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第 五十四 章

 

                  天魔之壁, 天魔, 天魔至尊匕!

 

 

 

(무엇인가 있다.)

능천한은 흠칫하며 멈추어 섰다.

이곳은 아주 어두운 석로(石路)였다.

지독한 어둠...

기이하게도 천녀내공을 지닌 능천한이건만 간신히 일 장 앞을 내다 볼 수가 없었다.

무엇 때문인가?

단순히 빛(光)이 차단된 곳이라 하여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섬뜩한 기분...

어둠 속에 무엇인가 도사리고 있었다.

금시라도 달려들어 목덜미를 물어뜯을 듯,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스물... 스물...!

형체도 소리도 없는 중에 그것은 벌레가 기어드는 것처럼 파고 들어왔다.

어지간한 능천한이건만 소름이 오싹 끼쳤다.

(무엇인가? 대체 무엇이 있기에... 이토록 섬뜩한 느낌을 주는가?)

능천한은 눈에 힘을 주고 전면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역시 일 장 이상은 꿰뚫어 볼 수 없었다.

그때였다.

[...!]

환몽천후가 능천한의 팔을 끼며 바짝 달라붙었다.

능천한은 그녀의 교구가 바들바들 떨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감정이 없는 환몽의 심령마저도 위축시키는 그 무엇이 저 안에 도사리고 있다.)

스--- 윽!

능천한은 일보를 내디뎠다.

사-- 가가가각!

스스스--- 스스슥!

(우웃!)

능천한은 휘청하였다.

그 기분나쁜 기운이 강렬해진 것이다.

피부에 소름이 오싹 끼쳤다.

전신이 음침한 기운에 오그라들고 모발이 쭈뼛 쭈뼛 일어섰다.

[음...!]

능천한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토했다.

금시라도 날카로운 칼이 목을 푹 찌를 것만 같은 섬뜩함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는 모르고 있었다.

공력이 아무리 높은 자리도 일반인들이었다면 이미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을 것을...

일 장 이상을 볼 수 없는 이 석로에는 사상최악의 안배가 있었다.

보이지 않는 중에 사람의 심기를 갈가리 찢어놓을 수 있는 것이었다.

[흠...]

능천한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무엇이든... 나의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지는 못한다!]

능천한의 눈에서 뇌전이 쏟아졌다.

누군가 있어 그것을 보았으면 태양이 떠오른 줄로 착각했을 것이다.

능천한의 눈빛은 그만큼 강렬했다.

스--- 스스--- 슥!

뚜-- 벅! 뚜벅!

능천한은 천만근의 무게를 두 발에 담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푸--- 스스슥!

그의 일보 일보마다 석로의 바닥이 푹푹 꺼졌다.

그와 함께,

츠츠츠츠--- 츠츠!

스스스스---!

무형의 살벌한 기운이 잘 벼린 칼날같이 능천한의 전신으로 쏟아졌다.

능천한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 살벌하고 섬뜩한 기운에 전신이 베어져 나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기운은 능천한이 일보를 움직일 때마다 배로 강해졌다.

그러나,

주르르--- 르!

능천한은 식은 땀을 흘리면사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푹! 푸--- 스슥!

그의 걸음마다 다섯 치 깊이의 족인(足人)이 새겨지고,

무섭게 부릅뜬 그의 시선은 오직 전면만을 노려보았다.

우--- 우우우웅!

츠츠츠츠--- 츠!

무형의 살벌한 기운은 기하급수적으로 강해져 갔다.

금시라도 전신이 난도질 당할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능천한의 발걸음은 머뭇거림이 없었다.

이것은 공력(功力) 이전에 정력(定力)의 문제였다.

범인이었다면 이미 몇 번은 피를 토하고 쓰러졌을 지독한 안배였다.

(어쩌면... 천마가 자신의 영면(永眠)을 지키기 위해 베풀어놓은 안배인지 모른다.)

어둠 속을 노려보는 능천한의 두 눈이 횃불이었다.

그는 피가 터지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천마이든 누구이든... 패하지 않는다.)

뚜벅--- 뚜--- 벅!

우수수수! 푸--- 스슥!

능천한의 발걸음도 점점 더 깊게 파여졌다.

