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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정주> 새벽. 이제 동녘이 환하게 밝아온다.

정주 교외 강가의 사당. 사당 앞의 모닥불은 꺼져 있고. 백살파 자객들이 모닥불 주위에 망토를 덮고 잠이 들어있다. 빈 술병이 널려있고. 먹다 남은 통닭과 오리고기도 있다. 모닥불에서는 연기만 가늘게 치솟고 있다. 그러다가

사내1; [어이 추워!] 몸을 떨며 깨어나고

사내1; [젠장... 어쩐지 춥다 했더니 모닥불이 꺼졌구만.] 오만상 쓰며 일어나고

사내1; [아직 날이 밝으려면 멀었다. 모닥불을 다시 피우고 한숨 더 자야겠다.] 비틀거리며 사당 쪽으로 가고

사내1; [사당 문짝은 누가 떼어갔고...] 문이 안 달린 사당으로 들어가고

사내1; [마루나 뜯어다가 땔감으로...] + [!] 눈 부릅

쿵! 사당 바닥에 아무도 없다. 마른 풀이 깔린 바닥에는 제갈소소의 손발을 묶었던 밧줄과 입에 재갈 물렸던 천만 흩어져 있고

사내1; [젠장! 전부 일어나라 일 났다.] 사당 안을 살펴보며 버럭 고함지르고.

[헉!] [뭐냐?] [다지관음이 딸년 구하려고 쳐들어오기라도 했냐?] 다른 세 놈 기겁하며 일어나고

사내1; [제갈소소, 그 맹랑한 년이 포승을 끊고 달아났다.]

[이런...] [정말이로구나!] [일곱 살 밖에 안된 어린년이 어떻게 포박을 푼 건가?] 사당으로 달려와 안을 들여다보며 놀라는 세놈

사내1; [아직 멀리 가진 못했을 것이다.] [네 방향으로 흩어져서 추적하자!] 휙! 한쪽으로 날아가고

[난 이쪽을 훑겠다.] [젠장! 다 된밥에 코 빠트린다더니...] [이년아! 어디 숨었느냐?] 휘익! 휙! 다른 세 방향으로 날아가는 사내들.

곧 사당 앞은 조용해지고. 헌데

 

사당 내부.

달칵! 사당 바닥을 이루는 마루조각이 들썩이더니

툭! 툭! 조그만 손이 마루 조각 몇 개를 젖히고

이어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미는 계집아이. 물론 제갈소소다.

당차고 똘똘한 표정으로 마루 아래 공간에서 밖으로 기어나오는 제갈소소

탁탁! 손으로 몸의 먼지까지 털며 사당을 나온다.

주변 살피며 모닥불이 피워졌던 곳을 지나려 하고. 그러다가

모닥불 옆에 남아있는 먹다 남은 통닭과 오리고기들

꼬르륵! 그걸 보는 제갈소소의 배에서 소리가 나고

다가가서

통닭을 집어 드는 제갈소소.

우직! 통닭의 다리를 하나 잡아 뜯어서

그걸 우물거리며 사당을 떠나는 제갈소소.

 

#134>

아침. 정주. 이제 강에는 아침인데도 배들이 많이 떠가고.

그 중 한 척의 여객선. 돛대가 두 개에 객실이 2층인 상당히 큰 여객선. 바로 벽옥령과 강혜분이 탄 배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갑판에는 사람들이 별로 안 나와 있는데. 뱃머리에 강혜분이 서있다. 죽립은 쓰지 않았지만 망토로 몸을 가리고 있다. 배의 좌우와 선미에는 사공들이 서서 장대로 물길을 가늠하고 있고.

생각이 많은 표정인 강혜분.

그런 강혜분의 머리에 떠오르는 장면. #35>의 장면이다. 파노라마처럼 회상 씬으로

 

청풍; [확실히 누님은 여전히 십대소녀처럼 보이십니다.] 달칵! 웃으며 수저를 쟁반에 내려놓고

강혜분; [얘는 농담도 잘해!] 탁! 부끄러워서 청풍의 어깨를 손으로 치고. 헌데 그 순간

휘익! 강혜분의 몸이 허공으로 홱 떠오른다. 다리가 천장을 향하게. 손은 청풍의 어깨에 달라붙어 있고

강혜분; [엄마야!] 거꾸로 선 자세가 되어 비명 지르고.

