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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황금전장의 어느 마당. 사방이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있어서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일종의 연무장. 각가지 병장기가 구비된 시렁이 있고. 무공 수련을 위한 시설들도 준비되어 있다. 사람 모양의 타격 연습용 인형, 쇠기둥, 바위덩이등이 있다. 그곳에서 태극권같은 무공을 수련하는 소년이 있다. 벽세천이다. 귀견수가 수련을 봐주고 있다. 몇 명의 황금수라들이 긴 쇠몽둥이들 들고 있고.

천천히 태극권을 펼치는 벽세천. 신중하게 움직이고.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3층 건물. 3층 창가에 마주 보고 앉아서 연무장을 내려다보는 두 사람. 청풍과 벽세경

청풍과 벽세경 사이에는 진수성찬이 차려진 상이 있다. 청풍은 헐렁하고 화려한 옷을 걸쳤다.

음식을 먹으며 연무장을 내려다보는 청풍. 벽세경은 술을 마시고 있다.

땀을 흘리며 태극권을 수련하는 벽세천

청풍; [영제는 무공 수련에도 진심인 것 같습니다.] 건성으로 젓가락질하며 벽세천을 내려다보고

벽세경; [그렇긴 한데... 보다시피 무공 방면의 자질은 평범한 수준이다.] [머리는 제법 잘 돌아가지만...] 한숨

청풍; [황금전장의 차남 정도면 직접 무공을 익힐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늘 경호무사들이 지근거리에 있을 테니...]

벽세경;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다.] [정말 위급한 순간에는 스스로 몸을 지켜야하고...] 심각하고

벽세경; [그래서 세천이는 주로 호신무공을 수련하고 있다.] 벽세천을 향해 고개짓을 하며 말하고

태권도의 굴신 자세로 멈추는 벽세천

귀견수가 황금수라들에게 고개짓하고

쇠몽둥이를 들고 벽세천에게 다가가는 황금수라들

심호흡하는 벽세천

쩡! 쩡! 벽세천의 몸이 강철처럼 변하고

쇠몽둥이를 휘두르는 황금수라들

꽝! 꽝! 쇠몽둥이에 맞은 벽세천의 몸에서 금속성이 터지고

튕겨지는 쇠몽둥이들

청풍; [영제의 몸이 쇳덩이처럼 단단해졌군요.] 놀라고

벽세경; [철신금강(鐵身金剛)이란 외공을 수련하고 있다.] 끄덕

벽세경; [각가지 영약을 꾸준히 복용한 덕분에 철신금강이 제법 경지에 이르렀지.] [이제는 어지간한 도검에는 상처를 입지 않을 것이다.]

청풍; [저와 동갑으로 알고 있는데 대단합니다.]

벽세경; [대단할 것도 없다.] [외공은 제법 성취가 있지만 내공은 일갑자 전후에서 정체되어 늘지 않고 있으니...] 한숨

청풍; [영약을 꾸준히 복용해도 내공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는 듯 합니다.]

벽세경; [배고플 때 먹는 밥은 꿀맛이지만 배가 부른 후에는 어떤 진수성찬도 맛을 못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다.]

벽세경; [영약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일정량 이상은 몸이 흡수하지 못한다.]

청풍; [영약의 문제가 아니라 흡수율의 문제로군요.]

벽세경; [어떤 인간의 체질은 거의 무한대로 영약의 기운을 흡수하기도 한다.]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청풍; (날 지칭하는 건가?)

벽세경; [흡수율이 좋은 체질은 영약을 먹는 대로 소화해서 막강한 내공을 지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청풍; [소저의 흡수율도 평범하진 않겠습니다.]

벽세경; [내 체질은 세천이 보다 세 배쯤 효율이 좋을 것이다.]

청풍; [대단하군요.] + (여자면서도 내공이 막강했던 이유가 있었군.)

벽세경; [나보다도 더 흡수율이 좋은 게 세황이다. 나보다 두 배 가까이 좋겠지.] 복잡한 표정으로

청풍; [세황이라면...]

벽세경; [우리 삼남매의 둘째다. 세천이보다 세 살 많지.] 표정이 좀 어두워지고

청풍; (표정이 어두워진다.)

벽세경; [기왕에 집안 사정을 거론했으니 자세히 알려주마.]

청풍; (사양하기도 그렇군.) + [세이경청하겠습니다.]

