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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북경> 아침.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

<-황금전장> 정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황금전장 안쪽에서는 하인과 하녀들이 등을 들고 분주히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찾는다. 모두 사색이 되어 있고

아직 어두운 건물 안을 등으로 비추며 찾는 하인과 하녀들

 

#117>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씨부리는 것이냐?] 누군가의 고함소리가 대청에서 터져 나온다. 대청 앞 마당에는 황금수라들과 여자무사들 전원이 모여 있는데 모두 초긴장하여 얼어붙어 있다. 숫자는 백여명

벽초천; [황금수라! 황금나찰!] [수많은 영약을 처먹여서 네놈들을 일류고수로 만들어준 이유를 잊어 처먹었느냐?] 쾅! 쾅! 앉아있는 화려한 의자의 손잡이를 연신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 벽초천. 단단한 의자 손잡이는 벽초천의 손이 내리칠 때마다 개져서 파편이 튄다.

벽초천 옆의 의자에는 마은혜가 앉아서 울고 있다. 손수건으로 눈물 닦으며. 마은혜 옆에는 벽세황이 굳은 표정으로 서있다. 벽세황은 손에 종이를 한 장 들고 있고.

문간에는 이세창이 초긴장한 표정으로 서있는데 서류철을 하나 들고 있다.

대청에는 중년의 황금수라 세 명과 역시 나이 든 여자 무사 세 명이 얼어붙은 표정으로 서있다. 이들이 황금나찰과 황금수라 지휘관들

벽초천; [네놈들의 존재이유는 우리 벽씨 집안 식솔들의 보위가 아니냐?] 이를 갈며 황금수라들을 노려보고

벽초천; [헌데 옥령이가 몰래 집을 빠져나가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해?] [네놈들이 그러고도 본장의 녹을 먹을 염치가 있느냐?]

[죄송합니다 장주님!] [면목이 없습니다.] 고개 숙이는 황금나찰과 황금수라 지휘관들. 겁에 질렸고

벽초천; [죄송! 면목!] [그 따위 말 들으려고 네놈들 부른 거 아니다.]

벽초천; [당장 나가서 옥령이를 붙잡아 와라!] [만일 옥령이 신변에 변고가 생기라도 하면...] 살벌

초긴장하는 황금나찰과 황금수라 지휘관들

벽초천; [네놈들은 세상에 태어난 것을 저주하게 될 것이다.] 이를 갈며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고

오싹! 소름이 돋는 황금나찰과 황금수라 지휘관들. 이어

[존명!] [반드시 아가씨를 모셔오겠습니다!] 일제히 포권하는 황금나찰과 황금수라 지휘관들. 이어

서둘러 밖으로 나가는 황금나찰과 황금수라 지휘관들. 문간에 서있다가 옆으로 비켜서는 이세창

[최소한의 경비요원만 남고 모두 출동한다!] [관부에 협조를 구해 아가씨의 행방을 찾아라!] [서안으로 가신다고 했으니 서쪽을 집중적으로 뒤진다.] 외치며 대청 앞을 떠나는 황금나찰과 황금수라 지휘관들. 그 뒤를 젊은 황금나찰과 황금수라들이 뒤따르고

벽초천; [밥버러지 같은 놈들...] 열린 문을 통해 그걸 보며 이를 부득 갈고

벽세황; (옥령이 이년이 기어코 일을 저질렀구나.) 한숨 쉬며 손에 들고 있는 종이를 보고.

 

<서안까지 다녀올게요. 조심할 테니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불효녀 옥령 올림> 종이를 배경으로 벽옥령의 얼굴 떠올리는 벽세황

 

벽세황; (세상이 얼마나 험한 데 계집년이 혼자 서안까지 다녀온단 말인가?) 소리없이 한숨을 쉬고

벽세황; (이래 저래 청풍 그놈이 우리 집안에 우환을 몰고 오는구나.) 입술 깨물며 청풍을 떠올리고. 그때

마은혜; [상공! 우리 옥령이에게 별일 없겠지요?] 손수건으로 눈물 닦으며 벽초천에게 묻고. 그러자

벽초천; [너무 걱정 마시오.] [아직 멀리 가진 못했을 테니 곧 잡혀올 거요.] 돌아보지 않고 무뚝뚝하게

마은혜; [그 어리석은 것이... 세상 물정도 모르면서 대체 무슨 배짱으로 집 밖으로 나간 건지...] 눈물 닦으며 울고

벽초천; [옥령이는 무공에 제법 자질이 있소.]

