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4'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5.01.24 [대도전능] 25화 변해버린 친구들
728x90

https://library.munpia.com/ionrain/novel/detail?novelId=448164

 

와룡강™님의 서재

 

library.munpia.com

***티스토리에서의 연재는 유감스럽지만 여기까지입니다. 유료연재가 곧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뒷편이 궁금하신 회원님들께서는 상단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5

 

     변해버린 친구들

 

 

 

가난한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달래주는데 술만한 것이 없다.

해하촌에도 술집이 여럿 있다.

술집들 중 장사가 가장 잘 되는 건 방주가(方酒家).

방씨(方氏) 성의 주모가 운영해서 방주가로 불리는데 구비한 술이 다양하고 안주가 맛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하촌 밖에까지 소문이 나서 찾아오는 외지 손님들도 적지 않다.

오늘도 방주가는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제법 넓은 실내 뿐 아니라 거리에 내놓은 자리까지 만석이다.

분이엄마! 술 떨어졌어!”

가게 밖에서 친구 두 명과 술을 마시던 사내가 가게 안에 대고 외쳤다. 막노동일 하는 왕()씨다.

같은 걸로 내가면 되지요?”

가게 안에서 쾌활한 여자의 대답이 들렸다.

곧 한 여인이 술병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나이는 삼십대 중반 정도인데 후덕한 몸매와 얼굴을 지닌 여자다. 꾸민 게 아니라 타고난 웃는 얼굴이 보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녀가 방주가의 주인인 방사낭(方四娘)이다.

아직 벌건 대낮인데 무슨 술들을 이렇게 푼데?”

방사낭은 술꾼들의 자리로 오며 지청구를 해대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에 성내에 가서 일거리라도 알아봐요. 애들 엄마한테만 돈 벌어오게 하는 거 미안하지도 않아요?”

핀잔을 들은 왕씨가 한숨을 푹 쉬었다.

누군 일 안하고 싶겠어? 요즘은 금릉 성내에 들어가 봐도 막일거리 하나 구하기 어려워.”

왕씨와 동석한 친구들이 거들었다.

흉년 때문에 농사 때려 친 농투성이들이 꿀단지에 개미 꼬이듯 금릉으로 몰려들고 있거든.”

품삯이 반 토막 난데다가 일 주는 인간들도 젊은 놈들만 쓰려 하고 우리같이 나이 좀 먹은 것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아.”

이러다가 입에 풀칠도 못하는 깝깝한 시절이 또 오는 거 아닌가 몰라.”

왕씨는 한숨 쉬는 척 하며 방사낭의 엉덩이를 훔쳐보았다.

낡은 삼베 치마 안에서 푸짐한 둔부가 물풍선처럼 출렁거리고 있다.

세상 탓, 시절 탓만 하고 있으면 뭘 해요? 어려운 때일수록 더 정신 바짝 차리고 먹고 살길 찾아봐야지.”

왕씨의 엉큼한 시선을 눈치 채지 못한 방사낭은 술병을 탁자에 놓으며 눈을 흘겼다.

맨날 외상으로 술이나 푸고... 오늘은 술 더 못 주니까 일찍 끝내고 집에 돌아들 가 봐요.”

방사낭이 다시 가게로 돌아가려고 돌아설 때였다.

(따귀 한 대 맞더라도 안 만져볼 수가 없지!)

유혹을 참지 못한 왕씨는 눈앞에서 출렁이는 방사낭의 엉덩이를 만지려 손을 뻗었다.

콰득!

바로 그때 누군가의 손아귀가 왕씨의 손목을 으스러트릴 듯 움켜쥐었다.

아이쿠!”

왕씨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언제였는지 거구의 청년이 탁자 옆에 서서 왕씨의 손목을 움켜잡고 있었다. 눈을 고리처럼 부릅뜨고 있는 그 청년은 철두다.

철두 뒤에는 화려한 비단 옷을 입은 정칠이 히죽거리고 있었다.

정칠의 두 세 걸음 뒤에는 말린 연잎에 싼 고기를 들고 있는 육항과 육철이 서있다.

에그머니!”

뒤늦게 알아차린 방사낭이 두 손으로 엉덩이 감싸며 돌아보았다.

... 철두, 너 이 새끼 무슨 행패냐?”

손목이 잡힌 왕씨가 엉거주춤 일어서며 오만상을 썼다.

갑작스러운 소동에 방주가의 손님들은 물론이고 오가던 사람들도 걸음을 멈추며 보고 있었다.

