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16. 11:57 와룡강의 작업실/마고천장(魔高千丈)
[마고천장] 62화
#317>
자금성 내의 화려한 건물. 무장한 환관들이 지키고 있고. 불은 꺼져 있다.
화려한 침실. 침대에 만귀비와 성화제가 잠옷 차림으로 누워있다. 성화제가 만귀비의 품에 안긴 모습. 키도 거의 비슷하고 몸집은 오히려 만귀비가 더 좋아서 아들이 어미 품에 안긴 것같다.
잠들지 못하고 있는 성화제. 만귀비는 성화제를 품에 안은 채 눈을 감고 있다
<제발... 제발 그 분부만은 거두어주세요 폐하!> 무릎 꿇고 울며 애원하던 분이의 모습이 떠오르고. 잠옷 차림이고. 장소는 침실이다.
이하 회상
분이; [폐하... 폐하를 두고 천녀가 어찌 다른 사내의 품에 안길 수가 있겠사옵니까?] 애절하게 울면서 자기 앞에 앉은 성화제를 올려다보고
분이; [차라리... 차라리 죽으라 명해주시옵소서!]
성화제; [너는 내 분부 한 가지는 이의없이 따르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잠옷 차림으로 의자에 앉아서 분이를 내려다보고
분이; [하오나... 하오나... 다른 분부라면 몰라도 어찌 폐하가 아닌 사내에게 몸을 허락할 수 있겠사옵니까?] 울고
성화제; [짐이 이러는 것은 너를 위해서가 아니란다.] 몸을 숙여서 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성화제; [아무쪼록... 짐의 대를 이을 아들을 낳아다오.] 애잔한 미소.. 그러자
분이; [흐윽!] 와락 성화제의 다리를 끌어안고
분이; [싫어요! 그래도 신첩은 싫어요.] 몸부림치고
분이; [신첩이 원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폐하 곁에서 늙어죽는 것뿐이라구요.] 눈물로 물든 채 애원하는 얼굴 크로즈 업
회상 끝
성화제; (그러나 결국 분이는 짐의 지시를 거역하지 못했다.) 소리없이 한숨
성화제; (아마 상대가 이공이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성화제; (짐을 위해 아들을 낳아주는 것이 가장 큰 충성이고 애정의 표현임을 깨달은 결과다.) 애잔한 표정으로 웃고
성화제; (아무쪼록 분이가 여자로서의 삶도 알기를 바랄 뿐이다.) 한숨 쉬고. 그러자
만귀비; [왜?] 눈 감고 있던 만귀비가 말하고. 움찔! 하는 성화제
만귀비; [총애하던 년이 다른 사내 품에 안겨있을 걸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는 것이냐?] 눈을 조금 뜨며 흘겨보고
성화제; [그런 게 아니에요.] 어린 애처럼 말하며 만귀비의 품으로 파고 들고
성화제; [이렇게 다시 귀비의 품에 안겨있는 게 여직도 실감이 나지 않을 뿐이에요.]
만귀비; (거짓말...) + [어이구 그러셔?] 끌어안고 쓰다듬고
만귀비; (견심이 네가 분이 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만귀비; (사실은 그래서 그년을 가장 먼저 이공자에게 먹이로 준 것이다. 그래야 견심이 네가 그년을 조금이라도 멀리하게 될 테니까!)
만귀비; (물론 그년이 애를 밴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만귀비; (그전까지는 이공자가 그년을 마음껏 농락하게 만들어버릴 것이다.) 사악하게 웃고
만귀비; (분이 다음번으로는 왕씨를 안겨줄까? 박색이라 이공자 마음에 안들 수도 있겠지만...)
<이번 일을 통해서 견심이의 후궁년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켜줄 것이다. 내원... 아니 황실의 진정한 주인이 누군지를...> 방안의 모급 배경으로 만귀비의 생각 나레이션
#318>
<-낙양> 아주 깊은 밤. 거의 모든 건물에 불이 꺼져 있고
자혜원이 있는 빈민가.
