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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6.15 [마고천장] 39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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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제남(齊南)> 저녁 무렵. 번화한 도시. 사람들 북적

북적이는 인파 사이를 걸어가는 청풍. 죽립을 깊이 눌러써서 얼굴을 가이고 있는데 뭔가 좀 찜찜한 표정이다.

청풍; (기분이 좋지가 않다.) 찡그리고

청풍; (북경으로 가기 위해 천목산을 떠난 직후부터 누군가 날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불쾌한 표정

청풍; (무제궁의 감시가 따라붙은 것인가?)

청풍; (하지만 천목산을 벗어난 후 주목할만한 내공을 지닌 자는 내 이목에 감지되지 않았다.) 츠츠츠! 청풍의 몸에서 아지랑이같은 기운이 번져서 사방으로 퍼지고 있다.

청풍; (반면 날 감시하는 눈길은 지난 며칠간 거의 끊인 적이 없다.)

청풍; (그렇다는 건 내가 감지할 수 없는 수준의 무공이나 재주를 지닌 자가 날 지켜보고 있다는 것인데...)

청풍; (역명천신단을 복용한 덕분에 당금 무림에서 날 능가하는 무공을 지닌 자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청풍; (북경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 일들로 인해 신경이 예민해진 탓일까?) 찡그리며 생각하고. 그러다가

[!] 눈 부릅뜨는 청풍. 청풍의 뇌리로 떠오르는 여자의 눈 한 쌍.

청풍; (착각이 아니다!) 고개 홱 돌려 뒤를 살피지만

오가는 사람들. 눈에 띄는 사람은 없다. 청풍이 갑자기 멈춰서며 돌아보자 왜 저러나 하며 비켜가는 사람들

청풍; (방금 전에도 어떤 인간의 시선이 날 살핀 게 감지되었다.) 지나온 길쪽의 사람들을 노려보고. 겁에 질려 피해가는 사람들

청풍; (물론 이번에도 내 이목에 들키지 않았지만...) 찡그리고

청풍;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딱히 악의를 품은 인간은 아닌 것같다만...)

청풍; (함정을 파서라도 범인이 누군지 알아봐야겠다.) 다시 돌아서서 걸어가고. 헌데

 

인파 사이로 멀어지는 청풍을 보고 있는 소녀. 바로 불로왜선. 키가 작아서 사람들 사이에 숨은 탓에 청풍의 시야에 잡히지 않았다.

불로왜선; [역시 만만치 않네.] [피하는 게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들킬 뻔했지 뭐야.] 배시시 웃으며 인파 사이를 기웃거려 청풍이 멀어지는 걸 보고

불로왜선; [어린 계집아이의 몸이 된 게 유리한 상황이 올 줄은 몰랐어.] 기웃거리는 불로왜선의 뒷모습. 헌데

 

뒤쪽에서 오던 질 나쁘게 생긴 사내 세 놈의 눈이 번뜩.

앞쪽을 기웃거리는 불로왜선의 뒷모습

불로왜선이 허리에 차고 있는 복주머니 형태의 돈주머니 크로즈 업

<오늘 운수대통했구만.> <한 눈에 봐도 묵직한 전낭(錢囊;돈주머니)야!> <전낭을 드러내놓고 차고 다니는 걸 보면 촌구석에서 올라온 년이 분명해.> 서로를 보며 히죽 웃는 세 놈

<그래도 무공을 지닌 계집같으니 섣불리 손을 썼다간 낭패 당할 수 있어.> <그럼 오랜만에 공사를 벌여볼까?> 눈 희번덕이며 불로왜선에게 다가가는 세 놈

 

불로왜선; [지난 며칠간은 용케 저자의 이목을 피해왔어.] [하지만 이대로라면 들키는 건 시간문제야.] 고민하고.

