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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오가는 사람들 두리번거리며 거리를 걷는 독안표

독안표; (이상하군. 두 암중은 분명 이쪽으로 왔는데...) 찡그리며 두리번

독안표; (설마 내가 따라붙은 걸 눈치 채고 몸을 숨긴 것일까?)

독안표; (가주께서 평범해 보이는 비구니 년들의 뒤를 밟으라 하신 것도 심상치 않고... 진지하게 찾아봐야겠다.) 눈 번뜩이며 걸음 옮기고. 헌데

 

#344>

독안표가 지나가는 어느 집의 담장 안쪽. 채마밭이 있는 정원인데 백일몽과 매화부인이 담장에 바짝 붙어 있다. 백일몽은 귀를 담장에 붙이고 있고 매화부인은 겁에 질려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백일몽; (위험했다.) 식은땀

<무언가를 느낀 위극겸이 무적팔절의 한명인 독안표로 하여금 우리 뒤를 밟게 했다.> 사람들 사이로 걸어가며 뒤를 곁눈질하는 백일몽의 모습. 식당에서 독안표가 나오며 그런 백일몽 쪽을 살피고 있다.

백일몽; (눈치 채는 게 조금만 늦었어도 독안표에게 따라잡혀 정체가 들통 날 뻔했다.) 슥! 벽에 대었던 귀를 떼며

매화부인; [가... 갔나요?] 겁에 질려 묻고.

백일몽; [일단 꼬리는 떼어낸 것같으니 안심하세요.] 말하는데

[당신들 누구여?] 갑자기 들리는 음성. 매화부인은 기겁하고. 백일몽은 흠칫! 하며 돌아보고

노파; [누군데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온 거여?] 건물 모퉁이를 돌아서며 눈 부라리는 꼬장꼬장한 인상의 노파. 손에는 빗자루를 들고 있다.

백일몽; [아미타불! 결례를 용서하세요 시주!] 합장하고. 매화부인도 급히 합장하고. 그러자

노파; [이제 보니 스님들이시구먼.] 경계하던 표정이 풀어지고

백일몽; [파락호들이 빈니들에게 집적거려 도망치다 보니 허락도 받지 못하고 시주 댁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노파; [아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불제자에게 집적대는 놈들이 있어?] 눈 치뜨고

백일몽; [저야 박색이지만 저의 사저는 워낙 미인인지라 못된 마음을 먹는 중생들이 때때로 있답니다.] 조금 옆으로 물러서서 자기 뒤에 숨듯이 서있는 매화부인을 보여주고

노파; [천벌을 받을 놈들 같으니...] 혀를 차고

노파; [하긴 이렇게 보니 뒤쪽의 스님은 사내놈들이 혹할만도 하구먼.] 매화부인의 아래 위를 훑어보면서

매화부인; [부... 부끄럽사옵니다.]

백일몽; [파락호들이 사라질 때까지 시주 댁에 신세를 좀 질 수 있을런지요?] 간절한 표정으로 말하고

노파; [되고 말고...] 끄덕

노파; [스님들이야 언제든 환영이지. 있고 싶은 만큼 있다가 가시구려.] [이리 오시오.] 건물 모퉁이를 돌아가며 두 여자를 안내하고

백일몽; [환대에 감사드려요 시주.] 노파를 따라가며 말하고

백일몽; [기왕에 신세를 지는 김에 염치없는 부탁을 드려도 될지요?] 배시시 웃는 얼굴

 

#345>

다시 식당. 여전히 사람들 북적.

이층. 한산. 창가에 위극겸이 홀로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천진의 비밀 분타가 금의위에 의해 궤멸 당했습니다.> 누군가의 전음이 들리고

위극겸; [예상했던 일이다. 시간의 문제였고...] 술 마시며 침통하게

<도룡도께서는 마태자 이청풍에게 패사하셨다고 합니다.> 이어지는 음성

위극겸; [이청풍... 그놈이 천진의 비밀분타 공격에도 관여했군.] 눈빛이 살벌해지고

<소혈증폭공을 쓴 도룡도께서 금의위 통령 동방여명을 죽이기 직전이었습니다.> 이어지는 음성

<만일 그때 동방여명을 죽였다면 전세가 일거에 역전되어 많은 형제들이 탈출 할 수 있었을 텐데...> 누군가의 말. + 위극겸; [이미 지나간 일이다.] 누군가의 말을 막고

위극겸; [돌이킬 수 없는 일로 심력을 소모하기 보다는 복수에 매진해야한다.] + <존명!> 대답이 들리고

위극겸; [나는 비밀 총단으로 가서 폐관 연공을 할 계획이다.] [이후의 일은 진천이와 천법사들에게 맡길 테니 그리 전해라.]