그만큼 그의 발길을 방해하려는 기운이 강해졌음을 말한다.

그리고

 

--- 크크크크...!

--- 컬컬컬... 여기가 어디인 줄 알고 오느냐?

--- 크크크... 돌아가랏1 그렇지 않으면 목을 따버리겠다.

 

스스스스스---!

마침내 환청(幻聽)까지 일어났다.

아수라(阿修羅)와 지옥의 악귀들이 구름같이 일어나 능천한을 가로 막았다.

스스스--- 스스!

 

--- 켈켈--- 켈켈!

--- 크크크--- 크크!

 

꿈에 볼까 두려운 악귀들 망령들...

생각하기도 싫은 호나상이 뭉클뭉클 치솟아 능천한을 뒤덮어 씌웠다.

그것은 섬뜩한 기도에 부합하여 능천한을 사정없이 죄어왔다.

능천한의 일신이 식은땀으로 질퍽해졌다.

[물러가랏! 마계(魔界)의 망령들이여!]

문득 능천한이 벼락같이 일갈을 터뜨렸다.

그의 일갈에는 만사(萬邪) 만마(萬魔)를 깨쳐 부수는 대정지기(大正之氣)라 있었다.

다음 순간,

스스스-!

모든 환상과 환청이 거짓말같이 사그라 들었다.

그와 함께,

파--- 앗! 스스스스!

갑자기 석로를 뒤덮고 있던 칙칙한 어둠이 확 가셔 버렸다.

그러자 석로주변이 일시에 환해졌다.

[...!]

의아해하던 능천한의 안색이 갑자기 목석같이 굳어져 버렸다.

그는 경악에 찬 시선으로 전면을 바라보았다.

그의 앞쪽에 있는 것은 높직한 석문이었다.

시커먼 묵강옥(墨剛玉)으로 만들어진 것이데,

일견하여 낙서와 같은 큼직한 문양이 그 묵강벽에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갑골문자(甲骨文字)였다.

능천한은 갑골문자를 읽어 보았다.

 

<천마지벽(天魔之璧)>

 

[우웃!]

글을 읽던 능천한은 뇌전에 맞은 듯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마기(魔氣)!

지도한 마기가 그 네 글자에 모두 집약되어 있는 듯이 보이는...

그런 가공할 마기가 그 네 자의 글에 실려있는 것이다.

[으음...!]

그러나 능천한은 점차 평정을 되찾았다.

천극대정신맥을 지닌 능천한이다.

마(魔)가 강하던 강할 수록 강해질 수 있는 것이 능천한의 장점이다.

[천마지벽!]

능천한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천마가 잠든 곳이... 이 너머에 있으리라. 모든 마기가 이곳에서 흘러나오니...]

능천한은 묵직한 시선으로 천마지벽을 바라보았다.

스스스--- 스스!

우우--- 우우우--- 웅!

그와 함께 능천한의 일신에서 지극히 크고 정대한 기운이 무지개같이 피어올랐다.

바로 천극대정신맥에서 우러나오는 대정지기(大正之氣)가 그것이다.

[진정, 천마가 고금제일마종(古今第一魔宗)이었다면... 극정(極正)의 큰 기운에 자신의 문(門)을 열 큰 아량이 있으리라!]

능천한은 담담히 중얼거렸다.

그의 중얼거림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그--- 그그그긍!

우르--- 르르르르!

천마지벽에서 웅혼한 진동이 일어났다.

그와 함께,

츠츠--- 츠츠--- 츠!

스스--- 스스스--- 스!

침중한 광휘가 새어 나오며 천마지벽이 둘로 갈라지기 시작하였다.

[역시...!]

능천한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영웅지혼(英雄之魂)은 천세(千世)을 격하고도 이어지는가?

천마지벽이 갈라진 것이 우연이었는지 안배에 의한 것이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스--- 스스슥!

능천한은 환몽천후와 함께 천마지벽의 갈라진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가자 천마지벽은 소리없이 합쳐졌다.

 

[...!]

능천한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그곳은 아무런 특징도 없는 석실이었다.

다만 석실 전체가 시커먼 색으로 칠해져 있다는 것이 기이할 뿐이었다.

한데 석벽을 등진 석상(石床) 위에 일인(一人)이 좌정하고 있었다.

