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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선하령(仙霞嶺)> 해가 지려고 서산으로 떨어질 무렵이다. 기기묘묘한 절봉들로 이루어진 산

까마득히 높은 바위 절벽 위에 요새처럼 지어진 성채가 하나 있다.

<-마천루(魔天樓)> 거대한 바위 벽 일각을 다 메운 엄청난 크기의 글

절벽 위의 성채로 날아가는 비둘기들

성채 외곽의 어느 건물. 돌로 지어졌고. 작은 구멍들이 많이 나있다. 그 구멍으로 날아들어가는 비둘기들

구멍 안쪽은 비둘기 아파트. 수많은 비둘기 집들이 아파트처럼 벽에 아래 위. 좌우로 붙어있고. 집집마다 한 쌍씩의 비둘기들이 들어 있다. 날아든 비둘기들은 비둘기집들 사이에 서있는 횃대에 앉는다. 그럼 횃대 주변의 사내들이 비둘기들의 다리에 묶여있는 천들을 풀러 준다.

천들을 모아서 비둘기 집이 가득한 곳을 나가는 사내들

밖은 또 다른 방. 그 방에서는 여러 명의 사내들이 탁자에 둘러앉아 비둘기들이 가져온 천들의 내용을 확인하고 종이에 옮겨 적는다.

[!] 어떤 천의 내용을 옮겨 적다가 놀라는 중년 사내.

사내1; [이건...] 벌떡! 일어나고

[왜 그러십니까 당주님?] 다른 사내들이 놀라서 돌아보고

사내1; [교주... 아니 소루주님께서 보낸 전서구다.] 천을 읽으면서 놀라고 흥분하고

사내1; [무애검조의 사망을 확인하셨다고 한다!]

[그런...] [무애검조의 신상에 변고가 생겼다는 보고가 사실이었군요!] [경천동지할 소식입니다.] 다른 사내들도 놀라고

사내1; [루주님께 지급으로 보고해야할 내용이다.] [여기 일은 그대들이 알아서 처리해라.] 입구쪽으로 달려가고

[예 걱정 마십시오 당주님!] [다녀오십시오.] 사내들 대답하고

복도로 달려 나오는 사내1. 복도에는 좌우로 창도 있고

사내1; (세상에 거칠 게 없는 루주님도 무애검조만은 꺼려하셔서 무림에서의 활동을 자제하셨었다.)

사내1; (루주님의 야심을 가로 막던 무애검조가 죽은 걸 알면 얼마나 후련해하실...) + [!] 생각하다가 눈 부릅.

복도 끝에 누가 서있다.

쿵! 바로 위극겸. 이십년이 흘러 이제 사십대 중반의 나이지만 여전히 절세의 미남이다. 흰머리가 약간 난 것 빼고는. 배경으로 나레이션. <-제왕삼신재의 둘째 지절(地絶) 위극겸(威極兼)>

사내1; [부... 부마(駙馬)님!] 기겁하며 급 정거. 천을 뒤로 감추지만

말없이 손을 내미는 위극겸

사내1; (일... 일 났다!)

사내1; (루주님께서는 제왕성... 특히 무애검조와 관련된 정보는 어떤 것이라도 부마께 알리지 말라는 엄명을 내리셨었다.)

사내1; (하물며 무애검조가 죽었다는 정보는 발설할 수 없다.)

사내1; (어쩔 수 없이 전서를 태워버릴 수 밖...) 꽉! 천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고. 그러자 천이 타기 시작하면서 연기가 좀 나는데

[...] 지긋이 노려보며 손을 내미는 위극겸

사내1; (허억!) 눈 치뜨는 그자 얼굴 뒤로 거대한 눈이 떠오르고.

사내1; (거... 거역할 수가...) + [죄... 죄송합니다!] 비지땀을 흘리며 뒤로 돌렸던 손을 다시 앞으로 돌리고

사내1; [여기...] 두 손으로 천을 바친다.

말없이 천을 받는 위극겸. 천은 약간 탔지만 원형이 훼손되지는 않았고

그 천을 펼쳐서 읽는 위극겸.

[!] 눈이 부릅떠지고. 이어

휘청! 하는 위극겸.

사내1; [부마님!] 급히 부축하려 하지만

손을 들어 거부하는 위극겸.

비틀거리며 한쪽으로 간다. 그곳에는 창이 있고.

그 창쪽을 향해 무릎을 꿇는 위극겸

사내1; (제왕성이 있는 방향이다.) 깨달을 때

위극겸; (용서를...) 바닥에 이마를 대는 위극겸

위극겸; (불효막심한 제자를 용서하십시오 사부님!) 쾅! 쾅!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숨 죽여 오열하는 위극겸.

