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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九 章

 

               地獄崖에 가다

 

 

 

자허소축(紫虛少築)의 대전(大殿).

[...!]

[...!]

묵직한 분위기가 대전 가득 흐르고 있었다.

대전의 상좌에는 능천한이 앉아있다.

그는 자색의 장포를 걸치고 있는데,

그의 등 뒤로 천황대정신극을 받쳐 든 환몽천후가 시립하고 있었다.

능천한의 우측에는 금벽라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으며,

능천한의 좌측에는 취존개와 광양대제가 배석하고 있었다.

장내에는 여러 명의 인물들이 더 있었다.

커다란 지도 앞에 서 있는 제갈영라가 있고,

천약관음(天藥觀音),

녹림대제(綠林大帝),

황금대공(黃金大公),

자부성수(紫府聖手),

대력천패(大力天覇) 등의 자부오공(紫府五公)이 있었다.

그외에 거령패왕(巨靈覇王) 등의 패천팔걸과

천검미후(天劍美后) 나설련,

유령신녀(幽靈神女) 등 능천한의 여인이 있었다.

제갈영라가 입을 열었다.

[혈종문으로 침투한 녹림부의 제자의 보고에 의하면 혈종문은 이곳 기련산(祁蓮山) 지옥애(地獄崖)에 총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사옵니다.]

그녀는 벽면에 걸린 지도를 가리켰다.

지도는 기련산 북방을 가로 지르는 천인단애를 나타내고 있었다.

[기련산 지옥애...]

능천한은 중얼거렸다.

 

---기련산 지옥애.

 

그곳은 일전에 능천한이 읽은 패천자의 기록에도 나와있던 지명이다.

즉, 패천자와 제왕천신이 우주혈종을 베어 넘긴 장소가 바로 그곳이다.

(우주혈종... 그가 지옥애에 총단을 세웠다함은 그자가 이백년을 살 수 있었던 비결이 그안에 있음을 의미한다.)

능천한의 분석은 치밀했다.

실제로 지옥애에 저주의 혈정극마갱(血精極魔坑)이 있었고,

그로 인해 우주혈종은 과거의 천마이상이 될 수 있었다.

[지금... 우리측의 힘과 혈종측의 힘을 비교하여 보시오!]

능천한의 말에 제갈영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그동안 길러온 아군의 힘입니다. 자부의 정화를 이용하여 기른 오천(五千)의 자령천위대(紫靈天衛隊)와 일백의 천병밀사(天兵密士)들이 있고...]

제갈영라는 혈종문도들과 싸울 수 있는 정파쪽의 총력을 설명하였다.

 

---자령천위대(紫靈天衛隊).

---천병밀사(天兵密士).

 

이들은 자부에서 나온 정예들로 제갈영라가 길러낸 전력이다.

백만의 자부문도에서 선발된 그들은 영약의 도움과 제갈영라의 훈련으로 최강자들이 되어 있다.

이들은 개개인의 힘이 결정일 뿐더러,

더욱이 제갈영라의 탁월한 기문진학에 바탕을 둔 병진(兵陣)들을 익혀 십만의 적을 상대할 수 있다.

특히 천병밀사 오백(五百)은 하나같이 천병보 천병일천좌에 드는 신병들을 지니고 있었다.

본래 자허천부에는 천병일천좌 중 삼백여 개밖에 없었다.

그런 것을 거액을 뿌려 이백여종의 신병을 추가로 수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검신영대(正劍神影隊).

 

금벽라가 훈련시킨 정파의 후예들이다.

대부분이 혈종일문에 철천지한을 지녀 유사시 천인의 능력을 발휘할 인재들이다.

그 수는 삼천(三千).

 

---광양신무대(廣陽神武隊).

---녹림일천웅(綠林一千雄).

---만화밀살수(萬花密煞手).

---벽력단(霹靂檀)과 패천팔걸(覇天八傑).

---여황교(女皇敎) 일백화염강시(一百化艶강屍).

---유령궁(幽靈宮) 구유유령위(九幽幽靈衛).

 

그리고, 능천한의 최근에 거둔 독종철혈대(毒宗鐵血隊) 등이 혈종문과 싸울 수 있는 정예들이다.

그 수는 대략 일만오천정도였다.

제갈영라는 말을 이었다.

[혈종문도들은 총 이십만이고,... 그중 절정의 경지에 이른 자가 삼만에 이르며, 초절정의 거마(巨魔)들만도 일천 이상입니다.]

[객관적으로는... 우리측의 열세군.]

능천한이 담담히 말했다.

