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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마천루> 낮이지만 먹장구름이 낮게 깔려 있어 음침한 분위기다.

어느 건물. 음침한 인상의 무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고

냉상영; [이무외가 살아있다?] 마녀같은 표정으로 눈을 치뜨는 냉상영. 화려한 거실. 화려한 의자에 앉아있다가 벌떡 일어나는 모습이고.

냉상영은 살아 돌아온 살천인조의 보고를 받고 있는 중이다. 실내에는 몇 명의 시녀와 함께 신행태보가 서있다. 그 앞에서 살천인조가 보고 하는 모습. 살천인조는 저고리 안쪽에 가슴을 붕대로 묶고 있는 모습이고

살천인조; [면목이 없소이다 루주!] 고개 숙이며 포권하고

살천인조; [흑모신원은 인질로 잡히고 노부만 살아 돌아왔소이다.]

살천인조; [마음 같아서는 자결하고 싶었지만...] [천추각이 여전히 명맥을 잇고 있고 천추각의 각주가 인초 이무외라는 것을 보고하기 위해 그럴 수도 없었소이다.]

냉상영; [제왕삼신재의 막내인 이무외가 살아있다 이거지?] 손톱을 물어뜯으며 왔다갔다 하고.

신행태보; (어째 느낌이 싸한 걸.) 그런 냉상영을 보며 초긴장

신행태보; (루주는 남편 위극겸의 마음을 어지럽힐 가능성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극단적으로 인내심이 없는 분인데...) 긴장할 때

냉상영; [이무외가 천추각의 당대 각주라는 사실을 누가 알고 있나요?] 멈춰서며 살천인조를 돌아보고

살천인조; [현재로서는 노부 외에는 없소이다.]

냉상영; [그렇다니 그나마 다행일로군요.] 사악하게 웃고. 다음 순간

쾅! 이미 살천인조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치고 있는 냉상영. 공간이동하듯 움직였다. 눈 부릅뜨는 살천인조

신행태보와 시녀들 기겁할 때

쾅! 입구쪽까지 날아갔다가 등이 기둥에 부딪히는 살천인조

드드드! 흔들리는 건물. 시녀들 겁에 질리고

 

건물 밖의 무사들 흠칫! 돌아보고. 드드드! 건물이 뒤흔들리고 있다.

 

다시 건물 내부

펑! 몸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뿜어내는 살천인조. 등을 기둥에 기댄 채

살천인조; [천마칠절기중의 형극장강(荊棘掌罡)...] 툭! 툭! 몸에서 무언가 돋아나려는 모습으로 입에서 피를 흘리고

살천인조; [명불허전이로군!] 펑! 콰직! 비틀거리는 살천인조의 몸 여기저기에서 가시같은 것이 삐져나온다. 철분이 응결된 것이고

털썩! 주저앉으며 고개 떨구는 살천인조. 이어

냉상영; [죽어라!] 팡! 손뼉을 치는 냉상영. 그러자

펑! 푸학! 역시 몸의 모든 곳에서 피를 뿜어내는 시녀들. 신행태보는 움찔! 하지만 큰 타격은 받지 않는다.

퍼억! 퍽! 나뒹굴어 죽는 시녀들. 이제 실내에는 냉상영과 신행태보만 서있고

냉상영; [종선!] 다시 자기 의자로 가고

신행태보; [하명하십시오 루주님!] 급히 포권

냉상영; [저 늙은이를... 뇌옥의 가장 깊은 곳에 쳐넣어라! 내 허락 없이는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털썩! 의자에 앉고

신행태보; [존명!] 포권하고

서둘러 살천인조에게 가고

신행태보; (형극장강에 맞자 몸속의 철분이 응결되며 몸 밖으로 뚫고 나왔다.) 조심스럽게 살천인조의 몸을 안아들고

신행태보; (몸속에도 가시(荊棘)가 수없이 생겼을 테고...) (안타깝지만 살천인조가 회생할 가능성은 없다.) 신행태보의 몸을 안고 입구로 가고

냉상영; [이무외 이무외...] 마녀처럼 중얼

냉상영; [네놈이 살아있다는 사실은 그이가 알면 안된다!]

냉상영; [그이로 하여금 내 곁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인간은 그게 누구든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다!] 마녀같은 표정 크로즈 업

 

#110>

<-천병신기보> 낮.