청풍; [놀라셨지요?] 웃고

청풍; [내려드릴 테니 안심...] + [!] 움찔 하고

스륵! 거꾸로 서는 바람에 강혜분의 치마와 속치마가 아래로 흘러내리며 아랫도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가죽신을 신은 발과 미끈한 다리. 삼각 빤스 같은 속옷으로 가려진 사타구니 일부까지

강혜분; [꺅!] 비명 지르며 급히 나머지 한손으로 사타구니쪽의 치마를 밀어서 아랫도리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게 하고

회상 끝

 

강혜분; (개구장이 같으니...) 얼굴 발개지고

강혜분; (물론 딱히 기분이 나쁘진 않았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청풍이에게 속살을 보여준 것이었으니...) 좋아 죽으려 하고

이어지는 회상. 역시 #35>의 장면

 

청풍; [이화접목의 수련비결입니다.] 건네주며 웃고

청풍; [그걸 수련하시면 아무리 힘 센 상대라도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혜분; [고마워! 열심히 수련할게.]

청풍; [그런 일이 없길 바라지만...] [언제고 이화접목이 누님에게 필요한 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회상 끝

 

강혜분; (청풍은 지금 같은 상황을 예견한 것일까?)

강혜분; (이화접목의 비결을 전수해준 덕분에 세상에 나올 때 조금은 두려움이 덜해졌는데...) 생각할 때

달칵! 1층 객실의 문이 열리며 벽옥령이 나온다. 여전히 남장이지만 역시 죽립은 쓰지 않았다. 열린 문 안쪽에는 여자들이 잠들어 있는 게 보이고

강혜분; [일어나셨어요 아가씨?]

벽옥령; [잘 잤어 혜분언니?] 하품하며 다가오고

벽옥령; [여긴 어디쯤이야?] 눈 꼬리의 찔끔 나온 눈물을 소매로 닦으며 다가오고. 강혜분은 몸에 두르고 있던 망토를 벗는 중이다.

강혜분; [밤새 개봉(開封)을 지나서 정주 근처를 지나는 것 같아요.] 망토를 벽옥령의 몸에 둘러주면서

벽옥령; [언니도 춥잖아.] 말은 그렇게 하지만 거부하진 않고

강혜분; [전 괜잖아요. 아침 바람이 쌀쌀하니 피풍의를 두르고 계셔요.] 목 앞으로 끈을 여며주고

벽옥령; [고마워.] 아직 잠이 덜 깬 표정으로

벽옥령; [그런데 정주에서 낙양은 그리 멀지 않지?]

강혜분; [점심때쯤이면 지나갈 거예요.] 강혜분에게 입혀준 망토를 갈무리 해주고

벽옥령; [길은 멀리 돌아왔지만 시간은 오히려 적게 걸렸을 거야.] 정주 쪽을 보고

강혜분; [순풍이 불어준 덕분에 배가 빨리 황하를 거슬러 올라올 수 있었지요.] 함께 서서 정주를 보고

강혜분; [하지만 낙양을 지나면 험하기로 악명 높은 용문협(龍門峽)이 나와요.]

벽옥령; [잉어가 거슬러 올라가는 데 성공하면 용이 된다고 해서 등용문(登龍門)이란 전설이 생긴 그 용문협!]

강혜분; [강물이 너무 급해서 이 배는 거기까지 밖에 운행을 하지 않아요.]

벽옥령; [어쩔 수 없이 용문협 부터는 육로로 가야겠네.]

강혜분; [도보로 가는 건 상당히 힘들 테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셔야할 거예요.]

벽옥령; [견딜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벽옥령; [아무리 힘들어도 청풍오빠가 무사한 걸 확인할 수만 있으면 참을 수 있어.] 당찬 모습

강혜분; (아가씨의 이 지극정성이 하늘에 닿아서 청풍이가 무사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벽옥령의 옆모습 보며 소리없이 한숨. 그때

벽옥령; [저기 봐 언니!] 강변을 가리키고

강변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건물이 보인다. 거리는 200미터 정도.

벽옥령; [아마 길가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주점 같아.]

