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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

다시 북경.

추운장. 여전히 건물에는 불이 꺼져 있고

어둠 속에 누워있는 용린. 눈은 뜨고 있고

그런 용린의 뇌리에 떠오르는 복면 벗은 백일몽의 모습. 무릎 꿇은 채 인명부를 품에 안은 매화부인에게서 무슨 말을 듣고 있는 장면

용린; (천파야...) 한숨 쉬고

용린; (비록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라지만... 네 어미가 무참한 짓을 했구나.)

용린; (하지만 걱정 말거라. 아비에게 오기만 하면 널 세상 어떤 여자보다 행복하게 만들어줄 테니...) 애절한 미소를 짓고

 

#329>

<-자금성> 자금성의 모습. 역시 새벽

청풍의 거처. 주변에 아무도 없고

어둑한 침실. 넓은 침대에 함께 누워있는 청풍과 분이. 흩어진 잠옷 차림인 분이가 상체가 알몸인 청풍의 품에 안겨 잠이 들어있다. 행복한 표정

[!] 움찔! 하는 청풍.

청풍; (이 느낌...) 오한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눈을 뜨고

청풍; (그 분이 찾아왔군.) 고개 조금 돌려 창문쪽을 보고

창문을 배경으로 흐릿한 사람의 형상이 떠있다. 민망해서 등을 돌린 모습인데 물론 용린의 유령이다.

청풍; <교주...> 마음속으로 말을 건네고

조금 돌아보는 용린의 유령

청풍; <소생에게 하교하실 일이 있으신지요?> 이불로 분이의 몸을 가려주며 창가의 용린의 유령을 보고

움찔! 하는 분이. 깼지만 잠든 척 하고

고개 끄덕이는 용린의 유령. 이어

스으! 사라지고

청풍; (꼭두새벽에 결례를 무릅쓰고 찾아온 걸 보면 급한 용무가 있겠군.) 슥! 조심스럽게 일어나고. 품에 안겨 있던 분이를 떼어 놓으며

청풍; [잠깐 다녀오리다.] 이불로 분이를 덮어주며

청풍; [지난밤의 결례에 대한 사과는 다녀와서 드리겠소.] 분이의 옆 이마에 입을 맞추며 속삭이고. 이어

침대에서 내려가는 청풍.

옷을 입고

삐꺽!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가는 청풍. 환관 차림이고

탁! 닫히는 문. 그러자

꼬옥! 문쪽으로 등을 보인 채 이불을 꼭 쥐는 분이

분이; (죄송해요 폐하!) 감은 눈가에 눈물

분이; (분부 하신 대로... 이공자의 씨만 받으려 했는데...) 울고. 얼굴 좀 발개지면서

분이; (너무 좋아서... 나중에는 자제할 수가 없었답니다.)

<다른 사내의 품에 안겨 추태를 부린 몸으로 폐하의 용안을 어찌 뵐 수 있을지...> 홀로 남아 우는 분이의 모습 배경으로 분이의 생각 나레이션

 

#330>

<-추운장> 여전히 새벽. 그래도 위씬 보다는 좀 밝아졌고. 건물들에는 불이 꺼져 있고

펑! 허공에서 추운장을 감싼 투명한 막을 뚫고 내려오는 환관 차림의 청풍

화악! 건물 앞에 내려서고.

청풍; (다행히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군.) 건물로 다가가고

청풍; (특히 조소저의 얼굴은 당분간 마주 보기 민망한데...) 건물의 어느 방문으로 가고. 그러자

<들어오시게.> 방문 안쪽에서 들리는 음성

청풍; (무공은 쓰지 못하지만 영력이 누구보다 강해서 내가 온 걸 감지하고 있군.) + [예...] 대답하며 문을 열고 들어가고

용린; [급한 마음에 결례를 했네.] 탁자에 앉아서 무언가 그리다가 돌아보고. 탁자에는 혈왕세보도 놓혀 있고. 몇 장의 종이도 함께 놓여있다. 방안은 어둡다.

청풍; [아닙니다.] 안으로 들어서서 문을 닫고

청풍; [급히 저를 찾으신 데는 그만한 연유가 있으시겠지요.] 탁자로 가고

용린; [이해해주니 고맙네.] 앞자리를 권하고

청풍; [제가 무얼 하면 되는지요.] 앉으며 묻고

용린; [먼저 이걸 봐주게.] 슥! 그림을 한 장 내밀고

청풍; [예...] 두 손으로 그림을 받고

쿵! 그림에는 얼굴이 상처투성이인 백일몽의 맨 얼굴이 그러져 있고. 뺨에는 최근에 생긴 상처가 있고 그 상처에서 피가 턱쪽으로 흘러내린 모습

청풍; (바탕은 미인인데 얼굴을 누군가 난자했다.) + [이분 소저는...] 백일몽의 초상화를 보며 묻고.