월동문이 있는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어느 건물. 안채 분위기의 건물인데 잘 가꿔진 정원으로 둘러싸여있다. 건물 입구에는 섭장천이 의자를 놓고 앉아서 햇볕을 쬐고 있다. 전혀 고수처럼 보이지 않고. 무릎에는 고양이 한 마니를 얹어놓고 쓰다듬는다. 호랑이를 닮은 고양이는 몸을 동그랗게 만 채 자고 있고. 그러다가

무언가 느끼고 깨어나며 고개를 드는 고양이

섭장천; [더 자거라. 기다리던 손님이 온 것뿐이니...] 웃으며 고양이를 다독이고. 그때

월동문으로 들어서는 진무륜과 두 명의 남녀. 남자는 추괴한 용모에 등이 굽은 까탈스런 인상의 노인. <마고천장>에 나온 <독심귀의> 캐릭터. 이 작품에서도 이름은 독심귀의. 여자는 육감적이고 요염한 인상의 여자 비구니. 역시 <마고천장>에 나온 <용설영> 캐릭터. 이 작품에서의 이름은 다정사태. 두 사람은 무림사괴라는 네 명의 괴짜중 둘이다.

진무륜; [어려운 부탁을 들어주셔서 고맙소이다 귀의(鬼醫)!] 앞장 서서 건물 쪽으로 두 사람을 안내하며 독심귀의에게 말하고

독심귀의; [진보주에게 진 신세가 있는데 당연히 와봐야 하지 않겠소?] 말하는 배경으로 나레이션. <-무림사괴(武林四怪)의 일인 독심귀의(毒心鬼醫)>

진무륜; [그리 말씀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이외다.] 건물로 안내하며 말하고. 이어

진무륜; [노대(老大)! 천하제일의 신의이신 독심귀의 최(崔)노사를 모셔왔습니다.] 섭장천에게 꾸벅이고

섭장천; [잘 되었구먼.] 고양이 쓰다듬으며 웃고

독심귀의; (노대?) + 다정사태; (진무륜이 형으로 모시는 자가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눈 반짝

섭장천; [먼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소.] 의자에 앉은 채 웃으며 말하고.

독심귀의; [아 예...] 눈치 보며 다가가고

다정사태; (죽을 날을 기다리는 늙은이처럼 보이는데... 괜히 주늑이 드네.) 역시 눈치를 보며 진무륜을 따라가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무림사괴의 일인 다정사태(多情師太)>

섭장천을 지나 건물의 문으로 가는 세 사람. 진무륜이 앞장 서고

진무륜; [들어가시지요.] 문을 열어주고.

그 문으로 들어가는 독심귀의와 다정사태. 섭장천은 신경 쓰지 않고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고

두 사람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며 그런 섭장천의 눈치를 살피는 진무륜.

탁! 닫히는 문

섭장천; (구름같고 바람같던 독심귀의를 용케 찾아냈구먼.) 하늘 보며 생각하고

섭장천; (상파의 복이 많은 덕분이겠지.)

섭장천; (물론 청풍이만큼 복이 많진 않겠지만...) 청풍을 떠올리며 웃고

 

#111>

건물 내부. 여자의 방. 잠옷 차림인 진상파가 눈을 감은 채 침대에 누워있고. 독심귀의가 침대 옆에 앉아 진상파의 손목을 잡은 채 진맥하고 있다. 그 뒤에 진무륜과 다정사태가 서있고. 진무륜은 좀 초조한 표정이고. 헌데

지잉! 진상파의 손목을 잡은 독심귀의의 손이 좀 빛을 발하고. 이어

독심귀의; [흠... 그렇군.] 끄덕이고

진상파의 손목을 놔주는 독심귀의의 손.

진무륜; [어떻소이까?] 눈치 보며. 긴장한 표정으로

독심귀의;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지만 머리속에 화기(火氣)가 대량으로 침투했소.] [그 때문에 기억상실과 지능의 저하가 왔을 거요.]

진무륜; [말씀하신 대로외다.] 한숨

진무륜; [그 아이는 누구보다 영특했는데 그만 백치가 되어버렸소.]

독심귀의; [하지만 너무 낙담하진 마시오.] [뇌에 스며든 화기만 제거하면 지능은 원래대로 돌아올 거요.]

진무륜; [그렇게 말씀하시니 한 시름 놓을 수 있겠소이다.] 안도하고

독심귀의; [그래도 일정부분 후유증은 있을 것이오.]

진무륜; [후유증이라면...?]

독심귀의; [전부일지 일부일지 모르지만 기억의 상당부분을 잃게 될 거요.]

