋은 일이 생기더라도 너는 다만 둘째와 의논해야지 다른 누구와도 이에 대해 말해서는 안 된다.]

공대벽; [아버님! 어찌하여 거듭 불길한 말씀을 하십니까?] 당혹

공자무; [내 말을 명심하고 명심해라.] [만약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넌 누구도 믿어선 안 된다.] 깊은 한숨

공자무; [물론 네 아우들은 믿을 수 있겠지만 둘째 외에는 연관시키지 마라.]

공대벽; [...!]

공자무; [신과 귀가 너를 도울 것이다.] 힘겹게 일어나고

공대벽; (설마 아버님은...!) 불길한 예감에 흠칫할 때

공자무; [네 어머니와 너희 형제들에게 전할 말은 각자 한통씩의 편지로 남겼다.] 책상 쪽을 돌아보고.

공대벽도 흠칫 돌아보니 책상 위에는 다섯 통의 편지가 나란히 놓여있다

공자무; [나는 이 길로 마땅히 수습해야할 일을 하기 위해 세상으로 나가야겠다!] 문으로 걸어가고

공대벽; (역시...) + [부디 옥체보중하시옵소서!] 뒤에 대고 절하고

문을 열려다가 멈칫하는 공자무

뒤에서 말없이 엎드려 있는 공대벽

공자무; [네 어머니를 부탁하마!] 한숨 쉬고

이어 문을 열고 나간다

문 밖에는 긴장한 무사들이 서있다가 고개 숙이고

! 다시 닫히는 문. 방안에는 엎드린 공대벽만이 남아있고

공대벽; (생각없는 막내가 금기를 범했구나!) (위태로운 균형을 이루고 있던 세상을 단번에 흔들어놓을 수도 있는...!) 고개를 들고

공대벽; (과연 이 파문의 종착은 어떤 결말일 것인가?) 한숨 쉬며 눈을 감고

<우리 가족은 이대로 영영 이산(離散)하여 한 지붕 아래 모일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닐는지...!>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공대벽의 모습이 멀어지고

 

#39>

-권씨세가 날씨가 화창한 오전.

경비 서던 무사들 흠칫.

날 듯이 다가오는 권일해(청풍)과 한검호(독고사룡). 권일해(청풍)은 뒷짐을 짚고 있고 한검호(독고사룡)은 자루를 한쪽 어깨에 짊어졌다.

[... 저분들은...!] 멀리서도 두 사람을 알아보고 눈 부릅뜨는 무사들

[가주님이다!] [가주님께서 돌아오셨다! 가주님께서 돌아오셨다.] 무사들 중 한 놈이 흥분하여 외치며 대문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단번에 난리가 나는 권씨세가. 여기저기서 노인들과 여자들이 뛰어나오고 [가주님이다!] [출타하셨던 가주님이 연락을 받고 돌아오셨다!]

[아가씨에게 알려라!] [가주님이 돌아오셨으니까 황금전장의 수전노들 다 죽었어!] 흥분하여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우왕좌왕하는 권씨세가 사람들

그 사이에 권씨세가 정문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가는 권일해(청풍)

[가주님!] [어서 오십시오 가주님!] 일제히 외치는 함성이 집안을 울린다. 정문 안쪽 마당 좌우에 쫙 도열한 권씨세가의 가솔들이 일제히 허리 숙이며 인사하고

[!] 고개 끄덕이며 굳은 표정으로 그들 사이를 성큼성큼 지나가는 권일해(청풍)

한검호(독고사룡); (진짜 자기 집에 돌아온 것처럼 태연하군!) 약간 겁에 질려 권일해(청풍)을 따라가고

한검호(독고사룡); (아무리 완벽하게 변장했다고 하지만 저런 의연함을 난 절대 흉내내지 못할 것이다!)

한검호(독고사룡); (울며 겨자 먹기로 주종지간이 되긴 했지만 주인은 어쩌면 정말 대단한 인물인지도 모르겠구나!) 생각하며 따라가는데

[가주님!] [분하옵니다 가주님!] 앞쪽에서 권씨세가의 여자들이 울며 주저앉는다

여자들; [돈놀이나 하는 천한 것들이 감히 본 세가를 능멸했어요.] [짐승같은 놈이 아가씨마저 희롱하고...!] [사생결단을 내고 싶어도 가주님의 분부가 없어서 그러지도 못했사옵니다!] 주저앉아 울고 애원하고. 멈춰서서 이마 찡그리는 권일해(청풍)

남자들;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가주님!] [당장 쳐들어가서 홀라당 뒤집어놓겠습니다!]

권일해(청풍); [이 무슨 경망한 짓들이냐?] 버럭 고함

모두들 찔끔

권일해(청풍); [내가 잠시 자리를 비웠기로서니 집안의 기강이 이렇게 무너졌단 말이냐?]

모두들 겁에 질려 고개 떨군 채 눈치를 보고

권일해(청풍); [밖은 경계가 허술하여 원수가 넘보기 쉽고 안은 질서가 없어 어지럽기 이를 데 없구나!] [이러고도 감히 무림의 세가라고 말할 수 있느냐?] [너희들은 정녕 부끄럽지도 않느냐?] 둘러보며 호통을 치고

모두 삭이 죽고

권일해(청풍); [총관! 총관은 어디 있느냐?] 눈을 부라리며 주위를 둘러보고

사내1; [... 총관님은 황금전장을 포위하기 위해 원로들과함께 고수들을 이끌고 가셨습니다!] 겁에 질려 눈치보며

권일해(청풍); [전부 황금전장으로 몰려갔다?]

권일해(청풍); [세가가 언제부터 협잡질이나 하고 있었단 말이냐?] [쳐들어갈 거면 쳐들어가고 말 면 말 것이지!] 다시 걸음을 옮기고

권일해(청풍); [즉시 가서 전부 세가로 돌아오라 하라!]

[... 분부 받들겠습니다!] 한 놈이 급히 대답하고

밖으로 튀어나간다

권일해(청풍); [무기를 들 수 있는 자들은 모두 나서서 집 안팎을 물샐틈없이 경계하라.] [잡인(雜人)은 일체 세가에 들고 나지 못하게 하라!]

[존명!]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들여보내지 않겠습니다!] 큰소리로 대답하는 무사들.

사방으로 우르르 흩어지는 무사들. 좀 나이가 있는 무사들 몇 명만 권일해(청풍)의 눈치를 보며 따라간다.

권일해(청풍); [그동안의 경과를 보고 받겠다.] [완이에게도 대청으로 오라고 전하라!]

[예 가주님!] 한 놈이 대답하고 튀어간다.

권일해(청풍); [못난 것들...!] 짐짓 화를 내며 대청으로 가고

한검호(독고사룡); (대단하다. 단번에 권씨세가의 식솔들을 휘어잡는구나!)

 

#40>

권완의 거처. 시녀들이 경계를 서고 있고

커튼을 내려 어둑한 방안에는 바닥에 방석을 놓고 책상다리로 앉은 권완이 눈을 감은 채 참선 중이다. 방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휘이이! 권완의 몸에서 일어난 산들바람 같은 것이 권완의 몸 주위를 돌고 있고. 그때

[... 아가씨!] 밖에서 들리는 헐떡이는 소리. 권완의 귀가 쫑긋하고

무사; [... 출타하셨던 가주님께서 귀가하셨습니다.] 건물 밖에 서서 포권하며 헐떡이고

권완; <아버지가?> 움찔

무사1; [경과보고를 받으시겠다면서 아가씨도 급히 오시라는 분부이옵니다!]

권완; (아버지는 집안일보다 바깥일을 더 중시하시는 분이신데...) (중요한 약속을 파기하고 돌아오시게 하다니.... 나는 참으로 불효막심한 자식이로구나!) 입술 깨물고

무사; [왜 대답이 없으신 거냐?] 시녀들에게 묻고

시녀들; [수련이 중요한 단계에 이르신 모양이옵니다.] [방해하지 말라는 엄명이 계셔서 저희도 들어가서 확인해볼 수가 없사옵니다.] 울상 짓고

무사; [... 하지만 가주님께서 꼭 모셔오라는 분부를 내리셨는데...!] 초조해하고

 

#41>

황금전장.

거실에서 편지를 읽고 있는 진군소. 편지를 쥔 손이 파르르 떨린다. 공대벽이 그 앞에 공손히 서서 기다리고 있다.

진군소; [첫째야!] 비감어린 표정으로 편지를 내려놓고

공대벽; [예 어머니!]

진군소; [오늘부터 네가 황금전장의 장주다.] [거처를 네 아버지가 쓰던 집무실로 옮기도록 해라!] 억지로 울음 참는 표정으로 말하고

공대벽; [그리하겠습니다.]

진군소; [집안일에 대해... 네게 해줄 말이 많다만....] [지금은 에미의 심기가 평온하지 못하니 다음으로 미루도록 하자!]

진군소; [다만... 매사에 담대하고....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복을 타고난 행운아임을 믿고 의심치 말라는 말은 미리 해두마!] 말하면서도 시선은 창밖으로 향하고

공대벽; [각골명심하겠습니다.] 포권하고

공대벽; [하온데....!] 눈치 살피고.

공대벽; [아버님은 어디로 가신 것인지요?]

진군소; [아마도... 그 사갈(蛇蝎)같은 년에게 달려갔겠지.]

흠칫하지만 묻지는 않는 공대벽

진군소; [만마천(萬魔天)의 천주 마서시(魔西施) 구령(瞿玲)!] [네 아버지에게 암흑철수를 맡겨서 오늘날의 풍파를 야기한 그 불여우를 찾아갔을 것이다!] 바득 이를 갈고

 

#42>

권씨세가. 삼엄한 경계.

대청. 대청 주위로도 삼엄한 경계가 펼쳐져 있고.

대청 안에서는 상좌에 위엄있게 앉은 권일해(청풍)이 중늙은이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권일해(청풍)의 뒤에는 한검호(독고사룡)이 서있고. 대청에는 십여명의 중년인들이 바짝 쫄아서 도열해있다.

중년인; [.... 황금전장의 장남이 그 정도의 고수인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중년인; [게다가 그놈들은 빈 옷을 날려 추격을 분산시킨 뒤 거짓된 정보를 남발하여 혼란을 부추킨 후 달아났습니다.]

권일해(청풍); [좋구나!] 자기도 모르게 손바닥으로 의자 손잡이를 때리고

[?] 사람들 어리둥절하며 보고

권일해(청풍); (아차!) (나도 모르게 형들의 절묘한 탈출에 감탄하고 말았다!) 움찔하고

뒤에서 작게 헛기침을 하며 경고를 보내는 한검호(독고사룡). 하지만

권일해(청풍); [! 겨우 두 명의 애송이에게 세가 전체가 농락당하다니...!] [집안 꼴 참 좋~구나!] 코웃음을 치며 사람들을 노려보고

[..... 죄송합니다!] [면목이 없습니다 가주님!] 삭 죽어서 고개 떨구는 사람들

한검호(독고사룡); (하여간 순발력하고는...!) 피식 웃고

권일해(청풍); [지금은 잔머리를 굴릴 때도 적의 눈치를 살필 때도 아니다!] [전력을 기울여 세가의 손상된 위신과 위엄을 회복해야만 하는 때이다!]

권일해(청풍); [원로들이 돌아오는 대로 황금전장을 요절낼...!] 말하다가 눈 부릅 입구 쪽을 본다

모든 사람들이 입구 쪽을 보는데

대청으로 들어서는 일단의 노인들. 권필중을 비롯한 세가의 원로들과 총관. 그들에게 둘러쌓여 들어오는 철궁 십이사의 세노인. 세노인들 중 오사가 보자기에 싼 족보와 차용증, 전표다발을 들고 있다.

세노인 크로즈 업

권일해(청풍); (일사(一師), 삼사(三師), 오사(五師)!) 눈 부릅

권일해(청풍); (젠장할! 저 영감탱이들이 쓸데없이 일찍 도착해서 산통을 깨는군!)

권일해(청풍); (내 선에서 본장으로부터 배상금을 올려 받고 사죄를 받아내는 정도로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거늘....!) 실룩거리고. 그때

청풍; (병신들! 개미새끼 한 마리 들여보내지 않는다더니만....!) 험악한 표정으로 무사들을 노려보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 사이에 권씨세가 원로들과 함께 다가서는 세 노인

권필중; [가주! 때 맞춰 잘 돌아왔네!]

권필중; [이분들이...!] 말하는 걸 손을 들어 막는 권일해(청풍)

고개 끄덕이고 옆으로 물러서는 권필중

권일해(청풍); [철궁의 노사들께서 어쩐 일로 본 세가를 다 방문해주셨소?] 냉소하며 성의없이 포권을 하고

일사; [가주께 좋은 소식을 전하려 왔소이다.] 마주 포권하고

권일해(청풍); [좋은 소식?] [으하하하하하!] 분노한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리고

권씨세가 사람들도 분노한 표정으로 세노인을 노려보며 주먹 불끈 쥐고

일사; [가주! 분기(憤氣)가 일더라도 일단 늙은이들의 말은 들어 봐야하지 않겠소이까?] 권일해(청풍)을 달래려고 하지만

권일해(청풍); [저들을 왜 들여보냈느냐?] [잡인은 일체 들여보내지 말라고 한 명령을 잊었느냐?] 문간에 불안한 표정으로 서있는 중년무사를 노려보고

중년무사; [... 죄송합니다! 원로님들께서 동행하신지라....!] 사색이 되어 무릎을 꿇고

권일해(청풍); [가주인 나의 명령마저 허술히 여길 정도로 기강이 흐트러지다니...!] [결단코 용서할 수 없다!] 무시무시하게 화를 내고

사색이 되어 엎드리는 무사들. 그때

권필중; [가주! 철궁의 노사들을 데리고 온 건 내 독단이었으니 아랫것들을 책하지 마시게!] 나서서 중재하고

권일해(청풍)은 귀찮다는 듯 권필중에게 손을 젓고

권필중도 주눅이 들어 혀를 차며 물러서고

권일해(청풍); [방금 좋은 소식이라고 했소?] 철궁의 세 노인을 차갑게 돌아보고

권일해(청풍); [혹시 노사들께선 간특한 제자놈의 목이라도 들고 오신 것이오?] 일사를 노려보고

일사; [제자 놈의 목은 가져오지 못했지만 그놈의 목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고자 왔소이다.] 넉살좋게 말하며 포권하고

권일해(청풍); (그러면 그렇지!) + [목을 딸 수 있는 방법?] 냉소

권일해(청풍); [그래 어디 사부가 제자의 목을 파는 장면을 한 번 구경해 봅시다!] 빠드득 이를 갈며 다시 자리에 앉고

<권일해가 정말 화가 났군!> <하긴 금지옥엽의 정조가 훼손당했으니 그럴만도 하지!> 삼사와 오사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일사; [우리는 청풍이놈을 두 살 때부터 맡아 가르쳤소이다.] 그런 삼사와 오사를 힐끗 흘겨보며 말하고. 찔끔하는 삼사와 오사

일사; [덕분에 우리보다 그놈에 대해 더 잘 아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오.]

권일해(청풍); [제천대성이라 불리는 그놈이 철궁의 당대 궁주라고 들었소.]

권일해(청풍); [제자이자 궁주인 그놈을 당신들 손으로 팔아넘기겠다는 말을 믿으라는 것이오?]

삼사; [사실 본궁의 궁주는 대수롭지 않은 존재외다.] 껄껄

삼사; [궁주라고 해봤자 죽으면 다시 세우면 그뿐!] [더구나 우린 궁주의 아랫사람이 아닌 사부들인데 무엇인들 못하겠소?]

권일해(청풍); (오호라! 그랬다 이거지?) (날 궁주로 세운 건 순전히 핫바지로 써먹기 위해서라고?) 분노하고

삼사; [자랑은 아니오만 우리를 제외하고는 천하에서 청풍이놈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요.]

권일해(청풍); [살아서 돌아가고 싶다면 속히 방법을 말하시오.] 냉소

권일해(청풍); [본 가주는 당신들처럼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늙은이들과는 구역질이 나서 길게 얘기를 하지 못하겠소.]

<저놈이 감히...!> <아무리 화가 났기로서니 할 말과 하지 말아야하는 말이 있거늘...!> 삼사와 오사 분노

일사; [이 일은 가주 혼자서 결정할 수는 없고 가주의 영애와 함께 의논해야 할 것이오.] 삼사와 오사를 곁눈질로 진정시키고

권일해(청풍); [가엾은 내 딸을 다시 한 번 진창에 끌어내라고?] 냉소

권필중; [가주! 세분노사의 말을 경청하시기 바라네.] 보다 못해서 다시 나서고

권필중; [철궁은 이런 방면으로는 탁월한 곳이니 신뢰할 만하지 않은가?] [더구나 세분은 황금전장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고 계시다고 하네!] 말하며 흘깃 오사가 두 손에 들고 있는 보자기에 눈길을 주고

권일해(청풍); (옳거니! 세가의 늙은이들은 아버지가 제시한 막대한 배상금에 마음이 동했구나!)

권일해(청풍); (체면상 내색은 못하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한몫 크게 챙겨서 세가의 위세를 회복하는데 사용하고 싶겠지!)

권일해(청풍); (원로들의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었다면 의외로 일이 쉽게 마무리 될 수도 있다.) (권완만 잘 구슬려서 제안을 받아들이게 하면 되니까!)

일사; [하늘 아래 대화로 풀지 못할 일이 무에 있겠소?] 권일해(청풍)의 눈치를 살피며 은근히 말하고

권일해(청풍); [세상에는 재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있는 법이오!] 냉냉

일사; [말인즉 맞는 말씀이외다!]

일사; [다만 가주께선 영애의 심사를 걱정하시는가 본데...] [괜잖다면 노부가 영애를 직접 뵙고 위무(慰撫)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기 바라외다!]

권일해(청풍); [완이가 사실상 본가의 주재(主宰)이니 만나게는 해주겠소!]

권일해(청풍); [하지만 완이가 원한다면 본 세가는 전력을 기울여 오늘 해가 기울기 전에 황금전장을 지상에서 없이 해버릴 것이오!] 준엄하게 말하고

모든 사람들이 꿀꺽 긴장한다.

권일해(청풍); [완이를 불러오라고 했는데 어찌 기별이 없느냐?] 입구를 향해 호통 치고

무사; [... 가주님!] 권완의 거처에 갔던 그 무사가 겁에 질려 나서고

무사; [아가씨께서는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으셔서 그만...!]

권일해(청풍); [별 수 없군!] 자리에서 일어나고

권일해(청풍); [오지 못하는 사정이 있는 듯하니 함께 완이의 거처로 가봅시다!] 성큼 성큼 걸어나나고. 사람들 우루루 따라나간다.

철궁의 세노인도 어느 정도 안심한 듯한 표정으로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나가고

권일해(청풍); (못된 너구리들 같으니...!) 앞장 서서 가며 그런 세 노인을 곁눈질하고

권일해(청풍); (감히 날 핫바지로 여겼다 이거지?) (조만간에 피눈물을 흘리며 후회하도록 만들어 주겠어!)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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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여전히 위의 그 객잔. 좌우로 방이 있는 좁은 복도. 복도 끝에 두꺼운 나무문이 달린 밀실이 있고. 밀실 앞에는 음리붕이 무료한 표정으로 하품을 하며 의자에 앉아있다. 복도 좌우의 방들은 상춘우가 전세를 내서 사람이 없다.

하품하다가 흠칫하며 눈을 뜨는 음리붕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권일해(청풍)와 한검호(독고사룡). 한검호(독고사룡)은 군용 더플백같은 자루를 한쪽 어깨에 짊어졌다.

음리붕; (저자는 설마!) 긴장하며 눈 부릅뜨고

히죽 웃으며 다가오는 권일해(청풍)의 얼굴 크로즈 업

음리봉; (도룡신도 권일해!) 경악하며 벌떡 일어선다

 

음리붕이 지키고 있는 그 방 내부. 창문이 없는 사방 벽에 두터운 솜이불을 붙여서 방음이 잘 되게 되어 있다. 마치 녹음 스튜디오 같고. 일종의 공방이다. 여러 가지 도구와 물건들이 여기저기 탁자에 널려있다. 그 밀실 안에 상춘우와 세 명의 살수가 있다. 음리붕과 음양인인 지고운이 빠진 상태다.