불로왜선; [미행하는 방식을 바꿔야할 때가 온 것같기도 하네.] 생각할 때

[이 새끼가 말 다했냐?] 갑자기 들리는 싸우는 소리. 흘깃 돌아보는 불로왜선

사내1; [그래 말 다했다 *새야!] [니 에미 허벌 *녀다!] 바로 옆에서 두 놈이 핏대 올리며 싸운다. 바로 질 나쁜 놈들. 싸우는 척 하고 있다.

사내2; [너 이 새끼 오늘 니 애비 곁우로 보내준다.] + 사내1; [누가 할 소리를...] 급기야 멱살 잡고 싸우는 두 놈. 그러다가

[어이쿠!] [죽인다!] 한 덩이가 되어 휘청하며 불로왜선 쪽으로 쓰러지려는 두 놈

불로왜선; (이 버러지들이...) 찡그리며 피하고.

콰당탕! 불로왜선이 피한 자리로 쓰러지는 두 놈. 헌데

슥! 두 놈을 신경 쓰느라 세 번째 사내놈이 뒤쪽에서 자신의 전낭을 묶은 줄이 면도날에 잘리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불로왜선.

사내1; [내년 오늘이 네놈 제삿날이다.] + 사내2; [병풍 뒤에서 향 맡을 놈은 내가 아니고 너다 새끼야.] 한 덩이가 되어 뒹구는 두 놈. 사람들이 둘러서 보고 있고

불로왜선; (개새끼들이 따로 없네.) 혐오스런 표정으로 찡그리며 그자들 흘겨보면서 사람들 사이를 걸어가는 불로왜선

불로왜선; (속세의 사내들 대 부분이 짐승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하신 초대 무산신녀님의 말씀은 진리다.)

불로왜선; (한시라도 빨리 유라와 금라년을 잡아 죽이고 무산으로 돌아가자.)

<속세에 더 머물다가는 세상 사내들을 모두 때려죽이고 싶어질지 모르니...> 종종 걸음으로 청풍이 간 쪽으로 가는 불로왜선의 뒷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그때

불로왜선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돈 주머니를 손에 들고 무게를 가늠하면서 불로왜선의 뒷모습 보며 히죽거리는 사내3. 그러자

[성공했냐?] [해치웠어?] 한 덩이가 되어 뒹굴던 사내1과 사내2가 일어나며 사내3에게 말하고. 주변 사람들 어리둥절하고

사내3; [그래! 제법 묵직하니 솔잖게 든 것같다.] 주머니 만지며 웃고

[그럼 오랜만에 기루에 가서 계집 엉덩이 좀 두들겨 보자.] [그거 좋지.] 낄낄거리며 사람들 헤치며 가는 세 놈

[그러고 보니 저놈들...] [제남 뒷골목에서 악명 높은 파락호들인 제남삼서(齊南三鼠)였어.] 멀어지는 세 놈을 알아보고 말하는 나이 든 사내 한명

[소매치기가 특기인 놈들이니 털린 거 없나들 확인해보쇼.] [방금 전 소동도 한탕 하기 위해 꾸민 짓일 거요.] [이크!] [에그머니..] 놀라서 자기들 주머니 확인하는 주변 사람들

 

#218>

거리의 객잔. 사람들 북적대고

창가 자리에 앉아서 술과 음식 먹으며 생각에 빠진 청풍. 실내지만 여전히 죽립을 쓰고 있고 있다.

청풍; (산동성(山東省)의 성도(省都)인 이곳 제남에서 태산(泰山)은 지척지간이다.] 술 마시며 생각하고

청풍; (그리고 태산에는 무제궁의 총단이 있고...) 술잔에서 입을 떼며 분노하고

청풍; (생각 같아서는 당장 무제궁으로 쳐들어가서 칠지무제 진무량의 목을 꺾어버리고 싶다만...) 칠지무제를 떠올리고

청풍; (중과부적이라는 말도 있고...) (무엇보다도 내가 진무량을 쓰러트리는 장면을 우리 천마성의 식솔들이 보아야만 한다.) 다시 술을 마시고

청풍; (북경에서 일을 보는 대로 다시 무제궁의 지부들을 궤멸시키기 시작하면 천마성의 식솔들이 내 곁으로 모여들 것이다.) 탁! 술잔 내려놓고

청풍; (그들과 함께 무제궁으로 쳐들어가서 천마일족이 무성일족을 압살했다는 것을 세상이 모두 알게 할 것이다.) 술병을 기울여서 다시 술잔에 술을 채우고., 바로 그때

