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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八 章

 

             天海秘譜

 

 

다급한 순간, 기검룡은 좌수로는 극영쇄심인을, 우수로는 참마제룡수를 펼쳐 상강일괴와 사공망을 동시에 방어했다.

꽈릉___ !

차차창___

폭음과 금속음이 어지럽게 짓터지는 순간,

[___ ___ !]

[___ !]

두마디의 서로 다른 비명이 잇따라 터졌다.

뒤이어,

[하하하... 용아 숙부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사해신룡이 호탕한 웃음을 트뜨리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일어서며 휘두른 일장에 상강일괴는 그대로 즉사했고 기검룡의 참세룡수에 의해 기식이 엄엄했다.

사해신룡은 사위를 둘러보았다.

한쪽에서는 태산일수가 홍라선희에게 일방적으로 몰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쪽에서는 능부인이 북망사신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었다.

사해신룡은 능소취를 기검룡에게 맡기고 번쩍 북망사신에로 몸을 날렸다.

능소취는 기검룡과 함께 있게 되자 문득 뾰루퉁한 표정으로 물었다.

[용오빠, 저 여자한데 입맞춤할거야?]

그녀는 홍라선희를 가리켰다.

기검룡은 일순 당황하여 안색이 붉어졌다.

[... 그럼 어떻게 해. 일방적이긴 하지만 어쨌든 약속을 해버렸으니...]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말에 능소취는 홱 토라졌다.

이때, 꽈르릉___!

장내에 다시 폭음이 터져올랐다.

사해신룡과 격돌한 북망사신이 순간 비틀 하며 물러섰다.

그 순간을 놓칠 능부인이 아니었다.

[빙음백주강(氷陰白柱罡)!]

그녀의 우장에서 얼음기둥같은 하얀기류가 쭉 뻗어나갔다.

파파팍___ ___!

엄청난 파열음에 이어,

[___ !]

북망사신은 왼팔이 산산이 부서져 날아갔다.

[두고보자.]

북망사신은 이를 갈며 황급히 몸을 날려 장내를 빠져나갔다.

거의 동시에, 홍라선희를 상대했던 태산일수가 물러가고 그것을 시작으로 군웅들은 삽시에 장내에서 사라졌다.

갑자기 장내는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사해신룡은 침중한 신색으로 사방을 쓸어보았다.

칠십이도객의 절반이 죽음을 당했고 내삼당의 당주 역시 심한 상처를 입고 있었다.

이때,

[호호호...]

홍라선희가 풍만한 둔부를 살래살래 흔들며 기검룡에게로 다가왔다.

[, 귀여운 공자님, 어서 이 누나의 뺨에 입을 맞춰주세요.]

그녀는 살며시 눈을 감고 상아빛 뺨을 내밀었다.

능소취는 이 광경에 그만 눈물을 글썽였다.

기검룡이 주저하자 홍라선희는 달콤한 표정으로 재촉했다.

[공자님, 장부라면 약속을 지키셔야죠.]

기검룡은 할 수 없다는 듯 그녀의 얼굴에 가볍게 입술을 대었다.

짧은 순간, 홍라선희의 상아빛 뺨은 도화빛으로 물들었고 그에반해 기검룡의 표정은 못할 짓을 한것처럼 떫뜨름하게 변했다.

이 모습에 능소취는 그만 얼굴을 가리고 능부인의 품속으로 뛰어 들었다.

이윽고 홍라선희는 교태로운 웃음이 어린 눈으로 기검룡을 바라보며 말했다.

[호호... 공자님, 다시 만나기를 바래요.]

이어 그녀는 기검룡의 손에 무엇인가 살짝 쥐어주고 휙! 몸을 날려 계곡을 떠났다.

이때, 능소취는 눈물젖은 눈으로 기검룡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용오빠는 거짓말장이! 취아가 제일 좋다더니 그 여자가 더 좋은거지? 흑흑...]

기검룡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취아... 울지마라. 나는 취아가 누구보다 더 좋다.]

[거짓말... 거짓말이야!]

능수취는 고개를 흔들며 웃음을 그치지 않았다.

그러자 사해신룡은 문득 의미있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용아는 여복이 터졌구나. 벌써부터 저렇게 여자들 사이에서 고민하니 훗날에는 큰일나겠구나.]

기검룡은 머쓱하게 웃으며 문득 화제를 바꾸었다.

[참 숙부님! 하후할버지와 해룡방 식구들은 어찌되었을까요?]

그말에 사해신룡도 정색을 했다.

[부인! 이 옥함을 갖고 배로 돌아가 있으시오. 나는 용아와 함께 섬 뒤쪽으로 갔다가 가리다.]

능부인은 사해신룡으로부터 옥함을 건네받고 고개를 끄덕였다.

[, 용아 가자.]

, 기검룡과 사해신룡은 절벽을 날아올랐다.

그곳에 올라서니 해룡방과 사해선문이 치열한 호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한눈에 들어왔다.

