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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八 章

 

                  驅駕天魔劒法殺魔經武功

 

 

 

[필요한 것은 생각나는대로 여기에 다 적었소. 하지만 그래도 난 염려가 가시질 않소이다.]

금사종은 염려스러운 듯이 말하며 새까맣게 글을 적은 종이를 석두공에게 넘겨주었다.

이곳은 무당산 아래에 자리한 작은 마을의 객점이다.

[서생이 해야 할 것도 급한 일이니 할 수 없어요. 실수를 하더라도 자꾸 이걸 보면서 하는 수 밖에요.]

석두공은 금사종이 적어준 종이를 둘둘 말면서 말했다.

금사종은 먼저 일어섰다.

[조심하시오. 그리고 다시 만날 곳은 태산(泰山) 일천각(壹天閣)이오. 잊지 마시오.]

석두공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종이는 잊지 않겠어요. 그럼 어서 가보세요.]

 

***

 

석두공은 금사종을 어디론가 보내고 혼자서 숭산을 향했다.

이제 혼자가 되었으니 기억력에는 조금도 의존할 수 없다.

크게 의지가 되던 금사종 떠나버리자 막연한 불안감이 그를 엄습했다.

하지만 석두공은 자기는 원래 그랬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위로했다.

꼭 필요한 것은 금사종이 적어준 종이에 적혀 있겠지만 아마도 거의 대부분은 임기응변으로 해야 할 것임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빨리 움직인다고 해서 모든 일이 빠르게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

 

중악(中岳) 숭산(嵩山)을 오르기 위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치는 곳이 있다.

바로 숭산 아래 자리한 시진인 등봉현(登封縣)이다.

이곳 등봉현에서는 소림사로 올라가는 참배객들이 머물기 위한 객점들이 다수 있다.

 

-여래객잔(如來客棧),

 

등봉현에서 가장 큰 객점인 이곳의 후원에는 며칠 전 부터 여러 개의 방을 잡아놓고 한 인물이 머물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그의 일행으로 생각되는 듯한 한 인물이 찾아왔다.

그들은 함께 방안을 들어서자마자 앉지도 않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놈들이 먼저 숭산으로 올라간 것은 아니었소.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소.]

[소림사로 가는 건 분명하오?]

등에 고색창연한 보검을 맨 청수한 중년인이 물었다.

틀림없소!”

마치 죽음이 번져나는 듯한 외팔이 흑의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외팔이는 바로 잔혼살객(殘魂殺客)이었다.

그리고 보검을 맨 중년인은 바로 부운청풍객(浮雲淸風客)이었다.

사부를 배신하고 감금했던 인면수심의 야망에 찬 사나이 부운청풍객은 살기어린 어눌한 음성으로 말했다.

[준극봉(峻極峰)으로 유인하여 죽이도록 합시다.]

 

***

 

석두공은 무당산에서 숭산 아래의 등봉현에 닿는 데 사흘이란 시간을 허비했다.

어린아이 혼자서 먼길을 가는 것을 불쌍하게 여겼는지 마차를 태워주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는 천천히 걸어서 왔다.

등봉현에 닿았을 때 그는 겨울이 오기 전에 소림사에 한 번 더 참배하려는 사람들로 객점들이 가득 채워져 있음을 알았다.

객점에서 제대로 된 밥을 사먹는 걸 포기한 석두공은 길거리에서 만두를 사먹고는 그대로 산을 올랐다.

 

정오가 막 지난 때였다.

[공자님! 소림사로 가시는 길인가요?]

느릿느릿 숭산을 올라가는 석두공의 뒤쪽에서 참배객으로 보이는 한 여인이 쫓아오면서 소리쳤다.

늘씬한 몸매에 꽃이 수 놓여진 청의를 입은, 도무지 절에 다닐 만한 그런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처녀였다.

머리에는 금비녀를 꽂았으며 허리에는 은빛 채대가 화려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

석두공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 길은 소림사로 가는 길, 그 길을 가면서 소림사에 가지 않는다면 어딜 가겠는가?

