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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 [!] 강변의 산등성이를 따라 달리던 흑사와 백사의 눈이 부릅. 옆을 본다.

화악! 콰드드! 넓은 강의 중심부에서 무애호유선이 침몰하고 있다. 둘로 쪼개져서 침몰하는데 물 밖으로 드러난 부분은 불길에 휩싸여 주변을 대낮같이 밝힌다. 강물에는 천병신기보의 무사들 몇이 허우적 대고 있고

백사; [무애호유선이 침몰하고 있네!] 멈춰서며 손가락질하고

흑사; [여덟째 말대로 진상파란 년이 결국 섭장천에 대한 암살을 시도했군.] 역시 멈춰서며 강쪽을 보고. 이어

흑사; [소수마녀(素手魔女)!] [준비는 되었겠지?] 누군가를 부르고. 그러자

<물론이에요!> 스윽! 어둠속에서 돌연 두 개의 하얀 손이 나타나서 얼굴을 덮고 있던 후드 망토의 모자를 벗는 시늉하고. 손과 함께 팔뚝의 일부가 나타나는 모습

소수마녀; [저희 살인상단의 일처리는 믿으셔도 된답니다.] 쿵!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소수마녀. 소매 밖으로 나온 두손과 얼굴이 눈부실 정도로 하얀 절세미녀. 머리카락과 몸에 걸친 옷은 아주 검어서 어둠과 동화되어 있었다. <보보경천>에 나온 소수마녀 캐릭터를 차용. 살인상단의 단주다.

소수마녀; [본단 소속 수교당(水鮫堂)의 살수들이 수중에서 무애호유선을 따라붙고 있었답니다.] 모자를 벗기 위해 쳐들었던 손을 내리며 요염하게 웃는 얼굴. 배경으로 나레이션. <-청부자객조직 살인상단 단주 소수마녀(素手魔女)>

백사; [수교당이라면 수중살인(水中殺人)에 특화된 자객들이겠구먼.]

소수마녀; [맞아요. 한번 호흡으로 물속에서 반 시진까지 머무르는 게 가능한 인간 물고기들이지요.]

소수마녀; [제 아무리 무애검조라 해도 물속에서 수교당의 살귀(殺鬼)들을 만나면 목을 내놓을 수밖에 없답니다.]

흑사; [단주의 장담이 사실이어야 할 텐데...] 찡그리고

소수마녀; [결과는 머잖아 아시게 될 거예요.] 자신에 차서 강쪽을 보고. 이제 두동강 난 무애호유선은 거의 다 침몰한 상태다. 물 밖으로 나온 일부만 불길에 타고 있고. 그 불길 배경으로 천병신기보의 무사들이 배의 파편을 부여잡고 물 위에 떠서 무애호유선의 침몰을 보고 있다. 그 중에는 신토괴로와 두 명의 중년무사들도 있고

<무애검조건 이청풍이건 방금 전의 폭발에서 죽지 않은 것을 한탄하게 될 테니까요.> 물 위에 떠있는 천병신기보 생존자들 배경으로 소수마녀의 말

 

#36>

무사1;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신토괴로와 함께 있던 중년무사중 한명이 배의 파편을 끌어안고 물에 뜬 채 울상. 신토괴로도 굳어진 표정으로 무애호유선이 침몰하는 것을 보고 있고

무사2; [저 정도 폭발이 일어나려면 벽력탄이 동시에 열 개 이상 터져야하는데...] 역시 침몰하는 무애호유선을 보면서

무사1; [하지만 무애호유선에는 화기의 반입이 없었지 않는가?]

무사2; [그게 이해가 안된단 말일세.] [있지도 않은 폭약이 터지는 일이 발생하다니...] 역시 당혹한 표정

신토괴로; (그 상자...) 눈 부릅뜨며 진상파가 들고 계단을 올라가던 거궐신검의 상자를 떠올리고

신토괴로; (신검 거궐이 들어있는 그 상자는 상파가 따로 마련한 것이었다.)

신토괴로; (겉보기에는 나무 상자같았지만 아마 그것은 화약을 극도로 압축시켜 만들었을 것이다.)

신토괴로; (상파, 그것이 처음부터 제 아비의 복수를 염두에 두고 무애검조를 만나러 왔다는 것인데...)

신토괴로; (무애검조와 상파의 생사가 불면해진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신토괴로; (무애검조가 무애호유선을 타다가 변을 당했으니 제왕성은 우리 천병신기보에 책임을 물려고 할 게 뻔하다.)

신토괴로; (비록 무애검조가 사라졌다 해도 제왕성의 힘을 여전히 천하무적!)

신토괴로; (그저 병장기만 만들어온 우리 천병신기보는 제왕성이 공격할 경우 속수무책으로 궤멸당할 수밖에 없다.) 심각한 표정. 그때

쿠쿠쿠! 치치치! 무애호유선의 나무지 부분이 모두 물속으로 잠기면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이에 강물 위는 칠흑같은 어둠에 덮인다.

신토괴로; [주변에 생존자가 있는지 확인해라!] 천병신기보의 생존자들에게 외치고. 모두 돌아보는 생존자들

신토괴로; [무엇보다 소보주의 생사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라.] [시신은 물론이고 유류품이라도 확보해야만 한다!]

[예 장로님!] [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억지로 대답하는 천병신기보 생존자들. 하지만

무사3; [이 난장판에서 어떻게 소보주의 종적을 찾는단 말인가?] + 무사4; [폭발이 일어난 선실로 들어가는 걸 봤으니 살아있을 가능성은 없는데...] 울상 지으며 대충 주변을 둘러보는 시늉하는 생존자들.

무사3; [불붙은 배의 잔해까지 모두 갈아 앉아서 어둡기도 하고...] 물속을 들여다보던 무사 한명 흠칫! 하고

쿵! 물속에서 번뜩이는 사람의 눈동자들

무사3; (사... 사람의 눈빛?) 눈 부릅뜨는 그자. 이어

무사3; [조... 조심해라!] [물속에 누가 있다!] 다급히 외치며 몸을 움직이려 하지만. 주변의 생존자들 그자를 돌아보고

콱! 무사3의 발목을 움켜잡는 누군가의 손

물속에서 본 모습. 스킨스쿠버들이 입는 것처럼 몸에 달라붙은 가죽 옷을 입은 자들이 여럿 있다. 입에는 한 뼘 정도 되는 쇠파이프를 물고 있다. 일종의 산소통. 또 눈 부위에는 수경을 쓰고 있다. 그 수경 속에서 번뜩이는 섬뜩한 눈빛들. 그 자들 중 한 놈이 무사3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무기는 한자루 칼을 허리에 차고 한 두 개씩의 작살들을 들고 있다.

무사3; [안... 안돼!] 허우적. 비명. 생존자들이 모두 돌아보고

신토괴로; [장삼! 무슨 일이냐?] 외치지만. 그 직후

무사3; [물... 물속에 자객이...] 푹! 외치면서 물속으로 끌려들어가고. 이어

[으악!] [안돼!] 펑! 푹! 연달아 물속으로 끌려들어가며 비명 지르는 생존자들

물속의 모습. 자객들이 천병신기보의 무사들을 물속으로 끌어 들인 후 죽이고 있다. 목을 조이거나 칼로 베어 죽이고

신토괴로; [강... 강변으로 헤엄쳐가라! 수공에 특화된 자들이다!] 팟! 외치면서 자신이 먼저 강변쪽으로 헤엄쳐 간다.

[으아아!] [히익!] 첨벙! 첨벙! 생존자들 필사적으로 강변을 향해 헤엄쳐 간다.

첨벙! 푹! [으악!] [안... 안돼!] 그 사이에도 연달아 물속으로 끌려들어가는 생존자들

물속에서 벌어지는 학살극. 하지만

<버러지들 사냥은 이 정도로 끝낸다!> <무애검조와 이청풍이란 놈의 생사를 확인해야한다!>

<시간을 허비하면 안된다!> <죽었다면 시체는 하류로 흘러갔을 것이다!> <이 주변 장강 전체를 샅샅이 뒤져라!> 수십명의 자객들이 물속으로 퍼지면서 대화를 나누고

 

#37>

철벅! 철벅! 어둑한 강변. 그곳으로 올라오는 신토괴로와 생존자들

[허억!] [헉!] 철벅 철벅 강변으로 나오는 일행. 십여명

[살... 살았다!] [땅... 땅이다!] [이제 살았어!] 안도하는 생존자들. 강변에 나뒹구는 자들도 있고

무사1; [그... 그자들은 누굽니까 장로님?] 강변의 좀 높은 곳으로 비틀거리며 올라가는 신토괴로를 보며 묻고

무사2; [그자들, 물속에서 물고기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 같았습니다.]

신토괴로; [살... 살인상단!] 헐떡이며 주저앉고. 눕는 게 아니고 주저앉았다

무사1; [살... 살인상단의 자객들이었단 말씀이십니까?] 공포에 질리고

신토괴로; [살인상단에는 각각의 상황에 최적화된 살수조직 여섯 개가 있다.]

신토괴로; [아마 그자들은 물속에서의 살인에 특화된 수교당 소속 살귀들일 것이다.] 이를 바득 갈고

무사2; [살인상단의 살귀들이 무슨 이유로 우리 천병신기보를 공격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겁에 질리고

신토괴로; [놈들은 본보를 노린 게 아닐 것이다.] 이를 갈고

무사1; [그럼...]

무사2; [무애검조를 노리고...] 공포에 질리고

신토괴로; [아마 그렇겠지만...] [감히 본보의 형제들을 해쳤으니 살인상단도 각오를 해야할 것이다.]

신토괴로; [오늘 일을 보고 받으시면 보주께서 본보의 모든 신병이기를 동원해서 살인상단의 씨를 말려버릴 테니...] 이를 가는데

[어머나 무서워라!] 갑자기 누군가 신토괴로의 뒤에서 속삭여서 신토괴로로 하여금 눈을 부릅뜨게 만드는데

소수마녀; [하지만 미안해서 어떻게 하지?] 스윽! 어둠 속에서 나타난 새하얀 손이 신토괴로의 목을 살그머니 쥔다. 하얀 손은 팔뚝 절반정도까지 나타나고. 그와 함께 눈 부릅뜨는 신토괴로의 뒤쪽 어둠 속에 새하얀 소수마녀의 얼굴이 떠오르고

[장... 장로님!] [위험합니다!] 널브러져 있던 생존자들이 돌아보며 비명 지르지만

소수마녀; [늙은이에게는 오늘 일을 알릴 기회가 없으니 말이야!] 콰득! 새하얀 손이 신토괴로의 목을 강하게 움켜잡고

[끄윽...] 눈이 돌아가며 정신을 잃는 신토괴로

[누... 누구냐?] [장로님께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생존자들이 급히 일어나 무기를 뽑으며 외치지만

소수마녀; [이런 짓!] 축 늘어진 신토괴로의 목을 뒤에서 움켜쥐어 쳐들어보이는 소수마녀. 이어

슥! 스윽!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복면을 쓴 자객들. 수십명이다. 검은 옷에 검은 복면을 써서 어둠속에서 잘 안보인다. 눈만 번득이고

[살... 살인상단!] [히익!] 공포에 질리는 생존자들

소수마녀; [포로는 이 늙은이 하나로 족하니 나머진 살려둘 이유가 없겠지.] [죽여라!] 냉혹하게 외치고

순간 질풍같이 생존자들을 공격하는 복면인들

[크악!] [안돼!] [맞... 맞서라!] 비명과 고함. 일방적으로 도살당하는 생존자들

무사1; [히익!] 첨벙! 다시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지만

쫓아가서 죽이는 자객들

퍼억! 피를 부리며 물속에 쳐박히는 무사1

소수마녀; [이제 시작이다!] 그걸 보며 사악하게 웃고

소수마녀; [세상은 곧 우리 살인상단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게 될 것이다.] 호호호! 마녀처럼 웃는 소수마녀. 그 배경으로 죽인 생존자들을 다시 찔러 확인사살하는 자객들

 

#38>

쿠쿠쿠! 거친 급류를 이루며 흘러가는 넓은 강. 여전히 넓지만 좌우로 절벽이 서있어 물살이 좀 급하다.

그 물속 깊은 곳. 공기 방울같은 것이 떠내려간다

거대한 공기방울 같은 것 안쪽에 세명이 쓰러져 있다. 중앙에는 무애검조가 누워있는데 입과 코로 피가 줄줄. 눈을 감고 있다. 무애검조는 오른팔로는 청풍의 허리를 감고 있고 왼손으로는 진상파의 팔을 잡고 있다. 진상파도 입과 코로 피를 줄줄 흘리며 눈을 감고 있다. 청풍은 품에 거궐신검을 안고 있다.

쿠쿠쿠! 거센 급류에 떠내려가는 공기방울같은 것. 이 공기방울은 무애검조가 일으킨 호신강기다.

청풍도 정신을 잃고 있는데

찌릿! 감전되는 느낌을 받고 움찔! 하는 청풍

<찾았다!> <저기 있다!> 누군가의 생각이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고

청풍; (살기?) 생각하고

<괴물... 호신강기로 자신과 두 년놈을 폭발의 충격에서 지켜냈다.> <인간의 몸으로 저런 게 가능하구만!> 다시 들리는 소리들

청풍; (내가 아직 살아있는 모양이다!) 눈 감은 채 생각하고

<아마 폭약이 터지는 순간 사조께서 호신강기를 전력으로 일으켜 나와 진상파를 지켜주신 모양인데...> 떠내려가는 모습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우릴 따라붙은 추격자들이 있다. 혈궁의 끄나풀들이겠지만...) 생각할 때

<섭늙은이는 아직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것같다!> <이 기회에 섭늙은이를 죽이고 이청풍이란 놈을 확보해야만 한다!> <일제히 공격하자!> 다시 들리는 누군가의 생각

청풍; (좋지 않은데...) 천천히 눈을 뜨고

멀리 어둠 속에서 야수의 눈 같은 것들이 반짝이고

쿵! 어두운 물속에서 빠르게 헤엄쳐서 다가오는 수십명의 자객들. 입에는 한 뼘 쯤 되는 금속통을 물었고 눈 부위에는 수경을 꼈으며 몸에는 달라붙는 가죽옷을 입었다. 무기는 칼과 작살들이다. 칼을 차고 작살을 한 두 개씩 들었다.

청풍; (수중 살인에 특화된 자객들이겠구나.) 생각할 때

핑! 슈칵! 작살을 던지는 선두의 자객들

청풍; (작살!) 눈 부릅

슈학! 미사일처럼 날아오는 작살들

텅! 텅! 하지만 작살들은 공기방울같은 투명한 막에 맞아 튕겨지고

청풍; (사조님의 호신강기가 작살들을 막아냈다.) 안도하지만

출렁! 공기방울이 흔들리고

청풍; (아차!) 다급해지고

청풍; (사조님의 내공이 모두 소진되어 호신강기가 사라지려고 한다!) 마구 이지러지는 공기 방울의 벽을 보며 다급해지고

슉! 슈욱! 그 사이에 다시 작살들이 날아들고

텅! 일부 작살은 다시 공기 방울같은 벽에 부딪혀 튕겨지지만

퍼억! 드디어 약해진 공기방울의 벽을 뚫고 들어오는 작살

핏! 그 작살은 아슬아슬하게 청풍의 얼굴 위로 스쳐지나가고. 이어

퍼억! 그때까지 세 사람을 감싸고 있던 호신강기가 물방울처럼 터져버리고

청풍; (이런...) 화악! 거센 물살에 휩쓸리며 기겁하고.

슥! 그때까지 청풍을 끌어안고 있던 무애검조의 팔이 풀리며 청풍의 몸이 무애검조와 분리되려 한다. 그 와중에서 무애검조의 왼손은 진상파의 팔을 꽉 잡고 있고

청풍; (사조님의 호신강기가 소멸되었다.) 콱! 한손으로는 거궐신검을 움켜쥔 채 다른 손으로 섭장천의 팔을 잡는다. 이제 세 사람은 서로의 팔을 잡은 채 일렬로 늘어선 모습으로 거센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간다.

<섭늙은이의 호신강기가 사라졌다!> <이젠 마음 놓고 살수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쏴아! 쇄도하는 자객들

<죽이자!> <죽어라!> 슈욱! 슉! 다시 작살을 던지는 자객들

청풍; (이대로는 피할 수 없다!) 날아오는 작살들 보며 생각하고

청풍; (나야 어찌 어찌 대처한다고 해도 정신을 잃은 사조님과 진상파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눈을 부릅뜨고. 이어

청풍; (불멸환혼건!) 눈이 빛나고. 그러자

화악! 주변의 물들이 청풍의 몸으로 흘러드는 것같고. 그러자

콰콰! 세 사람 주변의 물살이 급히 휘돈다. 그러자

화악! 콰당탕! 세 사람에게 날아들던 작살들이 그 물살에 휘감겨 다른 곳으로 날아가거나 서로 부딪힌다.

<제게 무슨...> <물살이 갑자기 변해서 작살들을 다른 곳으로 흘려보냈다!> 놀라는 자객들의 표정. 그러다가

거궐신검을 든 손을 얼굴 앞에 세운 청풍의 얼굴 크로즈 업. 눈이 빛나고 있다

<저놈...> <술법을 써서 물살을 조종하고 있다!> 경악하는 자객들

<작살은 통하지 않는다!> <단병접전(單兵接戰;접근전)으로 직접 치는 수밖에 없다!> 사악! 삭! 칼을 뽑으면서 쇄도하는 자객들

청풍; (수공에 특화된 저자들과 단병접전을 벌여서는 승산이 없는데...) 떠내려가면서 자신에게 쇄도해오는 자객들을 보고.

청풍; (역시 믿을 건 불멸환혼건 밖에 없다.) 다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고

청풍; (물의 기운을 받아들였다가...) 화악! 주변의 물들이 청풍의 몸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같다. 마치 수채 구멍으로 물이 흘러들어가는 것처럼

청풍; (최대치로 뿜어내어 물길의 흐름을 바꾸자!) 눈 부릅뜨고. 그러자

화악! 청풍의 몸에서 다시 물이 뿜어지고

콰콰콰! 주변의 물살이 청풍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살에 의해 갑자기 요동을 친다.

<헉!> <이게 무슨...> <물살이 갑자기 몇배로 거칠어졌다!> <조... 조심해라!> 돌변한 물살에 휘말려 허우적대며 비명 지르는 자객들

콰아! 눈 부릅뜨며 더 강한 물살을 몸에서 뿜어내는 청풍. 그러자

물살이 맹렬히 소용돌이치면서 자객들을 사방으로 날려 보낸다

<크악!> <안돼!> <빠... 빠져 나가라!> 가랑잎처럼 흩날린 자객들이 물속의 바위에 쳐박히거나 물살에 휩쓸려 죽고.

그 소란 통에 청풍과 섭장천도 떠내려 간다.

 

#39>

여전히 깊은 밤. 넓은 강.

강이 한 구비 도는 곳에 자리한 넓은 모래 톱.

콱! 모래톱에 깊이 박히는 거궐신검. 칼집에 꽂힌 채 박히고 그것을 움켜쥔 손이 있다.

청풍; [허억!] 거친 숨을 토해내며 물에서 기는 자세로 빠져나오는 청풍. 모래톱에 꽂은 거궐신검을 말뚝 삼아 움켜쥔 채

이어 다른 손으로 섭장천을 물에서 끌고 나오는 청풍. 섭장천은 정신을 잃었지만 왼손으로 진상파의 팔을 잡고 있다. 진상파도 정신을 잃었고

청풍; [허억! 헉!] 극도로 지친 모습으로 섭장천을 물에서 끌어내는 청풍. 모래 바닥에 박았던 거궐신검을 뽑아든 채 일어나며

청풍; (살... 살았다!) 헉헉 대며 섭장천과 진상파를 모래톱 위로 완전히 끌어올리고

청풍; (역설적으로 물속에 아니었으면 그 자객들의 살수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때까지 잡고 있던 섭장천의 팔을 바로 해주며 섭장천 옆에 무릎을 꿇는다. 거궐신검은 옆에 내려놓고

청풍; [사조님!] 부르면서 섭장천의 가슴에 손바닥을 붙인다.

두근! 두근! 손바닥에 미약하게 느껴지는 심장 박동소리

청풍; (돌아가시진 않았다.) 안도

청풍; (하지만 심장 박동이 아주 미약하면서도 불규칙하다.) 심각

청풍; (대량의 폭약이 폭발하며 일어난 충격파를 호신강기로 막아낸 여파다.) 손바닥을 여전히 섭장천의 가슴에 댄 채로 심각한 표정이 되고

청풍; (당신 혼자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충격파였지만...)

<우리 두 사람까지 보호하기 위해 호신강기를 넓게 펼치시는 바람에 극심한 내상을 입으셨다.> 오른팔로는 청풍의 허리를 끌어안고 왼손으로는 진상파의 팔을 낚아챈 채 눈 부릅뜨는 섭장천. 세상 주변에 공기방울같은 막이 생겨 있고. 그 앞쪽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청풍; (사조님의 온몸의 경맥은 끊기거나 뒤틀려서 성한 곳이 없다.) (뭔가 기사회생의 영약을 드시지 않으면 돌아가실 수도 있다.) 초조하고. 그러다가

청풍; (이게 다 저 계집 때문이다.) 이를 갈며 진상파를 보고

<대체 사조님에게 얼마나 대단한 원한이 있기에 함께 죽을 생각까지 했단 말인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면서 누워있는 진상파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사조님이 잘못 되시기라도 하면 네년을 절대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징! 손바닥에서 빛을 일으켜 섭장천의 가슴에 불어넣어주고. 하지만 그 직후

[!] 오싹! 소름이 돋아서 눈 부릅뜨는 청풍

스윽! 어둠 속에서 새하얀 손이 나타나 청풍의 목을 쥐려 한다. 하얀 손은 팔뚝의 절반정도까지 나타나고. 하지만

스윽! 자연스럽게 옆으로 굴러 피하는 청풍. 콱! 하얀 손은 허공을 움켜잡고

콱! 그러면서 바닥에 내려놓았던 거궐신검을 왼손으로 움켜잡는 청풍.

<어쭈!> 스윽! 어둠 속에서 나타난 또 다른 하얀 손이 다시 청풍의 목을 움켜쥐려 하고

서억! 한쪽 무릎을 꿇는 자세로 일어나 앉으며 오른손으로 거궐신검을 자연스럽게 뽑아서 휘두르는 청풍. 표적은 자기를 잡아오는 하얀 손이고

[!] 슥! 놀라는 기척과 함께 급히 손이 거두어지고. 어둠 속으로 하얀 손들이 사라진다

후두둑! 모래톱에 피가 뿌려진다.

청풍; (조금 얕았네.) 생각하며 휘둘렀던 거궐신검을 거두고. 그러자

소수마녀; [이런 이런...] 스윽! 어둠 속에서 얼굴이 나타나고

소수마녀; [네가 인초 이무외의 자식이라는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은 대가를 제대로 치뤘잖아.] 슥! 이어 다시 나타나는 그녀의 손 하나의 손바닥이 갈라져서 피가 흐른다. 성한 손이 다친 손의 손목을 잡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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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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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장천; [여러 가지 의미로 비범한 아이이니 기억해둬야할 것이다.] 웃으며 무애호유선으로 다가가고

청풍; (여러 가지 의미로 비범하다?) 천을 품속에 넣고

청풍; (어째 의미심장하게 들리는구나.) 생각할 때

진상파; [소녀 진상파가 검조님을 뵈옵니다.] 공손히 고개 숙이고. 신토괴로도 옆에서 고개 숙이고

섭장천; [소림사의 신년법회(新年法會)에서 본 후로 반년만이로군.]

섭장천; [그동안 무공도 많이 증진되어 천수검희라는 별호가 잘 어울리게 되었어.] 자애로운 표정으로

진상파; [과찬이시옵니다.] 새침하게

섭장천; [영조부께서는 안녕하시고?]

진상파; [염려해주신 덕분에 지금도 직접 망치질을 하실 정도로 건강하시옵니다.]

섭장천; [다행이로군!] [천하제일의 장인(匠人)이신 영조부가 정정해야 더 많은 신병이기(神兵利器)들이 세상에 나올 테니...] 끄덕. 이어

섭장천; [이 아이는 노부의 사손이다.] [너와는 두 살 차이가 나지만 동년배처럼 지내도록 해라.] 청풍을 소개하고

청풍; [이청풍입니다.] 포권하고

진상파; [진상파가 소성주님을 뵈옵니다.] 공손하게

청풍; (소성주라...) + [저보다 연상이시니 말을 놓으세요.] 웃지만

진상파; [일개 대장장이 집안의 여식이 어찌 감히 제왕성의 후계자에게 말을 놓을 수 있겠사옵니까?] [가당치도 않사옵니다.] 공손하지만 새침하게 말하고

청풍; (언중유골(言中有骨)이로군.) + [그러시다니 편하실 대로 하세요.] 웃고

진상파; (편할 대로 하라?) + [감사하옵니다.]

진상파; (과연 무애검조가 후계자로 점찍었을 만큼 만만치 않은 애송이네.) 가식적인 미소 짓고. 이어

진상파; [비록 누추한 배지만 저희 천병신기보의 성의이니 받아주시기를 청하옵니다.] 섭장천에게 말하고

섭장천; [이 배가 누추하다면 화려한 배는 어떤 것인지 짐작도 가지 않는군.] 웃으며 무애호유선을 보고. 이어

섭장천; [일단 수천 리 물길을 거슬러 어렵게 몰고 왔으니 구경은 해보겠네.] 다리 쪽으로 다가가고

진상파; [모시겠사옵니다.] 섭장천을 안내하려는데

청룡신장과 백호신장이 섭장천보다 앞장서서 진상파를 따라가려 한다.

섭장천; [사신장은 따라올 것 없다.] 앞서가는 두 사람을 보며 말하고

청룡신장; [하오나...] 당황하며 돌아보고. 나무다리로 올라가려던 진상파도 돌아보고

섭장천; [사신장뿐 아니라 누구도 노부를 따라오지 않도록 해라.] [이 배에는 청풍이와 단둘이 승선하겠다.] 청룡신장과 백호신장 사이를 지나며 말하고

청룡신장; [성주님!] + 백호신장; [재고해주십시오.] 사색이 되어 포권하고

패소정; [그렇사옵니다.] + 환설; [저희들이 수행하게 허락해주시옵소서.] 당황하고 다급하게 말하고. 따라온 무사들도 당황하는데

섭장천; [자리를 비울 동안의 일은 총관에게 일임했다.]

섭장천; [숭명도까지 다녀올 동안 총관의 지시에 따르도록 해라.] 말하며 나무다리로 올라가고. 진상파는 돌아보며 올라가고

[성... 성주님...] [부디 재고해주시옵소서.] 사신장들 울상으로 말하지만

대답하지 않고 진상파를 따라 나무다리를 건너는 섭장천. 그 뒤를 따라 올라가는 청풍. 맨 뒤에 신토괴로가 따라 올라간다

청풍; (숭명도까지 다녀오겠다?) 앞서 가는 섭장천의 뒷모습 보며 생각하고

청풍; (장강의 하구에 자리한 숭명도에는 천병신기보의 본가가 자리하고 있다.) (그 숭명도까지 다녀오시겠다는 건 무애호유선을 돌려주러 가신다는 뜻이겠구나.)

진상파; (알아서 졸개들을 떼어버려 주시네.) 무애호유선으로 올라서며 곁눈질로 섭장천을 보고

진상파; (덕분에 방해받지 않고 일을 벌일 수 있게 되었다.) 사악하게 웃는 얼굴. 헌데

 

포구에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두 사람. 살사와 요사인데 둘 다 죽립을 쓰고 있다.

두 사람의 시점. 무애호유선이 포구를 떠나려 한다. 나무다리가 배 위로 올려지고. 선원들이 범선의 돛을 부지런히 다시 펴고 있다.

곧 부두에서 이탈하는 무애호유선. 부둣가 맨 끝에는 사신장과 제왕성 무사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살사; [누님이 보시기에 진가년이 무애검조에 대한 암살을 시도할 것 같소?]

