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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三 章

 

                      宇宙血宗 登場

 

 

 

--- 이이이잉!

우르르르--- 르릉!

막강한 암경을 휘몰며 핏빛 강기가 쏟아졌다.

[후후후...!]

폭풍같은 암경 속에서 백의노인의 웃음소리가 환상인 듯 들려왔다.

[...!]

철혈묵사는 혈강의 무더기가 쏟아져 오는 것을 바라보면서도 속수무책이었다.

이미 심장이 박살이 난 철혈묵사다.

반격은 고사하고 그 몸으로 버티고 서 있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다.

우르르르---!

해일이 몰아치듯이 거창한 강기의 무더기가 철혈묵사의 코앞으로 닥쳐 들었다.

절체절명(絶體絶命)!

(틀렸다!)

철혈묵사는 탄식을 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백의노인의 공세를 피하거니 막아볼 방도가 전혀 없는 것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우우---!]

돌연 사나운 일갈이 천마총을 무너뜨릴 듯이 울려퍼졌다.

--- 콰콰콰--- !

콰르르르르---!

그와 함께 측면으로부터 노도같은 묵강이 날아들었다.

그 묵강에는 족히 작은 산 하나를 깔아 부술 수 있는 가공할 압력이 담겨 있었다.

--- --- 콰쾅!

--- --- 쿠쿵!

묵강과 백의노인의 혈강이 충돌하며 굉렬한 폭음이 터졌다.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엄청난 폭음이었다.

[--- !]

콰당탕!

폭발의 여파로 철혈묵사는 십여 장을 날아가 나뒹굴었다.

[...! 지독하군...!]

둔탁한 신음이 들렸다.

스스스스---!

휘르르르르---!

그와 함께 두 줄기 인영이 장내로 날아내렸다.

능천한과 환몽천후였다.

[환몽! 형님을 모시고 뒤로 물러서시오!]

능천한은 백의노인과 마주 서며 무겁게 말했다.

스스--- 스스슥!

환몽천후는 유령같이 움직여 철혈묵사를 안아들고 멀찍히 물러섰다.

[...!]

백의노인과 마주선 능천한은 안색이 더할 수 없이 침중하게 굳어졌다.

백의노인,

능천한이 수라천극존과 함께 있을 때 보았던 바로 그 백의노인이었던 것이다.

능천한의 봉목이 흔들렸다.

(폭풍대공이 혈종이었고 형님이 묵영독존이었음도 놀랍거늘... 구천독종의 당대종주인 형님이 저항도 못하고 당하는 강자가 있었다니...)

석실의 상황을 한눈에 알아본 능천한은 내심 긴장하였다.

백의노인의 강한 정도를 도무지 추측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

[... 능제... 안되네... 맞서지... 말고... 피하... !]

능천한의 등 뒤에서 환몽천후에게 안긴 철혈묵사가 고통을 억누르며 말했다.

[허허... 늦었다!]

철혈묵사의 말에 백의노인이 껄걸 웃었다.

그리고,

--- !

마치 푹죽이 터지는 듯 사악한 광채가 노인의 두 눈에서 쏟아지는 것을 능천한은 보았다.

[--- !]

능천한은 눈을 감싸며 신음을 토했다.

백의노인의 안광을 접하는 순간 두 눈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던 것이다.

[... 사안파령소!]

능천한은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그럼에도 능천한은 다만 잠시 시력을 잃었을 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그것은 능천한이 만사(魔邪)와 만마(萬魔)에 극성인 천극대정신맥을 지녔기 때문이다.

백의노인도 흠칫했다.

[그렇군. 네가 천극대정신맥을 지녔음을 잊었군!]

백의노인은 비틀거리는 능천한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스스--- !

[--- !]

능천한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무형무성의 지극히 강한 힘이 접근해 옴을 느낀 것이다.

[--- -- !]

스스스--- 스스스슷!

능천한의 입에서 우렁찬 폭갈이 터지고 그의 신형이 일시에 백팔 개로 늘어났다.

[구유백팔유령흔(九幽百八幽靈痕)!]