발뺌해도 소용없어. 아저씨가 엉큼한 짓 하려던 걸 우리가 제대로 봤으니까.”

정칠이 웃으며 다가왔다.

... 엉큼한 짓이라니... 무슨 헛소리를...”

왕씨는 당황하며 정칠을 돌아보았다. 왕씨도 해하촌 토박이지만 삼년만에 너무 변한 정칠을 알아보지 못했다.

(정칠?)

반면 방사낭은 어렵지 않게 정칠을 알아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죄를 지었으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겠지?”

스릉!

정칠은 차고 있던 칼을 뽑았다. 손잡이와 칼집이 지나치게 화려해서 장식용처럼 보였지만 날이 새파랗게 선 실제 칼이었다.

... 무슨 짓을 하려고...”

... 그 날붙이 집어넣지 못해?”

왕씨의 술친구들이 기겁하며 물러섰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철두야. 그 인간 팔 잘 잡고 있어라. 두 번 다시 죄 짓지 못하도록 못 된 손을 몸에서 분리시켜줘야겠다.”

정칠은 칼로 왕씨의 손목을 겨누며 히죽거렸다.

... 안돼!”

왕씨는 비명을 지르지만 몸부림쳤다.

하지만 철두의 손아귀 힘이 워낙 강해서 손목을 빼내지는 못했다.

다시는... 다시는 죄 짓지 않을 테니 이러지 마라.”

왕씨가 겁에 질려 애원했다.

이미 늦었어. 몸부림치면 손목 말고 다른 곳까지 잘릴 수 있으니 얌전히 있는 게 좋을 거야.”

정칠은 칼을 쳐들며 냉혹하게 웃었다.

히익!”

왕씨는 공포에 휩싸였고 주변 사람들도 겁에 질려 누구 하나 왕씨를 도우려 하지 못했다.

철썩!

그때 갑자기 방사낭이 왕씨의 뺨을 모질게 후려쳤다.

!”

뺨을 얻어맞은 왕씨의 얼굴이 홱 돌아갔다.

왕씨의 손목 잡고 있던 철두는 움찔했다.

반면 정칠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히죽거리며 칼을 거뒀다.

못된 인간 같으니... 밖에서 이럴 정신 있으면 집에 가서 고생하는 마누라 엉덩이나 한 번 더 두드려줘.”

방사낭은 왕씨에게 눈을 부라렸다.

... 미안하네.”

뺨이 벌개진 왕씨가 방사낭의 눈치를 살폈다.

이 정도면 되었다. 왕씨도 정신 들었을 테니 그만 놔줘라.”

...”

방사낭의 말에 철두는 순순히 왕씨의 손목을 놔주었다.

(역시 분이처럼 분이 엄마도 눈치가 빠르고 융통성이 있어. 내가 겁만 주려고 했다는 걸 알아차리고 적절하게 마무리를 짓고 말이야.)

정칠은 칼을 칼집에 넣으며 웃었다.

방사낭은 바로 분이의 엄마다.

... 미안하이! 나중에 다시 와서 사과함세.”

왕씨가 허둥대며 술친구들과 함께 방주가를 떠났다.

구경꺼리가 사라지자 오가던 사람들도 다시 제 갈길을 간다.

너 정말 정칠이었구나.”

방사낭이 정칠의 아래 위를 살피며 반색했다.

안녕하셨습니까 아주머니?”

멀끔해졌네. 못 본 사이에 어른이 다 되었어.”

방사낭은 정칠의 팔을 토닥이며 반가워했다..

시간이 좀 많이 지나긴 했지요?”

정칠은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 긁적거렸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어린 시절의 개구쟁이 정칠이다.

오랜만에 보게 되어서 반갑구나. 어서 안으로 들어가자.”

방사낭이 정칠의 팔을 잡아끌었다.

너희들도 들어와라.”

정칠은 방사낭에게 끌려 가게로 들어가며 육항과 육철에게 말했다.

예 사두!”

감사합니다.”

육항과 육철은 습관적으로 고개를 팍 숙이며 대답했다.

 

가게 안은 낮술 푸는 손님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방금 전과 달리 가게 안이 조용하다.

방사낭에게 이끌려 들어오는 정칠과 그 뒤를 쭈뼛거리며 따라오는 철두, 육항, 육철 때문이다.

손님들도 가게 밖에서 일어난 소동을 알고 있었다.

철두하고 조용히 얘기를 하고 싶은데 내실로 들어가도 되죠?”

그럼 되고 말고...”

