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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저녁 무렵. 해가 지기 직전. 여전히 황금전장

월동문이 있는 담장으로 둘러싸인 화려한 건물. 건물 주변에는 갑옷을 걸친 여자 무사들이 지키고 있다. <자객일지>에 나온 황금나찰들이다.

월동문으로 들어오는 황금수라 한명. 수염을 길렀고 나이가 들어 보인다. <자객일지>에 나온 황금수라 부영반 귀견수 캐릭터. 이 작품에서도 귀견수. 귀견수 뒤를 청풍이 따라온다

[()영반님!] 건물 입구를 지키던 황금나찰들이 귀견수를 보고 고개 숙이고

청풍; (본장의 내원을 지키는 여자 무사들인 황금나찰(黃金羅刹)...) 손 들어 아는 척 하는 귀견수를 따라가며 생각하고

청풍; (여자지만 개개인이 일류고수라던가?) 생각할 때

입구에 멈춰서며 의관 정제하는 귀견수. 청풍도 멈춰서고

귀견수; [장주님! 이청풍을 데려왔습니다.] 포권하며 말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황금전장 경호무사 황금수라(黃金修羅)의 부영반 귀견수(鬼見手)>

<들여보내라.> 건물 안에서 들리는 말

귀견수; [들어가라.] 옆으로 물러서고

귀견수; [장주님 가족에게 예의를 잃지 않도록 주의하고!]

청풍; [...] 대답하며 걸어가고

덜컹! 문을 열고 들어간다.

 

#8>

문 안쪽은 넓고 화려한 거실이다. 거실 중앙에는 화려한 탁자와 네 개의 의자가 놓여있고 그곳에 벽초천 가족이 앉아있다. 문을 향해 나란히 놓인 의자에 벽초천과 함께 드세 보이는 절세미녀가 앉아있다. 미녀의 이름은 마은혜. <무쌍일지>에 나온 황후 마은혜 캐릭터. 벽초천의 본처다.

탁자 좌우에는 소년 소녀가 앉아서 돌아본다.

벽초천 쪽에 앉아있는 소년은 청풍보다 두 살쯤 많아 보이는 거만한 인상의 소년. 나이에 비해 체격이 좋은 이 소년은 벽초천의 아들인 벽세황. 전형적인 금수저, 재벌이세 캐릭터.

벽세황 건너편에는 청풍보다 한 살 어린 소녀가 앉아서 보고 있다. 이름은 벽옥령인데 엄마를 닮아 도도하고 드센 인상이지만 예쁘다. <무쌍일지>의 주옥령 캐릭터

거실 구석에는 네 명의 시녀가 각기 두명씩 서서 시중 들 준비를 하고 있다. 그중 한 시녀는 옷이 든 보따리를 들고 있다. 이름은 혜분. 나이는 10대 후반. 정이 많은 인상. 나중에 청풍과 썸씽이 있다. <무쌍일지>에 나온 강혜분 캐릭터

강혜분; (저 아이가 타노의 아들 이청풍...) 문을 닫고 들어서는 청풍을 보며 눈 반짝

강혜분; (몇 번 본 것도 같은데 딱히 기억에 남아있지는 않는 평범한 아이네.)

청풍; [장주님!] 탁자 앞에 서서 포권하고.

청풍; [부르심 받고 대령했습니다.]

강혜분; (겨우 열 살이라는데 어른처럼 의젓하잖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옆의 시녀도 호감을 느끼는 표정. 그때

벽초천; [부인! 저 놈이 바로 이청풍이오.] 옆에 앉아있는 마은혜에게

마은혜; [저런 아이가 본장에 있는 줄은 몰랐어요.] 청풍을 찌르는 듯한 시선으로 보며 말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벽초천의 본처 마은혜(馬恩惠)>

벽초천; [본장의 하인 숫자는 천명이 넘소.] [게다가 늘 장경각에 처박혀 있었던 탓에 저놈을 아는 사람은 얼마 안될 거요.] 마은혜에게 설명하고. 벽세황은 지루한 표정으로 힐끔거리고. 벽옥령은 눈 반짝이며 보고 있고

마은혜; [그렇겠군요.] 끄덕

마은혜; [글은 어떻게 배웠느냐?] 청풍에게

청풍; [철이 들 무렵 아버지가 천자문을 가르쳐주셨고...] [네 살 때부터는 장경각 총사서 우문노야로부터 학문을 배웠습니다.]