<존명!> 대답이 들리고. 그때

독안표; [다녀 왔습니다 가주님.] 계단을 올라오고

위극겸; [성과가 없었나?] 흘깃

독안표; [죄송합니다.] 계단을 올라와서 고개 숙이고

독안표; [속하가 무능해서인지... 아니면 두 암중에게 숨겨둔 재주가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추격에 실패했습니다.]

위극겸; [아무래도 후자같은 생각이 든다만...] 탁! 술잔 내려놓고

위극겸; [비밀 총단으로 갈 일이 급하니 잊어버리도록 해라.] 일어서고

독안표; [예...] 고개 숙이고

 

계단을 내려오는 위극겸과 독안표. 일층에는 사람들이 여전히 북적대고 있고.

굽신대며 위극겸과 독안표를 맞이하는 식당 주인. 헌데

입구쪽에 등을 보인 채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는 여자. 머리는 수건으로 둘렀고. 바로 백일몽이다. 걸치고 있는 옷도 승복이 아니라 평범한 옷이고

곁눈질로 입구쪽으로 가는 위극겸를 보는 백일몽

식당 주인의 배웅을 받으며 식당을 나가는 위극겸과 독안표

백일몽; (비밀 총단...) (혈교에 그런 곳이 있었나?) 눈 번뜩이며 일어나고

백일몽; (내가 모르는 소굴이 있었다는 건데...) 입구의 카운터로 가고. 점원이 카운터를 정리하다가 돌아보고. 입구 밖에서는 누군가에게 굽신 거리는 식당 주인의 뒷모습이 보인다.

백일몽; (북경으로 가는 길이 좀 지체되더라도 위극겸의 비밀 소굴이 어딘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점원에게 동전을 주고. 두 손으로 받으며 헤벌레 하는 점원

백일몽; (나와 아버지에게서 혈교를 빼앗아간 범인인 게 분명한 위극겸에게 복수하려면 어디에 소굴을 마련해뒀는지 알아야하니...) 강렬한 표정으로 식당에서 나오는 백일몽

사람들 사이로 걸어가는 위극겸과 독안표의 뒷모습

백일몽; (자칫 미행하는 걸 들키기라도 하면 목숨이 위태롭겠지만...) 긴장과 두려움

<네놈이 숨기고 있는 모든 걸 알아내고 말겠다 위극겸!> 강렬한 표정의 백일몽 얼굴 크로즈 업

 

#346>

<-북경> 낮

<-추운장> 웅웅이 숲속 공터에서 장작을 패고 있고.

자웅이 부엌에서 쟁반을 들고 나온다. 쟁반에는 찻잔이 세 개 얹혀져 있고

청풍; [가능한 빨리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거실에 야차선녀, 용린과 마주 앉아 말한다. 조진진도 앉아서 과일을 깍고 있고. 용린 때문에 거실에 불은 켜지 않았다.

용린; [나 때문에 서둘러 북경을 떠나는 것같아 미안하군.]

청풍; [아닙니다 교주님.] 고개 젓고

청풍; [따님을 찾는 일도 있지만 위극겸의 행적이 경항운하를 따라 남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금의위의 보고가 들어와서 서두르게 되었습니다.]

자웅이 차를 얹은 쟁반을 들고 들어오고

야차선녀; [화근은 빨리 제거할 수 있으면 좋지.] 끄덕이고

청풍; [금의위도 정예들을 위가장으로 출발시켰습니다.] + [고맙습니다.] 자웅이 자신 앞에 찻잔을 내려놓는 것을 보며 고개 숙이고

청풍; [금의위와 하락지휘사의 군대가 위가장을 공격할 때 동참하려면 조금 서둘러야하는 상황이 되기도 했습니다.] 자웅이 다른 사람들 앞에 찻잔을 놓는 걸 보며 말하고

야차선녀; [이미 영친의 경지를 넘어선 자네에게 딱히 조언을 해줄 건 없고...] 생각하다가

야차선녀; [다만 한 가지 부탁을 한다면...] [참을 수 없는 살의(殺意)가 치밀더라도 살수를 쓰기 전에 한번만 더 생각해주게나.] 의미심장하게 말하고

청풍; (조언이 아니라 부탁...) + [명심하겠습니다.] 이어

청풍; [교주님께서도 가르침을 주시지요.] 용린에게

용린; [나 역시 가르침이랄 건 없고...] 역시 생각하다가

용린; [자네에게 입은 은혜가 워낙 막중하니...] [우리 용씨일족에 관한 일은 그게 어떤 것이든 자네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말은 해주고 싶네.]

