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6. 2. 14:18 박스본 무협지의 추억/천병신기보(天兵神奇譜)
[천병신기보] 제 47장 무서운 신비노인
第 四十七 章
무서운 神秘老人
[흣!]
수라천극존도 움찔하였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때문이다.
[묵횡굉벽뢰(墨皇轟霹雷)!]
우--- 우우우웅!
수라천극존은 시커멓게 변한 우수를 쳐들었다.
그가 막 묵황굉벽뢰를 쳐내려고 할 때였다.
[척천독존강류(擲天毒尊罡流)!]
콰르르르---
우르르--- 르릉!
허공일각에서 강력한 강기가 폭포수같이 쏟아져 내려왔다.
[헉!]
[흐--- 웃!]
묵영독존과 수라천극존의 입에서 동시에 신음이 터졌다.
다음 순간,
쿠--- 쿠쿠--- 쿠쿠쿵!
콰--- 콰콰쾅!
거창한 폭음이 십만대산을 흔들었다.
우르르르---!
와--- 드득! 콰자자자작!
거창한 경기의 폭풍에 사백 장 방원이 쑥대밭이 되었다.
[우웃!]
쿠--- 쿠쿵!
그 중에서 묵영독존이 묵영을 흐트리며 십여 보 밀려났다.
그의 손에는 용린(龍鱗)을 이어 만든 채찍이 들려 있었다.
[만독묵린편에도 녹지 않는 강기가 있다니...]
묵운 속에서 묵영돋존의 신음성이 들렸다.
화르르르---!
[묵영독존! 오랜만이오!]
허공에서 움찔하던 능천한이 묵영독존과 수라천극존사이로 내려섰다.
[흠! 폐천지존... 그대였는가?]
묵영독존이 신음하듯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크크크... 네 녀석이었군!]
수라천극존이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선배! 안녕하셨습니까?]
능천한은 수라천극존을 향하여 정중히 포권을 하였다.
그모습에 수라천극존은 그답지 않게 해벌레 웃으며 다가왔다.
[크흐흐흐! 이놈 멋지게 자랐구나! 네 녀석의 이야기는 귀가 따갑데 들었다.]
수라천극존은 능천한의 어깨를 두드리며 좋아했다.
그때였다.
[독공까지 익혔다니... 그대는 매번 만날 때마다 사람을 놀라게 하는구려!]
묵영독존이 중얼거렸다.
능천한은 돌아서서 얼굴을 무겁게 굳혔다.
[그대는 광독종을 아시오?]
[광독종?]
묵영독존이 자기도 모르게 크게 외쳤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의 모습을 가린 묵운(墨雲)이 부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이어 그는 괴롭게 중얼거렸다.
[그랬는가? 그대가 광독종을 이었단 말이지?]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광독종을 위해서도... 그대와의 일전은 피할 수 없소!]
우르르르르---!
능천한의 몸에서 시퍼런 독강(毒罡)이 줄기줄기 뻗쳤다.
[무슨 소리냐? 광독종은 또 무엇이고...]
영문을 알지 못하는 수라천극존이 중얼거렸다.
[으음... 그대가 광독종을 이었다면... 일전은... 피할 수 없겠고...!]
묵영독존이 심각하게 말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니... 천마총의 일이 끝난 후에 겨루는 것이 어떻겠소?]
묵영독존이 정중하게 말했다.
정중하게 말하는 데에는 능천한도 굳이 싸우자고 달려들 수는 없었다.
[좋소. 천마총의 대사가 끝난 뒤에...]
[고맙소!]
스--- 스스스슥!
말을 하며 묵영독존은 허공으로 치솟아 사라졌다.
(구천독종의 후인이기는 하나... 악인이 아님은 분명하다.)
사라지는 묵영독존을 바라보며 능천한은 두 눈을 빛냈다.
[헛허... 그 녀석도 알고 보니 네 녀석만큼이나 멋있는 놈이구나.]
수라천극존이 껄껄 웃었다.
능천한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그동안... 무림에 나오시지 않으시고 어디에 계셨습니까?]
