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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독룡간> 낮

절벽 아래에 자리한 동굴. 헌데 수많은 뱀들이 동굴 입구에 모여서 고개를 들고 동굴 안을 보고 있다. 뱀들은 크기가 제 각각이다

 

동굴 내부. 끝 쪽에 섭장천이 누워있다. 청풍이 그 옆에 무릎 꿇고 앉아있고. 용각신망은 섭장천의 머리맡에 따리를 틀고 앉아서 섭장천을 내려다본다.

섭장천; [지난 열흘 동안 고생이 많았다.] 죽어가는 얼굴로 청풍을 올려다보고

섭장천; [네가 철인진결과 절대삼검의 비결을 모두 숙지한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은 없구나.]

청풍; [아직... 후배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눈물 글썽

섭장천; [그렇지 않다. 네게는 부족한 면이 전혀 없어.] 웃고

섭장천; [노부도 나름대로 재주가 있다고 자부해왔지만 문일지십인 너에게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섭장천; [철인진결과 절대삼검의 비결을 확실하게 깨우쳤으니 이제 수련하여 네 것으로 만드는 일만 남았다.]

섭장천; [노부의 평생 성취가 남김없이 후세에 전해지게 되었으니 그저 기쁠 뿐이다.] 평온한 표정이 되고

청풍은 말없이 울고

꾸우! 용각신망도 울고

섭장천; [노파심으로... 다시 한 번 부탁을 하마.] [노부의 손녀... 유일한 핏줄인... 아연이를 찾아내 보살펴다오.]

청풍; [명심하겠습니다.]

섭장천; [아연이... 그 가엾은 것은 지존의 마수에 떨어져 무슨 수난을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게 끝내 노부의 마음을 어지럽히는구나.] 탄식

청풍; [천지신명께 맹세컨대 아연소저는 반드시 찾아내 지켜드리겠습니다.]

섭장천; [고맙구나. 고마워.] 미소 짓고

섭장천; [아연이의 가슴 부분에... 나비 형상의 점이 있다는 걸 잊지 말거라.] 말할 때

꾸우! 용각신망이 섭장천의 이마를 핥으며 운다

섭장천; [오냐! 이제 조금만 더 기다려라.] [노부의 정기(精氣)를 먹게 해줄 테니...] 자애롭게 웃고

청풍; (정기를 먹게 해주신다니...) 놀랄 때

섭장천; [용각신망은 죽을 운명이었던 노부의 목숨을 연장시켜주었다.] [그 대가로 노부는 용각신망에게 노부가 평생 닦아온 정기를 주기로 했다.]

섭장천; [노부의 정기를 흡수하면 용각신망은 용이 되기 위한 수련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섭장천; [잘하면 몇 년 내로 용이 되어 승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청풍; (섭노사와 용각신망 사이에 그런 계약이 있었구나.) 생각할 때

섭장천; [손을 다오.] 힘겹게 손을 하나 세우고

청풍; [예...] 두 손으로 섭장천의 그 손을 잡고. 직후

쩡! 마주 쥔 청풍과 섭장천의 손 사이에서 강한 빛이 뿜어진다

청풍; (이건...) 경악과 고통을 느끼는 표정

청풍; (섭노사의 손을 통해서 얼음같이 서늘한 기운이 내 몸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지잉! 청풍의 양손이 투명하게 빛나고

섭장천; [노부가 평생 수련한 검기(劍氣)다.]

섭장천; [이 검기를 물려받으면 검벽신공 단계까지는 수월하게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지잉! 손에서 나는 빛이 더 강해지고

청풍; [노사님...] 감격

섭장천; [항상... 천도(天道)를 생각하거라.] [아연이를 부탁하고...] 화악! 빛에 휩싸이는 섭장천과 청풍의 모습

 

#123>

저녁 무렵. 여전히 독룡간

독룡간 아래 절벽. 동굴 옆에 돌로 쌓은 무덤이 생겼다. 그 무덤 앞에는 녹슨 검이 세 자루 꽂혀있다. 무덤 앞에 청풍이 서서 보고 있다. 떠날 준비. 허리에는 용봉철적을 끼우고 있다. 무덤 앞에는 많은 뱀들이 모여서 조문하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청풍; (노야께서 주입시켜주는 검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니 이미 영면하신 후였다.)

청풍; (용각신망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아마 내가 정신을 잃었던 사이에 노야의 시신에서 정기를 흡수하고 떠났을 것이다.) 생각하다가

청풍; [소생은 이만 떠나겠습니다 노야! 부디 모든 근심 내려놓고 영면하십시오.] 무덤에 대고 포권하며 고개 숙이고

청풍; [노야는 저 이청풍의 사실상 스승이십니다. 베풀어주신 큰 은혜와 가르침,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청풍; [영손녀... 아연소저를 찾아내는 대로 데려와서 선영(先塋)으로 모시겠습니다.] 포권을 풀고. 이어

주변을 둘러보는 청풍.