 

#61>

여전히 마천루. 이제 해가 졌다. 하나 둘 불이 켜지고

요새 안에 높은 탑이 하나 보이고, 맨 윗층에 불이 밝혀졌다.

[호호호!] 갑자기 그 탑에서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

지나가던 사람들 겁에 질려 탑의 맨 윗층을 올려다보고.

[호호호!] 탑 안의 화려한 방안, 마천루의 여가주인 무혈마녀 냉상영이 위극겸에게 악에 바친 표정으로 고개 젖힌 채 웃고 있다. 위극겸은 먼길을 떠날 듯한 차비를 한 모습이고.

냉상영; [가시겠다구요?] [백년해로를 약속한 날 버려두고 제왕성으로 달려가시겠다구요?] 이를 갈며 위극겸을 노려보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마천루 루주 무혈마녀(無血魔女) 냉상영(冷霜英)>

위극겸; [사부님은 내게 부모님이나 다름없는 분이오.]

위극겸; [그런 사부님의 부음(訃音)을 접했는데 내가 어찌 가지 않을 수 있겠소?] 침통한 표정

냉상영; [가서는요?] 이를 갈고

냉상영; [제왕성으로 돌아가서 두 번 다시 마천루로 안 돌아올 거잖아요!] 악을 쓰고

위극겸; [부인!] 찡그리고

냉상영; [날 버릴 거잖아요!] [당신만 바라보고 당신을 위해 아들까지 낳아준 나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른 년들과 재미 보며 살 거잖아요!] 미친년처럼 악을 쓴다

위극겸; [약속하겠소! 사부님을 시해한 자들만 처단하고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겠소!] 달래지만

냉상영; [못 믿어요! 믿을 수 없어요!] 울부짖고

냉상영; [다른 인간들처럼 당신도 날 피도 눈물도 없는 마녀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모를 줄 알아요?] 이를 갈며 울고

냉상영; [사부 핑계 대고 내 곁에서 도망칠 궁리 하는 게 내 눈에 빤히 보인다구요!] 악을 써대고

위극겸; [그만 하시오.] 한숨. 찡그리고

위극겸; [내가 한번 내뱉은 말은 결코 번복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당신도 잘 알지 않고?] 설득하려 하지만

냉상영; [듣기 싫어요! 안 들을래요!] 두 손으로 귀를 막으면서 헤드 뱅잉

냉상영; [당신은 절대 안 돌아와요! 내 곁을 떠나면 다신 안돌아올 거라구요!]

냉상영; [그러니까 가려면 날 죽이고 가요!] 두 주먹 불끈 쥐고

냉상영; [호호호! 아니지! 날 죽이면 당신도 죽으니까 못 죽이겠지!] [동심고(同心蠱)를 나눠 먹어서 날 죽이면 당신도 죽으니까 죽일 수 없겠지요.] 완전히 미친년처럼 울다가 웃고

냉상영; [생각해보니 잘 되었네!] [섭가 늙은이는 잘 죽은 거야!] 깔깔 웃고

위극겸; [자중하시오!] 고함. 눈 부라리지만

냉상영; [못해요! 자중 따윈 못해요!]

냉상영; [당신이 자나 깨나 생각하던 그 늙은이가 죽어버렸으니 앞으로는 내 생각만 할 거 아니에요?]

위극겸; [당신...] 분노

냉상영; [이제 온전히 당신은 내 차지가 되었으니 경사도 이런 경사가 없군요.] 깔깔 웃고

분노하여 손을 들어서 냉상영을 때리려 하는 위극겸

냉상영; [때려 봐요!] 고개 바짝 들이밀고

냉상영; [아니, 손 든 김에 내 머리를 박살내서 죽여 봐요!] 악을 쓰고

부르르! 떨리는 위극겸의 손. 필사적으로 멈추고. 그러다가

위극겸; [다녀오겠소!] 홱 돌아서는데

냉상영; [못가요!] 콱! 옆의 탁자에 놓인 비수를 집어 들고

찡그리며 돌아보는 위극겸

냉상영; [당신을 보낼 바에는 함께 죽고 말겠어요!] 콱! 두 손으로 비수를 거꾸로 들고 자신의 가슴에 박는다

[!] 가슴에 격통을 느끼고 휘청하는 위극겸

털썩! 가슴을 움켜잡고 주저앉는 위극겸

[흐윽!] 비수가 가슴에 박힌 채 나뒹구는 냉상영. 가슴이 피로 물들고

위극겸; (동... 동심고!) + [부... 부인!] 냉상영에게 기어가고

위극겸; [이게... 이게 무슨 짓이오?] 파팟! 냉상영의 가슴, 비수가 박힌 부분 주변의 혈도를 찍어주고

위극겸; (워낙 내공이 심후해서 절세의 보검 어장검(魚腸劍)도 심장까지 닿진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비수를 뽑고.

