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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낙양(洛陽)> 거대한 도시. 저녁 무렵.

어느 객잔. 사람들 북적.

객잔의 독채. 그곳에는 인적이 없다.

쏴아! 객잔 내부. 욕실에서 물소리가 나고.

화려한 침실. 여자들의 짐이 널려있고. 한쪽은 욕실. 한쪽에는 휘장이 쳐진 침대가 놓여있다. 휘장이 쳐져 있어서 침대 안의 상황은 볼 수 없고

쏴아! 쏴! 주렴이 쳐진 욕실에서 물소리가 나고. 이윽고

촤락! 주렴을 젖히며 나타나는 여자. <무쌍일지>에 나온 우유라 캐릭터. 막 목욕을 한 촉촉한 모습. 몸에는 가운이 걸쳐져 있고 머리는 수건으로 싸매고 있다. 풍만하며 절세미녀. 나이는 좀 있어서 20대 후반이다.

우유라; [오랜만에 마음 놓고 목욕을 해서 개운하네.] 수건으로 목의 물기를 닦으며 나오고

우유라; [악양(岳陽)에서 이곳 낙양까지는 이천여리...] [그 먼 길을 오는 동안 목욕조차 마음 편하게 못했다.] 한쪽의 화장대로 가고.

우유라; [이제 목적지인 북망산(北邙山)까지는 지척이니 오늘은 편히 쉴 수 있겠구나.] 화장대에 앉아 화장을 하려하고. 그러다가

우유라; [!] 흠칫! 하며 뒤쪽의 침대를 보고

우유라; (소소(素素)가 어째 조용하네.) (그새를 못 기다리고 잠이 들었나?) 화장대 앞의 의자에서 일어나 침대로 가고.

우유라; [소소야! 엄마가 목욕하는 거 기다리다 잠들었니?] 사락! 휘장을 젖히며 미소 짓고. 하지만

쿵! 침대 안에는 아무도 없다. 대신 종이가 한 장 놓여있고

우유라; (소소가 없다.) 눈 치뜨고. 종이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우유라; [사봉(四鳳)!] 외치며 침실 문쪽으로 달려가고

우유라; [소소를 너희들이 데리고 있느냐?] 덜컹! 문을 열고. 하지만

쿵! 문 밖은 거실. 헌데. 거실에 네 명의 여자 무사가 죽어있다. 외상은 없는데 모두 입과 코로 피를 흘리며 죽어있다. 같은 복장을 하고 있고 얼굴도 비슷하고.

우유라; [사봉!] 비명 지르며 거실로 뛰어들고. 하지만 그 직후

어떤 연기 같은 것이 우유라의 코로 스며들고. 그러자

띵! 현기증이 느껴지는 우유라

우유라; [독!} 비틀하며 급히 두 손을 모으고. 숨을 멈추는 모습으로. 이어

우유라; (삼매진화(三昧眞火)!) 눈 부릅뜨고. 그러자

화악! 우유라의 몸에서 강한 열기가 뿜어지는 모습. 이어

우유라; [하악!] 참았던 숨을 토해내고

우유라; (살포된 후 제법 시간이 흐른 덕분에 독기가 옅어져서 어렵지 않게 태워버릴 수 있었다.) 서둘러 네 명의 여자무사에게 다가가고.

가장 가까운 여자의 목을 만지는 우유라

우유라; (질식해서 죽었다.) (기도에 부종을 일으키게 만드는 악독한 독에 중독당한 때문이다.) 이를 갈고

우유라; (그 때문에 비명도 지르지 못했을 테고...) + [!] 생각하다가 깨닫고

우유라; (종이!) 팟! 다시 침실로 뛰어들고

침대로 달려가서

팟! 침대에 무릎을 꿇으며 종이를 낚아채듯 집어드는 우유라

 

<유서 깊은 제갈세가(諸葛勢家)의 안주인이신 다지관음(多智觀音) 우유라(尤乳羅) 부인께 인사드리겠소. 따님 제갈소소(諸葛素素)는 우리 백살파에서 보살피고 있소. 따님이 무사하길 바라신다면 북망산에서 열리는 호천집성연(護天集星宴)에는 참석하지 않으시기릴 바라겠소.> 종이에 적힌 글 내용

