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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4.10 [무림일기] 14화 어둠 속에서의 설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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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어둠 속에서의 설렘

 

 

 

(이런...)

박속같이 하얀 철접의 둔부를 본 요문천은 숨이 턱 막혔다.

충격이 너무 커서 귀가 먹먹하고 눈앞이 아찔해진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철접은 허리를 숙인 채 표창을 회수하고 있다.

너무도 자극적인 그 모습에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그때였다.

!

갑자기 철접이 왼쪽 발로 바닥을 세차게 밟아서 요문천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든다.

콰직! 끼이익!

뭔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비명이 터진다.

!”

요문천은 퍼뜩 정신을 차리며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가죽신을 신은 철접의 왼쪽 발에 손바닥만한 전갈이 으스러진 채 바들바들 떨고 있다.

그 전갈은 몰래 다가와 철접의 발목에 독침을 쏘려다가 밟혀 죽은 것이다.

우지직!

밟았다가 옆으로 문지르는 철접의 가죽신 아래쪽에서 전갈의 몸통이 완전히 으스러진다.

(과연 인자로구나. 여자면서도 독충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걸 보면...!)

요문천은 무심히 전갈을 밟아 으스러트리는 철접을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그와 함께 철접이 신고 있는 가죽신의 바닥에 강철같이 단단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나저나 이곳에 출몰하는 독충들은 비정상적으로 거대하다. 그렇다는 건 아주 오래 산 놈들이라는 얘기가 되는데...!)

요문천은 혼미해진 정신을 수습하며 주변으로 관심을 돌렸다.

그 사이에 철접은 표창들을 모두 회수했다.

"내 뒤를 바싹 따라 오너라! 세 걸음 이상 뒤처지면 안된다."

표창에 묻은 독충들이 체액을 옷깃에 닦으며 철접은 걸음을 옮겼다.

...!”

요문천은 대답하며 급히 철접을 따라붙었다.

한 걸음이 채 안되게 다가서자 향긋한 내음이 요문천의 코를 간지럽힌다.

"어쩌면 오늘 오랜 세월 사람들이 목매며 찾던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표창을 챙긴 철접은 다른 것을 꺼냈다.

작은 가죽 주머니였다.

요문천이 약을 찾기 위해 그녀의 품속에서 찾았던 큰 주머니에 들어있던 작은 주머니들 중 하나다.

(사람들이 목매며 찾던 것? 설마 갈태독의 보물창고가 이 앞쪽에 있단 말인가?)

요문천이 흠칫할 때였다.

물론 그 전에 귀찮은 놈들을 쫓아버려야겠지.”

작은 주머니를 꺼내든 철접이 고개 짓으로 앞쪽을 가리켯다.

!”

고개를 옆으로 빼서 철접의 앞쪽을 보던 요문천은 기겁했다.

츠으! 츠으!

철접 앞 쪽 어둠 속에 수많은 불빛이 번뜩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어두운 밤에 반딧불이가 떠있는 것같은 광경이다.

그때 철접이 왼손에 들고 있는 등을 높이 쳐들었다.

화악!

그와 함께 철접이 쳐든 등의 불빛이 갑자기 몇 배로 밝아진다.

그 등에는 요문천이 알지 못했던, 불빛을 조절하는 장치가 있었던 것이다.

몇 배로 밝아진 등의 불빛으로 인해 통로 앞쪽의 상황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 맙소사!)

순간 요문천은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며 눈을 부릅떴다.

한낮의 태양인 듯 밝아진 등의 불빛에 의해 드러난 앞쪽의 통로를 수많은 벌레가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갈, 지네, 거미, 갑충, 그리고 이름 모를 기괴한 벌레들...

통로의 좌우 벽과 천장, 바닥이 온갖 종류의 벌레들로 뒤덮여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치명적인 독을 머금고 있는 독충들이다.

등의 불빛이 밝아지기 전에 요문천이 보았던 수많은 반딧불같은 것들은 그 독충들의 눈빛이었던 것이다.

(여긴 완전히 독충들의 소굴이로구나. 아까 들었던 모래가 흐르는 듯한 소리는 저놈들이 움직이면서 내는 것이었고...!)

