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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一 章

 

             血洗落魂

 

 

 

󰡔___ ___ ___!󰡕

심혼(心魂)을 쥐어뜯는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___

()! 피의 광풍(狂風)이 하늘을, 땅을 몰아쳤다.

시뻘건 혈수(血手)가 허공을 움켜쥐며 허무하게 꺾어지고 있었다.

___ ___ ___ ___!

살갗을 후벼파는 혹독한 한풍(寒風)이 백설(白雪)을 동반한 채 장내를 휩쓸었다.

허나, 꾸역꾸역 쏟아지는 선혈은 뜨겁고 강렬한 색채로 한 자가 넘게 쌓인 백설을 빨아들일 듯 물들이고 있었다.

그 속에 널브러진 시체, 시체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끔찍한 참상이 이곳에 펼쳐져 있었다.

사지가 끊어지고 살갗이 짓찢어진 채 나뒹구는 시체, 허연 뇌수와 함께 무참히 박살난인두(人頭)와 갈라진 복부 사이로 흘러내린 시뻘건 창자

아아...!

아비규환(阿鼻叫喚)! 인간지옥(人間地獄)!

인세(人世)에 어찌 이토록 처참한 광경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흑의(黑衣)를 걸친 수백 구의 시신들은 어느것 하나 성한 것이 없었다.

벌판___.

시산혈해(屍山血海)의참경에 몸서리쳐지는 공포가 깃든 벌판이었다.

, 그런데 보라!

수백 명의 시신들 사이에 한 명의 거인(巨人)이 우뚝 서 있었다.

육 척(六尺) 장신(長身)에 본시는 푸른색이었으나 인육(人肉)이 달라붙고 선혈로 얼룩져 검붉게 변한 장삼을 걸친 인물, 반백(半白)의 머리, 한 자 철판도 단번에 꿰뚫어 버릴 듯 형형히 번쩍이는 안광, 그의 전신에서는 태산같은 위엄과 가공할 살기가 물씬 풍겨나왔다.

굳게 다문 입술사이로 흘러내리는 선명한 액체, 그것은 바로 피였다.

그의 오른 손에 들린 반투명한 보검(寶劍)에서도 뚝뚝 선혈이 떨어지고 있었다.

󰡔으음...󰡕

문득, 청삼인의 입에서 나직한 침음성이 흘렀다.

허나 곧 그는 음산한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리는 것이 아닌가?

󰡔흐흐흐... 흑룡신군(黑龍神君)...!󰡕

___! 흑룡신군(黑龍神君)이라면...?

그렇다.

흑룡신군, 그는 무림영웅보에 오른 백팔무인(百八武人) 중의 일인(一人)으로 협서(夾西)일대에서 흑룡방(黑龍幫)을 세운 인물이었다.

이백 년 전에 실전된 흑룡묵혈강(黑龍墨血罡)을 대성(大成)하여 백팔무인 중 서열 제 사십이위(四十二位)에 오른 절정의 고수(高手),

헌데, 그런 그가 지금 천삼인의 발밑에 몸이 두 동강으로 갈라진 채 누워있지 않은가?

! 이는 실로 놀라운 사실이었다.

천하(天下)를 떨어 울리던 백팔무인, 그 중 당당한 한 사람으로 군림한 그가 수백 명 자신의 수하들과 함께 이 황량한 벌판에 잠든 것이었다.

과연, 청삼인 그가 누구이길래 이토록 가공할 살겁(殺刦)을 저질러 놓았단 말인가?

이때, 태산처럼 버티고 선 청삼인의 신형이 일순 휘청했다.

󰡔으윽... 으음...󰡕

그는 한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며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구양천(九陽天)! 네 종말이 이렇게 허무할 줄이야... 하하핫...!󰡕

돌연 그는 한()이 깃든 허탈한 광소를 터뜨리며 하늘을 우러렀다.

일순, 그의눈빛이 절망과 체념으로 흐릿하게 꺼졌다.

󰡔으음, 무형기독(無形奇毒)... 점점 심맥을 갉아먹는구나...󰡕

그는 침중하게 중얼거리며 무참하게 나뒹굴고 있는 시신들 사이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___ ___ ___!

눈보라가 몰아쳤다.

물씬 피냄새가 한풍을 타고 흩어졌다.

청삼인, 그는 허탈한 표정으로 혼자 뇌까리듯 말을 흘렸다.

