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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금릉> 저녁. 해가 지고. 여기 저기 등이 내걸린다.

서림당이 있는 번화가. 가게마다 불빛이 흘러나오고. 등불도 내걸리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북적인다.

사람들 사이를 걸어오는 청풍. 무림맹 무사 복장. 무기는 지니지 않았다. 소매의 띠가 두 개로 늘었다.

[이공자 퇴근하는가?] [이공자라니, 이소협이라고 해야지!] [한잔 하고 가지 그래.] 주변 가게 사람들 아는 척하고. 웃으며 일일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청풍

<서림당의 이공자야!> <코흘리개 아기였는데 멀끔한 청년이 되었어!> <나날이 잘 생겨지네. 어떤 년이 데려갈지 부럽기만 해.> 가게 여자들이 청풍을 훔쳐보며 좋아 죽으려 하고

<저것 봐. 소매의 띠가 하나 더 늘었어!> <무림맹의 동급무사가 되었다는 거잖아!> <저 나이에 벌써 무림맹의 세 번째 등급이 되다니...> <하여간 난 놈이야!>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청풍의 귀에 들어오고

청풍; (무림맹 복장은 가뜩이나 눈에 띄는데...)

청풍; (등급이 하나 더 올라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소매에 새겨진 띠를 보고

청풍; (아무래도 내일부터는 사복으로 출퇴근을 해야겠다.)

청풍; (지부장에게 들키면 한 소리 듣겠지만...) 생각할 때

다다다! 다급한 발자국 소리가 뒤에서 들리고.

[꺅!] [뭐야!] [조심해라 이놈아!] 뒤에서 들리는 소리

슥! 길가로 피하는 청풍.

후다닥! 다람쥐처럼 달려와 청풍의 옆을 지나치는 소년. 청풍 또래인데 영악하게 생겼다. <투천환일>에 나온 청풍의 친구 정칠의 어릴 때 캐릭터. 이 작품에서도 이름은 성만 바뀌어 주칠. 체격은 좀 작다. 영양이 부실해서. 청풍보다 2-3살 쯤 어려 보인다. 주칠은 구중천 중 유령궁의 후손이다. 엄마가 유령궁 출신이었다. 아비는 한왕 주고후였고

청풍; (저 녀석은...) 사람들 사이로 달려가는 주칠의 뒷모습 보며 생각할 때

[엄마야!] [힉!] [뭐... 뭐하는 짓들이냐?] [사람 많은 데서 그렇게 뛰면 어떻게 해?] 다시 뒤에서 들리는 여자들의 비명과 사람들의 고함소리

흉악하게 생긴 사내 세 놈이 사람들 밀치고 자빠뜨리며 달려온다. 전형적인 뒷골목의 어깨들. 금릉의 유명한 조폭 단지회란 조직 소속의 깡패들이다. 얼굴과 목에 문신도 보이고. 단지회 관련 인물들은 <투천환일>에 나옴.

청풍의 앞을 지나가는 세 놈. 사람들 겁에 질려 급히 피하고.

청풍의 눈이 조금 가늘어지고

지나가는 놈들의 새끼손가락이 잘리고 없다.

청풍; (단지회(斷指會)...)

청풍; (금릉의 뒷골목에서 암약하는 흑사회(黑社會) 삼대조직 중 하나...) 멀리 앞쪽에 도망치는 주칠을 따라가는 세 놈 뒷모습 보며 생각하고

뒤돌아보며 겁에 질리는 주칠

사람들 밀치며 달려오는 세 놈

겁에 질려 옆의 골목으로 뛰어드는 주칠

주칠이 뛰어든 골목으로 달려 들어가는 세놈

청풍; (흑사회 인간들은 관부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사람들 이목이 있는 곳에서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게 불문율인데...) 주칠이 도망쳐 들어간 골목 쪽으로 걸어가고. 놀라던 사람들은 궁시렁대며 다시 갈길 가고 있고

청풍; (대로에서 저리 급하게 군 걸 보면 뭔가 중요한 일이 생겼다는 뜻이다.) 골목으로 다가가고

청풍; (우리 동네에 흑사회 인간들이 설치는 걸 방치하면 안되기도 하고...) 골목으로 들어간다. 골목에서 겁에 질려 서둘러 나오는 사람들도 있다.