[!] 심각해지는 진무륜의 얼굴

 

#112>

<-반년후(半年後)> 눈 덮인 산

<-황산> 겨울의 황산이다. 산봉우리들이 눈에 덮여있다.

신무곡. 여전히 계곡 입구가 안개의 장벽으로 막혀있고

안개 속에서 크고 작은 사람의 형상이 나타나고.

화악! 안개의 장벽을 뚫고 나오는 두 사람. 바로 청풍과 흑모신원. 청풍은 반년 사이에 몸이 건장해졌다. 완전히 어른이 되었고. 흑모신원은 좀 백치같은 표정이 되었다. 청풍은 거궐신검을 허리에 차고 있고 망토를 둘렀다. 죽립을 쓰고 있고

청풍; (반년...) 뽀득! 안개의 장벽 밖, 아무도 딛지 않은 눈밭을 밟으면서 감회에 찬 표정이 되고

청풍; (어머니를 한시라도 빨리 외조부의 독수에서 구해드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몸을 회복하는데 전념했다.)

청풍; (덕분에 일 년 정도로 잡았던 수복기간을 반년으로 줄일 수 있었다.) 안개의 장벽쪽으로 돌아서고

청풍; (공청석유의 효능 덕분에 파괴되었던 단전도 복구 되었고 공력도 심후해졌다.) 눈밭에 무릎을 꿇는다. 안개의 장벽쪽으로

청풍; (이제는 상대가 누구라 해도 도망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안개의 장벽을 향해 절을 하고

청풍;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아버지!) 죽립이 눈에 닿을 정도로 머리를 숙이고

청풍; (곧 어머니를 모시고 찾아뵙겠습니다!) 다시 일어난다. 이어

청풍; [십면혈신과 무혈마녀에게 가서 전하시오.] 누군가에게 말하고

[!] [!] 어디선가 사람의 놀란 기척이 들리고

청풍; [곧 나 이청풍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걸음을 옮기고. 흑모신원도 눈을 희번덕이며 주변을 둘러보며 따라가고

휙! 휘익! 절벽 좌우에서 사람 형상들이 날아올라 좌우로 사라지고

청풍; (예상했던 대로 혈궁과 마천루에서 신무곡 일대를 감시하고 있었다.) 뽀득! 뽀득! 눈 밭을 걸어서 신무곡을 등지고 떠나는 청풍

청풍; (내가 다시 세상에 나온 걸 알았으니 혈궁과 마천루가 발칵 뒤집히겠지.)

<우리 천추각이 건재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천하를 한번 뒤흔들어 놔야할 것이다.> 흑모신원을 거느리고 멀어지는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113>

신무곡 내부. 무릉도원. 한 겨울이지만 봄날 같은 날씨. 이제 잘 가꿔진 밭과 과수원에는 꽃이 만발해있고.

천추각의 삼층 창가에는 이무외가 앉아있다. 멀리 보이는 신무곡 입구쪽을 보고 있다

이무외; (용설약... 당신과의 인연은 원치 않았던 것이었소.) 용설약을 떠올리고

이무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위해 청풍이를 낳아준 것은 그저 고마울 따름이오.) 한숨 쉬고

이무외; (잘 자라준 저 아이 덕분에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고난이 보상을 받은 셈이니...) 웃는 모습

 

#114>

<-서호(西湖)> 섬들이 점점 떠있는 기가 막힌 경치의 호수. 아주 넓어서 건너편이 잘 안 보인다. 다만 동정호처럼 큰 호수는 아니어서 바다로 보이지는 않는다. 때는 여전히 겨울. 눈이 내리고 있다. 폭설은 아니지만 제법 눈송이가 굵다.

서호가 내려다보이는 기암절벽의 봉우리. 그리 높지는 않지만 시야가 확 터져 있다. 그 바위 봉우리의 화려한 정자가 하나 서있고. 정자 안에는 다과상이 차려져 있으며 한명의 중년인이 앉아서 서호의 절경을 감상하고 있다. 용이 수놓인 아주 화려한 옷을 입고 있고 풍채가 좋다. 머리에는 화려한 보관까지 쓰고 있어서 왕이나 황제처럼 보이고. 혈궁의 궁주인 십면혈신 용백이다. 다른 작품 십면혈신 캐릭터인데 좀 젊고 화려하게 묘사

십면혈신; [설중서호(雪中西湖)...] [이만한 경치는 세상을 다 돌아다녀 봐도 만나기 어렵겠지.] 차를 마시며 감탄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혈궁 궁주 십면혈신(十面血神) 용백(龍佰)>

