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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장 

 

                    천하제일인의 죽음 (2)

 

 

안개가 악령처럼 떠다니고 어둠이 안개 사이에 칙칙하게 가라앉아 있는 깊은 절곡,

천연의 석주(石柱) 두개가 관문처럼 서있다.

그리고 그 석주의 뒤에는 마차 두대가 나란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잘 닦여진 동굴이 있고, 인간세상에서는 모르는 세외의 진경이 그 속에 있었다.

어디선지 빛이 들어와 은은하게 밝혀주는 지하의 세계...

무수하게 늘어서 있는 전각들,

그리고 웅장한 대전들,

그 모든 것이 둥근 지붕을 가진 거대한 건물을 중심으로 펼쳐져 있었다.

 

[미사(美邪)! 다리를 벌려라.]

화려한 금포(錦袍)를 입은 노인이 침상에서 한쪽 팔을 고인채 옆으로 누워 말했다.

이 금포노인이 누워있는 침상은 엄청나게 컸다.

이십 명이 누워도 서로 어깨가 닿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원형의 침상이었다.

노인은 그 침상의 중간에 누워있고 그의 주위엔 전라의 미녀들이 여러가지 자세로 앉거나 누워있었다.

금포노인의 바로 앞에는 갈색 눈동자의 미녀가 폭포수같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무릎을 오무리고 서있었다.

배시시 웃는 얼굴에는 요사스런 아름다움이 안개처럼 서려있어 보는 사람의 정욕을 불러일으킬 듯하고,

팔꿈치에 살짝 가려진 두 가슴은 터질듯이 부풀었으며, 부드럽게 흘러내린 허리선은 남자의 손을 한없이 유혹하는 듯하다.

옥으로 깎아만든 기둥인 듯 희고 미끈한 두 다리는 동그스럼한 둔부에서 이어지고, 두 다리가 시작되는 삼각주에는 검은 수림이 은밀하게 자리잡고 있다.

미사라 불린 그녀의 붉은 입술은 육감적으로 벌어져 있는데, 금포노인의 재촉을 받은 그녀는 둔부를 낮추며 무릎을 활짝 벌렸다.

마치 춤을 추는 듯한 자세였다.

금포노인의 눈에는 그녀의 은밀한 부위의 붉은 속살까지 보였다.

미사의 갈색 눈동자는 어떤 종류의 갈망으로 젖어 있었다.

[됐다. 지금의 일은 꼭 그정도 까지만 진행되었다.]

금포노인은 만족스러운듯 말하고는 미사의 옆에 있는 여인을 불렀다.

[환요(幻夭)! 이리 오도록 해라.]

환요라는 여인이 살포시 일어나 금포노인 앞에와서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미사와는 또 달랐다.

그녀는 마치 한덩어리의 구름같은 여인이었다. 부드러운 살결이 그랬으며 머리카락이 또한 그랬다.

붉은 입술과 검은 눈동자, 그리고 검붉은 유실은 구름위에 꽃이 놓여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내 옷을 벗겨라.]

[영광이옵니다.]

환요는 얼굴 가득 음탕한 빛을 떠올리며 말했다.

금포노인은 금포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있었다. 그 때문에 겉옷을 벗기자 그 즉시 들어나는 그의 탄탄한 알몸은 도무지 노인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인해보였다.

노인은 여전히 비스듬히 드러누운 상태이고 환요는 엎드려서 노인의 가슴에 혀를 갖다댔다.

[하아!]

뜨거운 숨결이 노인의 살결위로 흘러갔다.

다른 여인들이 다리사이로 손을 넣으며 몸을 꼬았다.

[오랫동안 기다렸겠지?]

[... ... 아아!]

환요의 뜨거운 음성이었다. 그녀의 손은 노인의 등과 둔부를 쓸어내리고 있었다.

노인이 중얼거렸다.

[본좌도 오래동안 기다렸다. 너무도 오랫동안... ]

하지만 환요는 그 말을 듣지 못했다. 욕정에 몸이 달아오른 그녀는 뜨거운 행위에 몰두하고 있엇기 때문이다.

노인의 가슴을 핥던 환요의 혀는 탄탄한 배를 지나 점점 더 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녀의 뜨거운 숨결이 더욱 고조됨에 따라 노인의 양물(陽物)이 꿈틀대며 일어서기 시작했다.

꿈틀꿈틀...

[! 아하!]

[... ...]

침상의 여기저기에서 흥분을 못이겨 발하는 여인들의 탄생이 새어나왔다.

노인의 양물은 점점 커졌다.

