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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 章

 

                落拓文士

 

 

천강마존을 향해 다가서던 삼제(三帝)는 문득 부르르 신형을 떨며 멈추어 섰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천강마존이 돌연 번쩍 고개를 든 것이었다.

[...]

가공할 한망이 치뻗치는 그의 두눈을 대하자 상제는 섬칫한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가증스러운 놈들...!]

천강마존은 부드득 이를 갈아부치며 번쩍 천강검(天罡劍)을 치켜들었다.

삼제 역시 긴장된 안색으로 각기 무기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구유명제는 새하얀 도신(刀身)의 보도(寶刀)를 불끈 움켜쥐고 있었다.

___빙혼마도(氷魂魔刀), 슬쩍 살갗을 스치기만 해도 심맥을 얼어붙게 만드는 가공할 한빙살기(寒氷殺氣)를 지닌 보도(寶刀),

유성검제___ 그의 무기는 유성검문(流星劍門)의 지보인 은하유성검(銀河流星劍)이었다.

만천독제는 백독(白毒)의 정화를 흡수한 독혈낭아봉(毒血狼牙奉)을 움켜쥐었다.

___ ___ ___ ___ !

일진 설풍(雪風)이 팽팽히 고조된 장내의 기운,

순간,

[유명천세(幽冥千世)___!]

[유성비류(流星飛流)___!]

[화독만천(火毒滿天)___!]

삼제는 동시에 대갈을 터뜨리며 신형을 움직였다.

... 츠츠츠츠츳___!

파파파팟___! ___ ___!

낙혼애를 단번에 허물어 뜨릴 듯한 엄청난 파공음과 도기(刀氣)가 팔방(八方)을 난무했다.

천강마존은 불근 이를 악물었다.

[천강참마(天罡斬魔)___!]

아아___!

천하(天下)에서 가장 강맹한 무적(無敵)의 검법 천강검식(天罡劍式)!

가공할 검기(劍氣)의 소용돌이와 함께 일순 섬뜻한 청광(靑光)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차차차___ ___!

___ ___ ___!

들썩 장내를 뒤흔드는 굉음이 터지며,

 

동시에,

[흐윽...!]

[...!]

잇따라 다급한 신음성이 터졌다.

잠시 후, 사방을 몰아쳤던 난석이 가라앉자 장내의 상황이 확연히 드러났다.

구유명제, 유성검제, 만천독제, 즉 삼제(三帝)는 모두 가슴이 길게 그어져 있었다.

약간만 더 깊었더라면 치명적인 중상을 면치못했을 것이다.

하나 천강마존, 그 역시 온전치는 못했다.

조금 전에 비해 안색은 더욱 시커멓게 변색되어 있었으며 한 사발이나 되는 흑혈(黑血)을 울컥 토해냈다.

이때, 구유명제가 재빨리 지혈을 하고 이제(二帝)를 둘러보았다.

[힘을 냅시다!]

그는 다시 불끈 빙혼마도를 치켜들며 벼락같이 신형을 움직였다.

쐐애애___ ___!

유성검제와 만천독제도 그와 합세하여 무섭게 재차 공격을 가했다.

촤르르...!

츠츠츠츠___!

경천동지(經天動地)!

그들 삼인의 합공(合攻)은 실로 천지를 뒤엎고도 남을 위력이 있었다.

허나 천강마존, 그는 감히 대항할 수 없는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오너라! 천강뢰격(天罡雷擊)___!]

그는 전신의 심맥이 토막토막 끊어지는 듯한 통증을 억누르며 천강검을 휘둘렀다.

___ ___ ___ !

___ ___ !

고막을 산산이 파열시키는 엄청난 폭음이 터져올랐다.

[허억...!]

[으음...!]

[... ...!]

그 폭음 속에서 급박한 신음성이 연이어 터졌다.

그와 동시에, 하나의 인영이 튕겨지듯 장내에서 빠져나왔다.

인영, 그는 바로 만천독제였다.

헌데, 놀랍게도 그의 오른쪽 다리가 싹둑 끊어져 나가고 없는 것이 아닌가?

구유명제와 유성검제 또한 적지않은 타격을 입고 신형을 비틀거렸다.