해룡방의 전선은 태반이 침몰되었고 해변가에서는 수백 명 사해선문의 수하들과 해룡방수하들이 뒤엉켜 어지러운 혈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때,

[멈춰랏___!]

사해신룡은 그들을 향해 쩌렁쩌렁한 대갈을 터뜨렸다.

순간,

[___!]

사해선문의 진영에서 일제히 함성이 터졌다.

사해신룡은 가볍게 그들에게 응수한 뒤 다시 소리쳤다.

[해룡왕(海龍王)! 수십 년간 걸친 양파의 분규는 그대와 본 문주와의 결투로 결말짓는 것이 어떤가?]

[좋다! 패하는 쪽이 영원히 동해에서 손을 떼고 물러나는 것이다.]

비천해응 하후염과 대치하고 있던 금포중년인이 문득 사해신룡의 앞으로 나섰다.

그는 한손에 분수자(分水子)를 움켜쥐고 있었다.

사해신룡과 해룡왕___

한동안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한 그들은 동시에 몸을 움직였다.

사해신룡은 손에 든 깃발을 힘껏 펄럭이며 쓸어갔다.

___ ___ !

해룡왕도 혼신의 힘으로 분수자를 휘둘렀다.

허나, 파파파팍___!

[으윽!]

분수자는 기폭에 부딪치는 순간 대여섯 조각으로 부서지고 해룡왕은 울컥 선혈을 토하며 네 걸음이나 물러섰다.

[... 졌다!]

그는 고통스럽게 안면을 일그러뜨리며 수하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돌아가자.]

이어, ! ___!

그들 일행은 모두 몸을 날려 거선으로 돌아갔다.

사해신룡은 장내에 우뚝 선채 위엄있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오늘 여러형제들이 힘써준 덕분으로 일이 무사히 끝났소. 앞으로 십년(十年), 십년만 지나면 본 사해선문은 천하게 웅비할 수 있을 것이오. 모두 수고를 하셨소. 총단으로 돌아갑시다.]

[___!]

[문주님 만세___!]

사해선문의 수하들은 바다가 떠나갈 듯 힘찬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기검룡은 사해신룡과 함께 몸을 날리며 홍라선희가 주고간 물건을 꺼내보았다.

그것은 티하나 없는 백옥(白玉)으로 만들어진 둥근 옥패였다.

 

<봉황지존(鳳凰之尊).>

 

전면에는 고어로 위와 같은 네 자의 글이 씌어져 있었다.

또한 뒷면에는 몸이 자색이며 부리는 황금빛으로 된 한 마리의 봉황이 새겨져 있었다.

기검룡은 홍라선희가 무슨 까닭으로 영패를 자신에게 주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이윽고, 그들은 곧 처음 타고온 거선에 이르렀다.

헌데 문득, 갑판의 한구석을 바라보던 사해신룡은 아미를 찌푸렸다.

백객 조인창___.

그가 처참한 모습으로 나뒹굴고 있었던 것이다.

사해신룡은 선실을 들어서자마자 능부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백객은 어찌된 일이오?]

능부인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소첩이 배에 오르기 직전 갑자기 암습을 가하는 바람에...]

그말에 사해신룡은 침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결국 독수인마와 내통했던 자는 백객이었군.)

이어, 그는 한쪽 탁자 위에 놓여있는 백옥함을 집어들었다.

문득, 기검룡이 궁금한 눈빛으로 백옥함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것이 천해비동에 비장되어 있던 보물들인가요?]

사해신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득 손에 들고있던 기()를 바라보며 설명했다.

[그렇다. 이 기()는 천해보기(天海寶旗)라는 상고시대의 기물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공력을 주입하면 그것의 몇 배나 되는 경기를 발출하는 훌륭한 무기가 된다.]

기검룡은 감탄의 표정을 지으며 재차 물었다.

[정말 대단하군요. 빙죽도는 대대로 사해선문의 영지였다고 들었습니다. 어찌하여 이제서야 천해비동에 입동하셨습니까?]

[천해비종이 발견된 것은 오래 전이다. 허나 동굴 안은 너무도 한랭하여 인간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허나 최근에야 자오절이 되면 다소 한기가 사라져 사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던 것이지.]

사해신룡은 이어 백옥함을 열었다.

그 속에는 또 다른 두 개의 작은 옥갑과 하나의 가죽주머니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옥갑 밑으로는 여러 권의 책자들이 들어있었다.

[이것들은 칠백 년 전의 기인이신 천해상인(天海上人)께서 남기신 것이다. 그분은 비단 무공이 신의 경지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평생 많은 기물과 무공비급들을 모으셨다. 이것이 모두 그분의 유물들이다.]

사해신룡은 먼저 가죽주머니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하나의 붉은 구슬이 들어있었다.

이어 그는 이번에는 두 개의 옥갑 중 작은 쪽을 집어들었다.

그러자 폐부까지 시원하게 하는 향기를 풍기며 세 알의 작은 환약이 밀랍에 쌓인 채 드러났다.

