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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一 章

 

                 아름다운 刺客

 

 

 

--- --- !

--- --- --- !

굉렬한 폭음이 터졌다.

--- --- !

와르르르르---!

산더미같은 거석들이 공기돌같이 튕겨져 올라갔다.

높직한 석벽,

석벽 아래부분의 무너져 내린 동굴에서 만근화약을 터뜨린 듯한 굉음이 일었다.

[--- 우우!]

뻥 뚫린 동굴에서 웅휘한 청룡음이 터졌다.

그와함께,

스스스슥!

동굴로부터 한 명의 황포청년이 날아 나왔다.

찢기고 피에 젖은 황포.

산발을 한 머리와 더부룩한 수염.

그러나,

--- !

뇌전같이 흐르는 안광이 그 청년에게 있었다.

[열흘하고도 사흘이 걸렸다.]

황포청년은 힐끗 무너진 동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바로 능천한이었다.

그의 눈에는 깊은 감회가 서려 있었다.

[난경중에서 기연을 얻었으니... 서운함은 없으나...!]

능천한의 눈빛이 아주 무거워졌다.

[본문을 이리 한 자들에게... 그 빚을 받아 내고 말리라!]

스스--- 스슥!

능천한은 걸음을 옮겼다.

 

---천극수라영(天極修羅影).

 

수라문(修羅門) 제이대장문인인 수라마영대제(修羅魔影大帝)가 창안한 경공 절기다.

능히 천하오대경공에 낄 수 있는 절경경공!

[아버님께 별일이 없으신지...!]

화르르르---!

능천한의 몸이 선풍을 몰아 분지를 날아 나갔다.

그의 몸은 그대로 섬전(閃電)이었다.

 

능천한(陵天漢)!

그는 패천동부(覇天洞府)에서 수라천존경(修羅天尊經)을 연마했다.

수라천존경에는 무려 이십여 가지 신공 절기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수라존(修羅尊)에서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에 이르는 동안 첨가된 신공절기들이 모두 수라천존경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수라천존경의 무공들은 하나같이 신랄하고 패도적이었다.

특히,

그중 가장 마지막에 적힌 묵황굉벽뢰(墨荒宏霹雷)는 압권이었다.

천하제일(天下第一)!

다만 두들겨 부수는데 있어서는 무황굉벽뢰이상의 기공이 없을 것이다.

그는 수라천극존 덕택에 천지이교가 관통되었고,

그 덕분에 그는 패천동부에 들어갈 때보다 몇 갑절 강해져 있었다.

[!]

갑자기 능천한의 신형이 급히 멈추어 졌다.

그의 두눈은 분노와 경악으로 형형하게 빛을 뿌렸다.

폐허(廢墟)!

처창한 폐허가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이다.

웅장하던 전각들이 석가래만 남고 무너지고 불타있으며 깨어진 기왓장만이 어지러이 널려 있는 대폐허가 있었다.

그곳은 바로... 열흘 그 이전만 해도 절대 불가침의 성역이던 패천신문(覇天神門)!

바로 패천신문(覇天神門)의 잔해였다.

[... !]

능천한의 입에서 무거운 신음이 흘렀다.

(어느 놈이기에... 본문을 이같이 만들었는가?)

능천한은 꿇어 오르는 분노와 격정을 안으로 삭여갔다.

--- ! --- !

그는 대폐허가 가운데로 걸어 들어갔다.

[...!]

--- 드드득! --- 수수!

능천한의 발밑에서 돌조각들이 모래로 부수어졌다.

그의 분노, 그의 터져 나오는 격정이 그렇게 삭아들고 있는 것이다.

패천동부...

그 안에서의 열 며칠간의 시각.

그것이 능천한에게 격정을 삭일 여유를 갖을만한 성숙을 주었다.

[...!]

그의 봉목은 냉철하게 빛나고 있었다.

(본문의 문도들은... 벽향, 그 계집의 극독에 중독되어 변변히 대항도 못하고 당했으리라!)

그는 사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에도 시신이 보이지를 않고 여러 사람이 오고 간 흔적이 보였다.

(무림동도들이 다녀가면서 문도들의 시신을 거두었을 것이다!)

능천한은 묵묵히 패천신문의 후원이었던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 정답던 생가(生家)!

그것이 폐허가 되어 있는 것이다.

무너진... 처참한 패천신문의 잔해를 보며 능천한의 내부에서는 화산(火山)이 생기고 있었다.

한번 터져 나오면 천지를 뒤흔들어 놓을 분노의 화산이...

(아버님이 다녀가신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능천한은 아버지 패천황룡 능붕비를 생각했다.

(혹시...!)

그의 내부에서는 불안의 그림자가 뭉클뭉클 솟아 오르고 있었다.

 

능천한은 어느덧 후원에 이르러 있었다.

[...!]

문득,

능천한은 발길을 멈추었다.

그의 시선은 정원이 있던 후원의 한쪽에 머물렀다.

--- !

무덤이 있었다.

그것도 수백 명이 묻혔음직한 거대한 봉분이 있었다.

만든지 얼마 되지 않는 듯,

붉은 진흙이 채 마르지도 않은 봉분이었다.

한데,

(여인(女人)...!)

능천한의 시선은 의아함을 싣고 봉분 앞에 머물렀다.

여인(女人).

삼단같은 머리를 늘어뜨리고.

하얀 소복(素服)을 걸친 여인이 봉분 앞에 꿇어 앉아 있었다.

울고 있는가?

소복여인의 동그스름한 어깨가 소리없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녀의 무릎 앞에는 까맣게 탄 지전의 재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

--- ! --- !

능천한은 헛기침을 하며 소복여인의 뒤로 다가갔다.

[... ...!]

가까이 다가가자 여인의 나지막한 흐느낌이 들려왔다.

[소저... 소저는 뉘신데... 이곳에서 이러고 계십니까?]

능천한이 소복여인의 등뒤로 서며 물었다.

[...!]

그러자 여인은 흐느낌을 멈추었다.

[소녀는 죄인입니다!]

[죄인(罪人)?]

능천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 소녀는... 은혜를 원수로 갚은 죄많은 계집입니다. 흐흑...!]

[소저...!]

능천한은 당황했다.

생전 처음 여인의 눈물에 접했기 때문이다.

[소저 고정하십시오!]

능천한은 여인의 가녀린 어깨를 다독여 주려 여인에게로 바짝 다가섰다.

그때였다.

--- 스스---!

순간적으로,

(살기(殺氣)!)

능천한은 가공할 살기를 느꼈다.

그것은 바로 소복여인에게서 빨리 나오는 것이었고,

--- --- !

--- --- 파팟!

거의 동시에 여인의 교수가 살기의 폭풍을 일느켰다.

[그대가!]

--- !

능천한이 대갈하며 벽력같이 몸을 뒤로 펼쳤다.

폭죽이 터져 나가는 듯한 신법(身法)!

---천극수라영(天極修羅影).

그러나,

[--- !]

--- 다탕!

십 장 밖으로 튕겨져 나가던 능천한의 몸이 허공애서 뚝 떨어졌다.

지면에 나뒹군 능천한의 가슴이 시뻘건 선혈로 물들었다.

그의 가슴...

그곳에는 초생달 모양의 비수가 깊숙이 박혀 있었다.

[... 월아밀살비(月牙密煞匕)!]

능천한이 치를 떨며 몸을 일으켰다.

신월(新月)형의 비수!

그것은 바로 월영천존(月影天尊)의 독문암기였던 월아밀살비(月牙密煞匕)였다.

[가랏!]

--- 르르르!

--- 파팟!

휘청이는 능천한을 향하여 소복여인이 벼락같이 덮쳐들었다.

그녀의 전신에는 칼날같은 강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벽향(碧香)! 네년이...]

--- --- !

능천한의 입에서 경악성이 서린 노갈이 터졌다.

소복여인...

그녀는 벽향(碧香)이라고 불리는 여인이었다.

극히 아름답고 기품있고 미인이나 사갈의 마음을 지닌 여인...

능붕비를 암습했던 바로 그 벽향이라는 시녀였다.

[--- !]

그리고,

스스스스스--- !

능천한의 신형이 일시에 십여 개로 갈라졌다.

 

---수라잔영보(修羅殘影步)!

 

수라천존경(修羅天尊經)상의 보법.

그러나,

--- 팟팟!

[! 무형살인강(無形殺人罡)!]

선혈이 확 튀며,

능천한의 잔영(殘影)이 일시에 사라졌다.

그의 왼쪽 어깨부위가 무형무성의 강기에 가격당하여 으스러진 것이다.

[나를 용서해다오!]

소복의 벽향이 괴로운 어조로 말하며 교수를 쭉 내뻗었다.

--- 이잉!

무형의 막강한 강기가 휘청이는 능천한의 가슴으로 밀려갔다.

[...]

피할 여유도 없었다.

능천한은 이를 악물며 가슴으로 무형살인강을 맞받아갔다.

--- !

강기가 능천한을 가격하는 순간 맑은 금속성이 터졌다.

무형살인강이 능천한의 가슴에 들어있던 패천신륜(覇天神輪)에 부딪친 것이다.

[!]

의외의 결과에 벽향의 신형이 움찔했다.

물실호기!

[으음! 벽뢰섬(霹雷閃)! 만절환(萬絶幻)!]

능천한의 벼락같은 대갈이 터졌다.

--- --- !

--- --- !

낙뢰(落雷)같이 흐르는 강륜(),

천가닥! 만가닥으로 쪼개져 날아가는 강륜()...

패천대륜오절식(覇天大輪五絶式)이 펼쳐진 것이다.

[!]

--- 르르르르!

벽향은 실색하며 교구를 떨궜다.

그러자,

벽향의 교구는 유성이 흐르듯이 삼십 장 밖으로 빠져 나갔다.

실로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경공이었다.

그러나...

[가지 못한다!]

능천한이 대갈을 질렀다.

부상당한 몸이나 능천한에게서는 분노의 폭류가 터져 솟구치고 있었다.

[--- !]

--- --- !

--- --- 우웅!

!

일시지간에 천지가 새파란 륜영(輪影)으로 뒤덮였다.

일시에 백 장 방원이 륜()으로 뒤덮이다니...

[! ... 패천신륜(覇天神輪)!]

삼십 장 밖으로 물러났던 벽향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졌다.

 

---패천신륜(覇天神輪).

 

천하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라도 잘라낸다는 절대신병!

그것이 이백 년만에 세상에 나타난 것이다.

[--- !]

벽향이 사력을 다해 몸을 떨쳤다.

그러자,

일거에 그녀의 몸이 오십 장 밖으로 쏟아져 나갔다.

가공할 경공,

그러나,

--- --- 파팟!

--- !

[...]

선혈이 확 튀었다.

벽향의 왼쪽 젖가슴이 둘로 쪼개지며 선혈이 확 퍼져 나간 것이다.

패천신륜의 예기(銳氣).

그 앞에서는 어떤 호신기공도 견뎌내지 못한다.

--- 르르르!

젖가슴이 쪼개진 벽향은 이를 악물며 교구를 비틀었다.

그러자,

그녀의 교구는 다시 일거에 오십여 장을 날아 멀리로 날아갔다.

[아버님의 신상에 일어난 일을 알고 있는 계집... 놓칠 수 없다!]

--- --- !

능천한도 지체없이 몸을 날렸다.

그러나,

[!]

허공을 날던 능천한은 몸을 휘청하며 떨어졌다.

[으음...]

그는 가슴을 움켜쥐며 지면으로 내려섰다.

월아밀살비에 찔린 상처가 의외로 깊었던 것이다.

[분하지만...]

능천한은 벽향이 날아간 곳을 노려보며 월아밀살비를 가슴에서 뽑아내었다.

월아밀살비가 조금만 더 옆에 찔렀으면 심장에 찔려 죽사할 뻔한 중상이었다.

[...]

능천한은 검미를 부르르 떨며 가슴을 눌렀다.

벽향에게 당한 두 곳의 상처는 그리 간단히 치료될 상세가 아니었다.

그때,

츠츠츠츠츳!

--- --- 이잉!

가공할 살기가 무지개같이 피어 오르고 사위에서 수십 줄기의 인영들이 유령같이 일어나 능천한을 짓쳐왔다.

(전문살수들이다.)

능천한의 검미가 꿈틀했다.

그자들은 절묘한 은신술로 잠복해 있어서 능천한이 미처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스스스슥!

능천한은 고통을 누르며 기쾌하게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러나,

--- 애액!

--- !

한 줄기 은사(銀絲)가 스치며 능천한의 옆구리에 선혈이 튀었다.

그것은 사망은사(死亡銀絲)라는 은밀한 암기의 일종이다.

(빨리 결판을 내자!)

허공에서 몸을 비튼 능천한의 두눈이 차갑게 빛났다.

--- --- !

츠츠츠--- 츠츳!

그의 눈에

득달같이 덮쳐드는 장한들이 들어왔다.

하나같이 감정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냉혈살수들이었다.

마치 늑대같은...

[천중압(天重壓)!]

능천한은 일성폭갈과 함께 손에 들린 패천신륜(覇天神輪)을 그어내었다.

--- 이잉!

--- --- !

일시에 천지사위가 천만근의 무게를 지닌 륜영(輪影)으로 뒤덮었다.

패천대륜오절식(覇天大輪五絶式)의 삼식이 패천신륜으로 펼쳐진 것이다.

--- --- 자작!

--- --- 가각!

[...]

[...]

! --- !

달려들던 살수들이 폭풍에 휘말려 나뭇잎같이 나뒹굴었다.

그들의 사지가 무기(武器)와 함께 도막으로 갈라졌다.

일시에 수십 명이 전멸한 것이다.

실로,

패천신륜의 위력은 가공스러웠다.

그 예기 앞에서는 견디어나는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살수들은 한 마디 신음도 내지 않고 죽었다.

극도의 훈련을 받은 자들이기에 그러하리라.

[지독한 자들이군. 두려움이나 고통이라는 것을 아예 모르는 듯하니...]

능천한은 혀를 차며 지면으로 내려섰다.

그때였다.

[...]

갑자기 능천한의 몸이 굳어졌다.

어떤, 지극히 강한 힘이 그의 주위에 나타난 것을 느낀 때문이다.

(가공할 기도(氣道)... 누구인가?)

능천한은 가슴이 떨림을 느끼며 천천히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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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 章

 

                    風雲을 孕胎하는 女人

 

 

 

 

화르르---!

타--- 다--- 다닥!

시뻘건 화마(火魔)가 넘실거린다.

천검성(天劍城),

그 웅자가 거화(巨火)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크하하하하...! 혈종(血宗)의 영화를 위하는 길이다. 죽여랏!]

[크하하하하!]

차--- 차--- 차창---!

[크--- 아--- 악---!]

[아--- 아악---!]

터져 솟구치는 피(血)!

넘실거리는 화마 속에서 천검성도들이 허무하게 쓰러져 갔다.

끊어져 나뒹구는 팔다리,

터져 흐르는 내장,

선혈!

혈광(血光) 속에 스러지는 영혼들,

[크하하하...!]

[크크크크...]

아수라혈귀들같이 날뛰는 혈의인(血衣人)들이 있다.

피(血)에 굶주린 자들,

흡사 이리같지 않은가?

천검성(天劍城)의 후원,

[비켜랏! 네놈들에게 쓰러질 천검성이 아니다.]

위--- 이잉!

피눈물을 흘리는 여인이 있다.

그녀의 손에서는 미친듯이 검광(劍光)이 흩뿌려지고 있었다.

흐트러진 머리,

찢어진 치마사이로 드러난 뽀얀 허벅지...

흐트러질대로 흐트러진 몸매의 여인,

그러나,

너무도 아름다운 미모의 여인이었다.

 

-천검미후(天劍美后) 나설련(羅雪蓮),

 

천하오대미인(天下五大美人)에 드는 천검일미(天劍一美)가 그녀였다.

[헤헤! 아랫도리가 녹아드는 것 같다!]

[크캘캘! 천하명물이다!]

[크... 이제껏 많은 계집을 맛보았으나 저만한 계집은 처음이다.]

[헤헤! 고년! 사람 미치게 만드는구나!]

휘르르르---! 츠츠츠츠!

휘--- 이이잉---!

나설련을 둘러싸고 희롱하는 자들...

하나같이 시뻘건 혈포를 입은 자들인데 음탕한 시선으로 나설련의 허벅지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이... 죽엇!]

츠츠츠츠---!

파파파--- 팟!

나설련은 치욕에 몸을 떨며 보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이성을 잃은 그녀의 검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헤... 헤...]

찌... 지직!

[악!]

한 혈의인이 나설련에게 접근하여 그녀의 가슴섶을 잡아챘다.

그러자,

출--- 렁!

너무나 풍만한 젖무덤이 물결치며 나타났다.

[으...!]

나설련이 이를 악물며 황급히 섬섬옥수로 젖가슴을 가렸다.

그러나 그녀의 젖무덤은 섬섬옥수로 가리기에는 너무도 풍만하였으니...

[헤헤! 젖통도 천하일품이다!]

[고것... 으그그... 사람 죽이는구나!]

혈의인들의 눈이 음욕으로 시뻘개졌다.

[으으... 죽... 죽인다!]

나설련의 옥용이 치욕으로 새빨개졌다.

그때,

스--- 스슥!

파--- 아악---!

한 줄기 혈영(血影)이 허공에서 나설련에게 내려 꽂혔다.

[악---!]

크--- 우--- 웅!

실색한 나설련은 어찌 해보지도 못하고 마혈이 짚여 나뒹굴렀다.

모로 나뒹군 나설련의 치마가 걷혀지고,

뽀얗고 풍만한 허벅지와 빨간 속곳이 드러났다.

스스스슥!

그와 함께 장내에 혈영(血影)으로 둘러싸인 중년인이 내려섰다.

[궁주!]

[궁주님을 알현합니다.]

혈의인... 혈영궁도들이 일제히 혈영군에게 무릎을 꿇었다.

혈영궁(血影宮),

혈영염제(血影閻帝)의 저주가 다시 피어 오르는가.

[흐흐흐...]

혈영군은 음악하게 웃으며 쓰러진 나설련에게 다가섰다.

찢어진 저고리사이로 드러난 투실투실한 젖무덤,

미끈한 허벅지...

그 사이로 붉은 천에 가려진 두툼한 둔덕...

혈영군의 두눈이 음욕으로 달아올랐다.

그자의 아랫도리가 불끈 치솟고 있었다.

[크크... 천검미후(天劍美后)... 과연 천하오대미인(天下五大美人)에 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미태로구나...]

혈영군은 색욕에 뻘개진 눈을 하고 나설련에게 다가갔다.

[다... 다가오지 마랏!]

나설련이 눈물을 흘리며 교갈을 질렀다.

그러나,

찌--- 직!

[악!]

혈영군은 거칠게 나설련의 하의를 찢어 내었다.

그러나, 퍼질대로 퍼진 풍만한 둔부와 작은 속곳으로 가려진 두둑한 두덩이가 혈영군의 눈에 확 들어왔다.

[으흐흑! 안... 안돼... 아... 악!]

[흐흐...]

혈영군은 묘한 웃음을 흘리며 나설련의 중지를 가린 고의를 잡아챘다.

찌--- 지직!

붉은 고의가 맥없이 찢겨 나갔다.

그리고,

[흑!]

혈영군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미끈한 허벅지가 보이는 곳,

그곳에는 숲(林)이 있었다.

계곡을 가득 뒤덮은 방초림(芳草林)이 있었다.

파르르르...!

방초가 흔들린다.

칙칙한 색마의 입김에 처녀림이 떨린다.

처녀림의 안쪽,

붉은 이슬을 머금은 환락의 샘이 거기 있었다.

[아흑! 놓... 놓아랏!]

나설련은 혈영군의 음탕한 손길 아래에서 몸부림을 쳤다.

[흐흐흐...!]

혈영군의 손길은 나설련의 허벅지를 벌리고 들어갔고,

[으...!]

그때마다 나설련은 송충이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에 몸서리를 쳤다.

그리고,

[아--- 흐윽!]

나설련은 자지러지는 비명을 질렀다.

혈영군은 그녀의 왼쪽 젖무덤을 덥썩 베어 물었던 것이다.

나설련은 젖가슴이 떨어지는 고통에 몸을 떨었다.

혈영군은 무자비하게 나설련의 젖가슴을 유린했다.

그녀의 풍만한 젖무덤이 이빨자국으로 난자당하고 혈영군의 손아귀에 터질 듯이 주물러졌다.

[으... 흑... 아아...!]

점차,

나설련의 입에서 간헐적인 교성이 흘렀다.

또한 그녀의 나신은 간간이 묘한 파문을 일으키며 흔들렸다.

