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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십오년후(十五年後)> 강변에 세워진 거대한 도시. 도시의 동쪽으로는 높은 산이 있다. 때는 저녁 무렵이고

<-금릉(金陵)> 아주 번화한 거리. 폭이 20미터쯤 되는 넓은 길인데 좌우로 가게들이 즐비하고. 사람들도 북적인다

사람들 틈에 산적이나 땅꾼 분위기인 중년의 사내 둘이 걸어오면서 오가는 여자들을 힐끔 거린다. 쌍둥이라 얼굴은 똑같은데 차이점은 한 놈은 둥그스름한 윗부분을 천으로 감싼 지팡이를 들었고 다른 놈은 시커먼 쇠퉁소를 하나 들고 있다. 둘 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눈깔이 흰자위가 없이 새카맣다. 허리춤에는 각기 휘어진 칼 한 자루씩과 큼직한 호로병 하나, 몇 개의 주머니를 달고 있다. 야만인같이 흉악한 인상인 이자들의 이름은 망산쌍독. 독을 잘 쓰는 자들이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조연들로 이름은 구괴와 구적. 나중에 한번 더 출연할 예정인 자들

구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明)나라의 황도(皇都)였던 금릉에 오면 발에 차이는 게 미녀라는 소문이 사실이었구만.] [세 걸음에 한번 이상씩 눈 돌아가게 만드는 년들이 눈에 띠니 말이야.] 지팡이를 든 놈이 눈이 벌개져서 지나가는 여자들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두놈을 힐끔거리고

구적; [정신 차려 임마!] 쇠퉁소로 구괴의 어깨를 툭 치며 웃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망산쌍독(邙山雙毒) 중 구적(具笛)>

구적; [그렇게 두리번거리면 촌구석에서 처음 대처(大處)에 나온 티가 너무 나잖아.] 옆쪽을 고개 짓 하고. 지나가던 여자들이 키득거리며 둘을 보고 있고

구괴; [쪽 좀 팔리면 어떠냐 적(笛)아? 대신 눈이 호강하는데...] 상관하지 않고 두리번거리며 여자 구경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망산쌍독중 구괴(具拐)>

구적; [하여간 밝히긴...] 피식 웃고

구괴; [오늘 밤이 기대가 되는구만. 듣자하니 한왕(漢王) 주고후(朱高煦)가 손님 대접 하나는 화끈하다고 하니...] 입맛 다시며

구적; [그렇긴 하다만...] 찡그리고

구적; [한왕의 초청에 응한 게 과연 잘한 짓인지는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한숨 쉬며 말하고

구괴; [왜?] 돌아보고

구괴; [뭔가 찜찜한 기분이라도 드는 거냐?] 두리번거리며 건성으로 묻고

구적; [무림사를 통틀어 봐도 황실과 엮였던 무림인 치고 끝이 좋았던 인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구적; [대우와 제안이 파격적이어서 한왕의 초청에 응하긴 했다만...] [반드시 뒷탈이 생길 것같은 생각이 든다.]

구적; [게다가 한왕은 형인 황태자 주고치(朱高熾)와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하던데...] + 구괴; [걱정도 팔자다.] 다시 주변의 여자들 구경하며 피식 웃고

구괴; [적당히 챙길 거 챙기고 아니다 싶으면 튀면 되지 벌써부터 걱정을 사서하냐?]

구적; [나도 괴(拐), 너처럼 근심 없고 생각 없으면 좋겠다.] 한숨

구적; [하물며 우린 지금 악독하기로는 천하제일인 서(西) 늙은이에게 쫓기고 있는 중인데...] 말할 때. + [거기 서지 못해 이놈들아?]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내 사과 내놔라 이놈들아!] 이십여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노점상을 하던 작달막한 체구의 노인이 지팡이를 머리 위로 휘두르며 고래고래 고함지르면서 달려오고. 그 앞에서 두명의 소년이 품에 여러 개의 사과를 끌어안은 채 희희덕 거리며 달려온다. 덩치가 어른만한 건장한 소년과 얍삽한 인상의 소년. <건곤일척 자료집 4페이지>에 철두와 정칠의 어린 시절. 이때 두놈의 나이는 17세. 하지만 철두는 이미 체격이 어른만하다. 반면 정칠은 평균보다 좀 작아서 중학생 정도의 체격이고

[비켜요!] [지나갑시다!] 히히덕거리며 사람들 헤집고 달려오는 철두와 정칠. 사람들 눈 흘기면서도 급히 피하고

구괴; [금릉 뒷골목의 악동들인 모양이로군.] 웃으며 보고. 철두와 정칠은 구괴와 구적 쪽으로 달려오는 중이다.

구적; [한창 좋을 때지. 먹고 노는 것 외에는 근심 걱정도 없을 테니...] 역시 웃는데

철두; [야 빨리 와!] 정칠을 뒤돌아보면서 달려오고. 바로 앞에 구적이 있다.

철두; [어이쿠!] 퍽! 어깨로 구적과 부딪히며 비명 지르고, 물론 구적은 꿈쩍도 않는데

슥! 철두의 손이 아주 빠르게 구적의 품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고

정칠; [비... 비켜요!] 쾅! 정칠도 구괴와 부딪힌다. 역시 구괴도 꿈쩍도 앉고

[아이쿠!] [으헥!] 구적과 구괴와 부딪혀서 바닥에 나자빠지는 철두와 정칠. 안고 있던 사과는 바닥에 흩어지고. 주변 사람들 기겁하며 물러서고

[그 못된 놈들 좀 잡아주쇼! 오늘 제대로 매타작을 해야겠소!] 노점상 노인이 고래 고래 고함 지르며 사람들 사이에서 달려오고

철두; [튀... 튀자!] 재빨리 기어서 일어나려 하고 + 정칠; [히익!] 역시 엉금 엉금 기며 달아나려 하고. 하지만 그 직후

콱! 철두의 멱살을 한손으로 쥐어 쳐드는 구적. 구적과 철두는 키가 거의 비슷하지만 답싹 쳐들려진다

콰득! 정칠의 목을 움켜잡는 구괴

철두; [젠... 젠장! 이거 놓지 못해?] 구적에게 멱살이 잡혀 쳐들린 채 버둥 대고. + 정칠; [끄윽! 왜... 왜. 이래요?] 목이 잡혀 눈이 돌아가고

구적; [갈 때 가더라도 어르신들 물건은 돌려줘야하지 않겠냐?] 웃으면서 왼손으로 철두의 품속을 뒤지고. 사색이 되는 철두

다시 빼낸 구적의 손에는 돈주머니가 들려있다. 구괴도 지팡이를 겨드랑이에 낀 채 정칠의 품을 뒤지고 있고

구적; [어라! 내 전낭(錢囊;돈주머니)이 어째서 네놈 품에서 나오는 걸까?] 돈주머니 쳐들어 보이며 웃고.

구괴; [신기하네. 내 전낭도 이놈 품으로 옮겨갔구만.] 역시 정칠의 품에서 돈 주머니 하나를 꺼내며 웃고

[뭐야 저놈들?] [이제 보니 소매치기들이었잖아.] [허튼 짓 하다가 딱 걸렸구만.] 주변 사람들 상황 알아차리고 눈 흘기며 철두와 정칠을 보고. 그때

[잘... 잘 하셨소 어르신들!] 헐떡이며 현장에 도착하는 노인

노인; [그놈들은 이 근방에서 아주 악명 높은 말썽장이들이오.] 바닥에 흩어진 사과를 줍고

노인; [도둑질에 소매치기에... 못된 짓만 골라서 하는 놈들이니 눈물을 쏙 빼주시구려.] + [어이구 내 사과... 다 곯아터졌어.] 옷자락에 사과를 주어 담으며 철두들에게 눈을 흘기고

구적; [그건 걱정 마시오 노인장.] 웃고

구적; [이놈들로 하여금 두 번 다시 도둑질을 못하게 만들어놓을 테니...] 철두의 멱살을 잡은 채 옆의 골목 쪽으로 걸어간다. 사람들 길 비켜주고

구괴; [흐흐흐! 오랜만에 좋은 일을 하게 되었군.] 역시 웃으며 정칠의 목을 쥔 채 구적을 따라간다.

[쌤통이다.] [철두(鐵頭)하고 정칠(鄭七)이 놈, 시장통을 제집처럼 휘젓고 다니며 말썽을 부리더니 임자 제대로 만났군.] [저놈들은 좀 혼이 나야 돼!] 망산쌍독에게 멱살과 목이 잡힌 채 골목으로 끌려들어가는 철두와 정칠을 보며 사람들 고소해하고. 헌데

사람들 틈에 섞여서 울상 짓고 있는 소녀. 분이다. <마면기정> <건곤일척> <아랑힐월>에 모두 출연한 분이 캐릭터를 사용. 분이의 이때 나이는 철두와 정칠, 청풍보다 한 살 어린 15세, 즉 중학교 2-3학년 정도. 분위기도 여중생 분위기. 젖가슴도 약간 나와 있다.

분이; (큰... 큰일이야.)

<한눈에 봐도 저 작자들은 악랄하기 이를 데 없는 무림인들이야.> 히죽거리며 철두와 정칠을 끌고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는 망산쌍독을 배경으로 분이의 생각

분이; (서둘러야해!) 홱 돌아서고

분이; (자칫하다가는 철두오빠와 정칠오빠가 죽거나 다치는 수가 있어.) 사람들 헤집고 달려가는 분이. 눈 흘기며 비켜주는 사람들

 

#13>

<-금릉 외곽 해하촌(蟹蝦村)> 달동네 분위기의 마을. 동쪽으로 금릉을 에워싼 높은 성벽이 보이고. 성벽 밖의 마을이다. 빈민들이 사는 곳이라 앞 씬의 금릉선 내부의 넓은 거리와 달리 길도 좁고 게 딱지 같은 작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좁은 골목에서는 낡은 옷을 입은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있고.

