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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4.13 [무림일기] 16화 시체에서 자란 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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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시체에서 자란 버섯

 

 

 

"갈태독은 파사가 품고 있는 보물을 빼앗아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려 했으나... 아마 파사는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 갈태독에게서 달아났을 것이다."

철접은 묵린천독편을 내밀어 자신의 앞쪽을 가로막는 독충들을 물러나게 하며 파사의 골격 중간쯤으로 갔다.

"결국 갈태독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고... 얼마 후 중상을 입은 파사도 이곳으로 돌아와 최후를 맞았겠습니다."

"다 왔다!"

철접은 대답대신 걸음을 멈추며 말아 쥔 묵린천독편으로 앞쪽을 가리켰다.

파사의 골격 중간쯤인 그곳에는 쌀가마 하나 정도 크기인 큼직한 물체가 놓여있다.

츠츠츠! 끼기기!

바위같이 단단해 보이는 그 물체에는 수많은 독충들이 뒤덮고 있다.

헌데 독충들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철접이 묵린천독편을 내밀어도 흩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독충들도 물러서지 않는다! 저 바위같은 게 대체 뭔데 독충들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 드는 것일까?)

요문천이 의아해할 때였다.

"비켜라!"

촤악!

철접이 묵린천독편을 바닥에 대고 내리쳤다.

화악!

그러자 바닥을 때린 묵린천독편에서 검은색의 안개같은 것이 확 뿜어져 나와 바위 근처의 독충들을 휩쓸어버렸다.

푸스스! 화악!

묵린천독편에서 뿜어진 검은 안개에 휩쓸리는 순간 바위를 뒤덮고 있던 독충들이 재가 되어 흩어져 버렸다.

끼끼! 츠츠츠!

살아남은 독충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달아나 버렸다.

(가공하구나! 독충들을 녹이는 게 아니라 아예 증발 시켜버렸다.)

요문천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묵린천독편에 농축되어 있는 멸절독강은 내공을 주입해야만 발출된다. 그래서 평소에는 맨손으로 만져도 안전한 것이다."

철접은 휘둘렀던 묵린천독편을 다시 감아쥐며 말했다.

"그건 참 편리하군요."

"이게 무얼 것 같으냐?"

철접은 둘둘 말아 쥔 채찍으로 앞쪽에 놓인 바위같은 것을 가리키며 물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독충들이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했던 걸 보면 귀중한 가치가 있는 건 분명하겠습니다!"

"이건 파사의 쓸개다."

철접은 가마솥만한 크기인 바위같은 것을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쓸개라니... 파사란 놈은 덩치에 어울리게 쓸개도 정말 엄청난 크기로군요!"

요문천은 놀라 눈을 치뜨며 바위같은 물체, 파사의 쓸개를 새삼 바라보았다.

"이 석화(石化)된 쓸개 속에 파사가 품고 있던 진짜 보물이 들어있을 것이다!"

!

철접은 말하면서 다시 채찍을 펼쳐서 파사의 거대한 쓸개를 후려쳤다.

그러자 묵린천독편에서 다시 검은 안개같은 것이 터져 나와 돌처럼 단단하게 굳었던 파사의 쓸개를 덮어씌웠다.

퍼석!

검은 안개같은 휩쓸리는 순간 파사의 거대한 쓸개도 고운 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반짝!

그리고 흩어지는 파사의 쓸개의 속에서 빛을 발하는 작은 물체가 드러났다.

계란만한 크기의 구슬인데 푸르스름한 빛에 덮여있다.

(저 구슬은 혹시!)

파사의 쓸개가 흩어지며 드러나는 구슬을 본 요문천의 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

"이게 바로 파사의 내단(內丹)이다."

철접은 묵린천독편을 허리띠에 끼우고는 몸을 숙여서 구슬을 집어들었다.

(역시!)

요문천은 철접이 고운 모래같은 파사의 쓸개 잔해 속에서 진어든 구슬을 바라보며 흥분을 금치 못했다.

바닥을 기어 다니는 모든 짐승들의 왕인 파사는 몸속에 내단을 만들어 왔다.

파사가 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흡수한 천지간의 정기가 그 작은 구슬 안에 농축되어 있는 것이다.

"이걸 복용하면 환골탈태(換骨奪胎)하여 모든 상처와 고질이 고쳐진다. 사해무존에게 치명상을 입은 갈태독으로서는 파사를 죽여서 내단을 꺼내먹는 것 외에는 달리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철접은 구슬에 묻어있던 쓸개의 잔해를 자신의 옷에 닦으며 말했다.