 

우유라; [안... 안돼!] 사색이 되어 덜덜 떨고. 두 손으로 종이를 든 채

우유라; [백살파! 네놈들이 감히 제갈세가의 유일한 상속자인 소소를 건드려?] [용서하지 않겠다.] 이를 갈고

 

#129>

경치 좋은 곳에 자리한 암자. #54> #101>에 나온 암자. 위상영이 머물던. 그리 크지는 않은 절인데 비구니 암자라 비구니들만 돌아다니고 있고. 마당에는 두 필의 말이 끄는 마차도 한 대 서있다. 물론 위상영이 타고 다니는 마차다. 비구니들이 말을 돌보고 있고

어느 건물. 색목쌍교가 입구를 지키고 있다.

 

위상영; [소림사...] 조금 놀란 표정. 독두신개와 마주 앉아있다.

위상영; [이청풍 그 사람...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 나타났군요.] 냉정을 유지하려 애쓰는 표정으로 말하고

독두신개; [노화자도 그게 신기해서 급히 소식을 전하러 왔네.] 가는 천을 내밀고. 두 손으로 받는 위상영

독두신개; [화산에서 실종되었다가 느닷없이 나타난 놈이 이번에는 뜬금없이 소림사에 들렀다는 걸세.] 천을 펼쳐서 읽는 위상영을 보며

위상영; [무슨 목적으로 소림사에 들렀는지 궁금하군요.] 천에서 눈을 떼고

독두신개; [소림사에 파견되어있던 본방의 젊은 거지 놈이 탐문한 바에 의하면 종남파 제가 막운비의 소재를 물었다고 하네.]

위상영; [이십여 일 전 삼절곡이 의문의 멸문을 당한 것과 관련이 있겠군요.]

독두신개; [노화자도 그리 추측하고 막운비의 행방을 알아보라고 젊은 거지들에게 지시를 해놨어.]

위상영; [소녀 역시 궁금하니 알아내신 게 있으면 알려주셨으면 해요.]

독두신개; [그리함세.]

독두신개; [그보다 호천집성연의 준비는 잘 되어가는가?]

위상영; [삼문육가뿐만 아니라 구대문파에도 초청장을 발송해놨어요.] [삼문육가의 참석은 확정적인데 구대문파중에서는 몇 개의 문파나 참석할지 모르겠어요.]

독두신개; [구대문파의 말대가리들이 제발 협조적으로 나왔으면 좋으련만...] 혀를 차고

위상영; [그분들도 조만간 저희 호천맹의 깊은 뜻을 알게 되겠지요.] 미소

독두신개; [호천집성연의 준비로 바쁠 테니 노화자는 이만 가보겠네.] 일어나고

위상영; [대접이 소홀해서 죄송해요.] 일어나고

독두신개; [대접이 소홀하다니... 거지에게 별 말을 다하는군.] 문을 열고 나가고. 문 밖에서 색목쌍교가 돌아보고

독두신개; [군사의 마음 속 정랑(精郞)은 노화자가 만나볼 테니 안심하게나.] 짓궂게 웃으며 걸어가고. 따라 나오는 위상영에게

<정랑...> 색목쌍교가 서로 눈짓을 하며 웃고.

위상영은 얼굴이 화들짝 붉어지고

휘익! 멀리 사라지는 독두신개

위상영; [짖궂은 분 같으니...] 한숨. 하지만 싫은 기색은 아니고.

위상영; (마음속의 정랑...) (하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문 밖에 서서 멀어지는 독두신개를 보며 생각하고

위상영; (큰 은혜를 입기도 해서인지 단 두 번 만났음에도 내 마음속에 새겨진 이공자의 인상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정도로 선명하니...) 청풍을 떠올리고

 

#130>

<-위가장> 역시 저녁 무렵.

어느 건물. 음침한 인상의 무사들이 지키고 있고

 

혈부용; [...] 의자에 앉아서 편지를 읽고 있고. 그 앞에는 음침한 인상의 중년인이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서있다.