청풍; (그놈이 단지회에 쫓기는 이유도 좀 들어봐야겠다.) 주칠을 떠올리며 좁은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

 

#35>

좁고 더러운 골목. 빈민가다.

탁탁! 그곳을 숨이 턱에 차서 달려오는 주칠

뒤에서 쫓아오는 두 놈. 사람들이 밖에 내놓은 물건들을 밀치고 걷어차며 달려온다. 집 밖으로 나오려던 사람들 기겁하며 다시 들어가고

주칠; (조금... 조금만 더 가면 단지회의 세력권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달려가고

주칠; (저 놈들도 단지회와 앙숙인 야차방(夜叉幇) 영역까지는 쫓아오지 못하겠지.) 달려가고. 하지만

파팟! 앞쪽에 옆으로 나있는 골목들 중 하나에서 튀어나오는 한 놈.

주칠; (아차!) 급정거하고

주칠; (이 일대의 지리를 아는 놈이 있었다!) 팟! 옆의 골목으로 급히 뛰어 들어가고

세 놈도 주칠을 따라 그 골목으로 뛰어 들어가고

주칠; (니미...) 사색이 되어 좁은 골목을 달리고

주칠; (다른 길로 앞질러 간 놈이 있을 줄이야!) 골목에서 밖으로 뛰쳐나간다. 하지만

[!] 그 직후 기겁하며 급정거하는 주칠.

제법 넓은 공터. 마을 사람들 몇이 집밖에 나와 있다가 놀라 일어나고. 여자와 노인들, 아이들이다. 문제는 공터에 다른 길이 없다는 점

주칠; (막다른 길이다!) 기겁하며 멈춰서고

골목에서 공터로 뛰어 들어오는 세 놈.

사람들 놀라 급히 집으로 들어가고

주칠; [기... 기다려요!] 그 중 한 집으로 들어가는 노인의 뒤를 따라 들어가려 하며 외치지만

안에서 급히 문을 닫는 노인

탁! 제법 튼튼한 나무문이 닫히고

주칠; [들어가게 해주세요! 폐 안 끼칠게요!] 덜컹 덜컹! 문을 잡아당기며 필사적으로 외치고. 하지만

콱! 주칠의 뒷 멱살을 움켜쥐는 우악스러운 손길

주칠; [악!] 반짝 들리며 비명. 바둥댄다. 한 놈이 주칠의 뒷 멱살을 잡아 높이 쳐들고 있고. 다른 두 놈이 숨겨두었던 비수를 뽑으며 다가온다.

사내1; [쥐새끼 같은 놈! 감히 어르신들 발에 땀나게 했으렸다.] 주칠을 쳐들고 흉악하게 웃고

주칠; [죄... 죄송해요! 살려주세요!] 돌아보며 비명

사내1; [바랄 걸 바래라!] 퍽! 주칠을 패대기치고

주칠; [악!]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며 비명 지르고

사내1; [안심해라 이놈아!] 콱! 주칠의 가슴을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드는 사내1

[컥!] 가슴이 밟혀 숨이 턱 막히는 주칠

사내1; [송장 치우는 건 귀찮고 번거로워서 죽이진 않는다. 대신...] 주칠의 가슴 밟은 채 흉악하게 웃고

사내1; [혀를 함부로 놀리지 못하게 해주겠다.] 동료들을 돌아보며 고개짓 하고

비수를 뽑아든 두 놈이 다가와서

사내2; [조심해라 아가야!] 슥! 비수를 주칠의 목에 대고 누른다.