실로 기이했다.

분명코 타의로 욕을 당하는 것이다.

혈영군의 손길아래 유린당하면서 알 수 없는 쾌감이 파문같이 번져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흐흐흐...!]

혈영군은 나설련의 젖가슴에서 얼굴을 떼며 득의의 음소가 떠올랐다.

이어, 그의 손길은 나설련의 세류요를 더듬고 그의 얼굴은 점차 나설련의 하복부로 내려갔다.

[아아... 흑!]

나설련의 악다문 이빨사이로 앓는 듯한 신음이 흘렀다.

본능(本能)과 이성(理性)이 그녀 안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으흐! 조것!]

[헤헤... 고년! 사람미치게 만드는구나!]

둘러선 혈영군의 마도들이 개침을 흘렸다.

혈영군에게 유린당하는 나설련의 나신을 노려보며 혈영궁의 마도들의 두눈이 발정한 짐승같이 시뻘개졌다.

[아흐흑!]

나설련의 입에서 숨넘어 가는 비명이 터졌다.

그녀의 벌려진 옥주가 사시나무 떨듯이 떨렸다.

혈영군의 머리가 나설련의 방초 우거진 비곡에 이른 것이다.

[흐흐흐...!]

[아아... 학... 아흑...!]

부끄러운 곳을 혈영군에게 유린당하며 나설련은 연이어 숨넘어 가는 신음을 흘렸다.

처녀지신으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자극이 가해지는 것이다.

[흐흐... 극락으로 보내주마!]

나설련의 허벅지 사이에서 고개를 든 혈영군은 나설련의 나신 위로 몸을 끌어올렸다.

[아...!]

나설련은 파괴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음도 알지 못하고 혼미 속에 헤매였다.

바야흐로,

혈영군의 음탕한 손길에 나설련의 청백이 깨어질 순간이었다.

위기의 순간,

[더러운 사내 놈들!]

거창한 여인의 교갈이 장내를 뒤집었다.

[크--- 윽!]

[웨--- 엑!]

혈영궁도들이 입에서 선혈을 토하며 휘청였다.

그만큼 여인의 일갈에 지독한 내공이 실려 있었던 것이다.

[누... 누구냣!]

혈영군은 나설련의 몸에서 벌떡 일어났다.

욕정은 이미 찬물을 뒤집어 씌운 듯이 사라진 후였다.

화르르---!

콰--- 콰--- 쾅!

번쩍 고개를 든 혈영군의 머리통 위로 가공스런 위세의 강기가 쏟아져 내렸다.

[우--- 웃!]

콰르르!

혈영군은 질겁을 하며 혈영강기(血影강氣)를 마주 짓쳐 내었다.

그러나,

촉망이라 그는 반푼의 힘밖에 쏟지 못했다.

콰--- 콰--- 쾅!

화산이 폭발하는 굉음이 터졌다.

[어--- 이쿳!]

[크--- 아!]

콰--- 다탕!

우--- 르르르!

폭발이 일면서 일어난 경기의 파동에 혈영궁도들이 피를 뿌리며 나뒹굴었다.

[크--- 윽!]

그중에서 혈영군의 고통스런 신음이 들렸고,

이어 날리는 사석 속에서 혈영군이 비칠비칠 걸어 나왔다.

화르르르---!

쐐--- 애--- 액!

낭패한 혈영군의 눈에 나설련의 나신을 허리에 끼고 까마득히 치솟는 자의궁장여인이 보였다.

사십정도 되었을까?

나이답지 않은 절륜한 미모와 황후(皇后)의 기품이 있는 중년미부였다.

휘--- 이잉!

중년미부는 나설련을 안은 채 삽시에 까마득히 사라져 갔다.

[기다리거라! 여황후예(女皇後裔)가 네놈의 목을 따러 가리라!]

멀리서 중년미부의 싸늘한 일성이 들렸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혈영군의 안색이 시커멓게 변했다.

[여... 여황교주(女皇敎主)... 천환여제(天幻女帝)...!]

혈영군의 입에서 낭패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태를 씹은 표정으로...

 

---여황교주(女皇敎主) 천환여제(天幻女帝)!

 

그는 또 누구인가?

[으... 예상치 못한 변수... 저 늙은 노파가... 살아 있었다니...!]

혈영군의 안색이 아주 어두워졌다.

또 다른 변수가 있었는가?

 

X X X

 

높은 산봉!

휘르르르---!

거친 산풍이 산봉을 훑고 떠나갔다.

[...!]

한 명의 노인이 산봉 위에 서 있다.

심기가 깊어 보이는 백의노인...

그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야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파르르르---!

무엇 때문인지 백의노인의 안면에 경련이 일었다.

그리고,

[휴...!]

백의노인이 한숨을 토해 내었다.

[틀렸다. 무황성(武皇星)과 천강성(天罡星)이 사라지지 않다니...!]

백의노인의 안색은 추하게 일그러졌다.

[십 년의 세월을 각고했건만 패천(覇天)의 쌍성(雙星)을 어쩌지 못하고 오히려... 더 강하게만 만들어 주었다.]

그의 안색은 아주 어두워졌다.

[계획이 초반부터 빗나가고 있다. 이 사실을 혈종께서 알면 단죄가 있으리라...]

한숨을 쉬는 백의노인...

그는 쌍극천효(雙極天梟)라고 불리는 사도제일뇌(邪道第一雷)였다.

그자의 교활한 얼굴에 짙은 고뇌의 빛이 흘렸다.

[영라... 그아이마저 애비를 버리다니...]

쌍극천효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천강성이 황산을 벗어나려 한다. 황산을 벗어나기 전에 천강성을 쓰러뜨려야 한다!]

쌍극천효는 차갑게 중얼거렸다.

그자의 눈빛은 더할 수 없이 음침했다.

 

X X X

 

휘--- 이--- 잉!

스스스스--- 스!

야풍(夜風)!

[으... 빨리 가야만 한다!]

화르르르---!

야풍을 타고 전광같이 흐르는 인영이 있다.

그 인물은 도인(道人)이었다.

백발을 허리까지 흐트러뜨린 노도인(老道人).

한데,

아! 그 노도인은 무릎 아래의 다리가 없었다.

어떤 예리한 병기가 노도인의 다리를 싹둑 잘라버린 것이다.

그러나,

스스--- 스스!

화르르르--- 르!

다리가 잘렸음에도 노도인은 뇌전같이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그는 이미 대라지경(大羅之境)에 든 초절정의 고수였던 것이다.

더군다나,

그는 양팔로 누군가를 안고 있었다.

그의 팔에 안긴 사람은 소녀였다.

극히 아름다운 소녀이나... 안색이 백지장같이 하앴다.

아마도 중병을 앓고 있는 듯이...

[사... 사부님... 황산(黃山)은 아직도... 멀었사옵니까?]

소녀가 미약한 목소리로 물었다.

[영라(瓔羅)야... 조금만... 조금만 더... 참아다오...]

노도인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크으... 태옥(太玉)... 그 못난 놈이... 암산을 하지만 않았어도...!]

화르르르---!

노도인은 다리가 잘린 채로 허공을 갈랐다.

그가 병든 소녀와 날아가는 곳,

그곳에는 황산(黃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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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九 章

 

                 쓰러진 劍聖

 

 

 

-개봉(開封),

 

천년고도 개봉부의 북쪽에는 대안산(大安山)이라는 산이 있다.

그다지 큰 산은 아니다.

하지만 개봉부에서 멀지 않고 경관이 수려하여 시인묵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대안산(大安山)의 남쪽 산록

두개의 야트막한 산봉을 에워싸고 거대한 석성(石城)이 있다.

청석(靑石)을 깎아 만든 삼 장 높이의 성벽이 십여 리에 걸쳐 뻗어 있다.

웅장하기 이를 데 없는 석성(石城).

석성(石城)의 안쪽.

두 산봉 사이의 넓은 분지에는 수백 채의 전각들이 처마를 맞대고 늘어 서 있다.

대해의 파도같이 줄지어 선 전각인 처마들...

곳곳에 벌려진 가산(假山) 정원...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는 널찍한 연무장들이 자리하고 있다.

실로...

자금성의 규모로 방불케하는 웅장한 규모인 석성이다.

 

<천검성(天劍城).>

 

이곳을 천검성이라 부른다...

천검성은 당금의 천하 무림을 쥐고 흔드는 사대거파(四大巨派)의 일문이다.

또한,

동정호(洞庭湖)에 자리한 광양회(廣陽會)와 더불어 천하백도를 이끌어 가는 지주이기도 하다.

당대의 천하제일검파(天下第一劍派)가 천검성인 것이다.

 

---천후검성(天侯劍聖) 나뢰(羅雷).

 

당대 천검성주(天劍聖主).

일검성(一劍聖)으로 불리는 제일검사(第一劍士)가 바로 그다.

패천황룡(覇天皇龍)이 아닌 그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는 강자(强者)...

 

천검성(天劍城)의 후원.

[...!]

뒷짐을 쥐고 하늘을 바라보는 노인이 있다.

잘 가꾸어진 정원에는 백화(百花)가 그 자태를 겨루며 황홀한 화향을 풍겼다.

그러나...

노인은 그 짙은 화향 속에서도 어두운 안색을 짓고 서 있다.

백설같이 흰 장포...

그 백포만큼이나 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 아니 노검사(老劍士).

온화해 보이는 안색 뒤로 살을 베는 예기(銳氣)가 서려 있다.

그의 자세는 극히 한가로워 보인다.

하지만 헛점투성이같은 그의 자세에는 사실 바늘만큼의 헛점도 존재하지 않는다.

놀라운 기도(氣道)가 아닐 수 없다.

[...]

문득 노인의 입에서 묵직한 한숨이 흘렀다.

노인의 노안은 어둡게 남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패천지혼(覇天之魂)... 그 거룡(巨龍)이 초토로 쓰러지다니...]

노안이 근심으로 물든다.

[혈풍(血風)이 불고 있음이다. 암운이 가장 먼저 황산을 덮었을 뿐이다. 이제 천하가 걷잡을 수 없는 대혈겁에 빠져들리라.]

노인의 검미가 부르르 떨렸다.

[천검만리어기뢰(天劍萬里馭氣雷)... 그 무상지검(無常之劍)을 완성했으면 천하를 평정할 자신이 있으련만...]

노인의 한숨이 정원의 백화(百花)를 떨게 만든다.

 

---천검만리어기뢰(天劍萬里馭氣雷).

 

천검성(天劍城)에 내려오는 사상최강의 검학(劍學)이다.

()을 날려 천 리 밖의 적을 벤다는...

노인...

그가 누구이기에 천검만리어기뢰의 절기를 입에 올리는가?

그때,

[아버님!]

한 명의 삼십대 장한이 노인의 뒤로 다가와 공손히 시립했다.

[응천(應天)이냐?]

노인은 천천히 돌아섰다.

그의 앞에는 호형의 장한이 시립하고 있었다.

 

---천검맹룡(天劍猛龍) 나응천(羅應天).

 

천검성의 소성주 되는 인물이다.

그가 아버지라고 부르는 노인,

천후검성(天侯劍聖) 나뢰(羅雷)가 바로 그였다.

천하제일검사(天下第一劍士)라고 불리는 검()의 달인(達人)...

[그래... 황산에는 잘 다녀왔느냐?]

나뢰가 침중하게 물었다.

[! 하오나... 패천신문의... 겁멸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

나응천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는 나뢰와 시선이 마주 치는 것을 피하려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나뢰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겼다.

[능대협과... 잠룡(潛龍), 능천한이라는 아이의 생사를 확인해 보았느냐?]

나뢰는 나응천에게 물으며 꽃밭사이를 거닐었다.

나응천은 그뒤를 따랐다.

나뢰에게는 나응천과... 느지막이 얻은 나설련이라는 두 남매가 있다.

남매 모두 뛰어나나 특히 딸인 나설련(羅雪蓮)은 뛰어난 재질을 지녔다.

천검미후(天劍美后)라고 불리는 그녀는 천하오대미인(天下五大美人)에 드는 경국지색이다.

[능대협부자는 실종된 상태입니다.]

[실종이라...]

나뢰가 무거운 시선을 하늘에 던졌다.

[그보다... 천하무림이 엄청난 혈겁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나응천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패천신문의 겁멸 말고... 또 다른 혈겁이 일었단 말이냐?]

나뢰가 몸을 세우며 노안을 굴렸다.

[그렇습니다. 천해존불(天海尊佛)이 쓰러지고 녹림대제(綠林大帝)와 광양대제(廣陽大帝)가 실종되었습니다!]

[무엇이...]

나뢰의 몸이 부르르 떨리며 경직되었다.

그가 경악하는 것은 당연하다.

 

---천해존불(天海尊佛).

---광양대제(廣陽大帝).

---녹림대제(綠林大帝).

 

그들이 누구인가?

한 명은 일갑자 이전에 절대무적으로 통하던 불존(佛尊)이 아닌가?

거기다가 광양대제는 당금 백도의 일대지주이며,

녹림대제는 일백만 녹림도를 호령하던 녹림대종사(綠林大宗師)가 아닌가?

한데 그런 그들이 쓰러지고 실종되다니...

천하가 경동하고도 남을 일었다.

[으음...]

나뢰의 안면이 부들부들 떨렸다.

천하제일검사의 그의 심기를 뒤흔들어 놓을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나뢰는 신음하며 물었다.

[광양대제와 녹림대제의 실종은 그렇다 치고... 누가 있어 천해존불(天海尊佛) 노선사를 쓰러뜨렸단 말이냐?]

천해존불(天海尊佛).

그는 소림사상 세번째로 강한 인물이다.

소림 일천년사상 천해존불이 능가하지 못한 인물은 단 두 사람뿐이다.

첫째는 소림의 조사인 달마(達磨)이고...

둘째는 소림 십이대 장교이며 달마선사이래 최강이라는 광법대존자(廣法大尊子).

물론,

후일 광법대존자는 천지십병(天地十兵)에 드는 마병(魔兵)에 쓰러졌지만...

달마선사와 광법대존자에 비견되는 천해존불이다.

그가 금강불괴지체를 이룬 것은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천지십병이 아니라면 보통의 신병으로는 상처도 입힐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런 천하존불을 누가 있어 쓰러뜨렸겠는가?

[천해존불(天海尊佛)... 측근의 인물에게 시해당했다고 합니다.]

나응천이 말했다.

말을 하는 그의 눈이 아주 차갑게 빛났다.

그의 눈에 살기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살기를 발하다니...

[측근... 어는 누가 그런 대역무도한 짓을 저질렀느냐?]

나뢰가 노기를 실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응천이 지체없이 대답했다.

[그는... 천해존불의 기명제자인 복마신장(伏魔神壯) 상관여륭(上官與隆) 입니다.]

[복마신장(伏魔神壯)!]

나뢰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때였다.

격동한 나뢰가 흥분으로 한 가닥의 헛점을 드러내었고,

--- --- !

--- 파팟!

천만뜻밖에도,

나응천이 벼락같이 손을 내쳐 그 헛점을 파고 들었다.

[응천... 네가!]

나뢰가 아연하여 경악성을 토했다.

그가 알아차렸을 때는 나응천의 살수가 가슴으로 파고 드는 때였다.

절대절명(絶代絶命)!

그러나 나뢰는 역시 천하제일검사(天下第一劍士).

[--- !]

그의 입에서 노갈이 터지고,

스슥! --- 이잉!

나뢰의 몸이 우측으로 서 너치 흔들렸다.

범인이 상상할 수 없는 민첩한 임기웅변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나뢰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너무도 뜻밖의 암습이었기에,

--- !

나응천의 손이 스치며 나뢰의 가슴에서 선혈이 확 일었다.

--- --- !

그사이 나뢰는 오 장 밖으로 물러섰다.

[--- --- !]

콰르르르--- 르릉---!

--- 아악!

일격이 실패한 나응천이 득달같이 나뢰를 휘몰아쳐 왔다.

그런 나응천의 모습에 나뢰의 노안이 무섭게 치떠졌다.

[네놈! 응천이 아니었구나!]

나뢰의 입에서 폭갈이 터졌으며,

--- --- !

그의 우수에서 천지를 양단하는 막강한 검세가 피어올랐다.

 

---천후신검(天侯神劍),

 

천검성(天劍城)의 제일기보이며,

천병보(天兵譜) 서열 이십일위인 신검이 나뢰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이다.

()을 들면 나뢰는 무적이다.

--- --- !

[------ !]

나응천이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 --- !

나응천이 이마에서 가랑이로 일검양단되어 나뒹굴었다.

쪼개진 그의 얼굴에서 정교한 인피면구가 떨어졌다.

[이놈이 응천이로 변장했다함은 황산에 갔던 응천이 변을 당했다는 얘긴데...!]

나뢰의 안색이 급하게 변했다.

그자신도 암습당하여 가볍지 않은 상처를 입었으나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나뢰가 다급해하는 순간,

[--- 아아!]

[크하하하하!]

--- 퍼펑!

--- --- 콰쾅!

[--- 아악!]

[아악... ... 적의 내습이다!]

천검성의 사위에서 수천의 혈의인들이 날아들었다.

그자들은 다짜고짜 천검성도들을 쓰러뜨렸고...

당황한 천검성도들은 변변히 싸워보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일시에,

천검성 전체가 혈풍에 휘말려 들어갔다.

[으음...!]

나뢰의 안색이 천만 근의 무게로 가라 앉았다.

휘르르르--- 르르!

나뢰는 즉시 싸움이 벌어지는 천검성의 외곽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의 신형이 허공에 떠오른 직후,

[크크크! 내려가랏!]

--- 이이잉!

허공일각으로부터 막강한 사기(邪氣)가 쏟아져 내렸다.

[!]

나뢰의 신형이 휘청하며 지면으로 떨어져 내리고,

--- --- 쿠쿵!

그의 배후에서 시뻘건 혈강(血罡)이 노도같이 쏟아졌다.

[천검제뢰(天劍諸雷)!]

--- --- --- !

나뢰의 폭갈이 산악같은 검기와 함께 일어났다.

천지(天地)가 일시에 천후신검(天侯神劍)의 검영(劍影)으로 가득 찼다.

일검성(一劍聖)이란 별호가 결코 와전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위세였다.

--- 르르르--- !

쿠쿠--- !

천후검성이 나뢰의 등뒤로 몰려들던 혈강(血罡)이 산산이 부서졌다.

[누구냣?]

일검을 짓쳐낸 나뢰가 노갈을 쳤다.

스스스스...!

그의 전면으로 한 명의 혈영인(血影人)이 피그림자(血影)에 싸여 나타났다.

그리고,

[크크크...!]

허공에서 골수를 후벼 파내는 듯한 끔찍한 음소가 터졌다.

나뢰는 흠칫하여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콰르르르---!

츠츠--- 츠츠--- !

한 명의 음사하기 이를 데 없는 회포의 노인이 칙칙한 사기(邪氣)를 휘몰며 덮쳐오고 있는 게 보였다.

[... 역천사황(逆天邪皇)!]

나뢰의 입에서 숨넘어가는 신음성이 터졌다.

그러나,

그의 천후신검은 장쾌한 기세로 역천사황을 마주 무찔러 가고 있었다.

--- 르르르르릉!

--- --- !

--- --- !

천후신검의 검강이 불꽃을 튀겼다.

그 순간,

--- --- !

한 줄기 혈영강지(血影)가 낙뢰같이 천후검성이 나뢰의 배심으로 파고 들었다.

--- --- !

[--- !]

피가 확 튀면서 나뢰의 등으로 다섯 개의 구멍이 뚫렸다.

--- !

나뢰의 손에서 천후신검이 떨어져 나뒹굴었다.

[천검... 만리어기뢰(天劍萬里馭氣雷)를 익혔으면...]

나뢰는 비틀거리며 입으로 피를 토했다.

[크크크... 나가야... 그만 뒈져랏!]

--- 르르릉!

--- --- 콰쾅!

역천사황의 무지막지한 장력이 나뢰의 사지를 짓이겨 버렸다.

--- 우웅!

나뢰는 비명도 못 지르고 피곤죽이 되어 나뒹굴었다.

천하제일검사(天下第一劍士)가 쓰러지는 순간이었다.

스스스스슥!

[크크...]

역천사황이 음악한 미소를 흘리며 천후신검(天侯神劍)을 집어 들었다.

[크크... 천후신검은 노부가 전리품으로 거두겠다!]

이에 혈영군(血影君)이라는 예의 혈영인이 혈영 속에서 음침하게 웃었다.

[흐흐... 사황! 좋소. 그대신... 나 설련이란 계집은 본군(本君)이 맛을 보겠소!]

[크크... 아쉽지만...!]