[어따 대고 개수작이야?] 누군가 화가 나서 버럭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는 청풍. 주변 사람들도 모두 돌아보고

주인; [우리 가게에서 가장 비싼 음식만 골라서 주문해 먹고 이제 와서 돈이 없다고?] 탕! 탕! 계산대를 손바닥으로 치면서 불같이 화를 내는 객잔 주인. 심술 맞고 질이 좀 안좋게 보인다. 그 주인 앞에 소녀의 뒷모습이 보인다. 불로왜선이다.

주인; [네년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우리 가게 들어온 거지? 그렇지?] 상체 일으키며 눈 부라리고

불로왜선; [이것 봐 주인장! 아무리 화가 나도 처음 보는 여자한테 욕지거리를 하는 건 좀 심하지 않아?] 화가 나지만 꾹 참으며 말하고

주인; [뭐?] 얼굴 더 험악해지고

불로왜선; [전낭을 소매치기 당했어!]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음식 주문해서 먹었던 거야.] 허리띠에 걸려있는 끈을 만지며 말하고. 끈이 매끈하게 잘려나갔다.

주인; [개소리는 그만하고... 음식 값 어떻게 치를래?] 눈 희번덕이고

불로왜선; [며칠 말미를 줘.] [무슨 일을 해서든 음식 값 마련해서 올 테니까?] 화가 나지만 지은 죄가 있어서 억지로 참고

주인; [뭐? 무슨 일을 해서라도 돈을 마련해오겠다?] 코웃음

주인; [네년이 오늘 우리 가게에서 먹은 음식값이 무려 백이십 냥이야!] [한 가족이 두 세 달을 먹고 살 수 있는 거금이라고!]

청풍; (한 끼 식대가 백이십 냥?) 어이없고

청풍; (어째 질이 나빠 보이더니만 저 주인놈이 바가지를 수십 배로 씌우는구나.) 불로왜선에게 삿대질하며 화를 내는 주인을 노려보고

주인; [네년같이 작고 비리비리한 계집이 잘도 며칠 일해서 백이십 냥을 벌어 오겠...] 비웃다가 무언가 생각하고

주인; [그렇지! 소저! 좋은 일자리가 있는 데 나와 같이 가보지 않겠나?] 갑자기 표정 싹 변해서 능글맞게 웃고

불로왜선; [좋은 일자리라니? 뭐하는 곳인데?] 흠칫! 하며 흥미를 보이고

주인; [가보면 알게 될 테고...] [잘만 하면 한 달에 천냥을 버는 것도 꿈이 아닌 직업이지.] 카운터에서 밖으로 나오고

<저... 저 찢어죽일 놈!> <순진한 저 계집아이를 색주가에 팔아넘기려고...> 손님들 깨닫지만 감히 주인에게 뭐라 하진 못하고

불로왜선; [한 달에 천 냥도 벌 수 있는 직업이면 백이십 냥쯤은 금방 벌겠네.] 순진하게 기뻐하고. 손뼉도 치면서

주인; [그러니까 날 믿고 같이 가보자.] 슥! 불로왜선의 팔을 잡으려고 손을 뻗히는데

콱! 그자의 손목을 움켜잡는 누군가의 강철같은 손아귀

청풍; [너야말로 개수작은 여기까지다.] 콰득! 주인의 손목을 부러트릴 듯 강하게 쥐어 쳐들고. + 주인; [끄아아악!] 비명 지르고.