용린; [내 딸일세!] 한숨

청풍; [따님이 있으셨습니까?] 놀라고

용린; [위태극은 내가 혈왕잠을 녹일 수 있는 비결을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네.] [그래서 날 회유하기 위한 방편으로 젊고 예쁜 계집들을 제공했었지.] 쓴웃음

청풍; [미인계를 썼군요.] 민망해서 어색하게 웃고

용린; [대부분의 계집들이 위태극의 지시에 따라 날 회유하려 애썼지만...] [단 한명의 여자만은 달랐네.]

 

<손이교라는 계집이었는데... 내 처지를 동정하여 진심으로 날 대해주었네.> 젊은 시절의 손대낭, 즉 손이교가 가면을 쓰고 앉아있는 알몸의 용린을 닦아주고 있다. 물론 장소는 위가대원 지하의 감옥이고. 이때 용린의 나이는 21세. 손이교의 나이는 17세 정도

<나도 손이교에게만은 마음을 열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우리 둘 사이에서 사랑의 결실이 생겼네.> 용린의 품에 안겨 수줍게 웃는 손이교. 한손으로 아랫배를 만지며

<하지만 손이교가 임신한 사실을 알면 위태극이 독수를 쓸 게 뻔했네. 결국 손이교는 뱃속의 아기를 지키기 위해 위가대원을 탈출하기에 이르렀네.> 한 밤중에 위가대원의 담장을 뛰어넘는 어린 시절의 손이교

 

청풍; [손이교라는 분이 몰래 낳은 교주의 핏줄이...] 놀라며 종이를 보고

용린; [그 아이... 용천파(龍千波)일세.} 한숨 쉬며 끄덕이고

청풍; [역시...] 끄덕

청풍; [하지만 교주께서는 따님의 얼굴을 볼 기회가 없으셨을 텐데...]

용린; [나도 천파의 진짜 얼굴은 방금 전에야 처음으로 보게 되었네.]

청풍; (이혼대법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봤겠구나.) 깨닫고

용린; [내가 혈왕조사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혈왕잠을 위씨일족에게 빼앗겼다는 얘기는 했었을 걸세.]

청풍; [위극겸이 혈왕잠을 증표로 내세워서 교주로부터 혈교를 빼앗았다고 하셨지요.] 끄덕이고

용린; [자세한 과정은 모르겠지만... 그 혈왕잠을 내 딸... 천파가 손에 넣은 상태라네.]

청풍; [그렇습니까?] 놀라고

용린; [혈왕잠은 오직 우리 혈왕일족의 피에만 반응을 보이는데...] [방금 전 북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혈왕잠이 반응을 보였었네.]

청풍; [영애의 피가 혈왕잠을 적시는 일이 벌어졌군요.]

용린;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네만...] [그 아이가 애비인 날 찾아 북경으로 오고 있는 건 확실해졌네.]

청풍; [알겠습니다. 제가 영애를 찾아서 교주께 모시고 오겠습니다.] 백일몽의 얼굴이 그려진 종이를 다시 보고

용린; [그래주면야 나로서는 삼생(三生)에 걸쳐 갚지 못할 은혜를 입는 셈이네만...] 어두운 표정이 되고

청풍; [마음에 걸리시는 일이라도...?] 안색 살피고

용린; [아직 예감에 불과하지만...] [우리 부녀는 그리 쉽게 만나지 못할 것같네.] 한숨 쉬며 혈왕세보와 함께 놓인 종이들을 집어들고

청풍; [영애의 신상에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지요?] 긴장

용린; [거기까지는 나도 알 수가 없고... 이걸 받게.] 슥! 종이들을 내밀고

청풍; [무엇인지요?] 두 손으로 받으며 보고

용린; [혈왕진해(血王眞解)라고...] [혈왕잠을 용해해서 혈왕조사의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비결일세.]

청풍; [그런...] 놀라면서 급히 종이에서 시선을 돌리고

청풍; [저는 감히 이걸 볼 수가 없습니다.] 고개 돌리며 종이를 다시 내밀지만

용린; [혈왕진해는 자네에게 주는 게 아니라 맡기는 것이니 사양하지 말고 보도록 하게.] 고개 젓고

청풍; [하지만...] 난감

용린; [사실 천마의 후손인 자네는 혈왕진해를 볼 자격이 있다네.]