네 사람이 둘러앉은 탁자 위에는 당구공만한 구슬들이 네 종류가 있다. 빨간색. 검정색. 흰색. 회색. 송이 깔려있는 네 개의 바구니에 각기 여섯 개씩 총 24개가 들어있다. 여섯 사람이 하나씩 갖고 가도록 만든 것. 바구니 마다 뚜껑이 달려있다. 상춘우는 흰색 벽력탄을 하나 들어서 살펴보고 있다.

상춘우; [그러니까 이게 짙은 연막을 일으킨다는 백무벽력탄(白霧霹靂彈)이로군!] 손가락으로 구슬을 들고 요리 조리 살피고

전정무; [... 조심해서 다루시오 상형!] 기겁하며 두 손을 상춘우의 손 아래 받힌다. 상춘우가 떨어트리면 받으려고

정정무; [비록 백무벽력탄이 연막을 일으켜 적의 눈을 가리는 물건이라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벽력탄이오!]

전정무; [그게 이 안에서 터진다면 다른 벽력탄들이 연쇄적으로 터져 우린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오.]

종리전; [!] 겁쟁이 종리전이 겁에 질려 상체를 뒤로 젖히고

위지삼수; [오싹한 얘기로구만!] [이래서 난 화탄은 질색이라니까!] 어깨 으쓱하고,

그 사이에 상춘우는 흰색 벽력탄을 원래 바구니에 내려놓고

상춘우; [이 회색 벽력탄은 뭔가?] 그 옆의 회색 구슬을 본다.

전정무; [아주 큰 소리를 내서 사람들의 혼을 빼버려 잠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굉천벽력탄(轟天霹靂彈)이오!]

상춘우; [소리로 상대를 무력화시킨다?] [제법 쓸모가 많겠군!] 하나를 집어들어 살피고

전정무; [검정색이 세 치 두께의 철판도 깨트릴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폭렬벽력탄(爆裂霹靂彈)이고....] 검은 색 구슬

전정무; [빨간색은 반경 십장을 화염지옥으로 만들 수 있는 신화벽력탄(神火霹靂彈)이오.] 붉은 색 구슬을 보여주고

전정무; [우리 여섯이 각기 하나씩 소지할 수 있도록 총 이십사개를 만들었소!]

상춘우; [하룻밤 새 네 종류의 벽력탄을 만들어내는 자네 실력이 정녕 놀랍군.] 회색 벽력탄을 만지작. 이게 마음에 들었다.

전정무; [역시 나 전정무를 알아주는 사람은 상형밖에 없소.] 감격

전정무; [자랑은 아니지만 벽력문(霹靂門)에서도 벽력탄 빨리 만드는 걸로는 아무도 나를 따르지 못했었소.]

상춘우; [수고했고...] [각자 종류별로 한 알씩 지참할 수 있는 보관용기도 준비해주게.] 원래 자리에 회색벽력탄을 놓고

상춘우; [거사는 오늘밤이니 서둘러야할 걸세!]

[드디어!] [알겠소이다!] 위지삼수와 전정무가 흥분하여 눈 번쩍. 바로 그때

음리봉; [상형!] 문이 쾅하고 열리면서 음리붕이 뛰어든다. 모두 놀라서 돌아보고

음리봉; [큰일났소! 도룡신도 권일해가 쳐들어왔소이다!] 등 뒤의 문을 다급히 닫으며 외치고

[뭐라고?] [권일해가 쳐들어와?] 위지삼수와 전정무가 경악하며 벌떡 일어나고. [!] 상춘우는 눈 부릅뜨지만 그리 놀라지는 않는다. 하지만

종리전; [으악!] 겁 많은 종리전이 비명 지르며 뒤로 발라당 넘어진다. 의자에 앉아있던 채로 넘어지는 모습이고

! 그 바람에 발 끝으로 탁자 아래를 걷어차게 되고

와르르! 벽력탄이 들어있는 바구니들이 흔들리며 벽력탄들이 쏟아지려 한다

전정무; [안돼!] 비명 지르며 덮쳐서 두 팔로 바구니들을 와락 끌어안고. 상춘우도 흠칫하며 보는데.

떼굴! 바구니들 중 하나에서 구슬 하나가 굴러 나와 기울어진 탁자를 따라 구른다. 회색의 굉천벽력탄이다.

! 바닥에 떨어져서 튀어오르는 굉천벽력탄.

모두들 굉천벽력탄을 보며 경악과 절망.

! 튀어오른 굉천벽력탄의 표면에 수많은 금이 가며 안에서 밝은 빛이 번져나온다. 폭발 직전의 징조다

<죽었다!> <연쇄폭발!> 위지삼수, 전정무, 종리전등의 절망. 전정무는 탁자 위에 엎드린 자세로 두 팔로 바구니들을 쓸어안은 모습. 그 직후

! 누군가의 손이 터지려는 굉천벽력탄을 움켜잡는다

콰득! 손을 옆으로 뻗어 굉천벽력탄을 움켜잡은 채 손을 홱 돌리는 굳은 표정의 상춘우. 내공으로 굉천벽력탄을 감싸는 모습이다. 직후

! 굉천벽력탄을 움켜쥔 상춘우의 손아귀 사이로 강한 빛이 터져 나온다

[!] [!] 온몸이 흔들리는 실내의 다섯 사람. 몸의 형태가 마구 겹쳐지는 모습이고

퍼퍽! ! 초음파에 강타당해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다섯 사람. 전정무는 바구니를 끌어안고 탁자 위에 엎드린 자세

상춘우; <젠장할...!> 앉은 자세대로 뒤로 쓰러지며 이를 악문다. 폭발에 휘말린 손은 피투성이가 되어있다. 폭발력이 약해서 손이 아주 작살나진 않았고

상춘우; <뭐 하나 되는 일이 없어!> 콰당! 뒤로 나뒹굴며 기절한다

 

복도 끝의 닫힌 문 앞에 서서 흠칫하는 권일해(청풍)와 한검호(독고사룡). ! 드드드! 건물 전체가 진동을 일으킨다. 하지만 그리 큰 진동은 아니고 소리도 크지 않다.

권일해(청풍); [뭐지?] 흠칫 주위 둘러보고

한검호(독고사룡); [바보같은 놈이 실수로 굉천벽력탄이란 걸 터뜨린 모양입니다.]

권일해(청풍); [실내에서?]

한검호(독고사룡); [아직 애송이로 보이더라니... 이런 어이없는 실수까지 하는군요.] [저 실력으로 과연 무영동부에 들어갈 수나 있을지 염려스럽습니다!] 한숨 쉬며 문을 연다

문이 열리며 안쪽의 상황이 드러난다. 연기가 자욱한데 다섯 놈이 기절해있다. 전중무는 바구니들을 끌어안은 자세로 탁자에 얼굴 쳐박은 자세로 기절했고 음리붕은 문 옆의 벽에 기댄 채 늘어져 있다. 위지삼수와 종리전은 바닥에 나자빠져셔 해롱거린다. 상춘우도 벌렁 나자빠져 있고. 전부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권일해(청풍); [방음장치를 확실하게 해놨군!] 안으로 들어서며 둘러보고

권일해(청풍); [덕분에 엄청 큰 소리가 났는데도 바깥에선 거의 들리지 않았어!]

한검호(독고사룡); [무영동부의 비급에 적힌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문을 닫고

한검호(독고사룡); [제자가 이자들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도 이 방에 설치된 방음장치 덕분이었습니다.]

권일해(청풍); [딱 보기에도 이자가 두목이로군!] 상춘우를 내려다보고

한검호(독고사룡); [타고난 살수입니다. 어딜 봐도 도둑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권일해(청풍); [내 생각도 그래!] ! 발로 상춘우의 옆구리를 걷어차고

움찔하면서 정신을 차리는 상춘우

상춘우; (재수 옴 붙었다는 건 나한테나 어울리는 말이다!) 억지로 눈을 뜨려 애쓰며 이를 깨물고

상춘우; (엄청난 적자청부를 받은 것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하는 일마다 꼬이기만 하는 건가?) 한숨 쉬고

그러다가 눈 부릅 상춘우

권일해(청풍); [대충 정신 차렸으면 일어나지 그래!]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내려다보며 웃는다. 한검호(독고사룡)은 권일해(청풍)의 뒤에 서있고

상춘우; (... 권씨세가의 가주 권일해가 정말로 쳐들어오다니...! 확실하게 망했다!) 절망하는데

권일해(청풍); [꾀병 부리는 것같진 않군! 네가 좀 도와줘라 검호야!] 뒤돌아보며

한검호(독고사룡); [예 사부님!] 대답하고 앞으로 나서고

옆에 한 무릎 꿇고 손바닥을 상춘우의 가슴에 대는 한검호(독고사룡)

! 한검호(독고사룡)의 손바닥이 빛을 발하고

[!] 전기충격 받은 듯이 펄떡 뛰는 상춘우의 몸뚱이

상춘우; (일개 제자조차 나보다 몇 배나 되는 공력을 지니고 있다니... 십대세가의 무공은 정말 대단하구나!) 지지지! 공력을 주입당하며 벌벌 떨고.

그 사이에 권일해(청풍)은 벽력탄을 집어들고 살피고 있다.

한검호(독고사룡); <바보 같은 놈!> 이윽고 손을 떼며 상춘우에게 텔레파시를 보내고

흠칫 상춘우

한검호(독고사룡); <네놈같이 덜 떨어진 게 무영동부의 대를 이어야한다니 한심하기 그지없구나!> 노려보며 일어나고

상춘우; (내가 무영동부의 비전을 연마했다는 것까지 알고 있단 말인가?) 경악하고.

상춘우; (황금전장의 보고로 들어갈 수 있는 장보도와 함께 무영동부의 비급을 얻은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는데....!)

권일해(청풍); [준비를 단단히 했군! 과연 누굴 죽이려고 벽력탄까지 대량으로 만들었을까?] 벽력탄을 살피며

상춘우; [죽일 테면 죽이시오.] 이를 악물고

권일해(청풍); [뭐야?] 찡그리며 돌아보고

당황하는 한검호(독고사룡)

상춘우; [본인이 금릉에서 일을 벌이려고 하긴 했소만... 당신네 권씨세가를 노린 것은 결코 아니오.] 힘겹게 일어나고

상춘우; [그래도 실패한 이상 살 생각은 없소! 깨끗이 죽여주시오!] 고개 번쩍 쳐들며 당당하게

권일해(청풍); [하하하! 죽기를 자청한단 말이지?] 살벌하게 웃고. 당황하는 한검호(독고사룡). 다음순간

한검호(독고사룡); [건방진 놈!] 철썩! 상춘우의 뺨을 후려친다.

입에서 피를 토하며 나뒹구는 상춘우

한검호(독고사룡); [감히 어느 분 면전이라고 독사처럼 고개를 세우는 것이냐!] 노려보고

상춘우; [으하하하! 치욕을 당하는 것은 나 자신의 무능 때문이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비장하게 웃고

한검호(독고사룡); [이놈이 그래도!] 상춘우의 멱살을 두 손으로 움켜쥐어 쳐들며 눈을 부라리고

권일해(청풍); [놔줘라!]

한검호(독고사룡); [예 사부님!] 상충우의 멱살을 놔주고

권일해(청풍); [표적이 누구냐?]

상춘우; [말할 수 없소.]

권일해(청풍); [오늘 이 자리에서 죽고 싶으냐?] 웃고

상춘우; [나 상춘우, 비록 재수가 없어 귀하에게 잡혔으나 일어서도 살수, 누워도 살수요.] [죽이시오!] 단호하게

권일해(청풍); [인간백정 주제에 임협(任俠;협객) 흉내를 내겠다?] 피식 웃고

권일해(청풍);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묻겠다. 두 번의 기회는 없다!] 살벌

권일해(청풍); [누구를 죽일 계획이었느냐?]

상춘우; [백번을 물어도...!] + 한검호(독고사룡); <닥치지 못할까?> 권일해(청풍)이 눈치 못 채도록 권일해(청풍)을 등진 채 상춘우에게 다급히 텔레파시를 보내고.

흠칫하며 입을 다무는 상춘우

한검호(독고사룡); <! 비록 젊은이로 변장을 하고 있다만 노부는 네놈이 비급을 얻은 무영동부의 까마득한 선배다.>

상춘우; <지금 나보고 그 말을 믿으란 거요?> 권일해(청풍)의 눈치를 보며 역시 텔레파시. 권일해(청풍)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벽력탄을 만지작거리며 야릇하게 웃고

한검호(독고사룡); <오냐! 네놈이 얻은 비급에 적힌 색혼조(索魂爪)의 구결을 읊어주마! 맞는지 비교해봐라!>

이어 권일해(청풍)의 눈치를 보며 입을 오물거리고

[!] 놀라는 상춘우

한검호(독고사룡); <어떠냐? 이제는 믿겠느냐?>

상춘우; <하지만 후배에게도 지켜야할 긍지가 있는데...!> + 한검호(독고사룡); <긍지고 나발이고 살아있어야 의미가 있는 게 아니냐?>

한검호(독고사룡); <네가 하는 말은 절대 이 방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다! 순순히 털어놓으면 네게 도움이 되면 되었지 손해는 없을 테니 이실직고해라!>

상춘우; (선택의 여지가 없군!) + [나는 적포동의 살수 상춘우요.]

상춘우; [미리 말해두지만 청부자가 누군지는 나도 알지 못하오. 중개인으로부터 일을 맡았기 때문이오.]

권일해(청풍); [뭐 그건 믿어주기로 하지!] [죽이려고 한 대상이나 털어놔 봐!] 웃고

상춘우; [암살 대상은 두명이오.] [부자지간인데... 두 분도 이름을 들으면 놀랄 거요!]

권일해(청풍); [부자지간이라... 어째 찜찜한 예감이 드는 걸?] 찡그리고

상춘우; [바로 황금전장의 장주와 그의 막내아들이오!]

[!] [!] 놀라는 권일해(청풍)과 한검호(독고사룡)

 

빈민가의 모습. 시간이 조금 지났고

권일해(청풍); [그러니까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서 살인과 강도를 병행하기로 했다?] 어이없고. 한검호(독고사룡)도 굳은 표정. 권일해(청풍) 앞에 책상 다리를 하고 앉은 상춘우를 제외하고 다른 넷은 여전히 기절한 상태다.

상춘우; [적자를 메우기 위해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소!]

상춘우; [다행히 내게는 삼년전에 우연히 입수한 황금전장의 장보도가 있었소.]

상춘우; [공씨부자를 척살한 후 보고로 숨어들어가서 소란이 갈아앉기를 기다렸다가 한 몫 챙겨서....!] + 권일해(청풍); [지랄을 해라!] ! 앉은 채로 발길질을 해서 상춘우의 턱을 날려버린다. 턱이 들려서 뒤로 나뒹구는 상춘우. 움질하며 보는 한검호(독고사룡)

상춘우; [비록 살수지만 나도 장부요!] 피를 닦으며 일어나고

상춘우; [모욕하지 말고 깨끗이 죽....!] ! 상춘우의 마빡을 후려치는 전표 다발.

털썩! 분노하는 상춘우 앞에 떨어지는 전표 다발

상춘우; [권가주! 당신이...!] 분노하다가 흠칫 전표 다발을 본다

만냥짜리 전표 다발이다.

상춘우; (... 황금전장 발행의 전표...!) 놀라는데

권일해(청풍); [허튼 짓 말고 그거 먹고 떨어져!] [백만냥쯤 되니까 위약금 물고 동료들 몸값 줘도 제법 남을 거야!] 일어난다.

권일해(청풍); [대신 이 벽력탄은 내가 가져가도록 하지!] [전부 챙겨!] 한검호(독고사룡)에게 벽력탄들을 턱으로 가리키고

한검호(독고사룡); [예 사부!] 대답하고

이어 벽력탄들이 담긴 바구니의 뚜껑을 덮는 한검호(독고사룡).

상춘우; [권가주! 이건 너무 일방적인...!] 말하다가 부릅

어느 틈에 권일해(청풍)이 칼을 뽑아서 칼 끝으로 상춘우의 목에 겨누고 있다. 한검호(독고사룡)이 훔칫하며 보고 있고. 벽력탄이 든 바구니들을 뚜껑을 덮어서 자루에 넣던 중이다.

상춘우; (... 가공할 쾌도!) (칠대살수 중 한명이라는 내가 칼이 날아드는 걸 보지도 못하고 당할 정도라니...!) 비지땀

권일해(청풍); [한마디만 더 하면 그냥 콱! 쑤셔버린다!] 노려보고. 아주 살벌한 표정

상춘우; [으으으!] 바짝 얼어서 비지땀만 흘리고

권일해(청풍); [하는 짓이 귀여워서 봐주는 줄 알아라!] [지금 네 실력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번 청부 이행 못해!] ! 다시 칼을 칼집에 넣고

권일해(청풍); [오늘 이후로 내 눈에 다시 띄면 이유불문하고 때려죽일 테니까 알아서 해!] 돌아선다

권일해(청풍); [하여간 좆도 없는 것들이 주제도 모르고 설쳐요!] 궁시렁 대며 문을 열고 나간다

상춘우는 치욕에 떠는데

한검호(독고사룡); <저분 말씀을 따라라!> 자루를 한쪽 어깨에 짊어지고

한검호(독고사룡); <허튼 생각 말고 장보도나 잘 연구해서 황금전장의 보고에나 들어가 봐라. 그곳에서 황금의 산과 보석의 바다를 보게 될 것이다!> 흘겨보며 나간다.

문이 닫히고 혼자서 멍하니 앉아있는 상춘우

손에 들린 전표 다발을 보고

상춘우; (백만냥의 전표....!) 어이없고

상춘우; (이게 진짜인 걸 보면 꿈은 아닌데....!)

상춘우; (대체 내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당혹. 주변에는 동료들 네놈이 각가지 자세로 기절해있고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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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아침. 황금전장. 공대벽을 거느리고 뒷짐 진 채 걸어가는 공자무. 지나가던 시녀들과 무사들이 인사를 하고. 지금 객청으로 가는 중이다

공자무; [철궁(鐵宮)의 십이사(十二師)들 중 몇분이나 오셨느냐?]

공대벽; [세분이 오셨습니다.] [일사(一師), 삼사(三師), 오사(五師)님들이십니다.]

공자무; [열두분 모두 와주십사 청했다고 하지 않았느냐?] 찡그리고

공대벽; [아무래도 철궁에서는 이번 일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합니다.]

공자무; [만나보면 알겠지!]

그 사이에 웅장한 객청이 나타나고. 지키고 있던 무사들이 인사를 한다

안으로 들어가는 두 부자. 객청에는 세 명의 노인이 앉아있고 시녀들이 시중을 든다. 철궁 십이사 중 세 사람. 일사는 깐깐한 인상의 노인. 삼사는 옆으로 넓고 웃는 얼굴의 금복주같은 인상. 오사는 껑충한 키에 성질이 아주 까칠해 보인다.

공자무; [원로에 노고가 많으셨소이다 세분 노사!] 포권하고 공대벽도 고개 숙이고

일사; [어떤 경우라도 황금전장의 일을 최우선적으로 해결한다는 계약을 지키기 위해서 온 거니까 노고랄 것도 없소.] 앉은 채 고개만 까딱한다. 배경으로 나레이션 -철궁십이사의 첫째 문조두(文調頭)

공자무; [아직 식전(食前)이시겠지요.] [안 사람이 식사를 준비하고 있으니 잠시 담소하시면서 기다려 주시기 바라외다.] 세 노인과 마주 앉고. 공대벽은 옆에 서서 기다린다

일사; [급전을 띠운 걸 보면 예삿일이 아닌 듯 하오만...!] 말하다가 흘낏

객청 입구로 집사인 병수재가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다. 얼굴이 사색이 되었고

일사; [일이 생긴 듯하니 먼저 처리하시구려!] 문 밖에 서서 안절부절 못하는 병수재를 보며

공자무; [실례하겠소이다.] 고개 숙이고

이어 문간에 선 병수재에게 손짓을 하고

병수재; [... 장주님!] 사색이 되어 들어오고. 세 노인을 곁눈질하고

공자무; [괜잖으니 말하게 집사!] 끄덕

병수재; [... 장주님의 집무실에 도둑이 들었습니다.] 비지땀

공자무; [도둑?] 찡그리고. 공대벽도 흠칫하고

병수재; [... 지나가다가 창... 창문이 조금 열려있기에 들여다보았더니 난장판이...!]