불로왜선; (에그머니나!) 급히 고개 돌리고

불로왜선; (이자를 가까이에서 감시하려고 같은 객점에 들어왔었는데... 들키게 생겼어!) 돌아서서 곁눈질로 청풍을 보고

청풍; [말해봐라! 이 꼬마 아가씨가 먹은 음식 값이 정말 백이십 냥이냐?] 우둑! 주인의 손목을 으스러트리려 하며 노려보고

주인; [아... 아니오.] 비지땀. + (무... 무림인이다!) 겁에 질리고

주인; [전... 전부 합쳐서 열두 냥...] + [!] 말하다가 뜨끔

청풍이 노려보고 있다

주인; [세... 세 냥 닷푼입지요.] + (아차 했다간 명줄 놓는 수가 있다.) 겁에 질려서 청풍의 눈치 보며 말하고. 그러자

불로왜선; [뭐야? 세 냥 닷푼?] 기가 막혀 홱 돌아보며 고함

불로왜선; [무려 사십 배 가까이 바가지를 씌우려고 했던 거야 당신?] 화가 나서 주인에게 삿대질하고

주인; [미... 미안하게 되었소.] 비지땀 흘리며 청풍의 눈치를 보고

불로왜선; [하아! 이 개 잡것을 어쩐대?] 쿠오오! 화가 나서 두 손을 허리에 대고 짝 다리를 짚고 눈 부라리고. 그런 불로왜선의 몸에서 강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청풍; (어린 계집아이로만 봤는데 사실은 내공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정도의 경지에 이른 절세고수였군.) 곁눈질로 보며 놀라고

불로왜선; [으으으!] + (저... 저 계집년도 무림고수였구나.) 역시 깨닫고 사색이 될 때

청풍; [마지막에 솔직하게 말한 덕분에 목숨 부지하는 줄 알아라.] 휘릭! 주인을 가랑잎처럼 던져버리고.

[아이쿠!] 콰당탕! 카운터 안쪽에 나뒹굴며 비명. 종업원들과 카운터 뒤쪽 주방의 요리사들 그걸 보며 기겁하고

투툭! 그런 주인의 얼굴과 몸에 여러 개의 동전이 뿌려지고

청풍; [내 식대와 함께 꼬마 아가씨 것도 계산했다. 맞는지 세어봐라.] 투툭! 큼직한 돈주머니를 왼손에 들고 동전 몇 닢을 더 주인의 몸에 뿌리고. 이어

청풍; [아가씨 식대는 내가 계산했으니 그만 가 봐도 좋아.] 불로왜선에게 말하며 입구 쪽으로 돌아서고

불로왜선; [잠깐만요!] 급히 청풍을 따라 달려 나가고

불로왜선; [기다려주세요 공자님!] 객점 밖으로 뛰쳐나가는 불로왜선

 

#219>

청풍; [내게 볼일이 남았느냐?] 객점을 나오면서 돌아보고. 이하 객점 밖의 시점

불로왜선; [신세를 졌어요. 뉘신지 모르지만 반드시 은혜를 갚도록 하겠어요.] 두 손 앞으로 모으면서 고개 숙이고

청풍; [고작해야 식사 한 끼다. 은혜라고 할만한 일은 아니니 신경 쓰지 말거라.] 고개를 젓지만

불로왜선; [그렇지 않아요.] [제가 속한 사문의 율법에는 좁쌀만한 은혜도 반드시 갚도록 규정되어있어요.] 단호하게

불로왜선; [저를 위해서라도 보은을 하도록 허락해주세요. 네?] 고개 쳐들며 애원하고

청풍; [그럴 필요는...] 말하다가 멈추며 불로왜선의 허리를 보고

허리에 묶어두었던 전낭의 끈이 달려있고

청풍; [소매치기 당한 전낭에 여비를 모두 넣어두었던 거냐?] 한숨

불로왜선; [금붙이와 전표등 삼천 냥이 넘게 들었었는데...] [그 정도면 충분히 일을 보고 사문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울상 짓고

청풍; [이걸 받아라.] 한숨 쉬며 자기 돈주머니를 내밀고

불로왜선; [공자!] 놀라고

청풍; [나는 사내라 딱히 여비가 필요 없고... 또 곧 목적지에 이르니 이 돈은 쓸데가 없다.]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받거라.]