스스스슥!

역천사황은 섬칫한 마기를 흘리며 멀리로 날아갔다.

날아가는 역천사황을 바라보던 혈영군은 사악하게 내뱉았다.

[크크... 늙어 뒈질 것이 욕심은 많아서... 혈종(血宗)의 지엄한 분부가 아니었다면 내손에 맞아 죽었어야할 노물들...]

혈영군은 이어 천후검성 나뢰를 발로 툭툭 걷어찼다.

[삼존(三尊) 중 불존(佛尊)과 도존(道尊)을 쓰러뜨렸고... 이제 흑룡천신(黑龍天神)과 운무중에 있는 취존개(醉尊)만 제거하면 혈종천하(血宗天下)를 이룰 수 있다.]

스스스스--- !

혈영군은 중얼거리며 허공으로 치솟았다.

[--- --- 아악!]

[으아아--- !]

! ! 콰르르르르--- !

날아가는 그자의 발밑에서는 대혈겁(大血劫)이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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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八 章

 

                     天地十兵秘事

 

 

 

<천하(天下)는 천지십병(天地十兵)이 동시대(同時代)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고들 알고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노부에 대해 천지십병(天地十兵)의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났었다...>

 

[천지십병(天地十兵) 중 세 가지가...]

능천한의 두눈이 형형한 빛을 발했다.

 

---천지십병(天地十兵).

 

하나만 나타나도 천지가 뒤흔들린다는 절세신병들이 아닌가?

하물며 그중 세 가지가 동시에 나타났었음에도 천하가 전혀 알지 못했다니...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능천한은 패천자의 글을 계속 읽어 나갔다.

 

<그대는 우주혈종(宇宙血宗)을 기억하리라. 전설 속의 사도대조종(邪道大祖宗)이던 혈종(血宗)의 후예인 우주혈종(宇宙血宗)을 기억하리라!>

 

[우주혈종(宇宙血宗)!]

능천한은 답답한 신음을 토했다.

이백 년 전에 있었던 피()의 역사를 기억해낸 때문이다.

이백 년 전,

천하(天下)가 피()에 잠겼다.

인혈(人血)이 장강(長江)을 메우고 시신이 황야를 뒤덮은 때가 있었다.

 

---크하하하...! 보라! 혈종(血宗)이 제림하였도다! 굴복하지 않으면 구족을 멸하리라!

 

가공스런 혈갈(血喝)이 천지를 뒤흔들고,

중원천하는 혈운(血雲)으로 뒤덮여 한 조각의 빛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혈세천하(血世天下)!

 

()의 역사가 영원히 쓰러지지 않을 듯이 창창하였다.

이 모든 것이 인 대사종(大邪宗)에 의해 이루어졌다.

 

<우주혈종(宇宙血宗)>

 

바로 이 인물이 그 장본인이었다.

그자는 근 이천여 년 전 전설 속의 사도대조종이던 혈종(血宗)의 저주로 부활시킨 인물이었다.

 

---고금오대마종(古今五大魔宗).

 

고금을 통틀어 최강이라는 다섯 마종을 일컫는 말이거니와,

우주혈종(宇宙血宗)은 그 선조 혈종(血宗)이 고금오대마종에 들었다는 이유로 고금오대마종에 끼지는 못했다.

그러나,

사실 그는 혈종(血宗)이상이었다.

혈종이상일 뿐 아니라 그는 마도와 사도에서는 천마(天魔) 다음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그만큼 우주혈종은 강했다.

()하다는 것이 천하를 위해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우주혈종은 자신의 힘으로 천하무림을 멸절시키려 하였고,

하루에도 수백명의 생명이 그의 손에 죽어갔다.

그러니... 큰일이 난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천하무림의 뿌리가 완전히 끊겨 버릴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보다 못한 노부가 다시 무림에 나왔다. 노부가 은거한 꼭 삼십 년만의 일이었다...>

 

전대(前代)의 대비사(大秘事)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광란하듯 피를 부르며 날뛰던 우주혈종(宇宙血宗)!

그가 어느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 비사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하늘()을 거슬리려하는가?

 

패천자(覇天子)가 폭갈(瀑喝)로 일어나 우주혈종을 찾았다.

천하가 공포 속에 움츠린 위로...

 

---크크... 패천자(覇天子)! 잘 나타났다. 네놈을 쓰러뜨리지 않고는 혈종천하(血宗天下)를 이루었다고 말할 수 없으니...

 

마침내!

패천자를 피할 우주혈종(宇宙血宗)이 아니다.

양대절정인(兩大絶頂人)의 격돌은 기련산(祁蓮山) 지옥애(地獄崖)에서 이루어졌다.

경천동지!

경혼읍백!

천지(天地)가 무너질 듯이 뒤흔들리고,

만근의 거석이 조약돌처럼 십여 리 밖으로 날아갔다.

패천자(覇天子)!

그는 당대 무적이던 절정인!

우주혈종(宇宙血宗)!

그는 이천 년 전 이미 사종천하(邪宗天下)로 만들었던 혈종후예(血宗後裔)!

양인의 대결전은 세상의 종말인 듯이 엄청난 것이다.

그들 양인, 그들은 비단 무공으로만 겨룬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천지십병(天地十兵)에 드는 신병(神兵)과 마병(魔兵)이 하나씩 있었다.

 

---패천신륜(覇天神輪).

---혈황탈(血荒奪).

 

패천신륜(覇天神輪)은 사대신병(四大神兵) 중의 하나이며,

혈황탈(血荒奪)!

혈황탈은 혈종(血宗)이 애용했던 절대병기!

그것은 저주의 사대마병(四大魔兵) 중에 드는 마병이 아닌가?

하늘()이 갈라지고 땅()이 찢어졌다.

가공!

그것은 너무도 가공스런 충돌이었다.

패천신륜의 얘기는 륜영(輪影)을 몰아 천지(天地)를 질타하고,

혈황탈의 가공스런 핏빛 마광은 구천에 이르렀다.

신병(神兵)대 마병(魔兵)의 대결,

그것은 이미 인세(人世)의 그것이 아닌 듯 하였다.

굉음과 경기의 해일이 칠주 칠야로 기련산 전역에 몰아쳤다.

처음에는 백중지세(佰仲之勢)였다.

그러나,

정녕,

우주혈종(宇宙血宗)의 마기는 무서운 것이었으니...

패천자는 우주혈종의 마기에 점차 압도당해가기 시작했다.

분하게도,

패천존후신강(覇天尊吼神罡)이 혈종사령공강(血宗邪靈空罡)을 완벽하게 막지 못하는 것이다.

칠일의 결전 후,

패천자(覇天子)는 점차 위경에 빠졌다.

패천신륜의 륜영(輪影)이 혈황탈의 마기에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대로라면 하루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패천자는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한번 허물어지기 시작한 균형은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다.

그때였다.

[우주혈종(宇宙血宗)!]

갑자기,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사자후가 터져나와 기련산을 뒤흔들었다.

[!]

[!]

패천자와 우주혈종은 아연하여 물러섰다.

폭갈을 터뜨린 인물의 공력은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그와 함께,

장내에 한 명의 제왕(帝王)의 기도를 지닌 인물이 나타났다.

자의중년인(紫衣中年人)!

빈손의 그 인물은 가히 천신(天神)의 풍도를 지니고 있었다.

[한 걸음 늦어 귀공 혼자 애쓰시게 하였오이다!]

그 인물은 패천자에게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크크... 네놈은 또 누구냐?]

우주혈종이 자의중년인에게 폭갈을 지르며 혈황탈을 쪼개내었다.

[귀공! 조심하시오!]

패천자가 다급히 외쳤으나,

[!]

자의인은 냉소하며 날아드는 혈황탈을 노려보며 미동도 아니하였다.

 

[...!]

능천한은 눈을 크게 뜨며 패천자의 다음 글을 읽어나갔다.

그곳에는 실로 놀라운 사실이 적혀 있었다.

 

<그때... 오오! 노부는 보았다. 사대신병(四大神兵)의 으뜸이라는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의 그 웅장한 위용을...!>

 

능천한은 검미를 찌푸렸다.

[분명 그 자의중년인은 빈손이었다고 쓰시지 않았는가? 한데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이 나타났다니...]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

 

사대신병(四大神兵)은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신병(神兵)이다.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

그 진정한 형태를 아는 사람은 전무하다.

그만큼 신비에 싸인 병기인 것이다.

팔황천병(八荒天兵)의 전설만 없었다면,

천마지존비(天魔至尊匕)와 천병일천좌(天兵一天坐)의 수좌(首坐)를 다투었을 절대신병(絶代神兵).

만검지존(萬劍至尊)의 군황신병(君皇神兵)이라 불리는 것이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인 것이다.

 

<천지(天地)가 일시에 천만(千萬) 검영(劍影)으로 가득하도다.

자의인의 일신에서 백장에 이르는 검영(劍影)이 폭풍같이 일어났다.

너무도 장쾌하고 웅장한 위세...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혈황탈의 마기가 얼음조각같이 깨지고 우주혈종은 가슴이 관통 당하여 지옥애(地獄崖)로 떨어지고 말았다.

우주혈종(宇宙血宗)은 노부와의 칠주칠야의 접전으로 극히 지친 상태였음을 사실이었다.

그렇다 해도 단 일격에 우주혈종을 격살한 자의인의 신위는 놀라운 것이었으며,

그것이 진정한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의 위용이었느니라.>

 

[...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 어떤 병기이기에... 우주혈종을 그토록 간단히 쓰러뜨렸단 말인가?]

능천한은 붕목을 깊숙이 빛냈다.

 

우주혈종을 쓰러뜨린 후,

자의중년인은 패천자에게 자신의 명호를 밝혔다.

[소제는 제왕천(帝王天)의 당대천주인 제왕천신(帝王天神)이외다.]

그리고,

제왕천선이라는 그 자의인은 패천자에게 의미심장한 한 마디의 말을 남긴다.

[대혈겁(大血)의 씨앗은... 이미 뿌려졌소이다. 그것은 당대에는 어쩔 수 없는 것이고... ()에서 일어난 대붕(大鵬)에 의해서만 흩어질 것이니...]

재황천신은 그 한 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글은 여기서 끝이 나있었다.

 

---혈황탈(血荒奪).

---패천신륜(覇天神輪).

---천형제왕검(天形帝王劍).

 

천지십병(天地十兵)의 삼병(三兵)이 뒤엉킨 대비사는 이렇게 끝이 난 것이다.

[우주혈종(宇宙血宗)... 그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기련산 지옥애에서 패사한 때문이었군!]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영원히 사장될 뻔한 이백 년 전의 대비사가 그에 의하여 되살아난 것이다.

[제왕천신(帝王天神)이란 분의 말은 피()의 시작은... 바로 지옥애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인데...]

능천한의 검미가 모아졌다.

[지옥애... 우주혈종... 그들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그는 꿈에도 알지 못하리라.

저주...

그 끔찍한 신기보 서열 삼위의 전설...

혈정극마갱(血精極魔坑)이 기련산에 있음을...

그것도 지옥애라는 절지에...

[이곳을 나가게 된다면 반드시 지옥애의 비밀을 풀어보리라!]

능천한은 나직이 중얼거리며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는 패천신륜을 깊이 간직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패천자의 시신에 정중히 일배를 올렸다.

[대공(大功)을 이루어 이곳을 나가게 되면... 사조님의 존체는 다시 모시겠습니다!]

일배를 한후 능천한은 석실을 물러나왔다.

물러나는 능천한을 바라보는 패천자.

그 청수한 얼굴이 밝아보이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역경(逆境)과 기우(奇遇)는 잠룡을 더욱 거대한 거룡(巨龍)으로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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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七 章

 

                 師祖遺物 覇天神輪을 얻다.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

능천한은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괴인(怪人)!

그는 바로 수라천극존이었던 것이다.

육십여 년의 세월을 패천멸절십팔뢰(覇天滅絶十八牢)에서 보내야 했던 비운의 마종(魔宗).

[풍운(風雲)... 한꺼번에 일어난다.]

능천한은 나직하게 한숨을 쉰다.

천하가 가공할 풍운에 휘말려 들어감을 알기 때문이다.

[이곳을 빠져 나가려면 묵황굉벽뢰(墨荒宏霹雷)를 익히지 않을 수 없고...]

문득,

중얼거리던 능천한의 시선이 한쪽으로 고정되었다.

그곳은 방금 전 수라천극존이 묵황굉벽뢰를 내쳤던 곳이었다.

한데,

[빛이 흘러나오다니...]

능천한의 눈에 이채가 흘렀다.

묵황굉벽뢰에 맞아서 쩍 갈라진 석벽 틈으로 기이한 광휘가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 빛은 새파란 보광(寶光)이었다.

(저 보광에 지독한 날카로움이 흐른다. 무엇이 저런 예기(銳氣)를 흘리는가?)

능천한은 강렬한 호기심이 일어남을 느꼈다.

우르르르---

능천한은 돌 더미를 치우며 석벽이 갈라진 틈으로 다가갔다.

[크읏...!

능천한은 자신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만큼 그 새파란 보광에 섞여 흐르는 예기는 지독한 것이었다.

그 빛만으로도 피부가 갈라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후욱...]

능천한은 크게 심호흡을 하였다.

[공력이 얼마만큼이나 늘었는지 시험해보자!]

능천한은 중얼거리며 석벽이 갈라진 틈으로 양손을 끼어 넣었다.

그리고,

[--- !]

힘차게 용을 쓰며 양 석벽을 쪼개내었다.

우드드득---

화강암이 그의 손에서 부서지고,

크크크--- ---

그르르르르---

석벽이 쩍 갈라져 나가기 시작했다.

쿠르르르--- ---

[휴우...]

능천한은 얼굴이 다소 상기된 채 손을 떼었다.

석벽이 사람 한 들어갈 정도로 벌어진 것이다.

[적어도 오갑자의 공력을 지니게 되었다. 수라천극존에 또 다른 은혜를 입었군.]

능천한은 나직이 한숨을 쉬며 갈라진 석벽틈으로 들어갔다.

[...]

안으로 들어서던 능천한은 멈칫했다.

그곳은 또 다른 석실(石室)이었다.

석실에는 아무런 장식도 없었다.

다만,

석실 중앙에 묵옥석(墨玉石)으로 깎아 만든 좌대(坐臺)가 하나 놓여 있을 뿐이었다.

한데,

그 좌대 위에는 한 명의 청수한 중년문사가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능천한은 한눈에 그 인물이 오래 전에 좌화(坐化)한 시신임을 알아보았다.

(오래 전에 죽었을 텐데 안색이 생시 그대로라니... 금강불괴지경(金剛不壞之境)에 이르렀던 초절정의 고인이었으리라!)

능천한은 염두를 굴리며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좌대 위의 인물은 일견하여 청수해 보이지만 일신에서 태산의 기도가 흐르고 있었다.

오래 전의 시신에서 그런 기도가 느껴진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후배 능천한, 선인(先人)의 선거(仙居)에 난입함을 사죄드립니다.]

그는 중년인의 시신을 향해 정중히 예를 올렸다.

[...]

굽혔던 허리를 펴던 능천한의 시선이 중년인의 무릎 위에 머물렀다.

중년인의 무릎 위에는 반쯤 뚜껑이 열린 옥함이 하나 놓여 있었다.

한데,

그 새파란 광휘는 그 옥함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무엇이기에... 이런 예기를 발하는가?)

능천한은 의아해하며 조심스럽게 옥함을 집어들었다.

[!]

옥함을 열던 능천한의 두 눈이 크게 치떠졌다.

--- 이잉---

스스스스스---

옥함이 열리자 웅혼한 진동이 울려 나왔다.

새파란 광망이 별빛같이 쏟아져 나오는 옥함 안,

그곳에는 하나의 륜()이 들어 있었다.

()!

신륜(神輪)!

가히 신륜(神輪)이라 불리어도 손색이 없는 강륜(鋼輪)이 거기에 있었다.

크기는 직경 한자 반 정도,

둥근 몸체에 청광(靑光)이 한성(寒星)같이 흐르는 네 개의 날()이 톱니바퀴같이 달려 있었다.

()의 두께는 종이짝보다도 얇았다.

그 네 개의 얇디얇은 날()에서 가슴이 터질 듯한 한망이 쏟아지는 것이다.

[... 신병(神兵)... 신병(神兵)이다!]

능천한은 가슴이 크게 뛰었다.

한눈에 륜()의 범상치 않음을 알아본 것이다.

[어떤 호신강기라도 물 베듯이 하는 신병(神兵)이 틀림없다.]

능천한은 떨리는 손을 륜()으로 가져갔다.

()의 몸체 중앙에는 작은 단추가 하나 있었다.

능천한은 손가락으로 그 단추를 눌러보았다.

--- ---

--- ---

그가 단추를 살짝 누르자 네 개의 날이 소리없이 륜의 몸체 속으로 접혀 들어갔다.

그러자 청망(靑茫)이 가시며 륜은 평범한 원형의 철판으로 변했다.

[훌륭하다.]

능천한은 흥분을 금치 못했다.

그때,

그의 눈에 신륜에 깔린 몇 장의 양피지 조각이 들어갔다.

[...!]

능천한은 신륜을 들어내고 양피지 조각들을 집어 들었다.

그 양피지에는 깨알같은 글들이 가득 적혀져 있었다.

능천한은 마음을 가다듬으며 글을 읽어갔다.

 

<패천신륜(覇天神輪)을 인연있는 자에게 남긴다.>

 

[패천신륜(覇天神輪)!]

능천한은 경악과 흥분에 휩싸이며 손에 들린 륜()을 새삼 살펴 보았다.

 

---패천신륜(覇天神輪).

 

이 얼마나 놀라운 이름인가?

천지십병(天地十兵)!

한 번의 현세(現世) 천하(天下)로 뒤집어 놓는다는...

천병보(天兵譜), 천병일천좌(天兵一天坐)의 절대신병(絶代神兵)!

그중 사대신병(四大神兵)에드는 패도긴병(覇道神兵)이 아닌가?

한번 떨쳐지면,

가공할 륜영(輪影)이 천지를 뒤덮고 부딪는 모든 것을 잘라낸다.

그것이 만년한철이든, 금강불괴지체나 절대호신강기이든 결과는 동일하다.

무엇이든 자를 수 있다.

그 전설(傳說), 그 신화가 능천한의 눈앞에 있는 것이다.

[으음...!]

능천한의 쿵쾅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서신을 계속 읽어나갔다.

 

<... 본인은 본래 일개 낙척문사에 불과했다. 한데 팔십 년 전 본인은 황산을 지나다가 우연한 기회에 어는 산동(山洞)에서 기연을 얻게 되었다.>

 

X X X

 

이백 수십 년 전,

한 명의 낙척서생이 호아산을 지나다가 날이 어두워져 어느 산동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그런데,

낙척문사는 그 산동 안에서 뜻하지 않는 기연을 만나게 되었다.

,

그는 산동(山洞)의 안쪽에 흙으로 발라 감춘 또 다른 석실을 발견하였고,

그 석실에는 한 부의 죽간(竹簡)과 신륜(神輪)을 얻게 된 것이다.

죽간(竹簡)은 춘추 이전 시대에 쓰려진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죽간의 앞부분이 썩어나가 죽간의 제목은 알 도리가 없었다.

낙척문사는 그 죽간에 큰 흥미를 느끼고 죽간의 내용을 연구하게 되었다.

결국,

십 년의 세월이 흐른 후,

낙척문사는 죽간에서 가공할 절기를 얻어 절대고수로 변신하게 된다.

대공(大功)을 이른 후 낙척문사는 강호(江湖)로 나오게 된다.

 

---나의 실력이란 것이 어느 정도인가?

 

낙척문사는 자신의 실력을 측정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당시 중원 무림을 쥐고 흔드는 일백고수들을 차례로 방문하고 비무를 했다.

헌데 어이없게도,

천하를 떨어 울린다는 일백고수들이 누구하나 낙척문사의 손에서 십초를 버티지를 못했다.

중원무림이 아연하고 발칵 뒤집힌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낙척문사는 크게 실망을 하고 만다.

중원무림의 실력이라는 것이 나무도 형편없다고 느낀 때문이다.

 

---천하(天下)가 이리도 좁은가?

 

낙척문사는 탄식을 하며 다시 황산으로 돌아와 은거하고 만다.

그것이 그가 무림에 나간 지 꼭 일 년만이었다.

후일(後日)에 남의 말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낙척문사에게 별호를 붙여 준다.

 

---패천자(覇天子).

 

패천자(覇天子)라고...

원한 것은 아니나 낙척문사는 패천자(覇天子)라는 거창한 별호를 얻게 된 것이다.