공자무; [가서 살펴보고 오너라!] 공대벽에게

공대벽; [!] 고개 숙이고

병수재와 함께 서둘러 나간다

일사; [도둑맞을 줄 미리 알고 우릴 부른 건 아닐 테고...]

삼사; [보나마나 엎친 데 덮친 경우겠구려. 안됐소이다 공장주!] 냉소하는 모습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철궁십이사의 셋째 미보록(彌菩祿)

공자무; [도둑이 든 정도야 본장이 당면한 문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요.] 쓴웃음

오사; [겨우 권씨세가와의 갈등 때문에 우리 열두 사람을 전부 청한 거요?] 찡그리는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철궁십이사의 다섯째 연갱요(燕更夭)

공자무; [겨우가 아니외다.] 한숨

공자무; [철궁의 열두 사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우리 황금전장은 큰 결심을 해야할 수도 있소이다.]

[허허허!] 어이없는 듯 웃는 세 노인

일사; [장주! 본궁의 당대 궁주가 장주의 막내아들인데 우리 늙은이들이 할 일이 뭐가 있겠소?]

일사; [아무렴 바깥에 진치고 있는 권씨세가 나부랭이들을 본궁의 궁주가 어쩌지 못할 것 같소?]

삼사; [그렇다면 장주는 본궁을 너무 우습게 보는 거요.]

공자무; [열두분 사부께서 못난 아들놈을 잘 훈육해주신 점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소이다!] 포권하고

공자무; [하지만 이번 권씨세가의 일은 그놈이 당사자인지라 힘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는 게 문제외다!]

일사; [당사자라서 힘을 쓸 수 없다?]

일사; [장주는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을 잊으신 듯 하구료.] 코웃음을 치는데.

서둘러 들어오는 공대벽.

공자무; [또 실례를 해야겠소이다!] 세 노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공자무; [피해가 얼마나 났느냐?] 공대벽에게 고개 돌리고.

공대벽; [이번 달에 결산 본 전표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 외에 결산장부들과 아버님께서 아끼시던 물건들이 몇 가지 없어진 듯합니다.]

공자무; [범인은?] 찡그리고

공대벽; [()께서는 누군지 짐작이 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세 노인의 눈치를 살피며 말하고, 순간

공자무; [청풍! 그 망나니같은 놈이!] ! 화가 나서 자기도 모르게 주먹으로 탁자를 쾅 내려친다.

드드드! 객청 전체가 지진이 난 듯 흔들리고. 일사는 찡그리고. 삼사와 오사는 흠칫. 객청 밖의 무사와 시녀들 깜짝 놀라 비틀거리고. 놀라지 않는 사람은 공대벽 뿐이다.

<공자무가 실력을 숨기고 있었군!> 삼사와 오사 놀라서 서로 곁눈질하고.

<객청 전체가 흔들렸는데 정작 내려친 탁자는 전혀 손상이 가지 않았다!> 탁자를 보는 두 사람. 멀쩡한 탁자.

공자무; [나가 봐라!] 손을 저어 공대벽을 물러가게 하고

고개 숙이고 나가는 공대벽.

공자무; [은자 몇 푼 도둑맞은 건 작은 일이니 신경 쓰지 마시고 본장이 직면한 난제를 해결해주셔야겠소이다!]

일사; [우리 늙은이들이 동시에 나서야 할만한 일이 대체 어떤 건지 들어나 봅시다.]

공자무; [삼년전부터 권씨세가에 돈을 빌려주면서 일이 시작되었소이다!] 한숨

이어 설명하는 공자무의 모습. 심각하게 듣는 세노인.

 

황금전장의 다른 곳 보여준다. 여전히 황금전장을 포위한 채 감시하는 권시세가의 무사들도 보여주고. 주먹밥을 먹으면서 황금전장을 노려보는 권씨세가의 젊은 무사들

다시 객청

공자무; [결국 넷째가 무리하게 채권을 회수하려다 벌어진 일이외다!]

공자무; [이 족보가 바로 권씨세가의 비급인 줄 누가 알았겠소이까?] 탁자 위에 놓인 보자기를 가리킨다. 권씨세가의 족보가 든 보자기다.

일사; [그게 다요?]

공자무; [일단은 그렇소이다!]

오사; [결국 돈에 관련된 문제인데... 왜 우리 제자를 해결사로 보내지 않았소?]

삼사; [청풍이놈이 다시 갔다면 쉽게 해결을 봤을 일이구만!]

공자무; [그놈을 보냈다가는 권씨 일족에게 맞아죽었을 거외다.] 한숨

일사; [장주는 이런 일에 쓰려고 그 아이를 우리한테 보내지 않았소?] [한데 막상 써야 할 때는 전혀 쓰지 않고 우릴 불렀구려.] 냉소

일사; [이런 일은 우리 열두 사람이 나서는 것보다 그 아이가 백배는 더 잘 처리할 거요.]

공자무; [이거 참...!] 머리 긁적이고

공자무; [남사스러워서 말씀드리지 않은 게 한 가지 더 있소이다.] 한숨

일사; [말씀해보시오.]

공자무; [그 망나니 같은 놈이... 족보를 빼앗아오는 과정에서 권씨세가의 외동딸을 농락했다지 뭡니까?]

[... 농락?] 입 쩍 벌리는 세 노인

공자무; [강제로 입을 맞췄다는구려.] 한숨

[허어!] 기가 막히는 세 노인

공자무; [이런 상황에서 막내 놈을 권씨세가로 들여보냈으면 어찌 되었을 것 같소이까?]

삼사; [맞아죽었겠군!] 한숨 쉬고

일사; [사정은 잘 알았소.] 끄덕

일사; [제자를 잘못 가르친 죄도 있고 하니 이번 일은 우리 늙은이들이 맡도록 하겠소!] 일어나고

공자무; [폐를 끼치게 되었소이다!] 일어나서 포권하고

일사; [족보는 가져가겠소!] [가자!] 먼저 나가고

오사가 족보를 집어들고 삼사와 함께 따라 나선다

공자무; [식사를 하고 움직이시는 게 어떠실지...!] 세 노인을 따라가지만

일사; [밥 먹다 체할 일 없소! 이 길로 권씨세가에 가도록 하겠소!] 나간다

공자무; [끝나는 대로 들르셔서 사의를 표할 기회를 주시기 바라외다!] 입구에 서서 포권하고

돌아보지 않고 손만 들어 보이며 다른 두 노인과 함께 가는 일사

공자무; [철궁의 십이사가 직접 나섰으니 급한 불은 끌 수 있겠군!] 한숨

공자무; [!] 뒷짐 진 채 부르고

<! 주인님!> 어디선가 신이 대답하고. 이하 목소리만 들린다.

공자무; [내가 있으니 그대까지 집을 지키고 있을 필요없다. 빨리 쫓아가서 막내놈을 잡아와라!]

; [분부 받들겠습니다.] [헌데...]

; [큰공자님께서 모르고 보고하지 않으신 게 하나 있습니다.]

공자무; [?]

; [넷째 공자는 신투 독고사룡을 데리고 나갔습니다.]

공자무; [뭐라? 독고사룡을?] 눈 부릅 객청 안쪽의 바닥을 돌아보고

; [그렇습니다.]

공자무; [이런 융통성 없는 사람 같으니...!] [그놈이 독고사룡을 데리고 나왔으면 다리몽둥일 부러뜨려서라도 잡아놨어야지!]

공자무; [독고사룡이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는 누구보다도 그대가 잘 알잖는가?]

; [주인님께서 넷째 공자가 제 쪽으로 올라오면 보내주시라고 하셨기에......]

공자무; [당장 잡아와!] 버럭

; [존명!]

공자무; [이런 이런...!] 고개 설레 설레 젓고

공자무; [들고 튄 전표야 지급정지를 걸어버리면 되지만 독고사룡을 데리고 나간 건 굶주린 호랑이를 산에 풀어놓은 것과 진배없거늘...!] 의자로 가고

공자무; [막내 이놈이 애비 속을 긁어놓으려고 단단히 작정을 했구나!] 의자에 털썩 앉고

공자무; [맹세의 구속에서 벗어난 독고사룡을 다시 잡아들이는 건 그물로 바람을 잡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인데....!]

공자무; [꾸중 좀 들었다고 애비에게 억하심정을 품어?]

공자무; [불효막심한 놈같으니라고...!] 혀를 차고. 그러다가

<그 외에 결산장부들과 아버님께서 아끼시던 물건들이 몇 가지 없어진 듯합니다.> 공대벽이 보고한 말 떠올리며 눈 부릅 공자무

공자무; [혹시 그놈이.....!] 벌떡 일어나고

 

#35>

황금전장의 정문. 철궁십이사의 세 노인이 권씨세가의 원로들과 뭔가 얘기를 하고 있다. 주변에는 젊은 권씨세가 무사들이 살벌한 표정으로 서있고. 천막 안의 의자에 앉은 권필중이 뭔가 생각하며 일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 오사는 두 손으로 족보를 들고 있고

 

다시 황금전장 내부. 공자무의 집무실. 병수재와 무사들이 삼엄하게 경비를 서고 있고.

문간에는 공대벽이 굳게 닫힌 집무실 문을 돌아보며 갸웃거리고 있다.

집무실 안쪽. 난장판이 되어 있는데 진군소의 초상화가 옆으로 젖혀져 있고. 그 앞에 공자무가 서서 부들부들 떨고 있다.

초상화 안쪽의 비밀 금고. 장갑을 세워놓았던 쇠막대만이 덩그라니 서있다.

공자무, 다리에 힘이 풀려서 털썩 주저앉는다.

공자무; [... 이 천둥벌거숭이 같은 놈! 그게 뭔지나 알고 훔쳐간 거냐?] 사색이 되고

<천하가... 천하가 피로 물들게 생겼구나!> <나 공자무의 오만과 불찰로 인해....!> 주저앉아 절망하는 공자무의 모습이 멀어진다.

 

#36>

상춘우등이 머무는 빈민가의 객잔. 때는 해가 막 돋아난 오전이다. 아직 오전이라 빈민가는 한적한데

후미진 방. 탁자 앞에 앉아서 룰라랄라 하며 얼굴을 주물러대는 청풍. 구리거울을 탁자에 올려놓고 들여다보며 변장 중이다. 탁자 위에는 화장품과 가짜 수염등이 놓여있다. 방 한 구석에는 아버지의 집무실에서 훔쳐온 전표와 장부등이 든 자루가 놓여있고

청풍; [대충 된 거같지?] 얼굴을 마지막으로 손질하고

이어 거울을 들어본다. ! 거울 안에 나타나는 얼굴은 바로 도룡신도 권일해다. 수염만 없다. 이하 권일해(청풍)으로 표기

권일해(청풍); [완벽해! 완벽해! 도룡신도 권일해의 판박이야!] 거울에다가 이리 저리 비춰보며 만족해하고

권일해(청풍); [화장 좀 하고 수염만 적당히 붙이면 누구라도 속아 넘어가지 않고는 못 배길 걸?] 탁자 위에 올려놓은 가짜 수염을 집어들고

다시 룰루랄라하며 수염을 붙인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그때

독고사룡; [다녀왔소이다 주군!] 문을 열고 들어온다. 팔에는 두 벌의 옷과 두 자루의 칼이 들려있고

권일해(청풍); [어서 와. 영감!] 수염 붙이며 건성으로

독고사룡; [아직 이른 아침이라 문을 연 가게를 찾는 게 쉽지가 않았....!] 말하다가 부릅

! 수염 붙이고 있는 권일해(청풍)의 모습

독고사룡; [누구냐?] 경계하며 뒷걸음질 치려 하고. 그때

권일해(청풍); [나야 나! 소란 피우지 말고 문 닫어!] 변장에 열중하며

독고사룡; [... 주군?] 놀라고

권일해(청풍); [꼰대의 추적을 피하려면 변용(變容)을 해야해!] [마침 어떤 인간으로 변장할 일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얼굴을 바꾼 거야!] 화장 솔로 피부색을 고쳐 마무리를 하고

독고사룡; [옷과 칼을 사오라고 한 것도 변장을 위해서였구려.] 안도하며 문을 닫고

권일해(청풍); [어때? 목소리가 아니었으면 영감도 나 못 알아봤을 뻔 했지?] 돌아보고

독고사룡; [완벽한 역용술(易容術)이시오.] [헌데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얼굴인 것 같은데...!] 탁자 위에 옷과 칼을 내려놓으며 권일해로 변한 청풍을 보고

권일해(청풍); [이 얼굴이 누굴 닮았는데?] 얼굴 만지고

독고사룡; [그게 그러니까....!] 생각하고

독고사룡; [생각났소이다! 권씨세가의 가주인 권창연(權蒼淵)의 젊었을 적 모습과 흡사하구려.] 주먹으로 손바닥을 치고

권일해(청풍); [역시 신투답게 눈썰미가 좋구만!]

권일해(청풍); [권창연은 권씨세가의 이십오대 가주였고 이 얼굴의 주인은 권씨 세가의 이십칠대 가주인 도룡신도 권일해야.]

독고사룡; [주군은 어떻게 권씨세가의 가계(家系)를 그렇게까지 자세히 알고 계십니까?] 놀라고

권일해(청풍); [어쩌다보니 그 집 족보를 몽땅 외우고 말았어!] [영감도 얼굴을 바꿔야하니까 거기 앉아!] 앞을 가리키고

독고사룡; [죄송하외다 주군!] [노복은 이제껏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담을 넘었지만 얼굴을 가린 적은 한 번도 없었소이다.]

권일해(청풍); [고집부리지 말고 얼굴 내밀어!] [이번에는 도둑질하러 가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대문으로 걸어들어가야만 해!] 두 손으로 독고사룡의 얼굴을 주무르기 시작하고. 독고사룡은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내밀고

권일해(청풍); [영감이 지금 그 얼굴을 하고 나와 함께 들어가면 누가 날 도룡신도 권일해로 봐주겠어?]

독고사룡; [.... 백주 대낮에 권씨세가에 쳐들어가실 생각이시오?] 기겁하고. 그러면서도 얼굴을 권일해(청풍)에게 맡기고

권일해(청풍); [그래야할 일이 좀 있어!] [영감은 이제부터 권일해의 셋째 제자인 한검호가 되는 거야!]

독고사룡; [... 주군 혼자서 다녀오시면 안되겠소?] 울상을 짓고

권일해(청풍); [주인이 가는데 종도 당연히 가야지! 발뺌할 생각마!] 손으로 독고사룡의 얼굴을 주물럭거리고.

권일해(청풍); [게다가 꼰대의 추적을 피하려면 이렇게 하는 게 최선이야!] 권일해(청풍)이 주무르는 대로 독고사룡의 얼굴이 점차 한검호의 얼굴로 변한다

독고사룡; (팔자하고는....!) 죽상

독고사룡; (그나저나 어린 나이에 참으로 재주가 용하다.) (어떤 식으로 내공을 쓰는 건지 몰라도 내 얼굴이 흙반죽처럼 변해서 고정되고 있다!) 놀라고. 이윽고

권일해(청풍); [됐어!] 손을 떼고

권일해(청풍); [얼굴색만 좀 검게 바꾸면 영락없는 한검호야!] ! 한검호로 변한 독고사룡의 얼굴. 이하 한검호(독고사룡)으로 표기

권일해(청풍); [영감은 삼십년 넘게 햇볕을 보지 않아서 얼굴이 너무 하야니까 적당히 그을린 걸로 보이도록 해야만 해!] [화장 정도는 혼자서 할 수 있겠지?] 거울을 돌려세워서 들여다보게 하고

한검호(독고사룡); [손자뻘 애송이로 변했구려!] 거울 들여다보며 한숨

한검호(독고사룡); [헌데 이 역용은 얼마나 지속이 되는지요?]

권일해(청풍); [대충 하루 정도 지속이 되는데....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으면 얼굴에 위치한 혈도들에 공력을 세게 주입하면 돼!] 옷을 벗고 독고사룡이 새로 사온 옷을 입는다. 권일해가 입었던 것과 같은 옷이다.

권일해(청풍); [그럼 막혔던 혈도와 기맥들이 풀리면서 역용도 풀리게 될 거야!]

한검호(독고사룡); [늙은 노복이 권일해가 되고 젊은 주군께서 그의 제자가 되는 편이 자연스럽지 않겠소이까?] 거울 보며 불만

권일해(청풍); [한검호 노릇은 한번 해봐서 재미없어.] [또 이번에 내가 권씨세가로 가서 처리해야할 일은 권일해 모습으로만 가능해!] 옷을 입고 칼도 찬다.

한검호(독고사룡);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포기하고

한검호(독고사룡); [그보다 한 가지 보고드릴 일이 있소이다 주군!]

권일해(청풍); [당분간 주군이 아니라 사부라고 불러!]

한검호(독고사룡); [명심하겠소이다!]

권일해(청풍); [말투도 젊게 고치고!]

한검호(독고사룡); [!]

권일해(청풍); [그래 보고할 일이란 게 뭐야?]

한검호(독고사룡); [그게...!] 밖을 곁눈질하고

한검호(독고사룡); [아무래도 이 객잔에 노복, 아니 제자의 후배가 투숙하고 있는 듯합니다.] 속삭이고

권일해(청풍); [도둑놈이 근처에 있다고?]

권일해(청풍); [그럼 조심해야겠는 걸!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돈은 황실 일년 예산에 필적하는 어마어마한 거금이잖아!] 짐짓 놀란 척 하고

한검호(독고사룡); [문제는.... 그 후배란 놈들이 도둑이 아닌 걸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한숨 쉬고

권일해(청풍); [뭔 소리야?] [도둑놈 후배가 도둑이 아니면 도대체 누가 후배라는 거야?] 멀뚱

한검호(독고사룡); [주군의 부친께서 뿌린 장보도와 무영동부의 비급을 엉뚱한 자가 얻은 것 같습니다.]

권일해(청풍); [! 십오년마다 받아들인다는 무영동부의 새식구 얘기였구만!]

한검호(독고사룡); [헌데 고약한 건 이번에 장보도와 무공비급을 손에 넣은 게 도둑이 아니라 살수 나부랭이라는 점입니다.]

권일해(청풍); [살수가 무영동부의 새 식구가 된다고?] [오호! 그거 흥미로운데!]

권일해(청풍); [권씨세가에 갈일이 바쁘긴 하지만 어떤 인간인지 안 볼 수가 없군!] [앞장서!]

한검호(독고사룡); [예 사부!] 대답하고

이어 자루를 챙겨들고 앞장서서 나가고

권일해(청풍); (흐흐흐! 도둑이 아니라 살수 나부랭이들이 귀부의 장보도를 얻었다 이거지?) 음험하게 웃고

권일해(청풍); (잘 하면 꼰대에게 한 방 더 먹일 수 있겠는 걸!) 사악하게 웃으며 방을 나선다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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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강입니다.

다음에 와룡강의 홈 페이지 겸 팬카페인 와룡소가 있습니다.

 

 https://cafe.daum.net/waryonggang

 

 

무려 17년이나 된 나름대로 유서깊은 홈페이지입니다.

세월의 두께만큼 와룡소에는 적지 않은 콘텐츠가 존재합니다.

다만 각각의 게시판에는 열람등급이 존재합니다.

일정 등급 이상이 아니면 게시판별 열람에 제한이 되는 구조입니다.

이 게시판의 열람등급을 민족의 큰 명절 설날을 맞이하여 한시적으로 완화합니다.

각 게시판 열람등급의 조정 내역은 아래와 같습니다.

 

연공관;   무사 => 낭인

복마전;   당주 => 무사

지밀보고; 호법 => 당주

 

기한; 2021년 2월 5일~ 2월 14일  

 

2월 15일에 열람등급은 다시 원상복구됩니다.

회원등급 미달로 인해 열람하지 못하셨던 글들을 읽으시며 설날 연휴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이 늦게마나 새해 인사올립니다.

해피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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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황금전장. 때는 새벽. 제법 밝아졌지만 건물 사이의 그늘들은 여전히 어둑한데

권씨세가의 무사들은 살벌하게 황금전장을 에워싸고 있고. 황금전장의 무사들도 문과 담장 쪽에 포진하여 권씨세가 무사들의 동태를 살피고

공자무의 집무실인 건물. 무사들은 전부 외곽을 경비하느라 집무실 근처를 지키는 자들은 없다.

