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25'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2.04.25 [투천환일] 제 53장 역천지계
728x90

#188>

여전히 자금성. 깊은 밤

<-황태자의 거처> 웅장한 건물. 중년 이상의 나이 지긋한 환관들이 지키고 있고

위 건물의 밀실. 황태자 주고치가 치료 받는 그곳. 중앙의 침대에 황태자가 누워있고 그 옆에 두 사람이 서있는 뒷모습. 남녀인데 황태자비 장씨와 주첨기다. 물론 이곳의 주첨기는 진짜 주첨기가 아니고 주첨기로 위장한 위진천이다. 침대 주변에는 환관과 의사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서있다. 약을 다리는 의사도 있고

황태자비; [한왕이 훼방을 놓은 바람에 이번 달 섭음보정대법(攝陰補精大法)은 도중에 중단되고 말았다.] 침대에 누워있는 황태자를 보면서 말하는 황태자비의 앞모습을 보여주고. 아직 그 옆에 공손한 자세로 서있는 가짜 주첨기의 모습은 음영으로 처리하고 자세히 보여주지는 말고

황태자비; [그 때문에 네 아버지는 하루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혼수상태에 빠지셨다.] 초조한 표정으로 말하고

황태자비; [촌각을 다퉈서 다시 섭음보정대법을 시술 해드려야 하는데...] [이 긴박한 때에 상시태감은 무얼 하느라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는 건지 원...] 분노하고

주첨기(위진천);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머니.] 스윽! 황태자비의 어깨를 한 팔로 감싸 안으며 말하는 사내. 주첨기의 모습을 한 위진천. 주첨기(위진천)으로 표기. 아직 얼굴은 보여주지 말고

주첨기(위진천); [아버지는 복이 많은 분이라 간단히 잘못 되시거나 하지 않을 것입니다.] 쿵! 처음으로 보여주는 주첨기(위진천)의 모습. 얼굴은 주첨기(위진천)이지만 약간 능글맞은 표정이고

[!] 주첨기(위진천)이 어깨를 끌어안자 움찔하는 황태자비.

황태자비의 어깨를 끌어안은 주첨기(위진천)의 손 크로즈 업. 힘이 꽉 들어간 모습이고. 그 바람에 황태자비의 몸은 주첨기(위진천)의 품에 비스듬히 안기는 자세가 되어버렸다.

주첨기(위진천); [소자가 남경에 머무르는 동안 어떻게 해서든 아버지의 상세를 호전시켜놓겠습니다.] 황태자비를 한 팔로 끌어안은 채 황태자를 보고

황태자비; [말... 말만 들어도 마음이 놓이는구나.] 스윽! 억지로 웃으면서 주첨기(위진천)의 품에서 벗어나고

황태자비; [밤이 늦었으니 그만 가서 자거라.] 옆으로 움직여서 주첨기(위진천)와 멀어지며 침대에 누워있는 황태자를 보고

주첨기(위진천); [소자 걱정은 하지 마시고 어머니야말로 눈을 붙이도록 하십시오.] 슥! 손을 뻗어 황태자비의 손목을 잡고

주첨기(위진천); [내관들에게 들으니 지난 몇 달동안 아버지의 간병을 하시느라 잠을 거의 못 주무셨다던데...] 황태자비의 손목을 한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손등을 쓰다듬으며

황태자비; [쓸데없는 소리들을...] 한손을 주첨기(위진천)의 손에 잡힌 채 환관들 흘겨보고

환관들 주눅이 들어 황태자비의 시선을 피하고

황태자비; [먼 길 오느라 피곤할 테니 어서 가서 쉬도록 해라.] 슥! 주첨기(위진천)의 손에서 자기 손을 빼며 말하고. 좀 새침하게

주첨기(위진천); [어머니가 잠자리에 드시는 걸 봐야 저도 자러가겠습니다.]

황태자비; [고집하고는...] 한숨. 주첨기(위진천)에게 잡혔던 손을 다른 손으로 만지면서

황태자비; [네 아버지에게 탕제를 드시게 한 후 자러 가마. 약속할 테니 그만 돌아가거라.] 좀 쌀쌀 맞은 표정으로 말하고

주첨기(위진천); [그럼 약속하신 걸로 알고 소자 그만 물러가겠습니다.] 포권하며 고개 숙이고. 이어

돌아서 입구쪽으로 가는 주첨기(위진천). 입구를 지키고 있던 두명의 늙은 환관들이 급히 문을 열어준다. 쌍둥이인 이 늙은 환관들은 위태무의 측근들이고 고수들이다. #73>에서 황태자의 거처의 밀실에 위태무가 처음 모습 들어냈을 때 철문을 지키고 있던 그 늙은 환관들이다.

