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30>

<-천주산> . 먹장구름

<-은일곡> 폐허가 되어있으며 잡초가 무성하다. 건물들이 탄 잔해들이 널려있고

그 은일곡이 내려다보이는 양지 바른 곳에 무덤이 하나 있다. 무덤 앞에는 <葉氏一族之墓>라는 글이 수직으로 새겨져 있다. 은일곡 식솔들 시신을 화장한 재를 묻은 무덤. 무덤 앞에는 크지 않은 향로가 하나 놓여있다. 향로에는 거의 다 탄 향이 꽂혀 연기가 가늘게 피어오르고 있고

 

스악! ! 돌들이 섬광에 스쳐 무처럼 잘려나간다.

화장이 치러졌던 은일곡 중앙 광장. 사람 키만한 바위들 수십 개가 세워진 중앙에서 검을 휘두른 자세로 서있는 섭아연. 상복을 입었고 머리에 띠를 둘렀다. 왼쪽 허리춤에 칼집을 차고 있다. 살기어린 표정이고

! 스륵! 섭아연 주변의 돌들의 윗부분이 미끄러지더니

털썩! 퍼억! 바닥에 나뒹구는 바위들. 하지만 섭아연 주변의 바위들만 베어지고 조금 떨어진 곳의 바위들은 잘리지 않는다

섭아연; [...] 불만스러운 듯 찡그리며 검을 내리는 섭아연

이어 잘리지 않은 바위로 다가가 살펴보는 섭아연

바위에 금이 가긴 했지만 완전히 잘리지는 않았다. 절반 정도만 잘린 상태

이를 악무는 섭아연.

! 살펴보던 바위 윗부분을 왼손 손바닥으로 강하게 치는 섭아연.

콰직! 절반쯤 잘렸던 바위의 윗부분이 부러져 뒤로 날아간다.

털썩! 바닥에 떨어지는 잘려진 바위. 그걸 불만스런 표정으로 보는 섭아연.

섭아연; (어림없다.) 입술 깨물고

섭아연; (지금의 내 무공은 아버지에게도 한참 못 미친다.)

섭아연; (이런 실력으로 어떻게 그 많은 원수들을 척살한단 말인가?) 절망

섭아연; (은일곡에서 변고가 생긴 후 한 달 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조부님은 나타나지 않으셨다.) (분명 누군가 조부님께 알렸을 텐데도...) 하늘 올려다보며 섭장천을 떠올리고

섭아연; (어쩌면 조부님의 신상에도 변고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섭아연; (결국 복수는 온전히 내 힘으로 해야 한다는 건데...) 생각할 때

스윽! 갑자기 섭아연의 뒤쪽에서 사람 그림자가 유령처럼 덮쳐오고

섭아연; [감히!] 스악! 벼락같이 돌아서며 검을 수평으로 휘두르는 섭아연. 검에서 긴 섬광이 내뻗치고. 하지만 그 직후

! 누군가의 손가락 두 개가 검날을 잡아버렸다

섭아연; (공수입백인(空手入白刃;맨손으로 칼날을 잡는 수법)!) 놀랄 때

위진천; [어이쿠! 하마터면 목이 날아갈 뻔 했소이다.] 웃으며 서있는 위진천. 자기 목으로 날아들던 검의 날을 손가락 두 개로 잡은 채. 그 직후

설렁! 위진천의 목 주변의 머리카락이 잘려서 흩날리고

섭아연; [죄송해요 위공자! 절 노리는 적인 줄 알았어요.] 고개를 조금 숙인다. 검을 내뻗은 자세로

위진천; [아니오. 소저를 놀래키려고 했던 내 잘못이오.] ! 웃으며 검날을 놔주고

섭아연; [마침 잘 오셨어요. 그렇잖아도 위공자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어요.] 스륵! 검을 왼쪽 허리춤에 찬 칼집에 꽂으며

위진천; [말씀해보시오.]

