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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천주산(天柱山)> 섭장천이 함정에 빠졌던 그 산

경치 좋은 곳에 자리한 암자.

어느 건물

건물 내부. 침대에 가슴까지 이불을 덮고 누워 잠들어 있는 섭아연

섭아연; [으으으!] 신음. 식은땀. 악몽을 꾸는 중이다.

이하 섭아연의 꿈 내용

 

[아악!] [안돼!] [살려줘요!] 불타는 건물. 복면인들에게 학살당하는 은일곡의 식솔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무차별 살상하는 복면인들. 신음하는 섭아연의 모습 배경으로 떠오른다. 이어

섭무궁; [두렵더라도 굳세게 견디거라. 네 조부님께서 반드시 구하러 오실 것이다.] 관의 뚜껑을 닫으려 하며 말하는 섭무궁. 관속에 누운 섭아연의 시점. 섭무궁은 피투성이가 된 채 관의 뚜껑을 닫으려 한다.

섭무궁; [사랑한다 아연아.] [다음 생에서도 아비의 딸로 태어나다오.] 스윽! 관 뚜껑을 닫으며 말하는 섭무궁

꿈 장면 끝

 

섭아연; (안돼요 아버지!) 눈물 흘리며 몸을 벌벌 떨고

섭아연; (아연이만 두고 가시면 안돼요.) 끄윽! ! 울고. 가위에 눌려 온몸을 벌벌 떨면서. 바로 그때

! 누군가의 손에 들려진 손수건이 섭아연의 이마의 땀을 닦아준다. 그걸 느끼고 움찔하는 섭아연

섭아연; [!] 벌떡 일어나며 비명 지르고. 땀을 닦아주던 손의 주인이 흠칫! 하며 손을 떼고.

섭아연; [... 누구...] 급히 돌아보고

위진천; [놀라게 해드렸다면 미안하오 소저!]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손수건 든 손을 거두며 웃고 있고

섭아연; [!] 경계하며 반대쪽으로 피하면서 몸을 움츠리고

위진천; [안심하시오. 이 주변에 소저를 해칠 인간은 존재하지 않소.]

섭아연; [... 누구신가요?] 헐떡이며 경계하고

위진천; [소생은 위진천이라고 하외다.] [우연히 은일곡 주변을 지나다가 소저를 구하게 되었소이다.] 매력적인 표정으로 웃고

섭아연; [은일곡!] 비명 지르며 침대에서 뛰어내리려 하고. 하지만

! 현기증 느끼며 쓰러지려는 섭아연

위진천; [조심하시오.] 급히 일어나며 섭아연을 부축하고

위진천; [소저는 밀폐되어 공기가 통하지 않는 관에 갇혀있었던 시간이 너무 길었소.] 섭아연을 부축해서 다시 침대에 앉히고

위진천; [그 때문에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 것이오.] 섭아연을 침대에 눕게 하며 말하고

섭아연; [은일곡... 아니 저희 부모님은 어찌 되셨는가요?] 침대에 누우며 간절한 표정으로 위진천을 올려다보고

위진천; [슬픈 소식을 전하게 되어서 유감이오.] 엄숙한 표정으로 한숨 쉬고. 몸을 바로 세우면서

위진천; [은일곡에서는 오직 소저만 살아계셨소이다.]

섭아연; [흐윽!] 전율하고

위진천; [특히... 소저의 부모님으로 보이는 두 분은 끔찍한 고문과 겁탈을 당한 끝에 돌아가셨소이다.]

섭아연; [안돼! 안돼요 아버지!] 오열하며 돌아눕고

섭아연; [어떻게... 아연이 혼자 어떻게 살라고 돌아가신 건가요?] 위진천에게 등을 보인 채 웅크린 채 울고

섭아연; [아버지! 어머니!] 웅크린 채 이불을 쥐어뜯으며 오열하고

위진천; (더 슬퍼하고 분노해라.) 그런 섭아연의 뒷모습 보며 음산하게 웃고

위진천; (그래야만 나 위진천이 천하의 주인이 되는데 쓸모가 많은 무기가 될 테니...) 사악하게 웃는다.