집무실 내부 모습. 청풍이 공자무가 던진 권씨세가의 족보에 얻어맞았던 바로 그곳

덜컥! 책꽂이가 돌아가며 비밀통로 입구가 나타나고

안에서 걸어 나오는 청풍. 한 팔로는 여전히 독고사룡을 끼고 있고

청풍; [역시 꼰대의 집무실로 연결되어있었구만!] 둘러보며 삐죽거리고

청풍; [출구를 예측 가능한 곳에 만들어놓은 걸 보면 꼰대도 그닥 머리가 좋다고는 못하겠어!] 독고사룡을 바닥에 눕히고

청풍; [영감! 그만 눈을 뜨셔!] ! 곤오용봉채로 독고사룡의 아랫배를 찌르고

움찔하며 정신 차리는 독고사룡

청풍; [자 그럼 어디 꼰대의 복장을 뒤집어놔볼까?] 일어나며 두리번거리고

독고사룡; [... 약속을 지켜라!] 헉헉!

뭔 소리인가 하고 돌아보는 청풍

독고사룡; [네 요구대로 양물을 잘랐으니 날 밖으로 데려가다오.]

청풍; [난 또 뭐라고.... 이미 밖이야!] 피식 웃으며 다시 돌아서고

[!] 깜짝 놀라며 눈을 부릅뜨는 독고사룡

천장이 눈에 들어오고

독고사룡; [... 여긴!] 벌떡 일어나고

독고사룡; [밖이구나! 정말 밖이야!] [내가 드디어 귀부를 빠져나왔어!] 주저앉아 둘러보며 흥분하여 주먹 불끈

고개 설레 저으며 공자무의 책상을 뒤지는 청풍

독고사룡; [... 죽기 전에 바깥바람을 마실 수 있게 되다니... 크으!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감격하여 울고

그러다가 움찔하며 자신의 사타구니를 만지고

독고사룡; (... 붙어있다!)

독고사룡; [... 공자! 노부의 양근을 자른 게 아니었구려!] 청풍을 보며 감격

청풍; [늙어 쪼그라든 거시기 잘라서 뭐에 쓰게?] 코웃음치며 책상을 뒤진다

청풍; [데리고 나올 때 번거로울 것 같아 혈도를 찍었을 뿐이야!] 책상의 서랍을 여는데 전념하고. 서랍은 덜컥 거리기만 할 뿐 안 열린다.

독고사룡; [크으! ... 이 은혜를 어찌 갚을지...!] 감격의 눈물 뚝뚝

청풍; [영감하고 놀아줄 시간 없으니까 적당히 감격해!] 책상 서랍을 잡아당겨 보고. 덜거덕 거리며 열리지 않는다

청풍; [잠가뒀다 이거지? 그래봤자 나한테는 열려있는 거나 다름 없지롱!] 소매 속에서 작은 핀 같이 생긴 만능열쇠를 꺼내고

청풍; [강제로 열면 간단히 열리겠지만 그랬다가는 꼰대가 금방 눈치채서 재미없어!] 열쇠구멍에다가 핀을 넣고 꼼지락

덜컥! 안에서 뭔가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청풍; [됐다! 역시 난 이런 쪽으론 천재야!] 서랍을 열고

청풍; [히히히! 그럼 본격적으로 꼰대의 복장을 뒤집어 놔볼까?] 열린 서랍 안을 들여다보며 히히덕거리고

서랍 안에는 지폐뭉치처럼 묶어놓은 전표다발 십여개와 서류파일들이 잔뜩 들어있다

청풍; [월말 결산전이라 전표가 엄청나게 많구만!] 전표 뭉치를 하나 꺼내보고. 전표는 한 장 한 장이 壹萬兩 짜리다.

청풍; [일만냥짜리 전표 백장 묶음만도 십여개...] [대충 어림잡아도 천만냥은 간단히 넘겠어!] [이걸 시중에다가 확 풀어버리면 뒷수습하느라 꼰대 똥줄이 타겠지?] 전표다발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히히덕거리고.

청풍; [날 천덕꾸러기 취급을 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 보라지!] 이어 파일처럼 된 서류들도 꺼내고

청풍; [결산서류까지 몽땅 사라진 걸 알면 꼰대 얼굴이 뭐 씹은 것처럼...!] 좋아하다가 흠칫 돌아본다. 독고사룡이 납작 엎드려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

청풍; [영감! 뭐하는 거야? 바닥에 뭘 떨어트렸어?] 뚱한 표정으로 보고

독고사룡; [공자! 이 불쌍한 늙은이를 구해주셨으니 은혜가 하늘에 닿고도 남소이다.]

독고사룡; [앞으로 공자께서 분부하시는 일이 있으시면 이 늙은이는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마다하지 않고....!] + 청풍; [그만! 스톱!] 들고 있던 서류를 독고사룡의 앞에 패대기치고. 깜짝 놀라는 독고사룡

독고사룡; [... 공자!] 올려다보고

청풍; [나중에 말할 기회가 없을 것같아서 생각난 김에 하는 말이니까 잘 들어 둬!] [내가 왜 영감을 거세해서 데리고 나올 수도 있었는데 그냥 데리고 나왔는지 알아?] 아버지의 의자에 앉고

모르겠다고 고개 젓는 독고사룡

청풍; [난 귀부에서 영감을 훔쳐온 거야.] 거만하게

독고사룡; [... 훔치다니요?] 바보같은 표정

청풍; [말귀를 못 알아듣는구만!] [하긴 담박에 알아듣길 바란 내 잘못이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한숨 쉬고

청풍; [쉽게 말해서 난 영감을 구한 게 아니라 물건 대신 훔쳐온 거라구! 꼰대 열 좀 받게 하기 위해서!]

독고사룡; (.... 내가 장물(臟物)이라는....!) 어이없고

청풍; [내가 데리고 나와 주지 않았으면 영감은 귀부에서 늙어 죽었겠지?] 얼굴 앞으로 내밀며

고개 끄덕이는 독고사룡

청풍; [그 사실을 절대 잊어버리지 말라구.] [영감은 내가 훔쳐온 물건이니까 내 소유가 되는 게 당연한 거야.]

독고사룡; [... 그게....!] 황당한 표정

청풍; [뭐 내 소유가 되기 싫으면 고추를 자르고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그냥 튀어! 그럼 나도 그냥 영감을 도와준 셈치고 말겠어.]

독고사룡; [으으으으.......] 비지땀

청풍; [시간 없어! 빨리 결정해.] [고추를 자르고 도망가든지, 아니면 순순히 내말에 따르 던지!]

독고사룡; [... 그게... 그게....!]

청풍; [셋 셀 동안에 대답해. 하나, 두울......] [뭐 스스로 못 자르겠다면 도와줄 수도 있어.] 잔인하게 웃고

독고사룡; [... 복종하겠소!] 급히 말하며 고개 조아리고

독고사룡; [노부는 공자의 소유이니 죽이든 살리든 뜻대로 하시오!] 치욕을 참지 못하고 울고

청풍; [그렇게 성의없는 맹세는 안돼!] 고개 젓고

청풍; [아버지에게 했듯이 천지신명에 걸고 맹세를 해!] 거만하게

독고사룡; [... 그건....!] 당혹해서 고개를 들고.

[!] 그러다가 눈 부릅 독고사룡

청풍; [? 꼰대에게는 해도 내 앞에선 못하겠다?] 쿠오오! 노려보는 청풍의 몸에서 가공할 기도가 치솟는다

청풍; [영감까지 사람 차별할 거야? ?] 마치 까마득한 절벽처럼 높아져서 내려다보는 청풍의 성난 얼굴. 그걸 개미처럼 작아져서 올려다보며 벌벌 떠는 독고사룡

독고사룡; [히익!] ! 고개 쳐박는 독고사룡

독고사룡; (똑같다! 공자무와 똑같은 기도다!) 바위에 눌린 듯이 납작 엎드려서 벌벌 떨고

청풍; [자꾸 시간 끌래?] [빨리 제대로 된 맹세 하지 못해?] 부라리고

퍼뜩 정신 차리는 독고사룡

독고사룡; [... 소인 독고사룡이 공자의 소유임을 인정합니다.] [천지신명께 맹세하거니와.... 딴 마음을 품을 경우 벼락을 맞아 죽을 것입니다!] 울면서 납작 엎드려 맹세하고

청풍; [뭐 그럭저럭 들어줄만한 맹세로군!] 코웃음

독고사룡; (... 내 팔자가 어쩌다 이리도 기구하게 되었단 말인가?)

독고사룡; (팔팔한 젊은 시절은 도둑질로 간을 졸이며 보냈고 그후 삼십년 세월은 바보가 되어 갇혀 살았거늘....)

독고사룡; (천신만고 끝에 탈출했나 싶었더니 손자뻘도 안되는 어린 놈의 노예가 될 줄이야!)

청풍; [그만 짜고 이것들이나 챙겨!] 투툭! 전표다발과 서류 파일들을 독고사룡 앞에 던지고. 움찔하며 고개 드는 독고사룡

청풍; [천만냥이 넘는 전표에다가 거래장부까지 몽땅 사라지면 꼰대도 열 좀 받겠지!] 일어나고

청풍; [날이 밝기 전에 빠져나가야하니까 서두르도록 해!] 벽쪽으로 가고

청풍; [꼰대한테 들키면 우리 둘 다 끝장이라는 것쯤은 알겠지?] 돌아보고

독고사룡; [... 물론입니다!] 허겁지겁 전표다발과 서류 파일을 모으고

독고사룡이 장부와 전표를 큼직한 자루에 쓸어 담는 것을 등진 채 주변을 둘러보는 청풍

청풍; [전표나 거래장부 말고 좀 더 그럴 듯한 것 없을까? 훔쳐가면 꼰대가 제대로 열을 받을만한 게...!] 찬찬히 살펴보며 중얼거리고

청풍; [이 집무실은 꼰대가 매일 죽치고 지내는 곳이니까 뭔가 비밀이 있을 법도 한데....!] 갸웃 갸웃하다가

흠칫하며 한쪽 벽을 본다. 벽에는 젊은 시절의 진군소가 비파를 가슴에 안고 있는 초상화가 걸려있다. 제대로 표구가 된 초상화다. 젊은 시절의 진군소는 아주 날씬하고 훤칠한 키에 절세미녀다. 성격이 좀 사나워보이는 것 빼고는.

청풍; [젊은 시절 어머니의 초상화로군.] 다가가고

청풍; [꼰대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무서워하는 대상이 어머니인데....!] [하루 종일 머무는 집무실에 호랑이같은 마누라 초상화를 걸어놓은 건 영 부자연스러워!] 눈 반짝하며 초상화로 다가가고

청풍; [만일 이 방에 비밀이 있다면 이 초상화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어!] 요리 조리 살피고. 그러다가

청풍; [찾았다!] 눈 반짝

진군소가 가슴에 안고 있는 비파가 좀 반질반질하게 보인다.

청풍; [아무리 초상화라도 어머니의 여기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은 꼰대 밖에 없지!] 진군소가 가슴에 안고 있는 비파를 손으로 쓰다듬고

청풍; [물론 자식인 나도 만질 수 있지!] 비파 부분을 힘주어 누른다. 순간

덜컥! 초상화 안쪽에서 뭔가 움직이더니

기기기! 초상화가 옆으로 돌아가며 안쪽의 비밀 금고가 드러난다

자루에다가 서류와 전표를 넣던 독고사룡도 흠칫하며 돌아보는데

쿠오오! 갑자기 열려지는 금고 안쪽에서 섬뜩한 기운이 검은 안개처럼 확 쏟아져 나오고

청풍; [으헉! 뭐야 이거?] 그 안개에 접한 청풍이 기겁하며 물러서는데

크와! 카아! 다음 순간 비밀금고 안에서 수많은 귀신이 폭포처럼 쏟아져 나온다. 실제로 귀신이 아니라 귀신 형상을 산 시커먼 안개같은 것이다.

[!] 눈 부릅 뜨며 팔로 앞을 가리는 청풍. 반면

독고사룡; [으악! .... 귀신...!] 독고사룡은 비명을 지르며 털썩 주저앉고

쿠오오! 카카카! 단번에 방안에 가득 찬 채 마구 휘돌아다니는 귀신들.

독고사룡; [으헤엑! 부처님! 예수님! 상제님! 살려주세요!] 두 팔로 머리 감싼 채 엎드리며 비명지르고

쿠쿠쿠! 집무실 안을 가득 메운 채 마구 휘돌아다니는 귀신들. 그 바람에 방안의 서류와 책들도 흩날리고

크크크! 카카카! 비틀거리는 청풍을 향해 개떼처럼 몰려드는 귀신들. 순간

[!] 청풍 눈을 부릅뜬다

청풍; <꺼져!> 왼손으로 오른쪽 손목을 움켜쥔 채 오른 팔을 얼굴 앞에 세운 자세로 소리없이 기합을 지른다. 청풍의 눈이 백열되며 청풍의 몸에서 무언가 확 터져나가는 모습이고

청풍의 몸에서 일어난 그 힘에 휩쓸려버리는 귀신들

<... 제왕(帝王)의 피!> <위대한 제왕의 후손이시여! 종들의 불경을 용서하소서!> 소멸되는 귀신들이 고개를 조아리고

화악! 다음 순간 완전히 소멸되어 원래대로 돌아오는 집무실, 물론 난장판이 되었다.

청풍; (내가 뭘 한 거지?) 팔을 내리고

청풍; (놀라고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속으로 고함을 친 건 뿐인데...!) 이마의 땀을 닦고. 그러다가 흠칫 돌아본다

독고사룡; [살려주세요! 이렇게 죽고 싶진 않아요! 삼십년만에 세상에 나왔는데 이대로 죽는 건 너무 억울합니다!] 엎드려서 발발 떨며 주절거린다

청풍; [영감! 다 끝났어! 그만해!] 발로 독고사룡의 다리를 툭툭 차고. 흠칫 독고사룡

독고사룡; [... 주인님!] 겁에 질려 올려다보고

독고사룡; [... 방금 그건 대체...!] 겁에 질려 벽장 쪽을 보고

청풍; [나도 그게 뭔지 확인해보려던 참이야!] 벽장으로 가고. 독고사룡은 겁에 질려 먼 발치로 보기만 한다.

초상화가 옆으로 열려서 생긴 벽에는 직사각형의 빈 공간이 있다. 그리고 그곳에 마치 박물관에서 유물 전시해놓듯이 팔뚝이 하나 거꾸로 세워져 있다. 수많은 비늘로 덮인 팔인데 일종의 장갑이다. 빈 장갑 속에 쇠막대를 끼워서 세워놓은 것. 색은 검붉고 음산한 기운이 장갑 주면을 떠돈다

청풍; [뭐야 이거?] 갸웃

청풍; [장갑(掌匣)인데 뭘로 만들어졌는지 모르겠군!] 꺼내려 하고. 순간

독고사룡; [... 주인님! 불길한 물건입니다! 만지지 마십시오!] 외치지만

청풍; [다 늙어서 겁은...!] 피식 웃으며 두 손으로 장갑을 쇠막대에서 벗겨 꺼낸다. 장갑이지만 부드럽지는 않아서 팔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속은 비어있다

청풍; [뭐에 쓰는 물건이지? 이렇게 뻣뻣해서는 장갑으로 쓰기엔 적당하지 않은데...!] 요리조리 본다. 텅빈 속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독고사룡; [주인님! 제발....!] 겁에 질려 물러나 앉으며 사색이 되고

청풍; [어떤 원리로 아까 같은 현상을 일으켰을까?]

청풍; [일단 장갑이니까 한번 껴봐야겠군!] 오른 손을 집어넣는다

독고사룡; [... 그러지 마십시오!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것같은 예감이 듭니다요!] 애원하지만

청풍; [예감은 무슨...!] 비웃으며 왼손으로 장갑 끝을 잡아당겨서 오른손을 밀어넣는데

스윽! 그대로 손이 빨려들 듯이 장갑 속으로 사라진다.

독고사룡; [... 안되는데....!] 비지땀을 흘리고

청풍; [어라! 단단한 거에 비하면 쉽게 끼어지는걸!] 오른팔에 낀 장갑을 보며 갸웃하고. 헌데 그 직후

[!] 눈 부릅 청풍

청풍; [크아악! 내 팔... 내 팔이... 안에서 뭔가 물어뜯고 있어!] 오른팔을 쳐들고 왼팔로 장갑을 벗으려 하며 비명 지르고

독고사룡; [으헥!] 공포 질려서 자신도 모르게 비명 지르는데

청풍; [뻥이지롱!] 낄낄 웃으며 오른 손을 들어보인다

독고사룡; [... 주인님!] 어이가 없는데

청풍; [하여간 누가 도둑 아니랄까봐 겁은 엄청 많아요!] 웃으며 손가락 움직여 보고

독고사룡; [... 제발 장난치지 마십시오! 간 떨어질 뻔 했습니다!] 비지땀을 닦고

청풍; [나하고 다니다 보면 놀랄 일 많을 테니까 미리 각오를 해두라구!] 웃으며 손가락을 움직여 보고

청풍; [그나저나 이 장갑, 손에 착 감기네! 마치 내 팔의 일부처럼 느껴져!] [이걸 끼고 있으면 못할 일이 없을 것같기도 하고...] 요리 조리 보고

청풍; [다만 모양새가 너무 튀는 게 흠인데....!] 말하다가 부릅

스스스! 갑자기 장갑의 형태가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 사라져서 청풍의 원래 팔뚝이 드러난다.

청풍; (... 사라졌다!) 눈 부릅

독고사룡; [히익!] 역시 놀라서 물러앉고

청풍; (투명해진건가?) 손가락으로 팔을 만져보지만

손가락에 살이 잡힌다.

청풍; (투명해진 게 아니라 정말 사라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내 팔에 끼고 있었는데....!> 놀라는 청풍과 겁에 질린 독고사룡의 모습을 배경으로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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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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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출입구는 바로 이곳 투도지묘에 설치되어 있었다. 나는 칠일간의 수색으로 그곳을 찾아내 들어갔다!> 열려진 석문 안을 기웃거리는 독고사룡. 그의 뒤로는 비석들이 즐비하여 투도지며 내부임을 보여주고

<그곳은 자존부(自尊府)라는 곳이었는데 일종의 연공실(鍊功室)이었다.> 독고사룡이 조심스럽게 들어서는 석실 벽에 自尊府라는 큰 글이 새겨져 있고 여러 가지 무기와 비급들이 꽂혀있다.

<그날 그곳을 통해서 귀부를 빠져나갔어야만 했다. 헌데 도둑놈의 본성을 버리지 못하고 그만 보아서는 안될 것을 보고 말았다.> 탁자 위에 놓인 비급들과 두루마리 몇 개. 그 중 하나를 펼쳐보며 흥분하는 독고사룡

<바로 너희 공씨집안의 비전 비급이 그것이었다. 자존부에는 십여권의 비급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 하나하나가 생사일보에 못지 않은 무시무시한 무공들을 담고 있었다.> 흥분하여 비급들을 읽는 독고사룡

<세상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초절기들... 어쨌거나 나 역시 무림인인 탓에 그 비급들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 때문에 황금과 보석에 대한 집착을 끊어버린 것도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비급을 든 채 기겁하며 돌아보는 독고사룡. 그의 뒤에 공자무가 뒷짐을 진 채 혀를 차고 있다.

<언제였는지 네 아버지가 자존부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놀라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독고사룡

 

청풍; [꼰대하고 싸웠나요?] 눈 반짝

독고사룡; [싸웠다! 그리고 무참하게 패배했다!] 탄식

독고사룡; [네 아버지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무공을 펼칠지 미리 다 아는 듯 했다.] [생사일보를 포함해서 어떤 무공도 네 아버지에게 통하지 않았다.]

청풍; [징한 꼰대같으니... 진짜로 실력을 숨기고 있었구만!]