허나 그들보다 심한 치명적 상처를 입은 인물은 역시 천강마존이었다.

그의 상세는 엄중하기 그지없이 안색은 거의 사색(死色)에 가가왔다.

번갯불 같은 신광마저 흐릿하게 꺼져갔다.

허나 그는 휘청거리는 신형을 쓸어안고 삼제를 노려보고 있었다.

구유명제와 유성검제는 섬뜩한 공포와 함께 전율마져 느꼈다.

(... 지독한 늙은이.. 저 지경이 되어도 버티다니..!)

그들은 내심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곧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순간,

[유성은한(流星銀寒)!]

유성검제의 은하유성검이 전광처럼 번뜩 허공을 갈랐다.

[유명구궁(幽冥求宮)!]

거의 동시에 구유명제의 빙혼마도가 천강마존의 복부를 노리며 한망을 발출했다.

허나 이때, 구유명제의 좌수(左手)로부터 푸르스름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음을 발견한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천강마존은 골수까지 저미는 죽음의 통증을 느꼈다.

허나 그는 그 고통을 떨쳐버리기라도 할 듯 전력(全力)을 쏟아 검()을 휘둘렀다.

천강파극식(天罡破極式)___.

츠츠츠츠...!

헌데,

[으윽...!]

그는 검세를 펼치다 말고 다급한 신음성을 토하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공력이 끊어짐을 느끼고 그는 당황하고 만 것이었다.

그 순간, 파팟___!

구유명제의 빙혼마도는 간신히 피해냈으나 유성검제의 일검이 그의 허리를 그었다.

[!]

천강마존은 한차례 신형을 비틀했다.

바로 이때, 구유명제의 좌수에서 시퍼런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이어 그 불꽃은 화전(火箭)처럼 천강마존의 가슴으로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천강마존은 힘겹게 몸을 비틀어 불길을 피했다.

허나 그는 완전히 몸을 피하기에는 너무 지쳐 있었다.

[크윽...!]

그는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다시 아래로 떨어졌다.

___!

그가 떨어진 곳은 바로 낙혼애의 끝부분, 실로 위험천만의 위기였다.

천강마존은 그러나 피에 젖은 신형을 비틀거리며 다시 일어섰다.

그의 충혈된 두눈은 구유명제를 향해 부릅떠져 있었다.

[... 네놈이 마화융천강기(魔火融天罡氣)를 연성하다니...!]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___마화융천강기(魔火融天罡氣).

이는 희대의 마인(魔人) 마화자(魔火子)가 창안한 가공할 마공(魔功)이었다.

마화융천강기를 펼치면 전율스럽게도 푸른 인화가 피어오른다.

사람이고 물건이고 할 것 없이 이 인화에 적중되면 그 부분은 완전히 삭아버리는 전율의 위력이 있었다.

헌데, 천강마존은 정면으로 마화융천강기를 적중당하고도 건재한 것이 아닌가?

구유명제는 경악의 눈길로 천강마존을 응시했다.

허나, 곧 그는 음험한 웃음을 흘리며 빙혼마도를 치켜들었다.

[흐흐흐흣... 이제 죽어랏!]

___ 츠츠츠츳...!

삼엄한 도기가 그물처럼 천강마존을 뒤덮을 듯 몰아쳤다.

천강마존은 허나 속수무책.

그의 신형은 일순간 굳어졌다.

허나, 빙혼마도가 막 천강마존의 몸을 양단하려는 순간, 축 늘어졌던 천강검이 돌연 영사같이 튕겨져 올랐다.

[...!]

구유명제는 예상밖으로 급변한 천강마존의 태도에서 엄청난 위압감을 느꼈다.

허나 그는 이를 악물었다.

빙혼마도로 천강검을 막아냄과 동시에 그의 좌수가 푸른 인화에 휩싸여 천강마존의 가슴을 꿰뚫었다.

차차창___! ___!

[크아악___!]

천강마존은 정통으로 가슴에 마화융천강기를 맞고 허공으로 붕 떠오르며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헌데,

! 그의 몸아래는 바로 천야만야한 죽음의 절곡 낙혼애가 아닌가?

