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0'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1.02.20 [황금전장] 제 23장 미혼처를 술통에 넣고...
728x90

 

#59>

해가 진다. 바다같이 넓은 포구.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있다.

그 중에 특히 큼직한 범선 한척. 일꾼들이 열심히 배로 짐을 지어 나르고. 손님들도 배에 오르고 있고.

일꾼들 틈에 끼어 큼직한 술통을 어깨에 짊어지고 올라가는 청풍. 가슴을 풀어젖혀 전형적인 부두 일꾼으로 보인다. 짊어진 술통은 사람 하나가 통째로 들어갈 정도의 크기다. 이 술통에는 술에 취한 권완이 들어있다.

선장; [빨리 빨리 움직여라!] [오늘밤은 보름달이니까 예정대로 출항한다!] [새벽까지 상해(上海)에 도착하려면 서둘러야한다!] 갑판에 서서 일꾼들을 독려하고

갑판으로 올라서는 청풍. 돌아보는 선장

청풍; [남가촌 양조장에서 보낸 술입니다만....!] 굽신

선장; [냄새 좋군!] [좋은 술을 보내라는 주문을 제대로 이행했어!] 킁킁! 술통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고

선장; [갑판 한쪽으로 옮겨 놔라!] [긴요하게 쓸 술이니까 잘 보이는 곳에 두도록!]

청풍; [예예!] 갑판으로 간다. 그러면서 곁눈질로 주위를 살피고

청풍; (아무도 눈치 못 챘겠지?) 갑판 구석으로 가고

청풍; (귀나 신도 내가 설마 일꾼으로 위장하고 배를 탈 줄은 몰랐을 거다!) 키득대며 갑판 구석에 술통을 내려놓는다.

청풍; (선원들 사이에 슬쩍 끼어들어서 상해로 가는 거다.) (거기서 배를 타고 해외로 나갈지는 한잠 자고 생각해봐야지!) 통통! 술통을 두들겨 본다

으음! 술통 속에 아기처럼 웅크린 채 잠이 든 권완

청풍; (그럼 잘 자 이뿐이!) 술통에 쪽 입을 맞춘다.

청풍; (술이 깨면 상해의 우리 집안 지점에 데려다 줄게!) 돌아선다

이어 선실로 들어가 선원들 사이에 끼어 일을 하는 청풍

 

#60>

황금전장. 해가 져서 어둑해지기 시작한다.

불이 밝혀진 공자무의 집무실. 귀와 신이 공대벽에게 보고하고 있다.

신; [시간을 좀 더 주십시오 대공자.]

신; [사방 오백리로 수색범위를 넓혀서 반드시 넷째공자님을 잡아오겠습니다!]

공대벽; [넷째를 찾는 일은 중단하겠습니다.]

귀; [하지만...!]

공대벽; [두 분의 눈을 피해서 도주했을 정도니 영악한 넷째가 쉽사리 남에게 그 물건을 빼앗기진 않겠지요.]

귀; [요행에 의지하기엔 그 물건의 중요성이 너무 큽니다!]

공대벽; [철궁의 노사들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누군가 권씨세가에도 마수를 뻗쳐 만성독약으로 식솔들을 중독시켰다는군요.]

공대벽; [권씨세가를 상대로 감히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자들이 누구겠습니까?]

귀; [심제회에 대해 아시고 계셨습니까?] 눈 번뜩

공대벽; [아버님이 남기신 서찰에 개략이 적혀있었습니다.] 끄덕이고.

귀; [그렇다면 그들이 얼마나 집요하고 무서운 자들인지도 아시겠습니다.]

공대벽; [다섯 살 무렵의 저를 죽이려 했던 자가 심제회의 회주(會主)라는 것을 압니다.] 목을 만지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귀와 신

공대벽; [심제회는 한시도 우리 집안에 대한 감시를 늦추지 않고 있었을 것입니다.]

신; [소주께서는 그들을 어떻게 상대하실 생각이신지요?]

공대벽; [나는 상인입니다.]

공대벽; [어느 누가 내 앞에 나타나든지 간에 그들과 흥정하는 것이 일입니다.]

공대벽; [만약 그들이 내 목을 사겠다고 한다면 살 만한 능력이 있는지를 먼저 가늠해봐야 하겠지요.] [하지만.....]. 눈 번쩍

공대벽;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내가 정녕 누구인지를 보여줄 것입니다!] 단호하게 말하고. 쿠오오! 공대벽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흘러넘치고

자신들도 모르게 공대벽 앞에 무릎을 꿇는 귀와 신

[소주께 충성을!] [왕들의 왕께 영광을!] 포권하는 두 노인. 아주 벅차고 감격한 표정이다

이번에는 공대벽도 위엄있게 고개를 끄덕일 뿐 두 노인을 일어나게 하지 않는다

공대벽; (심제회주!) 난릉왕을 떠올리며 창밖을 보고

공대벽; (내 목을 원한다면 다시 당신이 직접 와야할 것이오!)

