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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六十 章

 

              大血輪

 

 

[으음...]

적발마뢰신은 기묘한 기분이 되었다.

일종의 경외지심과 안도감이 그의 노구를 뒤흔들었다.

(저항했다면 저같이 되었으리라.)

적발마뢰신의 시선을 뒤로하고 능천한은 육중한 석문으로 다가갔다.

우--- 우우우웅!

적발마뢰신이 지켜 보는 능천한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막강한 기운이 일어났다.

그리고,

[천황대정존극심... 천검만리어기뢰!]

능천한은 장중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석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쿠-- 콰-- 콰콰쾅!

능천한의 가슴에서 보이지 않는 검형(劍形)이 쏟아졌다.

 

---천황대정존극심.

---천형제왕검.

---천검만리어기뢰.

 

삼종의 절대절기가 하나가 되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콰--- 콰콰-- 쾅!

콰--- 자자자--- 작!

가공스러웠다.

무형의 천형제왕검이 무려 백여 장을 내뻗쳤다.

그 앞에서는 무엇이든지 남아 남지 않았다.

일거에 폭 오 장, 길이 백여장에 이르는 통로가 생겼다.

가히, 신력(神力)이라 하리라.

인간의 힘으로 어찌 이같겠는가?

적발마뢰신은 넋이 나가 입만 딱 벌렸다.

[백여 장 저쪽에 뇌옥이 있음을 안다!]

스--- 윽!

능천한은 안개가 퍼지듯이 일시에 일천 장을 날아갔다.

[주... 주공(主公)!]

화르르르---!

적발마뢰신이 크게 외치며 능천한의 뒤를 따라갔다.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능천한을 주인(主人)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심령상에서 일어난 큰 변화로 그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스--- 슥! 화르르르!

적발마뢰신은 능천한의 옆으로 내려섰다.

[...!]

능천한은 무너진 뇌옥에 갇혀 있는 한 명의 수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끔찍하게도 그 수인은 사지가 끊어지고 두 눈이 뽑힌 상태였다.

[쌍극천효...!]

능천한은 괴로운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처참하게 난도질 당한 괴인,

그는 바로 마중제일효(魔中第一梟)라 불리던 쌍극천효였던 것이다.

능천한에게 장인이 되고 제갈영라에게는 아버지가 되는 인물...

[누... 누가... 나를 불렀오?]

쌍극천효가 퀭하게 뚫리고 진물이 줄줄 흘리는 눈으로 능천한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사지가 끊어진 그가 움직일 수 있을 까닭이 없다.

[...!]

능천한은 말없이 쌍극천효의 눈에서 흐르는 진물을 닦아 주었다.

[으...!]

갑자기 쌍극천효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너무도 따뜻하고 큼직한 손길...

보지는 못하도라도 쌍극천효는 마중제일효라고 불리던 인물이다.

그 손의 주인을 모를 리 없었다.

[으... 능공자... 인가?]

쌍극천효가 부들부들 떨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천한입니다.]

[으... 어쩌자고... 이 지옥같은 곳에 들어왔는가?]

[말씀하지 마십시오. 몸이... 좋지를 않으십니다.]

[...]

쌍극천효의 처참한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주르르르...!

진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한 줄기 칙칙한 물줄기가 썩은 눈자위에서 흘렀다.

[용서하이... 이같이 훌륭한... 자네를 해하려고만... 하고...!]

능천한은 쌍극천효가 보지 못함을 알면서도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모두 지난 일이니...]

[흐... 허허... 우주혈종... 네가... 죽을 날도 멀지 않았구나...!]

쌍극천효는 껄껄 웃었다.

그의 웃음에는 통한과 분노가 진하게 배어 있었다.

[그자는... 천하를 제패했다고 생각하자... 노부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네. 노부의 지혜가... 마도(魔道)를 해한다는 명목이지만... 사실은... 더 이상 쓸모가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지!]

[...!]

능천한은 흠칫했다.

쌍극천효의 안색에서 급격히 생기가 사그라들고 있음을 본 때문이다.

(더 이상 목숨을 이어가지 않으려 하신다. 영라가 뵙고 싶어했는데...)

능천한은 깊이 탄식하였다.

그때 쌍극천효는 빙그레 웃었다.

[영라는... 신랑을... 잘 골랐어... 그 아이를... 부탁하네.]

쌍극천효의 고개가 서서히 옆으로 기울어졌다.

[이런... 모습을... 영라에게 보이고 싶지... 않으니... 이곳에 그냥,... 묻어주게!]

[알겠습니다. 빙장어른!]

능천한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빙장이라... 좋은...!]

쌍극천효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능천한은 쌍극천효의 시신 옆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

적발마뢰신도 말없이 능천한의 뒤에 무릎을 꿇었다.

(우주혈종... 그대가 죽을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능천한은 형형하게 눈을 빛냈다.

[원하신 대로...]

능천한은 쌍극천효를 잘 뉘고 몸을 일으켰다.

이어 그는 적발마뢰신과 뇌옥에서 물러섰다.

다음 순간,

우르르르!