십면혈신; [안타까운 것은 이 절경을 함께 나눌 동반(同伴)이 옆에 없다는 점이로다.] 차를 마시며 탄식하고. 바로 그때

<암중에 강호의 일천 개 방파를 조종하시는 혈궁의 궁주께서는 꿈이 너무 소박하신 것 아닌가요?> 호호호!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리고

<궁주님! 그 마녀가 도착했습니다!> 누군가의 긴장한 전음이 십면혈신의 귀에 들리고

[하지만 탈속한 듯한 말과 달리 꾸민 꼬락서니는 천자(天子)를 방불케 하네.] 쿠오오! 눈 보라가 일면서 누군가 나타난다.

냉상영; [설마 역적질로 나라님이라도 되실 심산이신가?] 화악! 눈보라가 흩어지며 정자 앞에 나타나는 냉상영. 역시 화려한 차림인데 좀 광기가 서린 듯한 모습이다.

십면혈신; [목소리에 요기(妖氣)가 서렸으니 천하를 어지럽히긴 해도 얻을 수는 없겠군.] [잠시 세상을 뒤엎어도 봄날 훈풍에 사라지는 눈송이처럼...] 태연하게 차를 마시며 말하고

냉상영; [십면혈신, 십면혈신하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는데... 직접 보니 뱁새같은 인간이었잖아.] 쿠오오! 냉소하며 정자로 다가오는 냉상영의 몸에서 살기가 구름같이 일어나고

냉상영; [천하를 준다 해도 똥통에 쳐박을 졸장부고...] 냉소하며 정자로 다가오고

십면혈신; [말은 마음의 거울이니 지금 한 말이 그대 자신을 비추는 것임을 모르는가?] 여전히 태연하게 웃고. 그러자

냉상영; [호호호! 한방 먹었네!] 갑자기 마녀처럼 웃고

[호호호호!] 펑! 웃는 냉상영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힘에 의해 바위 봉우리의 눈들이 모두 사방으로 터져나간다. 이후로 정자가 있는 봉우리 근처는 눈이 없다.

십면혈신; (확실히 가공할 마기(魔氣)를 지닌 계집이다.) 웃음소리 들으며 차를 마시면서 웃는 십면혈신

십면혈신; (무공의 고하를 떠나서 저 마기를 감당할 수 있는 인간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지.) 찌릿! 찌릿! 몸에 전기가 오르는 모습

십면혈신; (어쩌면 제이의 천마가 계집들 중에서 나올지도 모르겠어.) 호호호! 냉상영의 웃음소리를 배경으로 생각할 때

뚝! 웃음 그치는 냉상영.

냉상영; [좋아요. 용궁주, 당신은 그래도 말이 통하는 효웅(梟雄)이로군요.] 환하게 웃으며 정자로 다가오고

십면혈신; [효웅...] [교활한 인간이라...]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고

십면혈신;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천마의 적손(嫡孫)인 그대로부터 들으니 칭찬처럼 들리는군.]

냉상영; [복수하고 싶으면 절 마녀(魔女)라 부르세요.] 웃으며 정자로 들어서고

십면혈신; [손녀뻘인 그대와 굳이 실강이를 벌이고 싶진 않네.] 웃고. 그 사이에 냉상영은 십면혈신의 앞에 서고

냉상영; [그러시다니 정식으로 인사를 올리지요.] [마천루의 십칠대 루주 냉상영이에요.] 정중하게 포권을 하고

십면혈신; (속 좁은 인간이라는 흉을 들을 수는 없으니...) + [반갑네.] 일어나고

십면혈신; [혈궁 십이대 궁주인 용백이네.] 마주 포권하고.

냉상영; [용궁주님이시다. 인사 올려라.] 의자에 앉으며 누군가에게 말하고. 그러자

[예!] 스윽! 대답과 함께 냉상영의 뒤로 사람 그림자가 생기더니

위진천; [마교 삼십오대 교주 위진천입니다.] 냉상영 옆에 나타나며 포권하고

십면혈신; [마교의 교주도 오셨군.] 어쩔 수 없이 포권하여 답례하는데

냉상영; [이 아이가 제 아들이라는 사실은 아시겠지요?] 의자에 앉아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그러자

십면혈신; (당했다!) 얼굴 굳어지고

<이 교활한 계집이 자신은 앉은 채 노부로 하여금 제 아들과 맞절을 하게 만들어서 노부를 자신보다 아랫 서열인 것처럼 격하시켰다.> 정자의 상황을 배경으로 십면혈신의 생각 나레이션

십면혈신; (무혈마녀 냉상영! 네년에게 받아낼 빚이 한 가지 더 늘었구나.) 살기를 뿜어내면서고 웃는 십면혈신의 얼굴 크로즈 업

 

#115>

서호의 다른 곳. 여전히 눈이 오고 있다.