마은혜; [우문노인은 한림학사 출신이니 대단한 스승을 둔 셈이로구나.] 차갑게 웃고

청풍; (하인 주제에 한림학사 출신의 스승은 과분하긴 하지.) 쓴웃음

벽옥령; [무려 네 살 때부터 우문노야에게 배운 거야?] [그렇다면 정말 대단한 천재잖아.] 짝짝! 감탄한 표정으로 손뼉 치며 말하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벽초천의 딸 벽옥령(碧玉鈴)>

청풍;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아가씨.] 고개 숙이고

벽옥령; [난 옥령이고 아홉 살이야. 아가씨라 하지 말고 옥령이라 불러.] 얼굴 발그레 해져서

청풍; (나보다 한 살 아래로군.) + [소인이 어찌 감히 아가씨의 방명을 입에 올릴 수 있겠습니까?]

마은혜; [그 말은 맞다.] 도도

마은혜; [넌 앞으로도 옥령이를 아가씨라 불러라.] 청풍에게

청풍; [예 마님!]

벽옥령; [엄마!] 불만. 하지만

마은혜; [사람 사이에는 지켜야하는 법도가 있는 법이다.] [너나 저 애를 위해서라도 그 법도는 지켜져야 한다.]

벽옥령; [...] 삭 죽고

청풍; (맞는 말이다.)

청풍; (내가 아가씨와 터놓고 지내면 아가씨는 다른 사람들에게 만만히 여겨지고 나는 질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생각할 때

벽세황; [너 몇 살이냐?] 거만하게 눈 흘기며

청풍; [열살입니다.]

벽세황; [그럼 나보다 두 살 아래로군.] 히죽. 거만하게 웃는 배경으로 나레이션. <-벽초천의 장남 벽세황(碧世皇)>

벽세황; [이것저것 가르쳐줄 테니 앞으로 내 시중 잘 들어라.]

벽초천; [배워야하는 건 청풍이 아니라 세황이 너다.] 엄한 표정으로 벽세황에게

벽세황; [배워요? 소자가 저놈에게?] 어이없고

벽초천; [우문노인이 쾌차해서 돌아오는 대로 너도 우문노인 문하에서 본격적으로 수학을 해야 한다.]

벽초천; [그때까지는 청풍이와 공부를 해서 진도를 얼추 맞추도록 해라.]

벽세황; [아이 참! 난 글공부보다는 무공을 배우는 게 좋은데...] 짜증내다가

움찔! 하는 벽세황. 벽초천과 마은혜가 엄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벽세황; [... 분부 따르겠습니다.] 자세 바로 하며 부모의 눈치를 보고

마은혜; [이청풍!]

청풍; [예 마님!]

마은혜; [배움에는 귀천이 없고 나이 역시 상관이 없다고 했다.] [오직 누가 더 멀리 배움의 길을 갔는가로 선후(先後)가 정해지는 법이다.]

마은혜; [글공부는 세황이가 너의 후배이니 혹여 나태하면 즉시 내게 고하거라.]

청풍; [분부 받들겠습니다.] 포권하고

그러면서 곁눈질. 벽세황은 입이 댓발이 나왔고.

청풍; (장주의 눈에 뜨이는 바람에 소장주의 글동무가 되었는데...)

<어쩐지 고생문이 훤히 열린 것처럼 느껴지는구나.> 실내의 모습. 마은혜가 청풍에게 뭐라 하는 장면 배경으로 나레이션. 벽옥령은 초롱초롱한 표정으로 청풍을 보고. 벽세황은 삐진 모습이다.

 

#9>

해가 막 진 무렵. 여전히 황금전장

황금전장의 후미진 곳. 하인들이 사는 곳이다. 낮고 긴 건물들이 죽 늘어서 있고. 공동 우물이 있는데 그 주변에서 하녀들이 빨래를 하거나 음식 준비를 한다. 건물 들 사이에선느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고.

빨래하던 여자들 흠칫! 한쪽을 보고

건물들 사이로 걸어오는 청풍. 보따리를 하나 들고 있다. 시녀 강혜분이 들고 있던 그 보따리다. 뛰어 놀던 아이들이 힐끔거리지만 아는 척 하진 않고

[청풍이가 돌아왔어!] [타노 아들 청풍이야.] 여자들 수군거리고

여자들; [내원으로 불려갔었다던데 무슨 일일까?] [청풍이도 우리같은 천한 놈인데 장주님께서 왜 부르셨는지 모르겠어.]