뇌옥이 절로 무너져 쌍극천효의 시신을 덮었다.

[흐음...]

능천한은 잠시 무너진 뇌옥 앞에 서 있다가 몸을 돌렸다.

그의 앞에 반쯤 무너진 두터운 석벽이 나타났다.

우르르르---!

우스--- 스스스---!

능천한이 다가가자 석벽은 모래처럼 부서져 내렸다.

[...!]

무너진 석벽 안으로 들어서던 능천한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곳은 어두운 석실이었다.

습습한 습기가 얼굴로 확 끼쳐 왔는데,

어둠 속에서 여러 줄기의 안광이 능천한에게 모여졌다.

[허허! 네가 올줄 알았다!]

[천한(天漢)아...!]

[능대공자님...!]

[으드득! 바로 너였느냐?]

여러 마디의 음성이 동시에 터졌다.

어둠은 능천한의 시선을 가로막지 못한다,

습기 가득찬 석실에는 여러 명의 인물이 있었다.

제왕의 기품을 지닌 곤룡포의 중년인과 황우의 품위를 지닌 미부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아버님! 어머님!]

능천한은 두 부부를 향하여 큰 절을 올렸다.

그들은 바로 능붕비와 천환여제였다.

[이제야 왔습니다. 용서하소서!]

[하하! 되었다. 네 건장한 모습을 보니 그동안 겪은 곤란이 모두 사라지는구나.]

능붕비가 껄껄 웃었다.

[아이야...]

천환여제는 눈물이 글썽글썽하여 능천한의 손을 꼬옥 쥐었다.

그리고,

[능대공자...!]

천촨여제의 뒤에서 초췌한 인상의 미인이 옥루를 흘렸다.

홍하공주 주하령이었다.

[음... 네가 존황(尊皇)의 아들이었다니...!]

한구석에서 홍의의 장한이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능천한을 노려보았다.

그의 뒤로는 야수같이 생긴 괴인과 백염의 날카로운 인상을 한 노인이 앉아 있었다.

태양신존!

그리고 해천신검제와 남황야수신이 그들이었다.

[이제... 이곳을 나가셔야지요.]

능천한이 천환여제의 손을 쥔 채 능붕비를 바라보았다.

능붕비의 안면에 대견한 미소가 감돌았다.

[허허... 녀석... 어느 사이에 애비보다 더 강해졌구나. 훌륭하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리고,

위이이이잉!

능천한의 몸에서 지극히 광명정대한 기운이 일어났다.

그것은 만사(萬邪) 만마(萬魔)를 한줌의 재로 사그라뜨릴 수 있는 성질인 것이었다.

바로 대정지기(大正之氣).

으스스스--- 스스!

츠츠츠츠---!

대정지기가 뻗쳐나가자 석실응 메우고 있던 탁한 습기가 증기로 사그라 들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스스스스스--- 스!

대정지기는 안개와 같이 변하여 중인들의 몸으로 스며 들어갔다.

[음...!]

우드드드드드두!

파스스스스--!

대정지기!

그 장대한 기운은 중인들의 몸에 가해진 사악한 금제를 얼음같이 깨쳐 버렸다.

뿐만이 아니고 사실은 마음에 두었던 여인마저 능천한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능천한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생을 치시고 싶으시다면 밖으로 나가서 치십시오!]

[으으음...]

우두두두--- 두두둑!

태양신존의 막혔던 기혈들이 확확 튀어져 나갔다.

위--- 이이이잉!

능천한은 완전히 서기로 뒤덮여 갔고,

다른 육인들도 점차 망아지경으로 빠져 들어갔다.

몰아지경으로 접어드는 태양신존의 귓전으로 능천한의 목소리가 웅웅 들려왔다.

[사란이... 곧 이곳에 도착할 것이오. 사란이 도착해서 신존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실망이 클 것이외다.]

[사란이... 풍운철기대와...]

태양신존은 꿈속에서 인듯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내 무아지경으로 빠져 들어갔다.

 

X X X

 

사경 말,

쿠쿠쿠--- 쿠쿠쿠쿵!

콰르르--- 르르르릉!

[크--- 아아악!]

[케--- 에에에엑!]

갑자기 지옥애의 절애 위에서 시뻘건 화약덩어리가 쏟아져 내렸다.

잠이 들어 있던 혈종문도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 죽어 나자빠졌다.

화르르르르륵!

후드드드드--- 드득!

쿠--- 쿠--- 콰--- 쾅!

빗발치듯이 쏟아지는 화전(火箭)과 폭약이 폭발 속에서 혈종문이 화마에 휘말려 들어갔다.

[크으... 어느놈들이 감히...]

[나와랏!]

화르르르르!

쐐--- 애애액---

불길 속에서 혈종문의 거마들이 분분이 뛰쳐나왔다.

그자들은 시커멓게 그을은 낭패한 몰골들이었다.

그때,

[모두 나서랏! 정기 아직 세상에 남아음을 보이자.]

[자령천위대! 선봉에 서세요!]

[정검을 높이 들자. 마귀의 심장을 가를 때가 왔노라!]

[와--- 아아!]