불 꺼진 자혜원
스슥! 슥! 자혜원의 마당에 내려서는 사내들. 자혜원을 감시하던 사내1, 사내2와 두 명의 흑혈살조들이다
흑혈살조1; <이 방에 그년이 있는 게 분명하지?> 자혜원의 가장 큰 방 방문으로 다가가며 전음으로 묻고
사내1; <틀림없습니다.>
사내1; <손가년은 저녁을 먹은 이후로 방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흑혈살조2; <어린 놈들 십여명과 나이 든 계집 한명이 잠자고 있긴 하군.> 한 손을 귀에 대고 말하고
흑혈살조1; <애새끼들이 깨어나서 울어대면 귀찮아지니 먼저 손을 써야겠어.> 징! 달아오른 다섯 손가락을 눈에 대고 겨누고
사내2; <설... 설마 애새끼들을 죽이실 작정이십니까?> 기겁하고. 사내1도 기겁
흑혈살조1; <못할 건 또 뭐냐?> 히죽 웃으며 돌아보고
사내2; <아... 아무리 그래도 고아인 애새끼들을 죽이는 건 좀...> 비지땀. 사내1도
흑혈살조2; <착한 척하지 마라 새끼들아!> 피핑! 역시 달아오른 다섯 개의 손가락으로 방문을 향해 섬광을 뿜어내며 웃고
퍼펏! 퍽! 방문을 뚫고 들어가는 다섯 가닥의 섬광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 돌리는 사내1과 2.
흑혈살조1; [그 새끼들...] 피핑! 피식 웃으며 역시 다섯 손가락으로 섬광을 뿜어내 문에 구멍 내고. 이제 전음이 아니라 말로 한다
흑혈살조1; [오만상 쓸 거 없다. 애새끼들의 수혈을 찍은 것뿐이니...] 손을 내리고
[아!] [그... 그랬군요.] 안도하는 사내1과 사내2
흑혈살조2; [아랫것들 사이에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는 모르겠다만...] 덜컹!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가고
흑혈살조2; [우리 흑혈살조들 역시 피눈물도 없는 살인귀는 아니다.] 방으로 들어가며 말하고. 그때
[누... 누구여 당신들!] 방안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이고
[!] [!] 방안으로 들어서던 두 명의 흑혈살조와 문 밖에 서있던 사내1, 2 눈 부릅뜨고
진파파; [가엾은 고아들만 사는 여기에 무슨 노략질할 게 있다고 쳐들어온 거여?] 잠옷 차림 으로 잠들었다가 깨어나서 일어나 앉으며 외치고. 머리에는 물론 수건을 쓰지 않고 있다. 겁을 좀 먹었지만 눈 부라린다. 진파파 주변에는 어린 아이들 십여명이 다양한 포즈로 잠들어 있다.
사내1; (맙소사! 저 노파는...)
사내2; (손가년이 불러서 함께 저녁을 먹은 진파파..) 사색이 되고
흑혈살조1; [거기 두 놈!] 고개 조금 돌려 문 밖의 사내1과 사내2를 노려보고.
깜짝 놀라는 사내1과 사내2
흑혈살조1;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해봐라!] 이를 갈며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고
사내1; [속... 속았습니다!] 비지땀
사내1; [손가년은 저 할망구로 변장하고 자혜원을 빠져나갔습니다.]