주르륵! 비수 날이 주칠의 목에 파고 들며 피가 나고

사내2; [너무 심하게 바둥대다가는 멱이 따지는 수가 있다.] 비수를 주칠의 목에 대고 누르며 웃고

주칠; [히익!] 공포에 질리고. 사내3은 사내2의 맞은편에 무릎 꿇고 있고

사내1; [여긴 야차방의 세력권이다. 빨리 처리하고 귀환하자.] 주변 둘러보며 말하고. 발로 주칠의 가슴 밟은 채

문을 조금 열고 내다보던 마을 사람들 기겁

탁! 탁! 급히 열었던 문을 닫는 마을 사람들

사내3; [좋게 말할 때 입 벌려라!] 비수를 들지 않은 손으로 주칠의 턱을 강하게 움켜잡고. 그러자

주칠; [꺼억!] 눈 까뒤집으며 입이 벌어지고

사내2; [혀만 자를 테니까 너무 겁먹진 마라.] 주칠의 목에 비수를 댄 채 손을 주칠의 입에 집어넣고

강제로 꺼내지는 주칠의 혀

사내3;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걸 다행으로 여겨라.] 꺼내진 주칠의 혀에 비수를 대고

사내3; [덕분에 혀만 잘라도 비밀을 지킬 수 있어서 목숨은 살려주는 것이니...] 주칠의 혀를 비수로 자르려 하고

주칠; (안... 안돼!) 공포에 질리고. 그때

짝짝! 박수치는 소리. 기겁하는 주칠과 세 사내

청풍; [구경 잘 했다. 거기까지만 해라.] 손뼉 치며 공터로 들어오는 청풍

사내2; [이거 참...] 인상 쓰며 주칠의 혀에서 비수를 떼고. 사내1은 찡그리며 청풍을 보고

주칠; (저... 저자는...) 눈 치뜨며 안도와 기대

사내2; [의협심이 남다른 분 같은데... 피보고 싶지 않으면 꺼져라.] 일어나며 비수로 청풍을 겨누는데

사내1; [기다려라.] 사내2의 어깨를 잡아 저지하고

사내2; [형님!] 찡그리는데

사내1; [무림맹의 대협께서 이런 뒷골목에 어인 행차시오?] 긴장하며 청풍을 보고. 청풍은 입구를 막은 자세로 서서 보고 있다.

<무림맹!> <그러고 보니 저 놈 복장은...> 사내1과 사내2도 비로소 청풍의 차림새를 알아차리고

주칠; (역시 서림당의 이공자였다.) 주칠도 청풍을 알아보고

청풍; [대협 소리를 들을만한 대단한 인간은 아니고...] 멋쩍어서 머리 긁적

청풍; [난 그저 우리 마을이 소란스러워지는 걸 원치 않을 뿐이다.] [그래서 하는 부탁인데...]

청풍; [조용히 떠나주면 안될까? 앞으로도 이 근처에 얼씬대지 말아주면 더 좋고...] 포권하는 시늉하고

<무림맹의 인간들은 하나같이 일류고수들이다.> <우리 같은 뒷골목 인생들이 어찌해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겁에 질리고 갈등하는 사내들.

<하물며 저 놈은 무림맹의 서열삼위인 동급무사다.> <우리 단지회의 형제들 세명이 아니라 서른 명이 덤벼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 갈등하는 놈들. 그러다가

사내1; (무림맹과는 충동하면 안된다. 하지만...) 자기 발에 가슴이 밟혀있는 주칠을 돌아보는 사내1. 주칠은 공포에 질려 올려다 보고 있고

사내1; (이놈이 알고 있는 기밀이 누설되면 뒷감당이 안된다.) 공포에 질린 주칠을 노려보며 생각하고

사내1; (담그자!) 딱! 다른 두 놈만 보이게 손가락을 튕기고

[!] [!] 눈 번뜩이는 사내2와 사내3

주칠; (이 새끼들 혹시...) 깨닫고

사내1; [실례했소이다 대협!] 주칠의 가슴에서 발을 떼며 청풍을 향해 돌아서고

사내1; [다른 분도 아니고 무림맹의 대협께서 권고하시니 듣지 않을 수가 없소이다.] 두 손을 모아 포권하며 굽신거리고

슥! 그러면서 오른손을 재빨리 왼손 소매 속에 넣고

그자의 오른손에 소매 속에 숨겨두었던 작은 금속 통을 잡고. 후추통처럼 생겼다.