섭아연; [솔직하게... 숨김없이 말씀해주세요.] 찰칵! 검을 완전히 칼집에 꽂으며

섭아연; [지금의 제 실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위진천; [소저의 검법은...] 말하다가 멈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보고 있는 섭아연

위진천; [실망하시더라도 사실대로 말씀드려야겠습니다.] 으쓱하고

섭아연; [저를 위해서라도 그리 해주세요.] 고개 조금 숙이고

위진천; [말씀드리기 전에 이것부터 보여드리지요.] 스악! 돌아서며 자기 주변의 돌기둥들을 향해 손을 수직으로 내리긋는다. 장난같이 긋고 아무런 기척도 없는데. 다음순간

! 서걱! 위진천 주변의 모든 바위들이 일제히 수직으로 갈라지더니

콰쾅! ! 두 쪽이 된 바위들이 좌우로 넘어진다

섭아연; (맙소사!) 그걸 보고 전율하고

섭아연; (아무런 기척도 없었는데 열 개 이상의 바위가 쪼개졌다.) 쪼개져서 나뒹구는 바위들을 보고

위진천; [우리 가문에 전해지는 무영삭도(無影削刀)라는 무공이외다.] [이름 그대로 기척도 없이 강기(罡氣)의 칼날을 날려서 표적을 베는 수법이지요.]

섭아연; [놀랍고도 치명적인 무공이로군요.]

위진천; [하지만 이 무영삭도로도 어찌할 수 없는 상대가 무림에는 최소한 백명 이상 있다고 봐야하외다.]

섭아연; [공자 정도의 실력자도 무림백대고수(武林百大高手) 안에 들지 못하신다는 말씀이신가요?] 놀라고

위진천; [백대고수에 드는 것은 언감생심이지요. 천대고수(千大高手)라면 혹시 모를까...] 어깨 으쓱 하고

섭아연; [공자의 실력으로도 천대고수에 겨우 든다니 믿기지가 않는군요.] 찡그리고

위진천; [그만큼 강호에는 기인이사가 모래알같이 많다는 뜻입니다.]

위진천; [하물며 정파백도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구대문파와 삼문육가(三門六家)의 주인들의 실력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섭아연; [복수...] 하늘 보고

섭아연; [아무래도 저는 부모님의 복수를 할 수 없을 것 같군요.] 처연하게 웃고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그런 섭아연을 보는 위진천.

 

#31>

무덤 앞. 섭아연이 무릎을 꿇고 있고 그 뒤에 위진천이 두 손을 모은 채 서있다. 무덤 앞의 향로에는 향이 꽂혀서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고

섭아연; [조부님의 검법은 의심의 여지도 없이 절대무적의 위력을 지녔어요.] 무덤 앞에 세워진 <葉氏一族之墓>라 적힌 비석을 보면서 말하고

위진천; [영조부께서 검성이라 불리시는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지요.] 끄덕

섭아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아버지나 저의 무공이 평범한 게 이해가 가지 않으실 거예요.] 한숨

위진천; (사실이 그렇다.) + [이유가 있겠소이다.] 눈 번뜩

섭아연; [조부님의 비기인 절대삼검(絶代三劍)은 그 위력이 막강한 대신 수련하기가 극히 어렵다고 해요.]

섭아연; [오의(奧義)를 깨우치려면 죽음을 경험해야한다고 할 정도예요.]

위진천; [한번 죽었다 살아나야 깨우칠 수 있는 검법이라니... 얼마나 무서울지 상상이 가지 않소이다.] 진짜 놀라고

섭아연; [그래서 조부님은 아버지에게 절대삼검을 전수하실 엄두를 내지 못하셨다고 해요.]

섭아연; [또 절대삼검에는 천도(天道)를 거스르는 면이 있기도 해서 당신이 돌아가시면 함께 세상에서 절전되기를 바라셨다는군요.]

위진천; (천도를 거스르는 면이라...) 눈 번뜩

위진천; (섭장천이 멸신창에 심장을 궤뚫리고도 즉사하지 않은 이유와도 관련이 있겠군.) 섭장천이 멸신창에 몸이 관통당한 장면 떠올리고

섭아연; [결국 조부님은 아버지에게 일반적인 검법만을 전수하셨는데...]

섭아연; [그나마도 아버지의 재질이 평범한 탓에 채 일할도 익히지 못하셨다고 해요.] 한숨 쉬고

섭아연; [자연스럽게 아버지에게서 검법을 배운 저의 실력도 보잘 것 없는 수준에 머물렀지요.] 우울하게

위진천; [저의 생각은 자질의 문제보다는 배우신 검법 쪽에 더 문제가 있는 것 같소이다만...]