󰡔흐흐... 결국 나는 마존(魔尊)이외에 천하제일(天下第一)의 살인마(殺人魔)라는 이름까지 얻겠군.󰡕

헌데 이때, 흐릿하게 잠겨들던 그의 두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

___ ___ ___ ___!

한풍이 몰아치는 백여 장 밖, 그곳에 어느새 육인(六人)의 인영이 유령처럼 나타난 것이 아닌가?

___!

찰나지간, 그들 중 한 명의 청삼인을 향해 화살처럼 쏘아왔다.

노인(老人), 그는 마치 얼음으로 깎아놓은 듯 냉막한 인상을 지닌 백발노인이었다.

노인의 두눈에서는 심방을 동결시켜버릴 듯 가공할 안광이 폭사되고 있었다.

일견하기에도 무공이 극()에 이른 고수임이 분명했다.

헌데, 실로 기이한 일이었다.

청삼인 앞에 내려선 노인은 전신을 가늘게 경련하며 침중한 신음성을 발하는 것이 아닌가!

󰡔으음...󰡕

혹독한 추위 때문인가?

아니다. 절정고수인 그가 추위를 느낄 리 없었다.

! 그는 바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이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 ! !

노인에 이어 장내에 도착한 다섯 명의 인물, 그들 역시 이미 육순(六旬)이 넘은 노인들이었다.

헌데, 그들의 얼굴에도 억지로 숨기려고 하지만 짙은 두려움의 빛이 여실히 깔려있지 않은가!

대체, 한결같이 절정고수인 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드는 청삼인의 정체는 무엇이란 인가?

___ !

한 차례 매서운 설풍(雪風)이 장내에 대치한 칠인(七人)의 살갗을 때렸다.

그와 함께, 고목처럼 서 있던 청삼인의 입술이 열렸다.

󰡔북명일신(北冥一神)! 덤벼라!󰡕

그의 일갈이 떨어지자 앞서 나타났던 백발노인의 신형이 부르르 떨렸다.

북명일신(北冥一神)___

! 이 얼마나 놀라운 이름인가?

그는 백팔무인 중에서도 최절정에 속하는 천하십웅(天下十雄) 중의 일인(一人)이 아닌가?

 

천하십웅(天下十雄)___

 

소림(少林)의 천불노승(天佛老僧),

무당(武當)의 삼양노조(三陽老祖),

북해(北海)의 패자(覇者) 북명일신(北冥一神),

중주(中州)명가 만화검선(萬花劍仙),

곤륜(崑崙)의 전대고수 비룡신협(飛龍神俠),

담긍베일의 거도(巨盜) 신풍무영비(神風無影飛),

봉황곡주(鳳凰谷主) 봉황검(鳳凰劍),

천지쌍괴(天地雙怪),

개방(丐幫)의 방주(幫主) 천결타개(千結陀丐),

 

이들은 바로 천하십웅(天下十雄)으로서 사제(四帝)에는 못미치지만 백팔무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고수들이었다.

백발노인, 그가 바로 천하십웅(天下十雄) 중의 한 명인 북명일신이었다.

이때, 북명일신은 두겨움을 떨치기라도 하듯 입술을 악물며 대갈했다.

󰡔현빙천살진(玄氷天煞陣)!󰡕

그의 일갈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북명일신의 뒤에 나열해 있던 다섯 명의 노인들이 순식간에 청삼인을 포위했다.

___현빙천살진(玄氷天煞陣), 이는 북해일문(北海一門)의 비전전술(秘傳戰術)이었다.

또한 다섯 명의 노인들은 북해일문의 최고고수, 즉 북명오로(北冥五老)였다.

이때, 다시 북명일신의 입에서 벼락같은 일갈이 터졌다.

󰡔현음추살(玄陰刺殺)!󰡕

순간, 휘르르___ ___ ___!

북해오로의 전신에서 맹렬한 빙풍(氷風)이 불어닥쳤다.

동시에 그들의 신형은 하얀 백무(白霧)로 휩싸였다.

헌데, 그 백무가 점차 확산되는가 싶더니 서로 이어져 하나의 환()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이엽___!󰡕

북명오로의 벼락같은 기합성이 터지는 순간 백환(白環)은 청삼인을 향해 섬전처럼 폭사되었다.

파파팟___!

허나 바로 그 순간,

󰡔으하하하하핫...!󰡕

청삼인의 입에서 돌연 찌렁찌렁한 광소가 터져나왔다.

찰나, 꽈르르릉___!

