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대청 안에는 철궁의 세 노인이 입구를 향해 두 줄로 길게 놓인 두 개의 탁자 중 좌측의 탁자 상단에 나란히 앉아있다. 세노인 앞에는 족보와 전표들을 싼 보자기가 놓여있다. 두 줄의 탁자 사이에는 입구 쪽을 보고 크지 않은 탁자가 놓여있다. 그 탁자 너머에는 태사의와 작은 의자가 나란히 놓여있고. 대청에 권씨세가의 원로들은 안보인다. 대신 총관을 비롯한 중년인들 이십여명이 두 줄의 탁자를 에워싸듯이 살벌하고 위압적인 분위기로 서있다. 대청 안에 있는 무사들은 모두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사람들임을 주의. 이들이 권씨세가의 실세들이다.

권일해(청풍)과 권완이 안으로 들어온다. 한검호(독고사룡)은 문간에 서서 보고있고

총관; [가주님!] 입구 쪽에 있던 총관이 권일해(청풍)에게 포권하고

총관; [원로들께서는 공력을 상실한 후유증으로 참석하지 못하셨습니다.]

권일해(청풍); [그거 잘 됐군!] 냉소하며 상좌로 가고

앉아있던 철궁삼사가 일어난다.

권일해(청풍); [앉도록 하시오!] 의자에 앉고. 권완은 권일해(청풍)의 옆에 서고

철궁삼사도 앉고

권일해(청풍); [이번 일에 대해선 당사자인 내 딸에게 전권을 위임했소.] [세분은 할 말이 있으면 내 딸에게 하시오!]

일사; [바라던 바외다!]

권완; [세분 노사께 미리 말씀드리겠어요!] 앞으로 나서고

권완; [저의 단 한 가지 소원은 노야들께서 길러내신 공청풍이란 짐승을 붙잡아 살점을 뼈에서 남김없이 도려낸 뒤 태워 죽이는 것입니다!] 살벌한 표정으로 말하고

권일해(청풍); (... 살점을 몽땅 도려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태워죽이기까지 하겠다고?) 움찔

권완; [아무쪼록 노야들께서는 제가 사무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바라옵니다.] 공손히 포권하고

삼사는 침 꼴깍, 오사는 찡그리는데

일사; [그럼 노부도 거두절미하고 말하겠네.] 일어나고

일사; [우선 이걸 받아주시게나.] 탁자 위에 얹혀진 보자기를 앞으로 내밀고

모두 보자기를 보고

일사; [짐작하고 있겠지만 이 물건들은 황금전장의 두 공자가 가져왔던 그것이네.] [세가의 족보. 그리고 차용증서 일체와 사백만냥의 전표가 들어있지.]

총관과 세가의 무사들 침 꼴깍

권완; [족보를 돌려주고 재물을 내놓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계시겠지요?]

일사; [물론이네!]

일사; [대신 권소저도 청풍이놈만 잡아 죽이면 황금전장에 어떤 원한도 품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시게나.]

권완; [호호호!] 갑자기 앙청광소. 엄청난 웃음소리

드드드! 대청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이 흔들리고. 총관을 비롯한 권씨세가 사람들 비틀거리며 사색이 되고. 귀를 손으로 막기도 한다

철궁의 삼사들도 심각한 표정이 된다

권일해(청풍); (.... 가공할 내공!) (이거 어째 후환이 두려워지는 걸!) 침 꼴깍.

갑자기 뚝 웃음 그치는 권완. 표정이 아주 지대로 살벌하다

권완; [원하는 대로 해드리지요!] 바득

권완; [공청풍만 잡아죽일 수 있다면 황금전장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만큼 잊어주겠어요.] 싸늘하게 웃고

권완; [원한은 그 짐승과 함께 까마귀 배속에 들어가든지 물고기의 배속에 들어갈 테니까요.] 이를 바득 바득. 무시무시한 살기. 순간

권일해(청풍); [안돼!] 순간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며 외치고

모두 돌아보고.