섭아연; [검법에 문제가 있다고 하시는 건...] 돌아보고

위진천; [검성께서는 아마 정종(正宗)의 검법만을 영친에게 전수하셨을 것입니다.] 진지하게 말하고

위진천; [잘못된 무공을 익힐 경우 주화입마를 당하거나 마성에 빠질 수도 있다는 염려 때문에...]

섭아연; [그렇다고 들었어요.] 끄덕

위진천; [헌데 대부분의 정종무공에는 오랜 수련이 뒷받침이 되어야 제 위력을 발휘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위진천; [소저가 익힌 검법도 대단한 위력을 지녔겠지만 최소한 십년 이상은 쉬지 않고 수련해야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입니다.]

섭아연; [십년...] 우울하게 무덤을 보고

섭아연; [참고 견디기에는 너무도 긴 시간이로군요.] [과연 그때까지 내가 살아있을 지도 모르고...]

위진천; [소저의 사정이 딱해서 제가 준비한 게 있습니다만...] 오른손을 품속에 넣으며 말하고

섭아연; [어떤...] 돌아보고

위진천; [마침 제 손에 들어온 검법이 한 가지 있습니다.] 다시 꺼내는 손에 낡은 책이 한권 들려있다. 표지에는 <修羅七式>이라는 제목이 적혀있고

위진천; [이 검법을 수련할 경우 짧으면 반년 안에 죽이지 못하는 인간이 없게 될 것입니다.] 책을 들어 보이고

섭아연; [반년... 반년 안에 죽이지 못하는 인간이 없게 되는 검법!] [그런 게 정말 존재하는지요?] 불신

위진천; [천잔수라(天殘修羅)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소이까?]

섭아연; [불구로 태어난 탓에 성격이 비뚤어져 평생 십만 명 넘게 죽였다는 전설적인 살인마 아닌가요?]

위진천; [천잔수라는 구대천마중 파천검마(破天劍魔)에게 죽었소.] 끄덕

위진천; [헌데 그 과정에서 파천검마도 하마터면 천잔수라에게 죽을 뻔 했었다고 하오.]

섭아연; [저도 그렇게 들었어요.] 말하다가

섭아연; [혹시 그 비급이...] 위진천이 들고 있는 낡은 책을 보고

위진천; [천잔수라의 살인검법 수라칠식(修羅七式)이 수록된 비급이오.] 내밀고

섭아연; [... 수라칠식!] 흥분하며 두 손으로 받는 섭아연. 표지에 <修羅七式>이라는 제목이 적혀있다.

위진천; [천잔수라는 팔 다리를 하나씩 못 쓰는 불구의 몸이었소.] [만일 그가 성한 몸으로 수라칠식을 펼쳤다면 어땠을 것 같소?] 섭아연의 표지를 들추고 내용을 읽는 것을 보면서 묻고

섭아연; [파천검마도 천잔수라 손에 죽었을 가능성이 높겠어요.] 흥분하며 책을 보고

위진천; [수라칠식은 위력이 가공할 뿐 아니라 속성으로 연마하는 것도 가능한 검법이오.] 그런 섭아연을 보며

위진천; [검성의 손녀인 소저라면 아마 반년 내에 구사하실 수 있을 거요.] [익히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수라칠식을 소저에게 드리겠소이다.]

섭아연; [염치없지만 잠시 이 비급을 빌리도록 하겠어요.] 다시 비급을 덮으면서 고개를 조아리고

위진천; [돌려주실 필요는 없소이다. 세상 모든 물건에는 주인이 있는 법이니...] 사람 좋게 웃고

섭아연; [고마워요 공자님!]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어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위진천; [별 말씀을...] 마주 포권하고

섭아연; (수라칠식! 어쩌면 구대천마중 파천검마조차 능가했을지 모르는 전설적인 살인귀의 검법...) 비급을 보며 흥분

섭아연; (위공자 말대로 수라칠식만 익히면 정피백도의 위선자들을 멸절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살기어린 표정으로 비급을 보고

위진천; (쉽군! 너무도 쉬워!) 그런 섭아연을 보며 히죽 웃는 위진천

위진천; (수라칠식은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마성을 촉발시키는 힘을 지녔다.) (그 때문에 일단 익히면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귀가 될 수 밖에 없다.)