󰡔___ __ !󰡕

󰡔___ ___ !󰡕

장내를 득썩 뒤흔드는 굉음과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동시에 터졌다.

북명오로___.

놀랍게도 그들의 몸은 어느새 형체도 없이 짓이겨져 끔찍하게 주위에 널브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으으... 이럴 수가...!󰡕

북명일신의 두눈은 경악과 불신으로 부릅떠졌다.

청삼인.

그는 온몸에 하얀 서리를 뒤집어쓴 채 냉오한 표정으로 우뚝 서 있었다.

이때, 사색(死色)이 되어 신형을 비틀거리던 북명일신이 다시 불끈 이를 악물었다.

순간, 그의 전신에서는 시커먼 경기가 극맹한 한기를 동반한 채 뻗어나왔다.

그 모습에 청삼인은 일순 흠칫 했다.

허나 곧 그는 나직한 비웃음과 함께 번쩍 왼손을 치켜들었다.

󰡔후후... 현음빙살강기(玄陰氷煞罡氣)로군. 후후...󰡕

치켜든 그의 좌수(左手)가 순식간에 섬뜩한 청색(靑色)으로 물들었다.

청수(靑手)___ 그것은 마치 하나의 가공할 청강도(靑罡刀)를 연상케 했다.

우우___ ___!

두 사람 사이에는 무형의 경기가 팽팽하게 고조되었다.

이때,

󰡔현음빙살(玄陰氷煞)!󰡕

북명일신이 먼저 신형을 움직이며 발악하듯 대갈을 터뜨렸다.

츠츠츠츳...!

극렬한 빙음지기(氷陰之氣)를 동반한 묵기(墨氣)가 청삼인을 짓쳐들었다.

허나 그보다 먼저 청삼인의 좌수가 번득 청광(靑光)을 뻗었다.

󰡔___ ___ !󰡕

비명!

북명일신은 피보라에 휘말려 허공으로 날아올라갔다.

이어, ___!

그것이 끝이었다.

허나 이때 청삼인의 안색이 급격히 창백해 졌다.

󰡔으음... 이놈의 무형기독(無形奇毒)만 아니었다면...󰡕

그는 침중하게 중얼거리며 안면을 일그러 뜨렸다.

그의 넒은 이마에는 점차 검은 기운이 비치기 시작했다.

독기가 이미 골수까지 침범한 것이었다.

허나 청삼인은 돌연 두눈을 부릅뜨며 앙천광소를 터뜨리는 것이 아닌가?

󰡔으하하... 그러나.. 사제(四帝) 네놈들을 베기 전에는 결코 스러지지 않는다. 크하하... 기다려라. 본존(本尊)이 간다...!󰡕

다음 순간, 그는 벼락같이 지면을 박차고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의 신형은 순식간에 한 줄기 빛이 되어 번뜩 황야를 가로질렀다.

구련산(九蓮山) 낙혼애(落魂崖)___.

평평하던 지면이 갑자기 끝나며 마치 지옥의 입구(入口)처럼 쩍 갈라진 단애의 정상(頂上).

이곳에도 한 자가 넘는 백설이 숨막히도록 쌓여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펑펑 폭설이 쏟아지고 있었다.

헌데, 인적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 절지에 언제부터인가 몇 개의 인영이 동상처럼 서 있었다.

__ __ ! __ !

눈보라를 동반한 혹독한 강풍이 목석처럼 굳어있는 인영들의 옷자락을 거세게 휘날렸다.

이때, __ __ !

돌연 잿빛 허공에서 폐부를 쥐어짜는 날카로운 새울음 소리가 울려퍼졌다.

순간, 중인들은 흠칫하여 고개르 들어올렸다.

그때 까마득한 허공에서 하나의 검은 점이 쏜살같이 낙혼애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___ ___ !

그것은 두 자 정도 크기의 검은 독수리였다.

헌데 그것은 내리꽂히듯이 하강하여 중인들 중 가운데 흑의노인의 어깨 위에 내려앉는 것이 아닌가?

가운데의 흑의노인___.

그는 안색이 백지장처럼 창백해 섬뜩한 인상을 풍겼다.

움푹 들어간 두둔에서는 귀화처럼 푸르스름한 안광이 번쩍이고 있었다.

흑의노인은 독수리의 발에 묶여있던 천을 끌러 읽어보았다.

󰡔...󰡕

문득 그의 입에서는 둔중한 신음성이 흘렀다.

