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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대륙전장의 대청 건물. 화려한 복장의 무사들이 지키고 있고

대청 내부. 몇 명의 무사들이 입구쪽에 서있는데 대청 중앙에는 몇 명의 노인이 탁자를 둘러싸고 서서 탁자에 펼쳐진 두루마리 그림을 감정하고 있다. 노인들이 보고 있는 그림은 고개지의 낙신부도권. <투천환일>에 나온 <낙신부> 그림을 차용할 것. 탁자 주위에는 의자도 있지만 앉지 않고 서서 본다

대청의 다른 곳에서는 청풍이 뒷짐을 짚고 서서 벽에 걸린 그림들을 감상하고 있다. 청풍은 죽립은 쓰지 않은 모습이고

청풍이 보고 있는 것은 잘 그린 새 그림. 새가 꽃나무에 앉아있는 모습

청풍; [조길(趙佶), 이 양반은 확실히 그림 그릴 때 행복해했다는 게 느껴지는군.] 그림을 보며 독벡하고. 그때

[말씀하신 대로 송(宋) 휘종(徽宗)은 황제보다 화가가 되었어야할 위인이었소.] 누가 뒤에서 말하고. 돌아보는 청풍.

냉혈전호; [공자께서 보고 계시는 화조도(花鳥圖)만 봐도 그걸 알 수 있지 않겠소이까?] 뒤로 다가오며 말하고. 총관은 입구쪽에 서있고. 대청 안에 있던 노인들과 무사들이 냉혈전호에게 인사를 하고 있고

청풍; [송나라의 황제 휘종 조길이 그린 화조도를 직접 보는 호강을 했습니다.] 포권하며 웃고

냉혈전호; [휘종의 그림을 한 눈에 알아본 이공자의 안목에 경의를 표하겠소.] 마주 포권하고

청풍; [별 말씀을,...] 포권한 손을 좀 내리며 웃고

냉혈전호; [본인은 대륙전장의 장주를 맡고 있는 황보륜이외다.]

청풍; [존귀하신 대륙전장의 장주께서 소생같은 무명지배(無名之輩)를 직접 맞아주실 줄을 몰랐습니다.] 다시 손을 올려 포권하고

냉혈전호; [화성 고개지의 귀한 진품을 갖고 오셨는데 직접 인사를 드려야 예의가 아니겠소이까?] 마주 포권하고 + (이 어린 놈,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인데...) 냉혈전호는 청풍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어렸을 때 봐서 바로 떠올리지는 못하고

청풍; [아직 저 분들이 진품으로 판정을 내리지 않으셨습니다만...] 탁자 주변에 서있다가 돌아보는 노인들을 보며 웃고

냉혈전호; [노사들의 의견을 듣고 싶소이다.] 탁자로 다가가고, 청풍도 따라가고

노인1; [틀림없소이다.] 흥분

노인2; [그림에 사용된 비단과 염료는 천년이 넘은 것들이오.]

노인3; [붓을 쓰는 방식과 구도가 전해지는 대로 고개지 선생의 화풍이 틀림없소이다.] 역시 흥분

노인4; [이건 몽고족의 침입 때 사라졌다고 알려진 고개지의 낙신부도권이 분명하외다.] 그림 가리키며

냉혈전호; [오늘 여기에 모이신 노사들은 금릉 일대에서 고서화(古書畵) 감정으로 명성을 떨치고 계시는 명사들이시오.] 노인들을 소개하고. 청풍에게 아부하는 표정으로 고개 숙이는 노인들

냉혈전호; [이분들의 의견이 일치했으니 이 그림이 화성 고개지의 작품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소이다.] 탁자 위의 그림을 보면서

청풍; [진품이었다니 다행입니다.] 웃고

청풍; [사실 가보(家寶)로 전해지긴 했어도 낙신부도권이 진품일 거라는 확신은 없었습니다.] 그림을 보면서

냉혈전호; [전설적인 명화를 가보로 물려받으신 걸 보면 이공자는 명문가의 후손이신 듯 하오만...] 눈을 좀 가늘게 뜨며 묻고

청풍; [명문가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안의 역사가 오래 된 것은 사실입니다.] 웃고