사내2; [날이 어두워서 그년이 저 할망구로 변장한 걸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필사적으로 변명하고
흑혈살조1;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씨부리는 거냐?] 버럭. 무시무시한 살기
진파파; [에그머니...] 기겁 벽으로 물러나 앉고
[으으으...] [용... 용서를...] 사내1과 사내2 사색이 되고
흑혈살조2; [진정하게! 지금은 저 놈들 쳐죽이는 것보다 손가년의 행방을 알아내는 게 급선무 아닌가?]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며 사내1과 사내2를 노려보는 흑혈살조를 말리고. 이어
흑혈살조2; [이것 봐 할망구!] 진파파에게 다가가며 살벌한 표정
진파파; [왜... 왜 이러는 겐가?] 겁에 질려 뒤로 물러앉아 등이 벽에 닿고
흑혈살조2; [우린 지금 손이교... 아니 손대낭이란 년을 찾고 있는 중이다.] 슥! 손으로 진파파의 뺨을 쓰다듬고. + 진파파; [으으으...] 공포에 질리고
흑혈살조2; [그년이 어디로 갔는지 아는 대로 털어놔야될 것이다.] [그나마 남은 천수를 누리고 싶다면...]
진파파; [나... 난 아는 게 없네.]
진파파; [그냥... 손대낭이 북망산 쪽에 있는 친척집에 다녀올 일이 있다며... 하룻밤만 애들을 보살펴 달라기에 여기서 잔 것뿐일세.]
방에서 나오는 흑혈살조1과 흑혈살조2. 밖에서 들여다보던 사내1과 사내2가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서고. 방안에는 진파파가 겁에 질려 구석에 쭈그려 앉아있고
흑혈살조1; [손가년은 북쪽으로 간다며 떠났다고 한다.] 사내1과 사내2에게
흑혈살조1;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지만 우린 일단 북쪽으로 손가년을 추적해가겠다.]
흑혈살조1; [너희들은 낙양성 일대에 거주하는 본교의 제자들과 우호 세력들에게 빠짐없이 모두 연락을 취해 손가년의 종적을 찾아라.]
[분... 분부 거행하겠습니다.] 포권하며 굽신거리는 사내1과 사내2
이어 허둥대며 자혜원 밖으로 달려 나가는 사내1과 사내2
흑혈살조1; [머저리같은 놈들! 생각같아서는 달고 있는 모가지를 뽑아버리고 싶다만...] 달려가는 사내1과 사내2를 노려보며 이를 갈고
흑혈살조2; [잘 참았네. 지금은 손가년을 잡는 데 전념해야만 하는 상황이야.] 흑혈살조1의 어깨를 다독이고
흑혈살조1; [알고 있네. 그래서 피 맛을 보고 싶은 걸 필사적으로 참고 있는 걸세.] 심호흡
흑혈살조2; [피맛, 아니 살맛은 손가년을 잡아서 보도록 하자구.] 팟! 날아오르고
흑혈살조1; [손이교! 잔머리를 쓴 대가로 죽도 살도 못하게 만들어주겠나!] 동료를 따라서 날아오르고.
이내 멀어지는 두 놈.
진파파; [마귀같은 놈들...] 문고리를 잡고
진파파; [두번 다시 얼씬거리지 마라.] 문을 닫고
탁! 닫히는 문. 그리고
#319>
골목에 숨어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여자. 바로 손대낭
멀리 사라지는 흑혈살조들이 작게 보이고
손대낭; (기우가 아니었다.) 식은땀
손대낭; (역시 혈교에서 내 종적을 알아내고 들이닥쳤던 것이다.)
손대낭; (상공께서 꿈에 나타나 경고해주신 덕분에 우리 딸, 천파를 지킬 수 있게 되었다.) 백일몽을 떠올리며 뒷걸음질치고
손대낭; (만일 놈들에게 사로잡힐 지경이 되면 혀를 물어서라도 목숨을 끊어야하겠지.)
손대낭; (그게 혈왕의 고귀한 핏줄을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니...) 어둑한 골목길을 달려오는 손대낭의 두 눈이 강렬하게 빛난다.
#320>
<-북경 남쪽 경항운하(京杭運河) 변의 도시 대성(大成)> 역시 깊은 밤. 넓고 똑 바른 운하를 끼고 있는 도시. 상당한 크기. 포구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배들이 정박해있다. 아직 어두워서 운하를 오가는 배는 없고
그 중 어느 배. 뱃전에 등이 하나 걸려 있어서 눈에 띈다. 바로 백일몽이 타고 온 인신매매조직 악어방의 배다.