[... 이분이 패천자(覇天子) 조사님!]

능천한은 크게 놀랐다.

그의 아버지 패천황룡은 패천자가 자신의 일신절기를 적어 남긴 패천무경(覇天武經)으러 대공(大功)을 이루었다.

따라서,

패천자(覇天子)는 능천한에게 사조(師祖)가 되는 것이다.

[소손 능천한 사조님을 배견합니다!]

능천한은 패천자의 유체를 향해 공손히 절을 올렸다.

패천자는 패천황룡을 능붕비와 유사한 점이 많았다.

두 사람 모두 겉보기에는 부드러운 인상이나,

그 속에는 대해(大海)가 출렁이고 있는 것이다.

부드러울 때는 한없이 부드럽다.

그러나 한번 노하면 천지(天地)가 뒤집어지고 만다.

이것은 어쩌면 능천한에게까지 이어지는 패천일맥(覇天一脈)의 전텅인지도 모른다.

[...!]

능천한은 계속 글을 읽어 나갔다.

 

<... 천수가 다해감을 느끼던 노부에게 한 가지 근심이 생겼다. 그것은 패천신륜(覇天神輪)의 예기(銳氣)가 지나쳐서 천하를 해랄 우려가 있음 때문이었다...>

 

능천한은 미소를 지었다.

[사조께서는 생불(生佛) 같으신 분이셨다.]

그는 패천자를 우러러보았다.

눈을 감고 있는 패천자의 얼굴에 금방이라도 미소가 감돌 듯이 보였다.

 

<이에, 패천신륜(覇天神輪)과 죽간에 적혀 있던 마지막 절대신초(絶代神招)를 노부와 함께 사장시킬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죽음에 이르러서야 천기를 알게 되었다. 천기는 노부의 후손이 노부와 인연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에 패천신륜을 남기나니... 부디 하늘의 호생지덕을 거슬리는 일이 없도록 명심할지어다.>

 

[사조님의 말씀 각골명심하겠습니다.]

능천한은 패천자의 유체를 향하여 고개를 숙였다.

양피지는 아직도 여러 장이 남아있었다.

능천한은 그중 뒤쪽의 서너 장을 먼저 읽어 보았다.

[!]

뒤쪽의 양피지를 읽던 능천한은 절로 탄성을 질렀다.

그곳에는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초강(超强)의 절대 신초 한 가지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패천제육절식(覇天第六絶式).

<만겁패천초극류(覇天超極流).>

 

[패천제육절식(覇天第六絶式)은 오식(五式)이 아니고 육식(六式)이었다!]

능천한의 두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패천대륜오절식(覇天大輪五絶式).>

 

강기로도 륜()으로도 쳐낼 수 없는 천하제일의 패도절기가 이것이다.

그 무적의 오식(五式)에는 다음의 명칭들이 붙어있다.

 

---벽뢰섬(霹雷閃).

---만절환(萬絶幻).

---천중압(天重壓).

---겁멸파황류(滅破荒流).

---폭천혈강류(瀑天血).

 

한데,

놀랍게도 패천오절식 이후의 마지막 일초식이 있었던 것이다.

당금 천하에서는 폭천혈강류(瀑天血)를 받아내는 사람도 없는 실정이다.

하물며,

패천제육절 만겁패천초극류(覇天超極流)의 위력이야 오죽하겠는가?

사실,

패천자(覇天子)도 만겁패천초극류(覇天超極流)를 연마하지 못했다.

다만,

죽간(竹簡)에서 번역해 놓은 것에 불과한 것이다.

능천한은 몇 번이고 반복하여 만겁패천초극류의 구결을 읽어 보았다.

아무리 난해한 기공이라도 한번 보아 그 오묘한 이치를 알아낸다는 능천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천한은 만겁패천초극류의 외형만을 간심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만큼 만겁패천초극류는 지극히 현묘한 것이었다.

그것은 무공이전의 지극히 광대한 이치를 그 안에 담고 있었다.

[일시지간에 깨우치기는 불가능한 절대신초이다. 두고 두고 음미해 보아야 할 것같다.]

능천한은 만겁패천초극류의 초식을 적은 양피지를 깊게 간수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패천자가 적어 놓은 글에 시선을 보냈다.

[... 런 일이 있었다니...]

갑자기 능천한의 안색이 심하게 흔들렸다.

양피지의 나머지 부분,

그곳에는 상상치 못할 한 가지 전대비사가 적혀져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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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六 章

 

                 修羅天極尊 --- 修羅天尊經

 

 

 

[크크크... 꼬마야! 정신이 드느냐?]

능천한의 귓전으로 괴팍스러운 음성이 뇌성같이 웅웅거렸다.

(죽지 않았는가? 패천동부(覇天洞府)를 지키지도 못하고... 죄스럽게 살아 있단 말인가?)

주르르...!

한 줄기 눈물이 꼭 닫힌 능천한의 속눈썹 사이에서 흘러 내렸다.

(패천지혼(覇天之魂)의 후예가 되어 자랑스런 전통도 지키지 못하다니... 아버님을 어찌 뵙겠는가?)

능천한의 가슴이 천만 근으로 무거워졌다.

[쯧쯧! 사내녀석이 계집처럼 눈물을 흘리다니...!]

어둠 속에서 괴인의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잃었으면 찾아내라. 도산검림(刀山劍林)에라도 뛰어들어 기필코 쟁취하라! 받았으면 십 배로 돌려주어라!]

능천한은 입술을 악물고 눈을 떴다.

순간,

--- !

능천한의 두눈에서 뇌전이 일었다.

(역시!)

그 모습을 보며 괴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 !

그리고 그 뇌전은 나타날 때보다 더욱 빠르게 사라졌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앉았다.

능천한은 칠흑같은 어두운 석실에 낮같이 환해보이는 것을 느꼈다.

(내공이... 상상치 못할 정도로 늘었다.)

내공뿐만이 아니었다.

기이한 영감이 쾌활하게 전신을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천지쌍교가 열리며 심령이 자연과 교감하며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만 능천한으로서는 당장에 그같은 변화가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었다.

[...!]

능천한은 깊디깊은 눈빛으로 전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예의 괴인이 있었다.

범인이라면 보자마자 까무러칠 괴이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의...

그러나...

[...!]

능천한의 시선은 아주 담담했다.

그것은 그의 속에 보이지 않는 태산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후, 그 어떤 괴사도 그의 정력(定力)을 흔들지 못하리라.

(역시다. 볼 수록 엄청난 놈이다. 겁이 날 정도로...!)

괴인은 부지불식간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천하제일마(天下第一魔)로 불리던 괴인...

능천한의 기도는 그런 괴인을 떨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크크... 이놈! 네놈은 존장을 모실 줄도 모르냐? 하물며 다 죽어가던 네 녀석을 살려 주었거늘...]

괴인이 괴팍스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마인(魔人)이다. 그럼에도 하찮은 마도(魔徒)들같이 마기가 흐르지 않은 것은 극마지경(極魔之境)에 가까워진 자이기 때문이다.)

능천한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그의 뇌리에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정중히 포권하여 예를 차렸다.

[선배의 구명지은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는 유현한 시선으로 괴인을 바라보았다.

(이놈 눈빛 봐라!)

능천한의 시선에 접한 괴인은 가슴이 흔들렸다.

능천한의 단순한 눈빛에도 천만 근의 무게가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죄송하지만 선배님의 존함을 들을 수 있을지요?]

능천한이 정중하게 물었다.

괴인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허... 본존이 늙었단 말인가? 네놈같이 방자한 애송이 하나 패줄 마음이 일어나지 않다니...!]

괴인은 투덜거렸다.

그의 말대로 그의 눈빛에는 살기가 일지를 않았다.

육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 죽이기를 파리 죽이듯이 하던 대마두(大魔頭)...

[결례가 되었으면 용서하십시오!]

능천한이 다시 정중하게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괴인의 눈가에 미소가 중얼거렸다.

(죽었다 깨어나도 미워할 수 없는 놈이다.)

괴인은 능천한에게 급격히 기우는 자신을 느꼈다.

인간을 철저히 증오하던 그로서는 상상도 못하던 변화가 굳을 대로 굳은 마음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흐흣! 노부의 이름을 듣고 싶으면 네 녀석의 이름부터 말해주는 게 예의 아니겠느냐?]

괴인이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괴인의 어조에서 괴팍스러움이 사라진지 이미 오래였다.

[후배는 능천한이라 합니다!]

능천한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순간,

[능가(陵家)란 말이냐?]

괴인의 얼굴이 와락 이지러졌다.

우르르르---!

뒤이어 그의 몸에서 가공할 살기가 폭발하듯이 일어났다.

그의 모습은 삽시에 지옥에서 뛰쳐나온 아수라같이 변했다.

(나의 추측이 맞겠구나!)

격동하는 괴인을 보며 능천한 두 눈이 착잡한 빛을 발했다.

[으음... 능붕비(陵鵬飛)의 후손이란 말이냐?]

괴인이 칼에 맞은 듯이 신음하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분이 후배의 엄친이십니다!]

능천한이 무겁게 말했다.

[으음...!]

괴인이 괴롭게 신음했다.

(하필이면... 육십여 년을 지옥에서 썩게 만든 원수 놈의 자식이라니...)

괴인의 눈빛이 복잡하게 변했다.

갈등, 분노,

그리고 탄식으로.

능천한의 안색도 더할 수 없이 침중해졌다.

그도 괴인의 누군인지를 알아낸 것이다.

(아버님이 가둔 대마종(大魔宗)의 손에 구함을 받다니...)

그의 얼굴에 괴로운 빛이 흘렀다.

[...!]

[...!]

침묵.

어둠 속에서 일노일소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이윽고,

[선배님께선 바로...!]

능천한이 입을 열자 괴인이 손을 저었다.

[알았으면 되었다.]

[으음...!]

신음하는 능천한을 바라보며 괴인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패천멸절십팔뢰(覇天滅絶十八牢)는 실로 지독한 곳이다.]

[...!]

[수백 가지 기관이 중첩되어 있어 일보를 움직이는 사이 열 번은 사선을 넘어야할 정도였다. 그러나, 본존도 마도제일뇌(魔道第一腦)라 불릴만큼 기관지학과 기문둔갑에 능통하다. 단순히 기관만이었다면 본존의 발길을 막지 못했을 것이다.]

능천한은 묵묵히 괴인의 말을 들었다.

(많이 변했다. 육십여 년을 갇혀 지내면서 마성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

능천한의 얼굴에서 그늘이 많이 사라졌다.

[가장 지독한 것은 묵옥강석(墨玉剛石)의 관문이었다!]

괴인은 치를 떨었다.

 

--- 묵옥강석(墨玉剛石).

 

돌이면서 강철보다도 오히려 단단한 묵옥석(墨玉石)을 말한다.

패천멸절십팔뢰는 모두 열 여덟 개의 관문이 있고,

매관문은 두께 삼십 자, 무게 오십만 근의 묵옥강석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 묵옥강석의 관문은 밖에서는 열 수 있으되 안에서는 절대 열지 못한다.

그 관문은 오로지 안에서 힘으로 부수고만 통과할 수 있다.

[육십 년 전... 본존은 하나의 묵옥강석인 관문을 부수는데 꼬박 오 년을 보내야 했다.]

[...!]

괴인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대로라면 아마 세 관문을 부순 뒤 탈진해 죽고 말았을 것이다. 그래서 본존은 묵옥강석의 관문을 부술 파괴적인 기공(氣功)연 연구하게 되었다.]

괴인의 괴악스런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은 득의의 미소,

능천한은 한곳 부서진 석벽의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시커먼 묵옥강석이 모래같이 부서져 나뒹굴고 있었다.

(가공하다. 보검으로 흠집도 못내는 삼십자 두께의 묵옥강석이 일격에 부서지다니...)

[크크... 꼬박 일갑자가 걸렸다. 본존은 마침내 사상최강의 파천절기(破天絶技)를 창안할 수 있었다.]

말을 하며 괴인은 우수를 번쩍 들었다.

그의 우수는 먹물에 담근 듯이 시커매져 있었다.

그리고,

--- !

--- 자자작!

괴인의 오른팔 전체에서 먹물을 뿌린 듯이 시커먼 묵강(墨罡)이 쏟아졌다.

--- --- --- !

굉벽(宏霹)!

벽력성이 터지며 오십 자 두께의 석벽이 박살이 났다.

실로 놀라운 위력이 아닐 수 없었다.

(가공스럽군. 저 기공 앞에서는 어떤 호신강기라도 남아나지를 못하리라. 사상최강이라고 한 말이 헛것이 아니다.)

능천한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크크... 이름하여... 묵황굉벽뢰(墨荒宏霹雷)라는 것이다.]

[묵황굉벽뢰(墨荒宏霹雷)!]

능천한은 입속으로 되뇌었다.

괴인은 말을 이었다.

[두들겨 부수는 데에는 묵황굉벽뢰 이상의 무공이 없다. 너희 능가일문의 패천대륜오절식(覇天大輪絶式)이라도 예외는 아니지!]

[...]

능천한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패천일문에는 두 가지 초절정의 무공이 전해 내려온다.

 

---패천존후신강(覇天尊吼神罡),

---패천대륜오절식(覇天大輪絶式).

 

당금 천하무적으로 통하는 패천이대절기가 이것인 것이다.

[그러나... 묵황굉벽뢰에도 약점이 있다. 그것은 너무 강하다는 점이다.]

[...!]

능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괴인의 말하려는 바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영리한 놈!)

괴인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묵황굉벽뢰는 강하다. 그만큼 내력의 소모가 크지. 사백 년 이하인 내공으로는 한 번밖에 쳐내지 못하지...]

 

---삼백 년 내공,

 

무려 오갑자에 이르는 공력으로는 한 번밖에 쳐내지 못한다니...

문득,

괴인은 허리춤의 누더기를 더듬었다.

이내 그의 손에 지저분한 양피지 책자가 쥐어졌다.

[옛다! 받아랏!]

괴인은 양피지 비급을 능천한의 앞으로 던졌다.

[...!]

[흐흐...!]

괴인은 종잡을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애당초 네 녀석의 애비에게 빛을 받으려 했으나 이제 생각을 바꾸었다.]

[...!]

능천한은 말없이 들었다.

[이제 본존은 이곳을 나갈 것이다. 나간 직후 다시 이곳을 무너뜨려 막아버릴 것이고...]

괴인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능천한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평생을 갇혀 살기 싫으면 그 비급 안의 묵황굉벽뢰를 익혀야 할 것이다!]

스스스스!

말을 하며 괴인은 둥실 떠올랐다.

[크크... 세상 구경을 하고 싶거나... 본존을 다시 붙잡고 싶으면 백만 근의 돌더미를 깨치고 나와야 할 것이다!]

--- --- !

--- --- ---!

시커먼 강기가 일며 패천동부를 가린 돌더미들이 박살이 났다.

[--- 하하하!]

--- 이잉!

그사이로 괴인은 뇌전이 흐르듯이 빠져 나갔다.

--- --- !

괴인이 빠져 나간 직후,

굉음이 일면서 다시 돌더미들이 부서져 내려 입구를 막아버렸다.

능천한은 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고약한 심보를 지니신 분이군.]

능천한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어,

그는 허리를 굽혀 발앞에 떨어진 낡은 비급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전자체(篆字體)의 칙칙한 비급명이 눈에 들어왔다.

 

<수라천존경(修羅天尊經)>

 

[역시...!]

능천한은 신음하며 비급의 겉장을 넘겼다.

 

<수라(修羅)는 독존(獨尊)이기를 원한다. 수라천존경(修羅天尊經)의 주인은 곧 수라일문의 당대문주가 된다.

수라존(修羅尊) 절필(絶筆).>

 

수라존(修羅尊)은 천여 년 전의 인물이다.

마종(魔宗)이었으나 정사중도에 섰던 인물...

수라존 이후 수라일문(修羅一門)은 암중에서 수라천존경에 힘을 더해왔다.

수라천존경은 수라존 일인의 진전이 담긴 것이 아니고 십이대를 걸치며 암중의 마웅들이 그 진수를 첨가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능천한의 시선은 수라문 제십이대문주의 서명에 눈길이 머물렀다.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 탁무영(卓武影)>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

수라일마존(修羅一魔尊)의 서명이 거기 있는 것이다.

 

수라천극존!

그는 천 년에 걸친 수라일문의 힘을 믿었고,

그래서 천하에 나와 무림을 발아래 두려고 했다.

모든 것이 그의 뜻대로 되는 듯이 보였다.

마도에는 그의 적수가 없었고,

정파에서도 삼존이 손을 잡기 전에는 자신을 어쩌지 못함을 알았다.

그래서 기고만장한 것인데,

어느 날,

새파란 서생이 그를 찾아왔고,

비무를 청하여 싸움이 벌어졌다.

처음에는 요놈정도야 했다.

한데 그것이 아니었다.

그 애송이의 공력이 너무도 무서웠다.

무려 오백 년에 이르는 내공,

상상치 못할...

너무도 가공스러운 공력이었다.

그래도 수라천극존은 한 가닥 자부심을 갖고 그 애송이와 맞서 싸웠다.

그러나, 애송이의 내공은 갈수록 더 강해졌고,

반면 수라천극존 자신은 파김치가 되어 갔으며,

마침내,

삼주삼야만에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은 무릎을 꿇고 만다.

치욕의 패배!

그리고,

그리고 그 새파란 애송이에 의해 패천동부라는 지옥같은 곳에 갇히고 만다.

그것이 일갑자전의 일이었고...

수라천극존을 패배시키고 가둔 인물은 후일 패천황룡(覇天皇龍)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며, 절대 불가침의 천하주제인(天下主宰人)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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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 章

 

               巨魔가 준 奇遇

 

 

 

어둠().

지옥(地獄)인 듯한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이곳은 무너진 석실(石室)이다.

 

---패천동부(覇天洞府).

 

천하제일(天下第一)의 전통이 잔해로 부서져 내려앉아 있었다.

한쪽 석벽이 강한 힘에 부딪혀 무너져 있다.

한데,

무너진 그 석벽의 안쪽은 또 다른 석실(石室)이 아닌가?

반쯤 무너진 석실...

무너진 돌 더미 사이로 피()가 흐른다.

섬칫한 선혈이다.

돌 더미 사이로 황포청년의 상체가 보였다.

그 청년의 상체는 끔찍하도록 갈라져 선혈이 흐르고 있다.

죽었는지 미동도 하지 않는 청년,

능천한이었다.

패천잠룡(覇天潛龍)이라 불리던 일세기재인....

쓰러진 능천한의 위로 죽음보다 더 깊은 적막이 흐른다.

세상의 모든 소음이 사라진 것처럼...

암흑 속에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찰나()같기도 하고...

영겁()과도 같은 시간의 흐름이다.

한데,

--- --- !

문득 석실 후면으로 거창한 울림이 전해왔다.

무엇인가?

그리고,

다시 적막이 흘렀다.

방금 전의 진동과 굉음이 환상이었다고 비웃는 듯이...

숨을 죽이는 적막이 흘렀다.

그러나,

환상이 아니었다.

--- --- !

콰르르르---!

재차 강렬한 굉음과 함께 진동이 일어났다.

처음의 진동보다도 한층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

폭발이 일어난 곳이 처음의 그곳보다 가깝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 콰쾅!

--- !

--- --- !

일정한 간격으로 굉음이 반복되었다.

굉음에는 두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우선,

굉음이 일어나는 간격이 점차 멀어진다는 것이다.

첫번째 굉음에서 두번째 굉음이 일어나는 데는 일다경이 채 안 걸렸었다.

그러던 것이,

회수가 거듭함에 따라 굉음 사이의 간격이 길어졌고,

열번째 굉음부터는 아주 현저해졌다.

마침내는 굉음의 간격 사이가 반각 정도로 멀어진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예의 굉음이 회수를 거듭함에 따라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굉음이 일어나는 반원지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음을 뜻하리라.

콰콰콰--- !

--- --- !

어느 순간,

바로 옆에서 일어난 것같은 굉음이 진동과 함께 터져 나왔다.

그르르르르...

반쯤 무너진 석실의 전체가 부르르 떨었다.

그 직후

[--- 하하하...!]

거창한 웃음소리가 석실의 후면에서 터져 나왔다.

격정과 분노가 뒤엉킨 장소였다.

[크크크... 능붕비(陵鵬飛)! 네놈에게 일갑자 동안이나 갇혀 지냈다니...!]

섬칫한 살기를 품은 장소가 뒤를 이었다.

범인이라면 목소리만으로도 심장이 얼어붙고 말리라.

그만큼 장소성에는 살기와 분노가 섞여있는 것이다.

