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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낭중지추 囊中之錐

 

#1>

산중에서 큰 불이 났다. 불길과 연기가 치솟고 있고.

화르르! 화악! 불타고 있는 장원.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십여 채의 건물로 이루어졌는데 건물들이 거의 다 불타고 있다.

장원 안팍에 수십 명의 남녀가 죽어있다. 남자들을 싸우다가 죽은 모습. 복면을 쓴 자들의 시체도 섞여있고. 복면인들이 장원 담장 밖에 널려있는 시체들을 살피고 있다.

불타고 있는 장원 정문. 처마에 <羅漢院>이란 글이 적힌 현판이 걸려있다. 정문 주변에도 복면인들이 시체를 살피거나 주변을 경계한다. 그러다가

[끄아악!] 장원 안쪽에서 들리는 비명. 돌아보는 복면인들

[아직 버티고 있는 놈이 있군.] [끈질긴 놈들이야!] 혀를 차고. 슈욱! 그런 그들의 목을 휘감는 가는 실들. 이어

툭! 쩍! 놈들의 목이 그대로 잘린다. 실이 조여지며

털썩! 퍼억! 담장 밖에 있던 복면인들 모두 목이 잘려 나뒹굴고.

쿠오오! 무시무시한 살기를 흘리며 다가오는 어떤 인물의 실루엣. 노인인데 눈빛만이 보인다. 내민 손에서 수많은 실들이 뻗어 나와 너울거리고 있다.

 

[끄윽!] 고개 떨구며 죽는 노인. 기둥에 두 팔이 쳐들린 채 매달린 모습

쿵! 불타는 건물들 사이에 커다란 나무가 있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죽은 사람들. 두 손이 묶여 나무에 매달린 모습. 지독한 고문을 당해 몸이 찢기고 으스러졌다. 전부 죽었고. 나무 주위에 복면인들이 서서 시체들을 보고 있다. 나무 주변에 널려진 남녀의 시체들. 시체들이 살아있는지 살피는 복면인들도 있고

복면인들 시체도 많다. 동료들의 시체를 한쪽으로 모으고 있는 복면인들도 있고

복면인1; [이 늙은이도 결국 명줄을 놨군.] 마지막으로 죽은 노인의 시체를 칼로 쿡쿡 찔러보고. 주변에 다른 복면인들도 보고 있고

복면인2; [정말 지독한 것들이야. 단 한 놈도 입을 열지 않고 죽었어.] 다른 시채들을 둘러보고

복면인3; [이 정도 고문을 하면 한 놈쯤은 입을 열 줄 알았는데 말이지.]

복면인1; [나한원(羅漢院)이 괜히 나한원이 아니지.] [종들조차 평범한 인간이 한 놈도 없었어.]

복면인2; [중독당한 상태에서도 발악을 해서 본교 형제들의 희생이 컸어!] 동료들이 죽은 복면인들의 시체를 한쪽으로 모으는 걸 돌아보고

복면인3; [주인 일가에 대한 충성심은 가상하지만...] [그 바람에 나한대협(羅漢大俠) 이무외(李無畏)의 마누라와 아들 놈 종적은 알아낼 수 없게 되었어.]

복면인1; [한 번 더 뒤져보세.] [완전히 포위당한 상태니 탈출하지 못하고 어딘가 숨어있는 게 분명해!]

복면인2; [후환을 없이하기 위해서라도 나한원의 핏줄은 확실히 끊어야겠지.] 돌아서고. 바로 그때

[늦었도다! 너무 늦었도다!] 누군가의 말이 들려 복면인들 기겁

살인객주; [한 시진, 아니 일각이라도 빨리 도착했다면 천추의 한을 남기지 않았을 것을...] 시체들 사이로 걸어오는 노인. 정문 밖에서 복면인들을 죽인 노인의 모습을 처음으로 자세히 보여주고. 나이는 60세 중반 정도인데 체구는 크지 않지만 눈빛이 아주 강렬하다. <신병전설> 등 다른 작품의 <살천인조> 캐릭터인데 좀 더 젊게 묘사 이 작품에서는 살인객주로 표기. 최강의 살수 조직인 살인상단의 단주다.