빈민가의 중앙에 자리한 조금 넓은 길 좌우로 작은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술집, 옷 가게, 식료품 점, 푸줏간, 대장간등등이 늘어선 시장통이다. 손님들이 가게 주인과 물건 값을 흥정하고. 제법 활기차고 왁자지껄하다.

시장통 한구석의 골동품 가게. 골목의 가게들 중 제법 큰 규모인데 각가지 골동품들이 가게 앞에 진열되어 있다. 낡은 간판에는 <溫故堂>이라는 글이 고풍스러운 서체로 적혀있다. 간판 자체는 낡았다. 손님들이 골동품 구경하고 만지기도 하지만 응대하는 점원은 없다.

온갖 골동품과 잡동사니가 가득한 가게의 맨 안쪽. 청풍과 천불투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아있다. 탁자 위에는 다섯 개의 똑같은 모양의 사발이 한 줄로 엎어져 있고 천불투가 양손으로 사발을 만지는 중이다. 천불투는 이제 70대 후반, 아주 늙었다. 허리가 구부정하고. 그 앞 의자에 앉아있는 청풍의 나이는 열 여섯 살. 대충 입었지만 멋이 있고 얼굴에는 항상 웃음이 서려있다. 키도 천불투만하다. 너무 어리게 묘사하면 안됨

천불투; [투도(偸盜도둑질)의 기본은 눈이다.] 슥! 슥! 양손으로 천천히 사발들의 위치를 바꾸고 있다. 야바위꾼들의 야바위 놀이를 하는 중인데 사발이 세 개가 아니고 다섯 개라는 게 차이가 난다. 천불투 뒤로는 문이 하나 있다. 안채로 통하는 문이다. 그 문 안쪽에는 작은 정원과 살림집이 있다

천불투; [눈이 좋아야 표적을 정확히 볼 수 있고 눈으로 보는 게 빨라야 진짜와 가짜를 제대로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윽! 슥! 사발을 이리저리 바꾸면서 말하고

천불투; [비단 투도뿐만이 아니다.]

천불투; [남보다 눈이 좋고 보는 게 빠르면 싸움에서도 유리하다.]

천불투; [즉, 무공에서도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것이 시력의 단련인 것이다.] 손을 떼고

천불투; [골라봐라.] 손으로 사발을 권하고

청풍; [이걸로 할게요.] 오른손으로 다섯 개의 사발 중 하나를 가리키고.

천불투; [잘 골랐다.] 딸칵! 사발을 쥐어 열어 보이고.

천불투; [그다지 빠르게 섞지 않았으니 어지간한 관찰력만 있어도 맞출 수 있었을 것이다.] 젖혀지는 사발 안에는 작은 주사위가 하나 들어있고.

천불투;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겨뤄보자.] 다시 사발로 주사위를 덮고.

천불투; [할애비의 손을 눈으로 따라잡을 수 있으면 따라잡아봐라.] 샤샤샤샥! 엄청난 속도로 사발의 위치를 바꾸며 뒤섞는 천불투

천불투; (다른 건 몰라도 손 빠르기로는 세상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노부다.) 샤샤샤샥!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사발들의 자리를 바꾸는 천불투. 손을 흐릿하게 묘사.

천불투; (청풍(淸風) 네 녀석이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눈썰미가 좋은 건 알지만 내 손 기술을 따라잡지는 못...) + [!] 생각하다가 흠칫! 하고

청풍이 지루한 듯 하품을 하고 있다.

천불투; (욘석이 대놓고 지루한 티를 내?) 팟! 눈 부라리며 손을 멈추고

천불투; [자! 이번에는 어느 사발에 주사위가 들어있는지 맞춰봐라.] 눈 흘기며 권하고

청풍; [이거요!] 오른손으로 대충 한 개의 사발을 가리키고

천불투; [틀렸다 욘석아!] 턱! 다른 사발을 잡고. 청풍도 동시에 탁자에 오른손을 얹어놓고. 동시에

툭! 발로 탁자의 다리를 건드리는 청풍

사발을 조금 젖히던 천불투의 귀가 쫑긋! 해지고

눈이 살짝 옆으로 움직여서 청풍의 발이 건드린 탁자 다리 쪽으로 움직이는 천불투

약간 웃는 청풍의 입 꼬리

천불투; [주사위는 이 사발에 들어있...] + [엇!] 사발을 젖히며 집어 들다가 눈 치뜨고

쿵! 사발 안에 아무것도 없다

천불투; [이럴 리가 없는데...] 어리둥절할 때

청풍; [이번에도 제가 이겼네요.] 슥! 말하며 자기가 가리킨 사발을 한 손으로 덮어서 집어든다

스륵! 사발을 집어 드는 동작에 따라 청풍의 소매 속에서 작은 주사위가 굴러 내려서

딸칵! 완전히 젖혀지는 사발 아래쪽에 떨어지는 주사위

청풍; [어때요?] 의기양양하게 사발을 완전히 들고

쿵! 사발이 들려진 곳에는 주사위가 놓여있고

천불투; [허어!] 놀라 눈 치뜨고

청풍; [제가 주사위 들어있는 사발을 제대로 골랐지요?] 왼손으로 주사위를 집어들고

천불투; [분명 이 사발에 들어있었는데...] 사발을 든 채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갸웃하고.

청풍; [사발이 다섯 개나 되니 자리를 바꾸는 도중에 착각하셨을 수도 있지 않겠어요?] 딸그랑! 주사위를 오른손에 든 사발에 넣으며 웃고

천불투; [그런가?] 갸웃하고. 그때

[청풍오빠!] 외치는 소리에 돌아보는 청풍과 천불투

분이; [큰일... 큰일 났어 청풍오빠!] 타탁! 가게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분이. 시장통 사람들이 뭔 일인가 하며 들여다 보고 있고

청풍; [분(芬)이야!] 사발 내려놓으며 돌아보고

천풍; [무슨 일인데 그렇게 호들갑이냐?] 자신에게 달려드는 분이를 보며 묻고

분이; [가면서... 가면서 얘기할게! 빨리 나하고 같이 가!] 청풍의 팔을 잡아 일으키며 헐떡이고. 그러다가

분이;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뒤늦게 천불투에게 인사하고.

천불투; [참 빨리도 아는 척 한다.] 웃고

천불투; [네 녀석 눈에는 청풍이만 보이지?] 눈 흘기고

분이; [죄송해요. 정신이 없어서...] 얼굴 발그레

분이; [급한 일이 생겼어요. 청풍오빠 좀 빌려갈게요.] 청풍을 끌고 입구로 가며 천불투에게 말하고

천불투; [오냐! 잘 쓰고 돌려주려무나.] 웃고

청풍; [내가 물건이냐? 빌려가게?] 웃으며 분이에게 끌려 가게 입구쪽으로 가고.

청풍; [그런데 큰일 났다는 게 무슨 소리냐?] 분이와 함께 입구로 가면서

분이; [철두오빠와 정칠오빠가 험상궂은 사람들에게 끌려갔어.] 울상

청풍; [그래?] 눈 번뜩! 이고

가게 안에서 사발을 정리하던 천불투도 힐끔 돌아보고

분이; [구하러 가는 게 늦으면 철두오빠와 정칠 오빠가 죽을 지도 몰라.] 울먹이며 발 동동 구르고

청풍; [다녀오겠습니다.] 입구에 멈춰서며 천불투에게 말하면서 골동품 사이에서 큼직한 주머니를 하나 집어들고

천불투; [오냐! 무슨 소동인지는 모르겠다만 조심하거라.] 대답하며 사발들을 한쪽으로 치우고

청풍; [어머니에게는 저녁 먹기 전에 돌아온다고 전해주세요.] 주머니를 들고 앞장 서서 달려가며 말하고. 분이가 울먹이며 뒤 따라 달려가고. 시장통 사람들이 뭔 일인가 하며 보고

천불투; [골목대장 노릇도 쉽지가 않구먼. 똘마니들의 말썽이 끊이질 않으니...] 고개 조금 젓고. 그러다가

천불투; [그나저나 노부도 이제 은퇴할 때가 된 건가? 손을 쓰면서 실수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찡그리고. 그러다가

멈칫! 하는 천불투

청풍이 발로 탁자 다리를 슬쩍 건드리고. 자신의 눈꼬리가 순간적으로 옆으로 돌아갔던 장면이 머리에 떠오르는 천불투

천불투; [허허허! 그렇게 된 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고

천불투; [내가 주사위가 든 사발을 들기를 기다렸다가 탁자의 다리를 건드렸구먼.]

<그러자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이 잠깐 흔들렸고 그 짧은 순간에 사발 안에서 주사위를 빼냈겠지.> 천불투가 약간 위로 젖힌 사발 속으로 청풍의 손이 아주 빠르게 들어왔다 나가는 장면을 배경으로 천불투의 생각.

천불투; [청풍이 녀석, 눈썰미 뿐 아니라 손을 쓰는 재주도 할애비를 뛰어넘었구먼. 내 눈을 속이고 주사위를 빼낼 정도가 되었으니...] 웃는 천불투.