황태자비; [...!] 늙은 환관들이 열어주는 문으로 나가는 주첨기(위진천)의 뒷모습을 약간 찡그리는 표정으로 보는 황태자비. 주첨기(위진천)이 잡았던 손을 다른 손으로 만지면서

탁! 닫히는 문

황태자비; (뭐지 이 생경한 느낌은?) 당혹

황태자비; (마치 외간 사내의 손에 몸이 닿은 것처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몸을 조금 움츠리며 바르르 떨고.

황태자비; (내 속으로 낳은 아들에게 이런 느낌을 받을 까닭이 없는데...) 입술 깨물며 찡그리고

<분명 뭔가 있다!> 황태자비의 얼굴 크로즈 업

 

#189>

황태자의 거처인 그 건물을 밖에서 본 모습. 무기를 지닌 음침한 인상의 나이 지긋한 환관들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고

등을 든 젊은 환관 세 명이 건물 근처를 순찰을 돈다. 삼인 일조인 이 환관들은 황태자의 거처를 지키는 환관들에 비해 젊다. 한 놈이 등을 들고 앞장서고 그 뒤를 칼을 찬 두명의 환관이 따라오는 모습. 건물로 접근하지는 않고 좀 거리를 두고 순찰을 도는 모습. 그러다가

흠칫! 하는 젊은 환관들

주첨기(위진천)이 건물에서 나오고 있는데. 경비 서던 나이 지긋한 환관들이 주첨기(위진천)에게 정중하게 인사한다.

<황태손께서 혼정을 마치고 나오시는군.> <신경 쓰시지 않도록 잠시 여기 서있자구.> 멈춰서며 전음으로 말 주고 받는 젊은 환관들

나이 지긋한 환관들의 배웅을 받으며 황태자의 거처를 등지고 걸어오는 주첨기(위진천).

세명의 젊은 환관들도 옆으로 물러서 길을 터주며 고개를 숙인다.

주첨기(위진천); [밤도 깊었는데 수고가 많다.] 젊은 환관들에게 손 들어 보이며 지나가는 주첨기(위진천). 황송한 표정으로 고개 조아리는 젊은 환관들. 헌데

젊은 환관1; (이건 뭐지?) 세 명의 젊은 환관들 중 등을 들지 않은 두명의 환관중 한 명이 좀 찡그리며 주첨기(위진천)의 뒷모습을 본다.

<모습은 분명 황태손전하이신데...> 주첨기(위진천)의 앞 모습을 배경으로 젊은 환관1의 생각

젊은 환관1; (이유를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지는 건 어째서인가?) (마치 오늘 처음 보는 것처럼...) 멀어지는 주첨기(위진천)의 뒷모습 보며 찡그리고. 그때

젊은 환관2; [뭘 그렇게 보고 있나?] 다른 환관이 환관1을 툭 치고. 흠칫 정신을 차리는 환관1

젊은 환관2; [교대하기 전까지는 쉬지 않고 황태자전하의 거처 주변을 돌아야하는 거 잊었나?] 핀잔 주고. 등을 든 젊은 환관3은 다시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

젊은 환관1; [그... 그래야겠지?] 억지로 웃으며 젊은 환관2와 함께 등을 들고 앞서가는 젊은 환관3을 따라간다.

젊은 환관1; (일 년여 만에 뵌 때문일까?) 곁눈질로 주첨기(위진천)이 걸어간 쪽 보며 갸웃

<황태손께서 마치 딴 사람이 된 것같은 느낌이 든다.> 건물들 사이를 지나가가는 주첨기(위진천)의 모습들 배경으로 젊은 환관1의 생각

 

#190>

황태손 주첨기의 거처. 음침한 인상의 중년 환관들이 지키고 있고. 밤이 깊었지만 그 건물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다. 그러다가

눈 번뜩이며 한쪽을 보는 환관들

그곳으로 오는 주첨기(위진천).

