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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라버리다.

 

 

 

누구...!”

기겁한 마삼은 허리에 차고 있는 칼을 뽑으려 했다.

하지만 마삼은 칼을 뽑지도 고함을 토해내지도 못했다.

콰득!

강철같은 손아귀에 목이 잡힌 때문이다.

끄윽...”

단번에 경동맥이 막힌 마삼은 그대로 기절했다.

거기까지!”

복면인은 축 늘어진 마삼의 몸뚱이를 옆으로 던져버리며 건물로 들어갔다.

!”

뭐냐?”

손자경을 겁탈하던 세 망나니가 기겁하며 돌아보았다.

알몸인 이보옥은 역시 알몸이 된 손자경의 가랑이를 벌려놓고 올라타려던 참이었다.

천계주와 엄숭환은 좌우에서 손자경의 팔과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너무 늦게 도착하지는 않은 것 같군.”

일별(一瞥)로 상황을 파악한 복면인은 안도하며 침대로 다가갔다.

손자경은 발가벗겨지긴 했지만 겁탈까지 당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대독금봉의 안내가 조금만 늦었어도 한 소녀의 인생이 비참해질 뻔 했다.

검은색의 복면을 쓴 사내는 물론 부운이다.

, 웬 놈이냐?”

이보옥은 당황해서 아랫도리를 손으로 가렸다.

네놈이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뒈질 곳을 찾아온 것이냐?”

천계주와 엄승환은 당황한 와중에도 눈을 부라리며 침대에서 뛰어내렸다. 흑사회 출신들이다보니 배포는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

물론 배포 따위가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콰직! !

천계주는 철퇴같은 주먹에 맞아 턱뼈가 박살나고 이빨 대부분을 토해냈다.

엄승환은 명치에 쇠말뚝이 박히는 것 같은 충격에 정신을 놓았다.

털썩! 퍼억!

정신을 잃은 두 망나니는 침대 좌우로 나뒹굴었다.

부운이 침대 좌우로 오가며 그놈들을 줘 팬 속도는 너무도 빨라서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의 삼보면천 보법은 삼년 전과는 또 다른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헛걸음 했군.”

사라졌다가 다시 침대 발치에 나타난 부운은 혀를 찼다.

대독금봉이 색마살귀를 발견한 줄 알고 따라와 봤더니 흑사회의 망나니들이 못된 짓을 하는 현장이었다.

... 꺼져라!”

혀를 차는 부운의 귀에 겁에 질려 악을 쓰는 소리가 들렸다.

... 당장 이 방에서 나가지 않으면 이 계집의 목을 부러트리고 말겠다.”

알몸의 이보옥이 역시 알몸인 손자경을 뒤에서 끌어안은 채 벌벌 떨고 있었다.

그자는 천계주와 엄승환이 부운에게 쥐어 터지는 사이에 손자경을 방패막이로 삼은 것이다.

이보옥의 팔에 목이 감겨진 손자경은 수치심에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또 한명의 사내에게 알몸을 보이게 된 때문이다.

손자경은 필사적으로 가랑이를 오므리고 두 손으로 가슴과 사타구니를 가리려 애썼다.

이거 참...”

본의 아니게 손자경의 알몸을 정면에서 보게 된 부운은 복면 위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가급적 좋게 끝내려고 했는데 자청해서 피를 보길 원하는군.”

껍질을 벗겨 죽여도 시원찮은 새끼야! 지금 네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기나 하냐?”

손자경의 알몸 뒤에 숨은 이보옥이 독이 올라서 악을 썼다.

네놈이 해코지한 친구들은 만복도장과 탐화루의 후계자들이다. 게다가 본 공자는 금릉 흑사회 최대 조직인 첩혈당의 소당주다.”

이보옥은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 부운이 기가 죽을 것으로 기대했다.

물론 오산이었다.

소면첩혈 이세창의 아들이었단 말이지? 그렇잖아도 어디선가 본 것같은 얼굴이라 했더니 흡혈귀 이세창의 망나니 아들놈이었군.”

상대가 누군지 알고도 부운은 피식 웃었다.

내가 누군지 안다면 날 건드릴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도 잘 알 것이다. 오죽했으면 황실이나 관부조차 후환이 두려워 우리 첩혈당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겠느냐?”

이보옥은 사력을 다해 악을 썼다.

상대를 겁주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소란을 피워야만 탐화루의 어깨들이 변고를 알아차릴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용서를 빌면 본공자도 너그럽게...