강혜분; [손님들이 제법 있는 게 보이네요.] 역시 강변의 건물을 보고. 건물 주변에 사람들이 오가는 게 개미처럼 작게 보인다.

벽옥령; [저런 곳에서 아침을 먹으면 분위기 끝내주겠어.] 입맛 다시고

강혜분; [그러게나 말이에요.] 웃고. 헌데

 

#135>

두 여자가 보고 있는 강가의 주점. 강을 따라 난 큰 길가에 서있어서 손님이 많다. 이른 아침이지만 손님들이 제법 북적이고. 길을 오가는 손님들이 아침 먹으로 들르고 있다. 말과 마차도 주점 앞 마당에 세워져 있고.

멀리 강이 보이는 창가 자리. 의자가 네 개인데 청풍이 앉아서 강을 떠가는 배들을 보고 있다. 청풍은 주점 입구가 보이는 쪽 창가 자리에 앉아있다. 앞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이 놓여있고

청풍; (저 배들은 밤새 강을 따라 올라오고 내려왔겠구나.)

여객선의 모습. 뱃전에 사람들이 서있는 게 작게 보이고. 물론 그중에 강혜분과 벽옥령이 있지만 청풍은 알지 못한다.

청풍; (저 배에 탄 사람들은 무슨 사연이 있어서 길고 험한 황하를 거슬러 온 것일까?) 생각하는데

[음식 나왔습니다.] 턱! 점원이 쟁반을 내려놓는다. 쟁반에는 국수와 만두, 고기볶음 등이 있다. 돌아보는 청풍

점원; [맛있게 드십쇼.] 쟁반을 들고 돌아가고. 탁자에는 세 가지 음식이 차려졌고

청풍; (밤길을 걸어와서 배가 고픈 김에 음식을 너무 많이 시켰다.) 젓가락 통에서 젓가락을 집어들고

청풍; (아무래도 다 못 먹고 남길 것 같구나.) 국수를 먹기 시작하고

 

#136>

강가의 사당.

휘익! 휘익! 사내1과 2가 날아내리고

사내1; [자네도 허탕인가?] 모닥불 옆에 내려서고

사내2; [십리 넘게 뒤졌지만 아무런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네.]

사내1; [일곱살 짜리 계집애가 밤새 그 이상 먼 거리를 걸어갔을 리는 없고...] 오만상을 쓰고

사내1; [다른 친구들이 간 방향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년이 이 근처 어딘가에 숨어있다고 봐야...] 말하다가 흠칫하며 모닥불 있던 곳을 보고. 정확히는 통닭이 놓여 있던 곳이다

사내1; [우리가 안주거리로 사온 통닭을 다 먹었던가?]

사내2; [술 마시느라 안주는 거의 안 먹었지.] 사당으로 가려다돌아보고

사내1; [그런데 통닭이 통째로 사라졌어.] 통닭이 있던 곳을 가리키고

사내2; [혹시!] 팟! 사당으로 뛰어들고

사당 바닥의 마루판이 몇 개 흩어져 있고 그 아래 빈 공간이 있는 게 보이고

사내2; [이런 젠장!] 쾅! 발을 구르고

사내1; [혹시...] 다가와서 보고

사내2; [그년이 사당 마룻바닥에 숨어서 우리가 떠나길 기다렸다가 달아났네.] [통닭은 배가 고파서 가져갔을 테고...] 홱 돌아서고

사내1; [통닭을 먹으면서 갔으면 흔적이 있을 걸세.] 주변을 살피고.

사내2; [그렇겠지.] 다른 곳을 살피고. 그러다가

사내1; [!] 눈 번득

풀숲에 난 길에 닭다리 뼈가 하나 떨어져 있다.

사내1; [이쪽일세.] 외치며 달려가고. 사내2가 돌아보고

삐익! 삑! 호각을 불며 닭 뼈가 발견된 곳으로 달려가는 사내1. 사내2도 따라가고

 

#137>

주점에서 멀지 않은 강가.

[!] 온 길을 돌아보는 제갈소소. 살이 붙어있는 닭다리 하나를 들고 있는데. 삐익! 삑! 멀리서 호각 소리가 들린다.

마지막 닭다리를 뜯으며 종종 걸음을 하는 제갈소소. 앞쪽에 주점이 보인다.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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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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