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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七 章

 

                     무서운 神秘老人

 

 

 

[!]

수라천극존도 움찔하였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때문이다.

[묵횡굉벽뢰(墨皇轟霹雷)!]

--- 우우우웅!

수라천극존은 시커멓게 변한 우수를 쳐들었다.

그가 막 묵황굉벽뢰를 쳐내려고 할 때였다.

[척천독존강류(擲天毒尊罡流)!]

콰르르르---

우르르--- 르릉!

허공일각에서 강력한 강기가 폭포수같이 쏟아져 내려왔다.

[!]

[--- !]

묵영독존과 수라천극존의 입에서 동시에 신음이 터졌다.

다음 순간,

--- 쿠쿠--- 쿠쿠쿵!

--- 콰콰쾅!

거창한 폭음이 십만대산을 흔들었다.

우르르르---!

--- 드득! 콰자자자작!

거창한 경기의 폭풍에 사백 장 방원이 쑥대밭이 되었다.

[우웃!]

--- 쿠쿵!

그 중에서 묵영독존이 묵영을 흐트리며 십여 보 밀려났다.

그의 손에는 용린(龍鱗)을 이어 만든 채찍이 들려 있었다.

[만독묵린편에도 녹지 않는 강기가 있다니...]

묵운 속에서 묵영돋존의 신음성이 들렸다.

화르르르---!

[묵영독존! 오랜만이오!]

허공에서 움찔하던 능천한이 묵영독존과 수라천극존사이로 내려섰다.

[! 폐천지존... 그대였는가?]

묵영독존이 신음하듯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크크크... 네 녀석이었군!]

수라천극존이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선배! 안녕하셨습니까?]

능천한은 수라천극존을 향하여 정중히 포권을 하였다.

그모습에 수라천극존은 그답지 않게 해벌레 웃으며 다가왔다.

[크흐흐흐! 이놈 멋지게 자랐구나! 네 녀석의 이야기는 귀가 따갑데 들었다.]

수라천극존은 능천한의 어깨를 두드리며 좋아했다.

그때였다.

[독공까지 익혔다니... 그대는 매번 만날 때마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구려!]

묵영독존이 중얼거렸다.

능천한은 돌아서서 얼굴을 무겁게 굳혔다.

[그대는 광독종을 아시오?]

[광독종?]

묵영독존이 자기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의 모습을 가린 묵운(墨雲)이 부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이어 그는 괴롭게 중얼거렸다.

[그랬는가? 그대가 광독종을 이었단 말이지?]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광독종을 위해서도... 그대와의 일전은 피할 수 없소!]

우르르르르---!

능천한의 몸에서 시퍼런 독강(毒罡)이 줄기줄기 뻗쳤다.

[무슨 소리냐? 광독종은 또 무엇이고...]

영문을 알지 못하는 수라천극존이 중얼거렸다.

[으음... 그대가 광독종을 이었다면... 일전은... 피할 수 없겠고...!]

묵영독존이 심각하게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니... 천마총의 일이 끝난 후에 겨루는 것이 어떻겠소?]

묵영독존이 정중하게 말했다.

정중하게 말하는 데에는 능천한도 굳이 싸우자고 달려들 수는 없었다.

[좋소. 천마총의 대사가 끝난 뒤에...]

[고맙소!]

--- 스스스슥!

말을 하며 묵영독존은 허공으로 치솟아 사라졌다.

(구천독종의 후인이기는 하나... 악인이 아님은 분명하다.)

사라지는 묵영독존을 바라보며 능천한은 두 눈을 빛냈다.

[헛허... 그 녀석도 알고 보니 네 녀석만큼이나 멋있는 놈이구나.]

수라천극존이 껄껄 웃었다.

능천한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그동안... 무림에 나오시지 않으시고 어디에 계셨습니까?]

능천한이 묻자 수라천극존은 입술을 실룩이며 대답했다.