<고수다!> <이곳까지 들어올 동안 어떤 경고도 없었다> <나한원 외곽을 포위하고 있는 형제들이 몰살당한 것 같다!> 창! 차창! 복면인들 기겁하며 무기를 뽑지만. 하지만 그 직후

[!] [!] 복면인 모두 기겁

쿵! 그자들의 목이 전부 가는 실에 한 바퀴 감겨 있다.

오른손을 내밀며 다가오는 살인객주. 펼친 손 뒤쪽 소매에서 수십 가닥의 가는 실이 빠져나와 복면인들의 목을 감고 있다

<언... 언제...> <목... 목이 실에 감겼다!> <실은 실인데 철사보다 질 것같다!> 으으으! 공포에 질리는 복면인들. 가는 실들이 그자들의 목을 강하게 조여서 살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주르르! 조여진 상처가 베어지며 피도 번져 나오고

살인객주; [무고한 피를 흘릴 때는 대가를 치를 각오도 했을 것이다.] 살벌한 표정으로 손을 웅크리고.

[제... 제발...] [목숨만은...] 텅! 터엉! 무기를 떨구며 애원하는 복면인들. 하지만

살인객주; [네놈들 자신의 목을 희생자들의 영전에 제물로 바쳐라!] 팽! 내밀었던 손을 뒤로 확 잡아당기는 시늉하고. 그러자

서걱! 스악! 실이 조여지며 복면인들의 목이 일제히 잘린다. 실이 강하게 조이자 복면인들의 목이 두부처럼 잘린다.

바닥으로 떨어져 구르는 복면인들의 머리통. 잘린 상처에서는 피가 뿜어진다. 피를 뿜으며 비틀거리는 복면인들의 몸뚱이

털썩! 퍼억! 목 없는 시체들 나뒹구는 복면인들의 몸뚱이

슈우! 스르르! 모든 실들이 살인객주의 손등 위로 스며들어가고

실을 회수하며 마지막으로 죽은 노인에게 다가가는 살인객주

고개 떨구고 죽은 노인의 모습

살인객주; [능(陵)집사, 미안하네. 노부가 어리석어 이런 일이 벌어졌어.] 노인을 올려다보며 탄식하고

살인객주; [노부가 지은 업보는 반드시 노부의 손으로 해결하겠네. 저승에서나마 지켜봐주게나.] 합장하고. 이어

살인객주; [오며 들은 대로라면 노(魯)부인과 아들은 나한원 내에 숨어있을 것이다.] 돌아서면서 주변 둘러보고. 이제 장원 내에 살아있는 사람은 없다.

살인객주; [그럼에도 마교(魔敎)의 마귀들이 찾아내지 못했다면 깊이 숨어있다는 뜻...] 바닥에 한 무릎을 꿇고

살인객주; [부디 탈 없이 숨었기를 바랄 뿐이다.] 손을 바닥에 대고

<색적(索敵)!> 눈을 감으며 생각하고

지징! 바닥에 댄 살인객주의 손이 진동하고

화악! 화면의 모든 것이 반투명하게 변한다. 마치 엑스레이로 찍듯이

차례로 보여주는 장원 내의 엑스레이 사진. 불타는 건물. 널려있는 시체들

살인객주; (찾았도다!) 흥분하고

어떤 좁은 공간에 아기를 안은 여자가 철문 같은 것에 기대 앉아있는 게 보인다. 고개를 떨구고 있으며 가슴이 피로 물들어 있다.

일어나며 장원 한쪽을 보는 살인객주

살인객주가 보는 곳에 우물이 있다. 井자형으로 돌을 쌓아 턱을 만든 상당히 큰 우물. 턱의 한 면이 3미터쯤 된다. 턱의 높이는 허리 정도

우물로 달려가는 살인객주

아래를 내려다본다.

우물은 상당히 깊다. 15미터쯤 아래가 수면인데 수면에 무언가 가득 떠있다.