불로왜선; [그... 그럴 수는 없어요.] [저희 사문의 율법 때문에 이유 없는 호의는 받아들일 수 없어요.] 급히 고개 저으며 물러서고

청풍; [아녀자가 돈도 없이 여행을 하면 입에 담지 못하는 수모까지 겪을 수 있다.] [사양하지 마라.] 내밀지만

불로왜선; [그렇게 말씀하셔도 받을 수 없는 건 받을 수 없는 거고...] 말하다가

불로왜선; (이 상황을 잘만 이용하면...) + [혹시 공자님은 어디로 가시는 길인지 알려주실 수 있는가요?] 머리 굴리면서

청풍; [일단은 북경까지 갈 예정이다만...] 돈 주머니 내민 채

불로왜선; [잘 됐네요!] 손뼉 치고

불로왜선; [북경에는 제 지인(知人)이 있어요.] [제가 북경까지 가는 동안만 편의를 제공해주시면 지인에게서 돈을 받아 돌려드리겠어요.]

청풍; [그럴 필요는 없는데...]

불로왜선; [부탁드려요.] 두 손 모아 비는 시늉

청풍; (이렇게 까지 나오면 거절할 수가 없군.) + [알았다.] 내밀고 있던 돈 주머니를 다시 거두고

청풍; [어차피 북경까지 가는 길이니 함께 가도록 하자.] 돌아서고

불로왜선; [고마워요 공자님!] 와락! 두 팔로 청풍의 팔을 끌어안으면서 매달리고. 움찔! 하며 돌아보는 청풍

불로왜선; [사실을 말하자면 아까 쬐끔 무서웠어요.] 청풍의 팔을 두 팔로 끌어안고 약간 떨면서 말하고

불로왜선; [세상 인심이란 게 나찰이나 야차보다 더 무섭다는 걸 알아버려서...] 몸을 움츠리며 말하고

청풍; [유감스럽지만 사실이다.] 불로왜선과 함께 걸어가며 끄덕이고. 지나가던 사람들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고

청풍; [특히 세상 물정 모르는 여자들을 노리는 짐승같은 것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으니 매사에 조심해야만 한다.]

불로왜선; [그래야할 것같아요.] [오늘 정말 그걸 절감했어요.]

청풍; [이번이 강호초출이냐?]

불로왜선; [사문이 자리한 근처 마을에는 내려가 본 적이 많지만...] [이런 대처(大處)에 나와 보는 건 처음이에요.]

청풍; [그런 것 같더구나.] 웃고

불로왜선; [그래도 참 다행이에요. 공자님같이 좋은 분을 만나게 되어서...] 얼굴 살짝 붉히며 청풍의 얼굴 훔쳐보고

청풍;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단다.] 한숨

청풍; [나란 인간도 사실 알고 보면 죄악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죄 많은 인생이니...] 우울한 표정으로 한숨. 자신이 뇌공량을 죽이던 일, 포숙정과 응응하던 일, 황보경과도 응응하던 일등을 떠올리고

불로왜선; (그렇게 말하기 때문에 더욱 더 이자를 믿을 수밖에 없어.) 곁눈질로 청풍을 보면서 생각하고

불로왜선; (유라년의 종적을 찾기 위해 접근한 것이지만...)