벽세경; [우리 벽씨일족은 몇 대에 걸쳐 돈놀이를 해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원한과 미움도 많이 사게 되었다.]

청풍; (황금전장이 빚쟁이들을 다루는 수단이 가혹한 건 소문이 자자하긴 하지.)

벽세경; [저주를 많이 받은 탓인지 우리 일족은 자손이 귀하다.]

벽세경; [대대로 독자(獨子)였던 경우가 많았다.] [아버지도 예외가 아니었고...] 우울

 

<냉혈전호 벽초천은 아직 어린 나이에 조혜연(趙惠姸)이란 이름의 아내를 얻었다. 후손을 보기 위해 조혼(早婚)을 한 것이다.> 15살 쯤 된 벽초천이 같은 나이 또래의 소녀와 신방을 차린 모습. 조혜연은 절세미녀. 벽세경 어린 시절로 묘사해도 되고. 신방에서 벽초천에게 손을 잡힌 채 수줍어하는 조혜연

<하지만 집안의 기대와 달리 조혜연은 딸 하나만 낳고 더 이상 자식을 낳지 못했다.> 여고생 정도 나이인 조혜연이 강보에 싸인 아기를 안고 달래는 모습. 옆에서 좀 실망스런 표정의 같은 나이 또래 벽초천이 보고 있다.

<대를 이을 아들이 필요했던 벽초천은 냉하상이란 여인을 첩으로 들였고 냉하상은 아들을 낳아주었다. 벽초천의 장남인 벽세황(碧世皇)이 태어난 것이다.> 젊은 시절의 냉하상이 아기를 안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 벽초천도 좋아하고. 문 밖에서 그걸 보며 상심하는 조혜연 모녀. 당시 벽세경은 7살 정도의 소녀였다. 엄마의 손을 잡고 있다.

<벽초천은 당연히 냉하상을 편애했고 황금전장은 그녀 소생인 벽세황이 이을 것만 같았다.> 걸음마하는 사내 아이를 함께 앉아 보며 좋아하는 벽초천과 냉하상

<한데 삼년 후, 본처인 조혜연도 아들을 낳으면서 황금전장의 후계구도는 복잡해졌다.> 임산부 복장인 조혜연이 아기에게 젖을 물리며 행복해하고. 침대 아래에서는 열 살쯤 된 벽세경이 턱을 괴고 앉아 보며 좋아한다. 그걸 문 밖에서 보며 이를 가는 냉하상. 냉하상 뒤에는 유모가 세 살쯤 된 사내 아이를 품에 안고 있고

<조혜연은 유력한 명문가 출신이다. 반면 냉하상의 출신은 한미했다. 자연스럽게 황금전장은 조혜연이 낳은 아들 벽세천이 잇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강보에 싸인 아기를 안고 도도하게 걸어오는 조혜연. 그 앞에서 굴욕적으로 고개 숙이며 물러서는 냉하상

 

벽세경; [어머니는 십년 전쯤에 돌림병으로 돌아가셨다.] [그후 세천이는 내가 키우다시피 했다.] 술을 마시며 우울하게

청풍; [여러모로 마음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벽세경; [아무래도 의모와의 사이에서 생겨나는 갈등과 긴장은 피하기 어려웠다.] 쓴웃음 짓고

청풍; (전처소생과 의붓어머니 사이가 좋은 사례는 전무하다고 봐야겠지.)

벽세경; [집안의 갈등을 완화할 목적으로 아버지는 세황이를 무림맹으로 들여보냈다.] 다시 술을 마시고

청풍; [영제가 무림맹에 속해있군요.]

벽세경; [무림맹 맹주 삼비검조에게는 네 명의 제자가 있다.] [이름하여 무맹사신재(武盟四神才)인데 세황이는 그 중 셋째다.]

청풍; [무림맹주의 제자...] [장차 영제가 무림맹 맹주가 될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벽세경; [아버지는 그걸 바라고 세황이를 삼비검조의 제자로 들여보낸 것이다.] [무림맹 맹주가 되면 굳이 황금전장 장주 자리를 노리진 않을 테니...]

청풍;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은 소원이로군.)

벽세경; [무공을 익힐 생각은 없느냐?]

청풍; (훅 치고 들어오는군.) +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입문해야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벽세경; [네가 장경각에서 읽은 무공 관련 책들 중에는 그리 대단한 게 없다.]