요문천은 진저리를 치며 허리띠에 꽂고 있는 지옥교의 손잡이를 움켜잡았다.

여차하면 뽑을 생각이었다.

철접은 품속에서 꺼낸 작은 주머니의 입구를 묶고 있는 끈을 이빨로 끊어서 열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 들어있던 고운 가루를 왼손으로 들고 있는 등의 위쪽에 나있는 구멍으로 솔솔 부어넣었다.

화악!

순간 등에서 대량의 연기가 일어나 주변을 뒤덮었다.

콜록!”

갑자기 퍼지는 연기를 들이마신 요문천은 세차게 기침을 했다.

사람에게는 그리 해롭지 않은 연기이니 마셔도 된다.”

철접은 연기를 연막처럼 뿜어내는 등을 들고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미리 경고를 좀 해주지 않고...)

요문천은 콜록거리며 철접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끼익! ! 사사삭! 츠츠츠!

연기가 퍼지자 통로의 사방 벽을 뒤덮고 있던 독충들이 질겁하며 안쪽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등에서 뿜어지는 이 연기에 독충들을 쫓는 효과가 있구나!)

요문천은 놀라면서도 안도하며 철접의 뒤를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다.

슈욱! !

그러는 사이에도 등에서는 연기가 확확 뿜어져 나왔다.

그 연기는 독충들을 앞쪽으로 달아나게 만들고 있다.

(온갖 악조건 하에서 임무를 수행해하는 인자답게 독충에 대한 대비도 되어 있었다. 만약 나 혼자였다면 독충들이 지키고 있는 이 통로를 살아서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다.)

요문천은 새삼 감탄하며 철접의 뒤에 바짝 붙어 따라갔다.

 

그렇게 얼마나 철접의 뒷모습을 보며 걸어갔을까?

갑자기 앞서 가던 철접이 걸음을 멈췄다.

요문천은 철접이 멈출 것을 예상하지 못했었다.

또 거리가 가까웠던 탓에 요문천은 얼굴을 철접의 등에 처박고 말았다.

"어이쿠!"

철접의 키가 요문천보다 반 뼘 쯤 더 큰 탓에 얼굴이 그녀의 등에 부딪힌 것이다.

요문천은 허우적거리다가 본능적으로 철접의 몸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철접을 뒤에서 끌어안은 요문천의 양손에 부드럽고 탄력이 넘치는 살덩이들이 와락 움켜쥐어진다.

요문천은 자기도 모르게 철접의 가슴을 뒤에서 움켜쥔 자세가 된 것이다.

요문천의 양손이 자신의 가슴을 뒤에서 움켜쥐었으나 철접은 한 차례 움찔 했을 뿐 가만히 서있었다.

(이크!)

요문천은 기겁하면서도 즉시 손을 철접의 가슴에서 떼지는 못했다.

크기는 유모 섭대낭의 것보다 작지만 탄력은 비교할 수도 없이 좋은 살덩이들이다.

그 황홀한 감촉에 요문천은 자신이 친하지도 않은 여자에게 무례한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잠시 망각했다.

심지어 요문천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움직여서 철접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탱탱한 감촉,

양지유(羊脂油)를 굳힌 듯 매끄러운 그것들은 요문천으로 하여금 언제까지라도 만지고 싶게 만든다.

(이렇게... 이렇게 감촉이 좋다니...)

요문천은 황홀경에 빠져서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잠시 망각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주 긴 시간이 흐른 것 같지만 사실은 숨 몇 번 쉰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목적지에 온 것같다.”

철접이 나직하게 말하며 앞으로 움직였다.

그 바람에 자연스럽게 요문천의 두 손은 철접의 가슴에서 떨어졌다.

"... 죄송합니다!"

퍼뜩 정신을 차린 요문천은 얼굴이 벌개져서 철접에게 사과했다.

뒤늦게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은 것이다.

"새삼스럽긴... 금창약을 발라주느라 내 몸을 구석구석 만지지 않았느냐?"

걸음을 옮기는 철접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하며 등을 높이 쳐들었다.

요문천은 철접이 화가 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내심 안도했다.