청의미녀는 호들갑을 떨면서 말했다.

[어머 잘됐네요. 적적해서 혼자 어떻게 소림사까지 올라가나 하고 걱정했는데... ]

[저기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요.]

석두공은 앞쪽에 가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청의미녀는 입을 삐죽이며 대답했다.

[남자들은 여자만 보면 엉뚱한 생각을 해서 함께 있기가 거북해요. 공자님도 뒤에 알게 되겠죠.]

[전 머리가 나빠서 아마 뒤에도 모를 거예요.]

석두공이 입을 헤 벌리고 웃으며 말했다.

청의미녀가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머리가 나쁘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예요. 내가 본 어떤 사람보다도 총명해 보이는데....]

석두공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멍청하다는 것은 스스로도 인정하는데 왠 쓸데없는 참견일까? 여자는 말이 많다고 하더니 아무 말이나 막 하는 모양이구나.)

그는 앞서서 걸었고 청의미녀는 그의 옆에 바싹 붙으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어디 사는 누구냐는 질문에서 부터 시작해서 뭣 하러 소림사에 가느냐까지,

질문과 또 자신이 스스로 만든 대답해 가면서 석두공의 혼을 빼놓았다.

그리고 묻지도 않았던 말을 이제는 하고 있었다.

[산동(山東)의 곡부(曲阜)를 아세요? 공자 맹자 할때 그 공자님께서 나신 곳 말예요. 내 고향도 거기죠. 어렸을 때 공자가묘에도 한 번 가봤는데 뭐 그저 그랬어요. 하지만 한번 가보는 것도 좋을 거에요.]

하지만 석두공은 담담히 웃기만 했다.

그는 속으로 말하고 있었다.

(실컷 말해 봐요. 난 사부님도 마이동풍인가 서풍인가 했을 정도로 무슨 말이든 다 잊어버리니까. 그리고 보니 당신 입니나 내 귀나 비슷한 데가 있군요. 이럴 때 쓰는 말이 천생연분이라든가?)

청의미녀의 말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여자는 함부로 돌아다닐 게 못되어요. 내 이웃에 소향이란 계집애가 있었는데 싸돌아다니기 좋아하더니 그만 난봉꾼들에게 몸을 뺏겨서 배가 불렀지 뭐예요. 참 수치심도 없는 계집애죠?]

[그렇군요.]

석두공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렇든 말든 청의미녀의 수다는 쉴새없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뿐만 아니예요. 소향이의 동생은 월향인데, 그 게집애는 숫제 사내들을 집으로 끌어들인다지 뭐예요. 누가 봤는데 어떤 밤에는 사내 셋이 한꺼번에 그 계집애의 방에서 나오더래요 글쎄.]

[그래요?]

석두공은 그저 그래요, 그렇군요, 등의 말만을 연발하며 그녀의 말을 귓전으로 모조리 흘려버렸다.

 

한데 그들이 중악묘(中岳廟) 근처에 다다랐을 때였다.

산에서 내려오던 중년 사내가 갑자기 재잘거리는 청의미녀와 어깨를 툭 부딪혔다.

청의미녀가 빽 소리쳤다.

[조심하셔야죠. 길도 넓은데... ]

그러자 그녀와 어깨를 마주친 중년 사내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소리쳤다.

[! 넌 율아(栗兒) 아니냐? 이곳에서야 너를 만났구나.]

[당신은 누구죠? 날더러 율아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청의미녀가 화난 듯이 소리쳤다.

중년 사내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네가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서 외삼촌도 모른 척하는 구나. 당장 잡아가야겠다.]

그는 번개같이 덮쳐들더니 청의미녀의 허리를 껴안고 날아올랐다.

[아악! 살려줘요. 강도야 강도!]

청의미녀가 비명을 질렀다.

쏴아아아!

그자는 경신술을 발휘하여 나무위로 날아가고 있었다.