악을 쓰던 이보옥의 눈이 부릅떠졌다.

!

부운이 오른손의 검지로 자신의 아랫도리를 겨누고 있는데 손가락 마디가 밝게 백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이보옥은 손자경의 가냘픈 알몸으로 자기 몸을 가리려 애썼다. 나름대로 무공도 익힌 터라 부운의 손가락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보는 순간 오싹한 한기가 느껴진 것이다.

실례지만 조금 일어나 주지 않으시겠소 소저?”

지이잉!

부운은 백열 되며 진동하는 손가락으로 손자경의 아랫도리를 겨누며 말했다.

손자경은 예쁠 뿐 아니라 영특하기도 한 소녀다.

즉시 부운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다만 부운이 하려는 일에 협조를 하려면 너무도 부끄러운 짓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죽고 싶어!)

손자경은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가랑이를 벌리며 엉덩이를 쳐들었다.

그 바람에 가랑이 사이의 부끄러운 부분이 적나라하게 부운의 시야에 노출되었다.

네년 무슨 짓을...!”

손자경이 갑자기 가랑이를 벌리며 엉덩이를 들자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이보옥이 기겁할 때였다.

따앙!

백열되어 진동하던 부운의 손가락 끝에서 마치 강철 줄이 끊어지는 것 같은 날카로운 소리가 터져나왔다.

동시에 이보옥은 아랫도리에서 화끈한 작렬감을 느꼈다.

끄아아악!”

너무도 끔찍한 고통에 이보옥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

힘이 빠진 이보옥의 팔에서 풀려나 앞으로 나뒹굴던 손자경은 몸서리를 쳤다. 돌아본 시야에 너무도 끔찍한 광경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보옥의 하초(下焦)는 칼질당한 오이처럼 댕강 잘려나간 상태였다. 잘려진 부분은 침대에 떨어져 펄떡이고 있고 상처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흘러나오고 있다.

부운은 지력을 날려 이보옥의 양물을 잘라버린 것이다.

그가 사용한 지력은 독천존이 전수해준 비파천강지였다.

빠르기는 전광석화 같고 강철도 간단히 뚫는 위력을 지닌 비파천강지다.

무공이라고 해봐야 보잘 것 없는 수준인 이보옥이 피하거나 막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다만 그자의 몸 대부분이 손자경의 알몸에 가려져 있었다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부운은 손자경에게 이보옥의 아랫도리가 드러나게 협조해달라고 한 것이다.

영특한 손자경은 가랑이를 벌리고 엉덩이를 들어 이보옥의 양물이 부운의 눈에 들어가게 만들었고...

끄아아악! 안돼! 안돼! 끄아아악!”

이보옥은 피투성이가 된 아랫도리를 부여잡고 침대 위를 뒹굴었다.

손자경은 몸서리를 치며 엉금엉금 기어서 이보옥으로부터 멀어졌다.

!

그런 그녀의 알몸에 화려한 비단옷이 걸쳐졌다.

이가놈의 옷인 것 같지만 급한 대로 걸치시오.”

부운은 손자경의 알몸을 이보옥의 겉옷으로 가려주며 말했다.

... 고마워요.”

손자경은 얼굴이 모닥불처럼 달아오른 채 급히 비단옷을 여몄다.

끄아아악!”

그 사이에도 이보옥은 멱이 따인 돼지처럼 비명을 지르며 침대 위를 뒹굴고 있었다. 널찍한 침대는 이미 피 칠갑이 되어 있었다.

도련님의 거처에서 비명이 들린다.”

도련님! 무사하십니까?”

건물 밖에서 다급한 외침들이 들려왔다. 변고를 알아차린 탐화루의 건달들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

 

신소심은 근처 건물 위에 서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많은 불빛들이 일렁이면서 손에 손에 무기를 든 사내들이 몰려오고 있다.

(일 처리가 깔끔한 자는 아니네. 나였다면 버러지들이 비명을 지를 기회도 주지 않고 해치웠을 텐데...)

신소심이 코웃음을 칠 때였다.

일이 벌어진 건물에서 부운이 나오는 게 신소심의 눈에 들어왔다.

부운은 이보옥의 헐렁한 비단옷에 파묻혀 있는 손자경을 두 팔로 안고 있었다.

(저 계집이 태자태부 손충의 외동딸 손자경...)