청풍; [말귀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오.] 피식 웃으며 마주 포권하고

청풍; [나도 흑사회 분들과는 엮이는 걸 원치 않던 참이오. 잘 가시오.] 옆으로 물러서며 길을 터주는데

사내1; [너그러이 대해주셔서 고맙소이다.] 굽신거리며 청풍에게 다가가고. 사내2와 사내3도 그자를 따라가고

주칠; [조... 조심해!] 일어나며 비명

사내1; [늦었다!] 확! 오른손을 뿌린다. 오른손에는 금속통이 잡혀있는데 그것에서 대량의 가루가 확 뿜어져 청풍을 덮어씌운다.

청풍; [어이쿠!] 가루를 뒤집어쓰며 비틀하고

[죽어라!] [담근다!] 사내2와 사내3이 돌진해서 비수로 청풍을 찔러 가는데

후욱! 입을 오무려 주변의 공기를 강하게 빨아들이는 청풍의 입. 이어

후욱! 다시 강하게 바람을 앞으로 분다. 눈을 감은 채. 그러자

화악! 청풍을 덮어씌우던 가루들이 그대로 사내들을 덮어씌운다. 사내1은 반사적으로 소매로 얼굴 가리고

[크악!] [케엑!] 가루를 뒤집어쓰며 비명 지르는 사내2와 사내3. 최루탄이나 고춧가루를 뒤집어쓴 것으로 보면 됨

주칠; [아!] 일어나 앉다가 놀라고 안도하고

[크악!] [눈... 눈이...] 비수 떨구고 얼굴 두 손으로 감싸며 비명 지르는 사내2와 사내3

사내1; [지랄...] 팔로 얼굴 가린 덕분에 얼굴에 가루를 뒤집어쓰진 않아서 무사하다. 이를 갈며 물러서고. 금속통은 떨구면서

청풍; [아무렴 흑사회분들을 상대하면서 방심할 것 같았소?] 웃으며 눈을 뜨고

주칠; (무슨 수작을 부릴지 알고 있었구나.) 안도할 때

사내1; [같이 죽자!] 비수를 들고 청풍에게 돌진한다. 하지만

청풍; [미안하군.] 콱! 사내1의 오른손 손목을 왼손으로 간단히 움켜잡고

청풍; [당신같은 밑바닥 인생과 같이 죽어줄 생각은 추호도 없어.] 우둑! 사내1의 손목을 강하게 움켜쥐어 부러트리고

그자의 손목이 부러지는 걸 엑스레이 사진으로 보여주고

사내1; [끄아악!] 손목이 부러지며 비명. 하지만

화악! 왼손을 웅크린 채 청풍의 얼굴을 찍으려는 사내1. 하지만

청풍; [이크!] 콱! 오른손을 내밀어 사내1의 왼손과 깍지를 끼고

청풍; [당분간 못된 짓 못하도록 해줘야겠어.] 콰득! 우직! 사내1의 왼손을 뒤로 꺾어 손가락들을 부러트린다.

사내1의 왼손 손가락뼈들이 모두 부러지는 모습 엑스레이로 보여주고

사내1; [끄으으윽!] 끔찍한 고통에 거품 물고 기절하려는 사내1

툭! 오른손에 들고 있던 비수도 떨어트리고

[형... 형님!] 사내2와 사내3이 눈물 콧물 흘리며 보고. 눈을 겨우 떠서

청풍; [데려가라.] 팟! 사내2와 사내3의 앞쪽에 사내1을 밀쳐 나뒹굴게 하고

털썩! 나뒹구는 사내1

청풍; [한번만 더 이 동네에서 보이면 야차방에 넘겨버릴 것이다.]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협박하고