요사; [거의 확실하다.] 끄덕

요사; [혹시 자기가 무애검조의 제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진가년의 기대는 청풍이의 등장으로 수포가 되었다.]

요사; [내 섭혼술에 당한 것도 있고 해서 진가년은 미련없이 무애검조에 대한 암살을 시도할 것이다.] 무애호유선이 포구를 떠나 호수의 중심부로 떠나는 것을 보며

살사; [그 와중에 청풍이놈도 죽을 수 있는데...] 무애호유선을 노려보면서

요사; [죽어버리면 어쩔 수 없지.] 냉소

요사; [청풍이 놈은 살려두면 장차 본궁에 크나큰 우환이 될 게 분명하다.] [이번 기회에 죽어버리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결말이다.]

살사; [그렇긴 하지만...]

그 사이에 무애호유선은 포구에서 상당히 멀리 나가 있고

요사; [우리도 그만 움직이자.] 그걸 보며 돌아서고

요사; [살인상단(殺人商團)의 자객들을 부르러 간 흑사, 백사 오라버니도 곧 동정호 근처로 돌아오실 것이다.] 걸어가며 말하고. 사람들은 요사를 보고 뿅 가고.

 

#31>

무애호유선의 선수. 신토괴로가 조타를 잡고 있고 그 뒤에 청풍과 섭장천이 서서 다가오는 호수를 보고 있다. 두 사람 옆에는 진상파가 서있다.

선원들이 열심히 돛대를 조작하고 있고. 이미 군산은 상당히 멀어져서 사람들이 잘 안보인다.

섭장천; [배의 규모에 비해 선원의 숫자는 많지 않군.] 갑판 위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선원들을 보며

진상파; [무애호유선에 저희 천병신기보의 기술력이 총 집약된 덕분이옵니다.] 옆으로 고개 조금 숙이며 대답하고

진상파; [추진력을 얻는 돛의 방향을 이곳에서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어서 사람이 많이 필요하진 않사옵니다.] 조타 옆에 붙어 있는 여러개의 레버를 가리키고

섭장천; [사람이 노를 젓지 않고도 배를 원하는 대로 몰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기술력이지.] 끄덕이고

진상파; [어디로든지 물길만 이어지면 갈 수 있으니 분부를 내려주세요.]

섭장천; [그럼 동정호를 나가서 장강을 따라 동해 쪽으로 내려가 주게.]

진상파; [동해쪽으로 말씀이옵니까?] 흠칫! 하고.

신토괴로도 조타를 하다가 긴장해서 돌아보고

섭장천; [장강의 하류, 정확히 말해서 숭명도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리겠는가?]

진상파; [물길을 따라 내려가는 것이니 올라올 때 걸린 시간의 절반쯤이면 될 것이옵니다.] [대략 닷새 정도로...]

섭장천; [이 무애호유선에 관해 진보주와 할 얘기가 있으니 바로 숭명도를 향해 가주시게나.] 신토괴로에게 말하고

신토괴로; [폐보의 보주께서는 이미 무애호유선을 성주님의 것으로 생각하고 계시는데...] 난감

진상파; [분부 따르겠사옵니다.] 진상파가 신토괴로의 말을 막고

신토괴로; [상파야!] 흠칫! 하며 보지만

진상파; [숭명도를 떠나올 때 할아버지로부터 성주님의 분부는 무엇이든 따르라는 명을 받았었잖아요.] 신토괴로에게

신토괴로; [그렇긴 하다만...]

진상파; [장로님과 저는 그저 성주님의 뜻에 따르면 되지 않겠어요?]

신토괴로; [알겠다.] 한숨. 이어

신토괴로; [분부하신 대로 숭명도까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섭장천에게

섭장천; [그래 주시게.] 끄덕

진상파; [제법 먼 여행이 될 테니 선실로 모시겠사옵니다.] 함께 가자는 시늉하며 먼저 계단을 내려가고

섭장천; [신세를 짐세.] 따라서 내려가고. 청풍도 따라가고

청풍; (천수검희 진상파...) 앞장서서 선실 쪽으로 가는 진상파의 뒷모습을 보는 청풍.

청풍; (마치 폭풍같은 격렬한 감정을 필사적으로 누르고 있는 게 느껴진다.)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조금은 주의를 해서 봐야겠다.> 곁눈질로 뒤를 보며 섭장천과 청풍을 선실로 안내하는 진상파의 얼굴 크로즈 업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은 유심히 진상파를 보고 있고

 

#32>

<-장강> 밤. 드넓은 강. 깊은 밤이라 오가는 배는 거의 없고

불을 밝힌 거대한 범선 한척이 어둠에 덮인 넓은 강 중간에 떠간다. 물론 무애호유선이고. 선실이 이층으로 되어 있는데 이층 선실의 넓은 창문에서 불빛이 흘러나온다. 창문은 통유리로 되어 있고

커다란 등 두 개가 서치라이트처럼 앞을 비추고 있는 선수의 조타실에는 신토괴로가 조타를 하고 있고. 무사1과 무사2가 보조를 한다. 갑판에 무사들은 몇명 없다. 몇 명이 드문드문 서서 주변의 강물을 경계하고 있고

흠칫! 하며 선실쪽을 돌아보는 신토괴로와 무사들. 덜컥! 소리가 들리고

일층의 선실 문이 열리고 나오는 진상파. 한손에는 거궐신검이 든 상자가 들려있다.

신토괴로; (상파 저 녀석이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로...) 찡그리며 볼 때

진상파는 선수쪽은 보지 않고 2층 선실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올라간다.

진상파; (다른 생각은 하면 안된다. 자칫 무애검조의 독심술에 걸려들 수도 있으니...) 긴장하여 굳은 표정으로 계단을 올라가고

진상파; (나는 그저 조부님의 선물을 전해주려는 것뿐이다.) 상자를 보면서 심호흡하고

 

#33>

청풍; [혈궁의 뿌리가 배교(拜敎)인 줄은 몰랐습니다.] 넓고 화려한 선실. 음식과 술이 차려진 탁자에 섭장천과 마주 앉아 대화하고 있다. 선실의 좌우와 앞쪽에는 통유리로 된 커다란 창문들이 있어서 밖의 경치를 볼 수 있다.

섭장천; [혈왕 용극은 배교가 배출한 최고의 기재였단다.]

섭장천; [하지만 배교 교주의 핏줄은 아니어서 홀대를 받았고...] [결국 배교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히고 뛰쳐나온 혈왕 용극이 만든 문파가 혈궁인 것이다.]

청풍; [자기를 길러준 사문을 배신하다니...] [혈왕 용극은 살모사와 다를 바가 없는 인물이었군요.]

섭장천; [배교는 혈왕에게 멸문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그후로도 지속적인 탄압을 감수해야만 했다.]

섭장천; [그래서 배교는 지하로 숨어들어 근근이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 중이다.]

청풍; [배교 입장에서는 혈왕의 후손인 혈궁은 철천지원수겠습니다.]

섭장천; [배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나중에 혈궁을 상대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게다.]

청풍; [혈궁의 각종 술법을 상대하려면 배교의 도움이 필수적이겠지요.] 끄덕이고

섭장천; [비단 혈궁뿐만이 아니다.]

섭장천; [마천루 역시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마교와 닿는단다.]

청풍; [마천루의 시조인 천마 냉각도 마교 출신이었는지요?] 놀라고

섭장천; [혈왕 용극과 달리 천마 냉각은 마교 교주의 직계후손이었다.]

섭장천; [그래서 장차 마교 교주도 될 수 있었지만...] [마교의 종교적인 분위기가 싫어서 마교를 탈퇴한 후 만든 게 마천루란다.]

청풍; [그럼 마교와 마천루는 사이가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겠군요.]

섭장천; [사이가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지난 오백년간 마교의 교주중 절반 이상이 마천루 출신이었다.]

청풍; [마교와 마천루는 사실상 하나의 세력이겠습니다.]

섭장천; [사조가 알기로 마교의 현 교주 역시 마천루 출신이다.]

섭장천; [위진천(威振天)이라고...] [아직 약관도 안된 어린 아이가 얼마 전 마교 교주 지위에 올랐다고 하는구나.]

청풍; [약관도 안된 나이에 마교의 교주가 되다니...] [위진천이란 친구는 불세출의 기재겠습니다.] 눈 반짝

섭장천; [사실 마교의 교주가 되는 건 그리 어려운 게 아니란다.]

섭장천; [등천삼관(登天三關)이라는 세 번의 시험을 통과하면 누구든 마교의 교주가 될 수 있다.]

청풍; [등천삼관...] [하늘을 오르는 세 개의 관문이라니... 소손에게는 엄청난 시험인 것으로 느껴집니다.]

섭장천; [이름만 그럴듯하지 사실 너 정도의 인재라면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는 관문이란다.] 웃고

섭장천; [극마관(克魔關), 승마관(勝魔關), 존마관(尊魔關)이 등천삼관인데...] 말하다가 입구쪽을 보고.

청풍; (누가 왔구나.) 역시 돌아보고. 그때

<소녀 진상파이옵니다.> 문 밖에서 들리는 음성

섭장천; [들어오너라.] 말하고. 청풍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돌아보고

[예...] 달칵! 대답과 함께 문이 열리며 진상파가 들어온다. 왼손에는 거궐검이 든 상자를 들었고 오른손으로 문을 여는 모습이고

청풍; [어서 오십시오.] 문쪽으로 돌아서서 인사하고

진상파; [늦은 시간에 죄송하옵니다.] 청풍은 무시하고 섭장천에게 말하며 문을 닫고

섭장천; [아니다. 잠자리에 들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니 미안해할 거 없다.]

진상파; [저의 조부로부터 이것을 성주님께 드리라는 분부가 있었사옵니다.] 두 손으로 상자를 들고 청풍의 앞을 지나치고

어떤 냄새가 청풍의 코로 흘러들고

청풍; (희미하지만 매캐한 냄새가 느껴지는데...) 불길한 느낌을 받고 진상파가 든 상자를 보고. 하지만 막지는 못하고

섭장천; [진보주가 지나치게 신경을 썼군.] 한숨 쉴 때

진상파; [성주님께서도 마음에 들어하실만한 물건이옵니다.] 슥! 탁자 옆으로 돌아가서 상자를 섭장천의 앞에 내려놓고.

청풍; [제가...] 급히 옆으로 가며 상자 뚜껑을 열려고 손을 내밀지만

섭장천; [괜잖다.] 말하며 두 손으로 상자 뚜껑을 열고

그러자 드러나는 거궐신검

청풍; (검...) 안도하며 다시 물러서고

섭장천; [허어... 이 검은...] 놀라며 눈이 좀 치떠지고

진상파; [알아보시겠는지요?] 탁자 옆에 서서

섭장천; [거궐(鉅闕)!] [춘추전국시대에 살았던 전설의 명장(名匠) 구야자(毆冶子)가 만들었다는 오대명검(五大名劍)중 으뜸인 거궐이로구나!] 좀 흥분된 표정으로 두 손으로 거궐신검을 집어들고

달칵! 상자 바닥에 설치된 삼발이에서 떼어지며 들려지는 거궐

진상파; [거궐은 세상이 인정하는 검중제왕(劍中帝王)이니 성주님께 어울리지 않겠어요?] 아부하면서 슬쩍 상자에 손을 가져가고

섭장천; [영조부의 성의는 고맙지만 노부는 검을 쓰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거궐을 살펴보면서 고개 젓고

진상파; [성주님께는 쓰임새가 없더라도 후계자이신 이공자에게는 유용하지 않을 런지요?] 슥! 거궐신검을 바치고 있던 기러기발에 손가락을 얹고

섭장천; [일리가 있군.] 끄덕

섭장천; [무애호유선은 너무 과한 선물이라 부담스럽지만 거궐까지는 사양하기 어렵구나.] 청풍에게 거궐을 내밀고

섭장천; [사조에게는 필요 없으니 네가 쓰도록 해라.] 청풍을 돌아보며 말하고

진상파; (기회!) 눈 번뜩

청풍; [예!] 대답하며 두 손으로 거궐신검을 받고. 그 직후

딸칵! 상자 안의 기러기발을 강하게 누르는 진상파의 손가락

[!] 거궐신검을 받다가 눈 부릅뜨는 청풍. 섭장천은 진상파가 기러기발을 누르는 걸 보지 못했고

파직! 진상파의 손가락이 누른 기러기 발 아래에서 불꽃이 튄다.

청풍; [뭐하는 짓이냐?] 팟! 고함지르며 오른손을 뻗어 진상파의 손을 잡으려는 청풍. 왼손으로는 거궐신검을 들었고. + 섭장천; [!] 그제서야 흠칫하며 돌아보는 섭장천

진상파; [호호호! 늦었다!] 웃으며 뒤로 휙 물러서고

진상파; [다 함께 죽자!] 독기서린 표정으로 악을 쓸 때

번쩍! 강렬한 빛을 내며 폭발하는 상자. + [!] [!] 그걸 내려다보며 경악하는 청풍과 섭장천

 

#34>

신토괴로와 중년 무사 둘이 있는 조타실

신토괴로; [전방 주시를 태만히 하면 안된다.] 조타를 하며 좌우의 무사들에게 말하고

신토괴로; [암초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제 아무리 무애호유선이 튼튼하다 해도 심각한 사태가...] 번쩍! 말하는 신토괴로의 뒤쪽에서 강렬한 빛이 일어난다. 눈 치뜨는 신토괴로와 중년 무사들

꽈앙! 무애호유선 전체를 보여주고. 선실 이층에서 아주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 범선의 선실 전부가 밖으로 터지는 모습

[헉!] [큭!] 뒤돌아보던 신토괴로와 무사들 기겁. 투쾅! 화악! 그들 쪽으로 화염과 파편들이 우박처럼 쏟아지고

[으악!] [크악!] 갑판에서 경비 서던 무사들이 폭발에 휘말려 허공으로 날아가며 비명 지르고

콰드득! 돛대들이 자끈동 부러지고

화악! 무애호유선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고

신토괴로; [조심해라!] 펑! 퍼펑! 흔들리는 배 위에서 장풍을 내쳐서 날아드는 파편들을 쳐내고. + [헉!] [안돼!] 두 팔로 얼굴과 머리 가리며 비명 지르는 무사들의 몸 주위로 파편들이 우박처럼 쏟아질 때

콰쾅! 쾅! 부러진 돛대들이 무애호유선 갑판으로 쓰러지며 강한 충격을 가하고. 그러자

쩌적! 콰드득! 무애호유선이 폭발로 날아간 선실을 중심으로 둘로 쪼개진다

[침... 침몰합니다!] [배가 쪼개집니다!] 중년 무사들 비명. 눈 부릅뜨는 신토괴로

콰콰쾅! 콰직! 그대로 둘로 쪼개져 침몰하는 무애호유선. 윗부분을 불길에 휩싸여 있고

[안... 안돼!] [아아악!] [크악!] 둘로 쪼개져 침몰하는 무애호유선과 함께 강에 빠지면서 비명 지르는 무사들. 신토괴로와 두 중년 무사도 허우적대며 강물로 추락한다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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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제왕성. 정오가 가까운 시간

연무장에서는 사람들이 흩어졌고

 

섭장천의 거처. 여전히 패소정과 환설이 건물 입구를 지키고 있고

방안. 청풍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눈을 감고 있고. 섭장천이 의자에 앉아서 보고 있다.

섭장천; (그 아비에 그 아들이구먼. 무애검결을 단 한 번 듣고 이치를 깨우치기도 하고...) 청풍을 보며 대견한 표정으로 웃고. 그때

청풍; [휴우...] 참았던 숨을 토해내며 눈을 뜨고

섭장천; [그래 무애검결을 운용해본 감상이 어떠하냐?] 웃고

청풍; [아버지는 외조부의 의심을 살까봐 소손에게 일체 무공은 가르치지 않으셨는데...] 갸웃하고

청풍; [어찌 된 영문인지 사조님의 무애검결은 낯설지가 않습니다.]

섭장천; [네가 이미 깨우친 불멸환혼건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겠지?] 웃고

청풍; [그러고 보니...] 놀라고

청풍; [불멸환혼건은 기운을 쉽게 수렴(收斂;거두어들임)하는 것이 원리인데 무애검결은 기운을 효과적으로 발산(發散)하는 이치를 지녔습니다.]

청풍; [마치 표리(表裏; 겉과 속)처럼 부합(符合)하는 관계인 것같은데...] + [!] 생각하다가 놀라고

섭장천; [이제야 깨달았구나.] 웃고

섭장천; [불멸환혼건과 무애검결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쌍둥이라고 할 수 있다.]

청풍; [혹시 사조님의 무공의 근원이...]

섭장천; [무림에는 사조가 저절로 무학의 이치를 깨달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뿌리가 없는 것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겠느냐?]

섭장천; [네가 생각하는 대로 우리 무애일문(無碍一門)의 무공은 소림사의 전설적인 고승 적신두타님에게 그 연원을 두고 있다.]

청풍; [아!] 놀라고

 

<칠십여 년 전, 과거에 응시했다가 낙방한 사조는 낙양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다가 복우산(伏牛山)에서 길을 잃었었다.> 한밤중 깊은 산속을 허둥대며 달려가는 17-8세 가량의 서생. <천녀유혼>의 장국영 캐릭터. 등에는 책 상자를 짊어지고 있다. 젊은 날의 무애검조 섭장천이다.

<길을 잃고 점점 더 깊은 산중으로 들어간 사조는 산짐승들을 피해 하룻밤 지낼 생각으로 어느 동굴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우우우! 우우! 늑대 우는 소리가 들리고. 그 배경으로 깊은 계곡으로 허둥대며 들어가는 젊은 시절의 섭장천. 계곡 끝에 동굴이 하나 있는데 동굴에서는 약간의 빛이 흘러나온다.

<그곳에서 가슴에 검이 박혀 있는 한구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동굴로 들어서다가 놀라는 젊은 시절의 섭장천. 깊지 않은 동굴 끝에 가슴에 검이 한 자루 박혀있는 시체가 앉아있다.

<오래 전에 죽어 목내이(木乃伊;미이라)가 된 그 시신은 염주를 지닌 것으로 보아 생전에는 승려신분이었던 것 같았다.> 미이라가 된 적신두타의 모습. 목에는 염주를 걸고 있고 가슴에는 검이 관통해있다. 검은 날이 투명해보인다. 이 검은 마교의 전설적인 마검 생사교다. 생사교는 <건곤일척>에 나온 생사교의 모습을 차용.

<고승의 시신에서 얻은 염주와 날이 투명한 보검에는 심오한 무공비결이 숨겨져 있었다.> 적신두타의 시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에 든 염주를 살피며 놀라는 젊은 시절의 섭장천. 생사교도 적신두타의 시신에서 뽑혀 바닥에 놓여있다.

<그 두 가지 비결을 연구하여 노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무애검결인 것이다.> 검날이 투명한 생사교를 들어 보며 흥분하는 젊은 시절의 섭장천

 

청풍; [사조님께서 복우산의 그 동굴에서 발견한 시신의 주인이 바로 적신두타였군요.] 깨닫고

섭장천; [고목선사와 헤어진 적신두타는 결국 혈궁과 마천루의 추격을 뿌리치지 못하고 소림사에서 멀지 않은 복우산에서 입적(入寂)하신 것이다.] 고개 끄덕이며 상의 속에 두 손을 넣고

섭장천; [이것이 적신두타께서 지니고 계셨던 유품인 모니천강주(牟尼天罡珠)란다.] 슥! 목에서 염주를 벗고

섭장천; [서른여섯 개의 염주로 이루어진 이 모니천강주에는 사조도 미처 풀지 못한 비밀이 적지 않단다.] 염주를 완전히 벗어서 두손으로 들고 보며

섭장천; [네 이야기를 듣기 전에도 복우산에서 뵌 고승의 법신(法身;승려의 시신)이 적신두타셨을 것이라 짐작은 하고 있었다.]

섭장천; [이제 그분이 적신두타셨다는 게 확실해졌으니 이걸 갖고 있다가 소림사에 전해주도록 해라.] 모니천강주를 내밀고

청풍; [분부 받들겠습니다.] 두 손으로 받고

섭장천; [모니천강주에 숨겨진 비결들은 다른 무공으로도 구사하는 게 가능하단다.] 청풍이 염주를 목에 거는 것을 보며

섭장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조가 굳이 검결로 만든 것은 적신두타를 입적하게 만든 보검 때문이었다.]

섭장천; [생사교(生死橋)라는 이름의 그 보검에서 삼초(三招)로 이루어진 초식을 찾아내었었던 것이다.]

청풍; [생사교... 생과 사를 가르는 다리!] [정말 무서운 이름입니다.] 침 꿀꺽

섭장천; [무섭지!]

섭장천; [생사교는 예리할 뿐 아니라 가공할 살기를 지니고 있어서 죽이지 못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섭장천; [아마 마교(魔敎)에서 유래한 마물 같은데...]

 

<사조는 처음 무림에 출세했을 때 생사교를 무기로 썼고... 생사교의 살기에 휘둘려 불과 일년 사이에 천명 가까운 인명을 살상하고 말았다.> 젊은 시절의 섭장천이 생사교를 들고 마귀처럼 웃고 있고 그 주변에 수많은 시체가 널려 있다

 

청풍; (맙소사!) 놀라고

청풍; (이렇게 인자하신 사조께서 불과 일 년여 만에 천명 가까운 인명을 살상했던 적이 있었다니...)

섭장천;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사조는 강호를 전율하게 만드는 검귀(劍鬼)가 되어 있었다.] 한숨 쉬고

 

<이에 사조는 생사교를 사람 손이 닿지 않을 곳에 감춰버렸으며...> 황량한 계곡 끝에 있는 연못에 생사교를 던지는 젊은 시절의 섭장천. 연못 물의 색이 검다.

 

섭장천; [저지른 죄의 값을 치루기 위해 평생 독신으로 살 결심을 했었다.] 한숨 쉬고

청풍; (사조님이 후손을 두지 않으신 데에는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섭장천; [비록 자식은 두지 못했지만 사조는 인중지룡 같은 제자를 셋이나 거둘 수 있어서 아무런 아쉬움도 느끼지 못했었다.]

섭장천; [하지만 친 자식같던 제자들은 이십여 년 전 갑자기 실종되어 사조를 낙심하게 만들었었다.]

섭장천; [다행히 그중 막내의 핏줄인 네가 사조를 찾아왔으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구나.] 자애로운 표정으로 청풍을 보고

청풍; [사부님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열심을 내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섭장천; [고난의 세월을 보내고 끝내 변을 당한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힘을 길러야만 한다.]

청풍; [명심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섭장천; [무애검결을 깨우치느라 머리가 뜨거워졌을 테니 바람을 좀 쐬도록 하자.] 의자에서 일어나고

청풍; [예...] 일어나고

섭장천; [무애호유선을 살펴보겠다. 준비하도록 해라.] 문쪽으로 가며 말하고

<존명!> 밖에서 들리는 음성

덜컹! 이어 문이 밖에서 열리고. 환설이 문을 열어주고 있고. 패소정이 서둘러 월동문을 나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청풍; (사조님 말씀대로다.) 밖으로 나가는 섭장천을 따라 나가며 생각하고

<외조부... 십면혈신에게 피의 값을 받기 위해서라도 나는 반드시 강해져야만 한다.> 건물에서 나오는 청풍과 섭장천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환설은 문을 열어주는 자세로 고개 숙이고 있고

 

#28>

제왕성 아래의 포구. 시간은 오저. 무애호유선이 포구에 정박해있다. 포구에는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모여서 무애호유선을 구경하고 있다. 무에호유선에는 천병신기보의 무사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서있고. 포구에서 무애호유선의 갑판으로 올라가는 나무다리가 놓여있다.

[엄청나구만!] [다른 배들이 장난감같이 보여.] [이게 천병신기보에서 무애검조님께 만들어바쳤다는 무애호유선이로군!] [움직이는 성채 같구먼.] 사람들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무애호유선을 보고

 

선수의 조타석에는 신토괴로가 서있다. 좌우로 중년의 무사들이 서있고

신토괴로; (무애호유선이 포구에 정박한 후로 이미 한 시진이 흘렀다.)

신토괴로; (헌데 아직껏 제왕성에서는 아무런 기별도 없다.)

신토괴로; (본보가 만들어 바친 무애호유선이 마음에 안든다는 건가?) (아니면 지나친 선물이라 부담이 되는 것인가?) 생각할 때

무사1 흠칫! 하며 제왕성 쪽을 보고

구우! 제왕성 쪽에서 비둘기 한 마리가 무애호유선 쪽으로 날아온다.

무사1; [장로님! 제왕성쪽에서 전서구가 날아옵니다.] 손가락으로 비둘기를 가리키고

무사2; [암중에서 본보와 협력하는 인물이 날려보낸 전서구인 모양입니다.] 역시 비둘기를 보고

구우! 선수의 난간으로 날아 내리는 비둘기. 발목에 천을 묶고 있고

무사1; [수고했다.] 비둘기의 발목에 묶인 천을 풀고.

무사1; [여기...] 두 손으로 천을 신토괴로에게 바치고

신토괴로. [음...] 천을 받아서

읽어보는 신토괴로

신토괴로; [...] 천에 적힌 글을 읽으면서 이마가 찡그려지고

<무슨 내용이기에 장로님의 안색이 안좋아지시는 걸까?> 신토괴로의 눈치를 보는 무사들

신토괴로; [조타는 너희들이 맡아라.] 한숨 쉬며 돌아서고

신토괴로; [난 상파에게 다녀와야겠다.] 계단을 내려간다

[예 장로님.] [염려마시고 다녀오십시오.] 굽신대는 무사들

신토괴로; (이런 변수가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찡그리고

신토괴로; (상파가 마음 상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선실로 가고. 근처의 무사들 고개 숙여 인사하고

 

#29>

진상파의 선실. 탁자에 마주 앉아 있는 신토괴로와 진상파. 진상파는 천에 적힌 글을 읽고 있다.

천의 글을 읽는 진상파의 표정이 안좋아지고

신토괴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구나.] 진상파의 눈치를 살피면서

신토괴로; [이청풍이란 놈이 인초 이무외의 아들이라면 제왕성의 후계자는 사실상 정해진 셈이다.]

신토괴로; [그리고 자기 뒤를 이을 후계자가 생긴 마당에 무애검조가 널 제자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봐야한다.] 진상파의 눈치 살피며 말하고

진상파; [절 위해서 걱정해주실 필요는 없어요.] 천을 내려놓으며 새침하게

진상파; [무애검조의 제자가 될 수 있으면 좋은 거고 안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해왔으니까요.]

신토괴로; [그런 마음가짐이었다니 다행이다만...] 안도하고

신토괴로; [무애검조의 제자가 될 기회가 사라진 건 생각할수록 아깝구나.] 일어나고

신토괴로; [제왕성에서 곧 연락이 올 테니 무애검조를 접견할 준비를 하거라.] 돌아서고

진상파; [예...] 무표정하게 끄덕이고

문을 열고 나가는 신토괴로

탁! 문이 닫히며 혼자가 되는 진상파

진상파; [이청풍이라고 했지?] 표독. 이를 바득

진상파; [고맙구나! 네가 나타나 준 덕분에 내 마음 속에 남아있던 한 가닥 미련이 완전히 끊어져 버렸으니...] 이를 갈며 웃고

진상파; [무애검조의 제자가 될 수 없으니 복수만이 내게 남은 선택이 된 것이다!] 광기어린 표정이 되고

 

#30>

무애호유선의 모습. 사람들이 여전히 모여서 구경하고 있는데

뿌우! 멀리서 들리는 소라나팔 소리

구경하던 사람들 놀라 돌아보고.

무애호유선 위의 천병신기보 사람들도 놀라서 제왕성 쪽을 가리키고

제왕성으로부터 일단의 인물들이 나와서 포구로 오고 있다. 청풍과 섭장천이 사신장의 호위를 받으며 포구로 온다. 사신장중 청룡신장과 백호신장이 앞장 서서 걸어오며 사람들을 좌우로 피하게 만든다.