독고사룡; [하지만... 무공보다 더 무서운 것은 네 아버지가 은연중에 흘리는 이상한 힘이었다.] 비지땀을 흘리고

청풍; [꼰대가 화를 내면 목이 콱 조여지는 것 같긴 하죠!] 두 손으로 자기 목을 조르는 시늉을 하고

독고사룡; [그 정도가 아니다!] 고개를 설레 젓고

독고사룡; [마치 태산이 짓누르는 것같아서 나도 모르게 네 아버지 앞에 엎드리고 말았다!] 다시 공자무를 떠올리며 비지땀을 흘리고

 

<귀하가 본가의 비전을 이미 보았으니 익히는 걸 막지 않겠소. 대신 밖으로 나가지는 않겠다고 맹세하시오!> 납작 엎드려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독고사룡 앞에서 뒷짐 쥔 채 말하는 공자무

 

독고사룡; [... 나는 맹세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맹세하면서 나는 깨달았다.] 비지땀을 흘리며 손을 부빈다. 아주 두려워하는 모습

독고사룡; [만일... 내가 맹세를 어긴다면 그 순간 하늘에서 벼락이 내려와 날 태워 죽일 것이라는 사실을...!] 겁에 질려 주위 눈치를 살피며

청풍; (괜히 해보는 소리가 아니군!)

청풍; (저 늙은이는 맹세를 어길 경우 정말로 천벌이 내릴 것을 확신하고 있다.)

청풍; (대체 꼰대는 어떻게 해서 저 만만찮은 늙은이를 맹세 한 마디로 묶어버릴 수 있었을까?)

독고사룡; [... 나를 도와주지 않겠느냐?] 간절

청풍; [도와달라고요? 어떻게요?] 흠칫 정신 차리고

독고사룡; [... 네가 날 여기서 데리고 나가주면 된다.] [그럼 내 발로 나가는 게 아니므로 맹세를 어기는 게 아니다.]

독고사룡; [또 네 아버지에게 한 맹세는 아들인 네가 대신 풀어줄 수 있다! 혈연(血緣)은 곧 천륜(天倫)이기 때문이다.]

청풍; [하하! 이제까지 구구절절 사연을 늘어놓은 목적이 따로 있었구만!] 피식

독고사룡; [제발 나를 도와다오! 나는 정말 이곳을 나가고 싶다.]

독고사룡; [황금도 보석도 필요 없고 오직 청풍명월 속에서 거닐어 보고 싶을 뿐이다.] [네 아버지를 대신해서 나를 맹세로부터 풀어다오.] 간절

청풍; [참으로 안됐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 역시 어쩔 수가 없어요.] 고개 설레

독고사룡; [뭐라고?]

청풍; [맹세를 한 이상 독고노인께선 여길 나가실 수 없어요.]

독고사룡; [네가...] 무서운 눈초리로 쏘아보고.

청풍; [사내대장부라면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 말이라도 천금처럼 여겨야 하는 법인데 하물며 맹세를 하고서 어떻게 어길 수 있겠습니까?]

청풍; [대장부의 맹세가 보잘 것 없는 것이 된다면 규방의 여인들은 무얼 믿고 의지하며 절개를 지킬 수 있겠어요?]

독고사룡; [그건.,.. 그건....!] 부끄러워 얼굴이 뻘겋게 되고.

청풍; [하여간 난 독고노인을 데리고 나갈 생각도 없고 아버지를 거역할 용기 역시 없어요!] [그러니까 괜히 헛된 희망 품지 말고 깨끗이 포기하세요!]

독고사룡; [그럴 수는 없다!] 버럭 고함을 치며 벌떡 일어나고. 얼굴이 흉악하게 변한다

독고사룡; [나는.... 나는 기필코 나가야만 한다.] [귀부에 갇혀 썩은 건 삼십년으로 족해!] 쿠오오! 살벌한 기세를 일으키며 다가서고

청풍; [날 인질로 잡을 생각이라면 관두는 게 좋을 걸요!] 코딱지를 파며 코웃을 치고.

흠칫 독고사룡

청풍; [어차피 난 덤으로 태어난 자식이니까 없어져 봤자 아버진 그냥 좀 허전하게 느끼는 정도라구요.] 손가락으로 파낸 코딱지를 퉁겨서 독고사룡의 가슴에 묻히고

독고사룡; [... 그래도 자식인데 아무렴....!] 비지땀

청풍; [정말 간절하게 나가길 원한다면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죠!] 히죽

독고사룡; [... 그 방법이란 게 뭐냐?]

청풍; [자르세요.] 손의 날로 뭔가를 쳐서 자르는 시늉하고

독고사룡; [뭐라고?] 어리둥절

청풍; [맹세는 오직 대장부를 구속시킬 뿐이죠.] [하지만 고추를 잘라버리면 더 이상 대장부가 아니니까 아버지에게 한 맹세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걸요?] 비웃고

독고사룡; [... 그런 말도 안되는...!]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히고

청풍; [늙어서 별로 쓸모도 없어졌을 텐데 뭘 망설여요?] [소변 볼 때 앉아서 본다는 것 말고는 불편할 게 하나도 없겠구만!] 입술 삐죽 거리며 일어나고

독고사룡; [으으으!] 갈등하고

청풍; [직접 자를 용기가 안 생긴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어요!] 사악하게 웃으며 다가서고

독고사룡; [... 물러서라!] 사타구니를 가리며 기겁하며 뒤로 물러서고

청풍; [독고노인! 당신 정말 제멋대로군요.] 찡그리고

청풍; [맹세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줬는데 고맙다는 인사는 못할망정 어디다 고함을 쳐요? 고함을?]

독고사룡; [으으으!] 비지땀

청풍; [역시 내가 직접 수고를 해야겠구만!] 우두둑! 사악하게 웃으며 손을 마주 쥐어 소리를 내고

독고사룡; [이 마귀새끼같은 놈!] ! 악을 쓰며 손을 퉁겨서 칼날같은 지풍을 날리고. 하지만

스슥! 청풍의 모습이 연기처럼 옅어져서 독고사룡의 지풍을 통과시키고

독고사룡; [! 생사일보!] ! 기겁하며 뒤로 휙 물러서고

청풍; [! 졸장부일 뿐만 아니라 비겁자기도 하구만! 갑자기 기습이나 하고 말이야!] 스스스! 다시 청풍의 모습이 나타나고

독고사룡; (... 괴물 같은 놈! 벌써 생사일보를 저렇게 자유자재로 구사하다니...!)

청풍; [당신은 절대 날 못 이겨!] [그러니까 허튼 생각은 그만하고 무영동부로 돌아가서 잠이나 더 쳐자셔!] 건방진 자세

독고사룡; [믿지 못하겠다!] 이를 부득 갈고

독고사룡; [네 아비에게는 졌지만 네놈은 내 손으로 쳐죽이고 말겠다!] 스스스! 모습이 흩어져서 사라지고

청풍; (이크! 이거 안 좋은데....!) 찔끔해서 주위를 둘러보고

청풍; (윽박질러서 주저앉히려고 했는데 의외로 세게 나오는구만!) (그만큼 아버지에게 맺힌 게 많다는 거겠지!) 두리번거리며 뒤로 물러선다. 한손으로는 허리춤에 꽂는 곤오용봉채를 움켜잡고. 그때

! 손목에서 갑자기 소리가 나고

청풍; (신령석이 경고를 한다!) ! 기겁하며 옆으로 홱 몸을 돌리고. 직후

슈하악! 청풍이 섰던 곳으로 얇은 천같은 것이 꿈틀대며 지나간다. 사람의 몸이 종이처럼 얇게 변한 모습. 바로 독고사룡이 생사일보를 펼친 모습이다. 높이가 180센티 정도이고 길이는 무한정으로 늘어나서 꿈틀거린다.

급히 돌아서는 청풍의 옷자락이 잘려서 날아가고

슈악! 쩌적! 종이처럼 얇게 변한 독고사룡의 몸이 종이처럼 꿈틀대며 지나치는 곳에 비석들이 두부처럼 잘려져 나간다

청풍; [생사일보!] ! 놀라며 멀찍이 물러서고

슈욱! 어느 비석 위에 내려서는 독고사룡.

퍼퍽! ! 그자가 지나친 곳의 비석들이 매끈하게 잘려서 나뒹굴고

청풍; (생사일보를 펼치면 몸 자체가 보검처럼 변하는구나!) 굳어져서 뒷걸음질 치고

독고사룡; [죽인다!] 크아! 다시 비석 위에서 몸을 날려 덮쳐온다

슈칵! 그러자 독고사룡의 몸이 다시 수직으로 180센티나 되는 거대한 검처럼 변해서 날아든다. 옆에서 보면 길이 수십미터의 얇은 철판이 구불렁거리는 것같다

청풍; [이크!] ! 역시 몸이 쭉 늘어나서 옆으로 피하는 청풍. 아직 서툴러서 독고사룡처럼 몸이 아주 얇아지지도 못하고 또 길게 늘어나지도 못한다. 얇아져도 청풍의 원래 모습이 보이고 길이도 기껏해야 3-4미터 정도다. 헌데

슈칵! 수직으로 날아들던 거대한 검 앞부분이 갑자기 수평으로 눕혀진다.

청풍; (위험!) 기겁하며 허리를 최대한 뒤로 빼며 물러서고. 하지만

! 앞부분이 수평으로 눕혀진 거대한 검이 스치면서 청풍의 허리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청풍; [!] 옆구리를 움켜잡고 멈춰서고

퍼퍽! ! 독고사룡이 변한 얇은 검이 스쳐 지나는 가는 곳마다 비석이 싹뚝싹뚝 베어져 나뒹굴고

슈학! 다시 다른 곳에 길게 늘어났던 몸이 하나로 합쳐져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독고사룡

징징! 옆구리를 움켜잡은 청풍의 손목에서 신령석이 빛을 발하며 소리를 내고

청풍; [젠장할! 빨리도 경고를 보낸다!] [아차 했으면 허리가 토막 날 뻔했잖아!] 비지땀을 흘리며 뒷걸음질치고

독고사룡; [네놈... 네놈은 아직 내 적수가 못 된다!] [하룻밤 새 벼락치기로 연마한 생사일보로 삼십년동안 수련한 내 생사일보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독고사룡; [개죽음당하기 싫으면 날 여기서 데리고 나가겠다고 맹세해라!] 이를 갈며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헛소리는 그만하라고 했을 텐데!] 허리에서 손을 떼며 냉소하고

청풍; [아무리 발악해봤자 당신은 날 못 이겨!] [좋은 말로 할 때 무영동부로 돌아가서 잠이나 쳐자셔!] 나머지 곤오용봉채도 뽑아들며 냉소하고

독고사룡; [죽는 게 소원이라면 들어주마!] 슈학! 다시 얇게 변해서 청풍을 향해 날아들고

청풍; [어림없지!] 슈학! 청풍도 얇게 변해서 피하고. 하지만

슈카카칵! 이번에는 나선처럼 배배 꼬이면서 날아드는 독고사룡. 직후

청풍; [가랏!] ! 두 개의 곤오용봉채를 엉뚱한 곳으로 던지며 뒤로 몸을 홱 젖히고

카카칵! 비석 사이로 나뒹군 청풍의 위로 지나치는 독고사룡. 마치 스크류처럼 돌면서 지나쳐서 부딪히는 비석들을 원형으로 갉아버린다. 이번에는 비석들이 단순히 베어지는 게 아니고 원형으로 뭉턱 뭉턱 바스러져 버린다. 헌데

독고사룡; [쥐새끼같은 놈!] 슈학! 한쪽에서 다시 몸이 합쳐지는 독고사룡.

독고사룡;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지...!] 말하다가 눈 부릅

! ! 바로 앞으로 벼락같이 날아드는 두 자루의 곤오용봉채

독고사룡; [안돼!] 비명 지르며 뒤로 날아가려 하지만

! ! 곤오용봉채는 그대로 독고사룡의 가슴에 박혀버린다

독고사룡; [... 내가 멈춰 설 곳을 미리 알고 곤오용봉채를 던지다니...!] 가슴에 곤오용봉채가 박힌 채 비틀거린다. 아주 깊이 박힌 건 아니라서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

독고사룡; [네놈도 아비 못지 않은 괴물....!] 털썩! 신음하며 나뒹굴고

청풍; [괴물은 무슨!] 휘릭! 원숭이처럼 팔딱 뛰어 일어나고

청풍; [두 번씩이나 똑같은 위치와 거리로 멈춰섰잖아!] [그걸 알아맞히지 못하는 게 병신이지!] 코웃음치며 다가간다.

독고사룡; (단 두 번 보고 상대방의 버릇을 알아내는 놈이 괴물이 아니면 누가 괴물이냐?) 가슴에 곤오용봉채가 꽂힌 채 벌벌 떨고

청풍; [이쯤 되면 탈출하겠다는 망상은 버릴 만도 하지?] [안 그래?] 내려다보며 비웃고. 그때

독고사룡; [소원이 있다!] 처연하게 말하고

청풍; [그래도 쌓은 정이 제법 되니 들어주지! 말해 봐!]

독고사룡; [잘라라!] 눈을 질끈 감으며 말하고

[!] 움찔 청풍

눈을 감고 눈물을 주르르 흘리는 독고사룡

청풍; [이것 참!] 머리 벅벅 긁고

청풍; [그렇게 여기서 나가고 싶어? 고자가 되어서라도?]

대답하지 않는 독고사룡. 눈물만 흘리고

청풍; [별 수 없군!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잘라줄 수밖에!] ! 독고사룡의 가슴에 박힌 곤오용봉채를 뽑고

청풍; [이 악물어!] [좀 아플 거야!] 곤오용봉채로 독고사룡의 아랫도리를 툭툭 치며 말하고

이를 악무는 독고사룡. 순간

! 곤오용봉채로 독고사룡의 아랫배를 찌르는 청풍

[!] 엄청난 충격에 몸이 펄떡하는 독고사룡

독고사룡; (... 이렇게 아프다니.... .... 악독한 놈!) 털썩! 기절한다

청풍; [하여간 별종은 별종이네! 대개는 죽을 지언정 고추가 잘리길 원하지는 않는 법인데...!] 곤오용봉채를 독고사룡의 아랫배에서 뽑는다. 깊이 찌른 건 아니고. 그때

[독고사룡이야말로 진짜 도둑이라고 할 수 있지!]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음성

청풍; [엄마야!] 기겁하며 돌아보고. 놀라서 주저앉는다.

염제도; [재물이 아니라 훔치는 행위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만 진짜 도둑인 것이야.] 언제였는지 근처의 돌탁자에 앉아서 곰방대를 물고 있다.

청풍; [... 부주!] 벌떡 일어나고

청풍; [... 다 들었어요?] 경계하고

염제도; [늦게 와서 조금 밖에 못 들었다.] 곰방대를 뻑뻑 빨고. 연기가 도넛처럼 동동 떠오른다

청풍; (늙은 생강이 맵다더니.... 이 늙은 도둑은 모든 면에서 독고사룡 이상이겠구나.) 긴장하며 염제도를 보고

청풍; (하긴 귀부의 무고에 생사일보만 있는 게 아니지!) 곤오용봉채를 다시 허리춤에 꽂고

염제도; [독고를 데려가려느냐?]

청풍;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독고사룡을 힐끔 보고

염제도; [독고가 부럽군.] 쓸쓸한 표정으로

청풍; [부주도 같이 나갈래요?]

염제도; [독고는 예외적인 존재다.] 고개 젓고

염제도; [무영동부 사상 황금과 보석에 대한 집착을 끊은 사람은 그가 전무후무(前無後無)일 것이다.]

청풍; [뭐 사람은 저마다 가치관이 다르니까요.] 으쓱

염제도; [다른 사람들은 아직 깨지 않았다. 떠날 거면 조용히 떠나거라.]

청풍; [그러죠!] 독고사룡을 두 팔로 안아들고

청풍; [꼰대가 가끔 내려와서 살펴보고 간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독고사룡을 옆구리에 끼고

염제도; [오래 살다보면 원치 않아도 보이는 것도 있는 법이다.]

청풍; [알아도 모른 척 했군요.] [나도 심심하면 가끔 놀러 내려올게요.] 독고사룡을 허리춤에 끼고 돌아서서 간다

염제도; [잘 가거라!] 끄덕이고

한손 들어보이며 어둠 속으로 가는 청풍. 투도지묘 끝쪽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청풍

그러다가 투도지묘 끝에서 벽이 열리며 수직으로 밝은 빛이 보이고

그긍! 다시 뭔가 닫히는 소리가 들리면서 그 빛이 사라진다

염제도; [가뜩이나 적막한 곳이었는데.... 독고가 가버렸으니 좀 더 쓸쓸해지겠군!] 탄식

염제도; [아무쪼록 이번에는 여러 놈이 들어왔으면 좋겠군!]

 

#32>

끝이 없을 듯이 이어진 계단. 계단의 천장에는 야명주가 일정한 간격으로 박혀서 빛을 뿜어내 어둡지 않다.

독고사룡을 옆구리에 끼고 계단을 걸어올라오는 청풍

청풍; [정말 징한 계단이네!] [벌써 삼백개 넘게 올라온 것같은데 아직도 끝이 안나니 원....!]

청풍; [이 계단, 대체 어디로 이어져 있는 거야?] [이러다가 꼰대 코앞으로 불쑥 나가는 건 아니겠지?] 궁시렁대며 계단을 올라가고

이윽고 계단의 끝부분이 보인다.

청풍; (정말 꼰대를 만나면 골치 아픈데...!) 찡그리고

청풍; (그 매정한 성격에 날 보는 즉시 걷어차서 저 아래로 굴러 떨어트릴 게 분명해!) 힐끗 자신이 올라온 길을 돌아보고. 계단이 까마득한 아래쪽으로 이어져 있다

청풍; (만일 그럴 상황이 되면 독고사룡을 꼰대 면전에다 냅다 집어던지고 도로 뛰어내려가야지!) 영차 하면서 마지막 계단을 올라사고

청풍; (그 편이 걷어채여서 굴러떨어지는 것보다는 낳을 테니까!) 영차하면서 올라서는데

[넷째 공자!] 갑자기 누가 앞에 떡 막아선 채 청풍을 부른다

청풍; [으악!] 기겁하며 뒤로 벌렁 나자빠지려고 한다. 독고사룡을 옆구리에 낀 채로 뒤로 넘어가려 하고. 순간

[조심하시오!] ! 앞쪽의 인물이 손을 뻗어 청풍의 멱살을 잡아 뒤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 [기다리고 있었소이다!] 뒤로 넘어질 뻔한 청풍을 끌어올려주는 신. 몸에 제사장 같은 옷을 걸쳤는데 얼굴에는 코 윗부분만 가린 가면을 쓰고 있다. 반쪽인 때문에 입분분이 보이고 턱에 난 긴 수염도 보인다. 신선풍의 노인임을 알 수 있다..

청풍; [.... 누구?] [혹시 당신이 아버지의....!] 경계하고

; [그렇소이다. 공자의 아버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있는 신()과 귀()중 신이올시다.] 끄덕이며 뒤로 물러서고. 청풍이 올라선 곳은 평평한데 세 방향으로 길이 나있다. 정면과 좌우로 통하는 길이 있다.

청풍; (... 이 사람이 아버지의 비밀 경호원중 한 사람...!) (젓됐다!) 죽상이 되고

; [넷째 공자가 이토록 빠르게 귀부를 빠져나올 줄은 몰랐소이다.]

청풍; [다시 내려갈게요. 그러니까 아버지한테는 절 봤다는 말 하지 마세요 네?] [아버지가 알면 저 맞아죽어요.] 애원

; [넷째 공자야말로 노부를 봤다는 말을 다른 사람한테 하지 마시오.]

; [원칙대로라면 나를 볼 수 있는 분은 주인님과 대공자님 뿐이오.]

청풍; (우리 형제 중에서도 큰형만 자길 볼 수 있다고? 하여간 별 걸 다 차별하는군!) 기분 상해서 뾰로퉁하고

; [너무 서운해하지는 마시오.]

; [주인님께서는 혹시 공자가 이쪽으로 올라오면 재주가 가상하니 그냥 보내주라고 하셨소이다.]

청풍; [만일 들어갔던 곳으로 나오면요?] 샐쭉

; [기다리고 있던 귀()가 다시 떨구어 버렸을 것이오.]

청풍; [그러면 그렇지.] 삐죽거리고

청풍;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어!] 코웃음치며 신 옆을 지나려는데

; [갖고 나온 짐은 내려놓고 가시오.] 스윽! 유령처럼 움직여서 앞을 가로 막고

청풍; [이것 봐요 아저씨! 내가 일단 어딜 방문하면 절대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알 텐데요?] [아저씨가 하늘처럼 떠받드는 꼰대도 그건 아주 좋은 습관이라고 칭찬했다구요.] 빈정 상해서 시비 걸고

청풍; [이 물건은 내 노고의 대가니까 절대 양보 못해요!] 옆구리에 낀 독고사룡을 돌아보고

; [주인님께서 용서하지 않으실 겁니다.]