냉혈전호; [그러시군요. 앉으시지요.] 의자를 권하고. 노인들은 옆으로 물러서고

냉혈전호; [얘기가 길어질 수도 있으니 편히 계시도록 하시오.] 청풍에게 의자를 권하며 자신도 맞은편의 의자에 앉으려 하고

청풍; [감사합니다.] 의자에 앉고. 노인들은 좌우로 물러서서 여전히 그림을 기웃거린다

냉혈전호; [공자의 제안은 총관을 통해서 들었소이다.] 맞은편 의자에 앉으면서

냉혈전호; [고개지의 낙신부도권을 담보로 백만 냥의 대출을 원하셨다지요?]

청풍; [급한 용처가 생겨서 백만 냥이 급히 필요합니다.]

냉혈전호; [화성 고개지가 그린 진품의 낙신부도권은 물론 무가의 지보입니다만...] 난색을 짓고

냉혈전호; [백만 냥은 워낙 큰 액수라 쉽게 대출을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은 양해 부탁드리겠소이다.]

청풍; [장주의 입장, 충분히 이해합니다.] 웃으며 손을 소매 속에 넣고

무사들 긴장하며 무기에 손을 가져가고

청풍; [그래서 담보물을 하나 더 가져왔습니다.]

냉혈전호; [고개지의 진품을 가져오셨으니 또 어떤 물건을 갖고 계신지 기대가 되는구려.] 눈 번득이며 보고. 노인들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보고

청풍; [바로 이것입니다.] 슥! 웃으며 소매 속에서 꺼내는 것은 구세군들이 쓰는 것같은 손잡이 달린 종이다. 물론 천병신기보에서 만든 진각철종이고

냉혈전호; [종(鍾) 아니외까?] 어리둥절. 노인들도 어리둥절

무사들도 긴장 풀며 무기에서 손을 떼고

청풍; [진각철종(振覺鐵鍾)이라는 물건이지요.] 웃으며 종을 들어 보이고

냉혈전호; [오래 된 물건은 아닌 듯 보입니다만...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하구려.] 종을 살펴보면서

청풍; [이 종의 쓰임새는...] 따라랑! 웃으며 종을 조금 흔들고. 이어

청풍; [섭혼술(攝魂術)입니다.] 띠리리링! 종을 흔들며 웃고.

냉혈전호; [섭혼술!] 경악

냉혈전호; [네놈이...] 팟! 경악하며 벌떡 일어나려 하지만

청풍; [이미 늦었어요.] 따라라랑! 땅! 빠르고 강하게 종을 흔들고. 순간

띵! 쩡! 현기증을 느끼며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는 모든 사람.

[끄윽!] [갑자기 졸음이...] 휘청! 털썩! 노인들과 무사들 모두 눈에 초점이 사라진 채 나뒹굴고.

냉혈전호; [끄윽!] 비틀

털썩! 퍽! 모두 나뒹구는 무사와 노인들. 반면

털썩! 냉혈전호는 기절하지 않고 의자에 다시 주저앉고

냉혈전호; (몸에서 기운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의자에 축 늘어지고. 눈도 초점이 없고.

청풍; [해칠 생각은 없으니 안심하세요.] 웃으며 종을 소매 속에 넣으면서 일어나고

청풍; [볼일 보는 대로 조용히 물러갈 테니까요.] 냉혈전호에게 다가가고

냉혈전호; [정... 정체가 뭐냐?] 헐떡이며 청풍을 올려다보고

냉혈전호; [아무 배경도 없는 놈이... 감히 이런 짓을 할 엄두는 못 내었을 텐데...] 헐떡이는 냉혈전호의 오른손 손목을 왼손으로 잡아 쳐드는 청풍.

청풍; [황보아저씨!] 슥! 냉혈전호의 오른손 중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오른손으로 잡아서 빼려고 하며

청풍; [아직도 내가 누군지 기억나지 않으세요?] 슥! 반지를 냉혈전호의 손가락에서 빼며 웃고.