벽세경; [무엇보다도 무공은 책으로만 익힐 수 있는 게 아니다.]

벽세경; [제대로 된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아야 시행착오와 주화입마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청풍; [소저께서 직접 가르쳐주실 수는 없겠지요? 워낙 바쁘신 분이라...] 웃고

벽세경; [바쁘기도 하지만 난 누굴 가르칠만한 재주는 없다.] [성에 차지 않으면 화부터 내고 보는 성격인지라...] 웃고

청풍; [그러실 것 같았습니다.]

벽세경; [무공에 입문하고 싶다면 말만해라.] [상당히 괜잖은 스승을 소개시켜줄 테니...] 의미심장하게

[!] 찡그리는 청풍.

 

#25>

<-서림당> 오후.

통! 통! 서림당 안쪽에서 들리는 칼질 소리

부엌에서 요리하는 손이낭. 표정이 심란하다.

손이낭; (불과 사흘...) 심란한 표정으로 한숨

손이낭; (사흘 만에 돌아온 도련님이 어쩐지 낯설게 느껴진다.)

손이낭; (갑자기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고...)

손이낭; (대체 황금전장에서 무슨 일을 겪으신 걸까?) 서점쪽을 보고

 

서점 내의 거실. 청풍과 살인객주가 택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있다. 청풍 앞에는 봉투가 하나 놓여있다.

살인객주; [무공입문이라...] 심란한 표정

청풍; [교만한 생각이라 책하시겠지만...] [소손은 더 이상 학문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살인객주의 눈치를 살피며

청풍; [그러던 중에 무공을 접하니 새로운 지경을 본 기분입니다.]

말없이 듣는 살인객주

청풍; [황금전장의 벽소저가 소개장을 써주었습니다.] 슥! 자기 앞에 놓여있는 봉투를 살인객주에게 밀어주고

살인객주는 봉투를 보기만 하고 집어 들지는 않는다.

청풍; [할아버지가 허락하시면 내일 소개받은 곳을 찾아가볼 생각입니다.] 눈치 보며 말하고. 그러자

살인객주; [필연인 것 같구나.] 탄식

청풍; [..!] 의아해하면서도 묻지는 않는 청풍

살인객주; [네가 평범하고 무난한 삶을 살게 해달라는 것이 네 어미의 유언이었다만...] 노경주를 떠올리고

살인객주; [아무래도 할애비는 네 어미의 유언을 들어주지 못할 것 같구나.] 탄식하고

청풍; [죄송합니다.] 고개 숙이고

살인객주; [네 마음은 이미 무공의 길로 들어섰다.] [할애비가 무어라 한 들 돌아 나오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청풍; [...] 죄송한 표정

살인객주; [기왕 이리 되었으니 두 가지만 명심해라.]

청풍; [세이경청하겠습니다.]

살인객주; [첫째! 어떤 경우든, 상대가 누구든 네 능력의 전부를 드러내지 마라.]

청풍; [그리 하겠습니다.]

살인객주; [둘째! 인간을 이해하려 하지 마라! 설령 그 대상이 할애비라도...]

청풍; (의미심장한 말씀을...)

살인객주; [인간의 마음은 심해보다 몇 배, 아니 몇천 배 더 깊고 복잡하다.]

살인객주; [그럴진대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저 이해했다고 착각할 뿐이지.] 엄숙

묵묵히 듣는 청풍

살인객주; [믿지 않으면 실망도 하지 않는 법이다.] [인간들에게 애정을 품되 신뢰하지는 마라.]

살인객주; [그것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방책임을 잊지 마라.]

청풍; [가슴에 깊이 새겨두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살인객주; [벽세경에게 소개받은 곳은 내일 방문할 생각이냐?] 봉투를 보며

청풍; [금릉 내에 있어서 언제라도 방문할 수 있습니다.]

살인객주; [그럼 방문하기 전에 할애비로부터 한 가지 비결을 배워라.]

청풍; (할아버지도 무림인이시겠구나.)

살인객주; [동심인혼결(同心引魂訣)이라는 할애비의 독문심법이다.]

청풍; (마음을 함께 하여 혼을 끌어들인다?) (아니, 심장의 박동에 동조하여 혼을 잡아끈다고 해석해야하나?)