능천한이 묻자 수라천극존은 입술을 실룩이며 대답했다.
[옛날에 노부를 골탕먹인 친구를 찾아가 설욕을 하려 했는데... 또 지고 말았다.]
수라천극존의 말에 능천한의 안색이 일변하였다.
(수라천극존 선배는 아버님에게만 한번 좌절당하셨을 뿐 누구에게도 진적이 없는데... 설마...)
능천한의 안색이 변하는 것을 보고 수라천극존은 껄껄 웃었다.
[하하! 그렇다. 네 녀석의 애비에게 또 한 번 골탕을 먹었다.]
[음...!]
능천한은 휘청하였다.
(역시... 아버님은 건재하셨구나.)
능천한의 안색은 여러 차례 변하였다.
그 모습에 수라천극존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 이 녀석아, 너도 네 애비를 만나 보았을텐데 무얼 그리 놀라느냐?]
[제가 아버님을 만나 뵈었다고요?]
능천한은 두 눈을 치떴다.
그 순간,
(태상존황... 그분이 설마...)
능천한의 표정이 묘하게 이지러졌다.
그 모습에 수라천극존은 재미있다는 듯이 껄껄 웃었다.
[하하! 어쨌든... 네 애비에게 패하고... 노부는 생가지도 않은 가루를 썼다.]
말을 하며 수라천극존은 짐짓 처량한 표정을 지었다.
[휴! 예전에 모욕울 준 자에게 패한 것도 억울하거니와 이제는 그 자의 수하가 되지를 않았느냐? 내참...]
수라천극존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처음 보았을 때 전혀 낯선 기분이 들지 않더라니... 그리고 천형제왕검의 비급을 서슴없이 주신 것은 모두...)
능천한은 감동으로 가슴이 뿌듯해졌다.
생사를 모르던 아버지가 살아 있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고 가히 하세제일이라 할 만큼 더 강해져 있는 것이다.
그때였다.
[패천황룡이 살아 있었는가?]
갑자기 한소리 창노한 음성이 능천한을 소스라치게 놀라게 만들었다.
아무리 그가 사색에 잠겨 있었기로서니...
천년내공을 지닌 그의 이목을 속이고 가까이 다가온 자가 있었던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누구냐?]
대경한 수라천극존이 버럭 고함을 지르며 돌아섰다.
[...!]
능천한은 수라천극존과 함께 고개를 돌렸다.
[...!]
[흣...!]
고개를 돌린 능천한과 수라천극존은 아연하였다.
십 장 밖,
한 명의 노인이 서 있었다.
일신에 백의를 차려 입은 청수한 인상의 백의노인이었다.
일견하여 다만 청수하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절정고수들에서 느껴지는 무형기도(無形氣道)같은 것도 노인에게는 없었다.
한데 그 노인에게는 느낌이 있었다.
능천한은 노인의 풍기는 그 느낌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창공(蒼空)같다. 너무도 넓고 높아 그 실체를 추측도 못하는 창공... 이런 인물이 당세에 있었다니...)
능천한이 넋이 나가 있을 때,
노인은 스쳐가는 눈길로 능천한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길을 받은 능천한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매우 맑은 눈빛이었다.
한데 그 맑은 눈빛에 은은히 혈광(血光)이 배에 흐르는 것은 웬일일까?
그 밝은 혈광이 능천한을 소름끼치게 만든 것이다.
(이런 인물이... 만일... 마인(魔人)이라면...)
능천한은 치를 떨었다.
평소에는 만인을 위압하던 그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백의노인에게 위압당하고 있는 것이다.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이라...]
백의노인이 풀풀 웃었다.
그 웃음에는 웬지 보르게 비웃는 듯한 느낌이 섞여 있었다.
능천한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타인의 비웃음정도에 흔들릴 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라천극전이 참지 못하고 발작을 일으켰다.
[이놈! 개뼈다귀같이 것이... 누워랏!]
쿠--- 쿠쿠--- 쿠!
콰--- 르르릉! 콰자자자작!