청풍; [무슨 말씀이신지...]

용린; [혈왕조사가 자네 가문의 시조인 천마의 제자였기 때문일세.]

청풍; [그렇습니까?] 놀라고

 

<함께 삼황으로 꼽히긴 하지만 혈왕은 천마와 무성보다 한 세대 뒤에 태어났다.> 젊은 시절의 혈왕이 천마에게 포권하며 야심만만한 표정을 짓는 모습. 천마는 그때 이미 노인이었고

<문일지십(聞一知十)의 천부지자(天賦之資)를 타고 태어난 혈왕은 배움에 대한 갈망, 특히 무공 방면의 욕심은 병적일 정도였다.> 방대한 서고 중심부의 책상에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읽는 젊은 시절의 혈왕. 그걸 좀 떨어진 곳에서 보고 있는 천마

<젊은 시절의 혈왕은 숱한 문파와 고수들의 제자로 들어가 삽시에 그들의 절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런 그가 궁극적으로 노린 대상은 세 개의 문파였다.> 광장에서 중년의 거인이 피를 토하며 주저앉아 있고. 그 앞에서 득의하여 웃는 젊은 시절의 혈왕.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둘러서서 보며 놀란다

<바로 천마가 세운 마교(魔敎)와 무성의 사문인 무성동(武聖洞), 그리고 모든 사술이학의 본산인 배교(拜敎)였다.> 세 개의 현판을 보여준다. 현판에는 <魔敎> <武聖洞> <拜敎>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천마와 무성은 고금제일인이 되려는 혈왕의 야심을 눈치 챘음에도 불구하고 혈왕의 탁월한 자질에 반해 자신들의 비전을 아낌없이 가르쳐주었다.> 천마에게 가르침을 받는 젊은 시절의 혈왕의 모습. 좀 나이가 든 모습의 혈왕이 무성에게 가르침을 받는 모습을 한 화면으로 보여주고. 무성도 노인이다.

<하지만 천마와 무성의 모든 절기를 차례로 자신의 것으로 만든 혈왕은 마침내 야심을 드러내었다. 공개리에 천마와 무성에게 도전하여 그들을 차례로 쓰러트린 것이다.> 역시 두 개의 화면. 주저앉아 피를 토하는 천마. 쓰러진 무성. 그 두 노인을 내려다보며 앙천광소를 터트리는 혈왕. 이때의 혈왕은 온몸에서 핏빛의 기운이 뿜어지고. 머리도 산발이 되어 마귀같은 모습의 중년인이 되어 있다. 진짜 혈왕의 모습이고

<한 때 제자였던 혈왕에게 씻지 못할 수모를 당한 천마와 무성은 자존심을 내려놓고 손을 잡았으며 혈왕을 쓰러트릴 수 있는 절대무적의 절기를 창안해내기에 이르렀다.> 독 연기가 뒤덮고 있는 독룡곡 내부의 성마동천에서 마주 앉아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천마와 무성의 모습. 멀리 독룡의 거대한 골격도 보이고

<결국 혈왕은 배교를 정복한 지 얼마 안되어 천마와 무성의 협공을 받고 파란만장한 삶에 종지부를 찍었던 것이다.> 천마와 무성의 손에서 뿜어지는 기운에 휘감겨 고통에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혈왕의 모습

 

청풍; [혈왕이 사실은 천마와 무성의 제자였다니...] [그건 저희 가문에도 전해 내려오지 않는 비밀이었습니다.] 놀라고

용린; [자네 가문의 선조들은 혈왕이 한 때 마교에 몸을 담았었다는 사실을 수치스럽게 여겼을 걸세.]

용린; [그래서 혈왕이 천마의 제자였다는 것을 입에 올리는 것을 금기시했겠지.]

청풍; [일리가 있습니다.] 끄덕

용린; [이런 사연으로 인해 본교의 모든 무공의 바탕이기도 한 혈왕진해에는 천마와 무성에게서 배운 절기들도 포함되어 있네.]

청풍; (그래서 천마의 후손인 내게도 혈왕진해라는 이 비결을 볼 자격이 있다고 하셨구나.) 깨닫고 종이를 보고

용린; [사실 혈왕진해를 익히지 않으면 혈왕조사님의 절기는 원래 위력의 절반 정도 밖에 발휘되지 않는다네.]

