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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6.26 [마고천장] 4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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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

어느 도시. 저녁 무렵. 해가 지려 한다.

주점

손님들 힐끔거리고

구석진 자리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교소소. 안주는 없다. 이미 빈 술병이 탁자에 가득. 혼자 자음 자작하고 있다. 옆의 의자에는 혈왕잠이 들어있는 가방이 놓여있다

<젊은 계집이 대낮부터 술을 푸기나 하고...> <말세야 말세.> 나이 든 손님들 혀를 끌끌 차고. 하지만

히죽거리며 교소소를 보는 젊은 파락호들 세 명. 술 마시며 교소소를 힐끔거리고 있다

교소소; (개새끼!) 그것도 모르고 술을 마시고. 이미 만취 상태다. 그런 교소소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위진천이 어둑한 밀실에서 여자들 네명과 뒤엉켜 있던 장면이다

교소소; (날 농락할 대로 농락하고 헌신짝처럼 버려?) (결국 나를 이용해먹기 위해 제 집으로 데려갔다는 거 아니야?)

교소소;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놈!) (반드시 복수하고 말겠어!) 술을 따르는데

콱! 교소소의 손목을 잡는 거친 손

교소소; [뭐야?] 게슴츠레한 눈으로 올려다보고

사내1; [조매! 이런 곳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었구만.] 낮선 자가 교소소의 손목을 잡고 히죽거리고 있다. 근처 자리에서 교소소를 훔쳐보던 파락호들이다.

사내1; [눈쌀 찌푸리는 인간들도 있으니 우리끼리 조용한 곳에 가서 마시도록 하자.] 사내2와 함께 교소소의 팔을 잡고 일으키고. 사내3은 주점 안을 감시한다

교소소; [이... 이거 안놔?] 혀 꼬부라진 소리로 외치며 저항하려 하지만

교소소; [놔!] [난 네놈들이 누군지도 몰라!] 술 기운 때문에 무공도 쓰지 못해 바르작거리기만 하고

[어허 조매가 정말 술이 많이 되었구만.] [그러게 말이야. 오빠 친구들인 우리도 못 알아보고...] 주변 사람들 들으라는 말투로 말하며 교소소를 끌고 가려 하고. 사람들 힐끔거리지만 말리지는 않고

교소소; [이거 안 놔 개새끼들아?] [내가 누군지 알고 개수작들이야?] 몸부림치며 자리에서 끌려나오려는 교소소

(땡 잡았다!) (이 정도의 물건이라면 천냥쯤은 너끈히 받을 수 있겠다.) (물론 색주가에 팔아넘기기 전에 우리가 먼저 돌아가며 맛을 봐야겠지!) 파락호들 히죽거리며 교소소를 끌고 가려고 하는데

퍼억! 퍼퍽! 사내들의 등을 빠르게 찍는 여자 손가락. 그러자

펑! 컥! 충격파가 가슴으로 튀어나오고 입과 코로 피를 토하는 사내들

[크엑!] [컥!] 털썩! 퍼억! 나뒹구는 파락호들

[헉!] [저... 저런...] [고수다!] 주변 탁자의 사람들 누군가를 보며 놀라고.

교소소; [끄윽!] 털썩! 끌려나오던 의자에 다시 주저앉고. 그때

백일몽; [위험 했어요 교소저!] 쓰러지는 파락호들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백일몽

교소소; [당... 당신은 위가장의 집사...] 게슴츠레 한 눈으로 백일몽을 보고

백일몽; [백일몽이에요.] 쓰러져 신음하는 파락호들 사이를 지나 교소소에게 다가오고

백일몽; [여자 혼자 술을 마시다가 취하면 무슨 험한 꼴을 당할지 몰라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 곁눈질로 교소소 옆의 의자를 보고. 그 의자에 놓여있는 교소소의 가방

교소소; [나... 날 설득해서 위가장으로 데리고 갈 생각이라면... 포기해!] 다시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말하면서 술병을 잡고

교소소; [죽으면 죽었지... 위진천... 그 새끼한테는 안돌아가...] 주르르! 술잔에 술을 따르다가

털썩! 얼굴 탁자에 처박으면서 정신을 잃고

백일몽; [교소저!] 놀라는 척하며 급히 교소소에게 다가가고

<끌끌... 결국 맛이 갔구만.> <뉘집 딸년인지 부모 속 꽤나 썩여왔겠어.> 백일몽이 교소소의 팔을 잡고 일으키는 걸 보며 혀를 차는 주변 탁자의 손님들

백일몽;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대?] 사람들 들으라고 큰 소리로 말하면서 교소소의 허리를 한 팔로 끌어안고.