묵황굉벽뢰!
노한 중에도 수라천극존은 백의노인을 경시하지 못하고 전력을 다해 최강의 공세를 쳐내었다.
그것은 능히 작은 야산을 밀어내어 버릴 정도로 엄청난 공세였다.
그러나,
[후훗! 어린 녀석이 날뛰기는...]
백의노인이 나직이 웃으며 슬쩍 우장을 들었다.
다음 순간,
스--- 윽!
묵황굉벽뢰의 공세가 안개같이 쓰러졌다.
그리고,
콰--- 릉!
[크--- 윽!]
쿠--- 쿠--- 웅!
오히려 수라천극존이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다.
[이럴 수가...]
천만뜻밖의 사태에 능천한은 신음을 흘리며 수라천극존에게 달려 갔다.
백 년내 최강의 마종(魔宗)이고,
고금오대마종(古今五大魔宗)에 드는 수라라천극존이다.
그런 그가 백의노인의 가벼운 일장에 패하고 만 것이다.
[하하! 능천한이라 했는가? 네게 본종(本宗)을 넘을 기회를 한번 주겠다. 과연 그 기연을 얻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네 실력과 운에 달렸다.]
스--- 윽!
백의노인은 껄껄 웃으며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그리고는 흐르는 구름같이 유유히 허공을 밟으며 남천(南天)으로 날아갔다.
[하하! 천마총으로 오너라! 그곳에서 너를 기다리겠다.]
백의노인의 청아한 웃음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으음...]
능천한은 신음하며 사라지는 백의노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으... 그렇다! 바로 그자다!]
쓰러졌던 수라천극존이 신음하며 일어섰다.
입가로 피를 흘리면서,
수라천국존은 공포에 찬 눈길로 남천을 바라보았다.
(떨다니... 수라천극존 선배가 떨다니...-
능천한은 그저 넋이 나갔다.
수라천극존!
그가 극심한 공포에 부들부들 떨고 있지 않은가?
천하의 수라천극존을 떨게 만드는 자가 있었다니...
그저 놀랄 뿐이다.
[선배, 그 노인이... 누구입니까?]
능천한의 물음에도 수라천극존은 남천을 바라보며 중얼거릴 뿐이었다.
[붕비... 자네의 우려가 맞았네... 그가... 살아 있었네... 오오... 천하에 이런 일이...]
그리고,
스--- 스슥!
수라천극존은 허공으로 몸을 띄웠다.
[붕비! 붕비에게 알려야 한다!)
화르르르르---
수라천극존은 까마득히 날아갔다.
[선배님!]
능천한은 날아가는 수라천극존의 뒤쪽을 향하여 크게 외쳤다.
그러자 수라천극존이 멀리서 대답하였다.
[천마총에... 가지 말라. 그자와... 절대 충돌하지 말고...]
그리고는 수라천극존은 멀리로 사라졌다.
[백의노인... 그가 도대체 누구이기에...]
능천한은 망연히 중얼거렸다.
[...!]
스--- 으윽!
그런 그의 옆으로 촛점없는 시선의 환몽천후가 다가왔다.
환몽천후는 웬일인지 농천한의 앞으로 바짝 달라붙었다.
능천한은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환몽까지... 떨다디...)
환몽천후!
영혼이 없는 환몽천후조차 본능적인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이다.
(환몽까지 떨게 만들다니... 그자의 심력(心力)이 그리도 강한가?)
능천한은 환몽천후를 꼬옥 끌어안았다.
능천한은 모르는 것이 있었다.
백의노인이 나타나는 십 리 방원이 사념(邪念)에 뒤덮인다는 것을...
능천한이 그것을 느끼지 못한 것은,
그가 만사(萬邪), 만마(萬魔)와 극성의 천극대정신맥을 지녔기 때문이고,
[환몽! 괜찮소. 그는 멀리 갔오!]
능천한은 그녀의 어개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환몽천후는 그제야 빙그레 웃으며 능천한의 품에서 떨어졌다.
[하하... 환몽! 갑시다!]
