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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덤에서의 하룻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막비강은 나직한 떨림을 느끼고 잠에서 깨어났다.

정신이 드는 순간 막비강은 자신의 몸 아래 무언가 따스하고 뭉클한 물체가 깔려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따스하고 뭉클한 물체가 나직이 떨며 오열하고 있는 것이다.

(... 그러고 보니 내가 헌원여호 아주머니와...!)

막비강은 문득 간밤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깨닫고 질겁하며 몸을 일으켰다.

순간 그의 손바닥 가득히 뭉클하는 살덩이가 만져졌다.

눈을 뜬 막비강은 그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얼굴이 빨개졌다.

막비강은 몸을 일으키려다가 그만 헌원여호의 한쪽 가슴을 누른 것이다

[... 죄송합니다, 아주머니!]

막비강은 더듬거리며 급히 헌원여호의 가슴에서 손을 떼며 일어서려 했다.

하지만 헌원여호의 벌려 세운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은 자세가 된 막비강은 다음 순간 숨이 콱 막히는 충격을 받고 얼굴이 시뻘개졌다.

그 무렵 어느덧 날이 밝아 고묘 입구로 밝은 햇살이 흘러들고 있었다.

그리 넓지 못한 석관 속인지라 막비강은 헌원여호의 드넓은 육체 위에 엎드린 자세로 잠이 들어 있었다.

석관 바닥을 가득 메운 채 누워있는 헌원여호의 자세는 실로 뇌쇄적이었다.

저고리는 벗겨져 있고 치마는 허리춤까지 걷혀 올라가 있었다.

석관이 그리 넓지 않은 탓에 헌원여호는 석관 속에 반듯하게 눕고 자신의 몸 위에 막비강을 태운 자세로 잠이 들었었다.

그 바람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한 아름이 넘는 육중한 허벅지는 비스듬히 벌려 세워져 있었다.

벌려 세워진 허벅지 중심부에는 막비강이 헌원여호에게 동정을 바치고 한 명의 어엿한 사내가 되었다는 증거가 보였다.

(안 돼!)

막비강은 실색을 하며 급히 석관 밖으로 뛰어나가려 했다.

헌데 그 순간 그의 허리를 잡아 부드러우나 단호하게 끌어당기는 손이 있었다.

막비강이 놀라 내려다보니 헌원여호가 그윽한 시선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지 않은가

그녀는 이미 오래 전에 깨어나 막비강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 아주머니!]

막비강이 어찌할 줄 몰라 더듬거리려는데 헌원여호가 손을 내밀어 그의 입술을 막았다.

[네 도움이 아니었으면 난 지금쯤 분면색마의 마수에 떨어져 비참한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네게 입은 은혜는 무엇으로도 갚을 수가 없겠구나!]

헌원여호는 암호랑이라는 무림의 평판과 달리 너무도 부드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네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면 나는 기꺼이 견마지로를...!]

말하던 헌원여호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죄, 죄송합니다!]

막비강이 울상을 지으며 아랫도리를 두 손으로 가리려 애쓰고 있었기 때문이.

(요 색골 꼬마가...!)

헌원여호는 당혹한 표정이 되었다.

본래 그녀는 사내를 버러지처럼 아는 성격이었다

그것은 그녀의 가정 내 사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녀의 부친 사해신존 헌원궁은 영웅호색(英雄好色)이라는 옛말을 그대로 실천한 인물이었다.

사해신존은 숱한 여자를 사랑하여 여러 명의 자식들을 낳았었다.

헌원여호도 사해신존이 칠순이 넘어 손녀 같은 어린 시녀를 건드려 낳은 자식이었다.

시녀였던 어머니의 비천한 신분이 어린 헌원여호에게 큰 상처를 주었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그녀의 성격이 비뚤어진 것은 철이 들기도 전에 당한 난행(亂行) 때문이었다.