[옛날에 노부를 골탕먹인 친구를 찾아가 설욕을 하려 했는데... 또 지고 말았다.]

수라천극존의 말에 능천한의 안색이 일변하였다.

(수라천극존 선배는 아버님에게만 한번 좌절당하셨을 뿐 누구에게도 진적이 없는데... 설마...)

능천한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수라천극존은 껄껄 웃었다.

[하하! 그렇다. 네 녀석의 애비에게 또 한 번 골탕을 먹었다.]

[...!]

능천한은 휘청하였다.

(역시... 아버님은 건재하셨구나.)

능천한의 안색은 여러 차례 변하였다.

그 모습에 수라천극존은 고개를 갸웃했다.

[, 이 녀석아, 너도 네 애비를 만나 보았을텐데 무얼 그리 놀라느냐?]

[제가 아버님을 만나 뵈었다고요?]

능천한은 두 눈을 치떴다.

그 순간,

(태상존황... 그분이 설마...)

능천한의 표정이 묘하게 이지러졌다.

그 모습에 수라천극존은 재미있다는 듯이 껄껄 웃었다.

[하하! 어쨌든... 네 애비에게 패하고... 노부는 생가지도 않은 가루를 썼다.]

말을 하며 수라천극존은 짐짓 처량한 표정을 지었다.

[! 예전에 모욕울 준 자에게 패한 것도 억울하거니와 이제는 그 자의 수하가 되지를 않았느냐? 내참...]

수라천극존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처음 보았을 때 전혀 낯선 기분이 들지 않더라니... 그리고 천형제왕검의 비급을 서슴없이 주신 것은 모두...)

능천한은 감동으로 가슴이 뿌듯해졌다.

생사를 모르던 아버지가 살아 있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고 가히 하세제일이라 할 만큼 더 강해져 있는 것이다.

그때였다.

[패천황룡이 살아 있었는가?]

갑자기 한소리 창노한 음성이 능천한을 소스라치게 놀라게 만들었다.

아무리 그가 사색에 잠겨 있었기로서니...

천년내공을 지닌 그의 이목을 속이고 가까이 다가온 자가 있었던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누구냐?]

대경한 수라천극존이 버럭 고함을 지르며 돌아섰다.

[...!]

능천한은 수라천극존과 함께 고개를 돌렸다.

[...!]

[...!]

고개를 돌린 능천한과 수라천극존은 아연하였다.

십 장 밖,

한 명의 노인이 서 있었다.

일신에 백의를 차려 입은 청수한 인상의 백의노인이었다.

일견하여 다만 청수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절정고수들에서 느껴지는 무형기도(無形氣道)같은 것도 노인에게는 없었다.

한데 그 노인에게는 느낌이 있었다.

능천한은 노인의 풍기는 그 느낌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창공(蒼空)같다. 너무도 넓고 높아 그 실체를 추측도 못하는 창공... 이런 인물이 당세에 있었다니...)

능천한이 넋이 나가 있을 때,

노인은 스쳐가는 눈길로 능천한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길을 받은 능천한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매우 맑은 눈빛이었다.

한데 그 맑은 눈빛에 은은히 혈광(血光)이 배에 흐르는 것은 웬일일까?

그 밝은 혈광이 능천한을 소름끼치게 만든 것이다.

(이런 인물이... 만일... 마인(魔人)이라면...)

능천한은 치를 떨었다.

평소에는 만인을 위압하던 그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백의노인에게 위압당하고 있는 것이다.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이라...]

백의노인이 풀풀 웃었다.

그 웃음에는 웬지 보르게 비웃는 듯한 느낌이 섞여 있었다.

능천한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타인의 비웃음정도에 흔들릴 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라천극전이 참지 못하고 발작을 일으켰다.

[이놈! 개뼈다귀같이 것이... 누워랏!]

--- 쿠쿠--- !

--- 르르릉! 콰자자자작!

묵황굉벽뢰!

