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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7.15 [마고천장] 61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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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3>

<-낙양> 오후. 해가 곧 지려는 저녁 무렵

낙양의 빈민가. 게딱지같은 건물들, 좁은 골목.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고

빈민가에 제법 큰 건물. 담장으로 둘러쳐져 있고. 문에는 <慈惠院>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고아원이다.

마당에는 아이들 옷이 수없이 걸린 빨랫줄이 이리저리 얽혀있고. 그 아래로 10살 미만의 어린 아이들이 놀고 있다. 소꿉장난 하는 계집아이들. 뛰어노는 사내아이들. 굴렁쇠, 술래잡기. 공기놀이. 행복해 보인다.

앞치마 차림으로 부엌에서 나오는 손대낭. 부엌에서는 커다란 솥에서 무언가 끓고 있고

손대낭; [저녁 먹을 준비들 해라.]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놀다가 일제히 돌아보는 아이들

손대낭; [큰애들은 동생 씻기고 상 차릴 준비해줘.]

[네 엄마!] [준비할게요.] [씻으러 가자.] [싫어 더 놀래.] 소동이 일어나는 마당. 좀 큰 애들이 작은 애들 끌고 우물 가로 가고. 더 놀겠다고 버티는 아이들도 있고

손대낭; [오늘은 맛있는 고기국이야.] [빨리 먹고 싶으면 형아하고 언니 말 들어야해.] 어린 아이들에게 말하고

[고기국! 고기국!] [빨리 먹고 싶어요.] 어린 아이들도 우르르 우물로 달려가고.

한바탕 소동이 멀어지는 우물가. 좀 큰 아이들이 동생들 얼굴 닦이고. 우물에서 물 퍼내는 아이들.

손대낭; (귀여운 병아리들...) 그걸 보며 흡족

손대낭; (부모에게 버림받았어도 저렇게 구김살 없이 자라는 걸 보면 키우는 보람이 있지.) 다시 부엌으로 들어가려 하고. 그러다가

움찔! 하는 손대낭

곁눈질로 문 밖을 보는 손대낭

근처 골목에서 음침하고 질 나빠 보이는 사내 두 놈이 숨듯이 서서 자혜원 쪽을 보고 있다.

손대낭; (저자들...) 곁눈질로 그자들을 보고

손대낭; (어제부터 몇 놈이 돌아가면서 우리 자혜원을 감시하고 있다.) 부엌으로 들어가며 곁눈질로 자혜원 밖을 보고

손대낭; (누가 보낸 자들일까?) 국자를 집어들고

손대낭; (훔쳐갈 것도 없는 가난한 고아원을 파락호들이 노릴 이유는 없고...) 솥에서 끓고 있는 국을 뒤적이고. 그러다가

손대낭; (그러고 보니...) 눈 치뜨면서 떠올리는 장면. 바로 용린의 유령이 한밤중에 자신을 찾아와서 내려다보던 장면이다.

손대낭; (상공께서 느닷없이 꿈에 나타났던 것도 심상치가 않아!) 국자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손대낭; (만일 상공이 경고를 하기 위해 내 꿈에 나타나신 것이라면...) 식은땀

손대낭; (설마 내 정체가 위태극 일당에게 들통 난 것일까?) 침 꿀꺽

손대낭; (아니길 바라지만... 만의 하나라는 경우도 있으니 대비를 해야겠다.) 탁! 국자를 솥 옆에 내려놓고. 이어

다시 밖으로 나가는 손대낭.

손대낭; [대호야!] 우물가에서 어린 사내아이들 얼굴 닦이고 있던 똘똘한 인상의 사내아이를 부른다. 나이는 7-8살 정도. 이름은 대호

대호; [예 엄마!] 돌아보고

손대낭; [진파파(陳婆婆) 할머니네 집에 가서 저녁 드시러 오라고 전해라. 고기국을 넉넉히 끓였다고...]

대호; [알았어요.] 일어나고

대호; [형아가 안 도와줘도 깨끗이 닦아야해.] 자기가 얼굴 닦아주던 서너살 쯤 된 아이에게 말하고

[응 형아.] 야무지게 대답하며 허푸허푸 세수하는 꼬마

 

자혜원의 문으로 달려 나오는 대호.

