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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九 章

 

            古今第一人

 

 

[! 저놈은 만년백경(萬年白鯨)!]

그렇다. 바로 위에는 마치 거대한 섬을 방불케 하는 하얀 고래가 막 사해선문의 선단을 향해 물보라를 일으키며 부딪쳐 오고 있었다.

기검룡의 외침에 중인들은 모두 대경했다.

만년백경은 바다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전설과 같은 영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때 기검룡은 달려오는 백경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놈은 내가 자기의 내단(內丹)을 갖고있는 것을 알고 쫒아오는 것 같구나.]

그 말에 사해신룡은 안색이 변했다.

[용아, 네가 내단을 갖고있단 말이냐?]

이때,

[! 피해라! 부딪치면 안된다!]

경악성이 울렸다.

허나 이미 늦었다.

___! 우지끈___!

삽시간에 십여 척의 선박이 풍지박살났다.

도저히 만년백경의 힘을 막을 수가 없었다.

기검룡은 입술을 물며 결심했다.

[숙부님, 용아는 저놈을 유인해 갈테니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세요!]

그 말에 깜짝 놀란 것은 능소취였다.

[안돼! 오빠! 가지마, 가면 안돼...!]

그녀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매달렸다.

기검룡은 그녀를 번쩍 안아 뺨을 비비며 말했다.

[염려마, 다시 만나게 될거야, 이 용아는 세상에서 네가 제일 좋으니까.]

다음 순간 기검룡은 그녀를 내려놓고 몸을 휘익 날렸다.

[조심하거라, 용아!]

사해신룡의 외침이 들렸다.

[___ ! 이놈아! 난 여기 있다!]

기검룡은 외치며 파도를 밟고 백경을 향해 날아갔다.

콰르릉___ ___ !

백경은 마침내 그를 발견하고 방향을 돌렸다.

[하하하... 날 쫓아와라! 내단은 아직도 네 품속에 있다.]

기검룡은 방향을 사해선문과 정반대로 돌려 파도를 박차고 날아갔다.

___ ___!

백경은 빛살같이 그의 뒤를 쫓았다.

[용오빠...!]

멀어져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능소취는 울먹였다.

 

파석도(破石島).

기검룡은 전신이 물에 흠뻑 젖은 채 파석도에 돌아왔다.

콰르릉___ ___ ___!

만년백경은 섬 주위에서 마구 몸부림치고 있었다.

백경은 내단을 잃어 점점 기력이 쇄잔해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악착같이 기검룡을 쫓아왔으나 그를 자비 못했던 것이었다.

[하하하... 백경아! 내단은 미안하지만 돌려 줄 수가 없구나!]

기검룡은 품속에서 유백색의 내단을 꺼내며 대소를 터뜨렸다.

이어, 그는 내단을 꿀꺽 삼켰다.

[이렇게... 내가 먹노라... 으윽!]

문득 내단을 삼킨 순간 기검룡은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전신이 엄청난 열기에 휩싸여 버렸기 때문이었다.

[... 으으... ...!]

기검룡은 열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마구 모래 바닥에서 뒹굴었다.

이때였다.

___ !

한 인영이 그의 옆에 떨어졌다.

그는 바로 낙척문사(落拓文士)였다.

[용아! 아니... 이게 어찌된 일...]

그는 기검룡을 번쩍 안아들었다.

검룡은 얼핏 그를 알아보았다.

[... ... 작은 할아버지... ... 용아는 만년백경의 내단을 삼... 켰어......]

[뭣이!]

낙척문사는 크게 놀랐다.

[너를 차자 수일을 헤맸건만 내단을 삼켰다고? ... 이런...]

낙척문사는 다음 순간 신형을 휘익 날렸다.

그는 매우 다급한 듯 했다.

실상 만년백경의 내단은 지극한 효험이 있는 것이었지만 필히 안정할 곳을 찾아 내공이 높은 조력자의 도움으로 내단을 녹여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검룡이 그것도 모르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내단을 삼켰으니...

낙척문사는 급히 천강마존이 있는 곳으로 간 것이었다.

 

[...!]

기검룡은 오랜 혼미 속에 깨어나 눈을 뜨는 순간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순간,

[큰할아버지! 작은 할아버지!]

기검룡은 너무도 기뻐 크게 소리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허나,

[!]

그는 갑자기 자신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오름을 느끼며 당황성을 발했다.

겨우 몸을 멈춘 그는 두눈을 크게 뜨며 의아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요?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니 용아의 공력이 이렇게 높아져 있다니 말입니다.]

낙척문사 역시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기이한 일이구나, 만년백경의 내단을 복용했다면 이갑자(二甲子) 정도의 내공을 얻는 것이 분명한데, 네 공력은 이미 삼갑자(三甲子) 이상에 이르렀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느냐?]

기검룡은 기억을 더듬어 그동안의 일을 차근차근 얘기하기 시작했다.

만년백경에게 먹혔던 일에서부터 무인도에서 만난 일, 사해선문을 도와 천해비보를 찾은 일까지.

