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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九 章

 

                天魔塚, 열리다!

 

 

 

혈해(血海).

십만대산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절지다.

이는 반경 삼십여 리에 이르는 거대한 호수(湖水)다.

혈해라 이름이 붙었으나,

사실은 보통의 호수와 크게 다를바가 없는 호수다.

혈해 주변은 모두 혈석(血石)이라는 희귀한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때문에 혈해의 호수물이 핏빛으로 붉어 보인다.

혈해라는 이름이 붉은 것은 이런 연유 때문이다.

아침이다.

찬연한 햇살이 십만대산의 구석구석까지 비추고 있다.

양광(陽光)은 십만대산에 깔려 있는 어둠의 잔재를 쓸어내며 점점 더 강렬해져 갔다.

그러나 그 찬란한 양광에도 불구하고 칙칙함이 가시지 않는 곳이 단 한 군데 있었다.

그곳은 바로 혈해였다.

혈해 주위 십 리 방원에는 새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혈해 전체가 숨통을 조이는 적막과 살기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눈둘이 야욕으로 희번덕거리며 혈해를 노려보고 있었다.

요소요소에 혼자, 또는 떼를 지어서 수도 없는 무림인들이 웅크리고 있는 것이다.

[...]

[...]

괴괴한 적막이 혈해를 가득 메웠다.

누구 하나 언뜻 혈해로 다가가지 못했다.

 

혈해가 내려다보이는 높직한 석봉(石峯).

[...]

한 명의 청년이 정좌를 한채 형형한 눈빛으로 혈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능천한이었다.

그의 뒤에는 환몽천후가 천극을 품에 안고 서 있었다.

[흠... 이제 움직일 때들이 되었는데...]

능천한은 혈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가 막 중얼거림을 끝냇을 때였다.

휘--- 이익!

휘르르르르르!

두 줄기 인영이 참지 못하고 혈해로 날아갔다.

그자들은 매우 영활한 신법으로 혈해로 뛰어들었다.

[장강방(長江幇)의 유룡쌍신(遊龍雙神)들이군!]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룡쌍신은 장강방을 이끄는 자들로 수공(水功)이 뛰어나 그 방면에서는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자들이다.

풍--- 덩!

풍--- 덩!

그들은 명성답게 작은 포물만을 일으키기 혈해로 뛰어들었다.

[...]

[...]

다시 침묵이 흘렀다.

중인들은 눈을 빛내며 혈해를 바라보았다.

반각의 시간이 척추같이 흘렀다.

그때였다.

푸--- 히--- 악!

촤--- 아아...

두 줄기 인영이 혈해를 꿰뚫고 허공으로 치솟았다.

[으아아아...]

[괴... 괴물(怪物)...]

그들은 공포에 싸여 비명을 지르며 혈해가 헤엄쳐 왔다.

중인들은 뜻밖의 변고에 흠칫하며 혈해를 바라보았다.

[저것은...]

석봉 위에서 혈해를 내려다보던 능천한의 안색이 일변했다.

혈해 깊은 곳에서 거대한 물체가 한 쌍의 광망을 토하며 떠오르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촤--- 아아!

크--- 아아아!

물기둥이 수십 장을 치솟으며 거대한 괴물이 수면으로 나타났다.

[헉... 저... 저것...]

[괴... 괴룡(怪龍)이다!]

은신하고 있던 무림인들이 아연하여 외쳤다.

나타난 괴물(怪物).

그것은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끔찍한 괴물이었다.

전체적인 형태는 용(龍)과 같았다.

머리 하나의 크기가 집채만하고 몸전체의 길이가 이십 장에 이르렀다.

그 괴룡의 전신은 돌덩이같으 갑주로 뒤덮여 있었다.

머리에는 독각(獨角)이 날카롭게 치솟아 있고 두 눈에서는 시뻘건 혈광(血光)이 뚝뚝 흘러 넘쳤다.

피를 뒤집어 쓴듯이 시뻘건 괴룡(怪龍)...

크--- 아아아아!

괴룡은 괴성을 지르며 입을 딱 벌렸다.

동굴같은 거대한 입에는 창날같은 이빨들이 번뜩이고 있었다.

[아--- 악!]

[사... 살려주시오!]

콰르르르르...