문간의 한검호(독고사룡)도 당황하고

권일해(청풍); (아차!) 또 실수한 것을 뒤늦게 깨닫고

권완; [아버지!] 의구심이 담긴 표정으로 돌아보고

권일해(청풍); [, 내말은 그러니까...!] 억지웃음 지으며 다시 의자에 앉고

권일해(청풍); [황금전장을..... , 이 정도로 용서하면 안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억지로 둘러대고.

권씨세가 사람들 고개 끄덕이고

권완; [아버지의 분해하시는 마음을 소녀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공손히

권완; [하지만 이번일은 아무쪼록 소녀에게 맡겨주셨으면 합니다.]

권일해(청풍); [휴우! 알겠다!] 끄덕

권일해(청풍); [나는 개의치 말고 처리하도록 하거라!]

권완; [감사합니다!] 고개 숙이고

권완; [이제 말씀해보세요.] [어찌하면 신출귀몰하는 세분의 제자를 잡아죽일 수 있겠는지요?] 일사를 보며 싸늘하게

일사; [방법은 간단하네] 끄덕

일사; [소저가 청풍이놈과 정혼(定婚)하면 되네.]

권일해(청풍); [뭐랏!] 순간 앉은자리에서 일미터나 튀어 오른다. 눈은 터질 듯이 부릅떠지고

장내의 모든 사람들도 경악하고.

권완도 이마를 찡그리는데

권일해(청풍); [이 늙은이들이 지금 무슨 헛소리를...!] 다시 내려서며 일사에게 삿대질을 하는데

[파렴치한 늙은이!] [뭐가 어쩌고 어째?] [제자로도 모자라서 사부인 늙은이들까지 본 세가를 능멸하려느냐?] 총관을 비롯한 무사들도 격앙되어 외치고. 당장이라도 무기를 뽑을 자세들이고

[가주님! 허락해주십시오!] [속하들이 저 개 같은 늙은 것들을 다 죽여 버리겠습니다!] 권일해(청풍)에게 포권하며 외치는 무사들도 있고. 그때

권완; [조용히 하세요!] 일갈

단번에 조용해지는 실내. 모두 권완의 눈치를 살핀다

권완; [지금 제게 철천지원수인 공청풍과 결혼을 하라시는 건가요?] 일사를 노려보고

일사; [그러하네.] 끄덕

일사; [기름 바른 미꾸라지같은 그놈으로 하여금 자진해서 소저 앞에 나타나게 할 수 있는 건 그 방법뿐일세.]

찡그리며 생각하는 권완

일사; [자랑은 아니지만 노부들이 심혈을 기울여 기른 제자인지라 청풍이 놈은 추적하여 잡을 수 있는 놈이 아니네.]

총관; [.... 아무리 그렇기로서니 그놈과 혼인하라는 건....!] 분노하는데

권완; [아버님!] 그새 다시 자리에 앉은 권일해(청풍)을 돌아보고

권일해(청풍); [.... 왜 그러느냐 완아?] 당황하여 대답하고

권완; [불효막심한 소녀가 공청풍과 정혼하는 것을 허락해주시옵소서.] 절하며 말하고.

권일해(청풍); [.... 그런...!] 경악하여 버벅대고

[아가씨!] [완아!] [아니 됩니다 아가씨!] 무사들이 비명 지르지만

권완; [공청풍은 그때까지 일면식도 없던 제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불측한 짓을 했습니다.] 살기를 뿜어내고

권완; [소녀는 정혼한 후 죽임으로써 그자로 하여금 이승에 태어났던 사실 자체를 후회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올려다보고

권일해(청풍); [그게... 그게 그러니까...!] 버벅대며 비지땀을 흘리고

장내의 사람들 모두 긴장하여 권일해(청풍)을 보는데

권완; [철궁의 노야 말씀대로 공청풍은 추적하여 잡을 수 있는 자가 아닙니다.] 일사를 힐금 돌아보고

권완; [일신의 재주도 재주지만 황금전장은 중원천지에 입김이 닿지 않는 곳이 없는 거대한 조직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권완; [황금전장에서 비호할 경우 영영 그자를 찾아낼 수 없을 것입니다.]