청풍; (맙소사!) 경악하고

청풍; (내가 겨우 이겼던 위태극의 혈영강기가 본래 위력의 절반에 불과한 것이었다니...) 놀라면서 위태극과 싸우던 장면 떠올리고

용린; [혈교의 제자들도 혈왕조사께서 남기신 절기의 대부분을 알고 있네.] [교주만이 익힐 수 있는 몇 가지 절기만이 공개되지 않았을 뿐이지.]

용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교의 일반 제자들과 우리 용씨일족의 무공에 현격한 차이가 났던 것은 혈왕진해 때문이었네.]

청풍; [위씨일족의 마귀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겠습니다.]

용린; [혈왕진해의 실체까지는 몰라도 혈왕잠을 용해할 수 있는 비결이 존재한다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

청풍;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혈왕진해만은 그자들에게 빼앗기지 않으셨군요.]

용린; [왜냐하면 혈교의 거의 모든 절기를 암기하고 있던 나도 혈왕진해만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일세.] 말하면서 혈왕세보를 만지고

청풍; [혹시...] 놀라며 혈왕진해를 보고

용린; [혈왕세보의 앞부분, 즉 혈왕조사 이전의 용씨일족 선조에 대한 족보(族譜)는 혈왕조사께서 직접 쓰신 것일세.] 웃고

청풍; [혈왕진해는 그 족보의 글귀 속에 숨겨져 있었군요.] 깨닫고

용린; [나의 조부와 선친께서는 혈왕진해의 비밀에 대해 말씀해주시지 못하고 돌아가셨었네.] 끄덕이고

용린; [그래서 난 혈왕진해가 어디에 숨겨져 있었는지 몰랐었는데...]

용린; [오랫동안 위가대원 지하에 갇혀 있으면서 심사숙고한 결과 혈왕세보가 바로 혈왕진해의 비급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네.]

청풍; (혈왕세보를 꼭 가져다달라고 부탁을 한 데에는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용린; [사실 혈왕진해는 세상에 공개 되어도 그다지 큰 문제가 안되네.]

청풍; [그건 또 어째서인지요?]

용린; [너무 난해해서 일반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일세.]

청풍; [아!]

용린; [천고기재셨던 혈왕조사께서는 다른 사람들도 자신 정도의 이해력이 있을 것으로 가정하고 혈왕진해를 만드셨었네.]

청풍; [당연히 일반인에게 혈왕진해는 화중지병(畵中之餠)이겠습니다.]

용린; [그 때문에 혈왕조사 이래 본교의 역대 교주들중 혈왕진해를 온전히 이해하신 분은 없었다네.] 한숨

청풍; (만일 십면혈신이 혈왕진해를 깨우친 상태였다면 삼십여 년 전의 일전에서 패한 것은 혈교가 아니라 천마성과 무제궁이었겠구나.) 깨닫고

용린; [난 자네가 혈왕세보를 가져다 준 이후로 혈왕진해를 연구하여 나름대로 쉽게 풀어써보았네.] 청풍이 들고 있는 종이들을 보고

청풍; [그러셨습니까?] 흠칫! 놀라며 종이들을 보고

용린; [여전히 난해한 부분이 있겠지만...] [내가 풀어쓴 것을 참조하면 혈왕진해를 수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걸세.]

청풍; (혈교의 역대 교주들이 오랜 시간 고심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한 혈왕진해를 불과 하루 반나절 만에 해독하다니...) 놀라고

청풍; (이분이 혈교 사상 최고의 기재라는 소문이 헛것이 아니었구나.) 용린을 보며 감탄하고. 용린은 또 뭔가를 쓰고 있다.

용린; [이건 내가 천파에게 주는 편지일세.] 붓을 내려놓고

용린; [혈왕진해와 함께... 이 편지를 천파에게 전해주길 바라네.] 슥! 종이를 청풍에게 밀어주며 말하고

청풍; [그리하겠습니다.] 종이를 집어들고

용린; [굳이 애쓰지 않아도 자네는 결국 천파와 만나게 될 걸세.] [그러니 일부러 천파를 찾아 나설 것까진 없네.]

청풍; [가능한 빨리 따님을 교주께 모시고 오겠습니다.]

용린; [불감청이언정 고소언이네만...] 뭔가 생각하고

용린; [기왕 신세를 지는 김에 염치불구하고 한 가지 부탁을 더 했으면 하네.]

청풍; [말씀하시지요.]