혈부용; [...] 뭔가 생각하며 편지를 내려놓고

사내; [어찌 할지요?] 눈치 보고

혈부용; [이청풍... 이자의 종적이 발견되었다는 보고를 소회주님께도 했느냐?] 편지를 가리키고

사내; [혈부용님께 먼저 보고해야할 것 같아서...] 눈치 보고

혈부용; [잘 했다.] [근래 소회주님의 심기가 몹시 어지러운데 이런 일로 또 심란하게 해드릴 필요는 없다.]

혈부용; [이가놈은 내 선에서 처리하겠다.] [백살파와 지옥갱에 연락해서 준비를 시켜라.] 도도하게

사내; [존명!] 포권하고

나가는 사내

혈부용; [이청풍... 이청풍...]

혈부용; [소회주님 말씀대로 네놈이 정말 소회주님의 앞길을 막을 천적인지 나 혈부용의 손으로 확인해주겠다.] 사악하게 웃고

 

#131>

<-낙양 동쪽 정주(鄭州)> 강변의 도시. 때는 밤. 아주 깊은 밤은 아니라 도시가 불야성을 이루고 있고. 하늘에는 보름달이 다 된 달이 떠있다.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정주가 멀리 보이는 강가. 음침한 사당이 한 채 서있고. 그 사당 앞 공터에는 모닥불이 피워져 있고. 흰옷을 입은 사내 네 명이 모닥불을 둘러싸고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는 중이다. 안주는 통닭과 오리등. 기름종이에 싸서 포장해온 것. 사내들의 복장은 백살파 자객들 복장. 옆에는 무기와 함께 복면을 벗어 놨다. 복면에 숫자는 적혀있지 않다.

사내1; [지령 받은 임무를 성공하긴 했지만 좀 아쉽구만.] [마침 다지관음 우유라 그년 목욕 중이었는데 말이야.] 술을 병나발로 불며 음험하게 웃고

사내2; [효과 좋은 독도 갖고 있었겠다. 그년을 쓰러트리고 재미를 볼 걸 그랬나?] 역시 입맛을 다시면서

사내3; [아서라 이것들아.] [우가년은 어쨌든 명색이 삼문육가중 한 가문의 주인이야.] 병나발 불던 술병을 입에서 떼며

사내3; [백일자객들이라면 모르지만 우리같은 하수들이 어떻게 해볼 상대가 아니야.] 소매로 입가의 술을 쓱 닦고

사내3; [특히 그년이 익힌 태음신공(太陰神功)은 남자들과는 상극이라고 알려져 있어.] 심각한 표정

사내1; [남자들과는 상극인 무공?] [그런 게 있나?]

사내3; [있지.]

사내3; [남자가 익힌 무공에 공격당하면 타격을 입기는커녕 양기(陽氣)를 흡수해서 더 강하게 반격하는 무공들이 있어.]

사내3; [대표적인 게 구대천마중 뱅백마모의 빙극진살(氷極振煞)인데...]

사내3; [다지관음이란 년이 익힌 태음신공도 그런 계통의 무공이라고 알려져 있어.]

사내1; [자네 말이 맞다면 객기를 부리지 않은 게 다행이었구만.]

사내3; [어쨌거나 우리에게 맡겨진 임무는 다지관음이 호천맹에서 발을 빼게 하는 것이고...]

사내3; [저 어린 계집 덕분에 임무는 완수한 것이나 다를 바가 없어.] 사당을 돌아보고. 다른 놈들도 돌아보고

어둑한 사당 안쪽. 바닥은 마루 인데 마루 위에 마른 풀이 깔려있고 그 위에 7살, 즉 초등학교 1학년 쯤 된 소녀가 묶인 채 누워있다. 입에는 재갈이 물려있고. 두 손은 뒤로 묶여있다. 두 발목도 묶여있고. 귀엽고 똘망똘망한 인상. 옷도 귀엽다. 이 소녀가 우유라의 딸인 제갈소소

사내1; [아쉽구만. 저것이 몇 살만 더 많았어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입맛 다시고

사내3; [그 인간 천벌 받을 소리를 하는구만.] 눈을 흘기고

사내2; [맞어. 어려서 아비를 잃은 불쌍한 아이를 두고 뭔 천벌 받을 소리인가?]