살인객주; [이 비결을 깨우치면 상대의 심장박동, 진기의 흐름을 마치 나 자신의 것인 듯 느낄 수 있다.]

청풍; [놀랍군요.] 정말 놀라고

살인객주; [동심인혼결의 무서움을 알아차린 것 같구나.] 웃고

청풍; [상대의 몸 상태를 정확히 알면 강점과 약점도 간파할 수 있지 않을 런지요?]

청풍; [상대의 강점은 피하고 약한 부분을 공격하면 반드시 이길 수 있을 테고...]

살인객주; [허허허! 누가 이씨 집안 핏줄 아니랄까봐!] 철썩! 자기의 무릎을 치며 크게 웃는다.

 

[!] 부엌에서 요리하다가 놀라 흠칫 돌아보는 손이안. [허허허!] 서점 쪽에서 살인객주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손이낭; (단주님께서 저리 유쾌해하시는 것도 오랜만이네.)

 

살인객주; [요체(要諦)를 깨우쳤으니 수련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살인객주; [동심인혼결을 구사하면 가깝게는 한 뼘, 멀게는 수십 장 밖 상대의 몸 상태도 파악할 수 있다.]

청풍; [실로 놀라운 비결입니다.]

살인객주; [할애비의 수준은 십여 장 정도다.] [하지만 너라면 동심인혼결을 몇 배 더 넓은 영역에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청풍; (십장 안쪽 상대의 몸 상태를 파악하실 수 있다니...) 놀라고

<할아버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수일 수도 있겠구나.> 뭔가 설명하는 살인객주. 경청하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26>

아침. 금릉

<-무림맹(武林盟) 금릉지부(金陵支部)> 어느 웅장한 장원. 정문을 군복처럼 통일된 복장을 걸친 무사들이 지키고 있다. 소매에 띠가 한 줄씩 붙어있다. 디가 많을수록 게급이 높다. 정문 처마에는 <武林盟 金陵支部>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정문 안쪽은 넓은 연무장. 같은 복장을 걸친 청년들이 목검이나 목도를 써서 대련을 하고 있다. 대개는 소매에 띠가 한 줄이거나 없거나. 띠로 무림맹 내에서의 등급이 구별된다. 금, 은, 동, 철, 목등 다섯 등급이다. 띠 하나짜리가 철등급이다. 목등급은 띠가 없다. 청년들의 대련을 지도하는 인물들은 소매에 띠가 두개

 

#27>

대청 건물. 소매에 띠가 한 줄인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고

독안룡; [...] 의자에 앉아서 편지를 읽고 있는 외눈박이 장한. 건장하고 호탕한 인상이다. 무림맹 금릉지부장으로 별호는 독안룡. 소매에는 네 개의 띠가 새겨져 있다. 독안룡 뒤에 두 명의 중년인이 손을 앞으로 모으고 서있다. 얼굴이 똑같이 생긴 쌍둥이인데 그들의 소매에는 띠가 세 개씩 있다. 이름은 정씨쌍걸. 전작인 <신병전설>에 나온 정씨쌍걸 캐릭터. 이름은 정호, 정표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독안룡과 마주 앉아서 독안룡이 편지를 읽기를 기다리는 청풍.

청풍; (동심인혼결...) 눈이 조금 가늘어지고

<아직 어설프긴 해도 동심인혼결을 구사하니 다른 사람의 몸에 흐르는 기운들이 감지된다.> 슈우! 편지를 읽는 독안룡의 몸에 투명한 선이 수없이 떠오른다. 그 띠들은 모두 심장으로 연결되어 있고

<각자가 지닌 내공의 강도와 속도는 제각각이다.> 독안룡 뒤에 서있는 정씨쌍걸의 몸에도 투명한 선들이 수없이 연결되어 있다.

청풍; (이 인물은 무림맹 금릉지부장인 독안룡(獨眼龍) 서문탁(西門卓)이다.) 앞에 앉은 독안룡을 보며 생각하고.

<세 사람 중 압도적으로 강한 내공이 느껴진다. 아마 황금전장 황금수라대의 부영반인 귀견수와 비슷한 수준의 고수일 것이다.> 편지를 읽는 독안룡의 모습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청풍; (독안룡의 무공은 제법 이름난 문파의 장문인들에 필적할 것이다.)