노한 중에도 수라천극존은 백의노인을 경시하지 못하고 전력을 다해 최강의 공세를 쳐내었다.

그것은 능히 작은 야산을 밀어내어 버릴 정도로 엄청난 공세였다.

그러나,

[후훗! 어린 녀석이 날뛰기는...]

백의노인이 나직이 웃으며 슬쩍 우장을 들었다.

다음 순간,

--- !

묵황굉벽뢰의 공세가 안개같이 쓰러졌다.

그리고,

--- !

[--- !]

--- --- !

오히려 수라천극존이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다.

[이럴 수가...]

천만뜻밖의 사태에 능천한은 신음을 흘리며 수라천극존에게 달려 갔다.

백 년내 최강의 마종(魔宗)이고,

고금오대마종(古今五大魔宗)에 드는 수라라천극존이다.

그런 그가 백의노인의 가벼운 일장에 패하고 만 것이다.

[하하! 능천한이라 했는가? 네게 본종(本宗)을 넘을 기회를 한번 주겠다. 과연 그 기연을 얻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네 실력과 운에 달렸다.]

--- !

백의노인은 껄껄 웃으며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그리고는 흐르는 구름같이 유유히 허공을 밟으며 남천(南天)으로 날아갔다.

[하하! 천마총으로 오너라! 그곳에서 너를 기다리겠다.]

백의노인의 청아한 웃음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으음...]

능천한은 신음하며 사라지는 백의노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 그렇다! 바로 그자다!]

쓰러졌던 수라천극존이 신음하며 일어섰다.

입가로 피를 흘리면서,

수라천국존은 공포에 찬 눈길로 남천을 바라보았다.

(떨다니... 수라천극존 선배가 떨다니...-

능천한은 그저 넋이 나갔다.

수라천극존!

그가 극심한 공포에 부들부들 떨고 있지 않은가?

천하의 수라천극존을 떨게 만드는 자가 있었다니...

그저 놀랄 뿐이다.

[선배, 그 노인이... 누구입니까?]

능천한의 물음에도 수라천극존은 남천을 바라보며 중얼거릴 뿐이었다.

[붕비... 자네의 우려가 맞았네... 그가... 살아 있었네... 오오... 천하에 이런 일이...]

그리고,

--- 스슥!

수라천극존은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붕비! 붕비에게 알려야 한다!)

화르르르르---

수라천극존은 까마득히 날아갔다.

[선배님!]

능천한은 날아가는 수라천극존의 뒤쪽을 향하여 크게 외쳤다.

그러자 수라천극존이 멀리서 대답하였다.

[천마총에... 가지 말라. 그자와... 절대 충돌하지 말고...]

그리고는 수라천극존은 멀리로 사라졌다.

[백의노인... 그가 도대체 누구이기에...]

능천한은 망연히 중얼거렸다.

[...!]

--- 으윽!

그런 그의 옆으로 촛점없는 시선의 환몽천후가 다가왔다.

환몽천후는 웬일인지 농천한의 앞으로 바짝 달라붙었다.

능천한은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환몽까지... 떨다디...)

환몽천후!

영혼이 없는 환몽천후조차 본능적인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이다.

(환몽까지 떨게 만들다니... 그자의 심력(心力)이 그리도 강한가?)

능천한은 환몽천후를 꼬옥 끌어안았다.

능천한은 모르는 것이 있었다.

백의노인이 나타나는 십 리 방원이 사념(邪念)에 뒤덮인다는 것을...

능천한이 그것을 느끼지 못한 것은,

그가 만사(萬邪), 만마(萬魔)와 극성의 천극대정신맥을 지녔기 때문이고,

[환몽! 괜찮소. 그는 멀리 갔오!]

능천한은 그녀의 어개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환몽천후는 그제야 빙그레 웃으며 능천한의 품에서 떨어졌다.

[하하... 환몽! 갑시다!]

--- 으윽!