일신에 고풍스런 묵의(墨衣)를 걸친 중년인이었다.

(음... 기도가 엄청나다. 하늘을 보는 듯하다.)

능천한의 검미가 부르르 떨렸다.

능천한은 묵의중년인의 모습에서 하늘을 보았다.

천지를 가득 메우는 가공스런 기도(氣道)!

그것은 정사(正邪)를 따지기 그 이전의 기도였다.

만상(萬象)을 포용하고,

만천하(萬天下)를 뒤덮어 버릴만한 엄청난 무형기도(無形氣道)!

능천한은 숨이 탁 막힘을 느꼈다.

(이제껏... 이만한 기도를 보지 못하였다. 우주혈종이 몸속에 감춘 그 엄청난 기도도... 이 인물의 그것에는 비교되지 않는다.)

능천한은 자기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만큼 묵의중년인은 능천한을 압도하는 기도를 지닌 것이다.

어찌 보면 평범하나 만세지존(萬世至尊)의 기품이 그에게 있었다.

[이분이 천마이시리라.]

능천한은 시선을 옮겼다.

그의 시선은 묵의중년인의 가슴에 이르러 멈추어졌다.

묵의중년인의 가슴,

그곳에는 한 자루 비수(匕首)가 손잡이만 남긴 채 박혀 있었다.

아수라의 형상이 조각되어 있는 비수의 손잡이에서는 칙칙한 마기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천마지존비(天魔至尊匕)! 설마 이 분은... 스스로 자결하셨단 말인가?]

능천한의 시선이 흔들렸다.

 

<천마지존비(天魔至尊匕)>

 

바로 그것이었다.

중년인의 가슴에 손잡이만 남기고 박혀 있는 비수가 바로 천마지존비였다.

사대마병(四大魔兵)의 으뜸으로 팔황천병(八荒天兵)의 전설에만 그 상좌를 양보한다는...

바로 그 천마지존비인 것이다.

능천한은 석상(石床) 밑의 바닥을 주시하였다.

그곳에는 글이 있었다.

모든 글이 갑골문자로 쓰여있으나 능천한은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야심으로 하여... 적수를 찾아 천하에 나섰도다. 그러나... 없었다. 적수는 고사하고 본인이 일초반식을 받는자도 없었다.

(中略)

이에 백여 년을 횡행하다가... 이곳에 천마총을 짓고 스스로 목숨을 끊도다.

천세(千世) 후에라도 본인의 적수가 천하에 나기를 기대하며...

천마가 적노라.>

 

[으음... 역시...]

능천한은 글에서 시선을 때고 천마를 올려다보았다.

 

<천마(天魔)>

 

천하가 고금제일마종(古今第一魔宗)이라고 부르는 천마,

그가 실상은 너무도 고독하고 불행하였음을 천하는 모른다.

그는 자신의 적수를 기다리며 일백수십년의 세월을 무림 위에 있었다.

그러나 끝내 천마의 적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천하에 오직 혼자만이 독존군림한다는 것.

범인(凡人)은 그것을 동경(憧憬)하지만

그 경지에 이른 절대자(絶代者)는 진정 고독해 진다.

자신과 뜻을 나눌 단 일인도 없다는 것은 너무도 불행한 일이기에...

능천한은 천마를 올려다보았다.

그 자신도 이미 절정(絶頂)에 접근해 있는 인물이다.

자연히 천마가 느꼈던 그 처절한 고독(孤獨)의 그림자를 그는 이해할 수 있었다.

[선배의 생전 심정을 압니다. 천하 위에 홀로 서셨던 그 처절한 고독을 이해합니다.]

능천한은 천마를 향하여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다른 시대에 나서 다른 길을 걷고 있으나... 후배가 가히 선배에게 찾으시던 적수가 되어 보겠습니다.]

능천한은 말을 하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

침묵이 흘렀다.

능천한은 결연한 눈빛으로 천마를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다시 올 때는... 선배만큼 강해져서 올 것입니다.]

능천한은 중얼거리며 천마를 감아보았다.

 

---천마지존비(天魔至尊匕).

 

천하인이 눈에 불을 켜고 얻으려는 그 절대신병(絶代神兵)도 능천한을 유혹하지늠 못했다.