우르르르--- 르르---!

폭풍이 능천한의 환영(幻影)들을 일그러뜨렸다.

[거령폭류참! 겁멸파황륜!]

--- --- --- !

콰르르... -- 이이이잉!

허공에 둥실 뜬 능천한의 몸에서 화산이 터지듯,

거창한 공세가 쏟아져 백의노인을 뒤덮어 씌웠다.

천극에서 강기의 노도가 쏟아지고,

패천신륜이 천지를 양단할 기세로 내뻗쳤다.

[허허! 천극과 패천신륜이라...!]

우르르르르---!

--- 이이이잉!

쏟아져 들어오는 능천한의 공세를 바라보며 백의노인은 껄껄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렇지도 않개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콰드드!

아연하게도 능천한의 막강한 공세가 어이없이 허물어져 내린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 우우--- 우웅

무형무성의 거창한 능천한의 가슴으로 벼락같이 밀려왔다.

[이럴 수가...!]

--- 이이이잉!

능천한은 아연실색하면서 몸을 휘둘렀다.

 

---구유백팔유령흔(九幽百八幽靈痕)!

---유령잠천행(幽靈潛天行),

---환향허무류(幻香虛無流),

 

폭발하듯이 절정의 경공신법이 그의 일신에서 펼쳐나왔다.

그러나,

파파파--- 파팟!

[--- !]

능천한은 바위가 떨어지듯이 묵직하게 바닥에 내려섰다.

그의 가슴이 시뻘건 선혈로 물들어 있었다.

절정의 경공으로 백의노인의 공세를 피하지 못한 것이고,

금강불괴지신인 그이건만 여지없이 상처를 입고 만 것이다.

[...!]

천극을 집고 몸을 세우며 능천한은 신음하였다.

(역시... 강하다. 호신강기고 금강불괴신이고 여지없이 허물어지다니...!)

침중하게 안색을 굳히는 능천한을 향해 백의노인은 미소를 띄우면서 다가섰다.

일견해서는 극히 맑고 청수한 웃음이다.

그러나 능처한은 백의노인의 미소에 섬뜩함을 느꼈다.

소리장도(笑裏藏刀)라는 엣말이 떠오른다.

[패천지존이라 불리어 부족함이 없군. 본종의 이초를 감당해내다니...]

--- 스스스슥!

백의노인이 온화게 중얼거리며 능천한을 향해 다가왔다.

그때였다.

[... 능제... 그자... 우주혈종! 상대할... 수 없... ...!]

철혈묵사의 끊어질 듯한 목소리,

그것이 천둥소리같이 능천한의 귓전을 두드렸다.

[우주혈종!]

능천한은 비명에 가까운 신음 성을 흘렸다.

얼머나 놀랏는지 그는 하마터면 들고 있던 천극을 떨어뜨릴뻔 하였다.

그는 경악의 눈빛으로 백의노인을 바라보았다.

[귀하가... 우주혈종?]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 우웅!

--- 르르르릉!

[--- !]

능천한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오 장을 붕 날아갔다.

무형무성(無形無聲)!

천년공력을 지닌 능천한이 전혀 알아 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가격당한 것이다.

[... 능제...!]

그 모습에 철혈묵사가 신음을 터뜨렸다.

화르르르--- !

[으음...!]

허공으로 튕겨졌던 능천한은 힘겹게 몸을 틀어 지면으로 내려섰다.

! --- !

지면으로 내려선 능천한은 뒤로 서너 걸음 물러선 후에야 몸을 세웠다.

그의 가슴부위가 늑골이 허옇게 드러날 정도로 갈라져 있었다.

(무섭다, 어심즉살(御心卽殺)의 경지에 이른 자다!)

능천한은 숨을 들이쉬며 고통을 눌렀다.

[뼈대가 강하구나. 그렇다. 노부가 우주혈종이라 불리던 사람이다!]

백의노인이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묵영독존이 치명적인 지경으로 빠질 정도의 강렬한 공세를 두 번이나 받고도 능천한은 서 있기 때문이다.