신소심은 몸을 숙이며 손자경을 내려다보았다. 손부 근처에서부터 독안효 마삼을 추격해왔지만 손자경의 얼굴을 이제야 자세히 보게 되었다.

얼굴이 도화빛으로 물든 손자경은 작은 고양이처럼 부운의 품에 안겨있다.

(소문대로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 할만한 미모네. 황태손 주첨기가 저년을 보려고 기회 날 때마다 북경에서 금릉까지 달려온다는 게 이해가 갈 정도로...)

마치 도자기로 빚은 인형같은 손자경의 얼굴은 신소심으로 하여금 난생 처음 열등감이란 감정을 느끼게 했다.

손자경은 여자인 신소심이 보기에도 너무나 예뻤다.

그 사이에 손자경을 품에 안은 부운은 건물 앞의 마당으로 나섰다.

무사하십니까 도련님?”

무슨 일입니까?”

불빛들이 사방에서 몰려들며 다급한 외침과 발자국 소리들이 들려왔다.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빠져나가야하니 잠시 눈을 감아주시오.”

부운은 가볍게 제자리걸음을 하며 말했다.

...”

손자경이 수줍어하며 눈을 감은 직후였다.

!

제자리걸음을 하던 부운의 한 발이 지면을 강하게 밟았다.

(저럴 수가...)

신소심의 눈이 치떠진 것은 그 직후였다.

화악!

발을 한번 굴렀을 뿐인데 부운의 몸은 이미 수십 장 허공으로 치솟고 있었다.

(... 가공!)

신소심은 벌떡 일어났다.

나름대로 무공에 자부심이 있으며 경신술의 대가도 여럿 보아온 신소심이다.

하지만 발 한 번 굴러서 수십장을 치솟는 경신술은 듣도 보도 못했다.

신소심이 전율할 때 손자경을 품에 안은 부운은 이미 까마득히 멀어지고 있었다.

(정체를 알아야한다!)

휘익!

신소심도 급급히 몸을 날려 부운을 추격해갔다.

! ... 도련님!”

... 누가 이런 짓을...”

멀어지는 신소심 뒤로 일이 벌어진 건물로 몰려든 건달들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

손자경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세찬 바람소리가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귓전을 울렸다.

궁금해진 손자경은 부운의 경고를 잊고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런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밤하늘을 날고 있는 자신과 부운의 모습이었다.

반사적으로 내려다보니 휘황찬란한 불빛에 휘감긴 진회하의 기루들이 까마득한 아래쪽에 보였다.

화려하고 웅장하던 기루들의 건물들이 장난감처럼 작게 보인다.

흐윽!”

겁에 질린 손자경은 그때까지 가슴에 모으고 있던 두 팔로 부운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뭉클!

이보옥의 비단옷에 감싸인 손자경의 자그마한 젖가슴이 부운의 가슴에 짓눌려졌다.

(이거 참...)

두 겹의 천을 사이에 두고 느껴지는 소녀의 젖가슴 감촉에 부운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 낯이 설지는 않은 감촉이다. 앙큼한 분이가 수시로 매달리며 가슴을 문질러댔기 때문이다.

(... 하늘을 날고 있어!)

난감해하는 부운의 목에 필사적으로 매달린 채 손자경은 곁눈질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철이 든 이래 규방에서만 지내던 손자경이다.

밤하늘을 새처럼 나는 경험은 불과 반 시진 전까지만 해도 상상을 못했건 것이다.

너무도 비현실적이어서 꿈을 꾸고 있는 듯 황홀했다.

그래서 눈을 감고 있으라고 한 거요.”

부운은 새처럼 날아가며 웃었다.

...!”

손자경은 달달 떨면서도 연신 아래를 곁눈질했다.

다양한 인생들이 아웅다웅 하며 살아가는 세상이 너무도 작고 멀게만 느껴진다.

(거대한 새를 탄 것처럼 하늘을 날고 있어! 달님도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고...)

손자경은 밤하늘도 올려다보았다.

만월(滿月)에 가까워진 달이 잘 닦은 은쟁반처럼 보인다.

(이 사람이라면 나를 어디든지 데려다줄 것만 같아.)

부운의 목에 매달린 채 부운의 얼굴을 훔쳐보는 손자경의 얼굴은 독한 술에 취한 듯 발개져 있었다.

그녀는 직감하고 있었다. 자신이 평생 잊지 못할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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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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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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