[갑... 갑시다.] [정신 차리시오 형님!] 눈물 콧물 흘리며 사내1을 부축해서

허둥대며 골목으로 나가는 사내2와 사내3

청풍; (야차방과 단지회는 앙숙지간이다.) 골목으로 비틀거리며 나가는 세 놈을 보며 생각하고

청풍; (관부에 넘기는 것보다 야차방에 넘긴다는 협박이 더 잘 먹혔을 것이다. 야차방에 끌려가면 살아서 지옥을 경험하게 될 테니...) 생각할 때

주칠; [사...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이공자님!] 뒤에서 들리는 말소리. 돌아보는 청풍

주칠; [공자님께서 구해주시지 않았으면 팔자에도 없는 벙어리가 될 뻔했습니다요.]

청풍; [말 놔라. 우린 동갑 아니냐?] 웃고

주칠; [소... 소인을 알고 계셨습니까?] 눈치 보며

청풍; [이름 주칠(朱七), 관부가 운영하는 고아원 시혜원(施惠院) 출신이지?] 웃고

주칠; [시혜원에서는 열다섯 살 까지만 살 수 있어서 독립했습지요.] 눈치 보며

청풍; [그래서 우리 마을 가게들의 심부름과 날품팔이 등으로 살아가고 있는 거 안다.] 고개 끄덕

주칠; [소인같은 천한 것을 알고 계실 줄을 몰랐습니다요.] 굽신

청풍; [말 놓으라고 했다.] 한숨

주칠; [이... 이러는 게 편하니 존대를 하게 해주십시오.] 눈치 보고

청풍; [편할 대로 해라.] +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아온 습관을 하루아침에 버리진 못하겠지.) 쓴웃음

청풍; [한데 어쩌다가 단지회의 파락호들에게 쫓기게 된 거냐?]

주칠; [그게...] 주변을 불안한 표정으로 보고

공터 주변의 오두막집 문들이 조금씩 열려있고. 주민들이 밖을 엿보고 있다.

청풍; (남이 듣는 걸 꺼려하는군.) + [가면서 얘기하자.] 골목으로 가고

주칠; [그... 그래야할 것 같습니다.] 사내1이 떨어트린 금속통과 비수를 집어들고

골목을 나가는 청풍을 허둥지둥 따라간다. 그 뒤에서 주민들이 문을 열고 나오고

 

#36>

골목을 걸어가는 청풍과 주칠. 청풍이 뒷짐 짚고 걸어가고 그 뒤를 주칠이 굽신거리며 따라온다. 비수와 후추통은 품속에 넣었다. 어둑해진 골목에 인적은 없다.

주칠; [해질 무렵에 단지회로 술 배달을 갔었습지요.] 주변을 불안하게 두리번거리며 말하고

주칠; [단지회 총타(總舵;본부) 주방에 술 단지를 전해주고 돌아 나오다가... 호기심에 안채로 들어갔었습니다요.] 어색하게 웃으며 눈치 보고

청풍; (길을 잃은 척 안채로 들어갔다가 돈 되는 물건이 눈에 띄면 슬쩍 할 생각이었겠지.) 쓴웃음

주칠; [그러다가 어느 건물 근처를 지나는데...]

 

<건물 안에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둑한 건물 뒤에 붙어서 귀를 기울이던 자신의 모습 떠올리고. 건물에서는 불빛이 흘러나오고.

<건물 안에서는 단지회 용두(龍頭;두목) 두견충(杜見忠)이란 자가 어떤 여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요.> 마주 앉아서 술을 마시는 중년사내와 야한 차림의 여자 실루엣. 둘 다 얼굴을 아직 보여주지 말고. 여자는 위진천의 유모인 구숙정. 구숙정은 <아랑힐월>에 나온 십대마왕이 일인. 이 작품에서도 마교 십대마왕의 일인이다.

 

청풍; [그 대화를 엿듣다가 들킨 게 문제가 되었겠군.] 눈 번뜩이고

주칠; [그렇게 밖에는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요.]