[으음...!]

능천한의 신색도 더할 수 없이 무겁게 변했다.

 

<우주혈종(宇宙血宗).>

 

이 얼마나 섬뜩한 이름이던가?

이백 여년 전!

한 자루 혈황탈로 천하를 혈세(血洗)하였던 저주의 혈마(血魔)가 아닌가?

한데 그가 살아있는 것이다.

이백여 년의 세월을 날아넘어 그가 살아있는 것이다.

믿기조차 싫은 너무도 끔찍한 사실이었다.

[그랬었는가? 귀하가 우주혈종이었던가?]

능천한은 신음하듯이 중얼거렸다.

그와 함께,

(분하지만 우선 이 자리를 피해야 한다. 진정 우주혈종이라면... 아버님과 힘을 합쳐야 한다!)

능천한의 봉목이 형형하게 빛났다.

-- 스스스슥!

휘르르르르--- 르르!

능천한의 신형이 일시에 석실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청허현도존께서 하셨듯이...)

--- 쿠쿠--- 쿠쿵!

콰르르르--- 르르릉!

천지를 허물어 뜨릴 듯이 거창한 강기가 일어났다.

[자령천단공강! 패천존후신강!]

--- 이이이잉!

--- 파파--- !

폭풍같은 강기가 해일같이 백의노인 우주혈종에게로 쏟아져 들어갔다.

[허허! 어린아이가 제법이군!]

--- 이이잉!

우주혈종의 손이 호선을 그리며떨쳐졌다.

--- --- !

--- --- 꾸꿍!

엄청난 폭발이 일어 석실을 뒤흔들었다.

그 순간,

[무너져랏! 폭천혈강륜!]

--- 이이이--- !

--- 자자--- 자자작!

뇌정이 터지듯,

태산같은 륜영(輪影)이 석실의 천정으로 쏘아갔다.

[!]

그제야 우주혈종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손을 쓰려고 하였다.

그러나 한 걸음 늦었다.

--- --- 쿠쿠쿵!

우르르--- 르릉! --- !

지축이 뒤흔들리며 석실의 천정이 폭삭 가라앉았다.

[교활한...]

천정이 무너져 내리는 굉음 속에서 우주혈종의 노성이 터졌다.

--- --- 콰쾅!

우르르--- 르를!

굉음 속에서 석실은 완전히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

 

어두운 석로(石路),

[... ... 미안하네... 정체를 속여서...]

철혈묵사가 고통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지금 능천한에게 안겨 있었다.

(회생불능(回生不能)이다... 지금까지 버티신 것은 ... 독성지경(毒聖之境)에 이른 독종지기(毒宗之氣) 덕분이다.)

능천한의 눈빛이 안타깝게 변했다.

철혈묵사의 상세가 도저히 손을 써볼 수 없는 지경이기 때문이다.

[... 네를... 친동생같,... 이 좋아... 했는데...]

[형님...]

철혈묵사를 안고 있는 능천한의 손이 떨렸다.

[우연히... 무저갱(無低坑)... 발견하고... 구천묵독제의... 진전을 얻었네. 구천독종을... 이은 직후... 나는 아주 거대한 세력이 암중에서... 천하를 지배하려고... 하고 있음을... 알았네. 그래서 나는... 스스로 그 세력에 뛰어... 들었... 던 것이고...]

[...!]

능천한의 두 눈이 축축히 물기고 젖어들었다.

영웅(英雄)!

천하에 나와서 최초로 만났던 일대영웅(一大英雄)이던 검은 사자(黑獅)!

그 사자가 죽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마음을 주었던 영웅!

장부임을 서로가 알았기에 짧은 만남으로 천인만큼이나 가깝게 느꼈던 철혈묵사다.

그의 최후를 지켜보는 능천한의 마음은 비통함으로 이지러졌다.

[혈종... 폭풍대공 따위... 가 그 거대한 암류의 종주라고... 생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느나... 설마... 우주혈종이... 살아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

철혈묵사가 말을 이었다.