크로즈 업. 떠있는 것은 시체인데 주로 여자와 아이들이다.

살인객주; (악독한 놈들! 여자와 아이들을 우물에 던져 죽였구나.) 이를 갈며 우물 턱으로 올라서고

휘익! 우물 안으로 뛰어내리는 살인객주. 발이 아래로 향하게 하고

콰콱! 아래로 떨어지며 웅크린 손으로 벽을 긁는 살인객주. 그 바람에 아래로 떨어지는 속도가 늦어지고

[!] 아래로 내려가며 눈을 번뜩이면서 맞은편을 보는 살인객주

시체가 떠있는 우물 수면 조금 위쪽에 굴이 수평으로 뚫려있다. 그리 넓지는 않아서 엎드리거나 기어서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크기. 한데

굴 바닥에는 핏자국이 안쪽으로 이어져 있다.

팟! 동굴 벽을 한 발로 차는 살인객주

휘익! 굴로 날아 들어가는 살인객주. 거의 수평으로 날아들어간다.

살인객주; (우물 속에 이토록 비밀스러운 장소가 있었구나.) 굴을 수평으로 날아가며 생각하고. 굴 바닥에는 무언가 끌려간 듯한 핏자국이 나있고

살인객주; (나한원의 비밀무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날아가고. 잠시 후

동굴이 확 넓어진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정도

[!] 스윽! 몸을 바로 세우며 눈을 부릅뜨는 살인객주

동굴 끝에 철문이 있다. 철문에는 <羅漢洞>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한데 철문 아래에 한 여인이 등을 기대고 앉아있다. 20세 가량의 절세미녀. 다른 작품의 온유향이나 영청공주 캐릭터. 청풍의 엄마로 이름은 노경주. 가슴이 피로 물들어 있고. 품에는 아기를 안고 있다. 강보에 쌓인 아기는 기절한 상태.

노경주의 모습 크로즈 업

살인객주; [제수씨!] 급히 달려가고

노경주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노경주와 청풍의 상태를 살핀다.

강보에 싸인 아기 청풍의 모습

살인객주; (청풍(淸風)이는 수혈이 짚여 잠이 든 것뿐이지만...) 청풍을 보고. 이어

노경주의 모습 크로즈 업. 가슴이 피로 물들어 있는데. 옷이 터져 나간 안쪽에 손바닥 자국이 나있다.

살인객주; [제수씨는 마교의 십대절기 중 하나인 절맥혈장(絶脈血掌)에 당했다!] 분노하며 노경주의 손목을 잡아보고

살인객주; [마교의 최강자들인 삼태상(三太相)이나 십대마왕(十大魔王)이 직접 쳐들어왔었구나.] 분노하며 진맥하고. 잠시 후

살인객주; (틀렸다.) 절망

살인객주; (절맥혈장에 당해 온몸의 경맥이 다 끊어졌다.) (잠시 정신을 차리도록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징! 노경주의 손목 잡은 손아귀에 힘을 주고. 빛이 발해진다.

그 빛이 팔을 타고 노경주의 상체로 이동하고. 그러자

쿨럭! 피를 토하는 노경주. 이어

천천히 눈을 뜨는 노경주

살인객주; [제수씨!] 노경주의 손목에서 손을 떼고

살인객주; [노부가... 노부가 너무 늦게 왔소이다.] 눈 시울 붉히며 비통하게

노경주; [그런... 그런 말씀 마셔요.] 애잔하게 웃고

노경주; [우리 아들... 청풍이를 아주버니에게 맡길 수 있게 되었는 걸요.] 춤에 안고 있는 아기를 내려다보고

살인객주; [청풍이를... 이 늙은이의 핏줄인 양 지켜드리겠소이다.] 무릎 꿇은 채 맹세하고

노경주; [그리 말씀해주시니... 편히 눈을 감을 수 있겠어요.] [하온데...]

노경주; [염치없지만... 부탁을 한 가지 드리겠어요.]

살인객주; [말씀하시지요.]