사내1; [그래 내가 말실수를 했네. 그만 좀 타박해.] 머쓱해서

사내3; [헛소리들 말고 술이나 마시자고...]

사내2; [그런데 제갈소소... 저 꼬맹이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

사내3; [우리야 모르지.]

사내3; [일단 백일자객들에게 인도하면 우리 임무는 끝인데...] [아마 총단으로 끌려가서 제갈세가를 옭아매는 인질 역할을 하게 되겠지.]

사내2; [명문가에 잘못 태어난 죄로 어린 나이부터 생고생을 하게 되었구먼.]

사내3; [그래서 인생이라는 게 일방적으로 좋고 일방적으로 나쁜 경우는 없다고 하는 거겠지.] 술 마시고.

[...] 바닥에 누워 뭔가 생각하는 제갈소소. 헌데

슥! 슥! 뒤로 묶인 손가락이 꼼지락 거린다.

사각! 사각! 제갈소소의 가운데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져 있는데. 반지에서 작은 칼날이 돋아나 있고. 그 칼날로 밧줄을 자르고 있다.

 

#132>

<-낙양> 깊은 밤. 이제 대부분의 건물에는 불이 꺼져 있고. 달이 중천에 떠있다.

어느 절. 높은 탑이 있다. 9층으로 이루어진 중국식 탑

딱! 딱! 탑 근처에서 등을 들고 순찰 도는 두 명의 중. 한명은 등을 들고 앞장서고 한명은 딱딱이를 치며 따라온다.

[가을이 멀지 않아서인지 이제 밤만 되면 으슬으슬 해.] [뜨끈한 아랫목이 그리울 계절이 왔어.] 딱! 딱! 대화 나누며 걸어가는 중들. 그러다가

[!] 무언가를 발견하고 눈 치뜨며 멈춰서는 등을 든 놈. 바닥을 본다

[왜 그래?] 딱딱이 치던 놈이 어리둥절하며 멈춰서고

[저... 저...] 등을 든 놈이 앞 쪽의 넓은 공토를 가리키며 덜덜 떨고. 딱딱이 치던 놈도 앞쪽을 보고

쿵! 공터에는 절 중앙의 탑이 달에 비쳐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데. 그 탑 꼭대기에 사람 그림자가 서있는 게 보인다

[사... 사람!] [탑 위에 누가 서있다.] 기겁하며 돌아보는 두 놈

쿵! 9층 탑의 꼭대기. 어떤 여자가 밤바람에 옷깃을 펄럭이며 서있다. 속 옷 위에 가운을 걸치고 머리는 풀어헤친 미친 년 분위기의 여자.

크로즈 업. 바로 우유라다. 양팔 벌리고 고개를 든 채 바람 냄새를 맡고 있다. 눈을 감고 있고

[히익! 요... 요괴다!] [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다리가 풀려 주저앉는 중들.

파삭! 들고 있던 등이 깨지며 바닥에 불이 확 일어난다. 기름에 불이 붙은 것

[부처님 관음보살님!] [제자들을 살려주십시오!] 엉금 엉금 기어 도망치는 두 중. 뒤에서는 등이 깨져 흐른 기름에 불이 붙어 활활 탄다. 하지만

 

우유라; (어디... 어디에 있느냐 소소야?) 아랑곳 하지 않고 탑 위에 서서 두 팔 벌린 채 바람을 맞고 있다.

우유라; (유괴당할 것을 우려하여 소소는 어렸을 때부터 백리향(百里香)을 조금씩 먹여왔다.) (그 때문에 소소 몸에는 백리향의 향이 배어있다.)

우유라; (바람의 방향만 맞으면 소소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우유라; (제발... 제발 이 가엾을 계집을 도와다오 바람아!) 울고

<소소의 체향을 이곳으로 몰아와다오!> 탑 위에 미친 년처럼 서있는 우유라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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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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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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