 

#28>

<-은일곡(隱逸谷)> 섭무궁 가족이 살던 계곡.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은일곡 내부. 거의 모든 건물들은 불에 타서 형체를 잃었는데 은일곡 중심부인 광장에서 연기와 불꽃이 치솟고 있다

광장 중앙. 거대한 장작불이 타고 있고. 장작 위에는 수십 구의 시체가 얹혀져 있다. 그 시체들 중간에는 수의를 차려입은 섭무궁과 섭무궁 아내의 시체가 놓여있다. 장작불 주위에서는 비구니들이 서서 목탁을 치며 염불을 외우고 있고. 장작불 전면에는 상복을 입은 섭아연이 무릎 꿇고 앉아서 합장하고 있다.

불길에 휩싸이는 시체들

비구니들의 염불은 이어지고

섭아연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고문당하고 죽은 섭무궁의 시체와 윤간 당하고 죽은 어머니의 시체.

섭아연; (용서... 용서하지 않겠다!) 합장한 채 이를 악무는 섭아연.

섭아연; (두 분을 해친 데 책임이 있는 인간들은 마지막 한 놈까지 내 손으로 죽이고 말 것이다.) 결심. 그때

섭아연 뒤로 다가오는 위진천. 손에는 얇은 책을 들었다.

위진천; [다시 한 번 조의를 표하겠소이다.] 섭아연 옆에 서며 고개를 숙이고

합장한 채 대꾸하지 않는 섭아연

위진천; [위로가 될지 모르지만 본문의 장로들께서 은일곡 식솔들의 사인(死因)을 검안한 결과를 정리해봤소이다.] 책을 내밀고

섭아연; [사인...] 눈을 뜨고

섭아연; [제 부모와 식솔들을 살해한 수법과 무공이 무엇인지 알아내신 건가요?] 흥분하며 두 손으로 책을 받고

위진천; [전부는 아니지만 특이한 흔적이 남는 무공은 식별해낼 수 있었소이다.] 책을 건네주며

섭아연; [어떤... 어떤 자들이 은일곡을 공격한 건가요?] 책을 펼쳐보며 이를 갈고

위진천; [소생도 처음에는 사마외도의 무리들이 범인인 줄 알았소이다.]

섭아연; [예상을 벗어났다는 말씀이신가요?] 돌아보고

위진천; [그렇소이다.] 심각한 표정으로 끄덕이고

섭아연; [믿기지 않게도 영친과 자당을 비롯하여 은일곡 식솔들을 해친 무공은 대부분 정파백도의 것이었소이다.]

섭아연; [... 그런...] 충격

섭아연; [... 정파백도의 인간들이 왜 우릴 공격한 건가요?]

위진천; [아마도 은일곡에 소저의 조부... 절대검성님의 비급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퍼진 것 같소이다.]

섭아연; [... 그러니까 조부님의 무공비급을 노리고 정파백도에서 우리 은일곡을 공격했단 말이지요?] 이를 갈고

위진천; [영친에게 끔찍한 고문을 가하고 자당을 무참하게 윤간한 후 죽인 이유도 비급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었겠소이까?] 음산하게 웃고. 그러자

섭아연; [정파백도! 정파백도!] 이를 갈고

섭아연; [네놈들은 은일곡에서 흘린 피의 열 배 백배를 흘리게 될 것이다.] 으아아아아! 하늘 보며 악을 쓰고

염불 외우던 비구니들이 깜짝 놀라며 돌아보고

섭아연; [아버지! 어머니!] [구천에서나마 지켜봐주세오! 소녀 아연이가 어떻게 두 분의 복수를 하는지를...] 으아아아아! 악을 쓰는 섭아연

위진천; (좋아 아주 좋아!) 그걸 보며 사악하게 웃고

<섭아연! 저 계집 덕분에 내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고도 정파백도를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으아아아! 거대한 장작불을 앞에 두고 악을 쓰는 섭아연의 모습 배경으로 위진천의 생각 나레이션

 