청풍; (이분의 말씀도 의미심장하군.) + [명심해두겠습니다] 고개 숙이고

조진진; (무정한 인간...) 차를 마시며 용린, 야차선녀와 뭐라 말하는 청풍을 곁눈질로 흘겨보며 샐쭉거리고

조진진; (아무리 일이 급박하게 돌아간다고 해도 부부의 인연을 맺자마자 떠나는 건 무슨 심보야?) 샐쭉거리고

조진진; (잡은 고기에게는 먹이를 줄 이유가 없다는 거야 뭐야?)

<미워 죽겠어.> 거실의 모습 배경으로 조진진의 생각 나레이션

 

#347>

<-금릉(金陵)> 강과 운하에 둘러싸인 거대한 도시

<-대륙상단(大陸商團)> 거대한 장원. 웅장한 대문을 통해 수많은 사람과 우마차등이 드나들고 있다.

 

대륙상단의 깊은 곳에 자리한 화려하고 잘 가꿔진 정원. 띠리링! 띠링! 비파와 거문고 소리가 나고

정원 중앙의 매끈한 돌이 깔린 마당. 그곳에서 호희가 춤을 추고 있다. 몸에는 하늘거리는 옷을 입었고. 여자 악사들 몇이 한쪽에 앉아 비파와 거문고를 연주 하고 있고. 의자에 앉아 그걸 보며 뿅 간 표정인 냉혈전호 황보륜

호희가 선녀처럼 춤을 추고 있고.

냉혈전호; (선녀...) 혼망 간 표정. 배경으로 나레이션. <-대륙상단 단장 냉혈전호(冷血錢虎) 황보륜(皇甫崙)>

냉혈전호; (하늘에서 진짜 선녀가 내려왔다.)

냉혈전호; (호희를 얻었으니 나 황보륜의 인생도 실패한 건 아니로구나.) 헤벌레 웃고. 헌데

 

월동문 밖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패소정. 월동문과 호희가 춤 추고 있는 곳과는 거리가 제법 있고 그 사이에 꽃나무와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놓여있다.

패소정; (단장께서 저 여우 요괴에게 완전히 매혹되어 버렸다.) 한숨 쉬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황보륜의 수신호위 거령철화(巨靈鐵花) 패소정(覇小鼎)>

패소정; (종남산 독룡곡을 다녀온 이래 다른 일에는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좀 떨어진 곳의 냉혈전호를 보며 찡그리고

패소정; (심지어 돈벌레라고 욕을 먹을 정도로 돈 버는 일에 환장했던 게 진짜였을까 싶을 정도로 상단의 일까지 팽개치고...) 눈을 번뜩이고. 한숨 쉬는 게 아니다. 요년에게는 딴 속샘이 있다. 그때

탁! 탁! 뒤에서 누가 종종걸음으로 서둘러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 눈 번뜩이는 패소정

패소정이 돌아보니 회계사 인상의 노인이 오만상을 쓰며 다가오고 있는데 두 손에 서류를 두툼하게 올린 쟁반을 들고 있다. 이 노인은 대륙상단의 실무를 책임지는 집사 고단해란 인물이다. 일종의 회계책임자

패소정; (저 늙은이가 기다리지 못하고 또 찾아왔네.) 돌아서고.

고단해; [패소저!] 쟁반 들고 다가오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대륙상단 집사(執事) 고단해(高團海)>

패소정; [어서 오세요 고집사.] 슥! 월동문을 막아서듯이 돌아서며

고단해; [이건 정말 단장님께서 시급히 결제를 해주셔야할 서류들일세.] 두손으로 서류를 올린 쟁반을 내밀며 패소정 뒤의 월동문을 보지만

패소정; [알아요. 하지만 단장님께서는 지금 호희의 산화무(散花舞)에 심취하고 계셔서 결제하실 경황이 없으세요.]

