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第 五十六 章

 

                八荒天兵! 그 神秘를 벗다!

 

 

 

[...!]

능천한은 정신을 차렸다.

정신이 돌아오며 자신의 내부에 거대한 폭풍의 징조가 도사리고 있음을 느꼈다.

우르르르...

쿠쿠쿠--- 쿠쿵!

지극히 혼탁하고,

지극히 강대한 기류들이 전신에 꾹꾹 눌러 담겨져 있었다.

그 눌려지는 압력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져서 견디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우르르르---!

대천황연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한 모금에 대천황지기가 능천한의 몸속으로 파고 들었다.

다음 순간,

쿠--- 와--- 앙!

꾸--- 꾸꾸--- 꿍!

견디지 못하고 능천한의 내부에서 가공할 폭발이 일어났다.

콰--- 자자작!

쿠--- 쾅--- 쾅쾅!

[크--- 웃!]

우르르르---!

모든 막히고 거리끼던 것이 한순간에 박살이 나서 흩어졌다.

쏴--- 아아아아!

심령(心靈)이 확 트이며 천지의 오묘한 이치가 확연히 느껴져 들어왔다.

그것은 지극히 상쾌한 전율이었다.

 

---천지교감(天地交感).

 

능천한은 완벽하게 천지교감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이 경지가 곧 초극(超極)이며 신인(神人)의 경지다.

자연(自然), 천지가 내속에 있고,

나 또한 자연 속에 있나니,

내가 곧 자연, 대우주이며,

자연, 대우주가 곧 나(我)인 것이다.

[...!]

능천한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감돌았다.

실로 신비한 미소였다.

지옥의 아수라(阿修羅)라 해도 오금이 저릴 대정지기(大正之氣)가 깃들어 있는 미소다.

스스스!

누워 있던 능천한의 몸이 둥실 떠올라 허공에 좌정했다.

능천한은 천천히 주위를 돌아보았다.

그곳은 천정까지의 높이가 백여 장에 이르는 거대한 동공(洞空)이었다.

자연과의 교감,

그것이 전후의 모든 사정을 능천한이 이해토록 만들었다.

[이곳이 대천황연(大天荒衍)...]

능천한은 담담하고 지극히 맑은 눈빛으로 동공에 시선을 보냈다.

[이 광활한 곳에 가득 찼던 대천황지기를 내가 모두 흡수했다는 말인가?]

능천한은 실감이 가지 않는 표정이었다.

자신의 몸속에 얼마만한 잠력이 도사리고 있는지 조차도 가늠할 수 없었다.

[천극(天戟)이 있군!]

능천한은 자기가 누워있던 곳에 천극이 놓여 있음을 발견하고 손을 내밀었다.

스스슥!

천극은 자석에 끌려오듯 저절로 능천한의 손으로 날아와 달라붙었다.

 

---대천황(大天荒)을 만나면 그 신비가 풀리리라.

 

어떤 웅혼한 외침이 능천한의 귓전을 울렸다.

[흠...!]

능천한은 숨을 내쉬며 천극을 꽉 쥐었다.

그리고,

우르르르--- 르!

능천한의 몸에 가득히 쌓여 있던 천황지기가 천극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다음 순간,

콰--- 자자자작! 콰--- 우우우웅!

번--- 쩍! 푸--- 하악!

천극을 가리고 있던 묵기(墨氣)가 쩍적 갈라져 깨쳐 나갔다.

그와 함께,

쩌엉!

찬란한 광휘가 지존의 품위를 싣고 빛을 뿌렸다.

[음...!]

능천한은 홀린 듯이 손에 들린 천극을 바라보았다.

 

---천극(天戟).

 

장구한 세월을 이어져 내려오던 신비가 이제 벗겨진 것이다.

천극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먼저,

어디에 감추어져 있었는지 극인(戟刃)의 중간쯤에 반월형(半月形)의 날 한 쌍이 좌우에 돋아나 있었다.