뿌우! 뿌! 그 뒤의 높은 누각에서 제왕성 무사들이 커다란 소라나팔을 불고 있다.

섭장천과 청풍의 모습 크로즈 업. 섭장천은 느긋하게 걸어서 오고 있다. 두 사람 뒤로는 환설과 패소정이 십여명의 나이 든 검객들을 거느리고 따라온다.

무사1; [무애검조가 오고 있다. 빨리 장로님께 보고해!] 무사2에게 급히 외치고. + 무사2; [알았네!] 서둘러 선실 쪽으로 가며 대답하고

 

[저 소년이 인초 이무외님의 아들이로군!] [잘 생겼어!] [후계자가 생겼으니 성주님도 한시름 놓으시겠구먼.] [우리 제왕성을 위해서도 잘 된 일이지.] 좌우로 물러선 사람들이 청풍을 보며 속삭이고

청풍; (사람들의 시선이 마치 바늘로 찌르는 것같이 느껴진다.) 소리없이 한숨 쉬고

<철이 든 이래 어머니와 단 둘이 살다시피 해온 처지라 이렇게 많은 시선에 노출되는 건 영 불편하다.> 뭐라 하는 사람들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사조님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반드시 견뎌내야만 하는 압박이겠지만...) 소리없이 한숨 쉬고. 그때

섭장천; [이것도 네가 갖고 있거라.] 접은 목도리를 내민다. 그림이 그려진 목도리.

청풍; [예...] 두 손으로 받고

섭장천; [무애검결을 배웠으니 네 아비가 그려놓은 그림들이 새롭게 느껴질 것이다.] 앞을 보며 의미심장하게

청풍; [혹시 소손이 알아차리지 못한 게 있는지요?] 흠칫! 하고

섭장천; [어떤 곳의 지명과 지형을 찾을 수 있을 게다.]

청풍; [아버지가 불멸환혼건과 함께 숨겨놓은 장소라면...] 깨닫고

섭장천; [아마 천추각의 위치일 것이다.] 끄덕

청풍; [아!]

섭장천; [너희 가문이 불멸삼성중 무제 이릉의 핏줄임은 알고 있느냐?] 돌아보며

청풍; [예...] 뇌공량을 떠올리고

섭장천; [네게 고조부 되시는 분이 천추각의 마지막 각주셨을 것이다.]

섭장천; [하지만 그 분은 중상을 입은 데다 지독한 독에 중독까지 당하셔서 이지(理智)가 온전치 않으셨다고 한다.]

섭장천; [그 때문에 당신이 천추각의 각주라는 사실만 밝혔을 뿐 무제의 절기는 물론이고 천추각의 소재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하고 타계하셨다는구나.]

청풍; (무제의 후손이시면서 그 지경이 되었다면 혈궁이나 마천루와 관련이 있겠구나.) 눈 번득이고

섭장천; [이가대원에는 네 고조부께서 남기신 단편적인 언행을 기록한 행장이 전해진다고 한다.]

섭장천; [네 아비는 어렸을 때 읽었던 그 행장의 내용을 분석해서 천추각의 소재를 알아낸 것같다.]

청풍; [그... 그럴 수도 있겠어요.] 침 꼴깍

섭장천; [사조의 무공만으로는 혈궁과 마천루를 압도하긴 어렵다.] [가능하다면 천추각을 찾아서 무제의 절기를 수습하도록 해라.]

청풍; [명심하겠습니다.]

섭장천; [다 왔다.] 앞을 보며 말하고. 청풍도 고개 들어 앞을 보고

앞쪽 멀지 않은 곳이 포구. 그곳에 무애호유선이 정박해있고. 무애호유선으로 올라가는 나무다리 앞에는 진상파와 신토괴로가 서있다. 둘 다 공손한 표정과 자세

청풍; [정말 큰 배로군요.] 감탄

섭장천; [천병신기보에서 사조에게 보낸 과한 선물이지.] 한숨 쉬고

청풍; (썩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모양이구나.) 눈치 보며 깨닫고

섭장천; [무애호유선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계집아이를 잘 봐둬라.] 걸어가며 말하고

흠칫! 하며 앞을 보는 청풍.

<천병신기보의 보주인 귀수신장(鬼手神匠) 진무륜의 손녀 진상파라는 아이다.> 짐짓 공손한 자세로 서있는 진상파의 모습 배경으로 섭장천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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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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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 (고목선사의 행장에는 불멸환혼건과 삼성동천의 장보도가 숨겨진 장소가 적혀있었다.) 무애검조가 천의 그림을 보는 것을 보며 생각하고

청풍; (위사백은 그 사실을 뇌사백과 아버지에게 알렸고 세분은 함께 제왕성을 나섰던 것이다.)

 

<다행히 적신두타가 숨겨둔 두 가지 물건은 오백여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온전히 남아있었다.> 어떤 낡은 사당 안에서 사방의 마루 바닥을 부수고 얇고 작은 상자를 하나 꺼내는 위극겸과 이무외. 사당 입구에서는 뇌공량이 서있다가 밖을 보며 긴장한다. 세 사람 모두 20대였다. 뇌공량은 20대 후반, 위극겸은 20대 중반, 이무외는 20대 초반

<하지만 제왕삼신재는 불멸환혼건과 장보도를 찾아낸 직후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검을 뽑으면서 밖으로 나가는 뇌공량. 상자를 열어보던 위극겸과 이무외도 놀라 밖을 본다. 이무외는 얇은 금판을 들었고 위극겸은 천을 한 장 들었다. 금판에는 불멸환혼건의 비결이 적혀 있고 천에는 삼성동천의 위치가 그려져 있다.

<어찌 알았는지 혈궁과 마천루의 고수들이 그곳에 들이닥친 것이다. 아마 고목선사의 행장에 적힌 내용이 어떤 경로를 통해 두 세력에게 흘러들어갔을 것이다.> 계곡 저편에서 수많은 그림자들이 날아온다. 사당을 향해 뭐라 외치며 싸울 준비를 하는 뇌공량. 위극겸과 이무외도 급히 밖으로 나오며 싸울 준비를 한다. 천과 금판을 품에 넣으면서

<제왕삼신재를 공격한 자들은 마천루의 장로들인 십팔마로(十八魔老)와 전대의 혈궁십사(血宮十師)등, 하나같이 절정의 경지에 이른 고수들이었다.> 마귀같은 인상의 고수들과 싸우는 제왕삼신재의 모습. 적의 숫자는 구름같이 많다

<제왕삼신재는 십팔마로와 전대 혈궁십사들을 전멸시키고 포위망을 돌파했으나 그 과정에서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고 말았다.> 뇌공량이 앞장 서서 날아가고. 그 뒤를 위극겸이 이무외를 부축한 채 따라간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세 사람은 다시 혈궁과 마천루의 포위망에 갇힐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뒤에서 새떼처럼 날아오는 수많은 그림자들. 뇌공량이 그자들쪽으로 가면서 뒤돌아 보며 뭐라 외치고. 위극겸이 이무외를 부축한 채 달려간다

<이에 대사형인 뇌공량이 추격을 막는 사이에 보다 상처가 심한 위극겸과 이무외는 현장을 떠나게 되었다.> 위 장면의 연속. 뇌공량이 수많은 고수들과 맞서 싸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배경으로 날아가는 위극겸과 이무외

<위극겸과 이무외는 그러나 오래지 않아 다시 강적들과 조우하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었다.> 날아가다가 돌아보는 두 사람 뒤에서 날아오는 마신 같은 두 명의 인물. 한명은 십면혈신 용백이고 다른 한명은 마천루의 전대 루주인 적면천마다. 적면천마는 머리카락이 산발이고 얼굴이 붉은 색의 거인. 십면혈신 용백 캐릭터는 <투천환일> <아랑힐월> <건곤일척> 등 다른 작품의 <십면혈신> 캐릭터를 사용.

<두 사람 중 이무외는 마천루의 당시 루주였던 적면천마(赤面天魔) 냉적(冷積)에게 따라잡혔으며 격전 끝에 적면천마에게 중상을 입히고 다시 달아날 수 있었다.> 적면천마와 싸우는 이무외. 휘두르는 검에서 채찍같은 기운이 뿜어져 적면천마의 몸을 휘감는다. 적면천마가 내치는 손에서는 집채만한 손의 형상이 뿜어져 이무외를 밀어가고

<하지만 그 얼마 후 이무외는 적면천마에 필적하는 강적과 또 마주치게 되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비틀거리며 달려가다가 눈 치뜨는 이무외. 그 앞쪽에서 십면혈신 용백이 다가오며 웃고 있다.

<바로 혈궁의 궁주인 십면혈신 용백이었다.> 십면혈신의 모습 크로즈 업

 

청풍; (적면천마와의 격전으로 탈진한 아버지는 결국 십면혈신... 외조부에게 생포당하셨다.) 다시 현실. 천의 그림을 보는 섭장천을 보며 생각

청풍; (다만 불멸환혼건은 암기한 후 그것이 적혀 있던 금판을 녹여버려서 외조부에게 빼앗기지 않으셨었다.)

청풍; (그후 외조부는 불멸환혼건을 알아내기 위해 아버지에게 모진 고문을 가하셨지만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청풍; (이에 외조부는 당신의 딸을 아버지에게 강제로 안게 해서 나를 태어나게 만들었다.) (핏줄인 내 목숨으로 아버지를 협박하려고...)

청풍; (그래도 아버지는 끝내 굴복하지 않으셨고... 결국 외조부 손에 죽음을 당하셨지!) 주먹 꽉 쥐고. 그때

섭장천; [무외... 네 아버지는 어찌 되었느냐?] 그림에서 눈을 떼며

청풍; [불멸환혼건을 지키다가... 외조부 손에 죽음을 당하셨습니다.] 고개 떨구며 이를 악물고

섭장천; [십면혈신은 네 아버지를 어떻게 죽였느냐?] 그림에서 눈을 떼며 묻고

청풍; [심장을 뽑아서...] 치를 떨며 눈물 흘리고

섭장천; [심장이 뽑혔단 말이지?] 눈 번뜩

청풍; [제 목숨으로 위협해도 아버지가 굴복하지 않자...] 치를 떨며 울고. 그런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외손자인 저는 죽이지 못하고 대신 아버지를 해쳤습니다.> 두 손이 사슬에 묶여 매달린 이무외의 가슴에 박았던 손을 꺼내는 십면혈신. 그자의 손에는 십장이 들려 있고. 그 뒤에서 괴사와 살사에게 팔이 잡힌 어린 시절의 청풍이 울부짖고 있다.

 

섭장천; [울지 말거라.]

섭장천; [사조가 보기에 네 아버지는 죽지 않았다.]

청풍; [무... 무슨 말씀이신지...] 경악

청풍; [아버지의 심장이 뽑히는 걸 소손의 눈으로 직접 보았는데...] 헉헉

섭장천; [네 아버지는 물론 불멸환혼건을 익히고 있었겠지?] 미소 짓고

청풍; [외조부에 의해 단전이 철저하게 파괴되긴 했지만 불멸환혼건은 극한까지 연마하신 것으로...] + [!] 말하다가 깨닫고 입을 다물고

섭장천; [사조가 잠시 훑어본 것이지만 불멸환혼건을 완전히 익힌 사람이 죽는 것은 오직 세 가지 경우뿐일 것같다.] 다시 천을 보면서

섭장천; [머리가 부서지는 것과 목이 잘려 몸통과 분리되는 것이 그중 두 가지고...] 천의 그림들을 살피고

섭장천; [독에 녹거나 불에 심하게 타버려서 몸뚱이가 형체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가 세 번째다.]

청풍; [그... 그럼...] 흥분과 기대

섭장천; [너 역시 불멸환혼건을 익힌 것같으니 알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심하게 다쳐도 오래지 않아 다친 부분이 원상 복구된다는 것을...]

청풍; [맞... 맞습니다.] 양손을 들어 보이고

청풍; [외조부는 아버지를 협박하기 위해 소손의 손가락을 모두 잘라버렸지만...] 치를 떨고. 손가락도 떨고

청풍; [다시 돋아나기 시작해서 한달 쯤 후에는 원래대로 복구가 되었습니다.] 열 손가락의 색이 다르다. 손가락들이 손보다 색이 옅은 것

섭장천; [실로 독한 심보로구나. 그래도 외손자인데 손가락을 자르다니...] 한숨 쉬고

청풍; [외조부는 심지어 딸인 어머니에게까지 손을 써서 무공을 쓰지 못하게 만드셨습니다.] 입술 깨물며 십면혈신이 잔인하게 웃던 모습 떠올리는 청풍.

섭장천; [쯧쯧! 그 업보를 어찌 감당하려고...] 혀를 차고. 이어

섭장천; [네 외조부가 네 아비의 시신을 불태우거나 녹여버리지는 않았겠지?]

청풍; [어딘가에 유기한 것같지만 아버지의 유해를 훼손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고개 끄덕이고

섭장천; [그럼 아마 네 아비는 어떻게든 살아났을 것이다.] 끄덕이고

청풍; (제발... 제발 사조님의 말씀이 맞기를 바랄 뿐이다.) 흥분과 초조. 그때

섭장천; [총관!] 밖을 향해 말하고. 그러자

<분부하십시오 성주님!> 밖에서 들리는 황보신의 음성

섭장천; [문도들을 모두 연무장으로 집결시켜라.]

섭장천; [무외에게 아들이 있음을 세상이 모두 알게 해야겠다.] 강렬한 표정

[!] 침 꿀꺽! 삼키는 청풍

 

#23>

제왕성. 사람들 분주하게 일과를 준비하고 있는데

둥! 둥! 웅장한 북소리가 들려서 모두 놀란다

높은 누각 위. 거대한 북이 매달려 있는데 거대한 북채로 그 북을 치고 있는 거구의 여자. 물론 패소정이다.

[저 분은...] [사신장 중 현무철후님이시다!] 놀라서 보는 사람들

[현무철후님이 신뢰고(迅雷鼓)를 치고 계신다!] [신뢰고가 울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즉시 연무장으로 모여야만 한다!] 일제히 달려가는 사람들

 

#24>

제왕성 중앙의 드넓은 연무장. 사람들이 이미 빼곡이 모여 있는데 사방의 건물들 사이에서 사람들이 개미떼처럼 모여들고 있다. 연무장 끝의 단상에는 백호신장과 청룡신장이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고.

[대체 무슨 일이야?] [나도 몰라.] [전원 즉시 집합의 지시가 떨어진 걸 보면 일도 보통 일이 아닌 모양인데...] [이거 참 불안하구만.] 사람들 웅성. 그때

백호신장; [정숙!] 손을 들며 외치고

모든 사람들 입을 다물며 단상을 보고

백호신장; [성주님께서 등단(登壇)하십니다.] 뒤쪽을 향해 포권하며 외치고. 청룡신장도 당상 뒤를 향해 고개 숙이고

단상의 뒤쪽. 건물들 사이의 길로 나타나는 일단의 사람들. 섭장천과 청풍이 오고 있고 그 뒤를 환설과 황보신과 십여명의 노인들이 따라온다. 노인들은 제왕성의 원로들이다.

단상으로 올라오는 섭장천. 청풍과 원로들이 따라 올라오고. 단상 위에 서있던 백호신장과 청룡신장이 고개 숙여 인사한다.

모든 사람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단상 중앙에서 멈춰서는 섭장천. 청풍과 원로들은 그 뒤쪽에 멈춰서고. 그때

섭장천; [이러 오너라.] 고개 돌려 청풍에게

청풍; [예...] 다가가고

섭장천; [모두 이 아이를 잘 봐두도록 하라.] 자기 옆에 선 청풍을 가리키며 말하고.

<누구지?> <못 보던 얼굴인데...> 단상 아래 제왕성 수하들 전음으로 주고 받으며 의아해하고.

섭장천; [이 아이의 이름은 이청풍, 노부의 셋째 제자 이무외의 아들이다.]

<맙소사!> <저... 저 소년이 인초 이무외공자님의 아들!> 사람들 경악과 흥분

섭장천; [청풍이는 노부의 사손(師孫)이면서 또한 후계자다.]

섭장천; [그리 알고 앞으로 청풍이를 노부 보듯이 하라!] 준엄하게 말하고.

<당신을 보듯 하라는 것은!> <이청풍을 성주님의 후계자로 삼으신다는...> 환설과 원로들 흥분과 경악. 특히 환설은 놀라 손으로 입을 가리고. 그 직후

[성주님께 충성을!] [소성주님의 귀환을 환영합니다!] [잘 오셨습니다 청풍공자님!] 와아! 와아! 제왕성 사람들 일제히 환호하거나 포권하며 외치고

청풍; (나를... 나를 진심으로 반기고 있다.) 흥분되고 감격된 표정의 청풍. 그 배경으로 들리는 환호성들. 와아! 와아! 청풍공자님! 환영합니다! 잘 오셨습니다! 제왕성을 이끌어주십시오! 하는 소리들

섭장천; [저들의 심정을 잘 헤아리거라.] 청풍의 어깨를 다독이며 웃고

섭장천; [내색은 않고 있지만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노부만 바라보느라 불안했을 것이다.]

섭장천; [그러다가 너같이 영특한 후계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자 안도할 수밖에 없겠지.] 미소 짓고

청풍; [소... 소손은 두렵습니다.]

청풍; [내공도 쓰지 못하는 제가 과연 저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섭장천; [검을 쓰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내공이 아니라 정신이다.]

섭장천; [하물며 넌 불멸환혼건을 수련하여 대자연의 힘을 몸에 담을 수 있지 않느냐?] 진지하게

섭장천; [자신감을 갖고 저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도록 해라.] 청풍의 어깨를 다독여주고

청풍; [사조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섭장천; [노부는 너의 그같은 마음가짐 외에는 더 바라는 것이 없다.] 끄덕이고

섭장천; [이제 그만 저들의 환영에 답례하도록 해라.] 청풍의 등을 다독이고

청풍; [예...] 앞으로 나서고. 그러자

백호신장과 청룡신장이 손을 들고. 그러자

사람들이 환호를 멈추며 일제히 청풍을 주시하고

청풍; [아버지를...] 포권하며 입을 열고

모든 사람들이 주시하고

청풍; [이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기억해주신 여러분들께 깊은 사례를 올립니다.] 포권하고

청풍; [아버지를 대신하여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할 것을 맹세합니다.]

[와아!] [와아!] [소성주님 만세!] [소성주님께 충성을!] [제왕성을 영도하여주십시오 소성주님!] 다시 환호하며 포권하는 제왕성 사람들

가슴 벅찬 표정으로 여기저기에 대고 포권하여 답례하는 청풍

섭장천; (이십여 년...) (그 긴 세월동안 목숨을 이어온 보람이 있구나.) 미소 짓고

<세 아이의 후손 중 한명이 마침내 노부를 찾아왔으니...> 사람들의 환호에 답하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섭장천의 생각 나레이션. 헌데

사람들의 대열 뒤쪽. 몇 명의 사내들이 눈을 번뜩이며 단상 위의 청풍을 보고 있다

<제왕삼신재중에서도 별격(別格)의 존재였던 이무외의 아들...> <이무외의 아들이 제왕성을 찾아왔으니 무림의 정세에 대 격변이 일겠구나.> 그자들을 배경으로 그자들의 생각 나레이션.

 

#25>

여전히 아침. 제왕성이 자리한 군산이 멀리 보이는 호수. 다른 배들이 개미같이 작게 보이게 만드는 거대한 범선이 한척 군산으로 다가간다. 바로 무애호유선이고. 무애호유선 주변은 몇 척의 배가 에워싼 채함께 움직인다. 제왕성 소속의 전투용 쾌속선들이고. 마치 갤리선 같은 그 쾌속선들은 건장한 선원들이 노를 젓고 있다. 선원들 외에도 검을 지닌 무사들이 타고 있다. 모두 무애호유선을 감시하고 있고

무애호유선의 선수에는 여전이 신토괴로가 조타를 잡고 있다. 주변에는 천병신기보의 무사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서있고

무애호유선에서 본 제왕성의 전선들. 무애호유선이 워낙 커서 제왕성의 전선들을 내려다본다.

무사1; [동정호에 들어오자마자 제왕성의 감시가 붙었습니다.] 신토괴로의 좌측에 서있던 중년의 무사가 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제왕성의 전선들을 곁눈질하면서 말하고.

신토괴로; [어쩔 수 없지.] 한숨

신토괴로; [무애검조는 신경 쓰지 않겠지만 아랫것들은 우리 천병신기보를 경계할만한 이유가 있으니...]

무사2; [소갈머리들 하고는...] 신토괴로의 우측에 선 중년무사가 역시 곁눈질로 제왕성의 전선들을 보면서

무사2; [설마 우리들 수십 명으로 호랑이굴이나 다름없는 동정호에서 허튼 짓을 할 거라 생각하는 건가?] 궁시렁 대고

무사1; [그... 그러게나 말일세.]

무사1; [당금 무림에서 누가 감히 제왕성에게 시비를 걸 수 있겠는가?]

무사2; [제왕성의 인간들도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구만.]

신토괴로;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 무애호유선이 제왕성과 무애검조에게 해가 되는 일은 없다.)

신토괴로; (하지만...) 찡그리며 떠올리는 장면. 지난 밤 망토를 두른 진상파가 조타를 잡은 채 어두운 앞쪽을 노려보던 장면이다.

신토괴로; (숭명도를 떠나 장강을 거슬러 오는 동안 보았던 상파의 표정이며 눈빛이 심상치 않았던 게 마음에 걸린다.)

신토괴로; (무리도 아니겠지. 어린 나이에 아비가 할복하는 것을 목격했으니...) 소리없이 한숨 쉬고

신토괴로; (원인이야 어쨌든 상파는 무애검조에게 강요당해서 아비가 자결했다 생각하고 있을 테고...)

신토괴로; (아무쪼록 원한에 눈이 멀어서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할 텐데...)

무사1; [제왕성이 자리한 군산이 보입니다 장로님!] 앞쪽을 가리키고. 이제 군산이 확연히 보인다. 군산에 들어찬 제왕성의 건물들도 보이고

무사1; [이제 그만 소보주님을 깨워야하지 않을런지요?]

신토괴로; [밤새 배를 모느라 피곤할 게다.] [알아서 일어날 때까지 내버려둬라.]

신토괴로; [제왕성에 도착한다 해도 무애검조를 바로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 무사들; [예!] 대답하고

 

#26>

진상파의 선실. 탁자에는 거궐신검이 들어있는 상자가 올려져 있고. 침대에는 진상파가 옷을 입은 채로 반듯하게 누워있다. 눈은 감고 있지만 잠이 든 건 아니고

진상파의 뇌리에 떠오르는 자기 아버지가 배를 갈라 자결하던 모습

주먹 꽉! 쥐어지는 진상파의 손

진상파; (복수...) 이를 악물고

진상파; (아버지의 복수를 하려면 이번 기회를 놓쳐선 안된다.) 눈 꼬리가 떨리고

진상파; (무애검조 바로 앞에서 화약을 터트리면 충분히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좀 찡그리며 갈등하고

진상파; (그럴 경우 나 역시 무사하지 못한다.) (폭발에서 벗어날 수 없을뿐더러 설령 구사일생 한다 해도 제왕성의 인간들에게 끔찍한 보복을 당하게 될 테니...) 입술 깨물고

진상파; (게다가 복수의 후환은 우리 천병신기보에게도 미칠 게 뻔하다.)

진상파; (복수심에 이성을 잃은 제왕성의 인간들이 천병신기보를 그냥 둘 리 없다.) 갈등하는 표정

진상파; (결국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대가로 내 목숨과 우리 가문의 존립을 포기해야 된다는 건데...)

진상파; (내 한 몸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처연한 미소

진상파; (하지만 조부님과 본보의 식구들까지 다칠 것을 생각하면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 망설이고

진상파; (어떻게... 어떻게 해야만 한단 말인가?) 갈등하고. 헌데

 

침대 아래. 바닥에 누워 위를 보고 있는 요사

요사; (그 년 참 갈등도 오래 하고 있네.)

요사; (바람 맞은 갈대처럼 시시각각 마음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게 생생하게 느껴진다.)

요사; (그렇다면 내가 도와줘야겠지? 확고하게 결심이 서도록?)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고. 그러자

 

<상파야!> 눈 감고 누워있는 진상파의 귀에 들리는 속삭임 움찔! 하는 진상파

<내 딸 상파야!> 다시 들리는 음성. 순간

진상파; (아... 아버지?) 경악하고 숨을 멈춘 표정이 되고

<네가... 하나뿐인 딸인 네가 벌써 아비를 잊은 것이냐?> 다시 속삭이는 소리가 진상파의 귀에 들리고

진상파; (틀... 틀림없는 아버지의 음성이다!) 눈 번쩍 뜨며 일어나려 하고

쿵! 침대 옆에 유령처럼 서서 진상파를 내려다보고 있는 진우령. 상의를 풀어헤쳤는데 배가 갈라져서 창자와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끔찍한 모습. 물론 이 모습은 실체가 아니라 요사가 만들어내는 환각이다.

진상파; [악!] 기겁하며 구석으로 물러나 앉고

진우령; <나다. 아비가 널 보러 왔다 상파야!> 입과 코로도 피를 줄줄 흘리는 유령의 모습으로

진상파; [으으으...] 공포에 질려 달달 떨고

진우령; <억울하구나! 아비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스스로 배를 갈라야했단 말이냐?> 피눈물을 흘리며

진우령; <아비에게 자식이라곤 상파 너 하나 뿐이 아니더냐? 설마 너 마저 아비를 죽게 만든 원수를 모른 척 할 생각인 것이냐?>

진상파; [아니... 아니에요 아버지!] 겁에 질려 떨면서도 울고

진상파; [제가... 제가 어떻게 아버지의 원수를 잊을 수 있겠어요?] [다만 식구들이 다칠까봐 망설이고 있을 뿐이랍니다.] 무릎 꿇은 채 울며 애원하고

진우령; <복수를... 복수를 해다오!> 스스스! 진우령의 모습이 흐려지고

<네가 복수를 해주지 않으면 아비는 영원히 원령(怨靈)이 되어 구천(九泉)을 떠돌 것이다!> 스스스 완전히 사라지는 진우령의 모습. 그러자

진상파; [용서하세요 아버지! 못난 딸을 용서하세요!] 엎드려 이마를 침대에 대며 울고

진상파; [반드시... 반드시 아버지의 복수를 제 손으로 할 것을 맹세 드려요!]

진상파; [그러니 소녀를 믿고 이제 그만 영면하세요 아버지!] 침대에 엎드려 우는 진상파. 그러자

요사;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스스스! 침대 아래에서 유령처럼 빠져나오는 요사

요사; (저 계집이 무애검조만 제거해주면 청풍이 놈을 잡아가는 건 식은죽 먹기가 될 것이다.) 스으! 역시 모습이 흐려지면서 사악하게 웃고

<머잖아 천하무림을 뒤흔들 대사건이 이 배에서 벌어지겠지!> 호호호! 스스스! 사라지는 요사의 모습 배경으로 요사의 생각 나레이션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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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선실. 크진 않지만 화려하다. 여자의 방. 갖고. 탁자에 놓인 길쭉한 상자를 열고 있는 진상파. 망토는 벗었고 보검도 탁자에 얹어놓았다.

달칵! 조심스럽게 상자를 여는 진상파. 상자는 나무로 만들어졌는데 상당히 두껍다. 상자 안에는 거치대가 마련되어 있고 그 안에 보검이 한 자루 들어있다. 칼집이 청동으로 만들어져 복잡한 문양으로 덮여있고. 칼집이 상당히 두껍고 넓다. 반면 손잡이는 좀 가는 편인데 손잡이와 칼집 사이에는 손막이가 없다. 고대의 청동검 분위기. 청동기 시대의 검같은 모습이고 손잡이도 복잡하고 정교한 문양으로 덮여있다.

진상파; (춘추전국시대의 명검 거궐(鉅闕)...) 슥!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보검을 집어들고. 검의 손잡이 부분에는 U자형의 거치대가 있다.