골목에 숨어서 보는 사내들. 그 앞을 달려서 지나가는 대호

사내1; [틀림없는 것같지?] 한 놈이 자혜원을 보며 말하고. 자혜원 내부에서는 손대낭이 다시 부엌으로 들어가고 있고

사내2; [몇 번 확인한 거지만...] 꼬깃한 종이를 꺼내고

사내2; [자혜원(慈惠院)의 원주인 손대낭은 이십오 년 전 본교를 무단이탈한 후 소식이 끊긴 손이교와 동일인인 게 분명해.] 말하며 사내1에게 보여주는 종이. 종이에는 손대낭의 젊은 시절 얼굴, 즉 손이교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사내1; [그렇다 치고...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사내2; [손이교도 약간의 무공은 지니고 있다. 섣불리 덮쳤다가는 타초경사의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종이를 다시 접고

사내1; [그럼...] 긴장

사내2; [하락지부(河洛支部)에서 오늘 내로 흑혈살조들을 보낸다는 도착한다는 연락이 왔다.] 접은 종이를 품속에 넣고

사내1; [흑... 흑혈살조라며 태연하게 사람 피를 마시고 사람 고기를 먹는 다는 살인귀들...] 공포에 질리고

사내2; [이런 저런 악명으로 불리긴 해도 본교의 최정예들이긴 하지.] 끄덕

사내2; [흑혈살조들이 도착하는 대로 오늘 밤 해치우자.]

사내1; [밤이 길면 꿈도 많아지는 법!이긴 하지] 끄덕

사내1; [기왕에 해치워야할 일이라면 빨리 해치우는 게 좋겠지.] 말하면서 흠칫! 한쪽을 보고. 대호가 달려간 쪽이다.

그곳에서 대호가 노파와 함께 온다. 지팡이를 짚고 구부정한 노파인데 얼굴에 주름이 자글거리고 머리에는 수건을 동여맸다. 이 노파의 이름은 진파파

사내1; [저 노파는 뭐지?] 골목 안쪽으로 뒷걸음질 치며 골목 밖을 보고

사내2; [몇 집 건너에서 혼자 사는 진씨 성의 노파야.]

<손대낭과 친해서 가끔 애들을 봐주러오기도 한다더군.> 사내2의 설명 배경으로 골목 앞을 지나가는 대호와 진파파

대호; [엄마! 진할머니 모셔왔어요.] 앞장서서 자혜원으로 뛰어 들어가고. 그 사이에 어린 아이들은 모두 방으로 들어갔고 좀 나이 든 아이들은 손대낭을 도와서 그릇과 수저등을 방안으로 가져가고 있다. 손대낭이 커다란 냄비에 펄펄 끓는 국을 가득 퍼서 부엌에서 들고 나오다가 돌아본다

손대낭; [어서 오세요 진언니. 아직 식전이시지요?] 대호를 따라 자헤원으로 들어오는 진파파를 보며 말하고

진파파; [있는 거 대충 차려서 먹을 참이었는데 대호가 왔었어.]

손대낭; [잘 되었어요.] [고씨네 푸줏간에서 팔다 남은 부스러기 고기들을 잔뜩 보냈길래 고기국을 끊였어요.] 앞장 서서 방으로 가고. 방안에서는 열명이 넘는 어린 아이들이 긴 상을 사이에 두고 기대에 찬 표정으로 보고 있다. 아이들 앞에 각이 하나씩의 그릇이 놓여있고

손대낭; [상할까봐 한 번에 끓였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어찌할까 고민하던 참이었으니 함께 드세요.] 방으로 들어가고

진파파; [그럼세.] [고기국도 고기국이지만 병아리들하고 갗이 먹으면 꿀맛이지.] 손대낭을 따라 들어가고. 대호가 마지막에 들어가고

[와아! 고기국이다!] [냄새 좋아!] [빨리 주세요. 배고파요!] 아이들 환호성이 들리며 대호가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탁! 닫히는 문.

 

골목 안에서 그걸 보는 사내들.

사내1; [특이사항을 없지?]

사내2; [진파파란 할망구도 그냥 평범한 노파로 보이는군.]

사내1; [그래도 경계를 늦춰선 안돼.] [교주님께서 반드시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린 계집이까.] 말하고. 끄덕이는 사내2

 

#314>

<-북경> 해가 막 진 초저녁

<-추운장>

어느 방에서 웅웅의 갑옷을 벗겨주는 자웅. 자웅은 이미 갑옷을 벗었고. 벗은 갑옷과 방패, 도끼와 칼 등이 바닥에 놓여있다.

조진진; [이공자는 자금성에 며칠 머물러야 한 대요.] 거실에서 야차선녀 앞에 두 손 모으고 서서 보고하고.