그러자 그의 우측에 서 있던 학발동안의 황의노인(黃衣老人)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명제(冥帝)! 무슨 소식이오?󰡕

황의노인은 붉으레한 안색에 신선같은 인상을 풍겼으며 품속에 한 자루의 고색 창연한 고검(古劍)을 비단으로 싸서 안고 있었다.

󰡔그가 모든 관문을 돌파했소!󰡕

흑의노인은 움푹 들어간 두눈에 살광을 번쩍이며 말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중인들은 일제히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흑의노인은 이를 갈며 다시 말했다.

󰡔백팔무인 중 우리를 제외하고 이번 일에 참석치 않은 십여 명의 인물들을 빼고 모두 그의 손에 죽었소.󰡕

그말에 좌측에 서 있던 현의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자는 분명 무형기독에 중독되었을 텐데도 그 정도의 신위를 발하다니 실로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소.󰡕

그는 안색이 푸르뎅뎅하고 가늘게 찢어진 두눈에는 기괴하게도 벽광(壁光)이 번뜩여 섬한 전율을 풍겼다.

흑의노인은 그의 말에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대꾸했다.

󰡔흐흐흐... 그러나 그는 이미 기독이 전신에 퍼져 평소의 오할 정도밖에 공력을 쓰지 못한다고 하오.󰡕

이어 그는 힐끗 한쪽 옆을 응시했다.

그들 삼인(三人)과 조금 떨어진 곳에 한 명의 황의중년인이 우뚝 서 있었다.

육 척이 넘는 거구의 장한으로 시커먼 구레나룻이 턱을 뒤덮고 있었다.

무섭게 부릅뜬 호목(虎目)에 먹으로 꾹 찍어놓은 듯 짙은 검미(劍眉).

두눈에서 뻗치는 가공할 신광은 가히 만인을 압도하고는 남을 정도였다.

또한 그의 뒤에는 각각 홍포와 청포를 입은 두 명의 괴인이 우뚝 서 있었다.

흑의노인이 황의중년인을 바라보며 음침한 웃음을 흘렸다.

󰡔흐흐... 황룡대제(黃龍大帝)! 그대에게 할말이 있다.󰡕

황의중년인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___!

황룡대제(黃龍大帝)!

그렇다. 이 황의중년인이야말로 바로 중원북부를 위무하고 있고 황룡대제 기용천(奇龍天)이었다.

그리고 삼제(三帝)!

세 명의 노인들이야말로 황룡대제와 함께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삼제가 아닌가?

___구유명제(九幽冥帝).

___유성검제(流星劍帝).

___만천독제(滿天毒帝).

 

흑의의 음산한 노인, 그가 바로 구유명제였다.

동안학발에 고검을 지닌 노인은 유성검세.

현의에 귀면(鬼面)인 노인이 만천독제였다.

황룡대제 기용천은 구유명제를 바라보며 당당한 음성으로 물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흐흐... 그렇다. 그는 지금 낙혼애 아래서 본제와 다른 두 분의 수하를 상대하고 있다.󰡕

그 유명제는 문득 만천독제와 유성검제를 바라보았다.

󰡔헌데 보고에 의하면 그대의 황룡보(黃龍譜) 수하들은 구경만 하고 있다고 들었다.󰡕

순간,

󰡔닥치시오!󰡕

황룡대제의 뒤에 서 있던 두 괴인 중 홍포를 걸친 뚱뚱한 체구의 노인이 버럭 일갈을 내질렀다.

󰡔보주님의 명호를 함부로 도용하여 천하군웅들을 모아놓고 무슨 헛소리요!󰡕

그는 성질이 매우 급한 듯 구유명제를 내려보며 두눈을 부릅떴다.

구유명제는 음악한 표정으로 홍포괴인을 노려보았다.

󰡔흐흐... 열양신괴(熱陽神怪), 네놈이 간덩이가 부었구나. 감히 본제에게 대들다니...󰡕

이때 전신이 대나무처럼 비쩍마른 청포괴인이 문득 홍포괴인을 저지시키며 나섰다.

󰡔구유명제! 우리 천지쌍괴(天地雙怪)가 당신을 두려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오. 다만 보주님의 허락이 없어 당신과의 일전을 참고있는 것 뿐이오.󰡕

청포괴인, 그는 심기가 깊어 보이는 인물이었다.

그의 말에 구유명제는 안면을 부르르 경련했다.