용린; [비록 박색이지만... 천파를 자네가 거두어주길 바라네.] 진지하게 말하고

[!] 놀라 눈 치뜨는 청풍

 

#331>

<-천진> 역시 새벽. 아침이 되기 직전. 동녘이 조금 밝아오고

위가장의 비밀 소굴인 장원.

삼엄한 경비가 서있는 건물.

지하통로의 끝. 굳게 닫힌 철문. 철문 앞에 두 명의 인물이 서있다. 한명은 보디빌더같은 체격에 산적같은 얼굴이고 다른 한명은 음산한 인상의 애꾸노인. <건곤일척 자료집 제8페이지>의 <도룡도>와 <독안흑표> 캐릭터. 이작품에서의 이름도 도룡도와 독안표. 위가장의 비밀호법들인 <무적팔절>중 두명이다. 청풍에게 죽은 동심쌍절 정도의 고수들.

도룡도; <대가주께서 가주에게 시전해주시는 개정대법이 지금쯤 중요한 고비에 이르렀을 걸세.> 도룡도가 전음으로 말하며 뒤쪽의 철문을 곁눈질로 돌아보고

독안표; <대가주께서 이런 지경에 이르게 했으니 우리 무적팔절(無敵八絶)의 죄가 크네.> 한숨 쉬고

도룡도; <우리 둘이라도 현장에 있었다면 대가주께서 치명상을 입진 않았을 텐데...> 한숨 쉬고

 

#332>

도룡도와 독안표가 지키는 철문 안쪽. 위태극이 치료 받던 지하밀실이다. 지금은 의사들은 모두 나가고 위태극과 위극겸만 있다. 돌로 만든 넓은 침대 위에 둘이 마주 보고 앉아서 손바닥을 맞대고 있다. 위태극의 몸은 먹물을 칠한 듯 새카매져 있고 얼굴도 주름으로 덮여있다. 가슴은 붕대로 동여매고 있고. 마주 앉은 위극겸의 몸은 물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다. 흡정환혼대법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위극겸; (흡정환혼대법(吸精還魂大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둘은 눈을 감은 채 함께 주문을 외우고 있고. 그 배경으로 위태극의 생각

<일반적인 개정대법(開頂大法)을 쓰면 내공의 일할도 채 이전해주기 어렵다. 이전해주는 과정에서 주화입마에 걸린 위험도 있고 해서 개정대법은 그다지 권장되지 않는다.> 지지지! 서로의 몸을 휘감은 벼락이 두 사람 주변을 휘돌고.

<그에 반해 우리 위씨일족이 오랜 세월 고심하여 창안한 흡정환혼대법은 최대 오할까지 내공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우둑! 우두둑! 위극겸의 몸이 커지면서 뼈가 어긋나는 소리도 들린다. 몸속에 엄청난 기운이 채워지고 있는 모습이고. 그러다가

<내공을 이전하기 전에 서로의 혼백을 주고받아서 경맥을 일치시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빠지직! 위태극의 몸이 강한 벼락에 휘감기고

<아버지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 대략 삼할 정도의 내공을 전수받는 게 한계겠지만...> 그 벼락에 감전되며 부르르 떠는 위극겸.

<그 정도로도 이청풍, 그놈을 죽이기에는 충분하다!> 감전되며 이를 악무는 위극겸의 얼굴. 뒤이어

위태극; [크아!] 기합 지르는 위극겸. 모든 벼락이 맞닿은 손을 통해서 위극겸의 몸으로 흘러들어가고.

위극겸; [끄윽!] 감전되며 눈을 까뒤집고.

화악! 위태극의 몸에서 모든 벼락이 위극겸의 몸으로 옮겨가고. 이어

지지지! 실내를 가득 채우던 벼락은 이내 갈아 앉는다. 위태극의 몸에서 벼락이 사라지고. 몸에 남아있던 모든 공력을 위극겸에게 주입시킨 것

슥! 맞닿아있던 위태극과 위극겸의 손바닥이 떨어지고

위극겸; [아버지!] 지지지! 여전히 몸이 벼락에 휘감긴 채 눈을 뜨고

털썩! 침대위에 쓰러지는 위태극

위태극; [끄윽!] 고통스럽게 신음. 몸을 벌벌 떠는데

푸시시! 붕대로 감은 가슴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다

위극겸; [돌아가시면 안됩니다 아버지!] 급히 일어나 위태극을 부축하려 하고. 하지만

위태극; [손... 손 대지 마라!] 손을 들어 위극겸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대려는 걸 막고.