석두공은 이같은 사태에 잠시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중년 사내의 말이 아무래도 거짓말인 것 같았다.

그런데도 좀 이상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갸웃했다.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째서일까?

하지만 그래도 근 십리에 가까운 길을 함께 걸은 일행인데 그냥 두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앗!

그는 몸을 날려 중년 사내의 뒤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휘이이익!

석두공이 바람처럼 빠르게 달려갔지만 중년 사내의 경공 또한 놀랄 만큼 빨랐다.

청의미녀를 안고서 달림에도 불구하고 석두공과의 거리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아아악! 살려줘요. 이 치한! 강도야 강도!]

청의미녀는 계속 비명을 질러댔다.

석두공은 공력을 끌어올렸다.

피유우우우!

순간 그의 몸은 빛살처럼 가는 선을 그리며 날아가 중년 사내와의 간격을 급속도로 좁혔다.

거리를 좁혀가며 석두공은 버럭 소리쳤다.

[멈춰요!]

하지만 중년 사내는 들은 척도 않고 앞으로 내달린다.

어느새 그들은 몇 개의 계곡을 건너뛰어 높은 봉우리로 치닫고 있었다.

한데 그 봉우리의 정상으로 사나이와 두공이 거의 동시에 도착했을 때였다.

그곳에는 이미 여섯 명의 인물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석두공의 눈에 들어왔다.

(함정(陷穽)!)

석두공 내심 소리쳤다.

기다리고 있던 여섯 사내들은 모두가 흑의를 입었으며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청의미녀는 정신을 잃었는지 납치해온 중년 사내의 허리에 축 늘어져 있었다.

[후후후...!]

중년 사내는 음산한 웃음을 터뜨리며 청의미녀를 복면인들 중의 한사람에게 던졌다.

화라라락!

화려하게 치장한 그녀가 마치 한 송이의 꽃처럼 날아갔다.

석두공은 그것을 빤히 보면서도 어떻게 손을 쓸 방도가 없었다.

강한 적!

그의 눈앞에는 지금까지 그가 만나본 고수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진정 강한 적수들이 서있었다.

비록 그들이 아직 무공을 완전히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석두공은 몸으로 전해지는 느낌만으로도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전신의 몸이 경직되는 느낌이었다.

왼쪽 소매가 헐렁하여 외팔이임을 알아볼 수 있는 흑의복면인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죽어줘야겠다.]

 

-죽어줘야겠다.

 

바람의 속삭임인 듯 전해지는 외팔이 흑의인의 그 말속엔 주체할 수 없는 살기가 내포되어 있었다.

청의미녀를 안고 온 중년 사내는 이미 석두공의 퇴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석두공은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어떤 질문도 의미가 없을 것같았다.

그들은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자신은 그들에게 죽지 않아야만 한다는 사실이 남아있을 뿐, 이미 청의미녀의 존재까지도 그는 잊고 있었다.

단순한 만큼 석두공의 집중력의 뛰어났고 그 순간적인 정신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것이었다.

허리에 걸려있는 방망이로 손을 가져갔다.

순간 그의 몸에서 나이를 초월한 강렬한 기운이 일어났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웅혼하며 또한 패도적(覇道的)인 기운이었다.

석두공을 앞뒤로 포위하고 있던 외팔이 흑의인과 중년 사내의 눈에 놀람과 동시에 살기가 폭발하듯 줄기줄기 뻗어나왔다.

그것은 반드시 죽여야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문득 석두공은 그들의 이런 느낌을 어디선가 경험했던 것을 떠올리며 소리쳤다.

[삼마경(三魔經)!]

[크하하하하... ! 결국 우리를 알아보았구나!]

청의여인을 납치해왔던 중년 사내가 광소를 터뜨렸다.

츠츠츠!

한데 득의하여 웃고 있는 그자의 얼굴이 스믈 스믈 모습을 바꾸는 것이 아닌가?