제갈영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사옵니다. 하수들은 차지하고라도 절정고수들만으로도 저들의 반푼에 채 못미치는 힘입니다. 더욱이 그들 중에는 고금오대마종(古今五大魔宗)에 이르는 네명의 가공스런 고수들이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흠... 그들이 누구요?]

[혈종사마천종(血宗四魔天宗)이라고 아시는 지요?]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소. 이백 년 전 우주혈종의 가장 강한 하수자들 아니오?]

제갈영라가 대답했다.

[맞사옵니다. 한데 놀랍게도 그들이 살아있어요. 마치 우주혈종같이 말예요!]

[아...]

[그자들... 혈종사마천종들이...]

중인들의 안색이 변했다.

능천한 등 몇몇 사람들만이 조용할 뿐,

[지금 상태로는 그자들이 가장 큰 장애예요. 그자들은 천지십병으로나 죽일 수 있는 거흉(巨兇)들인데...]

제갈영라는 능천한과 금벽라, 천검미후 나설련을 바라보았다.

그들만이 천지십명 중의 신병들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상공께서는 우주혈종을 상대하셔야 하므로 그자들은 결국... 상대할 사람이 없어요. 벽라언니도 몸이 무겁고...]

[...!]

[...!]

중인들은 막막한 느낌이 들어 침묵을 지켰다.

제갈영라는 그런 중인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한 가지 계획을 세웠어요.]

[계획?]

[...?]

중인들은 제갈영라를 주시하였다.

[지금, 지옥애의 지옥뇌(地獄牢)라는 곳에는 황실의 태상존황과 태양신존 등의 감금되어 있어요.]

능천한이 제갈영라의 말을 막았다.

[그분들을 구출하여 혈종사마천종을 상대케 할 계획이라면 찬성이오. 그분들의 구출은 내가 맡겠소!]

[음...]

중인들은 무거운 시선으로 능천한을 바라보았다.

중인들 중에 능천한과 관계가 없는 사람이 없다.

자연히 그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이다.

제갈영라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지금으로서는... 달리 상공을 능가하는 분이 없으니... 상공께서 힘을 써주세요.]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마시오, 그보다는 전체적인 열세는 어찌 만회하겠소?]

능천한의 물음에 제갈영라는 가볍게 대답했다.

[천하는 넓어요. 혈종문은 천하를 지배하기 위해 전력의 육할을 천하에 뿌려 놓았어요. 따라서 혈종문 총단의 힘은 실상 전력의 사할에 미치는 정도이고...]

[흠, 그렇군. 그정도라면 아군과 대등한 전력 이상은 못될 것이고...]

능천한의 중얼거림에 제갈영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물론, 혈종문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긴 하지만...

게다가 또 다른 세 개의 세력이 혈종을 치려하고 있으니 그들만 끌어들인다면 압독적으로 우리가 우세해져요.]

[또 다른 변수가 있소?]

[네, 먼저 태양신존을 구하기 위해 변황 태양성부(太陽聖府)에서 일만(一萬)의 풍운철기대(風雲鐵騎隊)가 중원으로 들어왔어요. 그들의 인솔자는 사란공주와 환밀후(歡密后)이나...]

제갈영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사란과... 환밀후라...]

능천한이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녀들은 염려마세요. 같은 여인들끼리이니... 신첩이 회유하겠어요.]

[좋소, 그건 그렇고, 또 다른 두 세력은...]

[황실의 십만금군과 흑룡천신(黑龍天神)의 흑룡궁(黑龍宮)이에요.]

[황실은 그렇다치고... 흑룡천신은 또 어쩌다가 혈종과...]

[상공께서는 흑룡천신이 혈종의 괴뢰가 되었을 것을 기억하시지요?]

[물론이오!]

제갈영라는 신중히 대답했다.

[아마도 흑룡천신은 혈종에게 큰 모욕을 당했을 거예요.]

[흠 결국 설욕전이란 얘기군!]

능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흑룡궁의 본부 수하가 전한바로는 흑룡천신은 그동안 한 가지 초절기(超絶技)를 연마해왔다는 거예요.]

[초절기(超絶技)라...]

[그건 내가 알지...]

거슴츠레한 눈으로 꾸벅꾸벅 졸던 취졸개가 말했다.

지금 순간만은 그의 눈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흑도사상 최강자였던 천외묵룡존(天外墨龍尊)이 남긴 최후 초절기가 흑룡궁에 있네.]

 

---천외묵룡존(天外墨龍尊).