<저들의 무공은 황금수라들과 비등한 정도일 테고...> 독안룡 뒤에 서있는 정씨쌍걸들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그때

독안룡; [황금전장의 벽소저는 자네를 높이 평가하는군.] 편지에서 눈을 떼고

독안룡; [잘 기르면 몇 년 내에 금급(金級)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어.] 편지를 흔들어 보이며 웃고

피식 웃는 독안룡 뒤쪽의 정씨쌍걸

청풍; [확실히 벽소저께서는 소생을 고평가하셨습니다.] 고개 조금 숙이며 웃고

독안룡; [그렇게 믿고 싶지만...] 편지를 내려놓고

독안룡; [황금전장의 암호랑이가 빈말 따위는 하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야.] 난감한 표정

청풍; (벽소저가 황금전장의 암호랑이라고도 불리는군.)

독안룡; [원래 이런 류의 청탁은 거절해야만 한다.] 편지를 턱으로 가리키고

독안룡; [무림맹의 특성상 무림맹에 가입했거나 협력하는 문파의 제자들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하고

청풍;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독안룡; [소속된 문파도 없고... 무공을 정식으로 익히지도 않은 놈을 무림맹에 들여야 하나?] 머리 긁적

정씨상걸도 독안룡의 눈치를 보고

청풍; (무림맹은 그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적도 많다.)

청풍; (보안을 위해서라도 아무나 가입시켜줄 수는 없겠지.)

독안룡; [문제는 다른 사람도 아니고 황금전장의 벽소저가 소개한 놈이라는 건데...] 천장을 보고

정씨쌍걸; (벽세경 소저는 맹주님의 제자인 벽세황공자의 누이이기도 하다.) (지부장님으로서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지.)

청풍; [심기를 어지럽혀드려 송구합니다.]

독안룡; [됐고...] 손 젓고

독안룡; [네가 어렸을 때부터 신동으로 이름 난 수재라는 건 알고 있다.] [최근에 치러진 향시에서도 장원급제했었다는 것도...]

청풍; [한바탕 소동이 있어서 장원급제는 없던 일로 되었지요.] 웃고

독안룡; [며칠 전까지만 해도 과거준비를 했던 놈이 느닷없이 무림맹에 가입하려는 목적이 뭐냐?] 노려보고

청풍; [무공을 제대로 배워볼까 해서입니다.] 웃고

독안룡; [뭐?] 어이없고

정씨쌍걸도 피식

청풍; [글 읽는 게 슬슬 지겨워져서 무공을 배워볼 생각이 들었는데...] [친분이 있던 황금전장의 벽소저께서 무림맹을 추천하셨습니다.]

청풍; [무림맹 만큼 방대한 무공을 보유한 곳도 없다면서...]

독안룡; [입신양명이나 협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무공을 배울 목적으로 무림맹에 가입하겠다?] 머리 긁적이며 어이없고

정씨쌍걸도 서로를 보며 어깨 으쓱. 입술 삐죽

청풍; [가입을 허락해주신다면 무림맹의 대의를 위해서도 진력(盡力)하겠습니다.]

독안룡; [누가 장원급제한 놈 아니랄까봐 말은 참 잘해요.] 피식

청풍; (기분이 풀렸군.) + [말과 글로 먹고 사는 게 책상물림들이지요.] 웃고

독안룡; [총단에 품의(稟議)를 올려 허락받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일단 가입을 허락하마.]

청풍; [감사합니다.] 고개 숙이고

독안룡; [정표(鄭彪), 저 놈에게 지부를 안내해줘라.] [무고(武庫)도 보여주고...] 뒤에 있던 정씨쌍걸 중 한명을 돌아보며

정표; {예 지부장님!} 고개 숙이는 한 놈. 똑같이 생겨서 구분이 안 간다.

정표; [따라와라.] 입구로 가고

청풍; [신세를 지겠습니다.] 일어나고

나가는 정표와 청풍

독안룡; [정호(鄭虎), 네 감상을 말해봐라.] 정표를 따라 나가는 청풍을 보며 정씨쌍걸 중 남아있는 놈에게

정호; [다른 건 모르겠고... 무공을 익힌 적 없다고 한 건 거짓말 같습니다.] 눈 번뜩이며 청풍을 보고

<지닌 바 내공이 저희 정씨쌍걸(鄭氏雙傑) 수준으로 느껴졌습니다.> 정표를 따라 대청에서 나오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대청을 지키던 띠 하나짜리 무사들이 인사를 하고

독안룡; [겨우 열여섯 살 먹은 놈의 내공이 일갑자 수준이라...]