청풍; [용서하기 싫으면 때려죽이라고 하세요. 나도 꼰대한테 할 말 많으니까.] 코웃음치며 신을 밀치고 지나간다.

어쩔 수 없다는 몸짓하며 비켜주는 신.

청풍; [하여간 성격 참 못 됐어! 같은 아들인데 왜 차별을 하냐고! 차별을!] 궁시렁대며 걸어가는 청풍. 앞쪽에는 문이 있다.

; (아무리 제멋대로인 꾸러기라지만 독고사룡을 꺼내올 줄이야!) (주인님께서도 이런 상황은 전혀 예측 못하셨을 테지.) 청풍의 뒷모습 보며 한숨.

; (어쨌거나 이리로 올라오면 보내주라고 하셨으니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군!) 스윽! 벽으로 스며들어가는 신. 그 앞쪽에서 청풍이 문을 여는 게 보이고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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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문 안쪽. 사마이극의 뒤에 서서 긴장하는 사마이극의 제자.

눈만 돌려서 좌우를 살핀다. 좌우의 벽에는 모두 아홉명의 청년이 다섯과 넷으로 나뉘어 벽에 붙어선 채 뒷짐을 짚고 있다. 그 중에는 권일해의 셋째 제자인 한검호도 있는데 그는 다섯 명이 늘어선 쪽에 서있고

사부의 어깨 너머로 원탁에 둘러앉은 아홉명의 인물들이 보인다. 정면의 상좌에는 관운장 같은 분위기에 수염이 길고 하얀 노인이 위엄있게 앉아있다. 이 노인이 십대세가의 수장인 서문세가의 가주이며 제왕공가의 첫째가신, 즉 원수인 서문숙이다.

서문숙의 좌우로 다섯 명과 세명의 중년인과 노인들이 죽 앉아서 입구 쪽을 보고 있다. 하나같이 절세고수들같은 분위기. 다섯 명이 앉아있는 열의 중앙에는 권씨세가의 가주인 도룡신도 권일해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앉아서 입구쪽을 보고 있다.

사마이극; [위대하신 <제왕>의 미천한 종 사마이극이 서문숙(西門肅) 원수(元帥)님과 여러 가주들께 인사 올리외다!] 정중하게 포권하고

급히 고개 숙이는 사마이극의 제가.

서문숙과 다른 가주들도 고개 숙여 마주 인사하고

서문숙; [착석하시오 사마가주!] 비어있는 자리를 권하고

사마이극; [!] 고개 숙이고

이어 세명이 앉아있는 열의 빈자리에 가서 앉는다.

사마이극의 제자는 아홉청년들 중 네 명이 서있는 곳으로 가서 맨 끝에 선다

서문숙; [십 년만에 열리는 제가회의(諸家會議).]

서문숙; [관례에 따라 서문세가(西門世家)의 가주인 본인 서문숙이 원수(元帥)의 자격으로 아홉 가주 분들을 모시고 회의를 주재하게 되었소.]

아홉명의 가주들은 모두 서문숙을 향해 고개를 숙여 복종과 동의의 뜻을 표하고

서문숙; [사마가주를 제외한 여덟 분께는 개별적으로 인사를 드렸소만...!]

서문숙; [무림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처지에 사람들의 이목을 속이고 제가회의에 참석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오.]

서문숙; [모두들 그럴 듯한 이유와 명분을 내세워 사람들의 의심을 피한 것으로 알고 있소!] 둘러본다

고개 끄덕이는 권일해를 비롯한 가주들

서문숙; [허나 이 늙은이는 노파심에서 여러분께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 않을 수가 없구려.] 눈 빛내고

서문숙; [우리들 십대세가(十大世家)가 십 년을 주기로 모여서 밀의(密議)를 갖는다는 사실이 무림에 알려지면 큰 혼란이 일어날 거요.]

서문숙; [욕심 많고 겁 많은 것들이 먼저 일어나 십대세가가 음모를 꾸민다 핱 테고...!]

서문숙; [무모하고 어리석은 것들이 그 뒤를 이어 검을 우리에게 겨눌 것이외다.]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와는 상관없이!]

모두들 끄덕이고

서문숙; [어떤 경우라도 우리 십대세가가 모든 왕들의 왕이신 <제왕>의 가신(家臣)임이 탄로 나서는 아니 되오!]

서문숙; [세상은 우리를 그저 무림의 한 지방을 호령하는 세가(勢家;권세있는 가문)정도로만 알게 해야한 말이외다.]

[존명(尊命!)] 아홉 가주가 일제히 포권하며 고개를 숙이고

서문숙; [제가회의는 짧으면 사흘이고 길면 보름도 걸리오.] 좀 풀어진 표정

서문숙; [게다가 반드시 지켜야 할 의식도 적지 않은 탓에 일단 시작하면 서로가 다른 말을 나눌 시간은 없소이다.]

서문숙; [이런 형편이므로 의식을 시작하기 전에 할 말이 있다면 주저하지들 말고 하도록 하시오.] 권하고

그러자 네명의 가주가 앉은 열에서 서문숙과 가장 가까이에 앉아 있던 중년인이 조용히 일어선다. 40대 중반의 아주 수려한 인상의 소유자. 너무 잘 생겨서 좀 음산하고 교활한 인상, 이름은 황보중평

서문숙; [황보세가(皇甫世家)의 이십구 대 가주!] 돌아보고

서문숙; [오대(五大) 복성세가(複姓世家)에 천지신명과 열선조의 보살핌이 있길 비네.] 끄덕이며 발언을 허락하고

황보중평; [황보중평(皇甫中平)이 원수님의 가문에 천지신명과 열선조의 보살핌이 있길 빌며 삼가 아룁니다.] 맞은편의 다섯 가주와 서문숙에게 포권하고

권일해를 포함한 다섯 가주가 고개를 숙여 답례하고

황보중평; [십 년 전 일흔일곱 번째 제가회의가 있은 후, 무림의 정세는 조금씩 바뀌어 지금에 이르러서는 파악되지 않는 여러 흐름들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황보중평; [그리고 그 흐름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 세가들과 무관할 수 없다고 보여지는 바 원수께서는 그 점을 감안하여 하명하여 주시길 청합니다.]

황보중평의 공손한 말에 혼원실 안의 모든 사람이 긴장하고.

서문숙; [황보세가가 나름대로 그쪽으로 조사를 많이 한 듯하니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고서로 제출해주길 바라네!] 끄덕

황보중평; [분부를 받들겠습니다!] 포권하고 앉고

권일해등이 앉은 다섯 가주들 중 역시 서문숙과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있던 위맹한 인상의 초로의 노인이 일어나고. 이름은 고산해

서문숙; [고씨세가 이십팔대 가주!] [그대들 고(), (), (), (), ()의 오대(五大) 단성세가(單姓世家)에 평강과 번영이 함께 하기를!]

고산해; [서문(西門), 남궁(南宮), 황보(皇甫), 사마(司馬), 울지(蔚之)의 오대 복성세가에도 그 두 배의 축복이 있기를 바라외다!] 포권하고

고산해; [최근 구파일방이 우리들 십대세가를 경원하여 자주 충돌이 빚어지므로...!] 둘러보고 말하고

심각하게 듣는 사람들

차례로 일어나 발언하는 사람들의 모습.

묵묵히 듣고 있는 권일해. 그의 뇌리에 떠오르는 권완의 모습

<문중의 존망이 걸린 변고가 발생했으니 아버님께서 발길을 돌리시길 소녀 완이 간청하옵니다.> 권완의 모습 배경으로

권일해; (미안하다 완아!)

권일해; (가문의 존망보다는 <제왕>께 충성하는 일이 더 중요하니 제가회의로부터 중도에 빠져나갈 수는 없다.)

권일해; (부디 아비가 돌아갈 때까지 영특한 네가 잘 수습하기를 바랄 뿐이다!) 건성으로 다른 가주들의 발언을 들으며 생각한다.

 

#30>

새벽 무렵의 황금전장. 여전히 권씨세가의 무사들이 황금전장을 포위하고 있고

귀부

무고

화악! 열려진 문을 통해서 뜨거운 기운이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돌 탁자 위에 눈을 감은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청풍. 온몸에서 아주 강한 열기가 뿜어져 나와서 입고 있던 옷이 바짝 마른 나뭇잎처럼 변해있다. 푸스스! 옷의 끝자락들은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먼지처럼 부서져 날아간다. 온몸이 달아오른 청풍. 엄청난 고열에 시달리는 모습이고

청풍; (뜨겁다! 마치 불구덩이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 눈 감은 채 생각

청풍; (아니, 좀 다른가?) 눈 감은 채 갸웃하고

청풍; (뜨거워진 건 다름 아닌 내 몸이다.) (마치 불에 녹인 납을 한 숟가락 삼켜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속에서 열불이 난다!)

청풍; (난 그저 생사일보의 구결에만 온 정신을 쏟았을 뿐인데 어느 순간부터 몸에서 엄청난 열이 나기 시작했었지.)

청풍; (그 과정에서 뭔가를 깨달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찡그리다가 흠칫

츠츠츠! 팔찌를 낀 손목에서 수증기같은 것이 일어나고.

청풍; (손목 근처에서 서늘한 한기가 스며들고 있다.)

청풍; (신령석으로 만든 팔찌가 열기에서 내 몸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청풍; (정확히는 신령석에 끼워져 있는 다섯 개의 반지 중 적화(赤火)와 청목(靑木)의 효능이다.)

청풍; (적화가 열기로부터 날 지켜주었고 청목은 열기에 손상된 신경을 복구시켜주었다!) 만지작

청풍; (생사일보를 깊이 연구하면 몸속이 뜨거워지는 모양이다.) (독고노인이 미친 원인이 생사일보의 이같은 부작용 때문이기 쉽다!)

청풍; (결국 나도 신령석과 오신환이 지켜주지 않았다면 미쳐버렸을 거라는 얘긴가?)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뜨고

[!] 직후 눈 부릅 청풍

! 바로 앞에서 눈을 부릅뜨고 들여다보는 사람의 얼굴. 바로 독고사룡이다.

청풍; [으악!] 깜짝 놀라며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 그 바람에 열기에 바래 바삭해진 옷이 마구 부서져 날리고. 순간

[!] 손가락을 입에 대고 급히 속삭이는 독고사룡

독고사룡; [조용히 해라! 다른 사람들이 깨면 곤란하다.] 무고 밖을 살피며 말하고

청풍; [독고노인! 설마....!] 놀라고. 옷이 거의 다 부서져 고추도 털렁 드러나 있다.

독고사룡; [이걸로 갈아입어라!] 옷을 한 벌 내밀고

청풍; [으힉!] 비로소 자신이 거의 발가벗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타구니를 가린다.

독고사룡; [네 몸에서 뿜어진 열기가 워낙 강렬해서 옷이 부서져 버렸다.] 옷을 탁자에 내려놓고

청풍; (에구! 에구! 이게 무슨 망신이냐?) 죽상하며 급히 옷으로 앞을 가리고

독고사룡; [생사일보의 비급도 빙잠사(氷蠶絲)를 섞어 짠 비단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었으면 훼손되었을 것이다.] 생사일보가 적힌 두루마리를 둘둘 말아서 말고

청풍; [독고노인은 미친 게 아니었군요!] 바지부터 입으며

독고사룡; [미쳤었지. 한 때는...!] 쓴 웃음을 지으며 생사일보 비급을 들고 돌아서고

청풍; [생사일보를 연마하는데 성공한 건가요?] 허리띠를

독고사룡; [자리를 옮기자.] [여기선 다른 사람들에게 들킬 수도 있다!] 원래 자리에 비급을 꽂는 독고사룡

청풍; (남이 알면 안되는 사연이 있군!) + [그러죠!] 상의를 걸치고

앞장서서 무고 입구로 가는 독고사룡.

청풍도 곤오용봉채를 들고 탁자에서 내려서고

[!] 그러다가 흠칫 청풍.

스윽! 독고사룡이 바닥에서 한 자 가량 뜬 채 스윽 미끄러져서 밖으로 나가고 있다

청풍; (몸에 전혀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경신술이 저 정도면 허깨비나 유령으로 오해받겠군!) 급히 허둥대며 따라 나가고

 

#31>

무고를 벗어나 투도지묘를 향해 가는 독고사룡, 역시 허공에 뜬 채 스윽 미끄러져 간다. 청풍도 허둥대며 따라가고

청풍; (생사일보다!) 따라가며 눈 반짝

청풍; (나도 하려면 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 당췌 시작하는 방법을 모르겠구만.) 갸웃

 偸盜之墓라 적힌 문 앞에 이르는 두 사람. 투도지묘 문은 닫혀있는데 틈이 아주 조금 벌어져 있다. 헌데

슈욱! 문을 열 생각도 않고 문으로 그대로 다가가는 독고사룡. 문이 안보이는 듯이

청풍; [문을 조심...!] 뒤에서 외치는데. 직후

슈욱! 연기처럼 변해서 좁은 문틈으로 들어가 버리는 독고사룡의 모습

청풍; (... 스며들어갔다! 연기처럼!) 입을 쩍 벌리고. 그때

<안 들어오고 뭐하느냐?> 문 안쪽에서 독고사룡의 목소리가 들리고

퍼뜩 정신 차리는 청풍

청풍; (나도 할 수 있을까?) 침 꼴깍

청풍; (문을 열고 들어가는 건 자존심의 문제니 한번 해보자!)

청풍; (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합장한 채 정신 집중하고

화악! 몸에서 열이 나고

청풍; (지금이다!) 스팟! 눈 부릅뜨며 앞으로 돌진하고

슈욱! 청풍의 모습이 얇고 길게 쭈욱 늘어난다. 눌러서 얇게 편 듯이

슈칵! 투도지묘의 좁은 문틈으로 스며들어가는 청풍의 종이처럼 얇아진 몸

 

투도지묘 안쪽. 어둡다. 문의 좁은 틈으로 빛이 스며드는데

슈악! 그 틈으로 벼락같이 스며들어오는 섬광

휘익! 끼기긱! 급정거하는 청풍. 얇고 길게 늘어났던 청풍의 몸이 확 합쳐져서 원래대로 돌아간다

청풍; (... 성공이다!) 홱 돌아보며 흥분하고

청풍; (저 좁은 틈으로 들어오는데 성공했다!) (이제 내가 잠입하지 못할 곳은 없게 된 거야!) 흥분할 때

[너희 공씨는 하나같이 괴물이구나!] 독고사룡의 탄식이 들린다.

흠칫 돌아보는 청풍.

독고사룡; [그래도 설마 했거늘... 정말로 하룻밤 새에 생사일보를 익혀 내다니...!] 문 안쪽은 일종의 무덤인데 봉분은 없고 대신 수십개의 비석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역대 대도와 신투들의 비석이다. 비석 앞에는 돌로 깍은 제탁도 놓여있고. 그 중 하나에 독고사룡이 앉아있다

청풍; [꼰대하고 형들이 괴물인 건 맞지만 난 아녜요.] 다가가고

청풍; [난 그냥 집안의 천덕꾸러기일 뿐이라구요.] 둘러보고

독고사룡; [제법 똑똑하다는 소릴 들은 내가 삼십년을 허비해서 이룬 성취를 하룻밤 새 깨달은 게 괴물이 아니면 누가 괴물이겠느냐?] 쓴웃음

청풍; [뭐 그렇다 치고....] [여기가 역대 신투들의 무덤인 모양이죠?] 둘러보고

독고사룡; [꿀에 빠진 파리처럼 가엾은 존재들이지!] [황금전장이 모아놓은 어마어마한 보물의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죽어갔으니....!] 자조

독고사룡; (이 늙은이, 자신은 좀 다르다는 듯이 말하는 걸!) 눈 반짝

독고사룡; [어쨌거나 너는 참으로 운이 좋구나.] 눈 빛내며 청풍을 훑어보고

청풍; [황금전장에 태어났다는 사실 말고는 대체로 괜찮은 편이죠.] 시큰둥하며 독고사룡 맞은 편의 비석에 기대서고

독고사룡; [그게 제일 큰 복이다.]

독고사룡; [핏줄을 통해 남다른 능력을 타고 났고 엄격한 훈육을 받아서 그 재능을 남김없이 발휘할 수 있게 된 것보다 큰 복이 어디 있겠느냐?]

청풍은 (훈육은 무슨 훈육!) (걸음마 떼자마자 해결사 양성기관에 보내졌는데...) 콧방귀

독고사룡; [노부가 일찍이 등천신환(登天神環)에 그런 묘용이 있음을 알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청풍의 왼쪽 손목에 찬 팔찌를 보고

청풍; [팔찌가 등천신환인가요? 다섯 개의 반지가 등천신환인가요?] 손목을 들어보고

독고사룡; [그 전부를 일컬어 등천신환이라고 한다.]

독고사룡; [생사일보도 등천신환도 다 <>의 것이었는데...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 탄식

독고사룡; [<>의 것이 지난 삼십여년간 내 눈 앞에 놓여 있었거늘...] [얻기는 네가 얻었으니 보물에 주인이 따로 있다는 말이 틀리질 않는구나.]

청풍; [<>라뇨? <>가 누군데요?] 의아한 표정으로 독고사룡을 보고.

독고사룡; [절대마존(絶代魔尊) 소의장(蘇義藏)!] 굳은 표정

청풍; [절대마존?] [그런 사람이 있었나?] 갸웃

독고사룡; [있었지. 있었고말고....!] 끄덕

독고사룡; [절대마존이란 별호 그대로 마도제일인(魔道第一人), 아니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으로까지 불렸던 초인이 소의장이다.]

청풍; (오백년 내의 무림인들은 거의 다 알고 있는데....) (내 기억에 없는 걸 보니 오백년 이전의 사람이겠구나!) 침 꼴깍

독고사룡; [네가 불과 하룻밤 새에 생사일보를 터득할 수 있었던 건 타고난 자질도 자질이지만 등천신환의 도움을 받았기에 가능했다.]

청풍; [얘기가 좀 길어질 것 같군요.] 기대고 있던 비석에 훌쩍 올라가 걸터앉고

청풍; [생사일보와 등천신환은 무슨 관련이 있는 건가요?] 팔찌를 만지고

독고사룡; [모든 물질은 강한 열에 노출되면 구성 상태가 달라지게 된다.] [생사일보는 그 원리를 이용하여 몸의 형태를 일시적으로 바꾸었다가 원래대로 돌아오게 해준다.]

독고사룡; [덕분에 아무리 좁은 곳이라도 통과할 수 있고 또 스치는 건 무엇이든지 그 구성에 간섭해서 잘라버리거나 파괴할 수도 있다.]

청풍; [! 거의 마술 수준의 무공이군요.] 눈이 휘둥그레

독고사룡; [절대마존 소의장은 다른 무공도 많이 창안했지만 이 생사일보 하나만으로도 절대무적을 구가했었다.]

독고사룡; [무림일절 생사일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청풍; [위력이 막강한 대신에 후유증도 있겠네요.]

독고사룡; [수련과정에서 열기를 통제하지 못하면 몸이 타들어가 한줌의 재가 되어버린다.] 끄덕

독고사룡; [절대마존 이후로 생사일보를 연마해낸 인물이 없었던 건 그 때문이다.]

청풍; [혹시 생사일보의 비밀을 알아냈어도 자신이 뿜어낸 열기에 타죽어버렸겠군요.]

독고사룡; [노부는 젋었을 때 빙백진기(氷魄眞氣)라는 극음의 무공을 연마했었다.] 끄덕

독고사룡; [그 빙백진기 덕분에 타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열기에 뇌가 손상되어 십년 넘게 바보로 살아야만 했다.]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톡톡

청풍; [다시 정신이 돌아온 것도 빙백진기 덕분이겠습니다.]

독고사룡; [제 정신이 돌아온 건 육년전이다.] 끄덕

청풍; [그런데 왜 계속 바보인 척 했죠?]

독고사룡; [갑자기 나 이제 안 미쳤습니다! 라고 하는 것도 좀 그렇지 않느냐?]