유달리 조숙한 그녀를 배다른 오라버니가 욕정의 제물로 삼아 버린 것이다.

 

헌원여호는 어렸을 때도 성장이 빨랐다

또래의 여자 아이들이 소꿉장난을 하고 있을 때 그녀는 이미 처녀티가 나기 시작했을 정도였다.

물론 체격만 컸지 그녀는 여전히 순진하고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였다.

헌데 그런 그녀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복 오빠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으니...

헌원여호의 이복오빠는 언제부터인가 그녀에게 아주 살갑게 대했다

같이 놀아주기도 하고 여자 아이들이 좋아할 이런 저런 장난감이나 소품들도 자주 선물해주었다.

대신 툭하면 끌어안기도 하고 몸의 여기저기를 만지기도 했다.

기분이 좀 이상하긴 했으나 어린 헌원여호는 이복 오빠를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무슨 낌새를 챘는지 그녀의 어머니는 가급적 그녀를 이복오빠와 단 둘이 있게 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시녀출신인 헌원여호의 어머니는 본처처럼 한가한 신세는 아니었다

늙은 남편의 시중을 비롯하여 이것 저것 할 일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딸을 혼자 두는 일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어느 봄날 마침내 사단이 벌어졌다.

늘 다정하던 이복오빠가 전혀 딴 사람처럼 변해 그녀를 유린한 것이다.

그렇게 헌원여호는 아직 철이 들기도 전에 순결을 잃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의 이복오빠에게....

그때의 끔찍했던 기억이 헌원여호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었다. 

그 일이 그녀로 하여금 사내라면 버러지만도 못하게 여기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만일 다른 사내가 자신의 몸에 야심을 품었다면 그 즉시 상대의 눈알을 뽑아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으로 순진무구한 어린 소년과 살을 섞은 그녀는 더 이상 강호에 알려진 그 무서운 암호랑이가 아니었다.

 

헌원여호는 간밤의 경험이 막비강으로서는 처음임을 모를 리 없었다.

치욕스런 첫 경험으로 그녀 자신이 어떤 상처를 입었던가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막비강이 혹여 자신과 같은 상처를 입지나 않을까 근심하게 된 것이다.

그와 함께 억눌러 왔던 열망이 샘솟기 시작했다.

(... 어차피 이 아이에게 허락한 몸...!)

이미 막비강을 한차례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그녀를 대담하게 만들었다.

[지금 네게 필요한 것은 이것이겠구나!]

헌원여호는 발그레 상기된 표정으로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미끈한 두 다리를 들어올렸다.

(허억!)

순간 막비강의 두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그 사이에 헌원여호는 벌려 쳐든 자신의 다리를 석관의 양쪽 모서리에 걸쳤다.

헌원여호도 다시금 흥분되어 숨을 할딱이며 막비강을 재촉했다.

드넓은 대지같은 헌원여호의 몸에 엎드린 막비강은 필사적으로 노를 젓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한 번 뜨거운 열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

 

막비강이 다시 잠에서 깨어났을 때 이미 그는 혼자였다

어느덧 해는 중천에 떠올라 있고 헌원여호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의 의복은 대충 입혀진 상태였는데 머리맡에 한 권의 비단책자가 놓여 있었다.

 

<헌원십팔해(軒轅十八解)>

 

고색이 창연한 그 책자의 표지에는 그 같은 제목이 적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헌원여호 가문의 비전무공 중 하나인 헌원도법(軒轅刀法)의 비급이었다

헌원여호는 하룻밤 인연의 표시로 자신의 절기가 담긴 그것을 막비강에게 남긴 것이다.

 

<널 잊지 않으마!>

 

표지 안쪽에는 그 같은 글이 한 줄 적혀 있었다.

(저도 아주머니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

막비강은 비급을 꼭 쥐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간밤의 일이 흡사 일장춘몽처럼 여겨졌다

막비강은 뜻밖의 상황에서 어엿한 사내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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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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