 

구백 년 전,

흑도에서 나와 천하제일의 자리에까지 올랐던 절대무종(絶代武宗)이다.

그의 무공은 패도적이며 기이신랄함이 특징이었다.

취존개가 말을 이었다.

[그것은 묵룡쇄강전(墨龍碎罡箭)이라는 절기로 백만 근의 압력을 강전(罡箭)에 실어 내치는 것이디. 그 위력은 가히 경천동지할 정도다. 다만 오백년 내공을 필요로 하며 그 수련이 지극히 혹독하여 누구도 완성할 사람은 없네!]

[음...]

[묵룡쇄강전이라...]

중인들은 탄성을 발했다.

[헤헤! 묵룡쇄강전을 연성하였다면 그 위력은 천지십병의 위력에 버금간다.]

취존개는 말을 마치자 다시 꾸벅꾸벅 졸기시작했다.

제갈영라는 미소를 띄우며 취존개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흑룡천신의 회유는 어려울 것이 없어요. 문제는 황실의 십만금군이 문제예요. 힘을 합치는 것은 물론 자칫 혈종문을 자극하여 우리의 기습마저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어요.]

능천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점은 염려하지 않아도 되오, 내가 황상께 서신을 올릴 터이니...]

제갈영라가 미소를 지었다.

[상공께서는 황상과 태상존황과 친분이 있으니... 가능할 것이에요.]

능천한은 그말을 듣는지 마는지 지옥대의 지도에 시선을 던졌다.

능천한 뒤에 서 있는 환몽천후는 그런 능천한의 태도에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태상존황께서 아버님이심을 말씀하지 않으시는 것은 괜한 번거로움을 자초하시지 않으시려는 때문이시고...)

[지옥애...]

능천한은 지옥애의 지형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곳에 과연 어떤 비밀이 있는가? 우주혈종에 영생을 준 그 무엇이 있을 터인데...]

중얼거리면서,

능천한은 문득 혈정극마갱을 뇌리에 떠올렸다.

 

---혈정극마갱(血精極魔坑).

 

X X X

 

기련산(祁蓮山),

장성(長城)을 넘어 변황(邊荒)과 중원(中原)을 가름하고 있는 대산맥이다.

그 거친 산역의 광활함은 인간으로 하여금 본능적인 두려움을 갖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특히 음산하여 인적(人蹟)을 거부하는 곳이 있다.

이름하여,

 

---지옥애(地獄崖).

 

대지가 갑자기 뚝 끊어진 마치 지옥의 입구같이 보이느 절지를 일컬음이다.

 

삼경 무렵,

음침한 암운(暗雲)이 밤하늘을 뒤덮고 있다.

암운에 가려 별빛 한점 없이 음산함을 더해주고 있다.

[...!]

언제부터인가,

한 줄기 황영(黃影)이 지옥애의 석벽 위에 오연히 서 있다.

스스스!

야풍에 황포가 나부낀다.

형형한 안광으로 암흑을 꿰뚫고 있는 인물,

그는 지옥애의 칙칙한 어둠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능천한!

지옥애를 굽어보는 것은 바로 그였다.

지옥애 주위로 많은 시선들이 있으나 누구도 능천한을 발견하지 못했다.

은신술도 은신술이거니와 그의 일신에서 풍기는 기도가 흡사 기련산의 일부인 것 같기 때문이다.

[흠...]

문득 능천한은 나직하게 헛기침을 하였다.

이어,

스스스--- 슥!

능천한은 몸이 둥실 떠올라 지옥애 아래로 날아내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백 장 깊이의 지옥애다.

그럼에도 능천한은 마치 무게없는 깃털인 양 곡풍에 부대끼며 유유히 절애로 날아내렸다.

지옥애의 한쪽은 폭 수십마장의 광활한 분지다.

그 분지 가득히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은 고루거각들이 들어차 있었다.

(영라가 알려준 대로라면 지옥뇌는 저 북쪽 끝의 석벽 아래에 있다.)

스스스--- 스스스!

능천한은 마치 날개가 달린 듯이 수마장을 수평으로 날아나갔다.

누가 있어 이런 경공을 꿈이라도 꾸어 보았겠는가?

대천황지기를 얻은 능천한에게만 볼 수 있는 가공할 경공절기다.

스--- 스스슥!

능천한은 무인지경(無人之境)인 듯이 북쪽의 석벽 끝으로 내려섰다.

[저곳이군.]

뒷짐을 짚고 주위를 둘러보던 능천한은 한쪽의 석벽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석벽 밑에 시커먼 철문이 붙어 있음이 보였다.