유룡쌍신은 괴룡의 입으로 빨려들어가며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우--- 두두둑!

누가 손을 써서 구해주기도 전에 유룡쌍신은 괴룡의 입안으로 들어가 부숴져 버렸다.

삽시의 일이었다.

혈해가 유룡쌍신의 몸에서 흐른 선혈로 시빨겋게 물들어 갔다.

[으음... 혈뢰마룡(血雷魔龍)!]

그 괴물이 끔찍한 모습을 보며 능천한은 신음하듯이 중얼거렸다.

 

<혈뢰마룡(血雷魔龍)>

 

이미 오래 전에 멸절되었다고 알려진 상고(上古)의 괴수다.

성격이 포악한 혈뢰마룡은 살아 있는 동물이라면 무엇이든지 잡아먹는 식욕을 지녔다.

이미 오랜 전에 지상에서 사라졌다고 믿어지던 혈뢰마룡!

그것이 인간의 생각을 비웃기나 하듯이.

십만대산의 깊은 곳 혈해에 버젓이 살아있는 것이다.

능천한이 상념에 잠겨 있을 때,

크--- 아아아!

촤--- 아아아!

인육을 맛본 혈뢰마룡은 끔찍한 괴성을 지르며 호수가로 다가왔다.

[으와... 다... 달아나자!]

[저... 저놈이 다가온다!]

휙! 휘--- 이익!

스스스--- 스!

화르르르르!

공포에 질린 무림인들이 메뚜기가 뛰듯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크--- 아아아! 크크크!

콰르르르!

인간들을 발견한 혈뢰마룡은 미친듯이 괴성을 지르며 호면으로 올라왔다.

쿵! 쿵!

혈뢰마룡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자 그 거구는 작은 산만했다.

그 거구가 움직이자 지면이 푹푹 꺼지며 지축이 뒤흔뜰렸다.

[에--- 에익!]

[죽어랏!]

콰--- 르르르릉!

위--- 이이이잉!

몇몇 강심장의 무림인들이 무기를 휘두르며 혈뢰마룡을 덮쳐갔다.

그러나,

[크--- 아아!]

파--- 자자작!

[크--- 아악!]

[아아--- 아악!]

혈뢰마룡이 앞발을 휘두르자 달려들던 무림인들은 피곤죽이 되어 튕겨나갔다.

[살려 두어선 안될 놈이군!]

그 모습에 냉갈하며 능천한이 일어섰다.

위--- 이이이잉!

그의 우수에서 반투명의 천형제왕검이 일어났다.

[네놈의 껍질이 두꺼우나 천형제왕검과 천검만리어기뢰에는 견디지 못하리라.]

능천한은 천형제왕검을 쳐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미물이 감히...]

[우--- 우우!]

수림 속에서 검고 붉은 두 줄기 인영이 동시에 치솟아 올라 혈뢰마룡을 덮쳐갔다.

스--- 슥!

능천한은 흠칫하며 손을 내렸다.

그때,

[우우... 태양폭참(太陽瀑斬)!]

[차앗! 묵황단천수(墨皇斷天手)!]

붉고 검은 인영이 동시에 벼락같은 공세를 쏟아 내었다.

슈--- 아아앙!

마치 태양의 빛살같이 장쾌한 광망이 십 장 이상을 내뻗고,

쿠쿠쿠--- 쿠쿵!

먹물을 뿌린 듯이 시커먼 강기의 덩어리가 혈뢰마룡의 가슴으로 덮쳐갔다.

콰--- 콰--- 쾅!

파--- 가가각!

케--- 에에엑!

혈뢰마룡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그놈의 목이 시커멓게 타서 싹둑 잘라지고,

그 가슴이 박살이 나서 핏물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쿠--- 우웅!

혈뢰마룡의 거구가 지축을 올리며 모로 쓰러졌다.

혈뢰마룡답지 않은 너무도 어이없는 최후였다.

[와--- 아아!]

[대단하다! 과연 천지십병(天地十兵)은 다르다!]

군웅들은 환성을 질렀다.

스스스스--- 스슥!

그 환성 속에서 붉고 검은 인영은 표표히 지면으로 내려섰다.

검은 인영은 시커먼 묵운(墨雲)에 싸인 묵영독존이었다.