주칠; [갑자기 대화가 끊기기에 불길한 생각이 들어서 서둘러 현장을 떴는데...] 불안한 표정으로 연신 손을 부비고

주칠; [단지회 총타를 빠져나오자마자 추격을 당했습지요.]

청풍; [엿들은 대화 내용이 무엇이냐?]

주칠; [단편적이라 내용은 잘 모르겠고...] 생각하며

주칠; [내일, 거사, 소맹주, 강상(江上)등의 단편적인 말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요.]

청풍; [내일 어떤 강 위에서 소맹주란 인물과 관련된 거사를 벌인다?] 눈 번뜩

주칠; [대충 그런 뜻의 대화였습니다.]

청풍; [흥미롭군! 흥미로워!] 끄덕이고

주칠; [공자님 덕분에 혀가 잘리는 건 면했지만...] [단지회 놈들은 소생이 누군지 알고 있습니다요.] 눈치 보며

청풍; (거의 확실히 단지회에서 손을 쓰겠지.) + [숨어 지낼만한 곳은 없느냐?]

주칠; [천애고아라 시혜원 외에는 기댈 곳이 없습니다요.] 울상

청풍; [시혜원은 널 보호해줄 힘이 없고... 단지회도 꺼려하는 곳에 의탁을 해야 하는데...] 뭔가 생각하다가

청풍; [생각난 곳이 있다. 그곳으로 가자.]

주칠; [말씀은 고맙지만...] 울상

청풍; [함께 가지 못할 사정이 있는 게냐?]

주칠; [사실은... 소인에게 누이가 한명 있습니다요.] 눈치 보며 말하고

 

#37>

<-금릉 외곽 해하촌(蟹蝦村)> 달동네 분위기의 마을. 동쪽으로 금릉을 에워싼 높은 성벽이 보이고. 성벽 밖의 마을이다. 빈민들이 사는 곳이라 앞 씬의 금릉 내부의 넓은 거리와 달리 길도 좁고 게 딱지 같은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좁은 골목에서는 낡은 옷을 입은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있고. 해가 져서 불이 켜진 집도 있지만 많지는 않다. 해하촌은 <투천환일>에 나왔었음. 하늘에는 반달이 떠있고

해하촌의 좁은 골목. 아이들과 주민들 놀라 누군가를 보고. 주칠의 안내를 받아 청풍이 오고 있다. 멀끔한 청풍의 모습이 빈민가와 어울리지 않고

주칠; [제 누이의 이름은 주옥분(朱玉粉)입니다. 저보다 두 살 어리지요.]

주칠; [제가 다섯 살, 분이가 세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일가친척이 일절 없었던 처지라 시혜원에 맡겨졌었지요.]

청풍; [다섯 살 때 돌아가셨으면 그래도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남아 있겠군.]

주칠; [성은 교(喬)씨셨고... 얼굴이 유달리 희셨던 것만 기억납니다.]

청풍;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없고?]

주칠; [어머니는 아버지가 주(朱)씨라고만 하셨을 뿐 일절 다름 언급이 없으셨습니다.] 한숨

주칠; [이름을 주칠로 지어주신 걸 보면 제가 아버지의 일곱 번째 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쓴웃음을 짓고

청풍; (이름을 성의 없이 붙여준 걸 보면 이 친구 모친은 남편이나 남편 집안에 원망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겠구나.)

주칠; [제 누이도 어머니를 닮아서 병약합니다. 늘 병을 달고 살아서 걱정이지요.]

청풍;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한 이유가 누이의 병구완 때문이었겠군.)

