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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3.22 [천병신기보] 제 6장 수라천극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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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六 章

 

                 修羅天極尊 --- 修羅天尊經

 

 

 

[크크크... 꼬마야! 정신이 드느냐?]

능천한의 귓전으로 괴팍스러운 음성이 뇌성같이 웅웅거렸다.

(죽지 않았는가? 패천동부(覇天洞府)를 지키지도 못하고... 죄스럽게 살아 있단 말인가?)

주르르...!

한 줄기 눈물이 꼭 닫힌 능천한의 속눈썹 사이에서 흘러 내렸다.

(패천지혼(覇天之魂)의 후예가 되어 자랑스런 전통도 지키지 못하다니... 아버님을 어찌 뵙겠는가?)

능천한의 가슴이 천만 근으로 무거워졌다.

[쯧쯧! 사내녀석이 계집처럼 눈물을 흘리다니...!]

어둠 속에서 괴인의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잃었으면 찾아내라. 도산검림(刀山劍林)에라도 뛰어들어 기필코 쟁취하라! 받았으면 십 배로 돌려주어라!]

능천한은 입술을 악물고 눈을 떴다.

순간,

--- !

능천한의 두눈에서 뇌전이 일었다.

(역시!)

그 모습을 보며 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 !

그리고 그 뇌전은 나타날 때보다 더욱 빠르게 사라졌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능천한은 칠흑같은 어두운 석실에 낮같이 환해보이는 것을 느꼈다.

(내공이... 상상치 못할 정도로 늘었다.)

내공뿐만이 아니었다.

기이한 영감이 쾌활하게 전신을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천지쌍교가 열리며 심령이 자연과 교감하며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만 능천한으로서는 당장에 그같은 변화가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었다.

[...!]

능천한은 깊디깊은 눈빛으로 전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예의 괴인이 있었다.

범인이라면 보자마자 까무러칠 괴이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의...

그러나...

[...!]

능천한의 시선은 아주 담담했다.

그것은 그의 속에 보이지 않는 태산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후, 그 어떤 괴사도 그의 정력(定力)을 흔들지 못하리라.

(역시다. 볼 수록 엄청난 놈이다. 겁이 날 정도로...!)

괴인은 부지불식간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천하제일마(天下第一魔)로 불리던 괴인...

능천한의 기도는 그런 괴인을 떨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크크... 이놈! 네놈은 존장을 모실 줄도 모르냐? 하물며 다 죽어가던 네 녀석을 살려 주었거늘...]

괴인이 괴팍스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마인(魔人)이다. 그럼에도 하찮은 마도(魔徒)들같이 마기가 흐르지 않은 것은 극마지경(極魔之境)에 가까워진 자이기 때문이다.)

능천한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그의 뇌리에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정중히 포권하여 예를 차렸다.

[선배의 구명지은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는 유현한 시선으로 괴인을 바라보았다.

(이놈 눈빛 봐라!)

능천한의 시선에 접한 괴인은 가슴이 흔들렸다.

능천한의 단순한 눈빛에도 천만 근의 무게가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죄송하지만 선배님의 존함을 들을 수 있을지요?]

능천한이 정중하게 물었다.

괴인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허... 본존이 늙었단 말인가? 네놈같이 방자한 애송이 하나 패줄 마음이 일어나지 않다니...!]

괴인은 투덜거렸다.

그의 말대로 그의 눈빛에는 살기가 일지를 않았다.

육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 죽이기를 파리 죽이듯이 하던 대마두(大魔頭)...

[결례가 되었으면 용서하십시오!]

능천한이 다시 정중하게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괴인의 눈가에 미소가 중얼거렸다.

(죽었다 깨어나도 미워할 수 없는 놈이다.)

괴인은 능천한에게 급격히 기우는 자신을 느꼈다.

인간을 철저히 증오하던 그로서는 상상도 못하던 변화가 굳을 대로 굳은 마음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흐흣! 노부의 이름을 듣고 싶으면 네 녀석의 이름부터 말해주는 게 예의 아니겠느냐?]

괴인이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괴인의 어조에서 괴팍스러움이 사라진지 이미 오래였다.

[후배는 능천한이라 합니다!]

능천한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순간,

[능가(陵家)란 말이냐?]

괴인의 얼굴이 와락 이지러졌다.

우르르르---!

뒤이어 그의 몸에서 가공할 살기가 폭발하듯이 일어났다.

그의 모습은 삽시에 지옥에서 뛰쳐나온 아수라같이 변했다.

(나의 추측이 맞겠구나!)