[크크... 네놈에게 패하여 갇힌 치욕이 본존(本尊)을 새롭게 탄생하도록 만들었다.]

석실 후면의 괴인은 이를 갈았다.

어떤 처절한 한이 있는가?

쿠르르르르---!

석실이 무너질 듯이 뒤흔들렸다.

또 다시 굉음이 일어나려는 것이다.

[크크... 패천멸절십팔뢰(覇天滅絶十八牢)를 나서게 된다면...]

굉음 속에서 예의 괴성이 쩌렁쩌렁 울려나왔다.

[능붕비... 네놈에게 그 혹독한 고독과 치욕을 맛보게 해 주리라.]

괴음(怪音)이 끝나는 순간,

--- --- !

--- --- !

천붕지열(天鵬之裂)!

강력하기 이를 데 없는 폭음이 지척에서 터졌다.

[크하하하--- 하하!]

가공할 살기가 담긴 웃음소리...

우르르르--- !

우수수수--- 스스슥!

석실후면의 석벽이 모래같이 부서져 내렸다.

그리고,

--- !

--- --- 자작!

시커먼 어둠 속에서 전광(電光)같은 두 줄기 빛이 쏟아졌다.

이럴 수가...

그것은 사람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안광(眼光)이 아닌가?

어찌 인간(人間)의 눈에서 이같이 가공스런 안광이 쏟아진단 말인가?

[크크크---!]

스스스스슥---!

괴기스런 웃음소리와 함께 지옥의 입구같이 시커먼 공동에서 일인(一人)이 날아 나왔다.

그 인물(人物).

그는 한 마디로 괴인(怪人)이었다.

시커먼 모발이 상체를 뒤덮고 있으며,

그 사이로 예의 가공스런 안광이 번뜩이고 있었던 것이다.

괴인의 몸에는 너덜너덜해진 천조각이 걸려 간신히 아랫도리를 가리고 있었다.

[크크크... 드디어... 드디어... 나왔다. 패천멸절십팔뢰의 그 끔찍한 금제를... 이제야 깨트리고...!]

석실로 들어서며 괴인은 격동으로 몸을 떨었다.

그는 과거 천하제일마(天下第一魔)라고 불리던 인물이었다.

그러다가,

어이없이 좌절당하고 일갑자의 긴 세월을 지옥의 암흑 속으로 던져졌던 것이다.

문득,

[피비린내 아닌가?]

갑자기 괴인의 두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너무도 오랜만에 신선한 혈향(血香)을 접한 때문인가?

괴인의 눈빛은 섬칫할 정도로 괴이하게 빛났다.

그는 노려보듯이 무너진 돌더미 사이로 시선을 던졌다.

돌더미 사이로 선혈이 흐르고...

능천한이 반신을 돌더미에 파묻은 채 쓰러져 있었다.

[애송이 놈이 죽어 있군.]

그제야 괴인은 패천동부가 무너져 있음을 깨닫고 안색이 일변했다.

[패천동부(覇天洞府)가 무너지다니... 능붕비 그놈에게 무슨 일이 있는가?]

괴인의 눈에서 뇌전(雷電)이 흘렀다.

그의 입가로 괴소가 흘렀다.

[크크... 누가 있어 애송이를 어찌하겠는가? 본존을 패퇴시킨 오백 년 내공을 지닌 그 놈을...!]

괴인은 괴소를 지으며 능천한에게로 다가갔다.

[아주 죽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수법에 내부가 흔들며 살지는 못하겠군!]

괴인은 아무렇지 않게 능천한을 발로 툭 차보았다.

그때였다.

[!]

갑자기 괴인의 두눈이 찢어져라 치떠졌다.

--- !

그와 함께 그의 두눈에서 가공스런 안광이 흘렀다.

그는 급히 능천한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 르르르---!

스스스스스!

능천한의 하체를 암석들이 어떤 극강한 힘에 모래로 부서졌다.

스스슥!

그 사이에 능천한의 몸이 둥실 떠올라 괴인의 손에 들어왔다.

[...!]

능천한의 몸을 받아든 괴인의 전신이 격동으로 경련하였다.

[...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 나타나다니...!]

괴인의 입에서 실성한 듯한 탄성이 흘러 나왔다.

그는 한눈에 능천한의 신맥을 알아본 것이다.

천하고인들의 눈이 불을 켜는 대기재(大奇才)임을...

[--- 하하하---!]

갑자기 괴인이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우르르르르---!

--- 이이잉!

그 통에 석실 전체가 무너질 듯이 뒤흔들렸다.

[크크크... 천극대정신맥이라니... 머잖아 천마(天魔)를 능가할 고금제일마종(古今第一魔宗)이 태어나겠구나!]

괴인은 격동에 몸을 떨며 능천한을 석실바닥에 내려놓았다.

능천한은 상체뿐 아니고 하체까지도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혈영군과의 일전에서 다친 건 아니고 무너진 석실에 깔렸던 것이다.

[크크... 죽을 지경의 중상이나... 존극수라기환강(尊極修羅奇環罡)으로 잠력(潛力)을 끌어내어주면 살아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괴인은 능천한을 내려다보며 단좌하고 앉았다.

그의 단좌 모습은 특이했다.

이내,

스스스스스---!

파츠츠츠츠--- !

괴인의 몸 주위로 강기가 고리같이 피어올랐다.

그것은 지극히 편협되고 괴퍅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강기였다.

--- 르르르르---!

츠츠츠츠---!

이내 석실 전체가 괴인의 몸에서 흘러나온 강기로 뒤덮였다.

--- 스스스스슥!

돌더미들이 견디지 못하고 모래로 쓰러졌다.

--- 이잉!

뒤이어,

괴인의 쌍수가 능천한의 기해(氣海)와 단전(丹田)을 향했다.

콰르르르르---!

--- 이잉!

거창한 강기의 노도가 능천한의 몸속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존극수라기환강(尊極修羅奇環罡)은 거침이 없었다.

--- 두둑!

--- --- 파팟!

능천한의 막히고 끊어졌던 심맥이 일사천리로 확 뚫려 나갔다.

삽시에,

갈가리 찢겼던 능천한의 전신심맥이 이어졌다.

그와함께,

--- 록르르르---!

--- --- 우웅!

능천한의 심맥 속에서 엄청난 폭풍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힘은 실로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

이미 예상을 하고 있던 괴인조차 안색이 홱 변할 정도로...

 

인간에게는 잠재력(潛在力)이라는 것이 있다.

범인이라면 일평생 이 잠력이 백분지 일도 쓰지 못한다.

내공심법(內功心法)이라는 것은 실상 이런 인간의 잠력을 이끌어 내는 수단이다.

다만 잠재력을 끌어내는 방법에서의 차이로 마공(魔功)과 신공(神功)이 구별될 뿐이다.

,

신공(神功)은 지속적으로 끊어지지 않게 그 잠재력을 끌어낸다.

반면 마공은 잠재력을 속성으로 이끌어 내는 방법을 말한다.

이를 위해 편협하고 사이한 방법이 동원되며

마침내는 인성(人性)에 까지 마기가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마공(魔功)이 신공(神功)을 능가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마공(魔功)은 일정수준에 으르면 그 이상의 진전이 막힌다.

그 때문에 마()에 들어 마()를 뛰어넘는,

,

극마지경(極魔至境)에 드는 마도인(魔道人)이 거의 전무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정종신공(正宗神功)은 두드러진 진척이 보이지 않는 대신,

장기간의 끊임없는 수련이 따르면 보다 수월히 반선지경(半仙之境)에 들 수 있다.

()가 항시 정()에 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수(下手)들은 마()가 강해졌으나,

진정 천하대세를 가름하는 결정의 경지에는 마()의 수가 정()의 그것에 비견되지 못하는 것이다.

 

[... 대단하다! 본존보다 족히 백배는 강한 잠력을 지녔다니...!]

괴인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이라는 절대신맥을 지닌 능천한이다.

그의 일신에 숨겨진 잠재력은 일반인의 그것보다 만배 이상 강하다.

이것이 능천한을 범인(凡人)과 확연히 구별 짓는 것이 된다.

[크크... 잠재력이 강하면 강할 수록 강한 마종(魔宗)이 될 수 있지!]

괴인은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쿠르르르르--- 르릉!

괴인이 일으킨 존극수라기환강은 끊임없이 폭풍을 일으켜 나갔다.

--- --- --- !

콰르르--- 르릉!

존극수라기환강에 자극받으며 능천한의 심맥에서는 더욱 강한 잠력이 뭉클뭉클 솟아 나왔다.

그리고,

그 잠력들은 능천한의 심맥을 가득 채우며 폭발을 위해 응축되어갔다.

[... 지독하군... 본존의 사백 년 내공으로도 감당키 어렵다니...!]

능천한의 잠력을 일깨우는 괴인의 전신에서 비오 듯 땀이 쏟아졌다.

그의 마공은 극마지경(極魔之境)에 들어서려는 절정의 마공이다.

그럼에도 그는 능천한의 잠재력을 감당치 못하고 쩔쩔 매는 것이다.

[크크... 힘은 드나 마도천마세(魔道天萬歲)를 위하는 일이니...!]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괴인은 미소를 띄웠다.

그는 전대에 십만의 인혈로 손을 적셨던 혈마(血魔).

그런 그가 진심으로 흐믓해 하며 미소를 짓는다.

천하가 그 사실을 알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하리라.

쿠쿠--- --- 쿠쿵!

콰르르르르--- 르릉!

능천한의 내부에 거대한 화산이 꾹꾹 눌리어져 갔다.

그리고,

--- 콰쾅!

--- --- !

능천한의 내부에서 거창한 폭발이 일었다.

[--- !]

괴인이 불에 덴 듯이 능천한의 몸에서 손을 떼었다.

--- --- 쿠쿠---!

--- !

십팔경락(十八經絡), 십이중루(十二中樓), 임맥삼십육로(任脈三十六路), 독맥칠십이경(督脈七十二經)...

폭발은 노도를 몰아 거침없이 돌파해나갔다.

그뿐이 아니었다.

샹사현관(生死玄關)이라는 임독이맥(任督二脈)이 종이짝 찢듯이 무너지며...

그리고...

--- 꾸꿍!

!

천지쌍교(天地雙交)가 대해같이 드넓게 확 터져 나갔다.

()는 누구이며,

자연(自然) 대우주(大宇宙)는 또 무엇인가?

천지(天地)가 심령(心靈) 교감(交感)하다.

...!

보인다!

()는 자연(自然)에 있고... 그 자연 또한 내 안에 있지 않은가?

내가 곧 자연(自然)이고... 자연(自然)이 내가 아닌가?

()!

너무도 큰 길이 대해(大海), 창공(蒼空)으로 광활히 열리다!

!

그것은 초극(超極)의 문()!

비상(非常)의 경지로 드는 관문이 아닌가?

그렇게,

어둠 속에서 잠룡(潛龍)의 등에 날개가 돋기 시작했다.

완전히 자라면 천지를 뒤덮을 거창한 날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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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 章

 

               血荒奪, 나타나다.

 

 

 

<제왕애(帝王崖)>

 

상고(上古),

전설의 신군(神君) 황제(皇帝)가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제왕애 후면은 끝을 알 수 없는 절애로서 항시 짙은 운무에 뒤덮여 있다.

 

우르르르르--- !

--- --- 콰쾅!

제왕애(帝王崖)가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으로 뒤흔들리고 있다.

츠츠츠츠!

한 명의 백의인이 허공에 둥실 떠있다.

일견하여 매우 청수한 인물이나,

지금,

--- --- !

그의 일신에서는 태산이 일어나고 있었다.

가공스런 강기()가 폭포처럼 쏟아지고,

부서지는 경기의 파장이 창공을 뒤흔들며 뇌성으로 일어난다.

 

---패천황룡(覇天皇龍) 능붕비,

 

당대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무적이라는 그의 잠자던 신위(神威)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르르르르--- 르릉!

--- --- --- !

[크으... 일갑자 전보다 몇갑절 강해졌다니...]

[... ... !]

[... 과연 황룡(皇龍)이다...]

고통과 경악으로 신음하는 인물들이 있다.

오인(五人)의 인물이 능붕비를 합공하고 있는 것이다.

두 명의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노인들이 능붕비의 좌우측에 벌려 서 있다.

각기 흑의와 회의를 걸힌 노인들,

흑포노인은 지극히 괴팍스럽게 생겼고,

회의노인의 일신에서는 사악함이 줄기줄기 뻗치고 있다.

[쌍황(雙皇)! 다시는 인세(人世)에 나오지 말라고 했거늘...]

--- --- --- !

능붕비의 노성이 폭발한 듯 터지는 강륜()이 무더기로 일어났다.

--- ! --- !

[--- !]

[...]

두 노인은 능붕비의 공세를 맞받고는 입으로 선혈을 토했다.

그들...

과거 쌍황(雙皇)이라고 불리던 인물들이다.

 

---절대마황(絶代魔皇).

---역천사황(逆天邪皇).

 

()로 젖은 이름들을 지닌 전대의 대혈마(大血魔)가 그들이다.

그들은 일갑자 전 패천황룡에게 패할 때보다 두배 더 강해져 있으나...

그들은 짐작도 못하고 있었다.

능붕비!

그의 진정한 강함이 어느 정도인지...

능붕비...

그는 모종의 암수를 당하여 일신 공력의 육할밖에 쓰고있지 못하다는 것을...

[패천황룡(覇天皇龍)!]

문득 일성 사자후가 터지고,

--- --- !

능붕비의 전면으로 검붉은 강기의 무더기기가 쏟아졌다.

[철혈무정강(鐵血無情罡)!]

능붕비가 중얼거리며 마주 우수를 쪼개내었다.

--- --- !

그의 손에서 새파란 강기가 안개같이 일었다.

능붕비의 전면,

철혈(鐵血)로 뭉쳐진 듯한 인상의 장한이 우뚝 서 있다.

사자(獅子)의 형상을 한 흑포장한,

그는 오인(五人) 중 최강자(最强者)였다.

 

철혈묵사(鐵血墨獅) 정천학(鄭天壑).

 

철혈회(鐵血會)라는 패도문파를 이끄는 철사자(鐵獅子)가 그다.

지금 그의 무공수준은 중원제일(中原第一)로 불릴 정도였다.

천하는 철혈묵사의 진정한 실력을 반푼밖에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 --- ! --- !

! !

[...]

철판이 부서지는 굉음이 터지고 철혈묵사가 휘청이며 물러났다.

그가 중원제일이면 능붕비는 천하제일(天下第一)이다.

(흐흠... 사갑자나 넘는 내가 어린아이같이 밀리다니...)

철혈묵사의 안색이 무겁게 가라 앉았다.

그때,

[--- !]

[--- !]

크고 작은 인영이 동시에 능붕비에 짓쳐갔다.

그들은,

벽향이라 불리던 신비여살수(神秘女煞手)와 화려한 금룡포를 걸친 노인이었다.

[통천금룡제(通天金龍帝)! 월영극살(月影極煞)!]

콰르르르--- 르릉!

--- 이이잉!

능붕비의 입에서 뇌전같은 폭갈이 터지며 해일이 일었다.

--- --- !

[--- !]

[...]

통천금룡제의 월영극살이 허공에서 퉁겨 나갔다.

[... 너무 강하다...]

통천금룡제가 금포에 선혈을 토하며 신음성을 발했다.

능붕비는 그의 상상을 초월하는 절대 강자였음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능붕비의 안면이 퍼렇게 물들어 가고 있음을 그는 보았다.

(... 무형잔심독(無形殘心毒)에 당하다니...)

능붕비는 마음이 무거웠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벽향에게 시선을 보냈다.

(어떤 자들이기에 저 아이를 십여 년 씩이나 내 옆에 접근시켜 두었는가?)

그때,

[오행파황(五行破荒)!]

철혈묵사의 웅혼한 외침이 능붕비의 상념을 깨었다.

스스스슥!

휘르르르!

그와함께,

철혈묵사 등의 오인이 쾌첩하게 오행의 진세로 벌려섰다.

[오행파황진(五行破荒陣)이라... 잘 되었다. 본인도 그대들과 이 싸움을 오래 끌고 싶지는 않았으니...]

--- --- 이잉!

파츠츠츠츠...

능붕비의 몸 주위로 새파란 강기가 무지개같이 되어 올랐다.

그리고,

오행의 방위를 벌려선 오인(五人)에게서도 막강한 잠력이 해일같이 일어났다.

우르르르르...

육인의 몸에서 일어난 경기로 제왕애가 무너질 듯이 뒤흔들렸다.

그리고,

[수지류(水之流)!]

벽향의 입에서 날카로운 교갈이 터졌다.

--- 슈슉!

--- !

벽향의 교구에서 극랭한 기류가 폭포같이 쏟아졌다.

그리고,

[금지파(金之破)!]

[목지령(木之靈)!]

[화지승(火之昇)!]

통천금룡제 역천사황 절대마황의 폭갈이 그 뒤를 이었으며,

--- 이잉!

[토지파황극(土之破荒極)!]

철혈묵사가 대갈하며 몸을 떨쳤다.

--- --- --- !

콰르르르르---

() () () () ()의 다섯가지 강기가 천룡같이 뒤엉켜 백 장을 치솟았다.

[패천존후신강(覇天尊吼神罡)!]

--- --- !

거의 동시에 능붕비의 몸에서 건곤(乾坤)을 일시에 뒤흔드는 가공할 청강(靑罡)이 작열하였다.

--- --- !

--- --- --- --- !

[--- !]

[... !]

제왕애의 일각이 폭발에 견디지 못하고 허물어졌다.

그 사이에서 오인이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다.

[...]

콰르르르!

능붕비도 성하지는 못하여 선혈을 토하며 허공으로 퉁겨졌다.

[... 오백 년... 내공을 지녔다니...]

그 모습을 보며 철혈묵사가 헬쓱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때였다.

[크크크...]

가슴 속을 긁어놓을 듯한 거북살스런 음소가 제왕애를 뒤흔들고,

--- --- !

--- --- 자작!

이럴 수가...

천지(天地)가 일시에 혈광(血光)으로 뒤덮였다.

거대한 혈륜(血輪)이 창천을 북 찢으며 허공으로 튕겨진 능붕비를 비켜갔다.

[... 혈황탈(血荒奪)![

혈광 속에서 능붕비의 경악에 찬 폭갈이 터졌다.

!

혈황탈(血荒奪)!

혈황탈(血荒奪)이라니?

천지십병(天地十兵)!

그중 사대마병(四大魔兵)에 드는 혈황탈이 나타났단 말인가?

[--- 카카!]

[우우--- 우읏! 폭천혈강륜(瀑天血罡輪)!]

--- --- --- !

--- --- 콰쾅!

--- 르르르!

천지함몰!

경천동지!

새파란 청강륜(靑罡輪)이 만상을 뒤덮다.

천지를 무너뜨리며 혈황(血荒)의 마병(魔兵)이 팔극(八極)을 무너뜨리다니...

[--- ---]

[--- !]

철혈묵사들이 피를 토하며 나뭇잎같이 사방으로 튕겨졌다.

그리고,

스스스...

이내 사석이 가라앉으며 모든 것이 사라졌다.

[...!]

철혈묵사 등은 눈을 부릅뜨고 전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없었다.

패천황룡(覇天皇龍) 능붕비!

그의 웅자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다만,

[크크크...]

츠츠츠--- !

시뻘건 피그림자에 뒤덮인 한 명의 혈과인(血怪人)만이 그곳에 있었다.

소름이 오싹 끼치는 마기를 풍기는...

[혈종(血宗)!]

[대종주(大宗主)!]

철혈묵사 등의 오인(五人)이 분분히 무릎을 꿇었다.

!

혈종(血宗)!

그자가 혈종(血宗)이란 말인가?

 

[크크... 능붕비... 잘 가라.]

혈인은 제왕애를 내려다보며 음산하게 웃었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아주 웅후하고 형형한 한 쌍의 호목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혈종(血宗)... 마음껏 득의해라. 그대의 모든 공은 구천(九天)이 거두어 갈 것이니...)

호목은 깊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구천(九天)?

구천(九天)이라니...

이것은 또 어떤 변수인가?

호목의 주인공...

그의 모습은 사자(獅子)의 모습이 아닌가?

[...!]

[...!]

스스스...

대풍운(大風雲)!

그것의 시작은 제왕애(帝王崖)에서의 대격전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다만 대풍운의 식보(式步)였으니...

 

X X X

 

패천동부(覇天洞府),

무너진 패천동부의 앞은 인혈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수십 명의 혈의인들이 갈가리 찢긴 모습으로 죽어 넘어져 있다.

그리고,

그 혈의인들의 시신중앙에 한 명의 거한(巨漢)이 누워 있었다.