스--- 으윽!
환몽의 미소에 접한 능천한은 기분이 풀려서 크게 웃으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휘르르--- 르르르!
그뒤로 환몽천후도 따랐다.
***
어느덧 황혼 무렵이 되었다.
산중(山中)의 낮은 짧다.
금빛 안개를 만정에 흩뿌리며 태양이 서편으로 지고 있었다.
[혈해(血海)에는 오늘 닿지 못하겠군!]
능천한은 남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천마총이 있다는 혈해가 있었다.
[이 넓은 곳에서 천향염후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능천한은 몸을 날리며 청각에 공력을 집중시켰다.
그가 그렇게 십 리를 나갔을 때였다.
[으--- 아악!]
처절한 비명이 아련히 들려왔다.
그것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
능천한은 멈칫하였다.
십만대산에는 천하무림의 전 정예가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천마총의 유혹 때문이고...
그 때문에 여기저기서 살륙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내가 죽어가면 지른 비명이다. 천향염후가 죽인 것인지도 모른다.)
능천한이 생각을 굴릴 때였다.
[으--- 아악!]
재차 사내의 비명소리가 능천한의 귓전을 두드렸다.
[환몽!]
스--- 스스슥!
화르르--- 르르르!
환몽천후도 능천한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십 리를 일순간에 지났다.
[천향(天香)...]
능천한의 안색에 이채가 떠올랐다.
강렬한 여인의 체향(體香)임을 알기 때문이다.
화르르--- 르르!
능천한은 질풍같이 쏘아나갔다.
[호호호...!]
그런 그의 귓전에 교교로운 여인의 교성이 들렸다.
그것은 능천한의 귀에 익은 천향염후의 교성이었다.
그와 함께,
[으아--- 아악!]
[케--- 에에엑!]
또다시 비명이 터졌다.
[차--- 핫!]
위--- 이이잉!
능천한은 대갈일성하며 허공으로 치솟아 날랐다.
허공에 뜬 그의 눈에 한바탕 혈풍이 쏟고 지나간 자리가 보였다.
그곳은 좁은 협곡인데 이삼십 명의 장한들이 뇌수를 흘리며 죽어 넘어져 있었다.
그리고,
스스--- 스슥!
능천한의 장소성에 놀란 한 명의 여인이 쏜살같이 절곡을 빠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천향염후!]
능천한은 처지가 뒤흔들리는 함성을 터뜨렸다.
그와 함께,
쐐--- 애애애액!
슈--- 아아앙!
천형제왕검이 그의 우수에서 일어나고,
천검만리어기뢰(天劍萬理御氣雷)의 절대신검초로 천향염후를 쏘아갔다.
화르르르---
천지를 가르는 예기가 배심으로 날아들자 천향염후는 홱 돌아섰다.
그순간,
[학! 천... 검만리... 어기뢰!]
마주 교수를 내치려던 천향염후의 교구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아...
천검만리어기뢰!
아버지 천후검성 나뢰만이 알고 있던 천검성 비전의 절대신검초 아닌가?
슈--- 아악!
전면으로 날아드는 천향제왕검을 바라보며 천향염후는 그대로 굳어졌다.
주르르...
죽음이고 삶이고 그녀의 뇌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아버지의 유학!
그것이 눈앞으로 닥쳐오는 것이다.
그리고,
스--- 스슥!
반투명의 천향제왕검은 천향염후의 쩌가슴 앞에서 멈추어졌다.
주르르르...
천형제왕검의 끝에 찔린 그녀의 풍염한 젖무덤에서 너무도 붉은 선혈이 한 줄기 흘렀다.
보검으로도 흠도 못내는 천향지체(天香之體)이건만,
천형제왕검앞에서는 너무도 무력하고 연약한 젖무덤이었다.
[나소저!]
스스스스슥!
망연히 서 있는 천향염후, 아니 천검미후(天劍美后) 나설련의 앞으로 능천한과 환봉천후가 내려섰다.
눈물,
한 줄기 옥루가 나설련의 볼로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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