그 칙칙한 철문 위로 섬뜩한 핏빛의 글이 새겨져 있었다.

 

<지옥뇌(地獄牢).

---생자불회(生者不廻)>

 

[사자는 나오지 못한다...]

능천한은 중얼거리며 지옥뇌로 걸어갔다.

적지에 들어왔음에도 능천한의 태도는 너무도 한가하지 않은가?

능천한은 주위를 경계하지도 않은 듯이 보였다.

그렇다고 남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급히 서두르는 것도 아니었다.

마치 자기집의 뒷뜰을 거닐 듯이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상상도 못한다.

능천한의 이목이 십 리 안에서 나뭇잎 구르는 소리까지 주의하고 있음을...

문득,

화르르르르---!

[흐흐... 네놈은 누구냐?]

허공에서 돌연 일인이 날아내렸다.

능천한의 앞을 가로막는 자.

시뻘건 적염(赤苒)을 기른 노인이었다.

두 눈에서 뇌전같은 시뻘건 안광이 쏟아지고, 곤두선 모발은 흡사 아치를 연상시키는 인상이다.

[그대가 적발마뇌신(赤髮魔雷神)인가?]

능천한은 담담한 어조로 말하며 적염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

부르르르---!

갑자기 적염노인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능천한의 눈을 대하는 순간,

그 자신의 모든 의지가 그 눈빛에 사그라들고 만 것이다.

이것이 어떤 사술같은 것은 아니다.

다만 극도로 발현된 정신력의 일종이다.

[그대가 적발마뢰신인가를 묻고 있다.]

능천한이 오히려 막아선 적염노인에게 호통을 치는 형세였다.

 

---적발마뢰신(赤髮魔雷神).

 

근 삼갑자 전에 천하에서 사라진 마뢰문(魔雷門)의 마두다.

성격이 열화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면 무엇이든 부수어 버리는 흉성을 지녔다.

한데 적염노인... 그자보고 적발마뢰신이 아니냐고 능천한이 묻고 있는 것이다.

[그... 그렇소... 노부가 바로 적발마뢰신...]

적염노인이 더듬더듬거리며 대답했다.

그가 바로 적발마뢰신이었다.

죽었어도 아주 오래 전에 죽어야할 대마두 적발마뢰신,

한데 막상 대답을 해놓고도 적발마뢰신은 자신이 왜 대답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능천한의 기도가 행하지 않음을 용서치 않을 것같기에 대답한 것이다.

[지옥뢰로... 앞장서라!]

능천한이 적발마뢰신을 향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예? 예옛!]

적발마뢰신은 질겁을 하며 급히 몸을 돌려 지옥뢰로 다가갔다.

지옥뢰로 다가가는 그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그런 적발마뢰신을 능천한은 뒷짐을 짚고 따라갔다.

이윽고 두 사람은 지옥뢰 앞으로 이르렀다.

능천한은 지옥뢰의 철문을 두들겨 보았다.

(안에서만 열린다. 막중한 기관장치가 되어 있는 절지(絶地)다.)

능천한은 힐긋 적발마뢰신을 돌아보았다.

[문을 열라고 명령해라!]

그의 말에 적발마뢰신은 식은 땀을 줄줄 흘렸다.

[용... 용서하십시오. 집법각주(集法閣主)나 종주(宗主)의 명이 아니면...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그래?]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석문을 향하여 장을 내밀었다.

[대천황지존(大天荒至尊)의 뜻이다. 열려라!]

능천한이 묵직하게 외쳤다.

그러자,

우두두두둑!

와--- 끈!

철문이 안에 장치된 기관과 빗장이 박살나는 소성이 들렸다.

[으... 이... 이럴 수가...!]

적발마뢰신의 적안이 불신으로 휘둥그래졌다.

석 자 두께의 만년한철의 벽을 격하고 그 내부를 부술 수 있는 공력!

그것은 우주혈종에게도 없는 무서운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으... 태산... 태산이다.)

적발마뢰신의 몸에서 비오듯이 땀이 쏟아졌다.

그때,

그그그그--- 그긍!

십만 근 무게의 철문이 저절로 열렸다.

[누구냐!]

[빗장을 부수다니...!]

철문이 열리며 냉혹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뚜벅! 뚜---벅!

능천한은 담담한 표정으로 걸어들어갔다.

[...!]

그 뒤를 적발마뢰신은 주춤주춤 따라 들어갔다.

능천한이 따르기를 강요한 것도 아닌데 왠지 따라가야만 할 것같았다.

[너는 누구냐?]