웃음이 끝났을 때는 얼굴의 윤곽전체가 다 바뀌어 버렸다.

그리고 드러난 얼굴은 아주 청수한 부운청풍객(浮雲淸風客) 심제을의 얼굴이었다.

흑의의 외팔이도 쓰고 있던 복면을 벗어버렸다.

그는 죽음보다 짙은 살기를 드리우고 있는 잔혼살객(殘魂殺客)이었다.

부운청풍객과 잔혼살객이 함정을 파고 석두공을 기다리고 있엇던 것이다.

석두공은 그들 두 사람의 이름을 하나 하나 기억하지 못하고 단지 삼마경이라는 말만을 떠올릴 수 있었다.

이 두 사람은 동정호에서 석두공이 죽이겠다고 맹세한 세사람 중의 둘이었다.

츠읏!

석두공의 눈에서 새파란 살광이 파릇파릇 일어났다.

그것은 방금 전의 패도적인 기운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바늘로 쏘는 듯한 살기다,

무공이 아니건만 심약한 사람은 그 살기만으로도 심장이 멎어버릴 것이다.

[당신을 죽이겠어요.]

석두공은 잔혼살객을 젖혀두고 뒤로 빙글 돌아 부운청풍객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부운청풍객은 그의 가공할 살기에 몸을 흠칫하면서도 음침한 살소를 흘렸다.

[후후후후... 동호천도 우리 손에 죽었다. 어린 녀석이 기고만장하구나.]

말은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운청풍객의 얼굴은 웃음이 어색할 정도로 굳어있었다.

또한 그는 옷자락 속에 숨겨두었던 보검을 꺼내들고 있었다.

석두공은 끓어오르는 살기를 침묵으로 대신하며 방망이를 뻗었다.

치익!

순간 방망이에서 번개불같은 푸른 빛이 쏘아져 나갔다.

!”

부운청풍객 심제을은 안개처럼 몸을 일렁이며 옆으로 두 걸음이나 피하며 검을 뽑았다.

파앗!

검은 뽑힘과 동시에 석두공을 베고 있었다.

극쾌(極快)!

심제을의 검은 떨어지는 빗방울을 수십 토막으로 쪼갤 수 있을 정도로 빠른 것이었다.

(베었다!)

심제을은 내심 외쳤다.

스르릉!

그러나 석두공의 몸은 그 찰나의 순간에 방망이로 비스듬히 검을 막으며 심제을을 날아넘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도 빨랐기에 오히려 환상적으로 느려보였다.

부운청풍객은 눈을 부릅떴다.

그러한 동작은 무공을 익힘으로 해서 나올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선천적인 반응, 오로지 선천적으로 그처럼 빠른 신경을 갖고 태어나지 않는 한 아무리 무공이 높아진다고 하더라도 불가능한 것이었다.

[차압!]

부운청풍객의 입에서 분노에 찬 일갈이 터져나왔다.

촤아아아!

그와 동시에 부운청풍객의 검이 하늘 가득 수천 개의 검기를 뿌렸다.

함박꽃의 꽃잎이 벌어지는 듯 화려한 검기의 폭출이었다.

[천마폭멸참(天魔爆滅斬)!]

석두공의 허공에 뜬 몸은 부운청풍객의 검에서 발출된 검기에 완전히 가려져 버렸다.

부운청풍객은 처음의 일초가 실패하자 바로 구가천마검법(驅駕天魔劒法)을 펼친 것이다.

석두공의 정신은 맑은 호수의 물결처럼 깨끗했다.

그는 자신의 본능이 원하는 대로 몸을 움직일 뿐이었다.

! !

방망이가 석두공의 손가락 사이에서 풍차처럼 돌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옥허도인의 태극어검술을 상대했을 때와 비슷한 현상이 다시 일어났다.

치치칙!

천마폭멸참의 검기는 석두공의 손에 있는 방망이에 닿자 흔적도 없이 흡수되어버리는 것이었다.