독안룡; [신원이 확실하긴 하지만 뭔가 숨기는 게 있는 놈이야.]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도록 해.]

정호; [존명!] 고개 숙인다.

이어 나가는 정호

독안룡; [맹주님 후계자 문제로 어수선하던 참인데 이상한 놈이 가입했다.]

독안룡; [어쩐지 저 놈으로 인해 한바탕 파란이 일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구나.] 오만상을 쓰고

 

#28>

연무장 근처를 지나는 정표와 청풍.

오가던 무사들이 인사한다. 소매에 띠 세 개인 사람은 정씨쌍걸뿐이다. 두 개나 한 개, 띠가 아예 없는 자들도 많다.

청풍; (무림맹은 소매에 둘러진 띠로 등급을 구분하는 것 같다.) 연무장에서 수련하는 청년들 보며 생각하고

청풍; (지부장인 독안룡의 띠는 네 개, 날 안내하는 정표라는 인물은 띠가 세 개...)

청풍; (띠가 두 개인 사람도 종종 보이지만 대부분은 띠가 하나이거나 아예 없다.) 생각할 때

정표; [본맹 소속 무사들은 금(金) 은(銀) 동(銅) 철(鐵) 목(木)의 다섯 등급으로 나뉜다.] 앞서가며 설명하고

정표; [지부장님은 금급(金給)이다.] [무림맹을 통틀어도 금급은 백명이 채 안된다.] 독안룡을 떠올리며

청풍; (그래서 벽소저의 소개장을 읽고 어이없어했군.) 쓴웃음.

그러면서 바로 위씬의 장면 떠올린다.

 

독안룡; [황금전장의 벽소저는 자네를 높이 평가하는군.] 편지에서 눈을 떼고

독안룡; [잘 기르면 몇 년 내에 금급(金級)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어.] 편지를 흔들어 보이며 웃고

피식 웃는 독안룡 뒤쪽의 정씨쌍걸

회상 끝

 

청풍; (금급 정도면 무림맹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정표; [부(副)지부장을 맡고 있는 우리 정씨쌍걸은 은급(銀給)이다.] 자기 소매를 들어 보이고

청풍; (소매의 띠 세 개가 은급이로군.) 정표의 소매를 보고

정표; [동급(銅級)은 띠가 둘, 철급(鐵給)은 하나, 그리고 너처럼 갓 가입했거나 능력이 미달인 자는 목급(木給)으로 분류된다.]

청풍; [목급은 아예 띠가 부여되지 않는군요.]

정표; [지급되는 무기도 목검이나 목도뿐이다.] 목도와 목검으로 대련하는 띠가 없는 무사들을 보며

<어설프게 날붙이를 지급하면 사고만 나기 때문이다.> 상대방 목검에 맞고 비명 지르는 수련생 한명을 보여주고

청풍; [그렇겠습니다.] 웃으며 보고

정표; [다섯 등급 외에 특급(特級)도 존재한다.]

정표; [맹주님의 제자들인 무맹사신재(武盟四神才), 맹주님의 초빙을 받은 원로들, 그리고 무림맹 소속 문파들의 장문인들이 특급 대우를 받는다.] 엄숙한 표정

청풍; (유구한 역사를 지닌 세력답게 조직이 잘 갖춰져 있구나.) 생각할 때

정표; [다 왔다.] 앞을 보고. 청풍도 앞을 보고

상당히 크고 높은 단층 건물. 전체가 돌과 강철로 지어져 견고하게 보인다. 입구는 육중한 철문이고 창문은 아래 외로 가늘고 좁다. 건물 입구를 띠 두 개의 무사 두 명이 지키고 있다. 건물 처마에는 <武庫>라는 글이 적힌 현판이 걸려있다.

정표; [금릉지부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라고 할 수 있는 무고(武庫)다.] 다가가고

인사하는 띠 두 개 무사들

정표; [지부장님의 허락이 내렸다. 오늘부터 이놈을 무고에 출입시켜도 된다.] 청풍을 가리키고

[예!] 대답하며 허리에 찬 열쇠 뭉치를 끌어내는 은급

철컹! 이어 열쇠 중 하나로 철문을 열고

그긍! 철문을 열어주는 은급들

안으로 들어가는 정표. 정표를 따라 들어가며 은급들에게 인사하는 청풍.