[어는 단 소속이냐?]

능천한이 들어서자 사인(四人)의 중년인들이 쫙 벌려서며 가로막았다.

능천한은 그자들을 돌아보았다.

언뜻 보기에는 극히 평범한 용모의 인물들이다.

그러나,.

(반박귀진의 경지에 이른 자들이군!)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고수들!

그자들은 흑(黑), 백(白), 청(靑), 홍(紅)의 서로 다른 색의 의복을 걸친 자들이었다.

[적발마뢰신! 감히 지옥뢰를 들어오다니...!]

[크크...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군.]

능천한 뒤에 선 적발마뢰신을 발견한 그자들의 눈에서 섬뜩한 살광이 흘렀다.

그자들의 시선을 받으며 적발마뢰신은 쓸쓸하게 웃었다.

[사수신황(四獸神皇)! 본마신을 욕하지 마라. 이분은... 나같은 자가 길을 막을 수 없는 분이니...]

적발마뢰신의 말에 사인은 흠칫했다.

[으... 하늘같다니...!]

[음... 종주(宗主)에 못지않다!]

능천한을 자세히 살피던 사수신황이 부지불식간에 몸을 떨었다.

 

---사수신황(四獸神皇)

 

이들은 적발마뢰신과 같은 시대의 마종들이다.

사방(四方)을 지키는 신수(神獸)들로 대표되는 이들은 개개인의 오히려 적발마뢰신을 능가하는 강자들이다.

특히 그들 사인의 합격술은 그야말로 철벽이다.

 

---천마(天魔)라 해도 우리의 합공을 당하지는 못하리라---

 

이렇게 호언할 정도로 그들의 합공은 무서운 것이다.

[우주혈종(宇宙血宗)이 옥지기들은 제대러 세웠군!]

뚜벅! 뚜--- 벅!

능천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수신황의 사이로 나갔다.

[음...!]

지켜보던 적발마뢰신은 괜히 손에 땀을 쥐며 능천한을 걱정했다.

[가자! 형제드들이여. 사신수(四神獸)는 무적이니...!]

청룡운황(靑龍雲皇)이 벼락같이 외치며 몸을 일으켰다.

우르르르---!

그의 몸에서 폭풍이 일어났다.

[백호출기(白虎出起)!]

콰르르르르릉! 크--- 킁!

백호무황(白虎武皇)!

[주작래천남(朱雀來天南)! 뇌운진천(雷雲震天)!]

[현무제창천(玄武制蒼天)! 사수합기(四獸合起)!]

주작뢰황(朱雀雷皇), 현무천황(玄武天皇)의 흑적(黑赤) 쌍기가 뢰성을 일으켰다.

쿠--- 콰--- 콰콰콰쾅!

위--- 이이이잉! 우르르르르!

인간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흑홍백청(黑紅白靑)의 네가지 기류가 그물망같이 뒤엉켜 일어났다.

그 사색신수강(四色神獸罡)은 뇌성벽력으로 능천한을 짓쳐 갔다.

적발마뢰신은 능천한을 향하여 외치며 식은 땀을 흘렸다.

그때 담담한 기세로 서 있던 능천한의 손끝이 슬쩍 바람을 일으켰다.

[혼돈대정(混沌大正) 만상어생(萬象於生), 만류환일(萬流換一)!]

능천한은 장중한 목소리로 외쳤다.

다음 순간,

쿠--- 와--- 아아앙!

푸--- 하아아악!

사색신수강이 한 무더기로 뒤엉켜 덩어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한쪽의 석벽을 향해 튕겨져 나갔다.

[아... 안돼!]

청룡운황(靑龍雲皇)이 처절하게 부르짖었다.

그러나.

쿠--- 쿠--- 쿵!

콰--- 우--- 웅!

사색신수강은 그대로 석벽을 통타하였다.

카--- 카--- 카캉!

와작끈--- 꾸꾸꿍!

석벽 속에서 수만 근의 쇠붙이들이 산산이 부수어져 날아갔다.

한순간 지옥뢰 전체의 기관함정이 단 일격으로 박살난 것이다.

그리고,

[크... 이렇게... 허무하다니...!]

[종... 종주께서는... 너무 강한... 적을 두셨다.]

[천마... 이상이...]

쿠--- 쿠쿵! 콰당!

뻣뻣이 서 있던 산수신황의 몸들이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어심득살(御心卽殺)!

능천한의 무형기도가 살기로 일어난 것이고...

사수신황은 영문도 모른 채 내부가 박살이 나서 절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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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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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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