진상파; (우리 천병신기보가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보물이다.) (거궐은 무쇠나 구리를 무 베듯 할 뿐 아니라 주인의 위험을 경고하는 신통한 능력도 지니고 있다.) 두 손으로 보검을 든 채 생각하고

진상파; (검을 쓰는 사람이라면 결코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을 지닌 보검인데...) 스릉! 검을 좀 뽑아본다. 완전히 뽑는 건 아니고 한 뼘 쯤 뽑아보고. 날카로운 양쪽의 검날. 그 중앙으로 격자무늬가 길게 새겨져 있다.

진상파; (조부님은 가보인 이 거궐까지 무애검조에게 바쳐 환심을 사시려 한다.) 수치스러운 표정을 짓고

진상파; (하지만 무애검조가 거궐을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찰칵! 다시 검을 칼집에 꽂고. 이어

보검 거궐을 옆에 내려놓고

진상파; (이유는 이 상자에 있다.) 상자를 쓰다듬고

진상파; (겉보기에 나무로 만들어진 것같지만 사실 이 상자는 고 순도의 화약을 극한까지 압착시켜 만든 것이다.) 두꺼운 상자의 단면을 만지고

진상파; (위력은 벽력탄 열 개 정도로 만일 이 상자가 폭발하면 무애호유선조차 침몰하고 말 것이다.) 긴장하고

진상파; (물론 근처에 있는 사람은 제 아무리 무공이 심후해도 죽을 수밖에 없고...)

진상파; (기폭 장치는 바닥에 설치되어 있는 이 거치대다.) 상자 바닥에 설치 된 검의 손잡이를 고정시키는 U자형의 거치대를 만지고

진상파; (이걸 강하게 누르면 내장된 부싯돌이 불꽃을 일으켜 화약을 터트리게 되어 있는데...) 침 꼴깍 삼키고

진상파; (물론 나를 포함해서 무애호유선을 몰고 온 본보의 식구들도 살아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진상파; (천하제일인인 무애검조를 죽이려면 그 정도 희생은 각오해야겠지만...) 강렬한 표정으로 웃고. 헌데

스윽! 선실의 어둑한 구석에서 유령같은 형산이 나타난다. 요사인데 모습이 흐릿해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요사; (저 상자...)

요사; (심각하고 진지하게 다루는 걸 보면 뭔가 장치가 되어 있는 게 분명하다.)

요사; (진상파라는 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엿보러 잠입했는데...) 사악하게 웃고

<어쩌면 생각보다 쉽게 무애검조를 제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내의 모습 배경으로 요사의 생각 나레이션

 

#18>

<-제왕성(帝王城)> 아침. 제왕성 앞의 포구에서는 많은 배들이 들고 난다. 정박해있는 배들도 많고

제왕성으로 날아드는 몇 마리의 비둘기

비둘기들은 높은 건물의 벽에 난 구멍으로 날아든다

 

#19>

제왕성 내의 무애검조의 거처. 월동문이 달린 높은 담장. 월동문 밖에는 여전히 사신장중 청룡신장과 백호신장이 지키고 있다.

월동문 안쪽의 건물. 건물 입구도 두 명의 인물이 지키고 있다. 날렵한 몸매에 붉은 옷을 입은 여자와 덩치가 아주 큰 여자다. 둘 다 검을 들었다. 날렵한 여자는 환설 캐릭터. 덩치가 큰 여자는 패소정 캐릭터. 이 작품에서도 이름은 환설과 패소정인데 환설이 주작신장, 패소정이 현무신장이다. 환설의 붉은 옷에는 봉황의 문양이, 패소정의 검은 옷에는 흰색으로 거북이와 뱀이 뒤엉킨 현무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패소정은 덩치에 어울리는 거대한 검을 지녔다.

 

#20>

황보신; [무애호유선이 악양(岳陽)을 지났다는 소식을 전서구가 전해왔습니다.] 거실에서 무애검조 섭장천 앞에 서서 보고 하고. 섭장천은 탁자를 앞에 두고 차를 마시는 중이다.

황보신; [대략 반 시진 후면 이곳 군산(君山)의 포구에 입항할 것같습니다만...] 눈치를 보며 말하고

섭장천; [실로 먼길을 왔군.] [하물며 장강의 하구인 숭명도에서 이곳 동정호까지는 물길을 거슬러 올라와야하는데...] 찻잔을 입에서 떼고

황보신; [배가 워낙 크기도 해서 몇 번인가는 모래톱에 좌초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섭장천; [천리가 넘는 길을 어렵게 찾아왔는데 홀대 할 수는 없겠지.] 한숨

섭장천; [도착하는 대로 내가 직접 무애호유선에 올라가보도록 하겠네.] 다시 차를 마시려 하고.

황보신; [준비하겠습니다.] 안도하는데

섭장천; [이런...] 웃으며 찻잔을 다시 내리고

황보신; [하명이 있으신지요?] 돌아서려다가 흠칫! 하고

섭장천; [생각지도 않은 반가운 손님이 온 것같구먼.] 좀 흥분된 표정으로 문쪽을 보고

황보신; (생각지도 않은 손님?) 눈 부릅긴장

 

#21>

건물 입구에 서있는 환설과 패소정. 긴장한 표정들인데

[!] [!] 어느 순간 눈 부릅뜨며 바닥을 보는 두 여자

바닥에 길게 드리워진 사람의 그림자

<이런...!> <방심했다!> 이를 갈며 고개 번쩍 드는 두 여자. 손은 검의 손잡이에 대며

쿵! 하늘에서 깃털처럼 천천히 내려오는 청풍. 바람을 타고 흔들흔들리며 내려온다. 목에는 엄마가 준 천을 감고 있는 것 주의

패소정; <소란을 피우면 안된다!> 화악! 거대한 검을 뽑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제왕성 사신장의 일인 현무철후(玄武鐵后) 패소정(覇小鼎)>

환설; <성주님께서 알아차리시기 전에 제압해야 해요!> 슈악! 쩍! 새처럼 날아오르며 발검하여 청풍을 찔러가는 환설. 아주 빠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사신장의 일인 주작신후(朱雀神后) 환설(煥雪)>

쩍! 흔들흔들 날아 내리는 청풍. 그런 청풍의 가슴을 찍어오는 붉은 섬광. 하지만

슈욱! 환설의 검이 찌르려는 순간 깃털처럼 뒤로 밀려나는 청풍의 몸

환설; (이게 무슨...)

<내가 검으로 찔러내는 검기를 타고 깃털처럼 밀려난다!> 뒤로 밀려나 정원의 커다란 정원석에 내려앉으려는 청풍을 배경으로 환설의 생각 나레이션

<놈!> 슈악! 이미 쇄도해서 거대한 검으로 청풍의 허리를 베어가는 패소정의 검. 청풍은 커다란 바위 위에 내려서는 중이고. 하지만

슈우! 역시 패소정이 휘두른 검이 허리 근저에 이르자 그 바람을 타고 다시 옆으로 날아가는 청풍의 몸

패소정; (바람을 타고 난다?) 부악! 경악하며 급정거하면서 휘둘렀던 검을 휘둘러 높이 쳐들고

청풍은 바닥에 내려서고 있고

패소정; <땅속으로도 피할 수 있는지 보자!> 부악! 거대한 검을 수직으로 내리쳐 청풍을 뽀재가는 패소정

자기 머리 위로 내리쳐오는 패소정의 거대한 검을 보며 한숨 쉬는 청풍. 바로 그 때

황보신; [멈추시게!] 문을 열고 나오며 급히 외치고

[!] 눈 부릅패소정. 환설은 황보신을 돌아보고

우뚝! 청풍의 머리 바로 위에서 극적으로 멈추는 패소정의 거대한 검. 하지만

펑! 검이 내리쳐짐 일어난 충격파에 청풍의 주변 지면에 원형으로 폭발이 일어난다. 하지만 청풍은 조용히 서있고

황보신; [성주님께서 고대하시던 귀빈이네. 무례하지 말게.] 문간에 서서 말하고

<성주님께서 고대하시던 손님!> 긴장하고 경악하는 환설과 패소정

패소정; [미처 몰라 뵙고 결례 했습니다 공자! 부디 용서하여 주십시오.] 급히 검을 거두며 청풍에게 고개 숙이고

청풍; [아니에요.] 웃으며 고개 젓고

청풍; [예고도 없이 찾아온 제 잘못이지요.] [소저께서 제게 미안하실 것도 죄스러워하실 이유도 없어요.] 웃으며 패소정을 지나가고

패소정; (성주님과 만나기로 약속한 손님이 아니란 말인가?) 놀라며 환설과 함께 청풍의 뒷모습을 보고. 그 앞에서 황보신이 정중한 자세로 안으로 들어가라는 손짓하고

청풍; [고마워요.] 웃으며 고개 조금 목례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황보신; [별말씀을...] 고개 숙이고. 이어

탁! 청풍이 들어가자 문을 밖에서 닫아주는 황보신

패소정; [총관님!] [방금 전의 그 애송이... 아니 귀빈은 누굽니까?]

황보신; <나도 아는 바가 없네!> 계단을 내려오며 전음을 보내고

황보신; <확실한 것은 방금 전의 그 소년이 당금 무림의 태풍의 핵 같은 존재라는 점일세.> 강렬한 표정

 

#22>

건물 내부. 안으로 들어선 청풍. 뒤에서는 문이 닫히고

섭장천; [어서 오너라.] 의자에 앉아서 미소 지으며 청풍을 보고.

섭장천; [오래... 실로 오랫동안 널 기다렸단다.] 눈가에 약간 눈물이 고이고

청풍; (내가 누군지 한눈에 알아보셨다.) 감격하며 무릎을 꿇는 청풍

청풍; (감사합니다 사조님!) 엎드려 절하고.

<감사합니다!> 뚝뚝! 이마를 바닥에 댄 청풍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바닥을 적시고

섭장천; [올해 몇 살이냐?] 한숨

청풍; [열... 열여섯 살입니다.] 고개 숙인 채 울면서 대답하고

섭장천; [열여섯 살...] [네 아비 무외의 삶이 온전히 불행하지만도 않았겠구나.] 만감이 서린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

청풍; [소손의 어머니는 혈궁 궁주의 딸입니다.] 고개 좀 들고

청풍; [십면혈신... 외조부는 아버지를 회유하기 위해 어머니와 짝을 지어주었던 것입니다.] 목에 두르고 있던 천을 풀고

섭장천; [십면혈신 용백(龍伯)이 사람 보는 눈은 있지.] 한숨. 끄덕

청풍; [아버지는 이것을 사조님께 바치라 하였습니다.] 몸을 좀 일으키며 두 손으로 천을 떠받들고. 천에는 여러 가지 짐승들과 십장생등이 그려져 있다. 짐승들은 용, 호랑이, 봉황과 기린이다. 십장생은 전형적인 십장생의 그림이고

섭장천; [삼성동천과 관련된 것이겠구나.] 손을 내밀고

청풍; [예...] 슈우! 대답하는 청풍의 손에서 뱀처럼 너울거리며 섭장천에게 날아가는 천.

청풍; [삼성동천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인 불멸환혼건으로 알고 있습니다.] 섭장천이 날아든 천을 받아드는 것을 보며 말하고

섭장천; [불멸환혼건... 불멸환혼건...] 중얼거리며 두 손으로 천을 들고 본다

청풍; [아버지는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사령(四靈;네 가지 신령스러운 짐승)과 십장생(十長生)의 그림 속에 비결을 숨겼다고 했습니다.]

섭장천; [그런 것 같구나.] 한숨 쉬며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고

섭장천; [이 그림에 숨겨진 뜻은 노부가 창안한 무애검결(無碍劍訣)을 익힌 사람만이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을 보면서 말하고

청풍; (이십여 년 전, 아버지와 두 분 사백께서는 사조님께는 보고하지도 않고 모처로 갔었다.) 섭장천이 두 손으로 천을 들고 읽는 것을 보며 생각하고

청풍; (사조님께서 걱정하실까봐 몰래 갔던 것인데...) (그 때문에 사조님의 뒤를 이을 예정이던 제왕삼신재가 한 날 한 시에 세상에서 사라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이하 회상

 

<모든 일은 제왕삼신재의 둘째 위극겸이 모친의 위패를 모신 절의 보수공사에 참여하면서 시작되었다. 위극겸은 낡은 불상을 치우는 과정에서 한권의 행장(行狀;죽은 사람의 행적을 적은 글)을 발견한 것이다.> 보수공사 중인 대웅전 내부. 불상을 살피면서 놀라는 인부들과 위극겸. 불상이 있던 자리에 낡은 책이 한권 있다. 위극겸도 현장에 있다는 점 주의

<그 행장은 오백여 년 전에 살았던 그 절의 전대 주지 고목선사(古木禪師)의 것이었는데 실로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위극겸이 들고 보는 낡은 책의 제목. <古木禪師 行狀錄>이라는 글이 표지에 적혀 있다.  

<태행산(太行山) 근처를 지나던 고목선사는 전부터 안면이 있었던 한 인물이 중상을 입고 죽어가는 것을 발견했었다. 그 인물은 바로 소림사의 전설적인 고승 적신두타였다.> 바위 아래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는 알몸의 깡마른 중. 바로 적신두타. 몸에 걸친 것은 아랫도리를 가린 낡은 천과 목에 두르고 있는 굵은 염주뿐이다. 헌데 팔이 하나 부러지고 입과 코로 피가 줄줄 흐르는 처참한 모습이 되어 있다. 몸의 여기저기에 뼈가 드러나는 중상의 흔적. 인자한 인상의 노승이 다가가며 놀란다. 노승이 바로 고목선사

<불멸삼성이 천하제일인. 아니 고금제일인을 가리는 결전에 참관인으로 초청 받았던 적신두타가 치명상을 입은 모습으로 발견된 것이다.> 적신두타 앞에 무릎 꿇고 합장하는 고목선사. 적신두타도 억지로 웃으며 고개를 좀 숙인다. 성한 손은 얼굴 앞에 세워 합장을 대신하고

<적신두타의 말에 의하면 불멸삼성은 자신들의 모든 능력을 발휘하여 난공불락의 금제를 삼성동천 주변에 설치했다고 한다. 구중금천금제(九重禁天禁制)라는 그 금제는 불멸삼성이 각기 세 가지씩의 금제를 설치하여 완성된 것이다.> 어떤 계곡 입구에 서서 두 손을 들고 주문을 외우는 혈왕 용극의 모습. 그 뒤에 천마 냉각, 무제 이릉, 적신두타가 서서 보고 있고

<즉, 불멸삼성이라 해도 다른 두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구중금천금제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아지랑이가 소용돌이치는 계곡 안쪽으로 들어가며 돌아보는 불멸삼성. 합장하는 적신두타

<불멸삼성은 구중금천금제를 발동하기 전에 금제를 해제하는 법을 적신두타에게 알려주었다. 자신들 사이의 승부가 결정되면 신호를 보낼 테니 그때 구중금천금제를 해제해달라면서...> 아지랑이 속으로 들어가는 불멸삼성의 실루엣. 혼자 남아있는 적신두타의 손에 여러 장의 종이가 들려있다.

<마침내 구중금천금제가 발동하여 삼성동천은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격리되었다. 적신두타는 불멸삼성 간의 승부가 나기를 기다리면서 그들이 맡긴 아홉 가지 금제의 해제법을 연구했다.> 계곡 입구가 멀리 보이는 바위 절벽 아래 오두막 비슷한 것을 지어놓고 앉아 여러 장의 종이를 읽고 있는 적신두타

<그후 삼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구중금천금제 안에서는 어떤 신호도 발해지지 않았다> 오두막 앞에 서서 아지랑이같은 것에 덮인 계곡 안쪽을 살펴보는 적신두타

<불멸삼성의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적신두타는 구중금천금제의 해제법에 자신의 심득을 더해서 불멸환혼건(不滅還魂鍵)을 만들었다.> 오두막 안에 앉아서 여러 장의 종이를 보며 연구하는 적신두타

<비록 열쇠(鍵)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불멸환혼건은 진짜 열쇠가 아니라 일종의 내공심법이며 술법이었다.> 넓적한 금판을 들고 좋아하는 적신두타. 금판에는 깨알같은 글이 가득 적혀있다.

<작용하는 이치를 모르면 결코 무너트릴 수 없는 구중금천금제의 힘과 소림사 칠십이절기의 정수가 하나로 녹아들어 만들어진 것이 불멸환혼건인 것이다.> 금판의 상단에 <不滅還魂鍵>이라는 좀 큰 글이 적혀 있다. 그 아래로 깨알같은 글들이 적혀 있고

<불멸환혼건을 익히면 세상의 어떤 힘에도 몸이 훼손당하지 않는다. 구중금천금제의 가공할 위력조차 불멸환혼건을 연마한 사람의 육신을 해치지는 못하는 것이다.> 한밤중. 그 금판을 보며 연구하는 적신두타

<하지만 적신두타는 불멸환혼건의 덕을 보지 못했다. 불멸환혼건을 완성한 직후 일단의 강적들에게 습격을 당해 치명상을 입은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수많은 눈들이 번뜩이고. 그걸 돌아보면서 한숨 쉬며 찡그리는 적신두타

<혈궁과 마천루! 그들이 마침내 삼성동천의 위치를 알아내고 들이닥쳤던 것이다.> 어둠 속에서 튀어나오는 흑의인과 혈의인들. 숫자 미상이고 엄청나게 많다.

<적신두타는 개개인이 절정의 경지에 이른 두 세력의 고수 백여명과 맞서 싸워야만 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의 승리였다. 혈궁과 마천루의 고수들은 최후의 한명까지 적신두타와 맞서 싸우다가 몰살당한 것이다.> 시체로 뒤덮인 계곡 일대. 팔 하나가 부러지고 온몸이 상처와 피투성이로 변한 적신두타가 비틀거리며 서있다.

<비록 두 세력의 정예들을 전멸시켰으나 적신두타 역시 무사하지는 못하여 회복이 불가능한 중상을 입었다.> 위 화면의 적신두타의 모습 크로즈 업

<이에 그는 어떻게든 소림사로 돌아가 삼성동천에 관한 비밀을 남기고 죽으려 했으며 도중에 고목선사를 만나게 된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바위 아래 기대 앉은 채 고목선사와 뭔가 얘기를 하는 적신두타의 모습

<적신두타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불멸환혼건과 삼성동천의 위치를 그린 장보도를 어떤 곳에 숨겨두었었다. 그 장소를 고목선사에게 말해준 후 적신두타는 다시 길을 떠났다. 혹시 있을지 모를 혈궁과 마천루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서...> 비틀거리며 떠나는 적신두타. 그 뒤에서 합장하는 고목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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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어두운 산중. 사당이 한 채 있다. 사당 좌우와 뒤로 커다란 나무들이 서있는데 사당 안에서는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다.

굵은 촛불이 두 개 밝혀진 단상에 환사의 시체가 누워있다. 잘라진 단면을 맞대놓았고 수의를 입혔다. 그 앞에 살사가 앉아서 칼날을 숫돌로 갈고 있다.

스릉! 스릉! 숫돌로 칼날을 세우는 살사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뿜어지고 있고. 핏발 선 눈이 섬뜩하다.

벌어진 살사의 상의 사이로 가슴을 붕대로 감고 있는 게 보이고

살사의 뇌리에 떠오르는 기억. 1> 자신이 뇌공량의 검에 베어지던 장면. 2> 환사가 나무와 함께 섬광에 몸이 토막 나던 장면

<죽일...> 이를 악무는 살사. 츠츠츠!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지고.

살사; (반드시... 반드시 내 손으로 토막을 쳐버리고 말 것이다!) 청풍과 뇌공량을 떠올리며 이를 갈고. 그때

환사; [살기가 너무 짙어!] 갑자기 말을 한다. 눈은 감은 채

살사; [...] 찡그리는 살사. 승! 승! 그러면서도 숫돌로 칼을 가는 걸 멈추지 않고

환사; [살기를 조절하지 못하면 진짜 강적과 싸울 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스윽! 누웠던 자리에서 일어나는 환사의 시체

환사; [너는 내가 했던 실수를 반복하면 안된다 살사!] 우둑! 일어나 앉은 채 고개 돌려서 살사를 보며 말하고

살사; [그만 하시오 아홉째 형님!] 찡그리고

살사; [소제에게 교훈을 내려주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일곱째 형님의 시신을 능멸하면서까지 그럴 거 없소!]  누군가에게 말하고. 그러자

환사; [기분이 좀 풀린 것같으니 다행이로군.] 스윽! 웃으며 다시 원래 자리에 눕는 환사의 시체. 이어

괴사; [일곱째 형님도 당신의 시신이 널 달래는 데 도움이 된 걸 알면 기뻐하실 거다.] 스윽! 살사의 뒤로 유령같이 나타나는 인물. <보보경천>에 나온 괴뢰신군의 모습인데 좀 젊게 묘사. 중년 정도의 나이도. 이자가 혈궁십사의 아홉째인 괴사다.

괴사; [그걸 위안으로 삼고 심기일전해라.]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혈궁십사 서열구위(序列九位) 괴사(傀師)>

살사; [심기일전할 게 뭐 있소? 이게 내 본성인데...] 스응 승! 칼날을 숫돌로 갈며 뚱한 표정으로

괴사; [성미하고는...] 피식! 웃으며 살사 옆에 서고. 이어

괴사; [편히 가시오 일곱째 형님! 형님의 복수를 해줄 형제들은 많으니...] 단상의 환사의 시신에 대고 합장하고. 그 옆에서 살사는 묵묵히 칼날을 갈고 있고.

괴사; [애도는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합장 풀고

괴사; [같이 가자! 다섯째 형님과 여섯째 형님도 도착했으니 인사를 드려야지.] 돌아서고

살사; [흑사(黑師)와 백사(白師) 형님도 오셨소?] 눈 번득이며 숫돌질을 멈추고

괴사;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우리 혈궁십사 전부가 청풍이놈의 추적에 동원되었어야했지만...] 입구로 걸어가며 말하고. 살사는 그 뒤에서 숫돌을 품에 넣으며 일어나고

괴사; [때가 워낙 좋지 않았다.] [무혈마녀 냉상영이 도발을 하는 바람에 혈궁십사의 대부분이 마천루를 상대하는 데 동원되었었으니...] 사당을 나가고

살사; [용설약이 청풍이 놈을 데리고 탈출을 시도한 것도 이같은 상황을 노려서였을 거요.] 따라 나가고

괴사; [상황이 워낙 삼각한 지라 용(龍), 호(虎), 풍(風), 운(雲) 네 분은 궁주님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 완전히 사방을 나서고

괴사; [그래서 나와 흑, 백 두 분 형님만 지원하러 달려올 수 있었다.] 사당을 향해 돌아서고. 살사도 사당을 향해 돌아서고

살사; [결국 궁주님과 사대호령(四大護靈)의 지원 없이 우리들 선에서 청풍이 놈 건을 해결해야겠소.]

괴사; [어째 자신이 없는 듯이 들린다.] 왼쪽 소매 속에서 방울 묶음이 달린 작대기를 꺼내며 살사를 돌아보면서 웃고

살사; [이름도 모르는 놈에게 일곱째 형님을 잃었소.] 이를 부득 갈고

살사; [하물며 청풍이 놈은 지금쯤 무애검조의 보호를 받고 있을지도 모르오.]

살사; [현실적으로 그놈을 사로잡는 게 어렵지 않나 생각하고 있던 중이오.]

괴사; [현실을 직시하게 된 건 바람직한 현상이다.] 딸랑 딸랑! 웃으며 방울을 흔들고. 그러자

콰득! 우두둑! 사당을 좌우와 앞 뒤로 에워싼 고목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흔들리더니

콰드득! 콰득! 사방의 땅 속에서 굵은 뿌리들이 꿈틀거리며 빠져나온다. 마치 문어나 낙지의 다리가 움직이듯이

살사; (괴뢰망량술(傀儡魍魎術)! 사물을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는...) 눈 번득이며 볼 때

딸랑 딸랑! 양팔을 쳐들어 벌리며 무어라 주문을 외우는 괴사. 오른손의 방울은 흔들어 소리를 내면서. 그러자

콰득! 우지직! 사당 주변 땅에서 일어난 굵은 부리들이 일제히 사당을 뒤덮고 휘감는다. 그러자

콰드득! 그대로 무너지는 사당

사당 내무. 환사의 시체 주변으로 무너진 천장의 잔해들이 떨어지고

환사의 시체도 바닥을 뚫고 올라온 가는 뿌리들이 휘감고

콰드득! 사당의 잔해 전체를 땅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나무뿌리들

다욱 강하게 주문 외우며 방울 흔드는 괴사

콰드드! 콰콰! 사당의 잔해를 완전히 땅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뿌리들

콰드드! 그 뿌리들도 흙속으로 스며들어가고

쿵! 완전히 평지가 되어 사당의 잔해가 보이지 않는 사당 있던 자리

괴사; [되었다.] 주문 멈추며 손을 내리고

괴사; [일곱째 형님도 나무들과 한 몸이 되어 영면을 취하시겠지.] 돌아서고

살사; [다섯째, 여섯째 형님들은 지금 어디 계시오?] 따라가며

괴사; [여덟째 누님이 무애검조를 상대할 단서를 찾아낸 것 같다.] [두분은 그걸 확인하고 계신다.]

살사; [그렇소?] 눈 번뜩

살사; [자타가 공인하는 천하제일인인 무애검조를 어떻게 상대한다는 거요?]

괴사; [직접 가서 보도록 해라!] 휘익! 날아가고

살사; (그게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다.) 휘익! 괴사를 따라 날아가고

살사; (청풍이 놈을 무애검조의 손아귀에서 빼낼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강렬한 표정

 

#15>

새벽 무렵. 넓은 강. 아직 어두워서 오가는 배가 없는데. 한 척의 거대한 범선이 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서양식의 범선이라 돛으로 바람을 받으며 가고 있다. 여기저기 등이 걸려있고. 독특한 복장의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이 복장은 천병신기보의 무사들 복장. 다른 작품의 <신장궁> 무사들 복장

높은 절벽 위에 서서 그 범선을 내려다보는 일단의 무리들. 요사와 흑사, 백사다. 흑사와 백사는 다른 작품의 <흑백신귀> 캐릭터

괴사; [막내를 데려왔소이다.] 휘익! 세 사람 뒤로 내려서는 괴사. 살사도 내려서고. 돌아보는 세 사람

살사; [다섯 째 형님! 여섯째 형님!] 포권하고

백사; [어서 와라 막내야.] 돌아보며 끄덕이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혈궁십사 서열육위(序列六位) 백사(白師)>

백사; [네가 일곱째 때문에 절통(切痛)해 한다는 얘긴 여덟째에게 들었다.] 요사를 돌아보며 말하고

살사; [면목이 없을 뿐입니다.] [현장에 있었으면서도 일곱째 형님의 복수를 할 용기도 못내고...] 이를 악물며 고개 숙이고

흑사; [그자와 대적하지 않은 건 현명한 판단이었다.] 말하는 배경으로 나레이션. <-혈궁십사 서열오위(序列五位) 흑사(黑師)>

흑사; [아마 그자가 마교의 삼마존(三魔尊)중 호법마존(護法魔尊)이었을 테니...]

살사; [호법마존!] 눈 부릅

살사; [정말... 정말 그자가 호법마존이었소?] 요사에게

요사; [쓰고 있던 특이한 가면도 그렇고...] [궁주님에 필적하는 무위를 지닌 것으로 볼 때 거의 확실하다.] 끄덕이고

 

<-삼마존! 마교에서 교주보다 오히려 강하다고 알려진 장로들이다. 각기 집법(執法), 호법(護法), 율법(律法)으로 불리며 사실상 마교를 지배하는 절대고수들이다.> 세명의 인물을 보여주고. 한명은 가면을 쓴 뇌공량, 다른 한명은 꼬장꼬장한 노인으로 팔각형의 모자를 썼고 마지막 한명은 얼굴에 민짜 가면을 쓴 백발의 괴인이다. 민짜 가면에는 눈 부위에만 구멍이 나있다.