고단해; [아네 알아.] 한숨

고단해; [하지만 아무리 호희소저와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다 해도 일은 하셔야할 게 아닌가?] 난감

패소정; [억지로 일을 들이 밀어봐야 단장님의 진노만 살 뿐이라는 아시잖아요.] 한숨 쉬며 서류가 얹혀진 쟁반을 받고

패소정; [이건 제가 맡아뒀다가 기회가 생기는 대로 단장님께 드릴 테니까 집사는 그만 가보세요.]

고단해; [하지만...]

패소정; [집사도 단장님이 어떤 분이신지 잘 아시잖아요.]

패소정; [저러시는 것도 한 때의 열병 같은 것일 뿐이에요.] [곧 정신 차리시고 냉혈전호라 불리시던 시절로 돌아오실 거예요.]

고단해; [알았네.] 한숨

고단해; [그 서류들은 정말로 결제가 시급한 것들일세.] 돌아서고

고단해; [과장되게 말하자면 우리 대륙상단의 흥망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빠른 시간 내에 결제를 하시게 힘 써주게나.] 말하며 걸어가고

패소정; [명심할게요.]

고단해; [늦바람이 무섭다더니만...] 고개 설레 저으며 걸어간다

패소정; (틀린 말은 아니네.) 약간 웃고

패소정; (분위기를 보아하니 쉽게 끝날 춤판이 아니고...) 월동문 안쪽을 힐끔 돌아보고

패소정; (이 기회에 나도 내 볼일을 봐야겠다.) 야릇하게 웃으며 걸음을 옮긴다.

 

#348>

대륙상단의 다른 곳. 웅장하며 화려한 건물. 단층이지만 높이가 2층 건물 정도로 높다. 일종의 도서관 건물. 건물 입구에는 칼과 검으로 무장한 중년의 무사들 네 명이 지키고 있다. 전부 고수들로 보인다. 건물 근처를 오가는 사람은 없다.

그곳으로 오는 패소정. 두 손으로 서류가 얹혀진 쟁반을 들고 있고

[패소저!] [어서 오시게.] 중년 무사들 인사하고

패소정; [단장님은 오늘도 호희와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계세요.] 다가오며 말하고

패소정; [그래서 이 중요한 안건들을 결제하실 짬도 내지 못하시는군요.] 서류들이 얹혀진 쟁반을 들어 보이고

[단장님도 이제 그만 일을 좀 하셔야할 텐데...] [걱정이 되긴 하는군.] [늦바람이 무섭다더니만...] 한숨 쉬며 비켜주는 무사들

패소정; [이 서류들은 단장님 집무실에 갖다놓고 나올게요.] 무사들 사이를 지나 건물 입구로 간다

[천천히 일 보게.] [패소저도 좀 쉬어야지.] 무사들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패소정; [그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높이가 3미터쯤인 육중한 문을 왼손으로 열면서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무사1; [패소저도 고생이 많구만. 단장님 경호로 자기 시간은 거의 없으니...] 패소정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무사2; [그만큼 능력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지.] 탁! 닫히는 문을 보면서

무사3; [비록 계집의 몸으로 태어나긴 했지만 패소저의 자질은 천하를 통틀어도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야.]

무사4; [서른 살도 안된 나이에 이미 여자들 중에서는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고수가 되어있긴 하지.]

무사1; [아 참, 민(敏)도련님이 서재에 계신다는 애길 안 했군.]

무사2; [뭐 상관있겠나?] [책벌레 민도련님이 단장님 서재에서 살다시피 한다는 건 패소저도 알고 있는 사실이잖은가?]

무사1; [하긴...]

무사3; [때때로 민도련님과 패소저가 바뀌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네.] 한숨 쉬고

무사4; [민도련님이 또래들에 비해 지나치게 왜소하고 병약하긴 하지.] [충분히 장가가도 될 나이인데 여전히 열대여섯 살쯤의 어린아이로 보일 정도이니...] 한숨

무사1; [그래도 민도련님이 특출나게 영특하긴 하잖은가?] [그 나이에 벌써 우리 대륙상단의 방대한 거래내력을 줄줄 꿰고 있으실 정도로...]