순식간에 그의 신형은 낙혼애 아래로 낙엽처럼 떨어져 내렸다.

[!]

구유명제는 이 예기치못한 사태에 당황성을 터뜨렸다.

허나 천강마존의 모습은 이미 까마득한 만길 단애 아래로 사라져 버린 되었으니...

[으음... 혈음패황도(血吟覇荒刀)가 분명 그의 몸에 있었을 텐데...]

그는 원통함에 발을 굴렀다.

이때,

[__ __ __ ___!]

돌연 폐부를 뒤흔드는 긴 장소성이 구련한 아래로부터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건데 공력이 극상에 이른 내가 최절정고수임이 분명했다.

구유명제와 이제는 안색이 홱 변했다.

[... 누구란 말인가?]

그들은 서로를 마주보며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이때, 낙혼애 아래에 한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인영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절세의 경공으로 낙혼애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한 번에 근 백여 장 씩의 엄청난 도약이었다.

___ !

순식간에 인영은 단에 위로 날아내렸다.

순간, 삼제는 일제히 두눈을 크게 떴다.

[낙척문사(落拓文士)!]

구유명제가 경악의 음성으로 짧게 부르짖었다.

삼제의 앞에 나타난 인영___.

그는 서생차림을 한 청수한 중년인이었다.

헌데 그는 일신에 헤질대로 헤져 누덕누덕 기운 장삼을 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___고죽취옹(枯竹醉翁).

___낙척문사(落拓文士).

중년인, 그가 바로 쌍기(雙奇) 중 일인(一人)인 낙척문사였던 것이다.

그는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삼, 사십대의 중년인이었으나 실상은 백 삼십(百三十)이 넘은 노인이었다.

이때, 낙척문사는 장내를 둘러보며 부르르 신형을 경련했다.

[으으... 이럴 수가...!]

그는 곧 사태를 짐작하고 분노가 끓는 눈빛으로 삼제를 노려보았다.

그 강렬한 안광에 삼제는 흠칫 했다.

(저 늙은이는 무공을 익혔다고 알려지지 않았다. 헌데... 이제보니 천강마존에 못지않은 무공을 지닌 고수다...!)

구유명제는 일순 안색이 창백하게 굳었다.

낙척문사.

그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없이 무섭게 삼제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허나 잠시 후 그는 사납던 안광을 거두며 문득 탄식했다.

[인간의 욕심이란 한이 없는 법. 그대들의 과욕이 훗날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절실히 깨닫게 될 것이다.]

그는 삼제를 향해 조용하나마 깊은 위엄이 깃든 음성으로 말하며 빙글 몸을 돌렸다.

[구양형님의 시신이라도 찾아야겠군.]

몸을 돌리며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이어, ___ !

그는 주저없이 까마득한 낙혼애 아래로 몸을 던지는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급격한 속도로 떨어져 내리던 그의 신형이 점차 허공을 빙빙 돌며 여유있게 날아내려갔다.

낙혼애 우에서 이 광경을 지켜본 삼제는 입을 딱 벌렸다.

그들은 문득 자신의 실력이 너무 초라하다고 느꼈다.

낙척문사의 무공은 경악의 한도를 넘어 초쾌한 신()의 경지를 이루고 있었으니...

문득 구유명제가 탄식하며 입을 열었다.

[어차피 끝난일. , 돌아갑시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그는 휙 신형을 날렸다.

이어, 유성검제가 그를 뒤따랐고 만천독제와 백독랑아봉에 몸을 의지한 채 낙혼애를 내려갔다.

 

X X X

 

철썩... 우르릉___!

절해고도(絶海孤島)!

노호(怒號)같은 파도가 섬을 통째로 집어삼킬 듯이 몰아치고 있었다.

().

그것은 전체가 하나의 암석으로 형성된 기이한 섬이었다.

콰르릉... 우르르... ___ ___!

섬둘레는 겨우 십 리 남짓___

허나 그 주위로는 수십 길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천험의 위세를 이루고 있었다.

이때, 돌연 까마득히 먼 수평선 위에 하나의 흑점이 번득 나타났다.

그것은 놀랍게도 한 명의 사람이었다.