냉상영; [여보...] 울며 눈을 뜨고

냉상영; [난... 난 오래 살고 싶어요! 당신하고 호호백발 노파가 될 때까지 함께 살고 싶다구요.] 애절하게 울고

한숨 쉬며 냉상영의 상처를 손바닥으로 눌러주고. 지지지! 손바닥 아래에서 연기가 나고

냉상영; [하지만... 하지만 당신이 날 떠나면... 난 죽어버릴 수밖에 없어요.] [당신이 다른 년들과 눈이 맞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으니까요.]

위극겸; [당신...] 한숨

냉상영; [그러니까... 그러니까 제발 날 떠나지 마세요.] 울고

위극겸; [알겠소!] 그런 냉상영을 일으켜 품에 안는 위극겸.

위극겸; [다시는 당신 곁을 떠나겠다는 말 하지 않겠소.] 한숨 쉬며 냉상영을 품에 꼭 안는 위극겸.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냉상영; [고마워요!] 울고

냉상영; [고마워요 상공!] 위극겸의 목을 끌어안으면서 감격해서 울고

위극겸; (나같은 불효자가 세상에 또 있을까?) 냉상영을 끌어안고 한숨 쉬는 위극겸

위극겸; (부모님같은 사부님의 부음을 접하고도 달려가지 못하는 이 막심한 불효를 어찌 한단 말인가?) 창밖의 하늘 보며 한숨 쉬는 위극겸. 하지만

냉상영; (위극겸!) 눈 번뜩

냉상영; (당신은 절대 내 곁을 못 떠나!) 그런 위극겸의 목을 끌어안은 냉상영의 입가에 떠오르는 사악한 미소. 마녀 그 자체다.

<내 정(情)의 그물은 세상에서 가장 질기고 잔혹한 것이니...> 두 부부의 모습 배경으로 냉상영의 생각 나레이션

 

#62>

깊은 밤. 이제 마천루의 건물들 대부분에 불이 꺼졌고.

위극겸과 냉상영이 싸웠던 높은 탑

탑 맨 위층의 그 방.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는 위극겸과 냉상영. 둘 다 잠옷 차림이고. 반듯이 누운 위극겸에게 냉상영이 옆으로 누워 달라붙은 모습. 얇은 이불로 가슴 아래를 가리고 있고

살며시 눈을 뜨는 냉상영

위극겸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일어나고. 이불을 위극겸 몸에 덮어주며

침대에서 내려서는 냉상영.

침대옆의 탁자에 얹혀진 가운을 집어드는 냉상영. 위극겸의 눈치를 보며

가운을 걸치며 문쪽으로 가는 냉상영

문을 열고 나가는 냉상영

탁! 문이 닫히고

혼자 남은 위극겸

천천히 눈을 뜨는 위극겸.

위극겸; (마천루에 갇힌 지 어느덧 이십년...) 우울한 표정

위극겸; (정의 그물은 나날이 질겨져서 빠져나갈 수가 없구나.) 한숨

이하 회상

 

<이십년 전 사형과 사제와 헤어진 나는 결국 마천루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운 나쁘게도 마천루의 당시 루주였던 적면천마(赤面天魔) 냉적(冷積)과 조우한 것이다.> 마천루의 고수들이 사방에서 위극겸을 포위해오고. 비틀거리는 위극겸의 앞에서 적면천마 냉적이 다가오며 마귀처럼 웃는다

<마천루로 끌려온 나는 온갖 고문을 당했으나 끝내 삼성동천의 위치를 기록한 장보도에 대해서는 발설하지 않았다.> 상체를 붕대로 칭칭 감아서 부상 당한 모습인 적면천마가 앉아서 보는 앞에서 고문당하는 위극겸. 장소는 고문실. 알몸인 채로 두 손이 쇠사슬에 묶여 매달려 있다. 적면천마는 이무외와의 싸움에서 중상을 입었다.

<비밀을 지키고 죽을 각오를 한 나에게 손을 뻗어온 것이 바로 적면천마의 장녀인 냉상영이었다.> 아무도 없는 고문실. 만신창이가 된 채 매달려 있는 위극겸에게 다가오는 여자. 후드를 벗으며 모습을 드러내는 20대 시절의 냉상영

<비록 여자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누구보다 야심이 컸던 냉상영은 아버지 적면천마가 남동생을 후계자로 삼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매달려 있는 위극겸의 앞에서 작은 유리병을 들어 보이는 냉상영. 유리병 안에는 송충이같은 벌레가 한 마리 들어있다.