 

흑사; [우리 혈궁에서도 마교의 삼마존을 상대할 수 있는 건 궁주님과 사대호령 정도다.] 설명하고

흑사; [상대가 삼마존중 한명이었다면 무모하게 복수를 시도하지 않은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살사; [설령 그 작자가 호법마존이었다 해도 반드시 내 손으로 찢어죽이고 말 것이오.] 이를 갈고

백사; [격렬한 복수심을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건 무공의 발전을 위해서도 나쁘지는 않지.] 끄덕

백사; [하지만 호법마존에 대한 복수는 나중 일이고 지금은 청풍이 놈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집중해야만 한다.] 다시 강쪽을 보고.

범선은 돛에 바람을 받고 많이 이동했다

살사; [저 범선이 혹시...] 비로소 범선을 보고

요사; [무애검조의 손아귀에서 청풍이 놈을 낚아채줄 단서가 될 것이다.] 배시시 웃고

살사; [난 무식해서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소이다만...]

요사; [저 배는 천병신기보에서 무애검조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만들어 보내는 무애호유선(無碍豪遊船)이라는 유람선이다.]

살사; [유람선 치고는 지나치게 크고 화려합니다.]

요사; [화려하지.]

요사; [저 정도의 유람선은 아마 황제도 갖고 있지 못할 것이다.]

살사; [천병신기보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엄청난 배를 만들어서 무애검조에게 바치는 거요?]

요사; [오 년 전 무창(武昌)에서 벌어진 학살극을 기억하느냐?]

살사; [파양호(鄱陽湖) 일대의 지배권을 놓고 제왕성과 마교 사이에 벌어졌던 격전 아니오?] [제왕성이 일방적으로 패해서 오백여명이나 학살당한...]

요사; [단순히 무공으로만 따지자면 마교가 제왕성을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요사; [하지만 마교는 몇 가지 치명적인 위력을 지닌 무기를 써서 제왕성의 검객들을 일방적으로 도륙했었다.]

살사; [혹시 마교가 사용한 그 무기들이...] 깨닫고

요사; [천병신기보에서 유출된 것이었다.]

살사; [아!]

 

<무창의 학살극이 벌어지기 몇 달 전, 천병신기보의 당시 소보주였던 진우령(陳宇領)은 관부 소속이라고 신분을 밝힌 인물에게 천보석궁(千步石弓), 백장화통(百丈火筒)등의 강력한 무기들을 판매한 적이 있다.> 삼십대 중반쯤의 자신만만한 인상의 사내가 음침한 인상의 고관 복장을 한 인물에게 무기고를 안내한다. 무기고에는 석궁과 조총등이 상자에 가득 들어 있다. 그런 상자가 어마어마한 규모로 쌓여있고

<진우령의 입장에서는 관부의 고관이 왜구를 토벌하는 데 필요하다며 비싼 값을 쳐준다고 하니 별 의심을 하지 않고 그 무기들을 판매했던 것이다.> 조총을 들어보며 좋아하는 음침한 인상의 사내

 

살사; [헌데 천병신기보에서 무기를 사간 자들이 관부의 인간들이 아니라 마교 소속이었겠소.]

요사; [아무리 무공이 뛰어나도 천보 밖에서 바위를 궤뚫는 위력을 지닌 석궁과 백장 밖까지 쇠구슬을 날려 보내는 화통(火筒;조총)을 당해낼 수는 없지 않느냐?]

살사; [무림인들이 날고 기어봤자 관부의 인간들을 상대로는 이길 수 없는 이유지요.] 끄덕이고

 

<결국 마교와 격돌했던 제왕성의 검객들은 몰살당하고 파양호 일대의 패권은 마교에 넘어갔었다.> 석궁과 조총을 쏘는 백명 이상의 마교도들. 그 앞에서 검을 들고 돌진하다가 화살과 탄환에 맞아 몰살당하는 제왕성 검객들. 장소는 드넓은 호수변의 갈대밭이다.

 

요사; [그후 무애검조가 직접 나서서 마교의 파양호 분타를 쓸어버리면서 제왕성이 최종적인 승리를 하긴 했다.]

요사; [하지만 그때의 피해가 너무 커서 누구보다 온화한 성품의 무애검조조차 불같이 화를 내었고...]

 

<결국 치명적인 무기를 상대가 누군지도 알아보지 않고 판매한 책임을 지고 천병신기보 소보주 진우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었다.> 일본식으로 할복하여 죽는 진우령. 그 방의 문을 열고 들여다보다가 비명을 지르는 13살쯤의 진상파

 

요사; [무애검조는 천병신기보의 후계자가 자살을 하자 모든 일을 불문에 붙이라고 지시했다.]

요사; [하지만 천병신기보 입장에서는 언제 제왕성의 철퇴가 떨어질지 몰라 지난 오년간 전전긍긍해왔다.]

살사; [그러니까 오 년 전에 진 죄에 대한 사죄의 표시로 저렇게 호화로운 유람선을 건조하여 무애검조에게 바친 거겠소.]

요사; [천병신기보는 장강(長江)의 하류, 상해(上海) 근처에 있는 숭명도(崇明島)에 자리하고 있다.]

요사; [숭명도를 떠나 장강을 거슬러 올라오고 있는 저 배를 누가 조종하고 있을 것같으냐?]

살사; [천병신기보의 보주인 진무륜 본인같지는 않고...]

요사; [진상파라는 이름은 들어봤느냐?]

살사; [천수검희(千手劍姬)라 불리는 진무륜의 손녀딸 아니오?] [아직 스무 살도 안되었지만 검법으로는 계집들 중 으뜸이라는...]

요사; [진상파는 진무륜의 손녀다.]

살사; [즉, 진우령의 딸이라는 얘기가 되겠소!] 눈 번뜩

요사; [비록 진우령 자신이 저지른 실수 때문이긴 하지만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은 무애검조라고 할 수 있다.]

살사; [진상파란 년은 무애검조에게 원한을 품고 있겠소.] 깨닫고 눈 번뜩

요사;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다 해도 가슴 깊은 곳에는 원망하는 마음이 있겠지.] 사악하게 웃고

요사; [그리고 내 특기인 섭혼술을 써서 조금만 자극해주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지 않겠느냐?] 사악하게 웃는 얼굴

살사; (진상파로 하여금 무애검조를 암살하게 만들겠다는...) 침 꿀꺽! 눈 치뜨는 살사

 

#16>

밤의 장강을 떠가는 거대한 범선.

무사들이 갑판 여기저기에 서서 경비를 서고 있는데

선수에 마련된 높은 조타실에서 바퀴 모양의 타를 조종하고 있는 여자. 18살 정도의 훤칠한 체격의 소녀. 진상파다. 어깨에 망토를 두르고 있고 허리에는 보검을 한 자루 차고 있다. 외부에 노출된 조타실은 서양의 범선 조타실과 똑같다. <캐러비안의 해적>의 범선들 참조. 조타실에는 몇 명의 선원이 서서 물길을 감시하고 있고

어두운 물길을 노려보며 바퀴같은 조타를 잡고 있는 진상파

그런 진상파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바로 윗씬에서 나오던 진우령이 할복하고 죽은 장면. 어린 시절의 진상파 자신이 문을 열고 들여다보다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진상파; (그후로 오년...) 입술 깨무는 진상파. 배경으로 나레이션. <-천병신기보 소보주 천수검희 진상파(陳祥波)>

진상파; (나는 단 한시도 아버지의 무참한 최후를 잊은 적이 없다.) 입술 깨물고

진상파; (조부님은 아버지의 실수였으니 잊으라 하시지만...)

진상파;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걸 직접 본 난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진상파;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복수를 하고 말 것이다. 아버지를 자결하게 만든 책임은 궁극적으로 무애검조에게 있으니...)

진상파; (내가 검법에 매진해서 마침내 천수검희라는 별호까지 얻게 된 것도 복수를 위한 준비였다.)

진상파; (최상의 복수는 물론 내 손으로 무애검조를 치는 것이지만...) (육십년 세월 동안 무적을 구가해온 그 늙은이를 이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

진상파; (결국 힘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복수를 해야하는 상황인데...) 생각할 때

선수로 올라오는 노인. 꼬장꼬장한 인상. 천병신기보의 원로인 신토괴로. <보보경천>에 나온 것과 동일 캐릭터

신토괴로; [곧 새벽이다.]

돌아보는 진상파

신토괴로; [더 늦기 전에 선실에 가서 눈을 좀 붙이거라.] 다가오며 말하는 배경으로 나레이션. <-천병신기보 원로 신토괴로(神土怪老)>

진상파; [전 괜잖아요 괴로할아버지.]

신토괴로; [늙은이 말 들어라.] 다가와서 타를 잡고

신토괴로; [부시시한 모습으로 무애검조를 배견할 생각이냐?] 진상파를 밀어내고 자신이 타를 잡고. 어쩔 수 없이 밀려나는 진상파

신토괴로; [생각이 많은 건 안다.] 앞을 보며 말하고

신토괴로; [하지만 네가 무애검조의 눈에 들어 후계자가 되는 게 최선의 방법 아니겠느냐?]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진상파; (내 속내를 궤뚫고 계시네.) 한숨

신토괴로; [해가 뜰 때쯤이면 동정호에 들어설 게다.] [얼마 안 남았지만 그때까지라도 좀 자둬라.]

진상파; [알겠어요.] 한숨

진상파; [그럼 수고해주세요.] 선수에서 내려가고

신토괴로; [오냐.] 앞을 보며 말하고

선수에서 갑판 쪽으로 내려가는 진상파. 근처 무사들이 고개 숙이고

신토괴로; [조마조마하구먼.] 한숨

신토괴로; [상파 저것이 아비를 어미보다 더 따랐었는데...]

<아무쪼록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범선의 선실로 들어가는 진상파의 모습 배경으로 신토괴로의 생각 나레이션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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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 [혈궁, 마천루, 천추각...] [어째 건물 규모가 갈수록 작아지네요.] 웃고

뇌공량; [그건 불멸삼성 후손들의 성향 때문이다.] 웃고

뇌공량; [혈왕 용극의 후손들은 어중이떠중이들을 다 받아들여서 거대한 세력을 만들었다.] [그래서 가문의 이름에 궁(宮)을 붙인 것이다.]

<어... 어중이떠중이!> <우리 혈궁을 잡스러운 인간들의 모임이라 비하하다니...> 살사들의 분노

뇌공량; [반면 천마 냉각의 후손들은 순혈주의(純血主義)를 고집해서 냉씨들로만 가문을 이루고 있다.]

뇌공량; [그래서 비교적 규모가 작지만 개개인의 힘은 혈궁이 감히 흉내 내지 못할 정도지.]

청풍; [소수정예인 규모에 걸맞게 큰 건물을 뜻하는 루(樓)를 가문의 이름으로 썼군요.] 끄덕

뇌공량; [마천루의 당대 주인인 무혈마녀 냉상영은 나보다도 나이가 적지만 그 마력(魔力)은 가공, 그 자체다.] 

뇌공량; [타고난 마기(魔氣)가 끔찍해서인데...] [혹자는 무혈마녀 냉상영이 천마 냉각에 필적하는 고수라고도 한다.]

청풍; [무공도 무공이지만 여자가 마천루의 루주라는 게 더 대단하게 느껴지네요.]

뇌공량;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뇌공량; [마천루에 남아있는 천마 냉각의 직계 후손은 냉상영과 그녀의 외아들등 단 둘뿐이다.]

청풍; [아!] 깨닫고

뇌공량; [마천루의 인간들 입장에서는 싫어도 냉상영을 루주로 모실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 끄덕

청풍; [냉씨일족이 손이 귀한 모양이지요? 천마 냉각의 직계가 냉상영과 그녀의 아들뿐이라니...]

뇌공량; [그렇지는 않다.] 웃고

뇌공량; [원래 이십여 년전까지만 해도 천마 냉각의 직계는 서른 명이 넘었었다.]

청풍; [그런데 지금은 냉상영 모자만 남아있다는 건...] + [!] 깨닫고 눈이 휘둥그레

뇌공량; [냉상영이 모두 죽여 버린 때문이다.] [형제자매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자신을 낳아준 부모까지도...]

청풍; [맙소사!] [어떻게 그런 짓을...] 경악과 전율

뇌공량; [무혈마녀...] [냉상영이 괜히 피가 아예 없는 마녀라 불리는 게 아니지.] 한숨을 쉬고

뇌공량; [혹시라도 나중에 냉상영을 만난다면 무조건 도망쳐야만 한다.] 진지하게

뇌공량; [무공의 고하를 떠나서 냉상영의 마기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천하를 통틀어 단 세명뿐이니...] 한숨 쉬고

청풍; [명심할게요.] 침 꼴깍

뇌공량; [무혈마녀 냉상영 다음 서열의 고수는 너도 아마 알고 있을 것이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웃고

청풍; [누군지 짐작이 가네요.] 뒤를 조금 보며 웃고

<결국 십면혈신님을 무혈마녀 아래로 놨구나.> <죽일 놈...> <뭐 아주 일리가 없는 판단도 아니긴 하네.> 환사와 살사와 요사의 반응

뇌공량; [네번째도 아마 네가 모르는 인물일 것이다.] 고기 먹으며 웃고

청풍; [어떤 분인지 기대가 되네요.] 웃고

뇌공량; [소림사의 장경각(藏經閣) 각주인 철의선사(鐵衣禪師)다.]

<소림사의 철의선사?> <소림사 방장도 아니고 장경각의 각주가 십면혈신님에 필적하는 고수라고?> 어이없는 환사와 살사

청풍; [철의선사라는 분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좀 의외이긴 하네요.] 갸웃하고

뇌공량; [철의선사는 평생 옷 한 벌로 살았고 그 옷을 한 번도 빨지 않아 때로 쩔어서 검게 변했다고 한다.]

청풍; [옳거니!] [진짜 쇠로 된 옷을 걸친 게 아니라 옷이 검어서 쇠처럼 보인다고 해서 철의선사라는 별호가 붙었군요.]

뇌공량; [그 양반은 칠십 평생을 장경각에만 틀어박혀있었는데...] [그 긴 세월 동안 뭘 했을 것같으냐?]

청풍; [소림칠십이절기를 수련했겠군요.] 깨닫고

뇌공량; [철의선사는 무애검조님같은 천부의 재능을 타고나진 않았다.] 끄덕

뇌공량; [하지만 끈기와 성실성은 천하제일이라고 할만 했다.]

뇌공량; [옷을 빠는 건 고사하고 먹는 시간도 아까워 하루 한 끼도 안 먹으면서 수련에 매진했다고 한다.]

뇌공량; [평범하게 사는 보통사람으로 따지자면 한 삼백년을 수련한 셈이지.]

청풍; [그래서 소림칠십이절기를 모두 수련했겠군요.]

뇌공량; [천년에 이르는 소림사의 역사를 통틀어도 칠십이절기를 모두 수련한 인물은 다섯명이 채 안된다.] 끄덕이고

뇌공량; [불멸삼성의 결전에 참관인으로 초청 받았던 적신두타도 그 중 한명이고...]

청풍; [보통 사람 삼백년 분량의 수련...] [과연 철의선사라는 분은 십면혈신에 필적하는 고수겠어요.]

뇌공량; [내가 감히 대적하지 못할 다섯번째 인물은 누구일 거 같으냐?]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묻고

청풍; [무제 이릉의 후손들인 천추각의 각주 아닐까요?]

뇌공량; [네 그 대답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청풍; [무슨 말씀이신지 제 아둔한 머리로는 이해가 안 가네요.]

뇌공량; [먼저 천추각은 오래 전에 명맥이 끊겼다.] [그 때문에 당대에 천추각의 각주는 존재하지 않는다.]

청풍; [안타까운 일이군요.]

뇌공량; [천추각은 후손이 귀했고... 그 때문에 거의 일인전승(一人傳承)이었는데...] 한숨을 쉬고

뇌공량; [아마 어떤 일로 인해서 각주가 비명횡사하면서 대가 끊겼을 것이다.]

청풍; [역시 일문의 후계자가 되면 자손을 많이 두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겠어요.] 한숨 쉬며 말하고

뇌공량; [맞는 말이다.] 웃고

청풍; [헌데 제 대답이 맞으면서 틀리셨다고 한 건 어째서인가요?]

뇌공량; [천주각의 명맥은 끊겼지만...] [무제 이릉의 후손은 이십년 전까지만 해도 무림에 있었기 때문이다.] 의미심장

청풍; [무제 이릉의 후손...] [그게 누구인가요?] 긴장하고

요사; (설마...) 놀라고

뇌공량; [무애검조님의 제자들인 제왕삼신재의 막내 인초(人招) 이무외다.] 강렬한 눈빛

청풍; [!] 눈 치뜨며 고기 뜯던 걸 멈추고

<무... 무슨 말도 안되는...> <이무외가 무제 이릉의 후손이라고?> 환사와 살사의 경악. 요사는 짐작했다는 표정이고

청풍; [인초... 인초라는 분이 정말... 정말 무제 이릉의 후손인가요?] 툭! 너무 놀라 들고 있던 꿩고기를 떨구고

뇌공량; [무애검조님이 확인하신 사안이니 의심의 여지가 없다.]

청풍; [아...] 흥분 전율

뇌공량; [무애검조님의 말씀에 따르면 천추각의 마지막 각주는 어떤 일로 인해 천추각으로 돌아가지 못할 상황에 빠졌다고 한다.]

뇌공량; [그때 천추각주를 보살핀 여자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고... 그 아이가 인초 이무외의 조부라고 한다.]

청풍; [그런...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흥분

뇌공량; [이무외의 조부는 비록 천추각의 마지막 각주로부터 무공은 전수받지 못했지만 더 대단한 것을 물려받았다.]

청풍; [그게... 그게 무언가요?] 흥분

뇌공량; [핏줄의 힘이다.] 강렬한 눈빛

청풍; [핏줄의 힘!] 놀라고

뇌공량; [무제 이릉의 핏속에는 사물의 근본(根本)을 알아보는 힘이 실려 있다.] [그 때문에 아무리 어려운 난제나 무공이라도 단번에 그 이치를 깨우칠 수 있지.]

뇌공량; [이무외의 조부는 그 힘을 써서 과거에 급제했고... 정승의 자리에까지 올랐었다.]

청풍; [인... 인초라는 분의 집안은 명문가겠군요.]

뇌공량; [지금도 건재하고 있는 북경의 명문가 이가대원(李家大院)이 이무외의 본가다.] 끄덕

청풍; [북경의 이가대원...]

뇌공량; [무애검조님은 이무외의 조부와 친분이 있어서 자주 이가대원을 들르셨고...] [거기서 천부의 자질을 지닌 소년을 발견하고 제자로 삼은 것이다.]

청풍; [인초라는 분이셨군요.]

뇌공량; [이무외는 이가대원의 장손은 아니고 셋째 손자였는데...]

뇌공량; [무제 이릉의 피를 가장 강하게 타고난 기재였지.] 끄덕

청풍; [그분이... 인초라는 분이 어르신을 능가하는 고수라는 말씀이신가요?] 흥분을 억지로 참으며

뇌공량; [능가하고 말고!]

뇌공량; [이무외는 겸손해서 자신의 힘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같은 나이였을 때의 무애검조님의 경지를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뇌공량; [당연히 나같이 아둔한 인간이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지.]

청풍; [정... 정말 대단한 분이었군요.] 감격. 그때

살사; [개소리 마라!] 버럭 고함.

돌아보는 청풍과 뇌공량

살사; [버러지 같은 이무외가 십면혈신님과 같은 반열이라는 주절대는 그 주둥아리를 찢어발겨주마!] 쿠오오! 지지지! 벼락이 이는 칼을 내밀며 온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고

요사; [자중해라 열째!] 급히 말리려 하지만

환사;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었다 여덟째야.] 앞으로 나오며 굳은 표정으로 두손을 모아 결을 짓고

요사; [오라버니!] 돌아보고

환사; <청풍이놈을 데리고 가려면 열째를 도와서 저 곰같은 놈을 죽이는 수밖에 없다!> 주문을 외우고

요사; (하긴...) + [알겠어요!] 스르릉! 몸에서 촉수같은 기운을 뿜어내며 한숨 쉬고

환사; [기다려라 열째!] 뇌공량을 공격하려던 살사에게 말하고.

돌아보는 살사

환사; [내가 선공을 할 테니 마무리를 지어라!] 눈 부릅뜨며 주문을 외우고. 순간

화악! 환사의 몸에서 빛이 확 뿜어지고

[!] [!] 약간 찡그리는 청풍과 뇌공량. 청풍은 팔로 눈 부위를 가리고. 다음 순간

 

#12>

쿵! 일변하는 주변 상황. 청풍과 뇌공량은 망망대해에 떠있는 좁은 암초 위에 마주 앉아있다. 두 사람 사이에 모닥불과 꿩고기등은 있고. 콰아! 철석! 쏴아아! 암초 주위로는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물보라가 길길이 치솟는다

청풍; [조심하세요. 혈궁십사중 환사의 환술(幻術)이에요.]

뇌공량; [환술이라...] 피식 웃고

뇌공량; [혈궁에서는 눈속임도 재주라고 가르치는 모양이지?]

<크크크! 눈속임?>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리고

<본좌의 환영마경(幻影魔境)은 가상의 공간이지만 일어나는 일은 실제다.> 어디선가 들리는 음성

<본좌가 술법을 해제하지 않는 한 환영마경은 지속되며 너희들은 결코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크크크! 어디선가 들리는 웃음소리

뇌공량; [무림의 고수를 자처하는 인간이 허튼 소리를 잘도 늘어놓는군.] 피식 웃고

<허튼 소리인지 아닌지 알게 해주마! 죽여라!> 외치는 소리가 이어지고. 직후

[크아!] 화악! 청풍의 뒤쪽 치솟는 파도 속에서 튀어나오며 청풍을 공격하는 살사. 강력한 칼질. 하지만

쩍! 벼락같이 일어나는 섬광이 살사를 베고

살사; [헉!] 꽝! 청풍을 베던 칼로 다급히 막으며 비명

몸을 조금 일으키며 검을 뽑아 휘두른 자세인 뇌공량. 돌아보는 청풍

쩍! 푸학! 칼로 막았지만 섬광은 칼을 지나 살사의 가슴과 어깨쪽을 벤다. 깊진 않지만 피가 뿜어지는 상처

<열째!> 어디선가의 비명

첨벙! 파도 속으로 빠져 사라지는 살사

청풍; [죽이진 않으셨네요.]

뇌공량; [네가 원하는지 몰라서 손에 사정을 뒀다.] 완전히 일어서고

청풍; [배려해주신 점 감사드려요.] 일어나며 고개 숙이고

청풍; [사실 저들은 제 손에 죽어야하니 때문에 어르신 손에 죽는 건 원치 않았어요.]

뇌공량; [그럴 거 같았다.] 웃고

<죽일...> 어디선가 들리는 음성

<열째를 다치게 했지만... 대신 네놈들도 영원히 환영마경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거기서 굶어죽어라!> 악 쓰는 소리

뇌공량; [이거 참...] 왼손으로 머리 긁적

뇌공량; [널 봐선 저것들을 죽이면 안되겠지만...] [이 귀찮은 술법에서 빠져나가려면 손에 사정을 둘 수도 없게 되었구나.]

청풍; [그럼 어쩔 수 없네요.] 한숨

청풍; [환영마경을 펼친 환사만 죽여주세요.]

<뭐?> 어디선가 들리는 어이없다는 소리

뇌공량; [그렇게 하마.] 웃으며 검을 쳐들고. 그러자

한쪽을 향해 무릎을 꿇고 절하는 청풍

청풍; [환사 아저씨!] [먼저 가셔서 아버지에게 안부 전해주세요.] 절을 하고

<무슨 개소리를...> 이를 가는 소리가 들릴 때

뇌공량; [잘 가라!] 쩌억! 앞으로 나서며 검을 길게 그어내고. 검에서 무한정의 섬광이 뻗어나가고. 직후

<크아아악!> <안... 안돼요 오라버니!> <형님!> 비명이 동시에 터지고

쩌억! 경치가 둘로 갈라지며 바다 풍경이 사라지고 대신 한밤중인 숲이 나타난다. 마치 벽지가 갈라지는 것 같고

 

#13>

쩍! 바다 풍경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드러나는 숲의 모습. 한쪽 나무를 등지고 있던 환사의 몸이 허리에서 어깨로 잘려져 피를 뿜어내며 비틀거리고 있다. 그 주변에는 바닥에 주저앉은 살사와 그 살사를 보살피다가 돌아보는 요사의 모습이 나타난다.

환사; [끄윽!] 핏! 입과 코로 피를 뿜어내는 환사의 몸이 깨끗하게 잘리며 상체가 아래로 미끄러진다. 피가 뿜어지고. 동시에

콰드드! 콰쾅! 환사 주변의 나무들도 깨끗하게 절단되어 넘어진다. 뇌공량이 내뻗은 섬광에 환사의 몸과 주변의 나무들이 함께 베어진 것

퍼억! 콰콰광! 몸이 동강 나서 나뒹구는 환사의 시체. 주변의 나무들도 무너지고

요사; [안... 안돼!] 절망. 공포. 살사도 눈 부릅

청풍; (가공...) 절하던 자세에서 고개 들며 놀라고

<이분은 표적이 아니라 아예 공간 자체를 갈라버렸다. 그 때문에 술법도 소용이 없었고...> 자기 옆에서 검을 다시 칼집에 꽂는 뇌공량을 보며 놀라고

뇌공량; [가라!] 철컥! 검을 완전히 꽂으며 살벌하게 말하고

[!] [!] 깜짝 놀라는 요사와 살사

뇌공량; [이 아이가 직접 너희들을 죽일 예정이라고 하지 않았다면 너희들 역시 방금 전에 죽였을 것이다.] 청풍을 고개 짓으로 가리키며 말하고

요사; [으으으!] 공포에 질리고

뇌공량; [하지만 다시 내 눈에 띌 경우 이 아이와 상관없이 내 손으로 죽여줄 것이다.] 음산하게 웃고.

[!] [!] 오싹! 소름이 돋는 요사. 이어

요사; [가... 가자 열째!] 덜덜 떨며 환사의 시체로 가고. 이어

요사; [죄송해요 일곱째 오라버니!] 환사의 상체를 집어들고

요사; [소매에게는 오라버니의 복수를 해줄 능력이 없군요.] [복수는 궁주님께서 해주실 거예요.] 환사의 상체를 안고 걸어간다. 살사도 환사의 하체를 들고 일어나고. 그때

청풍; [잠깐 기다리세요.] 무릎 꿇은 채 말하고

요사; [왜?] 돌아보며 노려보고

요사; [생각이 바뀌어서 우릴 그자에게 죽여 달라고 할 작정이냐?] 이를 갈고. 살사도 청풍을 노려보고

청풍; [아니에요. 다른 분의 손을 비는 건 환사아저씨가 마지막이에요.] 고개 젓고 한숨 쉬고. 이어

청풍; [다만 궁주... 외조부님께 전해주셨으면 하는 말이 있어요.] 무릎 꿇은 채 결연한 표정으로

청풍; [외조부께서 핏줄의 도리를 저버렸으니 외손인 저도 주저없이 그분에게 칼을 들이댈 거라고 전해주세요.] 고개 숙이며 말하고

오싹! 소름이 돋는 요사와 살사. 그러다가

살사; [개새끼!] 팟! 이를 갈며 먼저 몸을 날린다

살사; [네놈도 반드시 내 손으로 찢어죽이고 말겠다아아아!] 악을 쓰며 어둑한 숲으로 날아들어간다

요사도 한숨 쉬며 날아가고

뇌공량; [살기가 강한 놈이로군!] 한숨 쉬고

뇌공량; [이번 기회에 저놈을 죽였어야할 것같은 생각이 드는구나.]

청풍; [걱정하지 마세요.] 단호하게

청풍; [살사는 결국 제 손에 죽게 될 테니까요.]

뇌공량; [네가 그리 말하니 그리 되겠지.] 끄덕이고

뇌공량; [나는 지금 매인 몸이라 더 이상 너와 있어줄 수가 없구나.]

뇌공량; [당분간은 안전하겠지만 몸 조심하거라.]