[...]

능천한은 붉은 인영을 주시했다.

그의 눈에 장대한 채구에 시뻘건 체구에 신창(神槍)을 비껴든 철골의 장한이 들어왔다.

굳게 다문 입수르

태양같이 이글거리는 두 눈,

뢰신(雷神)인 듯한 웅장한 기도!

일견하여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호웅(豪雄)으로 보였다.

[태양신존(太陽神尊)...]

능천한은 침중하게 중얼거렸다.

 

---태양신존(太陽神尊)!

 

그 홍포장한이 바로 태양신존이었다.

 

---변황제일강자(邊荒第一强者).

 

일거에 그넓은 변황무림(邊荒武林)을 일통시켰던 일대영웅이 그다.

그의 손에 들린 신창(神槍).

일 장에 달하는 창에서는 태양과도 같은 극양지기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범인은 손에 들지도 못하는 엄청난 신병(神兵)이었다.

이름하여,

 

--태양천화신창(太陽天火神槍).

 

사대신병(四大神兵).

천형제왕검, 봉황극락소, 패천신륜과 함께 사대신병으로 꼽히는 바로 그 태양천화신창이었다.

[음...!]

태양신존을 바라보며 능천한은 신음을 흘렸다.

나설련으로 하여 자신이 유린한 사란공주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사란공주는 비로 태양신존의 하나밖에 없는 누이가 아닌가?

(태양신존이... 이를 가는 것은 당연하다.)

능천한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그대가 구천묵영독존인가?]

태양신존이 웅웅거리는 음성으로 묵영독존에게 물었다.

[그렇소. 본존이 구천독종주(九天毒宗主)요!]

묵영독존이 묵직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대와의... 일전은... 천마총에서 하겠다!]

태양신존이 말을 하며 손짓을 했다.

그러자,

스스스슥!

휘르르르!

여러 명의 인물이 태양신존의 뒤로 내려섰다.

환밀후(幻密后), 해천신검제(海天神劍帝), 남황야수신(南皇野獸神). 그리고 십여 명의 태양장로(太陽長老)들...

[가자!]

휘--- 이이잉! 첨--- 벙!

묵영독존을 힐끗 돌아본 태양신존은 그대로 혈해로 뛰어 들었다.

휙! 휘--- 릭!

그 뒤로 환밀후 등도 분분이 뛰어 들었다.

[구천독종! 일어나라!]

묵영독존이 뒤를 향아여 외쳤다.

그러자,

[와---!]

[궁주! 속하 대령합니다!]

여기저기서 수십 명의 인물들이 뛰어나와 묵영독존의 뒤로 벌려졌다.

[벽안독마, 천독노군(天毒老君), 독절신모(毒絶神母), 살독서시(煞毒西施), 천독잔인제(天毒殘人帝), 빙벽독군(氷碧毒君)...!]

그 인물들을 보며 능천한은 중얼거렸다.

천하에 내노라 하는 독문인 고수들이 모두 집합한 것이다.

[태양신존과 묵영독존은 정예들만 데리고 들어가는군!]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상에 묵영독존은 독문의 수하들과 함께 혈해로 잠겨 들었다.

휙--- 휙!

화르르르르--- 르!

[와아! 들어가자!]

[내가 먼저다!]

풍덩! 풍덩!

태양신존과 묵영독존이 앞장을 서자 수많은 무림인들이 그 뒤를 따라 메뚜기떼같이 혈해로 뛰어 들었다.

구대문파의 수뇌들, 구주(九州)의 패자들인 구대천왕(九大天王)들...

그리고,

화르르르--- 르르!

한 명의 인물이 폭풍을 몰아 혈해로 날아 들었다.

[어이쿠!]

[아--- 악!]

콰르르르르릉!

쿠--- 쿠쿵!

닥치는 대로 가르고 치는 군웅들을 쓸어내는 인물...

그는 폭풍대공(暴風大公)이었다.

혈종오패 중 가장 신비한 인물,

휘--- 이익!

화르르르---

[크크크... 비켜랏!]

[흐흐... 혈종의 발걸음을 막는 자들은 저승으로 보내주겠다!]

일단의 무리들이 폭풍대공의 뒤를 따랐다.