그 배의 갑판에는 망토를 어깨에 두른 조폭 두 놈이 앉아서 경비를 서고 있고.
선실에는 십여 명의 조폭들이 담요를 덮은 채 자고 있다.
조폭1; [이젠 밤이 되면 제법 춥구만.]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망토로 몸을 가린 채 떨고. 칼을 차고 있다.
조폭2; [운하라 습기가 많아서 냉기가 더 심하게 느껴지는 거야.]
조폭1; [이럴 때 따끈하게 데운 술 한 잔 뱃속에 집어넣으면 그만일 텐데...] 입맛 다시고
조폭2; [술이 고파도 참아. 보초서다가 술 마신 거 들키면 사두(蛇頭)에게 박살 난다구.] 동료들이 잠이 든 선실 쪽을 눈짓하며
조폭1; [어쩔 수 없지. 물건들 인계할 천진에 닿을 때까지 참을 수밖에...] 입맛 다시고
조폭2; [시간도 안가 지루하니 우리 예쁜이들이나 살펴봐야겠군.] 일어나고
이어 선창으로 통하는 입구쪽으로 간다. 입구는 두꺼운 철문으로 덮여있고. 큼직한 자물통이 달린 그 철문을 위로 젖히면 아래쪽에 선창이 있는 구조. 선창에는 여자들 수십명이 갇혀있고
조폭1; [예쁜이들 보고 딴 생각은 마. 비싼 값에 팔릴 귀한 상품들이니까.]
조폭2; [괜한 걱정이야.] 한쪽 무릎 꿇으며 큼직한 자물통을 왼손으로 들고
조폭2; [그 정도 자각은 있으니 걱정 말라구.] 끼릭! 오른손의 열쇠를 열쇠 구멍에 끼운다.
철컹! 조폭2의 손이 열쇠를 돌리자 자물통이 열리고
자물통을 철문의 고리에서 벗겨내는 조폭2
조폭2; [여러 년이 좁은 선창 아래 갇혀 있어서 공기가 탁해졌을 테니 환기를 시켜줄 필요도 있어.] 덜컹! 철문을 젖혀 열고. 헌데 바로 그때
콱! 조폭2의 목을 강하게 움켜쥐어 목을 부러트리는 여자의 손. 눈을 부릅뜨지만 비명도 못 지르고 죽는 조폭2
조폭1; [!] 흠칫! 하며 돌아보고
스륵! 조폭2의 몸뚱이가 선창 안으로 거꾸로 들어가고 있다. 머리부터 들어가는 모습
조폭1; [자네 뭐하는 건가?] 벌떡 일어나 선창으로 다가가고
조폭1; [계집들에게 허튼 마음 품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몸을 숙여서 어둑한 선창 안을 들여다보는데
콰직! 역시 여자의 손이 어둠 속에서 빠르게 뻗어 올라와 그자의 목도 움켜쥐어 부러트린다. 눈이 돌아가며 죽는 그자
퍼억! 어둑한 선창에 처박히는 조폭1의 시체. 조폭2의 시체도 바닥에 널려있고. 그 옆에 백일몽이 서있다. 물론 얼굴에 복면을 쓰지 않아서 상처가 가득한 맨 얼굴
백일몽; (이제 북경까지 이백여 리 남짓 남았다.) 고개 들어서 밖을 살피고
백일몽; (혹시 모르니 이쯤에서 한 번 더 경로를 바꿔야만 한다.) 슥! 계단에 발을 올려놓고. 헌데 바로 그때
슥! 누군가 백일몽의 치맛자락을 잡는다
돌아보는 백일몽.
14-5세가량 된 귀여운 소녀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올려다보며 두 손으로 백일몽의 치마를 잡고 있다.
백일몽; (이년이...) 찡그리고
<자기도 데리고 가달라는 건가?> 간절한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소녀의 얼굴 크로즈 업.