청풍; [어르신께서 베푸신 은혜 잊지 않겠어요.] 고개 조아리고

뇌공량; [우린 앞으로도 자주 만나게 될 것같은 생각이 드는구나.] 웃고.

뇌공량;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지내거라.] 스스스! 사라지고

청풍; [살펴가세요.] 절을 하고

완전히 사라지는 뇌공량의 모습

청풍은 잠시 절하는 상태로 있다가

청풍; (사백(師伯)!) 고개를 다시 들고

청풍; (저분이 아마 무애검조님의 대제자이며 제왕삼신재의 첫째이신 천검(天劍) 뇌공량 사백이실 것이다.)

청풍; (환술로 몸을 보호한 환사를 간단히 벨 수 있는 검술을 구사할 수 있는 고수는 사조님 외에는 뇌사백 밖에 없을 테니...) 일어나고

청풍; (뇌사백 덕분에 보름 넘게 쫓기던 지긋 지긋한 도주도 막을 내리게 되었다.) 뇌공량이 앉아있던 아람드리 나무 쪽으로 가서

청풍; (내일 사조님을 뵙더라도 지금은 좀 잠을 자둬야만 한다.) 나무에 몸을 기대며 눈을 감고

<너무 초췌한 모습으로 사조님을 뵐 수는 없으니...> 나무에 기대 잠이 드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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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제왕성(帝王城)> 저녁 무렵. 거대한 호수에 떠있는 섬, 그 섬을 가득 메운 수많은 건물들. 성채의 아래쪽 반달 모양의 포구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있거나 드나들고 있고

성채의 모습

월동문이 달린 높은 담장. 담장 입구에는 두 명의 중년 검객이 지키고 있다. 투구를 썼고 갑옷을 입었으며 허리에는 검을 찼다. 한명은 가슴에 <龍>이 새겨져 있고 다른 한명은 <虎>가 새겨져 있다. 이들은 무애검조의 호신시위들인 사신장중 청룡신장과 백호신장이다.

그곳으로 서둘러 오는 초로의 인물. 전형적인 관리직. 다른 작품에 나온 황보신 캐릭터. 이 작품에서도 이름은 황보신. 제왕성의 총관이다

[총관!] [어서 오시오!] 인사하는 청룡신장과 백호신자.

황보신; [성주님은?] 다가오며 월동문 안쪽을 살피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제왕성 총관 황보신(皇甫信)>

청룡신장; [정원에 나와 계시오.] 비켜서며 말하는 배경으로 나레이션. <-제왕성 사신장(四神將)의 일인 청룡신장(靑龍神將)>

백호신장; [생각이 많으신 듯하니 성주님의 심기를 어지럽히진 말아주시오.] 역시 물러서며 말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사신장의 일인 백호신장(白虎神將)>

황보신; [주의 함세.] 서둘러 들어가고

 

#8>

월동문 안쪽은 잘 가꿔진 정원. 화려한 건물도 한 채 있고.

정원에는 한명의 노인이 의자에 앉아 정원 한쪽에 놓인 바위를 보고 있다. 무애검조 섭장천이다.

조심스럽게 섭장천에게 다가가는 황보신. 말은 하지 않는다

[!] 그러다가 놀라는 황보신

스스스! 섭장천 앞쪽의 바위 하나가 저절로 모양을 바꾸고 있다.

사람의 형상을 갖춰가는 바위

황보신; (무형의 검기로 강철같이 단단한 청석(靑石)의 형태를 바꾸고 계신다.) 놀라고. 그러다가

[!] 다시 한 번 놀라는 황보신

쿵! 사랑의 형상을 갖춘 바위의 얼굴이 이무외로 변한다. 젊은 청년 시절의 이무외 모습이다.

황보신; (삼(三)공자 이무외!) 놀라고

황보신; (세 제자중에서도 특히 아끼셨던 삼공자 생각이 간절해지신 모양이구나.) 생각할 때

섭장천; [부질없는 짓이지.] 우울하게 한숨을 쉬고

섭장천; [지금쯤 그놈도 마흔 살을 훌쩍 넘겼을 텐데 노부가 기억하고 있는 건 청년 시절의 모습뿐이니...]

황보신; [그래도 많이 변하지는 않으셨을 것입니다.]

섭장천; [어느덧 구순(九旬)을 바라보는 나이인 때문인지... 아니면 무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섭장천; [지난 며칠간 무외에 대한 생각을 끊을 수가 없구나.]

황보신; [삼공자는 세상 누구보다 복이 많은 분이십니다.]

황보신; [결국 건재하셔서 돌아오실 테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섭장천; [헛되다는 걸 알면서도 위로의 말을 들으니 마음이 좋아지는군.] 웃고

섭장천; [그래 무슨 긴한 일이 생겼기에 직접 처리하지 않고 노부를 찾아온 겐가?] 돌아보고

황보신; [천병신기보(天兵神器堡)에서 부득부득 무애호유선(無碍豪遊船)을 보내왔습니다.] 눈치 보며

섭장천; [그건 이미 거듭 사양한 것 아니었던가?] 한숨

황보신; [성주님의 뜻을 확고하게 밝혔지만...] 눈치 보며

황보신; [천병신기보에서는 자기들 멋대로 무애호유선을 출항시켰다고 합니다.] [내일 중으로 이곳 군산에 도착할 것이라는 전갈이 왔습니다.]

섭장천; [진무륜(陳無崙), 그 사람도 참...] 한숨

황보신; [천병신기보의 보주 진무륜 입장에서는 지난 번 자신들이 성주님께 저지른 결례를 이렇게라도 만회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황보신; [그래서 화려한 유람선을 만들어 보냈겠지요.]

섭장천; [이 나이에 뱃놀이를 할 흥미도 기력도 없거늘 유람선은 무슨...]

황보신; [그래도 기왕에 만들어 보낸 유람선이니 받으시는 게 어떠할지요?]

섭장천; [호의로 포장했다고 해도 일단 받으며 빚이야.] [진무륜도 그걸 알고 무애호유선이라는 그 화려한 유람선을 만들어서 보내겠지.]

황보신; [진무륜에게 따로 꿍꿍이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놀라고

섭장천; [내일 무애호유선을 누가 몰고 온다고 하던가?]

황보신; [진무륜의 손녀인 천수검희(千手劍姬) 진상파(陳祥波)가...] + [!] 말하다가 입을 다물고 눈을 치뜬다. 깨닫고

섭장천; [진무륜은 자기의 자랑거리인 손녀를 그렇게라도 한 번 더 노부에게 보여주고 싶었겠지.] 한숨

황보신; (진무륜은 자기 손녀를 성주님의 제자로 들여보내기 위해서 이런 짓을...) 깨닫고 얼굴 굳어지고

섭장천; [어린 계집아이가 천리 물길을 거스르며 힘겹게 몰고 온 배를 매정하게 물리칠 수도 없게 되었어.] 한숨 쉬고

섭장천; [일단 보기는 할 테니 준비를 하게나.]

황보신; [분부 받들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이어 서둘러 월동문쪽으로 가는 황보신

섭장천; [이십년...] [기다리긴 많이 기다렸지.] 우울한 표정으로 이무외의 조각상을 보고

섭장천; [죽을 날이 멀지 않았거늘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제자들을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일...]

섭장천; [진상파라는 아이를 한 번 더 살펴보고 그리 모자라지 않으면 노부의 깨우침을 전해주어야겠지.] 허탈하게 웃는 섭장천

 

#9>

밤. 청풍이 치료하던 강변.

청풍이 누웠던 풀밭. 그걸 내려다보고 있는 세 사람. 살사, 환사, 요사. 살사는 분노가 극에 달한 표정이고

뭉개진 풀밭.

요사; [이번에도 그 앙큼한 녀석에게 감쪽같이 속았네요.] 환사와 살사에게 눈을 흘기고.

환사; [하도 당하니 이제 헛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구먼.] 허탈하게 웃지만

살사; [이 개잡종!] 쾅! 분을 참지 못하고 칼을 휘둘러 바닥을 내리찍고

콱! 칼이 손잡이만 남고 바닥에 박혀벼린다.

환사; [진정해라 열째야.] 한숨

살사; [잡히기만 해보아라! 팔 다리를 산채로 뽑아버린 테니...] 콰득! 칼을 뽑으며 이를 갈고.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피어오르고

요사; [살기 죽여! 성질부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 눈 흘기며 허공에 대고 손짓을 하고. 그러자

팔락! 팔락! 숲에서 나비들이 십여 마리 날아 나온다.

요사; [무공도 쓰지 못하는 놈이야.] [아직 멀리 못 갔을 테니 제왕성에 들어가기 전에 잡을 수 있어!] 휘이! 휘파람을 불고. 그러자

팔락! 팔락! 나비들이 청풍이 누웠던 풀숲에 내려앉고

환사; [나비들에게 청풍이 놈의 냄새를 맡게 하는 건가?] 풀숲에 내려앉아 날개를 펄럭이는 나비들을 보며 묻고

요사; [꿀과 꽃가루가 주식인 나비는 세상에서 가장 후각이 예민한 종류예요.] 끄덕이고

요사; [청풍이가 떠난 지 제법 오래 되었지만 충분히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거예요.] 휘이! 말하다가 다시 휘파람을 불고. 그러자

팔락! 팔락! 다시 날아오르는 나비들

이어 한쪽으로 몰려가는 나비들

환사; [찾은 모양이로군.] 눈 번득이며 보고

요사; [남아있는 냄새가 흐리긴 하지만 아마 무리없이 우릴 안내해줄 거예요.] 고개 끄덕이며 나비를 따라가고

살사; (조금... 조금만 기다려라 이무외의 새끼야!) 맨 뒤에서 따라가며 이를 갈고. 살벌한 표정으로

<이무외의 새끼로 태어난 걸 후회하게 해줄 테니...> 멀어지는 세 사람 모습 배경으로 살가의 생각 나레이션

 

#10>

밤. 하늘에는 반달. 어느 산중. 나무가 울창하다. 반달이 떠있어서 그리 어둡지는 않고

나무 사이를 천천히 걸어가는 청풍. 목에 어머니가 둘러준 천을 두르고 있음 주의

청풍의 가슴 부분의 옷이 갈라지긴 했지만 상처는 거의 다 나았다. 약간의 흔적만 남아있는 상태고

청풍; (아마 이 산이 동정호 서쪽 경계인 상산(湘山)이겠지.) 울창한 나무 사이를 걸어가며 생각하고

청풍; (상산만 넘어가면 바로 동정호이니 제왕성의 검객들과 순찰선들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청풍; (그럼 혈궁의 끈질긴 사냥개들도 포기하고 돌아가겠지.) 생각하며 숲속으로 들어가는데

청풍의 코에 맡아지는 어떤 냄새

청풍; (좋은 냄새...)

청풍; (멀지 않은 곳에서 누가 고기를 굽고 있다.)

꼬르르! 배에서 소리가 나고

청풍; (그러고 보면 무산의 혈궁을 벗어난 후로 보름 가까이 제대로 된 식사를 한 적이 없다.) (과일이나 풀뿌리로 허기를 면해왔고...)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따라가고

청풍; (그 때문에 이 향긋한 고기 냄새의 유혹은 도저히 떨쳐버릴 수가 없다.)

청풍; (혹시 혈궁십사가 날 끌어들이려고 판 함정 아닐까?) 걱정. 하지만

꼬르륵! 배에서 다시 소리가 나고

청풍; (함정일지라도 일단 확인은 해보자.) 냄새에 이끌려 걸어가고

 

#11>

어두운 숲속, 나무 사이에서 불빛이 비친다.

숲속의 공터. 아람드리 나무를 등진 채 앉아 고기를 굽고 있는 뇌공량. 얼굴에 눈 부위를 가리는 가면을 쓰고 있다. 허리에는 검을 차고 있고. 굽고 있는 고기는 꿩고기다. 두 마리를 꼬챙이에 끼워서 모닥불 위에 굽고 있다. Y자 나뭇가지를 모닥불 좌우에 두 개씩 꽂고 그 위에 꼬챙이에 끼운 꿩 두 마리를 걸어놓은 채 가끔 돌린다. 그 위에 소금도 좀 뿌리고. 소금은 작은 주머니에 들어있다. 모닥불 건너편에는 굵은 나무토막 자른 것 하나가 의자 대신 놓여있다.

뇌공량; (이 상산만 넘으면 제왕성이 보이겠지.) 우울하게 꼬챙이를 돌리고

뇌공량; (지척에 사부님이 계시지만... 차마 뵈러 갈 염치가 없다.)

뇌공량; (사형이 되어서 사제들을 지키지 못했으니 무슨 낯짝으로 사부님을 뵌단 말인가?) 한숨

뇌공량; (살아있든 죽었든 사제들의 행방을 알아낸 후에야 사부님을 찾아뵙고 죄를 빌어야하는데...)

뇌공량; (그렇게 맹세하고 다짐한 후로 어느덧 이십년이 흘렀다.)

뇌공량; (연로하신 사부님께 남은 시간도 얼마 안될 테고...) (더 늦기 전에 어떻게든 사제들의 행방을 알아내야만 한다.) 생각하다가

꼬르륵! 누군가의 배에서 나는 소리가 뇌공량의 귀에 들리고

뇌공량; (왔군.) 웃으며 고개 들고

뇌공량; [마침 꿩을 두 마리 잡아서 굽고 있던 중이다.] 모닥불 건너의 어둑한 나무 그늘을 보며 말하고

뇌공량; [한 마리 줄 테니 와서 먹도록 해라.] 누군가에게 말하고. 그러자

[염치없지만...] 슥! 누군가 어둠 속에서 나서고. 물론 청풍이다.

청풍; [사흘을 굶으면 군자도 담장을 넘는다는 옛말을 무시할 수가 없군요.] 공터로 들어서고

뇌공량; [게다가 한창 먹을 나이에 굶었으니...] + [!] 말하다가 눈 부릅

공터로 들어와 모닥불 쪽으로 다가오는 청풍. 헌데

<무... 무외?> 청풍의 뒤로 이무외의 젊은 시절 모습이 떠오른다.

청풍; [이청풍이라 합니다. 폐를 끼치겠어요.] 웃으며 포권하고

뇌공량; [이청풍... 이청풍...] [이씨란 말이지?] 좀 넋이 나가고 흥분된 표정으로 꿩을 하나 Y자형 나뭇가지에서 들어내고

청풍; (한눈에 봐도 비범한 인물인데...) (어째 날 본 반응이 좀 심상치가 않네.) 의자 대용 나무토막 근처에 이르며

뇌공량; [영친의 함자를 들을 수 있겠나?] 꿩고기를 내밀며 묻고. 청풍은 모닥불 건너편 나무토막에 앉는 중이다.

청풍; [죄송해요.] 두 손으로 꿩을 받고

청풍; [엄친의 이름은 당분간 입에 올릴 수 없는 사정이 있어요.]

뇌공량; [그렇다면 아쉽지만 어쩔 수 없군.] + (틀림없다!) 확신

<이 아이는 막내 무외와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다.> 꿩고기를 뜯어먹기 시작하는 청풍을 배경으로 뇌공량의 생각

청풍; [정말 맛있어요.] 허겁지겁 먹고

청풍; [꿀맛이라는 게 지금의 이 꿩 고기를 두고 지어진 말일 거예요.] 우물우물 하며 엄지 척!

뇌공량; [입맛에 맞다니 다행이로구나.] 웃으며 자기도 꿩을 먹기 시작하고.

뇌공량; (혈궁의 무리들에게 오랫동안 쫓겼으면 배가 고플 것이라 예상한 게 맞았다.) 건너편에서 와구와구 먹고 있는 청풍을 보며 생각하고

뇌공량; (배고픈 인간에게는 고기 굽는 냄새만큼 강력한 유인책도 없으니...) 생각할 때

청풍; [소금에다가 후추까지 쳐서 제대로 맛을 내셨네요.]

청풍; [자주 이렇게 해드시는 모양이에요.]

뇌공량; [난 집도 가족도 없는 몸이다.] 말하며 상의 옷자락을 슬쩍 들어 보이고

뇌공량; [늘 떠돌아다녀야하는 신세이다 보니 언제 어디서든 배를 채울 채비를 하고 있다.] 옷자락 안쪽에 작은 주머니들이 여러 개 매달려 있다

청풍; [양념까지 다양하게 갖고 다니시고... 어르신은 미식가이신 거 같아요.]

뇌공량; [한 때는 먹는 게 유일한 낙이었던 시절이 있긴 했지.]

청풍; [나중에 신세를 갚기 위해서라도 어르신의 존함을 알았으면 해요.]

뇌공량; [이름은 말해주지 못하는 사정이 있고...] [그냥 대백(大伯;큰 아버지)이라 불러라.] 의미심장한 표정

청풍; [대백...] [어쩐지 어르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별칭 같아요.]

뇌공량; [내 덩치가 좀 크기도 하지.] 웃다가

뇌공량; [이런 이런...] 한숨 쉬며 위를 보고. 청풍도 위를 보고

팔락! 팔락! 나비 몇 마리가 주변을 맴돌고 있고

청풍; [한 밤중에 나방도 아니고 나비라니...] 역시 한숨 쉬며 꿩고기를 입에서 떼고

뇌공량; [널 찾아온 손님들이냐?] 청풍의 뒤쪽 어둑한 숲을 보며

청풍; [제가 괜히 어르신을 번거롭게 해드린 것같아요.] 일어나려 하지만

뇌공량; [앉아있어라.] 고개 저으며 웃고

뇌공량; [내 대접을 받는 동안에는 하늘 아래 그 누구도 널 해꼬지하지 못한다.] 말할 때

<하늘 아래 그 누구도 뭘 못해?> 살벌한 외침이 들리고

살사; [개소리를 두 번 다시 못하게 해주마!] 화악! 어둑한 숲에서 악령같이 나타나 도약하며 거대한 칼로 뇌공량을 쪼개온다. 가공할 위력이 실려있음을 보여주고. 살사의 몸에서 터지는 폭발적인 살기.

조금 돌아보는 청풍.

뇌공량; [쯧쯧!] 혀를 차며 왼손으로 왼쪽 허리에 찬 검의 칼집을 잡고

살사; [크아!] 쩍! 마귀같이 뇌공량을 칼로 내리치는 살사

달칵! 뇌공량의 왼손 엄지가 검의 날과 손잡이의 경계인 손막이를 조금 위로 밀어서 검날을 약간 칼집에서 뽑고. 순간

[!] 경악하는 살사. 목에 닿아있는 예리한 검의 끝 부분. 실제 검은 아니고 검기지만 검날로 보인다

살사; [컥!] 팟! 기겁하며 허공에서 몸을 뒤로 덤블링하여 목이 검 끝에 찔리려는 걸 피하는 살사

청풍; (가공...) 조금 돌아보는 자세로 놀라고

<혈궁의 십대고수면 전 무림을 통틀어도 삼십 위 안에 드는 고수인데 저렇게 간단히 혼비백산하게 만들다니...> 휘릭! 멀찍이 공터 외곽에 내려서며 사색이 되는 살사를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 [!] 어둑한 숲속에 서서 경악하는 환사와 요사

살사; [끅...] 신음. 오만상 비틀. 목에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고

환사; (마귀같이 강한 열째가 하마터면 치명상을 입을 뻔 했다!) 경악

청풍; [와! 놀라워요!] 박수치는 시늉

뇌공량; [그리 대단할 것도 없다.] 찰칵! 웃으며 다시 칼날을 칼집 속에 넣고

뇌공량; [이런 나라도 절대 이기지 못하는 고수가 천하에는 최소한 다섯 명이 있으니 말이다.]

<그럴 수가!> <말도 안되게 강해보이는 저자를 능가하는 고수가 다섯 이상이 있다?> 살사등 놀라고

청풍; [어르신 정도의 절세고수를 능가하는 인물이 다섯이나 된다니 잘 믿기지가 않네요.] 그런 살사등은 무시하고 다시 꿩고기를 먹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뇌공량; [내 좁은 식견으로 아는 것만 다섯이다.] [세상은 넓으니 얼마나 더 대단한 고수들이 숨어있는지는 모르는 일이야.] 역시 다시 꿩고기를 먹으며 웃고. 역시 살사는 안중에도 없고. 그러자

청풍; [알려진 다섯 분은 누구누구이신가요?] 묻고. 그러자

뇌공량; [첫번째 분은...] 꿩고기를 Y자 나뭇가지에 다시 얹어놓으며

뇌공량; [지난 육십여 년 간 천하제일인이셨고 당금 무림의 주재자이신 무애검조님이시다.] 포권하며 하늘을 보고.

청풍; (사조님께 극도의 경의를 표하는 게 심상치가 않네.) + [천하제일인이시며 오래 전에 무검(無劍)의 경지에 이르신 무애검조님이시라면 납득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역시 꿩고기를 내리며 경건하게 말하고

요사; (무애검조라면 당연히 저 공같은 인간보다 강하겠지.) 역시 끄덕

뇌공량; [두번째 인물은...] 포권 풀면서

요사; (본궁의 궁주이신 십면혈신님을 언급할 차례인가?) 생각할 때

뇌공량; [마천루(摩天樓)의 당대 루주인 무혈마녀(無血魔女) 냉상영(冷霜英)이다.] 다시 꿩고기를 집어들며. 더 이상 경의를 표하진 않는다.

<마천루의 루주가 십면혈신님보다 앞선다고?> <말도 안되는...> <그 미치광이 마녀가 십면혈신님보다 강하다?> 분노하는 환사, 요사, 살사

청풍; [음... 마천루라든지 무혈마녀라든지 하는 이름은 처음 듣네요.] 우물우물 고기를 다시 먹으며

뇌공량; [너같이 어린 아이들은 들어보지 못한 게 당연하다.] [마천루, 혈궁등의 세력이 존재한다는 걸 아는 무림인은 그리 많지 않거든...] 웃고

청풍; [혈궁에 대해서는 잘 알아요.] 웃으며 곁눈질로 뒤를 보고. 살사등을

뇌공량; [그런 것같구나.] 웃으며 역시 살사등을 보고. 이어

뇌공량; [마천루를 모른다 해도 불멸삼성(不滅三聖)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

청풍; [예!] [무림 역사상 최강자들인데 삼성동천이란 곳에서 고금제일인을 가리는 결전을 벌인 후 실종되었다지요?]

뇌공량; [불멸삼성은 세상에서 사라졌지만 그들의 후손은 남아있다.]

뇌공량; [혈왕(血王) 용극(龍極)의 후손들이 혈궁(血宮)이고 천마(天魔) 냉각(冷刻)의 가문이 마천루이며 무제(武帝) 이릉(李陵)이 세운 문파가 천추각(千秋閣)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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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낮. 어느 산. 계절은 봄이다.

휘익! 날아가는 눈빛이 날카로운 청년. 무기는 검이다.

청년; (젠장...) 이를 악물고

청년; (벌써 사흘째다. 도대체 어떤 자가 이렇게 집요하게 날 살피고 있는 것인가?) 땀을 흘리며 곁눈질로 뒤를 살피면서 날아가고

<먹이를 노리는 맹수같은 눈빛이 사흘 전부터 따라다니는데... 아무리 노력을 해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청년의 뇌리로 떠오르는 누군가의 살벌한 눈 한 쌍

청년; (우리 마교(魔敎)의 숙적인 배교(拜敎)의 인간인가?)

청년; (오냐! 언제든지 나타나라! 교주님의 친위대인 백야마검사(白夜魔劍士)의 무서움을 알게 해줄 테니...) 억지로 용기를 내며 달리고. 그때

[!] 눈 부릅뜨는 청년

슥! 앞쪽 산길. 숲에서 길로 나서며 그자를 돌아보는 인물. 키가 2미터 가깝고 보디빌더같은 육중한 체격의 인물인데 얼굴을 면사로 가리고 있다. 손에 검을 든 이 인물은 제왕성의 성주인 무애검조의 세 제자들중 첫째인 천검 뇌공량이다.

청년; (그자다!) 화악! 급정거하고

면사 위로 드러난 뇌공량의 눈 크로즈 업. 배경으로 청년의 생각 나레이션. <지난 사흘간 집요하게 날 따라다닌 눈의 주인!>

청년; [목적을 밝혀라!] 스릉! 검을 뽑고

청년; [그동안 왜 날 따라다닌 것이냐?]

뇌공량; [마교 교주의 친위대인 백야마검단(白夜魔劍團) 소속 주문휘(朱文揮)!] 스릉! 검을 뽑으며 다가오고

청년;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 눈 부릅

뇌공량; [본좌와 삼초를 겨뤄보자!] 왼손을 품속에 넣고

뇌공량; [만일 본좌의 삼초를 견디어낸다면...] 품에서 꺼낸 손에는 돈다발이 하나 들려있다. 복잡한 문양에 둘러싸인 <壹百兩>이란 글이 보이는 돈 백장 묶음

뇌공량; [일만냥의 전표(錢票;지폐)를 주겠다.] 품에서 꺼낸 그 돈 다발을 들어 보이고

청년; [반대로 내가 질 경우 원하는 게 있다는 소리로 들리는군!] 돈 다발을 힐끔 보며

뇌공량; [바로 그렇다!] 툭! 고개 끄덕이며 돈 다발을 자신들 사이에 던지고

뇌공량; [본좌가 이기면 본좌의 질문 한 가지에 솔직하게 대답해주면 된다.] 말하면서 면사 위로 드러난 눈을 음산하게 번뜩이고

청년; [왜 내가 당신과 싸워야하는데...?] 곁눈질로 돈 다발을 보고

뇌공량; [맞서지 않으면 죽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쿠오오! 스윽! 조금 쳐드는 뇌공량의 검에서 폭풍같은 기운이 뿜어지고

청년; (가... 가공!) 오싹! 숨을 멈추고

청년; (허세가 아니다!) (이자는 나를 간단히 죽일 수 있는 실력을 지녔다.) 식은땀 흘리며 검을 겨누고

뇌공량; [사정은 봐주지 않는다.] [살고 싶으면 전력을 기울여서 본좌를 상대해야할 것이다.] 지잉! 뇌공량의 검이 진동하고

청년; [삼초의 약속은 지켜라!] 치치칙! 역시 빛을 뿜어내는 검으로 뇌공량을 겨누면서

뇌공량; [일구이언(一口二言) 이부지자(二父之子)!] [어머니를 욕되게 할 생각은 없으니 안심해라.] 음산하게 웃고

청년; (자칫하다가는 저자의 단 일초도 견디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 식은땀

청년; (어쩔 수 없이 교주님께서 가르쳐주신 무명살초(無名殺招)를 처음부터 써야만 한다.) 지잉! 검의 끝 부분이 풀잎처럼 흔들린다. 검 전체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고 검의 끝 부분 한뼘 정도만 흔들린다.

뇌공량; (절연단맥검(絶緣斷脈劍)!) 그걸 보고 눈 번뜩

뇌공량; (변형되어 원형은 많이 사라졌지만 분명 사부님의 독문 검법중 절연단맥검의 기수식이다!)

뇌공량; (역시 마교 내의 어떤 자가 우리 사형제들에게는 아버님이나 다름없는 사부님의 검법을 알고 있다.)

뇌공량; (물론 그자는 둘째 위극겸(威極謙)이나 막내 이무외(李無畏)의 실종과 관련이 있겠지)

뇌공량; (저놈을 포함한 백야마검사들에게 절연단맥검을 가르친 게 누군지만 알아내면 사제(師弟)들의 행방을 알 수 있다.) 생각할 때

청년; [크아!] 앞부분이 바람을 만난 풀잎처럼 흔들리는 검으로 찔러온다. 펜싱하듯 검을 찔러오는데 검의 날이 휘어지며 날아든다. 그리고

패앵! 뇌공량에게 날아들며 수많은 풀잎처럼 휘어지는 청년의 검. 도저히 뇌공량이 피할 수 없을 것같은데

퉁! 청년의 검의 손막이 부분을 검 끝으로 슬쩍 건드리는 뇌공량. 그러자

텅! 청년의 검이 위로 쳐들리며

슈학! 수많은 검의 그림자도 허무하게 허공으로 사라지고

청년; [말도 안되는...] 팟! 경악하며 물러서려 하지만

슥! 이미 그자의 어깨에 얹혀지는 뇌공량의 검. 눈 부릅뜨는 청년

뇌공량; [결과에 이의는 없겠지.]