반월형의 날은 붉고 푸른빛을 띄고 있으며 극인을 중심으로 등을 돌린 채 붙어 있었다.

그 때문에 천극은 방천화극(方天火戟)의 형상을 하게 되었다.

천극은 그 전체적인 빛도 변해 있었다.

극인은 추수같이 반투명한 백색이 되어 있고,

봉(棒)은 지존(至尊)의 품위를 지닌 자청(紫靑)의 서기(瑞氣)를 띄고 있었다.

능천한의 시선이 봉의 끝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갑골문자로 극명(戟名)이 적혀 있었다.

 

<천황대정신극(天荒大正神戟)>

 

[천황대정신극]

능처한은 입속으로 천황대정신극의 이름을 되뇌었다.

[더 할 수 없이 마음에 드는 이름이다.]

능천한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휘--- 익!

시험 삼아 천황대정신극, 즉 천극을 휘저었다.

다음 순간,

푸--- 하악!

콰--- 자자자--- 자작!

돌연 천황대정신극의 반월형 날 두 개에서 붉고 푸른 극양(極陽), 극음(極陰)의 막강한 잠력이 일어났다.

그 양극지기는 극인(戟刃)으로 모여 들어 거대한 강류(罡流)를 이루어 내뻗쳤다.

쿠--- 콰콰--- 콰쾅!

꾸--- 꾸꾸--- 꿍!

폭 십 장,

길이 백 장의 거창한 강류였다.

콰르르르...!

그 강류는 그대로 동공의 일각을 강타하였고,

아연하게도,

가격당한 동공의 석벽에 수백 장 길이의 거대한 석동(石洞)이 파여 버렸다.

[이... 이럴 수가!]

너무도 뜻밖의 위력이었다.

능천한은 해연히 놀라 천극을 내려다보았다.

일푼의 힘도 들이지 않고 버틴 것이 이런 가공할 위세를 발휘한 때문이다.

능천한이 아연해하고 있을 때였다.

[그것은 팔황천병(八荒天兵)의 아주 작은 능력에 불과하옵니다.]

돌연 환상적이고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는 목소리가 능천한의 귓전에 울렸다.

[...!]

능천한은 천천히 돌아섰다.

그곳은 한쪽의 석벽인데 석벽이 잘라진 석문이 있었다.

그 석문 앞에 한 명의 미인(美人)이 서 있었다.

[...!]

능천한의 담담한 눈빛에 아주 작은 파문이 일었다.

석문 앞의 미인이 너무도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가히 고금제일(古今第一)이라 불릴만한 미모였고...

한데,

[상공의 대공을 경하드리옵니다!]

여인이 날아갈 듯이 능천한에게 절을 올렸다.

그제야 능천한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여인이 입고 있는 분홍빛의 궁장,

그것은 바로 환몽천후가 입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자세히 보니 그 절세미녀의 기분 윤곽은 환몽천후와 아주 흡사했다.

[그대가 환몽?]

능천한이 묻자 여인은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달리 이름이 있기는 하오나... 상공께서 붙여주신 이름은 바로 환몽이옵니다.]

[음...!]

능천한은 절로 신음을 흘렸다.

강시(彊屍)였던 환몽천후가 아닌가?

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지금 그녀는 완전한 인간이 되어있는 것이다.

능천한이 놀라자 환몽천후는 함초롬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공의 은혜로... 대천황지기를 한 모금 마실 수 있었고... 그 덕에 혼(魂)을 되찾을 수 있었사옵니다.]

[그런 일이... 있었구려.]

능천한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마음도 내심 무거웠다.

자신의 처첩같이 대하던 환몽천후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가 화강시였을 때의 이야기고

지금은 완벽한 인간이 되어 있는 것이다.

나이로 따지면 오백 수십 살이나 되는...

환몽천후는 그런 능천한의 갈등을 이내 알아차렸다.

그녀는 살짝 볼을 붉혔다.

화강시였을 때 능천한은 그녀가 보는 앞에서 여러 번 다른 여인을 안고 부부지정(夫婦之情)을 나누지 않았던가?