___천지쌍괴(天地雙怪),

빙심마괴(氷心魔怪),

열양신괴(熱陽神怪),

이들은 쌍둥이 형제로서 빙심마괴가 첫째였다.

이때, 구유명제가 분노를 참지못해 전신을 경련하자 문득 기용천이 나섰다.

󰡔사실 후배는 이번 사건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수하들에게 방관하도록 지시한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구유명제는 잡아먹을 듯이 황룡대제를 노려보았다.

(이 어린 놈은 날이 갈수록 무섭게 공력이 늘고 있다. 설사 모든 일이 성공한다 해도 이놈을 제거하지 못하면 강호독패(江湖獨覇)는 힘든 일이다.)

그는 내심 이를 갈았다.

헌데 이때,

󰡔___ 우우___ ___!󰡕

낙혼애 아래로부터 폐부를 뒤흔드는 장소성이 들려왔다.

순간 구유명제는 번뜩 상념에서 깨어났다.

󰡔그가 오고 있소.󰡕

그의 말이 끈나는 순간, 낙혼애를 따라 한 줄기 인영이 빛살처럼 쏘아올랐다.

󰡔크하하하하핫...!󰡕

인영은 낙혼애가 무너질 듯 쩌렁쩌렁한 광소를 터뜨리며 눈 깜짝할 순간 중인들의 앞에 내려섰다.

󰡔...!󰡕

󰡔으음...!󰡕

중인들은 그 인영을 대하자 절로 침음성을 발하며 한 걸음씩 물러섰다.

인영___

그는 바로 북명일신 등을 단번에 쓰러뜨린 청삼노인이 아닌가?

청삼노인은 낙혼애 위의 중인들을 쓸어보며 재차 광소를 터뜨렸다.

󰡔크흐흐... 사제(四帝)! 네놈들이 이곳에 모여 있었구나. 이 천강마존(天罡魔尊)이 쓰러질 줄 알겠지만 어림없다. 크하하핫...!󰡕

 

! 천강마존(天罡魔尊)___!

이처럼 가공스러운 이름이 하늘아래 또 어디에 있겠는가?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그는 단연코 천하를 떨어울리는 공포의 마존(魔尊)이었다.

헌데 그런 그가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처참한 모습으로 이 자리에 나타나다니...!

천강마존! 그는 이미 십일 전에 천하에서 가장 무서운 절독 무형기독에 중독되었다.

범인이라면 중독되는 순간 불귀의 객이 되고 마는 맹독에 십일 이상을 버텨온 것이 아닌가?

이때, 문득 천강마존의 광소를 막으며 황룡대제가 앞으로 나섰다.

󰡔선배님,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순간 기이하게도 천강마존의 강렬한 눈빛이 부드럽게 변했다.

󰡔무엇인가?󰡕

황룡대제 기용천은 당단한 눈빛으로 천강마존을 바라보며 말했다.

󰡔선배님께서 혈음패황도(血吟覇荒刀)를 얻으셨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기용천을 바라보는 천강마존의 두눈에 언뜻 이채가 떠올랐다.

(기재(奇才)로다. 노부의 뒤를 이어 천하제일인이 되기에 충분한 재목이다.)

내심 중얼거리던 그는 침중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이네. 노부는 혈음패황도를 얻었네.󰡕

󰡔으음...󰡕

그 말에 기용천은 문득 침음성을 발했다.

 

___혈음패황도(血吟覇荒刀), 이는 마도(魔道) 제일의 마기(魔器)로 불려지는 마물이었다.

처음 이것을 얻는 자는 칠백 년 전 절대마종(絶代魔宗)으로 군림했던 혈음마황(血吟魔皇)이었다.

헌데, 천강마존은 우연히 이 마도(魔刀)를 얻게 되었다.

그 사유는 이러했다.

 

백팔무인 중 일인인 흑장마군(黑掌魔君)은 천협산(天峽山) 부근에서 혈음패황도와 혈음마황(血吟魔皇)의 혈황경(血皇經)을 얻었다.

허나 그는 그것을 얻은 후 악행을 일삼다가 천강마존에 의해 마도(魔刀)와 혈황경을 빼앗기고 죽음의 위기를 면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흑장마군은 무림에 터무니없는 소문을 퍼뜨렸다.

천강마존이 혈음패황도를 익혀 무림을 피로 씻으려 한다는 소문이었다.