호수가에 자리한 장원. 뒤는 높은 산으로 막혀있고 장원 전체가 통나무를 박아 만든 담으로 둘러쳐져 있다. 산적들의 산채 분위기. 역시 눈이 오고 있다. 헌데

[으으으!] [끄윽!] 산채 입구에 산적들이 십여명 쓰러져서 신음하고 있다. 죽지는 않았지만 여기저기 부러진 모습. 입구에는 <三友寨>라는 간판이 걸려있다.

삼우채 내부. 마당. 손에 손에 무기를 든 흉악한 인상의 산적들이 누군가를 포위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겁에 질린 모습이고. 마당 중앙에는 죽립을 쓴 여자가 서있다. 진상파인데 손에는 특이한 무기를 들었다. 원형의 쇠몽둥이인데 손잡이를 제외한 전체가 두 쪽으로 갈라져 있어서 마치 진동자처럼 보인다. 이 무기의 이름은 만근척이다. 진상파 주위에는 십여명의 산적들이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데 역시 팔 다리가 부서지거나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고 있다.

[간덩이가 부은 계집이로구나!] [여기가 어딘 줄 알고 혼자 쳐들어온 것이냐?] [삼우채(三友寨)하면 강남 일대에서는 우는 아이도 울음을 멈추게 한다는 말 못 들었느냐?] [각오해라 계집!] 산적들 진상파를 멀찍이에서 포위한 채 무기를 흔들며 악을 쓴다. 하지만 모두 겁을 집어먹은 표정들이다. 멀찍이에서 악만 쓰고 다가오지는 못한다. 그때

[비켜라!] [뭐하고 있는 거냐 이 겁쟁이 새끼들아!] 외치는 소리가 산채의 본채쪽에서 들리고

[계집 하나 어쩌지 못하고 쩔쩔 매?] [내가 다 창피해서 죽을 지경이다!] [아랫도리 달린 거 떼버려!] 산적들이 물러선 사이로 눈 부라리며 걸어오는 세 놈. 그냥 전형적인 산적 두목들 모습. 한번 나오고 말 조연들. 그래도 흉악하게 묘사. 단, 이자들이 쓰는 무기는 비범하다. 한 놈은 도끼, 한 놈은 칼, 한 놈은 청룡도를 들었는데 모두 번쩍인다.

산적1; [어디서 굴러먹던 계집이냐?] 번쩍이는 도끼를 든 채 눈 부라리는 장비를 닮은 첫 번째 산적 두목. 배경으로 나레이션. <-삼우채 공동 채주 흑심삼우(黑心三友)의 첫째 당적(唐適)>

산적2; [흐흐흐! 우리 형제가 운이 좋군! 맛깔 나는 계집이 제 발로 노리개가 되어주려고 찾아오기도 하고...] 청룡도를 든 키가 껑충하게 크고 야비하게 생긴 자. 배경으로 나레이션. <-흑심삼우의 둘째 마갈(馬葛)>

산적3; [오늘은 내가 가장 먼저 맛을 봐야겠으니 형님들이 양보하시오!] 칼을 어깨에 척 둘러맨 채 입맛 다시는 입술이 두툼한 뚱보. 배경으로 나레이션. <-흑심삼우의 셋째 부길(扶吉)>

진상파; [흑심삼우!] [너희들은 천병신기보에서 만든 천병급(天兵級) 병기로 숱한 악행을 저질러 왔다.] 죽립을 좀 들어 얼굴 드러내며 차갑게 말하고

진상파; [오늘 그 죄를 묻기 위해 본녀가 찾아왔으니 각오해야할 것이다.] 살벌한 표정으로 말하고

산적1; [그러니까 뭐냐?] [네년은 우리 흑심삼우가 아니라 우리가 쓰는 무기 때문에 찾아왔다는 거냐?] 어이없어 하며 도끼를 들어 보이고

산적2; [옳거니! 네년이 요즘 강호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천병신기보의 파병희(破兵姬)인가 뭔가 하는 년이로구나!] 쿵! 청룡도 끝으로 바닥을 구르며 눈 부라리고