청풍; [하긴!] 끄덕

독고사룡; [네가 지닌 등천신환은 생사일보를 수련할 때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위험을 막아준다.] [너도 겪어봤으니 알 것이다.]

청풍; [적화신환이 열기를 통제하고 청목신환은 몸을 지켜주더군요.] 팔찌를 만지작

독고사룡; [만일 등천신환의 효용을 미리 알았다면 나도 아까운 세월을 바보로 살지는 않았을 것이다.] 탄식

독고사룡; [그래도 한 가지 얻은 게 있다면 십년 넘게 바보로 산 덕에 내 몸에 배어있던 탐욕과 집착이란 독기가 빠져나갔다는 점이다.]

독고사룡; [귀부의 황금과 보석도 더 이상 날 속박하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강렬한 눈빛

청풍; [그럼 왜 바보인 척하면서 계속 여기 남아있는 거죠?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이마 찡그리고

독고사룡; [난들 이 지옥에서 빠져나가고 싶지 않았겠느냐?] 탄식

청풍; [출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인가요?]

독고사룡; [출구를 찾기는 쉬웠다. 수색을 시작한 후 불과 일곱 째 날에 찾았으니까.] 고개를 젓고

청풍; [그런데도 나가지 못한 데는 다른 이유가 있겠군요.]

독고사룡; [네 아버지에게 한 맹세 때문이다.]

청풍; [꼰대한테 한 맹세 때문이라구요?] 화들짝 놀라 일어나고

청풍; [꼰대가 여길 들어왔었나요?] 겁에 질려 둘러보고

독고사룡;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네 아버지는 가끔 귀부에 들어와 살펴보고 나간다.]

독고사룡; [내가 찾아낸 출구는 바로 네 아버지가 드나드는 그곳이었다.] 이하 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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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역시 밤의 황금전장. 불이 다 꺼져 있고.

손에 손에 무기를 들고 황금전장을 에워싼 권씨세가의 무사들. 눈에 핏발들이 서있다

담장 안쪽에서는 황금전장의 호장무사들이 기웃거리며 동태를 살피고 있다. 불안한 표정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건물. 공자무의 거실이다. 공대벽이 공자무와 진군소에게 보고중이다.

공대벽; [이제 저와 당한이가 나서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입니다.]

공대벽; [철궁의 십이사께서 도착하실 때까지 지키면서 시간을 끄는 게 현재로서는 유일한 타개책인 듯합니다.]

공자무; [알았다. 그리하자!]

공자무; [어쨌거나 너희들이 무사히 돌아왔으니 다행이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우선 돌아가서 쉬도록 해라!]

공대벽; [예 아버님!] 고개 숙이고

나간다

진군소; [십년감수했어요!] 가슴을 쓸고

진군소; [도검과 화살에는 눈이 없는데.... 괜히 쓸데없는 짓을 시켜서 애들을 위험에 빠트렸잖아요!] 눈 흘기고

공자무; [큰애는 나보다도 복이 많은 아이요.] [어떤 경우라도 놀랄지언정 화를 입는 일은 없을 텐데 무슨 걱정이오?]

진군소; [물론 큰애의 복이 많은 줄은 저도 알아요!] 한숨

진군소; [하지만 아비의 마음과 어미의 마음은 같지가 않군요.] 남편을 흘겨보고

진군소; [더 이상 아이들이 위험에 처하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어요.] [이제 그만 우리 집안의 비밀을 큰애에게 말해 줘야하지 않을까요?]

공자무; [큰애의 나이 올해로 스물다섯이오.] [나이는 충분하지만 그래도 집안의 비밀을 알 자격은 아직 갖추지 못했소!]

진군소; [물론 배필을 구하는 게 먼저인지는 알고 있어요!] 한숨

진군소; [하지만 우리 집안 장손의 배필을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누구보다도 당신이 잘 아시잖아요!]

진군소; [천하를 다 뒤져야만 하는데.... 자칫하다가는 오년 십년이 걸릴 수도 있어요!]

공자무; [그런 면에서 나는 운이 좋았소. 바로 지척에 당신이 있었으니...!] 진군소의 손을 다독이고

진군소; [마음에도 없는 말씀 마세요!] 코웃음을 치며 샐쭉하지만. 그러면서도 얼굴이 발그레해진다.

진군소; [제가 배필감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허전한 마음에 일년 넘게 온갖 계집들 얼굴 보고 다닌 게 누군데....!]

공자무; [철없던 젊은 시절의 그 과오로 인해 평생 당신에게 쥐어 살았지 않소?] [이제 그만 용서해주시구려!]

진군소; [용서야 애저녁에 했죠.] [다만 잊지 못할 뿐....!]

진군소; [특히 만마천(萬魔天)의 구령(瞿玲), 그 불여우를 생각하면 지금도 제 가슴 속에 불이 치솟는군요.] 이를 바득 갈고

공자무; [할 말이 없소!] 한숨

공자무; [하지만 부부가 된 후 나 공자무의 마음은 단 한시도 당신을 떠난 적이 없음을 알아주시오.] 부인 앞에 한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는 공자무

진군소; [누가 풍류한량 아니랄까봐!] 샐쭉하면서도 얼굴에 홍조가 감돌고

진군소; [당신을 원망한 적은 없으니 그만 일어나세요.] 남편 손에서 손을 뽑고

진군소; [아무리 부부사이라고는 해도 왕중의 왕, <제왕(帝王)>의 과례는 부담스럽군요.] 남편에게 손을 모아 포권하며 고개를 숙인다

 

자기 방에서 글을 쓰고 있는 공당한. 아주 심각한 표정

공대벽; [아직 안 자고 있었구나!] 들어오고

공당한; [형님!] 일어나고

공대벽; [무얼 쓰고 있었느냐?] 맞은 편 의자에 앉고

공당한; [날이 밝는 대로 권씨세가에 보내려고 글을 닦는 중입니다.] 종이를 집어들고

공대벽; [글로 화해를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 읽어 보거라!]

공당한; [예 형님!] 험험! 종이를 두 손으로 들며 목청을 돋우고

공당한; [...(중략)... 우리의 어린 형제가 비록 큰 잘못을 저질렀지만 사죄와 배상함에 잇어 예를 다했거늘 귀 문중은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마땅한 도리를 모르는 것이 아닌가?] 낭랑하게 읽고

머리가 아파서 이마를 짚는 공대벽

공당한; [여기까지 썼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주시는 대로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공대벽; [화해가 아니라 선전(宣戰)을 위한 글 같구나.] 한숨 쉬며 일어나고

공당한; [군자는 비록 꺽어질 지언정 굽히면 안되는 줄로 압니다.]

공대벽; [글과 말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난 듯하다.] [피곤할 테니 그만 자도록 해라.] 나간다.

공당한; [형님도 편히 쉬십시오.] 실망한 표정으로 포권하고,

손을 들어 보이며 나가는 공대벽.

공대벽이 밖으로 나가니 무사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건물 주위를 지키고 있다.

공대벽; [혹시 침입자가 발생하면 맞서지 말고 셋째를 안전하게 피신시키는데 주력하라!]

[분부 받들겠습니다 대공자님!] 포권하는 무사들

무사들을 지나치며 밤하늘을 보는 공대벽

공대벽; (이번 사단의 원인제공자이긴 해도 막내 녀석이 그리워지는군!) 하늘 보며 한숨. 개구쟁이처럼 웃는 청풍을 떠올리고

공대벽; (그 녀석이라면 뭔가 그럴 듯한 해결방안을 내놓았을 텐데....!)

 

#28>

귀부. 귀신의 얼굴이 새겨진 입구 부분.

육각형의 광장. 조용하다.

그 중 무고의 문이 열려있다.

무고 안은 드넓은 광장. 광장 안에 수많은 책꽂이가 늘어서 있고 책꽂이마다 책과 두루마리들이 가득 꽂혀있다. 도서관을 방불케 하는데 책뿐만 아니라 온갖 병기들이 진열된 시렁들도 무수히 많다.

광장 중앙에 놓인 튼튼해 보이는 원형의 돌 탁자 앞에 앉아서 두루마리를 읽고 있는 청풍. 의자는 중국식의 동그란 도자기 의자다. 등받힘이 없고. 그가 읽고 있는 두루마리에 적힌 제목은 生死一步

또 두루마리를 쥔 청풍의 왼손에는 특이한 팔찌가 끼워져 있다. 둥글게 원형으로 다듬은 검은 색의 고리에 각기 색이 다른 다섯 개의 반지가 끼워져 있는 형태. 반지들은 팔찌에서 빼내어 손가락에 끼울 수도 있다. 팔찌를 살짝 틀면 틈이 벌어져서 그곳으로 빼낼 수 있다.

청풍; [생사일보(生死一步)...!] [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갸웃 갸웃

청풍; [뭐 이런 뜬 구름 잡는 글이 다 있다냐?] 두루마리를 내려놓고

청풍; [내 속으로 어떻게 걸어 들어가고 적의 길을 밟는다는 건 또 뭔 소리래?]

청풍; [아무리 읽고 곱 씹어봐도 도저히 무공구결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손가락으로 두루마리를 톡톡 치고

청풍; [혹시 누군가 개똥철학을 대충 써갈겨 놓은 걸 무공비급으로 오인해서 여기 가져다 놓은 게 아닐까?] 깍지 낀 두 손을 목 뒤에 몸을 뒤로 젖히며 생각하다가.

청풍; [아우! 머리 아파!] 허공으로 폴짝 뛰어오른다.

공중에서 제비돌기를 하고

! 탁자 위에 거꾸로 물구나무를 선다. 손이 아니라 정수리로 탁자에 떨어지고 두 팔은 팔짱을 끼고 두 다리는 책상다리를 한 자세. 책상다리를 한 상태로 거꾸로 선 모습. 마치 오뚜기 같다. 청풍은 생각이 막히면 이런 자세를 취한다

청풍; [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내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 ! ! 물구나무를 선채로 탁자 위에서 통통 튀어다니며 중얼거린다. 마치 공이 튀는 것같다

청풍; [전체 구결 중 이 한마디에 비밀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짱구를 굴려 봐도 느낌이 오질 않는다는 게 문제야!]

청풍; [어떻게 해야 자기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단 말인가?] [정말로 자기 몸 속으로 들어가라는 의미는 아닌데...!]

청풍; [아우! 미치겠네! 난 한번 시작한 건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청풍; [이러다가 나도 독고노인처럼 미쳐버리는 거 아닌지 몰라!]

청풍;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생사일보 따위엔 관심을 두지 않는 건데....!] 한숨

이어 청풍의 뇌리로 떠오르는 무영동부에서의 일. 생사일보에 대해 염제도와 이야기를 나누눈 장면. 주변에 다른 노인들도 있다. 이하 회상

 

염제도; [생사일보는 말 그대로 한 걸음이면 죽을 곳에서 살아날 수 있고, 또 한 걸음이면 산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전설적인 보법이다.]

염제도; [보법이면서도 그 자체가 독보적인 공격수단이라 무림일절(武林一絶) 생사일보(生死一步)라고도 불리지.]

청풍; [만든 사람은 누구죠?]

염제도; [모른다!] 고개 젓고

염제도; [오래전부터 그런 무공이 있다는 소문은 돌았지만 직접 본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가 귀부에 들어와 보니 무고에 생사일보의 비급이 있더구나.]

청풍; [그래서 연마했어요?] 침 꼴깍

염제도; [생사일보는 연마가 불가능한 무공이다.] 고개 젓고

염제도; [노부도 아직 기력이 있을 때는 오기가 나서 연마를 시도해봤다만 영 뜬 구름 잡는 것 같아서 포기했다.]

표대추; [부주뿐만이 아니다.] 끼어들고

표대추; [역대 무영동부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생사일보에 관심을 보였으나 깨우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청풍; [정말 단 한사람도 연마해낸 적이 없어요?]

황희설; [혹시 저분이라면 익혔는지도 모르지.] 독고사룡을 가리키며 웃고

독고사룡은 뭔 영문인지도 모르고 히죽 웃는다.

청풍; [그럼 독고노인이 백치가 된 게...!] 흠칫하고

황희설; [생사일보 때문이다!] 끄덕

청풍; [허어!] 놀라고

염제도; [독고는 원래 저러지 않았다.] [여기 있는 우리들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이었지.] 한숨 쉬고

다시 염제도를 돌아보는 청풍

염제도; [아니, 역대 신투들 중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힐지도 모르겠다.] [귀부에 들어온 최연소자이면서 가져온 보물의 양과 질에서도 단연 발군이었으니까.]

청풍; [그랬어요?] 새삼 독고사룡을 보고

헤벌레 웃는 독고사룡

청풍; (막내인 황노인보다 서열이 높으면서 나이는 오히려 적은 게 그런 이유에서였군!) 생각할 때

염제도; [독고는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생사일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날 심한 열병을 앓고 난 후 저 모양이 되어버렸다.]

청풍; [외부와 단절된 이곳에 열병이 돌리는 없고... 원인이 생사일보 때문일 수도 있겠군요.] 눈 반짝

염제도; [가능성은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다. 백치가 되어버린 탓에 독고하고는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회상 끝

 

청풍; [독고사룡이 미친 게 정말 생사일보 때문이라면 좀 오싹한 걸!] 팔짱 낀 자세로 물구나무 선 채 어깨를 움츠리고

청풍; [잘못 하면 나도 미쳐버릴 수 있다는 얘긴데.... 그만 포기할까?]

청풍; [그럴 순 없지!] 휘릭! 공중제비 돌고

청풍; [중도에 포기하는 건 최강의 해결사집단인 철궁의 궁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 못해!] 똑 바로 가부좌를 틀고 앉고

청풍; [그나마 내가 자랑할 수 있는 건 집중력과 근성!] [어디 누가 이기는지 해보자 생사일보!] 눈감고 양손을 결을 지어 무릎 위에 올려놓고

청풍; [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내 속으로 걸어 들어가 적의 길을 밟는다!] 눈 감은 채 중얼 중얼

그런 청풍의 모습을 무고 밖에 숨어서 보는 어떤 그림자. 물론 독고사룡이지만 보여주지는 말고

[....!] 무언가 생각하는 독고사룡

조용히 무고 앞을 떠나려고 하고.

독고사룡; [!]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무고 안을 들여다보다가 눈 부릅

탁자 위에 앉아서 중얼중얼 거리는 청풍의 몸 주위로 아지랑이같은 것이 무럭 무럭 피어오르고 있다.

독고사룡; (... 설마!) 경악하고

독고사룡; (바로 생사일보의 비밀에 접근했다는 건가? 내가 십년동안 고생하여 겨우 다다랐던 그 경지에....?)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주먹 부르르

 

#29>

-장강(長江) 바다같이 넓은 강. 여전히 밤. 흐릿한 반달이 떠있고. 강 위로는 밤 안개가 흐른다.

끼익! 끼익! 안개 속에서 노 젓는 소리가 들리더니

안개를 뚫고 조각배 한척이 나타난다. 한 명의 예리한 인상을 지닌 오십살 가량 된 중년인이 팔짱을 낀 채 서있고. 그 뒤에는 건장한 체격의 청년이 묵묵히 노를 젓고 있다. 이 중년인은 십대세가중 사마세가의 가주인 사마이극. 권씨세가 가주 권일해에 필적하는 고수다

안개 속으로 들어가는 조각배.

긴장하며 노를 젓는 청년. 직후

사마이극; [멈춰라!] 낮게 외치고

흠칫하며 젓던 노를 멈추는 청년. 직후

화악! 미끄러져 나가는 조각배가 두터운 안개를 뚫고 나간다

! 직후 조각배 앞에 거대한 벽이 나타난다.

(!) 놀라서 올려다보는 청년

! 조각배 앞에 떠있는 거대한 배. 까마득히 높은 돛대가 세 개 달린 서양식의 범선인데 거의 항공모함 수준으로 크다. 선체에 줄을 지어 난 창문이 모두 3층이다. 갑판 위에도 3층으로 이루어진 선실이 있다. 돛과 닻은 내린 상태.

쉬익! 쉬익! 뱃전에 설치된 수십개의 거대한 환풍기같은 장치에서 안개가 높이 뿜어지고. 그 안개들이 사방으로 퍼져서 배를 에워싸고 있다.

갑판에는 투구와 강철갑옷을 입은 전사들이 철침 돋은 방패와 낭아곤을 들고 일정한 보폭으로 서로를 교차하며 순시를 하고 있었다. 철컥! 철컥! 움직일 때마다 철갑이 부딪히는 소리가 박자를 맞춘 듯 규칙적으로 이어진다. 전사들은 조각배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으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순찰만 돈다.

청년; (... 이 거대한 배가 바로 원수함(元帥艦)!) 침 꿀꺽 긴장하며 올려다보고

안개를 만들어내는 환풍기들을 크로즈 업

청년; (저 제무기(製霧氣)들이 뿜어내는 안개가 원수함을 가리고 있었구나!) 놀랄 때

사마이극; [저곳으로 대라!] 손을 들어 앞을 가리키고

사마이극이 가리키는 곳. 범선의 선체 하단에 화살 과녁같은 그림이 새겨져 있다.

! ! 노를 움직여서 그 과녁같은 곳으로 조각배를 움직이는 청년

조각배 끝이 과녁이 새겨진 범선의 선체에 부딪히며 낮으막한 소리가 들린다. 직후

끼이이이! 선체의 벽 일부가 안으로 젖혀지며 동굴처럼 벌어진다. 조각배가 들어가기에 충분한 공간.

노를 저어서 입구를 드러낸 범선 안쪽으로 들어가는 조각배. 안쪽은 큰 배 안에 있는 작은 항구 같은 곳.

청년; (배 내부에 산척장이 마련되어있다니...!) 다시 놀라고

! ! 어둠 속에서 날아드는 갈고리

! ! 조각배의 앞부분에 걸리는 갈고리들

청년은 흠칫하면서 노젓기를 멈춘다.

조각배는 갈고리에 의해 앞으로 끌려가고 뒤에서는 그들이 들어온 입구가 끼이이이 하는 소리를 내며 닫히고 있다.

어둑한 내부. 닫히는 문의 양옆에는 쇠줄이 감긴 도르래와 손으로 돌리는 풍차 같은 모양의 기관이 있으며, 두 마리의 나귀가 연자방아를 돌리듯 움직이며 문을 닫고 있는 중이다. 그들이 들어온 곳에는 이미 십여 척의 작은 배들이 가지런히 붙어서 물이 흔들릴 때마다 끼익! 끼익 소리를 내고 있다.

화악! 아주 밝은 빛이 갑자기 조각배를 비춘다.

눈을 찡그리는 사마이극. 팔로 눈을 가리는 청년

그러다가 흠칫하는 청년.

완전히 드러나는 내부의 모습. 범선 내부의 선착장에는 수십명의 철갑으로 무장한 무사들이 강력해보이는 큰 활을 들어 조각배 위의 두 사람을 겨누고 있다. 몇 명은 조각배에 건 갈고리를 밧줄로 끌어당겨 부두로 접안시키고 있고

노를 내려놓고 긴장하는 청년

그때 궁사들 사이로 나서는 40살 가량된 중년인. 모든 게 네모반듯한 인물인데 철갑을 둘렀고 얼굴에도 투구를 써서 눈과 입만 드러냈다. 아주 강직한 인상. 등에는 공작깃털처럼 화살이 펼쳐진 채 채워진 화살통을 짊어졌고 허리춤에는 강력해 보이는 활과 칼을 좌우에 찼다. 이 인물의 이름은 부도신궁 양홍경. 원수함의 총관. 이하 부도신궁으로 표기

부도신궁; [어디서 왔소?]

사마이극; [복성세가(複姓世家)!]

부도신궁; [몇 분을 만나보셨소?]

사마이극; [복성(復姓) 네 분! 단성(單性) 두 분! 총 여섯 분이군.]

부도신궁; [사마세가(司馬世家)의 이십칠 대 가주이신 칠절검(七絶劒) 사마이극(司馬耳極)님께서 도착하셨다.] [예를 갖춰라!] 주변의 궁사들에게 명령하고

궁수들이 활을 내리며 절도 있게 포권을 취한다.