냉혈전호; [네놈이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 + [!] 말하다가 눈 부릅뜨고

반지를 냉혈전호의 오른손 중지에서 완전히 빼며 웃는 청풍의 얼굴. 그 뒤로 이무외의 얼굴이 떠오르고

냉혈전호; [너... 너...] 경악하고. 숨이 턱 막히는 표정

청풍; [드디어 생각 나셨군요.] 웃으면서 냉혈전호의 손목을 놔주고. 오른손에는 반지를 쥔 채로

냉혈전호; [이... 이무외의 아들 이청풍!]

청풍; [맞아요.] [우린 오 년 전 혈궁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었지요?] 반지를 자신의 왼손 중지에 끼며 웃고

냉혈전호; [네가... 네가... 황산의 천추각에서 나왔다는 첩보가 사실이었구나!] 헉헉

청풍; [역시 천하제일의 전장답게 대륙전장의 정보망은 대단하군요. 제가 천추각을 떠난 것까지 알고 있었고...] 손가락에 낀 반지를 살피며

냉혈전호; [왜... 무슨 목적으로... 본장에 쳐들어온 것이냐?] 헉헉

청풍; [대륙전장이 돈놀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은 혈궁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전위(前衛) 조직이라는 거 알고 있어요.] 손가락에 낀 반지를 보며

청풍; [그리고 이 반지가 혈궁의 최고 기밀에 접근할 수 있는 열쇠라는 사실두요.] 손가락에 낀 반지를 냉혈전호에게 보이며

냉혈전호; [우... 우리 대륙전장이 혈궁에 속해있다는 건 기밀 중의 기밀이거늘...] 억지로 정신 차리려 하며 놀라고

청풍; [어찌 대륙전장뿐이겠어요?] 탁자에 펼쳐져 있던 고개지의 그림을 말기 시작한다. 그림이 두루마리 형태임을 주의

청풍; [혈궁 소속이 아니면서 저만큼 혈궁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도 없을 거예요.] 두루마리를 거의 다 말았고. 두루마리의 윗부분에는 두 개의 끈이 달려있다. 두루마리를 묶는 용도의 끈이다

청풍; [혈궁을 탈출하기 전에 알아낼 수 있는 건 다 알아내려고 노력했거든요.] 두루마리를 완전히 말아 쥐면서 말하고

냉혈전호; [궁주님께서... 호랑이를 키우셨구나.]

청풍; [절 호랑이라고 평가해주시니 고맙군요.] 두루마리 윗부분 바깥에 달린 두 가닥의 끈으로 두루마리를 묶으려 하면서

청풍; [어쨌거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혈궁의 기능을 마비시키면 비록 한시적이라 해도 혈궁은 장님에 귀머거리가 되지 않겠어요?] 끈을 묶으면서

청풍; [그럼 내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도 알 수 없을 테구요.] 두루마리를 끈으로 완전히 묶으면서

냉혈전호; [이... 이란타석(以卵打石)일 뿐이다.] 헉헉

냉혈전호; [무슨 짓을 해도... 넌 혈궁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청풍의 두루마리를 소매 속에 넣는 걸 보며

청풍;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돌아서고

청풍; [두 번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만 아무쪼록 잘 지내도록 하세요.] 말하며 입구로 걸어간다

냉혈전호; (죽일 놈...) 노려보고

냉혈전호; (네놈... 뜻대로 되진... 않는다!) 슥! 마비 된 발을 필사적으로 쳐들고. 이어

콱! 사력을 다해 발 뒤꿈치로 바닥의 석판 조각 하나를 내리찍는다. 순간

덜컥! 그 부분의 석판이 아래로 확 내려가고

그 석판이 기계장치를 작동시킨다. 이어

왜애애애앵! 싸이렌이 요란하게 울린다. 대청을 나가려다가 흠칫! 하며 돌아보는 청풍

 

#121>

왜애애애앵! 대청을 밖에서 본 모습. 요란하게 울리는 싸이렌 소리. 놀라 돌아보는 대륙전장의 남녀들. 대륙전장 여기저기에 마련된 스피커에서 싸이렌 소리가 들린다.