그의 얼굴에 점차 한 가닥의 혈색이 돌아왔다.

그것은 마지막 심력(心力)이 타오르는 희광반조의 현상이었다.

[힘을 모으게... 태양신존... 태상존황,... 그들과 힘을 합해야 우주혈종을 막을 수 있네!]

[알겠습니다. 형님.]

능천한은 철혈묵사의 손을 꼭 쥐었다.

!

한 방울 뜨거운 눈물이 꼭쥔 두 장부의 손등으로 떨어졌다.

철혈묵사는 말을 이어갔다.

[구천독종의... 주력은... 아직 건재하네. 그것을... 능제에게 맡기네.]

[구천독종을...]

철혈묵사는 한 가닥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나는... 만일을 대비하여 힘을... 기르고 있었네. 독종철... 혈대(毒宗鐵血隊)라는...]

[독종철혈대!]

능천한이 중얼거리다가 철혈묵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 백명... 정도이나 개개인이... 우형에 육박하는 강골들이지!]

[...]

능천한은 신음했다.

일백 명(一百名)

철혈묵사에 육박하는 일백의 독종(毒宗)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가히 천하를 뒤덮을 정도의 엄청난 힘이 아닌가?

[후훗... 우주혈종... 그자는... 모르고... 있지. 구천독종의 진... 정한 잠력을...]

철혈묵사는 득의의 미소를 흘렸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가득하였다.

[우형의 가슴 속에... 구천묵황경(九天墨荒經)... 철사령(鐵獅靈)이 있네... 그것들을 만독묵린편과 함께... 자네에게 주겠네!]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형님!]

[받아... 주니... 고맙네... 철사령은 독종철혈대를... 능제의 수족으로... 만들어 줄 것이네...]

말을 하는 철혈묵사의 두 눈이 자꾸만 감기려고 하였다.

죽음이 가까이 있는 것이다.

[그아... 이들... 모두... 강골한들이나... 좋은... 아이들... 이네. ... 대해주게.]

[걱정마십시오. 형님.]

능천한은 철혈묵사의 소을 꼭 쥐어 주었다.

철혈묵사의 안면에 미소가 떠올랐다.

[자네들... 믿네. 자네와... 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싶었는데.]

스르르르륵!

철혈묵사의 머리가 힘없이 옆으로 꺾어졌다.

모든 것을 능천한에게 일임하는 순간,

그의 영혼을 육체에 묶어두고 있던 끈이 끊어지고 만 것이다.

[형님!]

능천한이 다급히 철혈묵사의 몸을 흔들었다.

그러나 철혈묵사의 영혼은 이미 그의 몸에서 떠난 후였다.

주르르!

한 가닥 뜨거운 물줄기가 능천한의 볼을 흘러 내렸다.

[...!]

능천한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철혈묵사의 시신을 조심스레 바닥에 뉘었다.

그리고 능천한은 철혈묵사의 시신을 향해 이배를 올렸다.

그런 후에 그는 한 무릎을 꿇은 채 철혈묵사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처참한 형색이었으나...

철혈묵사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서려 있었다.

능천한을 믿는 안도감 때문일까?

[지켜보아 주십시오. 우주혈종이... 이미 극마지경(極魔之境)에 이르렀으나 소제의 손으로 반드시 제거하겠습니다.]

능천한은 철혈묵사의 시신을 내려다보며 다짐하였다.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던 능천한은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선... 이곳에 형님을 모셨다가 천하가 평온해지고 나서 밖으로 모셔야겠다.]

능천한은 한쪽의 석벽으로 다가갔다.

우르르르르---

--- 파파--- !

그의 손에서 벼락같은 강기가 일어 석벽에 깊은 구덩이가 생겼다.

능천한은 철혈묵사의 시신을 들어 그 구덩이에 조심스럽게 안치했다.

그런 후에 그는 바위로 그 입구를 잘 막았다.

[우주혈종을 베는 날... 형님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능천한은 쉽사리 석벽에서 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철혈묵사(鐵血墨師) 정천학(鄭天壑).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호웅(豪雄)이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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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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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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