사마이극; [사마세가의 사마이극이 원수함에 승선을 정중히 요청하오!] 포권하고

부도신궁; [사마가주님의 승선을 허가합니다.] 마주 포권하고

사마이극; [고맙소 양총관(楊總管)!] ! 한 걸음에 부두로 내려서고

부도신궁; [어서 오십시오 사마가주님! 환영합니다!] 포권하며 허리 숙이고

사마이극; [부도신궁(不倒神弓)! 오래만이군!] 위엄있게 끄덕이고. 말투가 갑자기 하대로 변하고

부도신궁; [지난번 회의 때 뵙고 처음이니 십년만입니다.]

사마이극; [세월 참 빠르지!] 끄덕

부도신궁; [보안을 철저히 하라는 원수(元帥)님의 분부가 있어 무례를 범했습니다.] [번거로우셨더라도 부디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안쪽으로 안내하며 고개 숙이고. 궁수들은 그들 좌우에서 군례를 취한다

사마이극; [원수께서 양총관 덕분에 마음을 놓고 지내신다는 말이 헛게 아니었군.] 따라가며 웃고. 청년은 좌우의 궁사들을 보며 긴장하고

부도신궁; [과찬이십니다.]

 

잠시후.

사마이극; [내가 마지막인가?] 부도신궁을 따라 복도로 들어서며

부도신궁; [그렇습니다.] [다른 가주님들께서는 이미 도착하셔서 혼원실(混元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앞쪽의 문을 가리킨다. 막다른 곳에 크고 육중한 철문이 있고. 문 위에는 混元室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부도신궁; [사마가주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문에 대고 포권하며 외치고

<안으로 모시게!> 문 안쪽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리고. 이어

그그긍! 철문이 안쪽으로 열리고. 밝은 빛이 흘러나오는 그 문 안쪽에 여러 명의 사람들이 원탁에 둘러앉아있는 것이 실루엣으로 보인다.

부도신궁; [드시지요 사마가주님!] 안으로 들어가기를 청하고

사마이극; [신세를 졌네!] 끄덕이며 제자와 함께 안으로 들어간다.

그그긍! 사마이극과 제자가 들어가자 철문은 다시 닫히고

철문을 등지고 돌아서는 부도신옹. 손목에 걸고 있던 작은 호각을 꺼내 입에 물고

삐익! 힘차게 호각을 불고. 그러자

철컹! 철컹! 도처의 복도에 천장에서 철벽이 떨어져서 각각의 구획을 차단한다. 배 안의 선원과 전사들 흠칫하지만 동요하지는 않고 자기 할 일들 하고

철문 앞에 버티고 선 부도신옹은 입에서 호각을 떼고

이어 칼 손잡이에 손을 얹고 눈을 부릅뜬 채 철문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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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권씨세가.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저녁 무렵. 여기 저기 불도 켜지기 시작했고

[!] 권완의 눈이 찢어져라 치떠진다.

이곳은 대청. 불이 환하게 켜진 대청의 상좌에는 권완과 권필중이 나란히 앉아있고. 주변의 탁자에 노인들이 수십명 앉아있는데 권완 뿐만 아니라 노인들도 눈을 부릅뜨고 있다.

그들 앞에 공대벽과 공당한이 서있다. 공당한 앞쪽의 탁자에는 상자가 놓여있고. 공대벽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권필중; [... 완아!] [... 지금 저 먹물이 뭐라고 씨부린 거냐?] 달달 떨고 있는 권완의 눈치를 살피며 묻고. 그때

공당한; [험험! 권노야께서 연로하시어 귀가 어두운 연고로 잘 알아듣지 못하신 듯 하니 소생이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다시 말씀드리겠소이다.]

공대벽; [당한아! 그만 해라!] 급히 말리려 하지만

공당한; [패악무도한 저희 막내 동생이 귀 가문의 족보를 강탈하는 과정에 그만 권소저의 입술을 유린하는 만행을 저질렀소이다!]

이마를 손으로 짚는 공대벽

[... 뭐야?] [... 그런 찢어죽일 짓을...!] 분노하는 노인들.

공당한; [이같은 파렴치한 행위로 소저의 청백지신(淸白之身)이 훼손됐으니 진정 슬프고도 애통한 일이 아닐 수없소이다!]

공당한; [만일 권소저께서 수치심을 참지 못하고 자결하신다면 저희 집안에서는 마땅히 명산에 터를 잡아 사찰을 세우고 소저의 명복을 빌어줄 것임을 밝히는 바이오.] 포권하며 당당히 말하고.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권완에게 향하고

권완의 안색이 창백해진 채 발발 떨고 있다.

권필중; [... 완아!] [... 정말로... 정말로 그런 일이 있었느냐?] 사색이 되어 권완에게 묻고. 순간

정신을 잃고 뒤로 나자빠지는 권완

권필중; [완아!] 다급히 권완을 끌어안고

[완아!] [이런 육시를 할....!] 분노하여 일제히 벌떡 일어나는 노인들

공대벽; (일 났군!) 한숨

공대벽; (권소저는 자신이 막내에게 당한 일은 집안 어른들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다.)

공대벽; (그럴 가능성이 있을 것도 염두에 두고 셋째의 입을 단속했어야했는데...!)

공당한; [큰형님! 정말 철딱서니 없는 소저로군요.] 코웃음

공당한; [신체발부는 모두 부모님께 받은 것인데, 그것에 손상이 있었음에도 고하지 않고 있었다니......]

공당한; [아무래도 부모의 훈육이 충분하지 못했던가 봅니다.]

공대벽; [제발 그 입 다물어라!] 눈을 부라리는데

일제히 두 형제를 돌아보는 노인들. 눈에 핏발이 서있다.

공당한; [... 자고로 양약은 입에 쓰고 충언은 귀에 거슬리는 법이거늘...!] 겁에 질려 주춤 거리면서도 끝내 나불거리고. 순간

권필중; [아가리 닥쳐라! 이놈!] 권완을 끌어안은 채 돌아보며 버럭 지르고

권필중; [협상이고 뭐고 필요없다! 저 악머구리 새끼들을 때려죽여라!] 외치고

[죽여라!] [찢어죽여!] [협상이 아니라 본 세가를 능멸하러 온 놈들이다!] 악을 쓰며 일제히 날아올라 장풍을 날리고 칼을 휘두르는 노인들

공당한; [으헥!] 기겁하면서도 다급히 상자를 끌어안고. 그런 그를 향해 빗발처럼 날아드는 칼과 장풍들. 그때

[1] 눈 부릅뜨며 소리없이 기합 지르는 공대벽

화악! 순간 공대벽의 몸에서 강한 바람같은 것이 터져나가고

[!] [!] 순간적으로 모든 노인들의 몸이 허공에서 굳어지고

공대벽; [가자!] ! 공당한의 허리를 팔로 감으며 뒤로 홱 날아간다.

[!] [!] 직후 마비에서 풀리는 노인들

[!] [!] 콰당탕! ! 털썩! 마비가 풀린 노인들 나뒹굴고 나자빠지고. 겨우 비틀거리며 내려서기도 하고

(몸이 갑자기 말을 듣지 않았다!) (이게 무슨 변괴인가?) 노인들 당혹해할 때

쐐액! 이미 대청 밖으로 날아나가고 있는 공대벽

권필중; [잡아라!] 권완을 바닥에 뉘여놓고 벌떡 일어나고

권필중; [저놈들 잡아 죽여!] 악을 쓰며 날아나가고

[죽여라!] [잡아라!] [막아라!] [경보를 울려라!] 외치며 권필중의 뒤를 따라 날아나가는 노인들

 

땡땡땡! 격렬하게 울리는 종소리

질풍같이 날아가는 공대벽. 왼쪽 옆구리에는 공당한을 낀 상태. 권씨세가도 상당히 넓어서 아직 빠져나가지 못했고

[멈춰랏!] [이놈! 서랏!] 날아오르며 가로 막는 권씨세가의 무사들. 하지만

공대벽이 노려보면 허공에서 몸이 굳어지고

! 그자들을 스쳐지나가는 공대벽.

그 뒤에서 털썩 털썩 나뒹구는 권씨세가의 무사들, 하지만

[놓치지 마라!] [저놈들을 세가 밖으로 내보내지 마라!] [기필코 잡아죽여라!] 사방에서 아우성. 종소리. 수많은 그림자들이 날아오르고

다시 날아올라 가로 막는 권씨세가 무사들.

능력을 또 발휘하여 그자들도 마비시키고 날아가고

앞쪽에 올려다보는 여자들이 보인다

그 여자들은 무시하고 날아지나가려 하지만

[죽엇!] [못 간다 악적!] 여자들도 비수를 뽑아들며 날아오르고

[!] 눈 부릅 공대벽. 여자들이 설마 공격할까 싶어 방심했고

급히 허공에서 방향을 틀지만

한 여자의 칼이 스치면서 공당한을 안은 공대벽의 팔에 상처를 낸다. 하지만

! 돌려차기로 그 여자의 옆구리를 차서 날려버리고

휘익! 그 반동으로 날아올라 다른 여자들의 공격을 뛰어넘는 공대벽

어느 건물 지붕으로 내려서고

돌아보니 사방에서 새카맣게 날아드는 권씨세가 무사들

공대벽;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로군!) (과연 한 때 천하제일가로 불렸던 권씨세가답다!) 안색이 어두워지고. 팔에서는 피가 흐른다

공당한; [... 형님! 상처가....]

공대벽; [별 거 아니다!] [가자!] ! 다시 날아오르고

앞에서 새까맣게 날아드는 권씨세가의 무사들

차앙! 날아가면서 검을 뽑는 공대벽

먼저 눈을 부릅떠서 능력을 발휘하여 전열의 무사들을 마비시키고

마비되어 경직되는 그들을 뛰어넘어서 뒷열에서 돌진해오는 무사들에게 부딪혀 간다

차차창! 차창! 현란하고 빠르게 검을 휘둘러 무사들의 공격을 헤치고 지나가는 공대벽

[조심해라! 이 돈벌레가 무공도 제법이다!] [원로들께서 도착하실 때까지만 버텨라!] 사력을 다해 공격해오는 무사들

하지만 질풍처럼 날아가며 그들의 공격을 받아넘기는 공대벽. 하지만 방어만 하고 권씨세가 무사들을 해치지는 않는다

공당한; (... 형님은 장사수완뿐만 아니라 무공도 절세적이구나!) 감탄하는데

전진하면서도 흘깃 뒤를 보는 공대벽

뭐라 악을 쓰며 날아오는 권필중과 그 뒤를 따라오는 노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공대벽; <잘 들어라 셋째야!> 빗발치는 칼날과 검들을 검으로 헤치며 날라가면서 공당한에게 텔레파시를 보낸다

흠칫하며 귀를 기울이는 공당한

공대벽; <지금 상황에서는 세가를 빠져나가기 전에 원로들에게 따라잡히고 만다!>

침 꼴깍 공당한

공대벽; <옷고름을 풀고 장삼에서 팔을 빼거라. 어두운 곳에 내려줄 터이니 내가 추격을 유인하는 사이에 조심스럽게 여길 빠져나가 집으로 가거라.>

공당한; (빈 옷으로 나를 여전히 안고 가는 것으로 위장하시려는....!)

공대벽; <만에 하나 사로잡히게 되면 일체 저항을 하지 말고 생포당해라! 그럼 어떻게든 다시 구해내마!>

공당한; [형님!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맞은 편 지붕에서 활을 쏘는 무사들

공대벽; [저들을 좀 죽인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 검으로 화살을 쳐내며 웃고

공당한; [그러면 그렇게 해서라도........]

공대벽; [안될 말!] 활 쏜 자들에게 날아가고.

활을 쏜 자들 당황하여 다시 활을 시위에 메기지만

파팟! 공대벽이 지나치면서 검의 옆면으로 때리고 손잡이로 찍어서 기절 시킨다

공대벽; [나는 장사꾼이다. 너는 사람을 죽이는 장사꾼을 본 적이 있느냐?] 휘익! 지붕을 박차고 도약하며 날아간다

공당한; (형님!) 감동 먹고.

그때 앞쪽 정원 어둑한 곳에 커다란 버드나무가 보인다. 가지가 무성하고

공대벽; [준비해라!]

공대벽; [저 버드나무 사이에 내려주마!] 버드나무로 날아가고

급히 옷에서 한 팔을 빼는 공당한

공대벽; [나무 가지 사이에 숨어있다가 소란이 갈아앉으면 내려와라!] 쏴아! 나무 속으로 스며들고. 헌데

휘릭! 벗은 옷을 허공으로 휙 날려보내는 공당한

공대벽; [셋째야!] 흠칫하며 돌아보는데

공당한; [그냥 가십쇼 형님!] 재촉하고

쏴아! 어쩔 수 없이 버드나무를 빠져나와 달려가고. 옷이 허공으로 날아가며 마치 한 사람이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같이 보인다

[놈들이 둘로 갈라졌다!] [나눠서 쫓아가라!] 뒤따라오던 무사들이 외치고. 두 패로 갈라져서 한 패는 허공으로 날아가는 빈 옷을 쫓아가는 무사들

공당한; [금선탈각(金蟬脫殼)에 이은 허허실실(虛虛實實)과 장계취계(將計就計)를 쓰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대벽의 등으로 기어올라가 목에 매달리고. 한손으로는 상자를 감싼 보자기를 움켜잡고

공대벽; [!] 번쩍 정신이 들고

공대벽; (영특한 놈! 누가 공씨 핏줄 아니랄까봐!) ! 건물 사이의 어둠 속으로 날아들어가고

건물 벽을 따라 달리는 공대벽.

그러다가 흠칫. 자신이 달려가는 앞쪽에 사람들이 달려가고 있다.

달려가던 자들도 뒤를 돌아보는데

공대벽; (이런...!) 낭패하며 검을 쥔 손에 불끈 힘을 주는데

공당한; [한 놈이 북쪽으로 간다! 북쪽이다! 쫓아라!] 공대벽의 목에 매달린 공당한이 외친다

돌아보던 자들도 깜짝 놀라서 다시 앞을 보고

[북쪽이다! 놈들이 북쪽으로 달아난다!] 외치며 방향을 틀어 달려가는 무사들

공대벽; (제법...!) 웃으며 달려가고

공당한; [멍청한 것들! 북쪽이라 하지 않았느냐!] [이 병신들아! 세가의 위명이 진창에 떨어질 판인데 여기서 꾸물대느냐?] 그늘만 찾아서 달려가는 공대벽의 목에 매달린 채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고

[북쪽이다!] [놓치지 마라!] [담장에서 막아라!] 무사들도 덩달아 외치며 달려가고

그 사이에 확 다가오는 높은 담벼락.

마침 담장 아래를 달려가던 무사들이 공씨 형제를 발견하지만

달려가면서 눈 부릅뜨는 공대벽

몸이 마비되어 쓰러지는 무사들

휘익! 담장을 날아 넘는 공대벽. 펄럭이며 공대벽의 목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공당한

[여기다!] [저기다!] [북쪽이다!] [속았다! 빈 옷이다!] 등등의 고함소리가 그들 뒤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공대벽; (호굴(虎窟)은 일단 빠져나왔군!) 한숨 쉬며 달려가고

공대벽; (하지만 권씨세가를 제대로 자극해놨으니 앞 일이 막막하구나!) 한숨 쉬며 달려간다. 공당한을 다시 한 팔로 안고.

 

#26>

깊은 밤. 하늘에는 반달이 떠있고.

권씨세가. 분위기가 흉흉하다. 무장한 무사들에 떼 지어 정문을 달려 나가고. 여자들도 무기를 든 채 몰려다니며 경비를 선다.

[총관! 너는 대체 평소에 어떻게 애들 관리를 했기에 경계가 이렇게 허술했느냐!] [숙부님께선 저만 탓하시면 안됩니다!] [뭬야?] 불이 환하게 밝혀진 대청에서는 노인들과 중년인들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이하 대화를 배경으로 대청의 상황 보여주고

[화만 내지 마시고 소질의 말도 좀 들어보십시오!] [이놈이 꼬박 꼬박 말대꾸야 말대꾸가!] 우락부락하게 생긴 중년인이 성질 급하게 생긴 노인과 싸우는 중이다. 그 중년인이 권씨세가의 총관이다. 상좌에는 권필중이 골치 아픈 표정을 짓고 앉아있고. 그의 뒤에는 얇은 천으로 휘장이 쳐져 있다.

[젊은 저희들만 탓하실 게 아니란 말씀입니다.] [세가의 주력은 황금전장을 포위하고 있기 때문에 평소 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 없었을 뿐입니다.] 휘장 속에 놓인 간이침대에는 권완이 누워 시녀들의 시중을 받고 있다. 권완의 이마에 물수건을 얹어주고 팔 다리를 주무르는 시녀들. 그 배경으로 아래의 고함들이 들린다.

[오히려 이럴 때 숙부님을 비롯한 원로들께서 힘을 써주셨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닥치지 못해?] 고함 소리가 어지럽게 난무할 때 정신을 차리는 권완. 눈은 뜨지 않고 눈꼬리만 파르르 떨린다.

[이노무 새끼가 그 새 좀 컸다고...... 엇다 대고 고함질이야!] [그러게 평소에 꾸준히 수련을 해두셨으면 애송이들쯤 간단히 잡을 수 있었을 것 아닙니까!]

[원로들께서도 코앞에서 놓친 놈을 어린 것들이 어떻게 잡습니까?] [주둥이 닥치지 못해?] 철썩! 뺨을 치는 소리,

[아니 왜 손찌검을 하십니까? 저도 다 큰 자식 있는 몸입니다!] [이놈이 곧 죽어도 뻗대! 뻗대길!] 악다구니들을 들으며 권완의 입술이 악물려지고

[얼마나 맞어야 정신을 차리겠냐? ?] [아우! 속 터져 정말!] 벌떡! 이어지는 소동에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는 권완. [아가씨!] 시녀들 깜짝 놀라는데

권완; [조용히 하세요!] 바락 고함을 지른다

순간 물을 끼얹듯 조용해지는 대청. 권필중을 비롯한 원로들과 중년인들이 모두 휘장 쪽을 본다. 노인1은 총관인 중년인의 멱살을 잡고 있고

! 거칠게 휘장을 젖히며 나서는 권완. 표정이 제대로 살벌하다

[... 완아!] [... 정신이 들었느냐?] 어색하게 웃으며 권완을 보는 원로들

권완; [공씨 형제는 어디 있나요? 잡지 못한 거예요?] 표독

[... 그게....!] [공가의 장남 놈 무공이 상당한데다가 교활하기까지 해서....!] 사람들 모두 권완의 눈치를 보며 더듬거리고

권완; [그들이 도주한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이를 바득 바득 갈고

총관; [... 한 식경쯤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어두워 수색조차 어렵다.]

권완; (이 멍청한 양반들!) + [도망친 그들이 돌아갈 곳은 어디죠?] 필사적으로 화를 참으며 말하고

노인1; [그야 제 집인 황금전장이겠지.]

다른 사람들도 고개 끄덕.

권완; [세가의 주력은 지금 어디 있지요?] 얼굴이 더 험악해지고

노인1; [물론 황금전장을 에워싸고 있다.]

권완; [그럼 여기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예욧!] 버럭 고함

! 으헥! 기겁하는 사람들

권완; [황금전장을 포위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자들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그 사이에 어르신들이 가서 잡아야 할 것 아닌가요!] [그 정도도 알아서 할 머리들이 없어요?!] 무섭게 화를 내며 삿대질을 하고

[... 간다!] [지금 잡으러 가마!] 권필중을 비롯한 노인들 기겁해서 콩 튀듯 대청 밖으로 뛰어나가고

단번에 대청에는 권완과 시녀들만 남는다

분해서 부들부들 떠는 권완

[... 아가씨! 제발 고정하세요!] [몸을 돌보셔야지요!] 시녀들이 겁이 나서 눈치 보며 달래고

권완; (늙은 것들이나 젊은 것들이나 하나같이 쓸모가 없어!) 이를 바득 바득 간다

권완; (그렇게 머리들이 안 돌아가? 일일이 지시를 해야 알아들어?)

권완; (결국 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복수도 한낮 꿈에 불과해!) 억지로 심호흡

권완; (생각같아서는 당장 혀를 물고 죽고 싶지만... 돌아가는 꼬락서니를 보니 그럴 수도 없어!) 이를 바득 바득

권완; (한시라도 빨리 기중표를 완성하자!) (그래서 내 손으로 직접 제천대성 그 원숭이 놈을 찢어 죽이자!)

권완; (죽는 것은 그 다음 일이다!) 살벌하게 이를 부득 부득 갈고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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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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