산적3; [천병신기보에서 판 병기가 잘못 사용되는 걸 막는 게 네년의 목표라지?] 변태적으로 웃으면서

진상파; [네놈들이 쓰는 도끼와 창과 칼은 우리 천병신기보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흑심삼우가 든 무기를 보며 

진상파; [헌데 네놈들은 그 귀한 것으로 살인, 방화, 강간, 도적질을 자행해왔다.] 강렬한 눈빛

진상파; [이미 판 물건이니 회수할 수는 없고...] [오늘 이 자리에서 박살을 내어 다시는 악용되지 않게 하겠다.] 만근척을 들어서 겨누고

산적1; [그년 오지랖 하고는...] 피식 웃고

산적2; [무기라는 게 피를 보는 건 당연한데 뭔 개지랄이냐?]

산적3; [일단 팔아먹었으면 신경 꺼라!]

진상파; [기회를 주겠다.]

산적1; [뭐?]

진상파; [그 무기들을 순순히 내놓는다면 피를 볼 일은 없을 것이다.]

산적2; [못 내놓겠다면?] 음산하게 웃고

진상파; [무기뿐 아니라 네놈들의 몸뚱이도 박살이 날 것이다.] 살벌한 표정으로 말하고. 그러자

산적1; [그년 입도 참 잘 놀리네!] 피식! 웃고

산적1; [아랫도리의 입도 그렇게 잘 놀리는지 확인해야겠다!] 부악! 벼락같이 도끼를 내리쳐 진상파를 공격해오고. 동시에

[크왓!] [카캇!] 부악! 쩍! 청룡도와 칼을 휘둘러 진상파를 협공하는 산적2와 산적3.

[죽이진 마십쇼 채주님!] [저희들에게도 그년 꿀단지를 맛볼 기회를 주십쇼!] 마당의 산적들 신이 나서 외치고. 하지만

콰창! 진상파의 만근척이 산적1의 도끼를 유리처럼 깨트리고. 이어

쾅! 투쾅! 산적2의 청룡도와 산적3의 칼도 진상파의 만근척에 깨진다

[헉!] [이게 무슨...] [우리의 무기가 이렇게 간단히 깨지다니...] 흑심삼우들 부서진 무기 파편을 들고 비틀거리며 경악하고

[말도 안되는...] [채주님들의 무기가 유리처럼 부서졌다!] [저 계집이 쓰는 무기가 대체 뭐기에...] 산적들 경악할 때

화악! 흑심삼우를 향해 만근척을 쳐들며 덮쳐오는 진상파. 아주 빠르다

[잠... 잠깐!] [우리가 잘못 했다!]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을 테니 용서를...] 흑심삼우들 기겁하며 물러서려 하지만

진상파; [기회는 이미 주었었다.] 파삭! 만근척으로 산적1의 어깨 한쪽을 내리쳐 박살내고.

산적1; [끄아아악!] 팔과 어깨가 유리 깨지듯이 박살나 흩어지고

진상파; [그 기회를 걷어찬 건 네놈들이고...] 파삭! 퍽! 산적2와 3의 어깨도 박살내고

흑심삼우; [끄아아악!] [아악!] 어깨가 한쪽씩 사라져서 나뒹굴며 비명 지르고. 그 배경으로 깃털처럼 가볍게 내려서는 진상파

[히익!] [헉!] [채... 채주님들의 어깨가 날아갔다!] 산적들 경악과 공포

진상파; [하늘의 호생지덕을 생각해서 목숨만은 살려준다.] 바닥을 구르는 흑심삼우를 보며 살벌하게

진상파; [하지만 다시 악행을 저지른다는 소문이 들리면 그때는 어깨 한쪽이 날아가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돌아서고

[히익!] [으으으!] 공포에 질려 길을 터주는 산적들.

팟! 날아오르는 진상파

삽시에 새처럼 날아서 멀어지는 진상파

[무... 무서운 계집!] [천병신기보가 병장기 잘 만드는 것으로 천하제일인 줄은 알았지만 저런 고수까지 있었다니...] [제왕성도 천병신기보는 건드리지 못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어!] 멀어지는 진상파를 보며 겁에 질려 말하는 산적들

<파병희! 어쩌면 저 계집이 장차 무림의 정세를 좌우할 태풍의 눈이 될지도 모르겠다!> 날아가는 진상파를 배경으로 산적들의 생각 나레이션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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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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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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