마치 땅위에 어지럽게 해놓은 낙서가 비질에 휩쓸려 사라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었다.

!

그리고 검과 방망이가 부딪히면서 부운청풍객의 고검이 여지없이 부러져 나갔다.

[!]

부운청풍객은 다급한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돌려 검의 파편을 피했다.

[검이 부러지다니...]

검이 부러진다는 것은 극히 불길한 징조였다.

또한 무림에서 검을 사용하는 자는 스승에게 처음 진검을 받으면서 전해듣는 말이 검이 있으면 산 것이고 검이 없으면 죽은 것이라는 것이었다.

삼마경 중의 검마경에 기록된 구가천마검법을 펼치고도 검이 부러졌다...

부운청풍객의 안색은 백짓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그 얼굴에는 형언할 수도 없는 살기가 깊은 곳에서 부터 우러나오고 있었다.

슈욱!

석두공의 방망이는 소리도 없이 부운청풍객의 목을 노리고 짓쳐들어왔다.

부운청풍객은 찬바람을 들이키며 부러진 검으로 동시에 삼초의 마검식을 펼쳐냈다.

[천마진천살(天魔震天殺), 천마파연옥(天魔破煉獄), 천마탈혼벽(天魔奪魂劈)!]

쩌저저정! 콰르르릉!

하늘이 갈라지고 준극봉의 정상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십여 장이나 높이 검기가 솟구쳤으며 구가천마검법이 만들어내는 천마의 호곡성같은 괴음이 십여리 까지 퍼져나갔다.

우우우우우우웅...

구우우우후후후후...

심혼을 표백(漂白)시켜버릴 듯한 천마(天魔)의 호곡성(號哭聲)이었다.

석두공은 어느덧 자신을 잊고 있었다. 완전한 무아지경에서 본능적으로 지금까지 익혔던 무공을 펼쳐내어 구가천마검법에 대항하고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자신이 말로는 잘 표현할 수 없으나 천하의 수많은 기학들이 살아있었다.

그것들의 대부분이 개개로서는 구가천마검법에 미치지 못하는 무공들이지만 합쳐지면서 임기응변적으로 보완되어 펼쳐지는 것은 능히 구가천마검법을 대항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가천마검법의 진정 무서운 점은 그 천마의 호곡성에 있었다.

잠시 듣는 동안 정신이 흐릿해지면서 몸도 따라 둔해지는 것이었다.

!

검기가 그 틈을 비집고 석두공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피를 빨아먹는 괴물처럼 구가천마검법이 스치고 간 곳에서 분수처럼 피가 솟았다.

석두공은 이를 악물고 폭풍처럼 밀려드는 검기속을 파고 들었다.

피웃!

그의 몸이 두개로 갈라지면서 검기들이 그의 몸을 투과하여 흘러갔다.

직후 방망이가 부운청풍객의 손목을 쳤다.

파삭!

괴이한 음향과 함께 부운청풍객의 손목이 축 늘어졌다. 뼈가 산산히 부서져 버린 것이었다.

그러나 부운청풍객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가랏!]

그의 토막난 보검이 독사의 이빨처럼 석두공의 가슴으로 벼락처럼 쇄도해들고 있었다.

촤아악!

석두공은 급히 몸을 비틀었으나 앞가슴이 길게 베어지며 피가 쏟아졌다.

석두공이 비칠거리며 물러섰으나 부운청풍객은 추격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창백한 안색으로 망연히 서있었다.

석두공의 무공이 강하리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토록 강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부운청풍객은 씁쓸하게 웃으며 뒤로 물러섰다. 모든 웅지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겨우 사척이 조금 넘는 어린소년...

당금 무림의 십대고수 중의 한 사람인 부운청풍객을 상대로 해서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과연 누가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석두공은 손가락으로 혈도를 짚어 지혈을 했다.

그리고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부운청풍객에게 다가섰다.

그때였다.

[네 상대는 그가 아니다.]

관전하고 있던 잔혼살객이 칙칙한 음성을 내뱉었다.