여자들; [황금전장에서는 발에 채이는 게 하인이잖아.] [흔하고 천한 하인 주제에 장주님 눈에 들었다면 좋은 일이지 뭐.] 시기하는 여자도 있고

그러거나 말거나 길쭉한 건물들 중 어느 방으로 가는 청풍. 방 한 칸 짜리다.

청풍; [다녀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고

 

#10>

청풍; [!] 방안으로 들어서다가 흠칫! 하고

어둑한 방안. 불은 켜져 있지 않은데 타노가 의자에 앉아있다. 방에는 침대 두 개와 의자 두 개. 탁자 하나가 있다. 옷은 대충 벽에 걸게 되어 있고

청풍; [아버지!] 눈치 보며 문을 닫고

타노; [앉아라.] 맞은편 의자를 가리키고. 타노는 10년전과 거의 비슷한데 머리가 좀 더 희었다. 이제 반백이 되었고

청풍; [...] 탁자 위에 들고 온 보따리를 놓고 마주 앉고

타노; [장경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부() 총사서 조선생에게서 들었다.]

청풍; [...] 눈치 보고

타노; [장주는... 너의 능력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느냐?] 한숨

청풍; [기억력이 비상하고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까지만 알고 계십니다.] 눈치 보며

타노; [내원으로 불려가서 네가 할 수 있는 다른 능력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느냐?] 굳은 표정

청풍; [!]

타노; [그렇다니 다행이다.] 한숨. 안도의 표정

타노; [앞으로도 너는 철저하게 공부재주만 있는 글벌레로 행세해야한다.]

타노; [행여나 네가 한번 본 건 글 뿐 아니라 다른 모든 것도 그대로 따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안된다.]

청풍; [명심하겠습니다만...] 말 꼬리를 흐리고

타노; [왜 아비가 너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는 걸 엄금하는지 궁금하겠지?]

대답하지 않는 청풍. 긍정하고

타노; [전에도 말했지만 너는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서는 안된다.] [너에 대한 것이 알려지면...]

타노; [너는 물론이고 아비도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심각

청풍; [...] 대답하지만 미진하고

타노;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만 기다려라.]

타노; [그때쯤이면 너도 황금전장을 나가 독립할 수 있을 테고... 그럼 너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마.]

청풍; [알겠습니다.]

 

#11>

건물 밖의 모습. 시간이 좀 지났고

타노; [소장주와 글공부 동무라...]

청풍; [당장 내일부터 내원으로 와서 소장주의 공부를 봐주라고 하셨습니다.]

청풍; [이 옷은 내원을 드나들 때 입으라며 마님께서 주셨고...] 탁자 위에 놓인 보따리를 보며 말하고

타노; [소장주는 무공에는 제법 소질이 있지만 진득하게 학문을 할 수 있는 성격은 못된다.] [장차 네가 여러모로 힘들 게다.]

청풍; [각오하고 있습니다.]

타노; [비록 소질이 있다지만 소장주는 무공 방면에서도 아주 특출한 인재는 못되는데...] 생각하다가

타노; [장경각에도 무공과 관련된 서적들이 많이 수장되어 있겠지?]

청풍; [전체 장서의 대략 일푼 정도가 무공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타노; [일푼이라 해도 천여권...] 말 끝을 흐리며 청풍을 보고

청풍; [그중 십에 팔은 읽었습니다.] 눈치 보며

타노; [그럴 거라 생각했다.] [사내아이들에게 무림인이 되는 것은 꿈이기도 하니...] 쓴웃음을 짓고

타노; [물론 읽기만 했겠지?]

청풍; [수련은 하지 않았습니다.]

타노; [네가 몸이 약해서 무공 수련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소문을 퍼트려 놨다.]

타노; [그러니 소장주와 어울리다가 헛바람이 들어서 내공심법을 수련한다던지 하는 실수는 저지르지 말거라.]