[신첩의 나이를 괘념마소서. 신첩은 여전히 상공의 희첩(姬妾;본부인 외의 첩)일 따름입니다.]

그녀의 말에 능천한의 표정에도 훈훈한 미소가 감돌앗다.

[고맙소. 환몽!]

능천한은 환몽천후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교수를 꼬옥 쥐었다.

그러자 그녀의 두 볼이 도화빛으로 물들었다.

환몽천후는 살짝 능천한에게서 손을 빼내었다.

[이쪽으로... 상공을 위한 상고(上古)의 안배가 있사옵니다.]

환몽천후는 능천한을 안내하여 석문을 들어갔다.

능천한도 천황대정신극을 비껴들고 석실로 들어섰다.

 

그르르르륵!

두 사람이 들어서자 석문이 뒤쪽에서 닫혔다.

능천한은 석실을 둘러보았다.

그곳은 여염집의 내실같이 잘 치장이 되어 있는 석실이었다.

한쪽으로는 화려한 침상이 보이고,

양쪽의 석벽으로는 비급과 죽간, 두루마기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환몽천후는 능천한을 석실 가운데의 석탁으로 인도하여 미소를 지었다.

[저 비급들은 천마께서 천하를 횡행할 때 모은 일천상고신공기(一千上古神功技)예요.]

[일천상고신공기?]

능천한은 탁자 앞에 앉으며 비급을 둘러보았다.

[네, 저 신공절기들 중 구할 이상이 당세에 전해 내려 오지 않는 절전절기들이옵니다. 이걸 보시겠사옵니까?]

환몽천후는 한권의 핏빛의 죽간을 능천한에게 내밀었다.

능천한은 죽간을 받아들었다.

 

<서열팔십구위(序列八十九位).

혈황록(血荒錄)

--- 혈황마존(血荒魔尊)이 남긴다.>

 

환몽천후가 말을 이었다.

[그것은 후일 혈종의 마공바탕이 되었고, 그것을 우주혈종이 잇게 되었사옵니다.]

[음...!]

능천한은 신음했다.

혈종문의 근원인 혈황록(血荒錄)!

물론 수천 년을 거치며 많은 발전을 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혈황록이 일천상고절기의 겨우 팔십구위인 것이다.

이말은 혈화록보다 강한 상고절기가 팔십팔종이나 있다는 얘기가 되지 않는가?

[혈황록 따위는 상공께서 보실만한 것이 못되옵니다. 이것을 보시옵소서!]

환몽천후는 혈황록을 빼앗아 한쪽에 두고 두툼한 옥함을 주었다.

능천한은 조심스레 옥함을 열었다.

[...!]

옥함의 안을 들여다보던 능천한의 둔누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곳에는 서너 장의 옥판(玉板)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자허천부(紫虛天府)에서 본 헌원천황벽(軒轅荒璧)과 똑같은 것이다.)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옥함 속의 옥판들은 바로 헌원천황벽의 다른 부분들이었다.

능천한은 두 눈을 형형하게 빛내며 옥판들을 읽어 내려갔다.

 

<황제(黃帝)의 부탁으로 천황천존(天荒天尊)이 적는다.>

 

[삼황오제 중 황제 헌원씨(軒轅氏)와 천황천존이란 분의 합작(合作)인 모양이구나...]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 내려갔다.

 

<만년에 이르러 우리 양인은 대천황(大天荒)의 지극히 큰 뜻을 깨닫고 그 심득을 이에 적어 남긴다.

이는 만상(萬象)을 포용할 인재가 아니면 그 잔수를 얻을 수 없는 지극히 심오한 내용이다.

만년에 노부는 제자를 한명 거두었다.

지극히 뛰어난 자질을 지닌 아이였으나 그 아이도 천황지벽(天荒之璧)의 진수를 얻지는 못했다.

본시 그 아이는 지극히 자존심이 강한 아이였다.