갈태독은 정말 무정(無情)한 인간이었군요. 아무리 목숨이 소중해도 수천리 밖에서 찾아온 이 영물을 죽일 생각을 했으니...”

요문천은 갈태독의 시신 쪽을 흘겨보며 한숨을 쉬었다.

"무정하고 무의(無義)한 인간이 어찌 갈태독 뿐이겠느냐? 그보다 입을 벌려봐라!"

철접은 파사의 내단을 자신의 옷자락에 깨끗하게 닦으며 요문천에게 말했다.

"?"

요문천은 어리둥절하면서도 입을 벌렸다.

!

순간 철접은 파사의 내단을 요문천의 벌린 입에 그대로 넣어버렸다.

"무슨...!"

파사의 내단이 입속으로 들어오자 요문천은 기겁하며 뱉어내려고 했다.

!

하지만 철접의 손이 물 흐르듯이 요문천의 턱을 움켜쥐어 다물게 했다.

(파사의 내단이 침에 닿자 그대로 녹아버린다!)

요문천은 강제로 입을 다물린 채 눈을 부릅떴다.

입안에 들어온 파사의 내단이 마치 얼음인 듯이 그대로 녹아서 목구멍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꿀꺽!

창졸간에 일어난 일이라 요문천은 녹아서 액체가 된 파사의 내단을 그대로 삼키고 말았다.

"되었다!"

요문천이 파사의 내단을 모두 삼킨 것을 확인한 철접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때까지 쥐고 있던 요문천의 턱을 놓아주었다.

"... 이게 무슨 짓입니까?"

턱이 자유로워진 요문천은 목을 쥐고 콜록거렸다.

파사의 내단이 녹아서 흘러 들어간 뱃속이 독한 술을 마신 듯 화끈거리긴 하지만 고통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수선 떨지 마라! 파사의 내단은 무궁무진한 효능을 지닌 절세의 보물이다."

철접은 파사의 골격 밖을 향해 돌아서면서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너는 이후로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독에도 해를 입지 않게 될 것이고 내공심법을 연마하면 어렵지 않게 오갑자(五甲子) 수위의 공력을 얻게 될 것이다!"

"그렇게 좋은 것이라면 왜 소저께서 드시지 않으셨습니까?"

요문천은 철접을 따라가며 물었다.

뱃속에서 시작한 화끈거림이 온몸으로 퍼져서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든다.

"내게는 따로 먹을 것이 있다!"

철접은 골격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따로 먹을 게 있다고?)

요문천은 어리둥절하며 그녀의 뒤를 따라 파사의 골격 밖으로 나왔다.

온몸을 화끈거리게 만드는 열기 탓에 어느덧 요문천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다.

 

파사의 골격에서 나온 철접은 다시 갈태독 시체 앞으로 가서 멈춰 섰다.

(왜 다시 갈태독의 시체 쪽으로 온 건가? 설마 갈태독의 시체라도 먹겠다는 건가?)

요문천이 어리둥절할 때였다.

"갈태독은 생시에 수천 가지 극독을 복용하여 피와 살이 모두 독에 물든 독인(毒人)이 되었었다!"

철접이 갈태독의 해골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앉았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자 자연스럽게 저고리가 위로 들려지며 탐스러운 엉덩이가 일부 드러난다.

"...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저고리 아래쪽으로 드러나는 철접의 뽀얀 둔부를 곁눈질하며 요문천은 침을 삼켰다.

파사의 내단을 복용하여 몸이 뜨거워진 때문일까?

철접의 둔부를 보는 것만으로도 요문천은 온몸이 확 달아올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독인이었던 자가 죽으면 생시에 복용한 극독들의 정수가 한 곳으로 모여 특이한 형태를 갖추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철접은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갈태독의 웃옷을 벌렸다.

철접이 몸을 앞으로 숙이자 저고리가 끌려올라가며 뽀얀 둔부가 더 많이 드러나 요문천의 눈을 부릅뜨게 만든다.

역시 있었구나.”

철접이 갈태독의 상의를 벌린 채 무언가를 보며 말한다.

그녀의 허연 둔부를 노려보던 요문천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갈태독의 시신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철접에 손길에 의해 드러난 갈태독의 아랫배, 단전 부근에 영지(靈芝)의 모습을 한 버섯이 하나 돋아나 있었다.

"시신에서 버섯이 자라다니...! 혹시 시균(屍菌)입니까?"

요문천은 철접 뒤에서 고개를 숙여 버섯을 들여다보며 놀란 표정이 되었다.

"어려서부터 신동(神童) 소리를 들었다더니 아는 게 많구나."