[쳐랏! 사필귀정임을 보이자!]

쐐--- 애액!

우르르르르--- 르!

질풍노도!

폭풍이 장풍 검영에 휘말려 천지를 뒤덮었다.

지옥애의 사위에서 수천 수만의 군웅들이 짓쳐들어왔다.

[크--- 아아악!]

[크... 정파의 놈팽이들이 기습을...]

혈종도들이 피를 뿌리며 나뒹굴었다.

너무도 뜻밖이었고 경황중의 기습이었다.

혈종문도들은 채 진형을 이루기도 전에 어지러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크크크크...]

[크크... 애송이들이 감히...]

우르르르--- 르!

위--- 이이이잉!

혈종문도들 중에서 노마들이 일어났다.

그자들은 한결같이 백년 이전에 죽었다고 알려진 거마들이다.

젊은 군웅들이 당해낼 수 없는 상대들이다.

콰--- 콰--- 콰콰쾅!

쿠르르--- 르르르르!

[크--- 윽!]

[악!]

선봉에 섰던 젊은 군웅들이 노마들의 비수에 피를 뿌리며 쓰러져 갔다.

이를 본 제갈영라가 크게 손을 저었다.

[천병밀사! 독종철혈대! 노마들을 막으세요!]

그러자,

[후하하하! 주모! 기다렸습니다.]

[크흐흐흐! 혈종! 우주혈종은 어디로 갔느냐?]

[구천독종이 빚을 받으러 왔도다!]

[우주혈종을 죽이자!]

[와--- 아아앙!]

[우우우...]

폭풍!

마치 폭풍같은 기세로 두 부류의 청년들이 일어났다.

오백 명의 정기훤앙한 청년들.

그들의 손에 손에 신병(神兵)을 들고 노마들의 호신강기를 종이베듯이 베어 넘겼다.

그리고,

츠츠츠--- 츠츠츠!

독종철혈대!

사무치는 원한으로 독이 오른 한들이 독강(毒罡)으로 혈종문을 초토로 만들어 나갔다.

[크하하... 우주혈종! 나와랏! 나와랏! 구천독종의 혼이 여기 있다!]

[우우... 너희들이 묵사대협을 사해하였으니... 네놈들 만 놈의 목을 베어 한을 풀리라!]

[크크크... 누가 철혈의 사자(獅子)를 건드렸느냐?]

쿠쿠쿠쿠--- 쿠쿵!

츠츠츠--- 츠츠츠!

독종철혈대는 무적이었다.

그들 앞에서는 버텨 내는 것이 없었다.

시커먼 독강류가 치솟았다.

그럴 때마다 혈종문도들이고 건물이고간에 모조리 독수로 녹아내렸다.

[으... 막아랏! 혈종께서 곧 도착하실 것이다!]

[혈종천하(血宗天下)가 이루어진지 오래다. 네놈들이 날뛰어야할 때다.]

혈종 정에들의 저항도 완강했다.

제갈영라는 일시에 혈종문을 압도하지 못했다.

[영라야! 손쓸 때가 되었다.]

면사를 하고 가슴에 천황대정신극을 안은 환몽천후가 조용히 말했다.

[네!]

제갈영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쳐들었다.

그러자.

[우하하하... 이놈들! 감히 황실을 건드리고도 무사할 줄 알았느냐?]

[후하하하... 흑룡천신이 여기 있다!]

두두두두두--- 두!

쐐--- 애애애액!

혈종묵도들의 양 측면으로 두 무더기의 인마들이 돌풍같이 일어났다.

바로 십만의 금군들과 흑룡천신이 이끄는 흑룡궁도들이었다.

[크... 또 있었는가?]

[케--- 에엑! 크,...]

정신없이 몰아쳐 오는 금군과 흑룡궁도들의 공세에 혈종문의 측면이 허물어졌다.

[크크크... 감히 황백을 연모하고 공주마마의 존체에 누를 끼치다니...!]

콰--- 콰콰콰쾅!

[케--- 에에엑!]

[크으... 수라천극존이다!]

금군의 선봉에서 불맞은 황소같이 날뛰는 것은 수라천극존이었다.

이어,

[사란동생! 나서세요!]

제갈영라가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호호호호... 변황에 일성부(一聖府), 태양성부가 있느니라!]

해맑은 소녀의 교성이 야천을 뒤흔들었다.

그와 함께

우두두두두--- 두두!

두두두두두!

해일이 밀려오듯이 혈종문의 후면으로 일만(一萬)의 철갑기병들이 쇄도하여 들어왔다.

[케--- 에에에엑!]

[크--- 아아아악!]

[카--- 악!]

두두두두두두---!

폭풍!

풍운철기대(風雲鐵騎隊)의 등장은 혈종문의 종말을 예고하였다.

변황최강이라는 풍운철기대,

신마(神馬)들의 발굽 아래 혈종문도들은 그대로 박살이 나고 찢겨져 나갔다.

이제 격전의 승패는 뚜렷이 드러났다.

최소한 혈종문은 재기불능정도의 대타격을 입은 것이다.

그러나,.

[...!]

제갈영라의 안색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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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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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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