#29>

<-한 달후> 북경의 모습

<-북경> 북경 성내의 자금성의 모습

<-자금성> 자금성 내부의 모습. 건물들 사이의 넓은 광장. 수많은 책상들이 도열해있고 그 책상 옆에 사람들이 서있는 게 작게 보인다

<-전시(殿試) 과장(科場)> 위 장면을 자세히 묘사. 수백 개의 일인용 책상과 의자가 건물 앞마당에 놓여있고. 책상 옆에는 서생 차림의 사내들이 서있다. 과거 시험장의 모습. 응시생들은 어린 소년에서부터 노인까지 연령대가 다양한데 모두 같은 복장이다. 서생 차림에 머리에는 사각형 모자를 쓴 모습. 책상에는 문방사우가 놓여있다. 관리들이 앞 열에서부터 응시생들의 신분을 확인중이다. 응시생들이 두 손으로 내미는 호패를 보고 서류와 대조하는 모습. 호패는 길이 한 뼘 정도에 폭은 5센티 정도 되는 얇은 판자. 그 위에 이름과 생년월일등이 새겨져 있다.

응시생들이 보고 있는 정면에는 웅장한 건물이 축대 위에 서있고. 그 축대 위에는 화려한 의자가 두 개 놓여있다. 건물과 의자 주변에는 화려한 복장의 위사들과 무기를 지닌 환관들 수십 명이 눈을 번득이며 주변을 경계한다. 화려한 복장의 위사들은 금의위 소속이다.

건물 앞 광장에 도열해있는 응시생들

그 응시생 사이에 서있는 청풍. 거의 맨 뒷열인데 서생 복장에 모자를 썼다. 모자를 이마가 다 가리도록 써서 가급적 얼굴이 노출되지 않게 했다. 두 손으로는 호패를 들고 있고. 앞쪽에서 관리들이 호패를 확인하며 청풍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청풍의 모습.

호패를 든 두 손 중 왼손 중지에 반지가 끼워져 있는 것 주의. 청풍의 신분을 암시하는 두 마리 용이 서로의 꼬리를 물고 있는 형태의 금반지.

청풍; (오늘만 지나가면 된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관리들을 보고

청풍; (직례의 향시는 차석(次席)으로 통과했고...) (오늘 치루는 전시에서는 삼등급제 정도가 되도록 답안을 조절하자.)

청풍; (아버지 말씀대로 장원급제를 했다가는 주변의 이목을 끌어 귀찮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 생각하다가

[!] 흠칫 하며 앞을 보는 청풍

관리들이 웅성대며 뒤를 돌아본다.

수험생들 사이를 걸어오는 늙은 환관. 다른 작품의 늙은 환관 캐릭터 참조. 건장하고 눈빛이 날카로운 젊은 환관 두 명이 따라오는데 쌍둥이다. 이 젊은 환관들은 나중에 한 두 번 더 나옴. 주변의 관리들이 허리를 굽히며 눈치를 본다. 늙은 환관의 이름은 담길. 실존인물이고 동창의 책임자다.

청풍; (저 늙은 환관...) 눈 번뜩

<관리들이 극도로 긴장하는 걸 보면 지위가 높을 것이다.> 관리들이 굽신거리는 사이로 걸어오는 담길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그때

<저 양반이 누군지 알겠어! 동창(東廠)의 제독태감(提督太監)인 담길(覃吉)이야!> 옆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 흠칫! 하는 청풍.

응시생1; [동창제독?] [정말인가?] 청풍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서있는 응시생 둘이 속삭이며 대화를 나눈다

응시생2; [틀림없네.] [담제독님은 몇 달 전 내 조부의 칠순잔치에 축하해주러 온 적이 있었어.] 부티나게 생긴 놈이 뻐기며 말하고

응시생1; [자네 조부께서는 예부(禮部)의 상서를 역임하셨으니 동창제독과도 아는 사이였겠지.] 부러운 표정으로

응시생2; [그날 나도 인사를 드려서 담제독님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네.] 뻐기고

응시생1; [그런데 동창의 책임자인 담제독께서 무슨 일로 과시(科試;과거)에 모습을 드러내신 것일까?]

응시생2; [전시에는 황상께서 친림(親臨;임금이 몸소 나옴)하시지 않는가?] [황상의 안위를 책임지는 동창에서도 당연히 관여를 해야지.]

응시생1; [듣고 보니 그렇구만.] 끄덕

청풍; (동창은 금의위(錦衣衛)와 함께 황실을 지키는 양대 세력이다.)