격동하는 괴인을 보며 능천한 두 눈이 착잡한 빛을 발했다.

[으음... 능붕비(陵鵬飛)의 후손이란 말이냐?]

괴인이 칼에 맞은 듯이 신음하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분이 후배의 엄친이십니다!]

능천한이 무겁게 말했다.

[으음...!]

괴인이 괴롭게 신음했다.

(하필이면... 육십여 년을 지옥에서 썩게 만든 원수 놈의 자식이라니...)

괴인의 눈빛이 복잡하게 변했다.

갈등, 분노,

그리고 탄식으로.

능천한의 안색도 더할 수 없이 침중해졌다.

그도 괴인의 누군인지를 알아낸 것이다.

(아버님이 가둔 대마종(大魔宗)의 손에 구함을 받다니...)

그의 얼굴에 괴로운 빛이 흘렀다.

[...!]

[...!]

침묵.

어둠 속에서 일노일소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윽고,

[선배님께선 바로...!]

능천한이 입을 열자 괴인이 손을 저었다.

[알았으면 되었다.]

[으음...!]

신음하는 능천한을 바라보며 괴인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패천멸절십팔뢰(覇天滅絶十八牢)는 실로 지독한 곳이다.]

[...!]

[수백 가지 기관이 중첩되어 있어 일보를 움직이는 사이 열 번은 사선을 넘어야할 정도였다. 그러나, 본존도 마도제일뇌(魔道第一腦)라 불릴만큼 기관지학과 기문둔갑에 능통하다. 단순히 기관만이었다면 본존의 발길을 막지 못했을 것이다.]

능천한은 묵묵히 괴인의 말을 들었다.

(많이 변했다. 육십여 년을 갇혀 지내면서 마성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능천한의 얼굴에서 그늘이 많이 사라졌다.

[가장 지독한 것은 묵옥강석(墨玉剛石)의 관문이었다!]

괴인은 치를 떨었다.

 

--- 묵옥강석(墨玉剛石).

 

돌이면서 강철보다도 오히려 단단한 묵옥석(墨玉石)을 말한다.

패천멸절십팔뢰는 모두 열 여덟 개의 관문이 있고,

매관문은 두께 삼십 자, 무게 오십만 근의 묵옥강석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묵옥강석의 관문은 밖에서는 열 수 있으되 안에서는 절대 열지 못한다.

그 관문은 오로지 안에서 힘으로 부수고만 통과할 수 있다.

[육십 년 전... 본존은 하나의 묵옥강석인 관문을 부수는데 꼬박 오 년을 보내야 했다.]

[...!]

괴인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대로라면 아마 세 관문을 부순 뒤 탈진해 죽고 말았을 것이다. 그래서 본존은 묵옥강석의 관문을 부술 파괴적인 기공(氣功)연 연구하게 되었다.]

괴인의 괴악스런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은 득의의 미소,

능천한은 한곳 부서진 석벽의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시커먼 묵옥강석이 모래같이 부서져 나뒹굴고 있었다.

(가공하다. 보검으로 흠집도 못내는 삼십자 두께의 묵옥강석이 일격에 부서지다니...)

[크크... 꼬박 일갑자가 걸렸다. 본존은 마침내 사상최강의 파천절기(破天絶技)를 창안할 수 있었다.]

말을 하며 괴인은 우수를 번쩍 들었다.

그의 우수는 먹물에 담근 듯이 시커매져 있었다.

그리고,

--- !

--- 자자작!

괴인의 오른팔 전체에서 먹물을 뿌린 듯이 시커먼 묵강(墨罡)이 쏟아졌다.

--- --- --- !

굉벽(宏霹)!

벽력성이 터지며 오십 자 두께의 석벽이 박살이 났다.

실로 놀라운 위력이 아닐 수 없었다.

(가공스럽군. 저 기공 앞에서는 어떤 호신강기라도 남아나지를 못하리라. 사상최강이라고 한 말이 헛것이 아니다.)

능천한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크크... 이름하여... 묵황굉벽뢰(墨荒宏霹雷)라는 것이다.]

[묵황굉벽뢰(墨荒宏霹雷)!]

능천한은 입속으로 되뇌었다.

괴인은 말을 이었다.

[두들겨 부수는 데에는 묵황굉벽뢰 이상의 무공이 없다. 너희 능가일문의 패천대륜오절식(覇天大輪絶式)이라도 예외는 아니지!]

[...]

능천한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패천일문에는 두 가지 초절정의 무공이 전해 내려온다.

 

---패천존후신강(覇天尊吼神罡),

---패천대륜오절식(覇天大輪絶式).