[심형! 낙담할 것없소. 이놈은 동호천이 심혈을 기울인 제자요. 나는 처음부터 이놈이 동호천보다 쉬운 상대가 아닐 것같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소.]

잔혼살객은 부운청풍객에게 싸늘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는 자신의 무기인 사신겸, 시퍼런 낫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뒤에 있는 그의 부하들을 향해서 소리쳤다.

[시작해라!]

순간,

[아악!]

청의미녀가 뾰쪽한 비명을 질렀다.

복면인들이 그녀의 팔다리를 움켜쥐고 옷을 벗기려 하는 것이 석두공의 눈에 들어왔다.

“....!”

그것을 본 석두공의 눈빛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아악! 안돼! 살려줘!]

우악스러운 복면인들의 손에 사로잡힌 청의미녀는 소리치며 발버둥쳤다.

찌익! !

그러나 그녀의 푸른 옷은 두명의 복면인에 의해 거침없이 찢어지고 있었다.

쫘악!

가슴께로부터 길게 찢어져 버린 옷자락 사이로 청의미녀의 속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녀의 살결은 껍질을 벗긴 삶은 계란 처럼 희고 깨끗하다.

그리고 날씬해보이던 겉모습과는 달리 젖가슴은 아주 투실투실하여 중량감이 느껴진다. 그 탄력 넘치는 젖가슴이 몸부림칠 때마다 너무도 육감적으로 출렁거린다.

“....!”

잔혼살객은 자신의 뒤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른 척하며 석두공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자와 마주선 석두공의 눈에는 겁탈당하며 발버둥치는 여인의 모습이 마치 그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면인것처럼 너무도 적나라하게 보였다.

여인의 마침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어 바위위에 눕혀졌다.

네명의 복면인이 그녀의 사지를 하나씩 붙잡아 고정시키고 있었다.

태양은 눈부시게 그녀의 나신을 내리비추는데 다른 한명의 복면인이 자신의 손을 여인의 벌려진 다리 사이로 거침없이 들이밀었다.

[아악!]

여인이 고개를 비틀며 비명을 질렀다.

석두공이 서있는 곳을 향해서 그녀의 두 다리는 활짝 벌려져 있었다.

그 때문에 석두공은 본의 아니게 난생 처음 여자의 구조를 속속들이 보게 되었다.

벌려진 허벅지는 만지면 묻어날 듯이 뽀얀데 그 안쪽에는 아주 짙고 검은 체모가 무성하게 나있다.

그 체모는 도독히 살이 오른 둔덕 정상에 집중적으로 나있고 둔덕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급격히 옅어졌다.

그 옅은 체모 사이로 충격적인 형상을 한 깊이 갈라진 틈바구니가 보였다.

하얀 피부가 둘로 갈라져 생긴 그 균열은 살짝 벌려져 있어서 내부의 원색의 오묘한 살점을 수줍게 들어내고 잇엇다.

마치 잘 익은 석류가 갈라진 것같은 여인의 그 부분의 형상은 순진무구한 석두공에게 숨이 막히는 듯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석두공은 이러한 연출이 잔혼살객이 자신을 동요시키기 위하여 벌이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심장은 터질 듯이 빠르게 뛰었으며 숨이 가빠왔다.

평정이 흔들리고 깨끗한 마음에 잡념이 들어차고 있었다.

정신이 점점 흐릿해지는 기분이었다.

위기를 감지한 본능은 그의 정신을 긴장시키려 하고 있었고 또 다른 본능은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으려 하고 있었다.

여인의 비부에 손가락을 가져간 복면인은 장난질치듯이 여체의 그 균열을 벌렸다 오무렸다하면서 자극하고 있었다.

비명을 질러대던 여인은 이제 지쳤는지 미약한 신음만을 내뱉을 뿐,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있었다.

[! ... ... ... ]

다른 복면인들이 그녀의 팽팽히 부푼 유방과 배꼽을 어루만지다가 혀를 갖다댔다.