노경주; [청풍이를... 무림인으로... 키우지는 말아주세요.] 아들을 내려다보고

살인객주; [어찌하여 그런 말씀을...] 당황

노경주; [강호에 발을 들여놓으면... 반드시 은원의 덫에 걸리지 않을런지요?] 애잔하게 웃으며 아들을 보고

살인객주; [그렇기는 하지만...] 여전히 난감

노경주; [저의 친정 신장곡(神匠谷)은 무림인들의 탐욕으로 멸문지화에 가까운 참상을 입었고...]

노경주; [세상을 지켜온 나한원도 결국 이 지경이 되지 않았는지요?]

살인객주; (부인할 수가 없구나.) 한숨

노경주; [이 계집의 단 한 가지 소원은... 우리 청풍이가... 평온한 일생을... 보내는 것이랍니다.] 아들의 뺨을 쓰다듬고. 그러다가

스륵! 힘을 잃고 떨어지는 노경주의 손

살인객주; [제수씨!] 다가앉으며 노경주의 손목을 잡아보지만

살인객주; (소천했구나.) 탄식하며 손을 떼고. 이어

살인객주; [부디 영면하시오!] 포권하고

<제수씨의 유언은 살인상단(殺人商團의 단주 살인객주(殺人客主)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이루어드릴 테니...> 현장 배경으로 살인객주의 맹세

 

#2>

<-십오 년 후> 거대한 강을 끼고 세워진 대도시. 해가 서쪽으로 기운 저녁 무렵

<-금릉(金陵)> 위 도시를 배경으로 나레이션. 어느 웅장한 장원이 보인다. 관부다. 금릉을 다스리는 금릉부다. 높은 담장을 따라 여러 대의 마차들이 줄 지어 서있다. 짐 싣는 마차가 아니라 사람이 타는 마차.

금릉부의 웅장한 정문. 마차 몇 대가 동시에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넓고 웅장한데. 정문 위에는 <金陵府>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관병들이 통제하는 중에 수많은 사람들이 입구에 모여 안을 기웃거린다. 여자들도 많이 끼어있다. 모두 초조하고 불안한 표정. 사람들 뒤로 담장을 따라 마차들이 즐비하게 서있고.

보부상으로 보이는 사내 둘이 금릉부 입구로 다가오고

사내1; [여긴 금릉을 다스리는 관청 금릉부(金陵府)잖아!]

사내2; [뭔 일인데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지?] 다가가고

사내1; [마차들도 많이 대기하고 있구만.] 담장 아래 줄 지어 서있는 마차들을 보고

입구로 다가가는 두 놈.

사내1; [금릉부에서 뭔 볼거리라도 생긴 거요?] 모여 있던 사람들 중 한명에게 다가가 묻고. 나이 지긋한 중년 사내다. 뭔가 아는 게 많아 보이는 인상

사내3; [오늘 향시(鄕試)가 있었소.] 사람들 사이에서 돌아보고

사내1; [오오! 과거시험이 있었구만.] 놀라는 척

사내2; [그래서 응시생과 관련된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있었군.] 호들갑

사람들 틈에 끼어있던 죽립 쓴 키큰 여자가 사내들을 힐끔 돌아본다. 도도한 인상의 20대 중반쯤의 여자. 여자의 이름은 벽세경. 천하제일의 부자인 황금전장의 장녀다. 동생인 벽세천이 과거에 응시해서 몰래 지켜보는 중이다. 벽세경의 오른손 중지에는 큼직한 반지가 하나 끼워져 있다. 나중에 쓰이는 아이템.

사내3; [금릉은 남경(南京)으로도 불리는 중요한 고장이오.] [덕분에 금릉에서 치러지는 향시는 특별한 우대를 받고 있소.] 목을 빼서 앞을 보며

사내1; [우대라면 어떤...]

사내3; [본래 과거시험은 동시(童試), 원시(院試), 향시, 회시(會試), 전시(殿試)의 다섯 단계로 이루어져 있소.]

사내2; [복잡하구만.]

사내3; [그중 가장 중요한 시험이 북경(北京)에서 치러지는 회시오.] [회시에 합격해야 중앙의 정계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오.]