그리고 마침내 환요의 입술이 그곳에 닿았을 때 그것은 더이상 커질 수 없을 만큼 커졌으며, 더이상 단단해 질수 없을 만큼 단단해졌고, 또한 더이상 뜨거워 질수 없을 만큼 뜨거워졌다.

환요는 그것을 보듬어쥔 자신의 손이 화끈거림을 느꼈다.

노인의 양물은 그가 거느리는 많은 여인들을 능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하고 또 컸다.

환요가 두손으로 겨우 감아쥘 수 있을 정도로 굵었으며 한자는 넘을 정도의 길이였다.

노인은 편안히 누웠다.

환요는 두손으로 그의 양물을 흔들며 혀로서 끝부분을 쓰다듬었다.

주위의 여인들은 자신의 몸을 쓰다듬다가 참지못하고 다른 여인의 몸을 애무하기 시작했다.

한 여인은 쪼그리고 앉아서 손가락을 자신의 소중한 곳에 깊이 넣고 둔부를 움직이고 있었으며, 마주 보고 누워서 서로가 서로를 만져주는 여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미사만은 요염한 자세로 앉아서 노인과 환요를 주시할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잇었다.

환요의 애무가 도를 더해갈수록 노인의 얼굴은 점점 붉게 변해갔다.

그리고 그는 환요의 머리를 당겨서 앉게 했다.

[하아! 하아!]

환요가 그의 몸위에 걸터 앉으면서 가쁜숨을 몰아쉬었다.

말을 매는 말뚝만큼이나 거대한 노인의 남성이 환요의 붉고도 은밀한 곳으로 천천히 밀려들어가기 시작했다.

움찔움찔!

환요는 허리를 조금씩 움직이며 노인의 남성을 받아들였다.

어느덧 환요의 숨소리가 달라졌다.

그리고 서로 부둥켜 앉고 뒹굴던 여인들도 서로를 꽉 틀어안으며 몸을 비벼댔다.

돌연,

[하악!]

환요가 비명을 지르며 아찔한듯 휘청였다. 노인이 그의 남성을 완전히 환요의 몸속에 삽입한 것이었다.

비명도 잠시, 환요는 머리까지 뚫어버릴 듯한 쩌릿한 쾌감에 몸을 아래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마다 그녀의 입에서는 고통과 쾌감이 함께 어우려진 묘한 소리가 터져나왓다.

환요의 몸은 마치 뼈가 없는 듯이 부드럽다.

노인은 그녀를 몸위에 올리고도 전혀 무게를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그의 두손이 그녀의 둔부를 꽉 비틀어 잡았다.

[! 아파!]

순간 노인은 힘차게 자신의 남성을 들어올려 그녀의 몸속 깊숙히까지 밀어넣었다.

순간 환요는 자지러질 듯 비명을 질렀고, 그 비명은 다른 여인들과 노인의 욕정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었다.

아악!”

연이어 비명을 지르던 환요는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면서 혼절해버렸다.

쾌락의 끝에 다다랐던 것이다.

바로 그때 미사가 벌떡 일어서며 환요의 몸을 끌어내렸다.

!

노인의 남성이 환요의 몸속에서 빠져나왔다.

환요대신 노인의 하체 위에 쪼그려앉은 미사는 두손으로 노인의 남성을 감아쥐어 자신의 중심부에 잇대고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

그녀는 노인의 거대한 남성을 받아들이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단번에 깊은 결합을 한 그녀는 맷돌을 돌리듯이 자신의 둔부를 돌리기 시작했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 다리를 활짝 벌린 그녀는 동작을 크게 해서 움직였다.

부드럽고도 격렬한 파도가 일었다.

물결치듯 둔부가 일렁일 때마다 검붉은 육주가 모습을 들어냇다 사라지곤 한다.

요동치는 한쌍의 젖무덤은 노인의 눈을 어지럽힌다.

그러던 어느 순간 격한 신음이 미사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골수를 관통하며 치솟는 짜릿한 전율에 미사는 다리를 오무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동시에 노인의 다리도 잔뜩 긴장되었다.

미사는 맹렬한 분출이 자신의 내부를 강타하는 것을 느끼며 진저리를 쳤다. 마치 화산이 터진 듯 뜨거운 용암이 아랫배 깊은 곳에서 불끈불끈 용출한다.

후우...!”

노인이 긴 한숨을 쉬며 긴장으로 굳혔던 두 다리를 풀었다. 거푸 전신을 누비던 분출의 희열이 갈아앉은 것이다.

노인이 만족한 것을 알아차린 미사는 그의 얼굴에 뺨을 비비며 떨어져 나왔다.