백일몽; (불쌍하지만 난 지금 너까지 챙겨줄 여유가...) + [!] 소녀의 손을 뿌리치려다가 움찔! 하고.
선창 안을 돌아보는 백일몽.
어둠 속에서 수많은 눈빛들이 백일몽을 보고 있다. 악어방에 잡혀온 여자들이 모두 깨어나 쪼그리고 앉아서 백일몽을 보고 있는 것. 숫자는 서른명 정도. 누워 있다가 일어나며 백일몽을 보는 여자들도 있고.
백일몽; (전부 깨어있었구나.) 난감
<하긴 이대로 끌려가면 어떤 삶을 살아야할지 알고들 있을 테니 잠을 이루지 못했겠지.> 겁에 질린 채 백일몽을 보는 여자들 배경으로 백일몽의 생각.
백일몽; (그렇다고 지금 내 상황이 이 여자들을 구해줄 형편이 못 되는데...) 난감해 할 때
소녀; [부탁... 부탁드려요.] 울먹이고
소녀; [엄마에게 돌아가고 싶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기어코 울음 터트리고.
다른 여자들도 소리를 내지 못하고 울며 두 손을 모아 비는 시늉하고
백일몽; (이거 참...) 마음이 약해지고
백일몽; (내가 외면하면 색주가에 팔려가 사내들에게 짓밟히거나 호색한 늙은이의 노리개가 되는 게 이 계집아이의 운명이다.) 한숨 쉬고
백일몽; (상상을 해버렸으니 차마 모른 척 할 수가 없구나.) + [알았다.] 치맛단을 끌어올려 소녀의 손을 떼내려 하고
백일몽; [여기서 빠져나가게 해줄 테니 내 치마부터 놔라.]
소녀; [예...] 울며 불안한 표정으로 손을 놓고
백일몽; <모두들 조용히 기다려요. 갑판 위의 버러지들부터 처리해야하니...> 전음으로 말하고
여자들 고개 끄덕이고
백일몽; (이래서 편히 살기 위해선 마음 약해지면 안되는 것이다.) 스릉! 목이 부러져 죽은 조폭중 한 놈의 시체를 발로 밟고 몸을 숙여서 그자가 차고 있는 칼을 뽑는다.
백일몽; (불쌍한 인생들 사정 봐주다 보면 한도 끝도 없으니...) 칼을 들고 계단을 올라간다. 여자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보고
[괜... 괜잖겠지요?] [믿고 기다려 봐요.] [방금 전 두 놈을 죽인 솜씨로 봐서 알겠지만 저 분은 무림의 여협이에요.] 계단을 올라가는 백일몽을 보며 여자들 둘이 속삭이고. 한명은 소심한 인상. 한명은 당찬 인상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지만 일부러 잡혀온 척 했을 거예요.] [악어방의 인간들쯤은 간단히 처단할 수 있는 고수같으니 우릴 어렵지 않게 구해줄 수 있을 거예.] 당찬 인상의 여자가 주변의 여자들을 안심시키고. 여자들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 끄덕이고
선실 쪽을 살피며 선창에서 나오는 백일몽
배 위에는 아무 기척도 없고
백일몽; (악어방의 다른 놈들은 전혀 낌새를 채지 못하고 있다.) 선실로 가고.
백일몽; (하긴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겠지.) 삐꺽! 왼손으로 문을 열고 선실로 들어간다.
어둑한 선실 안에 십여 명의 조폭들이 이불 덮고 잠들어 있는데
[뭐냐?] 한 놈이 문 열리는 소리를 듣고 깨어나지만
푹! 이미 그자의 목을 찌르고 있는 백일몽의 칼
[억!] [누구...] 그자 주변의 다른 놈들이 깨어나지만
백일몽; (최대한 신속하게...) 푹푹! 쩍! 서걱! 질풍같이 움직이며 다른 놈들의 목을 치거나 찔러버리는 백일몽. 마치 칼춤을 추는 것같고. 잠결에 저항도 못해보고 죽는 조폭들
푹! 마지막 한 놈이 일어나려다가 목이 찔려 죽고
백일몽; (다행히 큰 소동 없이 끝났다.) 팟! 그자의 목에서 칼을 뽑고. 쓰러지는 그자
백일몽; (지금까지 수백 명의 인간을 죽였지만 일말의 죄책감도 느껴보지 않은 건 오늘이 처음이다.) 무얼 찾기 위해 둘러보고
백일몽; (저기 있구나.) 한쪽을 보며 다가가고.