<이 사내라면 어쩐지 안심하고 모든 걸 맡길 수 있을 것같다.> 인파들 사이로 사라지는 두 사람의 모습 배경으로 불로왜선의 생각 나레이션

 

#220>

혈교 총단 뒤편의 장원의 모습. 저녁 무렵

어느 밀실로 문을 열고 들어서는 백일몽. 손에 총채와 빗자루, 걸레등이 든 큼직한 나무통을 들고 있다. 청소를 하려는 모습이고. 백일몽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두 명의 인법사가 돌아보는 게 보인다. 수염이 허연 노인들인데 쓰고 있는 반쪽 가면에는 <人-七> <人-八>이라는 글이 크고 작게 새겨져 있다. 이하 인법사7, 인법사8로 표기

백일몽이 들어선 실내. 상당히 넓은 침실이다. 벽에는 책꽂이도 죽 늘어서 있고.

인법사7; [교주님 물건은 가급적 위치를 옮기지 말고 청소하거라.] 밖에서 방안을 들여다보며 말하고

인법사8; [찾는 물건이 원하는 자리에 없으면 심기가 불편해지시거든...]

백일몽; [주의할게요.] 말하며 문을 닫고

탁! 닫히는 문

백일몽; (청소를 핑계로 교주의 침실에는 무사히 들어왔다.) (전에도 종종 교주와 소교주의 침실을 청소했으니 딱히 의심을 받진 않을 것이다.) 침실 가운데로 가면서 생각하고

백일몽; (하지만 오늘 같은 기회는 다시 오기 힘들다. 교주는 폐관수련중이고 소교주는 아직 귀환하지 않은 상태이니...) 탁! 나무통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백일몽; (청소를 하는 척 하면서 그것... 혈왕잠을 찾아보자!) 총채를 나무통에서 꺼내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그런 백일몽의 뇌리에 떠오르는 칠지무제의 후처 문설약의 말. #86>의 장면이다

 

문설약; [혈왕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

백일몽; [천마, 무성과 함께 삼황에 속하는 혈왕님의 신물(信物) 아니온지요?]

문설약; [혈왕잠은 단순히 형왕조사의 신물이 아니다.] [이건 혈왕조사의 핏줄들만이 아는 비밀인데...] 의식적으로 주변을 살피면서

문설약; <혈왕잠은 혈왕조사께서 평생 수련한 마공과 술법의 결정체다.> 고개를 백일몽쪽으로 좀 숙이며 전음으로 속삭이고

백일몽; <마... 마공과 술법의 결정체라면 혹시...> 역시 놀라며 전음으로 대답하고

문설약; <일종의 내단(內丹)인 것이다.> 다시 몸을 세우며 전음으로 말하고

백일몽; (맙소사!) 경악하고

문설약; <혈왕잠을 녹여서 마시면 혈왕조사님의 모든 능력을 그대로 구사할 수 있다는 전설이 우리 용씨일족에 전해져 내려왔었다.>

백일몽; [전혀... 제자는 혈왕잠에 그런 비밀이 있었는지 꿈에도 몰랐사옵니다.]

문설약; [혈왕잠에 얽힌 이 중대한 비밀을 말해주는 것은 네가 교주의 진위를 밝히는 데 진력해주길 바라서다.]

백일몽; [천한 제자를 믿어주시니 감읍할 따름이옵니다.] 포권하고

문설약; [혈왕잠을 흡수하는 방법은 실전(失傳)되어 버렸다.] [그래서 지금까지 본교의 교주들 중 누구도 혈왕잠에 깃든 힘을 사용할 수는 없었는데...]

문설약; [그렇긴 해도 혈왕잠에 작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은 전해져 내려온다.]

백일몽; [그 방법이 혹시...]

문설약; [교주의 진위를 밝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끄덕

백일몽; (역시...)

문설약; [혈왕잠은 혈왕조사의 후손의 피를 떨굴 경우 그 부분이 투명하게 변하며 강한 빛을 뿜어낸다.]