혈영군, 절대마왕(絶代魔王), 음산잔마(陰山殘魔), 구십구천혈사신(九十九天血死神),

화르르르---!

쐐--- 애--- 애애액!

군웅들은 끊이지 않고 혈해로 뛰어 들었다.

그 모습은 흡사 조약돌에 대해에 던져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어지간 하군! 일 만에 가까운 자들이 들어가다니...!]

능천한은 혀를 내저었다.

그많은 자들이 혈해로 바라보았다.

어느덧 혈해로 뛰어드는 대열이 멈추어져 있었다.

일만 가까운 자들이 혈해 주위에서 웅성거릴 뿐 혈해로 뛰어들지는 않았다.

담력이 작은 자들, 수공(水功)에 자신이 없는 자들이 그들이었고,

개중에는 스스로의 능력을 알고 만용을 부리지 않는 현명한 자들도 있었다.

[기이하군. 정작 보여야 할 자들이 몇 안보이다니...!]

능천한은 중얼거렸다.

쌍극천효, 혈종, 그리고 신비의 백의노인 등,

중요한 자들이 몇 눈에 띄지 않은 것이다.

[흠... 무슨 꿍꿍이들일까?]

능천한은 눈을 빛내며 일어섰다.

[환몽! 갑시다.]

스--- 스스스슥!

능천한이 까마득히 허공으로 치솟았다.

휘--- 이이이잉!

그 뒤를 환몽천후가 바짝 따랐다.

[와! 패천지존 능천한이다!]

호변에 둘러서있던 군웅들의 탄성이 귓전으로 들렸다.

풍--- 덩!

촤르르르르---!

능천한은 환몽천후와 함께 혈해로 뛰어들었다.

 

(가장 깊은 곳에 천마총의 입구가 있으리라!)

능천한은 혈해의 가장 깊은 곳으로 가라 앉아갔다.

그의 수공(水功)은 처음에는 서툰 듯이 보였다.

그러나 이내 교룡같이 민활하게 혈해의 중심으로 헤쳐 들어갔다.

자허천부에서 그는 수공에 관한 비급도 여러 권 보았었다.

처음에는 그것들을 잘 운용할 수 없었으나 이내 익숙해진 것이다.

꾸르르르--- 르륵!

[...]

[...]

능천한과 환몽천후는 이내 혈해의 바닥에 이를 수 있었다.

혈해의 바닥은 무성한 수초(水草)로 뒤덮여 있었다.

수초사이로 내려선 능천한은 흡사 숲속에 선 듯한 느낌이 들었다.

[...!]

능천한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멀지 않은 곳에 거대한 석문(石門)이 보였다.

그 석문은 시커멓게 그을리고 부수어져 있었다.

(태양신존이 부수었으리라!)

능천한은 환몽천후를 이끌고 석문으로 다가갔다.

석문은 청석(靑石)으로 만들었는데 아주 오래된 듯이 물이끼가 한차 두께로 끼어 있었다.

[...!]

능천한은 석문의 상단을 주시했다.

그곳에는 이끼가 끼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어떤 힘이 그곳에 이끼가 끼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스--- 윽!

능천한은 떠올라 그 부분을 주시했다.

그곳에는 네 자의 큼직한 갑골문자(甲骨文字)가 적혀 있었다.

섬뜩한 검은 글씨의 내용은 이러했다.

 

<천마지소(天魔之所)>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이 천마총인 것은 확실하군!]

스스스--- 슥!

촤르르르르르--- 르!

능천한은 석문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한데 그가 석문으로 사라진 직후였다.

스스스스---!

유령같이 석문으로 다가서는 인물이 있었다.

촤--- 아아아!

그 인물이 전음을 옮기면 물이 쩍쩍 갈라져 그의 옷깃을 물한방울 묻지 않고 있었다.

그는... 극히 청수하게 생긴 백의노인이었다.

[패천의... 후예까지 들어갔고...]

백의노인은 능천한이 사라진 석문을 바라보며 풀풀 웃었다.

[천마총에는 많은 난관이 있다. 과연... 몇 명이나 그 난관을 뚫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흥미로운 일이다.]

백의노인은 미소를 지었다.

극히 청수한 인상이건만...

그 미소는 어찌 그리도 섬뜩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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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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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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