청풍; (황제가 곧 시험장에 모습을 드러낼 테니 보안을 위해 동창이 관여하는 건 당연한데...) 다가오는 담길을 보며 생각하고. 담길은 다시 응시생들의 신분을 확인하는 관리들의 뒤를 따라 천천히 다가온다

청풍; (설마 동창의 책임자인 제독이 직접 현장 시찰을 나올 줄은 몰랐다.) 고개를 조금 숙이고

청풍; (눈에 띠여서 좋을 일 없으니 눈도 마주치지 말자.) 고개 가능한 깊이 떨군 채 두 손으로 들고 있는 호패만 보고. 그때

관리1; [요패(腰牌)를 보이게.] 관리 중 한명이 청풍의 앞에 이르러 말하고. 한손에는 서류를 들고 한손에는 연필처럼 생긴 지필묵을 들었다. 이자는 나중에 한 두 번 더 나올 캐릭터이므로 특징 있게 묘사. 관리1로 표기

청풍; [...] 두 손으로 호패를 보이고. 글자가 관리1에게 보이도록

관리1; [성명 벽세황...] [병인년 칠월 십구일생...] 청풍이 내민 요패와 서류를 교대로 보며 확인하고. 그 뒤에 담길이 뒷짐을 짚고 서서 보고 있다. 담길 뒤에는 젊은 환관 두명이 서있고

담길; [...] 무언가 생각하며 청풍을 보는 담길. 청풍의 얼굴이 성화제와 닮아서 자세히 보고 있는 것

청풍; (이유는 모르지만 담길이 날 유심히 보고 있다. 조심해야한다.) 곁눈질로 담길을 보며 긴장하고.

담길; [...] 미간 조금 찡그리며 고개를 조금 갸웃하는 담길. 그때

관리1; [본인 확인이 되었네.] 서류에 체크를 하고. 이어

관리1; [요패를 보이게.] 청풍의 뒤에 서있는 응시생에게 다가가는 관리1. 호패를 내미는 그 응시생

청풍; (이번에도 신분 확인절차는 무사히 통과했다.) ! 쳐들었던 호패를 내리고. 그 사이에 담길과 두 명의 환관이 청풍을 지나가려 하고. 그때

담길; [!] 담길의 눈이 갑자기 번쩍. 청풍의 손을 본다

호패를 든 청풍의 두 손 크로즈 업. 왼손 중지에 반지가 끼어있는 것을 보여주고

청풍; (아마 저 관리도 장주에게 포섭되었을 것이다.) ! 오른손에 든 요패를 왼쪽 소매에 넣으려 하고. 바로 그때

! 갑자기 청풍의 왼쪽 손목을 잡는 깡마른 손

청풍; [!]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토하고.

주변 사람들 모두 놀라 청풍을 돌아보고. 관리와 시험생들 모두

우둑! 강하게 청풍의 손을 쥐어쳐드는 담길. 강렬한 표정으로 청풍의 왼손을 보고. 그 뒤에서 젊은 환관들도 긴장하고

관리1; [... 각하!] 청풍의 신분을 확인했던 관리1이 사색이 되어 돌아오고

관리1; [... 그자가 혹시 부정행위라도 했는지요?] 식은땀을 흘리며 담길의 눈치를 보지만

담길; [...] 관리1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청풍의 손을 쳐들어서 중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보는 담길

청풍; (아차!) 얼굴 굳어지고

이어지는 회상. #10>에서 타노가 주의 주던 장면

 

타노; [전에도 말했지만 너는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끌어서는 안된다.] [너에 대한 것이 알려지면...]

타노; [너는 물론이고 아비도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심각

회상 끝

 

청풍; (어머니의 유품이라는 쌍룡패미환(雙龍敗尾環)...) 자기 왼손 중지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보며 긴장하고. 담길도 유심히 그 반지를 보고 있고

청풍; (철이 든 이래 한 번도 손가락에서 빼본 적이 없었던 탓에 무심코 끼고 왔는데...) 식은땀을 흘리고

청풍; (특이한 형태의 반지라 담길의 이목을 끈 것 같다.) 담길의 눈치를 보고

담길; [...] 뭔가 생각하는 담길. 그러다가

담길; [이 반지... 내력을 말해라.]