#61>

바다같이 넓은 강물 위에 보름달이 떴다. 포구에는 불빛이 명멸하고.

그 포구를 등지고 떠나는 커다란 범선. 건장한 선원들이 돛을 조종하여 배를 강심으로 움직인다.

갑판 위. 청풍은 술통 옆에 기대앉아서 하늘의 달을 보고 있다.

청풍; (달빛 한번 처량하네!) 한숨

청풍; (욱하는 성질에 괜히 일을 크게 벌린 게 아닌지 싶다!)

청풍; (그냥 순순히 잡혀서 집으로 돌아갔으면 꾸지람 좀 듣고 몇 대 맞는 걸로 끝났을 텐데....!)

청풍; (형들과 아버지야 그렇다 쳐도 어머니는 보고 싶어!) 눈시울이 붉어지고 울상이 된다. 어머니 진군소를 떠올린다

청풍; (젠장할! 이 나이가 되어서까지 어머니가 보고 싶다니... 진짜 어른이 되려면 아직 멀었구나!) 눈시울을 닦고

그러다가 술통을 보고

술통에 귀를 대보는 청풍

술통 안에서 새근 새근 잠이 든 권완

청풍; (잠꼬대도 안하고 잘만 자네!)

청풍; (나도 그만 자자! 깨어있어 봤자 잡생각만 많아질 뿐이다!) 술통 옆에 기대서 잠을 청하고

꾸벅 꾸벅 조는 청풍

지나가던 선원이 흠칫하며 그런 청풍을 보고

선원; [못 보던 얼굴인데...!] [아직 어린 걸 보니 새로 고용한 신참인 모양이군?] 청풍의 다리를 발로 툭툭 찬다

청풍; [뭐... 뭡니까?] 게슴츠레 눈을 뜨고

선원; [자려거든 선실로 들어가서 자!] [여기서 졸다가는 배가 흔들릴 때 강물로 굴러떨어질 수도 있어!]

청풍; [예...!] 졸린 눈으로 억지로 일어나고

하품하며 비틀 비틀 선실로 들어간다.

어둑한 선실에는 선원과 승객들이 여기저기 누워 잠자고 있다.

청풍도 그 중 한 구석에 끼어 눕고

청풍; (하루 종일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다녔더니 졸음을 걷잡을 수 없구만!)

청풍; (뭐 추격도 따돌렸으니 오랜만에 달콤하게 자볼까?) 곧 잠에 곯아떨어진다.

 

#62>

황금전장. 무사들의 삼엄한 경계

후원의 창고 같은 건물

츄릿! 칫! 어둠 속에서 섬광이 두 번 일어나고

벽에 타원형의 선이 생기고

털썩! 그 벽이 무너지며 통로가 나타난다

복면을 쓰고 소리없이 구멍을 통해서 나오는 상춘우 일행. 모두 야행복을 입었다.

맨 마지막으로 야한 차림의 지고운이 따라나선다. 물론 이 지고운은 진짜 지고운이 아니다. 여자주인공중 한명인 용설약이 지고운으로 변장한 모습이다. 심제회의 이인자인 용설약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미모로도 지고운이 상대가 안되는 절세미녀다.

그 무렵 상춘우와 위지삼수, 음리붕은 벽의 갈라진 틈과 문과 창문을 통해서 밖을 살피고 있다. 종리전과 전정무는 자신들이 나온 구멍을 창고에 있는 가구로 막고 있고

상춘우등이 살피고 있는 창고 밖에는 아무도 없고

지고운; [용케도 이런 비밀통로가 있는 걸 알아냈군요.] 둘러보고

지고운; [그런데 황금전장의 인간들은 무슨 목적으로 외부에서 자기네 안방까지 바로 이어지는 이런 비밀통로를 만들어놓은 걸까요?] 창문 옆에 붙어 서서 창살 틈으로 밖을 살피는 상춘우에게 다가가고

상춘우; [무영동부의 대를 잇기 위해서다!] 밖을 살피며 건성으로

지고운; [무영동부?]

지고운; [그건 또 뭐죠? 황금전장에 또 다른 비밀이 있는가요?] 눈 반짝할 때

상춘우; [청부를 이행하러 왔느냐? 호기심을 채우러 왔느냐?] 고개 돌려 노려보고

지고운; [죄송해요!] 찔끔하는 지고운

상춘우; [주변에 경비는 없다! 각자 맡은 표적을 찾아 나서라!] [임무를 완수하면 그 즉시 내가 미리 말한 곳으로 집결한다!]

[예!] [살아서 다시 봅시다!] 서로에게 고개를 끄덕이고

이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가는 위지삼수 일행.

지고운; [오라버니도 몸조심하세요!] 상춘우를 향해 추파를 보내며 맨 뒤에서 나가고

이어 밖에서 문을 닫아주는 지고운. 헌데

끼익! 닫히는 문 틈으로 안쪽을 들여다보는 지고운의 표정이 음산하다. 배시시 웃는데 눈빛이 섬뜩하고.