사내1; [전시가 마지막 단계라고 하지 않으셨소?]

사내3; [전시는 회시의 합격자들이 황제에게 자기 자랑하는 정도의 의미만 있을 뿐이오.] 시큰둥

사내1; [황제를 직접 만날 정도면 시험이라고 할 수도 없겠군.] 끄덕

사내2; [금릉의 향시가 특별대우를 받는다고 하셨소만...]

사내3; [금릉에서는 동시나 원시를 치르지 않소.] [동시와 원시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향시에 응시할 수 있는 거요.]

사내1; [시험 한번으로 단박에 중앙 정계로 진출할 수도 있겠구만!] 짝! 알아차리고 손뼉을 치고.

사내2; [합격하기만 하면 말 그대로 일확천금(一攫千金), 가문융성(家門隆盛)의 기회를 잡겠어.]

사내3; [그래서 강남의 수재라면 누구나 금릉의 향시에 목을 매고 있소.] 목을 빼서 금을부 안쪽을 기웃거리며

사내2; [향시는 지금 어떻게 진행되고 있소?] 사내3을 따라서 안쪽을 기웃거리며 사내3에게 묻고

사내3; [드디어 채점이 끝나고 등수를 발표할 때가 임박한 것 같소.] 목을 빼어 안을 들여다보며 말하고

 

#3>

금릉부 정문 안쪽. 넓은 광장인데 그곳에 수백 명의 서생들이 앉은뱅이책상을 앞에 두고 앉아있다. 나잇대가 다양하다. 어린 아이부터 늙은 서생까지. 하지만 대부분은 낙담한 표정들이다.

마당 끝의 웅장한 건물. 건물 앞에 놓인 책상들 십여 개. 응시생들 앞의 앉은뱅이책상과 달리 크고 화려하다. 그 책상들 마다 나이 든 관리들이 한명씩 앉아서 무언가 의논을 하고 있다. 책상에는 시험지가 수북하고. 관리들 앞에 세 명의 소년이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서있다.

세 소년 들 중 가운데에 서있는 건 청풍이다. 이때 나이는 16세. 차림새는 전형적인 학생의 모습. 복장도 소박하고.

청풍의 우측에는 화려한 옷을 입은 소년이 서있다. <폭풍신마>에 나온 벽세천 캐릭터. 잘 생겼지만 교만한 인상. 천하 삼대부자가문 중 하나인 황금전장 장주의 아들이다. 무맹사신재 중 벽세황의 배다른 동생. 벽세천이 정실 소생이고 벽세황은 첩이 낳은 서자다.

청풍의 좌측에는 교활한 인상의 소년이 서있다. 이름은 주문충. 벽세천의 똘마니다.

 

#4>

사내3; [합격, 불합격은 가려졌고...] 마당에 앉아 낙담해하는 서생들을 보며

<지금은 상위 세 명이 등수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오.> 청풍 일행을 배경으로 사내3의 나레이션

사내1; [셋 다 똘망똘망하게 생겼구만.]

사내2; [형장이 보기에 누가 장원(壯元;일등급제)이 될 것 같소?] 사내3에게

사내3; [원래는 벽세천(碧世天) 공자가 유력했소..]

[...] 뭔가 생각하는 죽립 쓴 벽세경

사내1; [벽세천이 누구요?]

사내3; [시험관들 앞에 서있는 세 명 중 맨 우측이 벽세천공자요.] 말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천하삼대 부자가문 중 하나인 황금전장(黃金錢莊)의 차남인데 어려서부터 수재로 소문이 자자했소.> 벽세천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벽세천은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내1; [저 분 공자께서 황금전장의 자손이셨구려.] 놀라고 존경하는 표정

사내2; [황금전장이라면 황실도 종종 신세를 진다는 부자 중의 부자 가문 아니오?] 침 꼴깍 삼키고

사내3; [장사하시는 분들이라 잘 아시는구려.] 사내1과 사내2의 행색을 아래위로 살피며 말하고

사내1; [장사치면서 황금전장을 모를 수는 없소.] 엄숙한 표정

사내2; [관부에는 죄를 지어도 황금전장에는 절대 죄를 짓지 마라!] [이게 우리 장사치들 사이에 전해지는 불문율이오.] 두 손 모아 포권하는 시늉까지 하고

사내1; [황금전장에 죄를 지은 장사치는 이 바닥에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오.]