<이제 머잖아 무림에는 복수심에 미쳐 날뛰는 마녀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현장 모습 배경으로 위진천의 생각 나레이션

 

#32>

<-북경>

황금전장으로 통하는 길에 사람들이 좌우로 모여서 무언가를 보고 있다. 황금전장 쪽이 아니라 반대편을 보고 있다.

황금전장 쪽으로 오던 상인 차림의 사내 둘이 인파를 보고 어리둥절

사내1; [무슨 일 났소?] + 사내2; [왜 이렇게 모여 있는 거요?] 길가에 서있던 사람들에게 묻고

사내3; [일이 나긴 났지요.] + 사내4; [글쎄 황금전장의 소장주가 이번 달에 치러진 과거에서 삼등급제를 했다지 뭐요?] 길가에 서있던 사람 둘이 신이 나서 대답하고. 둘은 가게 주인 분위기

사내1; [황금전장 소장주가 과거에 급제를 해? 그것도 삼등으로?] + 사내2; [허어! 천하삼대부호가문의 후계자면서 과거에 급제까지 하다니...]

사내3; [그래서 난리가 난 거요.] + 사내4; [황금전장에 경사가 생겼으니 주변 사람들에게도 뭔가 좋은 일이 있지 않겠소?] 기대하는 표정

사내1; [세상 참 불공평하구만. 엄청난 부자면서 관계에까지 진출하고...] + 사내2; [냉혈전호 벽장주의 소원이 가문을 명문가로 만드는 거라던데 드디어 소원성취 했군.] 대화하며 걸어갈 때

삘릴리! 삘릴리! ! ! 나팔소리, 징치는 소리가 두 놈이 온 방향에서 들린다. 이어

[온다!] [벽공자가 오고 있어!] [자금성에서 과거급제의 사령장(辭令狀)을 받고 돌아오고 있어!] 사람들 환호하며 한쪽을 보고. 사내들이 온 방향

사내1과 사내2도 걸음 멈추고 돌아보고

삘릴리! 삘리! ! ! 와아! 와아! [감축드립니다 소장주!] [삼등급제 축하합니다!] [이제부터는 탐화랑(探花郞)이라 불러야겠습니다.] 징소리, 나팔소리 사람들의 환호를 배경으로 황금전장을 향해 다가오는 행렬. 관복을 입고 긴 어사화 두 가닥이 달린 관모를 쓴 채 벽세황이 백마를 탄 채 오고 있다. 벽세황의 복장은 우리나라 과거에 급제했을 때 입는 복장으로 묘사. 백마의 고삐는 황금수라의 부영반인 귀견수가 잡고 있다. 벽세황이 탄 백마 뒤로는 십여 명의 하인들이 두 줄로 따라오는데 하인들을 인솔하는 건 이세창이다. 이세창은 두 손으로 쟁반을 하나 받쳐 들고 있는데 쟁반에는 두루마리가 하나 얹혀져 있다. 하인들은 각자 커다란 통을 가슴에 메고 있는데 통에서 동전을 꺼내 좌우로 뿌린다

동전을 연신 뿌리는 하인들. 그 동전을 주우려고 사람들이 아수라장을 만들고 있고

[벽공자!] [벽공자!] [과거급제 감축드립니다!] [축하합니다 소장주!] 사람들의 환호에 한손을 들어 답하는 벽세황. 입이 귀에 걸렸고

이세창; (소장주는 당장이라도 하늘로 날아올라갈 수 있는 것같은 기분이겠지.) 뒤에서 그걸 보며 좀 비웃고. 두 손으로는 두루마리가 얹혀진 쟁반을 든 채

이세창; (하지만 관계에 들어가 보면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절감하게 될 것이다.)

이세창; (관계야말로 가장 끔찍한 악머구리들의 소굴이니...)

이세창; (그래도 눈치가 빠른데다가 황금전장이라는 막강한 배경이 있어서 어찌 어찌 버티긴 할 것이다.)

이세창; (그나저나 청풍이 놈은 생각할수록 대단하다.)

이세창; (이목이 집중되는 걸 피하기 위해 장원으로는 급제하지 않겠다더니 정말 삼등급제를 했다.)