벽초천; [본장의 무술사범인 풍뢰검왕이 말하길 옥령이의 무공은 제 몸 하나쯤은 충분히 지킬 수준이라고 했소.] 안심시키려 말하고

마은혜; [어린 계집애가 무공을 익혔으면 얼마나 익혔겠어요?] [제발... 제발 천지신명께서 보우하셔야할 텐데...]

이세창;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끼어들고

벽초천; [뭔가?] 무뚝뚝하게

이세창; [하녀장(下女長)의 보고에 의하면 하녀 강혜분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합니다.] 눈치 보며 서류철을 읽은 시늉하고

마은혜; [혜분이 년이 사라져?] [그년은 나와 옥령이의 시중을 드는 게 주임무잖아요?] 놀라서 묻고. 벽초천은 찡그리고

벽세황; [혹시...] 흠칫! 하며 이세창을 보고

이세창; [내 추측으로는 강혜분이 옥령아가씨와 동행한 게 아닌가 싶네.] 벽세황에게 대답하고

마은혜; [그... 그렇다면 조금 안심이 되는군요.] [혜분이 년은 제법 세상 물정에 정통하니...] 안도하는데

벽초천; [총관!] [가서 타노를 불러오게.]

이세창; [청풍이 아비 타노를 말씀이십니까?] 의아해서 묻지만

손을 흔들어 귀찮다는 시늉하며 대답하지 않는 벽초천

이세창; [분부 받들겠습니다.] 급히 허리 숙이고

밖으로 나가는 이세창. 헌데

끼익! 이세창이 나가자 갑자기 대청의 문이 저절로 닫히기 시작한다.

벽세황; (대청 문이 저절로 닫히기 시작한다.) 놀랄 때

밖으로 나가던 이세창도 흠칫 하며 돌아보지만

이세창에게 가라고 손짓하는 벽초천. 마은혜도 다소 놀라지만 아주 크게 놀라는 반응은 보이지 않는다.

고개 숙이고 멀어지는 이세창

탁! 이윽고 닫히는 문. 이제 대청 안에는 벽초천과 마은혜 부부, 벽세황만 남는데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대청 안이 어둑하다.

벽세황; (문이 저절로 닫히기도 하고... 어째 으스스 한 걸.) 침 꿀꺽. 마은혜도 긴장한 표정으로 두리번. 그러다가

마은혜; [상... 상공! 혹시...] 무언가 짐작하고 벽초천에게 물을 때

벽초천; [그만 나오시오.] 누군가에게 말하고. 그러자

[놀라셨다면 죄송하외다.] 슥! 한쪽 구석 어둠 속에서 누군가 나선다. 깜짝 놀라 돌아보는 벽세황과 마은혜. 반면 벽초천은 그리 놀라지 않는 표정이고

타노; [부르실 줄 알고 미리 와있었소이다.] 쿵! 어둠 속에서 나서는 것은 타노다.

벽세황; (타... 타노!) 경악과 불신

벽세황; (이미 오래 전부터 대청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런데도 황금나찰과 황금수라의 수뇌부를 포함해서 아무도 타노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다는 건...)

<타노가 사실은 절세고수라는 뜻이다.>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어 벽초천과 마은혜 앞으로 나오는 타노를 배경으로 벽세황의 생각 나레이션

벽초천; [어서 오시오 영반(領班)!] 슥! 자리에서 일어나고. 마은혜도 마지못해서 일어나고. 마은혜는 타노의 정체를 알고 있다.

벽세황; (영반!) 경악하고

벽세황; (맙소사 그렇다면 타노가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황금수라와 황금나찰들의 영반이란 말인가?) 경악할 때

타노; [장주!] [마님!] 포권하고

타노; [소인이 불편하니 착석하시지요.] 자리에 앉으라고 권하지만

벽초천; [신경쓰지 마십시오. 지금 이 자리에는 우리 벽씨 집안사람들만 있으니...] 고개 저으며 말하고. 이어

벽초천; [세황이 너도 이제 알 때가 되었으니 정식으로 소개하마.] 벽세황을 돌아보고

벽초천; [타노는 사실 우리 집안사람이다.] [황금수라와 황금나찰들의 수령이기도 한데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하인들과 어울려 지내왔다.]