뱀들이 조문하듯 모여 있고

청풍; [다시 돌아올 때까지 노야의 무덤을 잘 지켜다오.] 뱀들에게 말하고

고개를 숙이는 뱀들

청풍; (용각신망을 보지 못하고 떠나는 게 아쉽구나.) 두리번거리며 걸음 옮기다가

파앗! 날아오르는 청풍. 올려다보는 뱀들

곧 새처럼 까마득히 날아올라 사라지는 청풍. 헌데

슥! 청풍이 사라지자 동굴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용각신망. 헌데

쿵! 다리가 네 개 달리고 등에는 갈기, 주둥이 주변에는 수염이 나있다. 완전히 용의 모습이 되었다. 다만 크기는 오히려 줄어들어서 50센티가 안된다.

용각신망이 나타나자 일제히 고개 조아리며 영접하는 뱀들

[..] 동굴 밖으로 나오며 청풍이 올라간 절벽 쪽을 보는 용각신망. 뭔가 생각한다.

 

#124>

<-북경> 낮

<-자금성>

 

어느 건물. 관리들이 분주하게 드나들고 있고.

[이걸 지금 품의서(稟議書)라고 올린 것이냐?] 건물 안에서 들리는 고함소리

관리; [누가 잡기(雜記)나 패관(稗官;소설)을 써오라고 했느냐?] [국가대사를 운영하는 중차대한 사안을 뜬 구름 잡는 잡설로 채우는 게 말이 돼?] 탕! 탕! 불같이 화를 내는 중년의 관리. 염소 수염을 길렀고 아주 꼬장꼬장한 인상이다. 책상을 앞에 두고 앉아서 서류 뭉치로 책상을 연신 내려치고 있다.

일이 벌어지는 장소는 전형적인 사무실. 정부의 어느 부처 같다. 사방에 놓인 책상에서 관리들이 일을 하고 있는데 모두 숨을 죽이고 있다. 관리에게 혼이 나는 것은 벽세황이다. 관리 앞에 두 손 모으고 서있다.

관리; [이런 실력으로 어떻게 이부(吏部)에 들어온 것이냐?] [너 정말 과거 보고 자금성에 들어온 게 맞긴 한 거냐?]

벽세황; [죄송합니다. 다시 작성하여 올리겠습니다.] 굴욕적인 표정. 필사적으로 치욕을 참으면서

관리; [필요 없다!] 팟! 서류를 벽세황의 얼굴에 확 뿌리고

주변 관리들 기겁하며 움츠리고

후두둑! 자기 얼굴에 맞고 떨어지는 서류들을 보며 필사적으로 굴욕감과 분노를 참는 벽세황

관리; [네놈이 품의 올리는 거 기다리다가는 상서(尙書;장관)님에게 불호령을 맞기 십상이다.] [이번 건은 다른 부서에 맡길 테니 네놈은 글 쓰는 공부나 더해!] 다른 서류 집어들고 식식 대고

벽세황; [...] 입술 깨물며 돌아서고

구석진 자리로 가는 벽세황. 다른 관리들 그런 벽세황의 눈치를 보고

벽세황; (젠장...) 구석진 자리에 앉으며 분노를 참고

벽세황; (관계에서 자리를 잡아야한다는 아버지의 엄명만 없었어도 저 염소 새끼 수염을 확 뽑아버리는 건데...) 서류 정리하며 자기 혼낸 관리를 곁눈질로 노려보고

벽세황; (천하삼대 부호가문중 하나인 황금전장의 후계자인 내가 이런 수모를 당해야만 하다니...)

벽세황; (오냐 두고 보자!) (날 비웃는 놈들 전부 곡소리 나게 만들어줄 것이다.) 신경질 적으로 서류 넘기며 화를 삭이고. 헌데

 

문 밖에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두 명의 환관. 동창제독 담길과 담길의 심복인 환관1이다.

담길; [저놈이 틀림없느냐?] 구석 진 자리의 벽세황을 보며

환관1; [예! 시험 감독관이었던 필유담(弼由膽)을 국문(鞠問;취조)해서 확인했습니다.] 과거 시험 감독관이었던 관리1을 떠올리고

환관1; [황금전장 장주 벽초천은 영특한 하인 이청풍에게 벽세황의 대리 시험을 치게 했습니다.]

환관1; [그 결과 벽세황은 전시에서 삼등급제를 해서 이부에 배속된 것입니다.]

환관1; [혐의와 가담자가 모두 확인되었으니 분부만 내리시면 벽초천을 추포해 오겠습니다.]

담길; [그럴 거 없다.] 고개 젓고

담길; [대리시험 건은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더 이상 파지 말고 기다려라.]

환관1; [예...]

담길; [대신 전력을 기울여서 이청풍이란 자의 행적을 추적해서 보고해라.]