<소주(少主)!> <어서 오십시오.> 전음으로 인사하는 환관들

주첨기(위진천); [준비에는 차질이 없겠지?] 건물 보며 묻고

[정정이 맡은 바 임무를 확실하게 해냈습니다.] 환관 한명이 고개 조아리며 대답하고

주첨기(위진천); [다행이로군.] 환관들 사이를 지나고

주첨기(위진천); [혹시나 삼년여의 세월 동안 살을 섞으면서 쌓인 정 때문에 일을 그르치지나 않을까 우려가 되었었는데...] 끄덕이며 건물 입구로 간다. 건물 입구를 지키던 환관이 급히 문을 열어준다.

 

#191>

건물 내부의 침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침대에는 진짜 주첨기가 축 늘어져 있다. 옷을 제대로 갖춰 입은 모습인데 그런 주첨기 옆에는 얇고 짧아서 야해 보이는 잠옷 차림인 정정이 걸터앉아 주첨기를 내려다보고 있다. 정정이 망토처럼 걸치고 있던 겉옷은 침대 아래 널려있고. 주첨기는 눈을 감고 있는데 비참한 표정이고

정정; (마음이 편치는 않네.) 한숨 쉬며 주첨기를 내려다보고

정정; (비록 주군의 명령이긴 했어도 내 처녀를 바친 사내인데 이렇게 보내야한다니...) 주첨기의 뺨을 쓰다듬고.

파르르 떨리는 주첨기의 눈 꼬리.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정정; [몸을 움직이지는 못하셔도 제 말을 들을 수는 있다는 거 알아요.] 몸을 숙이면서 주첨기의 뺨을 쓰다듬고

정정; [할 수 있을 만큼 절 원망하고 저주하세요. 이렇게 되는 것이 우리의 운명이었으니...] 주첨기의 얼굴에 고개 숙이며 속삭이고.

정정; [그래도 전하에게 안길 때만큼은 진심이었다는 건 알아주셨으면 해요.] 주첨기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하지만

대답하지 않는 주첨기. 눈도 뜨지 않고.

정정; (대놓고 저주하거나 악을 쓴다면 내 마음이 조금은 편할 텐데...) 한숨 쉬며 주첨기의 뺨을 쓰다듬고. 바로 그때

[아무리 너라고 해도 제법 오랜 세월동안 몸으로 쌓아온 정은 쉽게 끊을 수가 없는 모양이로군.] 누군가 말하며 침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드는 정정

주첨기(위진천); [하긴 처녀까지 바친 사내를 제 손으로 처리했으니 마음이 편치 않겠지.] 문을 닫고 들어서는 주첨기(위진천)

정정; [소주!] 급히 침대에서 일어나고

주첨기(위진천); [정정 네 역할과 임무는 끝났다.] 다가오고. 정정은 옆으로 물러서고

주첨기(위진천); [내가 황태손을 다루는 과정에 다소 불편한 장면이 벌어질 수 있으니 나가 있어도 좋다.] 침대 앞에 서며 말하고

정정; [아니옵니다.] 공손히

정정; [천녀가 시작한 일이니 끝도 천녀의 눈으로 직접 보고 싶사옵니다.] 고개 숙이고

주첨기(위진천); [맺고 끊는 게 확실한 게 정정 너의 기특한 점이지.] 끄덕이고

주첨기(위진천); [그럼 네 눈으로 직접 보도록 해라.] 침대로 올라가고

주첨기(위진천); [네 모든 것을 바친 사내가 어떻게 삶을 마치는지를...] 주첨기의 몸에 걸터앉고

정정; [예...] 억지로 웃고

주첨기(위진천); [황태손 전하! 비록 기력은 잃었어도 내 말은 들린다는 거 알고 있소.] 지지지! 벼락이 흐르는 양손을 주첨기의 양쪽 관자노리에 가져가고

주첨기(위진천); [지금부터 본좌는 전하만이 알고 있는 은밀한 비밀을 캐낼 작정이오.] 지지지! 벼락이 이는 양손으로 주첨기의 양쪽 관자노리를 잡고

주첨기(위진천); [착뇌이혼술(窄腦離魂術)이란 걸 쓸 건데...] [이름 그대로 기름을 짜듯 뇌를 쥐어짜는 술법이라 좀 고통스러울 거요.] 지지지! 주첨기의 관자노리를 누르는 벼락이 감도는 주첨기(위진천)의 손

[끄윽!] 눈을 치뜨며 감전당한 모습으로 벌벌 떠는 주첨기

[...]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 돌리는 정정

주첨기(위진천); [고통을 줄이는 방법은 마음을 여는 것이오.] [쓸데없이 저항해서 고통을 자초하지 마시오.] 지지지! 양쪽 팔을 타고 올라온 벼락에 감전되는 모습이 되면서 웃고

[끄아아악!] 처절한 비명을 토하는 주첨기. 고개 돌리며 이를 악무는 정정

 

#192>

황태자의 거처

밀실. 침대에 누워있는 황태자. 주변에서 환관과 의사들이 황태자의 상태를 살피거나 약을 짓고 있는데

퍼덕! 갑자기 세찬 경련을 일으키는 황태자의 몸뚱이.