청풍; [명심하겠습니다.] 고개 숙이지만

청풍; (불효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아버지의 분부를 따르고는 있지만...) 내심 불만

<언제까지 이렇게 은인자중하고 나를 숨기며 살아야하는 건지 모르겠다.> 실내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12>

<-칠년 후> 험준한 산. 낮이지만 먹장구름이 낮게 깔려 있어 어둡고 음침한 날씨

우르릉! 먹장구름 속에서 천둥도 일고.

골짜기. 오래전에 버려진 절. 무너진 건물들. 잡초가 무성. 귀신이 나올 것같은 분위기

그나마 온전한 대웅전 건물

어둑한 내부. 세 개의 커다란 불상이 불단에 안치되어 있고.

번쩍! 밖에서 번개가 치고. 다음 순간

번갯불에 비쳐 대웅전 안쪽에 길게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 입구에 서있는 거인. 키가 2미터 50쯤 되는데 보디빌더 같은 몸에 짐승 가죽을 둘렀고, 손에는 거대한 양날 도끼를 들었다. 이자는 신선부의 앞잡이인 혈세사패중 지옥갱의 갱주인 지옥혈부. 캐릭터는 168인데 무기만 도끼로 바꿀 것.

지옥혈부; [본좌가 첫 번째인 줄 알았는데... 한 걸음 늦었군!] 중얼거리며 대웅전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그러자

<그리 늦지 않았소 갱주(坑主)! 본좌도 막 도착한 참이었으니...> 츠으! 말과 함께 대웅전 구석에서 흐릿한 빛이 떠오르더니

!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하얀 인물. 흰 가면을 썼고 흰 옷을 입었다. 두 손은 양쪽 소매에 넣고 있고. 이자는 혈세사패중 백살파라는 살수조직의 수령이다. 별호는 백일살신. 캐릭터는 658.

지옥혈부; [백살파(白煞巴)의 파주 백일살신(白日殺神)!] [천하제일의 살수(殺手)를 뵙게 되어 영광이오!] 도끼를 든 채 포권하고

백일살신; [살인하는 재주라면 지옥의 살귀들이 모여 있다는 지옥갱(地獄林)의 주인 지옥혈부(地獄血斧)를 누가 능가할 수 있겠소?] 고개 좀 숙이고

백일살신; [안 그렇소? 환마루주(幻魔樓主)?] 불단에 있는 부처상을 보며 말하고. 지옥혈부도 흠칫! 하며 돌아보고. 그러자

<흐흐흐! 역시 천하제일살수의 이목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군!> 웃음소리가 불단에서 들리더니

츠츠츠! 불단에 안치되어 있던 세 개의 불상중 좌측의 불상이 흔들리더니

스스스! 그 불상에서 아메바처럼 빠져나오는 인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검은 천으로 뒤덮은 인물. 눈 부위만 보인다. 백일살신과 다른 점은 백일살신은 가면을 썼고 이자는 복면을 쓴 점. 혈세사패중 환마루의 주인으로 별호도 환마루주다.

지옥혈부; (신묘한 환술(幻術)이 특기인 환마루(幻魔樓)의 주인 환마루주...) 눈 번뜩이며 보고

지옥혈부; (저자의 장기는 주변의 어떤 사물로든 변신할 수 있는 환술이다.)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며 불단 앞에 서는 환마루주를 보며 생각하고

지옥혈부; (나중에 우리 혈세사패(血洗四覇)들 간에 건곤일척(乾坤一擲)을 벌일 때 가장 조심해야하는 적이다.) 눈 번뜩이고.

세 방향에 서서 서로를 노려보는 지옥혈부, 백일살신, 환마루주. 그때

[어머나! 여기 분위기 왜 이렇게 살벌할까?] 갑자기 들리는 음성에 움찔하는 세 사람

구미호리; [지금 당장 결판을 내야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신경 곤두세우면 피곤하지 않는가요?] ! 문으로 들어서는 야한 여자.