청풍; (둘러대야 한다.) + [골동품 가게에서 우연히 입수한 것입니다.] 담길이 자기 얼굴 잘 보지 못하도록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고

청풍; [값은 그리 나가지 않지만 세공과 만듦새가 특이해서 늘 끼고 있었습니다.] 바닥을 보며 대답하고

담길; [골동품 가게에서 입수한 물건이라...] ! 잡고 있던 청풍의 손을 놔주고

청풍; [감사합니다.] 오른손으로 왼손을 가리고

관리1과 주변의 응시생들 모두 안도하고

담길; [이름!] 왼손을 가리는 청풍을 보며 묻고

청풍; [소생은...] 대답을 하려는데. + ! 갑자기 어디선가 징 치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그러자

담길과 환관, 모든 관리들이 긴장하며 뒤를 돌아본다.

! ! 다시 징 치는 소리가 건물 뒤에서 들리고. 건물 주변을 경비하던 금의위 위사들과 무기를 지닌 환관들이 일제히 뒤로 돌아서며 경계하고 있고. 그러자

담길; [황상께서 친림하신다. 신분 확인을 서둘러라.] 돌아서서 건물쪽으로 가며 관리들에게 말하고.

[예 제독각하!] [서두르세!] 관리들 급히 돌아서서 아직 신분 확인이 안된 응시생들의 호패를 확인하기 시작한다.

청풍; (살았다.) 안도하고

청풍; (어쩔 수 없이 소장주의 이름을 말했으면 후환이 있을 뻔 했다.) 단상 쪽으로 가는 담길의 뒷모습 보며 생각하는 사이에

관리들이 신원 확인을 마치고 서둘러 뒤로 빠진다. 직후

담길; [황상께서 친림하신다. 모두 복배고두(伏拜叩頭;엎드려 머리를 조아림)하라!] 서둘러 단상으로 가며 외치고. 그러자.

[만세!] [만세!] 외치며 일제히 무릎 꿇고 고개 조아리는 응시생들. 응시생들과 달리 관리들은 고개만 숙인다.

청풍도 다른 놈들과 함께 무릎 꿇고 고개 조아리고.

그 상태로 기다리는 청풍과 응시생들. 잠시 후

! 다시 한 번 징이 울리고

[고개를 들라!]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청풍; (여자 목소리...) 생각하며 고개를 들고. 주변의 다른 응시생들도 일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무릎은 꿇은 채

청풍; (아마 그 여자겠지.) 고개를 들고 앞을 보고

! 단상에 나란히 놓인 화려한 의자 두 개에 일남일녀가 앉아있다. 사내는 40살 정도로 소심하고 온화한 인상인데 어딘지 청풍을 닮았다. 특히 코가 닮았고. 몸에는 곤룡포. 머리에는 면류관을 썼다. 황제인 성화제다. 청풍의 아버지. 성화제 옆에는 역시 중년의 나이인 미녀가 앉아있다. 대단한 미인이지만 체격이 커서 성화제 못지않다. 특이하게 몸에는 장군복을 입었고 머리에는 투구를 썼으며 한손에는 보검까지 들고 있다. 눈빛이 아주 강하다. 만귀비다. 나이는 성화제보다 많지만 여전히 젊고 아름답게 묘사. 단상 뒤쪽에는 수십 명의 환관과 궁녀들이 대기하고 있다.

청풍; (저 두 사람...) 눈 번뜩

 

<당금의 황제인 성화제(成化帝)와 성화제를 손아귀에 넣고 좌지우지한다는 요녀 만귀비(萬貴妃)!> 나란히 앉은 성화제와 만귀비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이름이 만정아(萬貞兒)인 만귀비는 성화제를 어렸을 때부터 돌보아왔다.> 위씬의 두 사람 중 만귀비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어린 시절의 성화제는 부친인 정통제(正統帝)가 몽고의 포로로 잡혀간 <토목보(土木堡)의 변()>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던 시절이 있었으며 그때 성화제를 지켜준 것이 여장부중의 여장부인 만귀비다.> 20대 시절의 만귀비가 창을 들고 복면 쓴 자객들과 맞서 싸우는 모습. 만귀비 뒤에는 5살쯤 된 청풍 모습의 소년이 달달 떨고 있다. 소년은 물론 어린 시절의 성화제다.