소리없이 한숨 쉬는 벽세경

사내3; [황금전장을 잘 아신다니 설명이 쉽겠소이다.] 표정을 엄숙하게 하며

사내3; [명성이나 가문으로 보나 벽공자가 장원이 될 게 분명한 시험이었소이다만...] 시험관들쪽을 보며

뭔가 고민되는 표정으로 의논을 주고 받는 시험관들

사내1; [시험관들이 고민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하군.]

사내2; [벽세천공자보다 시험을 더 잘 본 자가 있겠소.]

사내3; [셋 중 가운데 서있는 이청풍(李淸風)이란 아이가 그 장본인일 거요.] 끄덕

<이청풍은 금릉의 유서 깊은 서점 서림당(書林堂) 주인의 손자인데 역시 어려서부터 수재로 소문났었소.> 셋 중 가운데 서있는 청풍을 배경으로 사내3의 말 나레이션. 청풍은 좀 심드렁한 표정이고

사내3; [얼마나 머리가 좋은지 서림당이 보유한 수천 권의 책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외우고 있다고 할 정도요.]

사내1; [수천 권의 책을 외우고 있다?] [괴물이 따로 없구만.]

사내2; [우리 같은 범인들은 책 한권 내용도 다 외우기 어렵지.]

[...!] 고개 끄덕이는 벽세경

사내3; [수재로 소문났지만 이청풍은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아이였소.] [당연히 과거시험 같은 것에도 흥미가 없을 줄 알았소.]

사내1; [그랬는데 느닷없이 향시에 응시했겠소.]

사내3; [벽세천공자와 이청풍!] [용호상박이라 할만한 수재들끼리의 대결이 벌어진 거요.] 흥분된 표정

사내2; [흥미진진하구만.]

사내1; [또 한명은 누구요?]

사내3; [주문충(朱文忠)이라고 역시 수재로 소문이 났던 아이요.]

<하지만 운 나쁘게 벽세천공자, 이청풍이란 괴물과 동년배로 태어났소. 아마 두각을 나타내는 건 어려울 거요.> 벽세천의 눈치를 보는 주문충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사내1; [어쨌거나 장원이 될 가능성이 높은 건 벽세황공자겠소.]

사내2; [일개 서점 주인의 손자와 황금전장 차남은 존재감부터 비교가 안되지.]

사내3;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소.]

사내1; [어째서요?]

사내3; [금릉에서 치러지는 향시가 워낙 중요한 탓에 북경으로부터 직접 시험관들이 파견되기 때문이오.]

사내1; [황금전장의 영향력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겠군.] 깨닫고

사내2; [천하제일의 전장이니 뭐니 해도 높으신 분들 입장에서는 그저 돈놀이하는 장사치일 뿐이지.]

쓴웃음 짓는 벽세경. 그때

사내3; [결정이 난 것 같소.] 안쪽을 보며 흥분

다른 사람들과 벽세경도 안쪽을 보고

 

#5>

시험관들 중 중앙에 앉아있던 노인이 일어난다. 이하 시험관1로 표기, 손에 종이 한 장을 들고 있고

[저분은 한림원(翰林院)의 학사라지?] [한림원 학사는 황제 폐하와 수시로 독대할 수 있는 정계의 유력자고...] 종이를 들고 일어나는 시험관1을 배경으로 사람들 웅성

시험관1; [숙의 끝에 장원, 방안(榜眼;2등급제), 탐화(探花;3등급제)를 결정했소.] 종이를 보며 말하고

시험관1; [금번 향시의 장원은...]

모두가 긴장하며 보고

벽세천과 주문충도 긴장. 하지만 청풍은 여전히 심드렁

벽세경도 두 손을 꼭 모으며 긴장.

