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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2.26 [찬황존신보] 제 46장 혈궁과 삼패의 궤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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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6장

 

               혈궁과 삼패의 궤멸 (2)

 

 

 

절곡(絶谷),

나는 새(鳥)라도 쉽사리 접근하기 힘든 깊고 깊은 계곡이다.

마치 지옥의 입구같은 절곡의 끝에는 의외로 수만 평은 됨직한 원형의 분지가 있다.

그 분지를 가득 메우고 음산한 혈기(血氣)에 뒤덮인 궁(宮)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실 혈기가 감싸고 있는 듯이 보이는 것은 자욱한 혈무(血霧)요, 피보라였다.

창! 차창----

콰르릉---- 펑!

쐐------ 에---- 액! 파츠츠츳-----!

쾅! 콰릉------!

“와----- 아------!”

“크----- 악!”

“크------ 으---- 아------ 악------!”

아수라(阿修羅)가 만드는 지옥도(地獄圖)인가?

절곡 끝의 분지에 자리한 궁(宮) 일대에서는 무려 이만(二萬)에 달하는 인물들이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가공할 혈전(血戰)이었다.

궁을 방어하는 무리는 오천(五千)에 달하는 혈포인(血袍人)들이었다.

혈포인들을 공격하는 자들은 여러 부류였다.

팔구천(八九千)에 달하는 백포인(白袍人)들,

천(千)여 명의 요녀(妖女)들,

이천(二千)여의 잡다한 인물들,

그리고 수천 명의 악귀(惡鬼)같은 모습의 인물들이었다.

혈세사패의 무리들이 혈포인들을 합공(合攻)하고 있는 것이다.

실로 처절한 사투였다.

“크-----악!”

“크---- 아----- 악!”

꽈르릉---- 콰쾅-----!

쐐----- 애----- 액!

차차------창---- 창------!

비명과 비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요란한 폭음, 금속음이 절곡을 메웠다.

숫적으로는 열세였으나 혈포인들 개개인의 무공은 혈세사패보다 우월했다.

다만 공격하는 혈세사패 수하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몰리고 있을 뿐이었다.

장내에는 피의 시신이 산(山)처럼 쌓이고 피가 내를 이루고 있었다.

실로 인세(人世)의 종말들 보는 듯한 아비규환의 지옥도였다.

한데 그때였다.

“우... 우... 우... 우...”

돌연 한 줄기 장소성이 궁의 깊은 곳으로부터 들려왔다.

화악!

이어 한 줄기 혈영(血影)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혈영은 전신에 핏빛 장포를 걸친 노인이었다.

쉬------- 익!

단번에 수십 장 높이로 솟구쳐 전세를 살펴본 혈포노인의 얼굴이 무시무시한 살기로 물들었다.

“혈세사패(血洗四覇)! 네놈들이 감히 혈궁(血宮)을 치다니! 간이 부었구나!”

혈포노인은 음산무비한 일갈을 터뜨렸다.

절곡에 자리한 궁은 혈궁이었다.

그렇다면 혈포노인은 혈궁의 궁주인 혈종(血宗) 아니겠는가?

쉬------ 익!

혈종은 곧장 혈세사패의 무리들에게로 폭사해갔다.

콰르릉...

직후 일성 폭음과 함께 엄청난 혈강(血罡)이 장내를 휩쓸었다.

콰르르... 콰,... 응...

“크------- 악!”

“아----- 아------ 악!”

“크----- 아------ 악!”

놀랍고 끔찍한 일이었다.

혈종이 쏟아낸 혈강이 휩쓸자 혈세사패의 인물들은 추풍낙엽같이 피를 뿌리며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크하하핫... 가거랏! 염라전으로...”

혈종은 광소를 터뜨리며 양손을 뻗었다.

스스스! 화악!

혈종의 양손에서 피 안개같은 것이 확 뿜어져 나왔다.

순간 그자 근처에 있던 혈세사패의 수하들은 비명을 지르며 목을 움켜쥐었다.

“크----- 아! 독... 독(毒)이다.”

“아아악-----”

“크------ 으----- 악!”

삽시에 백여 명의 혈세사패 수하들이 피부가 시커멓게 변색되어 나뒹굴었다.

실로 가공할 독의 위력이었다.

혈종은 엄청난 살기를 발산하여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핫... 모두 모두 죽이리라.”

그는 양손을 내저었다.

그때마다 백여 명이 무더기로 짚단 쓰러지듯 넘어졌다.

실로 가공할 독공이었다.

그때였다.

“호호호홋...”

돌연 혼백을 빼앗을 듯이 요란한 교소가 터짐과 동시,

“크크큿... 혈종!”

음산한 외침과 함께,

휘르륵...