조진진; [위태극이 자금성에 심어놓은 세력을 발본색원해야만 한다는데...] 마주 쥔 두 손을 꼼지락 거리며 보고하고. 야차선녀는 차를 마시고 있다. 탁자에는 조천경이 놓여있고

조진진; [혹시 그자들 중 성화폐하를 위해하려는 시도를 하려는 자가 있을지 몰라서 지근거리에서 경호를 해야 한다네요.] 좀 서운한 표정

야차선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찻잔을 내려놓고

야차선녀; [만귀비의 주도하에 위태극의 세력을 자금성에서 일소하기 전까지는 이공자가 역할을 해줘야만 한다.]

조진진; [물론 저도 이해는 하지만...] 찜찜한 표정

청풍을 보며 황홀한 표정을 짓던 만귀비와 왕씨의 모습이 조진진의 뇌리에 떠오르고

조진진; (만귀비... 왕황후...) (그 여자들이 이공자를 보는 눈이 심상치가 않았어.) 입술을 깨물고

조진진; (왕황후야 오늘 처음 만났으니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만귀비는 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이공자와 몇 차례 만났었어.)

조진진; (설마 이미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가 아닐까?)

야차선녀; [서있지 말고 앉아라.] 앞의 자리를 턱으로 가리키고

조진진; [예...] 마주 앉고

야차선녀; [사실은 나도 네게 해줄 말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었다.]

조진진; [해주실 말이라는 게...] 의아하면서도 긴장하고

야차선녀; [성화제가 떠나기 전에 나와 독대(獨對)를 청했던 거 기억하지?]

조진진; [사후 대책을 논의하신 것으로 아옵니다만...]

야차선녀; [사후대책을 논의한 건 맞는데...] [말미에 한 가지 제안을 하더구나.]

조진진; [제안이라면...] 긴장

야차선녀; [널 자신의 후궁으로 달라더구나.]

조진진; [무슨...] 분노하여 벌떡 일어나며 고함 지르고

 

[!] [!] 자기들 방에서 자웅이 웅웅의 갑옷을 벗겨주다가 놀라 돌아보고

 

조진진; [후궁?] [저를 후궁으로 달라고 했다구요?] 이를 갈고. 모멸감에 치를 떨며

야차선녀; [널 설득시켜달라고 간곡하게 말하더구나.]

조진진; [그 어지자지가... 감히 내게...] 분노와 수치심에 치를 떨며 이를 갈고. 그러다가

차분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는 야차선녀를 보고 흠칫! 하는 조진진

조진진; [설마... 설마 선녀님은...] 충격 받고

야차선녀; [일단 네게 권해보겠다고는 했다.]

조진진; [어떻게... 어떻게 그런...] 배신감에 치를 떨다가

야차선녀; [성화제가 정말 사랑하는 것은 만귀비가 아니라 분이다.]

조진진; [!] 무언가를 깨닫고

야차선녀; [성화제에게 있어서 만귀비는 배필이라기보다는 부모같은 존재인데...] [문제는 만귀비의 시기심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점이다.]

야차선녀; [만일 분이가 임신이라도 하면...] [거의 확실하게 만귀비 손에 해코지를 당할 게다.] 진지하게

조진진; [그... 그래서 분이... 자기가 사랑하는 기씨를 보호하기 위해 저를 후궁으로 들이고 싶다고...] 분노하지만.

야차선녀; [너의 무공은 여자로서는 그리 약하지 않은 편이고...] [그 위에 몇 가지 술법을 더 배우면 충분히 분이를 보호해줄 수 있을 것이다.] 끄덕이고

조진진;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저 보고 사내도 아니고 계집도 아닌 어지자지의 후궁으로 들어가라는 권유를...] + [!] 무언가 깨닫고

조진진; [잠깐... 잠깐만요!] [성화제가 남자 구실을 못하는 건 확실한데 분이가 어떻게 임신을 한다는...] 헉헉 대고

야차선녀; [후궁 얘기까지 나왔으니 더는 숨길 필요도 없겠지.] 딸칵! 찻잔을 내려놓고

야차선녀; [성화제는 이미 만귀비의 허락을 받은 상태인데...] [다른 사내의 씨로 자신의 대를 이을 계획이다.]

조진진; [다른... 다른 사내라면...] 전율하고

야차선녀; [이공자 외에 또 누가 있겠느냐?] 의미심장하게

조진진; [그런...] 휘청! 하다가

털썩! 다시 의자에 주저앉고

야차선녀; [이제 성화제가 왜 너를 후궁으로 받아들이려고 하는지 알겠지?] 의미심장하게

조진진; (자... 자신의 후궁인 척... 이공자의 아이를 낳으라는...) 얼굴 새빨개지고

야차선녀; [유일한 핏줄인 영친을 잃어버린 순간부터 너는 천애고독한 존재가 되었다.]