그러자 다른 여인들이 앞다투어 노인에게 달려들며 그의 남성에 묻어있는 것을 핥았다.

노인이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결국 모든 것이 이렇게 될거야. 모든 것이...]

 

***

 

소문은 잔잔히, 그러나 아주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다.

 

--무치 동호천이 죽었다.

--그의 제자가 동호천의 모든 진전을 이었다.

--하지만 그는 열세살 짜리 꼬마에다 바보 멍청이다.

--그자를 찾을 수만 있다면 동호천이 남긴 무치무요(武痴武要)라는 절세적인 비급을 차지할 수 있다.

 

이상하게도 동호천의 죽음에 대해서는 미리 예견되어 있었던 바였다.

또한 그것으로 인해 이미 많은 무림인들이 동정호로 갔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돌아온 자는 오십에 하나도 되지 않았다.

정말 이상하게도 동호천에 대한 소문은 믿도 끝도 없이 일어나서 전 무림에 퍼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소문보다도 더욱 빠르게 소문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도 있는 동호천의 제자는 모습을 감춰버렸다.

무림인들은 그를 찾고자 눈에 쌍심지를 돋구었으나 여기저기서 봤다느니, 나타났다느니 하는 풍문만 나돌 뿐 종적을 찾을 수 없었다.

한데 동호천의 제자인 석두공의 잠적으로 말미암아, 그들 무림인보다도 더욱 당황해하는 인물들이 있었다.

그것은 두명의 외모가 똑같이 생긴 노인들이었다.

 

-낙양(洛陽)!

 

흔히 구조(九朝), 즉 아홉 왕조(王朝)의 도()라고 불리는 천녀고도다.

낙양은 특히 당대(唐代)에 두보와 이백, 백낙천 등 많은 문인 예술가가 활약했던 예술의 도시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 낙양이라고 하면 쇠붙이를 만져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의 이름을 떠올린다.

 

<만금장(萬金莊)>

 

바로 만금장을 떠올리는 것이다.

만금장의 주인이 누군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만금장의 재력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만금장의 재력(財力)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만금장의 주된 사업은 보석을 비롯한 귀금속과 골동품, 고서화 등으로, 주된 고객들은 부호(富豪)들과 높은 벼슬아치들이었다.

한마디로 부자들을 상대로 돈을 벌어온 만금장이다.

이러한 만금장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황하는 해마다 범람하는데 그때마다 수십 만에 달하는 수재민이 발생하고 황하의 물이 완전히 빠지자면 보통 삼개월이 걸리게 된다.

그 재해는 너무도 엄청나서 조정에서도 손을 잘 대지 못할 정도이다.

그런데 만금장은 그러한 수재민들을 위해서 해마다 수만 섬의 미곡과 금은을 풀어서 직접 구제사업을 벌인다.

개인으로서 이같은 일을 한 자는 역대에 없었다.

심지어 만금장의 장주를 조정에서는 반란을 위해서 민심을 모으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했을 정도였다.

이 만금장의 가장 깊은 곳에서 두노인이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 뭐가 잘못되었는지 모르겠군.]

이렇게 말하며 벌떡 일어서는 사람은 놀랍게도 동호천의 두 아우 중 한사람인 주치(酒痴) 동복신이었다.

그렇다면 그의 맞은 편에 있는 사람은 두말할 것도 없이 보치(寶痴) 동적선이다.

동적선은 묵묵부답, 동복신이 혼자서 소리쳤다.

[이렇게 되면 형님의 희생은 아무 의미도 없어지지 않는가? 그 돌대가리 놈이 이것마저 잊어버렸나? 지금쯤은 무림인들의 추격을 받으면서 도망쳐 다녀야 옳은데 잠적이라니...]

동적선은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두공이가 기억을 못하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해력은 아무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요. 우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가 있는 것이 틀림없는것 같소.]

동복신이 오만상을 찌푸리며 내뱉았다.

[그 도깨비같은 놈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 변수가 있을 리도 없지만 있다면 바로 그놈일거야.]

동적선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생각할 건 아니오. 두공이는 믿을 만하오. 어쩌면 모든 것을 그녀석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맡겨두는 것이 좋을 것같소. 또 원래 그럴 생각이 아니었소?]

[아무튼, 나는 혼자서라도 그놈을 찾아야 겠다.]

동복신은 술병을 집어들고 문밖으로 나갔다.

동적선이 소리쳤다.

[형님!]

[넌 여기서 만금장주 노릇이나 잘하고 있거라. 자주 연락하마.]

동복신은 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한데 만금장주라니...

보치 동적선이 바로 만금장주란 말인가?

능히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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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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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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