천불투; (이래서 핏줄은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다.) (무얼 배워도 그 방면에서는 최고가 되어버리는 걸 보면...) 생각할 때

<아버님!> 덜컹! 누군가 안채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나온다. 뒤 돌아보는 천불투

온유향; <선술집 과부의 딸 분이가 들렸었던 같던데... 또 청풍이를 데리고 나갔는가요?> 안채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온유향. 눈을 감은 채 쟁반을 들고 나온다. 쟁반에는 찻잔이 얹혀져 있고. 옷차림이 수수하다. 온유향은 말을 못하고 눈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눈을 감고도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말은 전음으로 하고. 십오년전과 모습이 거의 변화가 없다. 열린 문을 통해 우물이 있는 작은 마당과 마당 건너편에 책이 가득 꽂힌 책꽂이로 들어찬 서재가 보인다.

천불투; [어서 오너라 아가야.] 열린 문을 등지고 다가오는 온유향을 돌아보면서 일어나고

천불투; [청풍이는 철두와 정칠이 놈이 부린 말썽을 해결하러 갔다.] 청풍이 앉았던 자리로 옮겨 앉고

온유향; <푸줏간 집 아들 철두, 여자 장사하는 작자의 사생아 정칠...> <친구를 사귀어도 어떻게 그런 놈들만 사귀는 건지 원...> 한숨 쉬며 쟁반을 탁자에 내려놓고

천불투; [미안하다.] [애비가 터를 잡고 살아온 동네가 빈민가다 보니 청풍이 또래는 하나같이 가난하고 못 배운 놈들뿐이구나.] 한숨

온유향; <죄송해요. 아버님을 언짢게 해드리려고 한 말이 아니었는데...> 의자에 앉으며 고개 숙이고

천불투; [괜잖다. 마음 상해서 한 소리는 아니었으니 신경 쓰지 말거라.] 고개 저으며 찻잔을 집어들고.

온유향; <예...> 한숨

천불투; [그나저나 오늘은 눈 상태가 좀 어떠냐?] 차를 마시면서 온유향의 얼굴 살피고

온유향; <여전히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요.> 한숨

온유향; <아버님이 수시로 눈에 좋은 약을 구해오시는 데도 전혀 차도를 보이지 않는군요.> <애만 쓰시게 해서 면목이 없어요.>

천불투;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거라.] [눈 자체에 손상이 생겨서 안 보이는 건 아니니 언제고 시력이 돌아올 수도 있을 게다.]

온유향; <그랬으면 좋겠지만...> 한숨 쉬며 고개 떨구고

천불투; (가엾은 것...) 그런 온유향을 보며 소리없이 한숨 쉬고

 

<십오년전 그때, 유향이는 혀를 물고도 목숨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날 이후로 눈이 안보이게 되었다.> 혀를 물어 잘라서 입으로 피를 흘리며 기절한 온유향을 안고 사당 입구로 나오던 자신의 모습 떠올리고

 

천불투; (혀가 잘렸어도 대화는 전음입밀(傳音入密;내공으로 하는 말)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이 안보이는 건 대체할 방법이 없는 치명적인 장애인데...) 한숨

천불투; (유향이의 눈이 안보이게 된 데는 두 가지가 가능성이 있다.) 온유향을 보며 생각

천불투; (혀가 잘리는 충격에 잠깐 숨이 멎으면서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았었고...) (그 후유증으로 시력을 잃었을 수도 있다.)

천불투; (다른 하나는 유향이가 자신에게 일어난 현실을 보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시력을 포기했을 가능성이다) 한숨

천불투; (어느 쪽이든 유향이의 눈은 간단히 치료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뭔가 기적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두 사람의 모습 배경으로 천불투의 생각 나레이션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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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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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무림맹의 정문. 여전히 비가 오고

성루에서 경비 서다가 흠칫! 하며 안쪽을 보는 무사들

안쪽에서 문쪽으로 오고 있는 장세명. 우산을 쓰고 있다. 망토 속에 아기를 안고 있지만 망토가 헐렁해서 티가 나지 않고

<총관님이 또 오셨군!> <순찰 돌고 가신지 얼마나 되었다고...> 긴장하며 돌아서서 성문 안쪽을 보는 무사들.

그 사이에 성문으로 다가오는 장세명. 성루 아래 성문에도 몇 명의 무사들이 지키고 있다가 인사한다

장세명; [성벽 바깥 쪽을 한 바퀴 둘러보고 오겠다.] 다가오며 말하고

[예!] [다녀오십시오 총관님.] 덜컹! 쪽문을 열며 대답하는 무사들

장세명;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다. 문을 닫고 기다려라.] 쪽문으로 나가며 말하는 장세명

밖으로 나서는 장세명. 뒤에서 쪽문을 닫는 무사들

닫히는 쪽문 쪽을 곁눈질하며 성벽을 따라 걸어가는 장세명

장세명; (내가 살아서 다시 무림맹으로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성벽을 따라 걸어가다가

장세명; (오늘 죽지 않는다 해도 차마 맹주님을 뵐 면목이 없으니...) 입술 깨물며 멈춰서고

장세명; (맹주님...) 성벽 쪽으로 돌아서고

장세명; (죄 많은 장세명, 죽음으로 죄의 값을 갚도록 하겠습니다.) 눈물 떨구며 고개 숙인다

<총관님이 저기서 왜 저러시지?>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시기라도 한 건가?> 성루 위의 무사들 옆을 보며 갸웃하고. 우산을 쓴 장세명이 성벽쪽으로 서있는 게 보인다. 고개 숙이고 울고 있지만 우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천마련에 대한 소탕전을 앞둔 시점이라 생각이 많으신 모양이군.> 성루 위 무사들의 신경이 온통 장세명 쪽으로 향해 있을 때

스윽! 구렁이처럼 성벽을 넘어서 무림맹 밖으로 나오는 사람의 형상. 물론 천불투다. 도마뱀처럼 네발로 성벽에 붙어서 머리가 아래로 하게 내려가며 성루쪽을 살핀다. 성루쪽과는 거리가 좀 있고

천불투; (장세명이 시선을 끌어준 덕분에 무사히 무림맹 밖으로 빠져 나오긴 했는데...) 슥! 성벽 아래 풀 숲으로 몸을 숨기며 장세명 쪽을 보고. 이제 장세명은 돌아서서 성벽을 따라 가고 있다.

천불투; (곧 벌어질 대소동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가능한 멀리 달아나야만 한다.) 몸을 숙인 채 풀숲을 헤치고 빠르게 달아난다. 장세명이 가는 쪽과 반대 방향이다

 

#8>

무림맹 뒤쪽의 험준한 바위산. 여전히 비가 오고 깊은 밤이다.

바위산의 험하고 깊은 산중. 절벽 위에 세워진 낡은 사당이 한 채 있고. 문은 떨어져 나갔다

절벽 위로 난 길을 통해 사당쪽으로 날아오고 있는 장세명. 망토는 둘렀지만 우산은 쓰고 있지 않다. 두 팔을 망토 안에 넣고 있어 몸통만 날아오는 것처럼 보인다.

<영부인과 아드님이 무사하기를 바란다면 오늘밤이 가기 전에 사자천존의 아들 초무궁(楚無窮)을 산신묘(山神廟)로 데리고 오셔야만 할 것이오. -귀면지존(鬼面至尊)> 편지와 함께 놓인 반지를 떠올리는 분노한 표정의 장세명

장세명; (실수했다!) 이를 악물고

장세명; (천마련에 대한 공략이 끝날 때까지 집사람을 친정으로 보내는 게 아니었다.) 망토 속에서 조금 꺼내 펴보는 오른 손. 오른손의 손바닥에는 위쪽 회상 속의 그 반지가 얹혀져 있고. 왼팔로는 담요에 쌓인 아기를 안고 있다

장세명; (집사람이 연로하신 장모님 걱정으로 눈물 마를 날이 없기에 친정에 가게 했던 것인데...) (도중 어떤 자들에게 사로잡혀버렸다.)

장세명; (물론 궁지에 몰린 천마련의 짓일 테고...) 휘익! 이를 악물고 날아가고. 이제 바로 앞에 사당이다.

장세명; (날 믿고 중용해주신 맹주님에 대한 도리가 아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집사람과 청풍(淸風)이가 끔찍한 일을 당하게 할 수는 없으니...) 휘릭! 사당 앞에 내려서는 장세명. 이어

장세명; [나와라 귀면지존!] [네놈이 원한 대로 나 장세명이 왔다.] 어둠에 덮인 사당을 노려보며 외치고. 그러자

<신행철필 장세명...> 흐흐흐! 웃음소리가 사당 안에서 들리더니

<철심장부(鐵心丈夫)로 소문난 너도 어쩔 수 없는 아비이고 남편이로구나.> 스윽! 사당의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귀신 가면. <아랑힐월>등에 나온 귀면지존이 쓰는 귀신 가면. 그 배경으로 웃음소리와 말 소리가 들리더니

귀면지존; [겨우 아들과 마누라의 목숨 때문에 충성을 맹세한 주인을 배신하다니 말이야.] 스윽! 사당에서 밖으로 나서는 귀면지존. 얼굴에 쓴 귀신 가면은 하얗지만 몸에 걸친 옷은 검어서 어둠 속에 귀신 가면만 떠있었던 것 같았다.