허나, 자신도 모르게 무인도에서 본 일중에서 벽에 걸려 있던 기이한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 빠뜨리고 말았다.

만약 그 점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라면 그는 일찍 더할 수 없는 광세기연(曠世奇緣)을 만날 수 있었겠건만...

기검룡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난 천강마존과 낙척문사는 안면 가득 놀라움의 빛을 띄었다.

낙척문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야 네 공력이 그토록 급증한 이유를 알겠구나.]

기검룡은 문득 짐작이 가는 듯 물었다.

[흑시... 그 이상한 복숭아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다. 그 복숭아는 금령천도(金靈天挑)라는 영과로서 도가에서 최고의 지보로 여기는 것이다. 만일 그것을 일곱 번으로 나누어 복용하고 칠일간 운공하면 금강지체(金剛之體)를 이룰 수 있다.]

이어 문득 그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허나 너는 그것을 모르고 한꺼번에 다 먹어버려 그 효능이 반감된 것이다.]

기검룡은 약간 머쓱한 표정을 지엇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낙척문사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그렇다고 낙담하지는 마라. 이제 너는 전신에 만독(萬毒)이 불침하며 노력하면 일갑자의 내공을 더 얻을 수 있다. 앞으로 무공연마에 더욱 박차를 가하도록 해라.]

[명심하겠어요. 헌데 그 무인도의 백골은 어느 고인의 것인가요?]

그의 물음에 이번에는 천강마존이 입을 열었다.

[무림사(武林史)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영웅호걸들이 명멸해 왔으나 단연코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을 꼽으라면 꼭 한 사람이 있다.]

[그분이 누군가요?]

기검룡은 호기심으로 두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분은 바로 천 이백 년(千二百年) 전의 기인(奇人) 절대무성(絶代武聖) 태극성황(太極聖皇)이시다.]

천강마존의 어조는 지극히 공경스러웠으며 엄숙하기까지 했다.

[태극성황(太極聖皇)!]

기검룡은 나직이 입안으로 뇌까렸다.

천강마존은 다시 조용한 어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천 이백 년 전 당시의 무림은 무림삼일(武林三日)이라는 세 명의 개세고수들에게지배당하고 있었다.]

 

<무림삼일(武林三日).>

 

___옥황대천(玉皇大天),

___천독마선(天毒魔仙),

___잠형유신(潛形幽神),

 

옥황대천, 그는 화타나 편작을 능가하는 의술의 명인이었다.

천독마선, 그는 만독(萬毒)의 조종(祖宗), 마공(魔功)의 집대성자였다.

잠형유신, 그는 실재(實在)하면서도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면서도 실재하지 않는다는 역용(易容)과 잠형술(潛形術)의 대가였다.

이들 삼인은 당시 무림의 최강(最强)을 지칭한 절대적 존재였다.

헌데, 그런 그들이 하루 아침에 실로 어이없는 좌절을 당하고 말았다.

어느날 홀연히 그들을 찾아온 한 젊은서생에게 그들은 어처구니 없게도 패하고 만 것이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성명절학을 전력(全力)으로 펼쳤으나 젊은서생의 십초(十招)를 당하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마지막으로 그들 삼인(三人)이 합공(合攻)하여 대항했으나 그 또한 그들의 상상을 벗어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완패, 실로 완전한 패배였던 것이다.

무림삼일을 패퇴시킨 후 신비의 서생은 다음과 같은 한 마디를 남기고 표연히 사라졌다.

 

___무림에 군림하려하지 말라. 본인이 그대들에게 됴구하는 것은 이것 뿐이다.___

 

무림삼일은 통탄을 금치못할 지경이었으나 곧 무림에 세웠던 모든 세력을 해체하고 은거하여 무림에서 사라졌다.

그 이후, 무림삼일을 은퇴시킨 신비의 서생은 백년(百年) 동안 무림에서 행도(行道)하여 크게 그 이름을 떨쳤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는 성황(聖皇)이라는 영광스런 청호까지 받게된 것이었다.

헌데, 노년(老年)에 이른 그에게는 한 가지 커다란 근심거리가 생겼다.

백년 동안 천하를 주유했으나 자신의 진전을 이어받을 인재를 구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결국, 그는 후예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두 명의 기재를 기명제자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비록 태극성황의 전 무학을 이어받을 만한 인재는 되지 못했지만 몇 백년에 한 번 날까말까한 절세기재들이었다.

태극성황은 자신의 무공을 두 기재에게 적합하도록 음()과 양()으로 나누어 전수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무림에 두 명의 절세고수가 탄생하게 되었다.

___태양성자(太陽聖子) 황보영(皇補英).

___현음마군(玄陰魔君).

허나 이들은 정사종주(正邪宗主)로 서로 대립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다.

그들은 사부인 태극성황의 부름을 받았다.

태극성황은 그를 찾아온 두 제자에게 두 가지 물건을 내놓았다.