[!] [!] 연무장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거나

밀실에서 운기조식 중이던 무사들의 눈이 번쩍이고

 

#122>

청풍; [이런... 이런..] 한숨 쉬며 냉혈전호를 돌아보고. 대청을 걸어 나가면서. 왜애애앵! 밖에서는 싸이렌이 울리고

청풍; [피를 보지 않고 끝내려고 했는데... 역시 세상일은 마음먹은 대로만 되는 게 아니로군요.] 밖으로 나간다.

냉혈전호; (반드시... 반드시 저 놈을 잡아야만 한다.) 여전히 몸에서 힘이 빠진 상태로 청풍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대륙전장이 혈궁의 전위조직으로써의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경우 나 황보륜도 죽은 목숨이니...> 대청에서 나서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냉혈전호의 생각 나레이션

 

#123>

[저기 있다!] [침입자다!] [놓치면 안된다!] 휘익! 휙! 청풍이 나선 대청 밖의 모습. 사방에서 수백 명의 무사들이 구름같이 몰려온다. 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자들도 있고. 날 듯이 경신술을 펼쳐서 몰려들고. 손님들과 하인 하녀들은 겁에 질려 도망치고

[죽여라!] [놓치면 안된다!] [쳐라!] 전면에서 반원형의 포위를 형성하며 쇄도하는 대륙전장의 무사들. 단번에 청풍의 앞쪽으로 몰려온다

대청에서 완전히 나와 마당으로 나서는 청풍. 뭐라 악을 쓰며 그런 청풍을 난도질해오는 대륙전장의 무사들.

청풍; [흑왕(黑王)!] 칼과 검등 무기들이 자신을 난도질해오는 걸 보며 한숨 쉬면서 말하고. 그러자

허공에서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생기고. 놀라는 대륙전장의 무사들

쾅! 허공에서 뚝 떨어진 검은 그림자. 바로 흑모신원인데 허리춤에는 청풍의 거궐신검을 끼우고 있다.

콰쾅! 빠카캉! 청풍을 난도질해오던 무기들을 자신이 대신 맞고. 흑모신원의 몸을 때리고 벤 무기들은 철벽을 때린 듯 튀어 오르고

흑모신원; [크아아아!] 흉포한 괴성을 지르며 긴 양팔을 휘둘러 대륙전장의 무사들을 박살내버리는 흑모신원. 흑모신원의 팔에 휩쓸린 대륙전장의 무사들의 몸뚱이는 물방울처럼 터져서 날아간다. + [크악!] [컥!] 몸이 으스러져서 죽는 대륙전장의 무사들

[허억! 뭐냐?] [동조자가 있었다!] [조심해라!] 급정거하는 대륙전장의 무사들

청풍; [막는 자는 모두 죽이세요.] 한쪽으로 걸어가며 말하고

크르르르! 이빨 드러내며 위협하는 흑모신원

[으으으!] [어디서 이런 괴물이...] [원숭이냐 인간이냐?] 공포에 질려 주춤거리는 대륙전장의 무사들

그 사이에 청풍은 대청을 지나 대청 뒤의 탑을 향해 가고. 그러자

[봉천철탑(奉天鐵塔)!] [저자의 목표가 봉천철탑이었다!] 깨닫는 대륙전장의 무사들

[본장의 모든 정보를 처리하는 봉천철탑을 노리고 있다!] [봉천철탑에 접근시키면 안된다!] [막아라!] 휙! 휘익! 메뚜기 떼처럼 날아서 청풍을 공격해가는 대륙전장의 무사들. 하지만 다음 순간

[크악!] [컥!] 콰득! 우득! 훅모신원이 바람같이 움직이며 길고 거대한 양손을 휘둘러 대륙전장의 무사들을 죽인다. 강할 뿐 아니라 아주 빨라서 대륙전장의 무사들의 몸이 물풍선처럼 터져나간다, 하지만

