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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六 章

 

                流浪歲月

 

 

 

넓직한 관도(官途),

[이제는 무당(武當)으로 갈 생각이오?]

금사종이 앞서 걸으면서 말했다.

석두공은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았어요.]

[설마 구파일방의 힘으로 삼마경을 익힌 그자들을 대항하려는 생각은 아니겠지?]

[어쨌든 뭔가를 하기는 해야잖아요.]

석두공은 뛰어가며 말했다.

확트인 관도다. 답답한 가슴마저 확 트이게 하고 길가에 넘실거리는 곡식의 황금물결은 무릉도원이 아니더라도 세상의 근심을 모두 잊게 해준다.

[야아아아!]

소리치며 달려가는 석두공은 모습은 여느 꼬마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후루루루!

참새떼들이 먹구름이되어 어지럽게 날아올랐다.

금사종은 나직하게 말했다.

[저 천진난만한 소년이 무림의 운명을 떠맡고 있다는 것을 누가 알 수 있을까?]

 

무당산으로 가까워 질수록 날은 어두워지는데, 희미하게 떠있던 낮달이 점점 환하게 빛을 발했다.

너른 들판에 어둠이 내리면 천지는 완전히 암흑으로 덮힌 것만 같다.

어디로 보아도 어둠...

멀어진 시야로 바라보는 어둠이기에 두려움은 어쩌면 더 클 수도 있었다.

무당산이 가까워 올수록 금사종은 점점 어떤 불안감에 사로잡혀 들었다. 누군가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동호천이 남긴 무치무요(武痴武要)를 조금씩 익혀가면서 이미 두어달 전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 되어 있는 금사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려드는 불안감에 그는 자꾸만 석두공의 곁으로 바싹 붙었다.

석두공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대범한 것인지 여전히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달랑달랑 걸어가고 있었다.

 

헌데 그들이 지나가고 난 후,

스스스슷!

마치 검은 안개가 뭉치는 듯하면서 사람의 형체가 만들어졌다.

[무당산... 네놈이 무슨 이유로 무당산에 가는 지는 알 수 없지만, 그곳은 바로 네놈의 무덤이다.]

칙칙한 살기에 젖은 음성을 내뱉은 그 인물은 한쪽 팔이 없었다.

죽음의 신을 연상시키는 듯한 회색 눈동자를 지닌 자, 바로 잔혼살객(殘魂殺客)이었다.

그는 손을 스윽 들어올렸다.

스스슥! 스슷!

그러자 그의 뒤에 검은 야행복을 입은 복면인들이 나타나면서 무릎을 꿇었다.

모두 일곱 명이었다.

잔혼살객의 입에서 얼음장같이 싸늘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무당산에서 내려올 때를 노려라. 운제(雲梯)에서 잠복했다가 반드시 죽여라.]

[존명!]

복면인들은 나직하게 외치고는 사라져갔다.

스스슷!

[놈은 어리지만 신룡이나 마찬가지다. 어쩌면 동호천의 공력을 그대로 이어받았는지도 모른다. 아무런 대책없이 그런 일을 벌일 동호천은 아니니, 놈에겐 분명히 어떤 숨겨진 힘이 있을 것이다.]

잔혼살객은 중얼거리면서 석두공과 금사종이 밟아간 길을 따라갔다.

그 중얼거림이 그가 직접 나서서 금사종과 석두공을 제거하지 않는 이유였다.

 

* * *

 

석두공과 금사종이 무당파의 해검지(解劒地)에 다다른 것은 밤이 깊은 이경 무렵이었다.

해검지에는 무당산에 오르면서 무당파의 조사(祖師)인 장삼봉(張三峰)도인을 기리는 뜻에서 방문객들이 두고간 수 백 개의 병기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주인이 무당파에 올라간 후에 그곳에서 출가하여 다시는 내려오지 않았음으로 말미암은 것들이었다.