백일몽; [조용한 객잔으로 데려가서 쉬게 해야겠어!] 말하며 교소소 옆자리에 놓여있던 가방도 집어들고

이어 교소소를 부축해서 주점을 나가는 백일몽

백일몽;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교소소를 부축해서 주점에서 나오고

백일몽; (이 계집이 지니고 있는 혈왕잠을 빼내 조용히 사라지면 된다.) (아직까지는 교주와 소교주가 낌새도 못 챈 것 같으니...) 사람들 사이로 교소소를 부축하며 멀어진다.

 

#250>

위 도시의 객잔.

객잔 안쪽의 독채

슥! 가방에서 혈왕잠을 꺼내는 여자의 손. 혈왕잠은 물론 금으로 도금이 되어 있다

백일몽; (혈왕잠!) 혈왕잠을 두 손으로 들고 흥분. 이곳은 화려한 객실. 불은 켜져 있지 않아서 어둑한데. 침대에는 교소소가 술에 취해 잠이 들어 있고 침대 옆의 탁자 앞에 선 백일몽이 교소소의 가방에서 혈왕잠을 꺼내 살펴보는 중이다.

백일몽; (드디어 우리 가문의 보물인 이것이 내 손에 들어왔다.) 빠각! 혈왕잠의 표면에 도금한 얇은 금막을 뜯어내고. 금막이 뜯기며 안쪽에서 반투명한 혈왕잠이 드러난다

백일몽; (혈왕잠을 녹여서 흡수할 수만 있으면 고금제일인이셨던 혈왕님의 능력을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다!) 껍질인 금박을 까면서

백일몽; (물론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찌직! 혈왕잠에서 완전히 금박 껍질을 벗기는 백일몽. 혈왕잠은 원래 모습이 되고

백일몽; (위극겸 부자도 삼십년 넘게 혈왕잠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어쩌지 못한 게 그 증거다.) 혈왕잠을 들어서 보며 눈 번득

백일몽; (혈왕잠을 흡수할 수 있는 단서는 아마도 그분이 갖고 있을 것이다.) 환각 속에서 만났던 철가면을 떠올리고

백일몽; (문제는 내 생부인 게 확실한 그분이 어디에 갇혀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인데...) 고민하고. 그러다가

백일몽; (위극겸은 북경에서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꾸미고 있으며 그 일을 직접 추진하는 자가 누군지는 철저하게 함구해왔다.)

백일몽; (그 때문에 나는 물론이고 심지어 친 아들인 위진천조차 북경에서 일을 진행하고 있는 자가 누군지 모르고 있다.)

백일몽; (어쩌면...) 눈 번뜩

백일몽; (철가면... 날 천파라고 불렀던 그분도 북경 모처에 갇혀있을 가능성이 많다.)

백일몽; (혈교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아가 잠복하는 게 최선...) (위극겸 부자의 추격을 피할 겸 북경으로 가보자.) 문으로 가고

문가에 서서 문 열기 전에 침대 쪽을 돌아보는 백일몽

교소소; [나쁜 새끼...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아빠, 죄송해요. 못난 딸을 용서하세요.] 울면서 잠꼬대를 하고 있다

백일몽; (같은 여자로서 동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위진천에게 철저하게 농락당하고 버림을 받았으니..)