그 아이는 자신이 천화지벽의 진수를 얻지 못하였으므로 천하의 그 누구도 천황지벽을 연마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천황대공(天荒大功)은 인간의 몸으로는 익힐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노부는 다만 웃으며 천황대공은 어떤 대기재(大奇才)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말해주었다.

이것이 그 아이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자신의 재질을 능가하는 자가 천하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 아이의 주장이었고...

마침내 스스로 그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천하로 뛰쳐나갔다.

향후, 천하가 그 아이로 인하여 고금미증유의 대풍운을 겪에 되리라...>

 

[그분이 바로 천마셨겠군.]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추측은 정확했다.

 

---천마(天魔).

 

그는 천황천존(天荒大天尊)의 제자였다.

천하를 두들겨 부숨으로써 실력을 숨기고 있는 진정한 장자들을 끌어내려는 것이 무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백여 년의 세월동안 천하 위에 군림하면서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불완전한 천황대공이건만 천하무림은 그것조차 감당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는 노부의 말속에 담긴 시공(時空)의 차이를 염두에 두지 못했다.

천황지벽의 정수를 얻고 대천황지존(大天荒至尊)이 될 대기재가 향후 삼천 년의 시송을 넘어서야 태어날 것임을...

결국 그 아이는 실망만을 안고 대천황연으로 돌아오리라.

노부는 이제 삼천 년 후에 올 대기재를 위해 두 가지 안배를 베풀 것이다.

천황지벽 여덟개 중 후반의 다섯 장과 대천황지정(大天荒之精)이 억겁동안 싸여 이루어진 팔황천병(八荒天兵)을 세상에 내보낼 것이다.

팔황천병에는 천황대정(天荒大正)이란 이름을 주었다.

그것은 묵기로 진면목을 가리고 있다가 영웅의 손에 들어간 후에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리라...>

 

[음...!]

능천한은 천황대정신극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그런 모습에 환몽천후가 미소를 지옸다.

[천극이 바로 팔황천병이옵니다. 그에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가공스러운 힘이 들어있사옵니다.]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황대정신극을 쓰다듬었다.

 

<팔황청병(八荒天兵)>

 

저 천병보(天兵譜) 천병일천좌(天兵一天坐)의 수좌를 차지하는 전설의 천병(天兵)!

그것은 실로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모습으로 천하에 있었다.

많은 인물들이 천극(天戟)을 사용했었으나 누구도 그 진가를 알지 못했다.

그저 대라천기선(大羅天機仙)만이 어렴풋이 그 진가를 추측했을 뿐이었다.

 

<... 먼 후일... 천황지벽과 천황대정신극이 대기재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마침내는 이곳에 이르게 되리라.

이제 대천황(大天荒)의 억겁을 지난 정화가 그대에게 피어나리니...

만행을 행함에 대정(大正)의 큰 뜻을 항시 명심키를 마지막으로 부탁한다.

---천황천존 절필(絶筆).>

 

그리고 그 아래로 헌원천황벽의 전반부.

능천한이 천황대정존극심이라 이름붙인 절대심공의 구결(口訣)이 있었다.

구결을 읽어 내려가며,

능천한은 이제껏 흐릿한 안개 속에 있던 천황대정존극심의 실체가 뚜렷해짐을 느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는 상상키 어려운 거대한 힘을 추구하는 절대심공이었다.

능천한은 그대로 천황지벽에 몰두하여 들어갔다.

우르르르르---!

천황대정존극심(天荒大正尊極心)-!

그 심오함이 풀어짐에 따라 능천한의 일신에서 아주 강력한 힘이 꿈틀거렸다.

그것은 고금을 통하여 최강인 힘이고,

오직 대천황지기로만 얻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그 막강한 잠력은 다만 잠력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로 능천한의 몸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천황대정존극심이 구결이 끌려감에 점차 그 예리하고 웅장함이 다듬어지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또한 고금제일인(古今第一尊), 대천황지존(大天荒至尊)의 탄생이기도 하였다.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