이세창; (학문의 재능으로만 따지면 청풍이 놈을 능가하는 자는 당금 천하에 존재하지 않겠지.) 생각할 때

앞쪽에 항금전장의 정문이 보인다. 정문 주변에도 엄청난 인파가 모여있다. 구경꾼 뿐 아니라 황금전장의 식솔들도 다 나와 있다. 정문 앞에는 벽초천과 마은혜 부부, 벽옥령이 서있고 주변을 황금수라와 황금나찰들이 경비하고 있다. 벽초천 일가 뒤쪽 문 안쪽은 황금전장 식솔들로 가득 차있다.

뒷짐 진 벽초천은 무표정. 반면 마은혜는 좋아 죽으려 하고. 벽옥령은 시큰둥.

마은혜; [상공! 세황이 좀 보세요.] 흥분하며 앞을 가리키고. 귀견수가 고삐를 잡은 백마가 이제 20미터쯤 앞으로 다가왔다.

마은혜; [관복을 입고 어사화(御史花)를 꽂은 관모를 입은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리지 않는가요?]

벽초천; [그렇구려.] 무뚝뚝

벽옥령; (잘 어울리기는...) 샐쭉

벽옥령; (산적같은 오빠에게 관복이 어울릴 리 없잖아. 천생 선비인 청풍오빠라면 또 몰라도...) 코웃음을 치고

마은혜; [이런 날이... 우리 아들이 관복을 입은 모습을 볼 수 있는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 손수건으로 눈시울을 닦고. 그때

벽세황을 태운 백마가 마침내 5미터쯤 앞에 이르렀다. 귀견수가 백마의 고삐를 틀어쥐어 백마를 멈추게 하고

즉시 말에서 내리는 벽세황. 이세창이 서둘러 다가오고. 이어

벽세황; [아버지! 어머니!] 이세창이 내미는 쟁반에서 두루마리를 집어들며 벽초천과 마은혜를 보고

벽세황; [소자, 폐하로부터 직접 삼등급제의 사령장을 하사받고 돌아왔습니다.] 두 손으로 두루마리를 들고 벽초천과 마은혜에게 다가오고

마은혜; [수고했다 세황아!] 달려 나오고

마은혜; [장하다! 수고했어 내 아들!] 벽세황을 와락 끌어안으며 감격하고

[감축드립니다 소장주님!] [벽장주님! 축하드립니다.] [황금전장에 경사가 났어!] 와아! ! 짝짝! 주변 모든 사람들 박수치고 환호하고.

마은혜와 함께 사람들의 환호에 답하는 벽세황. 손을 흔들고. 마은혜는 두루마리를 품에 안고 좋아 죽으려 하고. 반면

벽초천;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심각한 표정

벽초천; (막강한 재력을 지닌 우리 가문이 관계에까지 진입했으니 치열한 견제와 시기가 난무할 것이다.)

벽초천; (앞으로 펼쳐질 아수라장을 헤쳐나가려면 재력에 더해 인맥(人脈)도 필요한데...) 힐끗 벽옥령을 보고. 벽옥령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벽세황과 마은혜를 보고 있다

벽초천; (생각할수록 아깝구나. 옥령이 저것을 이용하면 든든한 인맥을 구축할 수 있을 텐데...) 소리없이 한숨 쉬고

 

황금전장 정문 안쪽. 환호하는 황금전장 식솔들 사이에 숨듯이 서있는 타노

사람들 틈으로 벽초천 일가의 뒷모습이 보인다. 타노의 시점

타노; (결국 장주가 원하는 대로 일이 진행되었다.)

타노; (하지만 장주가 과연 신의를 지킬지는 미지수다. 딱 봐도 생각이 많아진 얼굴이니...) 한숨

타노; (아무쪼록 청풍이가 상처를 입지 않길 바랄 뿐이다.) 한숨

 

#33>

황금전장 정문 상황이 원경으로 보인다. 이제 벽세황이 벽초천에게 인사하며 두 손으로 두루마리를 바치고 있다.

황금전장 근처의 3층 건물. 창가에 어떤 여자가 의자에 앉아서 황금전장 입구쪽을 보고 있다. 절세미녀인데 병약한 인상이다. 위극겸의 딸 위상영이다. 다른 작품의 위상영을 젊게 묘사. 절세미녀고 병약해 보이지만 좀 도도한 인상. 나이는 18세 가량. 품에는 검은색의 비파를 안고 있다. 이 검은 색 비파의 이름은 이혼비파. 강력한 위력을 지닌 보물로 위상영의 무기다. 근처에 의자가 하나 더 있다.