장세명; [개소리 말고... 내 아내와 아들이 무사하다는 걸 증명해보여라.] 이를 갈고

귀면지존; [당연히 그래야겠지?] 딱! 손가락 퉁기고

팟! 사당 안에 불이 밝혀지며 밝아지고

쿵! 사당 안의 광경. 순하게 생긴 이십대 중반의 미녀가 강보에 싸인 갓난아기를 품에 안은 채 무릎 꿇고 있고 그런 여자 주변에 칼을 빼든 복면인들 5-6명이 서서 위협하고 있다. 복면인들 중 한명은 덩치가 큰 꼽추다. 복면인들에게 에워싸인 여자는 바로 장세명의 부인이고 강보에 싸인 아기는 장세명의 아들이다. 장세명 부인의 이름은 온유향. <마면기정 자료집 21페이지>에 나온 온유향 캐릭터. 주혜금과 비슷한 시기에 아기를 낳아서 주혜금의 아들인 초무궁의 유모 역할도 했다. 온유향이 안고 있는 아기의 이름은 장청풍. 나중에 귀면지존에게 이용당하는 캐릭터. <아랑힐월>의 풍청처럼

장세명; [부인!] 다급히 외치고

장세명; [무사하시오? 다친 곳은 없소?]

온유향; [상공...] 겁에 질린 표정

온유향; [저는... 신첩은 무사해요. 청풍이도 별 탈 없구요.] 아기를 꼭 안고 말하는 배경으로 나레이션. <-장세명의 처 온유향(溫柔香)>

장세명; [조금만 더 견디시오. 곧 장모님을 만나 뵐 수 있게 해줄 테니...] 말하며 귀면지존에게 시선을 돌리고. 그러자

온유향; [상... 상공! 설마...] 무언가 깨닫고 눈 치뜨는데

장세명; [네가 원하는 대로 소맹주를 데려왔다.] 촤락! 오른손으로 망토를 젖혀서 왼팔로 안고 있는 아기를 보여주고.

온유향; [흐윽!] 진저리를 치고

귀면지존; (온가년의 반응을 보니 저 애새끼가 초패강의 아들 초무궁인 건 확실하겠군.) 곁눈질로 자기 뒷쪽 사당 안의 온유향을 보고

장세명; [소맹주를 원한다면 아내와 내 아들을 이리로 보내라.] 아기를 보여주며 귀면지존을 노려보고

귀면지존; [현명한 판단을 했구나 장세명!] 짝짝 박수치고

귀면지존; [아무리 사자천존과의 의리가 중요하다고 해도 마누라와 아들의 목숨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 웃고

수치스러운 표정으로 노려보는 장세명

귀면지존; [초패강의 아들놈을 이리 던져라. 그럼 네 마누라와 아들 놈은 풀어주겠다.] 손을 내밀고

장세명; [너도 사내대장부라면 약속은 지키리라 믿...] 말하며 두 손으로 아기를 들어 던지려 하고. 그때 + 온유향; [안돼요!] 악을 쓰는 소리가 들리고

움찔! 하며 아기를 던지려던 동작을 멈추는 장세명.

온유향;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어요! 우리 모자를 살리려고 맹주님의 핏줄을 납치하다니요.] 순한 표정과 어울리지 않게 악을 쓰고. 주변의 복면인들 당황하며 칼을 들이밀고. 귀면지존도 흠칫! 하며 돌아보고

온유향; [당신은... 상공은 이제껏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아오신 대장부시잖아요.] [제가 당신을 존경하는 이유도 당신의 그 올곧은 성품 때문이었구요.]

장세명; [부... 부인...] 수치심

온유향; [맹주님과 주모님께서 우리 가족을 어떻게 대해주셨는데...] [그분들께 죄를 짓고 무슨 면목으로 살아갈 수 있겠어요?] 애절하게 울며 외치고

귀면지존; [그 계집 좀 조용히 시켜라! 귀가 따갑다!] 복면인들에게 말하고.

[예 귀면지존님!] [조용히 하지 못해?] [아가리 닥쳐라!] 사방에서 칼을 들이대며 온유향을 협박하는 복면인들.

장세명; [해... 해치지 마라!] 다급히 외치고. 하지만 그 직후

온유향; [안녕히 계셔요 상공!] 울며 웃으며 사당 밖의 장세명을 보고

장세명; (설마!) 눈 부릅 뜰 때

온유향; [부디 우리 모자 때문에 사람의 도리를 저버리는 죄를 짓지 마세요.] 콱! 말하고는 혀를 강하게 문다. 복면인들 깜짝 놀라고

장세명; [안돼!] 비명 지르고

귀면지존; (아차!) 눈 부릅

푸학! 혀를 깨물어서 입으로 잘린 혀와 피를 뿜어내며 앞으로 쓰러지는 온유향

후두둑! 피가 안고 있는 아기의 몸에 뿌려지고

장세명; [부인!] 비명 지르고

털썩! 나뒹구는 온유향. 그 바람에 품에 안고 있던 아기를 떨구고.

[으아아앙!] 바닥에 나뒹굴자 잠에서 깨어나 자지러지게 우는 강보의 아기

<이런 독한 계집이...> <제 혀를 깨물어 완전히 잘라버렸다.> 혀를 물고 엎드려 벌벌 떠는 온유향. 그 앞에서 자지러지게 우는 아기를 내려다보며 질색하는 복면인들

귀면지존; [장세명! 네 마누라 일은 유감이지만...] + [!] 돌아보다가 눈 부릅

팟! 장세명이 이를 악물고 몸을 날리고 있다. 왔던 곳으로 날아가고 있고

귀면지존; [잡... 잡아라!] 팟! 외치며 추격하고. 사당 안의 복면인들도 깜짝 놀라 돌아보고

귀면지존; [장가를 놓치면 안된다! 막아라!] 외치며 사당 밖으로 날아가고. 사당 안의 복면인들도 급히 따라가고. 복면인들 중 덩치 큰 꼽추만 현장에 남아서 죽어가는 온유향을 지킨다. 이 꼽추는 <마면기정> <아랑힐월>등에 나온 <타노> 캐릭터

 

#9>

장세명; (용서하시오 부인! 용서하시오.) 쐐액! 이를 악물며 왔던 길로 날아가고. 얼굴이 눈물과 빗물로 범벅이 되었고. 날아가는 길 한쪽은 깎아지른 절벽이다, 절벽 위에 난 길임을 주의

장세명; (혈육의 정에 눈이 멀어서 당신을 부끄럽게 만든 날 용서하시오.) 쐐액! 화악! 날아가는 앞쪽에서 복면을 쓴 자들이 날아올라 공격해온다. 여기저기 풀 숲과 바위 뒤에 숨어있었고. 하지만

슈학! 질풍같이 그자들을 피해 빠져나가는 장세명

[헉! 빠르다!] [과연 신행철필이라는 별호답다!] [막... 막아라!] 장세명을 막지 못하자 당황하며 돌아보는 복면인들

[멈춰라!] [네놈이 갈 곳은 없다!] [가려거든 사자천존의 아들 놈은 놓고 가라!] 휘익! 쐐액! 연달아 앞쪽에서 날아오르며 공격하는 복면인들

콱! 날아가며 망토 속 허리에 차고 있던 강철로 만든 붓을 잡는 장세명

장세명; [비켜라!] 쩍! 서걱! 붓을 그어내며 앞으로 날아가는 장세명. 붓을 휘두르는 대로 허공에 <永>자가 생기고

[크악!] [컥!] [조... 조심해라! 저 놈의 독문수법인 영자필법(永字筆法)이다!] 허공에 생긴 영자에 스쳐 죽거나 막아도 충격을 받고 튕겨지는 복면인들. 피하면서 무기를 휘둘러 반격하는 복면인들도 있고

퍼억! 철퍽! 죽거나 다쳐서 물이 고인 바닥에 나뒹구는 복면인들. 하지만

쩍! 서걱! 후두둑! 장세명도 몸에 여기저기 상처가 나고 걸치고 있던 망토도 누더기가 된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날아가고

장세명; (조금만... 조금만 더...) 쐐액! 몸에서 피를 뿌리며 절벽을 따라 날아간다

장세명; (저 모퉁이만 돌아가면 소리를 질러 무림맹에 구조를 요청할 수 있다!) 절벽을 따라 난 길을 날아간다. 앞쪽에 모퉁이가 있고.

[여기까지다!] [더는 못 간다!] 휘익! 쐐액! 모퉁이 근처에서 열명 이상의 복면인들이 날아올라 장세명을 막으려 하고

장세명; [크아!] 콱! 붓을 내밀며 붓의 손잡이 부분을 강하게 움켜쥔다. 그러자

펑! 붓 끝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가는 쇠로 이루어진 붓의 털 부분이 앞으로 터져나간다. 수십 수백개의 쇠침이 튀어나가는 모습이고. 마치 크레이모아처럼

[크악!] [컥!] 퍼퍽! 퍽! 붓의 끝에서 터져나간 쇠침에 꽂혀 몰살당하는 복면인들. 쇠침은 모두 한 뼘 이상이 길이였다.

장세명; (됐다!) 쐐액! 쇠침에 꽂혀 나뒹굴고 떨어지는 복면인들을 뚫고 앞으로 쇄도한다.

그런 장세명의 앞쪽으로 모퉁이가 확 다가오고. 하지만 그 직후

[!] 오싹! 한기가 느껴져서 눈을 부릅뜨는 장세명의 앞 얼굴. 그런 장세명의 뒤쪽에서 시뻘건 손이 장세명을 움켜쥐어온다. 손 크기는 사람만 한데 깡말랐으며 손가락 끝에 달린 손톱은 면도날처럼 날카롭다

장세명; (위험!) 팟! 팽! 전력을 다해 몸을 확 돌리며 옆으로 피한다. 절벽 쪽이고

파바다닥! 그 바람에 흩날리는 찢어진 망토. 그와 함께 망토가 벌어지며 장세명이 왼팔로 안고 있는 아기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아기가 손에 쥐고 있는 목걸이가 망토와 함께 흩날린다

쩍! 콰직! 간발의 차이로 장세명의 몸을 스치며 움켜쥐어지는 거대한 손. 장세명의 몸 대신 망토와 아기가 쥐고 있던 목걸이를 움켜 잡는다

휘익! 절벽 쪽으로 내려서는 장세명

화악! 그 앞에 나타나는 귀면지존. 오른손이 거대해진 상태인데 그 손아귀에 찢겨진 망토와 아기가 쥐고 있던 목걸이가 쥐어져 있다.