인영은 바다 위를 마치 육지에서 걷는 것과 같이 미끄러지듯 유유히 돌섬으로 다가왔다.

그에 따라 점차 뚜렷이 드러나는 인영, 그는 허름한 장삼을 걸친 중년문사였다.

낙척문사, 바로 그가 아닌가?

헌데, 그는 기이하게도 왼손에 강보에 싸인 어린아이를 감싸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낙척문사는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는 파도를 유유하게 타며 미끄러지듯 전진했다.

이윽고 그는 파도를 넘고 수면을 가로질러 높다란 암초 뒤로 돌아갔다.

동굴, 그곳에는 놀랍게도 약 이 장 정도의 높이로 우뚝 서 있는 하나의 동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동굴은 반정도가 바닷물에 잠긴 채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낙척문사는 망설임없이 동굴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동굴의 통로를 따라 얼마쯤 나아가자 수면이 끝나며 바닥이 드러났다.

그곳으로부터 다시 약 십여 장 전진했을까?

낙척문사는 우뚝 걸음을 멈추어 섰다.

하나의 석문이 앞을 가로막은 것이었다.

그는 가볍게 손을 들어 석문을 밀었다.

끼이익___!

문이 열림과 동시에 눈앞에 나타난 것은 하나의 석실이었다.

수만 권의 장서가 빽빽이 들어차 흡사 서실(書室)을 연상케하는 석실___.

석실의 한쪽에는 석상(石床)이 놓여 있었다.

헌데, 지금 그 석상 위에는 한 명의 청삼노인이 묵묵히 벽을 보고 앉아 있었다.

낙척문사는 석실을 들어서며 청삼노인을 향해 말했다.

[형님, 소제 돌아왔습니다.]

그말에 돌아앉아 있던 청삼노인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헌데, ! 이럴수가...!

청삼노인, 그는 바로 낙혼애 아래로 떨어진 천강마존이 아닌가?

그가 어찌 살아 이곳 석실에 앉아있단 말인가?

 

천강마존___.

그는 낙척문사와 오래 전부터 호형호제(呼兄呼弟)하던 사이였다.

낙척문사는 천강마존이 무형기독에 중독되자 해약을 구하기 위해 그와 헤어졌다.

허나 그가 해약을 구해 낙혼애로 달려갔을 때에는 이미 천강마존은 낙혼애로 떨어진 후였다.

그는 낙담 끝에 낙혼애로 뛰어내렸다.

천강마존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서였다.

헌데, 실로 천행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천강마존은 수백 년 묵은 나무등걸에 걸려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허나 그는 엄청난 내상을 입은데다가 독기(毒氣)가 골수까지 스며들어 결국 공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천강마존은 들어서는 낙척문사를 바라보며 친근한 표정을 지었다.

[네갈노제, 어서오게.]

허나 문득 그는 낙척문사의 안색을 살피며 나직이 탄식했다.

[, 자네 안색이 좋지 않군, 중원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낙척문사는 침중한 표정으로 천강마존을 바라보았다.

[형님. 이것을 보십시오.]

그는 강보에 싸인 어린아이를 천강마존의 앞으로 내밀었다.

[웬 어린아이인가?]

그제서야 그것을 발견한 듯 천강마존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허나 다음 순간 그의 안색이 홱 급변했다.

일순 그의 흐릿하던 두눈에는 번갯불같은 신광이 번쩍였다.

[.. 이럴 수가...! 천년(千年) 내에 나타난 적이 없는 천양신맥(天養神脈)을 지니고 있다니...?]

그의 두눈은 엄청난 경악으로 흡떠졌다.

그는 벅찬 감정을 다스리며 강보 속 아이의 골격을 살폈다.

헌데,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어린아니는 앙징스럽게도 한 손에 옥패를 꼭 움켜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 마리 황룡(黃龍)이 승천하고 있는 조각이 정교하게 새겨진 옥패였다.

[... 이것은...?]

천강마존의 표정이 다시 한 차례 크게 변했다.

낙척문사는 침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황룡대제(黃龍大帝) 기용천(奇龍天)의 신물(信物)입니다.]

천강마존은 문득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급히 물었다.