환관1; [봉명하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서둘러 다른 곳으로 가는 환관1

담길; (이청풍... 황금전장의 하인...)

담길; (제삼황자께서 천한 종의 신분으로 살아왔다 이거지?)

담길; (그렇게라도 목숨을 부지해왔으니 주실(朱室;명나라 황실)의 열조들께서 보우하셨다고 봐야할 것이다.)

담길; (덕분에 황실의 핏줄이 끊길 위험도 줄어들었고...)

 

#125>

<-소림사> 낮

<-지객당> 주변을 중들과 향화객들이 많이 오가고

 

지객당 내부.

중2; [불제자인 소승이 어찌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청풍과 마주 앉아 억지웃음 짓는 젊은 중. #119>에 나왔던 지객당의 두 명의 젊은 중 중 한명. 다른 젊은 중 중1은 막운비에게 죽었고. 청풍과 탁자를 사이데 두고 마주 앉아 합장하고 있다.

중2; [종남파의 막운비시주는 폐사에 들른 적이 없습니다.]

청풍; [화산 근처에서 헤어질 때 막형은 분명 소림사로 직행할 예정이라 했었습니다만...] 지긋이 중2를 보고. 청풍은 수염을 깔끔하게 깎은 모습이다. 허리춤에는 용봉철적을 끼우고 있고

중2; [시주와 막시주의 관계를 폐사에서야 알 도리가 없지요.]

중2;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막시주는 단 한 번도 폐사를 방문한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단호하게

[...] 말없이 중2를 보고

중2도 어색하게 웃으며 청풍을 마주 보고

청풍; (눈빛이 흔들리는 걸 보면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

청풍; (하지만 의심만 갖고 다른 사람도 아닌 소림사의 제자를 닦달할 수야 없지.) + [스님 법호가...]

중2; [소림사의 삼대(三代) 제자 율천(律川)입니다.] 합장하며

청풍; [율천스님이셨군요.] 일어나고. 중2도 일어나고

청풍; [조만간 다시 찾아뵙고 인사 올리겠습니다.] 포권하고

중2; (협박이냐?) + [언제든지 방문해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속으로는 화가 나지만 겉으로는 웃으며 마주 합장하고

입구로 나가는 청풍. 합장 풀며 청풍의 뒷모습 보는 중2. 이어

고개 조금 돌려 뒤쪽 벽에 그려진 불화를 보는 중2

불화에 그려진 부처의 눈이 하나 반짝인다.

 

#126>

불화가 그려진 벽 안쪽. 천면서생이 의자를 놓고 앉아서 밖을 보고 있다. 손에는 작은 노트같은 것을 하나 들었고

청풍이 나가는 뒷모습이 보이고. 천면서생의 시점

천면서생; (성이 이씨라는 저 놈...) 구멍에서 눈을 떼고.

천면서생; (분명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얼굴이다.) 작은 노트를 뒤지며 생각하는 천면서생. 그러다가

천면서생; (찾았다!) 눈 번득

그자가 보는 노트에 그려진 청풍의 초상화. 초상화 하단에 <李淸風 至急手配>라는 글이 적혀 있다.

천면서생; (이청풍!) (소회주의 최측근인 혈부용이 지급으로 찾으라는 지시를 내린 이청풍이란 놈이다.)

천면서생; (막운비가 철목선사에게 밀서를 전하지 못하게 막은 것에 이어 나 천면서생이 또 한 번 공을 세우게 되었구나.) 흐흐흐! 웃고

 

#127>

지객당을 등지고 걸어가는 청풍. 생각에 잠긴 표정. 주변에 향화객과 중들이 오가지만 신경쓰지 않고

청풍; (막형에게 무언가 불상사가 생긴 게 분명하다.) 걸음 옮기고.

청풍; (막형은 예정대로라면 나보다 열흘쯤 전에 소림사에 도착했어야한다.)

청풍; (화산에서 소림사로 오는 도중 혈세사패의 그물에 걸려든 것일까?)

청풍; (이럴 줄 알았으면 복우산에 들리지 말고 막형과 소림사까지 동행할 것을...) 후회하고.

청풍; (물론 그랬다가는 검성 섭노야와 인연을 맺지 못했겠지만...) 쓴웃음

청풍; (북경으로 가서 내 일신상의 은원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막형의 행방부터 찾아봐야겠다.) 결심. 그리고

후두둑! 후둑! 그런 청풍의 머리 위로 몇 마리 비둘기가 날아간다. 발목에 천을 묶은 채. 헌데

 

향화객들 사이에 끼어서 청풍을 살펴보는 거지 한명.

구석진 곳으로 가며 청풍을 보는 거지. 소매 속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고

종이를 펴보는 거지. 접혀있던 종이에는 청풍의 초상화와 <李淸風>이란 글이 적혀 있다

거지; (찾았다!) 눈 번뜩이고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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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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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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