벽세황; [그... 그렇습니까?] 어색하게 웃으며 타노의 눈치를 보고

타노; [솔직하게 말하마.] 벽세황에게

타노; [내 이름은 이산하(李山河)가 아니고 벽산하(碧山河)이며 네게는 백부(伯父)가 된다.]

벽세황; [황... 황금수라들의 영반일 뿐 아니라 저의 큰 아버지이기시도 하다는 말씀이십니까?] 경악하고

벽초천; [사실이다.] 억지웃음. 마은혜는 못마땅한 표정

벽초천; [타노... 형님은 네 조부가 처음 얻은 아들이었다.]

벽세황; [그런데 어째서 지금까지 그 사실을 소자가 몰랐는지요?]

타노; [내 어미는 천한 백정(白丁)의 딸이었고 또 나는 태어날 때부터 불구의 몸이었다.] 벽초천 대신 말하고

타노; [말 그대로 집안의 수치...] 쓴웃음

타노; [그래서 네 조부는 날 자식으로 인지하지 않고 종처럼 대했었다.]

벽세황; [그런 일이 있었군요.] 억지웃음. 그러다가

벽세황; [그럼 청풍이도 우리 집안사람...] 경악하여 눈 부릅뜨고

타노; [그건 아니다.] 고개 젓고

타노; [나는 불구인 탓에 여자를 접해본 적이 없다.]

벽세황; [청풍이는 백부님의 양자였군요.] 깨닫고

타노; [십팔 년 전, 우연히 길에서 주운 고아를 아들 삼아 길러온 것이다.] 고개를 조금 끄덕이고

타노; [물론 장주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내 정체를 숨겨주기 위해 청풍이에 대해서는 일체 모른 척 해온 것이다.] 벽초천을 보며

벽세황; [그... 그랬군요.] 억지웃음 + (잠깐이나마 등골이 서늘했다.)

벽세황; (괴물같은 능력을 지닌 청풍이 놈이 만일 벽씨였다면 황금전장을 빼앗길 수도 있었다는 사실에...) 청풍을 떠올리며 침 꿀꺽 삼키고.

벽세황; (그리고 비로소 이해가 가는 점이 있기도 하다.)

벽세황; (아무리 똑똑하다 해도 종놈에게 하나뿐인 딸을 시집보내시겠다고 한 아버지의 결정은 말이 안되었었다.)

벽세황; (아버지가 그런 결정을 내리셨고 어머니가 탐탁치 않아 하시면서도 결사적으로 반대하지는 않은 건 청풍이의 신분을 알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생각할 때

타노; [장주가 날 보자고 한 이유는 알고 있네.] 벽초천에게

벽초천; [아랫것들은 믿음이 안 가니 형님께서 직접 나가셔서 옥령이를 찾아와주셨으면 합니다.] 고개 좀 숙이고

마은혜; [부탁드려요 아주버니.] 역시 고개 숙이고

벽세황; (자존심 강한 어머니까지 고개를 숙이는 걸 보면 타노, 백부의 무공은 절대 평범하지 않겠구나.)

타노; [옥령이는 조카이기도 하니 당연히 수색에 나서야겠지만...]

타노; [대신 장주와 마님도 내 질문에 솔직하게 답을 해줘야겠네.] 말하며 벽초천과 마은혜를 보고

벽초천은 무표정. 하지만 타노의 시선을 접한 마은혜는 찔끔

벽초천; [말씀하시지요.]

타노; [청풍이가 당했다는 변에 장주 부부는 책임이 없는가?] 벽초천과 마은혜를 지긋이 보며 묻고

벽초천; [없습니다.] 즉시 대답

타노; [마님은?] 마은혜에게.