구 척의 거구는 마치 거상(巨像)이 쓰러진 형상으로 누워있었다.

그의 등판에는 큼직한 핏빛의 장인이 찍혀 있었다.

그 거한은 거령패왕(巨靈覇王),...

그의 거부(巨斧)는 박살이 나서 나뒹굴고 있었다.

문득,

[...]

죽은 듯이 누워있던 거령패왕의 거구가 꿈틀하였다.

이어,

거령패왕은 힘겹게 눈을 떴다.

그의 호목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패천신문... 그 위대한... 영화가... 무너지다니...]

거령패왕은 사력을 다해 몸을 일으켰다.

그는 심맥을 갈가리 찢어버리는 극악한 중수법에 당한 상태였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거령패왕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피눈물을 흘리며 무너진 패천동부를 바라보았다.

[... 소문주님의 생사를 확인도 못하고... 죽는 불충(不忠)함을... 저지를... 수는 없는데...]

--- !

거령패왕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범인이라면 이미 절명했을 중상이었다.

그러나,

거령패왕은 철골(鐵骨)을 지니고 있어 즉시 절명하지 않은 상태였다.

[... 가야 한다...]

거령패왕은 비틀거리며 패천동부로 다가갔다.

하나!

!

그의 발이 작은 돌 뿌리에 걸렸고,

--- !

지축을 울리며 거령패왕의 거구가 거목이 쓰러지듯 넘어졌다.

[크으... 가야... 하는데...]

거령패왕은 엉금엉금 기어 패천동부로 다가갔다.

그가 기어 지나간 곳은 시뻘건 선혈로 물들었다.

실로 처절한 충정이었다.

점차,

기어가던 거령패왕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는 처절한 시선으로 무너진 패천동부를 바라보았다.

[... 소문주... 속하... 를 용서...]

--- !

거령패왕의 거구가 다시금 길게 눕고 말았다.

다시 적막이 분지를 뒤덮었다.

스스스...

간간이 부는 산풍만이 혈향(血香)을 몰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반각 후,

[--- !]

스스--- 스슥! 화르르...

창노한 침음성이 들리며 허공에서 시뻘건 홍포의 노인이 날아내렸다.

태양같이 이글거리는 안광,

시뻘건 적발(赤髮).

전신에서 뻗치는 가공스런 화기(火氣).

일견하여 뇌신(雷神)을 연상케 하는 노인이었다.

노인은 불덩이같은 호목으로 패천동부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노안에 안타까운 빛이 흐르고 지나갔다.

[으음... 황산잠룡(黃山潛龍)이 천고기재라 하여... 노부의 재간을... 전수해주고 흙에 묻히려 하였는데...]

노인은 깊이 탄식을 했다.

[! 노부 벽력태세(霹靂太歲)의 대에서 벽력일맥이 끝나고 마는가?]

노인은 땅이 꺼져라 탄식했다.

!

벽력태세(霹靂太歲)라니...

얼마나 놀라운 이름인가?

그는 이미 일백 년 이전에 죽었다고 알려진 인물이 아니던가?

일백 년 전,

천하를 남북(南北)으로 나누어 군림하던 두 명의 괴인이 있었다.

그들은 극히 독선적인 성격으로 천하를 전전긍긍케 만들었던 괴인들이다.

 

<남북쌍괴(南北雙怪)>

 

남괴(南怪) 벽력태세(霹靂太歲).

북괴(北怪) 혈음유령종(血陰幽靈宗).

 

바로 이들이다.

벽력태세는 극양기공(極陽奇功)으로 무적이었으며,

혈음유령종은 극음기공과 음유절기로 제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활동한 것은 백년 그 이전의 시대였다.

천하인들은 남북쌍괴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이 이미 유계(幽界)에 들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한데,

그 남북쌍괴 중의 벽력태세가 버젓이 살아있지 않은가?

 

[!]

문득 벽력태세의 두눈이 전광(電光)을 쏘아 내었다.

그의 두 눈은 패천동부의 앞을 쏘아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거령패왕을 바라보는 것이다.

--- 스슥!

벽력태세는 일보를 움직여 거령패왕의 옆에 이르렀다.

[!]

벽력태세의 두눈이 휘황하게 빛났다.

[기재(奇才).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에는 비견될 수 없지만... 극양기공(極陽奇功)을 익히는 데는 그 이상이 없는 극강(極强)한 채질이다.]

벽력태세는 격동하여 부르짖으며 거령패왕의 거구를 옆구리에 끼었다.

[으하하하핫! 하늘이 벽력일맥을 버리지는 않으시는도다!]

화르르--- --- !

그의 거구가 선풍같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으핫핫! 반년! 반년이다. 벽력일맥사상 최강의 고수가 태어나리라!]

벽력태세의 득의한 광소가 황산권역을 뒤흔들며 멀리멀리 사라져 갔다.

다시...

분지에는 깊은 적막이 깔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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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 章

 

                崩壞되는 覇天洞府

 

 

 

[...!]

능붕비는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안색은 엄숙하게 굳어져 갔다.

[천하(天下)가 광풍(狂風)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천하인은 그것을 모르나 이 애비는 느낄 수 있다!]

[...!]

능천한은 안색을 굳혔다.

그는 경건한 자세로 아버지의 말을 경청하였다.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이나... 쌍황이 일으켰던 풍운(風雲)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광풍(大狂風)이 불어오고 있다!]

[으음...!]

[풍운(風雲)... 중원(中原)과 변황(邊荒), 양쪽에서 일어난다. 중원의 광풍은 운중(雲中)에 있어 알 수 없고...]

능붕비는 문득 아들을 바라보았다.

[대초원(大草原)에 태양지혼(太陽之魂)이 있음을 아느냐?]

[태양지혼(太陽之魂)! 태양성부(太陽聖府)!]

능천한의 얼굴에 놀람의 기색이 떠올랐다.

[태양성제(太陽聖帝)라는 변황사상 최강자(邊荒史上 最强者)의 전설을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능붕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변황에 거인(巨人)이 난다면 그것은 태양의 후예일 것이고...]

[변황에 거인(巨人)이 나타났다는 말씀이신지요?]

[그렇다. 한 명의 거인(巨人)이 변황제파를 수렴하고 있다. 그의 변황무림의 일통이 이미 완성되어 가고 있다.]

[으음...!]

능천한은 침음했다.

(변황의 거인이 변황을 일통한다면 그 칼끝이 중원(中原)을 겨누리라!)

능천한이 생각을 굴리는데 능붕비가 말을 이었다.

[천마혈겁(天魔血劫)... 초유의 대광풍이 일어날 것이다. 변황이나 중원 혈풍을 막아내려면 필히 고금제일존(古今第一尊)이 탄생하여야 한다!]

말을 하며 능붕비는 아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능붕비의 시선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버님은 내가 고금제일존(古今第一尊)으로 성장할 것을 기대하신다!)

능천한의 시선도 강렬하게 빛을 발했다.

그런 아들을 보며 능붕비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천한아... 네가 있기에 아버지는 걱정을 않는다.)

[...!]

[...!]

다시 적막이 흘렀다.

문득,

사르르르르...!

비단자락 끌리는 소성이 들리고 향긋한 방향(芳香)이 풍겼다.

능천한은 시선을 돌렸다.

한쪽의 월동문(月洞門)으로 한 명의 시녀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시녀...

도저히 시녀로 어울리지 않는 여인이었다.

나이는 능천한 정도였다.

시녀의 복장을 하였으나 은은한 품위가 배어 흐르는 미인이었다.

그녀의 교수에는 찻잔이 실린 쟁반이 들려 있었다.

[()를 가져왔습니다!]

시녀는 다소곳이 앉으며 두 부자사이로 찻잔을 내려놓았다.

[벽향(碧香), 고맙다!]

능붕비가 자애롭게 시녀를 바라보며 찻잔을 들었다.

[하하... 벽향의 차를 다리는 솜씨는 정말 일품입니다!]

능천한은 밝게 웃으며 찻잔을 집어들었다.

벽향이라 불리는 미시녀가 나타남으로서 정원전체가 한층 따뜻해졌다.

[허허... 오늘도 졌으나 내일은 순순히 지지 않을 것이다!]

능붕비는 껄껄 웃으며 석벽에 걸린 만년한철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스스스스슥!

우수수...

무형의 강기가 일어 만년한철의 표면을 말끔하게 깎아 내렸다.

바로 능붕비의 이심제기의 공력에 의한 것이었다.

문득,

[...!]

시녀 벽향의 봉목에 이채가 흘렀다.

놀라움과 두려움이 실린,

그때, 능붕비는 천천히 찻잔을 입에 가져갔다.

그 모습에 벽향의 봉목이 서늘한 빛을 발했다.

그리고,

[...!]

막 한 모금의 차를 마시던 능붕비의 안색이 굳어졌다.

[마시지 마랏!]

--- 가각!

능붕비가 일갈하며 자신의 찻잔을 박살내었다.

츠츠츠츠--- 츠츳!

--- --- !

그와 동시에, 벽향의 교수가 뇌전(雷電)보다 빠르게 능붕비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너무나 거리가 가까웠으며,

너무나 뜻밖이고 촉막중인 기습이었다.

[벽향(碧香)! 무슨 짓이오!]

막 차를 마시려던 능천한이 아연하여 부르짖었다.

그러나,

--- --- !

--- --- 파팟!

[호호호호---!]

--- --- !

화르르!

굉음이 터지고 벽향이 교소를 터뜨리며 허공으로 치솟았다.

이 모든 것이 한 순간,

찰나지간에 일어났다.

[아버님!]

능천한이 다급하게 능붕비를 불렀다.

그러나,

[괜찮다!]

쓰러졌어야 마땅할 능붕비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죽지 않다니...]

이십 장 밖으로 날아갔던 시녀 벽향이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능붕비...

그의 가슴에는 월아(月牙)형의 비수가 품자형으로 꽂혀 있었다.

꽂힌 부위는 치명적인 사혈들...

능붕비가 살아있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었다.

[...!]

능천한이 분노하여 벽향을 노려보았다.

[벽향(碧香)! 네가 감히 아버님을 시해하려 하다니...]

그때, 능붕비가 가슴에서 비수를 뽑아들었다.

비수가 분명히 능붕비의 가슴에 꽂혔었건만,

능붕비의 가슴에서는 한 방울의 피도 흐르지 않았다.

[으음... 이미 금강불괴지체를 이루었다니... 실수를 했구나!]

벽향이 싸늘하게 침음했다.

그녀는 더 이상 시녀 벽향이 아니었다.

잔월(殘月)같이 싸늘함을 발하는 한 명의 살수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월아밀살비(月牙密煞匕)! 월영천존(月影天尊)의 후예였느냐?]

능붕비가 묵직하게 벽향에게 물었다.

[월영천존(月影天尊)!]

능천한의 안색이 일변하였다.

 

---월영천존(月影天尊).

 

사백 년 전의 고금제일살수(古今第一煞手)를 말함이다.

완벽한 비밀 속의 전설적인 살수로써,

그가 한번 노리면 누구도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월아밀살비(月牙密煞匕)는 호신강기파해전문인 월영천존의 독문암기인 것이다.

 

[그것은 알 필요없다!]

--- !

벽향은 냉갈하며 석벽 위로 치솟았다.

[월아밀실비는 돌려주마!]

--- --- !

능붕비의 손에서 월아밀실비가 떠나갔다.

[!]

화르르--- --- !

벽향은 허공에서 비틀하다가 석벽 너머로 사라졌다.

자신의 월아밀실비에 격중당한 것이다.

[천한아!]

능붕비는 침중한 어조로 능천한을 불렀다.

[, 아버님!]

능천한의 대답하며 시립했다.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든다. 너는 즉시 팔걸(八傑)을 대동하고 패천동부(覇天洞府)를 지켜랏!]

[! 아버님은...?]

[벽향을 잡아오겠다!]

화르르르르---!

--- 애액!

능붕비는 창룡(蒼龍)같이 날아올라 벽향이 사라진 곳으로 날아갔다.

능천한은 사라지는 아버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웬지 모를 불안감이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아버님은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다. 별일은 없으리라.]

스스스슥!

능천한은 급히 정원을 벗어났다.

 

***

 

스스스--- --- 이잉!

화르르르---! --- 애액!

능천한은 여덟 명의 호형장한들을 이끌고 시신봉의 서쪽 신록으로 달리고 있었다.

팔인은 패천신문의 패천위대(覇天衛隊) 소속의 호웅들이었다.

그들은 패천팔걸(覇天八傑)로 불린다.

[문주님을 벽향이 암습했단 말입니까?]

한 명의 거한이 천둥같은 목소리로 외치며 능천한의 뒤를 따랐다.

구 척(九尺)의 거구,

철탑(鐵塔)을 연상케 하는 장한인데 한 손에는 거부(巨斧)를 들고 있었다.

그 거부(巨斧)는 날()의 길이만도 한자반이나 되는 엄청난 크기의 도끼였다.

 

거령패왕(巨靈覇王),

 

이것이 그의 별호다.

팔걸 중의 첫째이며 장차 능천한의 우비위(右臂衛)가 될 인물이다.

[그렇다네. 암중세력이 우리 패천신문을 노리고 있음이 분명하네!]

능천한이 앞을 보고 달리며 무겁게 말했다.

그때였다.

[--- !]

[... !]

갑자기 팔걸 중 세 명이 배를 움켜쥐고 나뒹굴었다.

[왜 그러는가?]

능천한은 다급히 멈추어섰다.

쓰러진 인물들은 팔걸 중에서도 가장 공력아 낮은 자들이었다.

[... 갑자기 배가...!]

삼인은 고통을 억누르며 억지로 일어섰다.

그러나, 그들의 안색은 급격히 시퍼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중독(中毒)당했다!)

능천한의 검미가 부르르 떨렸다.

수하들이 모종의 극독에 당했음을 알아차린 것이었고,

그와 함께,

그는 능붕비가 정원에서 자신이 벽향의 차()를 마시는 것을 제지했음을 상기했다.

(아버님은 차속에서 독이 있음을 아신 것이다. 이 모두 벽향, 그 계집의 것이다.)

능천한은 거령패왕 등을 돌아보았다.

[모두들 벽향이 주는 음식을 먹었는가?]

그러자,

팔걸 중 일곱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거령패왕만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낙양에 갔다가 막 돌아오던 길인지라...]

[으음...]

능천한의 안색이 더할 수 없이 무거워졌다.

(철저히 당했다. 지금쯤 또 다른 무리들이 본문을 치고 있을 것이다. 본문의 정예들은 중독당하여 힘을 쓰지 못할 것이고...!)

그는 다급해졌다.

(본문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아니면 패천동부를 지켜야 하는가?)

재빨리 결정을 내려야했다.

이내, 능천한의 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

그는 공력이 높아 아직 독기가 발작하지 않는 사인(四人)을 가리켰다.

[그대들은 이들을 데리고 조용한 곳으로 가서 해독을 하도록! 단 그대들도 중독된 상태라는 것을 명심해서 적을 발견하더라도 충돌하지 말것!]

[알겠습니다!]

칠걸의 대답을 들으며 능천한은 거령패왕을 돌아보았다.

[거패(巨覇)! 가자!]

[!]

화르르르---!

--- --- 애액!

능천한은 패천동부쪽으로 달려갔다.

패천동부를 지키기로 결심한 것이다.

 

<패천동부(覇天洞府)>

 

이는 패천신문(覇天神門)이 일어난 근원이다.

능붕비는 패천동부에서 패천무경(覇天武經)을 얻어 패천신문을 열었다.

그 때문에,

패천동부(覇天洞府)는 패천신문의 상징적인 근원이 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능붕비가 패천동부의 중첩된 기관을 이용하여 한 명의 절대마종(絶代魔宗)을 그 안에 가두었다는 사실이다.

만일, 누군가 패천동부의 기관을 해제하면 그 절대마종이 탈출하여 천하를 혈세할 것이기 때문이다.

 

***

 

화르르르---!

--- --- !

능천한과 거령패왕은 널찍한 분지로 날아들었다.

그 분지 안에 패천동부가 있는 것이다.

한데,

[웬 놈들이냣!]

거령패왕이 벼락치듯 사자후를 터뜨렸다.

분지 끝에 수십 명의 혈의인(血衣人)들이 빙 둘러서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벌써...!)

능천한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혈의인들이 빙 둘러선 안쪽,

동부(洞府)가 하나 있는데 입구를 가린 청강석의 석문이 박살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발칙한...!]

--- ! --- 가강!

대노한 능천한의 쌍수에서 벼락치듯이 새파란 강륜()이 쏟아졌다.

[... 막아랏!]

[--- --- !]

대경한 혈의인들이 막고 어쩌고 할 시간도 없었다.

강륜()이 쏟아지며 그자들 중 서너 명이 두 동강나서 나뒹굴었다.

[소문주님! 졸개들은 제게 맡기십시오!]

--- 이잉! 우르르릉!

거령패왕이 벼럭같이 외치며 거부를 휩쓸어 갔다.

--- --- 파팍!

[--- 에엑!]

[--- --- 아악!]

혈의인들이 거령패왕의 거부에 피곤죽이 되어 나뒹굴었다.

[부탁하네!]

--- --- !

능천한은 혈의인들의 머리 위로 날아넘어 동부(洞府)로 날아들었다.

언뜻, 그의 눈에 동부입구에 파인 글씨가 보였다.

 

<패천동부(覇天洞府).>

 

[!]

--- 스슥! 화르르르---

안으로 날아들던 능천한의 신형이 급격히 허공으로 튕겨졌다.

--- --- !

그와 함께,

능천한이 섰던 자리로 벼락같은 혈강()이 떨어져 굉음을 일으켰다.

패천동부의 안쪽에서 누군가가 날아드는 능천한을 기습한 것이다.

[--- !]

능천한은 대갈하며 쌍장을 내리쳤다.

--- ! --- 자작!

그의 장심에서 강륜()이 일어 동부(洞府)의 한쪽을 무찔러 갔다.

[크크... 패천잠룡(覇天潛龍)이 네놈이냐?]

--- 츠츠츠츠---!

시뻘건 혈강(血罡)이 능천한을 뒤덮었다.

--- ---!

[--- !]

능천한은 쇠망치로 얻어맞은 충격에 그대로 동부의 바닥으로 떨어졌다.

적의 공력이 너무 강한 때문이다.

[흐흐흐...! 후환을 걱정했는데 제 발로 죽으러 왔구나!]

스스스스...!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능천한에게 한 명의 괴인이 다가왔다.

음침한 인상의 중년인인데 전신이 붉으레한 혈영(血影)으로 덮여 있었다.

[누구냐?]

능천한이 몸을 세우며 일갈했다.

[혈영군(血影君)이라면 알겠느냐?]

그자가 혈영 속에서 음침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능천한의 안면이 부르르 떨었다.

[... 영염제(血影閻帝)의 후인인가?]

능천한이 무겁게 물었다.

 

혈영염제(血影閻帝),

 

오백여 년 전에 있었던 혈마(血魔).

잔혹한 마성을 지닌 그는 수만의 인혈(人血)로 손을 물들였었다.

결국, 전 무림의 분노를 산 그는 무림전체의 추격을 받아 추살되고 말았었다.

[흐흐... 어린 놈이 어는 것도 많다만 이만 죽어 주어야겠다!]

우르르르... 츠츠츠츠...!

혈영군(血影君)이라는 괴인의 몸주위로 칙칙한 혈강()이 일어났다.

(선공(先功)!)

능천한의 두눈이 그와 함께 번뜩였다.

[! 벽뢰섬(霹雷閃)!]

--- ! --- !

능천한의 손에서 뇌전보다는 빠른 강륜()이 쏟아졌다.

[!]

혈영군의 입에서 당황성이 터졌다.

능천한의 공세가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능천한의 공세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만절환(萬絶幻)! 천중압(天重壓)!]

--- --- 쿠쿵!

콰르르--- 크르르---!

만 개의 강륜()이 빗발치듯 쏟아지고,

만 근의 무게를 지닌 강륜()이 혈영군의 호산강기를 종이짝 부수듯이 찢어 들어갔다.

[...! 혈영쇄강폭(血影碎)!]

--- --- !

--- 츠츠---! --- !

혈영군이 몸을 흔들자,

가공할 혈강()이 폭죽 터지듯이 쏟아졌다.

--- --- 콰쾅!

만 근의 화약이 일시에 폭발한 듯한 굉음이 터졌다.

--- 르르릉!

[--- !]

그중에서 능천한은 한쪽의 석벽과 함께 무너져 튕겨 나갔다.

혈영군이란 자와 너무도 공력 차이가 심한 때문이다.

--- 르르르---!

--- --- 쿠쿵!