<그래서 남동생을 제거할 생각을 했지만 마천루 내에서는 냉상영의 계획에 동참할 조력자를 구할 수 없었다. 그녀가 포로인 내게 합작을 제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유리병에서 벌레를 꺼내는 냉상영

<합작을 하되 서로 배신하지 않겠다는 증표로 냉상영과 나는 동심고를 나눠 먹었다. 생사를 함께하는 동심고를 나눠 먹은 이상 한쪽이 죽으면 다른 쪽도 반드시 죽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둘로 나눈 벌레를 자기도 먹고 입을 벌린 위극겸에게도 먹이는 냉상영의 모습

<나의 도움을 받은 냉상영의 반란은 성공했다. 냉상영은 잔혹하게도 남동생뿐 아니라 아버지인 적면천마까지 죽였다. 적면천마는 이(李)사제와의 싸움에서 입은 중상의 후유증 때문에 어이없이 딸의 손에 죽음을 당했던 것이다.> 대청 안에서 피 묻은 칼을 들고 마녀처럼 웃는 냉상영. 그 앞에 적면천마와 젊은 청년과 몇 명의 남녀가 피를 흘리며 죽어 있다. 대청 입구에서는 마천루 사람들이 몰려들다가 경악과 공포로 질린 표정을 짓는다. 위극겸은 냉상영에게 등을 보인 채 입구로 몰려드는 마천루 사람들을 상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양손에 검을 한 자루씩 든 채로

<합작할 때 내가 건 조건대로 냉상영은 삼성동천의 장보도는 일체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집착은 끔찍해서 단 한시도 내가 자기 곁을 떠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의 두 사람이 부부 싸움 하는 모습. 방안의 집기가 박살 났고. 위극겸이 어린 시절의 위진천을 안고 의자에 앉아있고. 그 앞에서 마녀같이 변한 냉상영이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너울거리는 모습으로 뭔가 악을 쓰고 있다

<그 때문에 나는 지난 이십여 년 동안 마천루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볼 수가 없었다. 연로하신 사부님께서 근심하실 것을 알면서도...> 겁에 질려 우는 어린 시절의 위진천을 달래며 한숨 쉬는 위극겸

회상 끝

 

위극겸; (진천이... 내 자랑스러운 아들...) 한숨

위극겸; (동심고에 중독되었다 해도 죽을 각오만 하면 마천루를 떠날 수 있었겠지만...) (차마 떠나지 못한 것은 바로 진천이 때문이었다.) 우울한 미소

위극겸; (만일 내가 마천루를 떠난다면 진천이가 어떤 삶을 살았을지 불 보듯 뻔했다.) 애절한 미소

위극겸; (광기와 마성으로 뭉쳐진 아내에게 양육을 맡길 경우 진천이도 제 어미 못지 않은 괴물로 자랄 것이다.)

위극겸; (그럴 수는 없어서... 진천이가 사람 구실을 할 때까지만 사부님께 불효를 저지르자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이십년의 세월이 흘렀다.)

위극겸; (언제부터인가는 너무 늦어 차마 제왕성으로 돌아가 뵐 엄두를 못 내온 것인데...) 이를 악문다.

위극겸; (사부님은 이 불효막심한 제자를 기다려주지 않으시고 먼저 세상을 등지셨다.) 결국 눈물 흘리고

<하늘에 닿을 듯 켜켜이 쌓아올린 이 불효의 죄를 어찌 갚는단 말인가?> 침실에 홀로 누워 우는 위극겸의 모습

 

#63>

마천루의 다른 곳. 창문도 없는 음침한 건물. 입구에는 굳어진 얼굴로 경비를 서는 무사들이 있고.

가가강! 쇠몽둥이를 끌고 복도를 가는 냉상영. 잠옷 위에 가운을 대충 걸친 마녀같은 모습. 복도 바닥은 돌로 이루어져서 불꽃이 튀고. 복도에는 일정 간격으로 무사들이 서있는데 모두 공포에 질려 경직된 모습이고.

복도 끝. 철문이 있고. 철문 앞에는 음침한 인상의 사내가 서있다. 다른 작품의 <신행태보 종선> 캐릭터. 이 작품에서도 신행태보 종선. 냉씨 일족의 종.