!”

여인의 몸이 순간적으로 부르르 떨렸다.

또 다른 손은 여인의 둔부를 쓰다듬고, 또 다른 입은 여인의 귓바퀴속에 혀를 밀어넣고 있었다.

여인의 몸이 꿈틀거렸다.

[으음... ... 허억... ]

그리고 마침내 여인은 기묘한 숨소리를 내면서 둔부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은밀한 곳에 손을 부비고 있던 흑의인이 일어서면서 자신의 하의를 벗어버렸다.

붉게 충혈된 흉물스런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워있는 여인의 눈에도 그것은 선명하게 보였다.

[아아... 안돼!]

그러나 비명소린 전처럼 크지 못했다.

아무런 준비과정도 없이 흑의인이 그녀의 몸위에 엎드리며 힘껏 자신의 남성을 여인의 살이 갈라진 틈으로 밀어넣었다.

커흑!”

여인은 마치 창에 궤뚫리기라도 한 듯 눈은 까뒤집으면서 실신하듯 고개가 뒤로 넘어갔다.

그녀의 은밀한 곳으로는 흉물스런 남성이 뿌리까지 일거에 깊숙히 삽입되어 있었다.

사내의 꿈틀대는 그 흉칙한 살덩이를 머금은 여인의 붉은 속살이 파들파들떨고 있었다.

두개의 몸이 결합된 모습은 석두공의 망막을 가득채웠다.

석두공의 입술이 달싹달싹 떨려왔다.

잔혼살객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석두공의 힘의 비밀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순수한 마음, 아무런 잡념이 없는 무념무상의 경지에서 펼쳐지는 무공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흡흡... 아아아! ! 아아!]

흑의인이 몸을 아래 위로 움직임에 따라 여인의 입에선 달뜬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물기에 젖은 채 여인의 살 속으로 박혔다가 빠져나오곤 하는 사내의 흉물은 너무도 강인해보였다.

석두공은 이 자리를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잔혼살객을 공격할 수도 몸을 돌려 도망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남녀의 정사(情事)장면을 목격함으로 인하여 심적으로 크나큰 충격을 받은 것이었다.

스읏!

바로 그 순간 잔혼살객의 손에서 새파란 낫이 아무 기척도 없이 땅위에 깔리면서 석두공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석두공의 눈은 여전히 두 남녀의 성기가 움직이는 장면에 못박혀 있었다.

그가 위험을 느끼고 움찔하는 순간 물고기가 튀듯이 솟아오른 사신겸은 그의 가슴에 깊이 파고들었다.

!

[!]

석두공은 그 충격에 의해서 이장이나 뒤로 날려갔다.

낫의 끝은 그의 등으로 삐죽이 빠져나와 있었다.

!

석두공은 뒤로 모질게 떨어졌다가 비칠비칠 일어섰다.

쐐애애액!

그순간에는 이미 두개의 붉은 빛이 마치 독사의 이빨처럼 그의 눈앞으로 쇄도해 들고 있었다.

파팟!

잔혼살객의 헐렁한 소매속에서 발출된 그것들은 찰라적인 순간에 석두공의 양쪽 견정혈(肩井穴)에 꽂혀버렸다.

콰앙!

그리고 잔혼살객은 질풍처럼 달려들면서 그의 가슴에 일퇴를 가했다.

[크윽!]

석두공의 가슴에 박힌 사신겸이 더욱 깊이 박히며 몇개의 가슴뼈가 끊어지고,

화라락!

석두공은 실 끊어진 연처럼 준극봉 아래의 단애(斷崖)로 떨어졌다.

“...!”

“...!”

여인을 강간하던 흑의인들이 우뚝 손을 멈추고, 그녀의 몸을 출입하던 사내도 흉물을 여체에서 뽑아내며 일어섰다.