(천마지존비보다 백배 귀중한 것을얻었다. 그것은 정사(正邪)로 극한 대도(大道)가 있음을 본 것이다.)

염두를 굴리며 능천한은 굳혀진 천마지벽 앞으로 다가섰다.

그때였다.

[후후후...]

한소리 웃음소리가 천마지벽 저쪽에서 들려왔다.

(우... 우주혈종!)

능천한은 직감적으로 천마지벽 저편에 우주혈종이 와 있음을 깨달았다.

그 순간,

그그그릉---

천마지벽이 쩍 갈라졌다.

자자자자작---

츠츠츠츠---

그와 함께 천마지벽사이로 시뻘건 기류가 노도같이 번져 나왔다.

[우웃! 자령천존수(紫靈天尊手)!]

쿠쿠쿠쿵---

능천한도 벼락같이 우수를 쏟아내었다.

콰--- 콰쾅--- 꾸--- 꾸꿍!

우르르르---

천지개벽하는 듯한 엄청난 광음이 터져 나왔다.

꾸--- 꾸끙!

[흑...]

화르르--- 르르---

능천한은 가슴을 철퇴로 가격당한 충격을 느기고 쓰러질 듯이 비틀거렸다.

[허허... 욕심이 없군. 천마지존비에 손도 쓰지 않다니...]

스스스--- 스!

껄껄 웃음소리가 들리며 한 줄릭 백영이 천마의 시신 앞으로 다가갔다.

물론 우주혈종이었다.

[안 가지겠다면 본종이 가져주지.]

우주혈종은 서슴없이 천마의 가슴에 박힌 천마지존비를 쥐었다.

[안돼! 손을 떼랏!]

위--- 이이이잉!

능천한이 벼락같이 외치며 우주혈종에게 덮쳐갔다.

짜자--- 자자작---

츠파파파파---

능천한의 전신이 거대한 검형(劍形)이 되어 우주혈종을 무찔러갔다.

[호! 천형제왕검까지?]

스--- 윽!

우주혈종은 중얼거리며 천마지존비를 잡아 뽑았다.

다음 순간,

슈--- 파--- 아앙---

화르르--- 르르--

갑자기 마기(魔氣)가 석실을 가득 메웠다.

다섯 치가 채 안되는 천마지존비의 날(刃)이 나타난 것이다.

(우웃!)

허공에 뜬 능천한은 천마지존비의 마공에 접하자 전신이 터져 나가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그만큼 천마지존비의 마기는 대단한 것이었다.

스--- 스스슥---

츠--- 파파파---

능천한의 천형제왕검과 우주혈종이 휘두른 천마지존비의 비영(匕影)이 허공에서 작렬하였다.

사--- 가각---

일순 천형제왕검이 천마지존비에 두 동강 나버렸다.

위력을 따지기 그 이전에 공력상의 문제였다.

[과연 천마지존비!]

스스스슥---

능천한은 냉갈하며 지면으로 내려섰다.

능천한은 몸을 세우며 소매에 한 손을 집어넣었다.

(보통의 무공으로는 이자를 죽일 수 없다.)

능천한은 무겁게 눈을 빛내며 우주혈종을 노려보았다.

[고인의 유물에 함부로 손을 대다니...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책벌을 할 것인가?]

우주혈종은 천마지존비를 만지작거리며 대꾸했다.

[천마 선배를 대신하여...]

위이--- 이이이잉---

갑자기 능천한의 몸에서 지극히 허허로운 기운이 구름같이 일어났다.

[...]

우주혈종도 흠칫하였다.

능천한의 기도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때문이다.

[만겁패천초극류(萬겁覇天超極流)!]

슈아아아앙--- 스스스!

능천한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거창한 륜영(輪影)이 환상인 듯이 일어났다.

우주혈종의 안색이 일변하였다.

[패천제육절식(覇天第六絶式)이 있는가?]

위--- 이이이잉!

츠츠츠--- 츠츠!

그와 함께

콰아아앙!

우주혈종의 일신에서 폭풍인 듯 실로 엄청난 기류(氣流)가 일어나 내뻗쳤다.

그것은 천마지존비의 섬뜩한 마기에 곁들어 태산을 둘로 갈라 놓을 기세였다.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