신행태보; [루주님!] 고개 숙이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마천루 집사 신행태보(神行太保) 종선(宗先)>

냉상영; [열어!] 다가가며

신행태보; [예!] 철컹! 철문을 연다

철문 안쪽으로 들어가는 냉상영.

철문 안쪽은 넓은 밀실. 백여명의 남녀가 앉고 서있다. 중앙에 이십여명의 사내들이 무릎을 꿇은 채 덜덜 떨고 있고. 위극겸에게 전서를 빼앗겼던 사내1도 무릎 꿇은 사람 들 중에 있고. 나머지 남녀들은 벽쪽에 붙어서 긴장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카캉! 쇠몽둥이를 끌고 들어오는 냉상영. 뒤에서 신행태보가 따라 들어오며 문을 닫고 있고. 서있던 자들은 모두 깜짝 놀라 돌아보고

[루... 루주님을 뵙습니다!] [루주님께 충성을!] 밀실 벽쪽에 서있던 남녀들이 급히 포권하며 인사하지만

카카캉! 쌩까고 무릎 꿇은 자들 사이를 쇠몽둥이를 끌고 지나가는 냉상영. 무릎을 꿇고 있는 자들은 바로 전서구를 관리하던 자들이다.

공포에 질려 달달 떠는 그자들

냉상영; [지금 이곳에 있는 건 정보의 수집과 분석을 담당하는 감찰당(監察堂) 소속의 문도들뿐이다.] 카카캉! 쇠몽둥이를 끌고 밀실의 거의 끝까지 가고

냉상영; [밤낮없이 격무에 시달리는 너희들을 이 늦은 밤에 모이라 해서 미안하게 생각한다.] 밀실의 맨 끝쪽에서 돌아서며 마녀처럼 웃고. 그년 바로 앞에는 위극겸에게 전서를 빼앗긴 사내1이 있다.

냉상영; [하지만 오늘이 가기 전에 처리해야할 일이 있어서 모이라고 했다.] 쇠몽둥이를 쳐들고

냉상영; [눈 크게 뜨고 잘 봐서 교혼으로 삼아라!] 쇠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하는 냉상영. 무릎 꿇은 자들의 머리통을 박살내는 쇠몽둥이

공포에 질리는 사람들

냉상영; [종선!] 퍽! 퍽! 쇠몽둥이를 휘둘러 사람들 죽이면서

신행태보; [예 루주님!] 문간에 선 채 대답

냉상영; [눈 돌리는 것들은 찾아내서 끌어내라.] [함께 죽여줄 테니...] 퍽! 퍽! 사람들 때려죽이며 말하고

신행태보; [예!] 대답하며 사람들 돌아보고

공포에 질려 눈 치뜨는 사람들

퍽! 퍽! 태연하게 사람들 머리통을 박살내서 죽이는 냉상영. 죽는 자들도 달달 떨기만 하고 저항할 생각도 못하다가 맞아죽는다.

덜덜 떨면서도 눈 치뜬 채 보는 사람들

퍼억! 캉! 마지막 한명의 머리통을 박살낸 쇠몽둥이가 바닥을 때리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냉상영; [여기까지다.] 휙! 쇠몽둥이 던지고

카캉! 바닥에 떨어지는 쇠몽둥이

쿵! 수십 명이 죽어 널부러졌고. 그 배경으로 지옥같은 현장에 혼자 서있는 냉상영. 몸이 피와 뇌수로 물들었고

냉상영; [다른 실수나 과오는 용서할 수 있다.] 둘러보고

냉상영; [하지만 단 한 가지, 진천이 아버지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빌미를 제공하는 놈은 반드시 죽인다!] 이를 갈고.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고

모두 공포에 질리고

냉상영; [죽이더라도 오늘 죽은 놈들처럼 편하게 죽이진 않을 것이다!] 마녀같은 표정으로 입구로 걸어가고.

앞쪽에서 신행태보가 문을 열어주고.

그 문으로 나가는 냉상영.

남은 사람들 비로소 안도하고. 여자들은 소리 죽여 울고

 

복도를 가는 냉상영. 신행태보가 따라가고

냉상영; [종선!]

신행태보; [하명하시지요.]

냉상영; [이무외의 아들 놈...] [이름이 이청풍이라고 했지?]

신행태보; [혈궁에 갇혀있는 이무외가 십면혈신의 딸에게서 얻은 아들이 있다는 첩보는 오래전에 접수되어 있었습니다.]

냉상영; [그 새끼... 죽여 버려!] 살벌한 표정

흠칫! 하는 신행태보

냉상영; [진천이 아버지의 마음을 어지럽힐 가능성이 있는 놈이니 살려둘 수는 없다!] 이를 가는 마녀같은 표정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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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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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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