시험관1; [이청풍! 축하하네.] 청풍에게 웃으며 말하고

와락 이지러지는 벽세천의 얼굴.

주문충은 눈을 치뜨고

 

#6>

[와아!] [서림당이 손주가 장원이다!] [축하드립니다 이공자!] 금릉부 밖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 환호하고.

그 사람들 사이에서 한숨 쉬는 벽세경

사내1; [이변이라면 이변이라 할만한 결과로군.]

사내2; [황금전장의 재력도 관부에는 완전히 통하지 않는다는 게 증명되었어!]

사내3; [이청풍은 원래 영특하기로 이름났던 아이요.] [이번 향시의 장원을 차지했다 해도 뒷말은 안 나올 거요.] 끄덕

 

#7>

시험관1; [자네의 답안은 노부 우문술(宇文述)이 칠십 평생 본적이 없는 명문이었네.] [앞으로 기대하겠네.] 종이를 내려놓으며 흐뭇.

다른 시험관들도 끄덕이고

청풍; [감사합니다. 여러 사부님들께서 좋게 봐주신 덕분입니다.] 시험관들에게 포권하고

인상이 우그러진 채 청풍을 노려보는 벽세천

시험관1; [향시에서 장원 급제했으니 회시 준비를 하게나.] [두 달 남짓 남아서 시간이 충분하진 않을 게야.]

청풍; [성심(誠心)으로 준비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그때

주문충에게 고개짓을 하는 벽세천

주문충; (준비했던 그걸 하자?) 긴장하고

째려보는 벽세천

주문충; (어쩔 수 없군. 벽세천에게는 받아먹은 게 많으니...) 쓴웃음 지으며 왼손을 오른쪽 쇄에 집어넣고

시험관1; [장원은 발표했고...] 다시 종이를 보며

왼손을 오른쪽 소매에서 꺼내며 앞을 보는 주문충. 왼손은 주먹을 쥐고 있다.

시험관1; [차석인 방안은 벽세천, 삼등급제 탐화는 주문충이네.] 종이에서 시선을 떼며 벽세천과 주문충을 보고

주문충; [감사합니다.] 포권하고. 벽세천은 뚱해있고. 이어

주문충; [축하한다 이청풍!] 오른손으로 청풍의 왼팔을 잡고. 간살스럽게 웃으며

그걸 곁눈질하는 벽세천

주문충; [이번에는 내가 졌어. 앞으로도 선의의 경쟁을 해보자구.] 슥! 왼손을 재빨리 청풍의 저고리 사이로 넣었다 빼고

곁눈질로 청풍과 주문충을 보며 눈 번득이는 벽세천

청풍; [주형도 축하드립니다.] 형식적으로 주문충에게 답례하고

히죽 웃는 벽세천

시험관1; [벽세천, 자네도 한 마디 하지 않겠는가?] 그런 벽세천에게 말하고. 그러자

벽세천; [여러 사부님들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포권하고

벽세천; [하오나 후진은 오늘 채점하신 결과에 이의가 있습니다.] 굳어진 얼굴로 말하고

 

#8>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벽공자는 이청풍의 장원급제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건가?] 정문 주변 사람들 어리둥절. 웅성거리고. 그 사이에 벽세경이 있고

벽세경; (세천이 저 녀석 설마!) 눈 부릅. 불길한 예감

 

#9>

시험관1; [벽세천! 노부들의 채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노려보고

벽세천;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부

벽세천; [여러 사부님들의 채점은 당연히 공정했을 것입니다.] [다만!]

벽세천; [이청풍! 저 작자는 답안 작성시 부정을 자행했습니다.] [제가 그것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청풍에게 삿대질. 찡그리기만 하고 반박은 하지 않는 청풍

 

#10>

[그런!] [이청풍이 부정을 저질렀다고?] [사실이라면 국기를 어지럽힌 중죄인데...] 사람들 경악하고. 벽세경도 경악하고

벽세경; (세천이 놈이 초조해서 일을 저질렀구나.) 초조. 다급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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