[헉!] [전하!] 깜짝 놀라 돌아보는 환관과 의사들

황태자; [끄으...] 벌벌 떨며 이를 간다. 일어나려 애쓰는 모습. 눈을 까뒤집은 채

[전하! 고정하시옵소서!] [어디... 어디가 불편하신지요?] 환관과 의사들이 황태자를 누르며 진정시키려 하는데

황태자; [첨기... 첨기가...] 끄윽! 벌벌 떨며 신음하고

[전하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빨리 침구와 비상약을 준비하게.] [알... 알겠습니다.] 의사들 서둘러 침과 약을 준비하고

소란을 눈치 채고 문이 열리며 쌍둥이 늙은 환관들이 들여다본다.

[비마마에게 알려야하지 않겠소?] 침대 주위에 있던 환관들 중 한명이 의사들에게 말하고

[좀 더 두고 봅시다.] [오랜만에 침수에 드시러 가셨는데 방해하면 그렇질 않소이까?] [비마마께는 전하의 용태를 지켜본 후에 보고를 올리지요.] 의사들, 황태자에게 침을 놓고 약을 먹이며 말하고

[그렇긴 하지만...] [전하의 용태가 악화되면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난감한 환관들

노환관1; (별일이로군.) 철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는 두 명의 쌍둥이 늙은 환관들 중 한 놈의 눈이 번뜩이고. 이 환관들은 위태무의 측근들이고 고수들이다

<일단 혼수상태에 빠지면 스스로 깨어나 본 적이 없는 황태자가 갑자기 정신을 차리다니...> 무어라 말하려 애쓰며 일어나려 버둥대는 황태자의 모습 배경으로 늙은 환관의 생각. 의사들이 당황하면서 황태자를 진정시키려 한다.

<설마!> 문득 깨닫는 쌍둥이 늙은 환관

<소주께서 주첨기를 해치우려는 걸 알아차렸단 말인가?> <그렇다면 주원장의 핏줄들이 특별한 영적 능력을 지녔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인데...> 서로를 보며 놀라는 쌍둥이 늙은 환관

 

#193>

황태자 거처 근처의 화려한 건물. 여자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그 건물의 어느 방. 아주 화려한 침실인데 침대 옆에 서있는 황태자비. 황태자비는 거의 알몸 상태인데 궁녀들이 란제리 형의 얇고 짧은 잠옷을 입혀주고 있다.

궁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잠옷으로 갈아입으면서 찡그리는 황태자비

주첨기(위진천)이 자신의 어깨를 꽉 잡아 품에 끌어안던 장면 떠올리는 황태자비

황태자비; (그놈이 제 조부(祖父)를 닮아 호색하다는 소문이 있더니... 심지어 어미에게까지 못된 마음을 품기라도 한 건가?) 입술 깨물고 얼굴 좀 발개지고

황태자비;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고개 젓고

황태자비; (첨기는 영웅호색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계집을 좋아하긴 하지만 천륜까지 저버리는 짓을 할 아이는 아니다.)

황태자비; (그렇긴 해도... 내 몸을 만지던 손길에는 분명 전과 다른 무언가가 실려 있었다.) 입술 깨물고. 자신의 손을 잡고 쓰다듬던 주첨기(위진천)를 떠올리며

황태자비; (아무래도 직접 만나 확인해봐야겠다.) + [장의(長衣;장옷. 여자들의 외출용 의복)를 준비해라.] 궁녀들에게

[예?] [잠자리에 드셔야하는데 겉옷을 왜...] 궁녀들 당황

황태자비; [가볼 곳이 있다. 서둘러라.]

[예 마마!] [잠시만 기다려 주시옵소서.] 서둘러 옷장으로 달려가는 궁녀들.