야차선녀; [그나마 인연이 닿은 이공자는 출신이 출신인만큼 세상이 좁다 하고 돌아다녀야만 하는 운명이고...]

야차선녀; [이공자와 맺어져 추운장에서 홀로 지내며 기다리는 삶을 택할 수도 있지만...] [그건 너무 외롭지 않겠느냐?]

조진진; [물... 물론 그렇지만...] 할딱이고

야차선녀; [황실에 들어가면 만귀비와 치열한 암투를 벌여야만 하는 부담은 있다.]

야차선녀; [대신 분이를 비롯해서 좋은 동무들을 얻게 되어 외롭진 않을 테고...]

야차선녀; [운이 좋으면 네 아들이 천자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 의미심장하게

조진진; (내... 내가 낳은 아들이 황제가 될 수도 있다니...) 흥분하고

야차선녀; [쉽게 결정을 내릴 문제는 아니고... 또 시간도 제법 있으니 천천히 생각해 보거라.] 다시 찻잔을 집어들고

조진진; [예...] 이제는 좀 진정되어서 얼굴만 발개진 채 대답하고. 그러다가

조진진; [혹시...] 생각난 듯 눈 치뜨고

조진진; [이공자가 당분간 자금성에 머무는 또 다른 이유가...] 분노와 수치심

야차선녀; [아마 오늘밤부터 부지런히 씨를 뿌리기 시작할 게다.] 웃고

[!] 눈 부릅 분노하는 조진진

 

#315>

<-낙양> 이제는 밤. 불야성

빈민가의 자혜원. 여러 개이 방중 가장 큰 방에 불이 켜져 있다. 다른 방들은 불이 꺼져 있고

골목에 숨어서 자혜원을 감시하는 사내1과 사내2

사내1; [하락지부에서 보낸다는 흑혈살조들은 언제 도착하는 건가?]

사내2; [초조하게 굴지마. 오늘 밤 안으로 도착하는 건 확실하니까.]

사내1; [날도 어두워졌으니 손가년을 해치우기엔 적당한 때가 되었는데 말이야.] 입맛 다시고. 바로 그때

탁! 자혜원의 방에서 불이 꺼지고

사내1; [자혜원의 여러 방중 마지막 방의 불이 꺼졌네.]

사내2; [애새끼들이 드디어 모두 잠이 든 모양이군.] 끄덕일 때

삐꺽! 가장 큰 방의 문이 열리고

진파파; [잘 먹고 가네.] 한손에는 뚜껑이 덮인 남비를 들고 한손으로 문을 닫으며 방안에 대고 말하고. 이 진파파는 진짜 진파파가 아니고 손대낭이 위장한 모습이다. 구부정한 몸짓에 머리는 수건으로 감싸고 있어 얼굴이 잘 안보인다

[어두우니 살펴가세요.] 방안에서 들리는 음성. 방안은 어둑해서 안 보인다

진파파; [내일 봅새.] 탁! 문을 닫고. 이어

진파파; [국을 싸주기도 하고...] 두손으로 남비를 든 채 몸을 웅크리며 문을 나서고

진파파; [하여간 손 큰 건 알아줘야한다니까.] 냄비를 두 손으로 든 채 웅크린 채 구부정한 모습으로 골목 앞을 지나간다. 사내1과 사내2는 대수롭지 않게 흘낏 보고

곧 멀어지는 진파파.

사내1; [진파파란 할망구가 집으로 돌아가는군.]

사내2; [귀찮은 혹이 떨어진 셈이지.] [저 할망구가 자혜원에서 자고 갔으면 손가년을 납치하는데 방해가 될 수 도 있었으니...]

사내1; [그럭저럭 여건은 무르익었고...] [이제 하락지부에서 보낸 고수들이 도착하기만 하면 되겠군.] 자혜원을 보며 중얼

 

#316>

<-북경> 깊은 밤. 불들이 많이 꺼졌고

<-자금성> 역시 대부분의 건물에 불이 꺼졌고

<-내원> 불 꺼진 건물들이 대부분. 무장한 환관들만이 간간이 오가고 인적이 없다

불이 켜진 건물

이시하; [이게 이공자의 새로운 신분이오.] 슥! 만귀비의 측근인 이시하가 탁자 위로 길쭉한 패를 하나 내민다. 끈이 달려 있고. 앞쪽에 <汪直>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일종의 신분증인 호패다. 청풍과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있다. 장소는 화려한 거실

이시하; [대내외적으로는 노신의 당질로 알려질 것이며 소속은 동창으로 해두었으니 각가지 정보와 기밀에 쉽게 접근하실 수 있으실 것이외다.] 환관 차림인 청풍이 호패를 집어드는 것을 보며 말하고. 청풍은 모자는 벗고 있다.