 

<이것은 나의 진본무공(眞本武功)이 실린 태극유진(太極貴珍)이다. 이것을 갖게되면 태극일문(太極一門)의 장문인(掌門人)이된다. 또한 이것은 나의 최초의 신공(神功) 태극호연천신강(太極皓然天神罡)을 적어놓은 책자다. 태극호연천신강의 위력은 능히 택그유진의 십배에 달한다. 너희들은 하나씩 선택하도록 해라.>

 

태극성황은 두 가지 물건을 놓고 그렇게 분부했다.

태양성자와 현음마군은 고심했다.

명예(名禮)와 실리(實利)___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허나 결국 그들은 결정을 내렸다.

태양선자, 그는 태극유진을 택해 명예를 취했다.

반면, 현음마군은 실리를 택해 택극호연천신강을 얻었다.

그는 평소 자신보다 강한 태양성자를 꺾어보는 유일한 소원이었던 것이다.

허나 그는 미처 한 가지 사실을 깨닫지 못했으니...

태영성자와 현음마군은 천하의 기재였다. 그러나 태극성황은 그들에게 진본비기(眞本秘技)를 전수하지 않았었다.

그것은 진전을 전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이들의 자질이 부족해서였다.

헌데 택그유진보다 위력이 십 배나 강한 태극호연천신강의 난해함은 더 이상 말하여 무엇하랴!

결국, 현음마군은 현음교(玄陰敎)를 해산하고 잠적했다.

태극호연천신강을 연마하기 위해.

허나 끝내 그는 무림에 다시 나타나지 못했다.

일평생 태극호연천신강과 씨름하다 죽음을 당했음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후 태양성자 역시 은거하여 택그일문은 완전히 무림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것은 애초에 태극성황이 바라던 결과였는지 몰랐다.

 

천강마존은 긴 이야기를 끝내고 기검룡을 바라보았다.

기검룡은 문득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용아도 알 것 같군요. 무인도의 석옥에 있던 백골은 바로 현음마군이로군요.]

그는 낡은 비급에서 본 현음분뢰지(玄陰分雷指)라는 지공의 이름에서 그것을 추측한 것이었다.

천강마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할아버지들은 이것들을 보고 그 유골이 현음마군의 것이라는 것을 추측했다.]

그는 앞부분이 삭아 없어진 낡은 비급과 외줄의 소금을 가리켰다.

이어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현음마군이 태극성황에게 전수받은 것은 한 가지 신공(神功)과 장공(掌功), 그리고 일초(一招)의 지법(指法)과 음공(音功)이었다. 특히 음공 척천마음(擲天魔 고금제일이라 현음마군 조차도 완전히 연성하지 못했다.]

천강마존은 다시 소금(少琴)을 집어들며 말했다.

[용아도 이 소금의 위력을 체험해봤으니 잘 알 것이다. 이것은 현천마금(玄天魔琴)이라하며 태양성자가 받은 태극신검(太極神劍)과 함께 태극일문의 양대지보였다.]

이번에는 낙척문사가 입을 열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그 석옥의 어딘가에 분명 태극호연천신강(太極皓然天神罡)의 비급이 있었을텐데 용아가 그것까지 얻지 못한 것이다.]

그 말에 천강마존이 담담히 웃었다.

[인연이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네. 용아가 그 태극호연천신강과는 인연이 없었던 모양이지.]

낙척문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하... 그 대신 용아는 그에 못지않은 기연을 얻은 수 있게 되었으니 섭섭하게 생각할 것 없다.]

[...?]

기검룡은 의아한 표정으로 낙척문사를 응시했다.

낙척문사는 문득 하나의 붉은 구슬을 집어 들었다.

바로 기검룡이 사해신룡에게 받은 그 구슬이었다.

[사해신룡은 최대의 기연을 네 개 양보했다. 이것이 무엇인 줄 아느냐?]

[...!]

[큰할버지께 옥황대천(玉皇大天)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않았느냐?]

그 말에 비로소 기검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 의술이 당대 최고였다던...]

낙척문사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 태극성황에게 패한 옥황대천은 무공초식으로는 도저히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함을 깨닫고 다른 방도를 구했다.]

[...]

[그는 신선경지에 이를 수 있는 내공을 얻기위해 한 가지 절대신단(絶代神丹)을 만들었다.]

낙척문사는 수중의 붉은구슬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 절대신단이 바로 이것이다. 옥황패천은 이 신단을 극허천룡단(極虛天龍丹)이라 이름했다.]

기검룡은 놀라움과 경이가 뒤엉킨 시선으로 붉은구슬, 즉 극허천룡단을 응시했다.

이때, 천강마존이 문득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용아의 공력이 급상승했으니 이제 상승무공을 익힐 수 있게 됐다. 내일부터 당장 무공수련에 들어간다. 허나 그 전에 우선 볼것이 있다.]

그는 문득 낙척문사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자 낙척문사 역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잠시 후, 그는 서재 한모퉁이에서 하나의 두루마리를 가지고와 두 사람 앞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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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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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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