백일몽; (그래도 넌 이 언니에게 고마워해야만 한다. 내 덕분에 하루라도 빨리 위진천의 실체를 알게 되었으니..) 끽! 문 열고 나가는 백일몽

백일몽; (혈왕잠을 혈교 총단 밖으로 운반해준 것으로 내게 입은 은혜를 갚은 것으로 알겠다.) 탁! 밖에서 문을 닫고

백일몽; (혹시 추적이 있을지도 모르니 한시라도 빨리 교소소와 멀어져야만 한다.) 휘익! 밤 하늘로 날아오르고

<부디 내 생각대로 아버지가 북경의 어딘가에 갇혀있기를 바랄 뿐이다.> 밤하늘로 날아가는 백일몽의 모습 배경으로 백일몽의 생각 나레이션

 

#251>

<-북경> 밤. 백일몽이 있던 도시와 같은 시간

웅장한 장원. 환관 복장의 무사들이 눈 번득이며 지키고 있고. 정문의 현판에는 <威家大院>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투천환일>에 나온 위가대원과 같은 모습으로 차용 가능

 

어둑한 감옥. 바로 철가면이 갇혀 있는 곳. 침대에 철가면이 누워있다.

쩡! 무언가 벼락에 맞은 듯한 느낌을 받는 철가면

천천히 눈을 뜨는 철가면.

그런 철가면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백일몽이 금박을 완전히 벗겨낸 혈왕잠을 쳐들어서 보는 장면

철가면; (천파야!) 흥분하고

철가면; (네가... 네가 드디어 출신내력을 알아차렸구나.) 눈물이 글썽이고

철가면; (혈왕조사님의 모든 것이 깃들어 있는 혈왕잠도 손에 넣었고...) 주먹이 꽉 쥐어진다. 철컹! 그 바람에 손목에 채워진 족쇄와 연결된 쇠사슬이 작은 소리를 내고

철가면; (어서 아비를 찾아와라! 이 못난 아비가 삼십여 년의 세월동안 이 지옥에 갇혀 지내면서 마침내 알아낸 비결...) (혈왕잠을 네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줄 테니...) 주르르! 눈물이 흐르고. 바로 그때

[무슨 좋은 꿈을 꾸는 것이오 교주?] 갑자기 들리는 소리. 움찔! 하는 철가면

위태극; [눈물까지 흘리는 걸 보면 평범한 꿈은 아닐 테고...] 쿵! 쇠창살 밖에 뒷짐 짚고 서있는 위태극. 음산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위태극; [혹시 얼굴도 못 본 자식과 상봉하는 꿈이라도 꾸신 것이오?] 눈 번뜩이며 묻고

철가면; [위태극!] 고개 조금 돌려 보면서

철가면; [또 헛소리나 하려고 찾아온 건 아닐 터...] [용건이나 빨리 말하고 꺼져라.]

위태극; [혈왕의 후손들에게는 불문의 육신통(六神通)과 유사한 능력이 전해진다고 들었소.] 자기 할말만 하고

위태극; [그래서 앞날을 내다보거나 천리 밖의 일을 보기도 한다던데...] [그 능력으로 어딘가에 있는 교주의 핏줄을 보신 것이오?]

철가면; [허튼 소리 하러 찾아온 거라면 그만 자겠다.] 다시 눈을 감고

위태극; [물론 속하가 오늘 교주를 찾아뵌 것은 알려드릴 게 있어서요.] [그것도 두 가지씩이나...]

철가면; [...] 대답하지 않고

위태극; [첫 번째 소식은 앞으로 며칠간은 교주에게 문안인사를 드릴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오.]

위태극; [먼 길을 떠나기 때문은 아니고...] [이틀 후에 경천동지할 큰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교주에게 신경을 써드릴 수가 없게 되었소이다.]

철가면; [네놈 입에서 경천동지라는 말이 나온 걸 보니 이틀 후면 죄 없는 생명이 숱하게 사라지겠구나.] 냉소하고

위태극; [유감스럽지만 그렇소이다.]

위태극; [정권이 바뀌면 기득권 세력에 대한 숙청은 필연적이니...] 짐짓 한숨 쉬고

철가면; [황제를... 바꿔치기 할 생각이로구나.]

위태극; [과연 혈왕의 적손(嫡孫)답소이다. 한 두 마디만 들으시고도 전후의 맥락을 파악하시다니...] 짝짝 박수치고

철가면; [지금까지도 네놈이 국정을 농단해온 게 아니었느냐?]