가구들 사이에 놓여있는 나무 상자. 자물쇠도 달려있고. 일종의 금고다
철컹! 백일몽이 칼로 내려치자 자물쇠가 잘려나가고
칼 끝으로 뚜껑을 열어보는 백일몽.
상자 안에는 돈다발과 은자들이 들어있다.
백일몽; (예상했던 대로 상당한 양의 돈을 지니고 있었다.) 칼을 옆에 내려놓으면서 상자 안을 살피고.
백일몽; (이 정도 돈이면 여자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낼 수 있겠지.) 돈 다발을 들고 살피며 생각하고.
퍽! 굵은 밧줄을 잘라버리는 칼
칼을 내리는 백일몽. 그 앞쪽에 여자들을 태우고 온 배가 떠있다. 백일몽의 뒤에는 서른 명 가량의 여자들이 두려움에 떨며 서있고. 당찬 인상의 여자가 큼직한 주머니를 들고 있다. 그 안에 돈이 들어 있고
퍽! 발로 뱃전을 차는 백일몽. 그러자
슈욱! 상당히 큰 배가 아주 간단히 운하 중심부로 밀려간다
(저렇게 큰 배를 발길질 한번으로 떠내려 보내다니...) (정말 대단한 무공을 지닌 여협이야.) 여자들 안심하고 또 흠모하는 표정들 짓고
백일몽; (저 배는 운하의 흐름을 타고 다시 하류쪽으로 흘러내려갈 것이다.) 칼을 허리에 찬 칼집에 꽂으며 운하 중심부쪽으로 밀려가는 배를 보고
백일몽; (악어방에서 저 배를 발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테고...) 돌아서고
백일몽; (그 때쯤이면 여자들도 이곳 대성에서 멀어지고 있을 것이다.) + [모두 주목하세요.] 여자들을 보고
여자들 긴장해서 백일몽을 보고
백일몽; [여러분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 지시를 따라야만 해요.]
고개 끄덕이는 여자들
백일몽; [아직 밤이긴 하지만 남의 이목을 끌면 안돼요.] [일체 소리 내지 말고 날 따라와요.] 걸어가고. 여자들이 우르르 따라간다
백일몽; (여자들을 관부로 데려가는 것은 하책(下策)이다. 관부의 인간들 중에 흑사회(黑社會)와 통하는 자가 분명 있을 테니...)
백일몽; (표국에 호송을 맡길 수도 있겠지만 안심할 수 없다.) (한 두명도 아니고 서른 명이 넘는 여자를 호송하면 당연히 이목을 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백일몽; (흑사회의 버러지들이 감히 시비를 걸 엄두를 낼 수 없는 강력한 세력에게 맡겨야만 하고...)
백일몽; (그런 세력은 단 하나 뿐이다!) 강렬한 표정
#321>
대성 외곽. 시내와 좀 떨어진 곳. 거대한 사당이 있다. 열 채가 넘는 건물이 높은 담장 안에 서있고. 위치는 운하에서 멀지 않고.
사당의 문은 닫혀있는데. 사당 문 주변과 담장 아래에는 거적이나 넝마를 뒤집어쓴 거지들이 자고 있다. 정문 처마에는 <關帝廟>라는 글이 적힌 현판이 걸려 있다
<-개방(丐幇) 대성지부(大成支部)> 위 사당 배경으로 나레이션
잠자다가 움찔! 하는 거지들
어둠 속에서 사당 정문으로 다가오는 수십 개의 그림자. 바로 백일몽이 이끄는 여자들이다. 헌데 백일몽은 눈 아래를 천으로 가리고 있다.