<어렸을 때의 그 기억 때문인지 성화제는 만귀비에게 철저하게 의지하는 성격이 되어버렸다. 그 결과 만귀비는 황후마저도 자기 뜻대로 바꿔버리는 절대권력을 휘둘러왔다.> 만귀비의 눈치를 보는 성화제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성격이 냉혹할 뿐 아니라 질투심도 격렬한 만귀비는 자기 외의 비빈들이 성화제의 아이를 낳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수많은 비빈과 그녀들이 낳은 아이들이 만귀비의 독수에 죽임을 당한 것이다.> 도도한 표정으로 성화제에게 뭐라 하는 만귀비. 억지로 웃으며 고개 조아리는 성화제

 

청풍; (성화제가 연상의 후궁 만귀비의 꼭두각시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단상에서 뭔가 대화를 나누는 성화제와 만귀비의 모습을 보고

청풍; (나도 지금까지는 만귀비가 성화제를 일방적으로 조종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세상의 소문과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성화제는 진심으로 만귀비를 사랑하는 것 같다.> 만귀비의 말에 헤벌쭉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성화제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청풍; (만귀비를 총애한 성화제는 그녀를 황후로 삼고 싶어 했다고 한다.) (하지만 만귀비의 출신이 워낙 한미(寒微)해서 귀비로 책봉하는 게 최선이었다고 한다.)

청풍; (비록 귀비의 신분에 불과하지만 황후도 만귀비의 눈치를 보며 산다던데...)

청풍; (그나저나 기분이 조금 묘하다.) 단상의 성화제를 보며 생각하고

 

<억조창생의 주인인 성화제... 저 양반의 얼굴이 어째서 이리도 눈에 익은 것인가?> 만귀비와 대화를 나누는 성화제의 얼굴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청풍; (대체 저 얼굴을 전에 어디서 보았을까?) 갸웃. 청풍은 신분이 종인지라 자기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거울을 본 적이 없어서. 그래서 성화제가 자기와 닮았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청풍; (본적이 있기 때문에 낯설지가 않은 것일 텐데...) 생각할 때

만귀비; [담길!] 단상의 만귀비가 담길을 부르고. 담길은 단상 아래에 대기하고 있다. 그 옆에 관리들이 서있는데 한명은 쟁반에 두루마리를 얹어서 들고 있다

담길; [소인 담길, 하명을 기다리옵니다.] 허리 숙이고.

만귀비; [과제(科題;과거 문제)를 제시하라.] 자기가 황제인 것처럼 명령하고.

담길; [복명하옵니다 귀비마마!] 허리 숙이고. 이어

관리들에게 돌아서는 담길. 쟁반을 든 관리가 서둘러 다가오고

쟁반에 대고 고개 조아리는 담길.

이어 쟁반에서 두루마리를 집어드는 담길

두루마리를 펴는 담길. 이어

담길; [성지를 받들어 금번 전시의 과제를 공표하노라.] 두루마리를 펼쳐서 읽는다

담길; [조송(趙宋) 신법(新法)의 해악(害惡)을 논하고 개선(改善)의 방책을 제시하라.] 두루마리의 내용을 읽는다.

청풍; (조송, 즉 송나라의 신법..!) 일어나고

청풍; (신법은 송나라 신종(神宗) 때의 재상 왕안석(王安石)이 구습과 적폐를 타파할 목적으로 시행했던 법이다.) 의자에 앉고

청풍; (하지만 지나치게 급진적이고 과격한 법이었던 탓에 기득권 세력인 구법당(舊法黨)의 공격을 받아 시행이 무산되었었다.) (그로 인해 송나라는 부흥의 기회를 놓쳤고...) 의자에 앉아 글을 쓸 준비를 한다.

청풍; (신법을 긍정하는 내 생각보다는 당금 명나라의 실정에 맞는 의견을 제시해야한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

청풍; (다만 장원으로 급제하면 곤란하니 논리에 적당히 파탄을 섞어야하고...)

<과거를 보면서 장원으로 급제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사람은 아마 나 외에는 없을 것이다.> 과거 시험장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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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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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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