청년; (지금껏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는 무명살초가 이렇게 간단히 깨질 줄이야.) + [인... 인정하겠소!] 끄덕

뇌공량; [그럼 약속을 지켜라!] 슥! 검을 청년의 어깨에서 거두고

뇌공량; [방금 전에 쓴 검법을 네게 가르친 게 누구냐?] + [!] 말하다가 찡그리고

주르르! 웃는 청년의 입과 코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뇌공량; (방심했군.) 철컥! 한숨 쉬며 검을 칼집에 넣고

청년; [누구도... 우리들 백야마검사의 입을 강제로 열지는 못한다.] 스륵! 뒤로 넘어가며 웃다가

털썩! 죽어 나뒹구는 청년

뇌공량; (비밀을 지키기 위해 서슴없이 목숨을 끊고...) 허리 숙여 바닥의 돈 다발을 다시 집어들고

뇌공량; (아무래도 나 뇌공량(雷空量)이 생각한 것 이상의 거물이 저놈의 뒤에 있었던 모양이다.) 탁탁! 도 다발에 묻은 흙을 털고

뇌공량; (그나저나 어렵게 얻은 단서를 어이없이 놓쳤다.) 한숨 쉬며 돈 다발을 품 속에 넣고

뇌공량; (백야마검사들 중 어떤 놈이 절연단맥검을 알고 있는지 확인하려면 또 제법 시간이 걸렐 텐데...) 생각하다가

휘익! 누군가 날아오는 소리가 뇌공량의 귀에 들리고

뇌공량; (마무리를 지어야겠군.) 징! 진동하는 손으로 청년의 시체를 겨누고. 그러자

퍼석! 청년의 시체와 검이 먼지로 변해버린다.

뇌공량; (구사하는 경신술을 미루어 보건데 마교의 제자다.) 푸스스! 먼지가 되어 흩어지는 청년의 시체를 보며 + 팟! 얼굴을 가린 면사를 떼어내고. 그러자

쿵! 드러나는 뇌공량의 본래 얼굴. 직후

[속하 염숭환(廉崇煥)이 호법마존(護法魔尊)님을 뵙습니다!] 휘익! 뇌공량의 뒤로 날아내리며 포권하는 중년인. 음침한 인상의 중년인으로 이름은 염숭환. 종종 나올 뇌공량의 수하. 직책은 당주

뇌공량; [말하라.] 얼굴에서 뜯어낸 면사를 자연스럽게 품에 넣으며 돌아서고

염숭환; [본교의 집결지 근처에 정체불명의 고수들이 출몰하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포권하고

뇌공량; [정체불명의 고수?] 찡그리고

염숭환; [지금까지 무림에서 목격된 적이 없는 기괴한 무공과 술법을 구사하는 자들인데...]

염숭환; [저지하려던 본교의 교도 십여명이 그자들 손에 죽임을 당했습니다.] 눈치 보며 말하고

뇌공량; [감히 제왕성(帝王城), 배교와 함께 천하를 삼분(三分)하고 있는 본교에 시비를 거는 자들이 있다?] 눈 번뜩

뇌공량; [그자들이 어느쪽 소속인지 알아내는데 주력하도록 해라.]

염숭환; [목하 노력중입니다만...] 눈치 보며

염숭환; [아무래도 그자들은 전설 속의 혈궁의 인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뇌공량; [혈궁!] 좀 놀라고

염숭환; [정황상 혈궁 소속일 가능성이 높은데...] [누군가를 추적중인 것 같습니다.] 눈치 보며 말하고

뇌공량; [혈궁에 쫓기는 인간이라...] 음산하게 웃고

뇌공량; [어쩐지 구미가 당기는 상황이로군!] 얼굴 크로즈 업

 

#6>

저녁 무렵. 경치 좋은 강가. 그리 넓지 않은 강물이 흐르고 있다. 강이라기보다는 개울. 폭이 10미터 정도. 봄이라 풀이 돋아나고 버드나무에 잎이 붙기 시작했다.

흐르는 물속에 잠겨 천천히 떠내려가는 청풍. 두 손을 모아 가슴에 대고 있으며 목에는 어머니 용설약이 묶어준 천을 목도리처럼 묶고 있다. 물속에는 수초가 무성하고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청풍과 함께 떠간다.

청풍; (이 개울은 동정호(洞庭湖)로 흘러드는 자수(資水)의 지류...) 물고기들과 함께 물을 따라 떠내려가며 생각하고

청풍; (자수의 본류까지만 무사히 흘러가면 아버지의 사문인 제왕성의 영역에 들어서게 된다.) 물에 잠긴 채 생각하고. 숨도 쉬지 않는다

청풍; (제왕성의 영역에만 들어가면 끈질긴 혈궁십사도 더 이상 추격하진 못하겠지.)

청풍; (제왕성의 검법은 혈궁의 술법과는 상극이니...) 생각하며 물속에 잠겨 천천히 떠내려가고

청풍; (외조부는 내가 무공을 익힐 경우 당신에게 복수할까봐 우려하여 단전을 파괴해버렸다.) 한숨 쉬며 아랫배를 만지고

청풍; (그 때문에 난 내공을 전혀 쓸 수 없는 몸이 되었지만...)

청풍; (외조부가 간과한 것은 아버지의 능력이다.)

청풍; (아버지께서 내게 가르쳐주신 불멸환혼건은 삼성동천을 여는 열쇠인 동시에 방사(方士;신선의 술법을 닦는 사람들)들이 말하는 선법(仙法)이기도 하다.)

청풍; (불멸환혼건을 깨우친 덕분에 나는 자연의 힘을 몸속으로 끌어들여 내공 대신 이용할 수 있다.) 슈우! 물속에 잠겨 떠내려가는 청풍의 몸으로 무언가 흘러드는 모습

청풍; (바람의 힘을 몸속에 담을 수 있고 대지와 일체가 되어 어떤 충격에도 의연할 수 있다.) 코와 입으로 물 방울이 조금씩 나오고.

청풍; (승풍조익의 힘을 빌기는 했지만 혈궁을 탈출할 수 있었던 것도 불멸환혼건을 연마한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불멸환혼건으로 바람의 힘을 몸속으로 끌어들였다가 다시 뿜어내는 덕분에 식인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으니...> 행글라이더를 터고 엄청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청풍. 그 뒤를 거대한 까마귀가 따라오지만 힘에 부치는 모습

 

청풍; (지금 물과 하나가 되어 떠내려갈 수 있는 것도 불멸환혼건의 힘 덕분인데...) + [!] 생각하다가 좀 찡그리고

청풍; (정말 집요한 자들이다. 용케 내 종적을 찾아내어 따라붙은 걸 보면...) 한숨 쉬며 곁눈질로 강가를 보고. 직후

휘익! 휙! 강가로 날아 내리는 두 사람. 환사와 살사. 두 사람은 청풍이 물에 잠겨 떠내려가는 것을 발견하진 못한다.

환사; [결과를 말해봐라 열째야!] 좀 피곤한 표정으로 말하고

살사; [이무외의 새끼가 제왕성을 목표로 달아나고 있는 중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소.] 퉁명하게 대꾸하고

환사; [제왕성... 제왕성!] 찡그리고

환사; [제왕성이 이번 일에 개입하면 어려운 싸움이 되겠지.] 한숨

 

<-제왕성(帝王城)! 일갑자 전 동정호의 군산(君山)에 세워진 천하제일의 패세다.> 바다같이 넓은 호수 중앙에 떠있는 섬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섬에 있는 반달 모양의 포구에는 크고 작은 수많은 배들이 드나들거나 정박해 있고. 그 부두 뒤편의 산록에는 거대한 성채가 세워져 있다. 담장은 없다.

<제왕성의 성주는 무애검조(無碍劍祖) 섭장천(葉長天)이란 인물이다. 육십년 이상의 세월동안 천하제일인으로 군림해온 그가 바로 제왕성의 성주다.> 무애검조 섭장천의 모습. 다른 작품의 <섭장천> 캐릭터

<하지만 제왕성은 무애검조 섭장천이 만든 세력은 아니다. 그를 존경하는 무림인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하여 바친 세력이 제왕성인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하고. 청년 시절의 무애검조 섭장천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포권을 하고 있다.

<출신 내력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섭장천은 처음 강호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강철도 풀 베듯 하는 보검(寶劍)을 썼다.> 빛이 나는 보검을 옆으로 던지며 한숨 쉬는 청년 시절의 섭장천. 이 보검은 나중에 다시 나오므로 잘 묘사. 그와 마주 선 어떤 노인이 검을 겨눈 채 놀란 표정을 짓고 있고 주변에 둘러선 사람들도 놀란다.

<하지만 섭장천은 이내 무딘 철검(鐵劍)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보검의 이점으로 이긴다는 무림인들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투박하고 거뭇한 색의 철검을 들고 웃는 청년 시절의 섭장천. 그 앞에 피를 토하면서 무릎을 꿇은 위 화면의 노인. 노인의 검은 부러져 뒹굴고 있고. 사람들이 놀라면서 환호한다.

<게다가 오래지 않아 섭장천은 철검을 버리고 목검(木劒)을 썼으며 삼십 년 전부터는 그 목검마저도 쓰지 않고 맨손으로 모든 적을 쓰러트렸다.> 맨손으로 검을 쥔 상대의 손목을 잡아 쓰러트리는 중년 시절의 섭장천. 사람들 놀라 보고 있고

<어떤 강적을 상대하더라도 검조차 필요 없다고 해서 섭장천에게는 무애검조라는 극상(極上)의 별호가 붙여진 것이다.> 오십대 초로의 노인이 된 무애검조. 그 앞에 사람들이 한 무릎을 꿇고 일제히 포권하는 모습

<삼십여 년 전, 더 이상 자신의 승부욕을 자극할 상대가 없게 된 섭장천은 세 명의 기재를 찾아내 제자로 기르는데 전념했다.> 십대의 소년들이 의자에 앉아있는 오십대의 섭장천 앞에 나란히 무릎을 꿇고 있다. 모두 똘망 똘망. 어린 시절의 뇌공령, 위극겸, 이무외다. 뇌공량은 당시에도 이미 덩치가 어른 만하고 위극겸은 잘 생긴 소년, 이무외는 똘망똘망한 십대 초반의 소년이었다.

<제왕삼신재(帝王三神才)라 불린 섭장천의 세 제자는 말 그대로 인중룡(人中龍)들이라 이내 같은 나이 대의 사부에 필적하는 실력자들이 되었다.> 어린 시절의 세 소년의 모습을 배경으로

<그토록 뛰어난 제자들까지 둔 섭장천을 세상 사람들은 모두 부러워했으며 제왕성의 시대가 영원히 계속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의자에 앉아서 흡족한 표정을 짓는 좀 더 나이 든 섭장천. 이제 수염이 희고 멋있다. 그 앞에서 나란히 서서 검법을 펼치는 청년이 된 세 제자

<하지만 이십여 년 전 일어난 한 가지 사건이 제왕성의 앞날에 먹장구름을 드리우게 되었다. 제왕삼신재가 한 날 한 시에 실종되어 버린 것이다.> 부상당한 위극겸을 부축해서 달아나는 이무외. 그 뒤에서 피투성이가 된 뇌공량이 양손에 검을 들고 서서 뭐라 외친다. 뇌공량의 앞쪽에서는 수많은 고수들이 메뚜기 떼처럼 날아오르고 있고

 

환사; [천검(天劍) 뇌공량(雷空量), 지절(地絶) 위극겸(威極兼), 인초(人超) 이무외(李無畏)...]

환사; [섭장천은 제자 복도 많아서 천하제일을 다툴만한 인재들을 무려 셋이나 제자로 받아들였었지.]

살사; [인재는 무슨...] 코웃음. 질투

살사; [결국 세 놈 다 제 명에 못 죽었는데...]

환사; [방심하면 안된다. 뇌공량과 위극겸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으니...]

환사; [만일 그것들이 살아서 제왕성으로 돌아간다면 우리 혈궁이라 해도 제왕성을 이기진 못할 것이다.]

살사; [형님은 제왕성과 섭장천을 너무 두려워하시는 것같소.] 냉소하지만

환사; [당연히 두려워해야지!] 심각하게

환사; [궁주님조차 섭장천의 검에 하마터면 치명상을 입으실 뻔 했었을 정도이니...]

살사; [궁... 궁주님이 섭장천에게 패하셨던 적이 있었소?] 놀라고

환사; [궁주님의 위명에 누가 될까봐 다들 쉬쉬하고 있긴 하지만...] 주변 눈치 살피며

환사; [궁주님은 이십여 년 전 섭장천과 충돌했다가 변을 당하실 뻔 했었다.]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살사; [섭... 섭가 늙은이의 무공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소.] 침 꿀꺽

환사; [너도 알다시피 본궁의 절기는 술법이 위주다.] [그 때문에 일반적인 무공으로는 본궁의 제자들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못한다.]

환사;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섭장천의 검법에는 술법을 무력화시키는 힘이 깃들어 있다.]

환사; [그러니 혹시 나중에라도 제왕성의 인간들과 격돌할 경우 절대 검에 베이지 않도록 조심해라.]

살사; [충고 고맙소.]

환사; [이청풍... 그놈은 당연히 자기에게 사조가 되는 섭장천을 만나려 한다.]

살사; [섭장천의 손에 불멸환혼건이 들어가면 회수하기는 불가능하겠소.]

환사; [그래서 어떻게든 청풍이 놈이 제왕성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걸 막아야만 하는데...] 주변 두리번

환사; [놈이 이 근처로 온 건 확인되었지만 어디에 숨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두리번거릴 때

살사; [식인오도 더 이상 그놈의 냄새를 맡지 못하고 있소.] 하늘 보고

까아아! 허공 아주 높은 곳에 거대한 까마귀가 맴돌고 있다

환사; [썩은 시체가 주식이라 냄새 맡는 데 귀신인 식인오의 후각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단 두 가지야.]

환사; [하나는 땅 속에 깊이 숨었거나...] 말할 때. + 살사; [물!] 버럭 외치며 개울을 보고

저 멀리 물속으로 무언가 떠내려가는 게 얼핏 보인다. 청풍이지만 거리도 있고 또 물속에 상당히 깊이 잠겨 떠내려가고 있기 때문에 잘 안보인다.

살사; [거기 숨어있었구나!] 팟! 폭발적으로 날아오르고. 환사도 눈 부릅뜨며 돌아보고

청풍; [!] 물속에 잠겨 있다가 눈 치뜨고

물 밖의 허공에서 무어라 악을 쓰며 덮치는 살사의 모습이 보인다. 거대한 칼을 두 손으로 쳐들어 내리치려는 자세

청풍; (들켰네!) 물속에서 몸을 바로 세우고. 직후

살사; [크아!] 쩌억! 십미터가 넘는 섬광을 카롤 일으켜서 개울을 길게 갈라버린다. 홍해가 갈라지듯 쩍 갈라지는 개울.

투쾅! 칼을 휘두른 자세로 허공에 멈춰선 살사. 그 앞에서 수십미터 길이로 개울이 갈라져 물기둥이 좌우로 솟구친다

찡그리는 살사

콰아! 갈라졌던 수면이 다시 합쳐지고

환사; [어떻게 되었는가?] 휘익! 살사 근처 허공으로 날아오며 묻고

말없이 칼로 앞을 가리키는 살사

흠칫! 환사

쿵! 두 사람 앞쪽의 개울 위로 수많은 물고기들의 시체가 떠올라 있다.

환사; [물고기 떼를 잘못 본 것인가?] 찡그리고

살사; [유감스럽지만 그런 것 같소!] 멋쩍게 웃고

환사; [열째 넌 살기(殺氣)가 지나친 면이 있다.] 한숨

환사; [남들과 비교도 안되게 강렬한 살기를 타고 난 건 어쩔 수 없지만 절제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환사; [진짜 고수들을 만났을 때는 평정심을 잃는 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으니...]

살사; [금과옥조, 명심하겠소.] 팟! 날아오르며 내뱉고.

으아아아! 고함 지르며 멀어지는 살사

환사; [저 놈의 성미...] 혀를 차며 고개 젓고

환사; [내심 마음에 두고 있었던 설약공주를 이무외에게 빼앗긴 사실 때문에 청풍이에 대한 살의를 주체할 수 없겠지!] 휘익! 날아오르고. 살사가 날아간 쪽으로

환사; [저놈에게서 눈을 떼었다가는 무슨 불상사가 생길지 모르니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구나!] 휘익! 날아가고

곧 사라지는 두 놈.

까아아! 식인오도 두 놈이 사라진 곳으로 날아가고. 헌데

콱! 하류쪽의 강변의 풀을 움켜잡는 작은 손

청풍; [끄윽!] 신음하며 사력을 다해 강변으로 기어 올라오고. 강변에는 풀이 무성하다. 헌데

청풍의 가슴 부분에 깊이 베인 상처가 있고 피가 줄줄 흘러나온다. 청풍의 입과 코로도 피가 흘러나오고

청풍; (위... 위험했다!) 헐떡이며 강변으로 기어 나오고

청풍; (피하는 게 조금만 늦었어도 살사의 도기에 몸이 토막 쳐졌을 것이다.) 털썩! 하늘 보는 자세로 눕고

청풍; (제왕성에 가까워질수록 위험은 증대되겠지.) (혈궁십사도 수색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아질 테니...)

청풍; (제왕성까지는 백리도 채 남지 않은 여정이지만...) (무산(巫山)으로부터 지금까지 달려온 삼천리길보다 더 험하겠구나.) 생각할 때

슈우! 슉! 주변의 풀들이 청풍의 몸을 뱀처럼 휘감고 덮는다

청풍; (신세를 좀 지자 풀들아!) 눈을 감고

청풍; (너희들이 대지에서 흡수한 생명력을 내게 좀 나눠다오.) 풀에 덮이면서 생각하고

<한 번 더 아버지로부터 배운 불멸환혼건의 도움을 받게 되는구나.> 풀에 완전히 덮이고 휘감긴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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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멸삼성(不滅三聖)! 무림이 배출한 최강자들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절세고수들이다.> 세 명의 인물이 品자형으로 서서 서로를 노려보는 모습. 귀신같은 형산, 마귀같은 형상, 신선같은 분위기의 인물들. 실루엣과 분위기로 묘사

<-혈왕(血王) 용극(龍極)! -천마(天魔) 냉각(冷刻)! -무제(武帝) 이릉(李陵)! 오백여 년 전의 인물들인 그들은 인간을 넘어 신선(神仙)과 마귀(魔鬼)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위 장면의 세 사람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혈왕>과 <천마>는 다른 작품의 혈왕과 천마 캐릭터고 <무제>는 다른 작품의 <번뇌신존> 캐릭터를 차용.

<하지만 불운하게도 불멸삼성은 같은 시대에 태어났으며 필연적으로 단 한 자리뿐인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의 자리를 두고 다툴 수밖에 없었다.> 세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서로 다른 벼락. 혈왕의 몸에선 핏빛의 벼락이 천마의 몸에서는 더 짙은 검은 벼락이, 무제의 몸에서는 밝은 벼락이 일어난다

<불멸삼성간의 쟁패에서 이기는 인물이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였다.> 세 사람의 몸에서 일어나는 벼락이 충돌하며 그 충격파로 주변의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모습

<결국 세 명의 절대자들은 소림사의 괴승 적신두타(赤身頭陀)를 참관인으로 삼아 최후의 결전을 벌이게 되었다.> 가공할 충격파를 호신강기로 받아내며 삼인의 대결을 보고 있는 늙은 괴승. 깡마른 중인데 몸에 걸친 것이라고는 아랫도리를 가린 낡은 천뿐이다. 목에는 굵은 염주를 건 채 합장하고 있고. 발도 맨 발이다. 인도의 부처 조각상들 중 고행하는 부처의 모습을 닮았다. 몸에 살이 거의 없어 뼈만 드러난 모습. 하지만 얼굴은 밝고 자비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알려진 바가 없다. 불멸삼성은 물론이고 적신두타도 두 번 다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신두타가 보는 가운데 세 사람이 일으킨 서로 다른 벼락들이 뒤엉키는 모습

<그와 함께 무림에는 위치가 알려지지 않은 불멸삼성의 최후의 결전 장소에 대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불멸삼성이 동귀어진하여 죽어가면서 삼성동천(三聖洞天)이라고 알려진 그곳에 합작으로 만든 불멸의 절기를 남겼다는...> 바람이 소용돌이 치는 어떤 계곡 한쪽 벽에 <三聖洞天>이라는 글이 새겨진 것을 배경으로

<그리하여 무림인들이라면 누구나 삼성동천을 찾아낼 꿈을 꾸게 되었다. 삼성동천의 위치가 기록된 장보도와 열쇠가 존재한다는 소문도 의심하는 무림인은 없다.> 한 장의 복잡한 지형을 그린 지도와 커다란 열쇠를 배경으로

<과연 삼성동천은 어디에 존재하며 누가 그것을 찾아내 고금제일인이 될 것인가?> 위의 화면에서 <三聖洞天>이라는 글 크로즈 업

 

#2>

눈 덮인 산. 밤. 거센 눈보라

그 눈보라를 뚫고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남녀.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얇은 옷을 입었고 엷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앞장 선 것은 가녀린 몸매의 여인이고 그 뒤를 허약해 보이는 소년이 따라온다. 여자와 소년은 품에 여러 개의 가는 쇠 파이프를 두꺼운 천으로 감싼 것을 안고 온다. 용설약과 청풍 모자다. 이때 용설약의 나이는 삼십대 초반. 청풍의 나이는 16살이다. 두 사람 다 무공을 쓰지 못한다.

푹푹 빠지는 눈밭을 걸어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 정상을 향해 가는 두 모자. 그때

퍽! 넘어지는 청풍.

와라락! 그 바람에 쏟아지는 가는 쇠파이프들.

돌아보는 용설약

청풍; [죄... 죄송합니다 어머니!] 허둥대며 다시 쇠 파이프들을 끌어 모으려고 몸을 숙이는 청풍.

화라락! 그 바람에 청풍의 얼굴을 가린 천이 날아가며 얼굴이 드러나고

용설약; [천천히... 침착하게...] 멈춰선 채로 돌아보며 말하고. 청풍의 얼굴을 가렸던 천은 바람에 날아가고 있고

용설약; [급하다고 평정심을 잃는 것은 일을 망치는 지름길임을 명심해라.]

청풍; [예...] 쇠파이프들을 끌어 모으며 대답하고

청풍; [되었습니다.] 다시 쇠파이프들을 안고 용설약에게 다가가고. 그러자

용설약; [잠깐 이것도 안고 있거라.] 자기가 안고 있던 파이프들을 내밀고

청풍; [예...] 달그락! 파이프들을 끌어안고.

자기 얼굴을 가리고 있던 천을 푸는 용설약. 천이 풀리면서 아름다운 용설약의 얼굴과 긴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드러나고

천을 크로즈업. 30센티 정도의 폭에 길이가 1.5미터쯤인 긴 천이다. 얇은데 그 위에 용과 호랑이가 뒤엉킨 그림이 수놓아져 있다. 중요한 소품.

청풍; [어머니...] 놀라지만

용설약; [바람이 매섭다.] [이걸로 얼굴을 가리거라.] 그 천으로 아들의 얼굴을 감싸주고

청풍; [어머니도 추우실 텐데...] 울상. 거절하지는 못하고

용설약; [어미는 괜잖다.] 억지로 웃으며 긴 천을 몇 번 청풍의 얼굴과 목에 감아주기 시작하고.

용설약; [네 외조부(外祖父)에게 단전을 파괴당해 내공을 쓸 수는 없지만 무공으로 단련된 몸이다.] 천을 목에 감아주고

용설약; [이 정도 추위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말하지만 입에서는 김이 새어나오고 몸은 떨린다

청풍; (말씀을 그렇게 하시지만...)

청풍; (몸이 떨리시는 건 숨기지 못하시는구나.) 생각할 때

용설약; [됐다!] 청풍의 얼굴과 목을 감싼 천을 앞쪽으로 단단히 묶어주고

용설약; [지체한 만큼 서둘러서 산봉우리까지 가야...] 말하다가 눈 부릅. + [끼야아아아!] 멀리서 섬뜩한 괴성이 들린다.

청풍; [어머니!] 놀라 뒤를 돌아보고

용설약; [혈궁(血宮)의 최고고수들인 혈궁십사(血宮十師)가 결국 우리 모자의 종적을 발견했구나.] 온 곳을 노려보고

<끼야아아아!> 다시 들리는 괴성

용설약; [놈들은 이미 십리 안쪽으로 들어왔다.] [이대로라면 첨천봉(尖天峰)까지 가기도 전에 따라잡힐 것이다.] 청풍을 두고 왔던 쪽으로 걸어가고

청풍; [안... 안됩니다 어머니!] 비명

청풍; [내공을 쓰지 못하는 어머니의 몸 상태로 혈궁십사를 상대할 수는 없습니다.] 잡으려 하지만

용설약; [걱정마라! 이래 뵈도 어미는 혈궁의 궁주이신 십면혈신(十面血神)님의 딸이다!] [저 종놈들 정도는 막을 수 있다!] 두 손을 모으며 주문을 외울 준비하고

청풍; [하지만...] 울먹

용설약; [가라!] 고함지르고

용설약; [이것이 어미가 네게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의 명령이다!] [네 아버지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지 마라!] 두 손 모으며 기합 지르고. 화악! 용설약의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와 주변의 눈들을 말아올리고

청풍; (어... 어쩔 수 없다!) + [분부 받들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청풍; [제발 무리하지는 마십시오!] 울며 이를 악물며 돌아서고.

용설약; [어서 가라!] [천지간에서 네 사조(師祖)만이 너를 지켜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화악! 더 강렬한 눈보라를 일으키며 외치고

청풍; (용서 하세요 어머니!) 이를 악물고 산꼭대기쪽으로 걸어간다. 발이 푹푹 빠져서 발리 달리지는 못하고

청풍; (소자 청풍(淸風)이 능력이 없어서 어머니를 지켜드리지 못하는 것을...) 푹푹 빠지는 눈 밭을 달리듯이 걸어서 산봉우리를 걸어올라간다

용설약; (잘 가라 아들아!) 쿠쿠쿠! 주문을 외워 더 강한 눈보라를 일으키며 애절한 표정이 되고

용설약; (어미가 네 아버지를 따라 죽지 않은 것은 이런 때를 위해서였다!) 쿠쿠쿠! 눈 보라에 휩싸여 모습이 흐려지는 용설약. 눈보라는 하늘 끝까지 닿을 정도로 높게 일어난다.

용설약; (혼백을 모두 소진시켜서라도 설장금천벽(設障禁天壁)을 유지해야만 한다.)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며 주문을 외우고.

쿠쿠쿠! 완전히 눈보라 속으로 사라지는 용설약의 모습

 

#3>

까아아! 거대한 까마귀 한 마리가 섬뜩한 울음을 토하며 현장에 나타나고

까아아! 사람 크기만한 까마귀가 눈보라를 향해 돌진하고. 하지만 그 직후

꽝! 무언가에 막혀 충격받는 까마귀

까아아! 비명 지르며 허우적거리고

다시 비틀거리며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까마귀. 그 직후

화악! 확! 눈보라의 장벽 앞에 세 개의 그림자가 돌풍을 일으키며 나타나고. 아주 야한 차림의 요염한 여자, 백정같은 분위기에 키가 2미터쯤 되며 작두의 날 같은 거대한 칼을 든 거인, 눈썹이 없고 머리카락이 하얀 중년인. 이들은 혈궁십사에 속하는 요사, 살사, 환사다. 요사는 다른 작품의 <도화선자> 환사는 다른 작품의 <독심마유>나 <이세창>이나 <신행태보> 살사는 다른 작품의 <철두> 나 <도룡도> 셋 다 엄청난 고수들이므로 분위기 있게 묘사.