그와 함께 동부의 천정이 쩍쩍 거북 등처럼 갈라졌다.

양인의 격돌을 견디어내지 못한 것이다.

--- 르릉! --- !

천 근의 암반들이 환상같이 무너져 내렸다.

 

패천동부(覇天洞府),

 

패천지혼(覇天之魂)이 일어낫던 패천동부(覇天洞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한 명 천고기재와 함께,

--- 르르르르--- !

--- 콰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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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 章

 

               父- 皇龍, - 潛龍!

 

 

 

黃人居覇龍,

騰天震九州,

巨影蓋天下,

覇魂至千歲.

 

---황산(黃山)에 패룡(覇龍)이 있네.

패룡(覇龍) 한번 날아오르매 구주(九州)가 위진(威震)되고,

그 거영(巨影), 한번 일어 천하(天下)를 덮으리니,

패천(覇天)의 혼()은 천년(千年)을 이르리라---

 

황산(黃山), 안휘(安徽) 남방을 뒤덮고 있는 거악(巨嶽)이다.

중화인(中華人)들이 숭배하는 색()은 황().

그 때문에 황산은 일찍이 황제(皇帝)의 신산(神山)이라 하여 숭앙받아왔다.

일천여 리에 뻗쳐 신역(神域)이 온통 황색일색인 신산,

한데,

 

---황산(黃山)에 패룡(覇龍)이 있네.

 

그 황산에 거룡(巨龍)이 웅크리고 있는 것이다.

가벼이 움직이지는 않으나,

한번 용트림을 하면 천지(天地)가 변색하는 거룡(巨龍)이 있는 것이다.

 

<패천황룡(覇天皇龍) 능붕비(陵鵬飛)>

 

황룡(皇龍)이라 불리는 이 거인(巨人)이 바로 그다.

한소리 일갈로 만마(萬魔)의 혼을 빼놓을 수 있는 천지지간의 단 일인,

그가 처음 무림에 나온 것이 일갑자 전쯤이다.

약관의 나이로 무림에 나온 패천황룡 능붕비.

그는 출도하자마자 가공스런 일을 단신으로 해치웠다.

그것은 독존(獨尊), 쌍황(雙皇)을 패퇴시킨 것이다.

 

독존(獨尊).

---수라천극존(修羅天極尊).

 

그는 고금오대마종(古今五大魔宗)에 드는 천하제일마종(天下第一魔宗)이었다.

독존교(獨尊敎)에 교주이기도 한 그의 발호는 실로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그의 쌍수에 의해 중원이 시신으로 덮이고 황하가 인혈(人血)로 가득 찰 정도였다.

보다 못해 천해존불(天海尊佛)이 그에게 도전장을 내었었다.

그러나, 천하제일고승이라는 천해존불이건만,

칠주칠야의 격전 후에 아무런 소득도 없이 물러나야 했다.

그것이 육십여 년 전의 일로,

천해존불을 제지로 물리친 수라천극존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었었다.

한데, 그런 수라천극전이 약관의 청년고수에게 삼주삼야의 격전 끝에 패했다.

비록 반초차이로 지긴 했으나...

천하는 경악하고 불신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사실...

천하가 좁다고 날뛰고 독존교가 하루 아침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패천황룡 능붕비는 연이어 두 명의 절세 효웅들을 격파해 버렸다.

 

쌍황(雙皇).

---절대마황(絶代魔皇).

---역천사황(逆天邪皇).

 

수라천극존의 위명에 눌려 지내기는 하였으나,

그들은 천하를 양분하고 있던 마()와 사()의 종주(宗主)들이다.

그들은 각기 마황궁(魔皇宮)과 사령문(邪靈門)이라는 거파를 수하에 두고 정()과 법()을 유린하였다.

그런 쌍황(雙皇)이 차례로 패천황룡 일인에게 연파 당했다.

물론, 절대마황과 역천사황은 이를 갈며 무림에서 사라져야만 했다.

천하는 아연하는 중에 환호하였다.

패천황룡(覇天皇龍).

그 단 일인에 의해 천하의 풍운이 가셔진 것이다.

천하가 환호하며 받들어 올림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패천황룡 능붕비는 모든 환대를 떨쳐 버리고 황산(黃山)에 거구를 감추었다.

그후, 천하에 대분란이 일지 않으면 능붕비의 모습은 천하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있음으로 비로소 천하인은 발을 길게 뻗고 잘 수가 있었으며,

찬란한 무림번영의 공이 그에게 있었다.

천하주재인(天下主宰人),

패천황룡(覇天皇龍).

그 거룡(巨龍)이 황산(黃山)에 웅크리고 있는 것이다.

 

X X X

 

시신봉(視神峯).

거대한 석탑(石塔)을 보는 듯한 웅자가 황사(黃砂)에 묻혀 있다.

시신봉의 남쪽 산록,

시신봉을 병풍삼아 한 채의 웅장한 장원(莊園)이 있다.

건물이 많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건물 하나 하나가 웅장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장원의 형체는 흡사 웅크리고 있는 잠룡(潛龍)의 형상이었다.

때는 초춘(初春)이다.

아직 싸늘함이 대기에 서려 있었다.

그러나 맑게 내려쬐는 춘광(春光)에는 여름의 그림자가 서려 있었다.

웅장한 장원은 초춘의 양광 속에 길게 몸을 드리우고 있었다.

 

장원의 정문,

삼 장 높이인 정문의 처마 밑에는 일곱 자 길이의 편액이 걸려 있었다.

용사비등(龍蛇飛騰)!

웅혼한 필력이 엿보이는 서체로 편액에 글이 적혀 있었다.

 

<패천신문(覇天神門).>

 

패천신문(覇天神門)...!

패천신문이라면...

[하하... 아버님! 어떻습니까?]

낭랑한 청년의 웃음소리가 장원의 후원에서 들렸다.

그 웃음소리에는 듣는 이로 하여금 심신을 상쾌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헛허! 많이 늘었구나!]

중년인의 온화하고 대견스러워하는 웃음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장원의 후원(後園),

잘 가꾸어진 정원이 있었다.

정원의 중앙에는 단련한 한 채의 정자가 세워져 있고 정원의 끝에는 높직한 석벽이 있었다.

지금, 한 명의 청수한 중년문사와 영준한 황포청년이 정자에 앉아 있었다.

중년문사의 외모는 극히 초탈했다.

언뜻 보아서는 초야에 묻혀 사는 세외의 은사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중년인에게는 무형의 기도가 있었다.

무공, 그것도 절정무공을 익힌 자만이 알아볼 수 있는 무형의 거창한 기도가 있었다.

그 기도는 그것만으로 살인을 할 수 있는 가공스런 것이었다.

그리고,

중년문사와 마주보고 앉아 있는 청년,

그에게는 종잡을 수가 없는 분위기가 흘렀다.

황포청년의 외모는 극히 영준하며 기품이 있었다.

그런 그의 일신에는 어찌보면 허허롭고 어찌 보면 굳강한 기이한 분위기가 흘렀다.

그것은 청년이 천생(天生)으로 타고난 체질로 생긴 기도(氣道)였다.

청년은 천 세(千歲)에 단 한 번도 난적이 없는 신맥을 지니고 태어났었다.

그로 인해,

청년의 자질은 절로 고금제일(古今第一)이 되고 말았다.

 

[헛허! ()아야! 이번에는 천붕비래(天鵬飛來)니라!]

중년문사가 껄껄 웃으며 정원 끝의 석벽을 바라보았다.

정자에서 이십여 장 떨어진 석벽,

그곳에는 넓이 이 장 가량의 철판(鐵板)이 박혀 있었다.

한데, 그 철판에는 종횡의 어지러운 선과 점이 그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보검으로도 흠을 내지 못한다는 만년한철이다.

어떤 예리한 힘이 있어 만년한철판에 자흔을 낸단 말인가?

문득,

--- ! --- 자장!

중년문사의 몸에서 새파란 강륜(罡輪)이 일어났다.

그리고, --- --- !

그 강륜은 그대로 폭사되어 만년한철판에 아주 예리한 선을 그었다.

!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믿지 못했을 것이다.

중년문사는 전혀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

한데, 그럼에도 강륜이 일어나 만년한철판에 자흔을 긋다니...!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심제기(以心制氣),

---어의극살(馭意剋殺),

 

중년인의 무공경지가 마음으로 천 리 밖의 적을 살상할 지경에 이르렀음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헛허! 이번의 초식은 어찌 피하겠느냐?]

중년문사가 황포청년을 바라보았다.

청년에게 있어 중년문사는 하늘()같은 아버지다.

그리고, 중년문사에게 있어 청년은 천하와도 바꾸지 않을 아들()인 것이다.

청년은 미소를 지우지 않으면서 입을 열었다.

[소자 천한(天漢)이 아버님께 가장 불충한 것은 어떤 경우이온지요!]

청년의 물음에 중년문사는 흐뭇하게 웃었다.

[네가 이 애비만 못하다면 그것이 가장 큰 불효니라!]

아버지의 말에 아들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버님은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십니다. 천하제일인이신 아버님께 효도해 드리려니 소자는 힘이 듭니다!]

[핫하! 녀석! 엄살을 부리지 마라! 이 애비가 천하제일인이라면 너는 영세제일(永世第一), 고금제일(古今第一)이 되면 될 것이 아니냐?]

중년인이 무릎을 두드리며 크게 웃었다.

[천붕비래의 초식은 지자횡등(地字橫騰)의 수비로 뚫지 못합니다!]

청년은 말을 하며 우수를 들었다.

그의 우수가 일시에 새파란 강기로 뒤덮였다.

그리고,

--- 자장!

새파란 강륜()이 벼럭겉아 쏟아져 만년한철로 쏘아갔다.

--- --- !

불꽃이 튀며 흐릿하나마 한 줄기 자흔이 횡()으로 그어졌다.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비록 중년인의 공력에는 미치지 못하나 청년의 내가공력은 이갑자가 넘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버님의 옆구리에 들어난 헛점까지 파고 들어 오히려 아버님의 형세가 급해지셨습니다!]

청년이 겸손하게 말했다.

두 부자는 만년한철에 대고 초식을 겨루고 있었던 것이다.

[하하! 작년이후로 애비는 네녀석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중년인이 크게 웃었다.

그는 당대 천하제일고수(天下第一高手).

그의 이름은 능붕비(陵鵬飛)!

패천황룡(覇天皇龍)이라는 별호를 지닌 절대자(絶代者)가 바로 그다.

한데, 절대무적이라는 능붕비이건만 내리 일백 번을 패하게 만든 기재가 있다.

그는 바로...

능붕비 앞에 단좌하고 있는 그의 아들이다.

그의 이름은 능천한(陵天漢)!

바로 패천잠룡(覇天潛龍)이라 불리는 제일기재(第一奇才)가 그다.

[아버님께 불충함을 끼치지 않기 위하여 소자는 아버님보다 강해져 보이겠습니다!]

능천한은 겸손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과 패기가 가득했다.

[하하! 네가 이제 이 아비를 능가해야할 것은 단 두 가지이니라!]

능붕비는 아들을 자애롭고 대견스럽게 바라보았다.

능붕비는 환갑을 지난 후에야 능천한을 얻었다.

그의 모습은 삼십대로 보이나,

실상 그의 나이 팔십이 넘은 것이 이미 몇 년 전의 일이다.

능천한은 늦게 본 아들일뿐더러 사랑하는 아내의 목숨과 바꾼 귀한 아들이다.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

 

운명적으로...

능천한은 이천 년내에 나타난 적이 없는 절세존체(絶世尊體)를 타고 났다.

그러나...

천극대정신맥은 천혜의 존체이기에 그 모체(母體)의 희생을 강요한다.

, 천극대정신맥을 지니고 태어나는 아기는 모체의 모든 정기(精氣)마저도 흡수한 후에야 모체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능붕비는 아내에게 쏟을 사랑까지도 아들에게 쏟았다.

능붕비는 아들이 자신을 능가하는 것을 지상의 기쁨으로 아는 인물이다.

그리고, 능천한은 그런 아버지의 고심을 저버리지 않았다.

학문, 천문지리, 기문둔갑, 무공 등 모든면에서 능천한은 아버지의 능붕비의 뛰어 넘었다.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

 

한번 본 것은 무엇이든 자기것으로 하는 이 절세신맥의 덕으로,...

[그 첫째는 경험이며 그 둘째는 내공(內功)이다!]

능붕비는 자애롭게 말했다.

[경험이든 내공이든 모든 아버님을 능가해 보이겠습니다!]

능천한이 자신있게 말했다.

그의 눈은 형형하게 빛을 발하는 붕목(鵬目)이었다.

(아버님은 젊으셨을 때 천지금룡(天地金龍)의 내단(內丹)을 복용하시어 오백 년 내공을 얻으셨다.)

능천한은 내심 중얼거렸다.

능붕비의 내공은 가히 무적이다.

그가 약관의 나이로 수라천극존과 쌍황을 패퇴시킬 수 있었던 것도 기연으로 얻은 오백년 공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달리 기연이 없다면...

백 년을 가도 능천한은 능붕비의 내공을 능가하지 못할 것이다.

그점은 두 부자가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애비는... 네 공력이 나만큼 강해지도록 만들어 줄 생각이다!]

능붕비의 말에 능천한의 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

[자부(紫府)에 사람을 보내시오 자부노군(紫府老君)을 청()하신 것이 바로...!]

능천한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능붕비는 웃으면서 말을 막았다.

[너는 너무 영리하다. 한 마디로 열 가지 사실을 알아버리니 말이다.]

능붕비는 미소하며 아들을 바라 보았다.

[당금 무림이 많이 어지러워지고 있는데도 애비가 무림에 나가지 않는 이유를 아느냐?]

능붕비의 물음에 능천하은 공손히 대답했다.

[그것은... 천하대사를 소자의 손으로 정리도록 하게 하시려 하는 것으로 아옵니다!]

능붕비은 대견스럽게 아들을 바라보았다.

그가 무림에 나와 천하를 질타한 것이 능천한 정도 나이 때였다.

이제...

능붕비는 능천한에게 천하주재인의 자리를 물려주려 하는 것이다.

[...!]

[...!]

잠시 두 부자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아버지()는 황룡(皇龍),

아들()은 잠룡(潛龍).

얼마나 웅장하게 자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대잠룡(大潛龍)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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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一 章

 

           血壁, 血宗, 血精極魔坑

 

 

 

우르르르르...!

--- --- 우웅!

대지가 몸살을 앓는 듯,

거대한 울림이 망막하게 펼쳐진 산하(山河)를 뒤덮었다.

크크크크...!

크르르르...!

그 거대한 울림에는 분위가 있었다.

천하(天下)를 피()로 씻으려 하는 지옥(地獄)의 마기가...!

우우--- --- 우웅!

울림은...

쩍 갈라져 지옥의 입구같이 보이는 극히 음침한 절곡에서 흘렀다..

깎아지른 듯한 두 개의 석벽이 마주친 절곡 안에서...

절곡 안은 그대로 유계(幽界)였다.

칙칙한 마기...!

습함과 어둠으로 드리운 죽음의 냄새(死香)...!

번뜩이는 귀화(鬼火)!

산더미같이 쌓인 해골(骸骨)...

크크크크크크... 키키...!

지옥의 울림은 그 절벽사이의 절곡에서 울려 나와 대지를 뒤흔들었다.

한데,

!

사람이 있었다.

해골이 아닌 생명을 지닌 사람이 한명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한 명의 인물이 시뻘건 혈벽(血壁) 앞에 오체복지하고 있었다.

괴이하고 섬칫하도록 시뻘건 빛인 석벽(石壁)!

혈벽(血壁)!

혈벽(血壁)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일인이 있었다.

얼굴은 땅에 처박아 모습을 알 수 없는 백의노인이다.

노인의 머리는 백의만큼이나 하얗다.

[...!]

백의노인은 오체복지한 채 절대적인 어떤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르르르르르...!

크그그그그그긍,...!

공포스러운 진동!

그 진원지는 백의노인이 꿇어 엎드려 있는 혈벽(血壁) 안쪽이었다.

혈벽(血壁)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무시무시한 마기(魔氣)로 인해 진동하고 있는 것이다.

문득,

쿠쿠--- --- --- 쿠쿵!

지축이 무너질 듯이 뒤흔들렸다.

그와함께,

쿠르르르르--- 르릉!

백여 장 높이의 혈벽(血壁)이 서서히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 !

파츠츠츠--- 츠츠츳!

혈광(血光)!

끔찍한 핏빛 혈광(血光)이 갈라진 혈벽(血壁)사이로 쏟아져 나왔다.

그믐날 밤의 모닥불빛같이...!

터져 솟구치는 화산의 용엄같이...!

엄청난 핏빛 혈광이 갈라진 혈벽에서 쏟아져 나오지 않는가?

()!

죽음()을 부르는 지옥(地獄)의 혈광(血光)!

그것이었다.

츠츠츠...!

우르르르르...!

노도가 쏟아지듯 혈광이 쏟아졌다.

모든 사악(邪惡)함이 깃든 혈광이 폭포같이 흘렀다..

[...!]

혈벽 앞에 오체복지하고 있는 백의노인의 몸이 더욱 쭈그러들었다.

지극한 공포로 그의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렸다.

그리고 문득,

한소리 웅혼한 일성이 터졌다.

그 목소리는 쩍 갈라지는 혈벽(血壁)사이에서 흘러 나왔다.

[쌍극천효(雙極天梟)! 고개를 들라!]

섬칫함이 배인 목소리,

그러나,

그 목소리에는 섬칫함 외의 어떤 마기(魔氣)도 서려 있지를 않았다.

극마지경(極魔之境)에 든 자가 발한 목소리였을까?

자세히 보면,

혈벽에서 흘러나오는 혈광(血光) 속에는 시뻘건 혈기(血氣)에 싸인 괴인이 둥실 떠 있었다.

혈기에 가려 전혀 모습은 알아볼 수가 없고,

다만, 강렬한 핏빛의 안광이 횃불같이 번뜩이고 있었다.

[오오... 혈종(血宗)이시여...!]

쌍극천효(雙極天梟)라 불린 백의노인이 감루를 흘리며 혈인을 우러러 보았다.

혈종(血宗)!

혈종(血宗)이라니...!

혈광 속의 괴인(怪人)!

그가 혈종(血宗)이라는 끔찍한 이름을 가진 자인가?

고개를 들자, 비로소 백의노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백의노인, 쌍극천효(雙極天梟)!

그자는 육십 전후의 청수한 노인이었다.

모습은 청수하지만 그자의 두 눈은 음침함으로 깊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일견하여 지극히 심기가 깊고 간계가 뛰어난 자임을 알아볼 수가 있었다.

[혈종(血宗)이시여... 속하는 일갑자를... 혈종의 부르심을 기다리며 절치부심해왔습니다.]

쌍극천효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자는 진심으로 감격하고 있었다.

[쌍극천효(雙極天梟)! 잘 기다려 주었다. 이제 천하가 혈종(血宗)의 것이 될 것이고, 그대는 혈종의 제일출복이 될 것이다!]

혈벽(血壁)!

그 갈라진 틈으로 흐르는 혈광 속에서 웅혼한 들렸다.

[혈종(血宗)!]

쌍극천효(雙極天梟)는 감격하여 몸을 떨었다.

(... 극마극사지경(極魔極邪之境)에 드셨다. 천하에 혈종(血宗)의 적수가 없으리라!)

다시 혈광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쌍극천효(雙極天梟)! 천하를 제()할 대계(大計)를 말해보라!]

[분부... 받들겠사옵니다!]

쌍극천효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자의 두 눈은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혈종(血宗)께서 가장 먼저 하셔야 할 일은 일황룡(一皇龍)을 쓰러뜨리고 일비부(一秘府)를 얻으셔야 하고 십병(十兵)을 거두시며... 일기재(一奇才)를 얻으시던지 없애셔야 합니다!]

[일황룡(一皇龍), 일비부(一秘府), 십병(十兵), 일기재(一奇才)...]

혈광 속의 인물이 중얼거렸다.

쌍극천효가 영교하게 설명했다.

[일황룡(一皇龍)은 황산(黃山) 패천황룡(覇天皇龍)을 일컬음입니다. 그자는 백 년대의 천하제일고수(天下第一高手)로 패천자일맥(覇天子一脈)의 후인입니다!]

혈광 속에서 신음소리가 들렸다.

[패천자일맥(覇天子一脈)이 나타났단 말인가? 혈종(血宗)과 상극(相克)인 패천자일맥이!...]

쌍극천효는 고개를 조아렸다.

[그렇습니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으나... 패천황룡은 패천자의 후예입니다!]