여자들 겁에 질려 거지들을 보지만 백일몽은 신경 쓰지 않고
백일몽; (개방...) 정문으로 다가가며 생각하고. 거지들도 잠에서 깨지만 보기만 할 뿐 아는 척도 막지도 않는다
백일몽; (천하제일대방이라는 이름답게 개방의 조직은 중원 전체에 뻗어 있다.) 정문으로 다가가고
백일몽; (뿐만 아니라 개방은 흑사회 버러지들의 위협 따위에는 콧방귀도 뀌지 않을 힘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정문에 달려 있는 두 개의 커다란 고리
백일몽; (개방의 비호를 받는다면 서른 명이 넘어도 무리 없이 각자의 고향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 것이다.) 고리 하나를 잡고
탕! 탕! 고리를 문에 쳐서 소리를 내는 백일몽. 이어
물러서며 돈 주머니를 안고 있는 당찬 인상의 여자에게 손짓하는 백일몽.
고개 숙이며 다가오는 당찬 인상의 여자. 직후
끼익! 문이 열리고
늙은 거지; [야심한 중에 뉘시오?] 끼익! 문을 열면서 얼굴 내미는 늙은 거지. <투천환일>에 나온 늙은 거지들 중 한명으로 묘사. 늙은 거지 뒤에는 건장한 중년 거지들 두 명이 서있고
늙은 거지; [관제(關帝)에게 참배를 하려면 날 밝은 후에 오시구려.] 얼굴만 내밀면서 말하면서도 밖의 상황을 살피는 늙은 거지
백일몽; [주무시는 데 방해를 해드렸군요.] 포권하고
백일몽; [하지만 촌각을 다퉈서 제안 드릴 사업이 있어서 찾아뵈었답니다.] 당찬 인상의 여자에게 고개 짓을 하며 말하고. 그러자
당찬 인상의 여자가 앞으로 나서서
안고 있는 주머니의 아구리를 열어 보인다.
주머니 안에는 은자와 지폐다발이 가득 들어있고
늙은 거지; [사업 얘기도 원래는 낮에만 하는 게 원칙이오만...] 흘깃 돈주머니를 보고
늙은 거지; [귀하게 살아온 듯한 처자들이 밤이슬 맞는 모양새가 민망하니 내칠 수가 없구려.] 여자들을 보며 뒤로 물러서고
늙은 거지; [들어오시오.] 문을 활짝 열며 옆으로 물러서고
백일몽; (되었다.) + [후의(厚意)에 감사드려요.] 고개 숙이고. 이어
백일몽; [모두 안으로 들어가세요.] 옆으로 물러서며 여자들에게 말하고
(살... 살았어!) (개방의 보호를 받게 되었으니 다시 악어방의 인간들에게 끌려갈 일은 없어!) 여자들 안도하며 우르르 사당 안으로 들어간다.
늙은 거지; [깨끗한 방을 골라 군불을 때라.] 뒤에 서있던 중년 거지들에게 말하고
중년 거지1; [예 사부님!] 한놈이 고개 숙이고
중년 거지2; [화자(化者)를 따라오시오.] 여자들을 안내해서 간다.
백일몽; (생각지도 않은 일이었지만...) 마지막으로 들어가는 여자의 뒤를 따라 들어가며 생각하고
<이십오 년의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을 하게 되었구나.> 사당 안으로 들어가는 백일몽과 여자들 모습 배경으로 백일몽의 생각 나레이션
#322>
'와룡강의 작업실 > 마고천장(魔高千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고천장] 64화 (1) | 2024.07.18 |
---|---|
[마고천장] 63화 (1) | 2024.07.17 |
[마고천장] 61화 (1) | 2024.07.15 |
[마고천장] 60화 (0) | 2024.07.13 |
[마고천장] 59화 (1) | 2024.07.12 |
와룡강입니다님의
글이 좋았다면 응원을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