소림과 나란히 명성을 떨쳐온 무당파다.

비록 수십 년 동안 무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하지는 않았지만 무당파의 검객들이 하나같이 고수라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금사종은 해검지에 놓여있는 녹슨 장검을 보면서 말했다.

[저 주인도 오를 땐 아마 다시는 잡지 못했으리라고 생각지 못했을 것이오.]

그러나 석두공은 그 장검에는 눈을 두지도 않고 먼지가 가득 쌓인 구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뿌연 먼지에 뒤덮힌 작은 저()가 있었다.

크기는 한자반 정도인데 곤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작으면서도 앙증맞게 보였다.

갑자기 석두공이 물었다.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어요?]

금사종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런 법은 없소. 다만, 이곳에 있는 무기의 주인들이 대부분 무당파의 사람이 되었으니까, 무당파의 성명을 생각해서 아무도 손대지 않는 것이오.]

[무당파에 오르기 전에 두고 갔으니 버렸다고 할 수 있지 않아요? 나는 저것을 갖겠어요.]

석두공은 그것을 잡아들면서 말했다.

금사종은 눈쌀을 찌푸렸다.

[그건 단지 장난감같은 조그만 방망이에 불과한데 염두에 두시오? 무당파의 협력을 얻어야 할 입장인데 괜한 일을 벌이지 않는 것이 좋을 것같소.]

금사종의 말마따나 그것은 단지 하나의 방망이에 불과해 보였다.

병기로 사용되려면 최소한 이래야만 한다.

크기가 작다면 무겁기나 하든가, 그것도 아니라면 예리하기라도 해야한다.

그러나 석두공이 쥐고 있는 방망이는 작은데다가 예리하지도 않고 재질이 무언인지는 몰라도 무거워 보이지도 않았다.

병기로 사용하기에는 가장 부적절한 것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었다.

탕탕!

두공은 방망이로 다른 검을 두드렸다.

한데,

쩡쩡!

방망이에 맞은 검이 갑자기 두 토막으로 깨어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마치 유리를 돌로 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방망이에서는 먼지가 떨어져 나갔다.

돌을 쪼아서 만든 것같기도 한 회색을 뛰고 있는 방망이는 약간 투박한 느낌을 주었다.

금사종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석두공이 방망이를 두드릴 때 공력을 운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금사종은 절로 신음을 발했다.

[보물이었군. 한데 조금도 보물같아 보이지 않는군.]

[그게 내손에까지 들어오게 된 이유가 아니겠어요?]

석두공은 씨익 웃었다.

아마도 해검지에 놓여진 후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는지 몰라도, 그 방망이를 유심히 보거나 만져본 사람은 오직 석두공 하나 뿐일 것이다.

석두공은 방망이를 허리에 걸었다.

아직 키가 작은 그에게 방망이는 아주 적당하게 어울렸다.

 

운제(雲梯)를 지나가면 바로 무당파의 삼청관(三靑館)에 이르게 된다.

그곳에서는 기다리고 있은 듯이 두사람의 도인이 나타나며 석두공과 금사종의 앞을 막았다.

[무량수불(無量壽佛)!]

도호를 외우며 나타난 그들은 중년의 도인(道人)들이었다.

복우파의 못난 제자 금사종입니다!”

금사종이 포권을 하고 신분을 밝혔다.

[옥허자(玉虛子) 장문인을 뵙고자 왔습니다.]

그리고 금사종이 장문인을 뵙기를 청하자 도인들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장문인께서는 오래 전부터 폐관 중이시라 만날 수 없소이다. 다른 때를 택해서 방문해 주시기 바라오.]

[아니, 그럴 필요까진 없어요.]

석두공은 고개를 저었다.

금사종은 어쩐 일인가 싶어서 석두공을 바라보았다.

그때 석두공이 갑자기 손을 뻗어 두 도인의 소매를 잡으며 나직하게 소리쳤다.