환몽의 미소에 접한 능천한은 기분이 풀려서 크게 웃으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휘르르--- 르르르!

그뒤로 환몽천후도 따랐다.

 

***

 

어느덧 황혼 무렵이 되었다.

산중(山中)의 낮은 짧다.

금빛 안개를 만정에 흩뿌리며 태양이 서편으로 지고 있었다.

[혈해(血海)에는 오늘 닿지 못하겠군!]

능천한은 남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천마총이 있다는 혈해가 있었다.

[이 넓은 곳에서 천향염후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능천한은 몸을 날리며 청각에 공력을 집중시켰다.

그가 그렇게 십 리를 나갔을 때였다.

[--- 아악!]

처절한 비명이 아련히 들려왔다.

그것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

능천한은 멈칫하였다.

십만대산에는 천하무림의 전 정예가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천마총의 유혹 때문이고...

그 때문에 여기저기서 살륙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내가 죽어가면 지른 비명이다. 천향염후가 죽인 것인지도 모른다.)

능천한이 생각을 굴릴 때였다.

[--- 아악!]

재차 사내의 비명소리가 능천한의 귓전을 두드렸다.

[환몽!]

--- 스스슥!

화르르--- 르르르!

환몽천후도 능천한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십 리를 일순간에 지났다.

[천향(天香)...]

능천한의 안색에 이채가 떠올랐다.

강렬한 여인의 체향(體香)임을 알기 때문이다.

화르르--- 르르!

능천한은 질풍같이 쏘아나갔다.

[호호호...!]

그런 그의 귓전에 교교로운 여인의 교성이 들렸다.

그것은 능천한의 귀에 익은 천향염후의 교성이었다.

그와 함께,

[으아--- 아악!]

[--- 에에엑!]

또다시 비명이 터졌다.

[--- !]

--- 이이잉!

능천한은 대갈일성하며 허공으로 치솟아 날랐다.

허공에 뜬 그의 눈에 한바탕 혈풍이 쏟고 지나간 자리가 보였다.

그곳은 좁은 협곡인데 이삼십 명의 장한들이 뇌수를 흘리며 죽어 넘어져 있었다.

그리고,

스스--- 스슥!

능천한의 장소성에 놀란 한 명의 여인이 쏜살같이 절곡을 빠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천향염후!]

능천한은 처지가 뒤흔들리는 함성을 터뜨렸다.

그와 함께,

--- 애애애액!

--- 아아앙!

천형제왕검이 그의 우수에서 일어나고,

천검만리어기뢰(天劍萬理御氣雷)의 절대신검초로 천향염후를 쏘아갔다.

화르르르---

천지를 가르는 예기가 배심으로 날아들자 천향염후는 홱 돌아섰다.

그순간,

[! ... 검만리... 어기뢰!]

마주 교수를 내치려던 천향염후의 교구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아...

천검만리어기뢰!

아버지 천후검성 나뢰만이 알고 있던 천검성 비전의 절대신검초 아닌가?

--- 아악!

전면으로 날아드는 천향제왕검을 바라보며 천향염후는 그대로 굳어졌다.

주르르...

죽음이고 삶이고 그녀의 뇌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버지의 유학!

그것이 눈앞으로 닥쳐오는 것이다.

그리고,

--- 스슥!

반투명의 천향제왕검은 천향염후의 쩌가슴 앞에서 멈추어졌다.

주르르르...

천형제왕검의 끝에 찔린 그녀의 풍염한 젖무덤에서 너무도 붉은 선혈이 한 줄기 흘렀다.

보검으로도 흠도 못내는 천향지체(天香之體)이건만,

천형제왕검앞에서는 너무도 무력하고 연약한 젖무덤이었다.

[나소저!]

스스스스슥!

망연히 서 있는 천향염후, 아니 천검미후(天劍美后) 나설련의 앞으로 능천한과 환봉천후가 내려섰다.

눈물,

한 줄기 옥루가 나설련의 볼로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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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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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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