혈종의 주위로 삼인(三人)의 인영이 내려섰다.

그들이 나타난 순간 혈종은 만면에 더욱 살기를 발산했다.

“크하하... 네놈들이었군!”

나타난 삼인은 다름 아닌 천살백제, 지옥천공. 요지선녀였다.

즉 혈세사패의 수뇌들인 것이었다.

단지 그들 가운데는 환공강의 주인인 환영비마만이 없었다.

천살백제가 입을 열어 음침하게 말했다.

“혈종! 순순히 검황종의 검경을 내놓아라!”

그 말에 지옥천공과 요지선녀의 얼굴에 탐욕의 빛이 어렸다.

혈종은 그 말에 노갈을 터뜨렸다.

“미친 소리! 검황종의 검경이라니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냐?”

그러자 요지선녀가 요사스럽게 몸을 흔들며 웃었다.

“흣흣흣... 천하가 다 아는 일인데 시치미를 떼다니 혈종답지 않군요.”

지옥천공도 음침하게 한 마디했다.

“혈종! 검황궁의 검경을 혼자 독차지 할 수 있을 줄 알았느냐?”

그들의 말에 혈종은 마침내 만면에 흉폭한 살기를 드러냈다.

“크크크... 네놈들이 본 혈종을 위해하기 위해 별 수작을 다 꾸미는구나! 좋다! 오랏! 받아주마!”

수르르르...

혈종의 전신 핏빛장포가 부풀어 오르며 그의 전신에서 시뻘건 혈기가 일어났다.

“갈!”

천살백제가 먼저 기형장도를 발출했다.

번쩍!

쐐------ 애----- 액----!

가공할 도기(刀氣)가 전광처럼 떨었다.

“으핫핫핫... 감히!”

콰르릉!

혈종은 뭉클한 혈기를 뻗으며 도세를 막았다.

“흣흣흣흣... 여기도 있다!”

“흣흣흣... 지옥이 너를 부른다!”

콰르릉... 콰릉...

사인(四人) 대격돌.

엄청난 혈전이 벌어졌다.

혈세사패의 주인과 천하를 주름잡는 혈궁의 궁주 혈종이 삼대 일로 맞붙은 것이었다.

콰르릉------- 콰------- 앙!

파츠츠츠츠... 콰릉...

콰르르...

엄청난 경풍, 강기의 소용돌이가 일어 지면에 구덩이가 파이고 흙먼지가 십 장 높이로 치솟았다.

막상막하의 접전이었다.

혈종의 무공은 실로 대단했다.

그는 삼패의 주인들의 협공을 막힘없이 받아내고 있었다.

콰------- 콰릉-------

치열한 격전이 자욱한 흙먼지와 폭풍 속에서 숨 가쁘게 전개되었다.

어느덧 날이 저물고 있었다.

천살백제는 싸움의 와중 속에서 힐끗 장내를 살펴보았다.

어느덧 대혈전은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다.

혈세사패와 혈궁의 수하들은 거의 만오천명(萬五千名)이 시신으로 화해 있었다.

혈궁 일대는 말 그대로 시산혈해를 이루고 있었다.

창... 차차차... 창...

꽈릉... 콰... 쾅...

“으------ 아----- 악!”

“크----- 아------- 악!”

싸움은 끝이 없을 듯 계속되고 있었다.

살아남은 자는 고작 천여 명의 혈궁도, 오천여 명의 혈세사패 수하들이 전부였다.

상황을 파악한 천살백제는 내심 중얼거렸다.

(빙궁(氷宮)까지 끌어들였어야 했는데... 게다가 환공강의 주인인 환영비마(幻影飛魔), 그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다니...)

천살백제는 두 눈 가득 살기를 띄었다.

(이제 끝을 내자. 너무 오래 끌었다.)

스스스...!

다음 순간 그의 신형이 옆으로 이동했다.

동시에 그는 도(刀)를 기이하게 비껴들었다.

그것은 베는 것도, 찌르는 것도 아닌 괴이한 자세였다.

파파팟!

이어 엄청난 도강(刀罡)이 장도로부터 폭사되었다.

“헉!”

혈종은 느닷없이 폭사된 도강에 기겁을 하도록 놀랐다.

그는 전력을 다해 방어했다.

콰르릉-------!

일성폭음과 함께,

“크------- 윽!”

그는 가슴이 화끈함과 동시에 분수같은 피가 솟는 것을 느끼며 휘청거렸다.

“앗...!”

“아니...!”

그 갑작스런 변화에 합공하던 지옥천공과 요지선녀도 놀라 경악성을 발했다.

위------- 잉!

뒤미처 천살백제의 장도에서 웅후한 파공성과 함께 찬란한 광채가 눈부시게 일어났다.