장세명; (위험했다!) 뒤로 비틀하며 물러서고. 하지만 직후

미끈! 발이 빗물로 미끄러워진 바위에서 미끄러지며 균형을 잃는 장세명. 뒤로 넘어진다

[!] 귀면지존이 눈 부릅 뜰 때

장세명; [허억!] 비명 지르며 균형을 잃고 추락한다. 등이 아래로 향한 채

귀면지존; [이런...] 팟! 급히 절벽 끝으로 날아가고.

휘릭! 절벽 끝에 멈춰서며 아래를 보는 귀면지존. 하지만

쏴아아! 비가 쏟아지는 절벽 아래는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귀면지존님!] [죄송합니다!] [속하들이 무능해서 장가를 막지 못했습니다.] 휙! 휘릭! 뒤늦게 도착하는 복면인들

귀면지존; [허튼 소리 할 시간 있으면 아래로 내려가서 장가와 사자천존 아들놈의 생사나 확인해라.] 신경질 내고. 오른손은 여전히 거대한 상태. 그러자

[존... 존명!] [즉시 내려가 확인하겠습니다.] 겁애 질려 대답하는 복면인들. 이어

[비 때문에 미끄럽다 조심해라.] [발 딛을 수 있는 곳을 확인하고 내려가라.] 절벽 끝으로 와서 여기저기 살피는 복면인들. 내려가는 자들도 있고

곧 개미떼같이 절벽에 붙어서 조심스럽게 내려가는 복면인들

귀면지존; [다 된 밥에 코 빠트린 격이 되었군.] 바득! 가면 속에서 이를 갈고.

귀면지존; [사자천존 초패강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그자의 아들 초무궁뿐이었는데...] 슈우! 움켜쥐는 오른손이 줄어들어 원래 크기가 되고

귀면지존; [오제(五帝)의 후손일 게 분명한 초패강을 무공으로 어쩌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 [!] 오른손을 내려다보며 눈 번뜩

줄어든 그자의 오른손에 찢어진 망토와 함께 아기가 쥐고 있던 목걸이가 쥐어져 있다

귀면지존; [이 목걸이...] 왼손으로 목걸이를 집어 들고

귀면지존; [초무궁이 지니고 있었던 이 목걸이를 잘만 이용하면...] 눈 번뜩이고.

귀면지존; [장세명이 초패강의 아들놈과 함께 죽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른다.] [즉, 이 목걸이만 있으면 다른 애새끼를 초패강의 아들 놈으로 위장할 수 있는 것이다.] 흥분하며 혀가 잘린 채 쓰러진 온유향이 안고 있던 아기를 떠올리고

귀면지존; [고맙다 장세명! 어쨌든 네놈 덕분에 사자천존 초패강을 치울 수 있게 되었으니...] 흐흐흐! 화악! 웃으며 날아올라서

사당 쪽으로 날아가는 귀면지존.

 

#10>

무림맹

[!] [!] 월동문으로 들어오다가 기겁하는 죽립에 도롱이 쓴 무사들 서너명

월동문 안쪽은 사자천존의 아내 주혜금의 거처. 마당에는 여자 무사들이 쓰러져 있고.

열려진 문을 통해 건물의 거실에 진의원과 환설이 쓰러져 있는 게 보인다

[주모님과 소맹주님 신상에 변고가 생겼다!] [맹주님께 보고하고 개미 새끼 한 마리 본맹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라!] [주모님!] [소맹주님!] 아수라장. 외치며 건물로 뛰어드는 자. 다시 월동문 밖으로 달려나가는 자. 호각을 불면서.

 

#11>

앙앙! 다시 사당. 여전히 불이 켜져 있는데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고. 복면을 쓴 덩치 큰 꼽추가 사당 안에 서서 바닥을 보고 있다. 바닥에는 입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진 온유향이 엎드린 자세로 쓰러져 있고. 그 앞쪽에는 피를 뒤집어쓴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고 있다.

귀면지존; [온가 계집의 상태는 어떠냐?] 휘익! 사당 안으로 날아들고. 깜짝 놀라 돌아보는 꼽추 복면인

복면인; [숨... 숨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눈치 보며

복면인; [사실상 송장이 되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귀면지존; [덕분에 번거로운 일이 하나 줄었군.] 징! 진동하는 손으로 강보의 아기를 겨누고

팟! 귀면지존의 손에 끌려 들어와 잡히는 아기. 연신 울어댄다

귀면지존; [운이 좋은 줄 알아라 이놈아.] 슥! 목걸이를 아기 목에 걸어주고

귀면지존; [사자천존을 속여 넘기기 위한 역할만 아니었으면 네놈도 어미 뒤를 따라갔을 테니...] 목걸이를 걸어준 아기를 내려다보고. 이어

귀면지존; [이 애새끼는 네가 책임지고 보살펴라.] 아기를 꼽추 복면인에게 내밀고

복면인; [예...] 급히 두 손 내밀어 아기를 받고

귀면지존; [장세명! 네놈의 아들놈을 철저히 이용해줄 테니 저승에서나마 본좌에게 거역한 것을 후회하거라.] 흐흐흐! 웃으며 사당 입구로 가고. 복면인도 우는 아기를 안고 따라 간다

으하하하하! 휘익! 웃으며 사당 밖으로 날아가는 귀면지존. 복면인도 아기를 안고 그 뒤를 따라가고

 

시간이 좀 지나고.

이제 사당 안에는 온유향만 쓰러져 있는데

<쯧쯧!> 어디선가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리고

천불투; [가여운 계집이로구나. 악랄한 인간을 만나 하루아침에 남편과 자식을 잃어야했으니...] 스윽! 사당 안의 어둑한 구석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천불투

천불투;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장세명을 따라왔다가 처참한 광경을 보고 말았도다.) 온유향의 옆에 이르러 내려다보고

천불투; (가엾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냐만...) (너만큼 박복하고 불운한 인생도 드물겠구나.) 한숨 쉬며 몸을 숙여서

천불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마. 안식이라도 편히 해야할 테니...) 두손으로 온유향의 몸을 안으려 하고. 그러다가

천불투; [이건...] 흠칫! 하고

천불투; [허허! 이런 일이...] 슥! 온유향을 바닥에 바로 누이고. 입에서 피를 흘리며 눈을 감고 있는 온유향의 얼굴이 드러나고

천불투; (아직 숨이 붙어있다.) 손가락을 굽혀 온유향의 코에 대보고

천불투; (혀가 너무 많이 잘린 탓에 남아있는 혀가 짧아서 기도를 완전히 막지 않았다. 그 때문에 질식을 면할 수 있었던 게고...) 두손으로 온유향의 가슴을 누르고

천불투; (기도를 통해 폐에 들어간 피만 빼주면 살릴 수 있다.) 퍽! 두손으로 온유향의 가슴을 강하게 누르고. 심폐소생술 하듯이. 그러자

[컥!] 쿨럭! 피를 왈칵 토하는 온유향. 숨이 돌아오고

천불투; (됐다!) 안도하며 연신 온유향의 가슴을 누르고

온유향; [끄윽...] 피를 흘리며 벌벌 떠는 온유향. 정신은 차리지 못했지만 숨은 돌아오고.

천불투; (혀가 잘려서 말은 못하겠지만 사는 데 큰 지장은 없을 터...) 생각할 때. 삐익! 삑! 멀리서 호각소리가 들리고

천불투; (호각소리와 징소리...) 사당 밖을 돌아보고

천불투; (무림맹의 얼뜨기들이 비로소 사단을 알아차렸구먼.) 냉소하며 두팔로 온유향을 안아들고

천불투; (괜한 불똥이 튀기 전에 여길 벗어나야만 한다.) 온유향을 안고 사당 입구로 가고

<걱정하지 말거라 아가야.> 입으로는 피를 흘리고 감은 눈으로는 눈물 흘리는 온유향을 내려다보며 생각하는 천불투;

<이 늙은 도둑이 힘 닿는 데까지 널 보호해줄 테니...> 스스스! 사라지는 천불투

<무존령을 움치러 왔다가 양녀(養女)로 삼을 가엾은 아이를 하나 얻게 되었구나.> 완전히 사라진다. 그 배경으로 삐익! 삑! 요란한 피리소리들이 멀리서 들리고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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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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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천환일 -偸天換日(하늘을 훔치고 태양을 바꾸다.)