그러자 사내의 몸을 받아들이던 여인도 바위에서 일어서면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인은 마치 언제 그런 일을 당했으며 무슨 일을 했느냐고 되묻는 듯한 표정이었다.

부운청풍객의 시선도 잔혼살객에게 쏠렸다.

[죽었소?]

[사신겸이 심장을 반쯤 갈라놓았소.]

잔혼살객은 감정이 섞이지 않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부운청풍객은 즉시 그곳을 떠나버렸다.

그는 자신의 무공에 대해서 심한 회의를 느낀 것이었다.

구가천마검법을 익혔음에도 어린소년에게 패한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그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꺾어놓았다.

(구가천마겁법은 대성하지 않으면 본래 위력의 이할도 채 발휘하지 못한다고 했었다. 무슨 수가 있어도 구가천마검법을 완성하리라.)

부운청풍객은 내심 어떤 댓가를 치루더라도 구가천마검법을 십이성 연성할 각오를 하고 있었다.

 

잔혼살객은 떠나가는 부운청풍객의 뒷모습을 보면서 섬찟한 살소(殺笑)를 피워올렸다.

[크흐흐흐... 심제을... 누가 천하의 진정한 주인인지는 아무도 모르지. 무공만으로 모든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흐흐흐... ]

그의 뒤에는 네 명의 흑의복면인과 나체의 미녀가 부복하고 있었다.

잔혼살객은 그들을 힐끗 본 후에 말했다.

[흐흐흐... 너희들은 돌아가도 좋다. 아니, 여기서 잠시 쉬어가도 좋다.]

[각주! 감사합니다.]

네 명의 흑의복면인이 머리를 땅에 찧으면서 소리쳤다.

이어 고개를 드는 그들의 눈에는 욕정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슈아아아앙--!

잔혼살객은 허공속의 한점이 되어 날아가버렸고,

하의를 벗고 있던 복면인이 먼저 여인을 덮쳤다.

여인이 뾰족하게 소리쳤다.

[대형! 대형은 조금 전에 했잖아요. 둘째 사형부터 들어오세요.]

그녀 또한 잔혼각의 절대칠살 중의 하나로 일곱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대형이라고 불린 복면인이 음탕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흐흐... 그럼 이렇게 하자구나.]

그는 여인의 몸에서 일어서며 여인을 엎드리게 했다.

그의 남성이 여인의 뒤쪽에 자리한 또 다른 부분을 공략하며 밀려들어갔다.

여인은 말처럼 고개를 높이 들며 조심스럽게 그를 받아들였다.

[...!]

칠살의 첫째는 완전히 결합되자 그녀의 허리를 안고 뒹굴었다. 그 때문에 여인의 몸은 그자의 배위에 등을 대고 드러누운 꼴이 되었다.

어서 와요!”

첫째의 배 위에 등을 대고 누운 여인은 가랑이를 활짝 벌려보였다.

그녀의 은밀한 부분은 방금전의 행위의 흔적으로 흥건히 젖은 채 벌름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달아오른 그곳을 벌려보이며 이살을 재촉했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던 이살은 즉시 첫째와 하나가 되어있는 여인의 배 위로 올라갓다. 그리고는 자신의 남성을 그녀의 벌려진 다리사이로 밀어넣었다.

그리고는 두팔로 상체를 버팅긴 채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아랫쪽의 첫째도 여인의 허리를 움켜쥐고 하체를 꿈틀거렸다.

....당신들도 어서 와요! 좋게 해줄께!”

몸의 두 부분으로 사내를 받아들인 여인은 희열에 몸을 떨며 나머지 두명을 손짓으로 불럿다.

그러자 다른 두 명은 즉시 하의를 까내리고 그녀의 양쪽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그녀의 젖가슴을 주물렀다.

여인의 양손은 그들의 남성을 움켜쥐고 움직였으니...

[아아악! !! 흐윽! 흐악!]

동시에 네명의 사내를 상대하는 그녀의 입에선 기묘한 신음이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미쳐... 더 세게... ! 주 죽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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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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