무사2; [비록 단장님에게 자식은 없지만 영특한 조카가 있어서 우리 대륙상단의 앞날은 큰 문제가 없을 게야.] 끄덕이고

 

#349>

탁! 안에서 문을 닫는 패소정. 왼손으로 닫고. 오른손에는 서류가 얹혀진 쟁반을 들고 있다.

패소정이 들어선 건물 내부는 마치 도서관처럼 보이는 서재. 수많은 책장들이 겹겹이 서있고. 책장마다 책과 두루마리들이 가득. 서재 중앙에 커다란 책상이 있고. 문방사우가 갖춰진 책상에는 서류와 책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 책꽂이들이 벽처럼 늘어선 사이에 어떤 소년이 책을 뽑다가 입구쪽을 돌아보는 뒷모습. 소년이 있는 위치에서는 입구가 안보인다. 이 소년은 냉혈전호의 조카이며 황보륜의 아들인 황보민이다. 15-6세 쯤의 가냘픈 체형의 소년으로 묘사

소년; (누가 외숙(外叔)의 집무실이기도 한 이 서재로 들어왔네.) 갸웃하지만 다시 책을 뽑고

소년; (집사나 소정언니겠지.) 상관하지 않고 뽑은 책을 살피고.

 

다시 서재의 입구쪽.

한손으로 문을 닫은 자세로 서재 안을 둘러보는 패소정

패소정; (<그 물건>이 단장의 집무실인 이 서재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눈 번득이며 서재 안으로 들어서고

패소정; (지난 오 년 간 나는 수시로 이 서재에 드나들면서 <그 물건>의 행방을 찾아왔고...) 중앙의 책상으로 가고

패소정; (마침내 <그 물건>이 숨겨진 곳을 특정(特定)할 수 있게 되었다.) 서류를 얹은 쟁반을 책상에 내려놓고.

패소정; (이 책상...) 책상 앞쪽으로 간다. 의자가 놓인 쪽으로

패소정; (단장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들은 자신이 늘 앉아있는 이 책상에 숨겨놓았다.) 앞쪽에서 책상을 살피고. 책상은 좌우에 여러 개의 서랍이 달려있는데 서랍마다 모두 열쇠구멍이 있다. 손잡이들도 달려 있고

패소정; (이 책상은 자체로 하나의 금고다.) 책상 좌측의 서랍들을 살피고

패소정; (단단하기가 강철에 필적할 정도인 남만(南蠻) 산 철목(鐵木)으로 만들어져 쉽사리 부술 수 없을뿐더러...) 서랍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오른손으로 머리를 만지면서

패소정; (강제로 열려고 하면 그 즉시 경보장치가 발동해서 대륙상단의 호원무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게 되어 있다.) 슥! 다시 머리에서 뗀 패소정이 손에는 꼬불꼬불하게 생긴 긴 쇠꼬챙이가 하나 들려져 있다. 단순한 꼬챙이가 아니고 납작하게 눌린 형태. 일종의 열쇠다.

패소정; (하지만 내게는 이것... 전능시(全能匙)가 있다.) 꼬불꼬불한 꼬챙이를 들어보며 배시시 웃고

패소정; (이 전능시만 있으면 열지 못하는 자물쇠는 없다.) 한손으로 서랍들 중 맨 아래쪽의 서랍을 만지고

패소정; (단장은 내가 볼 때 다른 서랍들은 열곤 했지만 맨 아래쪽의 이 서랍은 단 한 번도 연 적이 없다.) 구멍에 조심스럽게 꼬챙이를 끼우고

패소정; (그렇다는 건 내가 찾는 <그 물건>이 바로 이 맨 아래 서랍에 있다는 뜻이다.) 달칵 달각 조심스럽게 꼬챙이를 움직이고.

패소정; (전능시를 통해서 자물쇠의 구조가 선명하게 떠오른다.) 끼릭! 눈을 반쯤 감은 채 꼬챙이를 움직이고. 그런 패소정의 뇌리로 꼬챙이가 끼워진 안쪽의 복잡한 장치들이 떠오른다. 그러다가

끼릭! 꼬챙이를 옆으로 돌리는 패소정의 손. 그러자

덜컥! 꼬챙이를 돌리는 대로 무언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패소정; (됐다!) 반쯤 감았던 눈 번쩍 뜨고

패소정; (경보장치를 건드리지 않고 금제를 해제했다.) 드륵! 꼬챙이를 끼워놓은 채 서랍의 손잡이를 잡고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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