#1>
이하의 나레이션을 한 화면에 배치배경 화면은 고풍스런 중국식 판화 그림으로 할 것엄청난 보물들의 산을 등진 채 화려한 의자에 앉은 패도적인 인상의 인물 앞에 부하 한명이 무릎을 꿇고 앉아서 무언가를 묻는 모습이다그 부하 뒤에는 여러 명의 인물들이 공손히 서서 듣고 있다.
<춘추시대의 인물인 도척(盜跖)은 부하를 구 천 명이나 거느린 도둑들의 왕()이었다그 도척에게 어느 날 한 부하가 물었다.
[감히 묻사오니 대왕이시어우리 도둑들에게도 도()라는 것이 있습니까?]
도척이 대답했다.
[물론 있고 말고!]
[훌륭한 도적이라면 재물이 어디 숨겨져 있는지 안다이것을 성()이라 한다.]
[훔치러 들어감에 앞장 서는 것은 용()이오,]
[훔친 후 가장 나중에 나오는 것이 의(),]
[손을 쓸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하는 것을 지()라 하며,]
[훔쳐낸 물건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은 인()이다!]
[이럴진대 어찌 도적의 길에 도()가 없다고 하랴?]
-장자설(莊子設)>
 
#2>
<-무림맹(武林盟)높고 험준한 바위산을 등지고 세워진 웅장한 성채때는 밤비가 추적 추적 오고 있다계절은 가을이고닫힌 성문 성루 위에 등이 걸려있고 도롱이를 걸친 몇 명의 무사들이 지키고 있다이 장면 배경으로 나레이션
<욱일승천(旭日昇天)-! 이것이 무림맹의 기세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말일 것이다.성문을 크로즈 업. <武林盟>이라 적힌 현판이 성문에 걸려있고
<불과 오년전에 결성된 무림맹은 사마외도(邪魔外道)에 의해 아수라장이 되었던 강호 무림을 일거에 평정해버렸다.성문 위 성루에서 경비를 서는 무림맹 무사들의 모습.
<(), (교체기의 혼란을 틈타 강호 무림을 혼란으로 몰아넣어 왔던 수많은 사파(邪派)와 마도(魔道)의 무리들은 무림맹이 휘두르는 철퇴에 맞아 풍비박산절멸(絶滅)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성문 아래를 내려다보며 흠칫하는 무사 한명
<이 모두가 무림맹을 세운 사자천존(獅子天尊초패강(楚佩岡)이라는 불세출의 기린아에 의해 이루어진 업적이었다.성문 아래쪽성문 옆에 누군가 웅크리고 앉아있는 게 보인다.
<채 서른 살도 안된 젊은 천하제일인 사자천존 초패강에 의해 마도와 사파는 바야흐로 종말을 눈 앞에 두게 된 것이다.성문 아래 거적을 뒤집어쓴 채 오들오들 떨고 있는 노인의 모습 크로즈 업
 
덜컥닫혀있는 무림맹의 정문그 구석에 달린 쪽문이 열리며 밖으로 나오는 무사들죽립을 쓰고 도롱이를 걸친 우비 차림이다두명이 나오고 서너명은 문 안쪽에서 내다 본다
[노인장은 뉘시오?] [이 밤중에 무슨 일로 본맹을 찾아온 거요?] 노인을 흔들며 묻는 밖으로 나온 무사들문 안쪽의 다른 무사들은 주변을 경계하고
천불투; [... 용서하십쇼 어르신들...] [길을 잃고 헤매다가 불빛을 보고 찾아왔습니다요.] 거적 안에서 고개 들며 말하는 노인거지 행색인데 체격도 작고 얼굴도 주름살투성이아주 불쌍하게 보인다직전 작품 <아랑힐월>에 나온 <천불투캐릭터이 작품에서도 별호는 천불투지만 이름은 조구다이때의 나이는 예순살 가량인데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인다이하 천불투로 표기
<늙은 비렁뱅이로군.> <무공은 지니고 있지 않다.눈 번뜩이며 천불투를 살피는 무사들
천불투; [... 날이 밝을 때까지 만이라도 비를 피하게 해주십쇼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요.] 불쌍한 모습으로 애원하고.
<난감하군.> <천마련(千魔聯)에 대한 마지막 공격을 눈앞에 둔 시점이라 우리 무림맹 전체가 초비상 상태인데...> <그렇다고 불쌍한 늙은이를 쫓아 보내는 건 너무 야박한 일이고...무사들 난감하고그때
[무슨 일이냐?] 열린 쪽문 안쪽에서 누군가 다가오며 묻는다문 밖으로 나왔던 무사들 돌아보고
장세명; [날이 밝을 때까지는 일체의 출입을 통제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두 명의 무사를 거느리고 다가오는 장세명좀 초췌하고 지친 표정인데 길고 풍성한 망토로 온몸을 가리고 있고 큼직한 우산을 쓰고 있다따라오는 무사들은 죽립에 도롱이를 걸치고 있고장세명은 무림맹의 총관. <건곤일척 자료집 제18페이지>의 장세명 캐릭터무기는 허리에 차고 있는 상당히 큰 붓이다진짜 붓이 아니고 쇠로 만든 붓인데 우산을 들기 위해 망토에서 왼팔을 꺼낸 탓에 드러난 그 쇠로 만든 붓이 허리 띠에 걸려있음을 보여주고이때 장세명의 나이는 35어딘지 우울하고 근심이 서린 표정으로 묘사
[총관님!] [죄송합니다.] 돌아보며 고개 숙이는 문 밖의 무사들
[길 잃은 노인이 비를 피하고 있기에 보내려던 참이었습니다.] 장세명의 눈치를 보며 말하는 무사들
장세명; [길 잃은 노인?] 우산을 쓴 채 쪽문 밖으로 나서며 천불투를 보고배경으로 나레이션. <-무림맹 총관 신행철필(神行鐵筆장세명(張世明)>
<무공은 지니고 있지 않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위험한 인물은 아닌 것같습니다만...문 밖의 무사들이 전음으로 장세명에게 말하고그 배경으로 문 밖으로 나오는 장세명다른 무사들은 문 안쪽에서 대기하고 있고
쪽문 밖으로 나오며 문 밖의 무사들을 노려보는 장세명그러자
[... 죄송합니다.] [즉시 근처 마을에 데려다 주고 오겠습니다.] 찔끔하는 무사들이어
[갑시다 노인장!] [쉴만한 곳으로 모셔다 드리겠소이다.] 천불투에게 다가가 일으키려는 무사들
[으으...] 무사들에게 부축되며 헐떡이는 천불투맛이 간 모습이고
(이런...) (몸이 불덩이같다.) 당황하는 무사들찡그리며 그걸 보는 장세명
장세명; [어떤 상태냐?] 한숨 쉬고
[몸이 펄펄 끓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차가운 가을비를 맞아서 중병에 걸린 듯합니다.] 천불투를 부축한 채 장세명을 돌아보고
찡그리는 장세명
[이 이상 비를 맞게 하면 위험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장세명의 눈치를 보며 말하는 무사 한명
장세명; [어쩔 수 없군.] 한숨 쉬며 옆으로 물러서고
장세명; [객관(客館)으로 데려가서 보살펴주어라약당(藥堂)의 진()노사에게 얘기해서 약을 좀 처방해 달라 하고...]
[예 총관님!] [그리 하겠습니다.] 안도하며 굽신거리는 무사들
서둘러 천불투를 좌우에서 부축해서 성문 안쪽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무사들.
장세명도 따라 들어가고 다른 무사들도 들어와서 문을 닫는다.
천불투를 부축해서 멀어지는 무사들을 보는 장세명
장세명; (공교롭군하필 오늘밤에 예상치 못한 불청객이라니...) 뭔가 고민하는 표정이고
장세명;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자.) + [중요한 시기다경계를 소홀히 하지 마라.] 걸어가며 생각하고
[존명!] [명심하겠습니다.] 뒤의 무사들 포권하며 대답하고
장세명; (몹시 긴 밤이 되겠구나.) 입술 깨물며 한숨우산 쓴 채 걸어간다두텁고 긴 망토 두른 것 주의
 
#3>
여전히 비가 오고 있는 밤무림맹의 다른 곳외부 손님들이 머무는 객관이다영빈관은 아니라 화려하진 않고긴 건물에 수많은 방등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보통 손님 투숙용 건물이다깊은 밤이라 대부분의 객실에는 불이 꺼져 있고오직 한 개의 방에만 불이 켜져 있고그 방 앞에 천불투를 데리고 온 무사들 두명이 서있다한명은 우산을 들고 있고 한명은 등불을 들고 있다.
<별일 없겠지?> <약당의 당주 진()노사는 어의(御醫출신이시잖아설령 죽을병에 걸렸더라도 살려낼 게야.무사들 전음으로 말 주고 받고
<병약하신 주모(主母)님 보살피느라 과로하고 계시는 진노사께 괜한 폐를 끼치는 것같군.> <그러게 말일세.> 무사들이 전음으로 대화 나눌 때
그들이 보고 있던 방에서도 불이 꺼지고
<치료가 끝났군!긴장하는 무사들직후
삐꺽방문이 열리며 의원으로 보이는 예순 살 가량의 노인이 나온다왕진 가방을 든 꼬장꼬장한 인상의 이 노인은 무림맹의 의원인 진씨진의원으로 표기나중에 청풍의 출신내력을 확인해주는 역할을 함그리 중요하지는 않은 조연
[어떻습니까 당주님?] 등을 든 무사가 진의원에게 묻고
진의원; [제대로 못 먹어서 영양실조에 걸린 데다가 찬 비를 맞아서 한증(寒症)이 심해진 것뿐이야.] 두 번째 무사가 건네주는 우산을 받고
진의원; [몸을 보하고 열을 내게 해주는 약제를 먹였으니 한숨 자고 일어나면 쾌차할 걸세.] 우산 쓰며 건물을 등지고 걸어가고
[주모님 간병만으로도 피곤하실 텐데 번거롭게 해드려서 면목이 없습니다.] 등불을 든 무사가 등불로 진의원의 발치를 비쳐주면서 앞서 걸어간다
진의원; [미안해할 거 없어의원(醫員)의 일이란 게 원래 이런 것이니...] 따라가며 말하는데
<저 노인을 받아들인 걸로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요?우산을 건네줬던 무사가 따라가며 전음으로 진의원에게 묻고
진의원; [막일을 해온 덕분인지 골격은 제법 튼튼하네만 무공을 익힌 흔적은 없었네.] 끄덕이고
<그렇다니 다행입니다.안도하는 무사들
<천마련과의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있어서 떨어지는 낙엽조차 주의해야만 하는 시기이니...멀어지는 세 사람 배경으로 무사의 전음
 
#4>
객관의 방어둑하고 좁은 방안의 침대에 이불을 목 아래까지 덮고 누워있는 천불투눈은 감았다
천불투; (갔군.) 눈 감은 채 생각하고그러다가
천불투; (생각했던 대로 무림맹에 잠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천천히 눈을 뜨며 천장을 보고
천불투; (또 무림맹을 출입하는 상인들과 포섭한 하인들을 통해서 사자천존의 거처가 어딘지도 미리 확인해둔 상태고...)
천불투; (사자천존에게는 미안하지만 정파백도가 그에게 만들어 바친 무존령(武尊令)을 반드시 훔쳐내야만 한다.)
천불투;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도척제전(盜蹠祭典)에서 우승하려면 무존령 정도의 보물이 반드시 필요하니...)
 