위태극; [그랬는데...] [우리 위씨일족에게 강호 무림의 패권을 주겠다고 약속한 인간이 있어서 합작을 하게 된 것이오.]

철가면; [성공하라는 덕담은 못해주겠고...] [어쩐지 토사구팽(免死狗烹)이라는 고사가 생각나는구나.] 냉소하고

위태극; [걱정해주시는 건 고맙지만 우리 위씨일족이 어디 남에게 이용당하고 버림받을 가문이오?]

위태극; [혈교의 비밀호법(秘密護法)이었다가 혈교를 통째로 집어삼킨 나 위태극의 전력이 그걸 증명하고 있지 않소이까?] 자기 가슴을 손바닥으로 치면서 말하고

철가면; [배신과 모략이 너희 위씨일족의 장기이긴 하지.] 냉소

위태극; [칭찬으로 듣겠소이다.] 포권하고

위태극; [교주께 알려드릴 두 번째 소식은 어떤 계집에 관한 것이오.] 음산하게 눈 번뜩이며 말하고

꾹! 자기도 모르게 주먹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위태극; [지금으로부터 이십오 년 전, 교주의 시중을 들던 손이교(孫二嬌)라는 시녀가 갑자기 모습을 감췄던 일을 기억하실 것이오.] 음산한 표정으로 철가면의 반응을 살피고

철가면; [...] 대답하지 않고 침묵하고

위태극; [지난 번 일도 있고 해서 혈교의 조직망을 총동원해서 그년의 종적을 찾아왔는데 다행히 성과가 있었소이다.]

철가면; [...] 여전히 침묵

위태극; [그 교활한 년이 글쎄 손대낭(孫大娘)이란 이름으로 개명을 한 후 지금까지 고아원을 운영해왔지 뭐요?]

위태극; [아마 하루 이틀 사이에 그년을 사로잡을 수 있게 될 테고...] [그럼 실로 오랜만에 교주와 대면을 시켜드릴 수 있을 것이외다.]

철가면; [꼴리는 대로 해라.] 냉소

철가면; [난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손이교라는 시녀가 어떻게 생겨먹었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으니...]

위태극; [무정하시구려 교주!] 혀를 차고

위태극; [당시 속하는 교주를 시중 든 계집들의 몸을 철저하게 검사했고, 덕분에 손이교가 교주의 사랑을 여러 차례 받은 것을 확인했었소이다.]

위태극; [한 두 번도 아니고 수십 차례 만리장성을 쌓은 계집의 얼굴이 생각나지 않다니...] [손이교가 들으면 서운해 하겠소!]

철가면; [날 찾아온 이유가 두 가지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하지 않았느냐?] 고개 돌려 노려보고

위태극; [예예!] [볼일은 다 봤으니 속하 이만 물러가겠소이다.] 포권하고

위태극; [조만간 손이교와 그년이 싸지른 교주의 핏줄과 대면하게 되실 테니 미리 마음의 준비는 해두시구려.]

위태극; [그것들이 교주 눈앞에서 가랑이가 찢어져 죽는 꼴을 보지 않으려면 혈왕잠을 용해할 수 있는 비결을 토설하셔야할 테니 말이오.]

철가면; [개소리가 끝났으면 본좌는 이만 자겠다.] 눈 감고

위태극; [주무시는데 방해를 해드렸소이다. 좋은 꿈 꾸시오.] 얄밉게 포권하고

위태극; (틀림없다!) 돌아서는 위태극의 얼굴에 음산한 웃음이 서리고

위태극; (손이교의 종적을 찾아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저 인간에게서 감출 수 없는 격동이 감지되었다.) 입구 쪽으로 가면서 감옥 안의 철가면을 곁눈질하며 웃고

위태극; (손이교는 십면혈신의 손자인 저놈 용린(龍鱗)의 애를 밴 상태에서 종적을 감춘 게 확실해졌다.) 탕탕! 닫힌 철문 앞에 이르러 철문을 가볍게 두들기고