황태자비; (이 불쾌한 기분을 해소하지 못하면 한숨도 못 잘 것이다.) 커다란 옷장을 열고. 그 안에 든 수많은 옷들을 뒤지며 고르는 궁녀들 보면서 생각하고

 

#194>

내원의 다른 곳. 잘 가꿔진 정원인데

스윽! 정원의 담벼락을 배경으로 무언가 움직인다. 담벼락이 흐늘거리는 느낌이고. 직후

스윽! 망토에 달린 투명한 모자를 벗는 청풍. 얼굴만 드러나고 몸은 여전히 담벼락과 동화된 형태

청풍; (이곳이 자금성의 내원(內院)...) 얼굴을 제외한 온몸이 담벼락과 동화된 채 주변을 살피고. 이하 장면에서 청풍의 모습은 허공에 얼굴이 떠있는 느낌으로 묘사

청풍; (예상했던 대로 여기까지 들어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곁눈질로 근처의 건물을 보고.

<무시 못 할 수준의 무공을 지닌 고수들이 도처에 잠복해있기 때문이다.> 건물 지붕의 그늘에 검은 옷을 입은 환관이 웅크린 채 앉아서 주변을 살피고 있다.

청풍; (아차 실수하면 저들에게 발각될 테고...) (잠입이 특기인 나라고 해도 유령익의 도움이 없었다면 얼마 못 버티고 발각되었을 것이다.) 슥! 유령익의 앞자락 사이로 두 손을 내밀어 서로 반대쪽 자락을 잡은 채 담벼락에서 몸을 떼고. 곁눈질로 지붕 위에 은신한 환관을 보며

청풍; (역사에 왕조가 등장한 이래 황실의 내원은 철저한 금남(禁男)의 구역으로 존재해왔다.) (황제의 핏줄에 다른 사내의 피가 섞이는 걸 막기 위해서인데...) 스윽! 담벼락에서 떨어져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겨 정원을 가로질러 간다. 얼굴만 드러나고 몸은 정원의 주변 사물과 동화된다. <프레데터>의 외계인이 스텔스 능력을 펼치는 것같다. 주변 사물이 좀 이지러져 보이는 정도다.

청풍; (황제의 직계 가족 외에 내원에 드나드는 게 허락되는 건 사내구실을 할 수 없는 환관들뿐이다.) 주변 살피며 걸음을 옮기고

청풍; (만일 환관 이외의 사내가 내원에 들어왔다가 들키면 구족(九族)을 멸하는 극형에 처해지게 된다.) 긴장해서 움직이고. 얼굴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청풍; (그 때문에 황궁의 내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청풍; (상시태감으로 위장한 귀면지존은 이같은 내원의 은밀한 속성을 이용하여 무언가 음모를 진행시키고 있는 게 분명하다.)

청풍; (비록 반 년 간 휴전을 하긴 했지만 귀면지존의 꿍꿍이는 반드시 좌절시키고 말 것이다.) 슥! 생각하며 다시 모자를 뒤집어쓴다. 직후

<할아버지를 시해한 대가를 뼈아프게 치루도록...> 사라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앞쪽에서 불빛이 어른거리더니

다가오는 젊은 환관들. 바로 황태자의 거처 근처를 순찰 돌던 젊은 환관들 세놈이다. 한 놈이 등을 들고 앞장서고 두 놈이 뒤를 따라오는데

뒤 따라오는 젊은 환관들중 한 놈이 오만상을 쓴 채 무언가 생각한다. 주첨기(위진천)의 모습에서 위화감을 느꼈던 젊은 환관1이다.

젊은 환관2; [왜?] 그런 젊은 환관1을 돌아보며 묻고.

등을 들고 앞장 서 가던 젊은 환관3도 흘깃 돌아보고

젊은 환관2; [무슨 생각이 그리도 많냐? 황태자 전하의 거처를 지나온 후로 내내 오만상을 쓰고 있는 거 알아?]

젊은 환관1; [아무래도 이상해.] 고개 갸웃하며

젊은 환관2; [이상하다니? 뭐가?]

젊은 환관1; [자네들은 황태손 전하의 모습에서 뭐 느껴진 거 없나?]

[뭘 느껴?] [글쎄? 난 감히 바로 쳐다보지도 못해서 딱히...] 갸웃거리는 젊은 환관2와 3

젊은 환관1; [내가 유달리 촉이 좋고 민감한 건 알지?]

젊은 환관2; [육감이 예민하기로는 자네가 어지간한 계집들을 간단히 뛰어넘긴 하지.] 끄덕

젊은 환관1; [그런 내 육감이 황태손에게서 뭔가 위화감을 야기하는 걸 감지해냈다 이걸세.]