[당장 출관하면 되지요.]

쿵쿵!

말이 끝났을때는 두 도인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날아올랐다가 떨어지고 있었다.

[폐관하는 곳을 알고 있죠? 빨리 가요.]

그는 금사종을 다그치듯 소리쳤다.

휘이이익!

 

상청관 뒤,

절벽을 모로 돌아 역대로 장문인들이 폐관수련을 해왔던 곳인 등선동(登仙洞)이 있었다.

[이곳이오. 하지만 안에서 문을 열지 않는한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곳이기도 하오.]

금사종은 등선동의 석문 앞에 멈춰서면서 말했다.

석두공은 허리에서 방망이를 꺼내며 말했다.

[그럼 부수고 들어가야죠.]

그는 이상하게도 서둘고 있었다.

등선동이라면 무당파의 중지(重地)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등선동을 파괴한다는 것은 어쩌면 무당파와 영원한 원수가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어쨌거나 금사종은 석두공의 말에 복종한다는 약속을 한바가 있으니 그가 하는 대로 두고 볼 수 밖에 없었다.

!

방망이가 석문에 강하게 부딪혔다.

쩌저적!

석문은 길게 금이 가면서 갈라졌다.

쿠르르릉!

석문이 우르르 무너지고 돌먼지 사이로 등선동의 내부가 검게 보였다.

!”

스팟!

순간 금사종은 안쪽에서 쏘아지는 가공할 검기에 흠칫하며 몸을 피했다.

그러나, 석두공은 방망이를 흔들며 웃었다.

[하하하... 무당파에 사람이 있기는 하군요. 무당파 장문인이 누구라 그랬죠?]

[옥허도인이오.]

금사종이 대꾸했다.

돌먼지가 가라앉으면서 등선동 안의 모습이 보였다.

“....!”

석실에는 옥허도인으로 생각되는 노인이 가부좌를 튼 채 허공에 반쯤 떠있었다.

[부공삼매(浮空三昧)!]

금사종이 놀라 외쳤다.

석두공은 감탄하며 말했다.

[묘한 재주군요. 신선이 되려는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라요.]

쩌어어엉!

옥허도인의 눈에서 횃불같은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그는 석두공을 노려보면서 물었다.

[누구이길래 성지(聖地)를 범하느냐?]

[나는 석두공이예요. 도사할아버지께는 미안하지만 무당파는 좀더 봉문을 해야 겠어요. 무공이 약해요.]

석두공은 가슴을 펴고 옥허도인을 향해 걸어갔다.

그순간 옥허도인의 몸에서 밝은 금광(金光)이 원형으로 퍼져나왔다.

그것은 장삼봉으로부터 이어져 왔다는 태극금단신공(太極金丹神功)의 흔적이었다.

장삼봉 이후에는 아무도 익힌 사람이 없다는 전설적인 무공이 태극금단신공이다.

석두공을 유심히 본 옥허도인은 크게 놀랐다. 겨우 열두엇쯤으로 보이는 석두공임에도 그 공력의 깊이를 측정할 수 없을 것같았다.

그는 오른손 검지와 중지로 검결을 맺어 가슴앞에 세웠다.

수우우우!

순간 좌측 석벽에 걸려있던 그의 진무검(眞武劒)이 살아있는 듯 움직이며 석두공의 앞을 가로막았다.

들어난 검신에서 새파란 검광이 줄기줄기 흐르고 있었다.

[죽음을 달고온 아이야. 노도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옥허도인이 준엄한 어조로 물었다.

[도사할아버진 정말 다르군요.]

석두공은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그의 천진난만한 행동은 도무지 적인지 친구인지조차 분간할 수가 없을 정도로 두서가 없는 것같았다.

석두공이 말했다.

[나는 들어오면서 두사람을 다치게 했어요. 무당파와 좋은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요.]

옥허도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말은 우리가 좋은 관계라는 거냐?]