! 여자의 모습 자세히 보여준다. 화려한 일본 여자 같은 복장과 장식을 했으며 얇은 옷을 입었는데. 벌어진 저고리 사이로 육중한 젖가슴의 형상이 보이고 옆이 터진 치마로는 하이힐을 신은 미끈한 다리가 드러난다. 손에는 곰방대를 들고 있는데 입에서 막 뗀 모습. 이 여자는 혈세사패중 쾌활림의 림주인 구미호리. 캐릭터는 074 075. 몸에서 꽃향기가 흘러넘치는 육감적이고 도발적인 분위기

<쾌활림(快活林)의 림주 구미호리(九尾狐狸)!> <저 계집은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사내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든다는 소문이 사실이로군!> <위험한 체향! 저 년의 몸에서 풍기는 향기를 맡자 정신이 혼미해진다!> 긴장하는 지옥혈부등 자신들도 모르게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선다. 눈이 좀 풀리거나 충혈되고

구미호리; [어머나 정말 서운하네.] 눈을 흘기며 대웅전 안으로 완전히 들어서고. 엉덩이를 살래살래 흔들며 걸어오는데 갈라진 옷자락이 꼬리처럼 흐느적거린다

구미호리; [본녀를 마치 독사처럼 보시는 건 너무 하지 않는가요?] [본녀는 세분 문주님들을 해코지 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말이에요.] 대웅전 중앙으로 들어서며 세 사람에게 눈을 흘기고

환마루주; [오해하지 마시오! 우리는 림주를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림주를 보호하려고 물러서는 거요.]

구미호리; [그건 또 무슨 요상한 논리인가요 환마루주님?]

환마루주; [우리들은 위험을 느끼면 반드시 살수를 쓰는 버릇이 있소.] 지옥혈부와 백일살신을 보며 말하고. 지옥혈부는 두 손으로 도끼를 움켜잡고 있고 백일살신은 양쪽 소매에서 약간 꺼내는 손에 갈쿠리가 보인다. X맨 울부린의 칼날 같은

지옥혈부와 백일살신의 모습

구미호리; [본녀의 유혹을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차라리 죽여 버리겠다는 건가요?] 서운한 표정으로 눈을 흘기고

환마루주; [림주의 노예가 되느니 눈물을 머금고 림주의 목을 치는 게 났지 않겠소?] 지옥혈부와 백일살신을 보며

말없이 고개 끄덕이는 지옥혈부와 백일살신

구미호리; [! 알았어요!] 스륵! 벌어졌던 저고리를 여며 젖가슴 감추며 눈을 흘기고

구미호리; [세분이 겁먹지 않도록 저의 색기(色氣)를 줄이는 수밖에...] 속살을 감추며 새침한 표정을 짓고. 그러자

안도하며 도끼를 내리는 지옥혈부

스슥! 소매 속에서 조금 뽑았던 손에서 갈쿠리가 사라지는 백일살신

구미호리; [사내가 되어서 여자를 무서워하기나 하고 말이야.] [나라면 가운데 달린 거 삭둑 잘라버리겠어.] 샐쭉거리고

쓴웃음 짓는 지옥혈부. 그때

환마루주; [다시 인사드리겠소!] [명성으로만 듣던 세분을 한 자리에서 뵙게 되어 영광이오.] 포권하고

지옥혈부; [혈세사패의 주인들이 드디어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군.] 도끼를 든 채 포권하고

백일살신; [은밀히 사람을 죽이는 게 본업인지라 본좌도 타인 앞에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는 건 처음이오.] 역시 포권하고

구미호리; [물론 세분도 존귀하신 그분... 지존(至尊)의 호출에 응하신 거겠지요?] 교태롭게 웃으며 말하고. 그러자

<지존!> 지옥혈부들의 얼굴이 굳어지고

구미호리; (역시 지존의 존재감은 가공하네.)

구미호리; (한 때는 자신이 천하제일인이라고 뻐기던 저 인간들을 이름만으로도 얼어붙게 만드니...)

구미호리; (하긴 나도 지존의 일격을 견디지 못하고 까무라쳤었으니 남 말할 처지가 아니지.) 두려운 표정으로 몸을 좀 움츠리고

구미호리; (과연 지존의 정체는 뭘까?)

구미호리; (어떤 대단한 배경이 있기에 우리들 혈세사패를 간단히 복종시킨 것일까?) 생각하고. 다른 세 사람도 침묵하는데

<수인사들은 나눈 것 같군!> 갑자기 누군가의 말이 들려 눈 부릅뜨는 내 사람

지존;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도 되겠군!] ! 언제였는지 불단 앞에 화려한 의자가 하나 놓여있고 그곳에 한 인물이 다리를 꼬고 양손으로 의자 손잡이를 잡은 거만한 자세로 앉아있다. 몸에는 화려한 곤룡포를 걸쳤으며 얼굴에는 두 개의 뿔이 달린 귀신가면을 가면을 쓴 모습. <무쌍일지>의 십면혈신 캐릭터. 이 작품에서의 별호는 귀면지존. 보통 지존이라고도 불린다. 지존의 정체는 신선부의 패륜아 위극존인데 가끔은 위진천이 가면을 쓰고 나타나 지존으로 위장하기도 한다. 그러자