 

당금 천하무적으로 통하는 패천이대절기가 이것인 것이다.

[그러나... 묵황굉벽뢰에도 약점이 있다. 그것은 너무 강하다는 점이다.]

[...!]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괴인의 말하려는 바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영리한 놈!)

괴인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묵황굉벽뢰는 강하다. 그만큼 내력의 소모가 크지. 사백 년 이하인 내공으로는 한 번밖에 쳐내지 못하지...]

 

---삼백 년 내공,

 

무려 오갑자에 이르는 공력으로는 한 번밖에 쳐내지 못한다니...

문득,

괴인은 허리춤의 누더기를 더듬었다.

이내 그의 손에 지저분한 양피지 책자가 쥐어졌다.

[옛다! 받아랏!]

괴인은 양피지 비급을 능천한의 앞으로 던졌다.

[...!]

[흐흐...!]

괴인은 종잡을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애당초 네 녀석의 애비에게 빛을 받으려 했으나 이제 생각을 바꾸었다.]

[...!]

능천한은 말없이 들었다.

[이제 본존은 이곳을 나갈 것이다. 나간 직후 다시 이곳을 무너뜨려 막아버릴 것이고...]

괴인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능천한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평생을 갇혀 살기 싫으면 그 비급 안의 묵황굉벽뢰를 익혀야 할 것이다!]

스스스스!

말을 하며 괴인은 둥실 떠올랐다.

[크크... 세상 구경을 하고 싶거나... 본존을 다시 붙잡고 싶으면 백만 근의 돌더미를 깨치고 나와야 할 것이다!]

--- --- !

--- --- ---!

시커먼 강기가 일며 패천동부를 가린 돌더미들이 박살이 났다.

[--- 하하하!]

--- 이잉!

그사이로 괴인은 뇌전이 흐르듯이 빠져 나갔다.

--- --- !

괴인이 빠져 나간 직후,

굉음이 일면서 다시 돌더미들이 부서져 내려 입구를 막아버렸다.

능천한은 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고약한 심보를 지니신 분이군.]

능천한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어,

그는 허리를 굽혀 발앞에 떨어진 낡은 비급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전자체(篆字體)의 칙칙한 비급명이 눈에 들어왔다.

 

<수라천존경(修羅天尊經)>

 

[역시...!]

능천한은 신음하며 비급의 겉장을 넘겼다.

 

<수라(修羅)는 독존(獨尊)이기를 원한다. 수라천존경(修羅天尊經)의 주인은 곧 수라일문의 당대문주가 된다.

수라존(修羅尊) 절필(絶筆).>

 

수라존(修羅尊)은 천여 년 전의 인물이다.

마종(魔宗)이었으나 정사중도에 섰던 인물...

수라존 이후 수라일문(修羅一門)은 암중에서 수라천존경에 힘을 더해왔다.

수라천존경은 수라존 일인의 진전이 담긴 것이 아니고 십이대를 걸치며 암중의 마웅들이 그 진수를 첨가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능천한의 시선은 수라문 제십이대문주의 서명에 눈길이 머물렀다.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 탁무영(卓武影)>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

수라일마존(修羅一魔尊)의 서명이 거기 있는 것이다.

 

수라천극존!

그는 천 년에 걸친 수라일문의 힘을 믿었고,

그래서 천하에 나와 무림을 발아래 두려고 했다.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되는 듯이 보였다.

마도에는 그의 적수가 없었고,

정파에서도 삼존이 손을 잡기 전에는 자신을 어쩌지 못함을 알았다.

그래서 기고만장한 것인데,

어느 날,

새파란 서생이 그를 찾아왔고,

비무를 청하여 싸움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요놈정도야 했다.

한데 그것이 아니었다.

그 애송이의 공력이 너무도 무서웠다.

무려 오백 년에 이르는 내공,

상상치 못할...

너무도 가공스러운 공력이었다.

그래도 수라천극존은 한 가닥 자부심을 갖고 그 애송이와 맞서 싸웠다.

그러나, 애송이의 내공은 갈수록 더 강해졌고,

반면 수라천극존 자신은 파김치가 되어 갔으며,

마침내,

삼주삼야만에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은 무릎을 꿇고 만다.

치욕의 패배!

그리고,

그리고 그 새파란 애송이에 의해 패천동부라는 지옥같은 곳에 갇히고 만다.

그것이 일갑자전의 일이었고...

수라천극존을 패배시키고 가둔 인물은 후일 패천황룡(覇天皇龍)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며, 절대 불가침의 천하주제인(天下主宰人)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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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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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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