철컹! 열리는 철문

위태극; (그리고 혈교 역사상 최고의 기재 소리를 듣던 용린이라면 혈왕잠을 용해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을 가능성이 크다.) 열리는 철문을 보는 위태극. 밖은 지하통로인데 환관 복장의 노인 둘이 지키고 있다. 쌍둥이다. <투천환일>에서 황태자가 치료 받던 밀실 입구를 지키던 쌍둥이 노환관들 캐릭터

위태극; (손이교를 잡아서 그년이 싸지른 용린의 애새끼를 손에 넣어야만 한다.) 노환관들이 열어주는 철문을 나서고. 고개 숙여 인사하는 쌍둥이 노환관들

위태극; (아무리 독한 심보라도 제 새끼가 눈 앞에서 죽을 위기에 처하면 입을 열 수 밖에 없을 테니...) 음산하게 웃는 위태극의 얼굴 크로즈 업. 뒤에서 쌍둥이 환관들이 철문을 다시 닫고 있다.

 

철컹! 철문이 닫히는 모습을 감옥 안에서 보여주고

철가면; (손이교...) 젊은 시절의 손대낭을 떠올리고

철가면; (제발 잡히지 마라! 우리 딸을 위해서라도...)

<부디 혈교의 열조들께서 손이교와 천파 모녀를 지켜주시기를 바랄 뿐이다!> 강옥에 혼자 남아 간절히 기원하는 철가면의 모습

 

#252>

<-자금성> 깊은 밤.

<-내원(內院)> 높은 담장으로 구분된 여자들만의 구역. 무장한 환관들이 경비를 돌고. 궁녀들이 가끔 오간다. 늦은 밤이라 인적은 별로 없다.

스윽! 어둑한 담장 아래 유령처럼 나타나는 청풍. 복장이 환관 복장이다. <건곤일척 자료집 25페이지>에 나온 환관 복장의 청풍이다.

청풍; (여기가 자금성의 내원...)

청풍; (환관이 아니면서 운대문(雲臺門) 안쪽으로 발을 들인 자는 삼족(三族)이 주멸(誅滅)당하는 극형에 처해진다.) 어둠 속에서 나와 건물들 사이를 걸어가며 긴장하고

청풍; (황실의 혈통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인데... 일단 운대문을 넘어선 사내는 어떤 신분이라도 극형을 면하지 못한다.) 건물들 사이를 두리번거리며 걸어가고

청풍; (운대문 안으로 들어설 수 있는 사내는 오직 황제와 황제의 아들들뿐이다.) 오가던 궁녀와 환관들 그런 청풍을 힐끔거리고

<누구야?> <글쎄 처음 보는 얼굴인데...?> <새로 들어온 신입인가?> 오가던 궁녀와 환관들이 수군대고

청풍; (성화제와 궁녀 기씨의 도움을 받아 환관으로 위장하고 내원에 잠입하긴 했다만...) 그런 궁녀와 환관들에게 굽신거리고 가식적인 웃음 지으면서 걸음 옮기고

청풍; (만에 하나 신분이 들통 나기라도 하면 대역죄인으로 몰려 중원에는 발을 붙이고 살 수 없게 된다.) 생각할 때

스슥! 슥! 돌연 유령같이 나타나 청풍을 포위하는 중년의 환관들 네 명. 눈빛들이 살벌하고. 얼굴에는 수염이 전혀 나있지 않다. 주변의 궁녀와 환관들 깜짝 놀라고

청풍; (역시...) 눈 번뜩일 때

<낮선 내가 눈에 띄자마자 고수들이 들이닥치고... 자금성, 특히 내원은 용담호혈(龍潭虎穴)이로구나.> 슥! 척! 사방에서 청풍의 몸에 칼을 겨누는 중년의 환관들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중년 환관1; [네 놈 누구냐?] + 청풍; (이자들은 강호에 나가도 충분히 백대고수 안에 들 수 있는 실력을 지녔다.) 겁먹은 표정

중년 환관2; [낮까지만 해도 못 보던 얼굴 아닌가?] + 청풍; [살... 살려 주십시오 선배님!] 겁에 질려 달달 떠는 표정 지으며

청풍; [후... 후배는 오늘 낮에 상시태감(常侍太監)님의 추천으로 입궁했습니다요.] [그래서 후배의 얼굴이 낯서실 것입니다요.] 두 손 모아 비는 시늉하고

중년 환관1; [상시태감님의 추천으로 입궁을 했다?]