<...언제 저기에...> <흐윽!> <의자채로 나타났다!> <술법을 써서 공간이동을 한 것인가?> 경악하며 뒤로 물러서는 환마루주, 구미호리, 백일살신. 그때

지존; [혈세사패!] [본좌의 지시를 어찌 이행했는지 보고하라!] 강렬한 눈빛으로 말하고. 그러자

퍼뜩! 정신을 차리는 혈세사패의 패주들. 이어

[지존을 뵙소이다!] [지존께 충성을!] 일제히 한 무릎 꿇으며 포권하는 지옥혈부 일행.

지존; [인사는 됐고...] [도착한 순서대로 보고하라.] 거만하게, 그러자

백일살신; [지존께서 하사하신 일백종의 신병이기로 저희 백살파의 최정예 백일자객(白日刺客)들을 무장시켰습니다.] 포권하며

백일살신; [백종의 신병이기 덕분에 백일자객들의 살인능력은 혼자서 구대문파 장문인을 척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구대문파 장문인을 혼자서 죽일 수 있는 자객이 백명이나 되다니...> <백살파의 전력이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로구나.> 지옥혈부와 환마루주가 놀라고

지존; [백살파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끄덕이고

백일살신; [과찬이십니다 지존!] 포권하고

시선을 지옥혈부에게 돌리는 지존

지옥혈부; [지존께서 하사하신 광마환(狂魔丸)으로 일천명의 지옥광전사(地獄狂戰士)를 길러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옥광전사?> <이름만 들어도 섬뜩하네.> 구미호리와 환마루주등의 놀람

지옥혈부; [일단 광기를 일으키면 적이 죽든 자신이 죽든 결판을 내고야마는 지옥광전사!] [그놈들을 막을 수 있는 세력은 당금 무림에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에 찬 표정으로

지존; [대규모 살육전을 벌이기에 지옥광전사만한 적당한 놈들도 없겠지.] 끄덕이고.

이어 환마루주에게 고개 돌리는 지존

환마루주; [지존께서 하사하신 천변만화결(千變萬化訣) 덕분에 저희 환마루의 제자들은 어떤 누구로라도 변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환마루주; [그리하여 지난 삼 년 간 강호의 거의 모든 문파와 세력에 환마루의 제자들을 잠입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환마루주; [지존께서 하명만 하시면 환마루의 제자들이 일제히 봉기하여 무림의 모든 문파를 접수할 것입니다.]

지옥혈부; (환마루주! 저 놈에 대한 경계를 늦추면 안되겠군!)

백일살신; (어쩌면 우리 백살파에도 환마루가 침투시킨 가짜가 암약하고 있을 수도 있다.) 곁눈질로 환마루주를 보고. 그때

지존; [표적이 된 세력은 내부로부터 붕괴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 끄덕이고

이어 구미호리를 보는 지존

구미호리; [저희 쾌활림의 자매들도 지존께서 하사하신 미혼대법(迷魂大法) 덕분에 실력이 일취월장했사옵니다.]

구미호리; [천하의 거의 모든 환락가에 침투해있는 쾌활요희(快活妖姬)들은 상대가 사내라면 절대 지지 않을 것이옵니다.]

지존; [사내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적이 쾌활요희들이라고 할 수 있지.] 고개 끄덕이고. 이어

지존; [혈세사패!] [그대들이 본좌가 부여한 사명을 성실히 완수한 것같아 기쁘기 한량없다!] 둘러보며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저희 혈세사패는 오직 지존의 영광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할 것입니다.] 포권하며 아부하는 네 명

지존; [그리 말해주지 흡족하기 이를 데 없다.] 거만하게 웃고

지존; [모두 일어나라!] ! 의자에서 일어나고

[존명!] [감사하옵니다.] 일어나는 혈세사패 패주들

지존; [그대들의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무림정복의 대장정을 시작하자!] 강렬한 눈빛으로 말하고