움찔 놀라는 마은혜. 하지만

마은혜; [아주버니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새침하게

말없이 마은혜를 보는 타노

마은혜; [제가 어찌 감히 아주버니가 아끼시는 양자를 해코지 할 생각을 하겠어요?:] 새침한 표정으로 마주 보며 말하고. 그러자

타노; [마님께서 지금 하신 말씀 잊지 않겠소이다.] 고개 숙이고. 이어

타노; [옥령아가씨의 행로에 대해서는 집히는 바가 있으니 곧 찾아내서 모셔오겠소이다.] 돌아서고

벽초천; [부탁드리겠소이다.] 고개 숙이는데

스스스! 어둠 속으로 걸어가는 타노의 모습이 흐려지더니

퍼억! 사라지는 타노

벽세황; (사라졌다!) 놀랄 때

마은혜; [휴우!] 털썩! 의자에 다시 주저앉는 마은혜. 벽초천도 앉으려 하고

벽세황; (사람의 몸이 연기처럼 꺼지는 저런 경신술은 듣도 보도 못했는데...) 놀라고.

마은혜; [정말 불편해요.] 새침. 궁시렁. 벽초천도 옆에 앉고. 찡그리며

마은혜; [아주버니는 주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심장을 조여 와요.] [앞으로도 가급적 제 눈에 띠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벽초천; [불편하더라도 참도록 하시오.] [어쨌거나 우리 집안사람이고 무엇보다 든든한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분이니...]

대답하지 않고 샐쭉거리는 마은혜

벽세황; (천한 종인 줄 알았던 타노가 내 백부이기도 하고...) 벽초천과 마은혜를 곁눈질하고

<우리 황금전장에는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비밀과 사연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겠구나.> 실내의 모습 배경으로 벽세황의 생각 나레이션

 

#117>

<-북경과 항주를 잇는 경항운하(京杭運河)> 좌우로 강둑이 똑같은 넓은 강. 강이 아니고 운하다. 수많은 배들이 오간다. 주로 바닥이 평평한 화물선들이다. 화물선들은 아주 길고 넓다.

짐을 가득 싣고 오가는 거대한 화물선들 사이로 홀수선이 높은 여객선들도 오가고

그중 한 여객선. 상당히 크다. 돛대가 두 개에 선실도 2층이나 되고. 돛과 노를 함께 써서 움직이는 배다.

그 여객선 뱃머리에 함께 서서 오가는 배들을 구경하는 벽옥령과 강혜분. 둘 다 죽립을 썼고 벽옥령은 남장을 한 상태다. 벽옥령은 들뜨고 신나는 표정

벽옥령; [저기 봐 언니! 저렇게 큰 배가 있어.] 근처를 지나는 거대한 화물선을 가리키며 신나 하고

벽옥령; [마치 집 몇 채가 한꺼번에 떠다니는 것 같애.] [저렇게 무거운 게 어떻게 물 위에 떠있는 걸까?] 흥분하고. 주변의 승객들이 왜 저러나 하고 힐끔거린다.

강혜분; (아가씨는 세상에 태어난 후 사실상 처음 황금전장을 나온 셈이다.) 그런 사람들을 곁눈질하며 생각하고

강혜분; (물론 종종 바깥나들이를 하긴 했어도 하녀들과 호위무사들에게 둘러싸여 정해진 곳만 다녔었다.) 좋아하는 벽옥령을 보고

강혜분; (그 때문에 난생 처음 하는 바깥세상 구경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강혜분; (저런 철부지를 혼자 여행하게 했으면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여객선에 함께 타고 있는 음침한 인상의 사내들이 자신들을 보는 걸 곁눈질로 살피며 생각하고

강혜분; (나 역시 세상 물정에는 그다지 밝지 못하지만 아가씨를 위해서라도 정신 바짝 차려야만 한다.) 심호흡

강혜분; (그렇긴 해도 아가씨가 머리 쓰는 건 제법이다.)

강혜분; (아가씨의 가출을 알아차린 장주님께서는 모든 호위무사들을 내보내 추적하게 하셨을 텐데...) 화내는 벽초천을 떠올리고

강혜분; (서안으로 간다고 적어놓은 아가씨의 편지 때문에 대부분 서쪽을 수색하고 있을 것이다.)

강혜분; (하지만 아가씨는 경항운하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행로를 택했다.)

강혜분; (운하를 따라 황하까지 내려간 후 서쪽으로 이동하기로 한 것인데...) (멀리 돌아가긴 하지만 추적을 따돌릴 가능성은 높아졌다.)

<기왕에 벌어진 일이니 아가씨가 무사히 서안까지 가실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만 한다.> 뱃전에 서있는 두 여자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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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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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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