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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전 공지>

무림일기는 원스토어, 미스터블루, 리디북스, 판무림등에 연재중인 신작입니다.

연재가 진행중인 작품이라 블로그에 많이는 올리지 못합니다.

성인독자를 대상으로 쓴 작품이라 블로그에 올리는 데 제약이 있기도 하고...

맛보기 삼아 앞 부분을 일부 올릴 예정입니다.

물론 전체 연령이 열람가능하도록 내용은 수정이 될 것입니다.

연재 분량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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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강 무협소설

 

               무림일기 -武林日記

 

 

 

 

서장(序章)

 

 

종말(終末)과 시작(始作)

 

 

 

시뻘건 불길이 뱀의 혓바닥처럼 사방에서 넘실거린다.

화려함의 극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던 실내는 이미 불길에 삼켜져 용광로로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보좌에 앉아있는 여인은 그 엄정(嚴正)한 자태를 추호도 흩트리지 않았다.

걸치고 있는 화려한 궁장과 구름같이 틀어 올린 첩지머리에도 불길이 옮겨 붙었으나 여인은 마치 남의 일인 듯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연왕(燕王)의 왕사(王師) 도연(道衍)! 전국(傳國)의 옥새(玉璽)를 원한다면 본후(本后)의 제안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스물네 살에 불과한 젊은 나이지만 여인의 말에는 추상같은 위엄과 태산의 그것같은 무게가 서려 있다.

"만일 거부하거나 사소한 토라도 달 경우 홍무(洪武)폐하로부터 전해진 명조(明朝)의 국새(國璽)는 세상에서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다."

불길과 함께 실내를 자욱하게 뒤덮고 있는 연기 속에서 여인의 눈이 청옥(靑玉)처럼 서늘한 빛을 발한다.

"아미타불! 천한 중이 어찌 감히 존귀하신 황후(皇后)마마의 성지를 거스를 수 있겠소이까?"

도연은 합장을 하며 허리를 숙였다.

그의 나이 이미 예순 일곱이지만 눈앞에 고고하게 앉아있는 손녀뻘의 어린 여자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허리가 숙여진다.

단지 그녀의 신분이 황후라는 이유 때문만이 아니다.

그 가냘픈 육신 안에 품고 있는 단호한 결기(決氣)는 도연의 육십칠 년 삶을 되돌아봐도 비견될 대상이 없는 정도였다.

"이 아이를... 세상이 아직 존재를 알지 못하는 이 핏덩이를 지켜주겠다고 신불(神佛)에 대고 맹세하라. 그리하면 본후도 전국의 옥새를 내놓겠다."

여인은 자기 발치에 놓인 상자를 지나가는 눈길로 가리키며 말했다.

뚜껑이 열려있는 상자 안에는 강보에 쌓인 갓난아기가 뉘어져 있다. 태어난 지 하루 이틀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듯 핏기가 채 사라지지 않은 핏덩이다.

"신불에 기댈 것도 없이 빈승 도연의 명예를 걸고 황자(皇子) 아기씨를 험한 인심(人心)으로부터 지켜드리겠소이다."

"과연 그대가 약속을 지키는지는 혼령(魂靈)이 되어 지켜보겠다."

도연의 다짐을 들은 여인은 보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최근에 출산을 한 몸인데다가 옷과 머리에 이미 불이 옮겨 붙은 상태임에도 그녀의 운신(運身)에는 추호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내 막내아들을 서달(徐達)의 막내 딸 서묘금(徐妙錦)에게 보여주면 국새를 내줄 것이다."

그 말 한마디를 남기고 건문제(建文帝)의 황후 마은혜(馬恩慧)는 넘실거리는 불길 속으로 망설임 없이 걸어 들어갔다. 마치 환호하는 백성들을 향해 나아가듯이...

불길에 휩싸이는 순간 마황후의 몸은 잠깐 움찔하는 듯하더니 이내 도연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정난(靖難;나라의 위난을 평정함)을 주장하며 반란을 일으킨 연왕 주체(朱棣)의 군세에 금릉(金陵)이 함락 당하던 날 자금성(紫金城)의 깊은 곳에서 벌어진 은밀한 일막은 그렇게 끝이 났다.

살아있는 사람 중에서는 오직 두 명만이 알고 있는 비밀스러운 거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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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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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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