<드디어!> 흥분하는 혈세사패 패주들

지존; [대장정의 첫 번째 표적은 정해졌다.] [지금부터 본좌와 함께 그 표적을 치러 간다.] 쿠오오! 온몸에서 강렬한 패기

환마루주; [첫번째 표적이라면 혹시!] 눈 번뜩

지존; [그대들이 짐작하는 대로다!] 끄덕

지존; [당대에 존재하는 고금제일검(古今第一劍)이 그대들과 본좌가 쓰러트려야하는 첫 번째 표적이다!] 강렬한 표정

<고금제일검!> 지옥혈부, 백일살신, 환마루주, 구미호리의 긴장하는 얼굴 배경으로 나레이션

 

#13>

어느 도시.

번화가.

<>이라는 깃발이 걸려있는 작은 가게.

가게 안에는 손님이 없는데 늙은 점쟁이가 무언가를 종이에 쓰고 있다. 옆에는 점치는 도구인 산통이 놓여있다. 산통은 작은 나뭇가지를 여러 개 꽂아넣은 통. ,걸 흔들어 떨어지는 나뭇가지에 적힌 글을 보고 점을 친다.

종이에 무언가 쓰며 고민하는 노인. 바로 검성 섭장천이다. 머리에는 점쟁이들이 쓰는 팔각모를 쓰고 있고

섭장천; (대흉(大凶)...) 종이에는 복잡한 수식과 도형이 그려져 있다.

섭장천; (반복해서 점괘를 짚어봐도 노부는 물론이고 아들 내외도 대흉으로 나온다.)

섭장천; (그나마 아들 내외의 외동딸 아연(雅姸)이만 선흉후길(先凶後吉)로 나오는데...) 불길한 표정

섭장천; (오랜 세월 주역을 공부해왔지만 이런 점궤가 나온 적은 없다.) 붓을 내려놓고

섭장천; (아무래도 무슨 일인가 벌어지려는 모양인데...) 생각하다가 흠칫! 하고.

가게 밖에서 어린 거지가 기웃거리고 있다. 꾀죄죄한 차림의 전형적인 거지인데 손에는 바가지를 하나 들고 있다.

섭장천; [들어오너라.] [오전에 번 복채가 있으니 나눠주마.] 소매에서 동전을 꺼내는데

거지; [돈이라면 심부름 보낸 분으로부터 이미 받았어요.] 주춘 주춤 거리며 들어오고. 바가지를 든 채

섭장천; [누구 심부름으로 왔다는 것이냐?] 놀라고

거지; [어떤 잘 생긴 공자님이 이걸 노야에게 전해주라고 하셨어요.] 바가기를 내밀고. 바가지 안에는 봉투에 든 편지가 한통 들어있다.

섭장천; (편지!) 집어들고. + [수고했다.] 딸랑! 꺼내든 동전은 바가지에 넣어주고

거지; [고맙습니다 노야!] 굽신. 입이 귀에 걸리고

신나서 나가는 거지. 그 배경으로 편지를 개봉하는 섭장천

섭장천; (누군가 보낸 이 편지가 거푸 대흉으로 나오는 점궤와 관련이 있는 것인가?) 편지를 펼치고. 직후

[!] 눈 부릅뜨는 섭장천.

 

#14>

섭장천의 점집이 보이는 건너편 이층 주점.

창가에 앉아서 술을 마시며 점집을 보는 청년. 위진천이다.

위진천;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검성으로 불리는 섭가 늙은이가 점쟁이 노릇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음산하게 웃고

위진천; (딴에는 세상을 속이기 위해 점쟁이로 위장했겠지만... 전 무림에 이목을 풀어놀고 있는 혈세사패를 속이지는 못한다.)

위진천; (결국 저 늙은이도 신선부, 아니 나 위진천(威振天)이 천하무림의 주인이 되는 것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웃을 때

! 갑자기 점집의 지붕이 터지며 무언가가 미사일처럼 날아오른다.

[!] [...뭐냐?] 사람들 기겁할 때

쇄애액! 미사일처럼 까마득히 멀어지고 있는 섭장천

위진천; (시작되었군.) 술을 마시며 일어나고

위진천; (고금제일검께서 죽을 자리를 찾아가는 마지막 여행이...) 스스스! 사라지는 위진천. 허공에 술잔만 남고

파삭! 바닥에 떨어져 박살나는 술잔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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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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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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