"... 그렇긴 하지만... !"

그래도 사과를 하려던 요문천은 흠칫 하며 앞쪽을 보았다.

철접이 높이 쳐드는 등의 불빛에 의해 앞쪽 삼, 사장 쯤에 육중한 철문이 서있는 것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철문은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은빛을 내며 번들거린다.

지하 밀로에 가득 찬 습기에 전혀 훼손되지 않은 것이다.

그것은 철문의 재질이 부식에 강한 합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두 쪽으로 이루어진 철문은 약간 열려있다.

쏴아아!

그 열린 틈으로 지하 통로를 메우고 있던 수많은 독충들이 빨려 들어가듯 사라지고 있다.

츠츠츠!

그와 함께 조금 열려진 철문 틈으로 오색(五色)의 광채가 흘러나오고 있다.

아주 강한 빛은 아니지만 영롱하기 이를 데 없는 빛이다.

(저 빛은 보광(寶光)이다!)

요문천의 눈이 흥분으로 치떠졌다.

조금 열려져 있는 철문 사이로 흘러나오는 영롱한 빛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직감한 때문이다.

그긍!

그 사이에 철접은 철문 중 한쪽을 오른손으로 밀며 안쪽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화악!

철접의 손에 의해 철문이 활짝 열리면서 안쪽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영롱한 빛이 더 강렬해졌다.

(틀림없다! 저 철문 안쪽이 지난 오십여 년동안 누구도 찾지 못했다는 천독친왕 갈태독의 보물창고다.)

요문천은 흥분을 금치 못하며 서둘러 철접의 뒤를 따라 철문 안쪽으로 달려 들어갔다.

!”

그리고 철문 안쪽으로 들어서는 순간 요문천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렸다.

 

철접이 밀고 들어간 철문의 안쪽은 건너편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지하 광장이다.

지하 광장의 도처에는 기기묘묘한 종유석과 석순들이 늘어서서 높은 천장을 떠받히고 있다.

지하광장은 원래 천연의 동굴이었던 것이다.

족히 수천 평은 됨직한 그 넓은 지하광장에 산더미같은 보물들이 쌓여있다.

벽돌크기만한 금괴와 은괴가 마치 성벽이나 건물처럼 여기저기 쌓여있다.

금괴와 은괴들이 쌓여있는 사이의 공간을 보석과 골동품, 진귀한 그림, 명장이 만든 공예품등 진기한 물건들이 가득 채우고 있다.

특히 광장 중앙에는 온갖 종류의 보석들이 사람 키만한 금제 항아리들 수십 개에 담겨진 채 영롱한 빛을 뿜어내기도 한다.

요문천이 철문 밖에서 본 보광은 그 보석들이 뿜어내는 것이었다.

부족함이 없이 자란 탓에 재물 따위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스스로 믿어왔던 요문천이다.

"이건... 이건...!"

그런 그였건만 입을 쩍 벌린 채 헐떡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만큼 요문천의 눈앞에 있는 보물의 산은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인 것이다.

"천독친왕 갈태독의 보물에 대해서는 바다 건너에서 살던 나조차도 알고 있었다. 여기가 아마 갈태독이 비밀리에 세웠다는 독왕보궁(毒王寶宮)일 것이다."

철접은 말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 전설은 사실이었구나! 갈태독이 원나라 황실을 등에 업고 마구잡이로 긁어모은 재보가 수억만 냥에 이르러 천하의 절반을 사고도 남는다는...)

철접을 따라가며 요문천은 넋이 나가 주변에 쌓여있는 보물의 산들을 돌아보았다.

아마 당금의 명 황실 재산도 이곳에 쌓여있는 재보의 가치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리 와 봐라!"

그때 앞 서 간 철접이 돌아보며 요문천을 불렀다.

그녀는 보물들의 산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자리한 굵은 종유석 옆에 서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소저?"

요문천은 서둘러 철접에게 다가갔다.

철접은 요문천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말없이 종유석 뒤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맙소사!"

철접이 가리킨 곳을 반사적으로 돌아보던 요문천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과연 그곳에는 또 어떤 놀라운 게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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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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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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