젊은 환관2, 3; [황태손에게서 위화감을 느꼈다?]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은 소리야?] 어리둥절, 불신의 표정

젊은 환관1; [겉모습은 똑같은데 풍기는 분위기가 전과 달리 느끼하고 음침했었네.] 심각

젊은 환관1; [처음에는 오랜만에 들르셔서 낯설게 느껴진 게 아닌가 했지만...] [불과 일년여만에 사람의 기질이 그렇게 근본적으로 바뀌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네.]

젊은 환관2; [잠깐... 잠깐...] 급히 주변 둘러보며 손을 내밀어서 젊은 환관1의 말을 막고. 등을 든 젊은 환관3도 눈 치뜨며 긴장

젊은 환관2; [그러니까 뭐야?]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 확인하고 젊은 환관1에게 속삭이고. 긴장하고 겁을 먹을 표정

젊은 환관2; [자네 지금 황태손께서 가짜일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젊은 환관1에게 묻고. 젊은 환관3은 겁에 질려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젊은 환관1; [확신은 할 수 없네만...] 목소리 좀 낮추며 주변을 살피면서

젊은 환관1; [황태손이 다른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네.] 진지하게 말하고. 순간

젊은 환관2; [이 사람이...] 콱! 다급히 젊은 환관1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등을 든 젊은 환관3도 사색이 되어 두리번

젊은 환관2; [입 다물어!] [설령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절대 아는 척 해선 안돼!] 젊은 환관1의 입을 틀어막고 주변 둘러보며 겁에 질려서

젊은 환관3; [왕삼 말이 맞다.] [황실의 존폐와 관련된 일은 모른 척 해야만 해.] 다가오고. 역시 주변 둘러보며

젊은 환관3; [나중에 사단이 났을 때 왜 미리 고변을 하지 않았냐고 추궁을 당하기 때문이야.] [자네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 모두 씨 몰살을 당할 수도 있어.] 말 할 때 젊은 환관2는 젊은 환관1의 입을 막았던 손을 떼고

젊은 환관2; [잘 들어 이 친구야.] [방금 그 말이 윗분들 귀에 들어가면 우리 모두 죽은 목숨이야.] 살벌한 표정으로

젊은 환관2; [후환을 대비해서 우릴 살려두지 않을 거란 말일세.] 협박하고

젊은 환관1; [조... 조심하겠네.] 겁에 질려 침 꿀꺽

젊은 환관3; [이십여 년 전 정난의 변 때, 줄 잘못 섰던 내관들이 산 채로 불구덩이에 던져졌다는 거 잊지 말게.] [바로 이곳 금릉의 자금성에서...] 겁에 질려 주변을 둘러보며

젊은 환관2; [우리도 건문폐하를 따르다가 핏줄들까지 싸그리 몰살당한 선배 내관들이 꼴이 될 수 있다는 거 명심해.] 눈 부라리며 젊은 환관1을 윽박지르고

젊은 환관1; [알... 알겠네. 두 번 다시 허튼 소리 입 밖에 내지 않겠다고 약속함세.] 억지로 웃고

젊은 환관3; [알았으면 되었어.] 돌아서고

젊은 환관3; [여기서 너무 지체했네. 빨리 움직이자구.] 앞장 서서 서둘러 가고. 두 놈도 그 뒤를 따라가고. 헌데.

<황태손 주첨기가 가짜일 수도 있다?>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들리고

청풍; (일이 그렇게 된 것인가?) 스윽! 정원의 조경석을 배경으로 얼굴만 나타나는 청풍. 두 손으로 투명한 모자를 벗으면서 눈 번뜩이고. 그런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172>에서 귀면지존이 말하던 장면이다.

 

귀면지존; [피차 초면일 테니 본좌가 소개를 하지!] [네 앞에 있는 그 아이는 본좌의 외아들로 혈태자(血太子)라 불린다.] 청풍의 뒤에서 말하고. 청풍은 혈태자와 마주 선 채 고개만 돌려 돌아보고

회상 끝

 

청풍; (틀림없다!) (이게 바로 귀면지존이 환관으로 위장한 채 황실에서 진행해온 음모의 실체일 것이다!) 흥분하고

<혈태자라는 제 놈의 아들을 황태손 주첨기로 바꿔치기 해서 황실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것!> 스스스! 사라지는 청풍의 모습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195>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2.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