[최소한 무당파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은 했잖아요.]

석두공은 이상한 말을 하면서 옥허도인에게 다가갔다.

옥허도인이 다시 말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도사할아버지의 무공을 보니 조금 안심이 되는군요. 하지만 좀더 폐관하셔야겠어요. 할아버지의 무공은 상당하지만 극에 달하진 못했어요. 아마도 그 무공의 삼성(三成) 정도 터득하신 모양이죠?]

석두공의 말에 옥호도인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참으로 영특하구나.]

[오늘은 아무부탁도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언젠가 저 사람이 와서 부탁할 거예요. 그때는 거절하지 말아주세요.]

석두공은 금사종을 가리키며 말했다.

옥허도인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그러나 그전에 내 삼초를 받아야만 한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석두공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 일초!]

옥허도인은 반공에 뜬 채 소리쳤다.

슈아앙!

석두공의 앞에 떠있던 그의 진무검은 벼락처럼 뒤로 물러나더니 그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번쩍! 번쩍!

검이 이르기 전에 수십 줄기의 검기가 먼저 발출되었다.

두공은 가슴앞에서 방망이를 둥글게 돌렸다. 방망이의 수많은 그림자가 방패를 만들었다.

티티티티틱!

검기가 방망이에 부딪히며 괴이한 음향이 울려퍼졌다. 석두공의 손에 있는 작은 방망이에 부딪힌 검기는 흩어지지도 않고 방망이 속으로 흡수되어 버렸다.

그것은 석두공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인 듯했다.

[?]

이어 그는 방망이를 검을 쓰듯이 찔러내 날아오는 진무검을 막았다.

!

진무검은 방망이에 가로막히며 위로 솟아올랐다.

그때 옥허도인이 다시 소리쳤다.

[제이초! 태극어검(太極馭劒)!]

고오오오오!

순간 검의 주위에 공기가 응축되면서 태극(太極)의 문양이 생겨났다.

우우우웅!

진무검은 석두공을 향해서 둥글게 베어왔고, 그 진무검의 주위에 형성된 태극의 문양은 점점 거대해지면서 석두공을 뒤덮었다.

석두공은 자신의 몸이 쇠사슬에 묶인듯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순간에 석두공은 자신의 근육을 기묘하게 수축시키며 오른손의 방망이를 팔을 타고 흐르게 했다.

방망이는 그의 왼손끝에서 튕겨나가고, 그것은 진무검과 다시 한번 부딪혔다.

!

진무검은 주춤 멈춰섰지만 태극의 문양은 석두공을 뒤집어쒸우고 말았다.

[멈추시오!]

금사종이 쌍장을 날리며 뛰어들었다.

화르르르!

그의 쌍장에서 새파란 불꽃들이 수백개가 터져나와 어지럽게 날았다.

무치무요에 기록된 무공들 중에서 그가 가장 먼저 익힌 상화장(翔火掌)의 공력이었다.

파파파파팟!

태극문양과 상화장이 부딪히면서 둘 다 소멸해 버렸다.

옥허도인이 소리쳤다.

[훌륭한 무공이군!]

석두공은 옷이 갈갈이 찢어져 버렸다.

그는 태극문양을 몸으로 받은데다 금사종의 공격까지 한몸에 받은 꼴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몸에는 아무런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상을 입은 것같지도 않았다.

금사종과 옥허도인은 무거운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그 나이에 금강불괴체(金剛不壞體)라니... 실로 믿어지지 않는 일이로군. 그럼 이제 마지막 일초를 받아보게.]

옥허도인이 잠시 있다가 침묵을 깨뜨리며 말했다.

휘익!

그는 손을 흔들어 진무검을 다시 왼쪽 석벽으로 보내버렸다.

꽈르르릉!

그리고는 그 손을 뒤집으며 일장을 밀어냈다. 그의 손바닥에는 몸에서와 마찬가지로 금광이 어려있었다.