혈광 속의 인물,

혈종(血宗)이라 불리는 그자의 목소리에 살기가 흘렀다.

[이백 년 전의... 전철을 되밟지 않으려 하면 패천황룡(覇天皇龍)을 확실히 없애야겠군!]

쌍극천효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일비부(一秘府)는 자부(紫府)를 말함입니다. 지부에는 오절(五絶)이 있고 그 하나 하나가 절세일절(絶世一絶)이므로... 천하를 경륜하심에 있어 반드시 얻으셔야 할 것입니다...!]

[...!]

[십병(十兵)에 대해서는 말씀드리지 않아도 아실 것이고...!]

[그렇다. 본종의 극마지체(極魔之體)도 천지십병(天地十兵) 앞에서는 무력함을 안다!]

[황망스럽습니다!]

쌍극천효가 고개를 조아렸다.

[계속하라! 일기재(一奇才)?]

쌍극천효는 혈종의 말에 즉시 대답하였다.

[황산잠룡(黃山潛龍)이 일기재(一奇才)입니다!]

[...!]

혈벽 속의 혈광이 크게 파동을 일으켰다.

[황산잠룡이라면... 설마 패천황룡(覇天皇龍...!]

[그렇습니다. 일기재는 패천황룡(覇天皇龍)의 독자(獨子)인 패천잠룡(覇天潛龍)을 말함입니다!]

[패천잠룡(覇天潛龍)...!]

[그는 당년에 약관으로서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을 타고난 자였습니다!]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

혈종이 혈광에 묻혀 중얼거렸다.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

 

있다고는 전하나 이천 년 내에 나타나지 않았던 전설의 신맥(神脈)이다.

천지문(天地聞)의 지극히 바르고 큰 기운(大正氣)을 받아 이루어진다는...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

이를 지니고 태어난 인간은 통천(通天)의 지혜를 지닌다.

그뿐 아니라,

어떤 어려운 기공도 일별함으로써 습득할 수 있으며,

만사(萬邪)와 만마(萬魔)가 그의 안광만으로도 사그라들고 만다.

이것이 천극대정신맥(天極大正神脈)인 것이다.

 

[...!]

[...!]

잠시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천극대정신맥을 지녔다면... ()과는 공존할 수 없는 자!]

[혈종(血宗)께서는...!]

쌍극천효가 묻자, 혈종의 냉혹한 일성이 혈광 속에서 터졌다.

[죽여라! 무슨 수를 쓰든 확실하게 죽여 없애도록!]

[존명(尊命)!]

쌍극천효는 머리를 땅에 박으며 몸을 떨었다.

혈종의 냉혹한 목소리가 혈벽 사이에서 울려 나왔다.

[중원천하가 넓음을 안다. 일황룡, 일비부, 천지십병, 일기재외에도 주목해야할 자들이 있을 터인데...!]

혈종의 말에 쌍극천효는 즉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마도(魔道)와 사도(邪道)는 혈종(血宗)의 평화에 있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으나 흑도녹림(黑道綠林)과 정도(正道)에 많은 강자들이 있습니다.]

[계속하라!]

[먼저... 구파일방에... 삼존(三尊)이 있습니다.]

쌍극천효는 입술에 침을 바르며 삼존(三尊)에 대해 설명하였다.

 

<정도삼존(正道三尊)>

 

패천황룡(覇天皇龍)이전 세대에 있어 무적최강으로 알려진 삼인(三人)의 절대고수를 말한다.

이들은 각기 소림(少林), 무당(武當), 개방(丐幇)에서 나왔다.

그 때문에 이들은 불존(佛尊), 도존(道尊), 개존(丐尊)이라고도 불린다.

 

---천해존불(天海尊佛).

 

그는 당대 소림방장인 법정선사(法正禪師)의 사백이 되는 인물이다.

전대 소림사의 장문인기도 한 그는 소림사 역사상 삼대고수(三大高手)에 드는 고승이다.

그의 항마신공(降魔神功)은 능히 만 근의 철괴(鐵塊)를 모래로 만들 정도라 한다.

 

---청허현도존(靑虛玄道尊).

 

무당 최강자이며 전설적인 도문(道門)인 청허문(靑虛門)의 전인,

또한, 전대의 천하제일지(天下第一智)이기도한 고인(高人)이다.

그의 도가기공은 천해천불의 항마절기와 쌍벽을 이루고,

그의 뇌리에는 천하만사(天下萬事)가 담겨져 있다.

 

---취존개(醉尊).

 

개방 역사상 최강자!

천년 개방절예가 그의 일신에 모여 백배 강하게 나타났다.

청허현도존만큼 지혜로운 현자이기도 한 그는 한곳에 머무르는 것이 싫어 하루만에 개방지존이라는 지위를 버렸다.

술과 해학!

이 둘도 벗을 삼아 천하를 떠도는 제일기인(第一奇人)이 그다.

 

이들이 정도삼존(正道三尊)!

구파일방의 성세를 최고고조로 높였던 인물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사십여 년 전부터 무림에서 그 모습이 사라졌다.

그 때문에 항간에는 그들이 이미 죽었을 것이라는 소문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정도삼존(正道三尊)외에 정파에서 가장 주목되는 자는 광양대제(廣陽大帝)라는 자입니다!]

쌍극천효가 말을 이었다.

[광양대제(廣陽大帝)...!]

[그자는 삼존과 동배분의 인물이며 또한 삼존 중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강자입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그자 휘하에 있는 정파제일의 광양회(廣陽會)입니다.]

[...!]

혈종은 말없이 듣기만 하였다.

쌍극천효는 영교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정도에는 삼존과 일제 외에 일검성(一劍聖), 신주오기(神州五奇)가 있습니다.]

쌍극천효의 눈이 교활한 빛을 띄우고 입가에는 득의의 미소가 흘렀다.

[하오나... 일검성과 신주오기는 속하의 손으로도 없앨 수 있는 자들입니다.]

[흑도와 녹림에는 누가 있는가?]

혈종의 혈벽 안에서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모래를 씹는 듯 전혀 감정이 실려 있지를 않았다.

쌍극천효는 이마의 땀을 닦았다.

[흑도에는 흑룡천신(黑龍天神)이 있고 녹림에는 녹림대제(綠林大帝)가 있습니다.]

[회유할 수 없는 자들인가?]

혈종이 물었다.

[그들은 쌍황(雙皇)만큼 강한 자들입니다. 목숨이 끊일지언정 타인의 수하로 들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대의 생각은?]

혈종의 물음에 쌍극천효는 즉시 대답했다.

[역시 척살(剔煞)함이...]

갑자기 혈종이 그의 말을 끊었다.

[척살(剔煞)함은 하책이다. 자존심이 강한 자들이라니... 그 점을 이용하여 굴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쌍극천효는 등줄기로 식은 땀을 흐르는 것을 느꼈다.

(혈종(血宗)께서는 노부 못지 않은 심기를 지니신 분이다.)

쌍극천효는 일말의 두려운 감정이 일었다.

심기방면에 있어서만큼은 천하제일이라고 자부하던 그였다.

한데 혈종의 안목이 자신에 못지않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쌍극천효는 그런 내심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혈종의 분부하심, 각골명심하겠습니다.]

그는 혈벽을 향해 깊이 고개를 조아렸다.

[이제... 때가 되었다. 혈종오패(血宗五覇)를 잠에서 깨워랏! 일시에 천하는 혈종의 것으로 하리라!]

[혈종(血宗)...!]

쌍극천효가 격동하여 몸을 떨었다.

혈종은 웅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열흘 후! 본종의 현신이 있으리라. 그때까지 혈종오패의 전력을 모아놓아야 한다!]

[혈종! 심려 놓으소서...!]

그그그그그... !

열렸던 혈벽이 굉음을 내며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다.

[혈종이시여...!]

그모습을 보며 쌍극천효는 오체복지하여 감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스스스스... 츠츠츳!

점차, 칙칙한 혈기도 속으로 사그러져 갔다.

사그러지는 혈기사이로 혈종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쌍극천효(雙極天梟)! 그대를 믿는다. 본종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 --- --- !

크르르르르... ...!

혈벽은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가랏! 가서 본종의 현신을 기다려라!]

그 한마디를 마지막으로,

깊은 죽음의 적막의 절곡을 뒤덮었다.

그제야 쌍극천효는 몸을 일으켰다.

[후훗! 천하는 모르리라!]

그는 닫혀진 혈벽을 주시하며 기묘한 미소를 지었다.

[신기보(神奇譜) 제삼서열의 신기(神奇)가 이곳 지옥애(地獄崖)에 있음을...!]

이럴 수가...!

신기보(神奇譜) 제삼신기(第三神奇)라니...!

그것은 혈정극마갱(血精極魔坑)의 신기(神奇)가 아닌가!

 

---혈정극마갱(血精極魔坑)!

 

()와 사()가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극마지경(極魔之境)이 거기에 있다는 저주의 지옥마소(地獄魔所)가 아닌가?

그 혈정극마갱이 혈벽(血壁) 안에 있다니...!

너무도 놀라운 일이 아닌가?

[흐흐흣! 제일이 되기를 원치는 않는다. 야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타고 난 재주가 모자람을 알기 때문이다!]

쌍극천효의 두 눈이 극히 음사하게 빛났다.

[흐핫하! 그러나... 반년 후에는 제일은 못되어도 제이(第二)는 되어 있으리라!]

--- --- !

쌍극천효는 크게 웃으며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의 신형은 삽시에 까마득한 절벽을 치솟고 있었다.

그와 함께,

그그그그그... 그긍!

--- --- 우우우웅!

다시 마()와 피()를 부르는 진동이 지옥애(地獄崖)를 울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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序章 (二)



              神奇之章





<신기보(神奇譜)>


신기보(神奇譜)라는 것이 천병보(天兵譜)와 함께 한다.

천병보(天兵譜)가 병기의 계보라면,

신기보(神奇譜)는 전설(傳說)과 기사(奇事)가 계보다.

무림사 수천 년이 지나면서 수많은 신기(神奇), 전설(傳說), 기사(奇事)가 창출되었다.

신기보(神奇譜)는 이것들을 기록한 것이다.

무려 삼천종의 신화와 전설이 그 안에 살아있는 것이다.

이것이 신기보(神奇譜)이며...

모든 신기(神奇)에는 서열이 메겨져 있다.

신기보(神奇譜)에는 천세에 잊혀 지지 않는 세 가지 신기(神奇)가 있다.


<삼대신기(三大神奇)>


삼대신기라 불리는 전설을 신기보(神奇譜)는 이렇게 말한다.


---태초(太初), 태극일원(太極一元)이 아직 혼몽 속에 있을 때 아주 크고 혼탁함 만이 오직 가득하더라.

---이는 대혼돈(大混沌)이라 하며 또한 대천황(大天荒)이라 하니라.


---대천황(大天荒)---


전설은 대천황(大天荒)이 있었음을 말한다.

태극(太極), 태허(太虛), 그 이전에 극히 크고 허허(虛虛)로운 대혼돈(大混沌)이 있음을...


---천황(天荒).


만상(萬象)의 그 이견,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지혜가 통하지 않는 대근원이 이것이다.

천황지기(天荒之氣).

만상의 근원인 천황지기(天荒之氣).

그것은 영겁 속에서 만상을 탄생시키며 흩어졌다.

흔적도 남기지 않고 만상으로 흩어져 간 것이다.


한데, 언제부터인가 한가닥의 전설이 인구에 회자하며 전해 내려온다.

그것은 이렇게 말한다.


---대천황지기(大天荒之氣)가 억겁(億겁)을 넘어 정(精)으로 뭉친 곳이 있다.

---한 모금의 천황지기(天荒之氣)를 취해도 천신(天神)이 될 수 있다.


<대천황연(大天荒衍)>


X X X


---천마(天魔)가 강림하다.

---마기(魔氣) 천지(天地)를 뒤덮어 이백성장에 이르다.

---천지지간에 정(正)이 멸절하고 마영(魔影)만이 가득하도다.


그것이 언제인지 정확히 알려진바 없다.

다만 무림이 막 태동되었을 무렵이었으리라.

그때, 한 명의 대마종(大魔宗)이 있었다.


<천마(天魔)>


완벽한 비밀로 나서 완벽한 비밀로 사라졌던 대마종이 있었다.

이백 년을 천하 위레 군림하고도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았던 천마지존(天魔至尊)이 있었다.

죽음(死)과 암흑(暗黑)의 신(神).

천마(天魔).

고금오대마종(古今五大魔宗)의 지존(至尊)이며 영원한 마도대조종(魔道大祖宗)이 바로 그다.

그는, 신비 속의 출현만큼이나 신비롭게 인세에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후,

한가닥 소문이 떠돌았다.


---천마는 천마총(天魔塚)가 묻혔다는 천마총에 대한 소문이었다.


천하인은 광분하여 천마총을 찾아 헤매였다.

왜?

그것은 천마총에 천마(天魔)의 모든 것이 비장되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제이(第二)의 천마(天魔).

그것은 곧 천하지존(天下至尊)을 의미하지 않는가?


이것이 신기보 제이신기(第二神奇)이다.


X X X


마(魔)와 사(邪)의 영원한 이상향(理想鄕)이 있다.

사마(邪魔)가 영원히 죽지 않는 곳,


<혈정극마갱(血精極魔坑)>


이 또한 대천황(大天荒)에서 나왔다.


---혼탁하고 무거우며 어두운 기운이 가라앉은 땅(地)이 되리라.


혈정극마갱(血精極魔坑)!

바로 어둠(暗)과 악(惡)함의 정(精)이 혈기(血氣)로 모이는 곳!

그곳이 바로 사마(邪魔)의 이상향인 혈정극마갱이다.

마령(魔靈)과 사령(邪靈)의 강함을 천만배로 눌려 주며,

영원히 죽지 않는 극마존체(極魔尊體)가 이루어지는 비밀이 혈정(血精)에 있다.


---혈정(血精)의 비밀을 풀어라!

---혈정극마갱(血精極魔坑)에 들어라. 곧 영세무적(英世無敵)이 되리라!


천세(千歲)에 걸쳐 사마(邪魔)의 추종자들은 광분하여 구주팔황(九州八荒)을 뒤집고 다녔다.

그러나...

없었다!

그 어느 곳에도 혈정극마갱의 혈기(血氣)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사마의 핏발선 눈길은 잠기지 않았다.


---찾아라! 항시 정(正)에 눌리어 살아갈 수는 없지 않는가?

---회천(回天)의 사령지계(邪靈之界)는 혈정극마갱(血精極魔坑)에만 있다.


그렇게...

사마지도들의 핏발 선 눈길은 하늘의 끝과 땅의 밑바닥까지 훑고 있다.

과연...


---혈정극마갱(血精極魔坑)!


그 공포와 저주와 동경의 사마지경(邪魔之境)은 있는가?

과연... 있는가?


이것이 신기보(神奇譜) 서열 삼위와 신기(神奇)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풍운(大風雲)의 발원지이기도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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序章 (一)

 

            天兵之章

 

 

 

<천병보(天兵譜)>

 

천병보(天兵譜)라는 책이 있다.

만겁무림(萬겁武林)에는 수천 수만의 병기(兵器)들이 나타났었고,

천병보(天兵譜)는 그중 일천(一千)의 절대명기(絶代名器)들을 적은 기록이다.

즉, 천병보(天兵譜)는 병장기들의 계보인 것이다.

병기의 모양, 종류, 만든 장인과 사용한 명인(名人)들 뿐 아니고,

병기와 얽힌 은원, 기연까지도 그 안에 수록되어 있다.

 

천병보(天兵譜)를 누가 처음 지었는지도 아무도 모른다.

다만 천병보의 기록이 이천 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알려졌을 뿐...

천병보의 내용은 무림의 풍운과 더불어 변한다.

구병(舊兵)을 몰아내고 나의 신병(新兵)을 천병일천좌(天兵一千坐)에 올린다!

이것이 무림인들의 지상목표다.

천병보의 서열은 곧 병기주의 서열을 의미하므로,

그러나...

천세의 풍운에도 그 고고함을 잃지 않은 절대신병(絶代神兵)들이 있다.

영광스러운 천병일천좌에서도 최고봉을 지키는 열 개의 신병들...

이를 가리켜 천하는 천지십병(天地十兵)이라 하여 숭앙해왔다.

 

<천지십병(天地十兵)>

 

천병일천좌의 수좌(首坐)에서 서열 제 십좌를 지키는 십종신병(十種神兵)들이다.

---천지십병(天地十兵)!

그것은 무적(無敵)이고,

그것은 초극(초極)이며,

그것을 얻음은 곧 천하(天下)를 얻음이다.

 

천지십병(天地十兵)의 수좌(首坐)!

그 불멸의 영예는 전설(傳說)에 있다.

전설은 이렇게 말한다.

 

---태극일원(太極一元) 그 이전, 만상(萬象)에서 깨어나지 않았을 때.

대천황(大天荒)의 천황지기(天荒之氣)가 팔십겁(八十겁)을 쌓여 천병(天兵)을 이루다.

---이를 일컬어 팔황천병(八荒天兵)이라 하니라.

 

<팔황천병(八荒天兵)>

 

절대무적(絶代無敵)!

독존최강(毒尊最强)!

하늘(天)을 가르고 천신(天神)이라도 벨 수 있다는 천병지존(天兵至尊)!

형체(形體)도 모른다.

과연 어떤 종류의 병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팔황천병(八荒天兵)!

그것은 천병일천좌(天兵一千坐)의 수좌(首坐)이며 지존이다.

천하(天下) 위에 있다는 천상천병(天上天兵)!

그것이 팔황천병(八荒天兵)이다.

 

그리고...

천병일천좌의 서열이 위에서 구위까지 신병(神兵)에는 서열이 없다.

같은 시대에 한 번도 함께 나타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무도 가공스러운 위력을 지닌 병기들인지라.

그 진정한 위력들이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 팔대중병(八大重兵)은 다시 사대마병(四大魔兵)과 사대신병(四大神兵)으로 분류된다.

 

<사대마병(四大魔兵)>

 

---천마지존비(天魔至尊匕).

---만독묵린편(萬毒墨鱗鞭).

---혈황탈(血荒奪).

---천향옥잠(天香玉簪).

 

<사대신병(四大神兵)>

 

---천형제황검(天形帝皇劍).

---봉황극락조(鳳凰極樂鳥).

---패천신륜(覇天神輪).

---태양천화신창(太陽天火神槍).

 

이들이 무(無) 서열로 천병일천좌의 이위에서 구위를 차지하는 신병들이다.

 

---사대마병(四大魔兵).

---사대신병(四大神兵).

 

팔황천병(八荒天兵)의 전설에만 눌릴 뿐,

천세무림에 독존(毒尊) 무적(無敵)으로 군림해온 중병기들이 이것이다.

그중 일병(一兵)만 나타나도,

천하(天下)가 무릎을 꿇는다 전해진다.

 

그리고...

천병일천좌(天兵一天坐)의 제십좌(第十坐)의 병기가 있다.

이름하여,

 

<천극(天戟)>

 

그것은 아무런 특징이 없는 무기다.

극히 평범한... 아니 초라하기까지 한 하나의 극(戟)이 천극(天戟)이라 불린다.

천극(天戟)에 어떤 힘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지수의 병기...

그것이 천극(天戟)이다.

그것을 사용한 인물은 대라천기선(大羅天機仙)이라는 인물이다.

무림최고의 현자(賢者)라 불리는 그의 한 마디가 천극을 천병일천좌의 서열 십위 안에 있게 하였다.

 

--- 때(時)가 오리라. 천극(天戟)이 대광풍(大狂風)을 쓸어버릴 때가 오리라.

 

대라천기선(大羅天機仙)!

천년 후의 일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안다는 최고의 현자...

그의 말을 천하는 믿는다.

믿기에 천극(天戟)을 천지십병(天地十兵)에 두른 것이다.

 

팔황천병(八荒天兵).

사대마병(四大魔兵).

사대신병(四大神兵).

천극(天戟).

 

<천지십병(天地十兵)>

 

은원은... 십병(十兵)이 동시대에 나타나면서 광풍으로 시작된다.

대영웅(大英雄), 그리고 상상치 못한 대혈마(大血魔)의 부활로 천지가 초유의 혼돈으로 치닫나니...

이것이 천병지장(天兵之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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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4월 전 6권 박스본으로 출간한 대본소용 무협지입니다.

박스본이란 5-7권의 무협지를 박스 하나에 넣어 만화대본소에 보급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무려 37년 전의 작품입니다.

다시 읽어보면 참으로 얼굴이 화끈거리는 구성과 묘사로 범벅이 되어있군요.

강산이 네번 가까이 변하기 전의 유물이라는 점, 감안하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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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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