<세상에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도둑들의 세계에는 도척제전(盜蹠祭典)이라는 축제가 존재한다.지하 광장에서 비밀스러운 집회가 열리고 있다단상에는 도척의 거대한 조각상이 앉아있고 그 앞에서 수많은 남녀가 제사를 지내고 있다도둑들인데 제사를 주관하는 늙은 도둑은 검은색의 장갑을 얹은 쟁반을 조각상을 향해 쳐들고 있다손목까지 감싸주는 길이의 검은색 장갑 손등에는 다섯 개의 서로 다른 색의 보석이 박혀있다이 장갑의 이름은 흑령장이다. <마면기정 자료집 25페이지>에 나오는 <천마신갑차용쟁반을 쳐든 늙은 도둑 뒤에는 음침한 인상의 중년 도둑이 무릎을 꿇고 있다.
<도둑들의 영원한 우상인 전설 속의 대도(大盜도척(盜蹠)을 기리기 위해 열리는 이 축제의 우승자에게는 도수(盜首)라는 명예로운 칭호가 부여되며 세상 모든 도둑들의 존경을 받게 된다.도척의 조각상을 등지고 흑령장을 쳐들며 환호에 답하는 음침한 인상의 중년 도둑이 중년 도둑은 당대의 도둑들의 왕인 야유신이다.
<도둑의 길로 들어서 스스로 대도를 자부하는 양상군자(梁上君子;도둑)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부귀영화도 권력도 아니다바로 도척제전에서 우승하여 제이(第二)의 도척도수로 불리는 것이다.야유신이 쳐든 검은 장갑 흑령장을 크로즈 업
 
천불투; (나 조구(趙九), 다섯 살에 투도(偸盜;도둑질)의 길로 들어선 후 훔치지 못한 물건이 없었으며...) (덕분에 천불투(天不偸)라는 과분한 이름까지 얻었다.) 천장 보며 생각하고
천불투; (하지만 투도의 세계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차별 때문에 숱한 설움을 겪어왔다.) 주먹 꾸욱
천불투; (변변한 배경도 사승(師承)도 없이 독학으로 도둑질을 배운 나를 족보와 세력이 있는 다른 도둑들이 천시하며 따돌린 때문이다.) 이를 악물고
천불투; (비록 떳떳한 직업은 아니지만 투도는 내 삶의 전부였다.) (그런 날 멸시해온 놈들에게 복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도척제전에서 도수로 뽑히는 것뿐이다.) 조심스럽게 일어나고
천불투; (그리고 도척제전에서 도수를 선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난이도(難易度).)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천불투; (설령 값이 나가지 않더라도 훔치기 어려운 물건이야말로 최고의 장물(臟物)로 평가받는 것이다.) 심호흡하며 눈을 감고
천불투; (그런 면에서 무림맹 맹주의 상징인 무존령만한 사냥감도 드물다.) 눈을 감은 채 깍지 낀 두 손을 자신의 명치에 대고
천불투; (무존령만 손에 넣으면 이번 도척제전에서의 우승은 거의 확실하다.) 깍지 낀 두 손을 명치에서 조금 떨어트렸다가
아주 강하게 자기 명치를 친다.
빠직감전 당하며 몸을 웅크리는 천불투
천불투; (... 명치에 압축하여 숨겨두었던 공력이 단전(丹田)으로 돌아간다.) 지지지몸을 웅크린 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천불투의 몸이 벼락에 휘감기고
천불투; (노부는 천하를 통틀어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도둑이다.) 억지로 웃고
천불투; (지닌 바 무공을 숨기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굽혔던 몸을 펴며 심호흡하고
천불투; (몸 상태는 최상...) 우둑 우두둑 몸을 움직여보고
천불투; (그럼 일생일대의 사업을 시작해볼까?) 음산하게 웃는 천불투의 얼굴 크로즈 업
 
#5>
여전히 비가 오는 밤무림맹의 웅장한 건물불이 켜져 있고죽립을 쓰고 도롱이를 걸친 무사들이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
우산을 쓰고 망토를 두른 채 다가오는 장세명그를 발견하는 무사들
말은 하지 않고 고개만 숙여 인사하는 무사들장세명도 고개만 조금 끄덕여 답례하고
입구에 서서 대청 안쪽을 보는 장세명
대청에서는 회의가 진행중이다수십명이 긴 탁자를 가운데 두고 앉아있다문 정면의 상좌에는 사자천존 초패강이 앉아있다. <건곤일척>에 나온 사자천존의 젊은 시절 모습이때의 나이는 29초패강 앞쪽에는 긴 탁자를 두고 나이 든 무림인들이 죽 앉아있다초패강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는 곱게 늙은 노파와 거구의 중이 마주 앉아있다두 남녀는 무림맹의 장로들곱게 늙은 노파는 고독신모중은 혈나한두 사람 모두 <건곤일척>에 나오는 고독신모와 혈가람 캐릭터혈가람을 혈나한으로 이름만 바꿈고독신모 옆에는 성깔 있어 보이는 중년의 비구니도 한명 앉아있다이 비구니는 아미파의 장로인 <금정사태>. 금정사태는 <마면기정>에 나온 캐릭터혈나한 옆에는 해학적인 인상에 코가 빨간 늙은 거지가 앉아있다개방의 방주인 <상취신개전형적인 거지에 술 호로를 여러개 허리띠에 차고 있다. <마면기정>에 나왔던 <삼절신개캐릭터에 술 호로를 추가
혈나한과 삼절신개 뒤쪽에는 거대한 지도가 걸려있고그 지도 앞에 서서 무언가 설명하고 있는 서른 살 가량의 잘 생긴 문사. <마면기정건곤일척아랑힐월>등에 나온 악역 위극겸이다이 작품에서도 최종 보스이고현재는 정체를 숨긴 채 무림맹의 군사 노릇을 하고 있다.
위극겸; [맹주님께 패해 중상을 입은 천강마존(天罡魔尊엽장천(葉長天)은 현재 대택향(大澤鄕)에 은신하고 있습니다.] 지도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위극겸; [뿐만 아니라 본맹에 쫓기던 마도 무림의 잔당들도 속속 대택향으로 모여들고 있는 중입니다.] 말하는 배경으로 나레이션. <-무림맹 군사(軍師삼절서생(三絶書生위극겸(威極謙)>
혈나한; [사마외도의 떨거지들이 알아서 그물로 기어들어가고 있구만.]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며 웃고배경으로 나레이션. <-무림맹 장로 혈나한(血羅漢)>
상취신개; [말 그대로 일망타진(一網打盡)이 가능하겠소이다.] 해학적인 표정으로 웃고. <-무림맹 장로 상취신개(常醉神丐)>
고독신모; [그러나 장소가 대택향이라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게요.] 곱게 나이 든 중년의 귀부인 같은 인상으로 말하고. <-무림맹 장로 고독신모(孤獨神母)>
금정사태; [신모님 말씀이 맞아요.] 새침하게
금정사태; [대택향은 늪과 습지가 한도 끝도 없이 펼쳐진 곳이라 무작정 공격했다가는 아군의 피해도 심각할 수 있어요.] 말하는 배경으로 나레이션. <-무림맹 장로 금정사태(金頂師太)>
혈나한; [그렇다고 공격을 늦춰서는 아니 되오.]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면서
혈나한;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처럼 이번 기회에 사마외도의 죄 많은 중생들을 싹 쓸어버려서 지난 오십여년간의 혼란을 종식시켜야만 하오.]
금정사태; [물론 사마외도에 대한 소탕을 포기하자는 게 아니에요.]
금정사태; [다만 아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효과적인 공략방법을 강구해야만 해요.] 반론
혈나한; [재고 자시고 할 게 뭐 있소?] 눈 부라리며 주먹으로 탁자를 치고
혈나한; [끈 떨어진 갓같은 신세가 된 놈들에게 숨 돌릴 틈을 주어선 아니되오.] [일거에 밀어붙여서 끝장을 내야만 하오.]
불쾌한 표정이 되는 금정사태그때
사자천존; [추후의 전략에 대해 군사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손 들며 말하고그러자
[예 맹주님!]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혈나한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 급 공손해져서 굽신 거리고
사자천존; [복안(腹案)을 말해보시오 군사.] 위극겸에게 말하는 사자천존배경으로 나레이션. <-무림맹 맹주 사자천존(獅子天尊초패강(楚佩岡)>
위극겸; [예 맹주님!] 공손히 고개 숙이고
위극겸; [금정사태님의 우려에도 충분히 일리가 있습니다.] [무작정 대택향으로 돌입할 경우 아군의 피해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 될 것입니다.] 금정사태를 보며
위극겸; [그래서 대택향의 칠할 정도만 포위를 하고 요란하게 압박을 해갈 생각입니다.] 지도에 반원을 그려 보이면서
상취신개; [옳거니!] [포위망의 일부가 트여있으면 결사적인 저항을 하기보다는 탈출하려는 놈들이 더 많겠군.] 주먹으로 손바닥 치고
위극겸; [적의 저항 의지를 와해시켜 혼란을 야기한 후 마도 무림의 수뇌부를 맹주께서 직접 정리해주시는 것이 제가 생각하고 있는 대략적인 계획입니다.] 사자천존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위극겸; [마도 무림의 수뇌부에 저희와 내응하는 자가 몇 있으니 천강마존등을 찾아내 제거하는 것은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혈나한; [과연 군사는 제갈량의 재림이야!] [훌륭해!] 짝짝 박수를 치고
다른 사람들도 감탄하며 박수를 치고
위극겸; [제갈량의 재림이라니 감당할 수 없는 과찬이십니다.] 공손히 포권하고
사자천존; [그리 과찬이랄 수도 없지.] 웃고
사자천존; [군사 덕분에 사마외도들에 대한 소탕이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진행되어 왔으니 말이오.]
상취신개; [맞소이다군사야말로 우리 무림맹의 보배라 할 수 있소이다.] 엄지손가락 세워 보이고
위극겸; [민망합니다 신개!]
사자천존; [그럼 대택향에서 진행될 토벌전을 좀 더 상세하게 논의해보도록 합시다.]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허심탄회하게 제시새보도록 하시오.] 둘러보며 말하고
[예 맹주님!] 대답하는 사람들
이어 대화 주고 받는 사람들의 모습대청의 입구에서 보는 시점이고
장세명; [회의가 쉽게 끝날 분위기는 아니로군.] 혼잣말
[그러게 말입니다.] [맹주님과 원로들께서는 오늘 밤도 꼬박 새실 것 같습니다.] 주변의 무사들 말하고
장세명; [방해가 끼어들지 않도록 경계에 철저를 기하라.] 돌아서고
[존명!] [명심하겠습니다 총관님!] 고개 숙이는 무사들
그 무사들을 등지고 걸음 옮기는 장세명
장세명; (맹주...) 걸어가며 곁눈질로 대청 쪽을 보고
<용서하십시오나 장세명죽어 귀신이 되어서라도 오늘 맹주께 짓는 죄의 대가를 치루겠소이다.무언가 결심하며 걸어가는 장세명
 