권완; [그러나 저와 정혼을 하게 되면 호기심에서라도 한 번쯤은 제 근처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고...]

권완; [그때는 결코 저의 손을 피하지 못할 것입니다.] 결연하게

권일해(청풍); [... 하지만 그러면 네 인생은....!] 비지땀.

권완; [공청풍에게 능멸당하는 순간 이미 전 산 사람이 아니게 되었어요!] 단호

침 꿀꺽 삼키며 그런 권완을 내려다보고

단호한 표정으로 마주 올려다보는 권완

권일해(청풍); (그러니까... 지금 요 이쁜이가 듣고자하는 건 나하고 정혼해도 된다는 아비의 승낙인데.....)

권일해(청풍); (그럼 지금 난 나하고 정혼하겠다는 여자에게 아버지 노릇과 서방노릇을 동시에 하고 있는 꼴....) (더군다나 나와 정혼하려는 이유가 나를 잡아 죽이기 위해서라니...)

권일해(청풍); (아이쿠 두야! 결혼이 역시 인륜지대사긴 대사구나. 이렇게 복잡하다니.)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며 괴로워하고. 그때

일사; [아무쪼록 깊이 생각해보시오 가주!] 나서고

일사; [이보다 더 나은 해결방법은 아마 찾기 힘들 것이오.] [게다가 이유야 어찌 되었든 사돈지간이 되면 황금전장에서도 충분히 예를 갖추지 않겠소?] 은근히

삼사; [이를 말이겠소? 앞으로 세가가 돈 문제로 속을 끓이는 일은 없을 것이오!]

권일해(청풍); (그러니까 뭐야?) 인상이 험악해진다

권일해(청풍); (나 하나 잡아 죽여서 모두들 <해피>해지겠다?) 이를 부득 부득 갈고.

권일해(청풍); (이 인간들이 보자보자하니까!) 일사등을 노려보며 두 주먹이 부들 부들

<가주께서 저리도 분노하다니...!> <하긴 자존심이 남다른 분이니 그럴만도 하지!> <크으! 불쌍한 가주님!> <우리 권씨세가가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까지 내몰렸단 말인가?> 영문을 모르는 총관과 무사들 함께 분노하고 눈물 닦는 놈도 있고. 그때

권완; [아버님!] 재촉하고

퍼뜩 정신 차리는 권일해(청풍)

권일해(청풍); (열불이 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지금에 와서 정체를 들통 낼 수야 없으니...!) 심호흡을 한 후

권일해(청풍); [내키지는 않는다만.... 승낙하마.] 한숨을 쉬고. 순간

권완; [감사합니다 아버님!] 권일해(청풍)에게 큰절을 한다.

권완; [낳아주신 은혜도 갚지 못했는데 심려만 끼쳐드리니 저같은 불효녀도 없을 것이옵니다!] 울고

권일해(청풍); [그만 하거라. 아무렴 애비 심정인들 너만큼이야 참담하겠느냐?] 한숨 쉬고

일사; [잘 결정하셨소 가주!] 포권하고

일사; [이로써 황금전장과 권씨세가는 사돈지간이 되었으니 지난날의 허물과 감정은 모두 잊어주시기를 바라겠소이다!]

권완; [그리할 것입니다.] 일어나고

권완; [황금전장에서도 제가 공청풍을 잡아 죽이는 일에는 일체 개의치 않을 것으로 알고 있겠어요!] 노려보고

일사; [물론이네!] 끄덕

일사; [청풍이 놈은 내놓은 자식이니 구워먹든 삶아먹든...!] 말하는데 + [으하하하!] 갑자기 누군가 대청 밖에서 웃어 제끼고

사람들 모두 놀라며 밖을 보는데

공당한; [청풍! 이 말썽꾸러기 녀석아! 당장 나오지 못할까?] [네놈이 여기 숨어있는 줄 다 알고 있다!] 대청 밖에 서서 부채를 겨누며 호통을 친다. 주변에는 권씨세가 무사들이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하며 서있고. 공당한 뒤에는 겁에 질린 병수재가 주변의 눈치를 보며 바짝 붙어서있다.