철접은 갈태독의 시신 단전 부근에서 자라고 있는 버섯을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잡았다.

"그렇다! 이것은 동물의 시체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동충하초(冬蟲夏草), 즉 시균이다!"

!

그녀는 신중하게 버섯을 갈태독의 아랫배에서 떼어내며 말했다.

"하지만 이 시균은 보통의 동충하초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갈태독이 살아생전 복용한 모든 독의 정수가 모여 있는... 굳이 이름붙이자면 천독시균(千毒屍菌)이라고 할 수 있다!"

철접은 떼어낸 버섯을 두 손으로 쳐들어 살펴보며 말했다.

영지초를 닮은 그 버섯은 반투명한 껍질 안쪽에 액체가 가득 고여 있는 특이한 형태를 하고 있다.

"천독시균?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은데 보통의 시균과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천독시균을 먹으면 갈태독이 평생 수련했던 독공(毒功)과 내공을 고스란히 물려받을 수 있다! , 이걸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단번에 제이(第二)의 갈태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소저의 말씀대로라면 천독시균이라는 그것은 정말 대단한 보물이로군요."

철접의 설명을 들은 요문천은 흥분을 금치 못했다.

"이것도 네가 먹겠느냐?"

철접은 그런 요문천을 돌아보며 천독시균을 내밀었다.

"... 싫습니다!"

철접의 말에 요문천은 기겁하며 손사래를 쳤다.

"뱀의 내단이야 엉겁결에 먹었지만 시체에서 돋아난 버섯이라니...! 갈태독이 아니라 갈태독 할애비의 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해도 그건 못 먹겠습니다!"

요문천은 혐오스러운 감정을 숨기지 않으며 뒷걸음질을 쳤다.

"아쉽구나! 천독시균을 먹겠다고 했으면 네게 진 두 번의 신세를 전부 갚는 셈이 되었는데...!"

철접은 한숨을 쉬며 일어났다.

철접이 몸을 움직이자 여기저기 갈라진 저고리 속에서 육중한 가슴이 물결치듯 출렁인다.

"파사의 내단을 먹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보답은 충분히 하셨습니다."

요문천은 자기도 모르게 철접의 가슴을 훔쳐보며 말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긴 하지만 내 마음은 편치가 않구나."

철접은 천독시균을 손에 든 채 한숨을 쉬었다.

"정 부담이 되신다면 이리 주십시오.“

!

요문천은 그런 철접에게 다가가 천독시균을 낚아챘다.

잘 생각했다.”

요문천이 천독시균을 낚아채자 철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파사의 내단에다가 천독시균까지 복용하면 너는 어렵지 않게 천하무적이 될 수가...”

말하던 철접의 눈이 부릅떠졌다.

요문천이 손에 들고 있던 천독시균을 말하느라 벌어진 철접의 입에 재빨리 집어넣은 때문이다.

철접이 급히 입을 다물었지만 천독시균은 그녀의 입 속으로 들어온 후였다.

철접은 입을 다무는 과정에서 천독시균의 얇은 껍질을 이빨로 깨물게 되었다.

그 즉시 천독시균 안에 들어있던 점액질의 내용물이 터져 나왔다.

입을 벌리게 되면 천독시균의 정수가 밖으로 쏟아지게 된다.

철접은 어쩔 수 없이 천독시균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서로 비긴 게 되었지요?”

이마를 살짝 찡그린 철접이 우물거리며 천독시균을 먹는 것을 보며 요문천은 싱긋 웃었다.

(정은 많고 욕심은 없는 아이다.)

철접은 그런 요문천을 보며 가슴 깊은 곳이 찌르르 울리는 것을 느꼈다.

태어날 때부터 냉혹비정한 성격의 인자로 키워진 철접이다.

그녀가 사내를 대상으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방금 전까지는 그래도 망설여지는 구석이 있었는데...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구나.)

철접은 무언가를 결심하며 천독시균을 껍질까지 모두 씹어서 삼켰다.

어떻습니까? 천독시균의 약효가 느껴지시는지요?”

요문천이 철접의 안색을 살피며 묻는다

파사의 내단도 그렇고... 천독시균 역시 약효를 온전히 흡수하려면 제대로 내공심법을 운용해야만 한다.”

철접이 소매로 입가를 조금 닦으며 말했다.

그럼 어서 운기조식 하셔서 천독시균의 약효를 흡수하십시오. 몸의 상처를 치료하시는 게 급선무이니...”

그래야겠지만... 그 전에 할 일이 있다.”

철접은 재촉하는 요문천을 지긋이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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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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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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