상춘우가 흠칫할 때

탁! 닫히는 문

상춘우; (지고운 저년...!) 찡그리고

상춘우; (기분 탓인가?) (알몸으로 독사를 마주 한 듯 오싹한 한기가 느껴졌다.)

상춘우; (내가 지고운을 과소평가했을지도 모른다!) (하긴 살수치고 자신의 밑천을 다 드러내보이는 어리석은 자는 없지!)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풀고

상춘우; (살수에게 있어 필살기는 목숨만큼이나 중요하다.) 칼을 내려놓고

상춘우; (필살기가 알려지면 청부수행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표적이 된 자들이 미리 그것에 대한 방비를 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옷을 벗는다

상춘우; (위지삼수, 전정무, 음리붕, 심지어 겁쟁이 종리전에게도 숨겨둔 치명적인 필살기가 한가지쯤은 있을 것이다!) 웃옷을 벗어 버려 상체가 알몸이 되고.

상춘우;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살수들끼리는 서로의 필살기에 대해 묻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어 바지도 벗어서 훈도시 차림이 되는데, 훈도시는 검은 색이다.

상춘우; (언제 적으로 칼을 맞대게 될지 모르므로...!)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다

상춘우; (물론 나 역시 진정한 필살기는 다른 살수들 앞에서 한 번도 드러내 본 적이 없다.) 합장하고 눈을 감고.

상춘우; (나의 진짜 기술을 본 것은 이미 죽은 자들뿐이다.) 합장하고 소리없이 힘을 주는 그의 몸이 변하기 시작한다. 츠츠츠! 합장한 손바닥부터 먹물을 칠한 듯이 새카매진다.

팔뚝과 어깨, 얼굴과 가슴, 복부. 하체 순서로 먹물을 칠한 듯이 새카매지고

상춘우; (흑신염라인(黑神閻羅刃)의 비술!) 완전히 새카매지고. 헌데

틱! 틱! 상춘우의 어깨에서 팔뚝을 따라 톱니바퀴같은 밝은 선이 생겨나고

쩡! 쩡! 상춘우의 팔뚝에 수십개의 날카로운 칼날들이 일어난다. 칼날들도 검은색이다

칼날이 돋아난 양팔을 좌우로 벌려 힘을 주는 상춘우

쩡! 직후 상춘우의 움켜쥔 오른 쪽 주먹 손등에서 1미터 가량의 긴 칼날이 삐져나온다. 역시 검은 색의 칼이다.

상춘우; (준비는 끝났다!) 눈 번쩍

상춘우; (어둠으로 녹아들어가 공씨부자의 목을 딴다!) 일어난다

상춘우; (아무도 나를 보지 못할 것이고 누구도 나의 염라인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스스스!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상춘우의 모습

 

#63>

황금전장의 후원. 불이 켜진 건물은 모두 세 곳이다.

불 켜진 방에서 비탄에 잠긴 채 남편의 초상화를 올려다보고 있는 진군소.

산더미 같은 책들이 쌓인 방에서 허둥대며 책들을 골라서 한쪽에 쌓고 있는 공당한. 병수재가 비지땀을 흘리며 그 책들을 상자에 넣고 있다. 이삿짐을 싸는 분위기다.

그리고 공자무의 집무실.

창문이 닫혀진 공자무의 집무실 앞을 짝을 지은 무사들이 지나간다. 헌데

스윽! 무사들의 그림자에서 아메바처럼 늘어나는 또 다른 그림자.

무사들은 자신의 그림자에서 아메바같은 그림자가 빠져나가는 것을 알지 못한다

건물의 그늘 속으로 스며들어가는 아메바같은 그림자.

<저기다!> 건물의 그림자 속에서 사람의 눈이 번뜩인다. 어둠과 동화된 상춘우다

<저기가 풍류재신 공자무의 집무실이 틀림없다!> 불이 켜진 공자무의 집무실. 다른 건물들에는 모두 불이 꺼져 있다.

[하는 짓이 귀여워서 봐주는 줄 알아라! 지금 네 실력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번 청부 이행 못해!] 권일해(청풍)이 자기 목에 칼을 겨누며 노려보던 장면 떠올리는 상춘우

상춘우; (당신 말은 반은 맞았고 반은 틀렸다 권일해!) 스윽! 아메바처럼 변해서 공자무 집무실의 그늘로 스며들어가는 상춘우

상춘우; (나는 살수다!) (정당한 대결이라면 평범한 존재지만 준비된 암살이라면 누구라도 죽일 자신이 있다!)

상춘우; (누군가 당신을 죽여 달라는 청부를 한다면 팔할 이상의 확률로 죽일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

상춘우; (하물며 일개 장사치쯤이야...!) 스윽! 공자무 집무실로 스며들어가는 상춘우

 

#64>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1.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