청풍; [왕직(汪直)... 넓고 깊으며 올곧다?] 호패에 적힌 글을 읽고

청풍; [평범하게 만들어진 이름은 아니군요.]

이시하; [귀비마마께서 직접 지으신 이름입니다만... 마음에 안 드시는지요?] 눈치 살피며

청풍; [아니오.] [함의(含意)가 깃들어져 있어 제법 흡족한 이름입니다.]

이시하; [그러시다니 다행입니다.] 안도

청풍; [위태극이 작성한 인명부에 이름이 오른 자들은 모두 추포하셨지요.] 호패를 허리띠에 차며 묻고

이시하; [일단 모두 잡아들여 금의위의 뇌옥에 입옥(入獄)시켰습니다.]

청풍; [귀비마마께서는 그자들의 처분을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시하; [시간을 두고 취조를 해서 위태극의 역모에 가담한 정도를 구분하여 형을 집행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청풍; [다행입니다.]

청풍; [한림학사 상로의 주청도 있었지만 인심의 수습을 위해서라도 형은 가급적 가볍게 집행되어야만 합니다.]

이시하; [노신도 그리 해주십사 귀비마마께 청을 넣고 있습니다만...] 의미심장하게

이시하; [역시 공자께서 직접 말씀하시는 게 효과적일 것입니다.]

청풍; [감안하도록 하겠습니다.] 쓴웃음

이시하; [밤도 늦었으니 그만 침수(寢睡)이 드시지요.] [노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일어나고

청풍; [늦도록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같이 일어나고

이시하; [그럼 내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문간에서 문을 열고 고개 숙이고

청풍; [살펴가십시오.] 포권하고

탁! 닫히는 문

청풍; (드디어 혼자가 되었는데...) 한쪽의 문을 보고

청풍; (이시하가 내 거처라며 안내해준 이 건물의 침실에... 어떤 여자가 미리 와있었다.) 등을 향해 손을 젓고

팟! 거실 안의 모든 등불이 꺼지며 어두워지고

청풍; (만귀비는 아니다. 사경에서 돌아온 성화제를 끼고 자는 중일 테니...) 침실 문으로 가고

청풍; (성화제의 후궁들 중 한명이 만귀비의 지시를 받고 나와 동침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텐데...) 덜컥! 문을 열고 들어가고

청풍; (초면인 여자와 동침하는 건 아무래도 어색하다.) 쓴웃음 지으며 침실 안으로 들어가고

어둑한 침실. 넓고 화려한 침대가 놓여있고. 그 침대에 얇은 이불을 덮은 여자가 반듯하게 누워있다가 움찔! 놀란다

청풍; (역시...) 쓴웃음 지으며 뒤로 문을 닫고

청풍; (민망하지만 어쩔 수 없다. 만귀비와 성화제의 간절한 부탁을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니...) 침대로 다가가며 옷을 벗고

청풍; [죄를 짓겠소이다 마마!] 상의를 벗으며 침대 옆에 서고

청풍; [이리 된 것도 인연이니...] + [!] 말하다가 눈 부릅

<기... 기씨!> 경악하는 배경으로 침대에 누워있는 여자 얼굴. 바로 분이다. 머릴 풀었고 몸에는 얇은 잠옷 차림이고. 부끄러워 얼굴이 발개진 채 눈을 감고 있다.

청풍; (맙소사! 내가 씨를 뿌릴 첫 번째 여자가 성화제가 가장 총애하는 기씨... 분이라니...) 놀라서 허리띠를 풀던 자세로 굳어지고

청풍; (만귀비는 가장 싫어하고 질투하는 이 여자를 무슨 생각으로 내 침실에 보낸 것일까?) 침 꿀꺽! 삼키며 당혹. 그러다가

흠칫! 하며 분이를 내려다보고

바들바들 떨리는 분이의 몸. 가슴 아래는 얇은 이불에 덮여있다

청풍; (이 여자에게는 일분일초가 견딜 수 없는 고통일 것이다.) 서둘러 허리띠를 풀고

청풍; (가능한 빨리 내 여자로 만들어주는 게 이 여자를 위하는 일이다.) 알몸이 되어 이불을 들추며 들어간다.

곧 응응하는 두 사람. 실루엣으로 묘사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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