석두공의 표정은 신중했다.

금사종은 석두공의 그처럼 진지한 모습을 그다지 본 적이 없었다.

석두공은 방망이를 허리에 걸고는 두손을 가슴앞에서 교차하며 팔꿈치를 앞으로 밀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스스슷!

석두공은 분명히 그자리에 서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이 분리되면서 또 하나의 석두공이 옥허도인의 쌍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옥허도인의 장력이 밀려가는 속도나, 또하나의 석두공이 나아가는 속도나 조금도 차이가 없이 똑같았다.

[분신둔형술(分身遁形術)...]

금사종이 나직하게 내뱉었다.

이미 동정호의 부주에서 석두공은 철사보주 맹호산의 판관필을 피하기 위해서 이 분신둔형술을 펼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피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공격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분신둔형으로는 공격까지도 가능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푸쉬쉭!

옥허도인의 장력과 석두공의 분신이 격돌하면서 불꽃이 타오르듯 함께 타올랐다.

“....!”

반공에 뜬 옥허도인의 몸이 일장가량 밀려갔다.

그리고 석두공의 이마에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피로가 엿보였다.

그러나 그는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

[도사할아버지, 약속을 잊지 마세요.]

[석두공이라고 했느냐?]

옥허도인은 포단에 내려앉으며 말했다.

[갈때는 뒤쪽의 소로(小路)를 이용하도록 해라.]

[가르쳐 주실 줄 알았어요.]

석두공이 피곤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금사종과 그는 옥허도인이 가르쳐준 소로를 따라서 삼청관을 벗어났다.

옥허도인은 눈을 감은채 중얼거렸다.

[동노선배... 제자가 못마땅하다고 그토록 투들거리더니 노선배보다 오히려 나을 듯싶소.]

옥허도인,

그는 진정 기인이었다.

석두공이 동호천의 제자라는 것을 무공을 펼치는 순간에 알아보았던 것이다.

그것이 그가 석두공의 행동에 대해서 그다지 질책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한데 석두공과 금사종이 등선동을 떠난지 한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였다.

스스스! 화라라락!

이미 삼경이 넘었는데 일곱명의 흑의인이 등선동 앞에 나타났다.

옥허도인은 석두공을 보고 죽음을 몰고온 아이라고 불렀지만 그 일곱명의 흑의인들이야 말로 죽음 그 자체인듯했다.

그들은 깨어져 있는 등선동의 문으로 들어서며 물었다.

[그자들은 어디로 갔소?]

옥허도인은 쇠잔한 노인처럼 힘없이 손을 들어 소로가 있는 방향으로 가리켰다.

두눈 가득 살광을 담고 있던 자들은 나타날때 그랬던 것처럼 소리없이 사라졌다.

[잔혼각(殘魂閣)의 절대칠살(絶對七殺)... ]

옥허도인의 입에서 무겁게 새어나온 말이었다.

잔혼각...

그것은 가장 공포스러운 살수(殺手)들의 집단이었다.

어느 곳에 존재하는지, 누가 그 단체의 주인인지, 그 모든 것이 비밀 속에 가려진 살수들의 집단,

그들은 돈을 받기만 하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척살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절대칠살은 그 잔혼각 내에서가 가장 뛰어난 일곱 명의 살수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들이 석두공과 금사종을 쫓고 있었다.

석두공은 자신들을 뒤쫓는 자들이 있음을 알았기에 무당파의 고수 두사람을 상하게 함으로써 무당파가 자신과 좋은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표시했고,

또한 무당파의 중지인 등선동을 깨뜨림으로써 화가 무당파에 미치는 것을 막았던 것이다.

절대칠살은 원래 운제에서 기다리다가 나오는 석두공 등을 요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자 그들은 직접 삼청관으로 쳐들어갔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그들의 행동은 남들이 바보라고 부르던 한 소년에 의해서 이미 정확하게 예측되었던 바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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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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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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