그 속에는 한 장의 양피지가 함께 들어있었다.

 

<이 환약들은 천원신단(天元神丹)이라 한다. 이것을 복용하면 영지를 맑게하고 내공이 증강한다. 허나 그 효력은 극히 지속적이나 완전히 약효가 나타나려면 십년(十年) 이상을 지나야 한다. 그 연단법은...>

 

밑으로 깨알같은 연단법이 적혀있었으나 그것은 감히 구할 수 없는 영초들 인지라 사해신룡은 혀를 내둘렀다.

[과연 절세의 기약이다. 취아와 용아가 하나씩 복용해라. 너희같은 아이들이 복용하면 효과가 큰 것이다.]

능소취는 천원신단을 받았으나 기검룡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는 영약이 필요없어요. 태어날 때부터 임독양맥이 타통되어 있었던 것이 지금도 열려있으므로 내공도 보통사람보다 열 배는 빨리 연성할 수 있습니다.]

그말에 사해신룡과 능부인은 몹시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곧 사해신룡은 관심어린 어조로 물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네 무공은 할아버지들의 도움을 받지않고 혼자 연성한 것이냐!]

[, 저는 세 살 때부터 내공입문에 들었어요.]

사해신룡은 대견스러운 표정으로 기검룡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후일 필요할지 모르니 지니고 있거라.]

그는 천원신단을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허나 기검룡은 한사코 사양했다.

그러자 사해신룡은 천원신단을 거두고 용안(龍眼)만한 홍주(紅珠)를 피낭에 넣어 건네 주었다.

[그럼 이것이라도 갖도록해라. 이 홍주도 필시 내력이 있는 것일테니.]

기검룡은 그것까지 거절할 수가 없어 예를 표하며 받아넣었다.

이때 사해신룡은 두 번째의 옥갑을 열었다.

그 안에는 여인이 쓰던 것인 듯 화사한 무늬가 수놓여진 채대가 들어있었다.

채대 밑의 작은 양피지를 꺼내읽은 능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것은 천해상인과 동시대의 여걸이었던 칠채무후(七彩武后)께서 사용하실 칠채금대(七彩金帶)로군요.]

[어머! 정말 예쁜 것이군요.]

능소취는 채대를 바라보며 탄성을 발했다.

사해신룡은 두 개의 옥갑을 들어낸 다음 수십 권의 얇은 비급들에 눈길을 돌렸다.

제일 먼저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용비봉무한 웅휘한 필체로 제목이 씌어진 약간 두툼한 책자였다.

 

<천해무량심경(天海無量心經).>

 

겉장을 넘기자 간단한 서언(序言)이 적혀있었다.

 

<빈도는 무공익히기를 세끼 밥먹기 보다 좋아하여평생 수없이 많은 무공을 섭렵했다. 이제 말년에 이르러 무엇인가 흔적을 남기고 싶어 이 글을 적는다. 빈도가 익히고창안한 신공절기들 중 후세에 남기고 싶은 것을 간추려 모두 서른 여섯 권의 비급을 만들었다. 이글을 읽는 후인은 부디 이 절기를 사용하여 천하를 평정하도록 노력하라.>

 

[, 보고싶은 것이 있으면 골라보도록 해라.]

그 말에 기검룡은 수권의 비급들을 뒤적이다가 문득 한 권의 얇은 비급을 꺼내들었다.

 

<천뢰도보(天雷刀譜).>

 

기검룡은 위와 같이 씌어진 책자에 기이하게 마음이 끌림을 느끼며 책장을 열었다.

 

<천지간에 가장 빠른 것은 낙뢰(落雷). 낙뢰의 속도를 따르려고 고심한지 백년(百年) 마침내 낙뢰의 빠르기를 능가하는 세 초식의 도법(刀法)을 창안했다.

___천뢰도광(天雷刀狂).>

 

기검룡은 서문을 읽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낙뢰의 빠르기를 능가하는 도법...!)

그는 즉시 그것의 구결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도식(刀式)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은 세 가지의 내공심법이었다.

 

___광극뢰(光極雷).

___심극뢰(心極雷).

___천극뢰(天極雷).

 

구결을 모두 읽고난 기검룡은 경악에 경악을 거듭했다.

그것은 실로 너무도 가공할 위력과 속도를 지닌 쾌도(快刀)의 극치였다.

그는 두세 번 읽어 구결을 암기한 다음 천뢰도보를 내려놓았다.

이때, 능소취는 문득 한 권의 책자를 집어들며 능부인을 바라보았다.

 

<무후진선경(武后振仙經).>

 

책의 끝장에는 그렇게 씌어 있었다.

능부인은 능소취를 바라보며 나직이 웃었다.

[우리 취아가 무척이나 칠채금대가 탐이나는 모양이지?]

능소취는 가볍게 얼굴을 붉히며 무후진선경을 읽기 시작했다.

헌데 이때, 갑자기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기검룡과 능소취는 호기심을 느끼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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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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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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