아!

그것은 부챗살처럼 쫘악 펼쳐지더니 일순간에 봉황(鳳凰)의 형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네... 네놈...!”

혈종은 아연하여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나 그런 중에도 그는 전력을 다해 쌍장으로 혈강을 내쳤다.

“크------ 악-----!”

그에게 뻗치던 도기(刀氣)는 여지없이 그의 혈강을 관통하고는 혈종의 가슴을 꿰뚫고 말았다.

“끄----- 끄... 으... 큭!”

혈종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끄득거리며 천살백제를 노려보다가는 뒤로 넘어갔다.

쿠------- 웅!

그는 말없는 사목(死木)이 되었다.

그는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 허망한 사신(死身)이 되고 만 것이다.

“...!”

“...!”

놀라운 사실에 지옥천공과 요지선녀는 너무나 아연하여 멍하니 넋을 잃고 말았다.

천살백제는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장도를 늘어뜨린 채 천천히 그들 양인을 돌아보았다.

요지선녀가 문득 공포스러운 기색을 하며 더듬거렸다.

“그... 그대... 천살백제가 아니... 으------- 악!”

말을 끝내기도 전에 요지선녀의 입에서는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녀는 눈앞에 갑자기 봉황이 나타나 나래를 편다싶은 순간 번쩍하는 도광(刀光) 아래 고혼이 되고 말았다.

그녀의 요염한 허리가 여지없이 두 동강 나고 만 것이다.

일대요녀(一大妖女)의 죽음치고는 너무도 허무했다.

지옥천공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으... 으... 우리 모두... 네게 속았... 구나!”

그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요지선녀를 벤 가짜 천살백제, 즉 이검엽은 말없이 도를 비껴들었다.

매우 괴이한 자세였다.

“그... 그것은...!”

지옥천공은 그 자세에서 무엇인가를 느낀 듯 안색이 홱 변했다.

바로 그 순간,

“잘 가시오!”

번------- 쩍!

파츠츠츳------!

가공할 도기(刀氣)가 작렬하듯 전광처럼 뻗었다.

그 순간 지옥천공도 전력을 다해 반격했다.

“우------- 얍!”

지옥유명강(地獄幽冥罡)이 펼쳐진 것이다.

콰콰콰------- 쾅----!

폭음이 작렬하고,

“크------- 악!”

비명이 터졌다.

동시에 지옥천공의 심장에서 피분수가 치솟았다.

그는 가슴을 부여안고 휘청거렸다.

“지... 지옥명살... 조사(祖師)의... 무공이... 었군.”

이검엽은 침중하게 말했다.

“그렇소. 어기천강산(御氣天罡散)이라는 것이오.”

지옥천공의 얼굴에 의혹이 어렸다.

“그대... 는... 누구... 요?”

이검엽은 장도를 내리며 담담히 물었다.

“그대는 검황종을 기억하시오?”

지옥천공의 얼굴에 죽음이 내렸다.

“그... 그랬었나...?”

쿠------- 웅!

그는 거목이 쓰러지듯 뒤로 넘어졌다.

그때였다.

“사부님의 원수!”

쐐------ 액!

갑자기 이검엽의 측면에서 노도같은 강기가 쇄도해 왔다.

이검엽은 그 공격이 누구의 것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내심 중얼거렸다.

(이러고 싶지는 않으나... 어쩔 수 없군.)

번------- 쩍!

그의 손에 들린 도가 한 차례 섬광을 그렸다.

항거할 수 없는 도강이 먼저 쇄도한 강기를 종잇장처럼 찢으며 파고들어갔다.

“크------ 흑!”

한 차례 비명과 함께 한 명의 청년이 장도에 가슴이 갈라져 나뒹굴었다.

그는 바로 지옥마군자(地獄魔君子)였다.

“끄윽...”

지옥마군자는 가슴이 갈라진 채 눈을 부릅뜨며 신음을 토했다.

이검엽은 천천히 얼굴에 쓰고 있던 복면을 벗었다.

드러난 그의 얼굴을 본 지옥마군자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대... 였군.”

이검엽은 영준한 얼굴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안타까운 듯 말했다.

“귀공과 본인은 때를 잘못 타고 났소.”

“동감... 이오.”

지옥마군자는 죽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문득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대와... 술을 한번 거나하게 마셔보지도 못한 것이... 유감천만... 내생에는 필히... 친구로... 태어나길...”

그것이 마지막 말이었다.

지옥마군자의 고개가 힘없이 꺾였다.

마침내 생(生)을 마친 것이다.

(부디 극락왕생하시오.)

지옥마군자의 시신을 내려다보며 이검엽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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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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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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