[쳐라!] [봉천철탑에 들어가게 하면 안된다!] [죽여라!] 휘익! 휙! 쐐액! 동료들이 죽는 걸 보면서도 청풍에게 쇄도하는 대륙전장의 무사들

청풍은 무시하고 철탑으로 가고. 그 뒤에서 흑모신원이 대륙전장 무사들을 막는다. 대륙전장 무사들이 필사적으로 공격하지만 흑모신원의 몸은 그자들의 공격과 무기도 전부 튕겨내 버린다. 반면 흑모신원은 바람같이 움직이며 양손을 휘둘러서 대륙전장 무사들이 청풍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는다

아수라장을 뒤로 한 채 마침내 철탑 앞에 이르는 청풍. 철탑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육중한 철문 앞에는 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무사들이 십여명이 지키고 있다. 모두 고수들로 보이고. 석궁과 화승총을 든 자들도 있다

[멈춰라!] [더 이상 접근하면 죽인다!] [어디서 온 놈이냐?] 무사들 무기와 석궁과 화승총을 겨누며 외치고.

청풍; [다치기 싫으면 물러서라.] 살벌한 표정으로 다가가고

[개소리!] [쏴라!] [죽어라!] 핑! 투쾅! 탕! 석궁과 화승청을 쏘는 무사들. 하지만

<승풍파랑보법(昇風破浪步法)!> 슥! 핑! 석궁의 화살과 화승총의 탄환은 청풍의 모습을 관통하고 지나간다. 청풍의 모습이 좀 흐려졌고

[헉!] [화살과 탄환이 스쳐지나갔다!] [이상한 보법을 쓴다!] 멀쩡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청풍을 보며 기겁하는 무사들

청풍; [누워라!] 손을 내밀고.

슈우! 청풍의 손에서 아지랑이같은 기운이 뿜어져 무사들의 목을 휘감고

[컥!] [끄윽...] [무... 무형의 검기를...] 목을 부여잡으며 비명 지르는 무사들

털썩! 퍽! 따당! 텅! 눈을 까뒤집고 쓰러지는 무사들과 바닥에 나뒹구는 그자들의 무기

청풍; [운이 좋은 줄 알아라. 난 흑모신원과 달라서 살인을 싫어하는 성격이니...] 그 배경으로 철문으로 다가서는 청풍.

철문에는 손잡이와 함께 손잡이 위쪽에 육각형의 구멍이 있다.

청풍; (여기 있구나.) 구멍을 살피는 청풍

청풍; (대륙전장, 아니 혈궁의 정보를 총괄하는 이 봉천철탑에는 수많은 기관함정이 설치되어 있다.) 구멍을 만져보고

청풍; (강제로 문을 부수고 들어갔다가는 봉천철탑 전체가 죽음의 함정으로 변해 살아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구멍에 왼손 중지에 낀 반지를 대고

청풍; (그 기관장치들을 작동하지 못하게 하는 게 면천환(免天環)이라는 이름을 지닌 이 반지다.) 찰칵! 반지의 육각형 보석을 구멍에 완전히 끼우고

청풍; (보석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강력한 자석인 이 반지가 모든 기관장치를 해제할 것이고...)

청풍; (기관장치만 작동하지 않으면 봉천철탑은 그냥 평범한 탑일 뿐이다.) 끼긱! 반지를 돌리고. 그러자

철컹! 철컹! 철문 안쪽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청풍; (되었다.) 찰칵! 구멍에서 반지를 빼고. 이어

철문의 손잡이를 잡는 청풍. 하지만

멈칫! 철문을 열려다가 멈추는 청풍의 손

두근! 두근! 철컥! 철컥! 안에서 들리는 소리들. 청풍의 귀에 들리고

청풍; (긴장해서 심장이 급격히 뛰는 소리와 뭔가를 작동하려는 소리...) 쓴웃음

청풍; (안에 있던 자들이 변고를 알아차리고 나름대로 방어를 하려는 모양이군!) 철컹! 철문을 열고

<들어온다!> <쏴라!> 화악! 번쩍! 조금 열리는 철문 안에서 들리는 소리들

열려지는 철문 안쪽에서 몇 명의 무사가 화염 방사기를 짊어지고 불길을 쏘아내는 모습이 순간적으로 보이고. 하지만

청풍; (이런...) 쾅! 열었던 것보다 빠르게 다시 철문을 닫는 청풍.