문설약; [물론 혈왕의 핏줄이 아닌 자의 피에는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회상 끝

 

백일몽; (교주가 고환이 하나인가를 확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 탁탁! 총채로 집기들을 털면서 생각하고

백일몽; (혈왕잠을 이용해서 확인해 보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총채로 집기들을 털면서 시선은 실내를 둘러본다

백일몽; (교주의 피를 구하는 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혈왕잠을 손에 넣어야만 한다.) 총채를 대충 흔들며 번뜩이는 눈으로 실내를 살피고

백일몽; (교주가 천마성의 총관으로 위장하고 있을 동안에는 소교주가 혈왕잠을 보관해왔을 것이다.)

백일몽; (그러다가 교주가 복귀한 후에는 직접 관리하고 있을 텐데...)

백일몽; (혈왕잠을 연공관으로 갖고 들어가지 않았다면 침실인 이곳 어딘가에 숨겨두었을 수 밖에 없다.)

백일몽; (그리고 귀중한 물건인 만큼 수시로 꺼내 확인했을 테고...) 화악! 총채를 세게 휘두른다. 그러자

사라라라! 화악! 총채에서 아주 고운 가루가 확 퍼져서 침실 전체로 흩어진다

백일몽; (인혼분(引魂紛)은 오직 인간의 혼백이 서려있거나 최근에 손길이 스쳤던 곳에만 달라붙는다.) 방안 전체로 안개처럼 흩어지는 고운 가루를 보며 눈 번뜩이고

백일몽; (즉 교주의 손길이 가장 자주 닿은 곳을 알려주는 것이다.) 둘러보고

츠츠츠! 여기저기에서 빛이 난다. 사람의 손이 닿은 흔적들이고. 책장, 침대, 바닥, 벽, 탁자 의자등등

백일몽; (시작되었다.) 눈 번득

백일몽; (인혼분은 뿌려지고 일다경이 지나면 안개처럼 녹아서 사라진다.) (그 전에 혈왕잠의 소재를 확인해야만 한다.)

백일몽; (부디 교주가 혈왕잠을 이곳 어딘가에 숨겨두었기를 바랄 뿐이다.) 생각하며 살피고. 그러다가

[!] 눈 번뜩이며 바닥을 보는 백일몽

침대 근처의 바닥에 지문 같은 것이 얼룩져 있다. 바닥에는 정사각형의 대리석들이 깔려 있는데 그 석판들 중 하나에 유독 지문이 많이 묻어있다

백일몽; (모든 걸 아랫사람들이 해결해주는 교주는 당연히 직접 방바닥에 손을 댈 일이 없다.) 급히 다가가고

백일몽;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의 석판에 자주 손을 댄 흔적이 남아있다는 건...) 흥분하며 손바닥을 석판에 대고

징! 석판 위에 붙어 진동하는 백일몽의 손바닥

지지징! 진동같은 것이 백일몽의 손바닥에 전해진다

백일몽; (석판 아래에 빈공간이 있다. 그렇다는 건...) 흥분

백일몽; (혈왕잠을 찾은 것같다!) 스윽! 빛이 나는 손바닥을 위로 끌어올리려 하고. 이어

<흡(吸)!> 눈 부릅. 소리없이 기합 넣은 백일몽. 그러자

덜컥! 석판이 움직이더니

그긍! 위로 딸려 올라오는 석판. 두께가 한 뼘쯤으로 상당히 두껍다

덜컥! 완전히 위로 딸려 올라오는 석판. 그 아래 빈 공간이 있고

손바닥으로 끌어올린 석판을 옆에 내려놓고 안을 들여다 보는 백일몽. 직후

백일몽; (찾았다!) 눈 부릅

쿵! 석판이 빠져나와 생긴 공간 아래쪽에 방석이 하나 놓여있고 그 방석 위에 한뺨 가량 길이의 비녀가 놓여있다. <투천환일>에서 나온 혈왕잠과 같은 디자인의 비녀. 마치 작은 용이 굳어버려 형성된 것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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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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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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