#6>
여전히 비오는 밤무림맹의 다른 곳잘 가꿔진 정원과 높은 담장으로 외부와 분리 된 안채 건물죽립과 도롱이를 걸친 여자 무사들이 지키고 있고건물 안에 불이 켜져 있고
건물 입구 안쪽은 거실이다불이 켜진 널찍하고 화려한 거실에는 16-7세쯤 된 소녀가 1살쯤 된 아기를 안고 서성이며 침실 쪽을 본다소녀는 <아랑힐월>에 나온 환설 캐릭터이 작품에서도 이름은 환설환설이 보고 있는 침실의 문은 조금 열려있고.
환설 품에 안긴 아기는 담요로 싸인 채 잠들어 있는데 손에는 금 목걸이를 하나 쥐고 있다금으로 꼰 사슬에 용 두 마리가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형상의 패가 걸려있는 목걸이다중요한 소품 중 하나이므로 잘 묘사. ***환설이 안고 있는 이 아이의 이름은 초무궁이지만 우여곡절이 있어서 무림맹 총관 장세명의 아들 장청풍인 것으로 알려짐아기지만 청풍의 얼굴과 비슷하게 묘사.***
아기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사자천존의 아들 초무궁(楚無窮)>
열려있는 문을 통해서 어둑한 침실이 보인다침대에 누운 이십대 중반쯤의 절세미녀눈을 감고 있고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이불 밖으로 나온 미녀의 손목을 쥐고 진맥하는 진의원미녀는 사자천존의 아내인 주혜금이다아름답지만 병약하게 보이고 지금은 잠이 들어있다.
주혜금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사자천존의 아내 주혜금(朱慧錦)>
[...] 주혜금의 손목을 쥐고 진맥하며 무언가 생각하는 진의원이어
한숨 쉬며 진맥하던 손을 이불 속으로 넣어주는 진의원
문을 닫으며 침실에서 나오는 진의원
환설; [주모님의 오늘밤 용태는 어떠신가요?] 근심스레 묻고배경으로 나레이션. <-주혜금의 시녀 환설(煥雪)>
진의원; [어렵게 잠드셨으니 깨실 때까지 방해하지 마라.]
환설; [명심하겠사옵니다만... 빨리 쾌차하셔야할 텐데...] 울상 지으며 침실 문쪽을 보고
진의원; [원래 병약하셨던 몸으로 무리하게 출산을 하신 후유증이다.] 말하며 환설이 안고 있는 아기를 힐끔 보고담요에 싸인 아기는 잠이 들었는데 한손으로는 목걸이를 꼭 쥐고 있다.
진의원; [그래도 근래 들어 조금씩 기력이 돌아오고 계시니 다행으로 여겨야지.] 말하며 아기가 쥐고 있는 목걸이를 잡고 빼내려 하지만
작은 손으로 목걸이를 꽉 쥐고 놓지 않는 아기
환설; [... 조심하세요.] 그걸 보고 기겁하고
환설; [무리하게 뺏으려고 하면 도련님이 이만저만 성질을 부리시는 게 아니에요.]
진의원; [주모님의 신물(信物)이지?] 목걸이에서 손을 놓고
환설; [...]
환설; [주모님의 냄새가 배어있는 물건이라 그런지 무궁도련님은 그 목걸이를 특별히 좋아하세요.] 아기를 내려다보고
진의원; [아기들 특성상 손에 쥔 물건은 수시로 물고 빨 텐데...] 찡그리고
환설; [이빨이 날 때가 되신 때문인지 깨어있을 때는 거의 입에 물고 계셔요.]
진의원; [억지로 뺏을 수 없으면 더러워지지 않도록 자주 깨끗한 물로 닦아주어야...] + [!] 말하다가 움찔하며 환설의 뒤를 보는 진의원
어느 틈에 열려있는 문그 문 안쪽에 장세명이 서있다우산은 접어서 들고 있다.
환설; [!] 뒤늦게 알아차리고 돌아보며 놀라고
진의원; [총관이 밤중에 주모님의 거처에 무슨 볼일인가?] 불길한 예감에 몸으로 환설과 아기를 막으며 말하고그러다가
[!] [!] 놀라는 진의원과 환설
장세명의 뒤쪽열린 문을 통해서 여자 무사들이 건물 앞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게 보인다
환설; [!] 그걸 보고 비명 지르며 뒤로 주춤
진의원; [뒷문으로 달아나라어서!] 환설에게 외치며 팔을 벌리지만
이미 진의원의 가슴을 찌르고 있는 접은 우산의 끝죽인 건 아니고
진의원; [장세명 네놈...] 스륵기절하며 쓰러지고
환설; [안돼!] 비명 지르며 돌아서서 달아나고그 앞에서 진의원이 바닥에 쓰러지고 있고
이미 다가와서 환설의 등도 찌르는 장세명의 우산 끝덜컥하며 눈을 치뜨는 환설
환설; [... 도련님...] 기절하며 쓰러지는 환설품에 안고 있던 아기를 떨구고하지만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왼손으로 아기를 낚아채 끌어안는 장세명
털썩환설도 기절해서 바닥에 나뒹굴고.
[으으응...] 잠에서 깨며 눈을 껌뻑이는 아기.
장세명; [곧 무서운 얼굴을 보게 될 테니 자고 있거라.] 쿡쿡왼팔로 아기를 안고 우산을 든 오른쪽 손의 엄지 손가락으로 아기의 가슴을 찍고
[마아...] 다시 눈이 감기는 아기잠이 들면서도 목걸이는 놓치지 않고
장세명; [미안하오 진의원환설!] [그대들에게는 어떤 잘못도 없소.] 잠이 드는 아기를 품에 안고 진의원과 환설을 돌아보고
장세명; [혈육의 정 때문에 도리를 저버리는 나 장세명이 모든 죄를 감당할 것이오.] 우산 든 오른손을 이용해서 아기를 망토 속에 감추고
밖으로 나오며 우산을 펴는 장세명망토가 헐렁해서 아기를 숨기고 있는 게 안보인다아기를 안은 왼팔을 망토 밖으로 꺼내 오른손에 든 우산을 펴는 모습이고건물 밖에는 여자 무사들이 쓰러져 있고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장세명헌데
 
건물을 에워싼 정원의 나무 그늘 속에 숨어있는 천불투
천불투; (이것 봐라.) 눈 번뜩이고
<다른 자도 아니고 사자천존의 심복 중의 심복인 신행철필 장세명이 사자천존의 아들을 유괴한다?월동문으로 나가는 장세명을 배경으로 천불투이 생각
천불투; (아무래도 내가 때를 잘못 맞춰서 무림맹에 잠입한 것같구나.) 침 꼴깍겁에 질려서 숨어있던 곳에서 나오고
천불투; (자칫하다가는 이 유괴 사건의 공범으로 몰릴 수도 있다가능한 빨리 여길 빠져나가야한다!) 도둑 고양이처럼 달려서 월동문으로 간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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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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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 화백을 위해 쓴 무협만화 시나리오입니다.
이미 만화로도 나왔으니 시나리오와 비교해서 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군요.
와룡강 나름대로의 시나리오 작법이라 생경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몰입도도 떨어질 테고...
그래도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되었을지 상상하시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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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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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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