중년 환관2; [그런 얘기는 못 들었는데?] 갸웃

중년 환관3; [상시태감님이 깜빡하고 공지를 안 했을 수도 있네.]

중년 환관4; [일단 상시태감님께 데려가서 확인해보도록 하세.]

중년 환관1; [그 전에 먼저 확인할 게 있지.] 콱! 청풍의 사타구니를 기습적으로 움켜잡는 그놈. + 청풍; [힉!] 기겁하고

중년 환관2; [어떤가?]

중년 환관1; [음...] 청풍의 사타구니를 주물럭거리고

청풍; (이럴 줄 알고 미리 고환을 축골공을 써서 몸속으로 끌어들였지!) + [으으으!] 겁에 질린 표정으로. 직후

중년 환관1; [틀림없네!] 청풍의 사타구니를 만지면서

중년 환관1; [고추는 달려있지만 씨주머니는 확실히 떼었구만.] 슥! 청풍의 사타구니에서 손을 떼고

중년 환관2; [그럼 일단 우리들과 같은 내신(內臣;환관)인 건 분명하군.]

중년 환관1; [그래도 상시태감님으로부터 확인을 받기 전에는 완전히 신뢰할 수 없네.] 힐끔 청풍을 보며. 청풍은 겁에 질린 표정 지으며 그자의 눈치를 보고

중년 환관3; [경계를 늦추면 안되겠지! 가자!] 쿡! 칼 끝으로 청풍의 등을 찌르며 말하고

청풍; [분... 분부 따르겠으니 죽이지만 말아주십시오.] 겁에 질린 표정으로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말하고

중년 환관1; [그 새끼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겁은...] 피식 웃고

중년 환관1; [죽이지 않을 테니까 얼굴 피고 따라 와라.] 앞장 서고

청풍; [감... 감사합니다요.] 억지로 웃으며 따라가고.

네 명의 중년 환관들에게 에워싸인 채 걸어가는 청풍. 지나가던 궁녀와 환관들이 힐끔거리며 그런 청풍을 보고

청풍; (여기까지는 예상했던 대로의 전개다.) 곁눈질로 중년 환관들 살피며. 얼굴은 여전히 겁 먹은 표정

<자금성 내원의 환관과 궁녀들 중에서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를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성화제가 의자에 앉아 말하던 장면을 떠올리는 청풍.

이하 회상

 

성화제; [그나마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자는 만귀비의 측근인 상시태감 이시하(李時下)다.] 추운장의 거실 상좌에 의젓하게 앉아 말하는 성화제. 탁자를 사이에 두고 청풍과 야차선녀가 앉아있고. 분이는 성화제 옆에 시립해 있다.

성화제; [만귀비의 친척인 이시하는 만귀비가 궁에 들어올 때 자궁(自宮;스스로 양물을 제거함)하고 따라 들어온 자라 신뢰할 수 있다.]

성화제; [위태극의 눈에 띄이기 전에 이시하를 만나라. 그럼 그자가 이공을 만귀비에게 안내해줄 것이다.]

회상 끝

 

청풍; (성화제는 간단하게 말했지만 이시하를 만난다 해도 그가 과연 나를 믿어줄 지는 의문이다.) 걸어가며 생각하고

청풍; (여차하면 피를 좀 보더라도 자금성을 탈출해야만 한다.) 생각할 때

[무슨 일이냐?] 맞은편에서 누군가 오며 말 걸고

노환관; [마마님들께서 잠자리에 드실 시간인데 웬 소란이냐?] 다가오는 노환관. 바로 만귀비를 만나 보고하던 노환관. 그 뒤를 젊은 환관 한 놈이 따라오고 있다. 젊은 환관은 15-6세 정도로 앳되 보이는 소년인데 예쁘장하다. <협기천추 자료집 제3페이지>의 <예형> 캐릭터. <아랑힐월>에도 나왔었음. 만귀비의 측근이다.