살사; [년놈의 종적이 이쪽으로 이어졌는데...] 눈 부릅뜨며 눈보라의 장벽을 보고. 눈보라가 심해져서 그 안쪽에 용설약이 있는 게 안보인다. 배경으로 나레이션. <-혈궁십사의 서열십위(序列十位) 살사(煞師)>

요사; [말을 조심해라 막내야!] 눈 흘기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혈궁십사 서열팔위(序列八位) 요사(妖師)>

움찔! 하는 살사

요사; [비록 죄인이긴 해도 궁주님의 딸과 외손(外孫) 아니냐?] [죽일 때 죽이더라도 설약(雪若) 공주님과 청풍도련님에게 예의는 갖춰야만 한다.]

살사; [조심하겠소.] 마지 못해 끄덕일 때

환사; [여덟째! 열째! 이걸 봐라!] 펑! 말하며 눈보라를 향해 장풍을 날리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혈궁십사 서열칠위(序列七位) 환사(幻師)>

텅! 눈보라가 마치 유리벽처럼 환사의 장풍이 튕겨져 나간다. 그러자

<술법!> 놀라는 살사와 요사

환사; [식인오(食人烏)가 날아 넘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허공을 술 취한 듯이 맴도는 거대한 까마귀를 올려다보고

까아아! 울면서 허공을 맴도는 까마귀

환사; [저 눈보라의 장벽은 저절로 생긴 게 아니다.]

요사; [설장금천벽!] [우리 혈궁의 십대금제(十大禁制)중 하나인 설장금천벽이로군요!] 이를 갈며 노려보고

환사; [설약공주가 비록 무공은 쓰지 못해도 술법은 어느 정도 구사할 체력이 있을 것이다.] 끄덕

환사; [저 눈보라의 장벽을 깨트리지 못하면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살사; [그럼 깨트리면 될 거 아니오?] 부악! 날아오르며 거대한 칼을 휘두른다

환사; [조심해라!] 손을 모으며 주문을 외우고

요사; [뭐 하는 거냐 막내야!] 양쪽 소매를 휘둘러 춤을 추듯 움직이며 바람을 일으키고

살사; [크아!] 쩌억! 거대한 칼로 10미터에 이르는 섬광을 일으켜 눈보라의 장벽을 내려치고. 직후

꽝! 눈보라의 장벽을 때리는 살사의 거대한 칼. 마치 투명한 벽을 때린 것 같고

텅! 도로 튕겨져 나가는 칼과 그 힘에 휘말려 날아오르는 살사. 동시에

환사; [환영참경(幻影斬景)!] 주문을 외우는 환사의 몸에서 강한 빛이 뿜어져서 눈보라의 장벽을 때리고

요사; [힘을 빌려주마!] [차력진혼(借力鎭魂)!] 화악! 춤을 추는 요사의 몸에서 일어난 힘이 허공으로 튕겨지던 살사의 몸을 휘감고.

살사; [고맙소 누님!] 화악! 몸에서 힘이 터지는 모습이 되고

환사가 일으킨 빛이 눈보라의 장벽 가운데를 녹인다. 그 부분의 눈이 증발하고

살사; [크아!] 쩌억! 다시 긴 섬광을 일으켜 허공에서 눈보라의 장벽을 때린다. 환사가 일으킨 빛으로 눈보라가 녹은 부분이고. 이후로 살사의 몸에는 요사가 춤을 추며 일으키는 기운이 이어진다

화악! 눈보라가 소멸되며 그 안쪽에 용설약이 두 손으로 결을 지은 채 주문을 외우는 모습이 보인다.

힘이 드는 듯 입과 코로 피를 흘리고 있고

환사; [설약공주님!] 빛을 뿜어내며 외치고

환사; [혈왕(血王)님의 핏줄인 공주님을 해치고 싶진 않소!] [이무외(李無畏)의 자식새끼나 내놓으시오.] 몸에서 빛의 기둥을 뿜어내며 외치고

용설약; [날... 죽여야할 것이다!]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며 이를 갈고

용설약; [그 전에는 내 아들을 해치지 못한다!] 바웅! 쿠오오! 다시 눈보라가 짙어지고

살사; [원한다면...] 부악! 다시 칼을 휘두르려 하고. 허공에 뜬 채

요사; [하앗!] 전력으로 힘을 보내고

살사; [죽여 드리겠소 공주님!] 부악! 칼로 더 거대한 빛을 일으켜 짙어지려는 눈보라의 장벽을 베어간다

꽝! 엄청난 폭발이 일며 눈보라의 장벽이 확 갈라진다. 눈 부릅뜬 채 올려다보는 용설약

 

#4>

까마득한 산봉우리. 눈보라에 휘감겨 있고. 짙은 눈에 덮여있다. 그곳에 주저앉아 무언가를 만드는 청풍. 쇠파이프를 연결하고 그 위에 천을 씌워서 행글라이더를 만드는 중이다.

<불멸환혼건(不滅還魂鍵)을 아버지의 스승이신 무애검조(無碍劍祖)님께 가져가서 바쳐라!> 행글라이더를 조립하며 이무외의 말을 떠올리는 청풍. 이무외는 피골이 상접하고 피투성이가 된 채 벽에 매달려 있다. 고문을 당한 모습이고, 눈에서는 핏물이 흘러내려 눈알이 뽑힌 것을 알 수 있다.

이하 회상

 

이무외; [아버지는 두 명의 사형들과 함께 삼성동천의 소재지를 찾아냈다.] [물론 들어가진 못하고... 장보도와 열쇠를 얻었을 뿐인데...] 자기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울고 있는 청풍에게 말하고

이무외; [그 직후 아버지는 네 외조부에게 사로잡혀 지금까지 혈궁의 포로로 살아왔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청풍을 보며

이무외; [무슨 일이 있어도... 아버지가 얻은 삼성동천을 열 수 있는 열쇠, 불멸환혼건을 스승님께 전해야만 한다.]

회상 끝

 

청풍; (아버지께서 목숨과 바꾸진 불멸환혼건이다.) 행글라이더를 거의 다 만들고

청풍; (삼성동천을 열 수 있는 불멸환혼건을 사조님께 바치기 전에는 죽을 수도 없다.) 행글라이더를 완성하고.

청풍; (외조부 십면혈신은 어머니는 물론이고 나의 단전도 깨트려버렸다.) (그 때문에 우리 모자는 무공은 쓸 수가 없다.) 행글라이더를 들고. 행글라이더에는 짊어질 수 있게 멜빵이 달려 있다.

청풍; (무공을 쓸 수 없는 몸으로 혈궁의 추적을 따돌릴 방법은 승풍조익(昇風鳥翼). 이것 밖에 없다!) 멜빵을 양쪽 팔에 끼워 행글라이더를 등에 짊어지고

청풍; (춘추전국시대의 전설적인 명장 노반(魯班)이 남긴 설계도대로 만든 날틀이니 나를 수백리 밖으로 옮겨줄 것이다.) 행글라이더는 등에 지고 산봉우리 끝으로 가고

산봉우리 끝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절벽이다.

쿠오오! 강한 바람이 그 절벽을 타고 치솟고 있다.

청풍; (원래는 어머니와 함께 이걸 타고 탈출할 예정이었지만...) 이를 악물고

청풍; (어머니의 분부대로 나라도 탈출해야만 한다. 자칫 불멸환혼건을 외조부에게 빼앗길 수도 있으니...) 슥! 절벽에서 뛰어내리려 하고. 바로 그때

[거기까지!] 뒤에서 들리는 외침. 눈 부릅뜨는 청풍.

요사; [거기서 한발만 더 움직여 봐요 도련님!] 휘익! 청풍의 뒤 10미터쯤에 내려서고.

요사; [재미있는 걸 보게 될 테니까요.] 뒤를 조금 보며 웃고. 휘익! 그년 뒤로 환사와 살사가 날아 내리는데 고개 떨구고 있는 용설약의 팔을 양쪽에서 잡고 있다. 용설약은 입과 코로 피를 흘려 옷의 앞부분이 피로 칠갑이 되어 있다. 하늘에는 거대한 까마귀가 떠있고

용설약의 모습 크로즈 업

청풍; (어머니...) 고개 돌려 돌아보는 자세로 전율하고

요사; [자! 그 요상한 날개는 벗어버리고 함께 궁으로 돌아가도록 해요.] 손을 뻗으며 청풍에게 다가오고

청풍; [가까이 오지 말아요!] 고개 젓고

청풍; [한 걸음만 더 다가오면 뛰어내릴 거예요.] 뒤로 물러서고

퍼석! 퍽! 부서진 눈 조각이 절벽에서 떨어지고

요사; [멈...멈춰요!] 기겁하며 멈춰서고. 두손 내민 채

요사; [가까이 가지 않을 테니까 어리석은 짓 하지 말아요!] 억지로 웃고.

지징! 그런 요사의 눈이 조금 진동하지만

청풍; [소용없어요.] 고개 젓고

흠칫! 요사

청풍; [내가 어쨌든 십면혈신님의 외손(外孫)이란 거 잊었어요?] [요사 아주머니의 섭혼술도 내게는 통하지 않아요.]

요사; [아무렴 그럴 테지요.] + (영악한 애새끼!) 억지로 웃고

요사; [도련님을 데려가지 못하면 우리들은 궁주님의 중벌을 면치 못해요.] 짐짓 애처로운 표정을 짓고

요사; [만에 하나 도련님이 이대로 떠나버린다면...] 고개 뒤로 조금 돌리고. 그러자

히죽! 웃는 살사

슥! 칼날을 용설약의 목에 대어 용설약의 얼굴을 쳐들게 한다. 눈을 감고 있는 용설약. 입과 코로 피를 흘리고 있고

요사; [도련님의 어머니가 피를 보게 될 거예요.] 요사하게 웃고

갈등하는 청풍

살사; [크크크! 불효막심한 애새끼 아닌가?] 흉포하게 웃고

살사; [어미의 목숨이 걸렸는데도 결단을 못 내리겠다는 거냐?]

살사; [그럼 빠른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주는 게 인지상정이겠지?] 스윽! 용설약의 목에 댄 칼날을 좀 움직이고. 그러자

주르르! 용설약의 목이 칼날에 좀 베이면서 피가 나고

청풍; [멈... 멈춰요!] 비명

청풍; [승... 승풍조익을 벗을 테니 어머니를 해치지 말아요!] 행글라이더를 벗으려 하며 외치고.

요사; (다행히 협박이 통했네.) 안도하는데

용설약; [멈춰라!] 눈을 조금 뜨며 외치고

[!] 행글라이더를 벗으려던 청풍. 눈 부릅뜨며 멈칫하고

살사; (이 년이...) 눈 부릅뜨며 용설약을 보고. 요사와 환사도 흠칫! 할 때

용설약; [어미를 죄인으로 만들 생각인 것이냐? 너로 하여금 네 아버지의 유지를 저버리도록 만드는...?]

청풍; [하... 하지만...] 울상 지을 때

용설약; [어미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마라!] 애절하게 웃고. 순간

요사; (설마...) + [조심해라 막내!] 다급히 외치지만

스윽! 자기 목을 살사의 칼날에 강하게 누르며 홱 고개 돌리는 청풍

[!] 눈 부릅청풍

환사; [안돼!] 비명

살사; [이런...!] 기겁하며 칼날을 떼지만

푸학! 이미 목이 깊고 길게 베어져서 피를 뿜어내는 용설약

요사; (자... 자결을...!) 사색

용설약; [가... 가라! 어서...] 입과 코로도 피를 뿌리며 청풍에게 말하고

툭! 고개 떨구는 용설약

환사; [그놈 잡아라 여덟째!] 팟! 용설약의 팔을 놓고 날아오르고

요사; (아차!) 팟! 몸을 돌리며 날아오르고

청풍이 행글라이더를 짊어지고 산봉우리 끝으로 달리는 게 보이고

요사; [멈춰!] 화악! 소매를 휘두르자 소매 속에서 긴 띠가 미사일처럼 청풍에게 날아가고. 하지만

팟! 간발의 차이로 먼저 산봉우리 끝으로 도약하는 청풍.

팽! 청풍을 놓친 요사의 허리띠가 허공의 바람을 낚아채고

화악! 행글라이더를 짊어진 채 아래로 추락하는 청풍

[이런,...] [젠장!] 휘익! 휙! 산봉우리 끝에 내려서는 요사와 환사

화악! 청풍이 행글라이더를 등에 짊어진 채 추락하는 것이 보인다.

요사; [저... 저 무모한 놈...] 눈 치뜨고. 하지만

화악! 다음 순간 바람을 타고 급상승하는 청풍.

요사; [날... 날았어요.] 안도하며 놀라고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올랐다가 새처럼 멀리 날아가는 청풍

요사; [쫓아가라 식인오!] [절대 저 놈을 놓치면 안된다!] 허공에 떠있는 까마귀를 향해 악을 쓰고

까아! 울면서 청풍이 날아간 쪽으로 날아가는 까마귀. 하지만

청풍은 이미 까마득히 멀어지고 있고. 까마귀가 필사적으로 쫓지만 거리가 멀어진다

요사; [저 날개같은 것... 이무외의 애새끼를 벌써 저렇게 멀리 데려가고 있어요.]

환사; [아마도 전설로만 전해지던 노반의 날틀 같은데...]

환사; [저런 걸 몰래 준비하고 있을 줄은 몰랐군!] 난감

살사; [교활한 새끼야!] 목이 갈라져 피를 흘리는 용설약의 팔을 잡고 산봉우리 끝으로 다가오며 악을 쓰고

멀리 날아가며 돌아보는 청풍.

살사; [천리든 만리든 달아나봐라!] [기필코 찾아내서 죽여버리겠다아아아!] 악에 바쳐서 외치고.

<죽여버리겠다아아!> <죽여버리겠다아...> 메아리가 사방으로 퍼지고. 그 배경으로 날아가는 청풍.

청풍; (어머니...) 울고

청풍; (어머니의 희생, 결코 헛되지 않게 할게요!)

<천지신명께 맹세코...> 멀리 사라지는 청풍.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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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멸무성 -不滅武聖

 

                                                                   20017년 4월 5일 와룡강 작

 

 

<설정>

불멸삼성이란 인물들이 있었다. 혈왕 용극, 천마 냉각, 무제 이릉. 무림이 배출한 가장 강한 인물들인 그들은 그러나 불운하게도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 불멸삼성중의 일인자가 곧 고금제일인이었다. 이에 삼인은 소림사의 신승 적신두타를 참관인으로 지명하여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비무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동패구상, 피차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죽어가게 되었다. 죽음을 앞두게 되었을 때 불멸삼성은 서로가 불사의 비밀을 탐구하여 거의 접근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으며 합심하여 불사의 비법을 완성시킨다. 하지만 불멸삼성의 상세는 불사의 비법을 자신들을 위해 쓸 수 없는 지경이었고 결국 죽고 만다.

그후 오백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불멸삼성의 후예들은 각기 혈궁, 마천루, 천추각이라는 문파를 이룬 채 대립해 왔다. 비록 겉으로 들어나지는 않았지만 지난 오백년간의 강호무림은 그들 불멸삼성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 되어왔다.

그러던 중 당금에 이르러 불세출의 기인이 무림에 나타나게 되었다. 무애검조 섭장천! 검으로 일가를 이룬 그는 불멸삼성에 필적하는 초고수다. 당금의 천하제일인이며 천하제일의 세력인 제왕성의 성주이기도 하다. 섭장천은 처음에는 신검을 썼고 그 다음에는 철검, 그 다음에는 목검을 썼으며 끝내는 검이 필요없는 무검의 경지에 이르렀다. 그래서 별호가 무애검조다. 제왕성은 그를 존경하는 무림인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세력이다.

섭장천에게는 세명의 뛰어난 제자가 있었다. 환갑의 나이에 거둔 세 제자는 그러나 이십 년 전 동시에 실종이 되어 섭장천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천검 뇌공량, 지절 위극겸, 인초 이무외가 무애검조의 제자이고 그들을 일컬어 제왕삼신재라 부른다. 그들 중 막내인 인초 이무외는 불멸삼성중 무제 이릉의 먼 후손이다.

제왕삼신재가 실종된 것은 불멸삼성의 유물 때문이다. 그들은 불멸삼성이 최후를 마친 삼성동천의 위치와 관련된 유물을 추적하였으며 마침내 지도와 열쇠를 얻는다.

하지만 그 직후 혈왕의 후손들인 혈궁과 천마의 후손들인 마천루의 공격을 받게 되었고 이무외는 혈궁에 사로잡히고 위극겸은 마천루의 무혈마녀 냉상영에게 생포된다. 양대세력의 포위망을 겨우 빠져나간 뇌공량은 그후 이십 년 동안 사제들을 구출하기 위해 동분서주중이고 차마 사부를 볼 낯이 없어 제왕성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중이다.

혈궁의 궁주는 혈왕의 직계후손인 십면혈신 용백이라는 인물이다. 이무외를 사로잡은 용백은 온갖 방법으로 이무외를 고문하고 회유한다. 하지만 이무외는 두 눈이 뽑히는 고문을 당하면서도 끝내 삼성동천의 열쇠를 내놓지 않는다. 이에 용백은 전략을 바꿔서 자신의 딸로 하여금 이무외를 유혹하게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이무외와 관계를 갖은 용백의 막내 딸 용설약은 임신을 하게 되고 그렇게 태어난 아들이 청풍이다.

용백은 외손자이기도 한 청풍의 목숨으로 이무외를 위협한다. 그래도 이무외는 굴복하지 않고 몰래 아들 청풍에게 무애검조의 검술과 삼성동천의 열쇠를 알려준다.

열여섯 살이 된 청풍은 마침내 혈궁을 탈출한다. 삼성동천의 열쇠를 사조인 무애검조 섭장천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하지만 혈궁의 집요한 추적이 시작되고... 청풍은 어머니 용설약의 희생으로 겨우 혈궁을 탈출하지만... 용백은 혈궁의 최고고수들인 혈궁십사를 내보내 청풍을 추적하게 하고...

도중에서 우연히 만난 사백 뇌공량의 도움으로 청풍은 마침내 제왕성에 이르러 무애검조 섭장천과 만난다.

하지만 그 직후 들이닥친 육합혈신의 암산에 의해 무애검조 섭장천은 내공의 절반을 잃어버리는 중상을 입는다.

다시 천신만고 끝에 혈궁의 마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청풍.

그와 함께 불멸삼성이 최후를 마친 비밀 장소가 발견되고 불멸삼성의 후손들과 제자들을 잃어 분노한 무애검조 섭장천이 충돌하고...

섭장천의 둘째 제자 위극겸은 천마 냉각의 후손인 무혈마녀 냉상영에게 사로잡힌 상태다. 냉상영은 위극겸이 지닌 지도를 빼앗기 위해 고문을 하지만 실패하자 위극겸을 자신에게 묶어두기 위해 상사고라는 고독을 먹인다. 그 때문에 냉상영도 위극겸에게 묶이는 신세가 되고... 끝없이 상대방을 생각하게 만드는 상사고 때문에 위극겸은 냉상영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 위극겸이 제왕성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다.

위극겸과 냉상영 사이에서도 아들이 한명 태어나는데 그가 바로 위진천이다.

위진천은 아버지를 상사고로 묶어둔 어머니에게 반감을 품고 있지만 어머니의 명령을 거역하지는 못한다. 천고기재인 위진천은 어머니의 지시로 마교로 들어가 젊은 나이에 마교 교주가 되는데...

위진천이 마교 교주가 되는 과정에서 구사한 무애검조 섭장천의 검법에 주목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뇌공량이다. 뇌공량은 마교의 무공에 사부의 검법이 존재하는 것을 알고 자신의 사제들이 실종된 것이 마교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래서 마교에 투신하여 지금은 마교의 호법사자가 되어 있다.

청풍은 불멸환혼건이라는 비술을 익히고 있다. 삼성동천에 들어가기 위한 열쇠가 바로 불멸환혼건이다. 하지만 불멸환혼건을 익힌 탓에 청풍은 내공은 쓰지 못한다. 그릇이 너무 커져서 내공이라는 작은 물 방울은 티도 안 나는 것이다.

대신 청풍은 자연의 힘을 끌어다가 내공처럼 쓸 수 있다. 바위의 힘을 빌면 바위처럼 단단해지고 바람의 힘을 빌면 바람처럼 백리, 천리 밖으로 날아갈 수도 있다.

그래도 무공을 쓰는데 무제 이릉의 거처인 천추각에서 얻은 무제의 무공이 그것이다. 그의 무공에 대적할 수 있는 것은 혈왕의 술법과 천마의 마공 뿐이다.

위진천은 자신의 출신을 알고 어머니쪽의 핏줄을 혐오한다. 마음이 큰 인물이지만 진상파를 사이에 두고 청풍과 갈등을 겪은 후 마성에 빠져 잔인하고 패도적인 성격이 된다.

제왕삼신재의 첫째인 천검 뇌공량은 사부가 중상을 입고 무림에서 사라지자 제왕성으로 돌아와 성주가 되어서 사부의 복수를 꾀한다.

<등장인물>

무애검조 섭장천; 자타가 공인하는 천하제일인으로 천하최강의 세력인 제왕성의 성주다. 자신만의 독특한 성취로 불멸삼성에 필적하는 고수가 된 인물이다. 피붙이가 없는 탓에 세 제자, 뇌공량, 위극겸, 이무외를 친자식처럼 사랑한다. 이십여년 전에 실종된 제자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인초 이무외; 섭장천의 막내 제자. 불멸삼성중 무제 이릉의 먼 후손, 주인공 청풍의 아버지. 혈궁에 잡혀 혈궁 궁주 십면혈신 용백의 막내딸과 억지로 부부가 된다. 청풍을 삼성동천을 열 수 있는 열쇠의 비법으로 키우고 그 때문에 청풍은 내공을 쌓을 수 없는 몸이 된다. 대신 자연의 힘을 끌어 쓸 수 있고. 청풍을 혈궁에서 탈출시키다가 죽는다.

십면혈신 용백; 혈궁의 당대 궁주. 모든 술법을 집대성했던 혈왕 용극의 후손이라 온갖 종류의 술법에 달통했다. 하지만 혈왕의 술법도 섭장천의 검술에는 깨진다는 사실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반드시 삼성동천에 들어가려 하지만... 삼성동천의 비밀을 알고 있는 이무외를 회유하기 위해 자신의 딸을 안겨준다. 그래서 태어난 외손자 청풍의 목숨으로 이무외를 협박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다.

용설약; 십면혈신 용백의 딸이며 청풍의 생모. 부친 용백의 강요로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이무외를 유혹한다. 사실 용설약은 용백의 딸이 아니다. 용백의 아내가 시동생과 불륜으로 태어난 것이 용설약이다. 즉, 용설약에게 용백은 아버지가 아니라 백부다. 용설약은 그 사실을 알고 있던 터라 어머니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무외를 유혹한다. 남편 대신 아들 청풍을 탈출시키다가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설영; 십면혈신 용백이 첩에게서 얻은 딸. 청풍에게는 이모뻘이다. 물론 혈연관계는 없다. 이무외와 부부가 된 용설약을 질투한다. 그래서 청풍을 해꼬지하는데 앞장 서고. 아버지인 십면혈신의 눈에 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는 악녀다.

무혈마녀 냉상영; 천마 냉각의 먼 후손. 마천루 냉씨의 여가주. 사납고 기승스럽다. 용백에 필적하는 초고수로 야망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던지는 마녀다. 어떤 무공이든 그녀의 손에서 펼쳐지면 가공할 위력을 발한다. 가장 완벽한 몸을 지녔던 천마 냉각 못지 않게 뛰어난 자식을 가지기 위해서 처음에는 뇌공량을 유혹했지만 실패하고 위극겸을 유혹하여 마교 교주가 되는 위진천을 낳았다. 마교로 하여금 사마를 통합하게 하였으며 용백과 마찬가지로 천하를 손아귀에 넣고 지배하고자 한다.

위진천; 마교의 당대 교주. 무혈마녀 냉상영의 아들. 어머니의 뜻에 의해 마교주가 되었으며 그녀의 꼭두각시나 다름없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몸을 지니고 있으며 아버지 위극겸과 뇌공량의 영향으로 심성이 바르게 자란다. 마교의 세상을 천하에 만들기보다는 스스로 자기 세상을 열어 만족하며 살아간다. 청풍과 진상파를 두고 갈등을 일으키면서 심성이 거칠고 패도적으로 바뀐다..

진상파; 여주인공. 병기 제조로 천하제일인 천병신기보의 소보주. 섭장천의 제자가 되려 애쓰다가 몰래 지니고 있던 진천뢰를 혈궁 고수들에게 빼앗기고 또 섭혼술에 당해서 섭장천을 크게 다치게 만든다. 청풍을 향한 일편단심을 지니고 있다.

의천선사; 소림사의 신승 적신두타의 마지막 전인. 60년간 면벽하면서 적신두타의 백팔염주를 이을 사람을 기다렸다. 소림사 칠십이종절기를 모두 익혔으며 하늘을 거스를 역천자들이 나와 윤회의 굴레가 멈추는 것을 막아야 할 의무를 가졌다. 불사를 꿈꾸는 무리들이 무림을 어지럽히는 것을 알고 강호에 나왔다가 청풍을 구한다. 하지만 그 대가로 죽음을 맞게 되고 죽으면서 적신두타의 진전과 사명을 청풍에게 전한다.

뇌공량; 섭장천의 대제자로 별호는 천검. 타고난 무인으로 섭장천에 이어서 천하제이인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고수다. 사부를 위해 삼성동천의 비밀을 캐려고 노력하다가 마침내 비밀을 알아내지만... 그 과정에서 혈궁과 마천루의 공격을 받는다. 결국 두 명의 사제, 위극겸과 이무외가 마천루와 혈궁에 잡혀가는 비극이 발생한다. 이에 책임감을 느낀 뇌공량은 사제들을 구하기 전에는 사부를 뵐 면목이 없다 여기고 무림을 떠돈다. 혈궁과 마천루의 위치를 몰라서 고민하던 중 마교의 어떤 자들이 자신의 사부 섭장천이 창안한 검법을 쓰는 것을 발견한다. 위진천이 아버지에게서 배운 검법을 수하들에게 전수한 것이다. 이에 마교가 사제들의 실종과 관련이 있다 여기고 마교에 투신해서 고위직에 오른다. 그러다가 사부 섭장천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마교를 탈퇴하여 제왕성으로 복귀, 제2대 성주가 된다. 검법으로는 천하무적에 가까운 인물이다.

위극겸; 섭장천의 둘째 제자로 별호는 지절. 무공에 대한 방대한 지식은 사부 섭장천을 능가할 정도다. 하지만 마천루의 여주인인 무혈마녀 냉상영에게 생포되어 강제로 상사고를 나눠먹게 된다. 상사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냉상영을 사랑하게 되고 또 그녀의 곁을 떠날 수가 없어 제왕성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냉상영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위진천은 마교의 교주가 되었고, 냉상영에 대한 애정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와 함께 한다. 사부에 대한 죄책감과 사형제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고통스러워한다.

진무륜; 천병신기보의 보주. 자기가 만든 진천뢰로 제왕성이 타격을 입은 후, 손녀딸 진상파에게 명해 천하에 흩어진 천병신기보의 신병이기를 모두 회수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혈궁십사; 혈궁의 최고 고수들. 그들 중 육인이 궁주인 십면혈신 용백의 명을 받고 청풍을 추격한다. 혈궁십사는 용, 호, 풍, 운, 흑, 백, 환, 요, 괴, 살이다. 그중 환사, 흑사, 백사, 요사, 괴사, 살사가 청풍을 추격한다.

유령서시; 배교의 교주. 원래 혈왕 용극은 배교 출신이었다. 배교의 술법을 모두 배우고 당시 배교 교주를 죽인 전력이 있다. 그 때문에 배교는 혈궁을 철천지 원수로 여긴다. 당대 교주인 유령서시는 그런 악연으로 혈궁을 치는 청풍을 돕는다.

집법마존; 마교의 최고 원로. 신임 교주인 위진천의 정체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일락서산; 섭장천의 비밀 제자. 제왕성의 제자들을 죽인 자들을 척살하는 것이 주임무인 자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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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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