[...] 뭔가 생각하며 창밖을 보는 위상영.

두루마리를 펴서 읽어보는 벽초천. 그 앞에 서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는 벽세황의 모습 크로즈 업

위상영; [저자가 정말 과거 시험에서 삼등급제를 했단 말인가요?] 황금전장 쪽을 보며 누군가에게 묻고. 그러자

일교; [틀림없사옵니다 아가씨.] 뒤에 서서 말하고. 위상영의 뒤에는 얼굴이 똑같이 생긴 서양미녀 두 명이 서있다. 다른 작품의 <색목쌍교>. 일교는 무기가 휘어진 긴 칼이며 등에 원형의 방패를 짊어지고 있다. 반면 이교는 자기 키만한 양날 도끼다를 들고 있고 방패는 지니지 않았다. 색목쌍교의 나이는 20대 초반

일교; [황금전장의 소장주 벽세황!] [저자는 며칠 전 치러진 전시에서 삼등급제, 즉 탐화(探花)를 했사옵니다.] 앉아있는 위상영의 어깨 너머로 창밖을 보며

위상영; [그런가요?] 여전히 창밖을 보며

이교; [아가씨 보시기에는 그만한 재목이 아닌 모양입니다.] 직설적으로 말하고

위상영; [영특하다기보다는 기민한 인상... 게다가 순발력은 제법 있지만 지구력은 엿보이지 않고...] 무표정하게 혼잣말처럼 말하고

위상영; [어떻게 보아도 진득하니 학문에 매진해온 인물은 아니로군요.]

일교; [아가씨의 관상(觀相) 보는 안목은 틀린 적이 없으니 정확하겠지요.]

이교; [그럼 혹시 매관(賣官)을 한 게 아닐까요? 황금전장이라면 관직을 살 재력이야 충분하고도 넘치니...]

위상영; [매관을 했든 대리시험을 치게 했든 뭔가 수단을 썼을 거예요.] 끄덕이고

일교; [하여간 세상은 썩지 않은 곳이 없군요.]

이교; [오죽 했으면 우리 선조들께서 세상을 벗어나 곤륜산(崑崙山)에 신선부를 만드셨겠어?] 일교에게 말하는데

지링! 위상영이 안고 있는 비파의 현이 저절로 조금 울리고.

<환우십보중 하나인 이혼비파(離魂琵琶)가 울었다!> 놀라는 색목쌍교. 그러자

위상영; [손님이 도착하셨어요. 맞을 준비를 하세요.] 비파를 쓰다듬으며 말하고.

[예 아가씨!] 급히 대답하며 돌아서는 색목쌍교. 그 직후

[수고할 거 없다 색목쌍교(色目雙轎)!] 스윽! 뒤쪽 어둠 속에서 거지가 한명 아메바처럼 빠져나오며 말하고. <무쌍일지>에 나온 독두신개. 이 작품에서도 이름은 독두신개. 캐릭터 060. 대나무 지팡이를 들었고 허리춤에는 호로병을 하나 차고 있는 것으로 묘사. 이 거지는 개방의 태상장로인 독두신개. 개방 방주의 사숙이다. 또한 당금 무림의 최고 고수들인 우내사절중 한명이기도 하다.

독두신개; [호천맹(護天盟)의 군사(軍師) 일로 피곤할 너희 주인을 늙은 거지 때문에 번거롭게 해선 안돼.] 어둠 속에서 완전히 나오는 독수신개

일교; (놀라운 은신술!) + [독두신개(禿頭神丐) 호법님을 뵈옵니다!] 포권

이교; (과연 개방(丐幇)의 태상장로이며 우내사절(宇內四絶)의 일인답다.) + [어서 오시옵소서 호법님!] 역시 포권하며 내심 놀라고

위상영; [원로에 노고가 많으셨사옵니다.] 고개 조금 숙이며 일어나려 하고

독두신개; [앉아있게나 군사.] 고개 저으며 다가오고

위상영; [결례를 하겠사옵니다.] 다시 의자에 앉고

위상영; [하온데 호법께서 직접 저를 찾아오신 걸 보니 일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겠사옵니다.] 마주 보며

독두신개; [맞네.] 위상영 맞은편 의자에 앉고

독두신개; [환마루에 잠입시킨 본방의 제자가 보고를 해왔는데... 환마루와 백살파의 잡것들이 오늘 밤 북경 외곽에서 회합을 한다는구만.]