[황룡보에 무슨 변괴라도 있었는가?]

낙척문사는 침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황룡보가 의문의 괴멸을 당했습니다.]

천강마존의 안색이 일시지간 창백하게 굳었다.

[자세히 얘기해보게.]

그는 낙척문사를 바라보며 무겁게 입을 닫았다.

 

[... 으음...]

끊일 듯 미약한 여인의 신음소리가 들렸다.

[? 웬 여인이...?]

낙척문사는 검미를 찌푸리며 우뚝 걸음을 멈추어섰다.

이곳은 돈탕 근처의 험지.

싯누런 황토의 구릉이 끝없이 펼쳐진 곳이었다.

낙척문사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한 명의 여인이 피투성이가 된채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즉시 다가갔다.

여인은 삼십 정도의 소부(小婦)로서 눈이 번쩍 뜨일만한 미인이었다.

허나 지금 전신에 수많은 상처를 입어 백의(白衣)가 혈의(血衣)로 변한 처참한 모습이었다.

낙척문사는 이미 그녀의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허나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흔들며 말했다.

[부인, 정신이 드십니까?]

여인은 문득 힘겹게 눈을 뜨며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 제 아이를... 부탁... 황룡보는 무너지고... 대제께선... 함정에... 적들은... ... ()...]

여인은 여기까지 말을 잇고는 그만 축 늘어졌다.

! 그녀의 가슴에는 강보에 싸인 한 명의 사내아이가 평화로운 얼굴로 잠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황룡보가...!]

낙척문사는 급히 여인과 아이를 안고 몸을 날렸다.

그곳에서 황룡보까지의 거리는 불과 삼십여 리___

그는 순식간에 황룡보에 이르렀다.

허나 그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완전히 초토화된 황룡보의 잔해 뿐이었다.

낙척문사는 침통한 표정으로 황룡보 식솔들을 모두 안장해 주고 소부의 시신도 따로 안장시켰다.

허나 기이하게도 황룡대제의 시신은 어느곳에서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낙척문사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난 천강마존은 침중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 황룡대제! 그는 노부의 뒤를 이어 천하를 다스릴 수 있는 기재였건만...]

문득 그는 낙척문사에게서 강보에 싸인 아이를 받아들었다.

[그렇습니다. 황룡대제는 세 명의 처가 있었습니다만 오년 전에 혼인한 청해설랑(靑海雪郞)에게서만 얼마전 아들을 얻었습니다.]

[그 여인이 청해설랑이었단 말이군.]

[.]

한동안 두 사람은 침묵을 지켰다.

허나 문득 천강마존은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아이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낮게 웃었다.

[허허... 이 모든 것이 하늘의 안배인지 모르겠군! 비록 복수할 마음은 없으나 하늘이 이 아이를 내게 보냈셨음은 이 아이로 하여금 중원에 불어닥친 혈겁을 막게 하시려함인가?]

그말에 낙척문사도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혈겁은 형님의 무학이 아니면 막을 수 없습니다.]

허나 천강마존은 이내 어두운 신색을 지었다.

[허나 오절(五絶)이 이 아이가 장성할 동안 가만히 있겠는가? 이 아이가 장성했을시는 이미 전 무림이 오절(五絶)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지 않은가!]

오절(五絶)___!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이 대체 어떤 인물들이기에 천강마존이 염려한단 말인가?

허나 낙척문사는 자신있게 말했다.

[걱정마십시오. 그점에 대해선 소제가 이미 손을 써놓았습니다.]

[손을 써 놓다니...?]

[강호에서는 형님이 건재한 것으로 알려지도록 일을 꾸몄습니다. 오절이 비록 암중모색은 할수 있어도 표면으로 나서 활동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자네가 한 일이라면 틀림없겠지.]

천강마존은 침중히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그는 아이의 얼굴을 내려다 보며 감탄의 표정을 지었다.

[허허... 보면 볼수록 훌륭한 골격이군. 이 녀석은 아마 노부를 능가하는 불세제일인(不世第一人)이 될 수 있을 것이네.]

낙척문사도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과 천하제일기재(天下第一奇才)!

이들의 만남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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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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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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