방사낭은 정칠의 팔을 놔주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 있어라. 곧 술상 차려주마.”

고기를 좀 가져왔습니다.”

철두가 소매를 걷으며 음식을 만들려는 방사낭 앞에 말린 연잎으로 싼 고기를 내려놓았다.

잘 했다. 오랜만에 정칠이가 고향 찾아왔는데 잘 먹여서 보내야지.”

방사낭은 반색을 하며 말린 연잎을 풀기 시작했다.

제가 데려온 애들에게도 술 좀 내주십쇼.”

정칠은 자기 집에 오기라도 한 듯 가게 안쪽으로 통하는 문을 자연스럽게 열고 들어갔다.

걱정 말거라. 장정들은 편한 자리에 앉아.”

!”

신세 지겠슴다 고낭(姑娘;고모, 아줌마)!”

방사낭의 말에 육항과 육철은 정칠에게 하듯 고개를 팍 꺾으며 대답했다.

육씨 형제가 부담스러웠는지 슬금슬금 가게에 나가는 손님들도 있었다.

 

***

 

가게 안쪽에는 작은 마당이 있다.

마당 좌우에는 작은 방들이 마주 보고 있으며 중앙에는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다.

가게는 좀 커졌지만 내실은 변한 게 없구만.”

정칠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철두와 마주 앉으며 두리번거렸다.

어렸을 때는 수시로 여길 드나들었는데... 저 방이 분이의 방이었지?”

정칠은 좌측의 방을 보며 말했다.

철두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분이는 지금 여기 안 산다.”

여기 안 살면?”

정칠이 돌아보았지만 철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게 된 거로군.)

표정이 좋지 않은 철두를 보며 정칠은 짐작 가는 게 있었다.

정칠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분이가 부운이와 살림이라도 차린 거냐?”

살림을 차린 건 아니고... 네가 마을을 떠난 후 분이는 본격적으로 온고당 일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매일 오가는 것도 번거롭다면서 아예 온고당에서 숙식을 하고 있다.”

철두가 뚱해서 말할 때였다.

그 못된 년 얘기는 하덜 마라.”

방사낭이 술병과 안주가 놓인 쟁반을 들고 마당으로 들어왔다.

어미가 혼자 가게 꾸려가느라 진 빠지는 걸 뻔히 알면서도 온고당으로 내빼버렸지 뭐냐?”

방사낭은 궁시렁 대면서 탁자에 술병과 안주를 내려놓았다.

무정한 년 같으니... 이래서 딸년은 키워봤자 말짱 헛 거라는 옛말도 생긴 거야.”

입으로는 궁시렁 거리지만 정작 방사낭의 표정은 밝다.

해하촌에서 부운이만한 신랑감은 없다. 딸이 부운이와 잘 되어가고 있는 분위기이니 방사낭으로서는 기꺼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칠이 넉살 좋게 맞장구를 쳤다.

속상하게 할진 몰라도 예쁘게는 자랐잖아요. 지난 삼년간 금릉에서 여자들 많이 봤지만 분이만한 미녀는 눈에 띄지 않더라구요.”

내가 낳은 딸년이라 하는 말은 아니지만 분이가 어미 닮아서 인물은 좀 되지.”

방사낭이 흐뭇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렇구 말구요.”

정칠도 웃으며 맞장구 쳤지만 철두는 어색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철두가 가져온 고기 곧 구워다 줄 테니 술부터 마시고 있어라.”

방사낭은 빈 쟁반을 들고 가게로 통하는 문으로 갔다.

천천히 갖다 주세요.”

안주 나오기 전에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라.”

방사낭은 문을 닫고 나갔다

분이엄마 인심 좋은 건 여전하네. 우리 어렸을 때도 배 곯는 아이들 챙겨 먹이느라 늘 빚에 허덕거렸었지.”

딴전 부리지 말고...”

철두가 정칠의 너스레를 끊으며 노려보았다.

느닷없이 찾아온 이유를 털어놔라.”

철두의 표정이 살벌해졌다.

그 자식 참 급하긴...”

정칠은 한숨을 쉬며 술병을 집어들었다.

우선 한잔 하고 얘기하자. 이 잔 받고 나도 따라줘라.”

정칠은 술잔에 술을 따라서 철두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철두는 술잔을 받지 않고 정칠을 노려보기만 했다.

그래 그래 알았다 임마.”

정칠을 한숨을 쉬며 술병과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솔직하게 말하마. 난 부운이의 근황이 궁금해서 찾아왔다.”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5.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