[상시태감님!] [태감님을 뵙습니다.] 급히 인사하는 중년 환관들.

청풍; (저 늙은 환관이 상시태감 이시하!) 눈 번뜩이고

중년 환관1; [마침 잘 오셨습니다.]

중년 환관1; [이자가 공공께서 추천하여 오늘 입궁한 자가 맞는지요?] 자신을 따라온 청풍을 가리키며 묻고

노환관; [내가 추천하여 입궁한 자라니 무슨 헛소리를...] + [!] 말하다가 눈 부릅뜨고

슥! 청풍이 포권하는 척 하며 오른손을 가슴 앞에 대는데, 가운데 손가락 중심부에 반지가 하나 끼워져 있다. 바로 성화제가 청풍에게 빼준 그 반지다. 반지의 보석이 특이하다. 다이아몬드인데 색이 붉다

노환관; (저 반지!)

<귀비마마께서 폐하의 생일에 선물로 주신 적룡금강환(赤龍金剛環)이다.> 반지 크로즈 업 배경으로 상시태감의 생각 나레이션.

노환관; [난 또 뭐라고.] 찡그리는 시늉하고. 이어

노환관; [황보(皇保)!] [네 놈, 이 늦은 시간에 내원을 싸돌아다닌 것이냐?] 청풍에게 눈을 부라리고

청풍; (다행히 성화제가 내게 준 반지를 알아보았다.) + [죄... 죄송합니다 당숙!] 안도한 표정으로 굽신거리고

<당숙?> <상시태감님의 조카였나?> 중년 환관들 움찔! 하고

청풍; [입... 입궁한 첫날밤이라 잠이 오지 않아서 바람 좀 쐬러 나왔다가 그만 길을 잃었어요.] 울상 짓고

노환관; [칠칠치 못한 놈 같으니...] 혀를 차고

노환관; [가서 일들 봐라. 저 못난 놈은 내 외가쪽의 조카 놈이다.] 가라고 중년 환관들에게 손짓을 하고

[공공의 조카셨군요.] [저희들이 몰라 뵙고 좀 거칠게 다뤘습니다.] [임무가 임무인지라 공공께서 너그러이 해량해주십시오.] 굽신거리는 중년 환관들

이어 서둘러 현장을 떠나는 중년 환관들

노환관; [따라와라! 잠들기 어려우면 귀비마마께 인사나 드리러 가자.] 돌아서서 걸어가고.

청풍; (늙은 생강이 맵다더니...) + [예 당숙...] 쪼르르 노환관을 따라가고

청풍; (성화제가 내게 준 반지 하나만 보고도 즉시 상황 파악을 했다.) + [형제는 누군고?] 자신과 함께 노환관을 따라가는 예형을 돌아보며 묻고

예형; [저는 귀비마마의 시종인 예형(芮衡)이라고 해요.] 계집애처럼 얼굴 붉히며 말하고

청풍; [예형제였구만.] 포권하고

청풍; [나이는 나보다 어린 것같지만 내신으로서는 선배이니 많이 가르쳐주길 바라네.] 넉살 좋게 웃고

예형; [예...] 억지로 웃고

청풍; (계집애처럼 수줍음이 많은 녀석이로구만.) 곁눈질로 보며 피식

청풍; (하긴 남자를 잃으면서 여성화 되는 게 환관들의 숙명이긴 하지.) 생각할 때

노환관; <위태극의 졸개들 손에서 폐하를 구한 게 그대인가?> 앞서 가며 전음으로 묻고

청풍; <그렇습니다.> 전음으로 대답하고

노환관; <폐하의 존체는?> 긴장한 표정으로

청풍; <다행히 무탈하십니다. 안전한 곳에 계시기도 하구요.>

노환관; <다행이로군! 정말 다행이야!> 안도의 한숨

노환관; <명조의 열조들께서 폐하를 보우하셨구먼.> 몸을 약간 떨고

청풍; (감격에 겨워하는 게 가식이 아니다.) 눈 번뜩

<이 늙은 환관이라면 믿을 만하다.> 함께 가는 세 사람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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