그러자 항상 천강마존을 제거키위해 기회를 엿보던 구유명제와 만천독제는 사제(四帝)의 이름으로 무림첩을 돌려 군웅들을 모은 것이었다.

 

황룡대제는 침중한 표정으로 천강마존을 바라보며 말했다.

󰡔혈음패황도는 마물입니다. 없애 버리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허나 천강마존은 문득 나직한 어투로물었다.

󰡔그대는 노부가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임을 인정하는가?󰡕

황룡대제는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선배님이야말로 천하제일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기인이십니다.󰡕

황룡대제는 처음부터 이 사건의 음모에서 비롯된 것임을 짐작하고 있었다.

다만 천강마존의 진의를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허나 그는 이제 확실한 판단을 얻었다.

천하제일인!

이 당당한 이름을 두고 천강마존은 무슨 또 다른 야욕을 꿈꿀 수 있겠는가?

황룡대제는 문득 존경어린 눈빛으로 천강마존을 바라보며 급급히 말했다.

󰡔후배는 선배님께 가르침을 받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습니다. 때가 적당치 않음은 알고 있으나 한수 가르침을 바랍니다.󰡕

천강마존은 이 순간 자신이 처한 상황도 잊은 채 쾌히 스낙했다.

󰡔좋네. 단 일검이니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네.󰡕

황룡대제는 정중히 검례를 취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황룡대제의 고검이 부르르 떨리는가 싶더니 그의 전신에서 감히 무시할 수 없는 휘황한 광채가 쏟아졌다.

󰡔... 태양검강(太陽劍罡)!󰡕

관전하던 중인들은 침중히 부르짖었다.

대치한 천강마존의 안면 또한 일시 굳어졌다.

___태양검강(太陽劍罡).

이는 무려 천여 년 전에 실전되었던 검도 최고의 비학이 아닌가?

허나 이때, 스스스스...!

천강마존의 반투명한 천강검에서 실같은 백선이 가늘게 사위로 뻗었다.

순간 황룡대제의 전신은 완전히 태양같은 광휘에 휩싸여 단지 검봉(劍奉)의 모양을 한광망이 일 장 길이로 뻗어있을 뿐이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천강마존의 눈에 문득 애석한 빛이 스쳤다.

(아깝군, 팔성(八成)의 화후에서 멈추었군.)

허나 생각을 끝낸 바로 그 순간,

󰡔검강만천(劍罡萬天)!󰡕

낙혼애를 허물어뜨릴 듯한 엄청난 일갈과 함께 황룡대제의 고검이 낙뢰를 일으키듯 천강마존을 쪼개갔다.

허나 그와 동시에 천강마존의 천강검도 번뜩 허공을 갈랐다.

󰡔천강파극(天罡破極)!󰡕

츠츠츳___ 파파파팟___

미친 듯한 검기의 충돌이 대기를 갈가리 짓찢었다.

󰡔으음...󰡕

일순 침중한 신음성이 일며 황룡대제는 어깨를 부여잡고 물러섰다.

허나 천강마존은 여전히 그 자리에 태산처럼 우뚝 서 있었다.

황룡대제는 급히 정중히 에를 취했다.

󰡔가르침 감사합니다.󰡕

󰡔노부의 천강검식 중 제 삼식(三式)을 받아낸 인물은 자네가 처음이네.󰡕

그말에 황룡대제는 부끄러운 기색을 지었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의 검강이 부딪친 순간 천강검세가 여지없이 태야검강을 뚫고 들어와 자신의 목을 노렸다는 것을...

허나 결정적인 순간 천강검이 슬쩍 옆으로 비껴지며 가볍게 어깨를 베는 것에 그쳤다는 사실도, 황룡대제는 빙글 몸을 돌리며 천지쌍괴를 향해 말했다.

󰡔들어갑시다.󰡕

이어, ___!

그는 먼저 신형을 날려 낙혼애 아래로 사라졌다.

천지쌍괴도 황급히 그를 뒤따랐다.

그들이 사라지고 나자 갑자기 천강마존의 안색이 잿빛으로 변했다.

이어 그는 울컥 한 모금의 선혈을 토해내는 것이 아닌가?

무거운 일검을 펼쳐 무형기독이 급속히 전신으로 퍼진 것이었다.

이때, 그를 바라보고 있던 구유명제가 음침한 표정으로 만천독제와 유성검제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는 거의 폐인이나 다름이 없소. 해치웁시다.󰡕

그 말에 이제(二帝)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천강마존에게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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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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