<크악!> <아악!> 안에서 들리는 비명 소리

화악! 철문 틈새로도 열기와 불길이 조금 새어나오고

청풍; (쯧!) 혀를 차며 그걸 보고

청풍; (석궁이나 화승총인줄 알았더니 화염을 뿜어내는 무기였다.) 철컹! 다시 철문을 열고. 그러자

화악! 안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오지만.

화악! 청풍의 몸 주위로는 접근하지 못하고 비켜가는 열기들

[끄윽!] [끅!] 불구덩이가 된 철문 안쪽의 공간. 한쪽에 계단이 있는데 그 공간에 몇 명의 사내들이 불에 타서 숯덩이가 된 채 벌벌 떨고 있다. 화염방사기를 쏜 자들

청풍; (고통을 끝내줘야겠군!) 팅! 팅! 손가락으로 지풍을 튕기고

퍽! 퍼헉! 이마에 구멍이 뚫리는 그자들

털썩! 툭! 죽는 그자들

청풍; (기관장치는 작동하지 않게 되었지만 이 봉천철탑 안에는 적지 않은 인원이 배치되어 있다.) 슥! 시체들 사이를 지나 계단으로 가며 소매 속에 손을 넣고

청풍; (불필요한 유혈극을 피하려면 이걸 다시 써야겠구나.) 다시 꺼내든 손에는 진각철종이 들려 있고

딸랑! 따라라랑! 진각철종을 흔들며 계단으로 가는 청풍

털썩! 퍼억! 무언가 쓰러지는 소리들이 들리고

콰당탕! 기절한 무사 한명이 계단으로 굴러 떨어진다

크악! 아악! 박에서 들리는 비명소리

돌아보니 흑모신원이 탑을 등지고 서서 몰려드는 대륙전장의 무사들을 죽이고 있는 장면이 보이고

청풍; (흑모신원이 무차별 살육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빨리 볼일을 보고 여길 떠나야겠다.) 서둘러 계단을 올라간다

 

#124>

철탑의 맨 윗층을 밖에서 본 모습.

철탑 내부. 계단과 각층에 널브러져 있는 무사들의 모습. 모두 백치가 된 듯한 표정으로 주저앉아있고

맨 위층 내부의 모습. 전체적으로 작전 회의실 분위기. 중앙에는 서류들이 가득 쌓여있는 커다란 탁자가 있고. 커다란 향로도 하나 있다. 탁자 주변에는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자들이 역시 백치가 된 듯한 표정으로 쓰러져 있다.

한쪽 벽에는 책장들이 죽 늘어서 있는데 그중 하나가 넘어져 있다. 책장이 넘어져 드러난 벽에는 커다란 비밀금고가 있다. 두꺼운 철문이 열린 그 금고 앞에는 청풍이 서서 서류들을 보고 있다.

청풍; (찾았다.) 아주 두툼한 서류철을 보고

<萬流集冊>이라는 표지가 보이고. 금고 안에는 그런 서류철의 여러 개 있다.

청풍; (만류집책(萬流集冊)이라는 이것들은 혈궁에 복속한 문파들의 충성 서약서와 채무확인서들이다.) 다른 서류철들도 모두 꺼내고. 그러자

서류철들 안쪽에 상자가 하나 있는 게 보인다. 폭은 넓지 않지만 높이가 한 뼘 가까이 되는 두꺼운 상자. 그 상자는 내버려 두고 서류철만 챙긴다

청풍; (혈궁은 술법과 함께 대륙전장의 재력으로 일천 개 가까운 무림 세력들을 통제하고 있다.) 서류철들을 품에 안고 돌아서고

청풍; (이 만류집책이 사라지면 혈궁은 사실상 일천여개의 문파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될 것이다.) 서류철을 안고 향로로 가고. 왼팔로 안고 오른손으로 한권을 집어드는 모습으로

서류철 하나를 든 오른손에 힘을 주는 청풍. 청풍의 손은 달아올라 있고

화악! 불이 붙는 서류철

툭! 그 서류철을 향로에 던져 넣는 청풍.