위상영; [지존회(至尊會)가 황실을 노리고 꾸미는 음모의 일환이겠군요.]

독두신개; [본디 무림은 황실과 엮이지 않는 게 불문율이지만...] [지존회 놈들이 먼저 움직였으니 묵과할 수 없지.] 끄덕이고

독두신개; [이 기회에 지존회와 지존에게 한방 제대로 먹여 보세나.] 히죽 웃고

 

#34>

<-장경각(藏經閣)> 황금전장 내부. 장경각. 근처에는 인적이 없다. 모두 정문으로 달려가서

그곳으로 오는 20대 중반쯤의 하녀. 두 손으로 작은 쟁반을 들었다. 쟁반에는 뚜껑이 덮여있는 죽 그릇과 수저가 하나 얹혀져 있고. 이 하녀는 #8>에 나온 하녀 강혜분이다. 그 새 나이가 들어 완숙해졌다. 어른 여자 분위기.

장경각 이층을 올려다보며 입구로 다가가는 강혜분

 

#35>

장경각 내부. 높은 책꽂이들이 늘어선 사이에 놓여있는 책상. 상당히 넓은 책상 위에 수많은 책들이 쌓여있다. 청풍이 그 책상을 앞에 두고 앉아서 빈 책에 무언가를 쓰고 있다. 주변에 있는 책들을 가끔 들춰보면서, 그러다가

멈칫! 붓을 움직이던 청풍의 손이 멈칫하고

<와아! 와아!> <감축드립니다 소장주님!> <삼등급제를 축하드립니다.> 멀리서 환호성이 청풍의 귀에 작게 들린다.

한숨 쉬는 청풍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고. 그때

[역시 여기 있었네.] 누군가 책꽂이 사이로 나타나며 말하고.

돌아보는 청풍.

강혜분; [하긴 청풍이 네가 안보일 경우 찾을 수 있는 곳은 장경각 외에는 없겠지.] 쟁반을 들고 다가오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황금전장 하녀 강혜분(姜惠芬)>

청풍; [혜분 누님!] 돌아보며 고개를 좀 숙이고

강혜분;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고 들었어.] 다가오고

강혜분; [그래서 연실(蓮實) 죽을 끓여왔으니 한술 뜨도록 해.] 쟁반을 청풍의 앞쪽 책상 위에 놓고

청풍;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되는데...] 그걸 보며 난감

강혜분; [어떻게 신경을 안 쓰니? 함께 황금전장에서 자라온 남매같은 사이인데...] 달칵! 옆의 의자에 앉으며 죽 그릇의 뚜껑을 열고

강혜분; [그릇 가져가게 어서 먹어.] 뚜껑을 옆에 내려놓고

청풍; [고맙습니다.] 수저를 들고

곧 죽을 먹기 시작하는 청풍

강혜분; (모든 게 원하는 대로 되어 가는데...) 말없이 죽을 먹는 청풍을 보며 생각하고

강혜분; (어째 청풍이의 표정은 밝지가 않네.) 소리 없이 한숨. 그러다가

책상 위의 책들을 보는 강혜분

강혜분; (책상 위의 이 책들...) 그 중 한 권을 집어들며 놀라고

책 표지에 <流雲步法>이라는 제목이 적혀있다.

강혜분; (유운보법(流雲步法)...) 책의 제목을 읽고.

강혜분; (그러고 보니...) 책상 위의 다른 책들을 둘러보고

강혜분; (지금 책상 위에 있는 책들은 모두 무공과 관련된 것들이야.) 생각할 때

청풍; [누님도 무공을 배우셨지요?] 죽을 먹으며 묻고

강혜분; [본장 내원의 하녀들은 유사시를 대비해서 모두 무공을 배우게 되어있어.] 고개 끄덕이고

강혜분; [그러다가 재능이 있는 것으로 판정나면 본격적으로 무공을 수련해서 여자 경호무사인 황금나찰(黃金羅刹)이 되는데...]

강혜분; [네가 보다시피 난 자질이 평범 이하라 그냥 마님의 몸종 노릇을 하고 있단다.] 어깨 으쓱

청풍; [그래도 내공 수련은 꾸준히 해오셨지요?]