[... 저 놈은...!] [어제 저녁에 달아났던 황금전장의 셋째 아들놈 아닌가?] 총관과 무사들 밖을 보며 분노하는데

권일해(청풍); (... 저 인간!) 당황하고

권일해(청풍); (어떻게 이 시점에 나타난 건가?) (난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았는데...!) 당황하고.

 

#47>

금릉의 빈민가에 자리한 객잔

침대에 누워있는 상춘우. 알몸에 붕대를 칭칭 감았다. 벽력탄을 움켜쥐었던 손도 붕대로 감고 있고. 땀을 흘리고

누군가 여자의 손이 물수건으로 상춘우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닥아준다

움찔하며 정신을 차리는 상춘우

지고운; [정신이 드세요?] 절세 미녀로 분장한 지고운이 내려다보며 땀을 닦아준다. 가슴도 아주 빵빵하다.

상춘우; [소저는 누구신데...!] 흠칫하며 자신의 얼굴 위에서 털렁거리는 젖가슴을 올려다보는데

지고운; [저예요 상오라버니! 지고운!] 윙크하고

[!] 눈 부릅 상춘우

상춘우; [... 너였느냐?] 기겁하며 벌떡 일어나고.

상춘우; [!] 가슴을 누르며 고통스러워하고

지고운; [조심하세요.] [신이라는 작자가 교묘하게 고문을 해서 통증이 심할 거예요.] 부축하지만

상춘우; [... 됐다!] 몸을 사리며 물러나 앉고

지고운; [칠대살수 중 한명쯤 되시는 분이 겁은...!] 웃으며 교태롭게 침대 모서리에 앉고

상춘우; [... 그러고 보니 지난밤이 보름이었구나.] 떨떠름

지고운; [맞아요! 앞으로 보름동안 저는 여자 지고운이에요.] [따져보니까 그새 달거리도 할 거같아요!] 교태롭게

상춘우; (징그러운 괴물 같으니...!) 소름이 오싹 돋고

지고운; [어쨌거나 잘 됐지 뭐예요.] 두손으로 유방을 떠 받쳐보이고

지고운; [완전히 여자 몸이 되었으니까 황금전장에 잠입하는 것도 조금은 수월할 테니까요.]

상춘우; [그렇겠지!] 마지 못 해서 끄덕. 그때

위지삼수; [청부를 이행할 생각이슈?] 문을 열고 들어온다. 종리전, 전정무, 음리봉도 따라들어오고

위지삼수; [도룡신도 권일해에게서 허튼 짓 하지 않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하지 않으셨소?]

상춘우; [위지삼수!] 노려보고

위지삼수; [... 왜 그러시오?] 찔끔

상춘우; [청부가 취소되는 두 가지 경우를 말해봐라!]

위지삼수; [청부자로부터 직접 취소를 통보받거나 청부대상이 먼저 죽어버렸을 경우 아니오?]

! 그런 위지삼수의 마빡을 때리는 딱딱한 베개

위지삼수; [!] 비틀하고. 기겁하는 종리전. 상춘우가 베개를 던졌다.

위지삼수; [나한테 왜 이러는 거요 상형? 내가 틀리게 말하기라도 한 거요?] 화를 내지만

상춘우; [적포동의 율법을 그렇게 잘 아는 놈이 청부 이행 운운 하느냐?] 노려보고. 찔끔하는 위지삼수

위지삼수; [... 난 그냥... 상형의 몸도 정상이 아니고 하니까....!] 삭 죽고

상춘우; [우리는 살수다!] 단호하게

상춘우; [죽더라도 청부를 이행하다가 죽어야만 한다!] 의연하게.

모두들 엄숙해지고

상춘우; [권일해가 이번 청부에 대해 알아버렸으니 시간을 끌수록 실패할 가능성만 높아진다!]

상춘우; [준비했던 벽력탄을 빼앗긴 게 아쉽긴 하지만...] [오늘밤! 운명을 하늘에 맡겨보자!]

<드디어!> 침 꿀꺽 다른 놈들

 

#48>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1.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