주칠; [다 왔습니다요.] 멋쩍을 표정으로 앞을 보고

골목 끝.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 방 한 칸과 부엌이 함께 있는 형태다. 그 앞에 의자가 놓여있고 한 소녀가 힘없이 앉아있다. 무릎을 낡은 담요로 덥은 채. <투천환일> <아랑힐월> 등 다른 작품의 분이 캐릭터인데 초췌한 것으로 묘사

주칠; [추운데 왜 나와있어?] 다가가고

흠칫 돌아보는 분이

분이; [오빠!] 반색하며 일어나려다가

현기증 느끼고 휘청하며 쓰러지려는 분이

주칠; [조심해라.] 급히 다가가 분이의 팔을 잡고

분이; [괜잖아. 갑자기 일어나서 현기증이 느껴진 것 뿐이야.] 억지로 웃고. 그러다가

[!] 흠칫하며 청풍을 보고. 청풍은 좀 떨어진 곳에 서서 남매를 보고 있다.

분이; [손님을 모셔올 줄 알았으면 저녁 준비라도 할 걸...] 어색하게 웃고

주칠; [저녁 준비는 안해도 된다. 그보다 당장 해하촌을 떠야한다.]

분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목에 상처도 나있고...] 주칠의 목을 보고

주칠;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하고... 어머니 목걸이는 어디 있냐?] 집을 기웃

분이; [목걸이는 여기 있어.]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를 옷 속에서 꺼내 보여주고. 사람 눈을 닮은 보석이 박혀있는 목걸이다. 구중천 중 하나이며 지금은 세상에서 사라진 유령궁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된다.

청풍; (저 목걸이...) 눈 번뜩

청풍; (뭔가 사연이 있는 물건 같다.) 생각할 때

[엄마야!] [까악!] [당... 당신들 뭐야?] [왜 이러는 거요?] 마을 입구에서 사람들 비명 소리가 들리고. 거리가 좀 있고. 마을 길이 좁고 구불 거려서 보이진 않는다.

주칠; [공... 공자님! 혹시...] 겁에 질려 마을 입구쪽을 보고

청풍; [아무래도 네가 몰래 들은 게 중요한 내용인 것 같다.] 웃으며 입구쪽을 보고

다다다! 타탁!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들

청풍; [대략 스무 명 정도 몰려왔다.] 입구 쪽 웃고

주칠; [그... 그럼...] 사색

청풍; [싸우면 시끄러워질 테고... 이럴 때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남매에게 다가가고

주칠; [피하려 해도 옥분이는 몸이 약해서 뜀박질을 못하는데...]

청풍; [뛸 거 없다.] 남매 뒤로 가고. 이어

청풍; [실례!] 남매를 뒤에서 두 팔로 한명씩 끌어안는다.

[!] 분이가 놀라 입을 가리고.

주칠; [공... 공자!] 당황하지만

[!] [!] 다음 순간 놀라는 남매. 이미 수십 미터 상공에 떠있다. 청풍이 남매를 양팔로 끼고 날아오른 것

분이; [흑!] 자신도 모르게 두 팔로 청풍의 목을 끌어안고

주칠; (날... 날았어!) 경악. 흥분. 그러다가

[!] 놀라 아래를 내려다본다.

뭐라 외치며 골목길을 내달려 자신들의 집 앞으로 몰려오는 파락호들. 주칠을 추격했던 단지회의 파락호들과 같은 복장과 분위기들

주칠; (간... 간발의 차이였어!) 휘익! 청풍의 품에 안겨 날아가며 아래를 보고

<돌아오는 게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분이가 저놈들에게 잡혀갔을 거야.> 자신들의 집으로 들이닥쳐 집안으로 뛰어들고 주변 수색하는 파락호들의 모습 배경으로 주칠의 생각 나레이션

휘익! 그 사이에 청풍은 높은 금릉 성벽을 날아 넘는다.

탁! 성벽 위를 한번 찍고

다시 날아서 성벽 너머로 날아가는 청풍. 양팔로 주칠과 분이 남매를 낀 채

분이; (하늘... 하늘을 날고 있어!) 청풍의 목에 매달린 채 흥분.

<이분 공자님이라면 날 달까지도 데려가줄 것 같아!> 반달이 뜬 하늘을 배경으로 날아가는 청풍과 남매의 모습 배경으로 분이의 생각 나레이션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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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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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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