강혜분; [무공 때문은 아니고... 내공을 수련하면 나이 먹는 게 늦어진다고 해서...] 얼굴 약간 붉히고

청풍; [확실히 누님은 여전히 십대소녀처럼 보이십니다.] 달칵! 웃으며 수저를 쟁반에 내려놓고

강혜분; [얘는 농담도 잘해!] ! 부끄러워서 청풍의 어깨를 손으로 치고. 헌데 그 순간

휘익! 강혜분의 몸이 허공으로 홱 떠오른다. 다리가 천장을 향하게. 손은 청풍의 어깨에 달라붙어 있고

강혜분; [엄마야!] 거꾸로 선 자세가 되어 비명 지르고.

청풍; [놀라셨지요?] 웃고

청풍; [내려드릴 테니 안심...] + [!] 움찔 하고

스륵! 거꾸로 서는 바람에 강혜분의 치마와 속치마가 아래로 흘러내리며 아랫도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가죽신을 신은 발과 미끈한 다리. 삼각 빤스 같은 속옷으로 가려진 사타구니 일부까지

강혜분; [!] 비명 지르며 급히 나머지 한손으로 사타구니쪽의 치마를 밀어서 아랫도리가 완전히 드러나지 않게 하고

청풍; (아차!) + [... 죄송합니다.] ! 얼굴 좀 붉어진 채 강혜분의 손이 붙어있는 어깨를 움찔하고. 그러자

슈욱! 거꾸로 섰던 강혜분의 몸이 다시 원래 자리쪽으로 내려져서

털썩! 의자에 앉혀지는 강혜분. 한손으로 치마를 사타구니에 밀어넣은 자세로 놀란 표정이다.

청풍; [용서하십시오. 제가 장난이 지나쳤습니다.] ! 멋쩍게 웃는 청풍의 어깨에서 강혜분의 손이 떨어지고

강혜분; [... 어떻게... 어떻게 한 거니?] 손을 청풍의 어깨에서 떼며 놀라 달달 떨고

강혜분; [내손이 네 어깨에 닿는 순간 강한 흡인력이 일어나서 뗄 수가 없었어.] [그후에는 내 몸을 통제할 수 없었고...] 흥분하며 몸을 떨고. 두 손으로 치마를 끌어내려 아랫도리를 가리며

청풍; [이화접목(移花接木)이라는 수법입니다.] [상대의 힘을 끌어들여서 내 것처럼 쓸 수 있게 해주는 무공이지요.] 멋쩍게 웃고

강혜분; [청풍이 너 무공도 익혔구나!] 놀라고

청풍; [익힌 건 아닙니다. 내공수련은 한 적이 없으니까요.] 고개 젓고

청풍; [다만 이화접목은 내공이 없어도 쓸 수 있어서 한번 구사해본 것뿐입니다.]

강혜분; [놀래라. 네게 이런 재주가 있을 줄은 몰랐어.] 한손으로 가슴 누르고

청풍;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이화접목은 제가 장경각에 있는 무공 비급들을 참조해서 만든 무공입니다.] 책상 위의 책들을 둘러보고

강혜분; [무공을 직접 만들었어?] 또 놀라고

청풍;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무공을 관통하는 이치는 대동소이합니다.] 끄덕

청풍; [그 이치를 응용해서 만들어본 게 이화접목입니다.] 멋적게 웃고

강혜분; [청풍이 넌 정말 말도 안되는 괴물이로구나. 약관도 안된 나이에 직접 무공을 만들기까지 하고...] 흥분. 얼굴 발개지고

청풍; [다른 사람이 알면 번거로워지니...] 손가락을 하나 입술에 대고. + 강혜분; [걱정하지마.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을 테니..]

청풍; [감사합니다.] ! 말하며 여러 권의 책들 중 한권을 뽑아내고. 최근에 지은 책이고 얇다. 제목은 없고

청풍; [놀라게 해드린 배상으로 이걸 드리겠습니다.] 내밀고

강혜분; [혹시...] 놀라며 두 손으로 받고

청풍; [이화접목의 수련비결입니다.] 건네주며 웃고

청풍; [그걸 수련하시면 아무리 힘 센 상대라도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혜분; [고마워! 열심히 수련할게.]

청풍; [그런 일이 없길 바라지만...] [언제고 이화접목이 누님에게 필요한 때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36>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