멈칫! 하는 위극겸

위태극; [독... 독룡의 독이 아비의 몸을 불사르기 시작했다!] [그 독기를 마시면 너도 위험해지니... 어서 여길 나가라.] 화르르! 가슴에서 시작한 연기가 온몸으로 퍼져간다. 독이 위태극의 몸을 태우고 있는 것

위극겸; [아버지...] 비통하게 울면서도 위태극의 몸에 손을 대지는 못하고

위태극; [우리 위씨일족은 오백여 년의 세월동안 용씨일족의 종으로 살아왔다.] 슥! 몸을 바로 누이며 말하고. 위극겸은 침대에서 내려서고. 가슴에서 시작한 연기가 급격하게 온몸으로 퍼져가고 있다

위태극; [그 굴욕의 역사를 끝낼 기회가 삼십여 년 전에 찾아왔고...] [그때 내린 결정에 대해... 아비는 추호의 후회도 없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웃고

위극겸; [크윽!] 침대 아래 모릎 꿇으며 오열하고

위태극; [그러다가 뜻하지 않은 방해를 만나... 이제 비참하게 죽게 되었다만...] 얼굴 바로 아래까지 피부가 녹으며 연기가 나고. 독심귀의가 몸이 녹아죽던 것과 비슷한 상황

위태극; [복수의 가능성을 남기고 죽게 되니... 여한은 없다.] 고개 조금 돌려 위극겸을 돌아보며 웃고

위극겸; [아버지...] 울고

위태극; [부디... 아비가 못다 이룬 군림대업(君臨大業)을... 너의 대에서 이루어주기 바란다.] 화악! 이제 얼굴도 녹기 시작하고

위극겸; [명심... 각골명심하겠습니다.] 쿵쿵! 이마를 바닥에 찧으면서 절하면서 울고

위태극; [이제... 가라.] [더 늦기 전에... 북경에서 멀어져야만 한다.] 츠츠츠! 얼굴도 녹아내리며 말하고

위태극; [금의위 놈들은 무공도 무공이지만... 각가지 화기(火器)로 무장하고 있다.] [그놈들에게 따라잡히면... 어떤 고수라도 무사하지 못한다.] 화악! 얼굴까지 검은 연기에 덮이며 말하고

위극겸; [조금...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주먹 쥐고 이를 갈며 울고

위극겸; [소자에게서 아버지를 빼앗아가는 데 단 한 올의 책임이라도 있는 자들은 남김없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일어나고

화악! 어느덧 위태극의 몸은 검은 연기에 휩싸인다

위극겸; (이청풍... 이청풍...) 이를 갈며 돌아서고

위극겸; (다시 살아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긍! 문을 열고 나가고. 문 밖에 서있던 도룡도와 독안표가 돌아보고

도룡도; [가주님!] 고개 숙이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위가장 비밀호법 무적팔절의 일인 도룡도(屠龍刀)>

독안표; [속하들의 죄가 큽니다. 용서하십시오.] 역시 고개 숙이는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무적팔절의 일인 독안표(獨眼豹)>

위극겸; [이곳을 아버지의 무덤으로 만든다.] 두 사람을 지나가며 살벌하게

위극겸; [통로 전체를 붕괴시켜 누구도 접근하기 못하게 만들어라.] 두 사람을 등지고 지하밀로 저편으로 걸어간다.

[존명!] 포권하는 도룡도와 독안표

이어 서둘러 철문을 닫는 도룡도와 독안표

위극겸;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내공으로 인해 전신 경맥이 터질 것만 같다.) 지지지! 몸이 자잘한 벼락에 휘감기고. 핏줄과 근육이 꿈틀거린다

위극겸; (복수도 복수지만... 일단 방해 받지 않는 곳으로 가서 아버지가 남겨주신 내공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한다.)

쾅쾅! 뒤로 물러서며 철문 위의 천장에 장력을 날리는 도룡도와 독안표

그대로 무너져 내려 철문 주변을 메우는 천장의 잔해들

위극겸; (군자의 복수는 삼년도 늦지 않다고 했으니 서둘 일은 아니다.) 콰쾅! 콰드드! 연신 천장을 장풍으로 쳐서 무너트리며 뒷걸음질 치는 도룡도와 독안표를 등지고 걸어오며 이를 간다

위극겸; (결국 이기는 것은 우리 위씨일족일 테니...) 얼굴 크로즈 업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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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천장] 61화  (1) 2024.07.15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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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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