[!] 안으로 들어서며 눈 번뜩이는 청풍.

천장이 상당히 높은 무고 안은 원룸처럼 한 칸으로 이루어져 있다. 천장까지 닿은 책꽂이들 수십 개가 죽 늘어서 있고, 책꽂이마다 책들이 가득. 중앙에는 긴 탁자가 놓여있다. 탁자에는 십여 개의 의자가 놓여있고.

정표; [본맹에 가입하는 문파나 가문은 최소한 열권 이상의 비급을 제공해야만 한다.] 탁자로 가며

정표; [그리고 구대문파를 비롯해서 본맹에 가입한 문파나 가문의 수는 칠백을 넘는다.] 자부심

청풍; [무림맹은 최소한 칠천 권 이상의 무공비급을 보유하고 있겠습니다.] 감탄하며 둘러보고

정표; [더 많이 제공한 문파들도 있고 해서 만권 가까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 탁자에 이르러 주변을 둘러보고

청풍; [만권의 무공비급이라니... 정말 대단합니다.] 흥분해서 둘러보고

청풍; [벽소저가 무공에 입문하려면 무림맹에 가입하는 게 최선이라고 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감탄

정표; [물론 이곳에 있는 비급들은 진본이 아니다.] [제공된 비급들은 필사해서 각 지부로 배정되었다.] 비급들을 둘러보고

청풍; [필사본이라 해도 그 가치는 따지기 힘들 정도겠습니다.]

정표; [무림맹의 맹도는 누구나 이 안의 비급들을 읽을 수 있다.] [단, 밖으로 내가거나 필사하는 건 금지되어 있다.]

정표; [비급을 읽을 수 있는 건 오직 이 안에서만이다.] 탁자를 보고. 탁자에는 아무것도 없다.

청풍; [그러고 보니 필기도구는 없군요.] 비어있는 탁자를 보며

정표; [비급을 제공한 문파나 가문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다.] [필사를 못하게 하면 절기가 유출되는 걸 그나마 막을 수 있지 않겠느냐?]

청풍; [그렇겠습니다.]

정표; [물론 통째로 외워서 빼내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의미심장하게 청풍을 보고

청풍; [이 안에서 읽은 내용은 단 한 자도 유출시키지 않겠습니다.] 웃고

정표; [혹시 비급의 내용들을 외울 생각인 거냐?] 흠칫

청풍; [글쎄 어떨지요?] 웃기만 하고

정표; [뭐 외울 수 있으면 외워봐라.] 돌아서고

정표; [지금껏 무공 비급을 열권 이상 틀리지 않고 외운 인간은 본 적이 없으니...] 입구로 가고. 철문은 열려있고

정표; [밖으로 나오고 싶으며 문을 두드려라. 밖에서 열어줄 것이다.] 나가면서 청풍을 돌아보고

청풍; [안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개 숙이고

손 흔들며 완전히 나가는 정표. 밖에서 철문을 닫는 띠 두 개 무사들

철컹! 철문이 닫히고

청풍; [드디어...] 흥분하며 무고 안을 둘러보고

청풍; [무공다운 무공을 접해볼 수 있게 되었구나.] 근처의 책꽂이로 가고

청풍; (이곳에 보관되어 있는 무공비급들도 대단한 수준은 아닐 것이다.) 슥! 책꽂이에서 책을 한권 뽑고

청풍; (무림맹에 가입한 문파나 가문들로서도 자신들의 비전절기는 숨기고 싶을 테고...) 책을 넘기고

청풍; (외부로 유출되어도 큰 타격이 없는 것들만 무림맹에 제공했을 것이다.)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청풍; (그렇다 해도 너무 평범하거나 쓰레기라고 할만한 걸 내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책을 책꽂이에 다시 꽂고

청풍; (문파나 가문의 체면 때문에...) 다른 책을 뽑고

청풍; (일정 수준 이상의 무공비급 만여 권...) 책을 읽으며

<무고 안의 비급을 모두 읽으면 더 이상의 무공은 필요 없을 것이다.> 서서 책장을 넘기는 청풍의 모습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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