화르르르! 향로에서 불길이 치솟고

청풍; (이걸로 혈궁은 지난 오백여 년 간 무림에 구축해놓은 세력의 대부분을 잃게 되는 것이다.) 나머지 서류철들도 향로에 던져 넣고

화르르르! 불길이 맹렬히 일어나고

청풍; (한 가지 할 일이 더 남아 있다.) 다시 금고로 돌아가고

금고 안에 들어있는 상자. 상당히 큼직하다.

청풍; (이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은 아마 그것일 것이다.) 상자를 꺼내서

탁자로 가는 청풍.

상자를 탁자에 내려놓으면서 뚜껑을 열고

쿵! 상자 안에 든 것은 청풍들이다. 손바닥만한 부적들이 가득 들어있고

청풍; (부적(符籍)!) 눈 번쩍

<이건 미몽살객들을 부릴 수 있는 각몽초혼부(覺夢招魂符)다!> 부적들을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청풍; (이걸 쓰면 미몽살객들의 대부분을 소환할 수 있다.) 슥! 상자에서 부적들을 모두 꺼내들고

청풍; (일천 개의 문파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 미몽살객들까지 사라지면 혈궁은 말 그대로 종이호랑이가 될 것이다.) 향로로 가고

청풍; (혈궁의 세력이 약화되면 마천루가 득세하겠지만...) 향로 앞에 서서

청풍; (뇌사백께서 제왕성을 잘 이끌고 계시니 충분히 마천루의 발호를 제어하실 수 있을 것이다.) 두 손으로 부적을 든 채 눈을 반쯤 감고

청풍; <영원한 꿈길을 걷는 자들이여. 이제 명하노니 깨어날 지어다!> 정신을 집중해서 주문을 외운다. 두 손에 든 부적을 눈 앞에 들고. 이어

청풍; <각몽초혼부로 맺은 계약에 따라 장춘곡(長春谷)으로 오라!> 휙! 부적들을 불타는 향로에 던져 넣고

<그대들에게 새로운 사명을 내리겠노라!> 펑! 향로에서 치솟는 불길을 배경으로 청풍의 주문

슈우! 그 불길들이 나비로 변하고. 청풍은 계속 주문을 외운다. 두 손을 결을 지은 채

슈슈! 슈우! 철탑의 벽에 난 구멍을 통해 날아가는 나비 형상의 불꽃들

 

#125>

탑을 밖에서 본 모습. 탑 입구에 버티고 서있는 흑모신원. 흑모신원 발치에는 시체들이 널려 있고. 이제 대륙전장의 무사들은 멀찍이 선 채 포위만 하고 달려들지는 못한다.

[젠장,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으니 방법이 없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나타났단 말인가?] 무사들 겁에 질린 표정으로 흑모신원을 보고. 그러다가

한 놈이 위를 보며 흠칫! 하고

꼭대기 층의 벽에 난 구멍으로 수많은 나비 모양의 불꽃이 나와서 사방으로 흩어진다.

무사; (나비 모양의 불꽃...) 놀라고

무사; (그자가 술법을 쓰고 있는 것일까?) 청풍을 떠올리며 생각할 때

청풍; [수고 했어요 흑왕!] 입구에서 나오는 청풍. 돌아보는 흑모신원

청풍; [볼일은 모두 봤으니 그만 떠나도록 해요.] 팟! 날아오르고

크르르르! 대륙전장의 무사들에게 이빨 드러내며 위협을 하는 흑모신원. 이어

휘익! 날아올라 청풍을 따라간다.

삽시에 멀어지는 두 사람. 쫓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걸 보는 대륙전장의 무사들

[아무래도 우리 큰일 난 것 같지?] [봉천철탑을 털렸으니 후환이 크겠어.] 멀어지는 청풍과 흑모신원을 보며 걱정스런 표정이 되는 대륙전장의 무사들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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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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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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